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24 17:27:08
가족의 죽음 뒤를 관찰한 영화 7선
10월 2일 <위국일기> 대개봉
가족의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을 담은 영화를 소개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어떤 변화와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요?
“나는 절대 너를 짓밟지 않아. 돌아갈 곳이 없다면 우리 집으로 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낯선 이모 ‘마키오’와 세상에 홀로 남은 조카 ‘아사’가
함께 쌓아가는 서투르지만 특별한 동거를 그린 영화 <위국일기>가
10월 2일 극장에 찾아옵니다.
" 이 이야기가 어디서 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구나. 너희가 태어난 순간부터가 시작이라면 그것은 공포였을 테고, 너희의 형이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그것은 위대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
"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 아무리 찾아봐도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히해할 수 없으면 '어떻게'가 아닌 '왜'에 의문을 품어야죠 "
" 바다가 부른다고 그랬어. 아버지가 전에 배를 탔는데, 홀로 바다 위에 있으면, 저 편에 예쁜 빛이 보인댔어.
빛이 깜빡 거리면서 당신을 끌어 당겼다는 거야. 누구나 그런게 있지 않을까? "
" 누난 어디에도 안가. "
" I can't beat it. "
"나는 절대 너를 짓밟지 않아. 돌아갈 곳이 없다면 우리집으로 와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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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시착한 뉴욕행 비행기가 도착한, 여섯 개의 밤
6★/10★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가 감독을 맡아 2022년에 국내 개봉한 영화 〈우연과 상상〉을 기억한다. 세 편의 개별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삶의 모순과 아름다움을 펼쳐냈다. 잔잔한 분위기의 영화지만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말’의 놀랍도록 강렬한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최창환 감독의 신작 〈여섯 개의 밤〉은 여러모로 〈우연과 상상〉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우선 이야기 구조가 그렇다.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뉴욕행 비행기가 김해 공항에 불시착한다.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사람들. 영화는 총 세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탑승객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모토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말,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이다. 그리하여 개별 여행자들이 도달한 ‘알 수 없는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예상치 못한 목적지에 도달한 이들은 웃음을 지을까 눈물을 흘릴까.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정과 선우다. 수정에게 호감을 가진 선우가 호텔 빨래방에서 수정에게 말을 걸고, 둘은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기에 가능한 막연한 호감과 느슨한 긴장감으로 조금씩 서로를 탐색한다. 하룻밤을 보내고도 다음날 인사조차 하지 않는 둘이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도 그들은 깊은 위로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깊은 슬픔에 싸여 있던 수정과 그런 수정을 욕망하던 선우 모두에게 따뜻하게 기억될 밤이 흐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예비 신혼부부 지원과 규형이 주인공이다. 규형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둘은 곧 펼쳐질 장밋빛 미래에 들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런데 규형에게는 지원이 모르는 또 다른 미국행 이유가 있었다. 어긋남이 물꼬를 트자 이직, 출산 등 둘이 어느 정도 합의한 줄로만 알았던 굵직한 이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전혀 달랐다는 사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마음이 상한 둘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누가 더 희생했느냐며 공치사를 하기에 이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실은 가장 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둘은 과연 약속한 미래를 온전히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은 암 수술을 위해 미국에 가는 엄마 은실과 그의 딸 유진의 이야기다. 오랫동안 삶의 무게에 시달려온 은실은 한껏 예민해져 봇물 터지듯 자신의 걱정거리를 쏟아내고, 유진은 익숙한 엄마의 푸념에 조금씩 지쳐간다. 그리고 수많은 모녀가 그러하듯 끝내 폭발하며 부딪힌다. 서로의 처지와 감정을 가장 잘 알지만 바로 그 이유로 상대를 오롯이 사랑하기만 할 수는 없는 모녀. 그러나 폭풍이 지나가면 결국 서로만이 자기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념하듯 깨닫는 모녀. 은실과 유진의 이야기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모든 모녀관계에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뉴욕행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누군가는 따뜻하지만 흐릿한 위로를, 누군가는 관계의 균열을, 누군가는 관계의 끈끈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가졌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다. 여섯 명의 각기 보낸 밤이 증명하듯, 비밀스러운 목적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이 흔들림을 어떻게 품으며 나아가는지에 우리 삶의 깊이가 달려 있다. 등장인물이 대체로 다소 전형적으로 젠더화되어 재현된다는 점은 아쉽지만, 생의 가능성을 살피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여섯 개의 밤〉의 시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출간한 문예출판사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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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러시아의 침략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해야만 할까
감독:뉴아시안필름메이커스콜렉티브
출연진:뉴아시안필름메이커스콜렉티브,우크라이나 피난민,국민들
시놉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들을 침략했고 피난민들은 폴란드 국경과 유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곳에 남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생사를 오고 가는 침략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사 투쟁한다.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는 영상들이 속속히 SNS에 올라오고 뉴아시안필름메이커스콜렉티브애 속해있는 12명의 감독들은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위챗이나 여러 영상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고 투쟁하는데...
