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06 17:34:11
출발선에 선 이들을 위한 영화 8선
행운을 빌어줘요!

여러분은 한 해의 속도를 무엇으로 느끼시나요?
이제는 학교가 어색해져 버린 나이지만, "한 해가 또 지나가는구나"라는 감각만은 여전히 '수능'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어느새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시험 일정 역시 다음 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수험생을 비롯해 출발선에 선, 혹은 다시 뛰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이들을 위한 영화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이야기인 만큼 졸업 시즌에 맞추어 감상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학생이 아니어도 에디터처럼 잠시 추억에 빠져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소개해 드립니다.
그럼, 출발선에 선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 빌어요!
<북스마트>, 올리비아 와일드

줄거리
꿈도, 연애도, 다이어트도 모든 것이 완벽할 것 같은 스무 살이 가장 기대되는 나이 열아홉!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에이미’와 ‘몰리’는 대학과 스펙이 인생의 전부라 믿는 파워 범생이. 춤은 글로, 파티는 책으로 배운 두 사람은 고3의 마지막 졸업 파티에서 잊을 수 없는 레전드 핵인싸가 되기 위해 사상 초유의 일탈을 계획하는데….
<린다 린다 린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줄거리
시바사키 고등학교에선 문화제 준비가 한창이다. 고교생활 마지막을 장식할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 중이던 밴드는 멤버들의 부상과 탈퇴 등으로 해체의 위기를 맞는다. 남은 멤버만으로 연주할 곡을 찾던 이들은 우연히 전설적 밴드 '블루하트'의 '린다 린다'라는 곡을 듣게 되는데... '바로 이거다!' 다급히 보컬을 찾던 중 마침 이들 앞을 지나가던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송에게 보컬을 제안한다. 아직 일본어가 미숙한 송은 계속 고개만 끄덕이다가 얼떨결에 밴드 보컬을 떠맡게 된다. 송의 노래실력을 처음 알게 된 밴드 멤버들... 그래도 학창시절 마지막 문화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이들, 밴드 연습을 하며 국적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 나가는데...
<반쪽의 이야기>, 앨리스 우

줄거리
용돈 벌이를 위해 폴의 러브레터 대필을 맡게 된 엘리.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자꾸 만나다 보니 이 친구, 정이 든다. 그런데 그건 둘째 치고, 러브레터 상대에게 자꾸 설레는 걸 어쩐담?
<리바운드>, 장항준

줄거리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할 때, 우리는 ‘리바운드’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는다.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나카가와 슌

줄거리
폐교를 앞둔 고등학교. 마지막 졸업식까지 D-2. 4명의 소녀 어쩔 수 없는 이별 앞에 소녀들이 간직한 애틋하고 비밀스러운 마음은…? 한 소녀는 멀리 떨어져야 하는 남자친구에게, 한 소녀는 중학교 때부터 짝사랑하는 친구에게, 한 소녀는 안식처가 되어준 선생님에게, 한 소녀는 차마 읽을 수 없었던 졸업식 답사를 들려주고 싶은 소년에게.
안녕… 나의 학교, 청춘 그리고 사랑.
<빅토리>, 박범수

줄거리
1999년 세기말 거제, 춤만이 전부였던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그렇게 9명의 멤버들이 모여 탄생한 '밀레니엄 걸즈’는 ‘치형'(이정하)의 거제상고 축구부를 위한 치어리딩 공연을 시작으로, 응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게 된다. 그곳이 시장, 병원 그리고 아버지들의 파업 현장이라 할지라도. 누군가를 응원하며, 나 자신도 응원받는 모두의 빅토리가 시작된다!
<싱스트리트>, 존 카니

줄거리
‘코너’는 전학을 가게 된 학교에서 모델처럼 멋진 ‘라피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덜컥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도 잠시, ‘코너’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 결성하고 ‘듀란듀란’, ‘아-하’, ‘더 클래쉬’ 등 집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가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노래를 시작으로 조금씩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월플라워>, 스티븐 크보스키

줄거리
말 못할 트라우마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찰리’는 고등학교 신입생이 돼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방황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삶을 즐기는 ‘샘’과 ‘패트릭’ 남매를 만나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한다. 멋진 음악과 친구들을 만나며 세상 밖으로 나가는 법을 배워가는 ‘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샘’을 사랑하게 된 그는 이제껏 경험한적 없는 가슴 벅찬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불현듯 나타나 다시 ‘찰리’를 괴롭히는 과거의 상처와 ‘샘’과 ‘패트릭’의 겉잡을 수 없는 방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세 사람의 우정을 흔들어 놓기 시작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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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지피티로 내맘대로 지브리 이미지를… 그런데 저작권은?
지금 SNS에선 지브리 이미지 열풍
지난 25일, OpenAI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ChatGPT에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ChatGPT-4o'를 새롭게 발표했습니다. 기본 다중 모델을 활용해 정확하고 사실적인 출력이 가능해져 '역대급 이미지 제작 능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요.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출력한다는 소식이 퍼지며 SNS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반응은?
