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7-14 19:07:13
변하지 않는 애정의 끈기
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 리뷰
PROGRAM NOTE.
1980년대 홍콩은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수많은 화교들이 해외로부터 흘러들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홍콩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무법지대가 바로 구룡성채였다. 그 무렵 홍콩으로 흘러들어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찬 록쿤은 악명 높은 미스터 빅이 이끄는 갱단에게 쫓기게 되고 우연히 구룡성채로 몸을 피한다. 구룡성채를 지배하는 사이클론의 도움으로 구룡성채에서의 삶에 적응하던 찬 록쿤. 그러나 찬 록쿤과 구룡성채를 향한 악당들의 위협은 점점 거세진다.
1993년에 철거되어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홍콩의 씬 시티, 구룡성채. 기괴하고 미로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포개어지는 공간적 배경과 더불어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과 관계를 통해 그 당시 홍콩의 모습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9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액션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제77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첫 공개 당시 이미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정엽 /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POINT.
✔️ 홍콩 영화를 좋아하세요? 그러면 일단 보세요!
✔️ 고천락, 홍금보, 곽부성, 임현제... 홍콩 영화의 기라성 같은 이름들과 함께 유준겸, 오윤룡, 료자여 등 샛별 같은 이름들이 함께 놓여있습니다. 명배우 파티!
✔️ 하반기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제목이 '구룡성채'라는 거다. 아무 정보도 보지 않고, 제목만 보고, 이걸 봐야겠다 생각했다. 구룡성채라니. 홍콩의 씬 시티(sin city)로 불리던 고층 슬럼. 불법 증축으로 거대하게 올라선 굴속 같은 곳. 지금은 철거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곳. 당시에도 위생이나 치안 측면에서 좋은 거주지라 할 수는 없는 곳이었지만, 철거되지 않았어도 들어가볼 수는 없었을 곳. 그럼에도 워낙 독특하여 자꾸 궁금해지는 곳이 아닌가. 다들 좋아하잖아?
아니나 다를까 재빨리 매진되어, 취소 표를 겨우 구했다. 그리고 나서야 영화 정보를 확인해 보니... 범죄 스릴러 액션... 홍금보? 아니 왜 나는 구룡성채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일 거라 생각했지? 내 편협한 영화 취향 표에 범죄, 스릴러, 액션은 들어가 있지 않으며 홍금보는...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괜찮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보러 갔다가, 만족해서 나왔다. 하, 이게 바로 홍콩영화의 맛이지!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매우 간단하다. 그리고 익숙하다. 미리 알아둘 것도 없다. 구룡성채를 둘러싸고 싸우는 이야기구나 정도로만 파악해 두면,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 마치 아침 드라마처럼 익숙한 공식이 펼쳐질 것이다. 시작과 동시에 '옛날 옛적에' 느낌으로 구구절절 펼쳐지는 텍스트부터 전개되는 방식까지 어느 하나 어렵게 소화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원래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다른 나라에서 만든 영화였으면 이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하고 실망했을 것들도, 홍콩 액션 영화에서 펼쳐지니 익숙한 장르의 문법에 편승해 그냥 즐기게 된다.
자고로 홍콩 영화의 맛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덕진 의리 아닌가. 의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주인공 무리와, 그 의리를 손쉽게 배반하는 악의 무리 사이의 갈등. 요즘 같은 세상에 우스울 정도로 올바른 주제를 이렇게 고수하는데 어떻게 매력이 없을 수가 있냐고. 게다가 이토록 바른 주제의식을 이렇게 폭력적인 장면에 끼워 넣는 얼얼한 홍콩 스타일. 폭력적이다 못해 헛웃음이 나오는 무협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액션. 아는 맛은 정말 무섭다. 헤어날 수 없게 만든다. 나도 이런데 홍콩 액션 영화를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정통으로 맞은 사람들에겐 이 영화가 얼마나 만족스러울까.

