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10 10:56:18
10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메소드 연기'의 대가 다니엘 데이 루이스 스크린 복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 이후 은퇴 선언을 했던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스크린으로 돌아옵니다.
2025년 개봉을 앞둔 복귀작은 그의 아들인 로넌 데이 루이스의 감독 데뷔작인 <Anemone>입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로넌 데이 루이스가 공동 집필한 이 작품은 아버지, 아들, 형제 간의 복잡한 관계와 가족 간의 유대에 관한 탐구를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숀 빈, 사만다 모턴, 사무엘 버텀리, 사피아 오클리-그린이 출연 예정이며,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벤 포드스맨이 촬영 감독을 맡았습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나의 왼발> (1989), <데어 윌 비 블러드> (2007), <링컨> (2012)에서의 연기로 세 차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메소드 연기'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첫 오스카를 수상한 <나의 왼발>에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일랜드 작가 크리스티 브라운을 연기할 당시, 촬영 중간에도 휠체어로 움직이며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여 달라고 요구한 일화가 전해집니다.
또한 <아버지의 이름으로> (1994)의 잘못된 IRA 폭탄 테러범으로 몰린 게리 콘론을 연기할 때는, 며칠 동안 추운 감방에서 최소한의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네이버 VOD 서비스 '시리즈온' 운영 종료 예정

네이버의 영화·방송 VOD 서비스 '시리즈온'이 오는 12월 18일에 운영을 종료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최근 공지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콘텐츠 판매를 종료하게 됐다"며, "구매한 콘텐츠는 보관함 기능을 통해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즈온 이용권은 12월 12일 자정부터 사용이 불가하며, 개별 콘텐츠 구매는 12월 18일부터 종료됩니다.
<전, 란> 강동원, 영화 프로듀서로서의 활발한 활동 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프로듀서로서 첫 활동을 시작한 배우 강동원이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 프로듀서로서의 근황을 전했습니다.
“연기를 더 하고 싶어요. 그래서 프로듀싱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제 일이 너무 좋아요. 제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어서 제작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내년 촬영 예정인 판타지 사극 TV 시리즈는 2년 전에 본인이 시놉시스를 썼으며, 현재는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화 연출 요청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역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가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공개했습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초기, 주연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는 봉준호 감독의 <도쿄!>(2009)에 출연한 인연으로 그에게 연출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비록 시간이 맞지 않아 어렵게 되었지만,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겠다는 봉 감독의 말에 영화를 연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전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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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삶을 예찬한 영화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소중해지는 시간
평범한 일상을 예찬한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우리의 삶은 지루하지 않다
줄거리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와 그의 누나 ‘사만다’는 싱글맘인 ‘올리비아’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인 ‘메이슨 시니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 가며 친구처럼 놀아 주곤 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게다가 엄마의 일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져 계속해서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을 보내며 점차 성장해가는데…….
줄거리
"아버지, 그 시절 당신이 미웠습니다" 중년의 잘 나가는 건축가 잭. 그는 늘 같은 꿈을 꾸며 눈을 뜬다. 19살 때 죽은 어린 동생에 대한 기억.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한 잭은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미국 텍사스, 오브라이언과 아내는 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언제나 자애로운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와 달리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 오브라이언은 아이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다. 맏아들인 잭은 권위적인 아버지와 자꾸 부딪히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엔 미움과 분노가 자리하게 되는데…
줄거리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는데…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 당신 인생엔 있습니까?
줄거리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 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그만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 천국의 영상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권유하는데...
줄거리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줄거리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줄거리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초라한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난지 오래고, 먼지투성이 카페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 뿐이다.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 앞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육중한 몸매의 ‘야스민’이 찾아온다.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한 낯선 동거. 그러나 곧 야스민의 작은 마법으로 그녀들의 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행복해지려는 노력, 꾸밈없는 미소.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는 소중한 시간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던 '바그다드 카페'도 두 사람의 마법으로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이 깃들게 되는데... 황량한 사막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기적! 당신의 삶을 위로할 가장 아름다운 뮤직바이블이 찾아옵니다! Calling You!
