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3 15:24:05
지브리 스튜디오 버전 이상형 월드컵
네 취향이 한 명쯤은 있겠지

여러분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보았습니다.
많고 많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남자 주인공 중,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사실 에디터는 캘시퍼를 좋아했답니다… )
이 외에 다른 버전으로도 보고 싶으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줄거리
수백년전 야마토 조정과의 싸움에서 패한 후 북쪽 변방에 숨어서 생활하고 있는 에미시 일족. 평화로운 마을 부근의 숲에 어느날 갑자기 타타리가미(재앙신)가 나타난다. 인간에 대한 증오와 원망이 가득찬 타타리가미는 마을로 돌진하고, 에미시의 차기 족장(族長) 아시타카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재앙신에게 활을 날린다. 결국 재앙신을 쓰러뜨린 아시타카는 그 대가로 오른팔에 죽음의 각인이 새겨지고 죽음의 저주를 받게 된다. 아시타카는 마을의 무녀 히이사마로부터 서쪽에서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죽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는 서쪽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줄거리
10cm 소녀 아리에티, 마루 위 인간 세상으로 뛰어들다! 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 세계의 철칙은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그 집을 당장 떠나야 한다는 것! 14살이 된 10cm 소녀 아리에티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홀로 마루 위 인간 세상으로 뛰어든다. 빨래집게로 머리를 질끈 묶으면 작업 준비 완료! 작업 첫 날, 인간 소년 쇼우에게 정체를 들키다! 첫 작업 목표는 각설탕. 생쥐와 바퀴벌레의 방해 공작에도 무사히 주방에서 각설탕을 손에 넣은 아리에티는 두 번째 목표인 티슈를 얻으러 간 방에서 저택에 요양을 온 인간 소년 쇼우의 눈에 띄게 된다. 인간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쇼우의 다정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아리에티. 마루 밑 세계의 규칙을 어기고 쇼우에게 다가가던 어느 날, 아리에티 가족에게 예기치 않은 위험이 찾아온다.

줄거리
중학교 3학년 시즈쿠는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소녀이다. 여름방학, 매번 도서카드에서 먼저 책을 빌려간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해주러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혼자 탄 고양이를 보게 된다. 신기하게 여긴 시즈쿠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골동품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게 된다. 그 손자는 다름 아닌 아마사와 세이지, 사춘기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시즈쿠는 바이올린 장인을 자신의 장래로 확실히 정한 세이지를 보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 후 이탈리아 연수를 간 세이지가 돌아 올 때까지 작가가 되고자 도전해 보기로 하고 소설을 쓰게 된다.

줄거리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되어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되는데…

줄거리
금지된 세계의 문이 열렸다! 이사 가던 날, 수상한 터널을 지나자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 치히로.. 신들의 음식을 먹은 치히로의 부모님은 돼지로 변해버린다. “걱정마, 내가 꼭 구해줄게…” 겁에 질린 치히로에게 다가온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 그의 따뜻한 말에 힘을 얻은 치히로는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사상 초유의 미션을 시작하는데…

줄거리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마히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토’는 사라져버린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탑으로 들어가고, 왜가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세계(異世界)의 문을 통과하는데…!

줄거리
사랑스러운 초보마녀 ‘키키’는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빗자루를 타고 마녀 수련을 떠난다. 항구 마을에 불시착한 키키는 첫날부터 우여곡절을 겪지만, ‘배달’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본격적인 마법 수련을 시작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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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냄새를 킁킁 맡아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화
난 남자치고는 목소리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살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에 부딪히는데, 역시 목소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전화상으로는 여자인 줄 알았다'는 말일 것이다. 이게 특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목소리 높아서 살면서 장애가 생길 일이 몇 개나 있겠어? 당연히 없지. 그냥 남들이랑 다르다 뿐이지 그게 사는데 문제가 있고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남들과 다름'에 대해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쓸 말이 많아진다. 그냥 단순히 목소리가 높은 축에 속하지 않아도 타인과 우리를 를 구별하는 사례는 한 200만 개쯤 나올 수 있다. 습득력이 늦거나. 외모가 남들이랑 다르거나. 취향이 좀 다르거나. 이 외에도 살아오면서 각자가 겪는 페널티는 지천에 깔려있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살면서 평범한 게 쉬웠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려웠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한 85%쯤 될 것이라 생각한다. 평범함이라는 단어의 뜻은 '뛰어나거나 색다른 것 없이 보통이다'라고 한다. 그럼 평범하게 사는게 쉬워야 정상 아닌가? 왜 우리는 이렇게 남들과 달라서 삶이 어려운 걸까? 가끔 보면 답답하다. 남들과 달라 얻는 이점도 있을 텐데. 세상이 이런 우리의 모습을 찾는다면 좋을 것 같은데. 인스타그램을 켜면 남들은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인다. 그럼 안으로 마음의 뱡항이 꺾인다.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져본 우리에게 우화 같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덴마크로 날아가 보자.