패가 없어도 마작은 계속된다
사실 나는 홍콩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다. 애초에 홍콩 영화에 익숙한 세대는 아니어서, 뒤늦게 왕가위 영화를 몇 편 보면서 마치 영화사 따라가듯 홍콩 영화도 좀 봐야지 의식적으로 본 정도. 무의식적으로 홍콩 영화를 이미 꿀꺽꿀꺽 받아 마신 나의 앞 세대와는 감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 또한 내겐 홍금보 쪽보다는 왕가위 영화로 수렴되는 양조위와 장국영의 얼굴 쪽이 가깝다.
그럼에도 고천락, 임현제, 곽부성 같은 배우들은 어쩜 그렇게 멋있는지. 자신들이 수호하는 의리와 인정을 품은 채 우아하게 나이 든 '형님'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그 아래 각자 있는 대로 멋을 부리고 의리를 받드는 다음 세대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세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 결연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세대 교체란 건 일면 서글프기도 하다. 당장 구룡성채는 몇 년 후 철거될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형님' 세대는 마치 구룡성채처럼 과거 영광의 기록이 되어 떠나갈 것이다. 홍콩 영화가 아시아 일대를 씹어 먹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는 말조차 무색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패가 하나 없어도 마작은 계속된다. 몸의 일부를 다치고 잃어도 싸움은 계속된다. 아무튼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어떤 선언처럼 느껴지는 이 마음. 그 올곧음조차 촌스럽게 치부되는 시대에, 여전히 홍콩 영화를, 홍콩 액션 영화를 고수하는 건 정말 뜨끈뜨끈한 마음이다. 홍콩의 여름 습도만큼이나 끈적끈적하게 마음에 눌어 붙는다.

애정이 묻어날 때 가장 강하다
구룡성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었던 내가 꽤나 만족했을 만큼, 이 영화는 사진으로 보던 구룡성채의 면면을 성실하게 재현했다. 빛도 들지 않는 굴속같은 건물 안쪽에서 구멍가게를 내고, 잡은 돼지를 염장하고, 만두를 빚고, 생선을 토막 내고... 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공동 수도 앞에 줄은 길고 물은 모자라며 전깃줄은 언제 화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복잡하게 꼬여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구룡성채의 외양만 구현하고 싶었던 것 같지 않다. 외양을 성실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구룡성채 거주민 사이의 인정까지 그려낸다. 마약과 매음과 폭력 조직 등 각종 범죄만 있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존재했던 삶의 현장이었다는 사실도 담아내고자 한 마음이 느껴진다.
홍콩 영화는 늘 홍콩을 정말 사랑한다. 반환이 결정되고 실제 반환이 이루어지면서 홍콩이 겪은 혼란의 상처는 홍콩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남았지만, 깊고 눅진한 애정으로 승화되었다. 홍콩 영화마다 혼란과 방황 사이로 그 애정이 깊이 느껴진다.
이 영화 또한 홍콩에, 홍콩 사람들에, 홍콩 영화에, 홍콩 액션 영화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난 누군가 이토록 깊은 애정을 품은 시선을 보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이 애정에 거스르는 방법 같은 건 도무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단점이 없지는 않다. (없을 리가...) 영화의 액션은 중간에 좀 과해지면서 무협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아무리 홍콩 맛이라지만 어디까지 가나... 하는 생각이 분명히 든다. 그리고 옛날옛적 액션 영화 답게, 필요 이상으로 남성 중심적이어서 여성과 아동 캐릭터는 소모적으로 표현되는 면이 있다. 구룡성채에서 가장 다부진 눈빛을 하고 있는 (터치드 보컬 윤민 닮았다) 만두집 여성의 경우에도 더 좋은 서사를 부여해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더 발전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아쉬운 구석이다.
