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0-25 17:37:06
베놈: 라스트 댄스 | SSU에 '로건' 향을 첨가한 라스트 댄스
<베놈: 라스트 댄스>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환상의 짝꿍이자 안티히어로인 '에디 브록'(톰 하디)과 그의 심비오트 '베놈'. 카니지와 맞서 싸우며 샌프란시스코를 엉망으로 만든 뒤 멕시코로 도주한 두 친구는 멀티버스에 갔다 온 후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스트릭랜드'(치웨텔 에지오프) 준장이 이끄는 미군 특수부대가 '페인'(주노 템플) 박사의 연구에 필요한 심비오트를 확보하기 위해 그들을 쫓기 시작한 것.
그들의 추적을 힘겹게 따돌리며 뉴욕으로 향하던 에디와 베놈.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추적자를 마주한다. 과거 심비오트에 의해 감옥에 갇힌 심비오트의 창조자 '널'(앤디 서키스)이 외계 괴물 '제노페이지'를 지구에 보내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한 것. 에디와 베놈에게만 있는 감옥의 열쇠, 코덱스를 갖기 위해서. 이에 에디와 브룩은 그들의 마지막 동행이 될지도 모르는 전투에 돌입한다.
SSU에 <로건> 한 숟갈
슈퍼 히어로 영화에게 마지막 편이 있는 것은 훈장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편이 나올 정도로 시리즈가 이어졌다는 방증이고, 이는 매번 조금씩은 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만족시켰다는 의미니까. 실제로 10년 전만 하더라도 <다크나이트 라이즈> 정도를 제외하면 마무리 인사를 건넨 히어로 영화는 거의 없었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조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전까지는 끝인사를 전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휴 잭맨의 울버린과 이별한 줄 알았던 <로건>은 유독 뇌리에 강렬히 각인됐다. 엑스맨 시리즈에서도 울버린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 찰나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작별을 고할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서부극 작법으로 히어로 영화를 풀어냈기에 참신했고, 몸도 마음도 고통스러운 히어로에게 안식처를 마련했기에 더욱 뭉클한 작품이었다.
톰 하디와 켈리 마르셀 감독도 여러모로 <로건>을 감명 깊게 본 듯하다.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이하 SSU)의 개국공신인 <베놈> 시리즈의 최종장, <베놈: 라스트 댄스>(이하 <베놈 3>)가 <로건>과 흡사하기 때문.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도, 줄거리도, 히어로에게 헌사를 보내는 방식마저도 닮았다. 물론 단순히 <로건>을 베낀 작품은 아니다. <베놈> 시리즈와 SSU만의 캐주얼한 멋과 맛은 여전하니까. 심지어 단점마저도.
베놈과 에디가 마침내 빛나다
완성도에 비해 <베놈> 시리즈가 흥행한 원동력은 크게 둘이다. 베놈 캐릭터 자체의 인기와 영화 속 베놈과 에디의 콤비. 극 중 베놈이 코믹스 속 빌런 캐릭터에 비해 지나치게 착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자의 역할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포악하나 귀여운 구석이 있는 베놈과 예리한 기자이지만 허술한 일면이 있는 에디 브록이 만담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닮아가는 성장 이야기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다만 <베놈> 시리즈는 여태 자기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베놈과 에디의 관계를 단순히 유머 소재로 쓰거나, 다른 캐릭터를 조명하고자 둘의 서사를 축약했기 때문. 마지막 편인 <베놈 3>는 다르다. FBI에게 쫓기며 멀티버스까지 경험한 두 친구가 안티히어로로 활동할 동안 놓친 것을 짚어주면서 베놈과 에디 둘의 관계에 온전히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마침내 그들의 동행에는 감정선이 더해졌다.
그 중심에는 '마틴'(리스 이판) 가족이 있다. 로건이 로라를 에덴으로 데려주다가 농장을 운영하는 가족에게서 평화를 느꼈듯이, 에디와 베놈도 제노페이지의 추격을 따돌리고 뉴욕으로 가던 중 마틴 가족을 만난다. 그들과 하룻밤을 지내면서 에디와 베놈은 각자 잊고 지내던 것을 깨닫는다. 에디는 '앤'(미셸 윌리엄스)과 결별한 뒤 평범한 일상과 가정을 갖지 못한 회한을. 베놈은 자기 때문에 에디가 포기한 것들의 소중함을.
그 덕분에 <베놈 3>는 지난 두 편과 퍽 다른 분위기다. 이전까지 느끼지 못한 유대감 덕분에 베놈의 희생은 <베놈> 시리즈에게서 기대하지 않은 감동을 안긴다. 시리즈 3편을 통틀어서 가장 감정적으로 깊고, 파고가 높은 순간이다. <베놈>, <모비우스>, <마담 웹>과 같은 SSU 작품의 스토리텔링을 고려했을 때 놀라운 진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1, 2편의 각본을 맡았던 켈리 마르셀이 메가폰을 잡은 결실이 아닐까 싶다.
<로건> 맛 대신 향만 첨가하다
캐릭터 구축 외에도 <베놈 3>이 <로건>의 장점을 활용하려 한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드러난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부터가 <로건>과 매우 흡사하다. 베놈과 에디는 울버린과 프로페서 X가 그랬듯이 샌프란시스코를 난장판으로 만든 후 멕시코로 도망간다. 제노페이지의 습격을 받고 나서는 추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베놈은 울버린이 그랬듯이 영웅적인 희생을 선택하며 결말을 마주한다.
