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8-26 21:19:41
[SIWFF 데일리] 서로의 손을 잡고 벗어나자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우천사)
SYNOPSIS
1999년, 폭력이 만연하던 종말론의 시대. 무엇 하나 쉽지 않던 그 시절, 어느 여름보다 뜨거웠던 소녀들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
PROGRAM NOTE
고교 태권도 선수 주영(박수연)에게 그해 여름은 서글프고 찬란하다. ‘정상’여고 태권도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 같이 비정상적이라 세상이 소문대로 멸망이라도 해버렸으면 싶은데, 우연히 만난 예지(이유미)와 사랑에 빠진 다음부터는 자꾸 영원을 꿈꾸게 된다. 세상은 그렇게 두 갈래로 간극을 넓혀 나간다. 한쪽은 폭력과 비리로 얼룩져 있고, 다른 한쪽은 설렘과 애틋함으로 물들어 간다. 영화는 삐삐와 공중전화 같은 소품, 향수를 자극하는 가요 등으로 시대를 다채롭게 재구성하면서 두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는 여성 청소년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나이와 성별, 신분을 이유로 위계를 나누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목격하는가 하면, 사랑과 우정이 북돋는 용기에 힘입어 이에 저항하고자 나선다. 영화는 사각지대에 내몰린 청소년을 조명하고 체육계 미투 운동을 상기시키는 에피소드를 전개하면서 어른의 역할에도 질문을 던진다. 다만 인물 곁에는 못되고 못난 어른뿐만 아니라, 제 한계를 확인하며 고민에 빠지거나 타인의 감정을 그 자체로 수용해 주는 어른 또한 자리한다. 덕분에 소녀들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경직된 시선에 압도당하지 않고 저마다 소망하는 방향으로 애써 나아간다. 그 길은 미래의 천국보다 현재의 사랑을 기꺼이 택하는 것이기에, 영화는 끝내 반짝이는 순간을 꺼내 보인다. [차한비]

유행은 돌고 돈다. 똑딱이 디카와 DSLR이 ‘보급형’이 된 세상에서 필름 카메라가 아성을 되찾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캠코더가 유행하더니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를 통해 캠코더를 위시한 2000년대 카메라들까지 유행이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1999년은 내가 아직 문화를 향유하기엔 너무 어렸던 나이임에도, 어쩐지 자꾸 대중문화 속에서 소환된 덕분에 기묘한 감각으로 흐릿하게 돌아보게 되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그리운 그 시절로 회고하니 자꾸 그리운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러는 동안 약간의 위화감이 들었다. 그건 ‘과연 그립기만 한 시절이 맞나?’ 하는 것이었다. 비위가 약했던 어린 날의 나는 그 시절 웬만한 공중화장실이 괴로웠던 것도, 버스 뒷자석이나 페인트 칠해진 벽 위에 수정액 혹은 매직으로 적혀 있던 낙서들이 얼마나 날 서 있었는지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이 좀더 익숙하던 시대였다. 1999년은 분명 그랬다.
그 시절의 몽글몽글한 감성과, 그 시절의 폭력성을 동시에 재현하는 영화는 그래서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이하 우천사)가 필요했다. 물론 <오징어 게임>으로 이제 그의 연기력 모르는 사람 없게 된 배우 이유미, 담담해 보이는 표정으로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는, 내겐 너무나 ‘믿고 보는’ 배우 박수연에 대한 기대도 한 몫 했다. 그리고 <담쟁이>로 우리에게 찾아왔던 한제이 감독까지.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영화였다.

영화 미술팀이 얼마나 꼼꼼하게 노력을 기울였는지 느껴진다. 델몬트 유리병, ‘사랑’ 액자, 야광 별, 옥색 가구… 90년대 집의 무드가 물씬 풍겨 나는 곳. 그 집에서 자란 주영(박수연)은 정상여고 태권도부에 속해 있다. 학교명은 올라야 할 ‘정상’을 지향하고자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 위해 비정상을 감내해야만 한다. 방관은 숱하게 일어나고, 심지어 교육을 빙자한 폭력조차 만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벽면에는 “방관도 폭력이다” 혹은 “제3자도 가해자다” 같은 ‘맞는 말’이 적힌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을 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 학대 같은 조건도 “다 하는 건데”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정하고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어머니가 있음에도, 주영은 그 비정상의 세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 구조화된 폭력의 세계니까.

거기에 사이렌을 울리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다 주고 싶은 첫사랑,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같이 있으면 다 아름다운 두 개의 거울 같은 사랑을 외면할 자신이 있는지. 그러나 아직 어린 소녀들의 주변은 부서지기 너무나 쉽다. 세기말의 흉흉한 세계에서는 더더욱.
