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3-27 17:07:34
알쓸삼잡
넷플릭스 1위 <삼체> 훑어보기
현재 넷플릭스에서 가장 핫한 작품 <삼체>
2015년 아시아 최초로 SF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중국 작가 류츠신의 '삼체'를 원작으로
삼아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드라마를 완성시켰다고 하는데요.
<삼체>는 400년 뒤 미래에 올 위협에 대비한다는 독특한 설정과 함께 '인간은 왜 사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하니 오는 주말 <삼체> 어떠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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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거야" 빈티지 무드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거야
낭만은 청춘에게도, 어린아이에게도, 중년에게도 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릿해지는 낭만 가득 + 빈티지 무드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버팔로 66
빌리 부모는 그가 감옥에 있었던 사실을 모르고 빌리는 이를 숨기기 위해 ‘라일라’를 납치해
아내 노릇을 해달라고 위협한다. 낯선남자에게 겁을 먹으면서도 매력을 느끼게 되고
빌리 또한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데
CINEPICK
음악가, 배우, 영화감독을 겸하고 있는 빈센트 갈로 감독의 작품이며 실제로 본인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독립영화중에서 꽤 많이 알려진 팬층이 탄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밀레니엄 맘보
비키는 집착하고 하는일 없이 빈둥대는 그녀의 남자친구 하오하오에게서 벗어나고싶어한다.
몇 번이고 떠나려 하지만 그의 애원으로 다시 주저앉고, 우연히 클럽에서 알게 된 잭이
하오하오에게 벗어나도록 도와주려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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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우샤오시엔 거장 감독의 영화이며 허우샤오 시엔 감독이 "요즘 젊은이들이 속한 세상은 굉장히 빠르다. 그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시간 속을 살아간다.그들에게 젊음은 피자마자 시들어 버리는 꽃과 같다.< 밀레니엄 맘보>는 시간을 통해 그 젊음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해피 투게더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했다가 다시만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
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다시 틀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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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영화의 아이콘인 왕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허무, 고독의 주제를 다룬 로맨스, 드라마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고, 각본도 집필했습니다. 독특한 영상미로 90년대 중후반에 엄청난 붐을 일으켰으며 스탭프린팅 기법으로 "기억에 관한 예술"을 만들어낸 감독입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자기가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소녀 ‘영군’이 정신병원에 들어온다.
싸이보그는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야위어만 가는 영군을 위해 일순은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한다. 싸이보그가 고장 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평생 AS 보장’을
약속하는 일순과, 싸이보그는 그러면 안되지만 일순 때문에 자꾸 맘이 설레는 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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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실패하고, 작품성에 대한 평가도 갈리지만, 이 작품에서 임수정이 보여준 연기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임수정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준 작품입니다. 박찬욱 감독님이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쉘브르의 우산
프랑스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 ‘쥬느비에브’와 ‘기’는 사랑에 빠진다.
팍팍한 현실과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어린 연인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의 군 입대로 둘은 원치 않은 이별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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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등장인물의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색에 가까운 파스텔톤의 색채로 아름답게 스크린에 담아내었습니다. 또한 크리스찬 디올에서 모든 의상을 맡은걸로도 유명합니다.
바그다드 카페
황량한 사막 아래 ‘바그다드 카페’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육중한 몸매의 ‘야스민’ 둘은 서로가 낯설지만 어느새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고,
두사람의 행복한 시간이 카페에 깃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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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려낸 영화로 페미니즘 영화로도 명작이지만 영화 자체로도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시애틀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물두 살 엄마와 매직 캐슬이라는 월트 디즈니 월드 근처의 모텔에서 살고 있는 무니.
조숙한 여섯 살 무니와 그녀의 천방지축 친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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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독립 영화 감독 중 하나인 션 베이커가 연출했으며, 영화 속 배경 그대로 비현실적인 느낌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미국 빈민층의 현실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현실적인 드라마다.