1.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혐오에 관한 영화라는 점이다. 첫 장면. 주인공 티나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일하는, 남들과 심각하게 다른 사람이다. 왜 다르냐고? 딱 처음 보자마자 보이는 특징이 있다. 외모가 솔직히 못생긴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티나에겐 뛰어난 능력이 있다. 그 사람의 냄새만으로도 감정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만약 누군가가 마약을 가지고 이 출입국사무소를 지나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냄새로 쨘 하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이 티나다. 이 티나는 동거인과 함께 살고 있다. 직업도 있고 같이 사는 애인 비슷한 것도 있어서 어찌 보면 평범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티나에게 보레라는 남자가 나타나며 완벽히 전복되는 일상을 경험한다. 일상이 전복돼서 얻는 서스펜스가 영화의 전부인 것이 아니다. 영화는 티나가 갖고 있는 비밀을 서서히 공개하며 주인공의 한 개인으로서의 딜레마를 묘사한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묻는다. 이 장면들을 보며 느끼는 생각들, 그거 다 네 입장에서 한 생각은 아닐까? 그게 맞는 걸까? 네 입장에서 한 생각들, 우리가 다 협소한 인간이라 그런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이 시각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영화다.
2.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떤가요?
우리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나에게 시나리오 한 편이 왔다. 근데 그 내용이 '얼굴이 남들과 심각하게 못생겼으며 냄새로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뭐 업이 연기인 사람이야 '이거야 쉽지' 싶을 수도 있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판타지, 드라마적 내용을 배우들이 큰 거리감 없이 소화해낸다. 또,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단점을 연기로 극복해낸 부분도 있다. 덴마크 언어는 우리와 좀 많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가? 실제로 비행기 타고 덴마크로 가려면 환승이나 장기간 비행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근데 이런저런 페널티가 있어도 몰입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배우들은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3.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음.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화가 맞다. 근데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불쾌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대사가 많거나 플롯을 꼬아놓은 문제가 아니다. 이게 자세하게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더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는 우리 머리 안에 있는 경계선에 대해 정면으로 들이받는다. 무슨 말이냐고?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근데, 우리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하고 보시라는 뜻이다. 혐오스러운 장면은 없다. 우리 생각을 뒤집어놓을 뿐.
4.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지식이 있나요?
딱히 없다. 위에서 적었듯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 키 포인트가 될 것 같다.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사실 영화를 가볍게 보는 분들에게 엄청 과하게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 3, 4번에서 적은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우리의 머리 안에 박혀있는 편견에 정면승부를 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 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원래 영화가 이런 것도 말하나?'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잔인하거나 야하거나 이런 높은 수위를 많이 접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불쾌한 골짜기에 면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이트 팬들이 본다면 2시간을 땅바닥에 버린다!라는 뜻은 아니다. 이들에게도 좋은. 근데 화들짝 놀라는 정도가 더 정도가 클 것이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사실 우리 모두다. 왜냐면, 우리 이 세상에 하나도 안 힘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각자도 각자 나름대로의 고달픔을 살고 있겠지. 나는 이 스트레스가 세상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온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나만 해도 난 사회성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 것 같아서 혼자가 됐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왠지 어떤 프로그램에 나온 무슨 참가자가 어디 나사 빠진 행동을 하면 '이거 나인가' 싶어 찔리는 게 나인걸. 반면교사 삼아 성장한다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내가 싫을 때가 많다. 이런 내가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눈호강을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위로가 있었다. 난 확실히 이 영화를 보고 불쾌했다. 그래서, 불쾌한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에 감독이 따뜻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사회에게 불편함을 유발할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때? 어느 곳에선가 우리는 공감을 통해 각자로 서 있을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손을 내미는 게 감독의 화법인데. 무작정 다 잘될 거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채로 여생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더 강하게 서있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그 현실적인 해결책이 이 작품일지도 모르고. 다만 중요한 건 혐오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겠지?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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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는 주인을 삼킬 수 없다.
승리한 사람의 시각으로 쓰이는 역사는, 언제나 승자 외엔 관심도 없는 것처럼 차가워 보일 때도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역시 그렇다.