그렇지만 홍콩 영화는, 홍콩 영화를 둘러싼 애정은 지금도 변치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건재함을 빛내는 좋은 작품이었다. 개봉 후 아빠 보여줘야지 싶은 작품도 참 오랜만이다. 깊은 애정을 받은 것들은 시간이 가도 은은히 빛난다. 부디 그 빛을 더 갈고 닦으며 시대에 발맞추어 더 오래오래 빛나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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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겪었고, 겪고있고, 겪을 이별과 가족이야기를 담은 영화 《남매의 여름밤》
독립영화는 엄청 찾아서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존재조차 몰랐지만 보는 내내 소소한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영화 《남매의 여름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굉장히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러 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펙타클하고 자극적인 일반 상업영화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평단에서 엄청나게 좋은 평을 받는 작품들을 봤을 때는 크게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어느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 시놉시스남매 옥주와 동주는 방학기간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렇게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의 여름이 시작되고 불편할 줄만 알았던 남매는 할아버지 집에 적응하며 즐겁게 지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치매로 쓰러지시고 고모도 사정상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남매와 할아버지, 아빠와 고모. 이렇게 다섯 식구의 여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평범함을 무기로 전세대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렇게나 고증이 잘 되어 있는 작품이 또 있을까?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면 있었던 검정색에 휘황찬란한 자개장, 그리고 문고리에 달려있는 색색의 노리개, 노랗게 변색된 선풍기, 테이프와 CD를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오디오 기계. 화면에 비춰진 공간이 너무나도 할머니 할머버지 집인 것 같아서 어린 남매의 모습에 나의 모습이 투영되다 보니 공감이 안될 수가 없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같이 영화를 본 친구 역시 다 보고 나서 ‘저 자개장 나만 익숙하니...?’, ‘겨울 배경이었으면 아주 비단이불 나왔겠다.’라며 코멘트를 달기도 했다. 그와 함께 자개장에 저 시대 혼수였던 것 같다며 자체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영화 속에는 노년층 캐릭터 하나, 장년층 캐릭터 둘, 청소년 캐릭터 둘 이렇게 설정이 되어 있다. 가족이라는 사회 구조 속에서는 어린 아이부터 노년층 까지 누구나 다 거쳐가는 과정이다. 그 모습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음으로서 관객의 나이에 따라 더 공감의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겪어왔고, 겪고있고, 겪을 인생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침착함은 유전자인 것이 분명하다영화 《남매의 여름밤》 작품이 평범함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쉽게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감을 하면서도 이해를 할 수 없었던 특징이 있다. 바로 ‘침착함’이다. 어쩜 그리도 모든 가족 구성원이 침착할까?
친구와 대화를 하며 ‘와 너무 공감이 잘 되는데 다 내가 겪었던 내용이고, 앞으로 겪을 내용이라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왜 저렇게 침착해? 사람들이 왜 저렇게 다들 성숙한거야? 사춘기인 딸마저 저렇게 차분하다고? 우리집이 이상한거야?’라고 속사포 랩을 했다가 친구가 ‘우리집도 안그래^^’라고 해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딸이 아빠가 장사하는 물건을 훔쳐 중고거래를 하다가 들킨 후 파출소에 다녀왔는데 이유도 안물어보고 혼내지도 않고 넘어가는 모습에서 저게 가능하다고? 우리집이었으면 난리가 났을텐데? 등짝스매싱각인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안에서 큰소리 한 번 안나고 언성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집이 있을 수도 있구나 신기해 하면서도 영화의 내용이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족들이 살아가며 겪는 일상 그 자체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공감이 완벽하게 이뤄지다보니 순간적으로 ‘우리집이 비정상인거야?’하는 생각이 언뜻 들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의 사례도 비슷한걸 보니 영화 속 가족의 유전자가 굉장히 Calm한 것으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
누구나 겪는 부재에 관한 이야기
여름날 가족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부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옥주와 동주 남매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함께 살아간다. 옥주는 엄마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을 엄마와 동생 동주에게 분노로 표출한다. 그리고 고모는 고모부와 이혼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족 전체가 함께 겪는 부재를 표현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사회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누구나 이별은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그 부재 속 상실감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상쇄시키며 하루하루를 다시 살아간다. 사람이라면 겪는 과정은 담담하고도 평범하게 과장없이 표현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을 앞으로 언젠가 경험할 사람에게는 덤덤한 조언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는 잔잔한 영화 속에서 지루함을 잘 느끼는 내게 지루함 없이 공감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 거리도록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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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아있는 감정
<애프터썬>은 어릴적 아버지와 갔던 튀르키예 여행을 했던 기억이 담긴 비디오를 재생하며 시작한다. 엄마가 캠코더를 들고 나의 어린 시절을 담았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그리고 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이곳저곳을 찍으며 다녔던 영상이 남아있기도 하다. <애프터썬>을 보며 그런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좀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소피(딸)과 아빠는 사이가 좋다. 이건 튀르키예 여행을 내내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딘가 위태롭다. 소피는 이제 막 성인으로 가고자 하는 단계에 들어서 좀 더 성숙한 것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고, 이미 성인인 아빠는 어딘가 어두운 모습이다. 이들 부녀의 여행은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한 여행이지만 그 안에서 나타나는 소피와 아빠의 감정은 너무나도 다르게 튀어나간다.
