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11 14:01:10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청설> 가을에 불어온 로맨스 돌풍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청설>이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베놈: 라스트 댄스>를 밀어내고 누적 관객 수 23만 명을 돌파하며 주말 관객 수 1위에 등극하였습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이 약 120만 명이기에 앞으로의 추이가 중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이 가볍게 보러 오기 좋은 영화인만큼 금주 성적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편, <베놈: 라스트 댄스>가 주말 관객 수 16만 명,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으로 2위를, <아마존 활명수>가 주말 관객 수 7만 명, 누적 관객 수 52만 명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에서는 누적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베놈: 라스트 댄스>가 여전히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위를 차지한 <The Best Christmas Pageant Ever>는 바바라 로빈슨의 1972년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장난꾸러기 여섯 형제가 교회에 몰래 들어갔다가 마을의 연례 크리스마스 연극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코미디 배우 피트 홈즈와 앤트맨 출연진 주디 그리어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아트하우스 영화의 명가 A24가 제작하고 휴 그랜트가 출연하는 스릴러 공포영화 <Heretic>이 3위에 올랐습니다. <Heretic>은 잘못된 문을 두드려 사악한 미스터 리드(휴 그랜트)와 마주하게 된 두 젊은 선교사들이 그와의 치명적인 생존 게임에 휘말리며 신앙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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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승리호>
캐릭터 분석, 작품 분석에(리뷰 전체적으로)
영화 <승리호>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1. 귀차니즘 4점: 로봇이 이래도 돼?
2. 자본주의 5점: 자본주의 패치 1000%
3. 미적 감각 1점: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4. 안전욕구 4점: 누구보다빠르게 남들과는다르게
5. 꿈 5점: 모든 불편함을 견디는 원동력
귀차니즘, 로봇이 이래도 돼?
업동이는 첫 등장부터 무기력한 대사, 어슬렁거리는 동작과 함께 등장한다.
전직 전투로봇이라고 하는데, "오늘 정말 일하기 싫다", "귀찮아"라는 말을 상습적으로 한다.
자본주의, 자본주의 패치 1000%
팀원들의 자금, 주로 부채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계산해서 알려준다. 팀 작업을 계획할 때, 아주 확실한 자기주장을 해서 자기 몫을 적극적으로 쟁취한다.
게다가, 도끼와 전기총까지 꺼내놓고 진행되는 동료들과의 카드게임에서도 한몫 단단히 챙기기 위해 타짜 기술을 쓰기까지 한다.
미적 감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도로시 얼굴에 업동이가 해준 화장을 보면 미적 감각이 끔찍스럽게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숙원사업이자 꿈이던 목표를 이룰 때는 '그 디자인'을 자신이 고른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이 옷을 고를 때 '저 마네킹에 입힌 옷 싹 다 주세요'하듯이, "머리에서 발 끝까지 이렇게 해주세요"하고 결정하지 않았을까?
안전욕구, 누구보다빠르게 남들과는다르게
위험해 보이면 동료 중 누구보다도 안전한 방법으로 가장 먼저 몸을 피한다. 도로시가 폭파할 것이라고 생각해 몸을 피할 때, 인간 동료들은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는 데 그쳤지만, 업동이는 제 방까지 달려가 문 뒤로 몸을 숨겼다.
또한, 위험한 일에 자신을 찾으면 "왜 또 나야"하며 나서고 싶지 않다고 어필하기도 한다.
꿈, 모든 불편함을 견디는 원동력
위험한 게 싫고, 귀찮은 것도 참 싫은 로봇.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외모 개조 및 피부 이식이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을 위해 착실하게 돈을 모은다.
모험 이야기의 매력: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승리호 조종사 태호이다.
어리버리한 청년으로만 보이지만, 후회로 가득한 과거를 반성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관객의 흥미를 끈다. 하지만, 이 주인공만큼이나 매력적인 동료들이 등장한다.가냘퍼보이지만예리한 관찰력과 판단력, 카리스마를 겸비한 장선장.