예상치 못한 공통점도 있다. 두 영화 모두 자유의 여신상을 중요한 매개체로 활용하다. <로건>이 그랬듯이 <베놈 3>도 자유의 여신상에 베놈과 에디의 관계를 투영시킨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에 도착한 이민자들을 맞이해 왔던 역사를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뉘앙스도 느껴진다. 외계인인 베놈과 심비오트가 자기 쓰임새를 증명하려고 사력을 다하는 모습은 미국에 정착하려는 이민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베놈 3>는 <로건> 향만 낼뿐, <로건>의 감동이나 강렬한 인상까지 따라 하지는 못했다. 마치 오렌지 과즙을 넣은 환타와 오렌지 향만 더한 환타의 맛이 상이한 것처럼. 그 이유는 영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있다. 외적인 이유로는 <로건> 만큼 농축된 경험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관객과 함께 쌓아 올리고 공유한 시간이 울버린의 그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니, 근본적으로 하위 호환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내적인 이유로는 <베놈 3>의 방향성을 꼽을 수 있다. <베놈 3>는 부족한 깊이를 메우기 위해서 철저히 에디와 베놈 중심으로, 캐주얼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편의적인 전개를 적극 활용해 SSU와 <베놈>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뽐내려 한다. 플롯을 꼬지도 않았고, 복잡한 은유나 암시도 자유의 여신상을 제외하면 없다. 나머지 캐릭터는 온전히 두 친구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그들의 추억을 회상할 때를 제외하면 앞만 보고 달린다.
여전한 단점
그 대가로 <베놈 3>는 이전처럼 완성도를 잃었다. 우선 개연성이 부족하고,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일례로 베놈과 첸 아주머니가 춤을 추다가 제노페이지에게 위치를 들키는 일련의 과정은 모든 순간이 의아해서 쉽사리 납득할 수 없다. 스트릭랜드 준장, 페인 박사, 크리스마스 연구원의 행적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심비오트를 적대하거나 돕는 동기, 그리고 변심하는 과정 대부분이 생략된 나머지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빌런과 심비오트의 활용법도 허망하다. 실질적인 메인 빌런 제노페이지는 평범한 외계인 CG 캐릭터에 불과하다. 물리적인 힘만 강할 뿐, 그들에게 부여된 특별한 서사나 개성은 전무하다. 심비오트 묘사도 일관성이 없다. 1편에서는 인류에게 거대한 위협이었다가, 갑자기 선역으로 묘사되기 때문. 2편 말미에 등장시키면서 기대감을 키웠던 '톡신'(스티븐 그레이엄)과 같은 캐릭터도 단순히 설명을 위한 도구적으로 소비해 버렸다.
SSU의 고질병인 편집 문제도 여전하다. 급작스러운 화면 전환 때문에 일정한 톤을 유지하지 못했다. 음악 활용이 단적인 예시다. 사용된 노래는 제각기 일리가 있지만, 각 시퀀스를 이어서 보면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같은 재치는 찾기 어려운 셈이다. 결말에 삽입된 마룬 5의 'Memories'만 보더라도 추모의 의미를 담은 가사는 적절했지만, 이전까지의 분위기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액션은 기대대로다. 특히 말과 같은 동물을 베놈이 활용하는 장면은 예고편 못지않게 본편에서도 눈길을 끈다. 심비오트 군단의 활약도 흥미롭다.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심비오트의 액션은 베놈에게 익숙해진 관객에게 새 볼거리를 보여주고, 눈을 즐겁게 한다. 다만 그들이 매력을 다 보여주기도 전에 퇴장한다는 점, 그리고 액션이 밤에만 펼쳐지다 보니 분간이 잘 안 되고 어지럽다는 게 옥에 티다.
깔끔한 결말 끝에 남는 물음표
종합하면 <베놈: 라스트 댄스>는 지극히 <베놈>답고, SSU다운 마무리라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해 기존 시리즈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최종장인 셈이다. 다만 일관성 있는 끝인사와는 별개로 <베놈 3>는 몇몇 의문을 남긴다. 쿠키영상에서 암시된 향후 시리즈의 전개가 오리무중이기 때문. 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멀티버스와 MCU의 연계는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없다.
한 두 가지 힌트가 있을 뿐이다. 에디 브록을 스파이더맨의 도시인 뉴욕에 남겼다는 점, 베놈을 퇴장시키면서 SSU에서든 MCU에서든 안티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으로서 베놈을 등장시킬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 정도가 유효한 암시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놈의 라스트 댄스가 최소한의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영화에서 어떻게 등장하든 간에 여전히 베놈과 에디의 동행을 기대케 하니까.
Poor 형편없음
끝이 좋으면 모두가 좋으니 그래도 이만하면 성공한 시리즈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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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칠흑 앞에서도 거칠고 꼿꼿한 백白의 지식인
시대의 칠흑 앞에서도 거칠고 꼿꼿한 백白의 지식인
자산어보 玆山魚譜 The Book of Fish | 2019 | 이준익 | 126분
※영화 〈자산어보〉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산어보〉는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 시대극 전문 감독으로 평가될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신작이자 〈동주〉에 이은 두 번째 흑백영화다. 정약전의 책 자산어보의 서문에서 출발한 영화는 변화와 혼돈의 시기 속 거칠고도 꼿꼿했던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서학을 연구하던 천주교 신자였던 정약전은 1801년 신유박해로 동생 정약용과 함께 유배길에 오른다. 어쩌면 살아서는 마지막 모습으로 만날 두 사람은 각자 흑산도와 강진으로 흩어졌고, 정약전은 섬 살이 중 벗으로 만난 어부 장창대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집필한다. 기약 없는 귀양살이에 지친 그의 눈앞에 펼쳐진 온갖 수산물에 대한 궁금증은 구체적인 사물과 현상의 분석을 중요시한 실용주의적 사고에서 나왔다. 영화가 거대한 역사로부터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않았던 개인을 주목했듯 정약전 역시 국가와 가치를 다룬 성리학에서 눈을 돌려 변화와 비판의식을 담아 평가절하된 존재에 애정을 쏟는다.