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으로부터 생사가 갈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직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침략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전쟁의 공포를 느껴야 하는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들은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해도 자신들이 사는 거주지를 러시아군이 폭격까지 해서 도망칠 곳이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군인들은 결사 항쟁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침공을 강하게 규탄한다. 대피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병동에서는 부상당한 사람들과 군인들도 많아서인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큰 피해를 본다. 여기서 러시아의 전 대통령이었던 고르바초프와 지금의 러시아 대통령 푸틴을 비교하며 소련을 해체시킨 고르바초프의 평화의 역할을 더 강조시키며 지금의 푸틴에게 경고를 한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 있는 도시들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마치 자신이 전쟁에 참여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전쟁이란 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라고 안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북한과의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전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 저의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2022.09.26 (월) 19:30 메가박스 백석 8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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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차별과 아픔을 공감해 주길 바라며...
1. 여름의 아이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많은 국민들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 피난처를 찾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전쟁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푸틴은 살인을 중단하라는 도보에 새겨진 문구가 눈에 띄는데 전쟁이 지속됨으로써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피해를 본다. 그렇기에 이 단편 영화는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
2. 내 방
지안은 삼 남매 중에 장녀인데도 자신의 방이 없다. 동생들과 방을 같이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안에게도 고민이 있으니 학교 스터디 그룹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친구들은 혼자 방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공부를 하는 영상을 찍어 공유하지만 정작 지안에게는 동생들이 어질러놓은 방을 치우느라 바쁘고 공부하기도 힘들다. 그런 지안은 소외감을 느껴 짜증 나기만 하는데...
자신의 방이 없다는 건 어쩌면 괴로운 일이다. 그렇기에 지안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지안에게 중요했던 건 자신의 친구들처럼 과외도 받고 싶고 집도 넓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안타깝게 느껴졌다.
3. 오늘만 재워줘
정훈은 누나와 함께 빨래방을 가다가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현아를 발견한다. 현아는 정훈에게 한 번 만이라도 재워달라고 부탁하지만
정훈은 거절한다. 그런데도 현아는 계속 부탁을 하면서 따라와 정훈의 방 장롱에 몰래 들어간다.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 정훈이 현아를 보고 자신의 방에서 나가라고 하지만 현아는 말을 듣지 않는다.
사실 현아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다. 현아의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출소해 현아의 어머니에게 폭력을 일삼았고 현아는 자신의 어미니에게 폭력을 대물림 당했다. 그래서 정훈에게 한 번만 방에 재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정훈은 자신과 일면식이 있는 남자도 데려와 잠을 재워준다.
그렇게 자신도 누나에게 너무 착하면 사람들이 얕본다고 말을 듣는다. 그렇지만 정훈도 우울하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자신도 좋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현아가 자신에게 그러한 말로 상처를 줬고 희망도 꿈도 없는 공시생의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나버린다.
이 단편 영화는 감독이 말하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아는 지인이 부모에게 가정 폭력을 당했는데 그걸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배경이 서울 강동구인데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방황하고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걸 잘 표현한 단편 영화가 아닌가 싶다.
4. 가을바람 불르면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종수는 한국말이 서툴다. 그런 종수를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인 지희는 종수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시 쓰는 법도 가르쳐 준다. 지희는 시를 잘 쓰는 덕분에 상도 받았지만 종수는 시 한 편도 서툴게 쓰는 아이이다.
그래서 지희의 시 쓰기 수업에 참가한다. 지희는 일단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체험을 해보고 사물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종수에게 알려준다.
종수는 애들에게 놀림받고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거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지만 어머니가 연애할 때 받았던 아버지가 쓴 러브레터를 보고 서울로 이사를 가는 지희에게 시 한 편을 주려고 밤새 시를 쓴다.
다문화가정에 태어난 아이의 외로움과 차별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이 영화에서는 관객들에게 어김없이 보여준다.
2023.09-19 (화) 14:30 롯데시네마 은평(롯데몰) 7관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기간: 09월 13일 - 0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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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나이트>, 현실이 영화로 이행되는 과정
<그린 나이트>, 현실이 영화로 이행되는 과정
활짝 열린 사각의 창틀 너머를 관망하던 카메라가 그 배면에 잠들어 있는 주인공의 얼굴을 담기까지, <그린 나이트>의 도입부는 <이창>(알프레드 히치콕, 1954)의 그것과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두 영화의 카메라는 모두 누군가의 시점처럼 운용되다가 그 시점의 주체를 다른 차원의 것으로 전환시킨다. <이창>에서 건너편 아파트 내부의 은밀한 공간을 훑으며 관객의 ‘훔쳐보기’ 욕망을 자극하던 카메라는 돌연 휠체어에서 잠을 자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추면서 해당 쇼트가 특정 인물의 시점과 아무 관련이 없음을 탄로한다. 이 쇼트는 다름 아닌 관객의 시점 쇼트였다. 그렇게 히치콕은 <이창>이 영화와 관계하는 관객의 관음증적 욕망을 다룬 메타 영화임을 드러낸다.
