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8-26 21:19:41
[SIWFF 데일리] 서로의 손을 잡고 벗어나자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우천사)
SYNOPSIS
1999년, 폭력이 만연하던 종말론의 시대. 무엇 하나 쉽지 않던 그 시절, 어느 여름보다 뜨거웠던 소녀들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
PROGRAM NOTE
고교 태권도 선수 주영(박수연)에게 그해 여름은 서글프고 찬란하다. ‘정상’여고 태권도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 같이 비정상적이라 세상이 소문대로 멸망이라도 해버렸으면 싶은데, 우연히 만난 예지(이유미)와 사랑에 빠진 다음부터는 자꾸 영원을 꿈꾸게 된다. 세상은 그렇게 두 갈래로 간극을 넓혀 나간다. 한쪽은 폭력과 비리로 얼룩져 있고, 다른 한쪽은 설렘과 애틋함으로 물들어 간다. 영화는 삐삐와 공중전화 같은 소품, 향수를 자극하는 가요 등으로 시대를 다채롭게 재구성하면서 두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는 여성 청소년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나이와 성별, 신분을 이유로 위계를 나누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목격하는가 하면, 사랑과 우정이 북돋는 용기에 힘입어 이에 저항하고자 나선다. 영화는 사각지대에 내몰린 청소년을 조명하고 체육계 미투 운동을 상기시키는 에피소드를 전개하면서 어른의 역할에도 질문을 던진다. 다만 인물 곁에는 못되고 못난 어른뿐만 아니라, 제 한계를 확인하며 고민에 빠지거나 타인의 감정을 그 자체로 수용해 주는 어른 또한 자리한다. 덕분에 소녀들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경직된 시선에 압도당하지 않고 저마다 소망하는 방향으로 애써 나아간다. 그 길은 미래의 천국보다 현재의 사랑을 기꺼이 택하는 것이기에, 영화는 끝내 반짝이는 순간을 꺼내 보인다. [차한비]

유행은 돌고 돈다. 똑딱이 디카와 DSLR이 ‘보급형’이 된 세상에서 필름 카메라가 아성을 되찾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캠코더가 유행하더니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를 통해 캠코더를 위시한 2000년대 카메라들까지 유행이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1999년은 내가 아직 문화를 향유하기엔 너무 어렸던 나이임에도, 어쩐지 자꾸 대중문화 속에서 소환된 덕분에 기묘한 감각으로 흐릿하게 돌아보게 되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그리운 그 시절로 회고하니 자꾸 그리운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러는 동안 약간의 위화감이 들었다. 그건 ‘과연 그립기만 한 시절이 맞나?’ 하는 것이었다. 비위가 약했던 어린 날의 나는 그 시절 웬만한 공중화장실이 괴로웠던 것도, 버스 뒷자석이나 페인트 칠해진 벽 위에 수정액 혹은 매직으로 적혀 있던 낙서들이 얼마나 날 서 있었는지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이 좀더 익숙하던 시대였다. 1999년은 분명 그랬다.
그 시절의 몽글몽글한 감성과, 그 시절의 폭력성을 동시에 재현하는 영화는 그래서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이하 우천사)가 필요했다. 물론 <오징어 게임>으로 이제 그의 연기력 모르는 사람 없게 된 배우 이유미, 담담해 보이는 표정으로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는, 내겐 너무나 ‘믿고 보는’ 배우 박수연에 대한 기대도 한 몫 했다. 그리고 <담쟁이>로 우리에게 찾아왔던 한제이 감독까지.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영화였다.

영화 미술팀이 얼마나 꼼꼼하게 노력을 기울였는지 느껴진다. 델몬트 유리병, ‘사랑’ 액자, 야광 별, 옥색 가구… 90년대 집의 무드가 물씬 풍겨 나는 곳. 그 집에서 자란 주영(박수연)은 정상여고 태권도부에 속해 있다. 학교명은 올라야 할 ‘정상’을 지향하고자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 위해 비정상을 감내해야만 한다. 방관은 숱하게 일어나고, 심지어 교육을 빙자한 폭력조차 만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벽면에는 “방관도 폭력이다” 혹은 “제3자도 가해자다” 같은 ‘맞는 말’이 적힌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을 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 학대 같은 조건도 “다 하는 건데”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정하고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어머니가 있음에도, 주영은 그 비정상의 세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 구조화된 폭력의 세계니까.