OpenAI의 CEO 샘 알트먼 또한 자신의 X 계정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로 변경하며 이 유행에 동참했는데요. ChatGPT로 생성한 수많은 지브리 이미지가 무분별하게 이용되면서 자연스레 스튜디오 지브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지브리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창립자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난 2016년 방송 'NHK스페셜: 미야자키 하야오 - 끝을 모르는 남자'에서 AI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정말 역겹다. AI 기술은 생명에 대한 모독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AI 기술을 자신의 작업에 접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저작권 관련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근데… 괜찮은 거 맞아?
인공지능의 태동 이래로, AI가 예술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AI 모델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으로부터 훈련을 받았는지, 그렇다면 지브리로부터 라이선스 동의를 받았는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OpenAI는 특정 아티스트의 스타일 모방은 거부하나, 지브리와 같은 '스튜디오' 스타일은 폭넓게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미술가 칼라 오티즈는 "예술가의 생계를 고려하지 않는 예"라고 밝히며 "이는 지브리의 브랜딩과 명성을 이용해 제품을 광고하는 착취"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대하는 개발자와 이용자들의 비판적 인식 함양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X@sama, @_julianle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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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삼삼한 맛의 드라마 레시피를 찾는다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Recipe for Farewell
Cast
감독: 이호재
출연: 한석규, 김서형
Synopsis
점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는 워킹맘, ‘다정’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그녀의 남편 ‘창욱’이 소환된다. ‘창욱’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요리를 해보지 않았지만, 오직 아내의 소중한 한 끼를 위해 좋은 식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쓰며, 서투르지만 조금씩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아가기 시작하는데… (출처: 왓챠피디아)
Review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흥미로운 섹션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온 스크린’ 섹션입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도 영화처럼 완성도 높게 제작해 극장에서 관람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죠.
2022년 12월 공개 예정인 이 작품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1부에서 4부까지만 관람했는데도 따뜻한 감동과 소소한 웃음이 가득한 작품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사람 이야기이자 맛있는 음식 이야기인 이 작품의 매력을 여러분께만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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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래 작가의 이야기에 더해진 이호재 감독의 시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강창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강창래 작가는 암 투병을 하는 아내를 위해 처음으로 칼과 국자를 손에 쥐었습니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강창래 작가가 “이 작품이 나에게는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말할 정도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그의 에세이를 잘 영상화한 작품입니다. 강창래 작가는 자신의 아내가 김서형 배우가 연기한 ‘다정’처럼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무척이나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화관에 들어서기 직전까지도 에세이가 영화나 드라마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강창래 작가의 말처럼,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더없이 완벽한 휴먼 드라마였습니다. 강창래 작가가 쓴 인간적인 이야기에 이호재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더해진 결과였죠. 에세이도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강창래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창욱’에게는 창작자로서 배울 점도 참 많았습니다(’창욱’의 성도 강 씨더군요). 글을 쓸 때는 ‘어떻게’보다 ‘왜’가 더 중요하다거나, 글쓰기를 숙제처럼 여기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그냥 쓰라는 대사들이 그랬습니다. 사람 이야기이자 음식 이야기를 표방하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보고 난데없이 창작에 관한 가르침을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뭐, 배움은 어디에서나 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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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하지 않아도 구미가 당기는 맛이 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잘 만들어진 요리 ASMR 영상 같기도 합니다. 드립커피를 내리는 소리, 시금치와 콩나물을 무치는 소리, 굴비 굽는 소리, 냄비와 식기, 그릇과 그릇이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까지, 생생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죠. 이호재 감독이 작품의 주인공을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연출했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다정’을 위해 만드는 음식은 분명 맛이 덜한 무염식일 텐데도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침을 줄줄 흘리면서 보았습니다.
거기에 훌륭한 작가가 알려주는 음식 레시피는 또 얼마나 일품이게요. “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미각에는 기억을 불러내는 힘이 있다.”, “사랑과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야 배부르다.” 한석규 배우가 연기한 ‘창욱’의 내레이션으로 재탄생한 강창래 작가의 문장들을 듣고 있으면, 삼삼하니 맛있는 한정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느낌이 듭니다. 새삼 한석규 배우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후하고 담백한지도 깨닫게 되더군요.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으리라 감히 예측해봅니다.
