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12 11:47:56
9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드니 빌뇌브 3개의 프로젝트 "천천히 진행 중"
“지금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라마와의 랑데부> 작업 중인 것은 사실이고, 그 각본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어요. <클레오파트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듄: 메시아>도요. 다시 카메라 뒤로 돌아갈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다음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죠.”
-드니 빌뇌브-
최근 빌뇌브 감독은 <라마와의 랑데부>를 ‘강화된 <컨택트>’라고 묘사했는데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창조자인 클라크가 원작자이기 때문에, 이 작품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줄 만한 SF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9월 2주차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더 룸 넥스트 도어> 황금사자상 수상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장편 영화 <더 룸 넥스트 도어>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줄리앤 무어와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삶과 죽음, 안락사와 여성의 우정에 대해 다루며 영화가 상영됐을 때 18분간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고합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 세상에 존엄하게 안녕을 고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 권리”라며 “안락사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고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드니 빌뇌브 <라마와의 랑데부> <클레오파트라> 프로젝트 “천천히 진행중”
드니 빌뇌브 감독은 <라마와의 랑데부>, <클레오파트라>, <듄: 메시아> 프로젝트를 모두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그는 <라마와의 랑데부>를 ‘강화된 <컨택트>’라고 묘사했으며, <라마와의 랑데부> 각본은 <듄>을 작업했던 에릭 로스가 맡고 있다고 합니다.
<클레오파트라>는 <1917>의 각본가 크리스티 윌슨-케언스가 각색을 맡았으며 캐스팅 목록이 유출되며 젠데이아가 ‘클레오파트라’역을 맡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12분간 기립박수 받은 <조커 폴리 아 되>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12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강렬한 연기가 돋보였으며, 새로운 인물들과 깊어진 서사가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영화는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를 재해석하며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영화 <내부자들> 시리즈 확정 송강호 주연
영화 <내부자들>이 배우 송강호 주연의 시리즈로 만들어집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내년 크랭크인을 목표로 시리즈 <내부자들>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에서 송강호는 백윤식이 연기했던 ‘이강희’ 역을 맡아 대한민국의 판을 짜고 조직하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부부의 세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이 연출을 맡고, <모가디슈>와 <암살>의 이기철 작가가 극본을 담당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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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본능을 가진 복병의 습격
이 글은 디즈니 플러스 [메스를 든 사냥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btn뉴스
대체 디즈니에 어떤 저주가 내린 것일까.
마블도, 실화 영화도, 게다가 주식도 말아먹더니(우는 거 아님) 이젠 OTT서비스도 그럴 것만 같다.
분명 희망이 보이긴 했다. 정통 추리극을 연상시키는 인상의 예고편을 봤을 때만 해도. 그러나 정주행을 시작하자마자 생각하지도 못했던 복병의 습격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복병은 “복병”이라는 이름부터 글러먹었다고 봐야 한다. 작품 안에 꼭꼭 숨어 있던 것이 아니라 정중앙에서 아주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난감한 복병은 존재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름이자 존재였던 셈이다. 이 센터 본능을 가진 복병 덕에, 시리즈를 향한 몰입감은 아주 초반부터 박살 나 버린다. 처참하게.
사진 출처:구글
세현은 입체적이다 못해 4D로 표현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의문까지 드는 인물이다. 연쇄살인마의 딸이면서 공범이고, 아동학대를 받은 장본인이자 목격자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애정을 넘어선 집착의 감정을 느끼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치는 존재이자 감시자이기도 했고, 이 모든 살인의 용의자인 동시에 증인이었다.
그러나 박주현 배우는 이 미묘함을 단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극 중 세현이 느끼는 이 복합적인 감정들을 모조리 일차원적으로 해석해 낸다. 이런 패착을 가능하게(?)한 요소는 다름 아닌 그녀가 연기하는 세현의 모든 것들이다. 쌍꺼풀 수술을 한 것인지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의도로 반쯤 감긴 눈. 어떤 감정을 담은 것인지 전혀 느낄 수 없게 하품하는 듯한 발성으로 내뱉는 대사들. 미스터리함이나 의뭉스러움이 아닌 어색함을 뿜어내느라 바쁜 걸음걸이까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연기를 못한다.라는 말 외에는 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세현이 등장하는 순간들이 심각하게 괴롭다.
사진 출처:구글
이런 상황을 더욱 못 참게 만드는 두 배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강훈과 박용우 배우의 활약이다. 이 작품 직전까지 예능에서 더 자주 보는 바람에 그의 연기 자체에 선입견이 있었던 강훈 배우는 우려와는 달리 매우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박용우 배우의 경우는 여기에 끼워 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연쇄 살인마 윤조균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세현과 가장 많이 부딪치는 두 배우가 날고 기어 주는 바람에, 이 대환장의 콜라보는 살다 살다 불쌍해 마지않아야 할 여주인공에 대한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상황을 연출해 낸다.
