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6-16 20:17:19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
영화 <퀸 엘리자베스> 리뷰
INTRODUCTION.
“우리는 여왕을 사랑하며 자랐습니다” -비틀즈 폴 매카트니-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왕좌에 머무른 퀸 엘리자베스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다.
POINT.
✔️ 시대의 아이콘,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풋티지를 실컷 볼 수 있는 영화
✔️ 영국 왕실에 관심 혹은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영화
✔️ 여왕의 재위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윈스턴 처칠부터 폴 매카트니, 이건희, 마릴린 먼로까지 다양한 얼굴이 등장합니다.
✔️ 2021년 사망한 로저 미첼 감독의 마지막 영화

시대의 아이콘, 아주 독특하게 자리한
이 영화는 눈을 감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늘 눈 뜬 모습만 보았던, 아주 오랫동안 삶 전체가 공적 영역에 드러나 있던 사람의 눈 감은 모습은 낯설다. 영화는 이내 엘리자베스 여왕을 닮은 풋티지 영상을 성실하게 수집해 보여준다. 편집점이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고 음악을 현란하게 써서,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달아 보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일대기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마치 원석을 다양한 면으로 커팅한 것처럼, 여왕 생애의 구석구석을 비추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주 독특한 인물이다. 물론 여왕이라는 직함 자체가 그렇지만, '군주'라는 단어 자체의 아우라가 많이 사라진 시대에, 아이콘으로 기능하면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드레스를 입고 손을 흔들며 웃어 보이는 역할도 하고, 군복을 입고 비행기 옆에 서 있거나 총을 쏘는 모습으로도 남았다. 너무 앳되어 보이는 비틀즈에게 훈장을 건넸던 역할도, 윈스턴 처칠부터 블레어, 보리스 존슨까지 다양한 총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동시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운운하던 이전의 시대에 작별을 고한 후, 영연방(Commonwealth)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다양한 국가를 순방하는 것 또한 그의 역할이었다. 구한말에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까지의 역사에서 항상 일본보다 선진 문화 국가였던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지만, 많은 나라들이 여러 실리적인 혹은 상징적인 이유로 영연방이라는 국제기구에 소속을 남겨두었다.
보고 있노라면 그가 '여'왕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 부드럽고 우아한 미소를 짓는 그 얼굴을 보면서 다양한 국가들이 어떤 이유로든 영연방이라는 국제기구에 소속을 두기로 한 데에는 그의 아우라와 영향력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겠다 싶은 것이다. 식민지배라는 공격적이고 비인간적인 제도 이후에, 남성의 얼굴을 하고 오는 지도자보다는 분명 좋은 선택지였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그의 선택은 아니었다. 에드워드 8세가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면서 동생이 갑작스럽게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고, 동생 즉 조지 6세 또한 "너무 일찍"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엘리자베스 또한 마땅히 준비할 만한 기간을 갖지 못한 채로 어느 날 여왕으로 즉위하게 되었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최초의 대관식을 포함하여, 여왕의 생애가 선형적이지 않은 형태로 영화 속에서 흩날린다. 영국 왕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느낄 수 있다. 71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그리고 그 내내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이콘으로서 얼마나 건재했는지를.

시대의 아이콘, 이제는 끝난 시간의
그러나 여왕의 시대는 끝났다. 영연방을 순회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은 분명 우아하고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느낄 수 있지만, 식민지였던 땅의 사람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춤을 추며 여왕을 맞이하는 장면 위로 "down on my knees(무릎을 꿇고)"라는 곡이 흘러나오는 것은, 식민지 출신으로서 영 편치 않다. 독일 폭격에 대해, 독일을 방문했던 여왕에게 계란이 던져지는 모습 또한 풋티지에서 빼먹지 않았다.