폭발할 것 같은 세계였던 동시에, 그 폭발을 핑계로 폭력을 숨겨보려는 이들이 있는 세계이기도 했다. 세기말의 흉흉한 소문들과 권위 의식이 뒤섞이는 이상한 세계이기도 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손길들이 작은 삶들을 짓뭉개려 했지만,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햇볕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듯 말랑말랑한 첫사랑의 안온한 온도와, 그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가장 차가운 세상에서 가장 뜨거워져야 했던 온도까지 하나에 모두 담았다. 그 극명한 온도 차를 오가다 보면 관객은 목도하게 된다.
소녀가 소녀를 구한다는 것을. 거칠고 폭력적이고 꼬여 있는 세상에서. 사랑이든 우정이든 운동이든, 동기가 무엇이든 그들 모두에게 자유롭게 뛰는 체육관 하나가 필요했음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무관하게 지구 종말은 부분적으로 사실이었을지도 모르다. 사랑이 없고, 깨어진, 그 모든 날들이 어쩌면.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다. 수정액으로 여기저기 날 선 낙서가 적혀 있는 세상을 막연하게 거칠다 느꼈던 어린 시절에서, 수정액과 수정 테이프를 섞어 사용하던 학창시절을 지나, 이제는 오래 전 한 개 사둔 수정 테이프가 집 어딘가 굴러다니지만 좀처럼 쓸 일이 없는 그런 날들을 산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준 마음들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자신을 태워서라도 모든 걸 내어주고 싶은 첫사랑의 애틋함, 가볍고 즐겁지만 그 이상을 분명 간직하고 있는 우정, 같은 상처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스크럼을 짜고 연대할 수 있는 마음. 부디 주영과 예지, 다른 아이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서로 손을 잡고 벗어나자. 사랑 없음으로 종말에 이르는 세상을.

2023. 08. 26. 10:30-12:2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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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평범해질대로 평범해진 디즈니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는 자사의 61번째 작품이자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작품이다.
이를 맡은 사람으로는 <빅 히어로, 2014>의 감독 "돈 홀"과 함께 전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2021>과 합을 맞추었던 "퀴 응우옌"이 이름을 올렸고, "제이크 질렌할 - 데니스 퀘이드 - 루시 리우"가 출연하였다.
근데, 언제부터 였을까? -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이렇게나 기대를 안 되는 것이 말이다!전설적인 모험가 "아서 클레이드"의 아들. "서처"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자신과 함께 모험을 했던 동료 "칼리스토"가 도움을 청하고 "서처"는 이에 못 이기는 척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근데, 오래전에 실종되었던 아버지 "아서"와 재회하게 되는데...1. 익숙해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험들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의 이야기에서도 직접적으로 "모험"이 제시되는 것으로 해당 작품이 "어드벤처"라는 건 두말하면 입만 아프겠지? - 하물며, 포스터의 폰트는 <인디아나 존스, 1982-2008>시리즈를 연상케한다!
이외에도 <미이라, 1999-2008>와 <캐리비안의 해적, 2003-17>시리즈 등. 여러 작품들로 파생되었을 만큼 본 작품이 관객들에게 보여줄 장면들과 시퀀스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그런 점에서 맞이하는 <스트레인지 월드>의 볼거리들은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해당 작품을 보기에 앞서 "모험"을 대하는 두 종류의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영화와 같은 보이는 매체인 만큼 '기대감과 공포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시각적인 효과는 필수이다!
앞선 작품들이 비슷했음에도 각기 다른 작품으로 기억하는 데에는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것이 의아할 만큼 살벌한 비주얼들이 있기 때문이다. - 살 속으로 파고드는 벌레와 얼굴에 달려있는 문어 다리들을 기억하라!2.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
그런 점에서 <스트레인지 월드>, 역시 살벌한 비주얼을 뽐내는 데에 성공한다.
물론, "디즈니"와 "애니메이션"인 만큼 과격하진 않지만 각인시키는 데에는 충분한 징그러움이 아닐까?
여기, 우당당탕거리는 추격전까지 "어드벤처 영화"가 갖춰야 하는 미덕은 다 있으니 영화를 즐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캐릭터들과 이야기 형성에 있어 아쉬운 점들을 노출된다.영화 <스트레인지 월드>의 주인공 "아서"와 "서처", 그리고 "이든"까지 이들을 한데 묶어내는 주제는 부자(父子) 관계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에 자신과 같은 성의 부모의 행동들을 따라 하며, 사회성을 익히기에 그 누구보다 친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자아이들이 엄마를 두고서, 아빠와 경쟁은 펼치는데 이런 이유에는 자신이 아빠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여자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있다.이런 모습을 극 중. 자신의 아들 "이든"에게 아버지 "아서"의 모습을 수시로 겹쳐 보이게 함으로 경쟁을 넘어 혐오의 감정을 일깨우게 만든다.
