KinoDAY2024-12-02 19:04:03
모아나 2 |뻔한 레시피, 쉬운 재료, 평범한 플레이팅
<모아나 2>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른 섬에 사는 부족들을 찾기 위해 꾸준히 항해에 나서던 '모아나'(아울리이 크러발리오). 그녀는 전설적인 항해자이자 길잡이를 뜻하는 '타우타이' 칭호를 받은 직후 고대의 조상이 등장하는 환영을 본다. 인간 세계의 이야기를 지우고자 하는 폭풍의 신 '날로'(토피카 페푸리이)가 숨긴 섬, '모투페투'를 찾아내어 바닷길을 열지 못하면 모아나의 부족이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예지를 받은 것.
이에 모아나는 발명가 '로토'(로즈 마타페오), 농부 '켈레'(데이비드 페인), 이야기꾼 '모니'(후알랄라이 청)와 함께 다시 바다로 향한다. 그러나 모아나 일행은 날로가 보낸 괴물들을 만나 위기에 처하고, 그녀는 타우타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런 그녀 앞에 오랜 파트너이자 반신반인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가 나타나고, 그의 격려에 힘입어 모아나는 다시 한번 모투페투를 찾는 여정에 나선다.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6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모아나>. <모아나>의 매력은 신선함이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폴리네시아 신화는 이전까지의 디즈니 작품에서 보지 못한 볼거리였다. 족장의 '후계자'로서 생산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여자 주인공의 등장도 파격적이었다. <겨울왕국>의 엘사, 안나 자매만 해도 전통적인 공주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으니까.
반면에 8년 만에 돌아온 속편 <모아나 2>는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 개봉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디즈니의 2024년 1분기 실적 보고회에서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던 속편이 돌연히 극장용으로 전환되었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 전편의 OST를 맡았고, 현재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뉴스도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모아나 2>는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말았다. 전편을 답습하는 데 그친 전반적인 얼개와 스토리, 고막을 유혹하는 데 실패한 OST는 본래 TV용 작품이었던 초안의 방증이나 다름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흥미로운 특이점은 있지만, 그조차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본래 특징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국 <모아나 2>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스트레인지 월드>와 <위시>로 이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진을 끊어내지 못했다.
익숙한 이데올로기를 담은 환상
개봉 전에 <모아나 2>에서 보고 싶었던 장면을 하나만 꼽자면 카누를 타고 망망대해를 시원하게 가르는 모아나와 독수리로 변신해 그 위를 날아가는 마우이의 투샷일 것이다. 그런데 <모아나 2>는 이 장면에 예상치 못한, 하지만 디즈니라서 자연스러운 함의를 불어넣었다. 폭풍의 신 날로의 방해를 뚫고 모투페투 섬을 찾아서 자유로운 바닷길을 열어야 하는 모아나의 항해가 '항행의 자유 작전'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승전한 후 지금까지도 미 해군은 서방 진영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했다. 국가 간 무역을 활성화해 시장 경제를 키우며 자국 중심 질서를 정립한 것. 근래 중국처럼 이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나타나면 군사 작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모아나 2>는 놀라울 만큼 현실적인 작품이다. 모아나는 미 해군, 마우이와 동료들은 미국의 동맹국, 날로 신은 중국처럼 항행의 자유를 방해하는 국가에 정확히 대응되기 때문.
물론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 해석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바닷길의 중요성은 미국만의 가치가 아니며, 바다를 통한 소통과 교류는 역사를 발전시키는 핵심 원동력이었으니까. 명나라가 정화의 원정 이후 돌연 바닷길을 포기한 이후 서구 열강이 중국의 국력을 추월한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따라서 바닷길을 끊어서 인간 세계를 암흑 속에 빠트리려는 날로의 존재는 인류 문명 공통의 공포이자 두려움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모아나 2>는 어디까지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디즈니는 대공황 이후부터 미국 사회가 추구하고 유지할 가치와 윤리를 충족시키는 환상 속에서 재미와 쾌감을 추구한 스튜디오였으니까. 자연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미국식 이데올로기를 은연중에 관객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맡아 왔다. 그렇기에 <모아나 2>가 보여주는 모험과 항해를 미국 중심적 시각에서 이해해도 무리는 아니다.