<그린 나이트>의 도입부에서 창틀 너머의 이름 모를 기사 부부와 가축들을 한동안 관조하는 쇼트는 마치 움직이는 그림을 감상하는 누군가의 시선처럼 형상화되어 있다. 불현듯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까지만 해도 특정 인물의 뒷걸음질로 여겨졌던 쇼트는 후진의 움직임을 계속하면서 그 주체가 작중 인물이 아님을 밝힌다. 동시에 바깥의 세계를 투사하는 틀이 스크린 모양의 사각 창틀이라는 점을 넌지시 드러내며, 여자 친구의 물세례를 받고 번쩍 잠에서 깨어나는 주인공 가웨인의 모습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다. 그렇게 카메라는 하나의 움직이는 그림(영화)처럼 표현된 예술 세계와 차가운 물의 성질을 즉각 몸으로 받아들이는 현실 세계를 연계하며 두 세계의 물리적 단절과 내적 긴밀함을 동시에 암시한다. 현실에서 예술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 세계를 흐릿하게 처리하며 온전한 현실로 돌아오는 카메라의 시점은 그런 점에서 감독 데이빗 로워리의 시점으로 읽힌다. 그리고 그 카메라가 투신하는 대상인 가웨인은 데이빗 로워리의 분신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린 나이트>에서 데이빗 로워리가 자신의 분신 가웨인을 경유하여 도달하려는 곳은 어디일까, 더 중요하게는 그곳에 가닿기까지의 지난한 여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가웨인과 녹색 기사, 현실과 영화
크리스마스 연회가 열리는 예배당에서 왕은 부패한 기사 가웨인에게 무용담을 들려 달라 요청한다. 처음에는 그저 친분을 쌓기 위함인 듯 보였던 이 요청은 이내 원탁의 기사들을 두고 “무용담 하나 없이 어울려선 안 된다.”라고 조언하는 왕비의 말을 통과하면서 “무용담 없이 왕위 계승은 꿈도 꾸지 말라.”라는 일종의 압박이자 명령으로 변모한다. 이로써 가웨인은 왕이 되기 위해 무용담이 필요한 현실적 자리에 머문다. 그는 방탕한 성적 유희로 얼룩져 있는 남자이고, 권력을 노리는 탐욕가이면서 한편으론 엄마와 여자 친구를 사랑하는, 남루하면서도 지극히 평범한 현실적 존재이다. 그런 그의 앞에, 즉 가웨인이라는 현실 앞에 나무 형상의 초현실적 존재 ‘녹색 기사’가 등장한다. 가웨인의 현실성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녹색 기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녹색 기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크리스마스 연회가 열리는 예배당 시퀀스의 포문을 여는 주체가 카메라라는 점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카메라는 아무도 없는 예배당 앞에 서서 수직의 각도로 눈발이 흩날리는 하늘을 잡은 채 예배당 입구로 들어선다. 입구에 다다른 카메라가 내부의 어둠 속으로 점차 들어갈 때, 계단식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 문틀로 인해 그 움직임은 마치 깊은 심연 속으로 하강하는 듯 느껴진다. 그렇게 어둠은 기준점이 되어 이전의 쇼트와 이후의 쇼트를 분리하면서 다른 세계로의 진입을 선언한다. 이에 조응하듯 곧이어 문이 열리고, 카메라에 붙잡힌 가웨인은 예배당 상층부에 뚫린 원형의 창에서 사선 아래 방향으로 내려오고 있는 푸르고 투명한 빛을 바라본다. 빛은 원탁의 중심부를 성스럽게 비추는데, 이 형상은 마치 스크린에 투영되는 영사기 렌즈의 광원처럼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원탁의 중심부는 그 빛이 가닿아 무대화된 스크린이다. 그리고 이 무대 위에 출연하는 녹색 기사는 스크린에서 퍼포먼스를 행하는 영화적 존재, 혹은 영화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녹색 기사가 자신과 겨뤄 승리한 자에게 본인이 당한 만큼 다음 해 크리스마스에 똑같이 되갚아 준다는 황당무계한 목 베기 게임은 영화와 현실 간의 역학에 관한 메타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왕위를 계승해야 하는 가웨인은 이 게임에 참가하여 녹색 기사의 목을 내려치고, 일 년 뒤 그가 기거하는 녹색 예배당으로 여정을 떠난다. 이로써 남루한 ‘현실’이 성스러운 ‘영화’로 다가가는, 그 긴 이행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네 가지 시험
여정을 떠난 가웨인은 전쟁으로 참혹하게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을 목도하고, 머지않아 정체불명의 소년병과 조우한다. 소년병은 가웨인에게 다가가 전쟁으로 두 친형을 잃은 자신의 암담한 처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가웨인은 그의 신세한탄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 피폐해진 전장을 무감하게 지나치던 가웨인은 소년병이 녹색 예배당이 있는 북쪽 길을 안내하자 그제야 그에게 관심을 준다. 다만, 그것은 소년병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이 아니라 녹색 기사를 만나야 하는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의 산물이다. 결국 가웨인은 길을 알려준 소년병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지 않은 죄로 그의 무리에 포박당하고 소지품을 전부 빼앗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어딘가 이상하다. 왜 소년병은 처음부터 강도 무리를 끌고 와 가웨인을 포박하지 않았을까. 만일 허허벌판이 아니라 우거진 숲에서 범행을 계획한 것이었다 해도 구태여 작은 친절을 바랄 필요가 있었을까. 또한 가웨인이 그것을 베풀지 않았다고 분노할 필요가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할수록 이 장면은 일종의 시험처럼 느껴진다.
