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7-07 21:48:29
아름다움과 추함 그 너머
영화 <태풍 클럽> 리뷰
SYNOPSIS.
태풍이 불어 닥친 날, 미카미 쿄이치를 비롯한 6명의 중학생이 학교에 갇히고, 교이치의 절친 리에는 등교하던 중 홀연 방향을 바꿔 도쿄로 향한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 결핍과 욕망, 불안과 쾌락이 뒤섞인 이상야릇한 축제가 벌어진다.
POINT.
✔️ 1980년대 일본 영화계의 변화를 이끈 소마이 신지 감독의 대표작이 약 40년 만에 개봉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감독이라는데, 동양 영화를 일본 위주로 좁게 읽어온 경우가 많은 서구권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감독이에요.
✔️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류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관심을 가져보실 만합니다.
✔️ 1980년대의 현란한 음악과 음향이 매우 매력 있게 쓰인 영화
✔️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해요.

청춘은 늘 아름답게 혹은 위태롭게 혹은 둘 다로 그려진다. 소용돌이 치는 미완의 감정들이 어쩌지를 못하고 파들거리는 각자의 세계. 자기 자신만으로도 팽창하다 터져버릴 것 같지만 외부와 또 끊임 없이 잡음을 일으키는 일상. 차라리 태풍이라도 와서 이 모든 것이 깨쳐지길 바라게 되는 마음 같은 것들. 여기까지는 청춘을 아름답고 빛나는 시절로 미화하여 기억하는 사람조차도 쉬이 공감할 법하다.
이 영화도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영화 속 리에의 대사에서 표현되듯, 곧 올 거라는 태풍이 차라리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쩌다 학교에 남아 버린 아이들이 점점 거세지는 태풍 속에서도 굳이 집에 가거나 연락하려는 마음 없이, 교실에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것이 청춘이라면... 저는 그냥 한평생 응애 할랍니다. 농담이지만 반은 진담이다.

아름다운 시네마의 힘
이 영화가 아름답지 않았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에너지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제각각의 이유로 학교에 남은 아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흔히 이 영화를 소개할 때 사용되는 불안이나 본능 같은 단어들 또한, 청춘이나 사춘기나 청소년기라는 단어들 또한, 이 영화 속 아이들이 표출하는 에너지를 적확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최선은 결코 최적에 닿지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말하고 쓰며 이 영화의 주변을 더듬거려 보고 싶다.
현란한 80년대 음악과 독특하게 사용된 음향, 공간 사용 하나하나 다, 영화를 잘 모르는 눈으로 보아도 잘 만들었구나 감탄하게 되기는 한다. 책상을 쌓아 올리고 종이학을 매달아 둔 교실의 풍경, 거기에 마치 아이돌 군무처럼 원자처럼 제각각 서 있는 아이들, 비를 맞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모습은, 그 장면이나 정서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 장면적으로 힘이 있다. 마치 온도가 높아지면 활발해지는 원자의 운동 같다. 전자와 충돌이 증가하고 비저항이 커지는 원자의 모습처럼, 아이들의 모습도 그렇다.
태풍 안에서 제각각의 이유로 끓어 오르는 아이들의, 탁구공처럼 튀어오르는 에너지는 분명히 힘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8명의 아이들이 마치 하나의 사회를 표현한 것처럼도, 한 인간 안의 복잡다단한 정서를 표현한 것처럼도 보인다는 지점이다. 하나의 물체 안의 원자들처럼.

아름답지 않은 원시의 폭력
특히나 이 영화 속 아이들의 세계를 하나의 사회라고 한다면, 내 눈에 그것은 태곳적 원시의 사회로 보였다. 인간보다는 짐승의 그것과 조금 더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낳은 이들은 보호자로 기능하지 않거나 아예 부재한다. 아이들이 쌓아올린 보호의 수단은 그다지 보호할 만큼 힘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책상을 바리케이드처럼 쌓아 올린 것은 물리적 충격을 막기 위함이고 종이학은 으레 소원의 상징이나, 둘 다 이 영화 속에서는 장난스러워 보인다고나 할까, 조개 껍데기 가면 정도의 선사 시대 주술 수준으로 무력해 보인다. 그 안에서 생의 감각은 통제되지 않는다. 노래와 춤, 웃음과 폭주, 그리고 폭력.
특히 미치코에 대한 켄의 폭력 장면은, 개인적으로 관객석에 앉아 있기 괴로울 정도였다. 너무 괴로워 속이 좋아지지 않았고, 주먹을 자꾸 불끈 쥐게 되었으며, '미치코 그렇게 밀어내면 네 코어가 흔들려... 코어를 다잡고, 있는 힘껏 한 대 치고 발로 차...'라고 생각하게 되는, 자꾸 극을 극으로 보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이 장면에 얼마나 깊은 괴로움을 느끼냐에 따라서도 평가가 갈릴 지점이 있을 것이다. 유독 길고 집요했던 이 장면은, 명백히 성폭력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가해자의 입장을 고려한다. 그가 가정에서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결여와 그로 인한 그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 좋아한다는 이유로 미치코에게 이미 저지른 일과, 그 일에 대한 면죄부의 의도로 해석될 자리까지 내어준다. (심지어 이 영화의 시놉시스에서 “소년은 짝사랑했던 소녀에게 마음을 고백“한다고 표현한 문장도 있다. 누가 썼는지 몰라도 이건 좀 많이 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 원색적인 세계에 출구는 있는가? 도쿄에서 태풍 속을 뛰어다니는 리에와 강당 앞에서 춤을 추는 아이들이 노래하는 '만약의 내일'에는, 출구가 있을까. 원시 사회를 벗어난다면, 이 미완성의 시기를 벗어난 '어른'의 세계에는 대안이 있는가.
