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1 12:29:33
10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보통의 가족>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달성!

설경구, 김희애, 장동건, 수현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로 주목받은 <보통의 가족>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습니다.
당초 10월 9일이었던 개봉 예정일을 10월 16일로 변경한 이유가 <대도시의 사랑법>, <조커: 폴리 아 되> 등 타 작품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많았는데요. 약 28만 명에 달하는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하며 좋은 선택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개봉 후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온 <베테랑 2>는 누적 관객 수 약 740만 명을 기록하며 여전히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 수 감소 추이가 눈에 띄고 있어, 천만 관객 돌파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 역시 안정적인 성적으로 3위를 유지하며 애니메이션 장르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유의 상상력과 감성적인 스토리로 가족 관객을 끌어들이며 꾸준히 관객 수를 확보하고 있어, 향후 몇 주간의 성적이 주목됩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공포 스릴러 장르가 강세입니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누적 관객 수 3만 명을 돌파한 <스마일 2>가 북미에서 1위를 기록하였고, 지난주 깜짝 1위에 올랐던 슬래셔 무비 <테리파이어 3>가 3위로 순위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와일드 로봇>은 북미에서도 2위를 지키며 글로벌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북미 모두 장르의 다양성이 돋보이는 박스오피스 흐름 속에서, 앞으로의 영화 시장 경쟁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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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부터 이어진 스파이더맨 사가에 대한 헌사
샘스파, 어스파, 톰스파 모두를 하나의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기발한 장치, 멀티버스
2002년부터 시작되어 2021년까지 이어진 스파이더맨 실사화 영화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이 오랜 기간 동안 시리즈에 변화가 없지는 않았으며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자 속칭 샘스파, 마크 웹 감독의 어스파, 존 왓츠 감독의 톰스파까지 총 2번에 걸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 변화는 각 시리즈마다 본연의 특색을 가지고 있도록 하여, 스파이더맨이란 공통된 소재를 가지고 있을 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의 성격이 천지차이일뿐더러 등장하는 빌런들도 전혀 겹치지 않는 등 별개의 시리즈로 보아도 무방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개개인별로 어떤 시리즈를 특히 더 좋아하는지와 같이 선호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스파이더맨 시리즈 모두를 좋아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세 시리즈의 스파이더맨과 수많은 빌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면 너무 좋겠다'와 같은 팬들의 염원은 무시 못 할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
하지만 배경도, 주인공도, 빌런도 모두 다른 세 시리즈를 한곳으로 모이게 하기 위한 합리적이면서도 마땅한 장치가 그동안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단순 팬들을 위한다는 명분만으로 세 작품을 모으기에는 아무리 히어로 무비라고 할지라도 "왜 세 명의 스파이더맨과 빌런들이 한곳에 모이게 되었는가?"란 간단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납득이 가능한 해답, 다시 말해 서사의 핍진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노 웨이 홈)은 MCU의 히어로 중에서 치트키 수준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등장시킴으로써, 더 자세히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을 통해 평행우주의 개념인 멀티버스를 사용함으로써 핍진성도 가지면서 세 작품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훌륭한 명분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무리 최근에 MCU의 멀티버스로 무리한 세계관 확장 시도와 그에 따라 생긴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 있지만 이는 차치하고, <노 웨이 홈>만으로 한정 짓는다면 멀티버스를 적절하고 완벽하게 활용했습니다.
스파이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시작점,
멀티버스로 핍진성과 흥미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오랜 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들만 모아놓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최악일 수도
감상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영화이지만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물론 영화 전부가 또렷하게 기억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은 대부분 감상 도중에 강한 인상을 남겼던 씬들을 중심으로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때 <노 웨이 홈>은 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인상 깊은 씬들을 차용하여 그대로 사용하거나, 혹은 적절하게 변형하여 오마주 형식으로 영화에 등장시킵니다. 가령 <스파이더맨 2>에서 오토 옥타비우스와 피터 파커가 "잘 지내니?"와 "노력하고 있죠"란 대사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장면이 <노 웨이 홈>에서 동일한 배우가 동일한 대사로 안부를 묻는 장면으로 다시 등장함으로써 <스파이더맨 2>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관객에게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 외에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의 피터 파커가 그웬 스테이시를 철탑에서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노 웨이 홈>에서 추락하는 MJ를 구출하는 적절한 변형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씬을 통해 톰스파뿐만 아니라 다른 스파이더맨들 또한 들러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성장의 주체로서 표현한 점을 호평하고 싶습니다.
