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1 12:29:33
10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보통의 가족>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달성!

설경구, 김희애, 장동건, 수현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로 주목받은 <보통의 가족>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습니다.
당초 10월 9일이었던 개봉 예정일을 10월 16일로 변경한 이유가 <대도시의 사랑법>, <조커: 폴리 아 되> 등 타 작품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많았는데요. 약 28만 명에 달하는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하며 좋은 선택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개봉 후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온 <베테랑 2>는 누적 관객 수 약 740만 명을 기록하며 여전히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 수 감소 추이가 눈에 띄고 있어, 천만 관객 돌파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 역시 안정적인 성적으로 3위를 유지하며 애니메이션 장르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유의 상상력과 감성적인 스토리로 가족 관객을 끌어들이며 꾸준히 관객 수를 확보하고 있어, 향후 몇 주간의 성적이 주목됩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공포 스릴러 장르가 강세입니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누적 관객 수 3만 명을 돌파한 <스마일 2>가 북미에서 1위를 기록하였고, 지난주 깜짝 1위에 올랐던 슬래셔 무비 <테리파이어 3>가 3위로 순위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와일드 로봇>은 북미에서도 2위를 지키며 글로벌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북미 모두 장르의 다양성이 돋보이는 박스오피스 흐름 속에서, 앞으로의 영화 시장 경쟁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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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모두들 평안한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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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NEW)
마블 스튜디오의 올해 첫 개봉작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주말 관객은 59만여명 정도에, 앞선 이틀간의 관객수까지 더해 누적 관객 수는 86만3천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마블 신작이 개봉 첫 주 100만명 이상을 동원했던 것에 비하며 부진한 성적으로, 지난해 11월 개봉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첫 주말 79만여명을 모으는 데 그친 것보다 못한 기록입니다.
2. <더 퍼스트 슬램덩크> (⬇︎1)
앞서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켜온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결국 마블에게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떨어졌습니다. 주말 관객 26만 9천여명에 누적 관객 328만 2천여명으로, 순위는 하락했지만 관객 수는 지난 3주간의 주말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3. <타이타닉: 25주년> (⬇︎1)
개봉 25주년을 기념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타이타닉: 25주년> 역시 지난 주보다 순위가 하락하며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주말 관객 수 9만 8천여명, 누적 관객 수 83만 9천여명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6위로 밀려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또다른 작품인 <아바타: 물의 길>은 글로벌 누적 흥행 수익 22억 4320만 달러를 돌파하며 <타이타닉>의 기존 흥행 수익을 뛰어넘고 글로벌 역대 박스오피스 톱3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40회 예측 이벤트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0%, 여성 40%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 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13세 미만 여성과(581,733명)과 46세 이상 여성(602,327명)이었습니다. 또한,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2%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의 성비 및 나잇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 (NEW)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의 4, 5위는 모두 애니메이션 영화에 의해 점령당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인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이 3만6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위에 올랐는데요, <두다다쿵> 시리즈는 전 세계 40여 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K-애니메이션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엄마를 찾아 후후섬으로 떠난 두다와 친구들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다뤘다는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은 형형색색 다채로운 색감과 실감나는 캐릭터들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화려한 즐거움을 선사하며 어린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5. <어메이징 모리스> (NEW)
5위도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 영화 <어메이징 모리스>입니다.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 작가 테리 프래쳇의 '놀라운 모리스와 똑똑한 쥐 일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빌런 쥐 마왕에 맞선 사기력 만렙 말하는 고양이 모리스와 상극 친구들의 환상적인 팀플레이 어드벤처를 담은 작품입니다. 3만5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동시기 개봉작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에게 밀렸지만, 누적관객 5만1천여명을 기록하며 개봉 첫 주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에 올랐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북미에서도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보다 2일 늦은 2월 17일 개봉하여 주말 매출액 1억 4백만 달러(한화 약 1352억 원)의 오프닝 흥행 수익을 냈으며, 전편인 <앤트맨>, <앤트맨과 와스프>를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2위에 이름을 올린 <아바타: 물의 길>은 누적 매출액 6억 57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22억 433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성공해 전세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타이타닉>을 추월했습니다. 당초 2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던 손익분기점은 진작 넘어선 상황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 3편이 현재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 3위, 4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1위를 차지했던 <매직 마이크>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 <매직 마이크스 라스트 댄스>는 3위로 떨어졌고,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이 4위에, 지난주 순위 진입에 실패했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Knock at the Cabin(국내에서 <똑똑똑>으로 개봉 예정)이 다시 5위에 올랐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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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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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 밋밋한 단테의 지옥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돔'(빈 디젤)과 '레티'(미셸 로드리게즈). '로만'(타이러스 깁슨), '테즈'(루다크리스), '램지'(나탈리 엠마뉴엘), '한'(성 강)이 로마로 작전을 나간 사이 그들은 불청객을 만난다. 바로 숙적 '사이퍼(샤를리즈 테론)'. 그녀는 새로운 빌런 '단테'(제이슨 모모아)의 존재를 알려준다. 오래전 돔 때문에 가족을 잃은 단테. 그는 로마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돔을 범죄자로 만든다. 이에 뿔뿔이 흩어진 패밀리. 그들은 각기 '제이콥'(존 시나)과 '쇼'(제이슨 스타뎀) 등 가능한 모든 친구를 모아 단테에게 반격할 준비를 한다.
