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09 18:16:28
영감을 불어넣어 줄 아티스트 다큐
오아시스 재결합 화해 기념
15년 만에 화해한 오아시스 축하 기념
뮤직 아티스트 다큐 9선
아티스트의 깊은 내면과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
사생활까지 풀어낸 레전드 다큐들을 소개합니다.
싸우지마요 오아시스
Relative contents
-
- <갈매기> - '갈매기를 추락시킨 사랑이란 총성'
갈매기 (The Seagull)
개봉일 : 2018.12.13 (한국 기준)
감독 : 마이클 메이어
출연 : 시얼샤 로넌, 아네트 베닝, 빌리 하울, 코리스톨, 엘리자베스 모스, 메어 위닝햄
'갈매기를 추락시킨 사랑이란 총성'
매끈한 흰 털을 가진 갈매기가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사랑스러운 빛깔을 뽐내며 아주 자유롭게. 탕- 총성이 한발 울린다. 한 남자가 갈매기를 향해 총을 쏜다. 당장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거나 원수를 갚기 위한 총성 따위가 아니었다. 그냥. 화가 나서. 헤집고 싶어서. 갈매기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소유하고 싶어서.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던 갈매기는 그렇게 바닥으로 나가떨어진다.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갈매기>. 원작은 아직 접해보지 않았지만 원작은 꽤나 다크한 분위기라고 하기에 ‘혹시 멘탈 와장창 스타일인가..?’싶어 걱정을 잔뜩 집어먹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생각만큼 많이 다크하고 깊숙한 영화는 아니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애정에 대한 갈구, 질투와 자기혐오가 적절히 뒤섞인 이 이야기는 꽤나 직선적인 플룻을 갖추고 있다.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그에 얽힌 대가는 직통으로 그들을 관통한다. 연기력을 갖춘 중년의 여배우와 연기는 엉성하지만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 명성이 자자한 작가지만 강박을 갖고 있는 남자와 아직 인정받지 못한 소년.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과 외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그녀의 딸. 그 어디도 온전한 구석이 없는 애정의 방향은 얽히고설켜 새로운 고통으로 다가온다.
“모든 생명은 애절한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렸네.”
콘스탄틴이 써 내려간 희곡의 한 구절이다. 애절하게 돌아가던 애정의 순환이 멈춘 곳엔 무엇이 남아있을까. 모두 사라졌을까, 추락했을까, 그대로 남아있을까.
갈매기 시놉시스
달빛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호숫가, 무대 뒤에서 첫 공연을 준비하는 ‘니나’(시얼샤 로넌)와 ‘콘스탄틴’(빌리 하울) ‘이리나’(아네트 베닝)처럼 유명한 배우가 되길 원하는 ‘니나’는 촉망받는 작가 ‘보리스’(코리 스톨)의 등장에 설레고, ‘콘스탄틴’은 그런 그녀를 보며 애태우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네 희곡엔 살아있는 인물이 없잖아.”
한적한 시골집에 살며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소년 콘스탄틴, 그리고 콘스탄틴이 애정 해 마지않는 사랑스러운 소녀 니나. 콘스탄틴은 희곡을 쓰고, 니나는 희곡의 주인공이 되어 연기를 펼친다. 습기를 머금은 나무들과 질척이는 진흙이 깔려있는 숲에서 콘스탄틴의 희곡이 처음으로 막을 올린다. 하지만 중년 배우인 그의 어머니 이리나는 아들의 연극에 틈틈이 딴죽을 건다. 어머니의 발언에 마음이 상한 콘스탄틴은 바로 공연을 마무리 짓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앞에 앉아있는 성공한 작가 보리스의 존재도 버거운데, 그 옆에 앉아 내 희곡의 문제점을 짚어대는 어머니의 말은 콘스탄틴의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마흔도 안된 젊은 나이에 성공한 쉬이 말하는 ‘재능 있는 작가’와 시골에 박혀 흥미롭지 않은 희곡을 만들어내는 작가 지망생인 자신. 게다가 콘스탄틴이 사랑하는 소녀 니나는 보리스의 등장에 설렘을 느끼고 있으니.. 콘스탄틴의 감정은 바닥 저 밑으로 가라앉는다.