전쟁에 선은 없으니까. 히틀러가 절대악이었다면 문제는 간단했겠지만, 그렇지 않았으니까. 입헌 군주제의 여왕으로서 엘리자베스가 자기 역량을 아무리 발휘하고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한들, 전쟁의 시기를 보낸 입장에서 그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의 뛰어난 역량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시대는 이제 달라졌다. 그런 의도가 담긴 걸까. 이 영화에는 여왕에 대한 경의와 인정이 아닌 마음들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대관식 장면 위로 흐르는 "hero", 심지어 데이비드 보위 원곡 버전도 아닌 것. 여왕이 걷는 장면과 뒤섞여 등장하는 비너스 상들. 뼈 있는 농담을 의도했겠으나 실없이 느껴지는 선택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가십으로 소비되어 더욱 안타까운 그의 자식 농사 이야기도 펼쳐진다. 다이애나에 대해서는 짧게 짚고 넘어가는 정도이지만, 찰스 3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엘리자베스 2세가 수행한 아이콘으로서의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역시나 기대할 수 없음이 확인된다. 그럴수록 엘리자베스 2세의 역량이 빛나기는 했구나 싶다.
영화 <스펜서>까지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엘리자베스 2세의 공적 인생에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수렴되는 일련의 상황들은 분명 치명적이었다. 늘 이 부분만 잘라 다이애나 혹은 찰스, 심지어 카밀라에 더 주목하여 이야기되던 것을 엘리자베스의 공적 인생을 쭉 연결한 지점에서 보는 건 독특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
늘 정해진 원칙에 따라야 하는 엄숙한 왕실의 모습이었지만,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의 시대로 점차 친근한 모습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 또한 시대의 요청에 응한 것이었다. 경마 결과를 이야기하며 해사하게 웃는 모습, <피터팬>의 저자인 제임스 매튜 배리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며 여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고, 긴 세월을 산 사람이었음을 동시에 느낀다.
역량이 뛰어난 시대의 아이콘인 동시에 한 인간. 이제 그 시대는 갔고, 인간도 떠났다. 찰스 3세는 개인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엘리자베스 2세의 반만큼도 사랑받기 어려워 보이지만, 설령 그가 아주 매력적으로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한들 시대가 이미 가버렸으니 엘리자베스 2세 같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가버린 시간의 빈 자리를, 이미 우리 곁을 떠난 감독의 손길로, 짧고 급한 호흡으로 뒤척여 보는 것은,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이라는 관점에서, 꽤나 씁쓸한 경험이었다. 지금보다 수십 년 후에 더 유의미해질 기록이 아닐까.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가볍게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저번주에 새롭게 시작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희 씨네픽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팔로워분께서 주제를 신청해주셨는데요!
바로 이번 주제는 '가볍게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위시업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생 노잼시기에 나타난 마법같은 APP!! 이제 즐기는 일만 남았다?!
전학과 동시에 찌질이로 등극한 카일은 음색여신 대니를 짝사랑 중이다.
마음은 있지만, 다가갈 방법은 없는 카일! 우연히 소원을 들어주는 어플을 발견하게 되고,
반신반의하지만 원했던 것들을 적어본다. 노래, 인기, 운동실력까지!
모든 것을 이뤄주는 어플 덕분에 한 순간 인기스타로 등극하는데...cine pick!
하이틴 특유의 유치하고 귀여운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잭 에프론 주연의 <17 어게인> 작가님이 집필한 작품이다.
엄청나게 특별하거나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클리셰적인 요소를 보는 재미가 있다.
와일드 차일드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빠의 여자친구가 집에 이사짐을 들여놓는 날, 파피는 친구들과 함께 그녀의 짐을 엉망으로 만든다. 화가 난 아빠는 파피를 영국으로 유학 보낸다. 부자 아빠 제리의 덕택으로 부러울게 없는 파피는 무슨일이든 자기 감정, 기분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때문에 같은방 친구와 티격태격한다. 그러나 구김없고 명랑하고 소릭한 파피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 친구들 키키, 케이트, 조시. 파피는 학교에서 일주일 정도만 있다가 다시 캘리포니아의 집에 돌아갈 생각으로 늘 말썽을 피우고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케이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퇴학 당할만한 일들을 꾸미기로 한다. 결국 그들의 계획은 교장선생님이 아들 프레디를 사귄다는 소문이 나게하자며 치밀한 계획을 세우자고 한다. 이런 계획으로 인해 프레디와 점점 가까워지고 학생회장 해리엇의 질투는 극에 달하는데….
cine pick!