신화로 가린 이데올로기
다만 미국 패권에 대한 은유는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다. <모아나 2>가 전편의 미덕을 본받아 인간 영웅이라는 신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 대다수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를 조력자나 대적자로, 인간 영웅을 주인공으로 묘사하는 공통의 작법을 공유한다. 대체로 신적 존재는 아무리 강해도 여러 제약이 있다. 그렇기에 금기로부터 자유로운 인간만이 신과 인간 세계 양쪽을 넘나들면서 모험을 펼치고, 운명을 성취한다.
<모아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다'와 같은 강대한 존재도 세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 대신 모아나를 영웅으로 낙점하고, 그녀가 좌절하거나 포기하려 할 때마다 간접적으로 도울 뿐이었다. 남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숭배하는 영웅, 마우이로부터 항해술을 배우도록 난파된 모아나의 배를 그의 섬으로 이끌어주는 식이었다. 모험을 계속할지 말 지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모아나의 몫이었다.
<모아나 2>도 마찬가지다. 전편이 반신반인이 아닌 인간의 모험이라는 콘셉트를 제시했다면, 속편은 이를 구체화한다. 날로와 전투를 펼치는 클리아맥스가 대표적이다.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는 가운데, 모아나는 자신과 마우이의 역할을 바꾼다. 날로가 능력이 더 뛰어난 반신이 아니라 오직 인간만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 이는 뻔할 수 있었던 후반부를 변주시키며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이 된다.
아는 맛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안타깝게도 <모아나 2>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우선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은 전편을 답습했다. 고향 모투누이 섬에 위기가 닥치는 환영을 본 모아나. 선조들이 발견하지 못한 전설 속의 섬을 찾아내지 못하면 부족 사람들이 모투누이에서 고립된 채 고사할 것이라는 예지를 받자 그녀는 다시 한번 항해에 나선다. 이는 모투누이에 찾아온 재앙을 풀기 위해 항해를 떠난 전편과 다를 게 없다.
발단 이후의 전개도 전편과 거의 동일하다. 서로 떨어져 있던 모아나와 마우이는 항해 도중에 합류해서 다시금 한 팀을 이룬다. 최종 빌런을 마주하기 전에 한 차례 실패를 겪는 것도, 좌절한 일방을 다른 일방이 위로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도 유사하다. 단지 전편에서는 모아나가 마우이를, 속편에서는 마우이가 모아나를 일으켜 주는 게 다를 뿐이다.
물론 기시감을 옅게 만들려는 시도는 있다. 돼지 '푸아'와 닭 '헤이헤이'에 더해 모아나의 여동생 '시메아', 동료 선원 모니와 로토 등에게 적잖은 분량을 부여하고, OST에서도 로토에게 래퍼 역할을 맡기는 식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모아나와 마우이의 분량이 줄면서 도리어 그들의 캐릭터성이 평면적으로 변한다. 일례로 전설적인 길잡이의 칭호까지 받은 모아나의 내적 갈등은 스케치 수준으로 스쳐 지나간다.
귀가 허전해
마지막으로는 음악의 쾌감도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 더 이상의 검증이 불필요한 린 마누엘 미란다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그는 모아나가 항해에 나서기로 결심을 굳힐 때 부르는 노래인 'How Far I'll Go'를 작사, 작곡하면서 <모아나>의 흥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바 있었다. 엘사가 부른 'Let It Go'가 <겨울왕국>을 상징하듯이, 'How Far I'll Go' <모아나>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으니까.
린 마누엘 미란다가 제작에 불참한 <모아나 2>는 'How Far I'll Go'와 같이 뇌리에 각인될 만한 OST를 들려주지 못했다. 두 번째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Beyond'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지만, 이전 곡과 같은 임팩트를 주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물론 노래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편에서 모아나가 항해에 나서기까지 겪은 역경만큼 극적인 전개를 속편이 고안해내지 못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에 가깝다.
귀가 허전한 아쉬움을 비주얼로 만회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클라이맥스 전투 시퀀스는 확실히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모아나의 카누가 거대한 파도를 빗겨 타는 순간을 4d로 본다면 마치 서핑을 하는 듯한 쾌감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음악의 아쉬움을 온전히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클라이맥스 외의 장면에서는 특별히 놀랄 만한 장면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모아나 2>는 쿠키 영상에서 예고하는 3편을 위한 징검다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듯 싶다. 그와 동시에 과연 <모아나 2>가 징검다리 역할을 온전히 해냈는지는 끝나는 순간까지도 의문이다. 세 번째 애니메이션보다는 약 1년 반 뒤에 개봉할 <모아나> 실사 영화가 더 궁금해지니까.