이 영화 내에는 없다. 대사 하나 없이 잠시 등장하지만 보호자 역할은커녕 스스로를 돌보는 일조차 버거워 보이는 켄의 아버지, 그의 함석지붕에 아들이 내리꽂는 돌멩이, 무책임하게 피하던 약혼녀의 가족과 함께 가라오케 노래를 부르며 무성의하고 무기력하게 술에 몸을 맡긴 교사, 문을 열어 몸을 적시는 이상으로 태풍을 맞이할 수 없는 그의 세계...

<일본산고>의 일침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원시 사회 같은 폭력을 보며 대문호 박경리 선생님의 <일본산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삶보다는 죽음, 희망보다는 절망을 향해 있다. 출구보다는 막다른 길처럼 느껴진다.
"비상을 꿈꿀 수 없는 사로잡힌 영혼에게 깃드는 것이 허무주의다. 그리고 쾌락이다. 남경 학살, 백주의 난행은 일본군의 전략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로테스크와 에로티시즘의 여실한 참극, 절망 없이 그 짓을 했을까.
일본 문학에서 탐미주의가 정점을 이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썩어가는 육체, 괴기스러움에 대한 쾌락, 그것은 일종의 도피다. 자살의 미학도 실은 일그러진 사디즘을 포장해낸 것에 불과하고 삶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의 결여로 볼 수 있다. 산다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또 아름다운 것도 없다. 진실 자체이기 때문이다. 진실의 추구야말로 문화의 시발점인 동시에, 발전의 과정이기도 하다." (박경리, <일본산고>. 이하 큰따옴표는 모두 같은 책 인용.)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영화가 원시적인 사회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로망 포르노 (다시 말해 포르노) 연출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소마이 신지라는 감독에게서도 박경리 작가가 비판한 지점이 느껴졌다. "감각만 살아나서, 마치 달팽이처럼 축소되고 밀폐된 채 끈적끈적한 점액을 남기며 기어다니는 이런 형국에 불어닥친 세계의 바람" 앞에서 "기능 면으로는 재빠르게 받아들여 전환할 수 있었겠지만 의식세계는 일대혼란"이었던 나라의, 말초신경만 남아 버린 허무주의.
이 영화에서의 청춘은 결국 허무주의로 치닫는다. 1985년 작품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에로·구로(그로테스크)·난센스·칼과 무의미, 그것은 칼의 세계에서는 필연적인 것으로 황무지와도 같은 의식을 여실하게 드러낸" 유행이 1920년대의 것이었다면, 일본 문화에서 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작품 쪽이 더 보고 싶다.

아름다운 카메라의 움직임, 아름답지 않은 사상의 부재. 그곳에서 나는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임을 절감한다. 나는 "인생은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니며 보다 고통스럽게 무량한 우주의 비밀을 헤치고 나가는 과정"이라는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저는 일본의 민족성을 얘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스스로도 희생자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체제입니다. 체제가 뭐냐를 물어야지요."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본다.
누가 언제 청춘이 반짝반짝 솜사탕처럼 아름답기만 하다고 했나. 죽고 싶은 순간도 있고, 미완성의 감정들이 나를 추동해서 아주 기묘한 짓거리들을 하며 바보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것들이 있지만... 이 정도의 귀결이 보편적 청춘인가? 나와 주변인의 청춘에 그런 허무주의가 없었음이 단순히 우리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래 뭐 그랬나보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비릿한 것만이 청춘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야말로 진짜 청춘이고 다른 반짝거리는 영화들은 마치 가짜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커팅된 보석의 일면처럼 다양한 청춘이 있다. 이 영화는 그 중 하나를 너무나 잘 포착했을 뿐이다. 에너지는 아름다웠으나, 그 에너지 뒤에 어떤 사상의 결여가 있는가 생각하면 이 영화가 편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마지막 꼭 해두고 싶은 말은 결코 일본을 모델로 삼지 말라는 것입니다."라는 박경리 선생님의 말을 생각하며 역시나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거 내 청춘 아니에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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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제74회 에미상 수상작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9월 12일, 방송계 최대의 시상식인 제74회 에미상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드라마 작품상 - [석세션]
ⓒ IMDB
제74회 에미상에서는 [석세션]이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석세션]은 2018년부터 미국 HBO에서 방영 중인 블랙코미디 드라마로
상속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현재 시즌 3까지 나왔으며, 시즌 4는 방영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에 세련된 음악과 연출까지 더해져 지금까지 열린 에미상에서 13개 부문에 수상을 하였습니다.
코미디 작품상 - [테드 래소]
ⓒ IMDB
올해 코미디 작품상은 [테드 래소]가 수상하였습니다. [테드 래소]는 2020년부터 Apple TV+에서 방영 중인 스포츠 코미디 드라마로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식축구 코치 테드 래소가 영국의 충국팀 코치로 발탁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현재 시즌 2까지 나왔으며, 시즌 3는 방영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Apple TV+의 간판 드라마 중 하나이며, 특히 '착한 드라마'라는 점이 인기몰이에 가장 크게 기여했습니다.
리미티드/앤솔로지 작품상 - [화이트 로투스]
ⓒ IMDB
올해 리미티드/앤솔로지 작품상은 [화이트 로투스]가 수상하였습니다. [화이트 로투스]는 하와이 해변에 있는 초호화 호텔
'화이트 로투스'에서 일주일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현재 시즌 1까지 나왔으며,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89%로 높은 지수를 차지하였습니다.
경쟁 프로그램 작품상 - [리조스 왓치 아웃 포 더 빅 걸즈]
ⓒ IMDB
올해 경쟁 프로그램 작품상은 [리조스 왓치 아웃 포 더 빅 걸즈]가 수상하였습니다. [리조스 왓치 아웃 포 더 빅 걸즈]는
미국의 여성 힙합 가수 리조의 댄서가 되기 위해 13명의 여성이 경쟁을 하는 리얼리티 경쟁 프로그램입니다.
올해 에미상에서 경쟁 프로그램 작품상 이외 두 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습니다.
