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15 17:06:32
10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10월 셋째 주 극장가, 한국 영화들이 몰려온다!

다소 한산했던 극장가가 한국 영화들로 풍성하게 채워질 예정입니다.
독특한 제목만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부터 설경구, 김희애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로 화제를 모은 <보통의 가족>, 202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까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수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잠자리 구하기>, <페이퍼맨> 등 다양한 한국 독립영화도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1편 개봉 당시, 국내에서도 약 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독특한 소재의 공포 영화 <스마일>도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전편과 동일한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10월 셋째 주 개봉 PICK!
시작합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DIRTY MONEY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100분
감독: 김민수
주연: 정우, 김대명, 박병은, 조현철
개봉: 2024.10.17.
배급: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줄거리
수사도, 뒷돈 챙기는 부업도 늘 함께 하는 생계형 형사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 우연히 범죄 조직의 검은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두 사람은 인생 역전을 위해 신고도, 추적도 불가한 돈을 훔치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던 현장에서 잠입 수사 중이던 형사의 죽음으로 사건은 꼬여만 간다.
“어차피 우리가 저지른 일, 수사하는 것도 우리야”
살인으로 번져버린 사건을 ‘명득’과 ‘동혁’이 직접 수사하게 되고 ‘명득’과 악연으로 얽힌 광수대 팀장 ‘승찬’(박병은)이 수사 책임자로 파견된다. 그리고, 은폐하려 했던 현장 증거까지 두 사람을 점점 압박해 오는데… 목숨 걸 자신 없다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보통의 가족
A Normal Family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허진호
주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개봉: 2024.10.16.
배급: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줄거리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김희애)과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던 네 사람.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리고 매사 완벽해 보였던 이들은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데…
신념을 지킬 것인가 본능을 따를 것인가 그날 이후, 인생의 모든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마일 2
SMILE 2

개요: 공포 | 미국 | 127분
감독: 파커 핀
주연: 나오미 스콧, 루카스 게이지, 카일 갈너, 로즈마리 드윗
개봉: 2024.10.1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넌 죽음을 목격했어. 그게 이제 너를 따라다니는 거야”
월드투어를 앞두고 자신의 눈 앞에서 기괴한 미소와 함께 끔찍한 죽음을 맞은 친구를 목격한 팝스타 ‘스카이’. 그 날 이후 공연 리허설과 팬 미팅 행사 등 그녀의 삶 곳곳에서 끔찍한 일들이 잇따라 발생한다. 화려한 스타의 삶을 뒤덮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스카이’는 자신이 죽어야만 전염처럼 번지는 저주가 끝난다는 사실을 듣게 되는데…
“이번엔 너도 같이 웃게 될 거야”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You Will Die In 6 Hours

개요: 스릴러 | 대한민국 | 91분
감독: 이윤석
주연: 재현, 박주현, 곽시양
개봉: 2024.10.16.
배급: (주)트리플픽쳐스

줄거리
“지금부터 6시간 후, 당신 죽어”
서른 살 생일을 하루 앞둔 ‘정윤’은 길에서 만난 낯선 남자 ‘준우’에게 죽음 예고를 듣는다. 믿을 수 없는 예언이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어가면서 ‘정윤’은 자신을 죽이려는 범인을 찾기 위해 ‘준우’와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예고된 죽음 정해진 미래와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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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의 영화
조희영의 영화에는 분위기가 있다. 배경은 길거리일 때가 많고, 인물들은 계속 대화를 나눈다. 또 그들은 자주 걷는다. 미장센은 적당히 세련되어서 감독에게 특유의 미감이 있다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극에는 줄거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그래서 미세한 감정과 은은한 대화의 흐름,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이야기 설명 속에서 종종 길을 잃더라도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 이 영화에 그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 혹은 느낌이 자연스레 솟아서다.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차분한 호흡과 정돈된 미감이 주는 영화의 안정감에 땀 흘리는 순간, 생활의 순간, 노동의 순간이 부재해서다. 의도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속 인물들은 일하는 중이거나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명상하듯, 산책하듯 연기한다. 그래서 조희영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조금씩은 붕 떠 있는 것만 같다. 구체가 아닌 추상의 세계로 초대받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이어지는 땅〉에 이어 홀린 듯 끌려가면서도 조금은 거리를 두며 영화에 들어갔다. 멀리서 흘긋거리며, 끈에 묶여 허공을 날아다니는 느낌으로.