Acceptable 무난함
디즈니가 디즈니한 무색무취한 속편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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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개봉 기대작.zip
안녕하세요!
벌써 2022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12월 개봉 예정인 영화 중 기대작을 중심으로
작품을 모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٩( ᐛ )و
화이트 노이즈
ⓒ 네이버 영화
SYNOPSIS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랑과 죽음, 행복의 가능성이라는 인류 보편의 수수께끼와
씨름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려 애쓰는 오늘날 미국 가정의 모습을 담은 블랙 코미디다.
CINE PICK
<화이트 노이즈>는 돈 드릴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넷플릭스 화제작 중
하나이다.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정식
개봉일은 12월 7일이고, 넷플릭스 공개일은 12월 30일이다.
더 메뉴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코스 요리를 즐기기 위해 외딴 섬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한
커플이 최고의 셰프가 완벽하게 준비한 위험한 계획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CINE PICK
할리우드 대세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와 니콜라스 홀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 더 메뉴>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으로 국내외
언론과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정식 개봉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
ⓒ 네이버 영화
SYNOPSIS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CINE PICK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켜 외화 최초로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의 속편이 13년 만에 개봉하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IMAX 3D, 돌비 시네마 등 다양한 포맷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뮤직 바이 시아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마약중독자였던 '주'가 자폐 환자 이복동생 '뮤직'과 재회한 이후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CINE PICK
<뮤직 바이 시아>는 '스노우 맨', '샹들리에', '언스토퍼블' 등 다수 히트곡을 탄생시킨
세계적인 팝스타 시아가 각본과 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에는 시아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 개성이 담긴 10곡의 OST가 삽입됐다.
지옥의 화원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 받는 세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오코가 싸움에 휘말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코믹 액션.
CINE PICK
일본의 천재 개그맨이라고 불리는 바카리즈무가 각복을 썼으며, 지난 여름에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려한 액션과 허를
찌르는 웃음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영웅
ⓒ 네이버 영화
SYNOPSIS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CINE PICK
<영웅>은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 배우를 시작으로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실력파 배우들의 가슴을 울리는 뜨거운
시너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한국 영화에서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젠틀맨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
CINE PICK
흥신소 사장이 누명을 벗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게 되는 독특한 설정과 나쁜 놈을
응징하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크레이지 컴페티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 억만장자가 80세 생일 기념으로 자신의 명성을 더 널리 알릴 불세출의 걸작 제작을
기획하고, 이에 천재 감독, 월드 스타, 연기 거장이 모여 영화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CINE PICK
해외 유수의 영화제 및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며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화제작 <크레이지 컴페티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연기파 배우들이 맡아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극에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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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영토, 그리고 사유의 영토를 넓히다
몇 년 전, 캐나다에 있을 때의 일이다. 페미니즘 모임의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What’s your pronouns?” 처음 들어보는 질문에 의미를 되물었다. 이는 자신의 젠더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묻는 질문이었고, 평생 자신을 여성으로 정의하고 살아온 나는 “She, her, hers”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오직 ‘시스 젠더 여성’으로만 정의될 수 있는 존재인가. 고민의 답은 사실 쉬웠다. 나는 생물학적 성별과 사회적 성별에 유리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을 읽고,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도 누군가를 호명하는 법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던가. 결국 나는 사변적인 논의를 나눴을 뿐이었다. 어쩌면 두꺼운 책보다 나의 대명사를 고민하는 시간이 귀중했다. 나아가 타인의 대명사를 듣고, 그가 정의하는 그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 또한 그랬다.
<장미의 행렬>은 1960년대 도쿄의 게이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작품은 호스티스 중 하나인 에디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인기의 정점에 오른 에디는 바의 마담인 레다와 권력 다툼을 벌인다. 그들의 권력 다툼은 단순히 바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명의 남자를 두고 벌이는 치정극 또한 이 작품의 핵심 중 하나다.