드라마 남우주연상 - 이정재
ⓒ IMDB
올해 남우주연상은 이정재 배우가 수상을 했는데요. 에미상 주연 배우 부문에서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수상했으며,
이정재 배우는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기쁨을 나누겠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올해 6월 13일 시즌 2 제작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 여우주연상 - 젠데이아
ⓒ IMDB
올해 여우주연상은 [유포리아]의 젠데이아 배우가 수상을 했습니다. 젠데이아 배우는 2020년 에미상에서 [유포리아]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었는데 2022년 역시 동일한 작품으로 동일한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유포리아]는 이스라엘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HBO의 드라마입니다. 2022년 3월 기준, HBO 최다 시청 드라마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코미디 남우주연상 - 제이슨 서디키스
ⓒ IMDB
올해 여우주연상은 [테드 래소]의 제이슨 서디키스 배우가 수상을 했습니다. 제이슨 서디키스는 작가로 SNL에 채용되었지만,
즉흥연기가 뛰어나 2005년 크루 멤버로 발탁되게 됩니다. 8년간 SNL에서 활약한 후 SNL을 떠났습니다.
현재는 자신이 직접 기획한 테드 래소에서 주연으로 연기를 하며, 에미상 뿐만 아니라 다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하였습니다.
코미디 여우주연상 - 진 스마트
ⓒ IMDB
올해 여우주연상은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의 진 스마트 배우가 수상을 했습니다.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는 2021년부터 HBO Max에서 방영한 드라마로 현재 시즌 2까지 나왔습니다.
에미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상식에서 총 38개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입니다.
감독상 - 황동혁
ⓒ IMDB
올해 감독상은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수상했습니다.
감독상에 비영어권 작품이 시상대에 오른 것은 최초이다.
황동혁 감독은 수상 소감과 함께 [오징어 게임 시즌 2]로 돌아올 것이라 밝혔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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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우리가 사랑한, 우리가 사랑할
Director] 이혁래
Program note]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봉준호 감독의 첫 단편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본 이들은 ‘노란문 영화연구소’의 멤버 십여 명뿐이다. 어둡고 더러운 지하실의 고릴라가 똥벌레의 공격을 피해 낙원으로 향하는 이야기의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청년 봉준호가 속해있던 ‘노란문’의 송년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이후 30년간 오동나무 상자에 담겨 봉준호의 서재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8mm 필름 상자가 열리자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추억도 와르르 쏟아진다. “다들 미친 듯이 영화 공부를 하던” 영화광 시대에 ‘노란문’은 그들만의 시네마테크이자 영화학교였고 무엇보다 이상적인 청년공동체였다. <노란문>은 한국 영화 문화의 르네상스를 여는 아주 특별한 시대에 대한 꼼꼼하고 생생한 보고서다. 깨알 같은 일화들 속에 영화사 걸작들의 클립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강소원)
갑작스러운 고백. 사실 나는 ‘라떼 토크’ 듣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누군가의 호시절 이야기는 언제나, 지금으로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아련한 반짝거림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건 사람의 본능이므로, 나 같은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라떼 토크’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게 옛날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그 안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러니 내 말을 들어라)’ 식으로, 현 세대를 향한 은은한 책망이 묻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므로 은은한 책망도 기묘한 질투도 서리지 않은, 순수하게 호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마음 편히,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거니까.
하물며 지금도 빛나는 이들이 열심과 야심으로 똘똘 뭉쳐 있던 시절의 이야기라면, 탐나지 않을 길이 없다. (GV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감독 인사 영상 대신 나온 봉준호 감독의 영상에서도, ‘부럽습니다’라는 말이 몇 번이나 튀어나왔다. 이 감독과 이 영화의 의의를 관객에게 짚어주고 ‘노란문’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을 분명히 알뜰살뜰 챙겨 말했건만, 체감하기론 ‘부럽습니다’만 듣다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영상이었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미싱타는 여자들>을 공동 연출한 이혁래 감독의 작품인 동시에, 10월 27일 공개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그 시절 시네필’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 ‘청년 봉준호’를 엿볼 수 있는 영화에 수많은 영화 팬들의 티켓팅 경쟁이 몰릴 것은 자명했다. 감독의 전작을 인상 깊게 보았지만 티켓팅에 취약한 나로서는 일찌감치 물러나 넷플릭스 공개를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터였다. 그러나 어영부영 티켓이 잡혀서 영화를 보았는데, 보면서 깨달았다.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아야 더 좋을 수밖에 없는 영화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ZHMHMl83JI8
영화는 봉준호 감독뿐 아니라, 이미 중년이 된 다양한 이들의 얼굴을 담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냥 모여 들었던, 카메라의 작동 원리도 모르는 상태로 모여 초점 나간 사진을 찍으면서 시작했던, 젊고 보송했던 얼굴들. 그냥 서로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그냥 즐겁게 모여서 그러는 게 자연스러웠던 시절. 원대한 목표와 계획을 차르르 펼치는 게 아니라 모여서 뭐라도 거창하게 해보았던 시절.
빛나는 시절은 그 빛을 스스로 몰라야 완성이 된다. ‘나는 이렇게 빛나고 있지’라고 인지하면서 빛나는 시절은 없다. 내가 ‘라떼 토크’를 좋아하는 이유도 하나 더 깨닫는다. “그냥 좋아서” 만난 이들의 그 시절 이야기는, 그냥 좋다는 바로 그 이유로 더없이 빛난다는 걸. 에너지를 미친 듯이 분출할 수 있는 건 젊은 시절의 특권이고, 그렇기에 어떤 노래 가사처럼 ‘한 밑천’이며, 또 다른 노래 가사처럼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니까.
이들은 영화를 의식적으로 공부해 영화계에 들어선 영화인으로는 한국에서 거의 첫 세대다. 장산곶매를 비롯한 다양한 시네필 모임들이 영화를 공부하고, 상영하고, 만들고… 여기에는 비디오 문화라는 기술이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일시정지> 혹은 최근 개봉한 <킴스 비디오>를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같이 묶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OTT나 유튜브로 영화를 보는 시절이 아니라, 서로 알음알음 복제한 비디오를 통해 영화를 보는 시절. 다시 말해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타인과의 교류 없이는 어렵던 시절.