전작들과의 연계성에 기반한 측면에서 호평하고 싶고 리뷰에 다루고 싶은 부분들이 차고 넘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스파는 피터 파커란 일반인으로서, 혹은 스파이더맨이란 히어로로서 전혀 성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점이 스파이더맨의 아이덴티티 부재와 더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곤 했습니다. 하지만 <노 웨이 홈>에서 MCU 스파이더맨이 극중 사건들로 발생한 상실이란 아픔을 겪고, 이를 통해 비로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스파이더맨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여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도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팬들을 위한 헌사가 가득 담겨 있을지언정 어디까지나 <노 웨이 홈>의 주인공은 톰스파입니다. 영화의 모든 서사가 톰스파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수많은 과거의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위상에 가려지지 않도록 적절하고 영리하게 그들을 배치했습니다. 이처럼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줌과 동시에 톰스파의 부족한 면들을 채우면서 마무리 지었단 점에서 <노 웨이 홈>은 톰스파 트릴로지를 넘어 2002년에서 시작된 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시리즈의 피날레를 훌륭하게 장식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이어진 호평들은 어디까지나 샘스파, 어스파를 모두 감상한 관객들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불어 앞선 시리즈들을 단순 감상한 것에 그치지 않고, 각 영화들이 극장에 개봉했을 적에 극장에서 감상했던 경험이 있는, 다시 말해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던 관객들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평가입니다. <노 웨이 홈>은 성장을 주된 테마로 하고 있는 만큼 그들과 함께 성장한 관객들에게는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성장했거나 노쇠한 배우들을 주축으로 다시 보였을 때 감회가 남다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앞선 시리즈들을 한 번에 몰아서 감상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함께 성장해 오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이 장면을 여기서 다시 사용했구나'라고만 생각할 뿐, 이와 같은 오마주에 대해 큰 감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즉 <노 웨이 홈>은 오랜 스파이더맨 실사영화 팬들에게 바치는, 그들만을 위한 영화일 뿐 일반 관객층들을 위한 영화는 아닙니다. 어찌 보면 MCU의 진입 장벽을 무지막지하게 높여버리는 데 일조한 작품 중에 하나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어쭙잖은 팬들은 나가떨어지도록 하고, 진성 팬들만을 데리고 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상 깊은 장면들을 활용한 오마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면서, 톰스파의 성장 서사를 훌륭하게 담아낸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날레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스파이더맨 팬들만의 잔치일 뿐, 새로운 입문자들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만점을 줄 수 없도록 만드는 최악의 오점, CG
이 영화는 서사와 관련된 오마주 외에도 액션에 관련해서도 종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이 가지고 있는 액션에 대한 오마주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홀로 웹슈터를 사용하지 않고 몸에서 거미줄이 나가는 샘스파에 대해 펼쳐지는 어스파와 톰스파의 질문 공세, 또는 샘스파가 그린 고블린을 내려다보는 자세는 <스파이더맨 1>의 유사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 스파이더맨 별로 웹 스윙 이후 착지하는 자세를 각 시리즈별 시그니처 자세로 그대로 표현하는 등 이전 영화들의 크고 작은 액션들을 오마주 하여 이 영화의 액션들로 편성하였습니다. 물론 <노 웨이 홈>이 오마주한 액션들로만 이뤄져 있는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수많은 빌런들이 본인만의 특색을 뽐내면서 등장한 후 벌이는 전투씬들을 비롯해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하여 스파이더맨들이 협공하여 빌런들을 하나씩 격퇴해 나가는 이 영화만의 익숙함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액션들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액션이 매끄럽기 위해서는 액션을 뒷받침하는 CG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이라 할지라도 섬세하거나 정교하지 않은 CG 작업물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찰나의 순간에 느껴지는 위화감은 절대 무시하지 못하며, 이는 곧이어 보여지는 액션의 몰입에 적지 않은 방해 요소가 됩니다. 이때 <노 웨이 홈>은 단순히 어색한 정도를 넘어 정말 실망스러운 엉망진창인 수준의 CG가 한두 번도 아니고 수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리 서사, 핍진성, 오마주 등의 구성이 좋을지라도 이 영화의 근본은 액션에 있습니다. 그 근본을 제대로 신경 쓰지는 못할망정 저품질 수준의 끔찍한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선 좋은 평가를 다 깎아먹게 만듭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20년을 아우르는 모든 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품인데도 작품의 퀄리티를 신경 쓰지 않았다는 부분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킬 지경입니다. 한 가지 단적인 예를 들자면 위 단락에서 언급했던, 이 영화의 피날레격 액션인 자유의 여신상 액션 시퀀스의 배경은 어두컴컴한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빌런 일렉트로의 특징상 어두운 배경이 필요함을 감안하더라도 어색하고 성의 없는 CG를 조금이라도 감추기 위한 얄팍한 처세 목적의 비중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액션도 오마주 하면 뭐 하나, 그 액션의 품질이 저품질인 것을