줄거리
4대에 걸쳐 로저네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 꽤나 성공한 영화제작자인 로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민을 가고, 중국전역으로 출장이 잦은 로저만을 돌보고 있던 아타오는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고 만다. 자기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 행을 자처한다.
그곳에서 여러 사연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이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타오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그녀를 돌보는 로저는 자신에게 타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점점 타오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로저는 사랑하는 타오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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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9월2주차 씨네뉴스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을 방문해서 작품을 찍는 감독들이 많다고하는데요, 이외에도 한국 영화의 신작 소식들과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더 넌 2>의 정보까지 같이 알아보아요!
송강호주연 김지운감독의 <거미집>187개국 개봉 확정
영화 <거미집>이 일본, 대만을 비롯해 북미, 프랑스, 독일 등 187개의 나라에 판매됬다고 합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거미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걸작을 만들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한 영화감독이 정부의 검열과 출연 배우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속에서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입니다.
칸영화제 다녀온 , <화란> 10월11일 개봉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영화 <화란>이 오는 10월 11일에 개봉한다고 합니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송중기와 홍사빈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와 ‘서울’에서 268편 작품 촬영
<페르소나: 설리>가 하반기 공개를 확정과 함께 메인 포스터도 함께 공개되었습니다. <페르소나: 설리?는 설리가 주연한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 '진리에게'는 내달 4일 시작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받아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조현철 장편 연출 데뷔작 '너와 나', 대만 가오슝영화제 공식 초청
넷플릭스 시리즈 <원피스>는 지난달 31일 공개 이후 전 세계 시청자를 휘어잡고 있습니다. 지난 1일 59개 나라에서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른 데 이어 2일과 3일엔 84개 나라에서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84개국 1위는 넷플릭스 최초 기록으로 앞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웬즈데이>가 83개국 1위를 한적이 있습니다. ㄷ
더 넌 2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더 넌2>는 전 주 1위를 한 <이퀄라이저3>를 밀어내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9번째 작품이자 더 넌 시리즈의 두번재 영화로 1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국내 개봉일은 9월 27일로 결정되었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LATEST CINE NEWS’였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좋아요 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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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130년의 고독을 건너 울려 퍼지는 역사에 관한 물음
다호메이 Dahomey
France/Benin/Senegal/2024/68min
*시놉시스
영화는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이 보유했던 다호메이 왕국의 보물 26점을 본국으로 반환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베냉으로 송환된 보물은 방문자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박물관에 진열해야 할까, 아니면 본래 종교적 오브제로서의 기능을 살려 대중에게 돌려줘야 할까?
130년 동안 태어난 땅에서 단절되어 어둠 속에서 존재하던 무언가가 있다. 그는 내내 침묵을 강요당해 자기 의사를 말할 수 없었다. 그가 견뎌야 했던 고독은 가혹할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한 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는 다시 빛의 세계, 즉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의 고독은 낯섦과 현기증으로 바뀐다.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곳, 자신이 떠나올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진 곳이 야기하는 감정이다.
그는 다호메이 왕국 출신의 조각상이다. 현재는 아프리카의 베냉 공화국이 있는 자리다. 다호메이의 문화재 7천여 점은 프랑스에 식민 통치를 당하던 시절 바다를 건너 강탈당했고, 그중 26점이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참이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다호메이〉의 영화적 성취는 인간이 아닌 이들 문화재에 목소리를 부여한 데서 나온다. 프랑스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상어 문장(紋章)을 한 반인반수 조각상의 모습을 한 다호메이의 왕은 이 귀환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까?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다호메이 왕(조각상)의 목소리는 영화의 질감과 정서를 단번에, 그리고 근본적으로 주조한다. 그는 동시대 베냉‧프랑스 역사의 주인공이자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다호메이 조각상의 귀환은 단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저 제국주의자들에게서 빼앗긴 문화재를 돌려받았다는 단선적인 설명은 그의 낯섦과 현기증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감동적인 귀환이 마무리되고, 다호메이를 국가 차원에서 환영하는 대대적 행사가 영화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의 낯섦과 현기증은 본격화된다.
