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6-16 20:17:19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
영화 <퀸 엘리자베스> 리뷰
INTRODUCTION.
“우리는 여왕을 사랑하며 자랐습니다” -비틀즈 폴 매카트니-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왕좌에 머무른 퀸 엘리자베스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다.
POINT.
✔️ 시대의 아이콘,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풋티지를 실컷 볼 수 있는 영화
✔️ 영국 왕실에 관심 혹은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영화
✔️ 여왕의 재위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윈스턴 처칠부터 폴 매카트니, 이건희, 마릴린 먼로까지 다양한 얼굴이 등장합니다.
✔️ 2021년 사망한 로저 미첼 감독의 마지막 영화

시대의 아이콘, 아주 독특하게 자리한
이 영화는 눈을 감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늘 눈 뜬 모습만 보았던, 아주 오랫동안 삶 전체가 공적 영역에 드러나 있던 사람의 눈 감은 모습은 낯설다. 영화는 이내 엘리자베스 여왕을 닮은 풋티지 영상을 성실하게 수집해 보여준다. 편집점이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고 음악을 현란하게 써서,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달아 보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일대기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마치 원석을 다양한 면으로 커팅한 것처럼, 여왕 생애의 구석구석을 비추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주 독특한 인물이다. 물론 여왕이라는 직함 자체가 그렇지만, '군주'라는 단어 자체의 아우라가 많이 사라진 시대에, 아이콘으로 기능하면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드레스를 입고 손을 흔들며 웃어 보이는 역할도 하고, 군복을 입고 비행기 옆에 서 있거나 총을 쏘는 모습으로도 남았다. 너무 앳되어 보이는 비틀즈에게 훈장을 건넸던 역할도, 윈스턴 처칠부터 블레어, 보리스 존슨까지 다양한 총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동시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운운하던 이전의 시대에 작별을 고한 후, 영연방(Commonwealth)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다양한 국가를 순방하는 것 또한 그의 역할이었다. 구한말에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까지의 역사에서 항상 일본보다 선진 문화 국가였던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지만, 많은 나라들이 여러 실리적인 혹은 상징적인 이유로 영연방이라는 국제기구에 소속을 남겨두었다.
보고 있노라면 그가 '여'왕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 부드럽고 우아한 미소를 짓는 그 얼굴을 보면서 다양한 국가들이 어떤 이유로든 영연방이라는 국제기구에 소속을 두기로 한 데에는 그의 아우라와 영향력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겠다 싶은 것이다. 식민지배라는 공격적이고 비인간적인 제도 이후에, 남성의 얼굴을 하고 오는 지도자보다는 분명 좋은 선택지였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그의 선택은 아니었다. 에드워드 8세가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면서 동생이 갑작스럽게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고, 동생 즉 조지 6세 또한 "너무 일찍"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엘리자베스 또한 마땅히 준비할 만한 기간을 갖지 못한 채로 어느 날 여왕으로 즉위하게 되었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최초의 대관식을 포함하여, 여왕의 생애가 선형적이지 않은 형태로 영화 속에서 흩날린다. 영국 왕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느낄 수 있다. 71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그리고 그 내내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이콘으로서 얼마나 건재했는지를.

시대의 아이콘, 이제는 끝난 시간의
그러나 여왕의 시대는 끝났다. 영연방을 순회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은 분명 우아하고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느낄 수 있지만, 식민지였던 땅의 사람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춤을 추며 여왕을 맞이하는 장면 위로 "down on my knees(무릎을 꿇고)"라는 곡이 흘러나오는 것은, 식민지 출신으로서 영 편치 않다. 독일 폭격에 대해, 독일을 방문했던 여왕에게 계란이 던져지는 모습 또한 풋티지에서 빼먹지 않았다.
전쟁에 선은 없으니까. 히틀러가 절대악이었다면 문제는 간단했겠지만, 그렇지 않았으니까. 입헌 군주제의 여왕으로서 엘리자베스가 자기 역량을 아무리 발휘하고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한들, 전쟁의 시기를 보낸 입장에서 그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의 뛰어난 역량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시대는 이제 달라졌다. 그런 의도가 담긴 걸까. 이 영화에는 여왕에 대한 경의와 인정이 아닌 마음들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대관식 장면 위로 흐르는 "hero", 심지어 데이비드 보위 원곡 버전도 아닌 것. 여왕이 걷는 장면과 뒤섞여 등장하는 비너스 상들. 뼈 있는 농담을 의도했겠으나 실없이 느껴지는 선택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가십으로 소비되어 더욱 안타까운 그의 자식 농사 이야기도 펼쳐진다. 다이애나에 대해서는 짧게 짚고 넘어가는 정도이지만, 찰스 3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엘리자베스 2세가 수행한 아이콘으로서의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역시나 기대할 수 없음이 확인된다. 그럴수록 엘리자베스 2세의 역량이 빛나기는 했구나 싶다.