로맨틱 코미디 중 가장 가볍게 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하이틴 무비이지 않을까 싶다.
'엠마 로버츠의 발견'이라는 이야기 나올 정도로 주인공이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이다.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뿐만 아니라 성장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히로인 실격
ⓒ 네이버 영화
synopsis
오랜 소꿉 친구 ‘리타’를 짝사랑하고 있는 ‘하토리’. 자신은 ‘히로인’, 리타는 사랑의 ‘히어로’이자 운명의 남주로 언젠가는 리타와 연인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하토리. 그러나 어느 날, 리타가 왕따를 당하고 있던 아다치를 도와주게 되면서 아다치와 사귀게 된다. 리타를 아다치에게서 뺏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도중 초훈남 ‘코스케’에게 고백을 받게 된다. 리타가 너무 좋은 하토리, 하지만 코스케도 넘나 훈남인 것! 하토리 인생 최대의 고민이 시작된다.
cine pick!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이다. 오글거리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지만, 이를 견딜 수만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만화가 원작인 영화라 만화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있다.
팜 스프링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cine pick!
타임루프물 영화가 정말 많이 나왔지만, 항상 재미있는 소재인 것 같다.
가볍고 유쾌한 사랑 이야기지만, 또 그 안에서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리얼리티하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똑똑하지만 인기는 없는 10대 소녀 대니. 오랜 짝사랑의 관심을 끌게 된 순간, 고난이 시작된다.
내 남자를 낚아채다니! SNS 스타인 그의 전 여친이 맹공을 퍼붓는다.
cine pick!
주인공이 매력적이며 남녀 주인공의 케미 또한 보기 좋다.
특히 남자 주인공의 팬을 대거 생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풋풋한 이들의 모습때문에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이지와 오시
ⓒ IMDB
synopsis
부유한 집안의 딸 이지와 아마추어 복서 오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듯한 두 세상. 하지만 이 둘이 손을 잡는다면?
cine pick!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 중 가장 센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 눈살이 찌푸려지는 요소가 나올 수도 있지만, 조금만 참고 본다면
꽤 잘 맞는 영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거의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이지만,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죽음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
노웨어 스페셜 (Nowhere Special,2020)
개봉일 : 2021.12.29. (한국 기준)
감독 : 우베르토 파솔리니
출연 : 제임스 노턴, 다니엘 라몬트, 에일린 오하긴스
죽음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
죽음을 가장 가까이 접하는 직업을 가진 ‘존 메이’의 이야기를 다루며 삶과 죽음, 외로움과 보이지 않는 인연에 대해 풀어낸 영화 <스틸 라이프>로 유명한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개봉 날짜 기준)이 2021년의 끝, 아주 살포시 국내에 개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아빠 존과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의 이야기다. 존은 매일같이 다양한 모양의 창문을 닦으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수많은 일상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그의 인생의 가장 큰 행복, 아들 마이클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존은 끝없이 사랑하고, 사랑하기에 그만큼 미안한 아들을 바라보며 잠시 시름을 내려놓고 웃기도 하고, 또다시 책임감 한 아름을 짊어지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
부모와 자식이란 인연은 한없이 소중하면서도 복잡하고, 아프고,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끊어낼 수는 있지만 끝내 부정할 순 없는 단 하나의 인연이니까. <노웨어 스페셜>은 가장 힘이 될 수도 가장 큰 아픔과 죄책감이 될 수도 있는 이 인연으로 이어진 존과 마이클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며 잔잔한 슬픔과 감동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 존과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아이 마이클. 존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마이클을 보며 여러 고민에 빠진다. 순수한 어린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또 아이는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위해 어떤 것을 남기고 가야 할지. 아이의 새로운 인생을 위해 어떤 이들에게 아이를 맡겨야 할지.. 같은 답 없이 무거운 고민들 말이다.
