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04-04 09:25:10
비키퍼 | '존 윅'을 꿈꿨지만 닿지 못한 양봉업자
<비키퍼>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떤 정보기관도 당해낼 수 없고, 법 위에 있는 비밀 기관 '비키퍼'. 비키퍼의 전설이 된 요원 '애덤 클레이'(제이슨 스타뎀)는 기관의 눈을 피해 한적한 시골에서 양봉가로 살아간다. 유일한 이웃이자 친구인 엘로이즈하고만 교류하면서 그는 조용한 은퇴를 즐긴다. 어느 날, 엘로이즈는 컴퓨터를 사용하던 중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농간에 당해 전재산을 잃고, 그 충격으로 자살한다.
이에 애덤은 그녀의 복수를 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속한 IT 기업과 CEO인 '데릭'(조시 허처슨)을 쫓기 시작한다. 애덤의 정체를 눈치챈 데릭의 조언자 '월리스'(제레미 아이언스)는 전력을 다해 애덤을 막으려 한다. 한편, 엘로이즈의 딸이자 FBI 요원인 '자넷'(미니 드라이버)도 수사에 착수하면서 데릭의 악행은 비로소 전모가 드러난다.
이번 무림 고수는 무엇이 다를까
액션 스릴러 영화의 서사에는 이데아, 곧 이상향이 하나 존재하는 듯하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전설적인 킬러. 그는 개인적인 이유로 다시 활동에 나서고, 그의 존재와 위상을 미처 알지 못하는 애송이들을 무자비하게 해치우며, 복수를 향해 막힘없이 나아간다. <존 윅>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액션 영화가 차용하는 익숙한 이야기다.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이름을 알린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신작 <비키퍼>도 마찬가지다.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비밀 기관 '비키퍼'와 그 조직에서 은퇴한 요원 애덤 클레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액션 유니버스를 꿈꾼다. 특히 4편을 끝으로 자리를 비운 <존 윅> 시리즈의 빈자리를 정조준한다.
그러니 <비키퍼>의 당면 과제는 명확하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흥미롭게도 <비키퍼>는 이 지점에서 예상외로 성공했고 의외로 실패했다. 미국 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는 드라마 파트가 기대 이상의 쾌감을 가져다준다. 반면에 영화의 중심축이어야 할 액션은 정작 실망스럽다. 그 결과 <비키퍼>는 북미에서의 준수한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영화다.
시의성이 돋보이는 야심
<비키퍼>는 야심은 남다르다. 미국 사회에서 시의성이 두드러지는 범죄 이슈를 겨냥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사적 제재가 메인 플롯이기에 미국의 <시민덕희>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비키퍼>가 제작비 4,000만 달러로 북미에서만 6,500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이기 때문. 2022년 이후 미국인 중 15%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을 정도다.
단순히 범죄 조직만 소탕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비키퍼>는 빌런을 단순 범죄자가 아니라 IT 기업가, 미국 대통령 및 CIA 출신 관료 등으로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피해를 해결하지 못하는 미국 사회 시스템적의 모순을 폭로한다. 그렇기에 <비키퍼>에는 겉보기와는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다.
IT 기업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통해 막대한 범죄 수익을 창출한다. 이 수익의 일부는 미국 정치계로 흘러 들어가서 기업의 보호막이 되어준다. 그리고 CIA를 비롯한 정부 관료는 이 카르텔을 은폐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애덤 클레이는 기업과 정치권력의 카르텔을 화끈한 액션으로 처단하며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의 울분을 풀어준다. 범죄 이슈와 기득권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시각을 일부 맛볼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조준을 잘못했다
그러나 <비키퍼>는 일관성이 부족하다. 마지막까지 대상을 지속적으로 조준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정치, 경제 권력과 사회 시스템의 모순과 폐해를 겨냥하는 듯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신 눈에 보이는 증상만 도려내고 만다. 장르적으로 본격적인 사회 고발 영화보다는 액션 영화 범주 안에만 남으려 하기 때문.