이 대목의 서두를 여는 자막 ‘작은 친절’을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연민’일 것이다. 가웨인은 전쟁에 희생된 자들과 그 포악함의 절대적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소년병을 보고도 전혀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데에만 혈안이었다. 그런 점에서 포박당한 가웨인을 카메라가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을 오가며 360도 회전하는 쇼트는 백골이 된 미래의 형상과 복원된 현재를 교차함으로써 연민의 정을 하사하지 않은 가웨인에게, 그러니까 연민이 거세된 현실에게 가하는 카메라의 협박이자 경고는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녹색 기사와 재회하는 시퀀스를 제외하고, 이 여정을 구성하는 네 개의 시퀀스는 곧 네 개의 시험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험들은 현실이 영화로 이행되는 과정에 필요한 덕목들에 대한 탐구이자 점검일 테다.
이후, 가웨인은 잠을 자기 위해 들어간 빈집에서 정령처럼 보이는 의문의 여자 위니프레드를 만난다. 그녀는 가웨인에게 연못에 빠진 자신의 머리를 건져와 달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탁을 한다. 그녀 목에 멀쩡히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머리가 허상이라는 얘기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녀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가웨인은 물을 수밖에 없다. “아가씨, 당신은 사람인가요? 정령인가요?” 달리 표현하면, “보이는 것을 믿어야 하나요?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야 하나요?” 위니프레드는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출제하고 있는 것이다(로워리는 전작 <고스트 스토리>에서 초현실적 존재인 ‘고스트’의 가시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의 실존을 믿어 달라 하소연한 적 있다). 다행히 가웨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기로 결정한다. 그는 위니프레드의 부탁대로 물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두개골을 건져 올린다. 시험에 통과한 가웨인은 그 보상으로 소년병에게 약탈당했던 녹색 기사의 도끼를 돌려받는다.
여정의 세 번째 시퀀스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이다. 가웨인은 이 기이한 시퀀스에서 여우의 하울링을 따라하는 인간 형상의 거인족을 보게 된다. 이는 그간 거쳐 왔던, 문제가 주어지고 그 난관을 헤쳐나가는 식의 시험 유형과는 사뭇 다르다. 이때 눈길을 끄는 건 거인족을 따라 묵묵히 길을 걷고 있는 가웨인의 뒤에서 느닷없이 180도로 몸체를 돌려 상하를 반전시키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다. 더 흥미로운 건 카메라가 상하를 완전히 뒤바꾼 다음 점차 전진해 나갈 때, 조금씩 희미해지던 거인족의 형상이 마침내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화면이 180도 뒤집혔을 때 비로소 거인족이 지배하는 환상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카메라가 180도 회전하기 전의 화면은 온전한 환상인 것이다. 이와 연계하여 우리는 이 시퀀스의 도입부에서 가웨인이 환각의 버섯을 먹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환각의 버섯은 앞선 두 시퀀스에서 소년병과 위니프레드처럼 일종의 출제자 역할을 한다. 시험지를 받아든 가웨인은 환각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검증받는다. 그러니 엉뚱하게 튀어나온 거인족들은 가웨인의 상상력이 빚어낸 환영이다.
공교롭게도 이 환영들은 영화의 어떤 존재보다 컴퓨터 그래픽의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이때 방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화면에 기입되면서 생기는 생경함에 있다. <고스트 스토리>에서 로워리가 초월적 존재인 유령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하지 않은 건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구현했을 때 생기는 간극, 말하자면 그로 인해 촉발되는 생경함이라는 감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로워리에게 중요한 건 디지털 기술 자체, 혹은 아날로그 자체가 아니라 그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화학작용이다. 정리하면 가웨인이 치르는 세 번째 시험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생경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역량 측정이다.
