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4-10-01 10:28:43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가족 이야기, 영화 <위국일기>
영화 <위국일기> 리뷰
<위국일기(違国日記)>는 갑작스럽게 함께 살게 된 이모와 조카가 서로를 이해하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일본 영화입니다. 소설가 마키오는 소식을 끊고 지내던 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고아가 된 조카 아사를 두고 ‘버려진 대야 같은 신세’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모습을 본 마키오는 충동적으로 아사를 맡기로 결심합니다.
‘위국일기(違国日記)’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긋난 나라의 일기’입니다. 이 제목은 이모와 조카의 태생적 거리감과 서로의 성격과 생활방식이 달라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두 사람이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같은 제목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가족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차분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주연을 맡은 아라가키 유이(이모 역)와 하야세 이코이(조카 역), 카호(이모 친구 역)의 섬세한 연기는 마치 그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 역시 이들의 일상을 조용히 담아냅니다.
씨네랩의 영화 크리에이터로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받아 좋은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위국일기>는 일상 속에서 각자가 품고 있는 외로움과 상처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모와 조카의 복잡한 감정선과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담아낸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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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의 꿈도 현실도 따뜻하게 품는 <미나리>
캘리포니아를 떠나 미국 아칸소로 이사한 '제이콥(스티브 연)'과 '모니카(한예리)' 부부. 공장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 것에 학을 뗀 제이콥은 공장일과는 별개로 바퀴 달린 집에 딸린 농장에서 한국 농산물을 길러 팔겠다는 꿈을 실행에 옮긴다. 반면 처음부터 여건이 좋은 대도시를 떠나 농장을 하겠다는 남편의 선택을 탐탁지 않아하던 모니카는 자신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이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을 위해 엄마 '순자(윤여정)'를 집으로 부른다. 그러나 순자가 도착한 후 농사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제이곱과 모니카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앤과 데이빗도 좀처럼 순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데이빗네 가족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다.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거대한 불평등(Great Divide)' 출간 당시 “선진국 중 미국은 소득불평등 수준이 가장 높고 경제적 신분 상승을 위한 공평한 기회가 최악인 나라 중 하나가 됐다”라고 비판했다. “가면 갈수록 많은 미국인들이 경제적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딛고 올라서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미국의 정체성이기도 한 '아메리칸 드림'이 이제 무의미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티글리츠 교수의 비판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어의 비중이 50%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이견의 여지없이 미국 영화임을 확인해 준다. 한국 이민자 1세대 가족의 일상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의 이상과 희망을 스크린에 불러오면서도 그 꿈의 아픈 현실까지 끌어안는, 지극히 미국적인 감성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정겹다. 정이삭 감독의 유년기 시절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 차 뒷자리에 탄 데이빗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오프닝도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사실 분위기와 별개로 작중 데이빗네 가족은 그들의 관계와 생활기반에 위협을 느낄 만한 사건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데이빗의 시점과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영화는 햇빛을 받은 파도치지 않는 바다처럼 따뜻하게 빛난다.
이러한 영화의 스탠스는 제이콥과 모니카가 이사 직후 말싸움을 벌이는 순간에도 뚜렷이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부부의 갈등은 마지막까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중심을 잡아주는 핵심적인 구도다. 그런데 영화는 둘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굳이 열심히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부부가 부엌에서 말다툼을 시작하는 순간 카메라는 돌연 방에 들어가 있는 앤과 데이빗의 모습을 비춘다. 울리는 부부의 목소리를 통해 말다툼의 내용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며 현실과 적당한 거리감을 둔다.
그러다 보니 흔한 악역 하나 등장하지 않은 채 가족들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로만 내용을 구성하는 의외의 선택을 해도 영화는 어색함이 없다. 부부간의 다툼보다 순자와 데이빗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도, 일꾼 폴과 같은 주변 이웃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흔히 볼 법한 인종 차별 문제가 등장하지 않아도 이들의 이민 적응기는 미소를 품고 보게 만드는 흡입력을 갖는다. 책임을 도맡는 아버지와 모든 불안을 어떻게는 받아내는 강인한 어머니라는 다소 전형적인 인물상도,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도 진부함보다는 공감을 위한 보편성에 한 발짝 더 가깝다. 그렇게 영화는 큰 굴곡 없이 소소하게 흘러가는, 이민 가족이 써 내려가는 한 편의 동화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미나리>가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을 좋은 추억으로만 덮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 판매장 앞에서 두 부부가 벌이는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가족이 함께 건강하게 지내는 것보다도 농사를 짓고 판매처를 확보하는 게 더 우선인 듯한 제이콥에게 모니카는 믿음이 사라졌다며 차갑게 화를 낸다. 이는 힘겨운 이민 생활에 먼저 순응하고 교회처럼 눈에 보이는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일상을 이루려는 사람과 이민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 개인의 성취 안에서 일상을 회복하려는 사람 사이의 대립이다. 곧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에 충실하려는 이와 아메리칸 드림의 이상에 헌신하는 이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모든 미국의 이민자들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이자 역사이고, <미나리>가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 영화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때 영화는 부부간의 다툼을 아이들의 시점에서 보여주었던 초반부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제이콥과 모니카가 싸울 때 아이들의 시선, 아이들의 존재는 카메라 밖으로 밀려나 버리고, 영화 전반을 감싸던 동화적 분위기도 자취를 감춘다. 그 결과 중간중간 공장 동료나 이웃들의 말을 통해 암시되어 있던 한인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소문, 한인 사회 안에서의 갈등과 대립, 인종차별의 흔적을 포함한 현실의 어두움이 창고를 집어삼키는 불길처럼 뛰쳐나온다. 아이들은 듣지 못하도록 배려했던 어른들의 현실이 한 데 응축되어 폭발하고, 이민 가족의 현실이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한순간 드러나는 임팩트는 더욱 강렬해진다. 이처럼 잔잔한 바다는 순간적으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성난 바다로 돌변한다.