영화에는 정호와 관계 맺은 세 여자가 있다. 먼저 수진. 그림을 그리는 그녀는 정호의 애인이지만 현재 자기가 책 표지 그림을 그려준 시인과도 만나는 중이다. 마찬가지로 예술가인 인주는 병원에서 의사에게 어쩌면 심각한 병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정호를 향한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여러 캐스팅에 도전 중인 배우 유정은 정호의 전 애인이다. 유정에게는 그녀와의 결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애인이 있는데, 두 사람은 자꾸만 다툰다. 어쩌면 이 다툼은 정호의 자살 시도가 그녀에게 남긴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시간을 뒤섞는다. 수진이 정호와 통화하는 장면이 나오고 한참 뒤, 같은 통화를 하는 정호의 모습을 비추는 식이다. 그리고 이 시간의 뒤섞임과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각자의 기억과 생각, 감정, 의도는 해명되지 않은 채 묵어간다. 감독은 이 영화의 연출 의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상에서 겪는 빈번한 오류와 오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답을 알 수 없게 되고 맙니다. 결국 다른 것으로 알려질 모든 기쁨과 고통에서 우리는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유머를 던졌는데 진지하게 받는 상대, 장난을 쳤는데 심각해지는 분위기. 우리가 이런 것들을 매번 해명할 수는 없다. 그저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다. 이는 비단 감정과 의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정호도 마찬가지다. 145분의 상영 시간 동안 아주 짧은 시간만 등장하는 정호는 어딘가 신비로운 인상을 주는데, 이는 그와 관계 맺은 세 여자의 정호에 대한 기억과 생각, 감정, 의도가 그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매끄럽게 정돈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결이 모인 정호는 그래서 수수께끼 같은 신비함을 갖는다. 보호자가 없는 것인지 산책을 나온 것이지, 집으로 돌아간 것인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영화 속 검은 개처럼 말이다. 검은 개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상징한다. 사람마다 다른 애정을 투영하고, 다르게 기억하는 검은 개는 결국 다른 것으로 기억되어서 우울한 사람들 사이의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일까. 혹은 깨져버린 인주의 작품처럼 결국 모든 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목격하고 기억할 파편일 뿐인 걸까. 영화가 특유의 미장센과 분위기로 도달하고자 한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 또다시 만들어질 독특한 분위기로 관객을 휘감는 조희영의 영화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땀 냄새 나는 생활의 순간을 카메라 안으로 들여와 주제로 삼는다면 어떨까 싶었다. 잘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꽤 그럴듯한 영화일 것만 같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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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고 시간을 간직하라
“여자의 일생을 단 하루를 통해서 보여준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디 아워스>(2002)는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설이든 영화든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한 작가에게서 출발한다. 바로 18세기의 현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다.
<디 아워스>는 버지니아 울프가 1925년에 발표한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댈러웨이 부인>이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파티를 준비하는 하루를 그렸다면 <디 아워스>는 다른 시대의 세 여성이 보내는 각기 다른 하루를 보여준다. 다른 공간,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 여성의 삶은 만나고 겹쳐지며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각자의 하루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한 세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각 여성의 시간은 한 세대로 확장되어 보편성의 범위를 넓힌다.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읽지 않았다면 먼저 소설을 읽은 뒤 영화 <디 아워스>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는 소설을 읽은 이들을 전제로 만들어져서 소설 속 요소들이 영화에 어떻게 녹아있나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소설이 클라리사 댈러웨이의 '삶'에 조금 더 집중되어 있다면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 혹은 리처드의 '죽음'에 더 많은 무게가 실려있기 때문에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다만 '자살'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하거나 현재 심정적으로 좋지 않은 분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디 아워스
1923년 영국 리치먼드에서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는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런던의 거친 생활을 그리워 하지만, 정신병 때문에 한적한 시골에서 요양을 해야 하는 처지다. 언니와 조카들을 맞이할 준비는 고용인에게 맡겨 둔 채 버지니아는 글을 쓰느라 여념이 없다. 195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로라 브라운(줄리안 무어)은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다. 로라와 어린 아들은 남편 댄의 생일을 맞아 함께 케이크를 만든다. 케이크 만들기를 실패한 로라는 못생긴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웃에 사는 친구인 키티가 자궁에 문제가 생겨 입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로라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2001년 뉴욕에 사는 편집자인 클라리사 본(메릴 스트립)은 친구 리처드를 위해 소설 속 댈러웨이 부인처럼 아침부터 축하 파티 준비를 한다. 작가인 리처드는 에이즈로 인해 몸이 매우 쇠약해졌고,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었다. 그렇지만 클라리사는 그가 살아주었으면 한다.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닮은 듯 다른, 각자의 감옥
로라 브라운은 둘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아빠가 아들의 아침식사도 챙겨주는 모습이 화목한 가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로라의 미소는 깨질 듯 불안하고, 댄이 보지 않을 때면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인다. 어린 아들은 그런 로라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누구나 케이크를 굽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지만 로라에게는 쉽지 않다. 댄을 사랑하고 결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로라는 아마 댄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케이크를 만들고 사랑스러운 아내를 연기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쉽고 당연한 일이 어떤 이에게는 죽을 만큼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로라는 가정에서 아내와 엄마의 역할이 그러했다.
이웃에 사는 친구인 사교적인 성격의 키티는 아이를 원하지만 자궁에 문제가 있어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키티를 향한 로라의 감정은 아마 사랑일 것이다. 로라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들이 힘든 전쟁을 치르고 돌아왔기 때문에 아내, 여성, 가정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남자들의 희생에 대한 보답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로라의 행복은 어디에도 없다. 로라가 꿈꿔왔던 생활은 댄이 꿈꾸던 생활과 달랐을 것이다. 로라의 삶은 댄의 꿈을 위해 사라져야만 했다.
버지니아는 언제나 글에 몰두해 있어 주방 일에 소홀했다. 고용인들은 그런 버지니아에게 불만이 많다. 버지니아 역시 고용인들이 불편하고 무섭다. 남편인 레너드는 한가하게 산책이나 하는 버지니아가 부럽다고 하지만, 버지니아는 답답한 시골 생활에 숨이 막혀 죽기 직전이다. 분주한 런던의 거친 생활이 그립다. 버지니아는 그가 느끼는 삶과 죽음의 강렬한 대비를 소설에 담아낸다.