‘창욱’의 내레이션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금식은 그리움과 싸우는 것이다. 그리움만으로 사람은 죽을 수 있다.”라는 대사였습니다. 제가 앓고 있는 궤양성 대장염도 ‘다정’처럼 맵고 짠 음식을 지양하는 어느 정도의 식단 관리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다정’처럼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배고픔은 어떻게든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그리움은 바로 그 맛이 아니면 해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움과의 전쟁을 치른 기억들이 떠올라 ‘다정’에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우리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에 관한 다양한 고찰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강창래 작가는 GV에서 “관객들이 왜 재밌어하는지 궁금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화끈하고 짭조름한 음식만 맛있는 건 아니니까요. 화끈하지 않아도 구미가 당기는 영화가 있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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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를 내리 보면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벌써 끝났어?”라는 말과 함께 관람을 끝마쳤습니다. 남은 여덟 개의 에피소드도 얼른 감상하고 싶네요. 대장암 환자의 투병 이야기라고 해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이호재 감독이 이 작품을 ‘슬픈 시트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을 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웃음들도 숨어있습니다. 드라마가 공개될 12월을 기다리며, 강창래 작가의 원작 에세이를 열심히 탐독해야겠습니다.
Schedule in BIFF
2022.10.06(목)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5:30
2022.10.07(금)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6:00
2022.10.13(목) 소향시어터 20:00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10월 04일 -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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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2부 | 발버둥칠수록 더 빠져드는 총체적 난국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간 몸속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 설계자의 탈옥을 막으려다 고려시대에 갇혀버린 ‘이안’(김태리). 우여곡절 끝에 시간의 문을 여는 '신검'을 되찾은 그녀는 '썬더'(김우빈)을 찾아 미래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미래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과거 이안을 구해준 은인 '무륵'(류준열)은 자기 몸속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존재에 관해 묻기 위해 그녀를 찾는다. 삼각산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무륵 몸속에 요괴가 깃들었다고 의심한다. 신검을 찾아 눈을 고치려는 맹인 도사 ‘능파’(진선규)와 설계자와 함께 미래로 돌아가려는 ‘자장’(김의성)도 이안을 뒤쫓는다.
그 사이 2023년 서울은 '설계자'가 터뜨린 외계물질 '하바' 때문에 혼란에 빠지고, 우연히 외계인의 정체를 확인한 '민개인'(이하늬)은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한다. 모든 하바가 터지기 48분 전, 드디어 과거로부터 시간의 문이 열리고 세계의 운명은 이안의 손에 떨어진다.
<외계+인 2부>, 뒷심도 부족했다
2022년 여름에 개봉한 <외계+인 1부>는 관객 150만 명을 겨우 넘기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이 730만 명이었고, 흥행에 실패한 적 없는 최동훈 감독 작품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성적표였다. 비평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장르, 다른 하나는 이야기였다.
<외계+인 1부>는 무협 판타지와 SF라는 장르를 섞어내려 했다. 하지만 두 장르의 근본적인 특성과 차이를 무시한 채 익숙한 CG로 도배해 버렸다. 결국 낯선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도 못했고, 화려한 볼거리도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기시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려시대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도 혼란스러웠다. 두 시간대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자연히 최동훈만의 개성도 좀처럼 자리를 못 찾았다.
이는 1년 반 만에 돌아온 <외계+인 2부>의 과제이기도 했다. 두 문제를 해결하면 반등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일부 단점은 해결된 듯 보인다. 전편에서 시작된 서사는 설득력 있게 끝맺었다. CG와 액션도 규모에 걸맞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러나 전편의 평가를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개선점은 예상 못한 문제를 유발했고, <외계+인 2부>만의 새로운 문제점도 튀어나왔기 때문.
터널 끝 빛은 찾았다
가장 눈에 띄는 개선점은 편집이다. 전편과 달리 과거와 현재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인공이 현재로 넘어가거나 새 캐릭터를 소개하는 대목처럼 이유가 확실할 때만 화면이 전환되기 때문. 그 덕분에 마지막에야 전체 윤곽을 간신히 볼 수 있었던 1부와는 달리, 2부의 전체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부 줄거리를 요약한 대목도 영리한 선택이다. 전편 내용을 환기하고, 새 관객의 진입 장벽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최동훈 감독의 스타일이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외계+인 2부>는 전편에서 미스터리로 남겨둔 이안과 무륵의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때 두 주인공 몸 외계인의 정체를 활용해 나름의 반전을 선사하고, 긴장감을 고조하는 전개가 꽤 효과적이다. '안옥윤'(전지현)과 미츠코가 쌍둥이라는 사실을 살려 이야기를 비틀었던 전작 <암살>을 연상시킨다.
1부에서 호평받은 액션은 한 층 더 발전했다. 특히 날아다니는 칼을 활용하는 능파 캐릭터 덕분에 액션이 더 육체적이고 과격해졌다. 능력이 확연히 구분되는 캐릭터들이 합을 맞추는 클라이맥스도 과장 보태 <어벤져스>를 보는 듯한 인상을 순간적으로 준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기대에 비해 액션 스케일이 크지 않고, 괴물과 도사들이 싸우는 모습도 <전우치>에서 본 액션과 유사해서 새롭지는 않다.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그런데 편집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대목도 있다. 전체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편하게 이해하도록 얼개를 짜는 과정에서 여러 장면이 잘려나간 듯 보인다. 이처럼 설득력을 더할 분량이 곳곳에서 사라진 결과, 흐름은 급하고 세밀함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특정 상황에 처하거나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객이 그 여파를 음미할 시간도 충분치 않다.