가웨인이 여정을 떠난 후 처음으로 마주한 대상은 기억 속의 여자 친구 에셀이다. 그는 에셀에게 받은 징표의 소리를 매개로 자신에게 청혼을 하는 그녀의 과거 모습과 대면한다. 그러나 가웨인은 수줍게 진심을 고백하는 그녀에게 어떠한 답도 건네지 못한다. 그런 그의 앞에 에셀과 똑같은 얼굴을 한 성주 부인이 나타나 매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이때 성주 부인과 에셀이 신분의 격차로 구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주 부인의 역할은 명료해 보인다. 네 번째 여정에서 가웨인은 사랑의 윤리에 관한 시험을 치른다. 이 어려운 싸움에서 가웨인은 에셀이 준 징표를 두고 사랑의 징표가 아니라고 말한 뒤 이를 성주 부인에게 헌납한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와 불온한 성적 관계를 맺는다. 가웨인은 사랑의 윤리에 관한 한 완벽한 낙제다.
다만, 이 장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성적 욕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진다는 점이다. 가웨인이 성주 부인에 의해 욕정이 해소되는 과정은 성주 부인으로부터 녹색 허리띠를 선물 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차고 있으면 누구에게도 공격받지 않고 영영 상처 입지 않는 녹색 허리띠는 죽음을 거스르려는 욕망이자 의지이다. 말하자면 현실은 욕망으로 팽창하지만 존재의 소멸을 두려워하는 나약한 세계이다. 이때 죽음은 성주에 의해 사냥된 짐승의 이미지로 재현된다. 이 이미지는 가웨인이 성을 떠나기 전날 밤 자신이 사냥감으로 표현된 그림을 보는 장면에서 강하게 대두된다. 그는 그와 유사한 그림을 전에도 본 적 있는데, 그때 사냥감으로 채택된 대상은 여우였다. 그렇다면 가웨인과 여우는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 걸까.
여우는 가웨인이 두려움에 잠식될 때, 예컨대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황막한 숲속을 지날 때나 연못에서 위니프레드의 두개골을 건져 올렸을 때, 그리고 동굴 안에서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을 때, 녹색 예배당을 목전에 두었을 때 불현듯 등장한다. 말하자면 여우는 가웨인이 녹색 예배당에 당도하기 전까지의 모든 여정에 동참하며 네 번의 개별 시험과 별개의, 혹은 그 모두를 관통하는 시험을 내는 출제자다. 이 시험의 핵심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 가능성이다. 성안에서 여우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성주의 말대로 집은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가웨인이 성을 떠날 때, 성주가 그에게 여우를 선물하는 것은 그간 잡아두고 있던 그의 두려움을 다시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필멸의 과정
마침내 녹색 기사 앞에 당도한 가웨인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죽음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직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완벽히 극복하지 못한 가웨인은 녹색 기사가 휘두르는 도끼를 계속 피하면서, 그곳에서 도망쳐 집으로 귀환한 뒤의 미래를 상상 속에 그려본다. <그린 나이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집으로의 여정’ 몽타주 시퀀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간의 여정에서 끝내 체현하지 못한 덕목들, 예컨대 (전쟁 피해자에 대한) 연민, 사랑의 윤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 부문에서 고스란히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는 전쟁을 벌이며 국민을 희생시키고, 여자 친구 에셀을 가혹하게 배반하며, 전쟁통에 끝까지 성안에 머물면서 홀로 쓸쓸히 죽는다. 그런 점에서 이 몽타주 시퀀스는 필수 덕목들을 놓친 현실이 영화로 이행되었을 때의 끔찍한 결과를 상상 속에서 미리 상연해 보는 것이다. 잘못을 깨닫고 진실을 알게 된 현실만이 영화로 이행될 자격을 얻는다.
<그린 나이트>는 <고스트 스토리>와 다른 과정을 거쳐 동일한 결론을 도출하는 영화다. <고스트 스토리>에서 응시와 시간성이라는 감각 기능을 탑재하며 영화 그 자체로 환유되던 고스트는 현실의 물질적 기반 위에 살아가는 아내 곁을 맴돌다가 그녀가 문설주 틈에 새겨 넣은 메시지(현실의 진실)를 발견하곤 돌연 소멸된다. 현실의 진실을 알게 된 영화는 그 순간 영화가 아니며 현실의 다른 버전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녹색 기사가 끝내 가웨인을 참수하는 것은 영화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현실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닌 영화의 다른 버전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 앞에서 무릎 꿇고, 현실은 영화 앞에서 무릎 꿇으며 자신의 소멸을 받아들인다. 어느 쪽이든 두 세계는 필멸의 과정을 거쳐 독자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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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피커 인터뷰] 프로덕션 대표 / 영화, 그리고 나_2
Q. 안소회 감독의 인생 영화는?
A. 제일 많이 본 영화가 하나비라는 영화였는데 그것들을 그걸 말을 해야 하는지 그 인생 영화의 기준이 요즘 좀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고요.
사실은 지금까지도 근데 인생 영화가 나한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영화다라고 정의를 한다면 하나비라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뭔가 영화에서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대사나 뭐 연기라든지 여타 이런 것들로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미지로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것들을 좀 처음 알게 됐었던 영화인 것 같습니다.