"당신을 만족시키는 게 내 유일한 생존 목적 같아"
클라리사는 리처드의 파티를 열어주려 하지만 시상식과 축하 파티는 리처드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아침이 오는 것, 햇빛을 쬐는 일, 약을 먹는 일, 자부심과 용기를 연기하는 일은 리처드를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자신의 병과 살아남은 몸을 강조하면 할수록 리처드는 죽음에 강하게 이끌린다.병에 걸린 리처드를 수년간 간호한 사람은 클라리사 본이었다. 그는 리처드가 부르는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호칭에 갇혀 버렸다. 댈러웨이 부인이 되어버린 클라리사는 리처드를 떠날 수 없었다. 리처드가 싫어해도 파티를 열어야 했고, 그가 살도록 만들어야 했다. 클라리사는 리처드와 있을 때에만 비로소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속 첫 문장처럼 세 가정의 하루는 꽃과 함께 시작된다. 꽃은 집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화병에 꽂힌 아름다운 모습은 오래가지 못한다. 좁은 화병에서 며칠, 운이 좋다면 그보다 조금 더 살다 시들어 버린다. 그 유한한 활기와 생명력은 인간의 그것과 흡사하다. 클라리사는 인간의 꺼져가는 생명력을 꽃이 대신 채워주기라도 할 것처럼 리처드의 방을 꽃으로 채운다.
버지니아는 레너드를 위해 살았고, 로라는 가정을 위해 살았고, 리처드는 클라리사를 위해 살았다. '서로를 위해 산다'는 말은 서로를 에워싸는 감옥이 되기도 한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는 삶
영화의 가장 첫 장면은 1941년 영국에서 시작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었고,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한다. 레너드는 좋은 남편이었고, 이들은 많은 역경을 넘어온 끈끈한 부부이자 동료였다. 버지니아는 자신 때문에 레너드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았다. 그는 레너드에게 편지를 남긴 채 강가로 향한다. 편지에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 같은 것은 적혀 있지 않았다. 얼마나 사랑했고, 행복했었는지만 남아 있을 뿐이다. 버지니아의 죽음과 편지는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한다.로라가 자살을 결심하고 이웃에게 리처드를 맡겼을 때 아이는 알았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짐작하고 있던 진실은 엄마가 자신을 떠나리라는 것이다. 로라는 결국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가족을 떠났다. 삶을 선택한 로라와 죽음을 택한 아들 리처드는 더욱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영화의 리처드는 소설 <댈러웨이 부인> 속 셉티머스와 가장 흡사한 인물이다. 전쟁의 후유증과 의사들에게 고통받던 그는 아내 레치아 앞에서 창문으로 몸을 던진다. 리처드가 클라리사 앞에서 창문으로 몸을 던졌듯이 말이다. 자신이 느끼는 모든 감상을 쓰려는 작가로서 리처드의 모습은 버지니아와 비슷하다.
반면 클라리사는 삶을 사랑한다. 세 명의 여성 중 소설 속 클라리사 댈러웨이와 가장 비슷한 인물이다. 리처드의 죽음은 벅차다. 그렇지만 곁에 있어 주는 샐리와 딸이 있어 버틸 수 있다. 죽음으로 인해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선명해진다.
로라와 클라리사는 어떻게든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은 인물들이다. 로라는 엄마이기를 포기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감내해야 할 선택으로 받아들인다. 누구도 용서해 주지 않겠지만 로라는 삶을 선택했다. 리처드의 죽음은 로라에게 죄책감과 책임감이다. 클라리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선명하게 느끼게 한다.
버지니아의 죽음으로 시작해 인물들의 삶을 관통하고 다시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작가의 죽음으로 끝나는 영화의 구성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고. 죽음 속에서 빛나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라고 말한다.
결국 1800년 대 여성의 이야기는 2000년대 여성에게도 전해져 함께 흘러간다. 이는 <댈러웨이 부인>이 가진 메시지가 가진 보편성을 증명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시대가 지나도 빛이 바래지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기나긴 소설의 생명력은 짧디 짧은 작가의 삶과도 대비된다. 버지니아는 죽었지만 <댈러웨이 부인>은 살아남았다.
영화 속 레너드가 '왜 누가 죽어야 하느냐'라고 묻자 버지니아는 '죽은 이들로 인해 살아남은 이들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건 시인이자 선지자'라고 대답한다. 위대한 시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의 빛나는 메시지는 앞으로 100년은 더 남아 많은 이들의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이다. 클라리사이자 리처드이자 셉티머스이자 로라인 버지니아 울프는 삶을 사랑했다.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 뒤 영원히 그 시간을 간직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코두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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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바빌론>의 개봉부터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는 <애프터 썬>의 개봉까지!
그럼 2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바빌론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89분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등
개봉: 2022.02.01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줄거리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에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관전 포인트
<라라랜드> <위플래쉬>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바빌론>은 BBC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히면서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또한 대세 배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
ⓒ 네이버 영화
개요: 공연실황 | 한국 | 103분
감독: 오윤동
출연: 방탄소년단
개봉: 2022.02.01배급: 씨제이포디플렉스 주식회사 , CJ CGV
줄거리
ARMY의 함성과 함께 전 세계 229개 국가와 지역에서 함께 즐긴 ‘BTS <Yet To Come> in
BUSAN’ 콘서트의 폭발적인 무대와 생생한 현장의 열기까지, 그날의 모든 순간을 담아낸 영화
관전 포인트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콘서트였던 ‘BTS <Yet To Come> in BUSAN’은
방탄소년단의 대표곡들이 모두 담긴 역대급 셋리스트로 화제를 모았으며, '달려라 방탄'을
콘서트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영화관의 다양한 특별관에서 생생한
현장감이 담긴 콘서트 영상을 관람하며 콘서트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프터썬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01분
감독: 샬롯 웰스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개봉: 2022.02.01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줄거리
20여 년 전, 아빠와 보낸 튀르키예 여행이 담긴 캠코더를 보며 이제야 알게 된 그 해 여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관전 포인트
2022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었던 샬롯 웰스 감독의 데뷔작 <애프터썬>은 전 세게
유수 영화제에서 49개 부문 수상, 12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국내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마 베프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프랑스 | 99분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출연: 장만옥, 장 피에르 레오 등
개봉: 2022.02.01
배급: (주)무비다이브줄거리
한 물간 프랑스 중견 감독 ‘르네 비달(장 피에르 레오)’이 평소 흠모하던 아시아 배우 ‘장만옥’을
캐스팅해 고전 무성 뱀파이어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프랑스 영화의 저물어가는 명성을
기록한 ‘영화 속 영화, 영화에 관한 영화’
관전 포인트
<퍼스널 쇼퍼>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초창기 영화로 국내에는 27년 만에 정식 상영을 하는
것이다. 영화가 무엇인지, 시네마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한 심층적 고뇌를 다룬 작품이다.