승자는 손을 번쩍 들어 웃고 패자는 울며 다음을 기약하지만 가끔은 과연 승리란 것이 무엇인지. 패배란 것이 정말로 정치생명의 끝을 말하는지 아리송할 때도 있다.
마치 나의 답답함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에 선거 뒤엔 사람과 신념도 있다고 소리치는 영화가 있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을 잡고 멀리 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려주려 하는 영화 [킹메이커]가 바로 그것이다.
각각 김운범과 서창대를 연기하는 설경구와 이선균을 앞세워 2022년 설날 극장가에서 왕좌의 자리에 앉을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을지. 영화 [킹메이커]가 주목받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너무 진지한 정치극은 아니다.;이토록 댄디한 영화라니.
정치 이야기는 건조하기 쉽다.
낯선 단어로, 복잡한 이야기로, 혹은 이야기만큼이나 무거운 분위기를 잔뜩 얹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관객을 따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검은 양복 군단으로 점철된 영화로 빠지기 쉬운 작품을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은 올드하지 않고 스타일리시 하게 잘 꾸며냈다. 덕분에 1960년대부터 시작하는 영화가 낡아빠졌다거나 너무 예전 이야기처럼 느껴져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출한 덕분에,
영화가 매우 오랜 시간을 거슬러올라 오고 있다는 피로감도 주지 않는다. 시대 배경에 따라 인물을 배치한 것이 아니기에, 인물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관객들에게 주는 셈이다.
영화의 큰 축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는 김운범(설경구)과, 그 어떤 것도 알려지지 않은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의 이야기가 이루고 있다. 또한 [이태원 클라쓰]의 유재명, [내부자들]의 조우진까지 합세해 그 어떤 곳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을 세워 영화를 지탱한다.
뻔하거나 예상 가능한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 덕에, 그들이 만나고 부딪치고 합을 이루는 장면들에서 느껴지는 시너지는 이들이 여태 연기해왔던 기존의 작품들을 모두 잊게 하기 충분하다.
체스의 목적;두 사람의 앙상블이 이뤄내는 갈등의 묘미
서창대와 김운범 모두. 자신들이 임하고 있는 이 선거가 체스와 같은 게임임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목적은 승리로 같았으나, 그들의 신념은 정 반대였다.
창대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빠른 승리를 원했고, 운범은 자신의 군사를 지켜가며 정당한 승리를 원했다.
그러나 이 게임의 왕은 운범 하나였고, 창대는 늘 자신이 원하는 것에서는 한 발짝씩 멀어진 채 구경해야 했다. 그 덕에 승리에 대한 갈망은 그가 지닌 아쉬움만큼이나 커져만 갔다. 마치 운범이 자신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는, 혹은 모른체하는 것만 같아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범이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 창대가 없었다면. 그는 연거푸 승리한 선거의 끝에 있는 대통령 후보라는 자리에는 손조차 뻗을 수 없었을 테니. 단지 자신은 왕좌에 올랐을 때 부끄럽지 않은 승리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부딪칠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을 영화는 조명과 의상으로 극명하게 드러낸다.
두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들의 옷이 흑백으로 나뉘는 것도.
운범의 그림자에 창대의 모습이 가리거나, 혹은 상대적으로 창대가 어둠에서 등장하는 연출로 말이다.
이런 장면으로 영화는 간접적으로나마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운범과 창대가 가진 사상은 절대 공존할 수 없음을.
그리고 그림자는 주체를 절대 삼킬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제갈량의 재림일까.;이선균의 재발견.
영화는 1960,7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전략가였던 엄창록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중앙정보부에서조차 엄창록의 선거전략을 보고했을 만큼 효과적인 선거 전략을 펼쳤던 인물이다.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인 [종이의 집]의 교수, 혹은 삼국지의 제갈량처럼 명쾌한 답과 지략으로 김운범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서창대 역할을 이선균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게 재탄생시켰다.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는 지조의 높이만큼이나 야망을 쌓아 올리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 자신의 입지와 인정에도 목마른 연약함도 내포하고 있다. 가진 능력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운범에 대한 존경도 가슴 한가득 품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마치면서
좋은 영화였다.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고 있는 것 같아 보는 내내 감정선을 따라가며 행복했다.
선거라는 것에 희생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주목받는 영화였기에 더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 할 것도 없었고, 보여주는 모든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연출도 매우 행복했다.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 속에서 감정 안에 풍덩 빠져 만끽할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영화였다.
[이 글의 TMI]
1. 그 와중에 커피 먹으면서 영화 보겠다고 기어코 커피를 사서 1분 전에 입장함.