그뿐인가. 그녀의 뚝딱거림은 윤조균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의 몸싸움에서 극대화된다. 액션 신(Scene)의 가장 기본이라 해야 할 합이 전혀 맞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 그녀가 휘두르는 일격들은 술이 머리끝까지 취한 와중에도 귀소본능을 잊지 않은 취객의 몸짓처럼 허우적거리는 정도로만 보인다. 긴박감은커녕 심각한 분위기조차 조성되지 않는다.
사진출처:스포츠 한국
분명 얼마 전 디즈니에서 제공하는 작품들이 애매하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작품을 애매하게 만들어 버리다니.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디즈니에 재앙이 내리지 않고서야, 이런 애매함 총량의 법칙이 적용될 리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센터본능을 가진 복병 덕에. 이 작품은 초반부터 모든 동력을 상실해 버린다. 분명 아주 강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이 글의 TMI]
1. 무표정으로 시리즈를 다 본건 또 오랜만임.
2. 주말에 갈비탕 먹을 거임 와하하하하
#메스를든사냥꾼 #감독 #배우 #배우2 #배우3 #영화국적영화 #영화장르 #영화추천 #OTT #디즈니플러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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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듀얼> 마지막 순간까지 신중히 찾아야 할 진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4세기 프랑스,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는 남편 ‘장(맷 데이먼)’이 집을 비우자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아담 드라이버)’에게 강간당한다. 자신의 범죄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자크는 그녀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그의 죄를 고발한다. 한때 자크와 친우이자 전우였지만 세금 징수, 영지 소유권, 호칭과 계급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장은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재판을 요구하며 그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관계가 된다. 그런데도 대영주 '피에르(벤 애플렉)'의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가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자 마르그리트의 재판은 장과 자크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결투 재판으로 결정되고, 마르그리트는 장이 패배할 경우 함께 사형에 처해지는 운명에 놓인다.
2-3 년에 한 편씩 신작을 내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리들리 스콧 감독. 비주얼리스트로도 유명한 그는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시리즈, <마션> 같은 SF 작품부터 전쟁 영화인 <블랙 호크 다운>, 여성 영화인 <델마와 루이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작을 만들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엑소더스> 등으로 대표되는 시대극이다. 리들리 스콧의 사극은 과거의 사건과 시대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항상 현재를 반추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왔기 때문이다.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볼거리에는 늘 자유의 평등의 가치, 종교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성찰처럼 도발적일 수도 있는 사유가 깃들어 있었다. 이는 에릭 재거의 원작을 영상화한 <라스트 듀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마지막 결투 재판을 섬세하게 다루며 하나로 답을 단정할 수 없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라스트 듀얼>에서 가장 눈에 먼저 띄는 특징이라면 역시 그 구성을 꼽을 수 있다. 장과 자크가 결투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 영화는 이내 시점을 과거로 되돌렸다가 후반부에 다시 결투 장면으로 돌아온다. 이때 과거 시점에서는 한때 절친이었던 두 남자가 왜 결투 재판까지 펼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이 총 세 명의 시선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 경험한 진실을 말한다. 1장인 "장 드 카루주가 말하는 진실"은 장의 입장에서 자크와의 불화가 어떻게 마르그리트의 강간으로 이어졌는지를, 2장인 "자크 르 그리가 말하는 진실"은 강간을 저지른 것을 마음 한 켠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끝끝내 사랑의 표현이라고 합리화하는 자크의 입장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인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은 피해자인 마르그리트의 시점에서 일련의 사건을 복기한다.