물론 이들의 영화 사랑이 기술에만 기인하지는 않는다. 극중에서도 봉준호 감독은 “덕후의 원동력은 집착”이라며 눈을 빛내고, 이들은 집요하게 롤랑 바르트, 기호학, 포스트모더니즘, 그놈의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같은 것들에 열중한다. 지금 돌아보면 “거창했네요”, “뭐가 이렇게 거창했어” 소리가 저절로 나올 만큼, 과도한 진중함이 조금은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잘 모르기에 더욱 무겁고 거창하게 말할 수 있는 시기의 사랑이란 것이 있다. 젊은 서툶에 기인하기에 더욱 무거운 언어를 사용하는, 아주 조금 지난 후에 보면 수치스럽고, 아주 오래 지난 후에 보면 그조차 정겹고 사랑스러운.
봉준호 감독이 아르바이트비를 털어서 샀다는 첫 장비의 긴장과 기쁨과 설렘. 그 장비로 소중하게 남긴 기록들. 힘들게, 처음으로 만든, 그걸 보여준 시절이 있었다. 귀 밑까지 빨개질 만큼 긴장해서, 상영되는 내내 뒤에 숨어 있어야 했던 기록이.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이들이 사랑한 거장들에게도,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위대한 대작을 만들어낸 거장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우리가 사랑한 거장으로 기억될,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인 봉준호에게도.
이들의 대화 속에서 7080년대 초기 시네필들이 한국에 영화제와 영화 학교 없음을 슬퍼하고 한탄했다는 말을 듣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영화를 꾸준히 사랑하고 공부하고 가까이 한 이들의 존재와, 90년대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영화제들, 2000년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가’ 하는 평을 받았던 다양한 영화인들과, 산업이 커지고 대기업이 들어오고… 이제는 K-컬처라는 말조차 진부해진 세상에서, 이토록 커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파행 위기에도 놓였고 어떤 사건들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영화제와 영화가 계속된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꼭 생물체가 아니어도, 공동체에도 흥망성쇠가 있지만. ‘노란문’이라는 모임의 끝이 꼭 슬프기만 하지는 않았다. 영화 속 김민향 님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고 싶고, 시작이 되어주고, 그곳을 떠난 후에도 이어지는 길이 되어 준 곳이라면. 영화 속 사람들 중에는 여전히 영화인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이 출연자 분들과 나는 세대가 다르다”고 연령의 선을 명확히 그으신 이혁래 감독님도 포함된다.) 영화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냥 모두 제각각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한때 어느 순간 같은 것을 미치도록 사랑했던 기억 있음이. 그 호시절을 간직하고 행복하게 돌아볼 수 있음이.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도 대개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감상과 사랑에 있어서도 혼자 할 때보다 집단으로 할 때 더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영화제는 집단의 경험 그 중에서도 정점에 있다. 영화제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은 대목에서 웃고, 사람들과 감상을 나누고, 가끔은 졸다 깨는 영화조차 어쩐지 아름답게 회상되고… 그래서 예산 삭감이라는 차가운 말이 걱정된다. R&D 예산조차 삭감된 세상에서 반 토막 나버린 영화제 예산을 누가 챙겨줄까 싶어 한숨이 나오면서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시간. 이 영화 끝에서 생각해 본다.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때 어느 순간 같은 것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어느 순간. 그 순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그러므로 영화제도, 영화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10.04-13) 상영시간표]
10월 06일 16:30 CGV센텀시티 6관 (090)
10월 08일 20:30 CGV센텀시티 5관 (243)
10월 11일 13: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467)
*10월 27일 넷플릭스에도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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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도 '젠틀'했던 '언젠틀 오퍼레이션'
들어가며
*스포일러 주의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를 바탕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가이 리치 감독의 신작이다. <셜록홈즈>, <더 커버넌트>를 통해 블록버스터 영화(일명 팝콘 무비)의 흥행을 성공시킨 감독이다. 여기에 <맨 오브 스틸>로 유명한 '헨리 카빌'과 드라마 <삼체>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에이사 곤살레스', 압도적인 피지컬로 시원한 액션을 보여줄 '앨런 리치슨'까지 그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제2차 세계대전, 영국 정보부는 독일의 유보트(U-boat)를 무력화하기 위해 극비 작전을 개시한다. 윈스턴 처칠의 지휘 아래 창설된 영국 최초의 특수부대. '거스 마치필립스(헨리 카빌)'가 이끄는 작전팀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실력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독일군 점령지인 페르난도 포 섬에 잠입, 먼저 스파이로 섬에 정착해 있던 '마조리 스튜어트(아이사 곤잘레스)'와 '헤론(뱁스 올루산모쿤)'과 협력해 유보트를 폭파하여 무력화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전쟁이란 결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U보트의 설계가 강화되어 '폭파'로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지로 나치군을 무너뜨리고 임무를 완수해 나가는 실화 바탕의 이야기이다.
실화 바탕의 유쾌한 전쟁, 액션, 스파이 영화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 특유의 '유쾌함'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이러한 '유쾌함'은 암울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함에도 빛나게 된다. 감독은 '나치를 한방에 처리하는' 액션의 유쾌함을 선보인다. 이 영화는 주인공, 혹은 주변 인물이 관객을 답답하게 하지 않는다. 적들을 '딸깍' 한 번에 쓸어버리는 통쾌함은 그 적들이 '나치군'이라는 점에 기인해 유쾌함을 선사한다. 감독이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함에도 유쾌함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유머는 긴장감 있는 상황 속에서도 관객들이 그 텐션에 지치지 않게 윤활유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를 더 몰입하고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액션, 전쟁, 스파이 영화 장르의 결합도 흥미로웠다. 물론 그 장르들의 결합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느낌을 준다기보다는 기존에 영화가 흥행했던 '고전적'인 방식에서의 결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의 결합으로 관객은 낯섦보다는 익숙함을, 그리고 그 익숙함으로부터 오는 완전한 몰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각각의 장르가 훌륭하게 융합되었다기보다는 여러 장르의 혼합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각 장르의 특징을 희석시키게 되는 것은 있었다. 스파이 영화지만 기존 007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긴장감보다는 텐션이 약하고, 기존 전쟁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비장함과 처참함'도 찾기 힘들다. 액션의 경우도 아쉬운 것이 소위 '딸깍' 액션이라는, 다시 말해 주인공이 총만 잡으면 일격필살로 적을 무찌르는 것에 초반에는 신선했을지 몰라도 극의 후반부에서까지 이러한 동일한 액션의 반복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액션 씬이 지루해지는 것은 있다.
