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4-30 22:49:45
운명적인 사랑 얘기에 웬즈데이를 끼얹은 느낌
눈물을 만드는 사람
난 영화를 보기 전에 로그라인을 잘 보진 않는다. 그냥 제목에 혹해서 보는게 대부분이다. 영화보고 글쓰는게 취미인 인간이 할소린가 싶겠지만 그래서 가끔 포스터 보고 혹했다 읭? 하는 경우가 있다. '눈물을 만드는 사람'이 내겐 그랬다.
1차 충격은 이 영화가 이탈리아 영화라는 점이었다.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 갖다 보면 자연스레 프랑스 영화는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이탈리아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낯선 이탈리아어가 들려서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잘 캐치하기는 힘들었다. 그저 자막과 배우의 표정에만 집중해야 하니. 그런데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크하고 주인공의 표정은 참 어둡다. 그래서 이게 로맨스인지 처음엔 감이 안잡힌다. 우선 나조차도 이 영화가 '웬즈데이'같은 오컬트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던 건데 로맨스였던 것이었다. 다시 보니 누가 봐도 로맨스인데, '쟤 바보 아니냐'할 수 있지만 로그라인을 크게 신경안쓴 내탓이다.
2차 충격은 이 영화는 여러가지 동화적 설정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늑대 타령이다. 이 영화의 주된 설정이 남자주인공이 늑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건데, 성안에 갇힌 공주를 사랑하면서도 구할 수 없다고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는 인물로 나온다. 뭔가 비련의 남주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내가 이런 느낌을 수용하기엔 너무 냉정한 인간인가 싶었다. 여주 또한 늑대임을 알면서도 사랑한다고 외치는 것을 보아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싶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보면, 남주는 그저 희생적인 남자인데, 극 초반을 보면 이런 사이코가 없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랑해서 보호하기 위해 멀리한다'는 생각이었다니, 왜 난 이걸 보면서 세상 오글거렸을까. 나만 오글거린 게 아니었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본 로맨스가 가미된 유럽 영화는 꼭 한 명씩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등장하는데 이번 영화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저번에 리뷰한 '립세의 사계'에서도 '치명적인 이성은 어쩔 수 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관념을 보여주었는데, 이 영화는 약간 영화 속 인물들이 남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와 비슷해 보인다.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 모두가 그를 선망하고 갖고 싶어하지만 여주에게만 까칠한 그런 인물. 여주도 이 남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치명적인 매력에 어쩔 수 없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 감성이 정녕 유럽의 기본적인 감성인 걸까.
이걸 보면 유럽은 아직도 치명적인 매력이란 존재한다고 믿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하려고 해도 끌릴 수 밖에 없는 매력이란 존재한다고 믿으며, 사랑에 빠지는 행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상한다. 그리고 아직도 이런 코드가 유럽에서는 굉장히 잘 먹히는 코드인가 생각해 본다.
이 영화는 정말 시종일관 어둡다. 그리고 잘 모르는 두 남녀 배우가 참 비주얼적으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웬즈데이' 같은 배경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까. 아련하고 애절한 로맨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뭐 한 번 정도는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여자 주인공이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한 것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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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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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웅>, 12월 21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는 12월 21일 개봉을 확정하였다.
<아바타: 물의 길>, 한국 최초 개봉 기념 내한
ⓒ 네이버 영화
1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을 한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내한한다고 한다.
2003년 화제작, 극장 재개봉
ⓒ 네이버 영화
CGV에서 2003년에 개봉한 화제작 8편을 모아 '한국영화 리덕스' 상영회를 12월 2일부터
5일까지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올드보이>,
<장화,홍련>, <지구를 지켜라!> 등을 상영한다.
황정민·염정아 주연 <크로스>, 크랭크업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크로스>가 약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1월 13일(일) 크랭크업했다.
<헤어질 결심>, 청룡영화상 6개 부문 수상
ⓒ 네이버 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은 지난 25일에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6관왕을 차지하였다.