거기에 사이렌을 울리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다 주고 싶은 첫사랑,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같이 있으면 다 아름다운 두 개의 거울 같은 사랑을 외면할 자신이 있는지. 그러나 아직 어린 소녀들의 주변은 부서지기 너무나 쉽다. 세기말의 흉흉한 세계에서는 더더욱.
폭발할 것 같은 세계였던 동시에, 그 폭발을 핑계로 폭력을 숨겨보려는 이들이 있는 세계이기도 했다. 세기말의 흉흉한 소문들과 권위 의식이 뒤섞이는 이상한 세계이기도 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손길들이 작은 삶들을 짓뭉개려 했지만,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햇볕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듯 말랑말랑한 첫사랑의 안온한 온도와, 그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가장 차가운 세상에서 가장 뜨거워져야 했던 온도까지 하나에 모두 담았다. 그 극명한 온도 차를 오가다 보면 관객은 목도하게 된다.
소녀가 소녀를 구한다는 것을. 거칠고 폭력적이고 꼬여 있는 세상에서. 사랑이든 우정이든 운동이든, 동기가 무엇이든 그들 모두에게 자유롭게 뛰는 체육관 하나가 필요했음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무관하게 지구 종말은 부분적으로 사실이었을지도 모르다. 사랑이 없고, 깨어진, 그 모든 날들이 어쩌면.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다. 수정액으로 여기저기 날 선 낙서가 적혀 있는 세상을 막연하게 거칠다 느꼈던 어린 시절에서, 수정액과 수정 테이프를 섞어 사용하던 학창시절을 지나, 이제는 오래 전 한 개 사둔 수정 테이프가 집 어딘가 굴러다니지만 좀처럼 쓸 일이 없는 그런 날들을 산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준 마음들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자신을 태워서라도 모든 걸 내어주고 싶은 첫사랑의 애틋함, 가볍고 즐겁지만 그 이상을 분명 간직하고 있는 우정, 같은 상처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스크럼을 짜고 연대할 수 있는 마음. 부디 주영과 예지, 다른 아이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서로 손을 잡고 벗어나자. 사랑 없음으로 종말에 이르는 세상을.

2023. 08. 26. 10:30-12:2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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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아픔의 경계선 위에서...
개봉 전 스크리닝 시사로 먼저 영화를 본 후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순간들을 만난다. 평범한 일상 중에서 특별한 사람이나 순간을 만나기도 하고, 또 지독히 아픈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인생의 희로애락을 누구나 겪으며 산다. 각각의 성향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은 비슷한 듯 하지만 모두 그 깊이가 다르다. 누군가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하려 애쓸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 감정을 마음 깊숙이 묻어 놓은 채 다음 일상을 이어간다. 또 다른 누군가는 우울함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무수한 감정의 순간들을 잘 표현하는 사람들은 그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글로 써 나간다. 이렇게 무언가를 새롭게 창작하게 하는 건, 인생에서 겪는 다양한 희로애락의 감정일 것이다.
빈 종이에 그런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무언가를 쓰려하지만 써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건 어쩌면 글을 쓰는 삶을 택한 사람들이 겪는 숙명적인 순간일 것이다.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의미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우울감이 마음을 괴롭게 만들고 더욱 깊은 늪으로 빠지게 만든다. 무언가를 글로 창작해 나간다는 것은 어떤 날은 잘 될 수도, 어떤 날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영감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래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온갖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떠다니고 무언가 써지지 않는 핑곗거리를 찾게 된다. 주변 환경을 탓하고 옆사람을 탓한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변 사람은 떠나고 결국 혼자 남아 모든 고민을 떠안게 된다.
영화 <보더라인>은 그런 창작의 고통을 사랑이야기와 함께 화면으로 담아낸다. 런던에서 생활하는 작가 지망생 안나(안나 알피에리)는 우연히 로빈(아가트 페레)을 만나 끌리게 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 담겨있다. 영화가 그들의 모습을 담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들의 만남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로빈과 헤어진 안나의 모습, 첫 만남과 데이트 장면들을 중간중간 보여주고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도 섞여있다. 아마도 연인과 헤어진 이후 안나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지난 추억들, 그리고 흘러가는 상상의 모습들이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시기를 그런 방식으로 보여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관객은 안 나와 로빈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대략적으로 짐작하며 영화를 따라가게 된다. 실제 연인과 헤어진 이후 남겨진 사람의 고통과 상실감이 화면에서 느껴진다. 안나가 길을 걸을 때 들려오는 거리의 소음, 그리고 음악을 들을 때 그가 떠올리는 과거의 추억들은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더욱 잘 보여준다. 영화는 특히 그가 하는 행동에 따라 과거와 연계하여 보여주는 방식으로 플래시백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혼자 샤워하는 장면에서 바로 로빈과 함께 샤워했던 순간들을 보여주거나 다른 데이트 상대를 찾을 때, 로빈과 데이트하는 장면과 이어지는 장면이 그렇다.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특별히 플래시백의 효과가 없이 바로 장면 전환이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와 과거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또한 그들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데이트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역시 이것이 현실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모호하게 구성되어 있다. 사실은 안나의 상상으로 보이는데 그 화면 안에서 안 나와 로빈은 매우 행복한 연인으로 그려진다. 여행지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몸짓들에는 현실에서의 고민이나 아픔이 드러나 있지 않다. 그야말로 안나가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이 화면으로 펼쳐지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도 그들의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런 완벽한 모습은 너무 이상향에 가까워 오히려 이것이 비현실이라는 것을 더욱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안나의 일탈 장면도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기 때문에 그것이 정말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인지 경계선이 흐릿하다.