출처|다음영화
영화는 흑백의 색감만큼이나 선명하고도 확고한 서사적 대비로 관객을 집중시킨다. 전작 〈동주〉에서는 ‘동주’와 ‘몽규’의 닮았지만 서로 다른 이상과 행동을 대비하며 건조한 역사의 문장에 상상력을 더해 살아있는 이야기를 창조한다. 정약전과 창대 역시 사학과 성리학, 명문 사대부와 가난한 천민 출신, 스승과 제자, 이론과 실천 등 모든 면에서 달랐던 두 사람이 흑산도라는 공간에서 대립하며 충돌하다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사제이자 벗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약전과 정약용은 그들의 귀향길만큼이나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성향에 따라 ‘자산어보의 삶’과 ‘목민심서의 삶’으로 갈라진다. 비슷한 귀양 기간 정약용은 지역의 유림과 정치, 사회. 경제, 법률 등 분야를 망라한 수백 권의 책을 집필했지만, 정약전은 소나무의 조세 징수나 표류 유람기 등 개별 사건을 다룬 책 몇 권을 썼을 뿐이다. 이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가치관을 표현한다. 같은 실학사상의 주창자였어도 정약용은 신분과 계급, 왕과 천민이 나누어진 수직적 위계 사회를 지향했고, 정약전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계급과 성별, 직업을 뛰어넘은 수평 사회를 바랐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정약전의 삶을 재구성하면서 영화는 어느 한 사람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는다. 대신 어떠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각자의 인식과 현실을 모두 그려내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닌 차이의 영역으로 영화 속 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게 만든다. 정약전의 뛰어난 학문적 능력과 지식을 지켜본 창대는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스승을 재촉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따른 그의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 열등감과 출세의 꿈을 펼치기 위해 스승을 등지고 흑산도를 벗어난 창대는 이론의 이상과 실제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약전이 행했던 가치를 이해한다. 창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수는 없다. 태생적 격차와 경제적 빈곤을 딛고 성리학이라는 당대의 정설로 세상을 바라봤을 그에게 입신양명의 꿈은 항상 지니던 열등의식을 타개할 절호의 기회였다. 마찬가지로 실학과 서학을 배우고 이미 사회의 부조리를 먼저 체험한 정약전의 관점에서 조선의 개혁은 필수 불가결했다. 그러나 이미 조정에 눈엣가시였던 정약전에게 15년간의 유배 생활은 그의 발목을 묶어두려던 계략의 일환이다. 이 또한 모르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상황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정하고 이를 실천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정약전의 입장이 설득력 있지만, 시대상을 고려한다면 역사의 한 대목에서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는 인간의 삶이 남을 뿐이다.
상업 영화의 정석을 걷는 영화는 긴 이야기를 풀어내며 볼거리와 먹을거리,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흑백 화면의 미묘한 농도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풍광과 의미다. 마치 고고한 수묵화 한 점을 감상하듯 관객들은 한반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영화가 품은 시대성과 미학적 성취도 함께 체험한다. 색을 없애며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의 디테일은 인물의 신념과 가치관을 흑백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유배지에서 지내는 동안 정약전은 오로지 거친 흰옷-색깔을 알지 못하므로 밝은 옷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만을 입고 지낸다. 떨어져도 기워 입은 흔적은 그의 강직하고도 올곧은 성품을 짐작한다. 헤지고 짠물에 절은 의복의 흑산도 주민들과 정약전의 대척점에 있는 육지의 관료와 사대부는 어둡고 짙은 옷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깔끔하고 티 없는 의복은 부의 불평등을 용인하는 부패한 사대부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목민관의 삶을 사는 창대의 옷이다. 그는 주류 사회에 편입되었어도 여전히 흰옷을 입어 그들과 거리를 만든다. 『목민심서』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창대의 강직함은 정약전을 닮아있다. 연줄과 비리로 ‘얼룩진’ 목민관과는 다른 삶을 살려는 그의 의지는 결국 미완으로 그쳤지만 여전히 흰옷을 버리지 않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과거의 거친 흰옷으로 갈아입는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 最古의 수산학 연구서인 『자산어보』는 자체적 분류법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수산생물 계군 차이를 기록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박물학의 명저이다. 집요한 관찰력과 기록의 의지, 호기심의 산물인 책의 내용을 담은 영화답게 다양한 수산물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의 역동적인 모습은 흑백의 스크린을 뚫고 그 생명력을 발산하며, 이를 잡아 생계를 이어갔을 그 시대 민중들의 척박한 삶에 움트는 생의 의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수산물의 향연에 음식 장면이 빠질 수 없다. 가거댁이 정약전에게 차려주는 홍어와 문어 요리는 보는 이의 침을 고이게 한다. 희로애락을 포착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정약전의 유배 생활의 동반자 가거댁 역의 이정은 배우의 능청스럽고도 실감 나는 연기는 강약을 조절하며 시대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흑산도를 벗어나고 싶은 관리 별장 역의 조우진 배우는 코믹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창대의 어머니 역의 방은진 배우 겸 감독은 적은 비중에도 디테일한 연기를 자아낸다. 창대의 아버지로 등장한 김의성 배우와 나주 목사 역의 동방우 배우는 흡입력 있는 악역 연기로 긴장감을 높여준다. 거기에 민도희, 김준한, 강기영, 윤경호 배우의 호연과 봉만대 감독, 달시 파켓 평론가 등 익숙한 카메오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영화의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영화의 중후반을 넘어서며 창대가 뭍으로 나가 부패한 실상을 알아가는 과정은 감정적 호응을 자극하는 장면들과 인위적인 플래시 백의 반복으로 전체 흐름과 결이 맞지 않아 보인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의 일부 내용을 읽는 보이스오버 장면 역시 창대와의 각별한 관계성과 영화 전반의 주제의식을 드러내 주지만 의도와는 달리 화면과 말의 조합이 직선적으로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잘 끌어왔던 흑백의 흐름을 깨뜨리는 어떤 씬은 사족으로도 보일만 하며 방해가 될 여지가 있다.