각양각색의 매력적인 캐릭터
<언젠틀 오퍼레이션>의 임무는 '팀미션'인 만큼 팀원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마치 '어벤저스'가 그러하듯 각자가 지닌 특기(특수한 능력)가 있고 그 능력을 때에 맞게 잘 활용한다. 주인공 '거스 마치 필립스 (헨리 카빌)'는 팀원의 리더로서 뛰어난 사격 실력과 리더십을 보여준다. 작중의 시간대로 봤을 때 그의 첫 등장 장면은 수갑에 묶인 채 군 교도소에서 불려 나온 장면일 것이다. 대체 이 인물이 얼마나 '막 나갔길래' 2차 대전 도중 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해가 가는데, 그는 상관의 명령보다 자신의 소신대로 움직이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또한 앞뒤 생각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소위 말해 어느 정도 '똘끼'가 있는 인물이다. 마치 '내 편일 때 가장 든든한' 미친놈처럼 그는 나치들의 공격과 지략 속에서도 그의 '똘끼'로 위기를 시원하게 극복해 낸다. '앤더스 라센 (앨런 리치슨)'은 어떠한가, 작중 나치군을 정말 '썰어버리 듯' 살육하고 다니는 근육질의 '힘캐'이다. '도끼', '활', '총' 등등 그가 못 다루는 무기는 없으며 그 무기들로 정말 시원하게 적들을 처리하고 다닌다. 그것도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관객은 이러한 캐릭터에 쉽사리 감정이입하지 못할 것 같지만 적군이 '나치'임을, 나치군이 그에게 했던 끔찍한 짓들을 떠올리다 보면 금세 그를 응원하게 된다. 유일한 두뇌 캐릭터로서 전략을 주도하는 '제프리 애플야드 (알렉스 페티퍼)'와 폭파 전문가 '프레디 알바레즈(헨리 골딩)', '헨리 헤이즈(히어로 파인스 티핀)'도 등장한다.
나아가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마조리 스튜어트 (에이사 곤살레스)'는 전형적인 미인계형 스파이다. 적진의 한가운데 고위급 나치 장교의 최측근이 되어 폭파 임무 팀이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를 캐내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의 임기응변 능력과 뛰어난 미모로 '하인리히 뤼르(틸 슈바이거)'를 꾀어내어 U보트에 관한 핵심 정보를 캐낸다. 그녀는 독일계 유대인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유일한 흑인 캐릭터인 '헤론(뱁스 올루산모쿤)'도 뛰어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주인공 일행들을 끝까지 돕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렇듯 이 영화에서는 실존 인물이지만 당시 시대상을 봤을 때 '묻혔을' 법한 인물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이러한 인물도 전쟁 종식에 큰 기여를 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인물들이 다양하게 제 역할을 해내는 일종의 '하이스트 무비'로서의 특징도 갖고 있다. 다만,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구축했지만 정작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설명은 많이 생략되어 인물이 갖고 있는 입체성을 무시한 채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낸 점은 아쉽다. 극의 초반부 노년의 나치 해군은 망설임 없이 처리하면서 후반부 어린 나치 군인을 살게 보내준 '거스'의 모습은 크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또한 나치의 소굴에서 같은 흑인 인종이 고문받고 있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헤론'의 모습이나, 고전적인 미인계형 스파이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마조리'도 그렇다. '거스'의 팀원들도 나치 군인들에 의해 고통을 받았던 인물들로 그려지는데 영화의 유쾌함을 위해서인지 그들의 아픔은 그리 자세히 그려내지 않고 그저 적들을 처리하는 데 집중한다. 그것이 득이 된 경우도 있지만, 인물에 매력은 느끼나 그 인물을 '나와 같다'라고 느끼지 못하는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로서 작용하게 된 경우도 있다. 인물 각각은 매력적이지만 그 인물에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관객들이 정말 편안하게 킬링타임 용으로 볼 수 있는 최고의 액션 영화라 할 수 있다. 인물의 매력도 뚜렷해 인물의 합을 보는 재미도 있고, 시원시원한 액션과, 스파이 장르 특유의 긴장감 또한 맛볼 수 있다. 다만, 너무 '친절'했다. 우리의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이 이 영화는 관객보다 앞서 '정답'을 제시한다. 분명 재미있게 영화관을 나오지만, 그 이상은 없는 느낌인 것이다. 친절한 설명과 알기 쉬운 플롯, 어디서 많이 본듯한 '클리셰'의 활용으로 익숙함은 있지만 '낯섦'은 없다. 비슷하게 2차 대전의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의 <조조래빗>의 유머는 유쾌해 보여도 사실은 깊다. '나치를 때려잡는 통쾌함'을 앞세운 나머지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에 대한 조명은 약하다. 그저 킬링타임 용으로 즐기기에는 생각보다 그 시대상은 어둡고 무겁다. 그것을 유쾌하게 그려내려면 적어도 <조조래빗> 만큼의 '영리함'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관객들에게 '재밌고 신나는' 경험을 선사했지만 가장 큰 단점은 단지 '재밌고 신나는 경험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아마 관객들을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다'.