딸인 소피는 어리지만 이제는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취급되고 싶어 하는 아이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과는 놀고 싶지 않고 좀 더 성숙해 보이는 사람들과 놀기를 바라는 11살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알 수 없는 춤을 추고 있는 아빠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쓸쓸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소피 앞에선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의 딸 앞에서는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아빠의 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소피도 알고있다. 자신의 아빠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이렇게 교차되는 감정 속에서 아버지와 딸은 서로를 끌어안고 춤을 춘다. 어른이 되고 싶은 딸의 마음과 이미 어른이지만 혼란 속에 살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합쳐진 것이다.
어릴적 성인이 된다면 성숙해진다면 모든게 해결될 것만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그 어렸을 때보다 더 혼란스러웠다고 한다면 그 어릴적 내가 믿지도 않을 것이다. 소피와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직 어린 소피와 이미 어른이 된 아빠는 절대 서로의 고민과 힘듦을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아끼기에 끌어안고 춤을 춘 것처럼 각자의 고민을 그러안고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그런지 이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소피와 아빠의 여행과 그에 따라 흘러가는 감정에 같이 이입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의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지루함이 떠나가질 않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나는 아쉬웠지만 다르게 보면 이 영화만의 특징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성인이 된 소피가 튼 캠코더 영상을 보는 것이다. 소피가 기억하는 과거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이것들을 따라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소피는 이제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상황이 됐다. 소피는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캠코더에 남겨진 추억을 되짚어보며 즐거웠던 과거를 기억하고 그때의 아빠를 공감할 것이다. 마지막에 나타난 소피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애프터썬>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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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 Ghostbusters: Afterlife, 2020
영화의 제목만으로 이 영화를 안다는 건 저처럼 나이를 많이 먹었거나 많은 영화들을 봐왔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동명의 노래를 들어보신다면 '어! 이 노래가 이 영화에 나오는 거였어?'라고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는 84년에 첫 선을 보였고, 89년 2편을 마지막으로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흥행이 전혀 안되건 아니었습니다. - $296,578,797과 $215,394,738로 각각 제작비를 훨씬 웃도는 성적을 기록했으나 수뇌부의 기준에는 못 미쳤나 봅니다.
그리고 2016년 기존 남성 캐릭터들을 여성으로 바꾸며, '리메이크'를 강행했지만 평가와 흥행이 실패하며 그대로 '유령'이 돼버리고 맙니다.하지만, 이대로 멈추기에는 아쉬움이 컸을 겁니다.
이에 영화는 "제이슨 라이트만"감독을 선임하는데, 특이사항이라면 아버지가 "이반 라이트만"으로 대표작이 <고스트버스터즈>라는 것이죠.
이 소식에 '낙하산'이라는 말도 나오겠지만, <주노>를 시작으로 <인 디 에어>로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아왔으며, 최근 "샤를리즈 테론"의 <툴리>까지 흥행은 아쉬워도 실력을 인정받은 그이기에 때아닌 기대를 끌어모았는데요.
그렇게, 아들이 만든 시리즈의 3편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으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재밌는 건 평론가의 반응과 관객들의 반응이 상반되는데, 이는 16년 버전과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감상을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한 남성은 황급히 집으로 들어오지만, 끝내 목숨을 잃고 마는데요. 이에 연락을 받은 딸의 가족은 남겨진 그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됩니다.
시골이고, 외진 곳에 있는 만큼 지루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던 가운데 '피비"는 집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물건을 발견하고, 지하실을 찾게 되며 자신의 할아버지가 "고스트버스터"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내가 누군지 알겠니?
1. 30년도 더 된 영화들을 찾아봐야 하나요?