자산어보에서 시대를 앞서간 굳은 신념의 지식인은 정약전뿐만이 아니다. 감독은 역사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물을 놓치지 않았고, 그의 서사를 끌어올려 ‘창대’를 탄생시켰다. 시대의 혼란 속에서 주류적 삶을 버렸던 두 인물의 삶은 오늘의 관객에게 기억할 만한 영화로 남을 것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파랑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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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국열차: beyondness
“제자리를 지키고 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그 모든 게 합쳐서 무엇이 되나? 열차야. 각기 있어야 할 자리를 엄격히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합치면? 그게 인류야. 열차는 세계 우리는 인류야”
“이제 자네는 전 인류를 이끄는 성스러운 임무를 얻었어. 자네는 저들을 구원할 수 있어.”
차이가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
온난화를 막기 위해 살포한 CW-7으로 인해 지구는 빙하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얼어붙은 세상을 17년 동안 달리는 긴 열차가 있죠.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는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앞 칸과 꼬리 칸으로 나누어 살아갑니다. 앞 칸은 표를 구입해서 열차에 오른 사람들, 꼬리 칸은 혹독한 추위를 피해 표 없이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의 격차는 17년 동안 크게 벌어졌습니다. 달리는 열차라는 사실만 빼면 얼어붙기 전 세상에서 살던 것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앞 칸 그리고 그런 앞 칸을 꿈꾸며 살아가는 꼬리 칸은 먹는 것부터 매우 차이가 납니다. 스시도 먹을 수 있는 앞 칸과 다르게 꼬리 칸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단백질 블록만을 먹고살죠.
꼬리 칸 사람들도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7인의 반란, 맥그리거 폭동 등 밖으로 나가거나 앞 칸을 향해 나아간 사람들이 있었죠. 그들의 끊이지 않는 도전은 영화의 주인공 커티스에게까지 이어집니다.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기에 그들은 더욱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앞 칸에서 그들을 돕는 정체불명의 조력자가 단백질 블록 안에 메시지를 써 보내주니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경비병들의 총에 총알이 없다는 걸 알아챈 커티스가 반란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반란은 시작되었고 반란이 혁명으로 번지기까지 촛불을 휘두르며 쉬지 않고 뛰어갔지만 그들이 가는 길에는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급수 칸 앞에서 폭도 진압을 위해 모인 복면인들과의 전투는 매우 잔혹하고 그들의 죽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어울려서 싸우는 동안 열차의 간부 메이슨은 히죽 거리며 마치 재미있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마냥 구경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커티스를 잘 따르던 에드가도 죽었습니다.
곳곳에 뿌려지는 피와 날선 도끼에 맞아 눈을 부릅뜬 시체, 꼬치 꿰듯 꽂힌 꼬리 칸 사람들의 비명 없는 외침을 보며 그들의 전투가 잔혹하다는 걸 무척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생각이 들게 하죠. 서로 죽고 죽이는 이 싸움이 누굴 위한 것일까요?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싸울 뿐입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꼬리 칸과 앞 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복면인들은 각자의 신념이 있지만 그 신념을 유발하는 ‘차이와 차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기도 하고요.
질서를 지키려는 자와 무너뜨리려는 자
앞 칸의 주요 인물들은 질서(order)를 중요시합니다. 질서는 영화 속 영문 표기에도 나온 것처럼 order, 다른 의미로는 명령이며, 이 명령은 신성한 엔진을 수호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오는 절대적인 것입니다. 영화 초반 메이슨이 “앞 칸이 머리면, 꼬리 칸은 신발이다.”라며 신발을 가리키며 이건 ‘무질서’ 또는 ‘죽음’이라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질서는 ‘생명’이 되죠. 즉, 질서(명령)는 열차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명시하는 겁니다. 그런 메이슨의 신념은 앞 칸의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를 치며 윌포드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황홀감에 눈을 부르르 떠는 교사와 그를 따라 노래를 부르며 ‘윌포드는 위대하다! 엔진은 영원하다!‘고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릴 때부터 광기 어린 ’절대적인 명령(질서)‘을 주입하는 독재자의 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절대적인 명령은 ‘열차가 달려야 한다.’는 명제입니다. 이 명제 안에서 누구나 역할이 바뀔 수 있습니다. 길리엄을 추억하던 윌포드의 모습은 자신도 길리엄도 열차를 수호하기 위한 같은 역할임을 말하는 듯합니다. 이는 그들의 역할이 열차를 위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죠. 윌포드가 자신의 자리를 커티스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윌포드 역시 열차를 달리도록 해야 하는 자신의 위치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요. 앞 칸 사람들 역시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지만 그 자리가 차이와 차별을 만들고 차별로 꼬리 칸과 앞 칸의 대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앞 칸 사람들은 단지 꼬리 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멸종된 열차의 부품 대용으로 사용해버리죠.