그러다 보니 소재도 굳이 깊숙이 다루는 대신 손쉬운 방식을 택한다. 선과 악을 확실하게 구분한 뒤, '시스템을 바로잡는 자'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단순한 권선징악 구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데릭은 순수 악으로, 월리스는 줏대 없는 변절자로, 미국 대통령인 데릭의 어머니는 무능하나 최소한 상식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애덤은 앞의 두 명만 확실하게 제거하고, 자넷과 FBI는 애덤의 속뜻을 파악한 뒤 은연중에 그를 도와준다.
준수하지만 킥은 없는 액션
단순한 스토리텔링은 액션에도 피해를 준다. 물론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은 여전히 호쾌하다. 빠르고 간결하며 데이비드 에이어 작품답게 잔혹하다. 적의 신체를 사정없이 절단하며 비키퍼 요원다운 위용을 드러낸다. 침투라는 모티브를 반복하는 액션 연출도 눈길을 끈다. 애덤은 경호원이나 FBI가 방어막을 치고 있어도 엘리베이터나 스케이트보드를 이용해 어떻게든 목표물에 접근해 낸다.
다만 시리즈를 지탱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는 <존 윅>과의 결정적인 차이다. <존 윅>은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건짓수(총+주짓수)라 불리는 특유의 사실적인 액션 스타일을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언제나 확인 사살을 잊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개성을 강조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고, 이는 시리즈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반면에 <비키퍼>는 그런 대목이 없다. <비키퍼>라는 영화를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통쾌하고 짜릿하지만, 그 이상의 플러스알파는 찾아볼 수 없다. 그 결과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의 자극은 약해지고, 단점만 부각된다. 자연히 후반부로 갈수록 자극이 약해진다. 일례로 특정 각도가 반복되거나, 일부 스턴트가 맞기 위해서 기다리는 등의 몇몇 디테일한 아쉬움이 점점 눈에 자주 띈다.
<존 윅>의 아류작?
결국 <비키퍼>는 <존 윅>의 아류작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나름대로의 변주는 한계에 부딪히고, 차별화된 정체성도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존 윅>의 영향력만 더 부각되기 때문. 비밀 결사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액션 세계관, 애덤을 모르는 젊은 빌런과 두려움에 떠는 늙은 보호자 등을 보면 <존 윅> 1편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존 윅>만큼의 개연성이나 설득력을 갖추지도 못했다. 존 윅은 개 한 마리 때문에 수십 명을 죽였다. 하지만 그에게 개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 개는 단순한 애완견이 아니라, 살인을 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 그 자체를 상징했다.
반면에 애덤이 엘로이즈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 난리를 치는 이유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비키퍼에서 은퇴한 그에게 엘로이즈는 친절한 이웃이자 유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 관계의 깊이나 중요성은 존 윅의 서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애덤의 집요함은 설득력이 없다. 영화는 이 간극을 위해 ‘시스템을 바로잡는 자’라는 설정을 강조하지만, 이는 설명조 대사만 도드라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처럼 <비키퍼>는 <존 윅>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데 끝내 실패한다. 물론 여전히 킬링 타임 영화로는 소구력이 있다. 돌비시네마처럼 음향이 좋은 극장에서 본다면 액션에 푹 빠진 채 105분을 보낼 수도 있다. 단지, <존 윅>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야심에 비해 완성도가 퍽 아쉬울 따름이다.
Poor 형편없음
이데아에 닿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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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현실의 순한맛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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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미국 다음,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연결에 성공한 IT 강국 코리아. 우리나라는 1982년 5월에 인터넷 연결에 성공했다(전자신문, 2012.09.17.). 그로부터 40년 뒤인 2022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범죄가 줄줄이 발생하는 상황을 우리는 매일매일, 정말로 매일매일 뉴스로 확인한다.
불법촬영 범죄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공무원, 판사, 의사 등 사회지위를 막론하고 다방면에 분포되어 있다. N번방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2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는가. 운영자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가.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영상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는 징역 2년을 받았다. 휴. 그만 알아보자.
영화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뭔가를 볼 때 시선의 방향을 자주 생각한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 보는 행위는 권력이다. 불법촬영된 영상들은 판옵티콘 속의 죄수들처럼, 누가 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끊임없이 보여진다.