보리스는 이리나의 젊은 연인이다. 사실 이 둘의 관계는 완전한 연인으로 표현하기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을 때도 있고, 가벼운 연인처럼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엉성한 연인 사이에 새로이 등장한 ‘사랑스러운 소녀’는 보리스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이리나는 자존감이 꽤 높은 인물이다. 이 정도면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생각과 배우로서의 자부심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는 여전히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있겠는가. 내 나이의 절반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뿜어내는 사랑스러움은 자기관리로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이리나는 보리스와 니나 사이의 분위기가 묘하게 변해가는 걸 눈치채고 니나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그녀는 20살 중반의 나이를 가진 마샤를 옆에 세워놓고 누가 더 젊어 보이냐고 질문하기도 하고, 노래를 들려달라는 청을 거절하다가도 니나에게 관심이 쏠리자 바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니나를 의식해 더 화려한 옷을 찾아 입고 거울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다. 막말로 다 큰 어른이 어린 소녀를 질투해서 뭐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어린 소녀가 나의 사랑을 뺏어가려고 한다면 얘기가 좀 다르다.
질투와 분노의 감정은 갈수록 커다랗게 자라 파괴력을 갖게 된다. 콘스탄틴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멀리 날아가고 있는 갈매기에게 총을 발사한다.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진 갈매기를 손으로 휘감아 올린 콘스탄틴은 무슨 의미냐고 묻는 니나의 앞에 말없이 갈매기를 던져놓는다. 하지만 니나는 콘스탄틴의 행동을 계속해서 궁금해하기보단 바로 앞에 놓인 멋진 작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한다. 꽃무늬 치마를 입은 소녀는 남자와 함께 호수로 향한다.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보리스를 부르는 소리에 이내 뭍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죽은 갈매기의 몸. 보리스는 갈매기를 보고 떠오른 글을 수첩에 적는다.
‘갈매기처럼 행복과 자유를 느끼는 호숫가 소녀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그녀를 파멸시킨다.’
엉켜버린 애정의 방향으로 인한 파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마샤는 오랜 외사랑을 미뤄두고, 나를 사랑해 주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 메드베덴코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콘스탄틴은 우울과 분노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에게 총을 발사하고, 니나는 “내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가져가세요.”라는 보리스의 책 속 한 구절을 보리스에게 전하며 사랑에 자신을 바치겠다고 맹세한다.
콘스탄틴의 자살시도 후 일주일이 지났다. 콘스탄틴의 머리엔 작은 상처만 남았지만, 어긋난 감정들은 여전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리나는 보리스를 데려온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리스를 데리고 떠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보리스와 니나는 이리나의 생각처럼 쉽게 마음을 접지 않았다. 보리스를 보며 무대에 서길 다짐한 니나는 보리스를 따라 모스크바로 떠난다. 콘스탄틴은 그 자리에 남아 니나를 그리워했고, 마샤는 결혼을 결심했지만 여전히 콘스탄틴의 곁을 맴돈다.
“난 그 갈매기야.”
시간은 생각만큼 많은 걸 바꿔놓진 못했다. 콘스탄틴은 작가가 되어 글을 쓰게 되었지만 여전히 니나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녀의 소식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보리스와 아이를 가졌지만 아이를 잃고, 보리스에게 버려진 소녀는 울거나 죽는 연기만 곧잘 할 뿐이었지, 전체적인 연기엔 영 소질이 없어 배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여름, 그 시기에 모였던 인물들이 모두 모인 날 밤 니나는 콘스탄틴의 방 창문을 통해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온다. 2년 전, 꽃무늬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식탁 의자에 앉던 밝은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고 넘치게 지쳐버린 소녀는 이제 휴식을 바라고 있다. 나를 비웃고, 버린 남자에게 나는 ‘총 한방에 떨어져 버린 갈매기와 같은 존재’인가-? 니나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호기심에 사랑하고, 흥미가 떨어지자 버려진 ‘나’라는 존재는 무심결에 쏜 남자의 총에 맞아 떨어진 갈매기와 같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자니 나 자신의 존재가 너무 슬퍼지는 게 아닌가. 사실이지만 너무도 슬픈 이야기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슬픈 사실은 니나가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스탄틴은 돌아온 니나를 향해 내 곁에 있어달라며 사랑을 갈구한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상관없으니 그저 곁에 있기만 하면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올 것 같았다. 니나는 사랑을 고백하는 콘스탄틴에게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니나의 마음을 들은 콘스탄틴은 더 이상 니나를 잡지 않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다.