단순한 열정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99분
감독: 다니엘 아르비드출연: 라에티샤 도슈, 세르게이 폴루닌
개봉: 2022.02.01
배급: 영화사 진진줄거리
아니 에르노의 베스트셀러 동명 원작을 스크린에 옮기며 한 여자의 거부할 수 없는 육체적 욕망과
탐닉에 대한 이야기를 관능미 넘치면서도 밀도 높게 담아낸 작품
관전 포인트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베스트셀러 '단순한 열정'을 영화화해 주목받고 있는 영화
<단순한 열정>은 책 속 문장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표현해내며 유수 영화제에서 평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다.
관계의 일변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95분
감독: 김기림배우: 김지민, 류준열, 이원규 등
개봉: 2022.02.01
배급: (주)씨엠닉스줄거리
때론 억울하기도, 때론 서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앞으로 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룬 4개의 단편 영화
관전 포인트
김기림 감독이 들려주는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서툰 인생 이야기로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며 인기를 끈 배우 류준열이 출연하며 관심으로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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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에서 영웅으로
<트랜스포머> 영화 시리즈의 첫 편이 나온 지 15년이 넘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이야기의 초점은 흐려지고, 오로지 파괴적인 액션 장면들이 나열되는 느낌을 준다. 초기의 신선했던 감동은 점차 사라지고,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 시리즈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의 세계관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특히 그들의 고향인 사이버트론이라는 행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애니메이션 영화 <트랜스포머 원>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사이버트론의 기원을 다루며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단순히 로봇 전투 액션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들의 정치적 성장과 계급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사이버트론의 노동자 계급을 전면에 내세우며,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감정을 통해 관객에게 정치적 함의를 전달하는 방식이 무척 흥미롭다. 이제, 이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주요 캐릭터들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첫 번째 감정] 오라이온 팩스(옵티머스 프라임)의 자유
영화 <트랜스포머 원>에서 오라이온 팩스는 사이버트론 행성에서 평범한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 광부로 등장한다. 그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깊었으며, 자신이 속한 세계의 질서가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사이버트론의 지도부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오라이온 팩스에게 큰 충격을 주며, 그는 시스템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진실을 알게된 그 순간은 그의 내면에서 자유를 향한 열망이 싹트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오라이온 팩스는 시스템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폭력적이지 않다. 그는 자유를 위해 싸우되, 과격한 방법 대신 온건한 접근을 택한다. 그의 목표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부패한 체계를 개선하고 바로잡는 것이었다. 이는 정치적으로 비둘기파에 가까운 온건한 이상주의자적 태도이며, 사이버트론에서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영웅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오라이온 팩스가 선택하는 길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타협과 대화를 중시하는 방식이다. 그는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리더로 성장한다. 이는 그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단순한 전투영웅을 넘어선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한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이후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거듭나며 사이버트론의 지도자로 인정받게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두 번째 감정] D-16(메가트론)의 분노
오라이온 팩스와 대조적으로 D-16, 즉 메가트론은 같은 노동자 계층에 속해 있지만, 그가 택한 길은 완전히 다르다. 메가트론은 처음에는 규칙과 질서를 중시하는 성향을 보인다. 오라이온 팩스와 함께 노동자로 살아가면서도, 메가트론은 체제의 틀 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내면에서는 억눌렸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메가트론의 분노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서, 체제를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강한 욕망으로 변모한다. 그는 현재의 사회가 부패하고 타락했기 때문에, 이 세상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고 믿는다. 메가트론의 이 파괴적인 성향은 그를 강경한 매파로 만든다. 그는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오직 새롭게 탄생할 세계를 꿈꾸며 폭력적인 혁명을 추진한다. 이는 그가 오라이온 팩스와 갈등하게 되는 핵심 원인이 된다.
하지만 메가트론의 분노는 단순한 파괴적 욕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려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그가 오라이온 팩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며, 이 영화는 메가트론이 가진 복잡한 감정을 더 깊이 파고들며 그의 폭력적 성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메가트론은 단순한 악역이 아닌, 자기 방식대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로서 그의 캐릭터가 확립된다.
[세 번째 감정] 사이버트론 고대 조상들의 믿음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사이버트론의 노동자 계급에서 시작한 두 인물이 결국 각기 다른 정치적 길을 걷게 된다는 점이다. 사이버트론의 고대 조상들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들은 각 영웅들에게 지혜와 힘을 부여하며, 그들의 성장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흥미롭게도, 고대 조상들은 자유와 정의를 상징하는 오라이온 팩스, 즉 비둘기파의 손을 들어준다. 그들은 사회를 파괴하기보다는 개선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개혁하는 것을 지지한다.