MCU의 고질적인 CG 문제가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물
마지막으로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언급하고 싶었던 내용들에 대해 짧게 짚고 이번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윌렘 대포의 그린 고블린은 19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소름 끼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얼굴이 가면에 가려져 있던 <스파이더맨 1>과 달리 <노 웨이 홈>에서 맨얼굴에 담겨 있는 광기를 직접 직면하니 더 공포스러웠고 강렬했습니다. 두 번째로, 샘스파와 어스파의 테마들을 적절하게 편곡함으로써 그 당시의 영화에 담겨있던 분위기를 훌륭하게 가져온 마이클 지아키노의 노고가 정말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세세한 설정 오류와 함께 빌런들의 비중 분배가 아쉬웠습니다. 물론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다는 측면이 있지만 조금이라도 활약하는 부분을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끝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장장 20년에 걸친 스파이더맨 사가의 마무리 격인 작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완벽한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근본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조그마한 핸드폰 화면에서도 이렇게 심하게 체감되었는데 IMAX와 같은 대형 스크린에서는 얼마나 더 눈에 띄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들이 정말 좋았기에 스파이더맨 사가의 마지막 작품을 IMAX로 접하지 못했다는 점이 정말 아쉽습니다. 여러분들은 <노 웨이 홈>이 어떠셨나요?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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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람과 '동주'와 시: 별이 된 청춘들
마음이 절로 숙연해지는 밤이다.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가, 대한민국의 해방을 지켜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마음아팠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들의 무한한 투쟁에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년 정도가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당신들 덕에 국민과 국토와 완전한 주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시인 윤동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시인 ‘서시’로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별 헤는 밤’이라는 시를 가장 애정한다. ‘서시’만큼이나 좋다. 영화 속에서, 옥의 창살 사이로 내다보이는 별들을 비추며 ‘별 헤는 밤’이 낭송되는 장면에서 잠시나마 그가 되어볼 수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던 현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 것이며, ‘동주’가 아닌 ‘히라누마 도주’로 불려야했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무수히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쏟아질 것만 같은데, 그것들은 끝내 손에 닿지 않는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헤는 밤' 중이 구절을 가만히 떠올리다보면 사무치는 그리움이 손에 닿을 것만 같다. 애써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고, 잡게 되어도 다시 놓치기 일쑤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외는 그의 시는 왠지 모르게 하나의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시인 윤동주(좌_강하늘)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우_박정민)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중간중간에 그가 쓴 시들이 낭송되는 부분이 정말 좋았다. 괜히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촬영된 필름은 암울한 현실을 배가시킨다. 독립운동가 송몽규와 시인 윤동주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굳건한 신념으로 투쟁했다. 투옥되었을 당시, 생체실험을 한다는 일본인들의 말도 안되는 명분 하에 바닷물 주사를 강제로 맞은 결과, 결국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신 두 분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당신들은 정말 멋있는 분들이시라고, 아무것도 부끄러워하실 필요가 없다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두 분의 연대기를 보는데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암흑기와도 같았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그 나잇대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마음껏 누려보지 못한 채 ,
오로지 해방만을 꿈꾸며
한 번뿐인 생을 ‘살아내야’하셨을 분들께,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어릴 적 교과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시인 윤동주. 그때 갖게 된 열렬한 마음이 지금껏 이어져 온 것 같다. 교과서 활자나 시험지에서 윤동주 시인을 마주하기 전, 이러한 영화나 그의 생에 관한 책을 통해 그를 먼저 알게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방 책꽂이 한 켠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필사책이 있고, 벽 한쪽에는 영화 ‘동주’의 일러스트 엽서가 자리하고 있다. 문학 속에서 희망을 찾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꾸려 한 그의 시 속에는 고뇌와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그가 쓴 시와 그를, 참 많이도 존경하고 동경했던 것 같다.