이때 영화는 마르그리트의 시점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연출을 선보인다.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이라는 부제목이 나온 후 글자가 사라지는 가운데 화면에는 "진실"만이 잠시 남는다. 이는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중 마르그리트가 영주의 부인이라는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직접 가축을 돌보거나 세금을 징수하는 등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하던 시대에 구조적 한계마저 극복하며 자신의 권리와 명예, 그 목소리까지도 마침내 되찾은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경우 <라스트 듀얼>은 중세의 사건을 통해 근 몇 년간 주목받았고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 낸 미투 운동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투가 끝난 직후 마르그리트의 표정을 보면 그녀가 이 작품 속 진정한 승리자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맞이했데도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데다가 허무하기까지 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째서일까? <라스트 듀얼>이 엄연히 사극이기 때문이다. <왕좌의 게임>에서 명예와 충성심을 고집하는 존 스노우의 언행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작중 중세적 세계관에서는 그 언행이 세력을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듯이,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인물들의 행동은 표면적인 의미와 다른 함의를 가질 수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는 부당해도 그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것이다. 따라서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 역시 반드시 현실이 아닐 수 있고, 장과 자크처럼 자신이 경험한 진실로서 현실의 한 파편에 불과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녀의 표정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마르그리트가 강간을 당한 직후 장이 "마지막으로 정을 통한 남자가 외간 남자이게 둘 순 없지"라고 말하며 잠자리를 강요한 것이 단적인 예시다. 현재 관점에서 볼 때 장의 행동은 명백한 강간이다. 하지만 중세시대에 장의 행동은 오히려 마르그리트를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그날 밤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는데 마르그리트가 임신한다면, 장은 그녀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기사인 그는 마르그리트의 아이가 자크의 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마르그리트와 잠자리를 가졌기에 그는 훗날 태어날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명예와 진실을 지킬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설령 그것이 보호할 의도였다고 해도, 본래 무뚝뚝한 성정인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강압적이었던 장의 잠자리 요구는 엄연히 강간이다. 설령 보호라 해도 당사자인 마르그리트를 상처 입힌다는 점에서는 중세의 시대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한 셈이다. 이에 더해 재판을 열기 위해 일부러 강간과 관련해 소문을 내는 것 역시 현시점에서 보면 명백한 2차 가해지만, 봉건제가 유지되던 중세 프랑스에서는 최선이자 동시에 필요악에 가까운 선택이나 다름없다. 이는 부부가 그날 밤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르그리트가 장의 영지를 돌보는 장면들도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이 반드시 현실과 등치 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일견 장의 어설픈 영지 경영을 현명하고 유능한 마르그리트가 잘 챙겨주는 장면 같다. 하지만 중세 시대임을 고려하면 이 역시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마르그리트는 씨암말의 씨를 가려 받으려는 장의 명을 어긴 하인에게 말들을 자유롭게 풀어줘도 된다는, 남편의 말과 반대되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중세의 말이 품종, 용도에 따라 급격한 가격차이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정해진 용도에 따라 말을 키우려는 장의 선택을 무시한 마르그리트의 선택은 오히려 큰 손실을 초래할 위험한 행동이다. 전쟁에 나선 남편 대신 세금을 거두는 장면도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장은 몇 달간 전쟁에 나가 금화 300닢을 받아오는데, 이는 작중 마르그리트가 살림을 가꾸어 늘린 재정을 상회하는 수치다.
영화는 이처럼 마르그리트의 진실이 현실과 어긋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마르그리트는 중세의 재판이 얼마나 끔찍한지 모른 채 고발에 나섰다. 자신의 재판이 자신과 남편의 목숨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결투로 이루어지는 것 외의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이는 마르그리트가 분명 영리하고 지혜롭지만, 그녀의 현실 역시 그녀의 주관대로 구성되었던 경우가 많았음을 암시한다. 마치 사건의 전말을 모두 담은 듯했던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조차도 온전한 진실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3장의 도입부 연출은 마르그리트의 진실과 별개인 진정한 의미에서의 진실이 따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 순간 그저 무기력할 뿐인 그녀의 표정은 그녀가 알고 있었던 진실과 알지 못했던 현실의 충돌로 인한 충격에 압도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피해받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자, 더 나아가 현실과 진실 사이의 괴리를 시대적 관점에서 조명한 작품이다. 시대적, 사회적, 구조적 한계를 마주한 여성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모든 사람의 진실은 왜곡될 수 있기에 사건의 전모가 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이는 세 주인공의 시선에 따라 작중 그 어떤 사건도 동일하게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두드러진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결투 재판 시퀀스는 이처럼 보다 폭넓은 해석의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만약 <라스트 듀얼>이 첫 번째 해석대로만 이루어지는 작품이라면, 이 작품이 마지막 결투를 스펙터클로써 보여주는 태도는 꽤나 어색해 보인다. 