"난 늘 그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왔는데, 사람들은 고독해지면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 -해피투게더-
잊지못할 추억들, 아 낭만이었다요번주 폭염 조심하시구요. 다음주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큐레이터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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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그녀가 죽었다>는 변요한과 신혜선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개봉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섰습니다. 관음증 스토커, 노출증 SNS 중독자 그 속을 파헤치는 영화!
장기흥행을 이어가는 <범죄도시4>를 꺾고 1위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범죄도시4>가 개봉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습니다. 신작들의 개봉 소식에도 1위를
유지하며 <범죄도시3>의 최종 스코어인 1,068만 명을 뛰어넘을 전망입니다.
한편 신혜선, 변요한 주연의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는 개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2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위에 올랐으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15만여 명을 동원하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신작 <이프: 상상의 친구>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를 연출한 존 크래신스키, <데드풀> 시리즈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조합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3500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매출액 1억 달러를 기록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2위, <스트레인저: 챕터 1>이 3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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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미제라블 (2019)
* 이 리뷰는 영화 <레 미제라블>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 정보
감독: 래지 리
출연: 다니엥 보나드, 알렉시스 마넨티, 제브릴 종가 등
장르: 범죄, 드라마
러닝타임: 104분
수상: 201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개봉일: 2021.04.15 (한국 개봉일)
<LES MISERABLES>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영화 제목에 그대로 반영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2019년에 개봉한 본 작품은 직접적으로 소설의 내용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해당 소설과 일정 부분 연결고리를 갖는다. 우선 극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의 몽페르메유는 200년 전 '빅토르 위고'가 소설 <레 미제라블>을 쓰기 전 영감을 받은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그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모습과는 달리 여전히 작가의 소설 속 등장한 혁명의 모습처럼 분노와 폭력이 들끓고 긴장과 불안이 도사린다. 맥락은 다르지만, '장발장'을 대입시킬 수 있는 소년 캐릭터도 한 명 등장한다. 이 소년 역시 아주 사소한 것을 훔쳤다는 이유로 경찰의 과잉 대응과 폭력적 진압에 희생되며 훗날 혁명의 주동자가 된다는 점에서 소설 속 주인공과 어느 정도 닮아 있다. 그렇다면, 200년 전 소설 속 프랑스의 모습은 2018년의 시점에서 어떻게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일까.
뿌리깊은 불신과 폭력, 터질 수밖에 없던 폭탄
영화는 프랑스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거리 응원을 하며 프랑스인들이 하나로 화합된 평화의 장면들을 그린다. 하지만, 곧바로 장면 전환이 이어지며 그 화합의 순간은 잠깐이었을 뿐 프랑스의 허상을 비춰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월드컵 응원 시퀀스가 끝나고, 주인공 '스테판 루이즈'가 등장해 몽페르메유의 경찰서로 전입한다. 그는 '크리스'와 '그와다'가 이끄는 강력반에 합류하게 되는데, 흑인 하층민들을 상대로 강압 수사를 펼치고 함부로 대하는 두 명의 베테랑 강력반 형사들과는 성향이 딴판인 경찰이다. 세 사람은 함께 몽페르메유 구석구석을 순찰하는데, 서커스단을 이끄는 집시와 시장을 주름쥐고 있는 흑인들 간의 싸움을 목격한다. 누군가가 서커스단의 아기 사자를 훔쳐간 것. 아기사자를 훔쳐간 범인은 '이사'라는 동네 사고뭉치 소년이었는데, 아이를 쫓는 과정의 혼란 속에서 이성을 잃은 그와다가 이사의 얼굴에 고무탄을 쏴버린다. 이 상황이 '뷔즈'라는 소년의 드론에 찍히면서 갈등은 극화되고, 이 사건은 결국 관계의 깊은 골을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되어버린다.
불친절한 전개, 외부인의 시점에서 방관
<레 미제라블>은 보통의 영화에 비해 극의 전개가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인물 개개인의 서사와 캐릭터 간의 관계를 조명하지 않고 관객이 철저하게 제 3자의 입장에서 극을 바라보게끔 한다. 여러 개의 파편처럼 나뉘어져 있는 스토리의 구조는 사건이 심화되고, 갈등이 극에 달할수록 빌드업이 되면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던 분쟁의 촉발을 이해시킨다. 전개상 주인공 위치에 놓인 '스테판 루이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스테판을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어디까지나 극중 배경에 갓 입성한 외부인이다. 외부인으로서 이 지역의 잔재된 뿌리깊은 갈등의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하는 그는 동일한 입장에 놓여 있는 관객을 대변한다.