앞서 말했듯이 이번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시리즈'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이는 즉슨, 고정 관객층들이 있다는 것으로 이런 시국일수록 이런 영화들의 개봉은 불가피하지만 좋은 선택지로 보이나 문제는 전작 <고스트버스터즈>가 1984년에 나온 영화입니다.
그나마, 빠른 최근 작이 89년에 나온 작품이니 빨라도 32년 전에 나온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2016년에 나온 영화가 있지만 이는 전혀 상관없는 작품이 되었으니 이번 <라이즈>를 보려면 30년도 넘은 영화를 찾아봐야 하니 높디높은 진입장벽에 해당 관람을 포기하는 팬들도 존재할 겁니다.
무엇보다 30년이나 넘은 영화인만큼 요즘 같은 매끈한 시각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겠죠.그럼에도, 찾아봐야 할까?
저는 이에 "굳이, 안 보셔도 문제없습니다"라고 말할 겁니다.
이런 이유에는 이번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가 '시리즈'에 속하지만 전작들과의 텀이 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를 영화에서도 하나의 과거담으로 적용시켜 역으로 "궁금증"을 자아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원동력으로 활용시킵니다.
여기에 어린 주인공들의 성장을 "귀신"과 접목시킨 <그것2017-19>의 사례대로 밟아가니 어색함은 느껴지지가 않아 하나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합니다.2. 그래도, 시리즈를 찾아본다면 달라질 거예요.
다만,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일부 개연성이 아쉬운 장면들이 있습니다.
극 중 숨겨진 "고스트 트랩"을 발견하는 우연성 짙은 장면이나 보지도 못한 "먹깨비"의 존재와 등급을 유추하는 장면은 그러한데요.
특히, 이번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러닝 타임은 124분으로 앞선 107분의 1편과 2편보다 더 많은 분량을 가진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미스플레이"입니다.
이런 이유는 앞서 말한 길어진 시리즈의 텀을 정리하는 것과 새로이 소개할 "피비"와 같은 아이들의 설명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시리즈를 챙겨봤어야 하나?"싶은 후회도 생기겠지만, 이는 예습을 못한 우리의 잘못은 아니잖아요.그래도, 찾아본다면 달라질 거예요.
이렇게, 본다면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다소 평범한 범작에 그치겠지만 앞선 "시리즈"들을 챙겨본다면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겁니다.
앞선 84년 89년에 나온 영화의 분위기는 마냥 어둡지만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귀신"을 소재로 삼았음에도 영화는 내내 코믹스러우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는데, 이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마시멜로맨"이죠.
여기에 "먹깨비"의 존재도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것보다 먹는 것에 초점을 두었으니까요.
근데, 앞서 <그것>시리즈를 언급한 이번 <라이즈>에서는 그 분위기가 정반대로 흘러나갑니다.3. 기술의 발전에 비례하는 무서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는 "유령"과의 추격전과 대결부터 영화는 이전과 다른 다크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런 이유에는 "점프 스케어"와 같은 공포 영화의 방식을 일부 차용한 것도 있지만, 보여주는 비주얼의 발전이 크더군요.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가 "고저"와 '도사견'같은 하수인들입니다.
84년 영화에서는 기술의 한계로 옷과 섬광 효과, 그리고 점토와 같은 질감으로 표현되어 어설픈 감이 없지 않는데요.
이제는 강산도 3번이나 바뀔 만큼 세월이 흘렀으니 그 비주얼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발전하는 기술만큼 무서워진다.
앞서 말했듯이 '도사견'의 모습을 한 하수인들은 그 자체만으로 제법 무섭습니다.
특히, 마트에서 보여주는 추격전은 저라도 "꺄아!"를 극장에서 떠나가라 할 정도로 압도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고저"도 84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성의 모습과 남성의 목소리는 외양만으로도 충분히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 만큼 완벽했으니까요. (이에, '정치적 올바름'도 나오죠)
그런 점에서 이번 <라이즈>에서는 외양에 있어 합격점이나 그 안에 있는 이야기는 84년 영화에서 조금 더 뻗어나가지 못했습니다.
물론, 자신을 봉인한 "고스트 버스터즈"와의 관계가 존재하나 그를 부활시키려던 시장의 이야기는 정작 풀어내지 못했네요.4. 다음 고스트 버스터즈는 언제쯤?