물론 프랑스 왕의 태도에서도 보이듯 결투 재판이 당시 시대에 유희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의 용기를 지지하는 것만이 영화의 주제였다면, 결투를 펼치는 두 남자의 시선에서 현장감을 살리며 박진감 있게 연출하는 대신, 마르그리트의 시점을 중심으로 결투를 건조하게 다루는 것이 더 주제에 부합하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투 장면은 마르그리트의 관점뿐만 아니라 그 결투에 임하는 두 남성의 시선, 그중에서도 특히 장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이는 결투 재판의 처절함과 승리에 대한 의지를 충실히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오락적으로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누구의 시선과 진실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은 채 세 주인공의 시선을 공존시킨다는 측면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라스트 듀얼>의 함의는 제작 비하인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제작 및 각본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 외에도 맷 데이먼, 벤 에플랙, 그리고 여성 감독이자 각본가로도 활동 중인 니콜 홀로프세너가 참여했다. 맷 데이먼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데이먼과 애플렉이 남성의 시선을, 홀로프세너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담당해 각본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사건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시각과 관점, 심정과 그들의 변화를 다채롭게 녹여낼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직간접적으로 미투 운동과 성추문 관련 이슈를 경험했던 이들과의 협업이 큰 역할이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에 개봉했던 <라스트 듀얼>은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초라한 흥행을 기록했었다. 이 작품이 지닌 품격과 가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극장에서의 흥행은 참패했지만, 다행히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되었으니 OTT를 통해서라도 노장의 시선과 사유가 담긴 <라스트 듀얼>이 온전히 공유되고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시대를 넘나드는 거장의 통찰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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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져 내린 서울 드림(dream)과 영원한 이방인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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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안락한 보금자리를 벗어나면 고생을 면치 못한다는 소리다. 잠깐의 외출도 그럴진대 평생을 지내오던 고향을 떠났을 때는 오죽할까.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꾸려나가기 시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고향을 그리게 되는 것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타향살이는 본질적으로 사람을 고독하게 만든다. 새로운 환경에서 뿌리 내린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개인이 물리적으로 그곳으로 이동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이미 존재해 온 사람들과 그들이 꾸려나간 사회에 적응하고 받아들여지는 것을 뜻하는데, 그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주민은 숱한 '문화 충격'을 감내해야 하며, 대개 '박힌 돌들'은 '굴러들어온 돌'들에게 그리 살갑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굴러 들어온 돌'인 스스로를 어떻게든 '박힌 돌' 중 하나로 신분 상승 시키기 위해 수 없이 스스로에게 정을 내리쳐야만 한다. 그것이 이주민이 감내해야만하는 외롭고도 고된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과의례는 타향살이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뼈아픈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필자만 하더라도 20대 중후반에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서울살이'를 해 왔는지라 이런 이야기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국내에서의 이주도 이럴진대, 하물며 국경 너머로 이주한 사람들의 사정은 어떨까? 그것도 고향으로 돌아갈 기약조차 없는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자, 여기, 20대 탈북민 한영의 이야기가 있다.
1. 20대 탈북민 한영의 실패한 서울 드림
동생과 함께 북한을 떠나 온 한영은 어떻게든 서울에 안착해서 살아가고 싶은 20대 청년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국경 너머로 온 그는 가족과 함께 남한땅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싶다. 뼈 빠지게 공부해 관광 안내사 자격증도 따고, 어찌저찌 취직도 했다. 이제 꿈 같은 '서울라이프'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친구 왈, 한국은 '인맥빨'이라고 했던가. 이렇다 할 인맥 하나 없는 한영에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 밥그릇을 빼앗을지도 모를' 낯선 이에게 살갑게 구는 이는 흔치 않으며 설령 그런 척을 한다고 한들 그를 온전히 '내 사람'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영은 더욱 고군분투한다. 불합리와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굴복과 순응, 포기의 과정을 숱하게 견뎌내면서.
한영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해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말씨와 행동거지를 남한 사람처럼 바꾼다고 한들 그의 등 뒤에는 '탈북민'이라는 꼬리표가 언제나 뒤따른다. 국적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데 어쩐지 받는 취급은 이도저도 아니다. 면접처에서는 '탈북민을 함부러 믿기는 좀 그렇다'는 말이 되돌아오고, 혹시라도 문제라도 일으켰다치면 '이래서 탈북민들을 고용하면 안 된다'는 폭언이 쏟아진다. 이 삭막하고 박터지는 서울 땅에서 한영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영원한 2등 시민 자리를 면치 못한다.
그리하여 한영의 '서울살이'는 더욱 고달파진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 온 남한 땅은 외롭고 고되다. 돈은 좀 벌지언정 그의 곁에는 함께해 줄 이가 드물다. 어머니는 휴전선 너머에 있고 비슷한 처지로 방황하던 동생은 연락두절, 아끼던 친구마저 멀리 떠나버린 그때, 한영은 온전히 고독해진다. 만리타향 서울 땅, 아는 이 하나 없어졌을 때 그는 더는 타향살이를 할 자신이 없어진다. 그곳에서 그는 없는 사람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사라진다. 익명의 사람들 사이로.