안나는 로빈과 만나면서 점점 자신의 창작이 막혀있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나가지 못하고 우울한 기분에 빠진다. 그들이 헤어지기 직전 했던 대화에서 로빈은 긍정적인 생각과 활동을 계속 전달하려 하지만 안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안나는 창작을 할 수 있는 영감을 받았을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안나는 여전히 종이 위에 무언인가를 쓰지 못하고 있다. 그는 글을 쓰는 대신 로빈의 페이스북 피드를 확인하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망하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에게는 창작의 영감이 필요하지만 그의 연인이 떠났다는 것이 그에게 아픔을 더욱 선사하고, 그것은 그의 글쓰기를 방해한다.
영화 <보더라인>은 연인과 헤어진 직후, 사랑과 아픔의 경계선 상에 놓여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지만 영화 안에서 그들의 사랑이 특별하게 그려지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두 사람의 반응을 보여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나 <캐롤> 같은 영화들이 조금 전통적 방식으로 사회적 시선 때문에 사랑을 망설이고 그럼에도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줬다면, <보더라인>은 막 헤어져 남겨진 사람의 방황을 중점적으로 담는다. 그래서 주인공이 가진 애틋한 감정보다는 상실감과 혼란스러운 감정에 더 무게중심이 놓여있다.
안나가 느끼는 그 감정은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그의 곁을 떠나버린 로빈도, 그에게 다른 방식의 관계를 선사하는 다른 친구도 그가 느끼는 감정을 덜어줄 수 없다. 글을 쓰는 안나가 그 감정을 이겨내거나 그것을 통해 어떤 글을 써나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다. 영화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연인 간의 아름다운 사랑의 그 시점보다는 그 이후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생각을 정리하고 그 아픔을 글로 표현해 나가는 것으로 감정을 조절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영화 <보더라인>의 이야기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이 깨진 직후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안나 알피에리 감독은 이탈리아 국적으로 영국에서 배우 생활을 하다 첫 장편 <보더라인>을 만들었다.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로 그 자신이 겪었던 이별의 아픔과 창작의 고통 속에서 느끼는 감정적 소용돌이를 영상으로 담아냈다. 또한 주인공 안나 역으로 출연하여 좋은 연기도 같이 보여주고 있다. 일정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상으로 구성한 시 같아 보이기도 한다. 다소 난해하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연인의 만남과 사랑, 이별 그리고 극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담겨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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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라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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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단어를 안 외우고 보는 토익 시험처럼
살아있는데 죽었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지사장계의 슈퍼스타 이만재(조진웅)이다. 그냥 평범한 월급쟁이었던 만재. 갑자기 돈이 급한 일이 생겼다. 한 집안의 가장인 만재. 분투를 벌이나 쉽지 않다. 좌절하는 만재.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일어설 구멍은 있다. 어디선가 날아든 '바지사장' 공개 구인 명함을 본 만재는 바지사장 시장에 발을 들인다. 잘 나가는 만재. 바지사장 일을 하며 어느 정도 모은 돈을 가지고 사업을 기획하려고 한다. 이 일만 잘되면 아내와 아내 몸에 있는 아이 셋이서 함께 살 수 있다. 행복감에 부푼 만재. 하지만 만재에게 큰 위기가 들이닥친다. 어느 날, 만재가 외국으로 떠났다. 숙소에 들어가서 습관처럼 튼 TV. 만재는 아연실색한다. '벤처기업가 이만재 씨가 1000억을 횡령하고 사망했다'는 뉴스를 본 것이다. 동시에 어떤 남자들이 숙소에 침입해서 만재를 납치한다. '데드맨'이 된 만재. 과연 만재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바지사장 처음 들어봐
