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4-05-07 18:20:07
마동석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계속 롱런할 수 있을까?
영화 <범죄도시 4> 리뷰
첫 장면부터 어마 무시하게 등장하는 외인부대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김무열 분). 살인병기 빌런은 절제된 표정으로 대담한 살인을 하며 내재된 광기를 보여준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통쾌한 핵주먹과 툭 던지는 말에 웃음을 터지게 하는 마동석의 등장. 여기에 장동철(이동휘 분)과 장이수(박지환 분)가 가세하여 영화의 재미를 살린다.
<범죄도시 3>의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무술감독 출신인 만큼 액션신에서의 연출과 편집이 훌륭하다.
최근 영화계는 고민 없이 가볍게 즐기는 이른바 '팝콘 무비'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삶이 팍팍해지고 어두운 뉴스가 많은 세상이다. 관객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깊이 생각해야 하는 영화를 거금의 티켓값을 지불하며 보고 싶겠는가. 아무 생각 없이 곳곳에 잔재미를 숨겨 놓아 관객들이 잠시라도 지루해질 틈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고 싶은 게다.
록키와 람보 시리즈에 이어, 다이하드와 스파이더맨, 엑스맨처럼 '시리즈'이기에 팬덤이 있고 극장에 걸리면 반드시 봐야 할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성룡이나 이소룡, 그리고 <가문의 영광> 시리즈처럼 <범죄도시> 시리즈도 내내 비슷한 플롯이 반복되면 관객들이 질리게 되는 일은 시간문제다.
시리즈의 태생적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같은 느낌인데도 무언가 다른 맛을 주어 관객에게 어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달콤하고 차가운 맛은 동일하나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스크림처럼.
제작진이 공언한 대로 범죄도시가 8번째 시리즈까지 롱런하려면 꽤 정성 들인 적절한 변주가 필요하리라. 시리즈이므로 익숙한 전개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으나, 관객에게 진부함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빌런의 변주가 중요하다. 묵직하고 강하면서도 스피디한 액션을 갖춘 마동석은 상수(常數)이고 빌런은 변수(變數)다. 아이스크림에 비유하면 상수인 우유 아이스크림 보숭이에 바닐라, 녹차, 커피, 블루베리, 망고 등 독특한 맛으로 변주를 주어야 한다.
빌런을 한국인이나 동양인으로 한정하지 말고 냉혹한 백인 빌런을 쓰면 어떨까? 남성이 아니라 길복순처럼 여성 킬러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기승전 마동석 승리로 결말짓기보다는 마동석이 빌런에게 당하고 위기를 맞는 것으로 하여 다음 편으로 넘기는 건 어떨까?
한국 영화계가 낳은 꽤 괜찮은 시리즈가 오랫동안 인기를 구가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자극받아 창의적인 한국의 작가들이 더욱 중독성 있는 시리즈물을 세계 극장가에 내놓게 되기를 소망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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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③] 코쿠리코 언덕에서 (From Up on Poppy Hill, 2011)
- 지브리 정주행 특집 세번째 영화 -
"오래 됐다고 없애는 건 과거의 기억을 버리는 거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 죽는 걸 무시하는 거라고!"
코쿠리코 언덕에서, 2011
과거에 남겨져있는 우리들의 낭만을 위하여!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도 낭만으로 기억되는 걸까?
<코쿠리코 언덕에서>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Synopsis
바닷가 마을, 코쿠리코 언덕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우미'는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매일 깃발을 올린다.
그리고 '슌'은 매일 아침 등교하는 배에서 언덕 위 깃발을 바라보며 답신을 하듯 따라 깃발을 올린다.
한편,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에서는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학교에서는 낡은 동아리 건물의 철거 명령이 내려오고, 우미와 슌 그리고 학생들은 역사와 추억이 담긴 동아리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운동을 벌이고 청소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우미와 슌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가던 중, 우연히 우미의 사진첩을 보다가 서로의 아버지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감정을 이대로 계속 키워가도 좋을지, 고민하고 혼란에 빠진다.
▶ Review
1. 우리들이 사랑했던 그때 그 선배...?