<인피니티 워>에는 미치지 못하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이하 <분노의 질주 10>)를 보면 영화 하나가 떠오른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다. 둘은 여러 공통점이 있다. 시리즈 속 모든 인물이 집결한다. 가장 치밀하고 강력한 빌런도 등장한다. 몇몇은 대의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다. 종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판을 까는 영화라는 점도 같다.
그런데 두 영화의 인상은 사뭇 다르다. <인피니티 워>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동시에 기대감을 키웠다. 파멸적인 피해를 입은 영웅들이 타노스에게 어떻게 반격할지. <엔드게임>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었다.
<분노의 질주 10>은 반대다. 주인공이 유례없는 위기에 빠지는 전개는 동일하다. 그런데 그 위기는 진짜 같지 않다. 새 빌런 단테도 타노스만큼의 위압감은 없다. 과거 주역들의 복귀는 반갑지만, 인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억지스럽다. 결말도 아쉽다. 놀랍지만,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더 크다. 이유는 명확하다. <인피니티 워>와 달리 <분노의 질주 10>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끝난 준비 작업
잠깐 시선을 전편으로 돌려보자.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나름 인상적이었다. 자동차를 타고 우주로 향하는 무리수는 충격적이었지만, 시리즈의 난맥상을 정리한 서사는 돋보였다. 사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통일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브라이언과 한의 빈자리는 컸다. 첫 편과 비교하면 장르도 크게 변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가족의 귀환을 택했다. 그 중심에는 돔의 동생, 제이콥이 있었다. 제이콥은 성경 속 야곱 같았다. 야곱은 아버지의 축복을 둘러싸고 형과 갈등을 빚었다. 제이콥은 아버지와 진실을 숨긴 채 돔과 충돌했다. 진실을 알지 못한 돔은 제이콥을 패륜아로 비난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오해를 풀고 화해했다. 긴 시간 헤어져 있던 가족은 마침내 하나 됐다.
제이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도, 미아도, 심지어 브라이언도 직간접적으로 토레토 패밀리에 복귀했다. 돌아온 탕자, 제이콥의 서사가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다른 이들의 복귀는 비교적 매끄러웠다. 익숙한 얼굴이 재합류하면서 시리즈에 통일성도 생겼다.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를 기준으로 이야기가 나름 깔끔하게 연결됐다. 이처럼 <분노의 질주 9>라는 가족 드라마는 프랜차이즈를 떠나보낼 준비 작업을 깔끔히 끝마쳤다.
레퍼런스를 잘못 써먹다
그런데 정작 <분노의 질주 10>는 달리지 않는다. 자기 역할이 <인피니티 워>와 다르다는 걸 망각한 듯 보인다. <인피니티 워>의 과제는 두 가지였다. 우주와 지구에서 활동하는 영웅들을 한 데 모아야 했다. 동시에 타노스와의 대결을 그려내야 했다. <분노의 질주 10>은 첫 번째 과제를 이미 끝냈다. 전편에서 돔은 분명 모든 가족을 규합했다. 그들에게는 달릴 일만 남았다. 화끈하게 단테와 싸우면 그만이었다.
<분노의 질주 10>의 선택은 달랐다. 제작자 빈 디젤은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까지도 전부 끌어모았다. 최종 빌런인 단테에 맞서기 위해 과거 빌런이었던 쇼와 사이퍼를 소환한다. 시리즈에서 하차한 줄 알았던 '홉스'(드웨인 존슨)도 불러온다. 심지어 오래전에 사망한 줄 알았던 '지젤'(갤 가돗)을 되살려낸다.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멤버도 투입한다. '미스터 노바디'(커트 러셀)'의 부재는 그의 딸 '테스'(브리 라슨)가 대신한다. 8편에서 죽은 '엘레나'(엘사 파타키)의 여동생 '이사벨'(다니엘라 멜키오르)처럼 잊고 지나갈 뻔했던 가족도 챙긴다.
하지만 올스타전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이미 전편에서 끝난 가족 드라마를 중언부언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또 가족이라는 이유로 시리즈에서 퇴장했거나 죽은 인물을 되살리니 긴장감이 없다. 단테가 돔을 위기에 몰아넣어도, 패밀리가 중 한 명이 죽어도 담담하다. 다시 살아날 테니까. 아무리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가족애로 똘똘 뭉친 시리즈 해도 과한 전개다. 시리즈를 향한 빈 디젤의 애정이 집착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이유다.
다른 문제도 있다. 영화는 돔과 단테의 대결을 보여주기도 벅차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가 자꾸 끼어든다. 흩어진 일행 중 일부는 쇼를 데려와야 하고, 다른 쪽은 사이퍼와 친해져야 한다. 돔은 테스와 함께 브라질로 가서 이사벨을 구해야 한다. 물론 어떻게든 각 에피소드를 하나로 이어 붙이려는 노력은 엿보인다. 가족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돔의 대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사 내용도 타이밍도 작위적인 나머지 설득력은 부족하다. 이처럼 구심점 없는 2시간 20분은 어지럽다.
단테의 지옥이 펼쳐지다
잘못된 레퍼런스 활용은 단테의 서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사실 단테라는 빌런의 모티브는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돔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는 악당이다. 그의 이름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듯한 계획이다. 이탈리아 작가 단테가 창조한 '신곡' 지옥편 속 지옥은 인과응보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옥에서 자기가 저질렀던 죄를 형벌로 되돌려 받는다.