한줄평 : 너무나도 '젠틀'했던 '언젠틀 오퍼레이션'
영화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3월 19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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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본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개인이 겪은 끔찍한 일들도 아주 세세하게 전달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도 대중적으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다시 그것을 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아마도 현대 사회의 매체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고 인간이 가진 호기심이 더더욱 그것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사건사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고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어떤 사고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끔찍한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 진실을 찾아낼 때 영상이나 음성 같은 물리적인 증거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일을 직접 경험했거나 옆에서 보게 된 사람들의 증언은 중요하다. 수사기관들이나 기자들이 관련자들을 만나고 그때의 일을 들으려고 하는 노력은 진실을 찾으려는 가장 보편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 증언을 하는 사람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밀실 살인 사건 피의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화
영화 <자백>은 어떤 사건과 관련 있는 한 남자와 그가 고용하려는 변호사가 주고받는 대화로 구성된 이야기다. 한 호텔 방 안에서 세희(나나)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방에 같이 있던 민호(소지섭)는 범행을 부인하지만 그 방 안에는 두 사람만 있었고 다른 문은 없었다. 그 상황에서 민호는 실력 좋은 변호사인 신애(김윤진)를 고용해 자신의 상황을 돌파하려고 한다. 영화는 민호와 신애가 한 별장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사건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알리바이나 증언을 말하고 있는 민호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다. 민호는 사건의 처음부터 세희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초반에는 민호가 하는 증언은 한줄기뿐이다. 그래서 민호의 말은 아주 강한 신뢰를 가진다. 그러다 중반부부터 증언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민호의 이야기는 점점 신뢰를 잃어간다. 그러니까 영화는 대부분을 민호가 이야기하는 증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말의 힘이 점점 빠져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 힘을 빼는 건 숨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변호사 신애의 힘이다. 정곡을 짚어내며 이야기의 약점을 보강하려는 신애의 노력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파악하여 변론에 활용하려는 것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힘이 된다.
진실이 바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것은 아주 깊숙이 숨겨져 있다. 민호가 가지고 있는 진실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무척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지만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야기의 허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일단 민호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볼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는 일차원적인 정보가 먼저 주어지고 영화 상영시간에 순차적으로 제공되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겹쳐지는 영화의 이야기
최근 한국에 큰 참사가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에서 보게 되었다. 그 참사가 왜 일어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증언과 재구성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영화 <자백> 속에서 증언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많은 순간 혼란스럽다. 참사 일어난 직후 그런 증언이나 정보들이 적었다. 그 순간에는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현실에서는 다양한 목격자와 증언들이 공존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일의 이면에 있는 일들을 좀 더 정확하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현실에서는 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진실이 드러나고 명확하게 책임져야 할 사람이 나온다. 영화 <자백>의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진실이 모호하고 어떤 사람이 그 사건에 죄가 있는지 알 수없다. 하지만 서서히 그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그 진실의 대가를 누군가가 치른다. 여전히 모호한 현재의 상황과 무척 상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초반과 중반은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다. 적절히 어울리는 한국 배우들을 각 캐릭터에 캐스팅했고, 그들의 연기가 주는 생동감도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는 조금 더 박진감이 넘치게 재구성되었다. 이야기의 반전을 일찍 공개하고 그 이후에 다른 작은 반전을 추가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꽉 끌어당긴다. 원작에서 다소 약했던 권선징악의 강도를 좀 더 센 방식으로 재구성하면서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좀 더 극대화시켰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스페인 원작의 담백하지만 임팩트 있는 결말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한국식 스릴러의 긴박하고 박진감 있는 결말이 너무 나갔다거나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한국식 클라이막스로 변형된 리메이크 영화
대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역할에 잘 맞는데, 특히 세희 역을 맡은 나나의 연기가 무척 좋다. 민호의 이야기에 따라 인물의 성향이 상반된 형태로 화면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 분위기에 따라 딱 맞는 연기 변화로 극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연기 모두를 소화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이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최근에 시리즈 [글리치]에서도 자연스럽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나나는 향후에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난 영화 <자백>은 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통쾌함이 있다. 10.29 참사 이후 벌어지는 일들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이 영화에서의 민호가 하는 행동이 현실에서 다른 증언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는 가해자가 그가 한 짓의 대가를 치루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누구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직 진행 중인 현실의 이야기도 영화의 결말처럼 진정한 사과와 대가가 내려지길 기원한다. 그것이 그 일에 희생당한 사람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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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 끝은 있는거야! 영화 <트루먼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기 딜레마가 하나 있다. 한 아이가 있다.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다른 다수의 사람들은 힘들어진다. 다른 사람들 때문에 이 아이는 영원히 갇혀 살게 된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수가 행복한 게 중요하다면, 웰컴 투 공리주의. 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의 수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나만 해도 어느 면접에서 '공리주의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불가피하다면 최선이라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트루먼쇼>, 영화 한 편으로 정말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바로 그 딜레마가 가정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면? <트루먼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루먼 버뱅크, 태아 때부터 30대로 추정되는 현재까지 하루 24시간 그의 모든 것이 전 세계에 방송된다. 나의 모든 것이 나도 모르는 이들에게 공유된다니. 이건 비밀인데, 하던 말, 나만 알고 싶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까지 모두. 소름끼친다. 방송국에 입양되었으니 이런 식으로 쓰일 수 있다나.
영화에서 트루먼을 제외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방관한 모든 인물이 악당이다. 그러나 한 사람만 꼽자면 프로듀서를 대표적으로 꼽겠다. 트루먼쇼는 트루먼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모욕의 집합체다. 그는 사람 대접을 받은 게 아니라 돈 되는 투자처였다. 트루먼쇼는 트루먼에 대한 동의없는 일방적인 사기이자 감금, 사생활 침해, 인권 유린이자 착취다. 죄목을 몇 개나 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루먼은 진실을 알지 못한다. 프로듀서는 그의 신인 양, 그의 아버지라도 되는 양 스크린에서 그를 쓰다듬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한다. 프로듀서는 그가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즉흥적인 삶을 살지 못하도록, 이 섬을 벗어날 수 없도록 그에게 트라우마나 시련을 주었다. 물을보면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도록. 그를 위해 섬을 전부 꾸몄고, 인간관계는 배우들로 채워넣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롱런하는 드라마를 보듯 흥미롭게 시청할 뿐이다. 그들에겐 어차피 '방송 프로그램'일 뿐이니까. 가끔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트루먼쇼는 대세다.