사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현실의 갈등, 아픔, 상처를 그려내는 것은 자칫 영화 내용과 분위기 사이에 괴리가 생길 위험성을 내포한다. <미나리>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갑작스럽게 전환시키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순자의 존재 덕분에 <미나리>는 내용과 분위기 사이의 간극을 유려하게 이어 붙이는 데 성공한다. 순자는 보따리 안에 싸온 짐들을 통해 자칫 무너질 법한 가족의 관계, 현실에서 부딪히고 열패감에 무너질 뻔했던 가족의 일원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이때 가장 빛나는 것은 당연 영화의 제목인 미나리다. 영화는 물을 정화시키고, 생명력이 강하며, 한국적인 특유의 향을 내는 미나리의 특징을 스토리텔링에 영리하게 써먹는다.
우선 물을 정화하는 미나리는 가족이 해체될 뻔한 위기를 막는다. 작중 가족의 갈등은 물로 표현된다. 제이콥과 모니카의 대립은 폭풍우로 인해 새 집에서 물이 샐 때 처음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우물의 물이 마르자 수돗물을 농수로 돌린 결과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그 둘 사이의, 이민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이때 데이빗네 가족은 이때 순자의 미나리가 정화한 냇가의 물을 덕분에 물 부족을 버텨낸다. 또한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는 데이빗과 나머지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설사 큰 농장에서 관리받는 농작물처럼 대도시에서 한인 사회에 동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야생의 냇가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역경을 이기고 원하는 꿈을 향해 한 발짝을 더 내딛는다.
다른 채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나리 특유의 향은 순자가 가져온 한국적인 선물들과 더해져 가족들이 미국 땅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향수병에 걸린 듯 보이던 모니카에게는 멸치와 고춧가루를 주며 위안을, 데이빗에게는 한약과 함께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을 건넨다. 또 화투는 데이빗이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할 때 사용되며, 그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두 가지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지어 순자 본인도 제이콥과 모니카가 화해하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처럼 미나리를 비롯한 다양한 모습으로 치유제와 접착제로서 역할을 다하는 순자를 보다 보면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가 자연히 납득된다.
미국은 그 시작부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다. 그래서 흔히 미국 사회를 설명하는 단어로 샐러드볼을 많이 거론한다. 수많은 인종과 문화라는 채소들은 미국이라는 그릇 안에서 뒤섞이면서도 각각의 고유한 맛과 향을 잃지 않는 사회가 미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채소도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온, 기어코 살아남은 미나리도 역시 미국이라는 샐러드의 한 재료로서 따로 또 같이 존재할 따름이다.
<미나리>는 빈 땅을 개척해 성공을 일구려는 꿈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영화다. 한국어와 한국인 배우가 나오고,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기저에서는 미국 땅을 밟고 있는 이들이 오랜 기간 보편적으로 공유해온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목적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적인 맛과 향,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하더라도 <미나리>는 미국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일 수밖에 없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아픈 현실을 감싸 안는 따뜻한 가족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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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달달해지는 로맨스 영화 -7-
❣️[CineLab Curation] ❣️
이번 주 씨네랩의 뉴스레터 씨네-뉴스에서는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달달한 로맨스 영화를 준비해 봤어요!
우리 모두 혈당 스파이크 조심해야 하니까..
초콜렛 대신 씨네랩이 준비한 영화와 함께 달달한 발렌타인 데이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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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 지난 멜로, 음악이 살리네!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여자와 고교 시절 패싸움에 휘말려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 <사일런트 러브>는 사는 환경과 신분, 처지가 달라도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면서 가까워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정통 멜로를 복원한다. 이 설정이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고, 또는 과거의 멜로 스타일이기 때문에 새로워 보일 수 있는데, 영화는 아쉽게도 전자에 가깝다.
한 음악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아오이(야마다 료스케)는 옥상 작업 도중, 자살 하려는 여학생을 구한다. 여자의 이름은 미카(하마베 미나미).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손도 아파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 고교 시절 목을 다쳐 소리를 낼 수 없는 그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미카는 폐강당에 있는 피아노로 연주 연습을 하려하고, 아오이는 열쇠가 가져와 강당 문을 열어주고 창밖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연주 소리를 듣는다. 이후 미카는 자신을 도와주는 아오이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런 미카를 마음에 둔 아오이는 그녀가 시력을 되찾을 때까지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사일런트 러브>를 끌고 나가는 주제는 ‘사랑의 힘’이다. 아오이와 미카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신체적, 정신적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 상황에 부닥친 사람만이 그 아픔을 알 수 있듯이, 목소리를 잃은 아오이는 시각을 잃은 미카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그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시작은 사랑이라기 보단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그녀가 이뤄졌으면하는 바람에 있다.
과거 패싸움에 휘말려 목을 다친 후, 그의 삶은 피폐해졌다. 목소리를 잃은 후, 삶의 목표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투명 인간처럼 청소부로 지내며, 하루를 살아가는 그는 인생의 실패자처럼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미카를 보게 되었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도와준다. 그 마음은 순수한 사랑으로 번져간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손의 활용이다. 감독은 주인공들의 손을 중요하게 잡는데, 아오이와 미카의 커뮤니케이션은 손으로 이뤄진다. 미카의 질문에 맞춰 아오이는 피아노 건반을 치듯 그녀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친다.