2. 연기는 말해 뭐 하나.
3. 마음도 따뜻해지고 생각도 많아지는 영화였다.
#킹메이커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변성현감독 #영화추천 #영화리뷰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내일은파란안경 #0119_많관부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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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선인 줄 알았던 교차선
평행선인 줄 알았던 교차선, <해피엔드> 리뷰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엔드,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반응 좋았기에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시놉시스 외에 어떤 것도 알아보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시작, 영화 끝. 시작부터 심장은 뛰었고,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함께 간 친구와 영화관을 나오며 한 말은 "미쳤다."뿐이었다. 그 정도로 취향인 영화였고, 조금 더 심층적으로 보고 싶었기에 시사회 감상 후 개봉일인 4월 30일 영화를 한차례 또 보았다.
훌륭한 음향과 연출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이야기였다. 해피엔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AI로 사람을 인식하고, 감시하는 시대. 주인공들의 장난을 '테러'로 규정한 교장은 학교에 AI 감시 체제를 학교에 도입한다. 대지진 예고로 혼란스러운 사회와 AI 감시 체제로 억압된 학교에서 코우와 유타, 아타, 밍, 톰 그리고 학생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한다. 해피엔드는 청춘을 이야기한다. 청춘 속 한번은 겪을 만한, 뗄 수 없는 정치와 우정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더 재밌게 보고 싶다면 주목할 포인트
1. 지진의 타이밍
2. 반복되는 대사
3. 유사한 인물
본 리뷰는 다음 글부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주 정치적인 설정,
현실과 영화, 사회와 학교의 거울 구조
거울 1. 현실과 영화
SF와 청춘이라는 장르로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했다. 흔한 청춘물이면 어찌할지 생각하면서도 SF와 함께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기에 궁금했다. SF라는 장르는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장면을 연출한다. 또 다른 부분으로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점을 가진 장르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해도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다. 욕심으로 인한 독점, 본인의 안정을 위한 공격 등, 사회에 근본적 문제를 짚어내기 위해 SF 배경이 쓰인다. 해피엔드는 듄과 같은 화려한 스케일보다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SF를 활용했다. 해피엔드 속 일본 사회는 일본에서 벌어진 상황과 비슷하며,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유사하다.
거울 2. 사회와 학교
영화는 현실을 비추고, 해피엔드 속 학교는 영화 속 사회를 비춘다. 코우와 유타가 세워둔 교장의 스포츠카. 교장은 그것을 보고는 "테러인가"라고 말한다. 부하 교사는 "네?"라고 답하며 관객의 반응을 대신한다. 과연 스포츠카를 세워둔 것이 학교를 향한 테러일까? 아니다. 그저 교장을 향한 공격일 뿐 학교를 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장은 이것을 테러로 규정하고, AI 체제를 도입하는 이유로 말한다. 아이들은 AI 감시 체제로 시도 때도 없이 감시당한다. 웃긴 점은 이 AI 감시가 아주 허술하다는 것이다. 유타가 당당히 교무실에서 열쇠를 가져가는 것은 벌점이 없다. 야구부 주장이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집으면 흡연으로 벌점을 부여한다. 외에도 영화 속에서 허술한 점들이 많다. 그와 동시에 학교엔 혐오가 심해진다. 귀화하지 않은 학생들을 분류하고, 그들이 규정한 일본인만을 위한 수업이 진행된다. 교장은 코우의 국적을 이야기하며 그런 출신이지 않는냐며 혐오가 가득한 말을 학생들 앞에서 내뱉고, 자기 잘못은 변명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까지도 '일본식' 예절을 말하며 같은 학생이 차별 발언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영화 속 사회와 같다. 대지진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불안을 조장하고, 권력을 잡는 총리의 소식은 뉴스로 알 수 있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익숙함에 움찔하게 만든다. 총리는 지진이 일어나면 외국인 범죄가 늘어난다는 말도 안 되는 파시즘적 발언을 내뱉다가 도시락을 맞기도 한다. 학교의 AI 감시는 사회 속 경찰과 같다. 코우는 여러 번 검문당한다. 얼굴을 인식하고, 소지 의무가 없는 서류를 요구받는다. 클럽에 들어간 것은 코우의 잘못이라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붙잡힐 이유는 없다. 두 번째 검문에서 우퍼를 튼 것은 유타였음에도 코우가 서류를 요구받는다. 경찰은 딱히 중요치 않다. 마치 AI 감시체계가 허술하고, 멍청한 것처럼 경찰도 똑같다. 지진 경보 타이밍에 맞춰 시위를 탄압하기도 한다.