하려면 빈틈없이 제대로나 하지, 곳곳에서 그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실수가 일어났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방송이 라디오에서 들렸다. 하늘에선 조명이 떨어졌다. 그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면 모두가 당황한다. 아이를 갖자는 아내 메릴은 사실 별로 그를 안 좋아한다. 겁쟁이인 줄 알았던 그가 수많은 눈과 카메라를 속이고 그렇게 무서워하던 물로 나아갔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은 대가로 프로듀서가 만든 폭풍우에 휩쓸릴 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내지 않았다. 모두에게 위트있게 인사를 한다. '미리 인사하죠, 굿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그는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만들어진 세상, 거짓된 진실, 빈 껍데기의 평온한 일상에서. 다들 그를 시청하기만 했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그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 프로듀서마저도.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멍청한 듯 했지만 똑똑했다. 시청자가 느낀 감동과 재미는 프로듀서의 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세상 꿀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프로듀서를, 시청자들을 못됐다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1998년에 만들어진 트루먼쇼는 놀랍게도 최근의 예능 트렌드와 흡사하다. 프로듀서는 10년, 20년을 앞서 본 선구자인 것이다. 트루먼쇼는 그냥 쇼가 아니었다.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열일하는 연출로 더 많은 광고와 각종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작은 국가의 GDP 수준의 경제적 성공을 이뤘다. 트루먼이 함께 하는 이상 이 수익은 고정적이다. 누가 아나. 늘 단역 자리는 필요하니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의 생활 속 제품 홍보로 소비를 촉진시키고, 그 수익으로 파이를 분배하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바지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신적 안정감은 어떤가. 트루먼이 성장하는 것을 다같이 흐뭇하게 보며 울고 웃는다. 먼 얘기는 아니다. 우리 역시 만나본 적도 없는 연예인과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공감하고 위로받고 힐링받는다.
트루먼쇼의 프로듀서의 말은 사실이다. 트루먼쇼는 좋은 의도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기쁨, 위로를 주는 프로그램.' 다만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 빠졌을 뿐. 전 세계 TV는 리얼리티 쇼가 가득 채웠다. 모델, 가수, 아이돌 등을 뽑는 부분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2016-17년 예능을 쥐어잡은 <나 혼자 산다>, <미운 오리 새끼>, <슈퍼맨이 돌아왔다> 까지. 일상을 노출하는 정도의 차이일 뿐 그리 다르지 않다. 앞의 두 프로그램은 연말 예능프로그램에서 온갖 상을 휩쓸었다. 차이가 있다면 당사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집집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일상에 자리잡았다. 집을 공개하고, 생활하는 날 것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치 출연자의 '진짜 모습'을 안다고 믿도록. 물론 무엇이 어디까지 진짜인지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지금은 진실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정도지만, 나중엔 사람들의 역치가 높아질 것이다. 더 강한 자극은 진실된 존재의 진실된 감정에서 온다. 몰래카메라가 재밌는 이유와 같다. 예전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존재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어차피 방송은 짜고 치는 대본이 암암리에 있는 게 아니던가? 사람들은 불신했다. 그러나 지금은? 익숙하다. 진심이 있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트루먼쇼 같은 것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돈이 되니까. 사람들이 열광하니까.
훌륭한 프로듀서가 뜻밖의 상황을 맞이할 때의 자세
냉정하게 생각하자. 프로듀서의 역량은 훌륭하다. 눈치를 채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트루먼에 대처하기 위해 그 역시 열심히 대처하느라 바빴다. 갑자기 돌아가신 설정의 아버지를 우연찮게 만나자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개와 대사를 마련한다. 트루먼의 고뇌에 대한 위로, 트루먼과 아버지의 재회. 기쁨의 눈물. 바로 클로즈업을 해선 안 된다. 서서히 멀리서부터 마지막 그의 얼굴로 다가가야 한다. 트루먼이 그가 만든 세상을 박차고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프로였다. 그는 의도적으로 나쁜 역할을 맡기도 했다. 트루먼이 폭풍우에서 모진 고생을 하게 만들었고 폭풍이 지나간 쨍쨍한 햇살에 비친 만족감을 대조하며 극의 밀도를 높였다. 마지막 문을 열고 나가기 전 이 곳에서 계속 함께하자며 그의 내면의 두려움을 건드렸다. 물론 진심도 있었을 것이다. 나와 오래 함께 하자. 그러나 한 구석으로는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끝날 때 끝나더라도 레전드는 만들어야지. 부정할 수 없는 최고시청률을 갱신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프로듀서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트루먼에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만두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의 시청자,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 얽힌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찬 눈빛. 그는 트루먼의 인생동안의 시간만큼 그들의 무게 아래 짓눌려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저울에 두자면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트루먼의 벗어나고 싶다는 고민은 묵인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에게 이 상황은 딜레마가 아니다. 이제와서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에 나가지 않는 것이 트루먼에게도 좋다고 생각하니까. 어차피 스타가 된 이상 바깥 세상에서도 그가 원하던 자유는 얻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니까. 여기선 고작 갑갑할 뿐이지만 진짜 세상에서 그는 욕을 먹고 상처를 받을테니까. 게다가 적어도 트루먼에게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니까. 심지어 이혼한 후에 재혼할 두번째 아내까지. 귀차니즘이나 결정장애에 빠져있다면 이 만한 직업도 없다.