이러한 관점은 극에서 인물들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뷔즈'의 등장 이유를 설명해준다. 뷔즈가 등장하는 초반부의 장면들은 영화의 내용과 굉장히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드론을 사용하여 몽페르메유의 곳곳을 풀샷으로 조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뷔즈는 스테판과 달리 내부인이지만, 역할의 기능으로서는 외부인의 포지션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뷔즈와 스테판의 기능이 아예 동일하지는 않다. 뷔즈는 폭동의 주동자가 되는 '이사'를 비롯한 아이들과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지만, 함께 무자비한 공권력에 맞서 싸우거나 저항 의식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편에 서서 사회의 정의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뷔즈는 폭력과 분노가 오가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지만 모든 상황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한 발짝 뒤에서 지켜만 보는 방관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관객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방관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터져버린 폭력의 씨앗, 누구의 잘못인가
<레 미제라블>을 보며 작년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떠올랐다. 이 역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것으로 인해 혁명의 움직임이 발생했던 것이다. <레 미제라블>에서 10대 흑인 아이들이 분노한 것은 고작 새끼사자를 훔쳤다는 이유로 얼굴에 고무탄을 맞고, 폭력적인 행위와 겁박에 노출되었던 '이사'의 상황에 스스로를 대입시켰기 때문이다. 경찰들이 더 이상 이러한 사태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그리고 훗날 자신들이 이사처럼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벌인 것이다. 크리스를 비롯한 경찰들이 극중 시종일관 취하는 태도들을 보면, 지역 경찰에 대한 흑인들의 분노가 오랫동안 쌓여왔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잉 진압한 경찰에게 무조건적인 잘못을 물을 수 있을까? 이 또한 무리가 있는 관점이다. 크리스의 비인간적인 태도와 그와다의 과잉 진압은 분명 잘못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리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흑인 아이들이 경찰에게 먼저 폭력을 행했기 때문에 경찰로서 진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관객 개인의 입장에서도 크리스의 태도는 마음에 안 들지만, 경찰로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수행하다가 벌어진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 명의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 아이들의 폭동에 무자비하게 공격당한다. 이사의 사건이 안타까운 건 맞지만, 경찰을 두고 집단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누구의 편을 들기도 어렵다. 흑인 사회와 공권력의 관계가 악화된 원인이 무엇이며, 이 모든 서스펜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원인은 알지 못하지만, 결과는 참혹하게 벌어지고 말았다. 극중 프랑스 사회 계층의 구조는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 극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화약탄을 든 이사와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스테판이 대치한다. 그리고, 집 문을 열어 경찰들을 구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방관하고 있는 뷔즈의 시선도 함께 그려진다. 대치 상황의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세 사람 중 누군가는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건, 그 어떠한 경우의 수에도 긍정적인 결말은 없다는 것. 영화는 그렇게 붕괴된 사회의 시스템을 생생하게 전달만 해준 채 갈 곳 잃은 관객의 사고에 찝찝한 불편함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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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배우’ 임현식의 포부, “언젠간 영화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더 영 맨 앤드 더 딥 씨’는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경쟁 장편 상영작이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임현식의 미니 2집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개막식 다음 날인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임현식 배우를 만났다. 그는 ‘배우’라는 호칭에 민망한 듯 웃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진지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음악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바다를 닮아 깊고 푸른 그의 이야기는 내내 신중했지만 막힘이 없었다.