아오이의 손은 청소부와 과거 살인을 저질렀던 전과범이라는 설정이 입혀져 더럽다는 이미지가 씌워져 있고, 미카의 손은 아름다운 피아노를 연주하는 설정으로 고귀함이 씌워져 있다. 이들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손이 중요한 관계를 맺게 하는 중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미카 앞에서 아오이의 손은 더 이상 더럽고 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고 이끌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극 중 이들과 삼각관계로 이어지는 기타무라(노무라 슈헤이)의 손도 중요하게 잡는데, 부와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모두 가진 그의 손은 도박장에서 더 현란히 움직인다.
이렇듯 영화는 진정한 사랑은 사회적 신분과 편견을 뛰어넘어 사람이 가진 그 마음을 알아보는 순간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사랑 이야기는 고루하게 느껴진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은 너무 느리고, 사랑의 감정도 느릿하게 다가온다. 속도감만이 문제는 아니다.
아오이와 미카의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삼각관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카가 아오이를 피아노 전공자로 오해하고 연주를 들려달라는 말에, 우연히 피아노를 치던 기타무라에게 돈을 주고 대신 피아노를 쳐달라고 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얽힌다. 아무리 눈이 보이지 않아도 아오이가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음에도 중반부 이후까지 이를 모르는 미카가 답답해 보이고, 이를 실토하지 않는 아오이도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을 들게 한다. 이런 설정이 관객으로 하여금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후반부 큰 사건이 벌어진 후 이어지는 스토리가 잘 붙지 않는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하마베 미나미, 야마다 료스케의 연기일 것이다. 두 청춘스타의 멜로 영화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는 피상적으로만 활용한 듯 보인다.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지만 최근 힘든 상황에 놓은 젊은이들의 초상이 이들의 얼굴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들이 연기한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좀처럼 현실에 안착하지 못하고, 과거 스타일에 안착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영화의 매력을 살리는 건 음악이다. 대다수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가 만든 음악은 제목처럼 말보단 침묵이 더 긴 주인공들의 감정을 깊고 넓게 보여준다. 마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을 피아노 등의 선율로 보여주는 히사이시 조의 대단함은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일본 록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의 ‘Nachtmusik’이 엔딩곡으로 사용되며 그 감흥을 더 살린다. 영화를 보다 고루함이 느껴진다면 눈을 감고 음악에 심취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사진 제공: 미디어 캐슬
평점: 2.5 / 5.0
한줄평: 철지난 멜로, 음악이 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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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매치업] <레토> VS <비긴 어게인>
- [무비 매치업 Movie Match-Up]:
[무비 매치업]에서는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비슷하지 않은 듯 비슷한 두 영화 혹은 어디를 하나 보더라도 완전히 다른 두 영화를 비교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러한 두 영화가 갖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여 그 속에 숨겨진 의미까지 낱낱히 파헤쳐 본다.어느 여름, 해가 지고 익숙한 도시를 거닐 때에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온다.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니 그 곳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누군가가 서 있다. 푸른 눈의 남자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장발의 한 남자, 오합지졸의 밴드 사이에서 웃고 있는 한 여자. 그 시간에 그 곳에 있어서 일까. 이들의 노래는 내가 평소에 들었던 무언가와는 유독 다르게 느껴진다. 이번 [무비 매치업]에서는 다른 시간과 다른 도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그리고 영화에 담긴, 시간과 도시의 이야기. 그것을 하나로 이끌고 채우는 음악을 중심으로 글을 준비했다. 지금부터 완전히 달라 보이는 음악 영화 두 편 <레토>와 <비긴 어게인>에 담긴 특별한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레토 Лето>
#여름과 영화- 영화: 레토 (2018)
-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 출연진: 유태오, 로만 빌릭,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外1980년대 초 소련의 한 해변, 기타를 멘 두 남자가 즐거워 보이는 젊은 무리로 향한다. 두 남자의 이름은 ‘료나 (필리프 아브데예프 分)’와 ‘빅토르 (유태오 分)’. 그들은 ‘펑크’의 소개를 받고 왔다며 유명 락밴드 ‘주파르크’의 멤버 ‘마이크 (로만 빌릭 分)’와 그의 무리에게 자신들을 소개한다. 처음보는 그들에게 던져지는 조롱 섞인 농담들. 그러나 빅토르와 료나의 짧은 노래는 금새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어느덧 완전히 섞인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빅토르와 마이크의 아내 ‘나탈리야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分)’는 남다른 눈빛을 주고 받는다.새로운 밴드의 재능에 반한 마이크는 그들에게 ‘가린과 쌍곡선’이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그렇게 가린과 쌍곡선의 친구이자 든든한 후원자가 된 마이크. 