험악한 인상을 가졌지만, 귀엽고 불쌍한 존재에게 누구보다 약해지는 박씨.
로봇 탈을쓴 사람같은 업동이.
여기에 반동인물인 설리반도 온화한 첫인상과 달리 잔혹한 성미를 드러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하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 영화 내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충분한 배경 설명, 부족한 인물 소개
승리호의 러닝타임은 총 2시간 16분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사건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다루기에는 부족했다.폐허가 된 지구, 우주로의 진출이라는 배경은 설리반의 기자회견이라는 상황과 수려한 특수효과로 충분히 설명되었다.
하지만, 인물들간 관계와 각 인물들이 주요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 사건 등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것은 "업동이는 어떻게 전투로봇에 어울리지 않는 인격을 지니게 되었을까?", "설리반은 무슨 병을 앓기에 지킬과 하이드의 상태를 오가는 것일까?"
인격을 지닌 로봇과 공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중 <또봇>이라는 작품 시리즈가 있다.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인공지능 로봇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갖가지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 에피소드에서 섬찟한 주제를 다뤘다. 또봇들이 질투로 인해서 파트너들의 말을 듣지 않고 떠나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버프를 받아 다시 돌아와 화해하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또,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는 외형조차 인간과 꼭 닮은 안드로이드들이 '신인류'임을 자처한다.
처음엔 소수의 안드로이드만이 인간의 명령을 거슬러 자의로 움직이지만, 점점 많은 개체들이 인간과 동등한 권리보장을 요구하며 파업, 시위 또는 테러를 벌인다.인류만 놓고 보더라도 분쟁이 끊이지 않고, 동식물과의 갈등은 환경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인간보다 튼튼하고, 지식도 더 많이 축적된 존재들이 합류한다면?우리는 그런 존재와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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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영화 <마음의 고향>은 시대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주제로 한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식의 간절함,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주인공 도성은 동승으로 등장하고, 그렇기에 작품에서 불교 소재와 설정 등을 많이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살생은 단순히 금기시되는 불교적 소재로서 등장하기보다 도성의 마음을 투영하기도, 좌절시키기도 하며 소재로서 나타난다. 이는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좀 더 입체감 있게 영화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한다. 가령, 어머니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어머니에게 줄 털 부채를 만들고자 새를 잡으려는 도성의 모습은 그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살생을 발각됨으로써 결국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좌절시키는 역할을 하며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의 고향>이 좋았던 이유는 인위적인 방식이 없어도 인물들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아무리 열연해도 관객들이 캐릭터의 감정에 공감이 안 가는 영화들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래전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인물에게 공감하고,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가 많다. 구체적으로, 초반부에서 도성이 나무에 자신의 키를 재며 어머니를 기다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후반부에서 다시 이 장면을 반복하는 연출은 도성의 간절함을 더욱 강조하며 관객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또한, 어머니에게 털 부채를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아이의 순수함, 어머니 이야기만 하면 귀가 쫑긋하는 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를 버리고 떠났으나 잘못을 반성하고 자식을 보고싶어 하는 어머니의 눈물 등 세밀한 표현들이 인물의 감정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렇기에 약 1시간 분량의 짧은 영화이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가 빠져들어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 영화는 해방 후 제작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나 시대적 배경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가족 간의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영원하고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물론, 도성이 억압받던 절을 떠나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장면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시대의 반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에 몰입하여 영화를 쭉 따라온 나로서는 도성이 절을 떠나는 장면 역시 어머니에 대한 순수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며 절을 떠나면서 웃던 도성의 모습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영화의 소재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사람들의 관심 역시 그렇다. 그러나, 어머니를 향하는 자식의 절실한 그리움은 그 어느 시대라고 하여도 우리의 마음을 깊이 후벼팔 수밖에 없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 아이를 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 아이를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고자 하는 아씨 등 우리가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은 그러한 영화의 의미를 더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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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 정말 많은 분들이 긴장하고 있을텐데 모두 잘 해낼 수 있을겁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씽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때 잘 나갔던 문 극장의 주인 코알라 버스터 문은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개최한다.