실제로 <분노의 질주 10>는 단테가 열어젖힌 지옥도를 보여준다. 단테는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서 돔 때문에 아버지와 재산을 모두 잃고 비참하게 살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돔의 아들을 집요하게 노린다. 돔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겨주기 위해서. 단순히 아들을 죽여 복수하려는 게 아니다. 살아 숨 쉬는 동안 가족을 차례로 잃고, 무력하게 바라봐야 하는 아픔을 돔에게 안기려 한다.
단테는 가족애로 무장한 시리즈에 걸맞은 최종 빌런이라 할 수 있다. 돔에게 물리적 위협만 가하는 게 아니라, 그의 신조까지 위기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자기 가족을 챙기기 위해 다른 가족은 파괴해도 되는지. 그의 신조는 정녕 정의로운 것인지. 돔을 정신적으로 괴롭힌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테는 길고 길었던 가족 이야기를 끝내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서 손색없다.
밋밋하기만 한 지옥
문제는 단테라는 캐릭터의 완성도다. 영화는 토레토 패밀리를 다시 규합하는데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그 결과 단테라는 캐릭터에게 필요한 공간을 내주지 못했다. 잘못된 레퍼런스 활용의 또 다른 예시다. <인피니티 워>는 타노스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악역의 신념과 철학, 위력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우주의 절반을 죽이는 살인자이자, 대의와 영웅을 존경하는 현자라는 입체적인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단테에게는 그런 사치가 허용되지 않았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분노에 불타는 복수귀를 보여주는 게 전부다. 그 결과 남은 건 스테레오 타입이다. 단테는 소시오패스 살인범이라는 캐릭터의 전형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개연성도 떨어진다. 그가 돔보다 언제나 한 발 앞서 계획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과정은 부자연스럽다. 평면적인 악역이 너무 완벽하고, 무턱대고 잔인하니 좋은 소재나 모티브도 힘을 쓰지 못한다.
<분노의 질주 10>이 비빌 언덕은 결국 액션이다. 현실감을 되찾은 액션이 눈길을 끈다. 물론 헬리콥터를 차로 격추하거나 대형 폭탄을 쫓아 로마 시내를 종횡무진 누비는 대목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우주로 가거나, 잠수함과 싸우는 전편에 비하면 현실적인 느낌을 주도록 액션이 잘 짜여 있다. 5편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와 6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을 오마주한 일부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는 언제나 인상적인 팀 액션이 있었다. 토레토 패밀리가 한 팀으로 움직이며 악역을 막아내는 시퀀스는 늘 짜릿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로마 시퀀스를 제외하면 뛰어난 팀 액션을 찾아볼 수 없다. 팀원들이 다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레이싱 장면이 스쳐 지나간 점도 감질난다. 물론 시리즈 정체성이 바뀐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시리즈의 기원을 생각하면 레이싱 과정이 너무 간단하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분노의 질주 10>은 한계가 명확한 10번째 시리즈다. 가족애 말고는 더 할 이야기도 없고, 카 액션도 한계가 찾아왔으며, 빌런도 매력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다운 스펙터클은 여전하지만, 특별함과 신선함은 없다. 과연 이 장수 시리즈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결과물만 놓고 보면 미래가 밝지는 않아 보인다.
Acceptable 무난함
기본만 하는 국밥집처럼 밋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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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열된 여자
<서브스턴스(The Substance)>(2024, 코랄리 파르자)
* 작품의 장면과 결말, 호러 이미지 묘사 포함
SNS가 메인 미디어로 자리 잡은 시대에 실물의 TV에서 방영하는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소재로 택한 것부터, <서브스턴스>는 대놓고 인위적이다. 개연성이나 현실성을 따지는 행위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인물들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현실의 인간들이 감추고 있는 바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말하고 움직인다. 선명한 색을 띠는 단순화되고 과장된 배경, 자주 대칭적인 화면 구도는 극이 전하는 공포에 효과적으로 몰입하도록 길을 닦아놓는다. ‘서브스턴스’에 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엘리자베스가 아는 바가 다인데, 그것으로 충분하다. ‘원본’을 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더 젊고 더 나은 나”를 분열시켜 끄집어낸다는 설정과 함께, 작품은 성공적으로 바디호러 이미지를 구현한다. 손톱에서 척추까지, 피부에서 내장까지- 주어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주인공의 신체 외에도 두렵거나 싫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를 영리하게 포착한다. 화장실에서 통화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새우를 먹는 하비의 탐욕스러운 입과 언제 씻었는지 모를 소스 범벅이 된 손을 영화는 때로 슬로모션마저 입혀 들이민다. 잦은 클로즈업은 깔끔한 편집을 만나 부담스럽다는 감상을 피해 간다.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스타다. 그의 이름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금색 별로 박혀 있다. 날달걀로 ‘서브스턴스’를 실험하는 모습을 간결하게 묘사하며 오프닝을 끊은 후, 영화가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그 별이 새겨지고 잊히는 과정이다. 엘리자베스는 스타‘였’다. 그는 오랫동안 진행을 맡아 온 에어로빅 쇼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스튜디오 복도에는 그가 젊은 시절에 찍은 포스터가 걸려 있는데, 타이트한 운동복을 입고 그것을 바라보는 데미 무어의 팔다리는 여전히 매끈하다.**(맨 하단 덧붙임) 무엇이 그를 스타이거나, 스타가 아니게 하는가. ‘골드 스타’ 시퀀스에서는 꼭 수많은 팬들의 환호가 엘리자베스를 스타로 만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환호의 방향은 교묘하게 조정되기도 한다. 이름마저 하비인 프로듀서가 엘리자베스를 방송에서 내보내려는 까닭은 단순히 나이다. 엘리자베스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특정한 몸이 아름답다’는 아이디어를 주입받아온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다면, 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엘리자베스의 이웃과 같이 댄서들을 성적 대상으로 관람하는 남성들을 타깃으로 짜였다. 카메라가 노골적으로 수의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가운데 정작 안무는 구별하기도 힘든 쇼다. 할리우드의 공급과 수요를 통제해 온 이성애-남성 중심적 시선의 법칙에 따르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방송이 잘 팔리고, 나이 든 여성은 외모가 어떠하건 성적 대상일 수가 없다. 그럴듯한 재현에 힘쓰기보다는 픽션적 허용을 통해 곧장 본질substance로 돌진하는 <서브스턴스>는, 대놓고 ‘올드한’ 쇼의 ‘부활’을 그림으로써 할리우드(뿐일 리가)의 낡은 미소지니가 아직도 건재함을 꼬집는 듯하다.