영화 <스펜서>까지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엘리자베스 2세의 공적 인생에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수렴되는 일련의 상황들은 분명 치명적이었다. 늘 이 부분만 잘라 다이애나 혹은 찰스, 심지어 카밀라에 더 주목하여 이야기되던 것을 엘리자베스의 공적 인생을 쭉 연결한 지점에서 보는 건 독특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
늘 정해진 원칙에 따라야 하는 엄숙한 왕실의 모습이었지만,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의 시대로 점차 친근한 모습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 또한 시대의 요청에 응한 것이었다. 경마 결과를 이야기하며 해사하게 웃는 모습, <피터팬>의 저자인 제임스 매튜 배리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며 여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고, 긴 세월을 산 사람이었음을 동시에 느낀다.
역량이 뛰어난 시대의 아이콘인 동시에 한 인간. 이제 그 시대는 갔고, 인간도 떠났다. 찰스 3세는 개인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엘리자베스 2세의 반만큼도 사랑받기 어려워 보이지만, 설령 그가 아주 매력적으로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한들 시대가 이미 가버렸으니 엘리자베스 2세 같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가버린 시간의 빈 자리를, 이미 우리 곁을 떠난 감독의 손길로, 짧고 급한 호흡으로 뒤척여 보는 것은,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이라는 관점에서, 꽤나 씁쓸한 경험이었다. 지금보다 수십 년 후에 더 유의미해질 기록이 아닐까.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영화 리뷰] 두 교황 - 넷플릭스의 한계를 깨부순 영화
<줄거리>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소식을 듣고, '베르골리오'는 '바티칸'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베네딕토 16세'가 차기 교황이 된다.
때는 2013년 '베르골리오'는 추기경 은퇴 고민을 앞두고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어 전전긍긍 하던 도중 '로마'로 갈 생각을 하게 된다. 시기적절 하게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골리오'를
'로마'로 오라고 연락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만나, 현재의 카톨릭 교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골리오'의 은퇴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말하며, 자신의 사임 이야기를 꺼낸다.
당시 바티칸에선 다양한 비리가 있었고, 결정타로 성 추문 사건이 발생한다.
그 이야기를 '베르골리오'에게 이야기 하며, 고해한다.
그 후, '베르골리오'는 아르헨티나로 떠나며, 1년 후 교황이 된다.
과연 그 둘이 나누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공개된다.
"실화에서 시작된 위대한 이야기"
<예고편>
<제작진&배우>
감독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필모그래피 : 눈먼 자들의 도시, 두 교황, 사랑해 리우, 콘스탄트 가드너, 시티 오브 갓
브라질의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로
'시티 오브 갓'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보수적인 브라질 영화제가 출품을 거부함에도 오스카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잡은 앞으로를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입니다.
이름 : 안소니 홉킨스
극중 역할 : 베네딕토 16세
필모그래피 : 양들의 침묵, 한니발, 토르 시리즈, 남아있는 나날, 두 교황 등 다수
'양들의 침묵'에서 표정 연기와 특유의 기분나쁜 연기는 지금 봐도 어떤 악역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소름끼치고 기분나쁘게 잘 하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는 배우입니다.
이름 : 조나단 프라이스
극중 역할 : 프란치스코
필모그래피 : 두 교황, 캐링턴, 왕좌의 게임 5, 우먼 인 골드, 더 와이프 등 다수
미국 영화나 드라마 종종 보시면 많이 본 배우로,
‘지아이조 시리즈’에 미국 대통령 역할로 나왔으며, 미국의 이경영 같은 느낌의 배우입니다.
‘캐링턴’ 으로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으며,
진짜 프란체스코 교황 그 자체였다고 말 할 수 있는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여담으로 ‘왕좌의게임 시즌5’ 에서 ‘칠신교’의 수장 ‘하이 스패로우’ 역할을 맡았다.
총 평
이 영화는 넷플릭스의 가치와 넷플릭스 영화는 그저 재미 위주라는 고정관념과
작품성과 예술성이 없다고 하며, 평가절하하는 평론가들과 아카데미의 편협한 생각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시발점과 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베네딕토 16세의 교황 자진 사임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플롯의 형태를 띄는 영화가 있습니다.
비교하기엔 이 영화가 너무 아깝지만, '천문'이 있습니다.
처음 저는 이 영화를 보기전에 이 영화의 장르는 브로맨스 인 줄 알았지만,
이 영화는 브로맨스를 가장한 정치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티칸'을 위해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사이의 밀약과 정치 이야기를 심도있게 다루며,
우리가 잘 아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아닌 ‘베네딕토 16세’는 어떤 사람이며,
그 사람의 성향과 인자함, 관용, 생각 등을 보이며 대립과 타협을 잘 이끌어냅니다.
이 영화는 정말 단순하게 배우 둘이서 영화를 이끕니다.