우승 상금 10만 달러를 얻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동물들은 꿈을 펼치기 위해 무대에 선다.
cine pick!
영화 <씽>은 꿈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안에 숨겨져 있던 열정을 끄집어내준다. 게다가 추억의 올드팝부터 최신 유행 팝송까지 귀까지
사로잡았다.
세 얼간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도 명문대에 입학한 란초는 성적과 취업만 강요하는 학교에 대항하기 시작한다.
그의 친구 파르한, 라주는 란초와 함께 자신의 꿈을 찾기 시작한다.
cine pick!
무한경쟁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며 진정한 교육과 배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영화이다. 진정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걷기왕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심한 멀미로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없어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 다니는 만복.
그 놀라운 통학시간에 감탄한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만복은 경보를 시작하게 된다.
cine pick!
무한 경쟁 사회를 향한 유쾌한 비판을 하는 영화로 꿈이 없어도 괜찮고, 적당히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모든 이들의 꿈을 향한 고민과 느린 발걸음까지 응원하는 영화이다.
킹콩을 들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개성도 외모도 제각각 이지만 끈기와 힘만은 세계 최강인 순수한 시골소녀들의 열정에 감동한
이지봉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합숙소를 만들고, 본격 훈련에 돌입한다.
맨땅에서 대나무 봉으로 시작한 그들은 이지봉의 노력에 힘입어 어느새 역기 하나쯤은 가뿐히
들어올리는 역도선수로 커나가고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게 되는데….
cine pick!
‘자신의 삶의 무게’를 깨치고 ‘아름다운 역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역도를 통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대사가 메인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동메달을 땄다고 해서 인생이 동메달이 되진 않아.
금메달을 땄다고 인생이 금메달이 되는 것도 아니야. 매 순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금메달이야."
플로렌스
ⓒ 네이버 영화
synopsis
노래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음치인 줄 모르는 플로렌스. 공연 때마다 악평을 막느라
바쁜 남편 베이필드, 맞춤 연주자 맥문과 함께하던 그녀는 오직 자신감 하나로
세계 최고의 무대인 카네기홀 공연을 선언한다.
cine pick!
잘 하는 것보다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플로렌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이러한 그녀의 믿음과 그녀의 열정적인 인생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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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우리처럼 되고 싶어 해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스쳐 지나가면서라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앤디에게 공감하며 영화에 집중하며 봤거나 앞으로 보게 될 것이다.
앤디는 나와 조금 다르면서 비슷했다.
회사에 애정은 없지만, 이 회사의 경력은 필요해
앤디는 가고 싶었던 뉴욕 매거진의 기자로 가고 싶어서 아무런 애정도 관심도 없는 회사에 지원한다. 그동안의 지원자들과는 다른 스펙과 태도에 미란다는 모험을 결심하며 앤디를 비서로 채용한다. 앤드리아는 입사하고 나서도 그 유명한 미란다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고, 패션에는 관심 없다는 태도로 그저 1년만 버텨야야겠다는 생각하던 비서였다.
그렇지만 타고난 성실함과 책임감 + 미란다의 독설에 자극을 받아 일들을 척척해내기 시작한다. 또 미란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평소 입지 않는 옷과 치장을 하며 촌스러운 앤디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점점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앤디는 많이 변해갔다. 그렇게 미란다에게 무한한 신뢰를 받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의 첫 회사는 내가 꽤나 가고 싶었던 회사였다. 아마 많은 학생들이 즐겨 찾는 놀이터 같은 곳이었고, 나 또한 교보문고로 책을 보러 갔지만 결국에는 문구류나 귀여운 캐릭터 상품들을 보러 홀려들러가던 곳.