엘리자베스의 경우는 그에게 USB를 건넨 남자의 경우와 다르리라 짐작한다. 그가 ‘서브스턴스’ 실험에 참여하는 동기는 젊음을 향한 동경 자체보다는, 계속해서 스타이고자(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에 가까워 보인다. 하비처럼 결정권을 쥔 남자들이 나이 든 여성을 ‘사랑받지 못한다’고 정의하기에 엘리자베스는 젊어져야만 한다. 엘리자베스가 ‘오로지 당신만 남아도 괜찮은가’라는 물음에 괴로워하며 찾은 것은 “넌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애girl야”라고 말한 동창 프레드의 연락처다. 본래 건강검진 결과지 귀퉁이였으며 진흙탕에 푹 젖어 변색된 종잇조각을 엘리자베스는 고이 보관했다. 그는 이제껏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타인, 특히 남성으로부터 확인받도록 학습해 왔다. (수가 처음으로 규칙을 어기는 순간이 한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기 직전이었다는 점도 유사한 맥락에서 읽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므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매력적임을 인정해 줄 남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울이 거기 있는 이상, 엘리자베스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수가 규칙을 어기며 엘리자베스는 급속도로 노화한다. 엘리자베스의 체액에 기생해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수는, 마치 그것이 자신일 리 없다는 듯 ‘본체’를 기피한다. 영화도, 종종 엘리자베스 스스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선을 취한다. 그의 신체는 과장된 연출과 만나 싫은 것을 넘어 두려운 것으로 그려진다. 위협적으로 짜증을 내던 수의 하룻밤 상대 앞에서 엘리자베스는 움츠러들었으나, 후엔 자신의 구부정한 실루엣과 쉰 음성을 이웃 남자를 쫓아내는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멘탈은 행동으로 발현되고, 주방을 어지럽히는 공격적인 몸짓이나 부러 이를 악물고 긁으며 내는 목소리, 먹은 음식의 지저분한 잔해들도 ‘괴물스럽게’ 다가온다. 아마도 의도된 위장이다. 이는 “자기 관리”가 잘 된 수의 외면, 몸짓과 대조를 이루며, 익히 배운 대로 ‘괴물’과 ‘천사’를 구분하도록 현혹한다.
그러나 ‘빌런’은 사실 수가 아닌가. 수는 엘리자베스가 내면화한 미소지니/메일게이즈의 의인화 혹은 판타지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첫 장인 “엘리자베스”는, 관객이 엘리자베스에게 이입하도록 디자인되었다. 두 번째 장 “수”의 화자는 엘리자베스와 수이고 관객 역시 양쪽 모두에게 이입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낯설지 않은 분열이다. 이성애-남성 중심적 시선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여성의 자아분열: ‘나만으로도 괜찮다’는 목소리와 ‘나는 내가 아니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는 충돌한다. 서로의 안타고니스트가 된 그들은 애초에 “하나”이므로 완전히 분리될 수 없고, 엘리자베스는 ‘실험을 끝내겠냐’는 물음에 매번 ‘안 돼’라는 답을 한다. ‘나’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빌런’을 ‘또 다른 나’로 설정함으로써, 작품은 그 ‘또 다른 나’가 탄생한 배경을 응시하려 한다.
엘리자베스가 실험을 중단하려다 말고 수를 살려 내면서, 두 자아는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수는 엘리자베스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머리를 붙잡고 거울을 마주 보며 그대로 여러 차례 박아 맺힌 상을 깬다. 이는 자기 파괴와 다르지 않다. 수는 현재 ‘나’의 외형에 만족할지도 모르지만, 그 특정한 여성성을 지니지 않은 상태의 ‘나’는 용납하지 못한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엘리자베스/수는 스스로를 (여성)혐오하는 것이다. 수의 승리는 곧 패배다. 홀로 자아를 차지한 그가 곧 재분열을 택하는 전개는 필연적이다. 엘리자베스는 파괴되고, 원본 없이는 환상도 존재할 수 없으므로 새해 전야 쇼를 앞둔 수의 신체 부위는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치아가 빠져 입을 벌리지 못하는 수를 향해 하비는 “예쁜 여자는 웃어야지”라고 말하고, 수는 애써 입꼬리를 올린다. 이야말로 호러다. 하비의 사무실에 불려가 불안해하던 수가, 새해 전야 쇼 진행을 제안받고 활짝 미소 짓는 장면이 호러였던 것처럼 말이다.