대학생 때 나는 어떤 불법촬영물을 봤다. 찾아본 건 아니고 누가 보는 걸 봤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영상의 끝에서 남자는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물론 그의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00대학교 00학과 00학번 000"
이 영상을 유포할 것이며, 영상에 등장한 여자는 사회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아는 자의 외침, 자신의 손으로 한 인간의 삶을 박살낼 수 있다는 오만방자한 목소리는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언젠가, 아는 남자가 '장난으로' 여자화장실에 들어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본 적이 있다. 웃는 얼굴로. 그는 악의없이 장난을 쳤겠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면 문 위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매일이 두렵다. 불법촬영 장치를 내가 발견하지도 못할 것이며, 발견한다 한들 영상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잡아내지도 못한다. 나는 끝없이 보여지고, 물건처럼 공유될 것이다. 대상화되는 여성들은 점점 더 어려져 이제는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마수를 뻗는다.
문제는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는 범죄자들의 지능이다. 정교가 분리된 법치주의 국가들 중 우리나라처럼 성범죄에 관대한 나라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기에 밖에서 보면 멀쩡한 사람들도 그런 짓들을 하고 다니고, 또 걸린다.
멀끔한 고등학교 선생 도유빈은 곧 재단 회장 딸과 결혼할 예정이다. 무일푼이었지만 여자 잘 만나 팔자 고치려는 남자. 이 도유빈 선생은 학교에서 불법촬영을 한 남학생 두 명을 검거하고, 체벌한다. 하나는 학교 전교 1등이고, 하나는 처남이 될 학생이다.
도유빈은 학생들에게 빠따를 때리고는 돌려보낸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때마침 아내될 사람이 외국에 나가 있으니 클럽에 가자는 친구 공상범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다.
클럽에서 웬 여자들에게 작업을 당하는데, 술에다 뭘 탔는지 정신이 아득해진 도유빈은 집까지 여자들을 데리고 온다. 여자들은 도유빈의 영상을 찍고, 휴대폰을 훔쳐가고, 돈을 내놓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여기까지는 뻔한가 싶다. 남자가 당하는 경우보다 여자가 당하는 일이 더 많으니 남자들에게는 비현실적인가?
그렇지 않다. 여자가 작업을 쳐도, 그 위에는 남자가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며칠 전, 성매수남을 촬영한 영상이 유출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역시 남자가 여자를 섭외해서 시킨 일이었다. 시킨다고 하는 놈도 문제지만, 구조를 부수지 않으면 피해자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부터 도유빈의 피말리는 범인잡기가 시작된다. 함께 클럽을 갔던 휴대폰 판매업자(이면서 뭔지 모를 불법적인 일을 하는) 공상범과 함께. 첫 번재 타깃은 예전 여자친구. 도유빈은 전 여자친구를 불법촬영하여 유포시켰고, 합의금 몇 푼 주고 치웠다. 그 업이 되돌아오는 건가?
그 사이 도유빈은 돈을 입금했지만, 결국 영상은 예비 아내와 장인의 손으로 들어간다. 달라는 대로 준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도난당한 도유빈의 휴대폰에 예비 아내를 불법촬영한 영상도 있다는 것이다.
또 그 사이, 서울대 갈 전교 1등이 도서관에서 투신한다. 도대체 이 친구는 왜 투신했는가.
학생들의 불법촬영 사건을 뒤늦게 알게 된 선생은 도유빈을 몰아세운다. 학생의 컴퓨터도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낱낱히 파헤치지도 않은 채로 애들을 패서 돌려보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유빈의 입장에서는 처남이 연루된 사건을 키우고 싶지 않았을 터.