3.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한계가 보인다. 보여!
이렇듯이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는 "가족의 화합"으로 이야기를 가져온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발암캐"라고 정리될 만큼 답답한 감정만을 가져오며, "악당"의 존재에서도 이어진다.
앞서 "이모텝"과 "데비 존스"가 무서운 비주얼만으로 기억되는 건 아닌 것처럼 "부활"과 "사랑"이라는 저마다 확실한 동기들이 있었다.
본 작품에서도 "공리주의"라는 시점에서 동기는 확실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준에 금방 정리되고 만다.물론, 이후 야심 차게 준비한 "반전"도 있지만 이미 김이 빠질 대로 빠져서 크게 감흥이 오지 않는다.
· tmi. 1 -극 중. "이든"은 "게이"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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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묻지 않고 앞으로만 쭉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어디서 누가 날 부르고 있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데 듀스의 노래 가사가 튀어나왔다. 음악 좋지. 별안간에 어렸을 때 작게나마 소망했던 것이 생각났다. 갑자기 기타를 잘 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김광석 아저씨 멋있지 않나?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을 살짝 선망했던 시기가 있다. 아빠가 기타를 칠 줄 알아서 배우고 싶었으나 도레미파솔라시도 치는 것도 어려워서 접었다. 아. 노래 잘하는 것도 멋있다. 사실 이것도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내 말하는 방식이 목에 안 좋은 것 같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안 좋은데 복식호흡을 이해하는 것은 나에게 어려운 과학이론을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것인가? 네가 원하는 건 뭔데? 이 질문 '네가 원하는 건 뭔데?'는 나의 삶을 관통하는 질문 중 하나다. 이 질문의 답은 그냥 내가 하고싶은 일 하고 살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이다. 그들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원하는 건 그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막상 도전하려니 안될 것 같은 겁이 나기도 한다. 점점 내가 세상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이 세계가 나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맥도널드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면접에서 컷 당했던 과거의 내가 생각난다. 거기서 잘 됐어야 했나. 괜히 멋진 사람들을 만나 눈이 높아져 애초부터 불가능한 걸 꿈꾸고 있는 걸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맞는데 말이지. 그렇게 미래고 인생이고 다 때려치우고 락밴드처럼 노래 부르는 미래가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 나다. 과연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우리에게 특별히 중요한 건? 뭘 찾고 있는 걸까? 이렇게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춘들에게, 아일랜드의 소년 하나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있다고 한다. 왓챠의 3월 신작을 들여다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아일랜드에 사는 소년 코너는 어느 날 싱 스트리트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갑자기 가계 사정이 어려워져 자기 의사랑은 상관없는 삶을 보내야 하는 코너. 코너에 눈에 보이는 것은 싸움을 일삼는 학생들과 흡연자들이다. 또, 어딘가 좀 불안해 보이는 학교 친구들도 있다. 상큼한 10대 생활은 다 텄다. 근데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교장 벡스터 수사는 이런 개판 5분 전의 상황을 방관하기만 한다. 아니 사실 방관만 하면 다행이다. 코너는 새 학기가 되자마자 싹수없게 생긴 배리에게 '호모답게 춤이나 춰라'라는 협박을 당한다. 이 상황을 겪은 코너. 벡스터 수사에게 잡혀가서 검은 구두 살 돈 없으면 맨발로 다니라고 면박을 듣는다. 자기 생각 외의 상황으로 사면초가가 된 상황.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그렇게 뭐같은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하교하던 도중에 맞은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라피냐를 보게 된다.