패닉한 수는 집으로 달려가 ‘서브스턴스’를 재사용하며 최종 금기를 어긴다. 마지막 장 “몬스트로 엘리자수”, 자아들은 분열되지도 완전히 융합되지도 않은 채로 기이하게 공존한다. 수의 거죽을 열고 나온 ‘엘리자수’는 떨어져 나간 신체 부위들을 재조립한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카메라는 이 몸을 충실하게 전시하며 호러 연출을 하는 동시에, ‘그의 입장에서’ 움직인다. 스튜디오에 도착한 엘리자수는 사람들이 자신을 찬사와 함께 맞이하는 환영을 본다. 엘리자베스의 ‘동기’가 재확인되는 순간이다. 허나 ‘맞지 않는 드레스’를 입고 새해 전야 무대에 오른 그를 맞이하는 건 침묵. 여기서 주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건 무대와 객석 사이를 흐르는 긴장과 위화감이다. 웃는 낯으로 굳어 눈알만 굴리는 “예쁜 여자” 백댄서들이 이 광경의 기괴함을 극대화한다. 오려 붙인 엘리자베스의 사진이 떨어지고 얼굴이 대중에게 드러나자 오히려 엷은 해방감이 끼어든다. 이즈음 영화는 엘리자베스/수가 들어 온 말들을 보이스오버로 삽입한다. 꼭 그 평가들을 한계까지 흡수한 몸의 거부반응이 모여 ‘엘리자수’로 실체화된 것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모든 게 제자리에 있군”, “저 코 대신 유방이 달려 있는 게 낫겠어” 오디션 시퀀스에서 캐스팅 디렉터가 뱉은 대사가 화면에 겹치는 가운데, 엘리자수는 유방을 낳는다. 결국 그는 한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다. 느닷없이 등장해 고전 호러 속 영웅이라도 된 것 마냥 엘리자수의 머리를 가르는 이 남성은, 하비, 이웃집 남자, 주주들, 객석을 채운 관중들을 ‘대표’하는 존재다. 엘리자베스를 고용하고 스타로 ‘만들고’ 그를 해고하며, 다시 엘리자베스와 같은 사람인 수를 고용하고 그의 모습이 달라지자 ‘목을 자른’다. 그것을 수행하는 ‘본질적인’ 주체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다. 엘리자수의 피는 남자의 손뿐 아니라 무대와 객석 전체에 묻어 있다.
엘리자수의 몸 한쪽에는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붙어 있었는데, 입이 쩍 벌어진 채로 고정돼 있는 모양이었다. 거리 한복판에서, 엘리자베스의 목소리를 삼켰던 엘리자수의 신체는 무너져 내린다. 비로소 몸으로부터 해방된 얼굴(어쩌면 영혼)은 떨어져 나와 금색 별 위에 자리한다. 작품 초반- 낡아 갈라지기 시작한 엘리자베스의 별에 행인이 샌드위치를 떨어뜨려 시뻘건 소스의 흔적이 남는 컷은, 엔딩- 이 얼굴이 터져 별이 피범벅이 되는 컷과 일종의 불쾌하고 비극적인 수미상관을 이룬다.
‘먹히길 기다리는 탐스러운 복숭아’, ‘개미떼에게 점령당하는 사과’: 코랄리 파르자의 전작 <리벤지> 속 주인공 여성 젠은 그러한 위치에 놓였다가 맹금으로 되살아난다. <서브스턴스>에서 인간(대개 엘리자베스)의 몸과 연결되는 ‘음식’의 이미지는 새우, 닭뼈, 내장 따위다. 엘리자베스/수의 ‘교환’ 도중 그들은 수의 내장이 밖으로 흘러나오거나 수의 배꼽에서 닭뼈가 튀어나오는 등의 악몽을 꾸고, 스튜디오가 은퇴 선물로 엘리자베스에게 건넨 요리책엔 내장을 주재료로 하는 레시피가 가득하다. 그런가 하면 수의 남자친구와 엘리자베스가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벗은 둔부가 각각 스크린 중앙에 놓이기도 했는데, 어디에 무엇이 달렸건 주름이 얼마나 있건, 무방비한 인간의 몸은 하비의 손이 흔들던 새우의 몸처럼 초라하다. 댄스 쇼의 카메라가 수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확대하듯 영화의 카메라는 그런 것들을 확대한다. <리벤지>가 젠을 포식자로 부활시켜 장르영화의 미소지니를 장르 화법으로 응징했다면, <서브스턴스>는 장르를 뒤집기보단 오히려 엘리자베스의 몸이 거기 철저히 잠식당하게 만든다. 여성이 내면화한 미소지니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과정을 장르에 충실하게 묘사한다. 지속적으로 관객의 피부와 내장에 강렬하고 익숙한 감각을 주입해 바디호러의 기능을 다하고, 그 감각의 이면에서 ‘바디’에 관한 ‘호러’적이고 공공연한 비밀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서브스턴스>가 흥미로운 작품인 까닭은, 예상을 깨고 놀라게 하기 때문이 아니다. 너무 당연하게 거기 있어온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 보여주며, 어째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는가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한 여성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비체가 되고 끝내 완전히 사라지는 이야기를 목격한 우리가 도달하는 장소는 ‘그는 그렇게 했고, 대가를 치렀다’는 식의 교훈이 담긴 마침표 보다는, ‘그는 왜 그렇게까지 했나’라는 물음표에 가까워야 한다. 몸 없이는 영혼도 없을 테지만, 영혼 있는 몸은 끊임없이 변하게 마련이다. 고정된 상을 띤 채 하나의 물건이 된,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 몸은 대체 무엇인가. 몸을 가르고 비틀고 조립하고 다시 해체하며, <서브스턴스>는 ‘어떠한 몸’에 대한 계획된 물신에 질문을 던진다.