우연히 길에 뿌려지는 룸싸롱 전단지에서 그날 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의 얼굴을 발견한 도유빈은 이들이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라는 걸 알게 되는데, 별풍선 3천3백만 원(범죄자가 요구한 금액과 같다)을 뿌려 이들과 저녁 약속을 잡고, 정체를 확인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포자들>은 범죄자를 유추하며 봐야 하는 영화라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좋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누가 죄인인가'를 두 가지 의미에서 계속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유빈은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전여자친구와 예비 아내를 불법촬영한 가해자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나서야 불법촬영의 범죄성을 인지한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만 그렇다고 도유빈을 동정할 수도 없다. 현 시간 기준 19시간 전, 고교생이 여자화장실에서, 1일 전 대학생이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했다는 기사를, 2일 전에는 5년간 공무원 275명이 불법촬영을 했다는 기사를, 그러니까 매일매일 불법촬영 기사를 본다. 매일매일 불법촬영을 한다. 그런데도 여성들의 불안이 실체가 없는 망상인가.
범죄를 저지르는 놈이 문제다, 라고 한다면, 사회가 합심해서 그놈을 패야 한다. 그런데 패지 않는다. 2022년 11월 16일자 기사의 타이틀은 다음과 같다. <정부세종청사에서 100회 넘게 불법촬영한 30대 '집행유예'>
10월 30일, <'짧은 치마 여성' 노려 92차례 불법촬영한 공무원 '집유'>
많은 사람들이 <유포자들>을 봤으면 좋겠는데,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되었던 적이 있는 분들은 안 보는 게 좋겠다. 모든 남성이 성범죄자는 아니지만, 성범죄자의 98%는 남성이다(경향신문, 2022. 03. 24.). 남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불만이라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성범죄자들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패도록 하자. 그런 의미에서 '감빵인도자'라는 유튜버를 응원한다.
<유포자들>이 11월 23일 북미에 동시개봉되었다. 성범죄자들에게 몇백 년의 형을 때리는 미국이 보면 판타지라고 생각할까? 사실은 현실의 순한 맛인데 말이다.
유포자들(The Distributors)
감독 : 홍석구
출연 : 박성훈, 김소은, 송진우, 박주희, 임나영
상영시간 : 101분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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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사 버전 혼혈왕자?
난 자타공인 해리포터 시리즈 덕후다. 나를 잘 아는 모든 인간은 내가 해덕인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영화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도 빠짐없이 영화관에서 관람해왔다. 사실 신동사 시리즈는 기존 해리포터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는 설렘을 선사할 뿐이라 내용이 기가막히게 재미있다기 보다는 신동사를 챙겨봄으로써 해리포터를 너무 사랑했던 과거의 나 자신을 추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영화, 신동범<신비한 동물 사전과 덤블도어의 비밀>에 대해서 크나큰 기대를 하고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타는 쳐줄 것이란 기대는 했었다. 뭐, 해리포터 시리즈던 스핀오프던 언제나 나의 마법세계에 대한 환상은 충족시켜줬었고, 내용은 드라마틱하게 재미있진 않더라도 아직 해리포터 세계관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안정감은 아직 나의 동심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말하자면, 마치 혼혈 왕자를 봤을 때의 허망함이었달까.
1. 무엇을 위한 반전인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관계는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암시? 아니, 대놓고 드러내는 그들의 관계는 참 대단한 장치인 것 같지만 신선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영화의 시작부터 드러내는 관계인만큼 반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이들의 관계성이 없으면 영화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셈이니,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말하자면, 그 관계성 때문에 영화가 특별해지는 대단한 새로움은 없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꾸준히 긴장감을 주고자 했지만 정작 관객이었던 나는 영화를 통해 지루함을 느꼈다. 있을 거 다 있는 영화에서 왜 지루함을 느꼈던 걸까? 이 영화에는 덕질할 만한 배우(예를 들면, 칼럼 터너, 에디 레드메인 등등)이 있었고, 판타지 영화라면 응당 있어야 할 쫓고 쫓기는 신 등도 있었는데도 왜 영화가 기존의 시리즈물보다 재미가 없었던 걸까?