두 명의 주인공은 겉보기에는 ‘여성’으로 패싱되는 인물들이나, 그들은 자신을 ‘게이 보이’라고 호명한다. ‘게이’도 ‘드랙 퀸’도 ‘트렌스 젠더’도 아닌 ‘게이 보이’. 그들의 호칭은 다른 어떤 단어로도 대체되지 못한다. 분명한 자기 긍정이 느껴지는 말들에 이 작품은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느꼈다. 사회의 주변부에 속함에도, 자신을 긍정하는 인물들의 삶이 마냥 비극적일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다름을 증명하는 장면은 에디의 샤워 씬이었다. 자신의 미에 도취된 에디. 그에게는 어떤 고뇌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탐닉한다. 시대적 배경에 기반하여 퀴어인 주인공들의 삶이 그저 비극적일 것이라고 여겼고, 작품의 서사가 그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유추한 것은 나의 상상력의 빈곤에 불과했다. 여느 이의 인생이 그렇듯, ’게이 보이‘들의 삶에도 희비극이 녹아있었다.
이 작품이 희극을 묘사하는 방식은 특기할만하다. ‘게이 보이’들은 자기 자신으로서 ‘시스 젠더 헤테로 여성’들과 경쟁한다. 그것은 만화적인 방식을 빌려 구현되며 웃음을 자아낸다. 나아가 다큐멘터리적 방법을 차용하여 배우들을 비롯한 다양한 ‘게이 보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방법론도 인상적이었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실험 영화의 경계를 오가며 ’게이 보이‘들의 삶은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씨네21의 송경원 편집장은 전위 영화를 영화의 영토를 넓히는 가장 적극적인 표현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다양한 형식을 오가며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 없이 오가는 이 작품은 전위 영화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단순히 형식의 놀이에 치중된 ‘전위 영화’는 아니다. 타인을 어떻게 ’호명‘할 수 있을 것인가. 작품에 있어 타인에 대한 ’존중‘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감독은 정답이 아닌 성실한 고민을 담아냈다.
과거 나와 당신을 호명하는 방식을 고민했던 순간을 넘어 이 작품을 만났다. 어쩌면 이 작품의 존재 가치는 단순히 영화의 영토를 넓힌 것만은 아닐지 모른다. 더 험난한 과거를 살아냈을 당신들이 투쟁 속에 만들어낸 작품에 빚을 지고, 나의 세계의 영토는 조금이나마 넓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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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영화’는 ‘나쁜 영화’인가?
5★/10★
솔직하게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을 맡은 영화 〈분노의 추격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뻔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별거와 이혼 위기를 겪는 부부가 아내의 고향집으로 향하던 중 아내가 사라졌다. 어떻게든 아내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은 남편은 다급한 마음에 경찰에 연락하지만 베테랑 수사관은 남편을 첫 번째 용의선상에 올린다. 아내에게도, 남편에게도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는 듯 보이고 범죄 조직이 개입한 듯한 정황도 나온다. 남편과 경찰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진실을 좇고, 꽁꽁 감춰진 거대한 비밀은 영화가 끝날 때쯤 빗장 풀린 듯 쏟아져 모든 갈등을 해소한다.
사실 이런 유의 영화는 적당한 재미와 긴장을 선사하지만 전혀 새롭지는 않다. 〈300〉, 〈런던 해즈 폴른〉 〈지오스톰〉, 〈앤젤 해즈 폴른〉 등 극장에서든 영화 채널에서든 제라드 버틀러가 출연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새로움, 전위성 등 예술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을 때, 이 영화는 분명 낙제점이다.
그러나 새로움과 전위성만이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익숙한 쾌락’이 더 끌릴 때가 있는 법이다. 만약 내가 이 영화를 돈을 내고 극장에서 봤다면 솔직히 짜증이 났을 것이다. TV와 OTT에서 얼마든지 대체재를 찾을 수 있는데 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금요일 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맥주 한 잔 마시며 TV나 OTT에서 이 영화를 봤다면 꽤 만족했을 것이다. 새로움, 전위성을 가진 영화는 영화의 메시지와 기법을 직접 느끼고 소화하는 데 정신적‧신체적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익숙한 쾌감’을 제공하는 영화는 아무리 지친 상태라도 편안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평론가들이 이런 유의 영화에 박한 것도, 관객들이 평론가들을 욕하며 영화와 자신의 감상 경험을 옹호하는 불만에도 모두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이들은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를 뿐이다. 영화를 보는 단 하나의 기준 따위는 없다.
〈분노의 추격자〉는 모든 장면이 익숙하다. 하지만 이 말은 〈분노의 추격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능숙히 활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듦새도 매끄럽다. 즉 ‘익숙하고 편안한 쾌감’을 원하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제라드 버틀러의 필모그래피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대체로 액션이나 스펙터클에 치중한 그의 전작과는 달리 이 영화는 심리 스릴러적인 요소가 제법 강하다(그렇다고 액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아끼는 관객이라면 〈분노의 추격자〉 역시 충분히 ‘새로울’ 것이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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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평식 평론가가 최고점을 준 영화들 8선
5100여 편의 영화 중 최고점을 준 영화는 단 11편!