먼저 지금 프랑스에서 다호메이를 돌려받는다는 것의 의미다. 이야기의 주체는 다호메이 조각상이지만, 그를 운반하는 주체는 국가다. 베냉 공화국에서 다호메이 조각상은 순식간에 국가, 민족, 역사, 문화의 상징이 된다.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적 상징물로서 집단적 피식민 주체성을 주조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두 번째 낯섦과 현기증이 파생된다. 문화재를 돌려받는 것의 의미에 대한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폭발하듯 분출한다. 누군가는 현 대통령의 조상이 프랑스 편에 섰던 자였다는 점을 들어 위정자의 역사 세탁을 고발한다. 누군가는 수천 점의 문화재 중 26점만 반환된 것에 강한 불만을 표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번 반환이 프랑스의 이미지 정치의 일환일 뿐, 베냉이 여기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제국주의 역학의 문제를 짚는다. 돌려받은 문화재를 어떻게 교육하고 관리할 것인지도 문제다. 다호메이가 국가적 상징이라면, 도시에 사는 사람과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접근성 격차는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이들 문화재는 각각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이번 반환을 출발점 삼아 변화를 모색하자는 희망파와 오만한 프랑스에 또 한 번 놀아났다는 비관파 등등 논쟁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렇게 다호메이의 목소리는 동시대 베냉 공화국 시민들의 목소리와 공명하며 낯섦과 현기증의 세계로 진입한다. 130년 만의 귀환이라는 초현실적 판타지가 자아내는 낭만은 다층적 권력 관계가 어지러이 교차하는 현실의 한복판에서 희미해진다. 그 대신 첨예해진다.
다호메이 조각상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인가?” 이 말은 자신을 마냥 환영해주지 않는 후손들에 대한 한탄일까? 그렇지 않다. 또 다른 목소리를 들어보자. “나는 당신들을 통해 나를 선명하게 본다.” 다호메이는 어둠에서 빛으로의 이행이, 프랑스에서 베냉으로의 이동이 온전한 기쁨과 승리의 역사일 수만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130년을 고독 속에 있던 만큼, 자신이 의탁할 곳이 자신을 둘러싸고 폭발하는 담론의 바다에서 지난한 시간을 거쳐 마련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베냉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얼굴을 비추는 영화의 시선은 후손을 바라보는 다호메이 조각상의 시선이다. 그 다양한 삶에서 솟아나는 치열한 토론과 논쟁 끝에 이른 합의의 지점에 자신을 맡기겠다는 의지의 표명을 드러내는 시선 말이다. 하나의 목소리지만 여러 목소리가 혼재된 듯하고, 누군가 꿈과 환상으로부터 말을 걸어오는 듯한 조각상의 목소리도 같은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약탈과 반환, 지배와 피지배의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역사를 이해하고 논쟁하는 법에 관한 〈다호메이〉의 물음은 베냉만의 것이 아니다. 다호메이의 목소리는 식민자와 피식민자 모두에게 역사에 대한 복잡한 사유를 긴급하게 요청한다.
*영화 상영시간
10-03/10: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04/10: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09/20:30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https://www.biff.kr/kor/html/schedule/date.asp?day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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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가짜고 이 세상도 가짜라고? 영화 <프리 가이>
영화 <프리가이> 포스터
프리 가이(Free Guy, 2021)
장르 : 미국, 액션
감독 : 숀 레비 │ 각본 : 맷 리버맨, 자크 펜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가이), 조디 코머(밀리), 타이카 와이 티티(앙투안) 외
등급 :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5분
안녕 난 ‘가이’라고 해, 사실 난 가짜야.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화려하고 멋진 이들로 넘쳐나는 이 시대에 어쩌면 나는 조연이 아닐까 하는. 아니 어쩌면 단역, 혹은 엑스트라는 아닐까. 예쁘고 멋있고 운동 잘하고 돈도 잘 버는, 누가 봐도 주인공 같은 사람들 밑을 잔잔하게 깔아주는 그런 존재.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는 소심함의 굴레에 빠지게 되고 만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영화 <프리 가이>는 게임 속 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게임 캐릭터 ‘가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실재하는 사람도 아니고 게임 속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니. 황당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게임 속 세상 ‘프리 시티’는 더 가관이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가상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 ‘프리 시티’에서는, 플레이어가 절도나 화재 등 범죄를 통해 레벨업을 하기 때문에 늘 사건 사고 투성이다. 이웃을 밀치고, 은행강도가 빈번히 발생하고, 건물은 붕괴되며, 누구나 총을 들고 돌아다닌다. 물론 자기가 게임 캐릭터인 줄도 모르는 ‘가이’는 자신이 발붙인 이 험한 세상이 가상 세계라는 것 역시 모르지만.