‘더 영 맨 앤드 더 딥 씨’가 영화제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임현식 배우님 어머님도 티케팅이 실패하셨다고요. (웃음)
어제 개막식 참여해 레드카펫 밟았는데 낯설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개막식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제가 영화인의 길에 발을 내딛은 느낌이라 설레고 감사했습니다. 팬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어머니는 개막식만 보시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셨습니다. (웃음)
가수로서 영화제 참석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출품할 때 비경쟁 부문이라도 선정되기를 바랐는데 작품을 좋게 봐주셨는지 경쟁 부문까지 선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차분하고 무뚝뚝한 편인데 감독님께 전화로 소식 듣고 오랜만에 ‘하이’한 상태가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믿기지가 않았어요. 출품 후 영화제 시작까지 굉장히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청년과 바다’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기절할 정도로 고생해 찍은 뮤직비디오, 모든 순간이 고비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에서 영감을 받아 앨범, 영화 제목을 지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노인이 멋있다고 느꼈어요. (웃음)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게 너무 대단해 보였고, 혼자서 묵묵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꿈을 좇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저도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더 빛나는 저를 위해,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 고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더 고독해지려고도 했고요. 그래서 헤밍웨이의 작품을 오마주해서 ‘청년과 바다’ ‘청년과 심해’의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관객분들이 영화에서 집중해서 봐줬으면 하는 장면이나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뮤직비디오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CG도 많이 썼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한 장면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 않았고 모든 수중 촬영을 바다에서 했어요. 이런 도전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수중에서 촬영하다 보니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제가 너무 행복하게만 보이지 않나 싶기도 해요. 정말 그때 ‘내가 미쳐 있었나 보다’, ‘어떻게 했지’ 싶은 장면이 많을 정도로 고난도의 촬영을 했는데, 이 부분을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안 담겼는데, 영화에는 제가 정말 오래 숨을 참고 있는 장면이 나와요. 편집하면서 그 장면 볼 때 울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메이킹 필름의 형태로 공개하지 않고 영화로 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음악을 사랑하지만 저는 정말 다양한 예술을 사랑해요. 영화도 그중 하나고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거 좋아했고 작업할 때도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거든요. 언젠가 영화음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가 영화제까지 온 것도 하나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음악에도 도전하신다면 어떤 장르의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제가 엔니오 모리꼬네를 정말 좋아해요.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영화음악을 하셨잖아요. 그중에서도 사랑스러운 곡들,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강조되는 곡을 좋아해요. 이번 앨범에는 제 이야기가 많이 담겼지만 언젠가는 두 연인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님은 RESCUE 자격증이 있으실 정도로 다이빙을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장비 없이, 그것도 뮤직비디오 촬영을 바다에서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위험하니까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어요. 사전 답사 때 포인트들을 다녀봤지만 매일이 다르니까요. 몸이 뜨지 않기 위해 몸에 무게도 다양하게 달았고, 의상과 헤어도 쉽지 않았고, 표정도 그랬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몇 시간 동안 계속 눈을 뜨니까 안 보이는 느낌이 들던 때였어요. 눈도 못 뜨겠고, 떠도 안 보이더라고요. 눈이 잘못됐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마지막 신이 물속에 가라앉는 신이었는데 몇 번 촬영하는 동안 코에도 물이 들어와서 뇌까지 바닷물이 차는 느낌이었어요. 앞은 안 보이고, 숨은 못 쉬겠고, 코로는 물에 들어가는 이러다가는 기절하겠구나 싶더라고요. 기절하면 누가 구해주겠지 하며 마지막 촬영을 했어요. (웃음)
영화를 보면, 날씨가 늘 변덕입니다. 예상보다 더 예쁜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았을 것 같아요. 배우님이 ‘재난영화급 날씨’라고 말한 날도 있었잖아요.