거울 3. 총리와 교장
거울 2가 거울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출은 총리와 교장의 관계이다. 둘은 의도적으로 닮아있다. 특히 도시락 피습 사건과 교장실 점거 농성 장면은 완벽한 거울이다. 총리는 도시락 피습사건에서 도시락을 맞고 볼에 음식을 떼어내며 "아깝게시리"라고 말한다. 교장은 점거 농성에서 버려진 스시를 주우며 똑같이 말한다. "아깝게시리"라고. 그 외에도 불안을 조장해 권력을 잡는 점도, 혐오 발언을 내뱉는 것도 닮았다. 이 둘은 현실의 권력자와도 닮았다. 모든 나쁜 권력자들은 같은 모습을 한다.
또 하나 닮은 점은 이익을 좇는 것이다. 교장은 본인 차 테러 이전에 AI 감시 체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점거 농성 전 기사 인터뷰 내용을 보면 AI 감시 체제를 쓰고 교장의 지인(초반부 도지사 선물을 챙겨주던 사람)을 자주 봐야 해서 힘들다는 농담을 한다. 차가 세워지기 전에도 감시 체제와 관련된 인물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차 사건이 명분으로 이용됐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아마도 본인의 이익을 위해 AI 감시를 가져온 게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한다. 총리도 결국 대지진의 불안을 이용해 많은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권력뿐 아니라 내진설계 건축과 같이 분명 돈과 연결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교장도 학교 내진 설계를 위해 도지사에게 로비했고, 제2의 아지트가 될 뻔한 클럽도 내진설계 빌딩 공사를 위해 없어졌다. 코우네 식당에서 건축회사 아저씨가 지진이 오면 건축회사가 잘 된다고 말한다.
아주 정치적인 설정,
각자의 방식으로
잘못된 권력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대응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상상력이 필요해”라고 한탄하며 말한 후미의 말에 대답하듯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석적인 모습은 후미다. 시위에 참여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한다. 저돌적으로 맞선다. 그리고 고민하는 코우, 코우는 후미처럼 맞서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재일 한국인으로 겪었던 차별과 대학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고민한다. 중요한 순간에도 그 고민으로 나서지 못하고, 결국 유타에게 마음의 빚을 진다. 그럼에도 코우는 시위에 참여하고, 화를 내고, 점거 농성을 서포트한다. 유타는 코우를 보며, 코우를 위해 저항한다. 코우의 벌까지 자신이 맡아 결국 권력이 무너질 가능성을 만든다. 이유 없이 검문당하던 코우를 보며, 혼자서 우퍼를 옮기며, 쫓겨나는 친구들을 보며 우타도 조금씩 변화했다. AI 감시에 반항하던 아타는 벌점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어쩔 수 없다며 청소한다. 순응하는 것처럼 보인 아타는 졸업식 날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장에게 한 방 먹인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을 학생들의 저항이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움직인다.
한 번쯤 겪는 우정의 변화,갈림길에 서 있는 코우와 유타자랄수록 인간관계는 점점 넓어지고, 변화한다. 청소년기에 우정은 삶에서 어느 정도 크기를 차지할까? 특히,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우정은 변치 않을 것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다 소울메이트라 여기던 친구와 메울 수 없는 차이를 느낀다면 삶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영화에서 지진은 코우와 유타의 관계가 흔들릴 때 함께 발생한다. 가장 큰 흔들림이던 첫 번째 흔들림, 코우는 차별당한 순간과 불안감에 빠진다. 그러다 맞서 싸우는 후미를 발견하고 시선을 돌린다. 유타는 코우의 변화에 어색함을 느낀다. 두 번째 흔들림, 유타는 알바 면접을 보고 유타는 폭력 탄압이 발생한 시위 현장에 있었다. 유타는 시위에 나가며 싸우고, 억울함을 토해내는 코우를 보고는 옆자리에 앉지 않는다. 코우는 유타를 이해할 수 없고, 유타는 코우를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 흔들림, 대학 장학금을 받은 코우와 퇴학당한 유타. 코우와 유타는 이전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관계가 되었다.코우와 유타는 소꿉친구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오던 친구이다. 유타는 우퍼를 옮기며 서로가 영원할 친구 관계임을 이야기한다. 싸우더라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코우는 톰에게 우리가 유타를 대학교에서 만났더라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물어본다. 코우는 유타가 변해서 자기와 앞으로도 함께했으면 하는 만큼 유타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안 맞는 부분을, 참을 수 없다. 우정이란 무엇일까?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 친구일까? 완전 똑같은 사람끼리만 친구가 되는 걸까? 멀어지지 않아야 하는 걸까? 영화를 보며 수많은 질문이 생각났다. 영화와 함께 개인적인 답을 해보자면, 우정은 복잡하다. 사람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고, 아주 극히 일부 겹치는 때가 생긴다. 대부분 그 겹치는 때에 친해진다. 모든 부분이 같을 수 없다. 안 맞는 부분이 없을 수 없다. 그렇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겹치는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친구이다. 또 우정은 가깝지 않더라도 이어지고, 끊기더라도 이어진다.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우정은 이어질 수 있다.코우와 유타의 흔들림은 사실 너무 친하고, 좋아했기에 생겼다. 같은 사람이었으면 한 것이다. 갈림길에서 누군가의 집에 따라가고 싶었던 마음처럼, 이 삶의 갈림길에서 같은 방향을 향했으면 했다. 