존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얹어진 짐을 묵묵히 견디며 마이클을 위한 새로운 가족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는 풍족하지 못한 현실에 놓인 마이클을 보며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비싸고 멋진 장난감을 사주지 못하는 집안 형편, 존이 일을 나갈 때면 엄마가 아닌 보모의 손에 맡겨져야 하는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회통념상 그다지 자랑스러운 아버지는 아닌 것 같다는 죄책감까지. 존은 이제 부족한 아버지의 손을 떠날 마이클을 위해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주고 싶어 한다.
최선을 다하고, 모든 걸 줘도 항상 미안한 아버지의 마음과 아버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뿜어내는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에 소중한 인생의 한순간이 비치고, 그 안에서 죽음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을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주연을 맡은 연기 천재 다니엘과 제임스의 눈빛
<노웨어 스페셜>의 강점은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도 있지만,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제임스 노턴과 다니엘 라몬트의 연기도 큰 몫을 한다. 4살의 나이로 <노웨어 스페셜>을 통해 데뷔한 다니엘 라몬트와 따뜻하고 깊은 눈빛을 보여준 제임스 노턴 배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따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온갖 부자 서사가 뚝딱 만들어진다.
특히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사를 읊는 다니엘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며 나의 4살 시절을.. 반성하게 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그때쯤 나는 엄마한테 “이건 뭐야?” 정도의 질문만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게 바로 진정한 ‘연기 천재’구나 싶다. 내가 결혼을 일찍 했으면 .. 저만한 아이가 있을 수도 있는.. 나이니까.. 이모를 넘어 사실상 엄마의 눈으로 흐뭇하게 지켜봤던 것 같다. 이 배우가 어떻게 성장할지 정말 정말 기대된다. 만약 <노웨어 스페셜>이 뛰어난 영화가 아니었다고 해도, 다니엘 라몬트를 발굴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순간
툭,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인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영화이자 ‘우리 감정에 솔직하게, 오랜만에 울어보자’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부터 그렇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홀로 남겨질 어린아이. 그리고 ‘새 부모를 찾는다’는 포스터에 박힌 절절한 문구와 대놓고 관객들의 눈물을 뽑아낼 영화라며 경품으로 쓰인 두루마리 휴지까지. 누가 봐도 ‘이 영화는 슬플 것이다,’, ‘눈물 나는 영화다.’라는 느낌이 확 온다.
하지만 <노웨어 스페셜>은 감정 없이 눈물을 쥐어짜는 영화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상황을 봐, 슬프지. 울어봐!하는 식으로 절망과 슬픔을 쌓아가는 형식이 아니다. 이야기는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간혹 고통을 느끼는 존의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존은 묵묵히 평소처럼 일을 하고, 마이클과 시간을 보내고, 함께 책을 읽고 케이크를 만들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원을 거닌다.
새로운 가족이 되어줄 이들을 만나는 약속을 제외하면, 존과 마이클의 일상은 평소처럼 흘러간다. 평온하고 온전하게, 사소한 행복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말이다. 커다란 흔들림 없이 두 사람의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고, 존과 마이클은 죽음에 대해 조금씩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리고 존은 이 이야기의 끝에서 마이클의 새로운 선택을 접하며 지금껏 알지 못했던 마이클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사실 관객들을 울리는데 어린아이와 부모의 눈물만큼 확실한 장치가 없지만 <노웨어 스페셜>은 그런 치트키 같은 장치를 전혀 쓰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을 마냥 이별, 마지막 같은 슬픈 의미로 풀어내지 않으며 이별보다는 죽음 앞에서도 온전할 사랑에 대해, 앞으로 더 긴 인생을 살아갈 아이의 선택에 집중한다.
나는 <노웨어 스페셜>을 보며 만들어진 관객들의 눈물엔 억지 눈물이 단 한 방울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느낀 <노웨어 스페셜>은 억지가 아닌 진실된 감정이 가득한 영화였으니까.