영화는 코너와 라피냐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한 하이틴 성장물이다. 코너는 라피냐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고 이에 밴드를 하고 있다고 뻥을 치게 된다. 잘 나가는 모델이었던 그녀에게 마음을 얻기 위해 신박한 직업을 꺼낸 것이다. 노래의 s도 모르던 코너. 음악을 하던 형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음악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여자 꼬시려고 밴드를 결성한 소년들의 이야기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모든 사랑의 이야기가 그렇지만 당연히 순탄한 시간만 있지는 않다. 라피냐의 남자 친구에게 벽을 느껴 좌절하기도 하고, 교장 브라운 수사를 위시한 사람들의 편견에 상처받기도 하며 현실적인 문제로 코너 자체가 속이 쓰리기도 한다. 영화는 음악 영화답게 뮤비도 찍고 공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그중 탁월한 음악과 달달한 로맨스도 보이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뭐, 영화를 정의한다는 발상 자체가 좀 웃긴 거긴 한다. 그런데 나는 (많지 않은) 독자들이랑 영화 가지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이런 문항을 쓰는 것 아닌가. 이 문장을 쓰는 이유는 이 영화야 말로 통통 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려본다면, 음악 영화다. 장르적으로 뻔하다? 뭐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영화만큼 음악과 영화가 잘 사는 영화는 몇 편 못 봤던 것 같다. 첫 번째. 10대 로맨스 영화의 역할로도 탁월하다. 자아의 성장을 통해 찾았던 사랑과 삽입곡들의 가사 둘이 시너지가 좋아서 관객을 더 쉽게 몰입하게 도와준다. 또 이 영화는 음악이 좋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To find you>이다. 팝송을 잘 안 듣는 나지만 이건 꾸준히 듣는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결국 너 아니면 나 자신을 찾는 일이다. 사랑하기 위해선 나를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공부해야 하지 않나. 이 노래는 우리가 공감할만한 사랑의 속성을 가사로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또 엔딩신에 나오는 가사가 슬펐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 글에다 쓸 수는 없겠지만 그 장면이랑도 잘 어울려서 찡했다.
3. 다른 장르물과의 차이점은?
<위플래시>가 생각난다. 똑같이 인성이 더러운 선생들이 나오고, 음악을 좋아하는 10대가 주인공이다. 이 <위플래시>는 장르적으로 스릴러물에 가까운 음악영화다. 주인공들의 미친 광기로 2시간을 채운 영화가 <위플래시>라면 이 영화 <싱 스트리트>는 히피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주인공 코너의 초반부 화장기법이나, 검정 코디에 빨간색 기타나 2022년 현재에도 힙하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덧붙혀 주는 인물이 있는데, 주인공 라피냐다. 다양한 화장법이 잘 어울리는 미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어른들에게 대드는 영화의 줄거리가 외적인 요소랑도 잘 맞아서 시너지가 좋았다.
또, 이 영화는 대사를 잘 썼다. 사랑이 뭘까. 난 사랑은 '적당히란 없는 것'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적당히란 없다. 미친 듯이 몰입하거나, 될 때까지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좋아하는 걸 한다고 해서 세상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서인지 뭐든 피 토하기 전까지 다 갖다 바치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썼던 이유는, 후반부에 특정한 장면 때문이다. 엄청난 울림이었다. 마치 이 장면을 위해 그동안의 자아 찾기가 이뤄졌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장면에서 형과 동생의 대화를 통해 꿈을 위해 떠나고자 하는 이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대사를 썼다. 또 이뿐만 아니라 도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가사도 몇 줄 있었다. 사실 우리 인생이 주인공과는 멀리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잘 안다. 이 형제로 사는 모든 이들에게 존 카니가 바치는 따뜻한 메세지만으로도 영화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비교적 신인 배우들을 등판시킨 작품이다. 그런데 연기가 어색한 것은 아니다.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코너의 밴드 친구들이 풋풋하고 귀여운 연기를 잘 소화해서 보는 내내 미소 지으며 볼 수 있었다.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비긴 어게인> <원스> <라라 랜드> 좋았던 사람들은 일단 재생 버튼부터 누르고 봐야 한다. 이 셋과는 다른 작품임과 동시에 '일단 노래가 좋은'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또 요즘 왓챠가 신작을 들이는 게 시원찮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긴 했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어서 추천하기가 뭐했는데, 이 작품은 안 본 분들이 있다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또 도입부의 나에게 공감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우리, 잘 가고 있을 것이다. 지금 가지 못하면 절대 못 가니까 이렇게 두려운 것이 많은 것이다. 기회가 왔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자.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다.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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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하게 만드는 '비호감' 스릴러
비호감 캐릭터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스릴러 영화가 등장했다. 캐릭터들의 하드캐리가 돋보이는 작품인 '그녀가 죽었다'가 그 주인공.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는 게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신예 감독인 김세휘가 메가폰을 잡았고, 변요한과 신혜선이 영화 '하루' 이후 7년 만에 재회했다.
이 영화를 이끄는 두 캐릭터 구정태와 한소라가 매우 독특하다. 관음 혹은 염탐하는 게 취미(구정태)이고, SNS로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이다 보니 관종의 삶(한소라) 그 자체다. 다른 작품에서는 주로 빌런으로 나올 법한 비호감, 비정상적인 설정인데, '그녀가 죽었다'에선 메인 롤을 맡았다는 게 이색적이다.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여주인공이 초반에 죽는다. 그녀의 죽음 뒤에 담긴 비밀과 반전이 하나 둘 드러나기 때문에 제목만 봐선 쉽사리 예측되지 않는다. 전반부는 구정태가 관음, 염탐을 합리화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스토리를 전개한다. 그러면서 구정태가 자신을 둘러싼 관종들과 부딪치고 불협화음을 내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후반부에는 한소라가 관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된 비밀을 공개한다. 그 또한 내레이션과 함께 이야기를 전하는데, 구정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중반부터 서사가 서서히 헐거워지면서 개연성에 의문이 생겨도 크게 느끼지 못한 것도 캐릭터성 덕분이다.