개인적으로는 <귀를 기울이면>의 세이지보다 이 작품 속 슌이 첫사랑의 이미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기 많은 선배 st...
학교 동아리 건물에서 필사를 하다가 우미를 돌아보는 장면이랑 롤러로 드사판을 밀어 신문을 복사하는 장면은 첫사랑 기억을 조작하기 충분했다.
2.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꿈꾸는 우리들
극 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낡고 오래된 동아리 건물!
학교 이사장은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겠다고 하는데,
깨어있는 학생들은 과거가 있어야 현재도 미래도 있다며 철거 반대 운동을 한다.
나는 일상에서 등장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배경도 인물도 전부 현실적인데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것들.
예를 들면 아주 운명적인 인연이라던가... 아주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사는 집이라던가...
이 작품에서는 이 동아리 건물과 동아리부 학생들이 그랬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임하지 않았고
그저 하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또는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 정도에 불과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 아주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동아리 건물도 다닥다닥 상점마냥 붙어서는 각각의 특성을 자랑하는 게 꽤 매력적이었다.
철거를 반대하기 위해 다같이 애정을 가지고 힘을 모아 동아리 건물을 청소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꽤 판타지스럽게 다가왔다.
어떤 일이든 어떤 분야든 열정을 가지고 빠져드는 건 너무나 매력적인 것 같다.
그리고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겉으로 보기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우리는 항상 그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때 각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
3. 막장 아닌 막장? 그때라서 그럴 수 있었던 오해들
이 작품에서는 막장 아닌 막장 요소가 나오는데, 바로 막장드라마의 단골 요소인 '이복남매' 설정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이복남매가 아니었는데
항해를 하다 죽은 친구를 위해 친구의 아이를 대신 키워주게 된 데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그린건지는 몰라도 우미와 슌 두 사람 굉장히 닮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예전에는 아이가 바뀌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고,
친구들이나 이웃끼리 교류가 많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을 생각했을 때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히)한국인에게는 굉장히 익숙하고 진부한 설정인지라 보면서 읭??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아버지 세대의 세 사람의 우정은 보기 좋았다.
p.s 사실 보면서 읭??하게 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이 잠깐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우미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문에 죽은 피해자로 나오는데
사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는 게 불편한 건 사실이다.
단 한 마디 대사일 뿐이고 그 이상의 언급이 없긴 했지만 보면서 이미 찝찝해진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 Best Quotes
1.
오래됐다고 없애는 건 과거의 기억을 버리는 거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 죽는 걸 무시하는 거라고!
새로운 것에 매달려 역사를 무시하는 너희들에게 무슨 미래가 있지?
소수자 의견을 듣지 않는 너희들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어!
2.
내가 매일 깃발을 올리면서 아빠를 불렀기 때문에
아빠가, 아빠 대신...
선배님을 보내주셨다고 생각해요.
3.
- 자네들은 여기서 뭐하고 있나?
- 네! 10년간 태양의 흑점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 오호, 10년이라... 그래서 뭐 좀 알아냈나?
- 태양의 수명은 길고! 인간의 인생은 짧고!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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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사랑한 '썅년들', 은수, 썸머, 서연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은수, <500일의 썸머>의 썸머, <건축학개론>의 서연. ‘옛사랑이자 썅년’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공존하는 세 영화의 캐릭터다. 저 말이 맞다면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고 처참하게 짓밟아버리는 아름다운 악당인 셈이다. 정말 은수와 썸머, 서연이가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나빴을까?
우리는 여기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저 영화의 모든 시선은 남자 주인공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은수, 썸머, 서연의 입장은 전혀 볼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상우, 톰, 승민이 복잡한 심경으로 털어놓는 그 충분한 시간에 비해 세 여자 캐릭터의 말과 행동으로 우리는 유추해야 할 뿐이다. 남자 캐릭터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관객인 우리 역시 이해를 하지 못하게 되고 선을 긋게 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나쁜 사람이라고. 나 역시 무슨 생각이었는지 완전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들을 위한 대변을 해주고 싶은 것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인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지. 나는 반대로 묻고 싶다. 상우, 톰, 승민이 오히려 나쁜 놈은 아닐까?