별점 5개(10점)는 아예 없고 별점 4개 반(9점)이 최고점인
박평식 영화 평론가는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5100편의
평론을 이어오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계신데요.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매긴 영화와 평론 같이 함께 감상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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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신제한 / HARD HIT, 2021
블로그에는 1년 전에 어떤 글을 올렸는지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서, 느끼는 건 작년보다 극장에 볼게 그래도 많아졌다는 것이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영화 <발신제한>은 2달 만에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간 국내 영화라는 점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들려오는 평가나 네이버 평점이 이와 다르게 반대로 흘러가니 뭔가 싶었습니다.
이런 양가감정을 품고서 보고 온 <발신제한>은 앞서 말한 들려오는 평가나 네이버 평점에 이해를 못 하면서도 이해를 갔는데요.
'과연, 어땠길래?' - 영화 <발신제한>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들이 보채는 바람에 일어난 "성규"는 그날 아침 중요한 계약에 차질이 생길 전화를 받게 됩니다.
이에 일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려는 가운데 자동차에 모르는 전화기에 벨 소리가 울립니다.
전화를 받자 "좌석에 폭탄이 있다"라는 말과 함께 똑같은 전화를 받은 직장 동료의 차가 폭발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이 충격으로 아들의 다리가 피가 흐르고, "성규"는 협박범의 요구에 맞게 돈을 준비하지만 뜻하지 않게 경찰들의 추격까지 받게 되는데...
눈물은 스팸으로 걸어두었겠죠?
1. 간단한 메커니즘에서 뿜어내는 강속구
야구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야구'라는 게임에서 '투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를 빼앗는 방법에는 투구 동작을 빨리 가져가거나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제구력과 수싸움, 그리고 방망이를 돌리기도 전에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가는 빠른 공이 있습니다.
투구 동작이나 제구력과 수싸움은 웬만한 프로들도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익힐 수 있는 것이라면, 빠른 공은 재능으로 배워도 배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발신제한>의 초반 30분은 간단한데도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안겨줍니다.
놀란보다 놀라운 초반부
이야기 구조가 복잡한 "크리스토퍼 놀란"과 비교하자면, 비약인가 싶겠지만 영화 <발신제한>의 초반부는 이 말을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좌석에 폭탄만 있을 뿐인데, 여기에 카체이싱까지 간단한 구조임에도 관객들에게 간단하지 않는 이야기로 세뇌시키고 혼을 쏙 빼놓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과다출혈"이나 "경찰"의 행정 혹은 대응에 있어 맞지 않는 개연성도 존재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관객들을 정신없이 몰아친 <발신제한>은 잠시 영화의 템포를 늦춥니다.2. 스스로 위력을 줄인다.
앞서, 야구를 빗대어 말했는데 저렇게 번번이 공을 칠 수 없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1~9번까지 타자들의 순서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2번째 타석에서는 그 느낌이 달라집니다.
적어도, 이전 타석에서 하지 않았던 것을 복기하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 눈으로 향하던 공에도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을 테니까요.
이에 당황한 투수는 억지로 공의 스피드를 억지로 줄여 제구력을 택하고 당장의 제구력은 잡힐 겁니다.
하지만, 공의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영화 <발신제한>도 빨랐던 템포를 줄여 이야기를 쌓으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과다출혈"이나 "경찰"의 행정 혹은 대응에 있어 맞지 않는 개연성을 관객들의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는 실수가 됩니다.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이에 관객들은 <발신제한>에게 이런 문제에 초래한 것에 늦춰진 템포에 지적하겠지만 큰 문제는 쌓이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발신제한>은 이야기에 있어 문제들이 이미 지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 이유에는 영화가 캐릭터들을 비추는 시점을 과하게 '클로즈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상황을 보는 것보다 캐릭터들의 얼굴을 먼저, 보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정리하기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에 같이 휘몰아치기에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죠.
그러다가, 템포도 늦춰지고 카메라도 멀어지니 안 보였던 문제들도 점점 떠오르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제구도 공을 100%로 던지다는 전제로 강력한 것인데, 스스로 위력을 줄이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3. 때론 깜짝 등장도 필요하다.