나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정작 내가 많이 사는 건 문구류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우연히 가고 싶던 직무의 인턴 공고를 보게 되어 지원하였다. 면접을 봤던 팀장님은 친절하기도 했지만, 무섭기도 한 분이었다. 면접을 잘 본건 아닌 거 같은데 좋게 봐주셨는지 교보문고의 기프트 파트 온라인 팀에서 MD인턴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입사 후에도 나를 꽤나 좋아해 주셨고, 잘 챙겨주셨다.
너무 좋아하는 동네(파주 출판단지)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나는 열정이 넘쳤다.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하는 편이었고, 팀 냉장고 치우기 같은 것은 일고 곧 잘 나서서 하곤 했다. 모르는 일은 친절한 선배님들이 대부분 잘 알려주셨었다.
다만 좋아하지 않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잘하지 못했다. 정말 일만 잘하고 싶어 하는 직원이었달까. 그러다 보니 인턴에게 경계심을 느끼는 선배도 있었고, 팀장님에게 잘 못 보이게 수를 쓰는 선배도 있었다. 결국 나에게는 미란다처럼 나를 계속해서 일하게 만들거나 존경할만한 사람이 없었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결국 떠나오게 되었다. 아마 당시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난 아마 지금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수도. 아님 결국엔 지금의 삶을 찾아왔을 것 같기도 하다.
든든한 조력자들
나이젤은 주변에 있음 너무 좋은 이상적인 선배 아니던가. T와 F의 중간으로 현실적인 조언과 적당한 조언을 주니까. 현생에서 이렇게 챙겨주는 선배가 어디 있겠나 싶지만 어쨌든 앤디가 미란다의 신뢰를 얻게 된 것에 나이젤이 큰 몫했다는 것!
그렇지만 회사는 나이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느끼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개개인의 노고를 모두 알아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할 뿐.
나 또한 첫 회사에는 생각보다 조력자가 꽤 많았다. 인턴 버프였을까. 뭐만 해도 잘했다 그러고, 챙겨주는 분들이 꽤 많았다. 다만 나에겐 이 회사나 일에 대한 간절함이나 독기가 크지 않았고, 조력자들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다른 세계들이 너무 궁금했다.
이 부분은 좀 아쉽지만 그냥 그게 나라고 받아들였다. 반면 앤디는 아주 똑똑하게 나이젤의 능력을 잘 활용하고, 본인이 그 능력들을 쏙쏙 흡수해 버렸다. 다만 그 방향은 회사가 원하던 건 맞았지만, 앤디가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다.
사실 회사원이라면 대표가 아니고서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갈 수 있겠는가. 우린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받치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기에 뚜렷해진 '나'의 방향성
출처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앤디는 낮밤 가리지 않고 미란다의 전화를 받고, 회사 일 뿐만 아니라 미란다의 개인적인 일까지 해주면서 신뢰를 얻는다. 결국엔 퍼스트 비서인 에밀리를 대신해 가장 큰 행사인 파리 런웨이를 미란다와 함께 가게 된다. 남자친구와 친구도 잃을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일에 집중했고, 그만큼 빠르게 미란다의 독보적인 신뢰를 얻게 되었다. 덕분에 평소라면 나누지 못할 대화도 파리의 행사를 가는 길에 나눌 수 있었다. 그 대화 덕분에 미란다와의 연은 끝났지만, 그녀는 앤디의 선택을 존중한다.
이 영화의 대부분이 좋았지만 미란다와 앤디 모두 각자의 길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영화가 끝나는 것이 제일 좋았다.미란다가 너무 좋아서 웃은 건 5년 전 톰포드 때가 유일했는데, 떠난 앤디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고 웃는 미란다의 모습. 서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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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그래 이게 바로 애니메이션의 매력이지
1. Information
1) 초쿠제과점 Chokoo Bakery
Korea | 2022 | 4min | G
Director
안윤주 An Yun-ju
Synopsis
요리를 못하는 인간 초초와 요리를 잘하는 너구리 쿠쿠가 만나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나 쿠쿠가 아프게 되면서 초초와 쿠쿠는 서로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사용하기로 한다.