** 덧붙임
데미 무어의 연기가 대단한 까닭 중 하나는 엘리자베스와 동일시될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 아니 기꺼이 스스로 엘리자베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자신을 기준으로 엘리자베스(와 데미 무어)가 꾸준히 관리했기에 그러한 신체가 가능했을 것이다. ‘기준의 몸’은 “25세”의 것이므로 애초에 다다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전 세계 ‘뷰티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것에 다다르라’고 ‘안티 에이징’을 부추긴다. 이 이미지는 엘리자베스와 같은 ‘스타’는 물론, 스타가 아니며 될 생각도 없는 여성들의 내면에도 침범한다. 그러나, ‘이상적인/미디어 표준의 몸’은 단지 젊은 것 뿐 아니라 촘촘한 규격을 충족시키는 몸이다. 대부분의 이십대 여성의 신체는 수의 것과는 거리가 멀고, 수의 “완벽함”은 깨지기 쉽다. 이 환상이 옥죄는 것은 ‘나이 든’ 여성만이 아닌 모든 여성, 그리고 ‘생물학적 여성’으로 인식되지만 여성이 아닌 이들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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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홀로 여행하기> 리뷰
줄거리도쿄에서 10년을 일한 미사키는 고향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동창들이 모이는 행사에 간 그녀는 중학교 때 좋아했던 소년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태풍이 불던 날 도서관에서 처음 대화를 나눴던 그때 기억을 잊지 못하는 미사키는 다시 태풍이 오는 날 도서관을 찾는다.감독 : 이시바시 유호
출연 : 오카모토 레이, 오사무라 코키, 사카노우네 아카네, 이와타 카나데
나 홀로 여행하기>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로 오사카아시안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이시바시 유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으로 너무 소중하기에 오히려 자주 열어볼 수 없었던 기억의 서랍을 정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가 그늘에서 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영화였다면 <나 홀로 여행하기>는 그 햇빛 아래서 묵은 이불 먼지를 털어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도쿄에서 10년 동안 바쁘게 일만 해온 주인공 미사키는 일과 사랑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미사키는 동료들이 준 꽃다발 속 카드, 끝이 좋지 않았던 전 애인과의 연결고리들을 모두 도쿄에 버려두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고향에 도착한 미사키는 여전히 그대로인 장소들을 누비며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때 마침 중학교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미사키는 첫사랑 소년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하지만 중학생 미사키와 어른 미사키를 설레게 만든 그 소년은 보이지 않았고 그가 사고로 죽었다는 동창들의 대화만 들려온다. 미사키는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소년을 잊지 못하고 소년과 함께했던 장소들을 다시 찾는다.
미사키의 이야기엔 빈 부분들이 있다. 대부분의 동창들이 미사키와 소년이 사귀었다고 생각할 만큼 두 사람은 많은 추억을 쌓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거의 공유 받지 못하고, 미사키가 소년에게 어떤 노래를 선물하고 싶었는지 소년은 미사키에게 어떤 노래를 들려주었는지도 알 수 없다. 관객은 그저 미사키의 마음만을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그가 상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과정이 간혹 지난하고 느리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나 홀로 여행하기>는 이에 개의치않고 정직하게 나아가며 끝내 그 빈 부분을 채워줄 다양한 상상과 감정들을 손에 쥐어준다.
[상영 시간]
10월 3일 (목) 16:30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0월 5일 (토) 17:00 CGV센텀시티 5관
10월 6일 (일) 12: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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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는 셈 치고 이 메디컬 드리마를 봐야하는 다섯가지 이유
▷한줄평 : 우리에겐 영웅적 서사가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
▷드라마 :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2025.1월
▷평점 : ★★★
지난 2025년 1월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메디컬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볼까 말까? 고민이다.
<종합병원>1994년, <허준>1999년, <하얀거탑>2007년, <뉴하트>2007년, <골든타임>2012년, <굿닥터>2013년, <낭만닥터 김사부>2016년,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년
등과 같은 메디컬 드라마를 보아 왔던 터라 뭐 새로운 게 있을까 싶다.
으레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는 천재 의사를 중심으로, 그를 추종하는 초짜 후배 의사, 노련하고 헌신적인 간호사,
그리고 주인공과 갈등을 일으키는 원장단의 인물 구도는 메디컬 드라마의 전형이다.
중간중간 위험천만하고 긴박한 수술 장면도 빠질 수 없고, 간간이 눈물 쏙 빼놓는 감동적인 사연과 신파가 들어가면 금상첨화이다. 뭐 이제 새로운 게 있을까?