해외
<유포리아>, 독일판 제작 진행 중
ⓒIMDB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HBO 드라마 <유포리아>가 독일에서 리메이크가 될 예정이다. 아직
캐스팅과 관련된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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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향한 외사랑
재능은 일상적으로는 천부적이고 타고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의미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노력 또한 재능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사전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더불어 훈련된 능력'을 아울러 재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 타고난 재주만으로는 재능을 묘사하기에 부족하다. 어떤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지도 추가로 설명해야 한다. 타고난 재주가 전부가 아니니 재능에는 정도가 없다.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속도의 문제가 된다.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타고난 재주와 성실한 노력은 목표를 등반하는 두 가지 도구다. 그렇지만 대부분 노력은 줄이고 타고난 재주로 등반하고 싶어 하기에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재주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노력은 의식적인 행동의 결과니까.
재주이건 노력이건 중요한 건 믿음이다. 믿음이 추진력이 된다. 목표로 질주해 나가는 힘은 믿음이다. 특별히 수치화할 수는 없어도 자신을 믿는 힘이 필요하다. 운동처럼 눈에 보이게끔 드러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력한 경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힘을 쏟아야 하는 재주와 노력의 총량을 가늠해 보면서 시간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를 대략적으로 고민하며 선택을 내리게 된다. 재능을 포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을 포기한다는 건 그 일을 버리는 일이다. 미지의 시도를 감내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거미집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 중에서 만드는 영화의 이름 또한 '거미집'이다. 엄청난 데뷔작을 촬영하고 나서 그저 그런 영화만 만들어오던 감독 김열은 촬영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꿈에서 현재 촬영하는 작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크게 바꿀 필요도 없다. 결말만 조금 바꾸면 3류 영화가 명작이 될 수 있다. 감독은 바뀐 결말로 자신이 다시금 올라설 수 있음을 믿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영화의 촬영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비워야 하다 보니 시간이 없다. 가뜩이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검열이다. 영화의 내용을 검열받던 시절이다 보니 바꾼 결말 또한 허가를 받아야 촬영할 수 있다.
감독은 여주인공 캐릭터를 바꿔서 순종적인 인물에서 주체적인 인물상으로 새롭게 그려내려고 한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신여성으로. 당대에 보기 어려운 그러한 새로운 인물로 묘사하려고 한다. 물론, 캐릭터를 바꾸는데 결말만 살짝 바꾼다고 될 일은 아니다. 당연히 인물의 성격이 설득력을 갖춰야 하니 극의 전개 과정을 꽤 많이 바꿔야 했다. 정작 배우들은 바뀐 내용이나 바뀌기 전이나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도 말이다.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한 번의 거대한 선택을 꿈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평론가나 함께 일하는 배우들 모두 그랬다. 캐릭터를 바꾼다고 해서 근간인 치정극에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는가.
영화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화 안에서는 감독이 OK 사인을 내리기 전에는 무엇도 넘어갈 수 없다. 영화 밖에서는 감독이 사인을 기다려야 한다. 검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허가받지 않은 것들 뿐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처지가 역전되는 상황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나오는 게 흥미로웠다. 문공부 직원, 영화 제작사 대표, 주연 배우가 번갈아가면서 권한을 쥐고 흔든다. 흔들리는 건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배우들의 불신을 잠재우면서 제작사, 문공부의 검열과 제재를 피할 방도를 구해야 했다. 이 두 가지 시선을 정리해야 했다. 한쪽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끔, 다른 한쪽은 시선을 돌려 다른 쪽을 보게끔 말이다.
누군가 내가 가진 능력을 낱낱이 해부해서 까발릴 것 같다는 상상. 쉼 없이 달리다가 이따금 일을 한다는 사실이 낯선 감각으로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무의식으로 내려앉은 과정이 이따금 생소하게 다가오는 순간들. 의식적으로 숨 쉬는 것처럼 말이다. 감독이 처한 위치 또한 이런 형국이지 않았을까? 자신감으로만 밀어붙이기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만들어져야 하니까. 갈등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각자의 재능으로 분주하다. 어그러지려면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중단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떠올려서 결과물을 향해 다가간다.