이제는 별이 되어버린 그 시대의 청춘들께.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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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는 주인을 삼킬 수 없다.
승리한 사람의 시각으로 쓰이는 역사는, 언제나 승자 외엔 관심도 없는 것처럼 차가워 보일 때도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역시 그렇다.
승자는 손을 번쩍 들어 웃고 패자는 울며 다음을 기약하지만 가끔은 과연 승리란 것이 무엇인지. 패배란 것이 정말로 정치생명의 끝을 말하는지 아리송할 때도 있다.
마치 나의 답답함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에 선거 뒤엔 사람과 신념도 있다고 소리치는 영화가 있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을 잡고 멀리 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려주려 하는 영화 [킹메이커]가 바로 그것이다.
각각 김운범과 서창대를 연기하는 설경구와 이선균을 앞세워 2022년 설날 극장가에서 왕좌의 자리에 앉을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을지. 영화 [킹메이커]가 주목받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너무 진지한 정치극은 아니다.;이토록 댄디한 영화라니.
정치 이야기는 건조하기 쉽다.
낯선 단어로, 복잡한 이야기로, 혹은 이야기만큼이나 무거운 분위기를 잔뜩 얹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관객을 따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검은 양복 군단으로 점철된 영화로 빠지기 쉬운 작품을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은 올드하지 않고 스타일리시 하게 잘 꾸며냈다. 덕분에 1960년대부터 시작하는 영화가 낡아빠졌다거나 너무 예전 이야기처럼 느껴져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출한 덕분에,
영화가 매우 오랜 시간을 거슬러올라 오고 있다는 피로감도 주지 않는다. 시대 배경에 따라 인물을 배치한 것이 아니기에, 인물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관객들에게 주는 셈이다.
영화의 큰 축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는 김운범(설경구)과, 그 어떤 것도 알려지지 않은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의 이야기가 이루고 있다. 또한 [이태원 클라쓰]의 유재명, [내부자들]의 조우진까지 합세해 그 어떤 곳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을 세워 영화를 지탱한다.
뻔하거나 예상 가능한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 덕에, 그들이 만나고 부딪치고 합을 이루는 장면들에서 느껴지는 시너지는 이들이 여태 연기해왔던 기존의 작품들을 모두 잊게 하기 충분하다.
체스의 목적;두 사람의 앙상블이 이뤄내는 갈등의 묘미
서창대와 김운범 모두. 자신들이 임하고 있는 이 선거가 체스와 같은 게임임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목적은 승리로 같았으나, 그들의 신념은 정 반대였다.
창대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빠른 승리를 원했고, 운범은 자신의 군사를 지켜가며 정당한 승리를 원했다.
그러나 이 게임의 왕은 운범 하나였고, 창대는 늘 자신이 원하는 것에서는 한 발짝씩 멀어진 채 구경해야 했다. 그 덕에 승리에 대한 갈망은 그가 지닌 아쉬움만큼이나 커져만 갔다. 마치 운범이 자신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는, 혹은 모른체하는 것만 같아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범이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 창대가 없었다면. 그는 연거푸 승리한 선거의 끝에 있는 대통령 후보라는 자리에는 손조차 뻗을 수 없었을 테니. 단지 자신은 왕좌에 올랐을 때 부끄럽지 않은 승리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부딪칠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을 영화는 조명과 의상으로 극명하게 드러낸다.
두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들의 옷이 흑백으로 나뉘는 것도.
운범의 그림자에 창대의 모습이 가리거나, 혹은 상대적으로 창대가 어둠에서 등장하는 연출로 말이다.