그 말은 즉 배우의 연기력과 연출이 이 모든걸 이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시퀀스는 사실 바티칸 하나로만 봐도 무방합니다.
영화에서 시퀀스는 대게 영화의 박진감 혹은 긴장감 또는 몰입도를 높이는데에 사용됩니다.
시퀀스가 적으면, 관객의 눈을 다른데에 못 돌려서,
배우의 연기력과 영화 그 자체에 더 몰입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그 점을 잘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을 말하자면,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스페인 축구의 장점은 '티키타카' 전술입니다.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안소니 홉킨스’가 대사 하나를 짧게 던지거나 툭 치면
바로 ‘조나단 프라이스’가 흐름이 안 끊기게 바로 받아서 툭 받아치고,
그 분위기에 걸맞게 이용하는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서
완전 유리한 홈경기와 같이 보여집니다.
연기를 잘해도 이렇게 티키타카 하는 건 상당히 힘듭니다.
‘천문’을 보면, 분명 '최민식’과 ‘한석규’가 정치를 위해 둘이 밀약을 하며 대사를 주고받습니다.
근데, 중간에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고, 초점이 더 '한석규’에 맞춰지다 보니,
영화는 장영실을 메인으로 다루지만, 세종이 더 조명되며,
내가 세종대왕 이야기를 보는지, 장영실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지,
둘만 아는 이야기를 보는지 헷갈리게 됩니다.
그러나, 두 교황에선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 둘다 같이 어느 한쪽에만 몰리지 않고,
서로 어색함 없이, 실제 친한 느낌처럼 대화를 주고 받는 느낌이라
전혀 어색한 느낌도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고 술술 풀어갑니다.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심플하다. 사실 연출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카메라는 그 둘만 비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카메라에는 진짜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체스코가 살아 숨쉬는 듯한 연기력을 담고,
그걸 매끄럽게 잘 이어붙인 감독의 실력이 깃들 뿐 입니다.
진짜, 잘 만들었고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못 받은 것은 아쉬운 따름입니다.
2019년 제가 본 넷플릭스 영화 중 단연 탑 3안에 뽑으라면 뽑을 영화였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손을 내밀 용기와 그 손을 맞잡을 다정
수능이 끝난 후 코끝에 맴돌던 쨍한 공기는 내게 냄새처럼 기억되곤 한다. 계절의 냄새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난 그날의 공기로 이제 ‘진짜’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수험장을 나서던 순간 코끝이 찡했던 건 찬 바람 때문인지, 내 학창 시절이 끝났다는 허무함 때문인진 모를 일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수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수능은 사실 내게 그리 중요한 시험은 아니었다. 수시 원서를 모두 작성하고 수능을 기다리던 그 애매한 3개월 동안,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다. 그러나 <월플라워>만큼은 그 시기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마음은 친한 친구의 ‘너의 바탕화면에 나오는 영화가 궁금하다’는 한 마디로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학창 시절 내내 나의 노트북 바탕화면은 월플라워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월플라워>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어쩌다 보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나 확실한 건 가끔 내가 초라하고 작아질 때 속으로 떠올리는 대사 중 하나가 ‘We accept the love we think deserve’가 되었다는 것. 그렇게 마음속에 묻어두고 다시 보게 된 이 영화는 새삼 충격적이었다. ‘이게 10대들의 이야기라고…? 역시 미국은 좀 다르다’라는 시시한 생각들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든 생각은 결국 용기와 사랑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주인공 ‘찰리’의 인생을 뒤바꾼 ‘패트릭’, '샘'과의 만남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았다. 홀로 팝콘을 들고 경기를 보러 갈 용기, 옆자리 친구에게 한 마디 걸어볼 용기로 시작되었다. 누구나 시작은 두렵다. 그 시작에 결국 끝이 있다는 걸 인정하기는 더 두렵다. 그러나 그래도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용기 없이는 아무것도 변할 수가 없다. 어쩌면 <월플라워>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건 나 역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보았고, 덕분에 20대의 시작을 조금은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도전이 좌절되고, 사랑에 실패하고, 친구가 떠나가며, 믿음이 배신당하는 아픈 사건의 연속이다. 그래도 주인공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용기 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듬고,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발버둥 친다.
“In this moment, I swear. We are infinite.” 10대의 끝자락. 이 대사의 모든 단어를 꼭꼭 씹어 삼켜 내 것으로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순간에 충실할 것. 우리의 무한함을 단언할 것. 비록 현실이 가끔 따갑고 아릴지라도 결국엔 그 시간도 흐르고 지난다. 버거운 하루에도 내일이라는 다음이 다행스럽게 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버텨낸 시간이 나에게 좋은 흔적으로 남기를 바라며 오늘도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 용기와 누군가의 손을 맞잡아 줄 다정이 충분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글을 읽을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설 모든 청춘들 앞에 무한한 도전과 반짝이는 기쁨이 함께하길, 가끔 찾아오는 아픔을 담대하게 마주할 용기가 함께하길 바란다.