믿음을 힘으로 쓰면 일종의 광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동일하다.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는 쌉싸름한 유머 코드는 일의 형태를 다시금 고민해 보게 만든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짜 일과 진짜 일을 구분해보기도 하고, 일의 경지를 추동하는 수고로움을 짚어보게 되기도 한다. 치정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무엇일까? 남녀 간의 사랑에서 성별 구분을 지우고, 존재와 무존재의 구분을 지우는 식으로 나아가면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남을까? 자신까지 삼켜 먹어버릴지도 모른다. 일을 향한 열의 또한 사랑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일을 처절하기 그지없는 외사랑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게끔 만든다.
사진 출처 : TMDB '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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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이즈 본> OST 노래 모음 -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스타 이즈 본>에서 할리우드 최고의 미중년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잭슨 역'에 '레이디 가가(Lady Gaga)-앨리 역'이 만났습니다. 이 영화는 2018년 최고의 음악영화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스타 이즈 본>의 OST 노래를 모아보았습니다.
★주의★
영화 속 노래다 보니
노래 자체가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1. Maybe It's Time - 브래들리 쿠퍼
Maybe It's Time - 브래들리 쿠퍼
잭슨이 앨리에게 처음 들려준 노래 'Maybe It's Time'입니다. 이런 부드러운 목소리가 마블 너구리 '로켓'였다니...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2. Shallow -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Shallow -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제가 이 노래들 중 최고로 꼽는 'Shallow'입니다. 둘이 처음 듀오로 부르던 최고의 듀엣곡이죠.
3. Look What I Found - 레이디 가가
Look What I Found - 레이디 가가
앨리가 앨범을 내면서 부르던 'Look What I Found'입니다. 잭슨이 옆에서 도와주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4. I'll Never Love Again - 레이디 가가
I'll Never Love Again - 레이디 가가
마지막에 앨리가 잭슨을 기리며 부르는 노래 'I'll Never Love Again'입니다. 처음 들을 때는 평범했는데 계속 들을수록 슬프네요. 훌쩍...
5. Is That Alright? - 레이디 가가
Is That Alright? - 레이디 가가
'Is That Alright?'은 아마 엔딩에 삽입된 노래일겁니다. (사실 영화를 일주일 전쯤에 봐서 이게 어디에 쓰였던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아름다운 노래 감상하시고 행복한 밤 되길 바랍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 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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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버드>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젖은 채 새크라멘토를 운전하는 크리스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본 어떤 인간의 모습도, 그토록 우수에 차 있지 못했다. 지금껏 마주한 그 누구도 그녀만큼 성장을 대변하지는 못했다.
성장을 절감하는 순간은 내 과거가 가여워질 때가 아닐까. 탈주하고 싶었던 곳들이 짠하게 느껴질 때. 구현하고 싶던 미래들에 억지로 나를 껴 맞추던 과거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 이제껏 가져온 것들을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했음을 깨달을 때.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어린 크리스틴은 크리스틴을 사랑해주지 못했다. 그 이름에서 도망치고 싶을 만큼 '나'를 증오했다. 대신 내가 원하고 바라는 '나'만을 사랑했다. 내 머릿속에서 수없이 상상하고 그리며 수많은 수정 작업을 거쳐 완성해낸 완벽한 나 - 레이디버드만을 사랑했다. 그러나 레이디버드라는 이름과 인격을 향한 집착은 그녀의 사랑의 방향이 자아가 아닌 '완벽성'을 향해 있었음을 반증한다. 완벽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미완의 자신도, 타인도 결코 사랑할 수 없다. 영화의 막바지 크리스틴이 참회의 감정을 느끼는 대상은 다수이겠지만 가장 크게 미안함을 느끼는 대상은 자기 자신일 테다. 완성형의 꿈은 미치도록 사랑했으나 완성된 꿈을 꾸는 진행형의 나는 사랑해주지 못했던 그 시절을 반추하며, 그녀는 후회가 곁들여진 사랑을 곱씹는다.
Different things can be sad.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레이디버드의 슬픔 앞에서 이라크 전쟁에서 죽어가는 민간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치 레이디버드의 슬픔은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카일.