이런 장면으로 영화는 간접적으로나마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운범과 창대가 가진 사상은 절대 공존할 수 없음을.
그리고 그림자는 주체를 절대 삼킬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제갈량의 재림일까.;이선균의 재발견.
영화는 1960,7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전략가였던 엄창록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중앙정보부에서조차 엄창록의 선거전략을 보고했을 만큼 효과적인 선거 전략을 펼쳤던 인물이다.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인 [종이의 집]의 교수, 혹은 삼국지의 제갈량처럼 명쾌한 답과 지략으로 김운범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서창대 역할을 이선균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게 재탄생시켰다.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는 지조의 높이만큼이나 야망을 쌓아 올리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 자신의 입지와 인정에도 목마른 연약함도 내포하고 있다. 가진 능력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운범에 대한 존경도 가슴 한가득 품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마치면서
좋은 영화였다.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고 있는 것 같아 보는 내내 감정선을 따라가며 행복했다.
선거라는 것에 희생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주목받는 영화였기에 더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 할 것도 없었고, 보여주는 모든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연출도 매우 행복했다.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 속에서 감정 안에 풍덩 빠져 만끽할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영화였다.
[이 글의 TMI]
1. 그 와중에 커피 먹으면서 영화 보겠다고 기어코 커피를 사서 1분 전에 입장함.
2. 연기는 말해 뭐 하나.
3. 마음도 따뜻해지고 생각도 많아지는 영화였다.
#킹메이커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변성현감독 #영화추천 #영화리뷰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내일은파란안경 #0119_많관부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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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만에 중국 개봉하는 한국 영화
한국 영화가 중국 시장에서 6년의 공백을 깨고 드디어 와이드 릴리징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12월 3일, 금요일에 중국 내 극장들이 2020년 9월, 국내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오! 문희>를 상영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였는데요. 나문희 배우와 이희준 배우가 열연을 펼친 영화 <오! 문희>는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할머니가 그녀의 개와 함께 손녀의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고, 이에 아들 '두원'과 '문희'가 손녀를 의식불명에 빠뜨린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서는 코믹 드라마입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그해부터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영화, 드라마 및 미디어 방영을 금지하는 이른바 '한한령'을 내린 바 있는데요. 이에 따라, 국내 천만 관객을 달성했던 전지현, 이정재 주연의 <암살> 이후 중국 내에서 제대로 된 극장 개봉을 이뤄낸 한국 영화는 한 편도 없었습니다.
예외로, 2018 베이징 국제영화제에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Claire's Camera), <그 후>(The Day After)를 포함하여 총 7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 및 상영되며 한한령 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는 위 상영이 한한령 해제로 이어지지 못하였지만, 드디어 2021년 12월 <오! 문희>의 개봉으로 한한령 해제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한 편일지라도 한국 영화의 공식 개봉을 승인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인데요. 이는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 한국 영화가 다시 진입할 수 있게 됨을 뜻합니다.
게다가 같은 날, GQ 잡지의 중국판 12월 호 표지를 한국 배우 '이동욱'이 장식할 것이라 밝혀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중국 내에서 K-컬쳐가 공식 수입된 적은 없을지라도, 수년 동안 한류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중국에서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많은 중국팬들을 끌어모아 왔습니다. 중국 내에서 "#Korean Films Released in the Mainland After 6 Years" 라는 해시태그가 1억 5천만 회 이상 조회되는 등 한국 문화가 다시 중국 본토에 수입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 수많은 중국 팬들이 설렘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는데요. 많은 팬들이 드디어 한한령이 풀리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글을 게시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전해집니다.
<오! 문희>의 개봉 발표는 실제 개봉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나왔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질 시간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마오얀에서는 약 2,000만 명의 사람들이 영화에 관심을 표했으며, 개봉 당일 중국 내 257회의 상영이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알리바바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역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한국 영화 TOP 5는, 1위부터 <암살> (4,700만 위안), <명량> (2,700만 위안), <도둑들> (2,200만 위안), <7광구> (2,120만 위안), <해운대> (1,670만 위안)로, 국내 흥행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데요.