이안이 무륵의 정체를 깨닫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륵이 자기를 구해준 소년이었음을 깨달은 이안은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무륵의 몸속에 외계인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 이에 이안은 무륵을 홀로 남겨두고 떠난다. 이 일련의 과정에는 5분가량의 분량만 배정된다. 생명의 은인과 십수 년 만에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전개다.
새 캐릭터인 능파의 묘사도 비슷하다. 자장에게 눈을 잃고 밀본에서 쫓겨난 그는 신검을 찾아 헤맨다. 신검으로 눈을 고친 후 자장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런데 영화는 그의 과거사를 자장의 수발을 들던 한 노파의 말과 능파의 대사로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데서 그친다. 결국 두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도 등장인물들의 내적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자연히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여전히 부족한 일관성
이에 더해 <외계+인 2부>는 전체적으로 톤이 불안정하다. 이는 1부와 공유하는 단점이다. 다만 원인은 다르다. 1부는 무협 판타지와 SF라는 장르 간의 부조화가 문제였다. 고려시대를 주 배경으로 삼았고, 가드와 썬더를 제외한 모든 인물이 판타지 세계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극 중 비중은 가드와 썬더에게 집중됐다. 그렇다고 그들의 SF 이야기가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1부는 판타지와 SF 사이에서 부유했다.
2부에서는 다행히도 판타지와 SF의 간극이 작다. 과거와 현재의 연계가 확실해지고, 관객이 세계관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에는 유머 때문에 전반적인 톤이 흔들린다. 이는 감독의 전작인 <전우치>와의 차이점이다. <전우치>는 유쾌하나 가볍지 않았다. 자유분방한 '전우치(강동원)'의 반대편에서 '화담(김윤식)'과 '천관대사(백윤식)'가 무게를 잡아줬으니까. 덕분에 후반부에 분위기가 무거워져도 어색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외계+인 2부>는 강박에 사로잡힌 듯하다. 무륵, 민개인, 썬더 모두 관객을 어떻게든 웃기려 한다. 물론 두 신선이 현대에 온 장면처럼 웃음이 터질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머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잃는 게 더 많다. 당장 톤이 불안정하니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는 시작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주막에서 이안은 자기를 쫓는 도사 둘과 싸운다. 이때 상황에 비해 도사 둘이 너무 가볍다. 다른 영화 캐릭터라 해도 안 놀랄 정도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균형을 못 찾는다. 빌런도 무게감을 잡지는 못한다. 자장은 설계자의 부하일 뿐이라 존재감이 약하다. 설계자 역이었던 소지섭도 회상씬에만 등장한다. 그렇다고 CG로 만든, 말 못 하는 외계인에게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다. 자연히 클라이맥스에서는 전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결연함, 비장미가 거의 안 느껴진다. 결국 <외계+인 2부>에는 더 화려해진 <전우치>를 보는 즐거움만 있을 뿐, 큰 감흥이 없다.
캐릭터 교통정리에 실패하다
캐릭터 교통정리에 또 한 번 실패하면서 영화는 더 꼬인다. 원래도 등장인물이 많은데, 여기에 새 캐릭터가 추가된다. 능파와 민개인처럼 1부에서 얼굴만 비췄거나,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기존 캐릭터의 이야기도 미처 끝맺지 못한 상황이니 영화는 자연히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외계+인 2부> 곳곳에서는 우연과 억지가 등장한다. 민개인이 경찰 대책 본부에 불쑥 쳐들어가서 억지를 부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완성도만 깎아 먹은 불필요한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장면이 없더라도 그녀의 행적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 비록 1부만큼은 아니어도, 중반부까지는 정신없는 지점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도 최동훈 감독 작품 답지 않은 대사 역시 문제를 키운다. 최동훈은 본래 명대사 제조기로 유명했다. 극 중 인물이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 맛을 살릴 줄 알았다. "묻고 더블로 가!"나 "내 몸속에 일본 놈들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 있습니다." "구멍이 두 개지요." 같은 대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외계+인 2부>에서는 외려 대사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 대사가 상황을 설명하는 도구에 그치기 때문이다. " ~~로 갑시다", "~~를 합시다/해야 돼", "저게 뭐지?"처럼 상황을 설명하기 바쁜 작위적인 대사가 쏟아진다. 자연히 캐릭터는 설명 기계에 불과해지고, 안 그래도 등장인물이 많은 가운데 제각기 매력이나 존재감을 뽐낼 기회도 잡지 못한다.
<외계+인>이라는 늪
애초에 <외계+인> 시리즈는 기획부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판타지 액션과 SF를 합치고, 10명 넘는 캐릭터가 한 데 등장하는 최동훈 스타일을 더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도 아닌데 한 번에 촬영을 마친 후 1부와 2부로 나눠서 개봉했고, 막대한 제작비까지 쏟아부었다. 성공만 하면 기념비적일 수 있었던 블록버스터였다. 단지 1부에서는 도박수가 통하지 않았고, 2부에서 실패가 확정됐을 따름이다.