2) 책벌레 A Bookworm
Korea | 2022 | 4min | G
Director
전다혜 JEON Da-hye
Synopsis
따분한 건 죽어도 싫은 정신 사나운 아이에게 학구열이 높은 어머니는 도서실에 있는 커다란 책을 쥐어 주는데... 그 책 안에서 신비한 일이 일어난다.
3) 언니가 된다는 것 To Be Sisters
France | 2023 | 7min | G
Director
앤-소피 구세 Anne-Sophie GOUSSET, 클레망 세아르 Clément CÉARD
Synopsis
자매가 된다는 것은 특별한 정을 나누고 함께 웃는다는 것이며, 사랑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특별한 자매는 그것보다 더 많은, 조금은 다른 무언가를 공유한다.
4) 거미요정 엘라 Spin & Ella
Belgium | 2022 | 7min | G
Director
안 브롬보 An VROMBAUT
Synopsis
엘라와 절친 거미는 상상력을 활용해서 거미줄로 함께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항상 쉬운 건 아니다.
5) 작은 바다 Pond
Switzerland | 2023 | 9min | G
Director
레나 폰 되렌 Lena VON DÖHREN, 에바 루스트 Eva RUST
Synopsis
갈매기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작은 청어 한 마리가 웅덩이에 고립된다. 탈출할 길을 필사적으로 찾는 동안 청어는 다양한 바다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새 친구들과 함께 갈매기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
2. Review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는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들을 비롯한 어린아이들이 편하게 영화를 관람하고 즐길 수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야외 상영으로 영화 속 ost를 함께 부르고 즐기는 ‘영화마루’ 뿐만 아니라 작품 선정도 이해하기 쉬운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는데 그중 단연코 눈에 띄는 것은 도담도담극장이다. 도담도담극장은 어린이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어린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에피소드와 비언어적 표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장편과 단편 프로그램 중 단편 애니메이션 5편을 연달아 상영한 상영작을 보고 왔다.
비언어적 표현이 주는 미학
도담도담극장-딘편의 타켓층 자체가 ‘아이’이기 때문에 긴 내용과 스토리의 기승전결보다는 움직임을 표현한 소리, 화면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 등 감각적인 표현에 집중한 작품들이 기획되었다. 사실 자막이나 더빙 등 대사가 있는 일반 실사영화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이런 전개가 어색하긴 했다. 무성영화가 아닌 유성영화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처음에는 이러한 연출이 지루하게 느껴질까 걱정했는데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영화가 상영된 곳이 영화관이 아닌 ‘은평문화예술회관’이라는 공연장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영화관이 주는 암막 효과와 폐쇄적인 분위기가 덜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단체관람을 많이 왔는데 영화가 무성영화에 효과음만 추가한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어있어서 아이들이 영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분위기였다. 나 또한 편하게 즐길 수 있었는데 애니메이션의 소재가 비언어적 표현으로 짜임새나 전개를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소재였다.
초쿠제과점의 경우 단순히 요리를 못하는 인간 초초와 요리를 잘하는 너구리 쿠쿠가 만나 제과점을 운영한다는 전개였으면 다소 지루하고 대사 없이는 짧은 영화 속에 내용을 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초초는 아픈 쿠쿠를 위해 제과점을 차리기위해 모아두었던 돈을, 쿠쿠는 제과점을 차릴 돈을 마련하기위해 자신이 아끼던 꼬리털을 스토리의 핵심 매개체로 이용하면서 ‘각자가 가장 아끼는 것을 서로를 위해 사용한다.’라는 주제 의식을 초단편 애니메이션인데도 보여주었다.