노웨어 스페셜 시놉시스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은 창문 청소부 ‘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 바로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는 것. 세상에 혼자 남을 아이를 위해 ‘존’은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창문 너머로 비치는 다양한 인생의 흔적들,
그리고 존의 눈에 들어오는 다른 가족들의 순간들
창문 청소부인 존은 매일같이 여러 손님들의 창문을 닦는다. 화려한 장식품이 가득한 가게, 음식점, 아이를 키우는 잘 사는 가정집의 창문. 크기와 모양새, 달려있는 높이도 모두 다른 창문 너머엔 방주인의 인생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의 놀이방엔 장난감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존이 닦고 있는 가게 유리창 너머엔 비석 모양의 장식품이 가득하고, 그 가게 반대편엔 화목해 보이는 한 가족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존은 자신의 인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마이클은 자신과 다른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이 해주지 못한 것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집의 자식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가끔 마이클이 던지는 “우리 엄마는 어디 있어?”라는 물음이 “나도 엄마가 있어?”라는 의미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엄마는 어디로 외출했어?” 정도의 질문이길 바랐을 것이다. 조금 더 배워 선망받는 위치에서 일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마이클이 원하는 강아지도 키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을 것이고, 마이클이 자라 친구들과 운동을 배울 때면 그 옆에서 유니폼을 챙겨들고 응원하고 싶었을 것이다. 존의 눈에 비치는 다른 가족들의 모든 순간들이, 특별하고 아리게 다가온다. 평범하고 완전한 가족, 존은 마이클에게 그런 가족이 되어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일
이제야 4살이 된 어린 마이클은 존을 가장 좋아한다. 존의 팔뚝에 있는 타투를 따라 그리고, 함께 생일 케이크를 고르고, 존의 목에 올라타 아이스크림을 먹는 순간을 좋아하고, 장난감이 많은 놀이방이 없어도, 그저 우리가 함께하는 ‘우리 집’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순수한 아이. 그게 마이클이다. 마이클에게 존은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유일한 가족이다. 불만 같은 부정적인 감정 하나 없이, 마이클은 그저 존을 사랑한다.
마이클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어린아이다. 마이클은 존의 34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당연하게도 초를 1개 더 꽂을 35번째 생일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존은 마이클에게 죽음을 설명해 주기 위해 함께 동화책을 읽고, 죽은 딱정벌레를 보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죽음은 마냥 슬픈 것이 아닌, 영혼이 육체를 떠난 것뿐이라고, 떠난 것은 사라지지 않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의 주변에 남아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마이클은 조금씩 죽음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마이클뿐만이 아니라 존 또한 죽음에 대한 태도를 조금씩 바꿔간다. 영화의 초반, 존은 새로운 가족 후보들을 만나면서 아이가 아빠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냐는 질문에 그저 “창문 청소부로요.”라고 답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어린 마이클이 부족했던 가족과 그에 대한 기억을 잊고 새로운 삶을 살길 바랐지만, 영화의 후반부엔 생각을 바꾸고 마이클을 위한 편지와 자신의 물건 몇 가지, 그리고 떠나버린 아내의 장갑을 남긴다. 나의 죽음이 마이클의 괴로움과 상처가 아닌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마이클이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순간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존은 그렇게 초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멈추지 않고 흐를 마이클의 시간, 그리고 마이클의 선택
함께 카니발에 놀러 간 존과 마이클이 거울의 방을 지나는 장면을 보면, 거울에 비친 마이클이 존보다 더 크게 표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존이 떠나더라도 마이클의 시간은 계속될 거란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존이 세상을 떠나도 아이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고, 언젠간 존보다 더 큰 어른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선 우선 어린 시절을 보살펴줄 새로운 가족을 만나야 하는데.. 존은 이 문제에 대해 혼자 무거운 고민을 반복한다.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홀로 중대한 결정까지 짊어진 존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그러던 중, 존은 문득 ‘내가 이 아이의 결정을 대신해도 되는 걸까?’ 의문을 갖게 된다. 앞으로 새로운 가족과 살아갈 사람은 마이클이고, 마이클도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궁금증을 표할 수 있는 한 사람인데 말이다.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마당,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유한 집안, 장난감 하나쯤은 쉽게 사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부모, 사회 통념상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두 부모가 있는 가정. 존은 이러한 조건들에 집중했지만, 마이클은 조금 달랐다. 마이클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사탕의 수를 세나갔던, 처음으로 “아줌마는 언제 죽어요?”라고 질문했던 집을 선택한다. 그 집은 마당도 없었고, 부유한 집안도 아니었고, 안정적인 커플도 아니었지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아이만큼, 새로 올 아이를 사랑해 줄 수 있다’고 말하던 유일한 집이었다. 새로운 가족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른의 눈으로 본 가정 환경이나 부유한 경제력도, 커다란 마당도 아닌 새로운 가정에서 살아갈 아이의 마음, 그리고 아이를 향한 어른의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존은 전혀 부족함 없는 훌륭한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마이클이 아버지와의 시간을 오래도록, 아프지 않게 아름답게 지녀주었으면 좋겠다.