사전답사에서 장소 헌팅을 하다가 너무 말도 안 되는 파도를 만났어요. 살면서 본 파도 중에 가장 무서운 파도였고요. 그래서 가려던 포인트는 결국 못 가고 장소를 변경해서 갔는데 그 바다에서 정말 큰 만타를 만났어요. 그때 만타를 처음 봤어요. 촬영 전에 행운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안 좋을 때마다 감독님과 우리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더 좋은 결과가 있으려고 이러나 보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바로 받아들이고 촬영에 임했죠. 오히려 덕분에 더 고독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팔라우가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너무 화창하고 밝게만 나오면 덜 고독해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비투비 멤버,
제 음악으로 삶이 바뀌었다는 팬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
영화 속 비투비 멤버 인터뷰를 보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인 만큼, 임현식 배우님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해온 사람인지 잘 알고 있고 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멤버들을 초대해서 영화를 함께 볼 계획이에요. 영화관을 대관해서 멤버, 지인, 가족, 팬들을 초대하려고요. 저도 편집 과정에서 멤버 인터뷰를 봤는데 우리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잘 지내와서 멤버들이 나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구나 싶어 너무 감사했어요. 멤버들이 영화를 보고 더 놀라지 않을까 싶어요. 뮤직비디오만 보고도 ‘미친 놈’ 소리를 듣긴 했는데 영화를 보면 ‘내가 알던 현식이보다 더 미친 놈이구나’ 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고독한 바다(La Mar)’ 뮤직비디오 공개 후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만든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서 힘을 얻는 팬들의 반응이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제일 기분 좋은 말이에요.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음악을 듣고 힘을 얻었다는 반응을 들으면 큰 힘이 돼요. 팬분들이 저로 인해서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시는데, 너무 놀라워요.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음악에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티스트이자 배우 임현식이 앞으로 걸어갈 길도 궁금합니다.
제 MBTI가 P이긴 한데요, (웃음) 장기적인 계획이 정말 많아요. 영화음악 작업도 해보고 싶고, 제가 팀으로서는 많은 곡을 발표했는데 솔로로서 임현식의 음악은 아직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앨범도 내고 싶고요. 솔로에 대한 갈증이 커요. 당장 가까운 미래로는 정규 앨범을 내고 싶어요. 음악공부도 계속 하고 싶고요. 악기 레슨도 받고 있어요.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영화음악까지 하게 된다면 좋겠네요. 계속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더 많은 분이 영화 볼 수 있도록 계획 중
언젠가는 영화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7일에 ‘원 썸머 나잇’ 공연도 예정되어 있는데요.
바다 주제 영화이다 보니 바다 관련 곡을 준비했어요. 기분이 좀 다를 거 같아요. 제가 출연한 영화가 출품된 영화제의 음악 무대에 선다는 게 상상만으로도 참 좋아요. 제가 제 입으로 배우라고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웃음) 가수이자 배우인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저로서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저는 고독해지려 했는데 결국 제가 빛나는 건 제 옆에서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더라고요. 이번 앨범 작업에서 더 많이 느꼈어요.
영화제에서 관람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기회가 더 있을지 궁금합니다.
확정되진 않아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많은 분이 봤으면 좋겠어서 준비를 하고 있고요. 영화관 대관 상영이나 OTT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팬분들뿐 아니라 다이버분들, 영화인들, 바다를 사랑하는 분들,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처럼 수중 촬영에 관심 있는 분들도 영화를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추후 영화를 만날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린단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정말 죽을 각오로 촬영한 뮤직비디오고 영화이니까, 저의 진정성을 잘 봐주시고, 보시고 괜찮다 싶으시면 제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를 통해서 저는 더 빛나는 사람이 됐는데, 고독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할 저의 모습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늘 성장을 갈망한다는 임현식 배우는 노인이 되어서도 어떤 형태로든 예술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돌에서 솔로 아티스트, 배우로 자기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그가 만들어갈 예술의 행로의 빛깔은 다채로울 것이다. 언젠가 그가 영화음악 감독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다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계와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임현식이 만들어갈 길이 주목된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박해민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문숙,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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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최초 힙합영화
- 줄거리
줄거리라고 할 게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 느낀 점
학생의 입장으로서 걱정이 되었다. 실제로 힙합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고, 랩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 영화에서는 한 명은 부유한 집안 외동아들, 한 명은 가난한 집안이지만 양아치 무리 중 한 명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이로 인해서 현실에서 랩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모두 안 좋은 이미지로 바라볼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영화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현재의 학생들을 잘 알지 못하거나 질이 안 좋은 학생들 말고 만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사에 욕이 많이 나오는 부분 또한 랩하고 힙합 하는 애들은 다 그럴 것이라고 작가가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나 싶었다.