어찌 보면 <외계+인 2부>는 늪이나 다름없다. 가능한 범주 내에서 1부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노력이 또 다른 문제를 키우고, 2부 만의 문제도 더해진 이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벗어나려 노력할수록 수습하기 어려워지는 늪이자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어떻게든 결말에 도달한 최동훈 감독의 뚝심만이 그의 차기작을 기대케 할 뿐이다.
Poor 형편없음
우여곡절 끝에 겨우 다다른 우당탕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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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믿어보자
씨네랩으로부터 언론 시사회 초청받아 관람했다.
2025년 7월 30일 개봉 예정인 성지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 둘 사이에"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은진'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그리며 생명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는 '지후'라는 인물을 통해 은진의 내면세계와 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영화 속 '지후'는 은진의 고독한 싸움 속에서 피어난 환상과도 같은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사회적 편견과 장애가 주는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임신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은진에게 안겨주는 위압감과 불안감은 엄청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후'는 은진이 듣고 싶어 하고, 스스로에게 다독이면서 이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위안'의 기능을 한다. 지후는 은진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목소리일 수도 있고, 그녀가 힘겨운 순간마다 기댈 수 있는 정신적인 지지대일 수도 있다. 마치 상상 속 친구처럼, 지후는 은진의 가장 깊은 고민을 들어주고, 그녀의 불안을 잠재우며, 때로는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존재로 기능한다. 이는 혼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클 때, 인간이 만들어내는 자기 방어기제이자 생존 전략과도 같다. 은진은 지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궁극적으로 자기 치유의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영화는 이 '지후'라는 환상이 오로지 은진만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은진이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지후와의 관계, 즉 그녀의 내면세계는 결국 현실의 타인들과 '함께 나눠야 하는' 문제로 확장된다. 은진의 주체적인 선택과 결단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그녀는 단순히 지후라는 환상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공유하려 노력한다.
처음에는 타인의 시선과 이해 부족으로 좌절할지라도, 은진은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 주변 인물들, 특히 파트너인 재규(설정환 분)와의 관계에서 은진은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지후'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질 것을 요구한다. 이는 장애를 가진 개인이 겪는 고립감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내면의 외로움과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며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지후가 은진의 망상 속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 존재가 은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며, 이 영향을 현실의 관계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함께 나눌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정한 관계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존이 아니라, 서로의 내면세계와 고통, 그리고 가장 깊은 욕망까지도 이해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은진이 지후를 통해 자신을 다독이고 위로했듯이,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은진의 '지후'를 함께 품어주고 이해할 때, 비로소 은진은 온전한 치유와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둘 사이에"는 '지후'라는 독특한 존재를 통해 한 개인의 고독한 내면 투쟁과 그 투쟁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치유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은진의 주체적인 선택은 그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함께 나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이는 관객들에게 자기 성찰과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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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의 미로(2006), 퍼스널 쇼퍼(2017)
떠나간 사람들을 위하여, 영화 <판의 미로>
<판의 미로>를 관람하면서 계속해서 던진 의문은 왜 이 영화는 이렇게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 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영화가 끝날 때쯤 알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은 인민내각에 반발하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마침내 스페인 내전을 승리로 끝낸 후인 1944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전은 끝났지만, 스페인 곳곳에선 여전히 인민내각을 지지하는 게릴라(partizan)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바로 이 사건, 인민내각을 지지하는 소수 게릴라 군과 그들을 무력으로 숙청하는 정부군의 갈등이 중심이 된다.
이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왜 이렇게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판의 미로>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동화속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 잔혹한 현실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오필리아와 게릴라 군이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순수한 마음으로 동화속의 이야기를 좇는 인물이며, 영화의 또다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민 내각을 지지하고 자유와 주권을 위해 투쟁했던 수많은 저항군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투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순수한 이상이다. 이들은 순수한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순수한 가치를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참히 짓밟힌다. 영화 <판의 미로>의 플롯은 순수한 동화속의 세계와 비정한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넓힌다. 이런 극명한 대조로 이상의 세계는 더없이 아름답고도 처연한 세계가 되고, 현실의 세계는 더없이 잔혹하고도 차가운 세계가 된다.
<판의 미로>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동화속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 잔혹한 현실이다.
어머니의 곁으로
시각적인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판의 초상과 지하세계로 향하는 미로의 문은 염소의 뿔이 달린 전형적인 중세 유럽의 악마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형상이 동시에 자궁의 모양을 닮아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영화속에서도 자궁에 대한 비유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건 내 개인적인 판단이 아님) 자궁은 생명이 잉태되고, 새로운 생명이 세상으로 나오는 장소다. 하지만, <판의 미로>에서 그곳은 생명이 다시 돌아가는 장소로 그려진다.