두 주연 변요한과 신혜선은 누가 누가 연기를 더 잘하나 연기 대결을 펼친다. 변요한은 비호감 그 자체인 구정태를 친근한 이웃 같이 접근해 관객들 사이에 스며들게 만드는 영리함으로 자신의 내공을 뽐낸다.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습부터 사건으로 인해 오열하고 공포에 휩싸이는 등 다양한 얼굴로 스크린을 채운다.
신혜선은 '그녀가 죽었다'가 그의 필모그래피에 제대로 된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후반부 한소라 중심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드러내는 연기는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신혜선의 아우라는 매우 강력하다.
스릴러로서 역할은 충분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의 임팩트가 조금씩 힘이 빠지고 급하게 마무리되는 등 작위적인 면은 아쉽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이 단점을 캐릭터가 커버하고 있으니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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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저스 | 테니스 코트 위에서 피어난 삼각 로맨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대학 시절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한 비운의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 그녀는 테니스 선수인 남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의 코치를 맡아 테니스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눈앞에 둔 아트가 좀처럼 연패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타시는 남편을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시킨다.
그러나 타시는 자기 선택을 이내 후회한다. 아트의 어릴 적 절친이자, 자기 전 남자 친구인 ‘패트릭’(조쉬 오코너)의 대회 참가를 깨달았기 때문. 패트릭과의 만남을 가능한 피하려 한 타시. 그러나 테니스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아트와 달리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하는 패트릭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고, 아트와 패트릭은 코트 안팎에서 타시를 사이에 둔 랠리를 시작한다.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테니스 영화
팬데믹을 거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스포츠, 테니스. 과연 테니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기범 KBS 테니스 전문 기자에 따르면 테니스의 본질은 심리전이다. 정신적 무장이 흔들리는 순간 승부는 뒤엉킨다. 네트 앞 선수를 상대로 쉼 없이 뛰면서도 다음 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챔피언들은 무섭도록 냉철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심리전의 마스터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테니스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달리 코트 위 두 사람의 관계가 눈에 띄는 스포츠다. 단순히 공을 치는 게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우위에 서느냐가 핵심인 것. 여기에 테니스만의 독특한 규칙을 더하면 테니스에는 새로운 의미가 깃들기도 한다. 테니스에서 0점이 '러브(Love)'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테니스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누가 사랑의 우위를 점할지 결정하는 승부이기 때문.
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테니스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인물 간의 관계, 특히 사랑의 감정과 에너지로 스크린으로 가득 채우는 데 집중하한다. 그의 신작 <챌린저스>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영화의 탈을 썼지만, 본질은 로맨스다. 테니스 랠리의 묘미를 120% 이끌어내되, 관객을 승패가 아닌 사랑과 우정, 욕망의 랠리 속에 빠뜨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구조로 극대화한 캐릭터의 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한 가지 특징은 '금기'다. 그는 사회적으로 널리 용인되지 않는 소재를 자주 다룬다. 동성애, 성인과 미성년의 사랑, 식인 등.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재를 관객에게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늘 관건이다. 관객이 구아다니노의 관점을 수용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대중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반면에 관객과 구아다니노가 어긋나면 <본즈 앤 올>처럼 외면받는 작품도 나올 수 있다.
이때 구아다니노는 영화를 극 예술 이전에 영상 예술로 대하는 듯하다.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이해시키지는 않는다. 어차피 금기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논리적인 접근은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니까. 대신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에너지를 극대화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에 빠져들도록 유도한다.
<챌린저스>도 마찬가지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절친. 두 절친을 가지고 노는 한 여성. 자칫 막장 드라마로 빠지기 쉬운 삼각관계다. 구구절절 설명해도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구아다니노는 <챌린저스>의 구조에는 크게 힘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시합을 가장 먼저 보여준 후에, 플래시 백을 다수 삽입해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부각하는 익숙한 구성을 취한다.