부품을 대체하는 꼬리 칸의 모습은 우리가 사회를 구성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에 자신이 없어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나이가 들고 쓸모가 없어지면 더욱 젊고 튼튼한 부품으로 바꿔 버립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소위 말해 갈려나간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앞 칸은 늘 권리를 누려왔고 꼬리 칸은 권리를 얻기 위해 늘 투쟁해야 했습니다. 그 온도 차이를 볼 수 있는데, 앞 칸 사람들은 생존이 아닌 보다 높은 삶의 질에 대해 고민(커티스와 일행이 열차를 지나가면서 보는 모든 장면들이 그렇습니다)하지만 꼬리 칸 사람들은 늘 단백질 블록 하나만을 먹으며 매 순간 생존을 위해 걱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꼬리 칸 사람들은 앞 칸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꿈꾸며 그들을 향해 반란의 횃불을 들게 되는 거죠.
그러하기에 앞 칸은 더욱더 꼬리 칸을 강하게 억압합니다. 그리고 그 억압을 열차 내 무질서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죠. 윌포드는 늘 소요를 일으켰습니다. 그동안 실패했다던 7인의 반란, 맥그리거 폭동은 그들의 작품이었고, 영화의 주 내용이 되는 꼬리 칸의 반란 ‘커티스 대혁명’마저도 윌포드와 길리엄이 합작해서 만든 큰 계획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늘 변화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생겨나는 겁니다. 윌포드와 길리엄 그 누구도 작은 변수들이 모여 질서를 어지럽히게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변수는 커티스 대혁명에서 조금씩 쌓여서 큰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횃불을 들고 싸우거나 니느웨를 구원한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요나의 신비한 능력, 내내 골칫거리였던 크로놀이 폭탄으로 사용된다거나 자신의 팔이 잘리는 걸 무서워했던 커티스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팔을 희생하는 행동 등 변칙적인 요소들이 묶여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연 같았던 모든 변수들이 결코 우연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꿈꾸었기에 변수들을 발생시킬 수 있었던 거죠. 예로 남궁민수는 감옥에 갇히기 전부터 열차 밖을 상상했습니다. 마약 하는 것처럼 하면서 크로놀을 챙겼고, 그중 좋은 질의 크로놀을 골라내 폭탄을 제조했죠. 그 결과 열차는 무너지고 비로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열차 안 또는 열차 밖
윌포드는 열차를 세계라고 했지만 그 세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대가 잉태되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아무것도 없는 하얀 열차 밖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죠. 그들이 비교적 차별받는 황인과 흑인의 조합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그들의 조합은 하나의 거대한 질서인 열차를 벗어나게 되었고 북극곰을 보며 열차 밖에도 사람이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열차 밖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면 좀 더 쉽게 유추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거대한 사회의 질서를 벗어나게 된다면, 거대한 흐름에서 튀어나간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열차 안의 삶과 열차 밖의 삶.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할까요? 새하얀 설원에서 엔딩을 맞은 영화처럼 그 답은 스스로 내려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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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드니 빌뇌브답게 써 내려가는 묵시록의 서막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191년, 황제는 아트레이드 가문의 가주 '레토(오스카 아이작)'에게 '듄', 곧 사막과 모래언덕으로 가득한 아라키스 행성을 점령하고 아라키스에서만 나오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를 채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레토는 황제의 명령이 아라키스의 이전 주인이었던 하코넨 가문의 가주 '블라디미르(스텔란 스카스가드)'와 '글로수(데이브 바티스타)'의 음모일 수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측근인 '던컨(제이슨 모모아)'와 '거니(조쉬 브롤린)'의 도움을 받아 아라키스로 갈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한편 아트레이드 가문의 후계자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폴(티모시 샬라메)'은 어머니이자 마녀의 일원인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에게 여러 교육을 받는 가운데 매일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멘' 여인 '챠니(젠데잉)'를 꿈에서 만난다. 꿈에서 죽음과 파괴를 예지한 후 어머니에게 들은 자신의 운명을 두려워하던 폴은 아트레이드 가문의 일원으로 아버지와 함께 아라키스로 향하고, 사막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운명을 대면한다.
<시카리오>,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으로 이름을 알린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 <듄>은 기대만큼이나 많은 우려를 산 작품이었다. 특히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은 기대 요소이자 위험요소였다. 이미 수십 년간 수많은 SF와 판타지 작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던 원작을 영상화하는 만큼, 과연 유사한 작품들과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뻔할 수도 있었던 폴의 영웅담은 빌뇌브 감독의 연출과 편집, 웅장한 영상과 몽환적인 음악을 만나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1부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
분명 <듄>을 보다 보면 많은 작품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우선 주인공 폴을 보자. 제국의 대가문 중 하나인 아트레이드 가문의 후계자이며, 서로를 배척하던 두 종족을 연결시켜 줄 운명적으로 정해진 메시아인 폴은 가문의 복수를 위해 거대한 전쟁에 뛰어든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수많은 유명 작품 속 주인공이 보인다. 종교적으로 예정된 구세주이자 서로 다른 종족 간의 가교이고 가문의 복수를 다짐한 후계자라는 점은 <왕좌의 게임> 속 존 스노우나 <해리 포터>의 해리를 연상시킨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내적 갈등은 <반지의 제왕> 영화 속 아라곤의 것이다. 우주의 패권을 잡은 제국과 황제의 대항마로 성장하는 소년은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을 한 적이 있고, 다른 행성에서 온 종족이 원주민들의 예언 속 영웅이 된다는 설정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와 유사하다.