Editor.Iris
-
-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왕실 탈출 전 3일간의 이야기
작년에 시사회를 갈 때부터 영화 <스펜서>의 예고편과 티저 영상이 항상 광고로 나오기도 했었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역시 기대되는 게 컸어서 언제 개봉하나 기다리고 있었던 영화 <스펜서>. 사실 예고편을 볼 때부터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스펜서는 무슨 의미일까? 왜 영화 제목이 스펜서 일까? 궁금했었는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본래 성이 스펜서였다. 이렇게 무지할수가! 상영관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기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생애를 검색해서 쭉 훑어봤다. 영화 <스펜서>를 보기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스펜서> 시놉시스영화 <스펜서>는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녀의 전 생애를 다룬다기 보다는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3일 간 펼쳐지는 왕실 행사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감정변화를 큰 이야기 줄기로 보여주고 있다. 3일간 자신의 본가 근처에 있는 왕실 별장에서 머물면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겪은 부담과 압박 그리고 해방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고 있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스펜서>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보는 내내 우울하다
영화 <스펜서>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딱 들었던 생각은 ‘금요일인데 우울하다’ 였다. 분명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의 내용이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압박감과 부담감을 다룬 내용이다보니 보는 내내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기대를 충족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너무 강력해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캐릭터의 우울함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던 경험이 별로 없어서 솔직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굉장히 따뜻하고 행복한 기념일인데, 영화 <스펜서> 속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압박감 그 자체인 크리스마스여서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우울함과 안타까움을 극도로 느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전 세계 27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머리스타일부터 제스처, 그리고 억양까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게 등장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겪은 거식과 폭식증, 연약한 내면의 모습과 이곳을 탈출하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같은 상반된 요소들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압박감을 표현하다
인스타를 보다보면 영국 왕실의 규칙이나 관행들을 엿볼 수 있다. 남자 아이들은 어떤 옷을 입어야하고, 왕비나 여성들은 어떤 옷, 그리고 대공이나 왕들을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그 드레스코드들이 항상 정해져 있다는 것이 신기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이 반영되어 변주가 가능한 것인줄 알았는데 영화 <스펜서>를 보니 아니었다. 만찬 때 입어야 할 옷, 교회를 갈 때 입어야 할 옷, 저녁 식사 때 입어야 할 옷 등 하루에도 매번 옷을 갈아입어야 했고, 그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가 올라가는 타협의 여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체제였다.
모두의 선망을 받고 부러움을 받는 자리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의사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영화 <스펜서>에서는 옷과 음식들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서는 절대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안되고, 코스 요리에 맞춰서 음식을 먹어야 하며 정해진 식사 시간이 존재하는 이 융통성 없는 식사라니. 저런 곳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에 신기하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혼란함과 불안함을 표현하다
영화 <스펜서>를 보면서 생각났던 작품은 영화 <블랙스완>이었다. 영화 <블랙스완>은 백조 연기는 잘하지만 관능적인 흑조 연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는 주인공이 정신분열 증세를 겪으면서결국에는 흑조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지만 자신의 목숨까지도 잃게 되는 스릴러 작품이다. 물론 영화 <스펜서>가 스릴러 물은 아니지만 약간의 환각 증세를 보이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을 보면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애나는 영국의 왕 찰스에게 살해당한 왕비 앤의 모습과 자신이 비슷하다고 느끼면서 앤의 환영을 계속해서 본다. 그리고 자신을 잘 챙겨주던 메기의 환상 역시 보게 된다. 환영 속 메기와 앤은 다이애나 자신을 찾아가라며 용기와 응원을 북돋아주고 결국 다이애나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던 진주목걸이와 드레스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아들들을 데리고 별장을 떠난다. 자유롭게 떠난 그들은 가장 먼저 치킨을 먹으러 가면서 그 자유를 만끽하고, 다이애나는 스스로를 스펜서라고 다시 부르며 왕실의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분명 영화 자체는 자유를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다이애나의 씁쓸한 미소를 보면서 그녀의 마지막 생을 생각하게 되니 극 전반에 퍼져 있던 우울감과 압박감을 날려버리진 못했던 것 같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왕실 탈출 전 3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펜서>. 그녀가 어떤 압박감을 견디다가 왕실을 떠나 본인의 이름을 다시 찾게 됐는지 다이애나의 감정 변화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
- [SIWFF 데일리] 아물지 않는 상처 속에서 푸른 하늘을 꿈꾸다
아물지 않는 상처 속에서 푸른 하늘을 꿈꾸다
새로운 물결 부문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 리뷰감독] 이리나 칠리크
시놉시스] 싱글 맘 안나는 아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전쟁 지역 최전방에 살고 있다. 영화에 대한 사랑이 깊은 안나 가족은 전쟁 속 자신들의 삶을 영화로 찍어나간다. 그들에게 있어 트라우마를 작품으로 만든다는 것은 인간으로 남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 선포와 함께 다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그동안 끊임없이 국지전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전쟁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국경에 맞닿아 있기에 지난 8년간 단 한번도 총성이 안 들린 날이 없었다던 돈바스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
영화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는 전쟁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는 안나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첫째딸은 영화에 대한 자신의 꿈을 쫓아 영화학교에 진학하는 데 성공한다. 엄마와 가족은 그 꿈을 응원하고,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최전선에 있는 돈바스 지역이지만 어느 누구도 삶을 비관하거나 낙담하지 않는다. 쏟아지는 포탄과 총탄 속에서도 그들을 꿋꿋이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어른들은 일을 한다. 행복한 크리스마스와 생일에는 케익을 만들고 파이를 구우면서 파티를 연다. 다만 그 모든 소박한 일상 속에서 포탄소리가 ‘은은하게’ 퍼져 나갈 뿐이다.