세 캐릭터의 공통점은 모두 같은 일(회사, 수업)을 하다가 만나 남자 캐릭터에게 먼저 다가왔다는 점이다. 은수는 상우와 함께 자연의 소리를 담아 방송을 하려고 처음 만났다. 처음 대나무숲에서 소리를 녹음하고 간 후 그녀는 비 오는 날 상우에게 전화를 했다. 한번 더 보자고, 그렇게 여러 차례 녹음을 하다가 심지어는 라면 먹고 갈래요? 를 시전하면서 상우의 마음을 가뿐히 들어올렸다. 썸머는 톰에게 엘리베이터에서 나도 이 노래를 좋아한다며 싱그럽게 한 소절 흥얼거리더니 새침하게 복사실에서 키스를 하더니 총총 걸어가버렸다. 종종 톰에게 너가 좋다면서 씩 웃고 지나갔었지. 서연이야 두 캐릭터에 비하면 덜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건축학개론 수업을 같이 듣게 되었고 집이 같은 방향이라서, 수업을 혼자 들어서 시작된 것이니까. 어쨌든 그래도 처음 말을 걸며 다가왔고 쭈뼛쭈뼛한 승민의 성격상 아마 늘 주도권은 그녀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적어도 그에게 첫 눈 오는 날 만나자고 표현을 했고 나오지 않은 건 그였다. 어렵다면 어려운 만남의 물꼬를 튼 이는 그들이 아니라 그녀들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자유롭고 변덕스러운 문제의 행동이 시작된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일까? 늘 적극적인 것 같은 세 여자라도 소심한 그들의 마음 한 구석처럼 고민하고 주저하는 부분은 있기 마련이다. 남자 주인공들이 그럴 때, 영화는 그런 부분을 생략하거나, 그들이 바뀌었을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은수는 처음에 무슨 사이다, 라고 말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상우는 그녀가 한번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넘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먼저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아버지가 만나는 사람 있으면 데려오라고 하셔. 그러니까 상우는 그녀의 결혼생활이 어땠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어떤 상처를 얼마나 받았을지도 모르면서 김치를 담그지 못한다며 말을 돌리는 그녀의 소극적인 거절에 김치를 내가 담그겠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녀로서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었다. 적어도 이런 식으로. 상대는 결혼이 사랑으로 쉽게 유지되기 어렵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마음은 변하고, 결혼이 가져오는 수많은 관계의 부산물로 허덕였을 사람이다.
썸머는 처음부터 가벼운 사이가 필요했고, 누군가의 여자친구이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녀도 은수처럼 히스토리가 있다. 톰은 모르고 영화를 보는 우리는 아는 이야기. 부모님의 이혼으로 모든 사랑은 깨진다는 불신이 넘치는 점. 그리고 연애는 해봤지만 사랑은 모르겠다는 말. 적어도 그녀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랑이란 것은 그녀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톰와 썸머 사이 역시 확신이 부재했다. 그녀는 그가 좋아하던 스미스며 건축이며 귀를 기울였고, 그는 그녀가 좋아하는 링고스타를 보며 아무도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놀려댔다. 그녀의 선물로 그가 좋아하는 '행복의 건축'을 샀다. 그러니까 그녀의 취향이 아니라, 그의 취향으로. 그녀는 더 이상 둘이 친구가 아니라며 싸우고 나서 비를 흠뻑 맞고 톰을 찾아온다. 나는 반대로 생각해봤다. 둘다 잠 못이루던 밤, 톰이 그녀의 집에 다시 찾아왔다면. 조곤조곤 속얘기를 했다면. 그녀의 가족을, 그녀의 취향을 좀 더 궁금해하고 존중해주려 했다면. 그러니까 그는 한번도 제대로 질문하지 않은 것이다. 썸머는 가벼운 사이, 친구이고 싶댔어. 그녀가 그렇게 말하게 된 이유가 대체 뭘까.