과연, <오! 문희>가 흥행에 성공하여 한국 영화 극장 개봉의 활로를 터줄 수 있을지 지켜봐주시길 바라면서,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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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랑호에는 바닷물고기도 민물고기도 산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의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을 보지는 않았는데 전 세계 18개 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다고 하니 훌륭한 작품일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프랑스 버전의 <위험한 만찬>이 제공되고 있다.
<완벽한 타인>은 저녁을 먹는 동안 핸드폰의 모든 전화와 문자를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모여있는 사람들의 묘한 감정싸움과 드러나는 갈등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외국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라서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이서진 배우님의 살짝 어색한 연기 빼고는 다 괜찮았다. 아마 이서진 배우님의 바른 이미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공들의 고향은 강원도 속초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관계성과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네 명의 친구는 석호인 '영랑호'에 모여서 월식을 기다리며 투닥거린다. 싸우는 이유는 영랑호가 바다인지 아닌지이다. 바닷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바다라고 하는 친구와 민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민물 호수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극장인 것을 잊고 '얘들아, 너희 둘 다 맞아'라고 말할 뻔했다.
두 친구의 이야기가 둘 다 맞은 이유는 석호의 특징 때문이다. 석호는 중·고등학교 과학 수업이나 지리 수업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이다. 원래 바다였다가 모래 퇴적층인 사주가 물길을 막아서 호수가 된 형태를 말한다. 바다와의 길이 완전히 단절되는 곳도 있고, 바다와 호수가 연결된 곳도 있다. 처음에는 원래 바다였던 곳이라서 염분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물인 하천의 물이 유입되면서 점점 옅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바다와의 격리가 모래로 된 것뿐이라서 지하를 통해 해수가 섞여 들어오기도 해서 흔히 이야기하는 담수 호수보다는 염분이 높다.
영랑호는 바다와 호수가 연결된 케이스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호수를 기수호라고 한다. 이런 기수호는 담수호와 비교하면 플랑크톤이 풍부한 편이다. 민물고기와 바다물고기가 모두 사는 것도 당연하고 다양한 생물이 살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가치가 아주 높은 곳이기도 하다.
석호는 오랜 시간을 걸쳐서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에 영랑호의 나이는 많을 수밖에 없다. 8,000년 전에 생성되었고, 이름은 신라의 화랑이었던 영랑이 발견하면서 붙여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속초에는 대표적으로 청초호와 영랑호 두 곳의 석호가 있는데 청초호는 항구개발과 매립으로 원형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영랑호는 호수 원형을 잘 유지해 오고 있다. 물론 100년 전보다 호수 면적이 조금 줄고 주변 습지와 연못이 모두 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영랑호에도 시련은 있었다. 1980년대에 주변으로 유원지가 개발되었고 양어장, 낚시터, 주거지, 리조트의 오·폐수가 영랑호로 유입되면서 수질이 악화되기도 했다. 수질이 악화되니 악취도 심해졌고 벌레도 많아지게 되었다. 결국, 1996년에는 깔따구 퇴치작업도 진행되었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물고기의 떼죽음과 녹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 있다 보니 영랑호에는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준설, 호안 정비, 오·폐수 차집관로 매설 등의 사업에 총 4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였다. 지금 영랑호의 수질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속초시도 같은 생각인지 수질보호를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곧 뒤통수를 치고야 만다.
영랑호에는 원앙, 수리부엉이, 수달, 가시고기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생물을 비롯한 다양한 종의 어류와 조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먹이가 있으니 다양한 동물들도 찾아오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날아와서 탐조하시는 분들에게는 보물과 같은 곳이기도 하고, 2013년 1월에는 국내 미기록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과거에 주변지와 내수면개발을 진행되면서 수질이 악화된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 수질보호를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도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개발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금야금 영랑호에 카누 선착장을 만들었고, 호수 안에 모터보트를 허가해줘서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만큼만 해도 과잉 개발처럼 보이지만 생태가 좋은 곳이다 보니 영랑호와 그 주변은 끊임없이 관광개발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왜 좋은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속초시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업은 호수 안쪽의 수면과 물가에 인공구조물을 대규모로 설치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호수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부교다. 수많은 사업이 있었지만 이런 사업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부교는 물에 띄워놓는 형식의 다리다. 호수의 수면을 개발하게 되면 석호의 자연생태계에 큰 피해가 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수질 악화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동안 인간의 간섭이 없었던 지역까지 간섭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동·식물들에게도 부교의 설치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영랑호가 수면을 개발하게 되면 다른 문제도 생긴다. 인근 지역의 다른 석호들도 개발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성의 송지호와 화진포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조건의 자연이 개발되면 ‘유사 사례’로 언급하기 일쑤고, 선례로 악용하여 떼쓰곤 한다. “왜 저기는 되고 우리는 안된단 말입니까”가 먹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신청이 가능해지자 전국의 4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케이블카를 신청한 것과 같은 현상과 같다.