가린과 쌍곡선의 공연이 ‘레닌그라드 록 클럽’에서 열리도록 담당자를 설득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이크의 도움과는 별개로, 빅토르와 마이크가 갖는 음악적 지향점은 점점 더 극과 극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나탈리야와 빅토르의 가까워진 관계는 마이크의 신경을 조금씩 건드린다.어느덧 공연 날, 주파르크의 무대 바로 다음 순서로 가린과 쌍곡선이 올라온다. 그러나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신생 밴드의 연주에 관객들의 반응은 좋지 못하다. 보다 못한 마이크는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무대에 올라와 그들과 함께 연주한다. 그렇게 공연을 무사히 마쳤지만, 나탈리야가 바라보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빅토르임을 알게 된 마이크는 약속이 있는 척, 그들을 두고 자리를 비킨다.그날 밤, 마이크와 나탈리아 부부의 아파트에는 마이크 대신, 빅토르가 머물게 된다. 그렇게 누구도 막지 않는 빅토르와 나탈리야의 관계는 점점 더 끝을 향해 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장애물이 없으니, 죄책감도 쉽게 몰려온 것일까. 나탈리야는 빅토르를 보는 것도 안 보는 것도 힘들며 마이크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빅토르 역시 그녀의 이야기에 수긍하며 짧지 않았던 그들은 서로를 보내준다.시간이 지나, 가린과 쌍곡선은 레토가 되었고, 하락세인 마이크의 인기와 반대로 빅토르는 소련의 슈퍼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빅토르는 나탈리야를 찾아와 자신의 공연에 초대한다. 밤이 된 레닌그라드 록 클럽,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은 가득 찼다. 그러나 왜인지 노래를 시작하지 않는 빅토르. 그 순간, 손을 잡고 들어오는 마이크와 나탈리야. 그들을 본 빅토르는 노래를 시작하며, 영화는 끝난다.#억압과 자유"날 건드리지 마 폭발 직전이니까"<'Psycho Killer'>
- Alexander Gorchilin & GSH
-원곡: 토킹 헤즈 Talking Heads
https://www.youtube.com/watch?v=uN2s_aLQn28레토의 시간은 억압과 자유의 시간이다. 종교가 고난과 핍박 속에서 만개하듯, 음악도 그러했다.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초 소련은 냉전 시기가 한창이었고, 많은 소련 국민들에게 록 음악은 자본주의에 찌든 부르주아적이고 부패한 적국의 음악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저물어가는 전세계적인 흐름에서도 여전히 피와 투쟁만을 외치는 사람들. 그 외침에 평생을 시달린 것은 소련의 젊은이들이었다.그런 그들을 매료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적국의 록 음악이었다. 그러나 ‘레닌그라드 록 클럽’에서 노래하는 젊은 밴드들의 집에는 ‘AC/DC’, ‘데이비드 보위’, ‘티렉스 와 같은 록과 펑크 가수들의 LP판이 가득했고 이러한 흐름은 소련의 다른 젊은이들에게도 해당되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욕망에 대한 가감 없는 표출, 자유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었다. 기존에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주제와 이야기는 ‘소비에트 록’ 더 나아가, ‘레닌그라드 록’을 탄생시켰다.#레닌그라드와 음악영화는 1980년 초, 소련의 ‘레닌그라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록 음악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는 레닌그라드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 등장한다. 흑백의 화면 속에서도 인물들은 레닌그라드 안에서 강하게 숨쉬며 살아간다."혜성이 오고 있다고, 여름"<바닷가- 'Summer'>
- Zveri춤추고 노래하는 젊은이들과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가. 이 곳은 아마 레닌그라드의 주변 도시인 ‘세스트로레츠’의 바닷가일 것이다. 이 해변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여름’이다. 영화의 테마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영화 초반, 빅토르를 만나기 전 바닷가에서 마이크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이다. 영화의 제목임과 동시에 노래의 제목, 그리고 여름을 의미하는 단어인 ‘레토’는 노래 내내 반복된다. 춤추는 젊은이들과 마이크의 웃음, 그리고 그의 연인 나탈리야까지. 빅토르는 분명 주인공이며 그의 삶은 아름다워 보인다.하지만 노래가 끝나고 빅토르가 등장하자마자, 영화와 인물들 모두의 초점은 빅토르에게 맞춰진다. 심지어 그녀의 연인 나탈리야까지도. 마이크의 삶에 빅토르는 친구이자 경쟁자가 되었고 마이크의 삶은 예전처럼 즐거울 수는 없게 된다. 바닷가와 노래 ‘여름’은 마이크의 뜨거웠던 마지막 행복을 의미한다. 아무런 걱정이나 불안 없이, 음악적으로나 사랑으로나 완벽했던.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고 춤추며 노래하던 그의 자유롭고 즐거웠던 삶을 상징하는 것이다."나는 승객. 차를 타고 또 타고"<도로- 'Passenger'>
-Anton Sevidov
-원곡: Iggy Pop
https://youtu.be/yRfZ4hvI4DU?si=1PbD00qI7JfY6Kn4상점에서 유명 가수들의 앨범 그림을 팔고 있는 빅토르. 그리고 그를 찾아온 나탈리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탈리야는 마이크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줘야 한다며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그러자 함께 가자는 빅토르. 마이크가 좋아하는 커피를 가져다주기 위해 커피잔까지 구해, 마이크의 직장으로 가는 그들.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너무나 즐거워보인다. 이들의 목적이 마이크를 위한 것인지 아닌지 그들을 위한 것인지 잠시 까먹을 정도이다. 빅토르와 나탈리야가 버스에 타자 ‘이기 팝’의 ‘Passenger’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옆에 있는 노신사가 노래를 부른다.빅토르와 나탈리야를 빼고 일제히 노래를 부르는 승객들. 정거장을 놓쳤다는 빅토르의 말에도 승객들은 차에서 내리지 말고, 우리는 승객이 되어야 한다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자 버스의 윗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버리는 빅토르. 버스 위를 사뿐 사뿐 밟고, 다시 내려와 버스의 앞문을 열어버린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시민의 말을 뒤로 한 채 빅토르와 나탈리야는 버스에서 내려, 자신들만의 길을 간다. 인형처럼 우리는 승객일 뿐이라고 노래하는 버스의 승객들. 그들은 그들만의 의지를 상실하고 조종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승객들과는 대조적으로, 목표를 위해서라면 없던 길과 문까지 만드는 빅토르와 나탈리야. 금기의 사랑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자유와 주체성이 노래와 비교되며 강조된다."이렇게 완벽한 날, 계속 곁에 있어줘요"<거리- 'Perfect day'>
