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2-14 14:15:13
2024 4대 OTT 기대작 모음집
넷플릭스 / 티빙 / 디즈니플러스 / 쿠팡플레이
씨네픽 선정 2024 OTT 기대작 모음집!
제일 기대되는 작품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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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스포트라이트 뒤의 어둠, <아네트>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참석한 영화 <아네트>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브라운관과 무대, 모니터 너머의 세계는 언제나 동경과 열광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대중은 언제나 자신을 환호하게 하는 대상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스크린 너머에서 살아가는 '스타'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곤 한다. 스타는 그로 말미암아 부와 명성을 얻고, 대중은 그들로 말미암아 대리만족적인 쾌감을 느낀다.
예술가와 그의 예술을 향유하는 자들의 관계가 언제나 이러한 '윈-윈' 관계였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것이 꼭 그렇지는 않다. 어느 연극의 무대 위를 떠올려 보라. 강렬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면 그 여남은 곳에는 짙은 어둠이 내리 깔린다. 대중은 스타들의 '선별된' 찬란함에 환호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괴하게 일그러진 현실이 존재하곤 한다.
영화 <아네트>는 이에 대한 이야기다.
1. 죽는 여자와 죽여 주는 남자
헐리우드의 스텐드업 코미디언인 헨리 맥헨리는 특유의 '죽여주는' 입담으로 명성을 떨친다. 비관적이고 조소적인 그의 유머와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관객을 매료한다. 비참과 죽음에 대한 유머는 무겁고 우울하지만, 관객들은 그의 말와 퍼포먼스에 시종 웃음을 터트린다. 그것이 헨리가 이 무대에서 맡은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죽었을지도 모르는' 퍼포먼스가 펼쳐졌을 때도 관중은 웃는다. 관중을 웃게 하는 것이 헨리의 역할이고, 관중은 그들이 헨리에게 기대하는 바 이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헨리, 왜 코미디언이 되었나요?'
그러나 헨리가 그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재차 그에게 묻는다. 그들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그들의 물음에서 중요한 것은 헨리 맥헨리라는 개인이 아니라, '관객의 기대를 충족하는 코미디언인 헨리 맥헨리'이므로. 그가 온갖 혐오적 발언들을 유머라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모두의 사랑을 받는' 오페라 가수인 '안'과 사랑에 빠진 것은 그야말로, 희대의 스캔들이다. 우울한 악동과 천사같은 오페라 스타의 만남은 너무나 이질적이고,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어둡게 내리 깔린 맥헨리의 짙푸름은 타오르는 태양처럼 선명한 붉음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마치 닿지 말아야 할 것이 닿아 버린 것처럼. 이 두사람은 너무나 달라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한가?
헨리가 '죽여주는 남자'라면 안은 '죽는 여자'다. 안은 무대 위에서 몇 번이고 죽는다. 칼에 찔리고, 피를 흘리면서. 그 기괴한 살해와 죽음의 광경에 관객은 열광한다! 그들이 '죽여주는 남자'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다시 말하자면, '사랑스러운 안'과 '악동같은 헨리'는 본질적으로 대중에게,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된다는 점에서 동질적이다. 대중은 그들이 '왜 죽거나 죽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을 소비한다.
관객은 또한 그들이 왜 사랑에 빠졌는지 파악할 수 없다. 영화에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크린 너머에서 그들은 숱하게 노래한다. '우린 사랑에 빠졌지만 그 이유는 나도 알 수 없어.'라고.
안과 헨리는 정말로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물론 정말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비하는 자'(대중)와 '소비 당하는 자'(스타)의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이해하거나 깨닫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그것은 순전히, 관객이 그 내밀한 속사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숱한 기사들은 헨리와 안의 로맨스에 대해 떠들어대고, 그들의 화려한 삶을 조명하지만 '인간'인 안과 헨리의 삶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이는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극히 이기적이다!
그러한 로맨스의 결말은 어디에 다다르게 될까?
그렇다. 죽음이다. '죽여주는 남자'는 '죽이고', '죽는 여자'는 죽는다.
대중이 그토록 열광하던 비극의 내용과 같이!
2. 아기 아네트: 아버지와 대중의 꼭두각시
이러한 '상품화된 연인' 사이에서는 '상품화된 딸'이 태어난다. 그녀의 이름은 '아네트'다.
'아네트(annette)'란 '작은 안(anne)'이라는 뜻이다.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의 전철을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이름에서부터 보여준 셈이다. '아네트'는 그 이름을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녀의 재능을 선보인다. 그녀가 어머니를 여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 그렇지 않아도 좋은 먹잇감이었을 아이는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대중의 스포트라이트 아래 난도질 당하게 되었다.