이러한 조상들의 믿음은 오라이온 팩스와 메가트론이 상징하는 두 가지 정치적 이념, 즉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을 더욱 부각시킨다. 영화는 결국 이 두 인물의 갈등을 통해 자유와 분노, 개혁과 혁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들은 사이버트론의 미래를 두고 서로 대립하며, 그 과정에서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라는 두 영웅의 정치적 성장과 충돌을 보여준다.
조상들의 역할은 단순히 전설 속의 존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혜가 현대의 갈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이 남긴 유산은 두 인물의 행동에 방향성을 제시하며, 영화 속에서 사회적 진화와 혁신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제공한다. 사이버트론의 고대 조상들은 이 갈등의 심오한 철학적 배경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깊이
<트랜스포머 원>은 단순한 액션 애니메이션 이상의 깊이를 가진 작품이다. 영화는 사이버트론의 계급 갈등과 노동자 계층의 정치적 성장 과정을 그리며, 자유와 정의, 분노와 혁명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주제를 다룬다. 오라이온 팩스와 메가트론의 대립은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니라, 각기 다른 정치적 이념이 충돌하는 과정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정의를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 영화는 특히 사이버트론이라는 세계의 기원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을 세밀하게 다룬 점에서 주목받는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단순히 로봇들의 전투 장면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인물들의 정치적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되는 정치적 주제들을 트랜스포머 세계를 통해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영화의 감독은 애니메이션계에서 유명한 조시 쿨리다. 그는 <토이 스토리 4>를 통해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은 감독으로, <트랜스포머 원>을 통해 트랜스포머 세계관의 깊이를 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클 베이가 이끌었던 실사판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달리, 조시 쿨리는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서사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특히 캐릭터들의 내면을 탐구하며 그들의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목소리 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옵티머스 프라임, 즉 오라이온 팩스의 목소리를 맡은 크리스 햄스워스는 특유의 남성적이고 강렬한 목소리로 프라임의 리더십과 결단력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메가트론의 목소리를 맡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그의 분노와 카리스마를 잘 전달하며 메가트론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두 배우의 목소리 연기는 영화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트랜스포머 원>은 트랜스포머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서사적으로 깊이가 있는 작품이다. 단순한 로봇 전투를 넘어, 정치적 성장을 그린 이 영화는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의 기원을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트랜스포머 팬뿐만 아니라, 정치적 서사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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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하필 인간이라서, <팟 제너레이션>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팟 제너레이션 The Pod Generation, 2023
영국 / 109분
감독: 소피 바르트우리가 하필 인간이라서, <팟 제너레이션>
적당한 공포와 적절하게 배합된 연민과 침묵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장치로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이 순뱡향이든 역방향이든 상관없이, '멈춰 있는 순간'에만 발동한다. 절대 피할 수 없으며, 강제적으로 작동해 기어이 멈춰 선 이의 발을 지면에서 떼게 한다. 인간에게 '정지' 행위는 죽음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이 필수조건은 철저한 계획하에 만들어진 거창한 방책이 아니다. 직접 경험으로 얻은 교훈과 지식을 축적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게 된 이른바 생존 본능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인간을 위해 비극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며 사는 일이 자연의 순리와 같다는 점에서 우린 매 순간 죽음을 향해 가지만 절대 죽지 않기 위해 애쓰는 존재다.
인간은 단순하다. 생존을 우선시하는 본능이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고, 우린 각자 자기만의 방법을 정립하며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방식이 존재하지만, 그중 세 가지 방식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있다. '나와의 분리', '조건 없는 수용', '맹목적인 믿음'. 앞서 언급한 공포와 연민, 침묵이 인간의 내면에 박힌 생존용 고정핀이라면 분리와 수용, 믿음은 생을 향한 원초적인 욕구가 실행되는 길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인간인 우린 계속 길을 걷는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소멸을 부정하기 위해 시작된 인간의 생존 본능은,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개인의 가치관, 신념, 취향,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단순히 숨이 끊어지는 순간만이 아니라 현재 내가 누리고 바라고 원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때도 죽음은 물론이고, 죽음이 주는 극단적인 감정까지 느끼게 됐다. '어떻게 죽음을 피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해졌고, '앞으로 있을 죽음'보다 '지금 당장 없는 무언가'를 더 갈망하게 됐다. 흥미로운 건, 삶의 태도와 관점이 변화되었어도 고정핀은 여전히 박혀있으며 공통 방식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떠한 위협 속에서도 온전히 '나'를 따로 분리해 보호하고,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며, 그 선택을 진실하다 믿는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린 어떠한 상황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스릴 있게 투쟁하는, '격렬하게 애쓰는 존재'가 됐다.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다. 인간은 더 이상 살고 죽는 간단한 문제에 속한 동물이 아니니까. 자연의 순환 속에서 경계 없이 자기 세상을 확장하면서 그에 따른 온갖 난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활용까지 하며 살고 있으니까. 그렇게 보면, 우린 참 뭐라 설명하기 힘든 존재다. 예측불허하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정말 단순하면서 그만큼 복잡한 인간. 죽음과 생존을 같다고 여기며 끊임없이 삶을 욕망하는 인간. <팟 제너레이션>은 이 모든 걸 담고 있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레이첼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똑똑하고 능력이 뛰어난 여성 임원이다. 아침에 눈을 떠 저녁에 눈을 감기까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의 힘을 사용하며 합리적으로 편하게 산다. 하지만 앨비는 다르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식물학자다. 인간이라면, 인간이 만든 과학 기술적 세계가 아닌 자연 속에서,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진정한 인간다움을 가꾸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두 사람은 다르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체크해 주는 행복 지수가 말해준다. 앨비는 늘 낮거나 측정 불가이지만 자기만의 자연(섬에 있는 집)을 갖고 있어 진짜 미소를 지으며 산다. 레이첼은 인공지능의 행복 지수 관리를 신뢰한다. 적당한 지수를 유지하면서 간혹 높지 않은 날엔 거짓 미소를 짓기도 하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아침마다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대중교통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이 공원에 설치된 '네이처팟'에 들어가면 된다. 굳이 자연을 현장 체험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현재, 레이첼이 사는 곳은 쓸모보다 편리함이 더 귀한 가치로 여겨지는 아주 좋은 세상이다.