꿋꿋하게 돈바스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이들처럼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고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나 위험한 곳을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 속에서도 일상을 담담하게 살아가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할 에너지가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다음날의 생명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꿈을 쫓고, 노력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굉장히 허무한 일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바스 주민들은 그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영화를 보며 그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더불어 영화의 제목처럼 오렌지처럼 아름다운 노을과 포탄이 떨어지지 않는 푸른 하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평화의 돈바스가 되길 바랄 뿐이다.
무뎌질 수 없고 아물지 않는 상처돈바스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밤이고 낮이고 울려퍼지는 포탄과 총탄 속에서 긴장을 멈출 수 있는 날이 없다. 해맑게 아이들이 축구를 하던 도중에도 갑자기 포탄이 떨어지고, 잠을 자고 있던 한밤중에도 마당 앞으로 총탄이 날라와 지하실로 숨는 것이 일상이다. 이렇게 전쟁의 한가운데에 놓여진지 어언 8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총알이 빗발치고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만큼은 전혀 무뎌질 수 없다. 무너진 집을 다시 복구하고 일상을 살아보려 하지만 그 자리에 다시 총탄이 박히고 포탄이 떨어지면서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얹는 과정이 돈바스 지역에는 없는 듯 했다.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계속 상처가 생기면서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었다.
영화 속 6~8살 남짓 된 아이들은 소리를 통해 이 포탄이 어디에 떨어질 것인지 예측하고 있었다. 축구공을 발로 뻥 차는 소리면 다른 마을로 떨어지는 것이고, 직사각형처럼 날카롭고 단단한 소리가 나면 우리 마을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직감적으로 소리를 구분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게다가 안나의 가족이 어린아이들을 모아 놓고 주변에서 이상한 물건이 발견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선생님이 설명하는 씬을 찍고 있었는데, 선생님 역할이던 둘째딸이 대사를 까먹었지만 실제 아이들은 ‘이상한 물체를 발견하면 즉시 어른들에게 알리고 절대 만져서는 안된다. 그 곳을 바로 벗어나야 한다’라고 줄줄 읊을 정도 였다. 이 장면에서 둘째딸이 탄식을 하는데, 그 탄식이 자신이 대사를 틀려서 였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계처럼 이를 자연스럽게 읊을 정도로 이 어린아이들에게 전쟁이라는 상황이 너무나도 밀접되어 있다는 사실에 탄식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안나와 그의 가족들은 언젠가는 돈바스에 평화가 찾아올 날을 기다리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큐로 담는다. 그렇게 만든 자신들의 첫 작품을 돈바스의 주민들에게 공개를 하는데, 모든 이들이 눈물을 보이면서 이 영화는 마무리된다. 안나와 그의 가족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우리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들에게 이 전쟁이 현재 진행형이며, 이 상황이 얼마나 큰 슬픔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더불어 그 고통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돈바스 주민들을 보면서 무고한 민간인들은 전쟁 속에서 언제나 피해를 입지만 다시 도시 일으키고, 결국 나라를 지키는 장본인임을 일깨워 준 작품이었다.