둘은 싸우면서도 서로를 본다. 유타와 싸웠지만 가능한 곳까지 우퍼를 옮겨주는 코우, 코우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코우를 보호하고, 코우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게 자신을 희생한 유타. 마지막 장면 둘은 결국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을 향한다. 이전과 다른 관계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둘은 앞으로도 서로 다른 길에서 우정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변화하고, 이해하고자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는 교차 선에서 어린 시절처럼 장난치며 웃을 것이다.한 번쯤 겪는 우정의 변화,너랑 나는 정말 다른 것 같아초반부 함께 음악을 즐기고, 몇 번의 가위바위보도 겹치는 소울메이트 코우와 유타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도 서로의 다름을 느낀다. 소꿉친구, 초중고 친구들과 겪는 큰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결국 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것. 자라면서 변화가 생긴다. 분명 어린 시절에는 잘 맞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변하는 취향, 성향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친구와 차이가 생긴다. 코우와 유타도 이런 타이밍이었다. 너무나 잘 맞는 둘이었기에 오히려 다름이 큰 흔들림이었다. 그래도 이 사건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코우는 유타를, 현실을 모르는 무개념이라 말했지만, 결국 자신을 구한 것이 유타였다. 코우가 생각한 것처럼 유타는 현실을 모르는 어린애도 아니고, 무력한 바보도 아니었다. 유타는 코우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말대답을 해서 싸우는지, 길에서 시위하는지 즐기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있던 유타는 동아리방을 빼앗기고, 클럽도 없어졌다. 우퍼를 옮겨주었던 친구도 빼앗겼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아마도 유타와 코우는 다른 길을 가더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영화를 보고청소년 주인공을 다루는 청춘물은 가끔 많은 것들이 제외된다. 특히 정치적인 요소가 우정의 흔들림의 원인으로 나온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마치 학생이라고 정치적 의견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처럼 어리기에, 보호받는 존재기에 오히려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해피엔드는 확실히 학생이, 청춘이 겪는 것을 색안경을 벗고 그려냈다는 점에서 좋다. 그래서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모든 세대가 겪었을 일을, 현재의 일을 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영화를 한 번, 두 번 보고 심층 리뷰를 쓸 수 없는 타입이다. 언젠가 OTT에 들어온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하고 싶은 영화이다. 아직도 궁금한 점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조금 더 준비해서 이야기해 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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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 르네상스 영화7선
2003년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도 하죠?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등 신감독들의 등장과 활약으로
영화의 꽃을 피우던 시기. 한국영화는 2003년도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반향이 일어났던 해입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시대 영화 7선을 소개합니다https://www.instagram.com/reel/C03cAIzOBF5/?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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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덕희 | 실화의 힘을 조금만 더 믿었더라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운영하던 세탁소에 불이 나 급히 대출을 알아보던 '덕희'(라미란). 때마침 거래은행의 '손 대리'(공명)가 전화로 딱 맞는 대출상품을 추천해 준다. 덕희는 수수료 3,200만 원을 8차례에 걸쳐 손 대리에게 보내지만, 이내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돈도 없이 거리에 나앉은 그녀는 경찰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하지만 '박 형사'(박병은)는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수사를 포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손 대리가 덕희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온다. 자기 이름이 '재민'이라고 밝힌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나가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반신반의하던 덕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민과 공조하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필살기를 하나씩 가진 친구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 '애림(안은진)'과 함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무생)'을 잡기 위해 직접 중국 칭다오로 향한다.