레이디버드는 카일과의 섹스가 별로여서 슬픈 게 아니다. 자신이 카일의 첫 상대가 아니어서 슬픈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슬픔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카일 때문에 슬픈 것이다. 이는 즉, 카일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프롬에 가는 날 제니와 제니의 남자친구, 카일은 레이디버드를 두고 "she is so wierd"라는 말을 한다. 나를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나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새크라멘토에서의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교회를 찾는 그녀의 모습은 언뜻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답더라'와 같은 형식적 교훈을 전하는 여타 성장(을 테마로 하는) 영화를 떠올리게끔 한다. 고통의 해결책을 시간의 흐름에 일임해 현재의 비극성을 지우고 지금의 통증을 간단히 마비시켜버리고자 하는 그런 고리타분한 영화들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중점은 과거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데에 있지 않다. 영화는 과거의 고통과 슬픔을 현재를 위한 거름으로 쓰지 않으며 성장을 지나치게 숭고화하지 않는다. 고통의 존재 이유를 당위적으로 논하지 않고 성장을 결과로 취급하는 성취지향적 태도 역시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지나고 보면 다 좋은 추억이니 지금도 견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성이고,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서성이고, 사랑과 증오의 경계에서 서성이다가-
상처받고 상처 준 자신을 끌어안아 보다 더 따뜻한 시선으로 과거를, 현재를 바라보는 성장. 영화는 이런 성장을 이야기한다. 무엇엔가 깊이 아파하던 나를,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던 과거를 연민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하나하나 보듬는 자가 치유에 대해 말한다. 지나온 것들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지나온 내가 아름다운 거라고, 스스로를 대견히 여길 수 있는 관용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영화 말미, 크리스틴은 잘 견뎌낸 나를 토닥이고 그때의 나를 위해 눈물짓는 지금의 시간을 격려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가 화해를 말하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를테면 엄마와 크리스틴이 각자의 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찬찬히 적셔드는 그런 방식.
엄마는 크리스틴에게 편지를 전하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을 완벽하게, 보기 좋게 전하고자 시도했지만 써도 써도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는 절망감으로 인해 그녀는 끝내 편지를 밀봉하지 못한다. 그러나 크리스틴을 마음을 녹인 건 완성된 편지도, 완벽한 글솜씨도 아니었다. 끝내 그녀에 손에 들리지 못한 미완의 편지, 서투른 글솜씨, 차마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엄마의 끝없는 진심이었다. 작품은 이곳에서 또 한 번 미완의 것들이 가져다주는 진심과 기적을 조명한다.
미완을 무한으로, andless를 endless로.
어쩌면 유한의 존재인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은 무한이 아닐까. 마침표 찍지 못한 수많은 마음, 정돈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마음. 이처럼 때때로 우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진실된 화해를 이룩할 수 있다. 그저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에.
사랑이 느껴지는 또 하나의 화해의 씬은 엄마와 크리스틴이 새크라멘토를 운전하는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묘사하는 데에는 언어도, 사과도 필요치 않다. 그저 둘은 같은 공간 속에서 닮은 듯 다른 마음으로 서로를 헤아린다.
미완의 존재들이 미완의 것들로 서로를 치유하고 사랑하는 기적들이 무한 반복되길, 이곳이든 너머이든 어느 곳 누군가는, 완생이 아닌 미생의 존재인 우리에게 끝없는 축복을 보내주길 바라본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아니, 날 좋아하냐고.”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를까.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사랑을 택하겠다.
누군가 내게 진심을 고백한다면 그건-
"난 널 좋아하기보다 사랑하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널 미워할 수는 있어도 결코 네가 싫어지지는 않을 거야."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고백을 듣는 내가 마음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었으면,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상대의 뜨거운 진심에 손이 다 델지라도 타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기꺼이 체험하는 용감한 사람이었으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추한 것들이 다 부도덕한 것은 아니야."