-
- 시한부인 환자들과 죽지않는 불사조 밴드를 결성하다
- 줄거리
아이돌 가수 충의는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사회봉사 명령을 받게 된다.
반성하는 척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사회 봉사를 끝낼생각이었지만 충의의 마음대로 병원 생활이 흘러가지 않는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은 담배를 피기도 하고, 업소에 가기도 하는 등 환자로 보이지 않는 탓에 충의는 의문을 가진다.
어느날, 돈이 없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의 밴드부인 불사조의 멤버들은 충의를 설득해 락 밴드 오디션에 참가하려한다.
충의는 내키지 않았지만 봉사시간을 두배로 쳐주겠다는 조건에 넘어가 불사조 밴드를 도와주게 된다.
진심으로 밴드를 대하는 불사조 멤버들을 보고 충의도 진심으로 멤버들을 대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오디션 당일날, 드럼인 무성이 쓰러지며 오디션을 끝마치지 못하게 된다.
충의는 오디션 당일날 사회봉사 시간이 끝이 났고, 그 다음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미국으로 진출하기로 했던 원래 계획과는 달리 충의는 호스피스 병동에 남아 불사조의 멤버로 남아있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이 영화에는 많은 죽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배경이 호스피스 병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떤 죽음들이 나오는 지는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에서 나온 죽음의 순간들은 잔잔했다.
잔잔했던 죽음들이지만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방식들로 인해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충의는 아이돌 가수로서의 삶이 아닌, 호스피스 병동 불사조 밴드의 멤버의 삶을 선택한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되었던 불사조 밴드 1기의 사진이 나오고, 그 옆으로 2기, 3기, 4기 등 계속 되는 불사조 멤버들의 사진이 이어진다.
충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멤버들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충의의 초반 모습과 성장한 듯한 모습에 충의가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 명대사
"자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게 뭔지 아는게 중요하다."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
- 8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저번주와 동일한 성적을 기록한 이번주 박스오피스 ! 오펜하이머가 230만명을 넘기고 1위 유지, <콘크리트 유토피아> 2위, <달짝지근해: 7510>가 3위를 유지했습니다. 한편 <엘리멘탈>이 누적관객수 700만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8월 4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엘리멘탈>이 700만을 넘기며 픽사 작품중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되었고, <밀수>가 5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오펜하이머>가 개봉 2주 차에도 1위 유지에 성공하며 꺾이지 않는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매율 역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어 <오펜하이머>를 대적할 작품은 없어 보입니다.
이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3주 차 누적관객 수 32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게이머에서 레이서가 된 소년의 실화 스토리를 담은<그란 투리스모>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지난주 1위였던 <블루 비틀>이 3위까지 떨어졌으며<바비>가 2위, 7천8백억 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올해가장 크게 흥행한 북미 영화가 되었습니다.이어 <오펜하이머>는 4위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
- 런던을 사랑하는 곰, 런던이 사랑하는 곰
코끝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마음이 들썩거려 여행지를 찾는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못했는데,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느 아침 갑자지 뼛속으로 한기가 스미는 시기가 시작되면,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은 추위에 발목을 잡히고 만다.
유독 손발이 찬 편이라, 겨울이면 아침마다 양말을 두 개 신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사람이어서 겨울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이가 달달 떨리는 기분이랄까? SNS에 올라오는 삿포로의 눈밭을 보며, 약간의 부러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집 밖으로 나를 꺼내어 내기엔 겨울 추위란 존재는 너무도 강력한 장벽이다. 올해도 나는 비행기티켓을 검색하는 대신, 이불 속에 들어가 OTT에서 콘텐츠 여행을 시작한다.