그리고 투수에게 있어 "퀵모션", 흔히 주자에게 "도루"를 내어주지 않는 단축 동작은 또 하나의 문제를 안겨줍니다.
조금만 늦거나 느린 변화구를 던지면 주자는 뛸 테니 이를 내어주지 않으려면 던지는 모션을 빠르게 하거나 생략을 하는데요.
하지만 평소에 공을 놓는 위치나 동작들이 달라지면서 공의 위력은 또 달라지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 <발신제한>에서 "지창욱"분이 맡은 "진우"의 등장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영화에서 내내 모습을 감췄던 그가 포스터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마케팅과 영화적 재미는 공존할 수 없는가?
앞서 호평받은 초반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들의 "클로즈업"이 관객들의 감정까지 휘몰아치게 만들었는데, 그 시작에는 그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마치, "플레이볼"을 외쳐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 같은 존재로 그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발신제한>의 상황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을 텐데 이미 포스터에서 누가 맡는다고 나왔으니 맥이 빠지니 역전할 수 있는 게임을 일찍 감치 포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4. 마지막은 너무 사족이다. 그치!
이에 다음 투수가 공을 이어받지만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점수는 타자들의 방망이에서 나오니까요.
앞서 영화의 문제들을 가려주었던 "클로즈업"은 "플래시백"과 함께 과한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신파로 소비되고 맙니다.
극 중 "진우"가 "성규"에게 "늘 상관없는 사람들이 다치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단순한 악만을 표현해도 좋았을 텐데, "플래시백"은 앞선 대사와는 영화를 다르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똑같다는 건가요?
결국, "플래시백"은 "신파"도 있겠지만 이들을 동일시하게 만들고 논리적으로 '누가 더 나쁜지?'에 대한 인지부조화도 생깁니다.
관객들에게 앞선 대사와는 다른 영화의 인상도 만들었지만, 후반부 장면에 맞게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런 말도 안 할 겁니다.
영화의 엔딩은 이를 깔끔하게 정리도 못하니 관객들로서는 혼란스러움만 가중되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이 일을 더 심각하게 만든 극 중 경찰의 대응도 아쉽습니다.
너무 멍청하게 표현한 거 같은데, 등본만 띠어도 가족관계, 다 확인되고 사진도 나올 텐데 그걸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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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자들을 위한 소네트
반 년전, 왕따 당하는 삶에서 자신과 기꺼이 친구가 되어준 개, 루를 그리워하는 조숙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어느 날 루와 산책을 하다 빈 공터를 만나게 된다. 그 공터에서 루와 쌓은 추억으로 가득하기에 루의 죽음 이후에도 사야카는 꾸준히 그 공터에서 멍하니 앉아있다. 루가 다시 와주길 기다리면서.
그렇게 상념에 젖어있던 어느 날, 사야카는 아들을 오래 전에 잃은 후세 할아버지와 친해진다. 소중한 존재를 잃어본 공통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공유하며, 그들은 세대를 거스른 베스트 프렌드가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죽은 아들을 그리워한 할아버지와 많은 추억을 쌓은 개를 그리워하는 초등학생 소녀의 짧은 우정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면, 영화관에 방문해 볼 것.
1. 반칙이 난무한 등장인물
내가 아는 지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영화를 만들 때, 반칙했다고 평가받는 부분 게 뭔지 알아요? 아이와 개를 등장시키는 거예요. 웬만하면, 아이와 개는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거든요."
영화 내용이 루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야카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반칙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 반칙 덕분에 사야카와 루의 관계성을 보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뭔가 세상에 믿을 만한 있을 지도 모른다고 밑도 끝도 없는 믿음을 갖게 한다. 진짜 사야카 본체와 사야카의 대사들이 너무 귀엽다.
"후세 상도 기다리고 있는 게 있나요?"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하거나 "소중한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라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주장할 때는, 애늙은이 같다가도 엄마, 아빠가 어디 갔다 왔냐는 질문에 (후세씨와) 데이트를 하고 왔다는 발칙한 답변을 하는 사야카의 모습이 어른인 척 하는 아이 같아서 귀여움이 배가 되었다.
그리고 사야카가 말을 걸 때마다 루 역할을 한 개는 표정으로 참 많은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어디서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개를 찾아왔는지 영화를 보면서 그 점이 신기했다. 개도 연기 연습을 시키는 건가 싶을 정도로.