서연. 이 쪽도 할 말 많다. 그러니까 적어도 승민은 서연한테 화를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려던 날 여자들의 이상형에 가까운 선배가 술에 취한 서연을 집에 데리고 들어갈 때, 끼어들어 그냥 둘이 같이 그녀를 재우고 사이좋게 집을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엇을 했는가. 고작 그 선배가 서연이와 함께 들어간 집안 문에 가만히 귀만 대다가 와서 대성통곡을 했다. 영문도 모르고 예전과 달라진 승민의 행동에 찾아간 서연에게 그는 어떻게 했는가. 꺼져 버리라고 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는 솔직한 적이 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가 그녀에게 뭐라고 할 권리가 있는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그가 생각나서 지어준다던 집 핑계를 대면서 그녀는 그렇게 찾아온 걸, 그래도 한 번쯤은 그녀가 제대로 좋아했다고 말하는 것을 무턱대고 욕할 수만은 없다. 그러고도 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현재의 여자친구를 택하며 한번 더 도망갔다.
상우는 헤어지자고 말한 은수를 괴롭히듯 집을 찾아오고 차를 긁어댔다. 톰은 썸머를 지켜주려던 게 아니라 자신을 별 볼일 없는 놈이라고 빈정거리는게 자존심이 상해 주먹질을 했다. 상우와 톰은 은수와 썸머의 수많은 이상신호를 아무렇지 않은 척 문제를 회피했다. 승민은 고백도 못하고 서연이 몰래 입술에 도장이나 찍어보며 좋아하더니 혼자 시작하고 끝내더니 그녀를 첫사랑이자 썅년이라며 날선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도 그녀들이 그에게 화를 내지 않았던 건 그래도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끝났다고 울어버리고 그녀들을 원망하고 저주하는 그들을 악당이라고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그녀를 정말로 증오했던 게 아니란 걸 안다. 설사 증오했더라도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안다. 바보같이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을, 그렇게 좋아했던 그녀가 끝끝내 자신과 멀어지는 걸 지켜보아야했기에 그랬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을 속이거나 이용하지 않았는데도 사랑한 이를 그렇게 악당처럼 욕할 수는 없다. 함께 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만약 진정한 악당을 고르자면 사람과 사랑이라고 답해야 한다. 완벽하지 못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사랑의 관점, 사람들을 구성하고 있는 상처와 더 이상 상처받기 싫은 두려움이라고 답해야 한다.
그러니, 그러니 말이다. 적어도 은수와 썸머, 서연을 썅년이라는 악담을 하기 전에 잠깐만 멈춰보자. 마음이 앞선다는 이유로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고 결혼과 연인, 고백이라는 성공적인 결말을 맺지 못한 그들의 속풀이와 악담이 일면 더 심한 악당일 수도 있다. 그녀는 상처가 많아, 겁이 많아 벽에 부딪혀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썸머와 헤어진 톰에게 누가 묻듯이, 이 셋 중에 바람을 피우거나 그를 이용한 사람이 있는가. 변덕스러워 보였을지언정 진심을 더 많이 표현한 그녀들이, 속 좋은 사람처럼 끙끙 속만 앓고 표현하지 못했던 그들보다 아쉬워 뒤돌아 볼 것이 더 남아 있겠는가. 날 때부터 사랑 앞에 적극적인 사람은 없다. 똑같이 떨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온 그녀들이다. 들어맞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들은 해볼만큼 해봤기에, 차마 욕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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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0월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조커: 폴리 아 되>가 차지했지만,
개봉 수익은 4,000만 달러에 그치며 1억 9천만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로튼 토마토에서 사용자 평점 37%, 평론가 평점 33%를 받았고,
IMDb에서도 5.4/10의 점수를 기록하는 등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향후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어느새 700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 2>가 10월에도 1위를 지키며
여전한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위인 <조커: 폴리 아 되>는 누적 관객 수 약 45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도 전작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묘> 김고은, <파친코> 노상현의 호연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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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러진 황후를 위한 선물