“좋았던 때를 기억해?”
처음으로 완성한 희곡을 무대에 올리던 날, 니나는 콘스탄틴의 방에서 나가기 전, 그날을 기억하냐고 묻는다. 첫 연극의 설렘, 사자와 뿔 달린 사슴과 같은 동물들을 만들어 그림자를 연출했던 천막, 높이 떠올랐던 달. 그 기억들은 어느덧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어 순환의 끝에 서있었다. 니나가 다시 이 집을 떠나는 순간, 그것들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던 건 왜였을까. 왠지 그녀가 이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 다 불속에 뛰어든 거야. 너는 작가, 나는 배우”
“우리에게 중요한 건 명예 같은 걸 꿈 꾸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야.”
명예와 영광을 쫓는 작가가 되고자 했던 콘스탄틴, 명예를 가진 작가를 사랑했던 니나, 명예에 쫓겨 강박을 갖게 된 작가 보리스, 명예를 놓지 못한 중년 여배우 이리나. 명예를 좇아 달리던 인물들 사이에서 빠르게 일그러진 사랑과 질투의 감정들은 그들을 한 마리 갈매기로 만든다. 그중 한 마리는 총에 맞아 추락했고, 다른 한 마리는 곧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 속도를 늦춘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결혼한 폴리나와 그의 딸 마샤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며 또 다른 새가 되어 행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헤매고 있다.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사랑과 그에 대한 갈구, 명예와 영광에 대한 욕망과 자신을 끝없이 추락하게 만드는 자기혐오의 감정. 이 모든 것이 호수 표면에 조용히 내려앉은, 출렁이는 물결이 눈부시게 빛나던 여름이었다.
-
- [BIFFX씨네랩]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예매권 이벤트 오픈!
- 🎬 씨네랩과 함께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예매권 증정 이벤트올해로 제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 속 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대의 국제영화제입니다.오는 9월 17일(수)부터 9월 26일(금)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할 수많은 영화들로 찾아올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30회를 맞이해 더욱 특별해진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 올 가을 아시아최대의 영화 축제의 다채로운 영화의 물결을 목격하러 떠나보시죠![이벤트 정보]참여 대상: 영화를 사랑하는 씨네랩 회원 🎬이벤트 기간: 8월 18일(월) ~ 8월 29일(금)당첨자 발표: 9월 2일당첨 인원: 15인 (1인 2매)[이벤트 참여 방법]하나. 씨네랩 홈페이지를 가입한다.둘.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예매권 이벤트 글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기대가 듬뿍 담긴 댓글을 작성한다.셋. 구글폼을 작성하여 신청을 완료한다.구글폼 링크: 신청 완료하러 가기!(클릭)💡TIP💡 씨네랩(@cinelab_official)/씨네픽(@cinepick) 계정의 이벤트 글에 '참여 완료' 댓글과 함께 리그램, 리포스트 하면 당첨 확률이 더 높아져요!📍 당첨자는 추첨을 통하여 이벤트 종료 후 문자로 개별 연락 드릴 예정입니다.📍 이벤트 참여를 위한 씨네랩 회원가입은 필수입니다!
-
- <소년심판> <글리치>등 넷플릭스 2022년 K-콘텐츠 라인업 25편 공개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과 영화 개봉작들의 이벤트 소식과 굿즈 일정을 소개드리는 콘텐츠입니다!
이번 주(1월 3주차) 영화계 소식을 다 같이 알아보실까요?
1. 넷플릭스 2022년 한국작품 25편 제작확정!
넷플릭스가 2022년 한국 콘텐츠, 소위 K-콘텐츠를 대거 선보인다고 합니다.
장르 불문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장르에서 K콘텐츠의 확장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19일에는 올해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하며 25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로써 한국 콘텐츠 누적 투자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하니, 정말 새삼스레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이 느껴집니다.