해리포터 시리즈 정주행을 시작으로, 눈 내린 호그와트와 론의 크리스마스 스웨터로 영국의 겨울 무드를 느끼고 나면, 파란 코트를 입은 패딩턴 2로 본격적인 ‘런던 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패딩턴과 브라운가족, 그리고 ‘런던’이기 때문이다. 마치 윈저 가든 그 어딘가에 내가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영화다.
<패딩턴1 >이 아기 곰이 페루를 떠나, 패딩턴 역에서 브라운 가족을 만나고, 패딩턴이라는 이름을 얻고, 런던에서 진짜 가족을 찾는 이야기 속에서 이제 막 런던에 도착한 아기 곰의 시선으로 런던을 보여준다면, <패딩턴2>는 런던의 명소를 담은 팝업북을 주요 소재로 두고, 런던명소를 옮겨 다니며 주요 스토리가 전개되며 ‘런던’이 주인공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Dear Aunt Lucy, Life in London has been better than ever. I really feel at home..
루시 숙모에게. 런던에서의 삶은 그 어떤 때보다 좋아요. 저는 집처럼 편안하답니다.
페루를 떠나 런던 윈저 가든에서 브라운 가족과 지낸 지 3년 차, 패딩턴은 곧 다가올 루시 숙모의 100번째 생일 선물을 고민하다 그루버씨의 골동품 가게에서 런던 명소 12곳이 담겨 있는 팝업북을 발견하고, 런던을 꿈꿔왔던 루시 숙모에게 선물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코즐로바 부인이 만든 세상에 단 한 권뿐인 그 책의 가격은 꼬마 곰의 용돈으로 사기엔 꽤 비쌌고, 패딩턴은 책을 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발소 보조, 아쿠아리움 청소, 창문 닦기 등 열심히 아르바이트를한다. 어느덧 이제 하루만 더 일하면 팝업북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모으게 된 패딩턴은 퇴근길에 그루버씨의 골동품 가게 창문안으로 팝업북을 보는데, 그 때 마침 골동품 가게에 침입한 도둑이 팝업북을 훔쳐가게 되고, 그를 뒤 쫓던 패딩턴을 범인으로 오해한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만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 패딩턴을 대신해, 브라운 가족은 진범을 찾는 데에 매진하는데, 이 과정에서 누군가 변장을 한 채로 팝업북에 나오는 명소를 돌아다니는 것을 알게 된다. 런던이 배경 장소가 아니라, 스토리의 중심이며, 또 다른 주인공 중의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범인이 보물 상자를 열기 위해 팝업북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가는 세인트폴 대 성당뿐 아니라, 브라운씨가 일하는 더 샤드, 패딩턴이 전화를 하는 빨간 전화박스와 그리고 범인이 탄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찾은 패딩턴역까지. 영화는 런던스러운 로케이션으로 가득 차 있다.
패딩턴에게 런던은 무슨 의미일까.
런던의 탐험가가 루시 숙모와 페스투조 삼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나며, 루시 숙모에게는 오랫동안 바랬던 꿈이었고, 패딩턴에게는 좋은 사람과 가족을 만나게 된 스윗홈이 되었다. 어쩌면 그들에게 런던은 아마도 가족과도 같은 ‘따뜻함’일지도 모르겠다. 패딩턴은 루시 숙모에게 그런 런던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가깝고 다정한 내 친구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런던을 선물하고 싶었던, 꼬마 곰의 순수하고 다정한 마음은 서로를 더 가까이 만들었다. 그리고 눈이 오는 어느 날. 선물처럼 찾아온 루시 숙모와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따뜻한’ 런던에서 백번째 생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Aunt Lucy said, if we're kind and polite the world will be right.
루시 고모가 말했어요. 우리가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면 세상도 올바르게 돌아갈 거라고요.
친절하고 예의 바른 다정한 런던을 만나고 싶을 때마다, 나는 패딩턴을 꺼내본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설레고 따뜻하다.