레이첼에겐 '이 환경'이, 앨비에겐 이 환경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생존한 자연'이 존재하기에, 부부의 삶은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첼이 인지능력이 더 높은 인공지능 '마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회사가 그녀에게 승진 혜택으로 인공 자궁(팟)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부부에게 인기몰이 중인 페가수스의 자궁 센터는 팟이란 플라스틱 알 모양의 기기로 임신과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사실 레이첼도 아기를 갖고 싶은 마음에 남편 몰래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었다. 예상대로 자연 임신을 원했던 앨비는 아내에게 논의 없이 아기가 알에서 나오게 하는 대가를 지불했다며 화를 낸다. 그러나, 결국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선택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한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선택. 앨비와 레이첼이 함께 쌓아온 규칙이 다시 재정립되는 순간인데, 그 공은 두 사람이 아니라 레이첼의 심리치료사 일라이저, '인공지능'에 있다. 거대한 눈, 일라이저는 훌륭한 아이를 갖는 것뿐이라며 레이첼이 내면 깊숙이 원했던 말을 대신해 줬고, 인공지능이기에 인간의 영혼을 못한다고 믿는 앨비에겐 최고 등급의 사생활 보호 서비스를 제공했다. 남편의 반대와 자연을 반하는 행위를 한다는 죄책감에서 해방된 레이첼과 자연만을 믿고 살면서도 혼자 남모를 속앓이를 했던 앨비는 일라이저의 한 마디 처방에 그동안의 문제를 '나'에게서 분리하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생각을 전환한다. 이제 두 사람의 목적은 혼란스럽고 낯설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우리의 팟을 잘 돌보는 일이다.
팟은 정말 엄마 배 속에 있는 것처럼 그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영양분을 달라며 알람을 울려대고, 자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이며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앨비와 레이첼은 각자의 속도로 팟을 받아들인다. 팟을 먼저 품기 시작한 건 예상과 달리 식물학자 앨비다. 팟 캐리어(유모차 같은)를 메던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어느새 캐리어 달인이 되어 팟을 자기가 일하는 온실에 동행한다. 나아가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끊임없이 팟과 교감한다. 팟은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예외적 선택으로 자연이 됐다. 임신과 출산에서 자유로워진 후 계속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으로 살던 레이첼은 백팔십도 달라진 남편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빠가 어떻게 엄마보다 더 아기와 가까워질 수 있지? 그도 그럴 것이 자연대로라면 태아와의 강력한 교감은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엄마만이 체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인공 자궁을 선택한 레이첼이 무슨 수로 경험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레이첼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임산부의 배에 손을 올리고 태동을 느끼며 자신도 임신 중이라고, 당신처럼 아기를 품고 있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나'의 임신과 '그녀'의 임신은 절대 같을 수 없다는 진실을 말이다. 더는 견딜 수 없었던 레이첼은 팟과 남편을 데리고 다시 일라이저를 찾아간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레이첼은 팟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부터 볼록하게 나온 자기 배를 만지며 평화로운 모래사장을 걷는 꿈을 꿨었다. 팟이 생긴 이후엔 조그만 알을 출산하는 섬뜩한 꿈을 꿨었는데, 일라이저는 꿈은 자의적이며 구시대적인 산물일 뿐이라며 더 이상 인간은 꿈을 해석하거나 이해하지 않는다고 그녀를 안심시켰었다. (자궁 센터 원장도 인간은 꿈을 꾸지 않는 게 정상이라고 당당히 말했고, 한술 더 떠서 아기에게 부모가 원하는 꿈도 꾸게 할 수 있다며 신제품 드림팟을 선전한 바 있다) 즉, 자연과 여자의 자궁, 이젠 인간의 꿈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상에서,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걱정하는 레이첼의 우려는 불필요한 고민이었다. 그런데도 쉽사리 고민을 떨쳐내지 못하는 그녀에, 일라이저는 팟 안에 든 태아와 자신을 연결해 달라고 말한다. 그 순간 레이첼과 앨비는 처음으로 멈칫하며 거대한 눈에게서 빠르게 도망친다.
그동안 그들은 숱하게 합리화를 해왔다. 여성의 자궁 대신 팟에서 태아가 자라는 것뿐이며, 자연임신으로 부모가 된 부부와 똑같은 경험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레이첼의 말처럼, 중요한 건 플라스틱 알이 아니라 태어날 '우리 아기'니까. 분명 자연의 선물로 받은 축복이라 생각했는데, 인간의 기술로 태어나 조작으로 만들어지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같은, 이 불쾌감과 거북스러움이 그들을 덮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동안 해왔던 분리와 수용, 믿음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 레이첼은 남편처럼 회사에 팟을 들고 다니면서, 아기와 유대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오로지 자신에게 올 '아기'만을 생각하면서.