-Elena Koreneva, Anton Sevidov
-원곡: Lou Reed
https://youtu.be/sp9dFJlmgOI?si=SRN2K3gIsY-o36VA나탈리야가 가져온 커피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씁쓸함, 몰래 토마토를 나눠먹는 빅토르와 나탈리야의 웃음은 마이크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점점 시려오는 마이크의 마음. 여름의 뜨거운 열기마저 마이크의 마음에 따뜻함을 가져오지 못했다. 가린과 쌍곡선의 첫 공연이 끝나고, 마이크는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나타샤에게 먼저 들어가라 말한다. 자신이 없는 자리에 빅토르가 있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마이크는 친구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그저 비 오는 밤, 전화 부스에 서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려고 그 곳에 서 있었던 것일까. 그는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전화를 걸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여인에게 자리를 내준다. 동전을 빌려달라는 여인의 말에 동전까지 건네주는 마이크. 여인에게 향한 그의 조건 없는 베풂은 마치, 빅토르에 대한 그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는 듯하다. 물론,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사랑하는 애인마저 빼앗겼지만 말이다. 노인은 마이크를 향해 노래한다. 이렇게 완벽한 날, 내 곁에 있어달라고, 그러나 마이크는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다. 그에게 이 날은 완벽한 날도 아니었으며, 곁에 있어달라고 말할 누군가도 없기에."난 알아 내 나무가 이 도시에서 죽는다는 걸."<레닌그라드 록 클럽-‘ 'The Tree’>
-Petr Pogodaev, Petr Tishkov, Zveri
https://youtu.be/wNuBq5dmFVo?si=0MvK7yt3xaW1tY7V빅토르와 그의 밴드는 자신들이 처음 공연했던 그 곳, 자신들이 탄생했던 그 곳 ‘레닌그라드 록 클럽’으로 돌아온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키노 (Кино)’라는 이름을 달고 말이다. 그들의 인기는 레닌그라드를 넘어 소련 전체에서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빅토르의 잊지 않았다. 그를 있게 해준 그 도시, 그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도시, 레닌그라드를 말이다.수많은 도시와 휘황찬란한 공연장을 가봤을 그이지만, 초라해 보이는 레닌그라드 록 클럽이 갖는 의미는 그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관중들, 그러나 그가 찾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 마이크와 나탈리야. 결국 오지 않는 그들을 뒤로하고 노래를 시작하려는 그 때, 손을 맞잡은 마이크와 나탈리야가 들어온다. 세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기에 서로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제야 빅토르는 노래한다. 그의 나무는 이 도시에서 죽을 것이라고.#다시 돌아올거야
"이 여름도 곧 끝이 나겠지"<'Summer Will Be Over Soon'>
-KINO영화는 고려인 출신 소련의 슈퍼스타 록 가수 ‘빅토르 초이’의 전기영화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영화는 빅토르 한 명이 아닌, 두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 인물은 빅토르, 그리고 마이크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지지하는 동료 사이에서 갖는 그의 개인적 고뇌는 레토의 또 다른 핵심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마이크 (마이크 나우멘코)는 빅토르가 1991년 사망하고, 바로 1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그는 생애 후반, 빅토르에게 인기를 상당 부분 넘겨주게 되지만, 마이크 역시 훌륭한 재능이었고 당대를 빛낸 스타였다. 이처럼 짧은 시기, 두 재능을 잃은 소련의 음악계는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음악적 지향점이나, 사상적으로나, 그리고 사랑이나, 끊임없이 엇갈렸던 빅토르와 마이크의 대립은 영화 내내 흥미진진한 요소였다. 그들은 자유를 이야기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자유는 달랐다. 정면돌파를 통해 쟁취한 완전한 자유를 원하는 빅토르와, 주변을 챙기고 돌아보며 모두와 함께 자유로워지기를 원했던 마이크. 그들의 미묘한 차이는 작품에서 느껴진다.<레토>는 흑백영화이지만, 다양한 편집과 연출들로 보는 재미가 있다. 중요한 장면 속 노래들과 등장하는 뮤직비디오와 같은 연출. 거기서 오는 펑키한 편집과 흑백 배경과 대조되어 더욱 튀는 갖가지 색들. 꿈과 상상처럼 표현한 자유에 대한 욕구. 그리고 이러한 욕구가 불러일으킨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리마인드시키는 ‘회의론자’라는 이름의 관찰자 캐릭터. 이것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연극, 광고 아니면 또 다른 작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이처럼 레토에서만 볼 수 있는 재치 있고 세련된 요소들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눈부신 재능에서 온 것이다. 가진 것 없던 이방인이 거둔 꿈만 같은 성공과 짧지만 강렬했던 삶. 영화라는 의미의 러시아어 ‘키노’처럼 참 영화 같은 이야기이다. 여름은 끝이 났지만, 다시 찾아온다. 뜨거웠던 그때 그 여름처럼 잊혀지지 않고 찾아올 영화 ‘레토’였다.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젊음과 희망- 영화 : 비긴 어게인 (2014)
- 감독 : 존 카니