중학생이라는 설정을 잡은 것 같은데 캐스팅된 배우들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았을 때 고등학생으로 설정을 했어야 알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이미지 말고도 극 중에서 나오는 대사나 상황들을 보았을 때 중학교 3학년은 극에 이입하기에는 깨는 설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운전을 한다, 칼을 들고 다닌다)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동아리와 함께 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송주는 갑자기 마이크 스탠드를 고치러 간다.
근데 이 전에는 송주가 마이크 스탠드 근처에 가거나 그쪽을 쳐다보는 장면이 없어서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서 스탠드를 고치는 게 진짜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왜 이 이야기가 들어갔는지, 왜 이 장면이 나온 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 영화감독이 하고 싶은 건 많고 담고 싶은 건 많은데 제대로 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다 감상하고 나서는 내가 뭘 본 건지도 모르겠고, 뭘 느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헷갈리고, 누구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심지어는 저 등장인물이 왜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졌고, 이 이야기는 왜 들어간 것이며 엔딩 또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화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면 불편하게 느껴졌던 장면들도 이해하고 넘어갔을 텐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대체 그 부분들이 왜 들어간지도 몰라서 그냥 불편했다.
(+주연 와 송주가 햄버거를 만들 때 장난치면서 했던 대사들, 전체적으로 많은 욕, 오토바이 교통사고, 중3의 운전 등)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고, 시나리오가 좋아야 한다는 이유 또한 알게 되는 경험이 되었다.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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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개들의 왕이 행한 어떤 기적
이 글은 씨네랩에서 초대 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 주의
감독: 뤽 베송
출연진: 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스
시놉시스: 어느날 밤, 한 심리학자는 유치장에서 만난 붉은 드레스의 남성을 상담한다. 그의 이름은 '더글러스'. 200마리가 넘는 개를 키우며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다'는 그는 심리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학대 받던 과거와 힘겨웠던 장애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가 그 도시의 '다크 히어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 놓는다. 한 사회에서 개인의 비극적인 삶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세련되고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형식으로 풀어낸, 거장 '뤽 베송'의 수작.
***
살다보면 인생에 끔찍한 비극이 몰아닥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인간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그러한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숱한 비애와 비탄에도 분명히 끝은 있을텐데도 그것에 시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은 영원할 것만 같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의 마음에는 깊은 좌절과 원망, 분노가 깃든다. 그 재앙이 차라리 천재지변이라면 차라리 낫다. 그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일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사람에 의한 것이라면 어떨까?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못한' 재앙을 맛보았을 때, 사람은 외롭고 억울해진다. 원망은 사람과 사회와 하늘로 향하고 무엇보다도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 애석하게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그런 재앙이 있고, 그래서 우리의 도시에는 언제나 비참이 도사린다. 이러한 비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비극적 운명의 멍에를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래에서부터 소개할 뤽 베송의 신작, <도그맨>에서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재앙과 그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며 벗어나고자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1. 철장에서 자란 소년이 '도그맨'이 되기까지
어린 '더글러스'(이하 '더그')는 유년 시절의 어느 일부를 철장에서 보냈다. '투견으로 쓰일 개에게 먹이를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던 아버지의 광기는 집안 어디에서나 도사렸다. 형은 아버지처럼 되어가며 가족을 감시했고, 어머니는 결국 그를 이기지 못하고 떠났다. 그러나 더그는 완전히 고독하지는 않았다. 그의 곁에는 개가 있었으므로. 더그에게 개들은 그와 같은 아픔을 경험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개들은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켰다. 그가 아버지의 학대 끝에 반신불구가 된 후에도, 그가 도움과 위안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그런 그가 소위 '도그맨'이 된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CKHtgQzY3js?feature=shared