혹시 영화의 세계관, 해리포터의 세계관이 너무 많이 노출되어 이제는 지루해진 것일까? 내가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이제는 졸업해야할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그냥 영화가 너무 뻔했던 것일까? 뭐랄까,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성으로 이 시나리오가 가진 답답함을 타파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몸부림이 이 영화를 더 뻔한 시나리오로 남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원인은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가 서로를 공격할 수 없는 일종의 변명거리를 만들어내 영화상에서 관객들이 보고싶어할 만한 두 캐릭터의 경계구분이 확실한 대립 구도가 모호해진 데에 있다고 본다. 즉, 대립해야할 캐릭터가 대립을 주저하니, 그 캐릭터들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플롯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린델왈드를 교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를 갈수록 덤블도어파 사람들은 그린델왈드를 교란시키는 데에 실패한다. 오히려 그린델왈드는 자신의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죽였던 사슴을 되살려 민중들이 자신을 신봉하도록 선동하는 데에 이용할 생각은 덤블도어의 교란으로 생각한 것이라기보단 그저 처음부터 자신이 계획한 쇼의 함정에 자신이 빠진 것 뿐 아닌가. 그런 플롯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까.
2. 이 영화는 혼혈왕자 포지션인 걸까?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기존 해리포터 시리즈의 혼혈 왕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 혼혈왕자를 봤을 때를 회고해보자면, 뭔가 뜬금없이 스네이프가 혼혈왕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었고, 관람 당시에는 그 사실이 꽤나 중요한 반전인 것 같긴 한데, 너무 흐지부지하게 영화가 끝나서 해리포터의 아류작이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다 끝나고 나자, 이 혼혈왕자 편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꼭 관람해야 하는 필수 영화가 되었다. 이 편을 보지 않고서 해리포터의 수많은 떡밥들을 이해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 관람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지만 시즌이 다 끝나고 나서야 작가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잇게 되었기 때문에 이번 신동덤도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특별할 게 없어보이는 영화이지만 추후 제작될 신동사 시리즈에서 이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성이 다음 영화를 보는 데 있어 큰 그림으로 쓰려는 전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말이다. 지금은 지루하고, 뜬금없지만 그런 흐지부지함이 추후에 어떤 키로 작용할지 모르는 게 해리포터 사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조금 더 두고보려고 한다. 이번 영화에 실망했다고 다음 영화까지 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나는 이 대 서사시 시리즈에 진심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칼럼터너 배우의 분량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한 몫 했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 만큼 그 인물들이 다음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서 이번 영화에 대한 평이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 영화에서는 크리덴스의 역할과 주인공의 역할이 조금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는 뉴트 스캐맨더와 티나 골드스틴보다는 덤블도어의 사연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들을 잘 살린다면, 이 영화 시리즈에 팬인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관객들에게는 기존 캐릭터들이 소외되면서까지 새로운 자극을 바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법 세계는 우리 마음 속에 영원하다"는 것을 각인시켜주는 영화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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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2020)
* 이 리뷰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정보
개봉: 2020.12.18
감독: 조지 C.울프
출연: 비올라 데이비스, 채드윅 보스만, 글린 터먼, 콜랜 도밍고, 마이클 포츠, 테일러 페이지 등
원작: 어거스트 윌슨의 희곡 <Ma Rainey's Black Bottom>
블루스의 어머니, 그리고 흑인문화
1927년, 미국 남부에서 '블루스의 어머니'로 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는 음반 녹음을 위해 시카고의 녹음실을 찾는다. 그녀는 굉장히 거만하고, 괴팍하며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1세대 블루스 음악의 대가로서 상업적인 인기를 크게 누리고 있기에 백인 음반 제작자들마저도 그녀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녀의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레비(채드윅 보스만)'는 자신의 음악에 엄청난 포부와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마 레이니'는 물론, 밴드의 일원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작곡도 할 줄 알고, 트렌디한 편곡까지 가능한 능력캐임은 분명하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마 레이니', 그리고 '레비'를 비롯한 밴드의 일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반 녹음을 하는 과정이 그려질 뿐 뚜렷한 사건 전개와 줄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한된 장소에서 짤막한 스토리가 이어질 뿐이지만, 인물들이 내뱉는 수많은 대사와 감정 표현들을 통해 당시 흑인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줄거리보단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다.