팟의 대기 명단이 길어지자, 자궁 센터는 부부에게 유도분만을 제안한다. 광고할 때만 해도, 아기가 스스로 나오고 싶은 순간에 신호를 주면 출산 과정을 돕는다며, '자연이 결정'한다고 온갖 위대한 척은 다 하더니 결국 자본의 흐름에 아기를 다루고 있던 것이다. 레이첼과 앨비는 거부한다. 팟은 페가수스의 자산이지만, 그 안에 든 아기는 우리 전부니까. 앨비는 곧바로 팟을 몰래 집으로 데려오고, 아기를 백화점에서 골라 사는 꿈을 꾼 레이첼은 섬에서 가정 분만을 하자고 선언한다. 부부는 진짜 자연 속에서 진짜가 된 팟을 품고 자연과 온전히 동화된 시간을 보낸다. 원격으로 팟의 기능을 꺼버린 페가수스의 저급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아기를 믿고 기다린다. 드디어 온 아기의 신호. 앨비는 플라스틱 알을 강제로 개봉해 아기를 꺼내 품에 안는다. 감격스러워하는 앨비와 레이첼 그리고 그들의 축복, 팟 제너레이션의 탄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 스틸컷(다음)
분리, 수용, 믿음. 두 사람은 부단히 노력해 아기를 얻었다. 그럼 된 것일까? 해피엔딩인가? 태어난 아기는 부부의 사랑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레이첼은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해, 더 편한 선택을 하기 위해, 자신의 복제품(일라이저)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라이저를 통해 팟 서비스가 좋은 선택임을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확인받았다. 그러나 부부가 사는 세상이 오직 지금, '현재에 사는 이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인 것처럼, 그들의 선택 역시도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아기를 욕망하던 오늘의 나만'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꿈꾸지 않는 팟 제너레이션을, 아니 '꿈꿀 수 없는 인간'을 탄생시켰다. 꿈은 영화 속에서 인간이 인간임을 확인시켜 주는 유일한 장치였다. 꿈이 인간다움이라면, 팟 제너레이션 이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의 아이는 정말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그 아이들이 계속 태어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미래엔 무엇이 살아남을까.
<팟 제너레이션>은 우리가 얼마나 변덕을 부리면서도, 카멜레온처럼 나란 존재를 끊임없이 긍정하며 사는지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나아가 이를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부부의 새로운 도전을 평범한 일상 안에 평이하게 녹여내는 데 집중한다. 인간의 생존 본능과 변화무쌍한 능력들도 악인의 횡포처럼 풀지 않는다. 단지 잔잔하게 흘러가는 부부의 개인사가 끝을 향해 갈수록 우리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뿐이다. 점점 더 무겁게 짓누르는 위기감과 섬뜩함에 생존 본능이 발동되는 순간, 페가수스 사장이 쿠키 영상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궁 센터의 고객은 부모가 아닌 아기임을 확인시키며 언젠가는 아기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디, 그들이 현명한 부모를 선택하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친다.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분명 팟으로 합리적으로, 더 안전하게 아기를 얻으려는 부부의 이야기가 전부일뿐인데, 물음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역시 어쩔 수 없겠지? 우리가 하필 인간이라서."
참신하고 흥미롭지만, 여러모로 행복 지수를 높이는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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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랄한 풍자의 뒷맛은 언제나 씁쓸하다
노골적인 사회 풍자를 다루는 블랙 코미디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2017년 예술계의 위선과 모순을 폭로한 ‘더 스퀘어’에 이어 2번째 칸 황금종려상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시사회로 미리 감상하고 왔습니다. 호화 크루즈에 탄 부자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그늘과 산만한 조롱을 섞은 작품으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부터 비료업계 거물, 무기 제조업자 등 다양한 부자들이 예기치 못한 폭풍우와 사고에 휘말려 무인도에 살아남지만, 단절된 문명과 생존이란 문제 앞에 그들이 맞이하는 변화된 위계 관계를 통해 추악한 현실 자본주의와 얄팍한 지성주의를 조롱합니다. 기존 칸 수상작들의 장르적 어려움보다는 흔히 봐왔던 유럽식 풍자극에 가까워서 관점에 따라 가볍게, 혹은 무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뒤바뀐 계층을 현대 사회를 파고드는 냉소적인 코미디,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하는 감독이 생각한 ‘Triangle of Sadness’를 눈여겨 감상하시면 좋은 한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고급 크루즈의 성패는 여러분에게 달렸어요”
호화 크루즈에 #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예고편│Trailer
영제: Triangle of Sadness│감독·각본: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진: 찰비 딘 크릭, 해리스 딕킨슨, 돌리 드 레옹, 즐라트코 버릭, 비키 베를린, 우디 해럴슨 외 多
장르: 코미디, 드라마│상영 시간: 147분
국가: 스웨덴, 미국│등급: 15세 관람가
수입: 그린나래미디어│배급: 그린나래미디어, 플레이그램, 메가박스 중앙│제공: 플레이그램, 하이스트레인저
평점: 평론가 7.17, 로튼토마토 신선도 72% 팝콘 68%, IMDB 7.3, 메타 스코어 63점
수상 내역: 48회 LA 비평가 협회상(여우조연상), 35회 유럽영화상(유러피안 작품상, 유러피안 감독상, 유러피안 남우주연상, 유러피안 각본상), 75회 칸영화제(황금종려상, CST 아티스트 테크니션상)
개봉일: 2023년 5월 17일
“세상을 향한 악랄한 풍자의 씁쓸한 뒷맛”
총 3부로 구성된 흥미로운 구성은 1부에서 성적 차별은 물론, 얼굴과 몸매라는 외적 이미지에 상품화 등급을 매긴 모델 집단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계층 간의 폐부를 들출 것임으로 언급합니다. 위선과 허세로 가득한 세상에서 대중에게 각인된 브랜드의 가치는 단순히 평가의 잣대로서 활용되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스스로 계급 구조를 비유한 슬픔의 미간을 짓게 됩니다. 이어 그 중심에 있던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야야와 칼이 호화 크루즈에 탑승해 다양한 부자들을 관찰하듯 접근하며 서서히 자본주의 사회의 덧없음을 거침없이 해부합니다. 탈세와 불법이 정의이고 사람들의 죽음으로 쌓아 올린 철저히 돈의 논리에 치부된 그들의 세상은 결국 휘청거리는 크루즈를 따라 구역질 나는 위선에 분노한 듯 역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만인은 평등하다’는 모델 선발 문구를 관통시키려는 듯 극단적인 침몰을 통해 원시적인 시스템으로 국면의 전복을 맞이합니다.