그 외의 여러 설정도 마찬가지다. 사막으로 가득한 외계 행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이나 사막에서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존재에서는 <스타워즈> 속 타투인이나 자쿠 행성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아라키스 행성에 외계 종족들이 침입해 현지 자원을 약탈해 가는 것은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구하려는 경쟁에서 비롯된 유럽의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보이지만, <아바타>를 필두로 유사한 메시지를 내놓는 작품은 사실 적지 않았다. 모든 수분을 식수로 재활용하는 것이나 한 행성은 사막으로, 수많은 동식물은 모래벌레라는 하나의 생물로 단순화시킨 설정은 지구라는 닫힌 생태계에 대한 비유 같아 보이지만, 이조차도 <매드맥스>와 같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주제의식이나 메시지가 갖는 힘은 그 자체로 여전히 유의미하나, 이들이 <듄>만의 매력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듄>은 자칫 기시감으로 가득한 수많은 판타지 SF 영화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빌뇌브 감독의 <듄>은 위험으로 감득한 함정을 마치 모래벌레 피하듯 영리하게 피해 간다. 우선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빌뇌브는 원작으로 되돌아가 폴을 다른 작품 속 영웅들과 차별화하는 길을 찾아낸다. 영웅이 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영웅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와 경고를 암시하는 것이 바로 그 길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여러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작품 내에서 영웅이 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라곤, 해리 포터, 루크 스카이워커, 제이크 설리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설령 영웅이 되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고 깊은 고뇌에 빠지더라도 끝내 영웅의 능력과 덕목, 재능을 발휘해 세상을 구해낸다.
하지만 원작 속 폴의 영웅 서사 이면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며, 빌뇌브 감독은 영리하게 꿈을 활용하여 그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영화는 꿈이란 인간의 마음속 심연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챠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며, 이 내레이션의 내용처럼 폴의 꿈은 영웅의 부정적인 속성을 심연 위로 끌어올린다. 실제로 스파이스를 흡입한 후 폴의 환상은 가문의 복수를 이룬 그가 구세주로서 하나의 상징이 되고, 그로부터 비롯된 광기가 온 우주를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하고 피바다로 물들이는 불길한 미래를 보여준다. 그래서 폴은 자신이 프레멘들의 구세주가 될 운명임을 아는데도 그들의 신앙심이나 계시가 한낱 조작과 선동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여기거나, 피를 흘려야 하는 결투에서 승리하여 그들의 메시아로 인정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의 예지가 늘 현실이 되기에 더욱 그렇다.
즉, 선택받은 특출한 한 개인, 곧 초인이 세상을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 노래하던 다른 영웅담과는 달리, <듄>의 영웅담은 초인이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힘에 대한 경계와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다. 전반적으로 희망을 잃지 않는 장조 화음으로 진행되는 다른 영화들에 반해 <듄>은 불안함을 품은 단조 화음으로 진행되면서 모래사막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쳐나가고, 원작의 고유한 주제를 되살림으로써 오래된 고전의 약점을 지운 것이다. 이는 웅장하고 강렬하나 알게 모르게 귀를 괴롭히고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한스 짐머의 선율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 영화가 폴의 환상을 반복되는 암시나 복선으로 남길 뿐,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 것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강렬한 인상과 남다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보니 원작을 접하지 않은 경우에는 폴의 서사와 일반적인 영웅담의 차이가 명확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한편 빌뇌브 감독 본연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편집이나 연출적 특징은 많은 작품이 공유하는 설정과 세계관 외에도 뚜렷한 개성을 지닌 독자적인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해낸다. 우선 빌뇌브 감독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금기시되는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적극적으로 영화에 끌어오면서 영화적 긴장감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듄>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래의 사건을 삽입하는 플래시 포워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운명과 공동체의 비극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한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미래를 알기에 초인이 되어가기를 경계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한 개인의 심리가 효과적으로 부각될 수 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는 알아도 정작 그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또한 전투 장면에서는 영화적 긴장감을 정적이면서 느린 호흡으로 풀어내는 빌뇌브 감독의 역설적인 장기가 두드러진다. 습격으로 인한 혼란과 급박한 상황을 하늘에서 대지를 내려다보는 관찰자와 같은 구도로 차분하게 담아내다 보니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아트레이드 가문의 처절함, 생존자의 좌절과 절망은 오히려 극대화된다. 마찬가지로 아라키스 행성을 보여줄 때에도 행성의 전경을 상공에서 보여주는 구도를 자주 취하며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막의 아름다움과 척박함, 모래 벌레의 위용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황홀한 비주얼은 폴의 서사에서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설명이나 분량을 직관적으로 채워주고도 남는 듯 보인다.
더 나아가 압도적인 스펙터클은 폴의 꿈, 프레멘들의 일상 속에서 기도, 예언과 계시를 읽어내는 마녀들의 존재 등을 만나 마치 한 편의 묵시록처럼 웅장하고 숭고한 인상을 준다. 작중 종교가 신앙의 대상이자 동시에 중요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된 결과, 예수나 무함마드를 비롯해 이미 죽은 예언자들의 이름을 내걸고 전쟁을 치렀던 기독교,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 간의 역사적 충돌을 연상시키는 종교적 알레고리가 영화 전반을 감싼다. 그래서인지 <듄>이 성인을 위한 스타워즈가 될 것이라던 빌뇌브 감독의 표현에는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만 시리즈의 1편이기에 피할 수 없는 단점이 눈에 띄기는 한다. 아무래도 시리즈의 시작인 관계로 가문을 비롯해 스파이스나 모래벌레, 그리고 각종 행성과 무기 및 도구들에 설명이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영호의 도입부는 지루한 감이 있다. 그 후로도 느린 호흡을 통해 착실히 기반을 다져나가는 장면이 많은 관계로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의 트렌드와는 잘 결부되지 않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래서 초반부 이후에도 영화 템포가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감독의 전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처럼 불호로 느껴질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뇌브 감독의 스타일대로 뚝심 있게 뽑혀 나온 2시간 40분은 그 어떤 판타지나 SF 작품과도 다른 독보적인 분위기와 개성으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유의미해 보인다. 또한 원작을 읽었든 아니든, 감독의 스타일에 익숙하든 아니든 영화가 끝난 후에는 2부가 언제 개봉하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게 만드는 데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듄>은 많은 우려는 기우라는 듯이 한 편의 독립적인 작품으로나 시리즈의 초석으로나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이제는 대중성까지 잡은 듯한 드니 빌뇌브 표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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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개봉 20일째인 11일 오전 누적 관객 수 7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천만 영화를 향해가고 있는 <서울의 봄>이 개봉 3주차에도 150만여 명의 주말 관객 수를 끌어모으며 식을 줄 모르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편<노량: 죽음의 바다>가 오는 20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과연 오랜만에 붐비는 극장의 관객들을이어서 가져올수 있을까요?