한합이라는 영화가 중간에 실사 이미지는 아닌데 그 그림이 이렇게 나와요.
그 화면을 오프닝 시퀀스에 기타노 다케시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이렇게 나오는데 몸은 동물이고 얼굴은 꽃인 그런 이미지들이 쭉 나와요.
처음 볼 때는 그게 뭔지 모르겠었는데 그 영화를 거의 한 9번 10번은 봤던 것 같아요.
근데 그러면서 끝을 보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그 이미지를 보면 또 느껴지는 게 있더라고요.저게 어떻게 보면 살아있는 삶과 죽음이라는 것들을 되게 모순적이지만 하나로 표현하는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비라는 제목도 되게 인상이 깊었던 것 같고요.Q.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는?
A. <연애의 온도>라는 영화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제가 사실 막 사람들이 되게 좋은 영화는 맞지만 그 영화가 뭔가 정말 작품성이 있다 막 그렇게 평가를 많이들 하지 않잖아요.
그 영화를 근데 저도 처음에 학교를 다닐 때 연출이 잘 된 영화다 그러면 뭔가 정말 좋은 이미지가 나와야 하고 그 사람만의 색깔 작가주의가 뚜렷하게 보여야 하고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들어 생각하는 정말 좋은 영화는 그 영화를 보고 되게 내 감정이 움직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연애 온도라는 영화가 저한테 그랬던 영화고 그렇게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연출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연애의 온도>가 연출이 되게 잘 된 영화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Q. 영화 연출할 때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A. 좀 고집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자기가 딱 생각나는 것들이 있으면 사실 때로는 비굴한 순간들이 있고 때로는 억지 같은 순간들이 있잖아 있겠지만 자기만의 확신을 갖고 끌고 갈 수 있는 밀고 갈 수 있는 고집이 좀 있어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요.
처음에는 저도 리더십이 있어야 되나 영화 감독은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솔직히 말을 하면 그것들은 뭐 PD님들이나 조 감독님들이 알아서 잘 굴려주시는 거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들 꿋꿋이 하는 게 좀 더 좋은 감독이지 않을까 그리고 책임을 져야 되는 자리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본인이 밀고 가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을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그렇게 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또 하나의 덕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Q.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영상이란?
A. 목적에 부합하는 영상이 가장 좋은 영상인 것 같아요. 영화도 마찬가지고 영상도 마찬가지고 모든 것들은 목적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영화라고 하면 내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여야겠다가 될 수도 있고 영상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영상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생각할 때 좋은 영상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이라고 생각을 하고 제가 항상 어디 가서 메일이 됐든 만나 뵙든 저희 회사 소개를 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문구가 마음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는 프로덕션이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누군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들이 마음이 담겨야 움직인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좋은 영상이라고 하면 만드는 사람들이 마음을 담고 그 마음을 담은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영상이 좋은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Q. 영화를 꿈꾸는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
A. 저는 개인적으로 본 이제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뭔가 딱 나는 이것만 해야 돼라는 것들을 정해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그게 나는 무조건 영화만 할 거야 나는 무조건 드라마만 할 거야. 아니 나는 뮤직비디오만 할 거기 때문에 이건 안 봐도 돼.