한끝 부족한 선택과 집중
실화 기반 창작물은 언제나 같은 고민을 한다. 실화 중 어느 부분에 집중할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실화의 모든 인물, 사건, 갈등을 다루기에는 시간 압박이 있으므로. 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 가해자, 조력자, 목격자, 경찰 등 중에서 누구에게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추격자>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처럼.
<선희와 슬기>를 연출한 박영주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시민덕희>에서도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시민덕희>는 2016년에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을 직접 잡은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의 사연을 다뤘다. 이 사건도 각색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도 손을 뗀 사건을 직접 수사한 시민, 시민의 공로를 가로챈 무능한 경찰, 양심적인 선택을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결국 붙잡힌 총책 등 독특한 서사를 지닌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시민덕희>는 사건을 두 줄기로 나눴다. 우선 덕희와 재민이 정보를 캐내려 협력하는 서사가 중심이다. 그 덕분에 범죄 영화나 스릴러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주변부는 코미디로 꾸몄다. 덕희와 재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과 사건은 분위기 전환을 위한 웃음거리가 됐다. 일장일단이다. 전자가 생동감 넘치고 독특한 범죄 영화를 탄생시킨 원동력인 반면, 후자는 그 성과를 발목 잡는 원인이 됐다.
중심은 잘 잡았다
비록 범죄 영화지만, <시민덕희>에서는 스릴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범인을 쫓는 과정보다 피해자의 절박함이우선시된다. 라미란의 열연 덕분에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세상이 무너진 듯한 울분이 생생하다. 덕희가 손 대리를 찾으러 간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사실을 깨닫고 호흡곤란으로 쓰러질 때. 매뉴얼만 되풀이하는 경찰과 통화할 때. 제보를 무시하는 박 형사에게 욕을 할 때. 피해자의 절절함이 스크린으로부터 묻어난다.
또 하나의 특이점이 있다. 보이싱피싱범 재민이다. 사실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에게 직접 제보한다는 전개는 실화라 해도 자칫 황당할 수 있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루는 시점을 살짝 바꿔서 개연성을 높인다. 피해자나 경찰의 입장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 내부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묘사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보다도 보이스피싱 조직 구조와 수법 묘사가 더 입체적이고 자연스럽다.
그 덕분에 재민의 서사도 풍부해진다. 영화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둘로 나눈다. 재민처럼 사기당한 후 협박과 강요 때문에 조직범죄에 이용당하는 가해자 겸 피해자가 있다. 반대쪽에는 총책을 비롯해 주도적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범죄자가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다 보니 재민이 총책과 조직을 밀고하는 이유, 그의 정의로움과 양심이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에도 설득력이 붙는다.
이처럼 탈출을 꿈꾸는 재민의 절실함과 빼앗긴 돈을 찾으려는 덕희의 절박함이 어우러지면서 <시민덕희>는 여타 범죄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을 확보한다. 이는 장르적 쾌감으로도 이어진다. 그들이 어떻게 접선할지,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지, 들킬지 안 들킬지 지켜보는 재미와 긴장감이 적지 않다.
주인공 말고는 아쉬운 캐릭터
두 주인공을 집중 조명한 여파도 크다. 먼저 악역 문제가 눈에 띈다. 범죄 영화에서는 위압적인 빌런이 필수다. 피해자의 두려움을 강조하고, 위기감도 고조하면서 장르의 재미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패니까. 그런데 빌런에게 할당된 분량이 부족하다 보니 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저 한국 영화에 자주 등장한 조선족 조폭 중 하나로 보일 뿐이다. 결국 그를 체포하는 순간의 쾌감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다른 캐릭터 역시 과하게 도구적이다. 일단 덕희 친구들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과하게 호들갑 떨면서 웃어야 할 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캐릭터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숙자는 철부지 없는 동생, 봉림은 정 많은 언니라는 조연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다.
캐릭터 구성도 편의적이다. 덕희 친구들은 사건 해결에 필요한 능력치를 하나씩 나눠 갖고 있다. 일례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때마침 통역을 담당해 줄 조선족 친구 봉림이 직장에 있다. 칭다오에서는 봉림의 여동생 애림이 때마침 택시 기사로 일하는 중이다. 경찰에게 보낼 증거 사진은 때마침 아이돌 찍덕 출신인 숙자가 확보한다. 총책 검거라는 결말을 위해 모든 우연이 겹치고 있으니 부자연스럽다.
실화를 조금만 더 믿었더라면
조연 캐릭터 문제는 영화의 구조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민덕희>의 장점은 경찰의 무신경함과 무능함을 이겨내는 피해자와 제보자의 사투에 있다. 공권력의 도움을 기대 못하는 일반 시민의 억울함. 그렇지만 스스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내는 특별한 시민을 보는 쾌감. 그 둘의 조합이 <시민덕희>만의 특별함이다.