주민들과의 갈등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이미 영랑호는 과잉개발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구조물(데크 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서 도보로 인한 보행과 자전거 이용한 산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약 1시간 20분 정도면 영랑호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의 진행은 경제적인 효과 역시 담보하고 있지 않다. 속초시가 현재(라고 쓰고 뒤늦게) '관광수요 추정'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지만 이미 개발 계획을 진행하는 중에 맡긴 것이니 신뢰하기는 어렵고, 심지어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쓴 예산이 코로나를 핑계로 집행했다는 것에도 신뢰가 무너졌다.
속초시에서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은 관광객들의 마음이다. 관광객이나 주민들은 영랑호에 '인공구조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러 오는 것임을 완전히 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속초는 1년 방문객이 2천만 명 정도라고 한다. 중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의 2/3 정도가 방문하는 것이고 이는 곧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관광객의 수를 늘리려는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관광산업에 대한 왜곡까지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머무르지 않는 관광, 쉽고 빠른 둘러보기가 가능한 관광으로 획일화되면 오히려 고유의 생태적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속초시가 시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하고선 사람들이 모이자 시민들의 모임을 환경단체라고 명명하고 '원래 그런 사람들'로 취급하고 있다. 이 모임의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고, 심지어 학생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1인 시위도 하고 있고, 몸자보를 하고 걷기도 하고 있고, 반대 서명도 받는다. 속초시 인구의 3% 이상의 서명을 받았지만 역시 묵살되고 있다. 속초시는 지자체에 우호적인 단체들에게 부탁해서 찬성하는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걸었다는 의심도 받았다. 의심은 현실인지 불법 현수막에 대해 신고했지만 걷어가지도 않았다. 시민들은 영랑호를 지키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쉽지 않다.
영랑호에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다. 바닷물고기와 민물고기들은 서로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갈등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울려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석호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름답고 희귀한 석호를, 기수호를 이런 식으로 잃는다면 어른들은 영랑호가 바다인지 민물 호수인지 다투는 아이들도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참 많은 것들을 빼앗으며 살아왔는데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마저 빼앗아서는 안 된다.
감독님이 이런 영랑호의 모습을 영화의 전반적인 모습으로 담고 싶으셨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와 조금은 같은 마음일 것이었을 것이라 기대하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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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6회 칸 영화제 한국 초청 영화 '7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5월 16일 (화) ~ 5월 27일 (토)까지 진행되는 칸 영화제! 시작과 동시에 전 세계 영화인들과 셀럽들이 모여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올해 칸영화제는 총 '7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되었습니다!
어떤 작품일지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비경쟁 부문 초청
(1) 장편영화
화란
Hopeless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요: 느와르
감독: 김창훈
출연: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
개봉: 2023 예정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소개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
issue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 송중기의 첫 칸 진출작이자 김형서(비비), 홍사빈이 함께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신세계', '무뢰한', '아수라', '헌트' 등을 통해 강렬한 재미를 담보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선보여온 사나이픽처스의 신작인 점에서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더욱 기대를 높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화란>은 희망 없는 세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탄탄한 드라마와 밀도 높은 연출로 그려낸 깊고 강렬한 누아르 드라마로 올해 개봉 예정입니다.
잠
Sleep
ⓒ롯데엔터테인먼트
개요: 미스터리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개봉: 2023 예정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소개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issue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 영화 <잠>.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신인 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 카메라상 후보에 올랐으며
특히 배우 이선균은 <기생충>이후 4년 만에 또 한번 공식 초청된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잠>은 올해 가을 개봉 예정입니다.