전쟁 속에서 민간인들이 얼마나 공허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표현하고 있었던 영화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 전쟁이 어떻게 한 도시의 다채로운 색을 죽이고 회색도시로 남기는지 현실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27 10:00
메가박스 상업월드컵경기장 8관
2082022-08-28 20:30
메가박스 상업월드컵경기장 9관
336
-
- 은밀한 해방에 관한 탐구생활
사람들이 누구나 상상해 볼 수 있는 성적 호기심에 대한 근본을 숨김없이 까발리는 날카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며 매 순간마다 쾌락에 대한 상호 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키는 두 주인공의 끊임없는 대화에 가벼운 조소와 비아냥거림을 녹여낸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리뷰입니다. 2013년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30회 선댄스 감독상과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소피 하이드 감독 신작으로, 영국에서 주로 TV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자이자, 각본가로 알려진 케이티 브랜드가 각본을 맡았습니다. 예고편이나 공개된 정보들의 경우에는 성에 대한 메시지인 듯한 분위기를 내지만 완전히 성적인 방향이 아닌 소재를 활용해 사회에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사회의 틀에 얽매인 삶을 탐구하듯, 이런저런 이야기로 따뜻한 포용과 위로를 통한 치유와 해방이라는 포인트를 향해가는 미묘함이 있습니다. 더불어 지금 세대의 많은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기도 한 개인의 해방을 기본적인 욕망과 연결한 지점이 꽤 흥미로워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정보
난 평생 재밌거나 놀랄 만한 일을 못 해봤어요
중학교 종교 교육 과목 교사로 재직 후 은퇴한 낸시는 31년간 함께 한 남편을 2년 전에 떠나보냈습니다. 장성한 자식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느라 곁에 아무도 없는 삶이 무료하다고 느끼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단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 생각이 든 그녀는 오랫동안 고민을 한끝에 퍼스널 서비스를 예약하고 호텔에서 상대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방으로 찾아온 매력적인 남자 리오 그랜드를 만나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Good Luck to You, Leo Grande
감독 : 소피 하이드│각본 : 케이티 브랜드
출연진 :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이사벨라 래플랜드
장르 : 드라마, 코미디│상영 시간 : 97분│국가 : 영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 로튼 토마토 신선도 94% 팝콘 85%, IMDB 7.1, 메타 스코어 78점
수입 : (주)퍼스트런│배급 : (주)무비다이브
개봉일 : 2022년 8월 11일
#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평점
온전한 나를 해방시켜주는 퍼스널 서비스?!
배경은 거의 연극처럼 단순해서 호텔방 안의 소파, 침대에 앉거나 창문으로 보이는 날씨가 전부이지만, 마치 다른 객실인 것처럼 매번 다른 주제의 대화를 통해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단순함은 주의를 산만하게 할 것이 없어 두 사람이 구축해가는 관계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그저 바뀌는 날씨와 자연광, 조명 등만이 네 번에 걸친 만남으로 인한 변화를 대변합니다. 그리고 성에 대해 솔직해진 이들은 더 이상 관계의 복잡성에 연연하지 않지만, 재미있게도 육체적 관계에만 집중해 실망스러울 수 있을 흐름으로 가지 않고 두 사람을 통해 다른 숨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각자의 삶에 녹아있는 성향의 차이이자 사회가 만들어낸 틀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표면적으로 보여주며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서 기쁨과 성취감을 빼앗는지 우회적으로 드러냅니다. 결국 리오는 낸시가 진정으로 편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그녀는 리오의 직업에 대해 노골적인 무시로 감정적인 상처를 입히며 이 같은 대립을 극명히 보여주죠.
(남자배우 눈 색깔이... 원래 노란색인가 -0- 너무 매력 있는..)
신인에 가까운 다릴 맥코맥은 친절하고 개방적이며 재미있고 자신감 있는 비범한 캐릭터 리오 그랜드를 맡아 자기혐오, 과잉 감정, 편협하고 히스테리가 있을지도 모를 낸시의 엠마 톰슨과 미묘한 관계의 티키타카를 이어갑니다. 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시놉시스대로 성적인 것이지만, 언뜻 보기에도 두 사람은 친밀감, 노화, 성적 쾌락의 중요성 등 매혹적인 철학적인 대화들로 장면을 꽉 채웁니다.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 상호 쾌락의 주제를 서로 간의 계약으로 시험하지만, 성관계에 있어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묘하고 장난스러운 욕구, 필요, 동정심 등 여러 감정들을 탐구해 변화되는 자신들을 마주합니다.