- 출연진 :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르빈 外뉴욕의 한 바, 그 곳에서 ‘그레타 (키이라 나이틀리 分)’가 노래를 부른다. 모두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오직 한 사람 ‘댄 (마크 러팔로 分)’만이 숨겨진 재능을 알아본다. 그레타에게 다가가 자신이 유명한 프로듀서라고 소개하는 댄. 그러나, 볼품 없고 허세 부리는 듯한 그의 모습은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댄의 끈질긴 설득으로 그레타는 결국 앨범을 만들기로 한다. 사실 그레타와 댄은 비슷한 처지였다.남자친구 ‘데이브 (에덤 르빈 分)’를 따라 뉴욕에 오게 된 그레타. 그레타처럼 무명 가수였던 데이브는 그의 노래가 영화에 삽입되며 한 순간에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평생을 행복할 것 같았던 그들. 그러나 데이브가 LA 출장을 다녀왔고 자신이 만든 노래 “A Higher Place”를 들려준다. 그 노래를 듣자마자, 그레타는 데이브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결국 그들은 이별한다. 성공한 음악 프로듀서였던 댄 역시도 아내 ‘미리엄 (캐서린 키너 分)’의 불륜으로 결국 이혼하고, 딸의 양육권 문제까지 앓고 있는 그야말로 나락에 떨어진 상태였다.이러한 절망 속에서도, 댄과 그레타는 다시 희망을 가지고 앨범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앨범의 컨셉은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뉴욕을 돌아다니며 야외녹음을 하는 것이었다. 앨범을 만들면서, 댄은 그의 딸 ‘바이올렛 (헤일리 스테인펠드 分)’와 화해했고, 그레타 역시 과거를 잊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었다. 그들의 앨범은 뛰어난 완성도로 큰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댄과 그레타는 점점 가까워졌지만 더 나아가지 않고, 그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짧은 포옹을 끝으로 헤어진다.시간이 지나, 그레타의 노래를 들은 데이브. 그는 그녀에게 사과하며 공연장에 찾아와달라 부탁하게 된다. 고민을 하다 데이브의 공연장에 간 그녀. 공연에서 데이브는 그레타를 바라보며 그녀가 선물해준 ‘Lost Stars’를 원곡의 버전으로 부르지만, 이내 대중들이 좋아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꿔 부르게 된다. 그 모습을 지켜 본 그레타는 결국, 공연장을 떠난다. 그리고 그레타는 댄과 보낸 시간의 상징인 듀얼잭을 돌려주며 그동안의 시간을 정리한다. 댄은 이 듀얼잭을 통해 아내, 미리엄과 다시 화해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댄의 아파트에 찾아온 그레타. 그녀는 앨범을 인터넷에 올리고 싶다고 말하고, 그 결정을 댄은 존중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찬란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실패와 도전
"우린 길 잃은 별인가요"<'Lost Stars'>
-Keira Knightley
https://youtu.be/3RPkTAMNvSY?si=CdfSlP0DYHz84n6U<레토>의 시간이 억압과 자유의 시간이라면, <비긴 어게인>의 시간은 실패와 도전의 시간이다. 연인과 꿈 모두를 잃고 떠나려던 그레타에게 댄은 거칠지만 진심이 담긴 손을 내밀었다. 댄이 데이타에게 향했을 때, 그들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댄이 먼저 손을 건넸을 뿐, 그레타가 용기를 내어 그 손을 잡아주었기에 그들은 함께 할 수 있었다. 서로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은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고 누구보다 서로를 위했다. 가장 뜨거웠던 사랑을 잃어버렸던 그레타와 댄. 그들은 사랑과 함께, 꿈과 희망마저 잃어버렸다. 완전히 추락해버렸고, 그들의 인생에 있어 새로운 도전은 불가능해 보였다.그러나 그들은 음악을 통해, 그리고 서로를 통해 위로 받았고 도전했다. 길 잃은 두 별은 어둠 속에서 다시 용기를 내었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들은 다른 별들과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가시밭길을 지나자, 새로운 길이 보였다. 두려움과 괴로움으로 주저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함께하는 별이 그 여정동안 함께 빛나주었기에 그들은 그 곳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무엇보다 밝게 빛났다.#뉴욕과 음악
비긴 어게인은 음악 영화이기도 하지만, 음악과 함께 뉴욕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레타와 댄은 자연스러운 뉴욕의 소리를 앨범에 담기 위해, 골목과 차도, 건물 옥상 등 다양한 곳에서 녹음을 진행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뉴욕의 모든 것을 담은 앨범, 그리고 영화는 특별했다."마지막 한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었나."<바- 'A Step You Can’t Take Back'>
-Keira Knightley
https://youtu.be/--byHxoPRwQ?si=cclo6k6O9utkl2pp그레타와 댄이 처음 만난 뉴욕의 작은 바는 모든 것들의 시작이었다.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댄. 그런 그에게 들려오는 그레타의 노래. 통기타 하나를연주하며 진솔하게 노래하는 그녀는 댄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댄에게는 그녀의 뒤에서 저절로 연주되는 악기들이 보였다. 그녀에게 조금의 도움만 있다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도들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함께 앨범을 만들자고.댄의 허름한 모습을 보고 프로듀서가 맞는지 의심하며, 무례하게 말하기 시작하는 그레타. 하지만 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의 집착에 가까운 제안에 그레타는 결국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그들의 음악색은 영 맞지 않는다. 그레타는 음악성을, 댄은 대중성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인연은 성사되지 못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는 길만 달랐지, 결국 댄과 그레타의 진정성은 같았다.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 그들은 다시 만났고, 정말 마지막이 될 한걸음을 내딛었다."내 인생도 이제 풀리기 시작했거든."<골목 -' Coming Up Roses'>
-Keira Knightley