추한 모습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레타 거윅. 추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녀의 대담함이 삶을 대하는 그녀의 솔직함인 것 같아 새삼 그녀가 참 용기 있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s 어쩌면 모든 꿈은 꿈으로 존재할 때만 아름다운 게 아닐까. 환상처럼 간직하던, 엄청난 상징적 의미를 두던 첫 경험도, 금지되어 온 담배도, 19금 포스터도 결국 경험하니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처럼.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리월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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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이 낳은 거짓의 왕국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애나 만들기 (Inventing ANNA, 2022)
채널 : 넷플릭스 시리즈, 9부작 완결 │ 장르 : 미국, 범죄·드라마
제작 : 숀다 라임스 │ 출연 : 줄리아 가너(애나), 애나 클럼스키(비비안), 아리안 모아이드(토드), 케이티 로우즈(레이첼) 외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애나 델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결핍은 양날의 칼 같다. 어떤 결핍은 인간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게 하지만, 어떤 결핍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을 부정하도록 만들기도 하니까. <애나 만들기>의 ‘애나 델비’는 단연 후자의 경우다. 애나 델비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뉴욕에서 금수저 독일인 상속녀 행세를 하며 여러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일삼았던 실제 인물이다. 본명은 ‘애나 소로킨’. 금수저 상속녀는커녕 실제로는 트럭 운전수의 딸이었다. 사실상 무(無)수저에 가까웠던 애나는 어떻게 ‘찐’ 금수저들을 상대로 사기를 칠 수 있었을까. 그 일화를 하나씩 양파 까듯 살펴보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최대 재미 요소다.
애나는 사교계 유명인사들과 어울려 다니기에 손색없을 정도로 미술과 패션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언변 또한 그에 못지않게 화려했으며 성격도 화통해서 인맥 넓히기에도 재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사기꾼의 삼박자를 완벽히 갖춘 셈.
애나는 그렇게 뉴욕 사교계를 발판으로 하여 조금씩 인맥을 넓혀나갔고,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모두 그녀를 독일인 상속녀라고 믿었다. 그럴수록 애나는 대담해져, 나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겠다며 은행을 상대로 200억 규모의 대출을 신청하게 되는데… 결국엔 은행이 대출을 거절하며 애나의 시대도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내로라하는 은행가와 기업인들 모두가 애나를 진짜 금수저라고 믿었다는 사실은 가히 놀라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모두가, 애나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세상엔 왜 이런 캐릭터가 심심찮게 나타나는 걸까. 사람이 얼마나 결핍이 심하면 이토록 제 삶을 송두리째 꾸며내게 되는 걸까. 드라마는 그 화두를 시청자에게 던진다. 애나를 무작정 비난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그녀가 당신들의 삶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를 스스로 살펴보라 말한다. 애나 델비는 두말할 것 없이 돈이면 다 되는 이 자본주의 시대의 슬픈 초상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으로만 치부하기에 애나의 이야기는 얼마나 다채롭던가. 애나의 이야기에는 실로 수많은 사람이 걸쳐져 있었다. 애나를 금수저라고 믿었던 각종 유명인사들. 그들이 애나를 곁에 둠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이익과, 그 배경에 깔린 저마다의 욕망은 참으로 다양했다. 애나를 거대한 사기꾼으로 만드는 데에 과연 그 수많은 사람들이 기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일례로 ‘레이첼’을 들어보자. 그녀는 애나의 사기행각을 맨 처음 세상에 드러나게 한 인물이자, 애나의 친구이기도 했던 여성이다. <베니티 페어>에 근무하던 레이첼은 애나와 어울려 다니며 자신 또한 얻은 것이 상당했다. 함께하는 동안 많은 비용을 애나가 지불했고, 때로는 옷도 얻어 입었으며, SNS에 자랑할 사진과 럭셔리 라이프와 인맥과 기타 등등을 상당 시간 애나가 제공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둘의 우정이 끝난 건 함께 떠난 모로코 여행에서였다. 그때 애나를 대신해 큰 여행비용을 레이첼이 결제했는데 그 돈을 애나가 갚지 않으면서 관계가 깨진 것이다. 레이첼은 실은 애나가 빈털터리였던데다 자신이 돈까지 낸 게 몹시 억울하고 빡이 쳤다. 그런데 그 말을 비틀자면, 레이첼에게 애나는 금수저일 때만 의미있는 친구라는 뜻이 아닐까.
사람들이 모든 순간 투명한 진심으로 인간관계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마음을 내 줄 수 있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금전 등의 이익 때문에 맺는 인간관계도 있을 테다. 그걸 죄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히 ‘애나 소로킨이라는 정신 나간 여자가 금수저 연기를 하다가 뽀록이 났다’라는 한 줄의 줄거리 이면에는, 애나와 다를 것 없는 욕망으로 꿈틀대는 인간들이 얼기설기 얽혀있음을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애나가 물질의 결핍에 의해 사기꾼이 된 것처럼, 그들 역시 물질을 이유로 애나를 곁에 둔 사람들이니까. 서로가 서로를 욕망에 의해 관계한 것만큼은 분명하지 않은가.