대신 <챌린저스>는 캐릭터를 빚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명확히 구분되는 세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하고, 그들의 차이점이 빚어내는 갈등을 원동력 삼아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특히 그 갈등은 주로 테니스 코트 위에서, 다양한 랠리의 형태로 드러난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과 사랑의 대상을 의인화한 뒤 코트 위에 맞부딪히는 식인 셈이다. 극 중 "테니스는 관계"라는 타시의 대사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코트 위에서 피어나는 삼각형
우선 <챌린저스>는 두 절친을 대조한다. 아트는 계산적이다. 단 1%라도 열세라고 판단하면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첫눈에 타시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가 자기에게 넘어올 완벽한 기회가 올 때까지는 친구로 남는다.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면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가 찾아왔다고 판단하자 미련 없이 테니스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반면에 패트릭은 본능적이다. 고로 직선적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려 나간다.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천재인 그는 마음 가는 대로 라켓을 휘두른다. 코트 위에서의 규칙과 매너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두 친구가 한 여자를 두고서, 또 네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건 놀랍지 않다. 추로스를 먹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타시는 이들과 또 다르다. 오직 테니스만 사랑하는 타시는 함께 테니스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그래서 아트를 꺾고 US 오픈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한 패트릭을 선택하거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위해 그녀를 코치로 영입하겠다는 아트와 사랑에 빠진다. 이는 높은 랭킹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잃은 아트와 순위는 낮지만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하는 패트릭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 영화 클리셰를 포기한 이유
따라서 <챌린저스>는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스포츠 영화다. 테니스와의 사랑과 타시와의 사랑을 나눌 수 없으므로. 두 절친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아트와 패트릭은 테니스가 이어준 절친이다. 타시가 눈앞에 나타난 후로 관계가 끊어진 그들. 하지만 다시 한번 타시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펼치면서 그들은 코트 위에서 함께 한 추억을 비로소 되찾는다. 이는 둘의 치열한 랠리에 타시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누가 승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트와 패트릭의 마지막 시합이 셋의 관계를 파멸로 이끌지 않기 때문. 오히려 셋 모두의 인생에서 사랑, 우정, 테니스를 향한 욕망이 완성되는 순간에 가깝다. 달리 말해 머리로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셋의 사랑과 우정, 곧 '폴리아모리(Polyamory)'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인 셈이다.
이 관계성에 집중하기 위해 <챌린저스>는 스포츠 영화의 몇몇 클리셰를 포기한다. 중계진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보통 스포츠물에서는 중계진이 선수나 감독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며 극적인 상황을 조성한다. 하지만 <챌린저스>는 해설자를 없앴다. 대신 그 빈자리를 관객에게 양보한다. 세 주인공의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이 자기만의 관점에서 경기를 읽어 내도록 유도한다. 그 덕분에 세 주인공의 갈등은 더 첨예하게 느껴진다.
또 스포츠물에서 뺄 수 없는 라이벌 관계도 암시에 그친다. 천재 패트릭과 노력파 아트는 주니어 때부터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재회한 순간, 영화는 라이벌리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아트가 패트릭의 낮은 랭킹을 지적할 뿐이다. 그들의 게임은 사실 타시가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느냐가 핵심이니까. 다만 그 대가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밀 기회는 놓쳤다. 패트릭이 타시를 코치로 원하는 이유 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이야기
더 나아가 영화는 세 주인공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 일례로 그들의 관계가 코트 위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가능한 역동적인 테니스 경기를 보여주려 한다. 선수 같은 느낌을 내려다가 실패할 지점은 아예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공에 카메라를 붙인 구도로 랠리를 보여주거나, 감정이 실린 공을 3D 영화처럼 카메라를 향해 돌진시킨다. 그 결과 랠리 장면은 주인공들의 섹스 장면 못지않게 긴장감 넘친다.
'나인 인치 네일스'로 활동 중인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담당한 영화 음악도 인상적이다. <소설 네트워크>, <소울> 등의 영화 작업에 참여했던 그들은 앰비언트 스타일 음악으로 필요한 순간마다 긴장감을 고조한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의 두 창립자 간의 갈등과 배신을 음악에 담아냈듯이, 이번에도 사랑의 작대기가 엇갈리는 순간마다 그 균열감을 탁월하게 부각했다.
젠데이아의 인생 연기
마지막으로 배우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더 크라운>에서 찰스 왕세자를 연기한 조쉬 오코너, 토니 상과 에미 상을 모두 석권한 마이크 파이스트의 연기도 훌륭했다. 하지만 특히 젠데이아가 인상적이다. 그녀는 HBO 드라마 <유포리아>나 넷플릭스 <맬컴과 마리>에서 주연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이미 보여줬다. 반면에 조연으로 참여한 <스파이더맨>, <듄> 같은 블록버스터에서는 미묘하게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직접 제작자로 참여한 <챌린저스>에서는 다르다. 유독 빛난다. 구아다니노 감독과 협업이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상술했듯이, 그의 영화에서는 사랑의 주도권을 쥔 캐릭터가 빛나야만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젠데이아도 마찬가지다. 타시는 테니스라는 목적을 위해 두 남자를 부추기는 인물, 곧 킹메이커다. 테니스 코트 위에서 게임은 두 남주가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타시다. 이처럼 본인이 중심에 서고, 상황을 통제하고, 가장 빛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자 젠데이아는 스크린을 자기 리듬대로 거침없이 휘어잡아 버렸다.