2. 서울을 살아가는 어느 소수자들의 삶
서울의 삶은 바쁘고 화려하다.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러스가 '라라랜드'였다면 한국에서는 서울이 그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잘만 하면 그럴싸한 성공을 거두고 그럴싸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들 하던데-... 글쎄, 정말로 그런 깔끔하고 보기 좋은 삶을 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서울에 그런 사람들'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실상은, 극 중 한영이나 정미, 리샤오와 같은 이주/이민자, 혹은 실적에 따라 수입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관광안내사인 청아의 사례처럼 그렇지 않은 삶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로 후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눈부신 서울의 광채의 이면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느라 이렇다할 존재감을 뽐낼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조차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사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분명한 것은 이러한 삶들은 좀처럼 조명되지 않고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20대 여성 탈북민인 한영은 이러한 소수자들의 삶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기존 사회에 어떻게든 발을 디디고자 하는 젊은 사회 초년생이자, 낯선 타지 생활에 적응해야만 하는 이주민이고, 그와 동시에 이 가부장적인 대한민국 땅에서 상대적 약자로 살아가는 여성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실패한 서울 적응기'는 어쩐지 남 일 같지 않다. 그는 어떤 면에서든지 간에 관객 중 누군가와 닮아있을 것이므로. 이것이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조명하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그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사회가 미처 간과한 어느 삶의 존재성을 밝히고, 그러한 삶에 대한 건조한 위로를 건넨다. '이런 삶도 여기에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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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민보다 매력적인 캐릭터 토베 얀손
무민의 정확한 이름은 무민 트롤로 북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트롤을 원형으로 삼고 있다. 처음 보면 하마로 종종 착각하는 무민 캐릭터를 만든 작가가 바로 토베 얀손이다. 이 영화는 토베 얀손의 전기영화로 그가 무민 캐릭터를 탄생시킨 과정도 보여준다. 회화 작가로 성공하고 싶었던 욕망의 좌절 속에서 토베는 나를 닮은 무민 캐릭터로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쳐낸다.
<토베를 비추는 무민>
영화 <토베 얀손> 포스터
토베 얀손이 멋진 모험을 하는 와중에 그리는 그림은 곧 그 자신이 된다. 포스터를 보면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토베를 보여주는 프레임이 무민 캐릭터의 형상을 하고 있고, 자유롭게 춤추는 토베의 그림자가 무민으로 보인다. 무민은 집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줄무늬 앞치마를 입은 무민의 엄마는 무민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며, 검은색 모자를 쓴 무민의 아빠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잘 생각해낸다. 무민 가족의 안정된 사랑 속에서 무민은 모험을 떠나는 용기를 키웠고, 사람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때로는 겁이 많아 소심해질 때도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회화와 만화 그 사이>
담배 피우는 여인과 무민 캐릭터
청춘의 질풍노도 시기에 전쟁과 여성이라는 제약을 업고 그는 정통 회화와 캐릭터 중심의 만화 작업 사이에서 지독한 혼란을 겪는다. 회화 작가로 성공해 조각가인 아버지와 우표 일러스트레이터인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삼은 신문 만화 연재가 성공을 가져다주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허전하다. 회화는 유부남이자 국회의원인 아토스와의 사랑과 닮았다. 그는 부인과 이혼하고 토베에게 청혼을 하여 안정된 결혼 생활을 만들어주려고 하지만, 토베는 그 시간을 겪으며 자신이 얼마나 비비카를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만화는 연극 연출가인 비비카와의 사랑으로 표현되었다. 토베 자신 또는 토베의 어머니보다 토베의 영혼을 먼저 읽어주는 비비카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비카는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더 자유롭게 살자고 말했지만, 토베는 그럴 수 없었다. 토베는 무민을 만들고 사랑했지만, 남동생에게 넘겨 작업을 이어나가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를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나간다.
토베는 툴리키라는 다른 여성을 만나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하였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두 가지 모두가 어지럽게 섞여 있는 것이 토베와 가장 가까웠다. 실제로 토베는 회화와 만화를 비롯하여 소설, 연극, 시, 노래, 무대미술, 벽화, 일러스트레이션, 광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창작활동을 이어나갔다.
<불안과 흔들리는 카메라>
아토스와 비비카 그리고 토베
무언가 정해지지 않은 시기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불안하고 정착하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다. 성공 서사가 이어지기 전까지 일종의 흑역사를 담은 전기영화 <토베 얀손>의 카메라는 영화 속에서 자주 흔들린다. 거치하지 않고 몸에 둘러맨 채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앵글은 토베의 정체성이다. 그리고 영화 색감을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 <캐롤, 2015>이 떠오르는데, 16mm 필름 촬영 방식을 채택한 동일한 카메라로 인공조명 대신 주변 사물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활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에 나오는 토베의 생전 영상은 청춘 그 자체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고전 명곡들이 머릿속을 맴돌 것이다. 익숙한 곡이지만, 막상 들으려고 하면 검색어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 생길 독자들을 위하여 곡명을 몇 가지 적어두고자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토베처럼 춤을 춰보자.