실제 '애나 소로킨' (사진출처:연합뉴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애나는 여러 사기행각을 죄목으로 12년 형을 받고 복역하던 중, 2021년 가석방되었다. 그리고 이런 애나의 이야기는 넷플릭스가 32만 달러, 한화로 약 4억을 주고 사들여 현재의 드라마로 만들게 되었다고. 자신을 상품화해 이목을 끄는 그녀의 재주는 감히 높이 평가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다. 이런 재능만큼은 애나가 가진 ‘진짜’가 아니었을까. 그 천부적 재능을, 거짓이 아니라 진실로 쌓아나갔다면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크고 작은 결핍이 있다. 누군가에겐 그게 돈이고, 명예고, 학업이고, 인맥일 뿐. 애나는 화려하고 부유한 척을 하자 사람들이 보여왔던 그 관심과 호의에 중독이 되었던 것 같다. 아버지를 트럭운전수라고 할 때보다 외교관이나 석유 재벌, 태양열에너지 사업가라고 할 때 보여왔을 사람들의 눈빛, 자신의 몸에 두른 옷이 초호화 명품일 때 사람들이 보내온 동경. 그런 것들이 보잘것없이 고달픈 자신의 현실을 잊게 했는지도 모른다. 뒤틀린 결핍이 낳은 4년의 가상 세계에서 애나는 행복했을까. 그녀로 인해 피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괘씸해 마지않아야겠지만, 한 인간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또한 쉬이 접을 수는 없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결국 중요한 건 사람, 존중
실제 일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에는 이런 씬이 있다. 애나의 이야기를 기사로 썼던 기자가 교도소로 애나를 면회하러 갔을 때. 애나는 기자에게 ‘당신이 입은 옷은 싸구려’라며 무시하다가도, 기자의 손을 잡고 이렇게 묻는다. “면회, 또 올 거죠?” 그때의 애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는 결국 ‘사람’을 원했던 것이다. 수많은 부자 친구들을 거느렸지만, 모두가 그녀를 필요로 하고 동경했었지만, 번번이 얻을 수는 없었던 사람의 진짜 온기를. 삶에 있어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래서 돈이나 명예 따위가 아닌지도 모른다.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삶이라 해도, 누군가가 그 자체로 자신을 긍정하고 존중해준다면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무수저 트럭운전수의 딸 애나 소로킨을 긍정해주었더라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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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일 | 맛을 알 수 없는 매튜 본표 스파이 비빔밥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첩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엘리'(브라이스 D. 하워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다. 새로운 책의 마지막 챕터가 좀처럼 써지지 않는다는 것. 이에 그녀는 머리도 식히고, 꼼꼼한 독자이자 조언자인 엄마 '루스'(캐서린 오하라)의 아이디어를 들을 겸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습격당한 엘리는 돌연 나타난 조력자이자 현실 스파이인 '에이든'(샘 록웰)에게서 자기가 만든 스파이 '아가일(헨리 카빌)'을 겹쳐 보기 시작한다. 간신히 목숨을 지킨 엘리는 그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의 소설이 실제 사건을 예견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물 먹은 첩보 조직 '정보국'이 그녀를 노리기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엘리는 상상만 하던 첩보물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아가일>, 실패한 스파이 비빔밥
비빔밥. 한식의 대표주자다. 기내식으로도, 해외 한식당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식이섬유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서 웰빙 음식으로도 잘 알려졌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집에 남은 여러 반찬을 활용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기는 '조화'로부터 나온다. 밥, 나물, 고기 등을 단순히 섞었다면 사실 특별한 맛이 아니다. 각 재료의 맛이 날 뿐이다. 그런데 소스가 더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추장이나 간장 베이스 소스가 여러 재료 사이에 일체감을 형성한다. 공통의 맛 안에서 각 재료의 맛이 더 다채롭게 살아나기도 한다.