-
- 한 가장의 숨겨둔 분노 표출기
결혼생활이 꽤 오래 지나면서 아내 또는 남편과의 관계가 소홀해지는 시기가 온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섭섭함을 토로하고 뭔가 대단한 걸 해주길 바란다. 어쩌면 인생의 권태기라고 부를 수 있을 그 시기는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조금은 힘든 시기다. 그런 과정에서 부부는 점점 관계가 멀어지고 아이들과도 조금씩 멀어져 간다. 그럴 때면 진정한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그것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으려 하기도 한다.
영화 <노바디>의 주인공 허치(밥 오덴커크)는 아내 레베카(코니 닐슨)와 권태기를 겪고 있고, 아들에게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어느 날 강도가 들었을 때, 강도를 방망이로 제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놓아주자 아들은 더욱 아빠를 무시한다. 특히 영화 초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허치가 겪는 평범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짧은 컷으로 보여주는데 그저 평범한 가장으로 보이고, 삶이 조금은 지루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허치는 더욱 움츠러들어있고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과 제대로 나누지 못한다.
그때 집에 침투한 강도는 허치가 가진 과거의 무언가를 깨운다. 딸의 고양이 팔찌를 가져간 강도를 탐색하여 주소를 알아내고 그곳에 가서 그들을 협박하는 모습에서는 그의 분노가 표출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것을 억누르고 있다. 그 강도의 집을 나와서 집에 올 때 버스에서 만난 불량배 일당은 허치가 숨기고 있던 본성을 완전히 깨운다. 그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액션을 시작한다.
<존 윅>의 각본가 데릭 콜스타드와 기획자 데이비드 레이치가 신인 감독과 만들어낸 <노바디>는 존 윅의 분위기가 많이 난다. 타격감 있는 액션과 독특한 시퀀스는 영화에 신선함을 느끼게 해 주고, 통쾌함을 준다. 그렇게 주인공 허치가 악당에 대항하여 하나하나 깨나 가는 모습을 보면 그가 숨기고 있던 본성을 볼 수 있고, 그가 가진 능력의 한계치는 어디까지인지, 그의 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숨겨진 과거가 있다는 점에서 존 윅이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어쨌든 허치는 영화 안에서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해 나간다. 결국 그가 가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야 말로 가족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가 솔직하게 과거를 털어놓고 그것을 보여줬을 때, 그의 아내는 그것을 결국 받아들인다. <노바디>의 이야기는 가정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영화 <존 윅>과는 다른 길을 간다. 가족 드라마에 좀 더 치중하면서 액션은 <존 윅>보다는 덜 스타일리시하고 밀도가 낮다. 그럼에도 오락영화로서는 어느 정도 기본 재미는 갖추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노바디 리뷰>
-
- 성폭행 피해자, 아줌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지난 20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공동 대상을 수상한 영화 갈매기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씨네랩의 초청으로 개봉 전 시사회에 참석하고 왔는데요.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데 인디 영화임에도 매우 흥미롭게 본 영화입니다.
한 중년 여성이 가까운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이후에 피해자의 심리와 행동을 세심히 보여주는데요.
피해를 당하는 모습은 영상에 담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모든걸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중년 여성이라서 그의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결국 꿋꿋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우리가 흔히 아줌마라고 부르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이 많이 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 하세요!
영화는 7월 28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
- [스포일러]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에 누구나와요? 그 사람들 나오나요?
큰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상이나 글은 영화 관람 후 읽어주세요! :)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기존 마블 영화의 팬이시거나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선물같은 영화입니다.
그동안 모든 시리즈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동안의 추억과 영화의 장면, 대사들이 많이 떠오르실 거에요.
마블이 작정하고 팬서비스를 해주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 영화 <턴: 더 스트릿>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춤에 미친 청춘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
- 영화 <카브리올레> 공식 예고편
[이태원 클라쓰] 조광진 감독 작품 금새록 X 류경수 X 강영석이 보여줄 환장의 청춘 케미⚡️ [카브리올레] 공식 예고편 공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 [카브리올레] 6월 19일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