내가 배경이라고? 누구 맘대로?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게임 속 세상에서, 어느 날 ‘가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여성 ‘밀리’를 마주친 것이다. ‘밀리’에 홀려버린 ‘가이’는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 다니지만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한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알고 보니 그녀는 현실에도 존재하는 실제 플레이어이며, ‘가이’는 가상 세계에 접속한 플레이어들을 위해 그저 사물처럼 존재하는 NPC(Non-Player Character), 즉 배경 캐릭터라는 것이다.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가이는, 사실 자신이 사는 세상이 가짜인 데다, 심지어 자신도 플레이어가 아닌 프로그래밍 된 배경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충격에 휩싸인다. 그러나 문제는 더 있다.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의 대표가 곧 이 게임 서버를 폐쇄할 거라는 사실이다. 그 말은 곧, ‘가이’의 세상이 사라짐을 의미했다.
난 히어로가 될 거야, 내 의지로.
사실 ‘가이’에게 이 충격적 사실을 전해준 플레이어 ‘밀리’는 최초에 이 게임의 모태를 만든 사람이었다. 그녀는 동업자와 함께 만든 게임의 소스를 도용당했고,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프리 시티’ 게임에 접속해왔던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NPC에 불과했던 캐릭터 ‘가이’가 프로그래밍을 벗어나 스스로 학습하여 인공지능으로 발달하는 놀라운 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이었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그러나 그 경이로움도 잠시, 어쨌거나 곧 게임 ‘프리 시티’는 폐쇄될 예정이다. ‘프리 시티’에는 ‘가이’ 뿐 아니라 수많은 NPC들이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사라지는 걸 볼 수 없었던 ‘밀리’는 ‘가이’를 일깨우고, 그렇게 ‘가이’는 결심한다. 수동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라질 ‘프리 시티’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기로!
사실 우린 어디든 갈 수 있는 걸요
게임 속 화려한 세상을 구현하던 초반부에서는 사실 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현란한 장면들에 쉽게 피로를 느끼는 탓이다. 그러나 ‘가이’가 자신이 살던 세상을 지키고 선량한 배경 캐릭터들을 구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그 따뜻함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철저히 프로그래밍 되어 주어진 일상만을 반복하는 NPC들에게 ‘가이’는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고, 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카푸치노를 주문해도 되고, 저 바다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해도 되고,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될 권리가 당신들에게 있다고 말이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영화는 게임 속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우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기 쉬우니까. 잘하는 사람에 치여서, 예쁘고 멋진 이들에 기가 눌려서, 아니면 주변에서 자꾸만 나의 평범함을 각인시켜서 등등, 우리도 아주 많은 이유로 기꺼이 NPC가 되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가이’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더 멀리 보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지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 날 때부터 주인공이 어딨어! 우리 모두는 특별해! 그러니까 너의 삶을 성장시키고 확장해!”