https://youtu.be/K6wiDpf5ogk?si=oPCbIWv3Tu41BNNf다양한 곳에서 밴드의 구성원들을 모아온 댄과 그레타. 그들은 뉴욕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잘 담기 위해, 여러 장소를 찾아다녔다. 그들이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뉴욕의 한 골목, 쓰레기통과 낙서 가득한 벽 옆에 그들은 악기를 설치했다. 댄과 그레타의 절실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농구를 하며 놀고 있는 아이들. 댄은 그 아이들의 목소리까지, 모두 음악에 사용하기로 한다. 이 모든 소음이 하나의 음악이 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고함 소리 모두 음악에 고스란히 들려온다. 그러나 그레타가 노래를 시작하고,내 인생도 이제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하자, 걱정거리였던 소음들은 모두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노래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순탄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그레타와 댄을 괴롭히던 걱정거리와 고민거리들. 이것들은 골목의 소음들과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했을 때의 소음은 그들을 무너지게 할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악기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하니, 소음은 그저 그레타와 댄이라는 사람을 더 다채롭게 해주는 것들이 되었다."그대여, 돌아갈 건지 말해줘."<옥상-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Keira Knightley
https://youtu.be/Tk1G5DVWRp8?si=DjosSlx3JhPxaagX골목에서의 녹음을 끝낸 그들의 다음 장소는 건물의 옥상이었다. 엠파이어 빌딩이 보이는 높은 건물. 밤이 되자 그들이 준비한 조명이 반짝였다. 이번 녹음에는 특별한 이가 함께했다. 바로 댄의 딸 바이올렛이다. 준비가 되면 시작하라며 긴장을 풀어주는 아빠, 댄. 댄도 이 날은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다. 노래가 시작되자, 천천히 일어나 무대로 나오는 바이올렛. 딸이 연주하는 리드 기타와 아빠가 연주하는 베이스 기타.오해와 갈등을 끝내고 완전히 하나가 된 이들의 모습은 영화 전체를 보아도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다시 돌아갈 것인지 말해달라는 노래 가사에, 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픔과 고통을 혼자만 감내했던 댄. 그는 이 슬픔과 고통을 넣어두고 딸 바이올렛과 화해했으며, 좋은 아빠로 돌아갔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아내 미리엄과도 화해한다. 그렇게 가족과 집으로 돌아간 댄.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는 그레타. 아마 이 노래는 댄과 그레타의 관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있어 ‘끝’이라는 대답이다."내 이름을 부르는 너의 목소리를 들었지."<공연장- 'Lost Stars'>
-Adam Levine
https://youtu.be/5U-JroWwFkw?si=TNdT4X1SK6yZ0QAY댄과의 인연을 끝내고, 데이브의 공연장에 찾아온 그레타. 그녀가 공연장에 찾아오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자신을 찾아온 그녀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데이브. 데이브는 그레타가 선물했던 ‘Lost Stars’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레타가 선물한 그때 그 발라드 버전으로 부르는 노래. 그레타 역시 웃음으로 화답한다. 그러나 2절이 시작되자 데이브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발라드가 아닌 자신만의 빠르고 신나는 버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변해버린 자신의 곡과 변해버린 데이브. 결국, 그레타는 공연장을 떠나고, 데이브는 그레타가 떠난 자리를 허무하게 바라본다. 수많은 사람이 가득 찬 공연장. 모든 사람들이 데이브를 보기 위해 모였다.하지만 데이브는 그레타만이 신경 쓰인다. 처음 뉴욕에 왔을 때처럼 수염 없는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는 데이브. 영화 속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나는 데이브의 수염은 점점 인기를 얻고 변해가는 그의 상태를 의미했다. 그러나 데이브가 마지막 장면이 되어서, 원래 모습처럼 깔끔하게 면도했다는 것은 그레타와 다시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겉만 돌아왔지, 데이브는 결국,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레타와 데이브가 부른 완전히 다른 버전의 ‘Lost Stars’처럼 그들은 너무나 달라졌다. 그레타는 분명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데이브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그녀는 떠났다.#사랑을 말하지 않아도"그래도 난 널 사랑해왔어"
-Keira Knightley
https://youtu.be/KvZLvJc_ry8?si=8j6tSWjgSRZhzaP_영화는 결국, 음악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감독은 댄과 그레타에게 사랑의 정서를 입히지 않는다. 분명 둘 중 한명이라도 조금만 더 다가갔으면 그들은 연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그러지 않았다. 결국, 댄은 가족에게 돌아가고, 그레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영화는 끝난다. 실제로 댄과 그레타의 키스신도 존재했으나, 최종 편집과정에서 사라졌을 정도로 둘의 관계는 애틋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존 카니’ 감독이 직접 영화를 만들었던 누구도 그들의 키스신을 바라지 않았고, 이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 둘이 이어지는 것은 작품의 의미와는 맞지 않았다. 댄과 그레타가 서로를 아꼈고 사랑했기에 더 나아가지 않고 멈췄다는 것이다. 댄은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그레타는 새로운 사랑을 하기를 그 둘은 바랬을 것이다.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첫사랑과 같은 둘의 관계는 바보 같지만 아름다웠다. <원스>와 <싱 스트리트>처럼 음악을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존 카니답게 <비긴 어게인>역시 음악 자체나 음악과 영화 속 장면의 조화는 더할 나위 없었다. 원스나 싱 스트리트보다 등장인물의 정서를 이해하기 쉽게 묘사했고 영화의 톤 역시도 어둡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던 영화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주제마저 가벼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레타와 댄의 정서를 섬세하게 묘사했으며, 이야기의 흐름도 억지 없이 논리적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이를 통한 결말은 현실적이었고 이해도 갔다. ‘그래도 난 사랑해왔어’라는 노래 가사처럼 댄과 그레타는 말은 하지 않았도 서로를 사랑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사랑할 가치가 있는 영화 ‘비긴어게인’이었다.