반면에 오히려 비언어적 표현의 전개가 반전을 선사하는 부분도 있었다. 언니가 된다는 것에서 언니와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투닥 거리며 자란다. 그러다가 언니가 컸을 때 동생은 하체가 불편한 채 태어났고 그랬기에 항상 무언가를 ‘타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후반에 해당 장면을 보고 앞 장면으로 돌이켜보니 언니는 동생을 집안에서는 모형 자동차를, 해변에서는 튜브를 태웠던 게 떠올랐다. 대사 없이 진행됐기에 이런 반전이 더욱 크게 다가왔고 감독과 관객 모두에게 자칫 까다로울 수 있는 소재를 따듯한 시선에서 부담 없이 온전히 영화로만 즐길 수가 있었다.
작은 디테일이 버무러진 상상력의 향연
이런 소제목을 붙인 건 책벌레라는 작품이 기인하는 바가 크다. 책벌레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책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과 오래된 책의 종이를 조금씩 갉아 먹는 벌레류. 근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책벌레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했다고 보는데 영화속 책벌레 책에 쓰여진 글자를 먹는다. 주인공은 그런 책벌레를 쳐다보다 책벌레가 안내하는 신기한 나라로 휩쓸려가는데 그곳은 책을 갉아 먹는 곤충들이라기보다는 책을 사랑하는 벌레들이 글자를 소중히 나르고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다. 책을 싫어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주인공이지만 그런 책벌레들의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영화는 마무리를 짓는다. 바로 이런 작은 설정들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보는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타났다고 보았다.
책을 싫어하거나 영상물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 작품을 보여줬을 때 ‘아 책이 이런 환상적인 세계로 안내하는구나!’라고 책에 대한 긍정적인 감상을 느낄 수 있게 작품이 제작되어 교훈적인 의미도 알차게 담겨있었다. 상상력과 내용, 교훈 모두 놓치지 않고 잘 담아냈다는 점이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본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2023년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롯데시네마 은평, 은평문화예술회관, 은평한옥마을 등에서 진행됩니다.
*본 포스팅은 영화 전문 웹매거진 〈씨네랩〉의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프레스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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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 2022>
기대하고 궁금했던 영화를 빠르게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운이 좋게도 제게도 그런 기회가 왔네요. 아카데미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 <로스트 도터>를 시사회를 통해 가장 먼저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로스트 도터>는 상당히 어려운 감정들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는 고통들을 쉽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다만 <로스트 도터>가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점은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는 모성애의 어머니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듦을 견디지 못해 아이들을 버리고 나오는 어머니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식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이기심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영화는 단순히 낳았다고 모든 것을 줄 수 없는 모성의 뒷면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육아의 그 참지 못할 스트레스와 더불어 아이들을 버리고 나왔다는 죄책감으로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인물을 그저 보여주면서 약간은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할 그런 감정들을 점점 스며드게 만들어주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랄까요. 다만 여기에서 그쳤다면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레다의 성장까지 보여줍니다. 어머니라는 것도 처음 하게 되는 것이고, 그게 언제든 간에 성장하면서 메꿔가는 것이겠죠.
직접적인 묘사보단 암시하는 듯한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더불어서 영화는 스릴러처럼 느껴질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안기는 쇼트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로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흔히 예상했던 인물과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소재를 영화적 긴장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올리비아 콜맨과 제시 버클리의 연기가 놀랍습니다. 특히 제시 버클리가 정말 인상적인데, 이전부터 제시 버클리를 눈여겨보셨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 역시 충분히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다코타 존슨도 비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전 영화들과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그 어떤 영화보다 육아에 대한 고통을 생생하게 담은 영화입니다. 그러면서 그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 도피를 택한 독특한 인물을 내세운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가 훌륭한 점은 엄마의 삶보단 자신의 삶을 택한 레다를 비난하지 않음과 동시에 자녀란 존재는 얼마나 따뜻하고, 가족을 꾸리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성공한 연출 데뷔작이네요.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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