이 영화는 ‘바지사장의 세계’라는 배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이 바지사장이라는 세계를 나름 경제적으로 잘 활용한다. 바지사장이 뭘까? 바로 이름만 사장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이 한국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사용되는 곳이 어디일까? 정치권, 돈을 버는 일(경제권), 매체에 등장해서 이름과 얼굴이 유명해지는 일이 그렇다. 이런 여러 상황 속에서 이름이라는 모티브를 성실하게 구현한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주인공 김희애 배우 맡은 심여사 캐릭터가 정치 컨설턴트다. 정치 컨설턴트? 어디서 이름은 들어봤는데 누구 잘 생각이 안 난다. 이는 곧 이름이 팔리지는 않지만 존재감은 세다는 의미다. 그리고 정치의 단면 중 하나는 ‘신뢰가 갈 만한 이름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 아니겠어? 이 정치를 두고 컨설턴트 심여사를 중심으로 정치권에 대한 내용을 전개한다. 이 정치권에서 카메라를 재계로 옮겨가는 이야기 흐름도 아예 다른 차원으로 옮겨 다니는 수준(?)은 아니다. 나름 근거가 있는 전개를 통해 이야기를 보여준다. 적어도 이 <데드맨>이 흥미진진한 스릴러물이라는 것에는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나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있다.
그중 글쓴이가 이름이라는 소재를 잘 활용한 경우로 뽑고 싶은 것은 존재라는 것의 탐구다. 영화는 이 수많은 이름의 의미들을 스쳐 지나면서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마다 중점을 둔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선 인물의 동기로도 활용하면서 캐릭터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글쓴이는 이 감정전달이 중요한 장면이 감독의 진심이 담겨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정치인의 세계가 됐건, 돈을 버는 세계가 됐건 결국 이름의 의미에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관객에게 묻는 것이다.
할 말은 없는
이렇게 이야기를 전개해도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우리 인생을 살다 보면(전적으로 당연하지만) 이 <데드맨>의 이야기 전개가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많은 장면들은 단계를 생략하고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가령 이만재의 사무실에 관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시놉시스 단계에서 ‘1000억 먹튀범으로 지목된다’라는 말이 있고 제목이 ‘데드맨’이니까 이런 부분은 스포일러가 아니겠지? 원래 입주한 사무실 주인이 ‘데드맨’이 된다면 당연히 이 건물은 빈자리다. 그럼 빈 건물이 되면 일반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반대로 이만재가 있던 집도 마찬가지다. 방을 빼겠지? 그럼 방을 빼면 이 주위에 물건들을 다 치우는 게 인지상정이다. 근데 ‘방을 뺀다’라는 우리 일상의 법칙은 둘째로 치고 이 사무실에 대한 두 가지 설정이 있다. 이 두 설정을 모두 고려하면 이곳에 대한 이 영화의 설정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의문이 든다. 이 의문점은 ‘이 영화의 기획의도와 부합하는가’와 모순되는 지점이다. 기본 설정이 판타지 같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진짜 일어날 것 같아!’라고 몰입하는 게 이런 기획 의도를 가진 영화들의 과제 아닌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한 집안의 지하실에 누군가가 산다라는 비현실적인 전개를 강력한 박력과 디테일의 힘으로 전개한다. 하지만 <데드맨>은 이런 측면에서 게으르다. 섬세하지 못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글쓴이는 이 영화의 토대가 빈약하다고 하고 싶다. 이 영화의 제목이 뭘까? ‘데드맨’이다. 제목에서부터 이만재가 가짜로 죽었다는 게 핵심인 걸 알려준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이 기본 전제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 기본 전제만?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어떤 것도 중요도에 비해 빌런들이, 주인공이 안일하게 행동한다. 이 것은 <데드맨>의 모티브 하에 속하는 것이라는 점, 또 이야기 내적인 관점에서 더 자세한 설명이 붙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줄거리에서 이 물건은 방치된다. 이러다 보니 영화에서 플롯을 전개하는 데 있어 도움닫기가 되는 몇 설정들이 빈약하다는 것이 체감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기본적인 설정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볼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게 누군가가 글을 써서 형상화시킨 무언가라고 보기엔 아쉽지 않나?