- 카를로스 가르델 'Por Una Cabeza'(1935)
- 에디프 피아프 'C'est Merveilleux'(1946)
- 베니 굿 맨 'Sing Sing Sing'(1936)
- 글렌 밀러 'In the Mood'(1939)
- 맘보 누아르 트리오 'City'(2019)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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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원작 퀴어 영화 上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날씨가 춥다 보니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이럴 때일수록 집에 꼭 틀어박혀 재밌는 영화도 보고,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도 읽으면 그게 행복이겠죠 ?
그런데 도대체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셨던 분들 모두모두 모이세요!
그 고민들, 씨네랩이 한꺼번에 몽땅!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
오늘은 저희가 재미있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퀴어 영화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하거든요!
사랑스러운 고등학생들의 연애와 고민을 담아낸 하이틴 소설부터,
죽지도 늙지도 않는 신비로운 인물 '올란도'의 삶을 담아낸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힘차게 시작해 볼까요 ٩( ᐛ )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8)
Call Me By Your Name
ⓒ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엘리오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올리버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엘리오의 처음이자 올리버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Cine Pick!
'첫사랑의 마스터피스'라는 칭호를 얻기도 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아이 엠 러브>(2009)와 <비거 스플래쉬>(2015)를 잇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욕망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에요. 제목부터 낭만적인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그 해, 여름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한 안드레 애치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요. 2007년 해외 출간 당시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세계 언론의 극찬을 받았던 작품으로, 출간 10년 뒤에 영화로 재탄생되며 제 90회 미국 아카데미상 각색상 수상을 포함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음악상(<Mystery of Love>)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다시 한 번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 예스24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달콤쌉쌀한 로맨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책을 함께 만나본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아가씨 (2016)
The Handmaiden
ⓒ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 그녀에게 백작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가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 드디어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Cine Pick!
<아가씨>는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두터운 팬층을 보유 중인 박찬욱 감독의 10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은 영국의 여성 작가 세라 워터스의 역사 스릴러 소설인 《핑거스미스》로 알려져 있는데요, 스릴러 소설로는 처음으로 부커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하여 부유한 상속녀 '모드'와 그의 하녀 '수'의 미묘한 관계, 런던 뒷골목과 상류사회의 대비, 음모와 사랑, 배신까지 리얼하게 묘사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예스24
주연배우인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배우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이며, 아름답고 섬세하게 구현된 세트와 미술 전반은 칸 영화제에서도 인정받아 류성희 미술감독에게 미술 부문 스탭으로서는 최초로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에게 수상하는 상'인 벌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기도 했습니다. 영화화 과정에서 빅토리아 시대를 일제 강점기로 각색하여 색다른 재미가 있다고 하니, 함께 감상하면 재미가 두 배겠어요!
러브, 사이먼 (2018)
Love, Simon
ⓒ 다음 영화
시놉시스
사이먼은 평범한 삶을 사는 고등학생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친구들이 있다. 다만, 자신이 게이인 걸 아무도 모른다는 것뿐. 남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게이라는 이유로 남들이 자신을 다르게 볼까 마음 한 켠에 고민을 안고 다닌다. 게이임을 숨기고 학교 생활을 이어가던 사이먼은 교내 게시판을 통해 학교에 커밍아웃하지 않은 게이가 또 있음을 알게 된다. 사이먼은 익명의 학생 블루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도 게이임을 처음으로 밝힌다. 사이먼은 블루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다. 교내 수 많은 남학생 중 블루는 누구일까?
Cine Pick!
<러브, 사이먼>은 발간 즉시 큰 인기를 끌었던 베키 앨버탤리의 영 어덜트 장편 소설 《Simon vs. The Homo Sapiens Agenda》를 원작으로 하는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자 퀴어영화입니다. 국내에서는 《첫사랑은 블루》라는 제목의 청소년용 도서로 발간되었으며, 십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심리학자였던 작가를 단숨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았습니다. 작가는 심리 상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 정체성을 지닌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팀 공동 대표를 7년간 맡아 오기도 했다고 해요.
ⓒ 예스24
영화는 북미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이끌어 낸 작품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든 첫 퀴어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볍고 통통 튀는 하이틴 로맨스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성소수자 학생이 겪게 되는 심적 고난을 깊이 있게 다루어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사이먼 스피어 역은 2013년에 킹 오브 썸머로 영화 데뷔 후 2015년 작 쥬라기 월드에서 이름을 알린 닉 로빈슨이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와 풋풋한 매력으로 눈길을 끌었으며, 사이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친구들 및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신예 배우들이 맡아 신선하고 귀여운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OST가 좋은 영화로도 유명한데요, Khalid, The 1975, Troye Sivan 등이 참여한 사운드 트랙을 감상하는 재미도 크겠습니다.