매튜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은 첩보물의 비빔밥이 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재료를 한 데 섞었다. <00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설정과 주인공, <제이슨 본> 시리즈를 차용한 이야기를 더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느낌이 강한 팀 액션도 간간히 등장한다.
문제는 재료를 조화롭게 섞지 못했다는 것. 매튜 본 특유의 B급 연출은 위 재료를 아우르지 못한다. <킹스맨>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신선하지 않고, 안일하며, 과하기 때문. 그렇게 <아가일>은 이도저도 아닌 실패한 비빔밥이 되어 버렸다.
제임스 본드의 창조자를 재해석하다
<아가일>에서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재료는 <007> 시리즈다. 매튜 본의 전작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다. <킹스맨> 시리즈에서 이미 제임스 본드의 클리셰를 비트는 연출로 자기 역량을 뽐낸 바 있으므로. 보드카 마티니를 고집하는 고급스러운 젠틀맨 스파이라는 이미지를 역이용하면서.
매튜 본이 재해석한 <007>의 핵심은 '환상의 공유'에 있었다. <킹스맨>의 주인공인 에그시. 그는 귀족도 상류층도 아닌 평범한 노동 계층 청년이다. 그런 그가 제임스 본드 같은 젠틀맨 스파이로 거듭나고, 세계를 구하며, 스웨덴 공주와 결혼까지 한다. 관객이 마음 한 편에 품고 있을 신분 상승, 계층 상승이라는 환상을 건드렸기에 <킹스맨> 1편은 강렬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아가일>의 접근법도 유사하다. "평범한 내가 알고 보니 첩보원?"이라는 환상을 건드린다. 환상을 풀어내는 방식도 비슷하다. 제임스 본드로부터 에그시를 만들었듯이, <007> 시리즈 원작자 이언 플레밍을 본 따 엘리를 만들었다. 이언 플레밍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실제로 영국군 첩보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처럼 매튜 본은 실전 경험이 있는 첩보물 작가의 성별만 바꿔서 자기만의 이언 플레밍, 엘리를 창조한 듯 보인다.
제이슨 본의 발자취를 뒤쫓다
이에 더해 매튜 본은 엘리를 '제이슨 본'의 세계에 빠트린다. 1편 <본 아이덴티티>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시리즈의 핵심은 기억과 정체성이었다. 자기가 CIA 비밀 프로그램 소속 첩보원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던 제이슨 본. 그는 기억을 하나 둘 찾아가며 양심의 가책에 빠진다. 그는 자기가 죽인 사람들의 유가족을 찾아가 진심 어린 사죄를 건넨다. 더 나아가서 비윤리적인 작전을 허가한 조직의 수뇌부에게 복수한다.
엘리는 제이슨 본의 행적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가상의 스파이 아가일의 활약상을 그려낸 첩보 소설 '아가일'을 집필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는 엘리. 하지만 그녀의 소설 내용을 눈여겨본 첩보 조직 '정보국' 국장 '리터'(브라이언 크랜스턴)는 그녀를 악용할 음모를 꾸민다.
리터의 계략으로 인해 목숨을 건 추격전을 펼치기 시작하는 엘리. 그 과정에서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난데없이 나타나 그녀를 도와준 요원 에이든이 과거 연인이었다는 것. 기억을 잃은 제이슨 본에게 조력자 니키 파슨스가 있었듯이. 더 나아가 본인 역시 엘리트 스파이였고, 여러 악행을 저질렀다는 기억도 되찾는다. 이에 그녀는 CIA를 무너뜨리려 한 제이슨 본처럼 리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보국에 잠입하기로 결정한다.
달리 말해 <아가일>의 이야기는 <제이슨 본> 시리즈 속 주인공의 성별만 바꾼 결과인 셈이다. 물론 그 맛을 희석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이기도 한다. 자기 조직 내에 적이 있다는 첩보물의 대표 클리셰를 또 한 번 활용한다.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를 장식하는 액션의 경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팀원들의 호흡이 빛나는 대목이다.
비슷한 맛이 반복된다
문제는 상이한 재료에 공통의 맛을 더해줘야 할 소스다. 맛이 특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맛 자체도 심심하다. 일단 <아가일>은 매튜 본의 대표작인 <킹스맨> 시리즈의 그림자 안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떨치지 못한다. 액션이 대표적이다. 엘리가 스케이트를 타고 펼쳐 보이는 격투씬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주인공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라스푸틴과 펼친 액션과 겹쳐 보인다.