그럼에도,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세대교체"라는 시점에서 바라보면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세대교체"는 정말 어려운 숙제인 것이 '나이'를 빌미로 삼자니 당장의 성적이 눈에 아른거리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는 "로다주가 아닌 아이언맨이 맞나?'라고 팬들의 반발심만 살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다음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을 기대케한다는 것은 이전 16년 작품과는 어떤 차이가 있던 것일까요?무릎을 꿇어 맞춰준다 한들...
이번 <라이즈>와 16년 작품, 모두 전작의 주인공들이 "카메오"로 나오는 것은 맞지만 보여주는 위상은 정반대입니다.
<라이즈>의 경우. 공식적인 후속작인 만큼 악당 "고저"와의 관계부터 보여주는 힘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집니다.
그러나, 16년의 경우. 극의 전개에 아무런 영향도 없는 캐릭터들로 축소되니 두 영화 새로운 주인공들을 위한 의도된 푸시라고 한들 느껴지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분명히,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번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일어나라"라는 부제만큼 쓰러진 팬심을 다시 기립시켜주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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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와이어 선정, 역대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 TOP22
그 누구보다 극적인 존재인 '뱀파이어'는 여러 해에 걸쳐 이야기꾼들에게 사랑받아 왔는데요.
영화 역시 '뱀파이어'를 사랑해 마지않아 왔습니다.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념비적인 공포영화 F.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1922) 이후,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가 제작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는 15일 국내 개봉 예정인 로버트 애거스가 새롭게 재해석한 <노스페라투>가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도 인디와이어가 <노스페라투>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기다리며, 역대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 TOP 22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리스트에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16위를 차지하였고, 1월 15일 국내 재개봉 예정인 <렛 미 인>이 2위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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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BIFF가 주목한 영화로운 한국영화
10월 9일,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 6층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 '아주담담' 세션이 열렸습니다. '아주담담'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여러 작품을 소개하고, 게스트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이날은 차한비 모더레이터의 진행으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섹션에 오른 세 편의 영화에 관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Merely Known as Something Else
첫 번째로 소개된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시간과 차원이 교차하는 다면적 구성이 인상적인 조희영 감독의 작품입니다. 아주담담 라운지를 찾은 조희영 감독와 정보람, 정회린, 류세일 배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나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조희영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인주', '유정', '수진'이 각기 다른 연유로 '정호'와 얽히는 이야기이며, 제목을 생각하면서 관람하면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느끼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영화를 감상하기 전부터 관객의 궁금증을 야기하는 독특한 제목을 갖고 있는데요. 조희영 감독은 평소 시나리오를 쓰던 도중이나 시나리오를 마무리한 후에 제목을 정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제목을 처음부터 정해놓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제목에 영화 전체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죠.
어차피 모든 것들은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니, 이 작품도 영화가 끝난 이후 관객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여서 각기 다른 것으로 완성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제목을 지었어요. (조희영 감독)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궁금증에 매료되었다고 하는데요. 정회린 배우는 "각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제목처럼 서로 다른 영화로 느껴질 것"이라며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했고, 류세일 배우는 "인생은 역할놀이 같아서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해 온 터라, 이 작품의 제목을 보고 무조건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목에 대한 인상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이 영화가 개봉하는 날, 여러분도 감독과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이 영화의 제목에 담긴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네요.
봄밤
Spring Night
<푸른 강은 흘러라>에 이어 14년 만에 새로운 장편으로 돌아온 강미자 감독이 두 번째로 아주담담 라운지 무대에 올랐습니다. 강미자 감독은 영화제에 온 것이 "꿈에 본 내 고향에 있는 느낌"이라며, 자신을 기다려준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간 영화 편집 강사로 활동해 온 강미자 감독은 우연히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 『봄밤』을 읽고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안 좋은 일이 있지 않아도 아픔이라는 감정이 내 안에 켜켜이 쌓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아픔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을 영화의 언어로 표현해 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습니다.