올란도 (1994)
Orlando
ⓒ 다음 영화
시놉시스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젊은 귀족 올란도는 만찬회장에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시를 낭송한다. 여왕은 그에게 저택을 하사하고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말라는 말을 남기는데, 과연 여왕의 말대로 올란도는 400년을 살아 남성과 여성 사이를 오가는 인간이 된다. 여왕이 죽은 후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의 딸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갑자기 그녀가 고국으로 돌아가버리자 상심한 올란도는 1주일 동안 잠에 빠지고, 깨어난 후에는 시를 쓰며 마음을 달랜다. 얼마 후 터키 대사가 되어 영국을 떠난 올란도는 그곳에서 일어난 전쟁에 휘말리자 다시 긴 잠에 빠지게 되고 깨어나보니 자신의 성이 여자로 바뀌었음을 알게 되는데...
Cine Pick!
여성 감독 샐리 포터가 감독과 각본을 맡은 영화 <올란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요. 소설은 성별을 오가며 400년을 살아간 '그'이자 '그녀'였던 올란도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유머러스한 문체로 젠더의 허구성을 그려낸 버지나아 울프의 숨겨진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양성성을 지닌 매력적인 인물 올란도의 모델은 당시 울프의 연인었으며, 이후로도 오랫동안 가깝게 지냈던 여성 작가 비타 색빌웨스트였다고 해요. 비타가 작품을 위해 직접 분장을 하고 찍은 사진들이 책 속에 사료 형식으로 수록되어 있었고, 비타의 아들이 소설에 대해 "문학사상 가장 길고 매혹적인 연서"라는 평을 남겼다는 점 등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더욱 흥미롭습니다.
ⓒ 예스24
남성과 여성을 넘나들며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비로운 인물 올란도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틸다 스윈튼입니다. 어쩜 이렇게 찰떡같은 캐스팅이 다 있나 싶죠!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내는 틸다 스윈튼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는 데 모두들 동의하실 거에요. 소년이었다가 남자로, 또 다시 여자로. 긴 세월의 삶 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남성이자 여성으로서 세상을 체화해내는 틸다 스윈튼의 연기가 일품인 영화입니다. 여성으로서의 고난을 보여주며 성별의 경계를 모호화하는 장치가 영화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에 페미니즘 문학과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도 추천드리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의상과 소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캐롤 (2016)
Carol
ⓒ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Cine Pick!
영화 <캐롤>의 원작 소설은 범죄 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자전적 소설이자 유일한 로맨스 소설인 《소금의 값》입니다. 하이스미스는 《재능 있는 리플리》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작가인데요, 리플리 시리즈는 영화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었지요. 《소금의 값》은 작가가 생활고에 시달렸던 시절에는 맨해튼의 대형 백화점에서 인형 판매 사원으로 일을 했었는데, 당시에 딸의 선물을 사러 온 모피 코트를 걸친 금발 여성에게 매혹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했다고 해요.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당시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 사생활, 작가로서의 정체성 고착이 염려되어 다른 필명으로 책을 냈던 것이 100만 부가 팔려나가 그녀에게 큰 성공을 안겨 주었고, 40년이 지난 후에야 《캐롤》을 제목으로 재출간하며 자신이 저자였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습니다.
ⓒ 예스24
영화 <캐롤>은 겨울 했을 때 많이들 떠올리는 영화이기도 해요. 1950년대의 추운 맨해튼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고요하면서도 뜨거운 사랑 영화이기 때문이겠지요. 캐롤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사랑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 인물인 테레즈는 상대역인 케이트 블란쳇의 오랜 팬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던 루니 마라가 맡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 내에서도 밖에서도 빛나는 두 사람의 케미가 영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이기도 했지요.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즐겨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오늘 씨네랩이 소개해드리고 싶었던 영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미처 보여드리지 못했던 다른 작품들은 다음 편에서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
씨네랩 에디터 Y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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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묻고, 내게 묻는다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하얀 설원과 빨간 니트, 그리고 이 대사.
“오겡끼데스까”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 장면만큼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
다. 그만큼 <러브레터>는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실제로 <하나비>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수입된 일본 영화면서도, 개봉한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 실사 영화 국내 관객 수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는 이 영화로 영화계에 발을 내딛었고 <4월 이야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하나와 앨리스> 등 여러 대표작을 만들어내면서 큰 명성을 갖게 된다. 최근에는 <키리에의 노래> 라는 작품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과 교류를 해오고 있다.
<러브레터>는 사고로 연인을 잃게 된 ‘와타나베 히로코’와 그녀의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남)’, 그리고 그와 성별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았던 동명이인 ‘후지이 이츠키(여)’.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연인을 떠나보낸 ‘히로코’는 그리운 마음에 그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연인이었던 그에게서 답장이 온다. 알고 보니 고등학교 시절, 그와 이름이 같은 또 다른 ‘후지이 이츠키’가 있었던 것이다. ‘히로코’와 ‘이츠키(여)’는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세상을 떠난 ‘이츠키(남)’를 추억한다.