구체적인 액션 연출도 다시 보기 같다. 리타의 수하들과 복도에서 펼치는 액션 시퀀스는 진행 과정부터 카메라 구도에 이르기까지 <킹스맨> 1편을 똑 닮았다. 로맨스 음악에 과장된 액션을 더한 B급 감성 연출도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사람들 머리가 터져나간 명장면의 하위호환에 불과하다. 이미 경험해 본 맛을 고집하다 보니 굳이 이 비빔밥을 먹어야 할 이유를 찾기가 퍽 어렵다.
그렇다고 혀를 사로잡을 만큼 맛이 강렬하지도 않다. 12세 관람가이다 보니 매튜 본 특유의 유혈 낭자함이 사라졌다. 매튜 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장면을 경쾌하게 풀어내는 데 특출 난 감독이다. 잔혹한 상황과 유쾌한 연출의 간극이 커질수록 이율배반적 쾌감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킹스맨> 1편 속 교회 액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아가일>에서는 정작 그 맛을 찾을 수 없다.
재료도 잘못 배합했다
소스도 특별하지 않은 가운데, 재료 배합도 호평을 받기는 어렵다. 영화가 구조적으로 균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가일>의 핵심은 두 개의 반전이다. 그런데 첫 번째 반전이 영화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다 보니, 그때까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엘리가 새 책을 좀처럼 쓰지 못해 고민에 빠진 도입부, 스파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초반부의 템포가 유독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엘리는 조력자 에이든에게서 자기가 만든 캐릭터 아가일을 겹쳐 본다. 이는 작가 엘리의 현실과 첩보원 엘리의 현실 간의 가교를 만들려는 시도지만, 매끄럽지는 않다. 기차 내부 액션이나 런던 추격전을 그 일환으로 활용하지만, 상술했듯이 본 작의 액션은 임팩트가 약하기 때문이다.
매튜 본은 <킹스맨> 시리즈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킹스맨: 더 트레이터 킹>과 <킹스맨: 골든 서클>의 속편인 <킹스맨: 블루 블러드>가 제작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킹스맨을 등장시키는 <아가일>의 쿠키 영상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킹스맨> 세계관을 보강하기 위한 퍼즐 조각 아닌가 싶기도 하다. <킹스맨> 시리즈는 20세기 중반을 다루지 않았는데, <아가일>이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아가일>을 보고 나서는 매튜 본의 큰 그림이 불안할 따름이다. <아가일>의 속편이 나와도, <킹스맨>과 연계가 돼도 다르지 않다. 같은 맛만 반복해서는, 단골 장사도 쉽지 않아 보이니까. 심지어 그 맛이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약해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Poor 형편없음
이제는 <킹스맨>을 벗어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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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4주 최신 개봉영화(모가디슈, 정글 크루즈, 방법 재차의, 배틀 크랙, 갈매기 )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7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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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PICK 특별 콘텐츠 #3 ? 올여름 다양성 영화 기대작에 투표하면 푸짐한 상금이??
올여름 개봉 예정 다양성 영화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에 투표하면
푸짐한 상금이???영화 정보도 얻고 상금도 받고!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씨네픽!? 기간 : ~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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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티저 예고편
화났을 때 더 귀여운 [메이의 새빨간 비밀] 티저 예고편 공개!
메이 진정해! 아냐 진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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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집트 DJ 사와>
지역 DJ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브뤼셀 세계 챔피언십에 참가하게 된
이집트 청년 사미르, DJ 활동명은 스카랍!
예기치 못한 항공사 파업으로
취소된 비행기 대신 버스를 타게 되면서 일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옆 좌석에 앉은 시끄러운 아저씨는 정신을 쏙 빼놓고,
휴게소에 잠시 정차한 사이 버스에서 내린 사미르는 불법 체류자로 체포된다.
DJ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길이라고 외치지만
신분증을 놓고 내린 사미르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사미르는 보호소 대신 수상한 사람에게 맡겨지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단, 이틀!
과연 브뤼셀에 무사히 도착하여 챔피언십에 도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