모순에 빠진 주인공들
이 영화의 인물들은 흐름을 잃고 방황한다. 대표적으로 심 여사와 희주가 그렇다. 심 여사는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영화는 이 능력을 묘사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통일성이다. 이 능력이 과연 통일성이 있었나? 만재와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면서 영화를 이끄는 인물치고 중반부 이후의 사건들은 낡았다. 심지어 글쓴이는 후반부 전개를 위해 이 인물이 스스로 모순 속에 항복하고 들어갔다고 느꼈다.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 이 정치인이라는 소재를 생동감 있게 살렸나? 그것도 아닌 듯하다. 왜? 심 여사와 마찬가지로 정치인이라는 직업인이 가진 역량이 디테일하게 서술된 건 또 아니다. 이수경 배우가 맡은 공희주 캐릭터는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돼도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캐릭터는 아니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이 캐릭터가 편집이 너무 많이 돼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생략된 게 너무 많다 보니 캐릭터 자체가 기능적으로 변했다. 물리적인 분량에 비해 중요도가 체감이 덜 되는 것이다.
자기주장 강한 연출
글쓴이는 장면만 있고 이음새는 없다는 점에서 <더 마블즈>를 떠올렸다. 영화 자체가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 나머지를 위한 장면들을 넣었다. 이는 영화에서 대사들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그렇다. 가령 심 여사가 고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이 대사들은 분명히 인생의 단면 하나를 공격하는 지점이란 건 여지가 없다(글쓴이도 야한 영화 봤다고 말하기 좀 어려울 때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 대사들을 둘러싼 이 영화의 상황이 중요하다. 이 상황이 통렬하게 관통하지는 못한 것 같다. 왜? 사실 이 대사와 이 영화는 그렇게까지 잘 달라붙은 문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의 모티브를 떠나 그냥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현실에 대해 덤덤하게 말만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이 최동훈 감독의 전성기가 떠오르는 말 맛난 대사인 건 맞지만 사실 굳이 이렇게까지 보여주고, 또 이런 류의 단어를 김희애 배우의 입에서 나올 건 또 아닌 것이다. 이런 류의 강약조절 템포 조절에 실패한 연출로 인해 어떤 장면들은 좀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장면들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의 관점에서는 근거가 부족한 영화가 된 것이다.
이렇게 자기주장이 강한 연출을 보여주다 보니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느껴지는 허점이 아쉽다. 바로 사운드다. 한 때 한국영화에 대해 가장 많은 비판거리였던 ‘대사가 잘 안 들려요’가 이 영화에서 (글쓴이는) 느낄 수 있었다. 김희애, 조진웅 같은 배우들은 원래 대사 전달력이 굉장히 좋은 편인데 말이다. 이런 사운드의 완성도는 영화가 듬성듬성하다고 느끼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로 작동한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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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굵었던 박지연 지일주 주연의 강남좀비
이수성 감독의 ‘강남좀비’가 지난 1월 5일 개봉했습니다.
티아라의 ‘박지연’ 씨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작품으로 부산행 이후로 오래간만에 보는 한국판 좀비영화입니다.
좀비 영화의 전형적인 주제 의식과 좀비화 되어 가는 과정을 포함한 좀비의 특성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풀어낸 터라 기존 매니아 층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거부감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하드고어적인 측면은 좀 덜한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좀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보다는 재난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수성 감독은 ‘미스터 좀비’ 이후로 12년 만에 만든 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두 주연 배우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태권도 3단인 박지연 씨가 보여주는 의외의 통쾌한 액션과 연결 동작으로 보여주는 발차기 등은 몸으로 좀비에 맞서는 의외의 액션들로 재미를 더합니다.
뜻하지 않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씬에서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의외의 반전에 피식 웃으며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으로 몸이 릴랙스 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멘사 회원 지일주 씨의 시나리오 해석력과 여린 듯 강인한 캐릭터를 보여준 박지연 씨, 다양한 조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짧은 시간 관객들을 흡입시키는 영화 ‘강남좀비’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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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였던 프리실라 프레슬리가 1985년 산드라 하먼 작가와 함께 집필한 회고록 '엘비스와 나' (1985)를 원작으로 하는 <프리실라>가 개봉을 앞두었습니다.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키싱 부스>의 노아 플린으로 인지도를 올린 제이콥 나다니엘 엘로디와, 개봉을 앞둔 <시빌 워> <에이리언: 로물루스>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케일리 스패니 주연의 영화로 세기의 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와 결혼한 여성 프리슬라의 삶을 그린작품으로 환상적인 케미를 예고했는데요.