이때 핵심은 경찰이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덕희의 제보를 무시할 때 두 주인공의 감정선과 활약이 더 돋보이고, 장르적으로도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박 형사는 한 발 늦게 뒷북치는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로 묘사되며, 코미디 도구 중 하나로 소비된다. 이처럼 경찰 캐릭터의 역할이 모호하니, 영화 전반의 진중한 분위기와 간혹 등장하는 코미디는 좀처럼 잘 섞이지 않는다.
이는 아쉬운 마무리로 이어진다. 현실에서 경찰은 김 씨에게 공로를 가로채려고 검거 소식을 알리지 않았고, 신고보상금도 주지 않았다. 반면에 <시민덕희>는 일반적인 한국 영화처럼 해피엔딩이다. 덕희는 아이와 친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총책을 체포한 후 경찰은 존재감이 없어진다.
그 결과 <시민덕희>만의 개성도 옅어진다. 계속해서 실화에 충실했다면, 경찰도 아닌 시민이 직접 나서야 했던 덕희의 서사가 마지막까지 돋보였을 것이다. 경찰 같은 공권력의 역할에 관해서도 질문을 던지며 보이스피싱은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의 범죄라는 메시지도 강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민덕희>는 경찰을 덕희의 조력자로 바꿨고, 결국 스스로 잠재력을 억누르며 평범한 범죄 오락 영화로 귀결됐다.
이에 더해 마케팅도 아쉽다. 마케팅 문제는 크게 두 경우가 있다. 좋지 않은 완성도를 마케팅으로 감춰버린 나머지 영화를 본 후 관객의 실망감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내용과 완성도는 준수한데, 포스터나 예고편이 관객을 좀처럼 유인하지 못할 때도 있다.
<시민덕희>는 후자다. 영화를 보면 예상 못한 장점이 치고 들어올 때의 놀라움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포스터의 느낌이나 예고편의 방향성은 전형적인 한국의 범죄 코미디 영화 같은 인상을 준다. 내용물인 진중한 드라마보다는 코미디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 비록 실망스러운 대목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장점을 스스로 가려버린 셈이다.
Poor 형편없음
어긋난 기대, 의외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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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가 세상을 지배하다. 가타카 (1977)
<13층> 이후로 '어떻게 저런 생각을 저 시대에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지금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맞춤형 아기'에 대한 생각을 몇십 년이나 앞서 중심에 둔다. 유전자 조작은 윤리적으로 아주 민감한 문제이며, 특히 그 대상이 인간일 때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주제이다. 그러나 가타카에서는, 아주 빈번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로 인해 만들어진 우성인자를 가진 사람들만 우주 비행사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유전자의 우월함이 계급이 되는 세상, 그곳이 곧 미래이자 현실이다.
빈센트는 자연분만으로 인해 열성에 가까운 유전자를 타고난 채 태어난다. 심장질환이 있어 조금만 뛰어도 금세 숨이 차고, 그다지 큰 키도 아니지만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하지만 몸 안에 내재해 있는 유전자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지울 수 없는 표식이므로, 우성인자를 가졌지만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제롬의 몸을 빌리기로 한다. 만약 빈센트가 자신의 타고난 천성에 만족하고 살아갔다면 청소부 일을 하면서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전부이겠지만, 이에 일종의 반항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항상 동생과의 수영 내기에서 졌던 그가 마침내 그를 이기고 지친 동생을 오히려 끌고 나오면서부터 저력은 발휘된다. '다시 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아서 너를 이길 수 있었던 거야.'라고 말을 하는 그는 흔치 않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끈기와 인내', 이것이 빈센트만이 가진 일종의 특장점이자 우월한 유전자인 셈이다. 우성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타고난 능력만을 믿고 더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남들보다 많은 시도를 한 그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는 그 사람의 잠재력과 가능성보다 주어진 환경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이게 과연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가 목표 달성에 다다르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사회의 기대와는 반대로, 우성인자인 제롬은 자신의 꿈 없이 그저 빈센트에게 필요한 DNA를 주는 일종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스러움이 배제되고, 일종의 기계 같은 사람이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그는 실제로 곧 시행될지도 모르는 유전자 선택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있는 그 자체를 존중하고,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결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을 대하는 최선의 방식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물론 미래에는 유전학적으로 더 발달한 사회가 되겠지만,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인간 또한 통제불능인 상황이 올까 두려워진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W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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