그런데도, 요즘 <중증외상센터>를 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지금 우리에게는 슈퍼 히어로가 필요하다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작년 초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암초처럼 수면 아래 자리하고 있고,
최근에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는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연일 TV 뉴스에 도배되는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지치고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를 일거에 해소해 버리는 백강현(주지훈)과 같은 슈퍼 히어로의 등장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나는 법이다. 이럴 때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는 판타지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폭발음과 함께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주인공의 등장 장면은 이건 현실이 아니라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8부작 정주행하면 약 7시간(411분) 동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에 푹 빠져들 수 있다.
2023년에 이미 촬영을 마친 드라마를 이제서야 공개하는 것은 때를 보는 지혜가 남다르다고나 할까? 노림수가 엿보인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둘째, 한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한국대학교병원 중증외상팀에 새롭게 부임한 백강현(주지훈)을 중심으로, 항문외과에서 스카우트된 양재원(추영우), 책임감 강한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하영),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 박경원(정재광)이 중증외상센터의 원팀으로 세워져 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나라의 중증외상센터가 법적, 제도적 미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는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백강현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판타지 속 영웅들로 교화되어가는 듯하다. 마치 어벤저스팀과 같이 말이다.
이런 영향력은 드라마에서 중증외상팀을 중증외상센터로 발전시키고, 우리나라의 권역외상센터로의 외연의 확장으로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실제로 2012년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이국종법)에 따라 5개 권역외상센터(Regional Trauma Center)가 설치되었으며,
지금까지 총 17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주1] 한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과 전 사회의 성장까지 도모한다는 점에서 우리 공동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해 보인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셋째, 생명을 살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중증 외상 환자 발생 비율이 사무직보다는 노동직이 높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주2]
외상사고는 공장에서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버스가 다리 아래로 추락하거나, 화재가 발생하여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군대에서 총기 사고가 나거나, 산행 중 추락하는 등으로 발생한다. 이렇게 외상사고는 바로 나 자신, 나의 가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병원조차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드라마 장면 중 병원에서 가장 많은 수익이 나는 곳으로 장례식장, 식당, 주차장이 언급되는 것은 웃픈 현실이다.
그래서 의료시스템은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운영이 되어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가 암 치료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역량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중증외상사고 대응은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투자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주3]
그래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돈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본질에 충실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은 우리 사회에 무엇이 중요한지 경종을 울리는 일이다.
‘우리는 계속 뛰어야 했다. 환자의 죽음에 괴로워하는 것마저도 우리에게는 사치였다.
24시간, 365일. 한순간이라도 우리가 멈추면 누군가의 심장도 털컥 따라 멈출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뛰어야 했다. 환자의 심장을 계속 뛰게 하기 위해 우린 계속 뛰어야 한다.'
<중증외상센터> Episode 03 : 우린 계속 뛰어야 한다 / 양재원(추영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넷째, 빌런(악역)들조차 귀엽고 사랑스럽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주인공과 갈등을 벌이는 빌런(악역)의 등장이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중증외상센터와 백강혁(주지훈)은 병원장 최조은(김의성)과 기조실장 홍재훈(김원해)에게는 눈엣가시이다.
그 대립 갈등 속에서 애제자 양재원(추영우)을 빼앗기고 백강혁을 적대시하는 항문외과 한유림(윤경호) 과장의 연기는 당연 압권이다.
이들 악역들의 전략이 그리 주도면밀하지 않고 허술하기만 하다. 그래서 갈등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금세 해소되어 버린다.
초반에 적대적이었던 한유림(윤경호) 과장이 오히려 백강혁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역할로 교화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냥 귀엽기만 하다.
메타버스 속 가상 현실은 우리네 상황과 매우 닮아 있지만 현실 타개를 돕는 여러 인물들의 등장은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바램의 투영인듯싶다.
답답하지 않고 쉽다. 빠르다. 속 시원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다섯째, 우리나라 외상센터의 현실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웹 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자는 2018년 이국종 교수의 수필 <골든아워>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전문의로 재직하면서 권역외상센터 설치, 닥터헬기 도입 등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주4]
병원 경영진과의 갈등을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했었다. 2011년에는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인질을 구출하는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예화는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아프리카 수단에서의 총격전으로 부상당한 군인을 에어 앰뷸런스로 이송하고 치료하는 스토리로 각색되어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닥터헬기를 이용하여 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접근하여 골든타임 내에 처치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병원 자체적으로 헬기를 보유하기 어렵고 소방청 소방항공 소방헬기를 이용해야 한다.
(작중 배경은 2015년으로 2022년 기준 지금은 총 8호기의 정부 지정 닥터헬기가 운용되고 있다)[주5]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응급헬기의 사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헬기 이착륙 위치를 아무 곳에나 할 수 없어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그래서 장면 곳곳에 보건복지부 장관 강명희(김선영)의 등장과 지원은 반갑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이국종 교수(현재 국군대전병원장),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닥터헬기 'AW-169' /출처 : 경기도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인물들로 가득하다.
마치 영화 속 영웅적 인물이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듯, 현실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낼 인물이나 정책에 대한 갈망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암울한 새해 벽두에 던지는 화두가 유쾌하면서도 묵직해 보인다.