6★/1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후이자 헝가리 왕국의 왕비. 19세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왕족으로 손꼽힐 정도로 타고난 외모를 엄격하게 관리한 여인. 네 명의 자식 중 두 명을 병과 자살로 잃은 어머니. 모두가 우러러보는 권력과 외양을 가졌으나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슬픔을 두 번이나 마주한 비극적 인간. 〈코르사주〉가 영화로 소환한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에 관한 대략적인 인물 개요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엘리자베트에게는 이중적인 면모가 있다. 한편으로 그는 순응하는 여성이다. 173의 큰 키임에도 평생 50kg 이하로 몸무게를 유지했다고 한다. 지독할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는 대중이 생각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외모로 살기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황후를 맞이하러 나온 대중 앞에서 기절할 만큼 코르사주를 꽉 조일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는 엘리자베트를 21세기 영화의 주인공으로 소환할 이유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엘리자베트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녀에게 황후라는 지위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기회이기도 했지만 자유를 옥죄는 구속이기도 했다. 엘리자베트는 폐쇄 정신병동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의 처우에 관심이 많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유럽 정세에도 자신만의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의견 표명은 계속 제지당하기만 했다. 엘리자베트의 권위는 ‘아름다운 황후’라는 젠더화된 표상 속에서만 허락되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트는 제한된 자유는 거짓 자유임을 알았기에 억눌린 자아를 분출할 대상이 필요했다. 운동, 남자, 여행과 같은 것들 말이다. 영화에는 엘리자베트가 수영, 승마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들은 모두 '어딘가를 향해 이동하는' 운동이다. 엘리자베트에게 필요한 건 운동이 주는 해방감이었을 테다(펜싱은 말할 것도 없다). 자유를 갈망한 엘리자베트가 몇몇 애인과 밀회를 즐기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이들조차 왜곡된 이미지에 가로막혀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거나 스캔들이 터졌을 때의 후환을 우려하는 등 ‘답답한 현실의 초월로서의 사랑’이라는 엘리자베트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 여행을 떠나서도 세간의 평가와 눈길을 떨쳐낼 수 없기에 완전한 자유를 느끼기는 어렵다.
역사 속 실제 인물 엘리자베트는 1898년 무정부주의자에게 암살당했다. 그러나 〈코르사주〉의 엘리자베트는 다르다. 마리 크로이처 감독은 비극적인 삶을 산 황후 엘리자베트에게 품위 있는 죽음을 선물한다. 여행을 하던 엘리자베트가 하녀에게 자신의 역할을 맡기고, 자신이 하녀로 변장한 후 설렘이 느껴지는 몸동작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 즉 상상력으로 빚은 역사를 선물하는 것이다. 엘리자베트가 그토록 열망했던 ‘자유’로 자신의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게끔 허락한 것이다.
〈코르사주〉가 아카데미 오스트리아 출품작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작품성은 분명 어느 정도 보장받는다. 그러나 〈코르사주〉와 비슷한 주제, 질감으로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삶을 다룬 〈스펜서〉와 비교하면 의견이 갈릴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절제된 연출의 〈코르사주〉를 보면 〈스펜서〉의 극적인 요소가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반대로 〈스펜서〉에 비해 〈코르사주〉가 너무 밋밋하고 지루하다는 감상평 역시 가능하다. 비극적 삶을 차분히 응시하는 영화와 그 삶이 품은 아이러니를 극대화하여 터뜨리는 영화에 대한 가치 평가에 따라 두 작품 중 무엇이 더 우위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스펜서〉가 더 좋았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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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한부인 환자들과 죽지않는 불사조 밴드를 결성하다
- 줄거리
아이돌 가수 충의는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사회봉사 명령을 받게 된다.
반성하는 척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사회 봉사를 끝낼생각이었지만 충의의 마음대로 병원 생활이 흘러가지 않는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은 담배를 피기도 하고, 업소에 가기도 하는 등 환자로 보이지 않는 탓에 충의는 의문을 가진다.
어느날, 돈이 없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의 밴드부인 불사조의 멤버들은 충의를 설득해 락 밴드 오디션에 참가하려한다.