연극식 전개, 대화에 중점
앞서 언급했듯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극을 관통하는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의 원작이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이 쓴 동명의 연극이고, 영화 역시 원작의 연극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마치 연극처럼 등장하는 공간도 녹음실과 연습실 단 두 곳 뿐이고, 인물들이 겪어온 과거의 삶이나 사건사고들이 단 하나의 회상 장면도 없이 오직 대사로만 풀어진다. 따라서 극의 재미가 상당히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사건의 공백을 인물들의 입체적인 연기만으로 충분히 채워나간다. 특히 관록의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비올라 데이비스'와 대사만으로 '레비'라는 인물의 아픈 역사를 가늠시켜주는 '채드윅 보스만'의 연기는 가히 탁월하다. 대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연극을 관람하는 기분으로, 조금씩 극에 빠져들게 된다.
음악영화라고만 생각하면 오산
이 작품은 음악영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기 쉽지만, 극을 감상해보면 음악은 그저 재료로 사용되었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극에 등장하는 블루스 음악은 음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노예해방이 이뤄졌음에도 백인들의 착취로부터 완연히 벗어나지 못한 미국의 흑인문화를 상징한다. 흑인문화에서 비롯된 블루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백인 음반제작자들이 '마 레이니'를 비롯한 밴드의 재능을 착취하고, 차별을 일삼는 것은 시대적 상황과 인종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마 레이니'의 태도다. 그녀는 오만방자하고 고집불통인 모습으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며 눈쌀을 찌푸려지게 만들지만, 그녀의 태도에는 다 이유가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아티스트들과 차별받아왔던 오랜 세월, 자신을 아티스트가 아닌 노동력 착취의 대상 정도로만 바라보는 업계 백인 종사자들의 거슬리는 태도.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해왔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확고한 신념과 거친 언행은 백인이라는 타자에 대한 증오와 자신이 겪어온 고통의 역사를 대변한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를 터뜨린 직후 그녀의 표정에서는 공허함이 느껴진다. 자신이 돈이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었을 테니까. 그녀의 분노를 이해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고 덩달아 함께 분노하게 된다.
채드윅 보스만, 신들린 연기
"마 레이니"를 연기한 '비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력도 훌륭하지만, 극의 에너지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채드윅 보스만'이다.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벗어나지 않는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그는 가장 많은 대사를 소화하며 극을 진행하는데, 말과 표정만으로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그 어떠한 회상 장면 없이도 어린 시절 자신과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과 백인으로부터 받았던 수모의 역사를 설명하는 장면은 그의 연기만으로 당시 상황에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는 제한적인 공간 내에서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음악에 들뜬 재능 있는 청년부터 '듀시 메이(테일러 페이지)'에게 플러팅을 거는 매력적인 남성, 가족의 아픔에 분노하는 아들, 백인으로부터 받은 핍박에 열변을 토하는 저항자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유형이 허름한 연습실 단 한 공간에서 모두 나타나는데, 단순히 그의 연기력 하나만으로 모든 캐릭터를 소화한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채드윅 보스만'의 명연기에 상당 부분 기댄 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괜히 어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이 그의 손에 쥐어진 게 아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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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주말은 많이 춥지 않아서 외출하기에 좋은 날씨였는데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지난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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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이번 주는 주말 91만 1천 명을 포함해 누적 관객 총 158만 2천 명이 극장가를 찾았습니다. 지난주 관객 수 189만 5천 명의 83%대로 하락한 수준으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박스오피스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으며, 신작인 <카운트>, <서치 2>, <마루이 비디오>가 차례로 3, 4, 5위에 오르며 극장가 데뷔를 마쳤습니다.