특히 이 작품으로 케일리 스패니가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평단의 찬사와, 흥행대박을 터트린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2023 타임지 선정 올해의 영화 4위에 오른 올해 꼭 봐야할 영화 <프리실라>
6월 3주차 개봉예정작 줄거리 같이 알아보아요!
프리실라
Priscilla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뮤지컬 | 미국, 이탈리아 | 113분
감독: 소피아 코폴라
주연: 케일리 스패니, 제이콥 엘로디
개봉: 2024.06.19.
배급: 오드 AUD
시놉시스
독일 미군 기지의 파티에 참석한 소녀 ‘프리실라 볼리외’는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를 만난다. ‘엘비스’는 ‘프리실라’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두 사람은 저항없이 서로에게 빠져든다. 평범한 소녀였던 ‘프리실라’는 ‘엘비스’의 연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삶의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세상을 뒤흔든 로큰롤의 황제와 평범한 소녀. 두 사람의 가장 센세이션한 로맨스를 만나다!
프렌치 수프
The Taste of Things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프랑스 | 135분
감독: 트란 안 훙
주연: 줄리엣 비노쉬, 브느와 마지멜
개봉: 2024.06.19.
배급: ㈜플레이그램
시놉시스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두 사람, 한여름과 자유를 사랑하는 외제니는 도댕의 청혼을 거절하고 도댕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1초 앞, 1초 뒤
One Second Ahead, One Second Behind
개요: 멜로/로맨스, 판타지 | 일본 | 120분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주연: 오카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히이라기 히나타
개봉: 2024.06.19.
배급: ㈜블레이드이엔티
시놉시스
늘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바람에 입시도, 일상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우체국 청년 ‘하지메’. 남들보다 늘 한발 느린 템포로 사진을 찍으며 느리지만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카’. 어느 날, 미모의 뮤지션 ‘사쿠라코’를 만난 ‘하지메’는 가까스로 데이트 신청에 성공하지만, 눈을 떠 보니 약속날은 지나가버리고 얼굴까지 새빨갛게 타버린다. 파출소에까지 찾아가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하지메는 우체국에서 매일 우표를 사가던 ‘레이카’가 사라진 하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천년 도시 교토에서 살아가는 1초 빠른 남자와 1초 느린 여자. 분실된 하루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캣퍼슨
Cat Person
개요: 드라마, 공포, 스릴러 | 프랑스 | 118분
감독: 수잔나 포겔
주연: 에밀리아 존스, 니콜라스 브라운
개봉: 2024.06.19.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남자가 무슨 짓 할지 두려운 여자 VS 여자가 무슨 말 할지 겁나는 남자 갓 스물이 된 극장 알바생 '마고'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는 남자 '로버트'를 만나 첫눈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로버트'와 데이트를 이어갈수록 처음의 설렘은 점점 공포로 변하고… '마고'가 '로버트'의 집을 방문한 날, 고양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진짜 모습을 의심하게 된다. 당신의 데이트도 악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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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가짜고 이 세상도 가짜라고? 영화 <프리 가이>
영화 <프리가이> 포스터
프리 가이(Free Guy, 2021)
장르 : 미국, 액션
감독 : 숀 레비 │ 각본 : 맷 리버맨, 자크 펜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가이), 조디 코머(밀리), 타이카 와이 티티(앙투안) 외
등급 :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5분
안녕 난 ‘가이’라고 해, 사실 난 가짜야.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화려하고 멋진 이들로 넘쳐나는 이 시대에 어쩌면 나는 조연이 아닐까 하는. 아니 어쩌면 단역, 혹은 엑스트라는 아닐까. 예쁘고 멋있고 운동 잘하고 돈도 잘 버는, 누가 봐도 주인공 같은 사람들 밑을 잔잔하게 깔아주는 그런 존재.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는 소심함의 굴레에 빠지게 되고 만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영화 <프리 가이>는 게임 속 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게임 캐릭터 ‘가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실재하는 사람도 아니고 게임 속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니. 황당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게임 속 세상 ‘프리 시티’는 더 가관이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가상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 ‘프리 시티’에서는, 플레이어가 절도나 화재 등 범죄를 통해 레벨업을 하기 때문에 늘 사건 사고 투성이다. 이웃을 밀치고, 은행강도가 빈번히 발생하고, 건물은 붕괴되며, 누구나 총을 들고 돌아다닌다. 물론 자기가 게임 캐릭터인 줄도 모르는 ‘가이’는 자신이 발붙인 이 험한 세상이 가상 세계라는 것 역시 모르지만.