'아네트'는 다른 등장인물과는 다르게 '꼭두각시 인형'으로 등장한다. 그녀의 탄생부터 대중의 열광을 받는 바로 그 순간까지도 그녀는 '살아있는 인형'이다. 날 때부터 구경거리였던 아네트는 타블로이드지 따위에서 '사랑스러운 연인의 딸'에서, '어머니를 잃은 가련한 아기', 그리고 이윽고는 '믿을 수 없는 재능을 타고난 아기'로 이름을 떨친다. 그 안에서 '아네트' 개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어디에도 없다.
아버지인 헨리 맥헨리는 '광대'인 자신의 딸이 저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을 우려했으나, 그랬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과 그의 아내를 팔았던 것과 같이 그의 딸인 아네트 역시 대중에게 팔아넘긴다. 그토록 목말라하던 돈과 명성 때문에.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라는 것은 술이나 마약과도 같아서, 지나치면 그것이 스스로를 망치는 것임을 알면서도 끊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극히 왜곡된 욕망에 휘둘리게 되는 셈이다.
대중의 사랑을 갈구하던 헨리는 그와 같은 방식으로 아네트를 '소비'한다. 아네트는 귀애의 대상이자 변명거리고, 돈벌이의 수단이다.
아네트의 주변에 상식적인 어른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아네트에게는 의지할 만한 '어른다운 어른'이 없었다. '안'의 반주자였고 나중에는 '지휘자'가 된 남자(이하 지휘자)가 어쩌면 비교적 상식적인 축에 속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지휘자라고 뾰족하게 다른 인간은 아니었다. 제 욕망을 좇기로는 지휘자도 마찬가지다. 아동착취임을 알았음에도 그 또한 아기 아네트 쇼에 동참하지 않았던가? 안의 지휘자가 되려 했던 욕망 때문에! 그가 안을 잃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이루었을 어떤 야망을 이루기 위해! 안을 잃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녀(안)의 옆에서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재능있고 사랑스러운 딸(아네트)의 아버지가 되었을 것이기에!
그리고 부나방처럼 욕망만을 좇으며 나아가던 이들은 결국 '비극적 죽음'에 다다르고 마는 법이다.
3. 파멸과 재기의 이야기
헨리의 오른뺨에 있던 붉은 점은 점점 자라난다. 마치 그가 살인자임을 알려주는 것처럼, 마치 그의 뺨에 튀었던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것처럼. 대중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인기를 얻은 '죽여주는 남자'는 정말로 아내와 동료를 죽이고 자신의 아이를 착취하고, 끝내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죽이는' 자가 된다. 그로 인해 정말로 그 역시도 죽은 사람이 된다. 그의 쇼에서 그가 시니컬하게 외친 바와 같이.
그러고보면 파멸을 맞이하는 것은 헨리 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어떤 의미로든 죽음을 맞이한다.
'안'은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지휘자'는 사랑했던 여자의 남편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헨리는 어떤 의미에서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죽였고, '아네트'는 자신의 빛나던 재능을 죽인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대중매체를 펼치면 흔히 보이는 연예인들의 스캔들, 예술가에 대한 미화, 그리고 아동착취적인 방송들이 도사리고 있는 현대 사회가 엿보이지는 않는가? 우리는 우리가 보고싶어하는 것만 보지는 않았나? 그 쇼와 텔레비전과 편집된 영상 너머의 어둠을 들여다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비극을 웃음거리로 삼지는 않았나?
영화 <아네트>의 관객은 스크린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영화적 연출로 말미암아 영화 밖의 관찰자였다가, 영화 안의 엑스트라였다가, 조연이었다가, 이윽고는 영화의 모든 사태를 자아낸 주역으로 변모한다. 감독은 이러한 연출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이기적인 대중과 스타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단순히 '대중과 스타의 욕망'이 가져온 비극에 대한 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아네트는 분명히 그녀를 낳고 기른 환경을 원망하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녀는 앞으로 나아갈 것만 같기 때문이다.
아네트는 말한다. 나는 부모 두 사람 모두를 원망한다고. 어머니는 그녀에게 이런 재능을 주었고, 그래서 그로 말미암아 착취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녀를 착취한 장본인이다. 그러므로 아네트는 두 사람 모두를 용서할 수 없다.
아네트는 이제 영영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
글쎄,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램프를 깨고, 콘서트장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고발하고, 노래를 부르지 않겠노라, 그를 사랑하지 않겠노라고(그의 '사랑'의 대상이 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는 그녀는 '달라졌다.' 그녀는 더는 인형이 아니다. 하나의 살아 있는 사람이다. 헨리와 안, 그리고 우리 모두와 같이. 그녀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롭고 예리한 선언으로 자신의 부모로부터 '홀로 서기로' 마음 먹는다.