1.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누적 관객 수 131만 명을 돌파하며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말 동안의 관객 수는 24만 4250명으로 집계되었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고는 있으나 다른 마블 영화들에 비해 미미한 존재감이 아쉽습니다. 지난 주말(59만 238명)에 비해 관객이 반토막 아래로 떨어지며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개봉 20일 만에 간신히 2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상대적으로 적은 관객을 유치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마블의 전작인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5일째 100만 관객을 모은 것보다 못한 성적입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의 페이즈 5기를 여는 작품으로 향후 마블 시리즈의 방향성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빌런 '캉'이 페이즈 5,6기에도 활약을 하게 될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성적 부진으로 앞으로 나올 마블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도 크게 꺾였을 것으로 보이며, 2주 차 주말이 지나도록 150만 관객도 넘기지 못한 상태라 이대로라면 200만 돌파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개봉으로 아쉽게 정상 자리에서 내려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여러 신작들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2주 연속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17만 583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누적 관객 수 357만 9749명을 기록했으며, 역대 국내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인 <너의 이름은>의 '379만 명'을 약 21만 명을 남겨둔 채로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에 개봉한 이후 거의 두 달간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은 꾸준히 관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와 같은 추세라면 국내 일본 영화의 흥행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한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배급사 NEW는 오는 3월 1일부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돌비시네마 재상영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주제곡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이며, 주제곡을 부른 일본 밴드 10-FEET는 배급사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 대한 감사 인사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3. <카운트> (⬆︎13)
진선규 주연의 스포츠 드라마 영화 <카운트>가 동 시기 개봉작 <서치 2>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순위 3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주말 관객 수 14만 6331명, 누적 22만 4277명으로 한국영화 순위는 1위를 차지했으며, 실관람객 평점 또한 평이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성민, 조진웅, 김무열 주연의 <대외비>가 13.6%,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전국 투어 앵콜 공연 실황 영황인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무려 예매율 30%에 육박하는 성적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어 다음 주말에도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편, <카운트>는 개봉 2주 차를 맞아 오는 3월 1일, 4일 경기 지역 무대인사를 확정했으며, 롯데시네마 수원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관에서 관객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입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41회 예측 이벤트는 2월 4주 차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 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실제 1위를 차지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1위를 예측한 유저는 73%로 높은 확률을 기록했습니다. 그간 MCU 영화들의 성적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번 영화 또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것임을 예상하셨던 분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박스오피스 2위에, <카운트>가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한 유저는 각각 39%, 28%에 그쳤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이번 주 토요일에 더 재미있고 유익한 예측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서치 2> (⬆︎26)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했던 <서치>의 속편인 <서치 2>가 드디어 개봉을 했는데요, 주말 관객 수 12만 9581명, 누적 관객 19만 6998명으로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올랐습니다. 빠른 전개방식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실관람객 평 역시 좋은 편입니다. 다가오는 주말 성적도 기대해 볼 만하겠죠?
5. <마루이 비디오> (NEW)
간만에 개봉한 국내 공포 영화 <마루이 비디오>는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5위를 기록했습니다. 주말 관객 수 6만 233명, 누적 관객 9만 8712명을 기록했는데요, CGV 단독 개봉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7일 월요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수 10만을 돌파하며 최근 선보였던 국내 공포 영화 <귀못>, <뒤틀린 집>, <귀문>,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 등을 모두 제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역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주말 매출액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물의 길>은 신작들에 밀려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그쳤지만, 글로벌 매출액 3조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역대 전 세계 흥행순위 3위의 성적이며, 유럽에서의 경유 오리지널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 1위에 올라섰습니다.
개봉과 동시에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 2위에 올라선 <코카인 베어>는 미국의 블랙 코미디, 생존, 스릴러 영화로,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한 승객들이 코카인이 가득한 더플 백을 삼켜 마약에 중독된 흑곰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은 작품입니다. 국내 개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알려져 미국에서 큰 화제를 끌었습니다.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한 영화 <지저스 레볼루션>은 실화 바탕의 기독교 드라마 영화인데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서부에서 시작한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기독교 운동과, 운동에 참여한 당시 젊은이들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찬양에 락과 팝을 접목한-으로 찬양을 하기 시작해 CCM이 탄생한 배경을 다룬 영화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1,570만 달러 (누적 6억 2,058만 달러)
2. <코카인 베어> 1,062만 달러 (누적 4,605만 달러)
3. <지저스 레볼루션> 637만 달러 (누적 8,227만 달러)
4. <아바타: 물의 길> 470만 달러 (누적 6억 6538만 달러)
5. <장화 신은 고양이> 412만 달러 (누적 1억 7343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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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더 다양한 컨텐츠로 찾아뵙기를 약속드릴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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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분하고도 강렬한 파란색이 가득한 영화
❣️[Cinelab Curation]❣️
지난번에 빨간색을 주제로 영화 큐레이션을 한 적 있었죠.