남겨진 자들의 몫
이츠키(남)가 세상을 떠나고, 히로코는 시간이 지남에도 그를 잊지 못한다. 후회, 원망, 그리움 등이 뒤섞인 하나의 응어리가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이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도, 그 순간만큼은 처음인 듯이 아프게 다가온다. 쉽게 잊을 수 있다면 크게 아프지 않을 테지만,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이 떠나간 자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그들이 가시에 찔리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줄기 위에 달린 꽃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히로코의 편지로 추억 속 이츠키(남)를 회상하는 이츠키(여)는 ‘죽음’과 가까운 삶을 산다. 어린 나이 아버지를 폐렴으로 잃었고, 본인 또한 심한 기침 감기를 앓고 있다. 그녀는 병원에서 아버지의 환영을 본다. 추억 속 이츠키(남)의 죽음을 알게 된 이츠키(여)는 고열로 쓰러지고, 그녀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남겨진 자에게 주어진 또 다른 몫은 떠나간 자의 발자취. 즉, 떠나감의 이유이다.
눈과 추위를 ‘함께’ 맞이하다
각자의 몫을 짊어진 히로코와 이츠키(여). 그러나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그들의 고통은 커진다. ‘히로코’는 이츠키(남)가 자신을 좋아한 이유가 이츠키(여)와 닮아서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츠키(여)는 감기가 낫기는커녕 점점 심해진다. 히로코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그가 사고를 당했던 산을 찾는다. 학교를 찾은 이츠키(여)는 선생님으로부터 이츠키(남)의 죽음을 전해 듣는다. 산을 찾은 히로코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온 이츠키(여)는 고열로 쓰러진다. 그녀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몫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때 누군가 손을 내민다. 사실 그 손은 이전부터 그녀들을 받치고 있었다. 그 손의 주인은 히로코의 선배와 이츠키(여)의 할아버지다. 선배는 오타루로 향하는 히로코의 동행자가 되어주었다. 할아버지는 쓰러진 이츠키(여)를 업고 병원으로 달린다. 그들의 입김은 지금의 추위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그녀들 혼자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듯하다. 그러면서도 가슴 속 응어리를 먼저 풀어냄으로서, 비슷한 상황에서의 트라우마를 극복함으로서 그들 각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너에게 묻고, 내게 묻는다
설원을 뛰어가 떠나간 인연을 마주하는 히로코, 병상에서 천천히 눈을 뜨는 이츠키(여).
그녀들의 입에선 똑같은 문장이 뱉어진다. “오겡끼데스까?” 히로코는 크게, 이츠키(여)는 작게.
히로코는 자신의 큰 목소리가 메아리로 울렸을 때 마치 이츠키(남)가 말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이츠키(여)는 자신의 작은 목소리가 속에서 울렸을 때 살아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들은 각각 귀와 마음으로 목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떠나간 이츠키(남)의 평안을 바랬다.
“잘 지내시나요?” 네게 물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너는 대답했다.
“잘 지내시나요?” 내게 물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나는 대답했다.
그녀들은 그렇게 그와의 추억을 가슴 속에 묻었다. 기나긴 시간과 공간의 여정을 통해 이츠키(남)의 죽음은 완성되었다.
그리고, 나카야마 미호
2024년 12월 6일. <러브레터>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재개봉을 앞두었던 터라 그녀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러브레터> 이후에도 여러 시리즈와 영화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던 그녀는 이와의 슌지의 <라스트 레터>(2020)에서도 조연으로 등장하며 보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시켰다.
<러브레터>에서의 1인2역은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 캐릭터의 살아온 배경, 성격, 스타일이 다를뿐더러 특수한 분장 없이 비슷한 외형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더욱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히로코와 이츠키가 되었다. 특히 “오겡끼데스까”를 내뱉는 교차편집 장면에서는 두 인물의 서로 다른 감정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하였다.
이제는 우리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을 ‘나카야마 미호’.
그녀가 남긴 대사처럼 모두가 잘 지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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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공간, 기억을 잃은 채 갇힌 세 남녀! 오직 타인의 목소리에만 의존해 탈출해야 한다? 미스터리 밀실 스릴러 [어웨이크] 티저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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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케이트> 공식 예고편
냉혹한 킬러 케이트가 치명적인 물질에 중독된다. 그녀에게 남은 생명은 24시간뿐. 그 안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을 찾아 복수하려는 케이트.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이 살해한 남자의 딸과 손을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