<참고자료>
[주1] 나무위키(권역외상센터) :https://namu.wiki/w/%EA%B6%8C%EC%97%AD%EC%99%B8%EC%83%81%EC%84%BC%ED%84%B0?from=%EC%A4%91%EC%A6%9D%EC%99%B8%EC%83%81%EC%84%BC%ED%84%B0
[주2] 한겨레21(『교통사고 사망률도 유전되는 더러운 세상』/김기태 기자) : https://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8725.html
[주3] 닥터프렌즈(외상외과의 역사/원작자 Dr.이낙준) : https://www.youtube.com/watch?v=oWwSVw7dGJk
[주4] 세바시 797회 강연 (이국종 교수편, 2017년 8월 7일) : https://www.youtube.com/watch?v=A_zuHvBlvkA
[주5] 중앙응급의료센터(닥터헬기운용 현황) : https://www.e-gen.or.kr/nemc/business_doctor_helicopter.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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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멈출 수 없는 투쟁, 실패라 말할 수 없기에 더욱 숭고했다.
시놉시스
2024년, 수배자 신분이었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기리시마 사토시는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뒤 사망했다. <도주>는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이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병치시키면서 기리시마의 번민과 투지를 묘사한다.
영화정보
아다치 마사오 ADACHI Masao
Japan
2025
114min
DCP
Color
Fiction
12세 이상 관람가
International Premiere
영화리뷰
아다치 마사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도주>는 기리시마 사토시의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기리시마 사토시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소속의 테러리스트이자 지명수배자였다. 그는 50년간 도주하여 생을 마감하기 전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뒤 사망했다.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만큼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도주를 선택한 삶의 무게, 결정의 대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투쟁을 위한 도주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위 영화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스 섹션에서 상영된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과거 일본이 한국, 중국, 대만을 포함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를 식민지화하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그를 도왔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 오리엔탈메탈사, 한국산업경제연구소를 테러한 조직이다. 이 조직은 크게 늑대부대, 대지의 어금니 부대, 전갈 부대로 나뉘어 각자의 임무를 맡았다. 비밀스럽고 신속하게 ‘테러’ 후 범죄를 도운 이들을 처단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앞으로의 활동도 쉽지 않아보였다. 명백한 실패라고 생각했기에 작전을 종료하려 했으나 반성 후 다시 투쟁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이들은 ’테러‘를 감행한다.
이들도 ’실패’라는 것을 인지했듯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이들의 행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들에겐 투쟁이었지만 그 내막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테러에 불과한 행위라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각 부대의 리더들이 체포되었고 남은 조직원들도 체포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기리시마는 ’도주‘를 결심하지만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해야 했던 탓에 막막하기만 하다. 친하게 지냈던 동기와 헤어지며 매년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간 그 자리에서 다시 보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세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도 선배는 나타나지 않았다. 체포된 소식을 듣게 된 기리시마는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과연 기리시마는 어떤 결말을 맞게될까.
기리시마는 ‘도주’를 곧 ’투쟁‘으로 생각했다. 체포된 동지들을 위해 잡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오로지 숨고 도망치는 것에 열중했다. 모든 것을 경계하고 의심의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또 다른 곳에 가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다. 그는 번뇌가 찾아올때마다 도주하는 것이 투쟁이며, 잡히지 않는 것이 곧 투쟁을 지속하는 것이라 되뇌었다. 하지만 투쟁에는 끝이 없었고 고독을 홀로 삼켜야했다. 그리고 그는 인생의 끝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결국 그는 투쟁의 이름으로 도주했고, 그 끝에서 자신의 존재를 되찾는다. 외롭고 고된 길이었지만, 동지들의 꿈과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한 ‘도주‘였던 것이다.
혁명을 위해 그리고 함께한 동지들을 위해 자신의 욕망은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투쟁을 위해 도주했다. 문장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사투였다. 투쟁은 짧고 도주는 길었다. 주인공은 어떻게 신념 하나만으로 혁명의 길을 계속해서 가게 되었을까? 그는 테러행위로 인해 죽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비난 받기도 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몰아부쳐지며 끊임없이 자신의 번뇌와 싸우게 된다. 자신이 바라왔던 진정한 투쟁과는 거리가 먼 ‘도주’의 삶으로 인해 ‘투쟁’의 의미가 희미해져갈때마다 자신을 꾸짖는다. 그만큼 엄격하고 반성하는 그 태도야말로 숭고한 정신을 보여준다.
영화 <도주>는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새겨주는 작품이었다. 일본의 제국주의, 그후에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꾸짖을 ’갈’한다. 과거 독일 나치의 전쟁범죄로 인해 지금까지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반면,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고국이 저지른 잘못을 외면하지 않고, 그 역사에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에 의해 피해국이었다고만 생각했던 우리의 시선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만행을 마주하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과연 제대로 반성하고 있었는가. 상대적으로 힘의 차이가 나는 상대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점으로 이동하는 영화의 시선에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만큼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시간의 틈 사이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건 좀 엉뚱한 상상이지만 영화 속에서 미래의 나, 과거의 나를 만난 것처럼 나도 나를 그렇게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불안을 걷어내주고 확신을 심어주는 존재를 만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가장 만나고 싶은 존재는 다름아닌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나’이기 때문이다.
상영시간표
2025.05.01
2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2025.05.02
18:00
CGV 전주고사 5관
2025.05.03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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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맷 리브스
제작: 맷 리브스, 딜런 클라크, 월터 하마다 (기획)
각본: 맷 리브스, 피터 크레이그
원작: DC 코믹스 밥 케인, 빌 핑거
출연: 로버트 패틴슨, 조이 크래비츠, 폴 다노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추리물, 스릴러, 느와르, 범죄, 드라마, 액션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마이클 지아키노
촬영 기간: 2020년 1월 28일 ~ 2021년 3월 13일
제작사: DC Films logo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2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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