내가 배경이라고? 누구 맘대로?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게임 속 세상에서, 어느 날 ‘가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여성 ‘밀리’를 마주친 것이다. ‘밀리’에 홀려버린 ‘가이’는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 다니지만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한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알고 보니 그녀는 현실에도 존재하는 실제 플레이어이며, ‘가이’는 가상 세계에 접속한 플레이어들을 위해 그저 사물처럼 존재하는 NPC(Non-Player Character), 즉 배경 캐릭터라는 것이다.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가이는, 사실 자신이 사는 세상이 가짜인 데다, 심지어 자신도 플레이어가 아닌 프로그래밍 된 배경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충격에 휩싸인다. 그러나 문제는 더 있다.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의 대표가 곧 이 게임 서버를 폐쇄할 거라는 사실이다. 그 말은 곧, ‘가이’의 세상이 사라짐을 의미했다.
난 히어로가 될 거야, 내 의지로.
사실 ‘가이’에게 이 충격적 사실을 전해준 플레이어 ‘밀리’는 최초에 이 게임의 모태를 만든 사람이었다. 그녀는 동업자와 함께 만든 게임의 소스를 도용당했고,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프리 시티’ 게임에 접속해왔던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NPC에 불과했던 캐릭터 ‘가이’가 프로그래밍을 벗어나 스스로 학습하여 인공지능으로 발달하는 놀라운 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이었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그러나 그 경이로움도 잠시, 어쨌거나 곧 게임 ‘프리 시티’는 폐쇄될 예정이다. ‘프리 시티’에는 ‘가이’ 뿐 아니라 수많은 NPC들이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사라지는 걸 볼 수 없었던 ‘밀리’는 ‘가이’를 일깨우고, 그렇게 ‘가이’는 결심한다. 수동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라질 ‘프리 시티’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기로!
사실 우린 어디든 갈 수 있는 걸요
게임 속 화려한 세상을 구현하던 초반부에서는 사실 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현란한 장면들에 쉽게 피로를 느끼는 탓이다. 그러나 ‘가이’가 자신이 살던 세상을 지키고 선량한 배경 캐릭터들을 구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그 따뜻함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철저히 프로그래밍 되어 주어진 일상만을 반복하는 NPC들에게 ‘가이’는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고, 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카푸치노를 주문해도 되고, 저 바다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해도 되고,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될 권리가 당신들에게 있다고 말이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영화는 게임 속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우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기 쉬우니까. 잘하는 사람에 치여서, 예쁘고 멋진 이들에 기가 눌려서, 아니면 주변에서 자꾸만 나의 평범함을 각인시켜서 등등, 우리도 아주 많은 이유로 기꺼이 NPC가 되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가이’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더 멀리 보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지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 날 때부터 주인공이 어딨어! 우리 모두는 특별해! 그러니까 너의 삶을 성장시키고 확장해!”
여기는 누구나 주인공인 프리 라이프
마침내 ‘가이’가 수많은 배경 캐릭터들을 이끌고 새로운 세상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그들은 더 이상 플레이어들을 위한 배경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그들은 가고 싶은 곳에 갔고, 먹고 싶은 것을 먹었고, 학습하고 성장하고 확장하여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게임 세상은 훗날, 그 캐릭터들의 성장을 유저들이 지켜보는 형태의 게임 ‘프리 라이프’로 재탄생된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얼마나 멋진가! 누구도 백그라운드가 아닌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게임 세상이라니.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 하나씩 케이크를 먹는 소박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게임은 1도 모르지만 이 영화 재밌쩡
나는 사실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 한 번도 제대로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는지라, NPC니 오픈월드니 하는 용어에 대해 매우 취약했다. 그리고 아마도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게임과 담을 쌓고 살 가능성이 높겠다. 하지만 게임 속 세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우리 현실과 연결이 가능한 따뜻한 이야기, 누구나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제한 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천명하는 이 이야기는 너무도 각별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가이’가 들려준 따스한 메시지는, 오래오래 간직했다가 쭈글해질 때마다 필히 꺼내보아야지 싶다. “너는 너라서 특별한 거야, 하고 싶은 거 다 해”
글쓰는 우두미
2022 주관적인 평론 ⓒ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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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으로 한 장이요~
<외계+인 1부>를 비롯해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그리고 <헌트>까지 큰 제작비를 들여 흥행이 보장된 영화를 "텐트폴"로 부른다.