알코올 중독자 '영경' 역의 한예리 배우와 류머티즘 환자 '수환' 역의 김설진 배우를 향한 애정 어린 찬사도 이어졌습니다. 전작 <푸른 강은 흘러라>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한예리 배우는 이번에도 강미자 감독과 함께했는데요. 강미자 감독은 처음부터 한예리 배우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며, "소설에서 느꼈던 '영경'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단 한 분의 배우가 한예리 배우였다"고 전했습니다. 분장 등의 도움 없이 체중 감량을 통해 아픔과 고통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는데도 한예리 배우는 흔쾌히 함께해 주었죠.
김설진 배우는 한예리 배우의 추천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습니다. 강미자 감독은 "몸을 잘 쓰기로 유명한 두 배우와 함께한 덕분에 시나리오에서 글로도 표현해 내지 못한 '영경'과 '수환'의 감정을 영화에 온전히 담길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봄밤>은 최소한의 장치만을 사용해 이 영화만의 올곧은 리듬을 만들어 가는 영화입니다. 강미자 감독은 이러한 방식의 영화를 구성한 이유를 묻는 차한비 모더레이터의 질문에 "저희 영화는 투박한 편"이라고 낮추면서도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고민 끝에 카메라를 절대로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결단으로 <봄밤>은 대중적인 서사나 표현 밖에 있으면서도 관객 내면의 깊은 감정을 건드리는 섬세한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죠.
두 인물은 사회적인 관습 밖에 있는데도 자기의 삶을 온전히 버텨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죽어가는 시간 속에서도 버텨내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에 화면의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당당하게 존재하게끔 해주고 싶었어요. (강미자 감독)
파편
Fragment
아주담담 세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게스트는 <파편>의 김성윤 감독과 오자훈 배우였습니다. <파편>은 살인 사건 이후 남겨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파편>의 타이틀 디자인이 인쇄된 팀복을 입고 나타난 오자훈 배우에게서는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절로 느껴졌죠. 세 번의 상영이 모두 끝난 뒤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은 후련해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성윤 감독은 영화가 촉발하길 바랐던 메시지에 많은 관객이 공감해 주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남겨진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를 다들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랐는데, GV 때 이 질문을 해주시는 분이 계셨다"며, "그 이후의 삶은 현실의 우리들이 써내려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감독이자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의 소망을 덧붙였죠.
살인자 아버지를 둔 '준강' 역을 맡은 오자훈 배우는 300:1의 경쟁률을 뚫은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오자훈 배우는 "세 번의 오디션을 거치면서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책임감을 가지고 '준강'이를 뚜렷하게 표현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긴장과 불안이 계속되는 촬영이다 보니 아이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연출자로서는 이야기가 제대로 완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성윤 감독)
김성윤 감독은 세션을 끝마치며 <파편>과는 또 다른 결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를 사랑한다는 그는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 놓을 때마다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뜨거운 포부를 전했습니다.
⊙ ⊙ ⊙세 편의 작품, 일곱 명의 게스트와 함께한 '아주담담' 세션은 영화를 향한 따뜻한 애정으로 가득했습니다. 영화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 열정,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토록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라면 '극장은 영원하다(Theater is never dead)'는 외침도 아주 오래도록 유효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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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주 최신 개봉영화(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베네데타, 킬링 카인드, 태일이)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고스트버스터즈라이즈 #라스트나잇인소호 #베네데타 #킬링카인드 #태일이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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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피릿> 투게더 예고편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코라'고모와 할아버지 손에 자란 호기심 많은 소녀 '럭키'는 방학동안 '코라' 고모와 함께 아빠가 홀로 살고 있는 미라데로에 머물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와의 서먹한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던 '럭키'는 우연히 에너지 넘치는 야생마 '스피릿'을 만나 특벼한 교감을 나누게 되고, 새로 사귄 친구 '아비게일', '프루'와 함께하며 두근거림과 자유로움을 경험한다. 어느 날, '스피릿'과 그의 야생마 가족이 악당들에 의해 위험에 처하게 되고 '럭키'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두려움을 무릅쓴 모험에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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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겉보기엔 멀쩡한 남자> 공식 예고편
그 좋은 시절, 언제나 일이 우선이었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난 스탠드업 코미디언.
이렇게 완벽할 수가.
똑똑하고 다정하고 직업 좋고, 부족한 게 없네?
너무 괜찮아서 믿지 못할 지경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