결정적인 전략 실패
다만 개봉일은 몇 안 되는 아쉬움이다. 과거에는 외화의 개봉 전략 중 2등 전략이 유효했다. 전체 개봉 영화 중 2등, 혹은 외화 중 2등 포지션을 차지한 뒤 낙수 효과를 살려 관객 수를 야금야금 늘리는 방식이다. <아바타>, <전우치>와 같이 개봉했는데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셜록 홈즈>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 한국 극장가에서 2등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낙수효과는 사라졌기 때문. <서울의 봄> 이후 개봉한 <노량>은 흥행에 실패했다. 설 연휴 이후 개봉한 <파묘>는 7주간 1위를 차지하며 천만 영화가 됐다. 관객이 재미와 만족감이 담보된 대형 영화에 집중되는 경향은 나날이 강해졌다.
그렇기에 굳이 <범죄도시4>와 같은 날에 개봉해 초반 관객을 늘리기도 어렵고, 입소문을 퍼뜨리기에도 불리한 환경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감독의 명성으로 보나, 배우의 연기력으로 보나, 전체적인 완성도로 보나 <범죄도시4>의 흥행 광풍에 밀려 사라지기에는 아까운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공이 아닌 사랑, 우정, 욕망을 치고 달리는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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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과 예술, 그리고 삶
전설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 예술, 투쟁, 그리고 생존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진은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 나는 생생하게 반짝이는 뉴욕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제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싸운다.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담긴 나의 일기장을 당신에게 펼쳐 보인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줄거리
낸 골딘(Nan Goldin)
중상류층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낸 골딘은 10대에 카메라를 접했다. 1970년대에 그는 뉴욕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낸 골딘은 자신과 주변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의 사진에는 당시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는데, 예술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전시가 취소되기도 했으나 그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작품들은 결국 '새로운 장르'라 칭해지며 낸 골딘은 동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새클러(Sackler)
레이몬드 새클러, 모티머 새클러, 그리고 아서 새클러는 제약사인 퍼듀파머를 인수해 1957년부터 약을 판매했다. 그러다 1990년대에 그들은 오피오이드 약물인 옥시콘틴을 개발해낸다. 옥시콘틴은 새클러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중독성 실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대중들에게 판매된다. 그들은 의사에게 옥시콘틴 처방을 유도하기까지 하며 옥시콘틴이 세상에 퍼지도록 더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옥시콘틴을 처방 후 사망한 환자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옥시콘틴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이 불거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클러가와 퍼듀파머는 도리어 '마약 중독자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지 옥시콘틴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며 홍보를 계속해나갔다.
P.A.I.N(Prescription Addiction Intervention Now)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세클러가에 대한 시위로 시작한다.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은 새클러가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이 약이 안전하다 믿고 처방받은 많은 사람들을 중독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낸 골딘 역시 수술 후 옥시콘틴을 처방받았었고, 중독에 의한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겨우 살아났다.
낸 골딘은 결국 살아남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이 몇십만 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낸 골딘과 생존자들은 P.A.I.N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들의 투쟁을 계속해서 따라가는데, 특히 낸 골딘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라는 자신의 권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바바라(Barbara)
그리고 영화는 곧 낸 골딘의 가족사로 넘어간다. 낸 골딘의 언니인 바바라의 이야기를 하며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가정의 가장 내밀한 얘기를 풀어나간다. 낸 골딘은 바바라가 겪은 시련과 고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자신의 이야기의 시발점으로 잡는다. 집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바바라의 삶과 죽음이 낸 골딘의 작품 세계와 연결되며 누군가의 삶은 결국 투쟁의 반복임을 보여준다. 낸 골딘이 그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이전부터 누군가는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었으며, 그의 삶에 함께한 누군가들 역시 투쟁을 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를 찍는 동안과 그 이후에도. 이는 영화를 보고 있는 나에게까지 넘어오며 내가 몰랐던 때에도 알게 된 지금도 누군가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삶(Life)
21세기를 지내고 있는 지금 낸 골딘이 적극적으로 찍어낸 20세기의 모습에서 얼마나 바뀌었을까. 많은 변화가 생겼다 말하는 이도 있을 테고 아직 변화는 멀었다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성 정체성, 약물중독, 에이즈 등 낸 골딘이 담아낸 수많은 소수자들의 삶은 여전히 선입견에 시달리고 있다. 바뀌긴 할까, 죽음이 나을 수도 있는 삶의 반복에도 그들은 투쟁을 이어간다.