여기는 누구나 주인공인 프리 라이프
마침내 ‘가이’가 수많은 배경 캐릭터들을 이끌고 새로운 세상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그들은 더 이상 플레이어들을 위한 배경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그들은 가고 싶은 곳에 갔고, 먹고 싶은 것을 먹었고, 학습하고 성장하고 확장하여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게임 세상은 훗날, 그 캐릭터들의 성장을 유저들이 지켜보는 형태의 게임 ‘프리 라이프’로 재탄생된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얼마나 멋진가! 누구도 백그라운드가 아닌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게임 세상이라니.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 하나씩 케이크를 먹는 소박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게임은 1도 모르지만 이 영화 재밌쩡
나는 사실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 한 번도 제대로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는지라, NPC니 오픈월드니 하는 용어에 대해 매우 취약했다. 그리고 아마도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게임과 담을 쌓고 살 가능성이 높겠다. 하지만 게임 속 세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우리 현실과 연결이 가능한 따뜻한 이야기, 누구나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제한 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천명하는 이 이야기는 너무도 각별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가이’가 들려준 따스한 메시지는, 오래오래 간직했다가 쭈글해질 때마다 필히 꺼내보아야지 싶다. “너는 너라서 특별한 거야, 하고 싶은 거 다 해”
글쓰는 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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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의 부활. 다시 한번 요동칠 준비를 마친 전반부
지옥 시즌2 (Hellbound 2, 2024)
뱀의 부활. 다시 한번 요동칠 준비를 마친 전반부
개봉일 : 2024.10.25. (NETFLIX 공개 예정)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 연상호
출연 :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임성재, 문소리, 문근영
개인적인 평점 : 3.5 / 5
*본 리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옥 시즌 2> 1-3회의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옥 시즌 1>은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초자연적인 재해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20년 전 고지를 받은 정진수 회장은 자신이 느낀 절망, 두려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그대로 선사하기 위해 재해와 공포를 엮은 거짓 교리를 전파하는 새진리회를 조직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두려움 앞에 바짝 엎드리고 순응하거나, 또는 저항하기도 하며 각자의 지옥을 살아간다.
시즌 1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지옥 시즌 2>는 앞서 쌓아둔 세계관에 누름돌을 올려 만든 더욱 밀도감 있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세상엔 어느 때보다 다양한 믿음과 종교 단체들이 넘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모두 공포가 팽배한 지옥을 살고 있다. 이런 불안한 세상 속에서 되살아난 정진수는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던 뱀처럼 간악한 혀를 뽐내며 다시 세력을 확보하려 한다. 그리고 정진수가 없는 사이에 세력을 늘린 화살촉,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진리회. 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소도까지. 각자의 교리를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이 동시에 충돌하기 시작하며 세상은 전에 없던 혼란으로 빠져든다.
1-3편만 감상한 시점이라 ‘지옥 시즌 2는 이렇다’라는 결론을 내리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이 시점에서도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거 칼을 갈고 나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김성철 배우의 설득력, 이전보다 커진 스케일과 액션이다.
앞서 누군가 연기했던 인물을 이어가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지고 나온 김성철 배우는 초장부터 눈을 번뜩이며 극 전반에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내리찍는다. 그리고 연한 눈물 자국과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오묘한 설득력을 싣고는 천천히 극을 장악해간다. 김성철 배우의 연기를 보고도 그가 정진수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비교적 일상적인 공간들이 많이 등장했던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화살촉 집회 현장, 소도의 새로운 본부 같은 비일상적이고 재밌는 공간들을 공개하며 세계관에 대한 상상력을 더욱 활짝 열어준다. 그리고 각 단체들이 세력을 키운 만큼 이들이 부딪히는 액션신 또한 이전보다 훨씬 본격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의 최근작인 <기생수: 더 그레이>를 보며 액션 연출이 훅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지옥 시즌 2>에서도 그 느낌을 한 번 더 받았다. 액션이 주가 되는 시리즈는 아니라 큰 액션신을 반복해서 보여주진 않지만 시선을 끌기엔 충분한 정도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有
신의 영역에서 사람의 영역으로
다시 한번 판을 뒤집을 정진수의 부활시즌 1이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신의 영역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사람의 영역 안에서 신의 힘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이들의 싸움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누가 더 먼저 상대의 입을 막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각 단체들은 심판과 공포를 자기 입맛에 맞춰 해석하고 이용하며 새로운 교리를 주장한다. 송소현, 배영재의 죽음은 아름다운 부모의 희생이 아닌 신에게 몸을 내던진 속죄 행위로 해석되고 죽어 마땅했던 죄인은 단숨에 단체를 대표할 캐릭터로 세탁된다.