작품은 단지 쾌락에 한정된 것을 말하지 않고 보다 확장된 개인의 행복, 치유, 해방이라는 부가적인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31년이란 시간 동안 교사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진 사회적 무게감에 이루지 못한 섹슈얼 판타지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해 억누르고 감추는 게 당연했던 잊힌 자신을 레오로 인해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 부끄러운 신체를 떠나 감정적인 또 다른 헐벗음으로 거듭나는 과정, 결국 틀어진 관계에서 다시금 재회하는 두 사람이 제한되고 폐쇄된 공간이었던 호텔방을 떠나 개방된 호텔 카페에서 마주한 것은 그렇게 감추고 싶었던 자기 자신을 이제 보여줄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그들의 마지막 만남은 꽤나 유쾌하고 뭉클한 여운도 있어 제목처럼 행운을 빌어주고 싶었습니다. 낸시와 레오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요. :)
-
- 어렵다는 것 잘 알지만 그래도
별안간에 <어벤저스 : 엔드게임>이 생각난다. 한창 마블 유행할 땐 안 보고 재개봉판이 열릴 때 봤다. 그 영화에 대한 감상이라. 다른 덕후들과 마찬가지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극후반부에선 눈물 날 것 같은 울컥함이 있었다. 근데 그건 그때 이야기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영화에 말 안 되는 게 몇 개 있었다. 앤트맨이 그렇게 해서 시간여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그 양자역학? 다중우주(멀티버스)? 에 대한 연구가 너무 쉽게 착착 이뤄지는 거 아닌가? 아무리 브루스 배너랑 토니 스타크가 똑똑하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들여야 할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쉽게 나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의 인구가 반으로 접힌 것 치고는 문제 해결이 싱거웠던 셈이다. 그리고 마블도 이 작품 이후에 걸핏하면 '블립'을 들고 오니 마블빠인 나는 진작에 개연성이 헐거운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 애써하는 인정에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대한 내 생각이 담겨있다. 우리, 살면서 시간을 몇 번이나 돌릴 수 있을까? 답은 불가능이다. 시간은 무슨 짓을 해도 돌릴 수 없다. 애써 과거의 나에게서 교훈을 얻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아로새길수록 공허함만 커진다. 내가 한국영화를 사랑하게 됐던 계기도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가 울림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나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를 좋아했던 분들은 다들 공감할 것 같다. 각자가 놓쳤던 너무 많은 것들이 마음이 아프거든. 이젠 그것들을 반성할 줄도 안다고 말하고 싶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계속해서 똑같은 일만 반복한다. 삶의 매 순간에 그것보다 나은 선택지만 고르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 여행하는 영화들을 알면서도 보게 되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저 여행처럼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때문이다. <프리 가이>를 연출했던 숀 레비 감독이 바로 다음 해에 신작을 갖고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깊다. 소재는 시간 여행이다.
미래에서 온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다
12살 소년 애덤은 별 볼일 없는 남자애다. 친구도 없어 보이고 아버지는 돌아가셨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매일 같은 반 급우들을 두들겨 패거나 맞는 게 일상인 애덤. 여느 때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던 도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어딘가 부상을 입은 듯한 아저씨에게 말을 거는 애덤. 몇 마디 나눠보고 나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이 아저씨는 2050년의 나 자신이다.금세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저 여자랑 자게 되나요? 미래에는 이렇게 몸짱이 되나요? 누가 과거의 나 아니랄까 봐 쓸데없는 말이 많다. 어른 애덤은 금세 과거로 돌아온 이유를 말하게 된다. 시간 여행이란 게 생겼고 이것 때문에 현재의 많은 것들이 꼬여있다고 한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과거의 애덤과 현재의 애덤이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인 애덤과 어린이 애덤이 각자(애덤)의 삶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가는 내용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개 있을 것이다. 모두의 마음 속에 있을 법한 감정들이다. 영화 안에서도 이에 대해 묘사가 있다. 당하기만 했던 나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지 못했던 마음. 더 받고 싶었지만 허무하게 날 떠났던 사람. 뭐 그런 미련들이 영화 안에 제시된다.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주가 된다. 영화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동시에 등장시킨다. 이런 감정을 떠나보내지 못했기에 후회와 자기혐오로 가득 찼던 지난 세월에 대해 주인공이 코멘트하게 만든다. 이 코멘트 역시 영화의 주요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전개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던 것들이 맞다. 기존의 시간 역행영화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냐고 물으면 솔직한 대답은 아니오다. 그러나 영화 안에서 이런 소재들이 숀 레비 특유의 유쾌한 감성과 잘 맞는 편이라 특별한 개성이 있다.
어떤 영화로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후회와 자기혐오에 관한 영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자기혐오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간단히 자아를 싫어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자기혐오는 미련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 못한 말이 그 사람에게 돌아와서 미련으로 남으면 그게 자기혐오로 변하는 것이다. 청년 애덤은 사람들에게 하지 못한 말이 많았다.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특히 어머니에게 하고픈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청년 애덤이 소년 애덤에게 어머니에게 꼭 무언가 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영화 전부를 관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인물을 배치한 이유는 사실 되게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이에 이입하라고 만들어놓은 장치이다. 근데 이런 감정이입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향하는가도 영화를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시간여행을 해서 과거의 나의 멍청함을 무찌를 수 있다고 쳐보자. 그래서,'과연 어떤 선택지를 골랐으면 무언가 달랐을까?'라고 자신에게 물을 수 있다.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물 간의 처지를 통해 우리는 그 질문의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뭐 이런 귀결이 기존의 영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하면 사실 크게 할 말은 없다. 어느 정도는 클리셰를 따라간 게 맞으니까. 그런데 주인공 청년 애덤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가 밝고 유쾌하지만 마음에 그늘이 진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해내서 영화를 보는데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다른 장르물과 특별한 차이점을 갖는 영화
첫 번째. 영화 색감이다.전작 <프리 가이>에서는 게임을 영화로 옮겼었다. 그에 맞게 화사하고 비비드 한 색감이 기억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살짝 다르다. 소재의 특성상 좀 생각이 많아 보여야 하는 효과가 꼭 들어가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에 맞게 겨울에 찍은 듯한 시각적/시간적 배경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미장센이 잘 뽑혔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의 퍼포먼스다.이 인물 애덤은 내면에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고, 유년시절이 그렇게 밝지도 못했다. 근데 사람 자체가 근본적으로 밝은 구석도 있어서 유머감각도 탑재해야 한다. 이거 어렵다. 뭐 보편적으로 있는 인간형인 것도 맞지만 이 인물은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에 이걸 다 보여줘야 한다. 그에 맞는 눈빛 연기, 대사 치는 톤,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사람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난 <데드풀> 시리즈도 안 본 사람이라 이 배우의 연기가 낯설었는데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아. 액션 연기도 좋았다.