낸 골딘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투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결국 많은 박물관에 새클러의 이름을 지웠다. 좌절이 계속되는 시대에 이는 실로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삶은 투쟁으로 남고 이는 다음의 삶으로 이어져 나간다. 그렇게 '이어져 나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약물중독에 고통받던 이들의 삶은 낸 골딘을 비롯한 다른 피해자들에게 이어졌고, 기약 없을 것만 같던 투쟁은 결국 실낱같은 성공을 이끌어냈다. 끝없는 삶은 결국 반복을 변화로 이끌어 낼 것이라는 희망을 이 영화에서는 보여준다.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개인의 삶은 각자의 투쟁을 가지고 있다. 바바라의 가정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 자신의 정체성에 의한 투쟁부터 낸 골딘의 주변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각자의 투쟁들, 그리고 낸 골딘 자신이 겪은 중독 등에 의한 투쟁까지. 이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꺼려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게 내밀한 것이 된다. 하지만 낸 골딘은 이것들을 있는 그대로 사진으로 찍고 예술로 만들어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기 위한 활동이다. 그리고 낸 골딘은 사람들이 꺼려 하는 투쟁의 모습들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도리어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가 보여주는 삶과 그 안의 투쟁을 목격한 자들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를 본 관객들은 이제 자신의 삶과 그 안의 투쟁을 바라볼 때이다. 이 영화의 끝이 낸 골딘이 아닌 자신과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투쟁이길 바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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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킹더랜드> 임윤아 이준호 로맨스 시청률 화제성
이준호는 연애가 서툰 본부장 구원 역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여심을 장악했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넷플릭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제를 몰고있으며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상승세를 기록하며 로맨틱 코미디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밀수> 김혜수X염정아X조인성 독보적인 아우라
영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입니다.제작사 외유내강,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김혜수와 염정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며 웃음과 감동, 액션 이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작품에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자아냈습니다.
설경구, 도경수 <더 문> 전세계 155개국 선판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김용화 감독의 차기작 <더 문>은 오는 8월2일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설경구를 비롯하여 김희애, 도경수, 조한철, 박병은, 최병모, 홍승희 등 출연을 하며 제작비 280억원이 들어간 대작입니다. 국내 최초로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한 우주 배경의 영화며 미국, 호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태국 등 세계 155개국에 선판매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시은 <오징어 게임2> 여주인공 캐스팅
<오징어 게임2> 원지안 비롯 박규영, 김시은, 조유리가 출연 확정을 지었습니다. 시즌2 남성 출연자 공개만 뜨면서 여성 출연자들이 없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여성 출연자들의 캐스팅 소식을 알렸습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7일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이 출연한다고 밝혀 기대감을 고조시켰습니다.
부천국제영화제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감독 아리에스터 “가장 나다운 작품”
<유전>과 <미드소마>의 감독 호러 마스터 아리 에스터 감독이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으로 찾아옵니다.감독은 “10년 동안 구상한, 나의 개성과 유머가 담긴 가장 나다운 작품”이라며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특별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가진 감독이자 파워풀한 도전자”라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협찬 최민식 배우 특별전
수많은 캐릭터로 한국영화에 획을 그은 최민식배우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주빈으로 선정되어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되었습니다.대종상3회, 백상예술대상3회, 청룡영화상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3회등 30여개의 연기상을 받은 최민식에대해 정지우 감독은 “최민식이라는 배우는 무엇이든 다 뚫을 수 있는 창 같은 존재”라며 소개말을 남겼습니다.BIFAN은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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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웅 주연 필사의 추격 / 코믹 액션 / 범죄 수사극 / 아쉬움이 남는 후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필사의 추격"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엔드크레딧 나오면서 나옵니다. 가장 마지막에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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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주 최신개봉영화(특송, 하우스 오브 구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청춘적니,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WEEKEND CHOICE MOVIE] 2022년 1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특송 #하우스오브구찌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청춘적니 #클리포드더빅레드독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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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돌스크에서 온 남자> 예고편
니콜라이는 암스테르담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는 포돌스크에 살고 있으며, 음악적 성공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지역 신문사의 말단직원일 뿐이다.
갑자기 모스크바의 경찰이 그를 체포하고,
니콜라이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놀이기구에 탄 것 같다.
정말 니콜라이는 경찰서에 있는 것일까?
견장을 차고 있는 이 까다로운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니콜라이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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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돈 룩 업> 공식 예고편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돈 룩 업》 12월 일부 극장에서,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돈 룩 업》의 주인공은 무명의 두 천문학자.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거란 사실을 발견한 두 사람은 언론사를 있는 대로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재앙을 온 인류에 경고하기 위해. 애덤 매케이 각본 및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