세상에 가득 찬 모순은 모두를 지옥으로 이끈다. 개인이 개인의 죄를 묻고 진실을 모르는 자가 진실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길을 지키려던 단체인 소도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정진수 회장을 뿌리로 둔 두 단체 새진리회, 화살촉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한다.
아비규환이 된 세상, 구불구불한 뱀 같은 산길의 끝에서 정진수가 부활한다. 화살촉에 빠진 아내가 죽은 후 소도의 일원이 된 천세형은 3달 동안 정진수를 기다리다 마침내 그를 마주한다. 부활 후 산길을 헤매던 정진수는 천세형의 차에서 나오는 헤드라이트 아래서 그의 절을 받는다. 마치 신성한 존재가 탄생한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 이때 천세형은 정진수를 속이기 위해 절을 했지만 전반부가 끝나갈 때쯤엔 정진수의 혀에 속아 진심으로 그를 자신의 신으로 받들게 된다.
전 시즌에서 유일하게 신과 동일한 위치에서 추앙받던 정진수가 부활했다는 건 이 평범한 사람들의 싸움판을 한 번에 뒤집을만한 사건이 생겼다는 뜻이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도 여유롭게 “어쩌면 지금이 이 세상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라고 말하던 그의 머릿속에 어떤 계획이 들어있을지, 그의 계획이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된다.
과연 이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한 설득력 있는 후반부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빵빵하게 들어간 바람을 훅 빼버리는 난장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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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체어 (2021)
* 본 리뷰는 <더 체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더 체어 (2021)
출연: 산드라 오, 제이 듀플라스, 홀런드 테일러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공개일: 2021.08.20
방송 횟수: 6부작
유색인종 최초의 여성 학과장 '지윤'
미국의 명문 펨브로크 대학교의 영문학과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학과장이 된 '지윤(산드라 오)'. 부푼 마음을 껴안고 승진해 높은 자리에 앉았으나 그녀가 학과장이 된 것은 사실상 독이 든 성배를 손에 쥔 것과 다름 없었다. 영문학과는 수강생이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었고, 학장은 노년의 교수들을 잘라 비용 삭감을 하기 위해 지윤을 학과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지윤이 학과장이 된 직후부터 마치 예고했다는 듯이 사건사고가 시한폭탄처럼 터진다. 연인과 친구 사이를 애매하게 유지하는 동료 '빌(제이 듀플라스)'는 학생들의 영상 조작으로 인해 나치 신봉자가 되어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지윤이 한때 존경했던 노교수 '조앤(홀런드 테일러)'은 쫓겨나듯 학교 지하로 연구실을 강제로 옮기게 되면서 학교에 울분을 터뜨린다. 이와 같은 다양한 갈등의 요소들은 모두 지윤을 향해 화살을 돌리고, 학과장으로서 적응할 시간조차 없었던 지윤은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벅찬 상태다. 학과장이 된 '지윤'의 소소한 교내 에피소드와 승승장구 스토리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실상은 거지 같은 유리절벽을 마주한 그가 고군분투하며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긴박한 과정을 그린다.