그런 시대는 좀 지난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냥 즐거운 것들을 계속하다 보면 이게 좀 더 맞는 것 같다 정도는 나오는 것 같거든요. 근데 저도 아직 그것들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는 상태지만 뭔가 그때부터 나는 연출이니까 연출만 해야지 촬영만 해야지 녹음만 해야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다 열어놓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이 영상을 보고 있거나 아니면 입시를 준비한다는 친구들은 그래도 또래 다른 친구들보다는 조금 더 영화를 좋아하고 영상을 좋아하는 친구들일 테니까 뭔가 자신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미리부터 이렇게 딱 제한하고 정해놓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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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신만의 블루스를 춘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우리들의 블루스 (2022)
편성 : tvN, 20부작 완결 │ 장르 : 한국, 드라마
연출 :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극본 : 노희경
출연 : 이병헌(동석), 이정은(은희), 김우빈(정준), 한지민(영옥), 고두심(춘희), 김혜자(옥동) 외
등급 : 15세 이상세 사람 이상이 추천하면 그건 봐야지
요즘 나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드라마에 입덕하는 일이 잦다. 그중 하나가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이정은, 이병헌, 한지민을 비롯해 고두심과 김혜자 선생님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아, 배경이 푸른 섬 제주라는 것도. 내심 속으로는 ‘그 출연진을 가지고 재미없으면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 드라마를 본 주변 사람들이 그리도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하니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주변에 세 사람 이상이 추천하면 재밌다’는 나의 법칙이 이번에도 통했다. 인물별로 나누어 에피소드를 진행한 점이 특히 독특하고 좋았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 대한 리뷰도 인상 깊었던 인물을 추려 인물별로 진행해보려 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한수와 은희 : 다시 잘 살아볼 기회를 주어 고마워
멀대 같이 크고 잘생긴 한수. 서울 사는 한수. 차승원이 연기한 ‘한수’는 제주 사람이 보기엔 그런 존재다. 학창 시절부터 때깔이 달라 결국 서울에 가더니 은행 지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제주로 내려왔다. 평생을 제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토박이 동창들은 그런 한수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모른다. 골프 유학을 떠난 딸을 뒷바라지하느라 한수의 재정상태는 거의 파산 직전이고, 그런 이유로 지쳐있는 아내와도 썩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인다. 그때 눈앞에 ‘은희’가 나타난다. 학생 땐 그저 자신을 좋아하는 귀여운 여학생쯤으로 여겼던 은희는, 현재 자산만 10억을 지닌 알부자다.
멀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었으나 빚만 늘고 있는 한수에게, 생선 대가리를 자르며 많은 것을 일군 은희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직업의 귀천은 무엇이고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보이기 위한 삶과 진짜로 실속 있는 삶은 어떻게 다른 걸까.., 나도 보는 내내 생각했다. 조여 오는 궁핍한 상황에 은희에게 돈을 빌리려던 한수는, 은희가 카카오톡 기프티콘 쏘듯 보낸 2억을 결국 다시 돌려보낸다. 은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때문도 있었지만, 어쩌면 정말로 ‘잘’ 살아보려는 의지였을 수도 있다.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정말로 만족스럽고 실속 있는 삶이 무엇인지 은희를 보고 배운 덕이다. 한수는 골프 유학을 접고 돌아온 딸과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때 그 가족은 그제야 처음으로 행복해 보였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인권과 호식 : 절친에서 앙숙으로 그리고 다시 절친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인권과 호식’을 꼽겠다. <범죄도시>에서 감초 같은 연기를 보인 배우 ‘박지환’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응급실 선생님으로 나왔던 배우 ‘최영준’이 각각 인권과 호식을 연기했다. 이들의 사연인 즉, 학창 시절부터 죽고 못 사는 친구지간이었으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철천지 원수 같은 사이가 되었는데, 서로 얼굴만 봐도 으르렁대던 그들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자식들이다. 인권의 아들 ‘현’과 호식의 딸 ‘영주’가 서로 좋아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임신을 하게 된 것.
아이를 지우고 서울대를 가겠다던 영주는 갈등 끝에 아이를 낳기로 하고, 산모와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현은 학업을 포기하고 중국집 배달부터 귤 따기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하게 된다. 순대를 팔아 아들을 공부시키는 맛에 살던 인권의 마음은 무너지고, 마찬가지로 딸을 서울대에 보내 의사를 만들려던 호식도 망연자실한다.
그러나 별 것도 아닌 일을 계기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던 인권과 호식은, 두 아이들을 매개로 하여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원래의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데..., 과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진국이고 눈물 버튼이다. 드문드문 현실적인 나의 뇌는 ‘과연 영주와 현은 아이를 낳아 끝까지 잘 살았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내 인권과 호식을 보며 안심이 됐다. 엄마의 부재를 메꾸는 아버지의 사랑은 위대했고, 먼지를 털어낸 오래된 우정은 더 위대했으니.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정준과 영옥 :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 말고 정직함으로
한지민과 김우빈이 열연한 ‘정준’과 ‘영옥’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영옥은 육지에서 온 여자다. 서로 모든 걸 터놓고 지내는 제주 사람들과 달리, 좀처럼 자기 얘기를 꺼내지 않고 촐랑거리만 하는 영옥은, 같이 일하는 해녀들에게 눈엣가시다. 하지만 영옥이 그렇게 가벼운 것은 사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이었는데.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장애가 있는 쌍둥이 언니를 부양해야 했던 터라, 살아오면서 사람들로 인해 켜켜이 상처가 쌓여온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달아났고, 고아나 장애라는 조건에 섣부른 동정이나 무례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말하지 않기와 무겁지 않음을 택했을 뿐이다. 영옥에게 호감을 느껴 다가온 정준 또한 영옥은 그런 이유로 밀어낸다. 어차피 너도 똑같고 날 떠나갈 테니, 상처받기 전에 내가 먼저 자르겠다는 심보.