#흑백의 사실, 컬러의 픽션<레토>와 <비긴 어게인>은 흑백영화와 컬러영화라는 차이점에서 시작하여 사실과 픽션, 기존 명곡의 사용 여부 등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시대와 인물 중 어디에 초점을 맞췄는지도 다르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사상적/사회적으로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국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 역시 달랐다. 공통점도 존재한다. 레닌그라드로 온 빅토르와 뉴욕으로 온 그레타라는 이방인. 마이크와 데이브라는 음악과 인생의 라이벌.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하게 된 두 뮤지션 ‘즈베리’의 ‘로만 빌릭’과 ‘마룬5’의 ‘에덤 르빈’. 빅토르와 마이크, 댄과 그레타라는 투톱 주인공 체제 등의 공통점이 바로 그것이다. 끝으로 두 영화 모두 인간의 의지와 자유, 그리고 사랑을 노래한다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영화와 음악을 사랑한다면, <레토>와 <비긴 어게인>을 한번쯤은 감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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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우린 자신에게 '쫄?'을 시전해야 한다
줄거리
대출회사에서 상담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칼 알렌. 그는 아내와 이혼한 뒤로 우울하게 지내며 매사에 부정적이게 변했다. 친구가 만나자고 해도 NO, 동료가 함께 어울리자고 해도 NO. 뭐든지 NO라고만 외치는 칼. 홀로 비디오를 보며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친한 친구의 약혼 파티마저 깜빡한 칼은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우연히 만난 옛 친구에게 권유받은 대로 '인생역전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기로 한다. 강연을 하는 테렌스는 긍정적인 사고 회로를 위해 칼에게 무조건 YES!를 외치라고 말한다. 그는 규칙에 따라 뭐든지 YES라고 대답해 보기로 결심한다.
지루하고 한심했던 지난날과 달리 뭐든지 YES!라고 외치니 즐겁고 활기가 넘치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조금씩 무작정 YES가 아니라 NO라고 외쳐야만 하는 순간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감상 포인트
1. 갑분 튀어나오는 어색한 한국말에 당황 주의.
2. 내 인생에는 NO와 YES 중에 무엇이 더 많았을까?
3. 다 보고 나면 왠지 YES라고 외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감상평
최근에 너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작품만 봤다. 귀신, 좀비, 범죄... 뇌가 피와 광기에 절여진 황도가 되기 전에 기분을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웬만해선 일부러 찾지 않는 코미디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흔한 코미디는 보기 싫었다. 짐 캐리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무조건 예스라고 하라 했잖아요."
"핵심은 그게 아냐. 타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여는 첫 단계인 셈이지.
시간이 지나면 의무감이나 서약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 '예스'라고 말하는 거야."
사실 영화 [예스맨]이하고자 하는 말은 테렌스의 입에서 이미 다 나왔다. 더 해석하거나 파고들 여지가 없다. 다만 우리는 칼이 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테렌스의 '예스'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 칼은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미 친하게 지내고 있던 친구마저도 멀리할 정도였다. 그는 아내와의 이혼 때문에 상처받았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그것이 그를 불행하게 만든 시발점이다. 그런데 심지어 직장에서의 승진도 무산되었다. 과거는 그의 발목을 잡았고, 현재는 즐겁지 않으니, 당연히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나 설렘은 없었다.
칼은 인생에 싫증이 났고, 모든 의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 말이 맞았다는 것을 영화가 증명하고 있다. 영화에서 칼은 친구나 동료가 함께 어울리자고 하는 것을 모두 거부한다. 어쩌면 그들은 칼을 도와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 아내와 마주치는 바람에 자신의 구질구질한 상황을 못 박는 것 밖에는.
하지만 테렌스는 칼의 앞뒤 사정을 따져 묻지도 않고 그냥 무조건 '예스'를 외치라고 한다. 그건 따스한 위로도, 마음을 담은 격려도 아니다. 그런 것 따위는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
테렌스는 칼에게 '쫄?'을 시전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칼은 억지로 이를 악물고 '예스'를 외친다. 아무도 안 보고 있었다면 더 이상 예스맨이 될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는 상황이 꼬이는 것을 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짓다가, 마지막에 찾아온 행운에 놀란다.
"예스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고 삶의 진짜 기회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테렌스의 자극으로 시작한 일이 새로운 경험과 즐거운 추억을 남겨준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비록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가 예스맨으로 변했기에 중요한 일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것들을 발판 삼아서 칼은 점차 세상에 발을 딛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이전과 삶이 달라져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상처를 치유하려고 시도했기에 삶이 달라진 것이다.
테렌스의 말처럼, 무조건 예스라고 외쳐야만 하는 건 아니다. 때로 상처받고 슬프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우리 옆에는 분명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거절하는 것은 자신을 더 깊은 우울의 수렁으로 빠트리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에게 '쫄?'을 시전할 필요가 있다. 감상적인 말이나 이성적인 판단보다 더 큰 자극을 주어 움직이게 해야 한다.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으면 늪에서 나올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일단 움직이고 나면 새로운 희망이 보일지도 모른다. 예스맨이 된 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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