독이 든 성배, 유리절벽에 내몰리다
명문대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학과장, 에밀리 디킨슨을 가르치는 영문학과의 한국계 미국인 교수. 한국인이라면 쉽게 끌릴 수밖에 없는 소재다. 인물의 신선한 설정을 통해 구태의연하고 낡아빠진 학과를 뜯어 고치는 개혁가의 모습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누가 오더라도 살릴 수 없을 정도로 기피 학과가 되어버린 영문학과의 문제를 모두 떠안기기 위해 유색인종 여성을 앉혔다는 점에서 <더 체어>는 '유리절벽'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사실 학과장이라는 자리는 비백인 여성 교수로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혹할 수 밖에 없는 제안이고, 대학 입장에서는 이를 빌미 삼아 학과의 문제를 쉽게 떠넘길 수 있다. 지윤이 학과장이 된 이후 중요한 책임은 모두 그에게 물으면서 학과장의 자율적인 권한은 학교 측에서 통제하려는 모습에서 그를 학과장에 발탁한 의도가 다분히 드러난다. 1화에서 지윤이 학과장실 의자에 앉자마자 의자가 부서진 것은 곧 학과장으로서의 그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는 사건이며 지윤을 벼랑 끝으로 모는 사건들이 연달아 찾아오며 그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든다. 유색인종 여성 교수의 성공사를 그린 것이 아닌 현실적인 고난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지윤의 모습들은 특히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려 K-돌잔치 문화까지 등장, 한국인만 느낄 수 있는 재미
주인공을 맡은 '산드라 오'는 극중 한국계 미국인 역할로 등장하는데, 배역명이 '김지윤'이라 캐릭터가 더욱이 한국적으로 느껴진다. 미국 드라마에서 한국의 문화를 표현하는 경우는 최근 들어 적잖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스테레오타입에 가까운 모습일 뿐 한국의 제대로 된 문화를 담아낸 작품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간간이 한국어를 쓰는 '산드라 오'부터 아예 한국말로만 대화하는 그의 아버지 '하비', 그리고 미드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K-돌잔치 문화와 한국인 아주머니들 특유의 뒷담화까지.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면, 만들어낼 수 없었을 디테일한 요소까지 반영하였다. 타 국가의 문화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내면서 현실 고증에도 충분한 신경을 기울였다는 게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으로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산드라 오'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을 담은 각본에도 추가적인 검증을 세세하게 거쳤을 것이라 본다.
몰락해가는 순수문학 학과의 현실
유색인종 여성 교수의 역경과 극복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스토리라면, 주인공 지윤을 비롯한 그의 주변 인물들, 즉 영문학과에 속한 교수들에 관한 이야기에 이차적으로 주목해볼만 하다. 영문학과의 위기는 다름 아닌 IT 기술의 중요성이 팽배해져 가는 시대에 순수문학 학과가 겪고 있는 몰락의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송합니다'로 알려져 있는 문과생들의 취업난은 이미 현실이 된 지 오래이고, 당연히 이들은 순수문학을 학문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데 큰 관심이 없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노년의 교수와 젊은 교수들 간의 강의 방식에 차이를 일으키고 , 학문을 향해 상이한 견해를 가지게 됨으로써 또 한 번의 갈등 관계를 만든다. <더 체어>는 이와 같은 순수문학을 다루는 학과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기보다는 해당 교수진들의 고민과 갈등들을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주인공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
간결하고 빠른 호흡, 적절한 유머
<더 체어>는 한 회당 30분 정도 되는 분량이 6회차까지 이어지는 드라마인데, 호흡이 짧고 전개가 빠르며 사건의 발단과 갈등의 심화까지의 과정들이 휙휙 지나간다. 사회적으로 꽤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시트콤적인 연출과 이색적인 한국식 유머를 더하며 무겁지 않게 해당 소재들을 담았다. '산드라 오' 특유의 단단하고 고혹적인 저음 보이스는 학과장 역할과 상성을 일으키며 티격태격하는 딸 '주주'와의 관계도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그리고 다양한 갈등이 오가는 속에 백인 노교수 '조앤', 젊은 흑인 교수 '야즈', 그리고 동양인 학과장 '지윤' 세 사람만큼은 서로를 존중하고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끈끈한 유대감 또한 느껴진다. 짧은 분량의 작품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결말이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메이저한 소재의 작품이 아님에도 가볍고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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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 아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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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묵묵히 '물방울'만을 그리며 물방울 작가로 사랑받은 화가 김창열
침묵과 고독으로 가득한 그의 세상에는 기묘한 균열이 존재한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같은 예술가인 '인간 김창열'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아들은 그리움의 시간을 살다 간
그의 삶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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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경관의 피> 메인 예고편
본격적으로 경관의 피 수혈 시작! 쫀쫀한 긴장감 X 폭발하는 수트핏 (그리고 내 심장❤) [경관의 피]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