충의는 내키지 않았지만 봉사시간을 두배로 쳐주겠다는 조건에 넘어가 불사조 밴드를 도와주게 된다.
진심으로 밴드를 대하는 불사조 멤버들을 보고 충의도 진심으로 멤버들을 대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오디션 당일날, 드럼인 무성이 쓰러지며 오디션을 끝마치지 못하게 된다.
충의는 오디션 당일날 사회봉사 시간이 끝이 났고, 그 다음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미국으로 진출하기로 했던 원래 계획과는 달리 충의는 호스피스 병동에 남아 불사조의 멤버로 남아있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이 영화에는 많은 죽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배경이 호스피스 병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떤 죽음들이 나오는 지는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에서 나온 죽음의 순간들은 잔잔했다.
잔잔했던 죽음들이지만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방식들로 인해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충의는 아이돌 가수로서의 삶이 아닌, 호스피스 병동 불사조 밴드의 멤버의 삶을 선택한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되었던 불사조 밴드 1기의 사진이 나오고, 그 옆으로 2기, 3기, 4기 등 계속 되는 불사조 멤버들의 사진이 이어진다.
충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멤버들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충의의 초반 모습과 성장한 듯한 모습에 충의가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 명대사
"자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게 뭔지 아는게 중요하다."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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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24 최고 흥행작 등극,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국내 개봉 전부터 SNS에서 화제를 모았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벌써 내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미나리> <미드소마> <애프터 양> 등 다양성 영화를 배급하며 믿고 보는 해외 배급사로 알려진 A24가 배급을 하며,
마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가 만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셜플랫폼 레터박스에서 2022년 기준 가장 많은 팬을 가진 100편의 영화에서 6위를 차지했으며,
로튼토마토 신선도 95%, 메타크릭 81점으로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기대작이자 화제작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에블린 왕 | 양자경
FILMOGRAPHY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2018)
게이샤의 추억 (2006)
AWARDS
Hollywood Critics Association Midseason Awardsl, 2015
Singapor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15
Asian Film Awards, 2013
조이 왕 | 스테파니 수
FILMOGRAPHY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1)
에스킹 포 잇(2020)
AWARDS
Hollywood Critics Association Midseason Awards, 2022
어떤 내용인가요?
미국에 이민 와서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또 다른 우주에서 온, 남편의 다른 버전인
‘알파 웨이먼드’가 그녀의 잠재력을 깨운다.
‘에블린’은 혼돈에 빠진 세상과 가족을 구하기 위해
멀티버스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데…
TMI
첫 번째,
원래는 성룡 배우 원탑 주인공 영화였지만, 출연이 무산되면서 감독은 과감히 계획을 바꿔
양자경 배우가 원탑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었다.
두 번째,
‘여름 캠프’라는 컨셉 아래에서 진행됐던 영화 촬영 현장! 미션을 수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포옹 씨름-!!)
세 번째,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 역의 키 호이 콴은 이 작품을 통해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궁금하시다면 10월 12일 극장으로 당장 고고!!
그럼 우리 모두 안전하게 극장에서 만납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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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화리뷰들을 한꺼번에 듣자!
최근 업데이트 된 영화리뷰들을 한 영상으로 올립니다.
여러 가지 리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이 영상을 클릭하고 소리로 들어주셔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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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아틀라스> 공식 예고편
실력은 뛰어나지만 염세적인 데이터 분석가 아틀라스 셰퍼드(제니퍼 로페즈). AI를 극도로 불신하는 그녀가 비밀스러운 과거를 공유한 로봇 반역자를 체포하는 임무에 합류한다. 그러나 곧이어 계획이 틀어져 버리고, 이제 아틀라스는 AI로부터 인류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AI를 믿는 수밖에 없다. 《아틀라스》, 5월 24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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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종착역> 메인 예고편
사진 동아리 '빛나리' 부원인 시연,연우, 소정, 송희는 '세상의 끝'을 찍어 오라는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지하철 1호선 신창역으로 향한다. 웃음이 끊기지 않던 친구들은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는 여정에 점점 지쳐가고, 낯선 곳에서 14살 첫 여름방학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