2022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K- 콘텐츠 주요 라인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드라마 <소년심판>
출연 :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
작품소개 :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로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해 청소년 범죄를 방임하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
드라마 <블랙의 신부>
출연 : 김희선, 이현욱, 정유진 등
작품소개 : 결혼을 통해 상류사회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현실 풍자극
드라마 <모범가족>
출연 : 정우, 박희순, 윤진서
작품소개 :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거금이 든 차량을 발견하고
마약조직의 2인자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드라마 <글리치>
출연 : 전여빈, 나나, 이동휘, 류경수
작품소개 : 정체불명의 불빛과 함께 사라진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던 홍지효가 UFO 커뮤니티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미스터리한 비밀의 실체에 다가서는 이야기
드라마 <수리남>
출연 :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작품소개 :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려는 국가정보원의 비밀 작전에 협조해야하는
민간인 사업가의 목숨을 건 여정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출연 : 유지태, 김윤진, 전종서 등
작품소개 : 스페인에서 제작돼 인기를 얻은 '종이의 집'의 한국 버전.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개성과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변수에 맞서는 인질극
영화 <모럴센스>
출연 : 서현, 이준영
작품소개 : 남다른 취향을 가진 남자와 그의 비밀을 알게된 여자의 로맨스
영화 <정이>
출연 : 김현주, 강수연
작품소개 : 기후변화로 살기 어려워진 지구에서 인류가 만든 피난처에서 내전이 일어나는 22세기 이야기
2. 영화관 방역, 백신패스 해제
지난 19일부터 영화관의 방역패스가 해제되었습니다.
또한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됐던 극장 영업시간 역시 영화 종료 시간이 밤 12시를 넘기면 안된다는 방침이
새롭게 제정되며 영업시간 제한이 다소 완화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심야 영화 관람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제약이 남아있는 상황인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간 극장 내 띄어앉기, 음식물 섭취 금지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화산업은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영화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더욱 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있습니다.
3. 영화 <듄> 아이맥스 재개봉
지난 2021년 10월 20일 개봉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영화 <듄>이 2월 9일에
다시 한 번 전국 17개 CGV 아이맥스(IMAX) 상영관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가 강조된 작품으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는 작품인데요!
1.43:1의 독자적 비율의 화면이 한 시간 이상 나오기 때문에 개봉 당시에도 IMAX 상영관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영관에서 일정 기간 한국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 쿼터제와 <이터널스>,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 등
마블의 대형 영화 개봉으로 IMAX상영관에서의 상영이 많이 이뤄지지 못해 많은 영화팬들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 많은 영화팬들이 요구에 힘입어 재개봉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4. 이번 주 (1월 19일~1월 23일) 영화계 이벤트 &굿즈 증정 일정
1월 19일(수)
1월 20일(목)
1월 21일(금)
1월 22일(토)
1월 23일(일)
1월의 셋째 주 영화계 소식과 이벤트(굿즈) 소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영화관의 백신패스가 해제된만큼 혹시나 영화관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셨던 분들이 계시면
이번 주 영화관에 방문하여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관람과 더불어 이벤트도 참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
- 억눌린 자아가 만들어낸 비극
<싸이코>, 억눌린 자아가 만들어낸 비극
<싸이코>는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서스펜스와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영화의 초반에는 등장인물 마리온의 횡령이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점이지만 마리온이 베이츠 모텔을 방문하게 되면서 마침내 영화 제목 <싸이코>가 관객에게 보여진다. 중반부를 지나 영화는 베이츠 모텔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담고 있으며 영화 초반에는 살인마가 미스 베이츠라고 확실하게 드러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살인마의 정체가 모호해진다. 결국 살인마는 노먼 베이츠임이 밝혀지고 동시에 그가 미스 베이츠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이중인격 살인마라는 점도 같이 알려져 충격을 준다. 노먼 베이츠가 이중인격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미스 베이츠의 과도한 의존과 괴팍한 성격이 있었고 그녀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억눌림은 노먼의 정신병을 초래했다. 나아가 어린 시절 억눌린 노먼의 자아를 비롯한 남성성은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노먼의 인격과 공간적 배경의 연결성