또한, 이 통로를 통해 고통도 죽음도 없는 영원한 안식처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오필리아라는 점과, 메르세데스가 판의 이야기에 대꾸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비달이 판을 볼 수 없었던 것(그렇기에 그들은 미로를 지나가지 못할것이다 :¡NO PASARÁN!)과는 다르게, 오필리아와 메르세데스를 비롯한 게릴라 저항군들은 판의 존재를 알 수 있다는 점은, 오필리아가 미로를 통해 낙원에 닿을 수 있었듯이, 그들 또한 낙원에 닿을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인셈이다. 그렇다면, 생명이 태어나는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앞서 말한 자궁의 모양을 닮은 이 상징적인 장소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퇴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궁의 모양을 닮은 판의 미로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모든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곁으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
판은 그 자신이 “산이고 숲이자 대지”라고 말했는데, 그런 판이 상징하는 것은 ‘생명’이다. 즉, 자궁의 모양을 닮은 판의 미로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모든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곁으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 한 번도 본적없는 이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바로 산이고 숲이자 대지인 그들의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나의 부모를 공유하는 자식들이 모두 가족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생명체는 결국 이 지구라는 부모에게부터 태어난 존재로서, 같은 피를 나눈 가족들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죽인다는 일의 무의미함과 논리적인 모순도 되짚어 볼 수 있다. 영화 <판의 미로>는 부정한 과거사에 대한 폭로와 반성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영화는 오필리아가 세계의 열쇠를 찾아가는 과정과 그 여정을 통해서 순수한 이상을 품고 어딘가에서 스러져갔을 수많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때문에, <판의 미로>는 잔혹한 세계에 바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동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하여, 영화 <퍼스널 쇼퍼>
<퍼스널 쇼퍼>는 영매 모린이 자신의 쌍둥이 오빠 루이스의 죽음 이후 루이스의 영혼과 교감하기 위해 파리에 머무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판의 미로>가 떠나간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화라면, <퍼스널 쇼퍼>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와 개봉시기, 그리고 파리라는 장소를 두고 또 한번 파리 테러(2016)사건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는지 생각해봤다. 이 영화는 진지하게 좇아가면 보이는 것이 많은 영화다. 가령 영화가 끝나갈 때쯤 보이는 루이스의 희미한 실루엣도 놓치기 쉬운 결정적인 장면인데, 섬세한 시선으로 끈질기게 보면 많은 것들이 보이고 많은 이야기가 해결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때문에 재밌게 봤다. (사별을 다룬 영화를 재밌게 봤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한 실례일지도 모르겠다만)
<퍼스널 쇼퍼>에 대해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우선 <퍼스널 쇼퍼>를 지배하는 시간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데, 영화에선 클린트에 대한 비평으로 “한 세기전에 그려진 작품을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또 한편, 루이스는 “사람을 꿰뚫어보고”, “죽음을 예감”하는 인물이며, 심령주의란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는 말도 중요하다. 즉, 이 영화는 시간에 속박되어 있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3차원 너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 영화의 시간성은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이 시간성이 중요한 것은 영화의 해석과 관련된다. 특히, 영화의 초반부 루이스의 집에서 모린이 마주한 제 3자의 영혼과 관련이 깊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쓰고, 다음 이야기를 해보자.
이 영화의 시간성은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금기와 열망의 사이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 수 있다. 영화속에서는 사회적 금기와 자발적 금기가 나타나는테, 영화속에서 이 금기들은 모두 깨진다. 어떤 경우에는 굳이 깨야하는 금기인가 싶지만, 어떤 경우에는 깨야만 하는 금기가 맞구나 싶기도 하다. 가령, 우리의 가장 오래된 금기는 성서에 기록된 남의 물건을 탐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린은 키라의 퍼스널 쇼퍼로서 그녀의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당연히 그녀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키라의 물건은 온전히 키라의 것이다. 하지만, 모린은 키라의 옷을 입어보고 신발을 신는다.
금기를 깬 것이다. 이런 금기들은 굳이 깨야하는 금기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한데, 모린이 키라의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 되고 싶은 그녀의 열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화속에서 다소 흐릿하게 보여지는 열망이다. 그리고, 이후 보여지는 자발적인 금기들의 경우는 보다 그 열망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가령, 모린의 자위 장면은 쌍둥이 오빠가 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육체적인 행복을 누리면 안된다는 모린의 자발적인 금기와 남겨진 사람의 금기를 깨는 장면이며, 루이스의 여자친구가 루이스가 떠난후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다며 고백하는 장면도 그녀가 스스로 설정한 자발적인 금기를 깨는 장면이다.