세 번째. 균형감각이다.각본이 균형을 잘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가령 소년 애덤의 어머니와 청년 애덤이 술집에서 대화하는 신이 있다. 여기서 감독은 아이가 괴롭힘 당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남편이 세상을 떠났던 이유에 대해서도 깊게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당신은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했다'식의 말을 던지고 홀연히 사라진다. 뭐 시간여행이라고 하는 것의 암묵적 룰을 지키기 위해 이랬다고 하기엔 역시 감독의 연출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2번에서 언급한 것과 닿아있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과거의 부채의식에 '그게 무엇이든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사실보다 그게 더 중요했기 때문에 청년 애덤이 그 대사를 한 것이겠지. 그리고 그게 곧 감독의 연출 의도일 것이고. 영화는 이렇게 드라마틱한 처지 변화보다 적당히 선을 긋는 스탠스를 보인다.
극의 개성을 살리는 좋은 퍼포먼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정도다.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는 3번에서 적었기에 더 쓸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른 역의 조 샐다나나 마크 러팔로도 탁월했다. 조 샐다나는 뭔가 레이놀즈보다 나이 더 들어 보이는 비주얼인데 은근히 어울려서 놀랐다. 또 마크 러팔로는 멀티버스 유경험자다운 연기가 보였다. 지금 저 역할이 브루스 배너라고 해도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봤던 느낌이긴 해도 실제 있을법한 아버지이자 과학자 느낌이 나서 좋았다. 다음은 소년 애덤을 맡은 워커 스코벨이다. 이거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어색한 티가 안 났다면 거짓말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대사 많았는데 외우느라 어려웠을 듯.
적당히 얕은 영화의 농도
감독의 전작 <프리 가이>나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사실 가벼운 영화다. 그러라고 만든 영화기도 하고.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가볍지는 않다. 적당한 농도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다. CG 액션 연출을 좀 더 멋있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너무 뿅뿅하는 시각효과에 엔딩부도 슬로모션이라던가 예전 티 나는 연출을 쓴 게 아쉽기는 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대사의 톤이나 청년 애덤의 행적이라던가 중후반부까지 끌고 가는 메시지가 생각을 많이 하게 해서 너무 밝고 유치한 느낌은 아니다. 20대 중반의 남성이 보기에 무리 없었다.
누가 이 영화를 봐야 할까?
무난한 액션/SF물이다. 넷플릭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떠나보내지 못했던 마음의 부채의식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난 이 영화를 보고도 다 보내지 못했다. 아직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근데, 조금은 그 생각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러분도 그런 것들을 좀 지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핫도그로 잃어버린 몸찾는 액션 스릴러!
윤계상 배우가 주연을 맡은 유체이탈자가 개봉했습니다.
12시간 마다 유체가 이탈하여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는 신기한 설정인데요.
게다가 다른 사람을 옮겨다니는 사람이 기억을 잃은 상태라 더욱 긴장감을 높이죠.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긴장감은 높습니다.
핫도그와 노숙자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가게 되는데요.
근접액션, 차량 액션, 총기 액션 등 다양한 액션이 포함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Spiritwalke starring actor Yoon Kye-sang has been released.
It's a strange setting that the fluid escapes every 12 hours and enters another person's body.
In addition, it raises tension even more because he who move around people have lost his memories.
The movie lead the story with limited space and limited characters, but the tension is high.
the main character track clues through hot dogs and homeless people.
There are many things to see as it includes various actions such as close action, vehicle action, and gun action.
Please refer to the video for detailed reviews!
Please subscribe and like my Rabbitgumi channel. :)
-
- “내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윤희에게 #MoonlitWinter
-BGM
Raphael Leto - Wanted Me (feat. DNAKM)-Contact
93marvel@naver.com
-
-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티저 예고편
지금까지 마블과는 전혀 다른 세계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 👦 👦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7월 극장 대개봉
-
- 디즈니+ <오비완 케노비> 티저 예고편
어둠과 패배 그 속에서도 희망은 살아남는다 [오비완 케노비]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 디즈니+ 스타워즈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