영화 속 등장하는 공간적 배경은 고립되고 억눌린 노먼의 인격을 묘사하고 있다. 베이츠 모텔의 위치, 노먼 베이츠의 저택과 모텔의 위치 그리고 베이츠 저택 내부 모친의 공간과 노먼의 공간 차이는 노먼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보여준다. 따라서 각 공간이 어떻게 노먼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베이츠 모텔과 저택의 위치
먼저 모텔과 저택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면 그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고속도로에서 떨어진 곳에 있으며 찾기 힘든 곳에 있다. 마리온과 아보가스트가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사람들과 거의 교류가 없는 고립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과의 교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의 거주지는 노먼의 유년 시절부터 이어진 그와 그 모친의 고립을 표현한다. 또한 그 고립의 정도는 얼마나 노먼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고 그 결과 모친에게 자아가 통제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모텔과 저택의 위치는 노먼의 모친이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는 보안관의 말을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노먼의 정신 상태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위치에 놓여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베이츠 저택과 베이츠 모텔의 위치는 노먼 베이츠에 내재된 두 인격의 상하관계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미스 베이츠의 모습과 존재는 창문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으로만 오직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밖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저택 내부에만 머무르는 것처럼 나타나고 노먼이 저택에 있는 모습도 거의 나오지 않는 점에서 영화에서 저택은 미스 베이츠의 공간처럼 묘사된다. 반면 모텔은 노먼의 공간이다. 노먼은 모텔의 주인으로 그가 통제할 수 있는 곳이다. 그에게는 모든 객실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존재하며 투숙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휴게실에는 그의 취미 생활이 담긴 박제품들이 가득하다. 또한 그가 스스로 만든 엿보기 구멍으로 투숙객을 관찰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저택은 미스 베이츠의 공간으로 모텔은 노먼의 공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어서 베이츠 저택과 베이츠 모텔이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저택은 계단을 올라가 모텔보다 높은 곳에 있고 모텔은 따라서 반대로 저택보다 낮은 곳에 있다. 또한 저택의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모텔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지만 반대로 모텔에서는 저택의 외관만 볼 수 있고 다른 정보는 전혀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베이츠 저택은 마치 모텔을 감시하기 위해 있는 감시탑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며 아래를 내려다보며 지켜보는 공간과 위치가 주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미스 베이츠의 공간으로 분석될 수 있는 저택이 위에 있고 노먼의 공간인 모텔이 아래에 있다는 공간성은 노먼의 두 가지 인격 중 모친의 인격이 지배적이고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노먼의 방과 미스 베이츠의 방
노먼의 자아보다 모친의 자아가 노먼 내부에서 더 우세하다는 것은 저택 내 미스 베이츠의 방과 노먼의 방 차이에서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영화 후반에 라일라가 저택에 몰래 들어감으로써 밝혀지는 미스 베이츠의 방은 매우 넓으며 가구나 옷들 모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반면 노먼의 방은 마치 소년의 방과 같은데 침대는 성인 남성이 자기에는 좁아 보이고 침구도 낡았으며 정돈되어 있지 않고 나이에 맞지 않는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놀 것만 같은 인형들이 있다. 노먼의 방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화려하고 넓은 미스 베이츠의 방은 노먼 내면에 자신보다 모친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나타내며 특히, 어린아이의 방을 닮은 노먼의 방은 결국 모친의 과도한 의지와 성격으로 노먼은 유년 시절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그대로임을 나아가 삐뚤어졌음을 보여준다.
노먼은 누구인가
미스 베이츠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노먼을 지배하여 모친에 대한 노먼의 집착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의 집착은 그가 이중인격의 살인마로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결말로 이어졌다. 노먼은 이제 고립된 모텔과 저택에서 벗어나 다른 환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유년 시절의 결과가 교도소가 된 노먼, 모든 진실이 밝혀진 지금 노먼은 과연 누구인가? 미스 베이츠인가 노먼 베이츠인가. 마지막 노먼의 독백 또는 미스 베이츠의 독백은 그들이 통제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직면하게 된 새로운 곳에서의 그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노먼의 상태를 모호하게 만들어 그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사진: 네이버 영화 포토
-
- [BIFAN 데일리] 진실과 진심 사이에
감독] 임찬익
출연] 이주승, 아디나 바잔(Adina BAZHAN), 구성환, 조하석 등
프로그램 노트] 다큐멘터리 조연출 승주는 자신의 작품을 연출하는 것이 꿈이지만 그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도 역시 조연출 신세로 고려인 결혼식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떠나는 승주. 그러나 감독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예정된 촬영을 하지 못하고 제작비만 날리고 만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면 승주의 연출 입봉작을 제작하겠다는 대표의 말에 승주는 가짜 결혼식 촬영을 계획한다.