이번에는 파란색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가져와 봤습니다!
파란색은 고요하고 음울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감정 표현의 한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죠. 또 반대로 평온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영화 속, 혹은 영화 포스터에서 많이 사용되는 컬러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파란색 영화는 무엇이 있나요?💙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그럼, 다음에는 또 어떤 색깔의 영화들을 가져와 볼까요?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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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에는 갈비를 뜯으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자
2019년 작품인데 한국 개봉은 2023년 9월 20일이니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재미있게도 영화 속에 그려지는 명절은 설날이지만, 한국 관객과 추석을 앞두고 만나게 되었다.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날이 아닌가. 깊은 맛이 나는 양념에 재운 갈비, 채소를 따로 볶아 씹는 맛이 아삭한 잡채, 쑥갓 고명으로 정갈함을 더한 동태전 등을 밥상에서 마주하였을 때, 당신은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커밍 홈 어게인, 2019> 포스터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창래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학창 시절 그의 최선은 높은 성적으로 가시화되었다.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좋은 대학교는 가족과 떨어져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 서부에서 정반대 쪽인 동부까지,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창래는 창래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창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느라 힘들었고, 엄마는 그런 아들을 보며 어색한 공기를 느꼈다. 창래는 늘 그랬듯이 혼자 알아서 잘 크는 아들이었다. 예일대에 입학을 했고,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취업을 하며 '아시안 아메리칸 엄마'들이 바라는 '드림'을 이루었다.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갈비는 살코기가 뼈에 어느 정도 붙어 있도록 저미는 것이 중요하다. 뼈가 있어야 고기 맛이 더 사는 법이다. 갈비는 고기만큼 양념장도 중요한데, 그중에 배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면서 단맛을 추가해 주기 때문에 빠뜨리면 안 된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른 것이 어미의 마음이지 않은가. 비록 몸은 미국 땅에 발 붙이고 살지만, 엄마는 자신이 먹어본 음식 맛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정성 들여해 주었다. 때로는 아들만큼 빠르게 늘지 않는 영어 실력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 역시 영어 공부에 매진하지 못하는 게으른 어미 탓이지 아들 창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남편은 지금껏 라면조차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데, 엄마를 위해(어쩌면 창래 자기 자신을 위해) 명절 상차림을 해내는 창래의 음식 솜씨는 분명 엄마를 닮았다.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창래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1995년 발표한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이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그려내며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영어로 소설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먼 친척을 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에세이는 1995년 작가가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간병하던 시기에 쓴 글이었다. 이 글을 중국계 미국인 웨인 왕 감독이 읽고, 영화화를 제안하였다. 웨인 왕 감독도 어머니가 파킨슨병을 앓다가 돌아가신 즈음이었다. 어머니는 그를 뱃속에 품은 채 미국 땅으로 건너왔다. 언젠가 가족과 이별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가끔 우리는 그것을 잊는다.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미국인들은 집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 그러나 창래네 집은 신발을 문 앞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양말 바람으로 집 안을 다닌다. 카펫이 깔려있긴 한데 바닥 보일러가 없으니 발이 시릴 것 같다. 카펫은 전체 세탁이 어려워서 더러워지면 알코올로 그 부분만 닦아낸다. 집 안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맞을까. 벗는 것이 맞을까. 그때 솔직히 미안했었다고 말해볼까. 이문세 '옛사랑'은 겨울과 어울리는 노래다. 광화문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자꾸 올라가네.
노래를 들으며 그리움이 가득 담긴 댓글을 읽어보자.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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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매드랜드 후기 / 제92회 아카데미 3관왕 /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 미국 중서부의 자연경관 / home이 아닌 house가 없는 노매드의 삶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노매드랜드”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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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라이 대 싸이코 / 변요한 신혜선 / 그녀가 죽었다 / 스토킹 범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그녀가 죽었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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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2 공식 예고편
오직 나만을 위해, "Say Oui!" 이번 크리스마스, 마음 가는 대로 즐기는 거야. 돌아온 《에밀리, 파리에 가다》,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