모린이 키라의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 되고 싶은 그녀의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류사회는 금기를 만드는 것으로 사회적인 혼란을 막고자 했다. 법이 그 대표적인 것이고,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금기들 역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금기에 해당된다. 금기를 깨는 행위는 어떤 의미에선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는 것으로 다소 부정적으로 해석된다. 한 예로 성경에서 말하는 최초의 인간, 아담은 금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낙원에서 추방당했다. 금기를 깨는 행위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퍼스널 쇼퍼>에서 금기를 깨는 행위는 중요하다. <퍼스널 쇼퍼>에서 금기를 깨는 행위는 사회적 혼란과 소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 그리고 애도와 추모라는 분위기와 자발적 죄의식의 질서에서 벗어나 다시 원래의 행복해질 권리를 찾기 위한 삶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상실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 특히, 그 상실감으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죄의식에 갇혀 행복해질 권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당신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며, 그들도 당신의 곁에서 당신이 언제까지고 행복하기를 바랄 것이라(“죽은자가 산자를 보살핀다”는 말의 의미는 바로 그런 것이기도 하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따뜻한 메세지 못지 않게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는 괜찮은 작품으로 전체적인 만듦새가 좋은 영화라고 하겠다.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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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하고 깔끔한 거장의 쇼쇼쇼
아뿔싸. 노트북 충전기를 놓고 왔다. 노트북은 챙겼어서 충전기는 무조건 있을 줄 알았다. 오랜만에 들어간 맥주집을 들어간다. 새로운 장소를 들어가도 '큰일 났다'는 생각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배터리를 미리 충전시켜 놓을 걸. 20 퍼. 21 퍼. 왔다 갔다 하는 배터리에 내 마음도 초조해진다. 빨리 쓰고 끝내야 하는데. 집에서 마무리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기에 나 자신을 믿기 어렵다.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키보드를 연다. 가게의 음악 볼륨은 너무나도 컸다. 난 맥주집 아래에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서 급하게 이 글은 이런 내용을 넣어야지 메모를 쓰고 있다.
누가 이런 나의 일상을 영화로 만들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칠칠치 못함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랬으니 이는 충분히 코미디 영화로도 나올만하다. 또 나는 음악 듣는 걸 좋아하니 뮤지컬 영화로도 각본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서스펜스도 있다. 왜냐면 맥주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탄산음료를 마실까? 무알콜 맥주를 마실까?'였으니 인생의 딜레마를 묘사하기도 탁월하다. 영화가 좋은 이유가 뭘까? 그건 모두의 인생사 한 구석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이런 나의 일면도 영화화시킨다면 사람들이 공감할 구석이 많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소설도 그렇고 시도 그렇고 뭐든 다 똑같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18퍼센트, 17퍼센트, 그렇게 배터리가 줄어드는 것을 구경하자니 속상하기도 하다. 그레도 매 주말마다 꾸준히 해왔던 것을 안 하기엔 이게 나의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과거에 있던 일이라도 충분한 메시지와 함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 글을 쓰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원작이 뮤지컬인 이야기를 상영관으로 가지고 왔다. 거장이 다시 만든 고전의 뮤지컬을 디즈니 플러스에서 재생해보도록 하자.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다
주인공 토니는 근본 없는 양아치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의 무근본을 자랑하듯 패싸움을 하는 토니의 모습이 보인다. 틈만 나면 벌어지는 패싸움에 묘수를 던지는 경찰. 그것은 무도회장에 두 패를 불러 파티를 벌이는 것이다. 토니는 이 패싸움 일당 중 하나였던 제트파의 일원이었다. 제트파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무도회장에 출석한 토니. 그의 마음속에는 맨날 두드려 패고 때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꾸고 싶은 욕망이 있다. 반대 샤크파에서도 참석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샤크파 두목의 여동생 마리아다. 마리아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살던 사람이다. 불쌍하게 살던 과거에서 벗어나 뉴욕에서의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이 둘은 파티에 참석한다. 그리고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맘에 드는 사랑을 찾아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고 싶지만 삶의 장난질이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즐겁게 노는 것도 잠시, 두 갱단의 패싸움으로 무도회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는 이 아수라장이 된 무도회장의 다음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았다. 토니와 마리아는 두 집단의 갈등 한가운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존재가 되는데, 이 분노와 혐오가 점철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고르는 선택지가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장이기 때문에 가지고 온 소재와 이야기
사랑이라는 소재는 초콜릿 같은 느낌이다. 이 사랑이 소재로서 접근하기 쉽지만 다양하게 해석하면 깊은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기억과 사랑 사이의 불가분적인 속성, <노트북>에서의 운명론적인 사랑이야기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다루는 사랑은 사실 살짝 뻔한 감이 있다. 사랑은 우리의 삶 속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가치가 아니다. 열등감도, 분노와 혐오도 사랑 덕에 이겨낼 수 있는 거 아닌가. 영화는 이때 사용되는 '사랑'의 가치를 키워드로 삼았다. 또 이를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도 있다. 거장은 두 집단 사이의 혐오와 두 주인공의 사랑을 동시에 제시하며 둘의 쉬운 비교를 돕는다. 뭐. 이건 사실 내가 글을 쓰다 시나리오를 집필한다고 해도 전개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스필버그는 역시 거장의 클래스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같은 소재를 쓰더라도, 자기만 할 수 있는 탄탄한 뮤지컬 연출로 사람들에게 능력을 선보였다.