목표가 간절할수록 처해 있는 현실은 더욱 괴롭다. 그렇기에 목표를 이루기 위한 유혹에 쉽게 빠지기 마련이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이룬 목표는 달콤하기보다는 쓰디쓸 뿐이다. 자명한 인생의 진리를 전하는 이 작품은 카자흐스탄의 아름다운 풍광과 이에 어우러진 배우들의 따뜻한 연기로 그 메시지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승주가 가짜 결혼을 위해 선택한 카자흐스탄 이름 ‘다우렌’의 진정한 의미가 빛을 발하는 결말에 이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정엽)
선혈이 낭자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스크린 중에도 이따금, 부드러운 초록빛이 스크린을 메울 때가 있다. 좀비를 비롯한 이생명체의 공격, 디스토피아의 살벌한 세계관, 고어나 호러 영화를 전혀 보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자주 찾는 이유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라면 <다우렌의 결혼>이 꽤나 반가울 것이다. 이 영화는 처참한 장면 대신 말갛고 순한 장면으로 마음을 두드리니까.
일상을 군더더기 없이 연기하며 감탄을 자아내는 배우 이주승은 여기서도 적당한 피로와 타협으로 점철한 현대인의 얼굴로 포문을 연다. 난민촌을 담은 다큐멘터리라면 취약한 상황에 처한 사람 보호 차원에서 이름을 적당히 가명 처리하고 가명임을 밝혀도 될 것 같은데...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조연출 승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책상 앞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대로 고민하며, 열심히 일상을 채운다.
꿈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분명 입봉이라는 꿈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데, 어쩐지 자꾸 꼬이고 박살나고 멀어지기만 하는 느낌으로 승주는 카자흐스탄의 작은 마을을 걷는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이방인에게 기꺼이 자리와 음식을 내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얼굴만은 펴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사실 고려음식 열전이었던가 싶어질 만큼 멋진 식탁 장면들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에도, 승주만큼은 뚱한 표정이다.
마을 잔치를 결혼식처럼 둔갑시키는 것도, 거짓 결혼식을 만드는 것도, 그는 내켜 하지 않는다. 진짜가 아니니까. 다큐는 진짜를 찍는 작업이니까. 그러나 도저히 물러설 길이 없다 싶자, 그는 결국 가짜 결혼식을 결정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결혼식이라고 믿는다면, 그럼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말에 적당히 물러선다. 어쩌면 승주가 이 영화에서 처하는 갈등은 "다큐멘터리가 추구하는(더 정확히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인가 사실인가" 하는 질문과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진짜'라는 말의 범위를 가늠하며 영화를 보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짜'는 때로는 진실, 때로는 사실의 의미로 통용되니까. 그러나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혹은 진실과 사실에 대한 깊은 고뇌로 우리를 데려가지 않는다. 대신 진짜라는 말의 경계를 슬며시 녹이고 넓힌다.
순한 마음은 진짜다
샤슬릭을 굽는, 그러니까 음식을 만드는 연기와 냄새를 피우면서 결혼식 소식을 알린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 결혼식 소식을 전하고, 어쩌다 마주친 승주의 카자흐스탄 이름 '다우렌'을 연신 부르며 환한 미소로 축하를 건넨다. 그 입소문과 축하의 장면들은 하나 같이 순하기만 해서, 보는 내내 참 좋았다. GV에서 들으니 실제 마을 이장님도 그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던데, 촬영에 열려 있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드러난 모양이다.
상대와 나의 관계성이나 거기서 얻게 될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의 행복에 마냥 기뻐하는 마음. 물론 거기에는 아디나가 그 동안 마을에서 쌓아 온 덕망이라는 배경도 있겠지만, 그냥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합을 어여삐 여겨 주는 마음이 표정에서 묻어났다. 그 순한 마음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이다.
같이 옮긴 걸음은 진짜다
가짜 결혼으로 시작했지만 아디나와 승주 일행은 점차로 가까워진다. 기분 좋은 날, 바람 좋은 날 함께 둘러앉아 좋은 음식을 같이 먹고, 같이 걸어다니고, 같이 웃는다. 이러한 과정이 단순히 연인으로서의 과정으로 그려졌다면 이 영화를 굳이 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영화는 그런 진부한 멜로 서사 쪽으로는 힘을 주지 않았다.