프로듀서는 트루먼쇼를 딜레마로 보지 않았다. 한 사람의 완전한 희생으로 다른 이들이 이득을 보는, 일방이 희생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스타와 지켜보는 수많은 지지자들, 윈윈이나 협조 관계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에게 인간도 아니라고 비난의 화살만 퍼부을 텐가. 그는 자신의 일을 그저 잘 알고, 잘 하고 있는 전문가였다. 그는 쇼는 끝이 없다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하나뿐인 스타인 트루먼은 쇼도 끝이 있는 거라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프로듀서는 말문을 잃었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끝을 맞이한 것이다. 아직 트루먼을 보내줄 어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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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 BEST 4
안녕하세요. 광남입니다. 오늘은 다가오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 BEST 4를 선정해봤습니다. 가족조차 모이기 힘든 요즘, '가족'이란 단어도 어색해지지 않았나 싶은데요. 조금은 낯간지러울 수 있지만 광남이가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로 어떤 영화들을 선정했는지 궁금하시다면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그럼 바로 시작합니다.
가정의 달,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 BEST 4
집으로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니 손주 ‘상우’예요” 도시에 사는 7살 개구쟁이 ‘상우’가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집에 머물게 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와의 시골살이. ‘상우’ 인생 최초의 시련은 과연 최고의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첫 번째 가족이 생각나는 영화 '집으로' 입니다. 아마 어린시절 유승호를 볼 수 있다는 재미도 있지만, 할머니와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는 조폭, 건달 등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가 많이 나왔었는데 이렇게 잔잔하고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나와 많은 공감을 얻었었죠. 어쩌면 지금의 10대는 느끼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한번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가정의 달,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 BEST 4
이프 온리
어느날, 사랑하는 여자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가 사고로 죽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 이안(폴 니콜스)은 사만다의 악보를 끌어안고 잠에 드는데.. 다음날, 눈을 떠보니 옆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리면서 사만다가 있음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지난 날을 꿈이라고 생각한 이안은 사만다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만 사만다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정해진 운명은 다시 일어나는 법! 전날 이안이 겪었던 일은 다른 방식으로 모두 나타나고, 이안은 더 늦기전에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사만다에게 전하려고 한다.
두 번째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는 '이프 온리'입니다. 이프 온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 남주 이안은 매일 보는 연인 사만다에 대해 익숙함으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감정조차 까먹고 말죠. 결국, 사만다가 죽고 나서야 이안은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데, 다음 날 살아 돌아온 사만다와 보내는 마지막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부 관계에서 소홀해질 수 있는 감정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정의 달,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 BEST 4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
20세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현재의 21세기 일본은 감정도 없고 메마른 곳이라며 현재의 일본을 20세기 되돌려 놓으려한다. 그래서 짱구네 가족이 자신들의 미래를 찾기 위해 이를 막아내고 다시 일본은 원래대로 돌아온다.
세 번째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는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입니다. 이 작품은 어른들과 아이들의 전쟁을 짱구만의 포인트로 그려낸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 속 짱구 아빠 신영만의 과거 회상 장면이 생각보다 많은 어른들의 감정선을 터치하는 바람에 애들 보여주려고 봤다가 어른들이 울어버린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자체는 짱구는 못말려 애니메이션 1편을 보는 느낌이지만 그 안에 잠깐 담겨있는 짱구 아빠의 과거 회상 하나만으로도 가족이란 단어에 들어있는 수많은 의미 중 일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정의 달,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 BEST 4
어바웃 타임
모태솔로 팀(도널 글리슨)이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그 비밀은 바로 대대로 집안 남자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시간을 되돌려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없지만 여자친구 정도는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팀은 가문의 비밀을 안고,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에게 한눈에 꽂히게 된 팀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어설픈 대시와 시간 되돌리기를 반복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사게 되는데..
마지막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는 '어바웃 타임'입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팀의 집안은 대대손손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고, 자신이 원하는 이성인 메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곤 합니다. 그렇게 메리와의 결혼에 성공한 팀은 더이상 시간을 되돌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아버지가 암으로 죽기 직전에 처하고 시간을 되돌리고자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현재 자신의 아이가 바뀔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는데요. 영화 어바웃타임에서는 팀과 메리의 관계도 있지만, 아버지와 팀의 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부정에 대해 뜨겁게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오늘은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 BEST 4를 선정해봤습니다. 이 외에도 너무 따뜻하고 가족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오늘 소개해드린 작품들도 한 번 다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5월 가정의 달에는 부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서 안정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광남 -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광남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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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 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1 | 매트릭스 인문학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1
*후속영상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간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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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부대 - 밝은 화면속에서 활동하는 음지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재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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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로드 된 영상입니다! :)
실력 있지만 허세 가득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되며 정직당한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불법은 아니에요. 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보,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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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바이킹스 : 발할라> 공식 예고편
《바이킹스: 발할라》는 1,00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간 11세기 초를 배경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킹들의 영웅적인 모험담을 그린다. 그 주인공은 전설적인 탐험가 레이프 에릭손(샘 콜릿)과 불같은 성격의 완고한 여동생 프레이디스 에릭스도테르(프리다 구스타브손), 그리고 야심 있는 노르웨이 왕자 하랄드 시구르드손(리오 수터). 바이킹과 잉글랜드 왕실 사이의 긴장이 핏빛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바이킹 내부에서는 기독교도와 이교도의 충돌로 싸움이 벌어지면서 이 세 바이킹의 장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생존과 영광을 위해 싸우면서 바다와 전장을 넘나들며 카테가트에서 잉글랜드, 그리고 그 너머로 나아간다. 《바이킹스: 발할라》: 넷플릭스에서 곧 공개 예정. 《바이킹스: 발할라》를 시청하세요,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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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2067> 메인 예고편
“반드시 구해낼 것이다”
지구 종말이 도래하고, 산소가 중요한 화폐가 된 서기 2067년.
‘타임머신’이라고 불리는 일명 ‘크로니컬’이 발명되고,
407년 뒤, 2474년 미래에서 보낸 메시지가 도착한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 미래를 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