이 외의 소재를 다룬 부분도 있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미국(내지는 세계)에 있는 갈등은 필연적으로 2022년의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영화 안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도시 문제가 제시된다. 또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클래스가 있는 감독답게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하기는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수많은 원작들
맞다. 이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조한 서사다. 두 집단이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나 첫인상에 반한 남녀 주인공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을 따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영화 자체가 1961년대의 영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또 원작 영화 자체가 뮤지컬을 기반으로 갖고 왔다. 이 수많은 원작들을 다 볼 필요가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2022년의 영화를 한국인이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미국을 공부해야 할 필요도 없거니와 작품의 매력이 복고 구현이 아니라고 보는 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느껴지는 단점이 있어 원작을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의견이 있을 수는 있는데 난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재를 갖고 와 리메이크를 할 것이면 그것까지 다 고려해야 했던 것 아니겠어? 무슨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단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 논외로 친다)
가슴이 웅장 해지는 뮤지컬 연출
뮤지컬 영화는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이 영화 역시 춤추는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춤추는 인물들이 영화의 강점이기도 하다. 뮤지컬 신에서 감독은 그동안의 연출 노하우를 보여주는 듯했다. 첫 장면에서 두 패거리의 싸움 연출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다음 무도회장 신에서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춤추는 동선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의상의 색감, 음악의 멜로디 라인, 주인공의 동선 배치까지 탁월한 부분이 많았다. 이 부분이 이런 영화가 비슷하게 많이 나왔음에도 작품의 고유한 개성을 갖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롯이 스티븐 스필버그이기에 갖고 있는 장점과 특징이 반영된 셈이다.
좋은 구석만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음. 이 영화의 단점도 충분히 존재한다. 바로 인물들이 너무 기계적이라는 것이다. 스필버그가 혐오의 무의미함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의 요소들을 장치로만 쓴 감이 좀 있다. 물론 메시지 좋다. 지금의 2022년은 혐오가 판치는 사회다. 이런 우리는 사랑으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 맞는 말인데. 그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쪽이 좋을 텐데,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인물이 메세지에 알맞게만 기능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줄거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별 무리 없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 더 형식적인 부분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만들었으면 극의 여운이 오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좋은 영화. 깔끔한 영화인 건 맞는데 너무 안정적인 선택지만 고른 느낌? 딱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느낌이 강하다.
아카데미의 선택?
다음 주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음향, 의상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이 부분 중 큰 부문은 당연히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일 것이다. 난 여우조연상은 가능성이 꽤나 높다고 생각한다. 아리아나 드보스의 카리스마는 뛰어났다. 이 배우는 나올 때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굉장한 매력을 보여줬다. (솔직히 주인공 둘의 러브스토리만큼이나 더 눈에 갔던 것 같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인 SAG-BAFTA-골든 글로브-크리틱스 초이스에서 4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에 평단과 대중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해도 무관할 듯. 큰 적수는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더스트와 <벨파스트>의 주디 덴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작품상과 감독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의 단점 때문에도 있지만 다른 작품이 솔직히 더 좋기도 했다. 혐오와 자격지심에 관한 <파워 오브 도그>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갖고 있는 영화 내적인 논리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어 이 작품보다 더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감독상이다. 감독상 역시 제인 캠피온이 받을 것 같다. BAFTA와 골든 글로브에서 이미 감독상을 받아 유력하기도 하지만, 서서히 밧줄로 조여 오는 연출 방식이 기억에 남기 때문에 제인 캠피온이 유력하다고 예상하고 싶다. 아마 이변이 일어난다고 해도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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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걸후드를 시사회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워터릴리스, 톰보이 이후 세 번째 장편 영화로 2014년에 제작된 영화인데요.
한국에서 이제 개봉을 합니다.
시사회 참석 후 간단히 이야기해 보았습니다.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고,
자세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브런치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https://brunch.co.kr/@movi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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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시의적절한 가족 영화 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 해피엔드가 개봉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2년 연속으로 '가족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점, 그리고 칸이 사랑한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이 '가족영화'라는 점이 참 재미난 관람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관람하시고 시청해주시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콘텐츠도 재밌게 시청해주세요!제작지원 : 그린나래미디어
#해피엔드 #미카엘하네케 #영화해피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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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크 앤드 위키드> 메인 예고편
서로 왕래 없이 소원한 남매 루이스와 마이클은 오랫동안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보러 일주일간 잠시 시골 농장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여전히 의식이 없고 엄마는 뭔가에 사로잡힌 듯 불안해 보인다.
익숙한 공간이지만 낯선 위화감. 집 안 가득 도사린 어둡고 사악한 기운은
점점 그들을 무섭게 옥죄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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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마스터 오브 제로 시즌 3>
[2021년 5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이것은 또 다른 이야기, 드니즈와 아내 얼리샤의 이야기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던 두 사람.
하지만 그 관계에 균열이 싹을 틔운다.
의심과 상처를 딛고, 그들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