가짜 연인 행세를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애정이 꽃피는 드라마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으며, 심지어 가짜 결혼이라니 얼마나 올드한 틀인가. 이 영화에서 결혼이라는 틀은, 서로를 종속하는 폐쇄적 로맨스가 아닌 순한 동화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기능한다. 멜로 드라마라기엔 개연성이 흐릿하다는,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디나와 승주 각자의 걸음이 모였다 흩어지는 또 모이는 과정으로 의미가 있으니까. 다소 거짓말 같은 엔딩도 그럭저럭 납득하게 되는 건, 그래 세상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지기 때문이다.
마주본 눈은 진짜다
누군가의 방을 들여다본다는 건, 그의 꿈과 소원을 보는 것과 같다. 거기까지 보았다는 것은 상당히 가까운 관계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순한 마음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같이 걷고, 그의 마음 한 자락을 엿보고, 그의 눈 속에서 자신과 같은 면까지 보고 나면, 이제 그 두 사람은 먼 사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상대에게 턱 튀어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상대를 바라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다우렌' 승주와 아디나가 서로를 보고 자신을 본 것처럼, 이 영화를 본 나도 다시 나를 본다. 푸른 갈치를 생각하면서. 나의 '진짜'는 어디에 있는지, 혹시 어디 그물에 걸려 빠르게 썩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영화에서 '진짜'를 느끼게 한 것들은 모두 그저 진심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사실을 담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 하지만, 연출자 따로 감독 따로인 상황에, 아예 가짜 상황을 연출해 담는 상황조차 "다큐도 연출이라니까!" 하는 말에 어영부영 묻히는 상황에서, 그 말은 자꾸 삐그덕거리고 어긋나기만 한다. 대신 이 영화 내내 오롯이 빛나는 것은 진심이다. 백석의 시에 나오는, "욕심이 없어 희여졌"고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으며,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한 존재들처럼 조용히 새하얀 진심.
백석을 생각하니 더더욱, 이 영화의 배경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1937년 척박하게 얼어붙은 땅에 대뜸 던져졌으나, 숱한 죽음을 목격하고도 살아남은 사람들. 거기서도 국수를 말고 김치를 담그는 사람들. 이 세월 다 가고도 그 마음은 그대로여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풍성한 식탁을 차려주는 사람들. 어쩌면 이 영화에 묻어난 진심은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푸른 산과 너른 초원에 곱게 펼쳐진 이들의 톡톡한 존재감을 극장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한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상영시간표
7월 2일 17:00-18:23 CGV소풍 8관 (상영코드 431)
7월 5일 16:30-17:53 CGV소풍 4관 (상영코드 724)
-
- 남자만이 마에스트로를 할 수 있다?
- 6★/10★
1976년 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자국 와인에 큰 자부심을 가진 프랑스인들은 줄곧 미국 와인을 두고 ‘콜라 맛이 난다’며 혹평했다. 한 영국인이 재미난 이벤트를 기획했다. 프랑스와 미국의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각각 10종을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테스트 결과 두 와인 모두 미국 와인이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심사 위원 10명 중 8명이 프랑스인이었는데도 그랬다. 일명 ‘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심사에 참석한 콧대 높은 전문가들이 한동안 인터뷰를 피해 칩거해야 할 정도로 후폭풍이 거셌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테스트 결과를 폄하하는 시도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와인의 숙성 기간이 짧았다는 등의 주장이 근거였다. 그들은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프랑스 와인이 언제나 최고라는 것만이 ‘사실’이고 ‘진실’이다.