하지만 연애도 통계학이고 경우의 수다. 열에 아홉이 떠나갔대도 묵직한 놈 한 놈쯤은 나타날 수 있는 법. 영옥에게는 그게 정준이 아니었을까. 가시 돋친 영옥이 “(장애 있는 우리 언니 보고) 많이 놀랐나 봐?”라고 물으면 정준은 “미안해”가 아니라, “나도 장애 있는 사람을 처음 보는 거라 당황할 수 있잖아. 천천히 적응하고 친해질게요”하는 식이다. 선 넘은 동정도, 무례함도 없이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를 이해하려는 정직함 만이 있다. 말없이 생선살을 발라 영옥의 밥 위에 올려주던 정준의 어머니도 그랬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런 거지 싶다. 투박한 날 것이더라도 과장 없이 오로지 이해하려는 그 마음을 ‘정직하게’ 보여줄 때, 사람의 마음은 열리는 게 아닐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제주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바다 같은 마음
왜 배경이 제주여야 했을까 하고 처음에 생각했다. 외계어 같은 사투리도 잘 못 알아듣겠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쉬이 이해하기 힘든 ‘오지랖’ 심한 정서도 너무 강한 탓에, 처음에는 거북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제주여야 했음을 머잖아 깨달았다.
‘선아(신민아)’는 우울증에 걸린 자신을 떠난 차가운 남편이 아닌, 만물상 하는 촌스런 제주 남자 ‘동석(이병헌)’의 오지랖에 치유를 하게 됐고, 남이 흉이라도 볼까 가면을 쓰고 다니던 영옥도 제주 남자인 정준을 통해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배웠다. 언제든 두 팔 벌려 안아줄 것 같은 제주 할망 ‘옥동(김혜자)’과 ‘춘희(고두심)’는 모든 이들의 엄마였다. 경쟁이나 물질만능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그곳 제주에는, 촌스럽지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할 줄 아는 선한 마음들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화해하며 끝나는 다소 진부한 결말이었음에도 이 이야기가 와닿는 건, 까끌해진 마음을 보듬는 따스한 인류애 때문일테다. 제주에서, 오지랖을 당하고 싶어진다.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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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의 부장들'을 보기 위해 알아야 하는 6가지 역사 사실들
영화 ' 남산의 부장들 (2020) ' 속 역사 리뷰
그리고 동아일보 정치부 김충식 기자의
동명의 원작도서 ' 남산의부장들 ' 비교정리- 한국 현대사
1) 코리아 게이트(*박동선)
2)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3)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4) 박정희 대통령
5) 유신정권
6) 10.26 사태
7) 남산 그리고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영화 ' 남산의부장들 ' 시놉시스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 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흔들린 충성, 그 날의 총성
- '남산의 부장들' 스탭
감독: 우민호(영화 '내부자들', '마약왕')
출연: 이병헌, 곽도원, 이성민, 이희준, 김소진
원작: 김충식
각본: 우민호, 이지민
무술감독: 전우재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젬스톤픽처스
배급: 쇼박스
제공: 쇼박스#남산의부장들 #남산의부장들리뷰 #남산의부장들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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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리뷰!! 절대 상어에게 문어지지마!!!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나의 문어 선생님을 K-문어 선생님과 리뷰 했습니다!
씨네마사지
? 황보랑 영화 보고 싶은 사람 모여라~?? ♀
거리두기 해제 기념 씨네마사지에서 첫 번째 이벤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
다가오는 5월 18일에 개봉하는 범죄도시2를 황보와 함께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해주세요 ↓↓
https://forms.gle/sAATgsdoStRCPH7v8
*신청 마감 5월 6일 금요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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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호빗 3부작> 리마스터링 예고편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판타지 마스터피스 '호빗: 뜻밖의 여정' 절찬상영중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11월 24일 대개봉 '호빗: 다섯 군대 전투' 12월 2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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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야와 마녀> 티저 예고편
마녀지망생 ‘아야’의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모험이 시작된다!
‘동료 마녀 12명을 완전히 따돌리면 아이를 찾으러 오겠다’는 수수께끼 같은 편지와 함께
성 모어발트의 집에 맡겨진 아야.
10살이 된 어느 날, 아야는 갑자기 찾아온 마법사 부부 벨라와 맨드레이크를 따라
미스터리한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된다.
순간이동할 수 있는 문부터 비밀의 방까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아야는 벨라를 돕는 조건으로 마법을 배우기로 한다.
하지만 마법은 알려주지 않고 잔심부름만 시키는 마녀 벨라.
벨라를 골탕 먹이기 위한 마녀지망생 아야와 말하는 고양이 토마스의 아주 특별한 주문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