개봉 3주 차를 맞이한 <서울의 봄>의 화력은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주말 관객 수 1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1일 누적관객 수 7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두 번째 1000만 영화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6일 날 개봉한 <3일의 휴가>, <나폴레옹>이 <서울의 봄>을 꺾지 못하면서 나란히
2,3위를 차지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북미 공개 첫 주에 매출액 10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일본에서 지난 7월 공개되어 약 754억원의 매출액을 벌어들였고, 국내에서는 지난 10월에
개봉하면서 199만명을 기록중입니다. 한편 영화 <트롤: 밴드 투게더>가 전 세계 13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위시>를 꺾고 흥행 반전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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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박형식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로코의 달인으로 다채로운 매력과 출중한 연기력을 가졌으며,
오늘이 바로 생일인 배우인데요. 바로 배우 '박형식'입니다!!
그럼, 바로 박형식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배우 '박형식' 프로필
ⓒ 스타포커스
이름 | 박형식
출생 | 1991년 11월 16일
소속사 | 피앤드스튜디오
데뷔 | 2010년 1월 15일 제국의 아이돌
배우 '박형식' 데뷔 과정
ⓒ 스타포커스
배우 박형식은 중학교 때 CA 활동으로 밴드부 활동을 하게 되었고, 시 대회를 나가서 1등을 하고
상을 받으니 기획사에서 명함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떨어지면 다시 공부하기로 하고 일단 한 번
오디션을 봤고 그때 스타제국과 연이 닿았다고 한다.
배우 '박형식' 활동
ⓒ ELLE
2010년 1월 15일에 9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ZE:A의 멤버로 정식 데뷔 후, 2011년 SBS 설특집
2부작 드라마 <널 기억해>에서 조연으로 배우에 데뷔하였다. 그 후,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배우 '박형식' 대표작
가족끼리 왜 이래 - 차달봉
ⓒ KBS Drama
차씨 집압의 문제 많은 삼 남매 중 철부지 막내 아들
역할인 '차달봉'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상류사회 - 유창수
ⓒ SBS Drama
까칠하지만 순수한 면모가 있는 나쁜 남자인
재벌 3세 백화점 본부장인 '유창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힘쎈여자 도봉순 - 안민혁
ⓒ JTBC
박형식 배우는 속내를 도저히 알 수 없는 똘끼충만 4차원
게임회사 CEO인 '안민혁'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두개의 빛: 릴루미노 - 서인수
ⓒ 네이버 영화
박형식 배우는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점점 시각을 잃어가는 피아노 조율사 '서인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왓챠
슈츠 - 고연우
ⓒ KBS
박형식 배우는 한번만 읽으면 뭐든지 기억하는 천재이자
상대를 무장 해제시키는 공감능력을 가진 신입 변호사 '고연우'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왓챠
배심원들 - 권남우
ⓒ 네이버 영화
박형식 배우는 끈질긴 질문과 문제 제기로 재판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U+ 모바일tv
해피니스 - 정이현
ⓒ Tving
박형식 배우는 정의로운 성격을 가진 인물로
세양경찰서 강력반 형사 '정이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사운드트랙#1 - 한선우
ⓒ Disney+
박형식 배우는 말수는 적지만 다정하며 따뜻한 성격을 가진
신예 사진 작가인 '한선우'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디즈니+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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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과 리액션, <스파이의 아내>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몇 가지 물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물음은 여러 요인들 중에서도 우선 헐거운 인과성, 그러니까 구멍이 숭숭 뚫린 서사의 맥락에 기인한다. 왜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마음을 바꿔 남편을 돕는가, 영화를 보는 사토코의 얼굴 표정의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토코의 밀항을 진정 남편이 밀고한 것인가,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가 어떤 목적으로 몰래 필름을 바꿨는가와 같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영화의 서사 구조는 평이하다 못해 의도적으로 헐겁게 구축된 느낌도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매혹적인 이유는 그러한 허점을 보완하는 독특한 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감히 넘겨짚건대 영화의 동력원은 첫째로 종종 클로즈업되는 인물의 얼굴이고, 둘째로는 목도한 현상에 대해 인물이 드러내는 리액션에 있다.