비단 와인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클래식은 상류층의 음악으로 여겨진다. 존경받는 지휘자인 마에스트로는 백인 남자만이 할 수 있다고 으레 생각된다. 이민자 여성 청소년이 마에스트로를 꿈꾼다면? 불가능한 꿈을 단념하라는 조언이 쏟아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실’, ‘현실’이 구축되는 방식이다. 누군가를 배제하고 몰아낸, 아니면 처음부터 자격 조건을 암묵적으로 합의한 결과물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제시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이 거대한 착시 효과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누군가가 도전했을 때 균열을 맞는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도전으로는 깨지지 않는다. 거짓 사실, 거짓 진실은 힘이 세기 때문이다. 반례가 존재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프랑스 와인만이 최고라고, 클래식은 백인 부르주아만이 진입할 자격을 가진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자연스러운 권위를 누려온 거짓 사실과 거짓 진실을 깨는 방법 중 하나는 집요하고 끈질긴 도전이다. 〈디베르티멘토〉는 이러한 도전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다. 전 세계 여성 지휘자의 비율은 6퍼센트라고 한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4퍼센트다. 알제리 출신의 서민층 이민자 가정의 자히아가 여기에 들 확률은? 지극히 낮다. 개인 연주자로 성취를 내기는 조금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리더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듯, 단원들이 자히아를 지휘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반면 자히아의 경쟁자인 백인 남성 랑베르는 다르다. 그가 단상에 오르기만 해도 단원의 표정에는 진지한 긴장감이 돈다. 어딘지도 모르는 ‘변방’에서 음악을 배운 자히아가 ‘어디 해볼 테면 해봐’라는 단원들의 표정을 마주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자히아는 결국 꿈을 이뤘다. 자히아가 조직한 디베르티멘토는 실존하는 오케스트라로, 매년 2만 명 이상의 전 세계 청년을 대상으로 음악을 전파하고 수많은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디베르티멘토는 18세기에 유행한 다양한 악장과 편성의 악기를 사용하는 모음곡을 일컫는다. 자히아가 어렵게 꾸린 오케스트라의 여정, 그리고 다운 증후군을 가진 어린이나 도시 외곽에 사는 아이들에게 클래식을 가르치는 자히아가 추구하는 가치가 담긴 이름이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는 자히아는 자신의 음악으로 변화한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중이다. 귀가 즐거운 음악과 내내 함께하는 자히아의 여정은 잔잔한 울림과 기분 좋은 설렘을 남긴다.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 마에스트로 세르주 첼리비다케가 자히아를 인정한 것이 자히아가 꿈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르주는 남자만이 마에스트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인데, 자히아의 지휘를 보고는 단번에 마음을 바꾼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화음이 좋았기 때문이다. 즉 세르주는 자히아의 피부색과 성별이 아닌 능력에 주목했다. 이후에는 그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엄격한 훈련과 진정성 있는 조언을 줄곧 제공한다.
세르주의 태도는 사려 깊고 인상적이지만 ‘공정’하지는 않다. 능력주의는 자히아가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한 경쟁자보다 더 치열하게 고투했다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차분한 감동을 전하는 이 영화는 동시에 거짓 사실과 진실을 돌파하는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하도록 촉구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영화를 여성 지휘자가 주인공이라는 점만 같을 뿐 장르와 질감이 전혀 다른 영화 〈TAR 타르〉와 함께 봐도 흥미로울 것이다. 겉으로는 능력주의를 표방하나 실제로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부정한 일을 일삼는 최고의 여성 지휘자가 몰락하는 과정을 담은 〈TAR 타르〉는 〈디베르티멘토〉처럼 클래식의 ‘상식’에 비추어봤을 때 ‘모순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여성 지휘자가 마주한 여러 딜레마를 두루 살피고 고민하는 데 밑절미가 되어준다. 능력주의와 보여주기식 할당, 전통과 도전, 실력 있는 개인과 무능한 기득권 등의 다층적 구도에서 여성들은 오늘도 거짓 사실, 거짓 진실을 거스르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두 영화가 대변하듯, 이 모순적인 질곡을 돌파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다채로운 긴장감을 품고 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씨나병의 영화정보 #2? ?언론 배급 시사회가 궁금하다고?!?
?씨나병의 영화정보 #2? ⠀ ?두번째 주제? ⠀ ?언론 배급 시사회가 궁금하다고?!⠀
-
- 평점 9.2 테크니컬한 액션연출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게되는 영춘권의 대가 견자단 [엽문]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
- 영화 <챔피언> 예고편
<오베라는 남자><12번째 솔저>제작진의 감동전쟁실화
노르웨이 복싱 챔피언 브라우데.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베르그수용소에 끌려간 그의 앞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48시간 내로 오슬로의 모든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브라우데의 가족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챔피언의 감동 생존기가 펼쳐진다!
-
- 영화 <북스마트>
- 춤은 글로, 파티는 책으로 배운 두 사람은
고3의 마지막 졸업 파티에서
잊을 수 없는 레전드 핵인싸가 되기 위해
사상 초유의 일탈을 계획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