거미집
COBWEB
ⓒ㈜바른손이앤에이개요: 드라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개봉: 2023 예정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바른손이앤에이
소개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영화
issue !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거미집>.
영화 <밀정> <악마를 보았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입니다.
특히 '밀정'과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에서 함께 호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
<장화홍련> 이후 다시 만난 배우 임수정이 합류해 더욱 기대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거미집>은 폐막 직전인 25일 밤 월드 프리미어가 편성 돼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전망입니다.
탈출: PROJECT SILENCE
(PROJECT SILENCE)
ⓒCJ ENM
개요: 스릴러
감독: 김태곤
출연: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김태우, 박희본, 박주현, 김수안
개봉: 2023 예정
배급: CJ ENM
ⓒCJ ENM
소개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연쇄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issue
제76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은 액션, 스릴러, 공포 등 장르적 색채가 뚜렷한 작품을
상영하는 칸 국제영화제 공식 프로그램으로 장르물로서의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기생충> 이선균과 <신과함께> 시리즈 주지훈, 천만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것을 비롯해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김태우, 박희본, 박주현, 김수안까지
세대 불문,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합류해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개봉일은 2023년 예정입니다.
우리의 하루
PROJECT SILENCE
ⓒMichele Tantussi / Reuters
(포스터 추후 공개 예정)
개요: -
감독: 홍상수
출연: 김민희, 기주봉, 송선미
개봉: 2023 예정
배급: -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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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홍상수 감독의 신작으로 제76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정!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으로 줄거리는 추후 공개될 예정입니다.
라 시네프 부문
(1) 단편영화
이씨 가문의 형제들
Issi gamunui hyeongjedeul
ⓒ센트럴파크
개요: 드라마
감독: 서정미
소개
할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인 시골집이 장손에게 넘어갔다.
이 소식을 듣게 된 엄마는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issue
영화학교 학생들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된 영화 <이씨 가문의 형제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서정미 감독의 졸업작품이며
서 감독은 '소영의 영화'로 제40회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습니다.
홀
hole
ⓒkafa
개요: 스릴러
감독: 황혜인
소개
신입 사회복지사가 점검 차 방문한 남매의 집에서 커다란 맨홀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
issue !
영화 <홀>은 한국영화아카데미 황혜인 감독의 작품으로 라 시네프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라 시네프 섹션의 아티스틱 디렉터 디미트라 카르야(Dimitra Karya)는 <홀>에 대해
“매우 잘 연출되고 절제된, 설득력 있는 스릴러 ”라며 극찬을 표해 더욱 기대가 되는
단편 영화입니다.
이렇게 총 7편의 한국영화 초청작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추후 더욱 유익하고 재미난 영화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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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냥 풀이 아니었다 - 높은 풀 속에서
흥해라 이 영화
높은 풀 속에서 (2019)
- 차로 먼 거리를 이동하다 잠깐 정차한 남매
낯선 그 곳에서 꼬마아이의 구조요청을 듣고 높은 풀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시공간이 뒤틀린 풀숲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극한의 탈출미션 '높은 풀 속에서'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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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이퀄라이저> 공식 예고편
전직 CIA 요원 로빈 맥콜은 고모인 바이올라 마세트 그리고 딸 딜라일라와 함께 지낸다.
CIA는 최고의 요원이었던 로빈이 복귀하도록 회유하기 위해 로빈의 친한 선배이자 전직 CIA 소속이었던 윌리엄 비숍을 보내 보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그러던 중 로빈은 살해 현장을 목격했다가 오히려 살인 누명을 쓴 십대 소녀 쥬얼 마차도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쥬얼을 돕기 위해 옛 동료인 스나이퍼, 멜로디 바야니와 해커인 해리 케시지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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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피엔드> 메인 예고편
점멸등이 일렁이는 근미래의 도쿄.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유타’와 ‘코우’는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동아리방을 찾아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그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차량에 발칙한 장난을 치고, 분노한 학교는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그날 이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감독: 네오 소라 -출연: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하야시 유타, 시나 펭, 아라지 -개봉: 2025년 4월 3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공동배급·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류이치사카모토오퍼스 #네오소라 #Neo무비 #해피엔드 #Happyend #4월영화 #영화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