2. 독특한 카메라워크에서 느낄 수 있는 관찰자적 시선
카메라워크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이 몇 군데 있었다. 비단 비행기가 지나가는 장면을 간단하게 찍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아래에다 배치함으로써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사야카의 뒷모습을 찍어 관객인 우리가 관찰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게 하였다. 또한, 사야카와 루가 벽으로 가로막힌 새로운 초원에 진입하기 전에 개구멍을 통과할 때, 개구멍 옆에 있는 공간에다 카메라를 넣어놓아 사야카가 불평을 하며, 개구멍을 힘겹게 들어가는 과정을 우리가 관찰하듯이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하게 찍어냈네 생각했던 점이었다. 사야카와 루가 행복하게 놀던 시간을 위에서 관망하듯이 찍어놓은 것도 관객들이 사야카를 관찰하듯이 바라보기를 감독이 바랐던 것이 아닐까 하는 뇌피셜도 해본다.
사야카의 소중한 존재를 잃은 상실감을 그저 관망하듯이 바라보게 한 이유에 대해서 뇌피셜을 해본다면,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에 신도 우리를 그저 관망하면서 잃어버린 존재를 그리워하며, 고통에 잠겨 있는 우리들을 그저 응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이 신이 전지전능하기에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지만 정작 신은 우리를 관찰하며, 우리가 알아서 극복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했다. 써놓고 보니, 그저 망상같긴 하지만 말이다.
3. 만남과 헤어짐의 장소, 기차역
어린이 사야카에게 기차역이라는 공간은 많은 의미를 담은 곳일 것이다. 애정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거나 다시 만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인 만큼 사야카와 후세 할아버지는 그 곳에서 자신의 그리움이 투영된 존재들을 만난다. 그렇게 영영 돌아오지 못할 머나먼 길을 간 사람들을 다시 만난 사야카의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기차역이란 결국 몸은 멀리 떠나갔지만 주변인들의 기억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해 저승을 가지 못한 령들이 살아있는 이들의 기억으로 인해 매여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사야카가 후세 할아버지와 갔던 여행에서 루 뿐만 아니라 후세 할아버지의 오래전 죽은 아들까지 보였던 것을 보면, 후세 할아버지도 오래 전에 아들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해 그 아들의 혼이 기차역에서 머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결국 기차역은 죽은 이들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해 마음 편히 떠날 수 없었던 혼령들이 집합한 곳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야카가 후세 할아버지의 아들과 루를 모두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차역은 사람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지만 떠나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사야카가 루를 놓아주지 못하고, 후세 할아버지 또한, 아들을 놓아주지 못한 결과로 사야카와 후세 할아버지 모두 여행의 목적을 이뤄냈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최종 결정을 해야할 날이 올것이다. 헤어짐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하는 날, 그 날 말이다.
총평
영화가 전체적으로 루즈한 면이 없지 않지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고 느꼈다.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산자의 시간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많은 것을 공유하던 내 사람이 없어진 세상은 이처럼 공허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공허함을 떨쳐내려면, 내 마음 속의 기차역에서 그들을 언젠가는 보내주어야 산 자가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남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마치 죽은 자를 실컷 그리워하다가 언젠가는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말이다. 일본 영화만의 감성을 좋아하시거나 잔잔한 분위기에서 훈훈한 메시지를 가진 영화 보고 싶은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이 훈훈하다고만 하기에는 중심이 되는 메시지가 죽음을 다루고 있는 만큼 킬링 타임으로 가볍게 보고 지나갈 정도의 훈훈함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다.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 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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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기에 있다 - 좋은 재료로 끓인 라면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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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4월 12일 개봉하는 작품
[나는 여기에 있다]의 개봉전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과거, 살인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칼에 폐를 찔린 후 장기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사 ‘선두’(조한선)
수사 일선에 복귀한 그는 연쇄 살인범 ‘규종’(정진운)을 쫓던 중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아승’(노수산나)을 통해
‘규종’이 자신과 같은 공여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것은 물론,
공여자가 과거 자신이 검거했던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피 끓는 형사 VS 폭주하는 살인자
지독한 운명에 얽힌 두 남자의 극한 추격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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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자단의 마지막 여정 엽문4 :더 파이널 [영화리뷰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4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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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메인 예고편
<캐리비안의 해적> 디즈니 제작! 이번엔 아마존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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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송> 티저 예고편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