소년은 자랐고, 더는 그 끔찍한 집에 살지 않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학대의 흔적은 남았다. 다리를 쓸 수 없었고,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걷지 못한다는 것 이상의 것을 의미했다. 각박한 인간 세상은 '걸을 수 있는 사람'에 맞춰져 있으니까. 더그에 대한 사회의 취급은 길 위를 떠돌아 다니는 유기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군중'의 노랫말에서처럼, 세상은 그에게 환희를 주었지만 곧 그를 거두어가버렸으므로 그는 절망과 분노를 이겨내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그래서 그는 원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로 한다. 금요일에는 트렌스젠더 바의 '에디트 피아프'가 되었다. 연기를 하고 분장을 했다. 비참이 깃든 얼굴 위로 분칠을 하고, 찰나 같은 순간 동안 바로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비로소 그를 '걷지 못하는 사람' 이상의 누군가로 보았다. 언젠가 짝사랑하던 연극 선생님의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세계에서는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은 날에는 '도그맨'이 되었다. '도그맨'은 불행한 개들과 사람을 거두고 도왔다. 그가 합법적으로 남을 도울 길은 흔치 않았으므로 그의 방식은 적지 않은 경우 합법의 영역 밖에 있었다. 그래서 위험했고, 그래서 때론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이윽고는 그의 운명을 끝을 향해 달려가게 했지만, 어쨌든 그는 그 일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2. 불행이 있는 곳에 신은 개를 보낸다
이러한 '도그맨'의 삶은 예수의 공생애와 닮아 있다. 그는 가장 더러운 개 철장에서 나고 자랐다. 장애는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없게 했고, 그래서 그는 더욱 고난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나 고생했으면 사람을 미워할 법도 한데, 개들에게서 숭고한 사랑을 배운 더그는 가장 외롭고 힘든 이들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부의 재분배'라는 명목으로 값나가는 것들을 좀 훔치긴 했으니 숭고한 의미만으로 그 일을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테지만, 그가 보인 관용 또한 숭고하지 않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다크히어로를 움직이게 한 동인은 '돈'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동감이었으니까. 그것은 대단히 숭고한 마음이 아닌가.
이러한 기독교적인 메타포는 영화의 말미에서 절정에 이른다. 인생의 모든 것을 고한 더글러스는 그의 벗들로 말미암아 유치장을 벗어난다. 휠체어에서 일어난다. 꺼져가는 생명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는다. 앉은뱅이를 고친 예수의 기적처럼. 그리고 마침내 외친다.
'저는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개들의 왕은 마침내 땅 위로 쓰러진다. 등 뒤에 거대한 십자가 그림자를 드리운 채. '대가는 치러졌고, 아픈 과거는 잊었다. 그 자리에는 어떤 후회도 남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그의 자식, 개들만이 그의 곁을 지킬 뿐이다.
https://youtu.be/4r454dad7tc?feature=shared
***
영화 <도그맨>은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인생은 험준하기 그지 없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안에서 아가페적인 사랑을 찾는다. 비록 그의 생은 마감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사랑이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비참하게 만든 세상에 대해 과격한 방식으로 저항한다. '홍길동'이나 '로빈훗'처럼 가진 자의 부를 재분배하고 가혹한 이를 응징하는 그의 방식은 그 옛날 로마 제국에 저항하던 급진혁명파인 '젤롯당'이 연상되기도 하고, '눌린자, 포로된 자'에게 기꺼이 다가갔다는 예수에 대한 묘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도그맨'을 사랑을 위해 알려지지 않은 혁명을 해 온 혁명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사랑과 혁명. 이것은 어쩌면 영화가 제안하는 '비극을 이기는 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가 더글라스처럼 개를 부릴 수도 없을테고, 불법적인 일을 일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낮은 이들에게 기꺼이 사랑을 베풀고 우리가 처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솎아내려는 시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길 위를 떠도는 유기견들의 사정이 나아지게 하기 위해 개를 '사지 않고' 입양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장애인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게 하기 위해 말 한 마디라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의심이 가더라도 한번 해 보자. 그런 소소한 베풂이 이어지다보면 언젠가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 개를 다루는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개가 폭력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뤽베송 감독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개를 키웠다는데, 그런 감독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거 같다.
++) 다양한 음악이 삽입되었는데, 특히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이 더글러스의 삶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영화를 보기 전후에 한번씩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영 일정]
[부산국제영화제 10.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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