섬세한 불안이 겹겹이 쌓인 모호한 인상의 영화라서, 특정 지점이 마음에 든다기보단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떤 인상이었는지 기술하는 편이 더 손쉬운 접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총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베일을 걷어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사토코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두 개의 쇼트를 고를 수밖에 없다. 먼저 사토코는 유사쿠가 숨겨 놓은 필름의 내용을 확인한다. 이때 관객에게는 영사되는 필름의 내용물 대신 사토코의 클로즈업된 얼굴, 미묘하게 놀라는 듯한 표정만이 포착되다가 다음 쇼트로 커트된다. 사토코의 오묘한 표정을 통해 관객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구멍난 서사를 헤쳐나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먼저 대다수 관객은 당장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들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생겨난다. 그 필름에는 실험 노트처럼 비윤리적인 끔찍한 만행들이 기록되어 있을까, 설마 필름에 자신이 기대했던 내용이 없었나, 사토코가 남편에게 이 영상을 본 뒤 어떤 말을 건넬까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관객이 서사의 구멍에 대처할 수 있는 더욱 직관적인 사토코의 표정은 밀항에 실패해 체포된 뒤 압수당한 필름을 영사하는 순간에 드러난다. 유사쿠가 바꿔치기한 걸로 추정되는 필름에는 사토코 본인이 무도회에서 쓸 법한 가면을 쓰고 연기했던 영화가 담겨 있었다. 이 영화가 끝난 뒤 카메라에 담긴 사토코의 표정은 분명한 정보를 제시한다. 혼란과 당황함 이후에 뒤따라오는 배신감과 의아함 등으로 뒤섞인 불투명한 감정의 총체가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플롯을 연결하고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 방식은 종종 인물의 표정만으로 향후 이어질 서사의 조각을 관객이 스스로 가늠하게 하는 쪽에 가깝다. 더욱 흥미로운 건 클로즈업되는 사토코의 표정은 영화를 볼 때 말고도 폐허를 목도하는 장면에서도 포착되는데, 세 쇼트는 모두 조명이 극도로 제한된 채 제시된다. 너무 어두워서 표정이 부분적으로만 드러나는 상황 속에서 관객은 그녀의 표정을 끈질기게 탐구해야만 한다.
한편 사토코는 자신이 목도한 바꿔치기된 필름의 내용을 보고 나서 스크린으로 돌진한 뒤 실성한 듯 웃음을 '흐느낀다'(어쩐지 웃음을 터뜨린다기보다는 흐느끼는 쪽에 가깝다고 느꼈다). 이 쇼트 이후 바로 이어지는 쇼트에선 유사쿠가 배를 타고 유유히 떠나는 모습이 제시된다. 유사쿠는 실제인지 허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쇼트 속에서 배를 타고 손을 흔들고 있다. 사실 이 쇼트에 담긴 유사쿠의 모습이 진정 어떤 유사쿠인지 관객은 파악할 수 없다. 유사쿠가 정말 아내를 미끼로 자신만 유유히 미국으로 빠져나갔을까? 만약 유사쿠의 소행이라면 그 행동은 아내를 위험에서 지키려는 의도가 우선이었을까? 혹시 사토코가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어딘가 모르게 석연찮아 하던 가정부 코마코의 소행은 아닐까?(다소 억지스러운 추측이긴 하지만) 혹은 어쩌면 그 장면은 사토코가 배신감과 분노 등이 뒤섞인 채로 마주한 환상의 이미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대략 짐작은 가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 관객은 그저 사토코의 표정과 리액션에 의지해서 극을 따라가야 한다. 이 영화가 더욱 독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헐거운 서사의 동력원으로 보일 법한 얼굴 표정과 상황에 대처하는 각종 리액션들이 상황을 간명하게 엮어내기보다는 오히려 의뭉스러운 인상만을 증폭시키는 데 있다.
다소 느슨하지만 최소한으로 기능하는 서스펜스, 미장센에 묻어 있는 1940년대 일본의 정서, 소재에 관한 역사 성찰적 접근, 첩보나 멜로 등이 배합된 장르적인 질감 등이 영화를 향한 감상 포인트를 다채롭게 가공하고 있지만 정작 이 영화 자체는 앞서 말한 특징적인 몇몇 표지로부터만 동력을 얻는 듯 보인다. 그 동력원을 통해서 가닿는 곳에는 무엇이 있는가. 쉽게 단언할 수 없다. 마냥 몇 가지 키워드로만 집약하고 싶지 않다. 이런 모호한 영화들의 특징이라면 품고 있는 다채로운 기운을 음미하는 과정에서 문득 다른 사유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성찰적인 뉘앙스를 풍겼던 이 영화에선 어쩐지 끝내 유사쿠가 망명하여 자국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이야기, 대의를 위해 국가를 저버린 양심적인 개인들의 서사는 결국 소멸되고야 만다. 대신 영화가 끝을 내는 방식은 사토코의 울음소리와 함께 삽입되는 몇 가지의 문장들이다. '1945년 8월 종전'이라는 정보는 과연 합당한가? 천황의 항복 선언을 떠올린다면 종전보다는 패전이 맞는 표현이 아닌가. 이어서 다음 해에 유사쿠는 죽었지만 위조된 죽음일 수도 있다는 정보가 뒤따른다. 사토코가 몇 년 뒤에 미국으로 여행을 갔다는 문장으로 영화는 끝난다. 어쩐지 불필요해 보이는 결말부의 문장들이 과연 불투명한 매혹성을 강화하는지 석연찮은 의구심을 키우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아직까지는 이 모호한 인상을 뿜어내는 영화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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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리뷰 - 베놈2의 단점을 답습하다 (스포일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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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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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의 첫 아시안 영화, 샹치가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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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21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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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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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샹치 예고편 공개
00:43 익숙한 그림과 냄새들
02:24 다양한 성공&실패 예시들
04:18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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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송> 캐릭터 예고편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반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NO브레이크! FULL엑셀!
성공률 100% 특송 전문 드라이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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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패딩턴: 페루에 가다> 메인 예고편
귀엽곰 웃기곰 신나곰🐻🐾 다 하는 곰이 돌아왔다! [패딩턴: 페루에 가다] 메인 예고편 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