1부에서 칼의 지질한 사랑싸움, 2부에서 똥통으로 비유된 가식적인 사회로 계급 구조의 시스템을 비웃는 코미디는 절정의 3부 생존기에 다다라 허무주의에 이릅니다. 계급이 무너지고 만인이 평등할 것처럼 여겨지던 섬이 곧 애비게일이라는 뜻밖의 인물이 생존을 무기로 기존 문명사회와 완전히 반대된 모계 중심 사회를 형성하면서 말입니다. 새로운 변화는 그들에게 불안정을 일으키고 단순히 기존 세계가 뒤집히기만 노골적인 묘사를 통해 더욱더 선명한 또 다른 삼각형의 계층 구조를 만듭니다. 그렇게 모래시계처럼 반복되는 과정들은 어렵기보단 작위적 구성에 가깝지만 물질이 우선시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고 혐오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는 점에서 흥미와 매력을 갖춥니다. 적어도 보여주고자 하는 상황들로 동반되는 매우 뚜렷한 메시지는 웃지 않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엔딩으로 이르러 그들의 무지함을 비웃듯 야야와 애비게일은 무인도가 아닌 고급 리조트 근처에 난파되었음을 확인하며 자신들이 속해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음을 비추지만, 감독은 여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인플루언서이자 모델로서 자리를 되찾는 희망에 찬 야야와 달리 절망스러운 밑바닥 외국인 노동자 계급의 회귀에 분노한 애비게일을 통해 긴장감을 드리우고, 그녀들을 찾아 뛰는 것인지 구조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칼의 질주로 막을 내립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상위 계층의 동반자에게 기생하며 살았던 그는 이제 어디에도 빌붙어 살 수 없을 것 같단 불안감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속을 다 게워내도 바뀌지 않는 세상을 향한 신랄하고 씁쓸한 풍자, 다른 분들은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지 궁금하네요.
한 줄 평 : 뒤집혀도 바뀌지 않는 추악한 세상을 향한 토악질의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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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versalpictureskr 장르: 액션-코미디 출연: 스티브 카렐, 크리스틴 위그, 윌 페럴, 피에르 꼬팽, 조이 킹, 소피아 베르가라, 스티븐 콜베어 미란다 코스그로브, 클로이 파인먼, 스티브 쿠건, 크리스 리노드, 다나 가이어, 매디슨 폴란 각본: 마이크 화이트, 켄 다우리오 감독: 크리스 리노드 공동연출: 패트릭 드라게 프로듀서: 크리스 멜라단드리, 브렛 호프만 7년 만에 돌아온 슈퍼배드 시리즈! 세계 최강의 악당에서 AVL(안티 빌런 리그) 요원이 된 그루가 미니언들과 함께 신나고 흥미넘치는 새 챕터를 열 일루미네이션의 ‘슈퍼배드4’로 돌아왔습니다. 2022년 여름, 블록버스터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에서 약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일루미네이션의 ‘미니언즈2’에 이어,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의 그루(오스카 후보 스티브 카렐)와 루시(오스카 후보 크리스틴 위그)와 딸들인 마고(미란다 코스그로브), 에디스(다나 가이어), 아그네스(매디슨 폴란)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에 아빠가 된 그루를 괴롭히기 좋아하는 새로운 가족 그루 주니어도 함께 찾아옵니다! 그루는 막심 르 말(에미상 수상자 윌 페럴)과 그의 팜므파탈 여자친구 발렌티나(에미상 후보 소피아 베르가라)라는 새로운 적과 마주하게 되고, 그루의 가족은 그들로부터 도망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 영화는 조이 킹(불릿 트레인), 에미상 수상자 스티븐 콜베어(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 그리고 클로이 파인먼(SNL)이 새로운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합니다. 피에르 꼬팽이 미니언즈의 상징적인 목로리로 돌아오며, 오스카 후보에 오른 스티븐 쿠건이 사일러스 램스바텀으로 돌아옵니다. 논스톱 액션과 일루미네이션 특유의 반항적인 유머로 가득한 ‘슈퍼배드 4’는 미니언즈의 공동 제작자이자 오스카 후보에 오른 크리스 리노드(슈퍼배드, 마이펫의 이중생활)가 감독을 맡았고, 일루미네이션의 선구적인 설립자이자 CEO인 크리스 멜라단드리와 브렛 호프만(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미니언즈 2)이 제작했습니다. 패트릭 드라게(씽2게더, 마이펫의 이중생활 2 애니메이션 감독)가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화이트 로터스의 마이크 화이트와 슈퍼배드 시리즈의 베테랑 작가 켄 다우리오가 각본을 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