그렇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작품의 흥행은 뭘까? - 일명, "슬리퍼 히트"로 불리는 이 단어가 이번 국내 박스오피스(8/26-28)에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헌트>의 다음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28일 일요일에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제목 "육사오"는 45개의 공 가운데 6개의 번호를 맞추면, 거액의 돈을 준다는 "복권(로또)"을 북한에서 부르는 말이다.
영화는 1등에 당첨된 종이가 바람에 북쪽 군사 분계선으로 날아가면서, 당첨금 회수를 조건으로 남과 북의 병사들이 협상을 펼치는 내용이다.1.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 <육사오>는 1등에 당첨된 복권의 당첨금 때문에 남과 북의 병사가 협상을 두는 내용이다. 콘셉트가 정해졌지만, 이 과정에 다다르기 위한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 - 남과 북의 병사들이 1등에 당첨된 복권에 각자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협상에 뛰어든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영화의 초반부는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 있게끔 소위, 군더더기가 없는 투구 동작을 보여준다.물론, 이 과정에서 웃음도 놓치지 않지만 점점 이야기에 껴드는 인물들로 스케일을 키워나간다.
바로, 이 분기점이 그 어떤 순간보다 중요하다! - 그도 그럴 것이 "돈가방"을 소재로 여러 캐릭터들이 출연했던 영화들 <머니백, 2018>,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2020>을 본다면, 교통정리에 승패의 당락이 결정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영화 <육사오>는 어땠을까?2. 어떻게 받는지에 달렸다!
일단, 웃음부터 살펴보자!
영화는 3인칭 시점을 활용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철저하게 이용하는데, 전체 상황을 알고 있는 관객들과 소수의 캐릭터들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캐릭터들의 괴리감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에 방점을 찍는 장면이 "독일어 번역"인데 "이이경 - 음문석"분의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는 가히, 백미이다. 물론, 이들뿐만 아니라 이를 접수하는 캐릭터들의 연기 또한 빠질 수가 없다. 극 중. 당첨금의 회수 때문에 남과 북은 각자 병사를 한 명씩 맞교환하는 상황으로 각자 언어를 배우는 남과 북의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이만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를 두고 반응하는 상대들의 과한 리액션(모르면 죽는다든지, 의심한다든지...)에 한 번 더 웃고 만다.
- 앞서 언급한 "독일어 번역 장면"도 "이준혁"분의 접수 능력이 좋았다!
3. 나랏일을 위해서는 지극한 곤경에 이르거나, 참혹한 죽음이라도 두려워하지 아니한다 - 간뇌도지 肝腦
이런 활약 속에서 영화 <육사오>는 이야기를 늘리지 않는다. 분명히, 복권을 바꿔버릴 수도 있었고, 이를 가지고 도망칠 수도 있었으며, 지뢰를 제거한 북한 병사의 정체도 밝힐 수 있었다! - 근데, 애써 눈을 피한 거 같다? 그럼에도, 이를 포기한 이유에는 "오버 런(over-run)"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본 작품 이야기 주체는 복권 당첨금을 두고서, 협상하는 남과 북의 병사들로 사람이 먼저다!
물론, 그 순간들을 접수했다면 극의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만 마무리 작업에 어려움과 함께 자칫, 주객전도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영화 <육사오>의 마무리에 아쉬움이 생긴다. - 빠른 템포와 관객들을 웃기는 장면들은 강속구를 뿌리던 투수를 연상시킨다. 물론, 힘이 빠질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으로는 의도적으로 힘을 뺏다는 것밖에 안되고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보인다.· tmi. 1 - 해당 작품에서 "보급관"역으로 출연하는 "류승수"는 본 작품 <육사오>의 기획자로 이름을 올려져 있다!
· tmi. 2 - 본 작품의 "JSA"는 'Joint supply Area(공동 급수 구역)'로 표기되는데, 원래 명칭은 'Joint Security Area(공동 경비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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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석 형네집? 안젤리나 졸리의 로멘스? 이터널스 모든 사건의 중심, 바빌론을 알아보자!
#이터널스 #길가메쉬 #마동석
2021. 06. 02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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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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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모두가 놓친 장소
00:40 역사의 시작, 바빌론
02:00 길가메쉬 & 바빌론
02:55 안젤리나 졸리의 사랑
03:50 이터널스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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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나는 누가 책임져?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최우식 주연 영화 거인입니다.
너무 좋은 영화라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usic
Levity – Johny Grimes#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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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60초 예고편
끝없는 차원의 균열,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의 멀티버스가 열린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60초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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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댓글부대> 메인 예고편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진실과 거짓 사이 임상진VS팀알렙, 진정한 승자는?!? [댓글부대]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