'나는 강해져야 해.'
그녀는 말한다.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기엔 너무나 가슴아픈 말이지만, 그럼에도 어쩌면, 희망적이다. 그녀는 더이상 아버지와 대중의 피아노줄에 따라 춤추거나 노래부르지 않고 그녀만의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때론 우울하고 때론 좌절스러울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강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나아갈테고, 그녀의 가슴 속에 간직한 흉터를 평생에 걸쳐 회복하게 되리라.
영화 <아네트>는 단순히 뮤지컬 영화로만 홍보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언뜻 보기에는 <라라랜드>의 우울한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청각적 연출과 미장센은 너무 감각적이라서 도리어 아프기까지 하다!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 그리고 풍자적인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이라 확신한다. 처음과 끝까지 음악을 담고 있지만 어둡고 기괴한 사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다소 불쾌해지는데, 그 불쾌해지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 그걸 바라보는 '나'(관객) 또한 그러한 '불쾌함'을 자아내는 사람들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는 점에 있다. 관객은 스크린 안에서, 밖에서 수없이 영화 속 엑스트라였다가, 조연이었다가, 마침내는 이 영화에서 도무지 빼놓을 수 없는 주연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아주 수작이다. 기왕이면 큰 스크린에서 보기를 바란다. 내가 스크린의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장황한 곳으로.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우리 사회의 어둠을 한없이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짙은 어둠 너머에 반짝이는 옅은 희망을 엿보고 싶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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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틀린 세계에서 비로소 깨닫는, 사랑
'평행 세계'라는 소재는 잘 먹히는 요즘 영화 치트키 중 하나입니다. 어떠한 선택의 이면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가정은 상상만으로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죠. '이 선택을 한 나와 그 선택을 한 나, 어느 세계의 내가 더 행복할까?', '그 세계의 나는 어떤 삶을 살까?' 여러 생각들이 겹치면서 가슴 속에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두둥실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한 감정의 부유 상태를 즐겁게 누리곤 하는 저는, 평행 세계 소재의 영화를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니 이 영화 역시 객관적으로 바라보긴 어렵겠지요. 두 세계의 너와 나를 다룬 로맨스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2025년 5월 22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My Beloved Stranger
Summary
어느 날, 눈을 뜨자 우리가 사랑한 모든 시간이 사라졌다. 베스트셀러 작가 ‘리쿠’는 8년을 함께한 첫사랑 ‘미나미’와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낯선 세계에서 깨어난다. 잃고 싶지 않은 그녀를 되찾기 위해 시간을 넘어 여기, 다시 시작되는 우리의 평행 세계 로맨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나카지마 켄토, 미레이
익숙함에서 무심함, 다시 소중함으로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 미키 타카히로의 대표작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입니다. 그는 뒤집고 연결하고 확장하고 축소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라는 개념을 주무릅니다. 감히 '세계' 전문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가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에서 택한 방식은 우주에 존재하는 무한한 평행 세계입니다.
대학 시절, 글쟁이로 살며 데뷔를 꿈꾸던 '리쿠'는 현재 잘나가는 인기 소설가로 승승장구 중입니다. 그의 곁에는 오랜 연인에서 이제는 아내가 된 '미나미'가 있죠. 그러던 어느 날, '리쿠'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눈을 뜹니다. 일류 작가였던 자신은 일개 출판사 직원으로 전락하고, '미나미'는 가수로서 대성공을 거두어 스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명성과 사랑을 한 번에 잃어버린 '리쿠'는 자신의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미나미'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간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을 마주하게 되죠.
솔직히 이야기의 틀은 익숙합니다. 설렘은 익숙함에 잠식되고, 익숙함은 곧 무심함으로 변하는 것은 로맨스 스토리에서 흔히 보는 진부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것은 곧 현실의 로맨스이기도 합니다. 미묘한 애정과 뜨거운 열정 뒤에는 언제나 익숙함을 핑계 삼는 무심함과 뒤늦은 후회가 있습니다. '리쿠'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다가, 평행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로맨스를 다루기에 여러 종류의 세계가 존재하는 평행 세계만큼 적합한 배경 요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면'의 가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자신이 어떤 그릇된 선택을 했는지 몸소 깨달을 수 있는 것이 평행 세계로의 차원 이동이니까요.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본래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의 심성을 한순간에 뒤바꾸려면, 세계 하나쯤은 뒤틀려줘야 하겠거니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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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내가 있어"
이 작품의 매력은 꼭 소설처럼 마음에 오래 남는 대사들이었습니다. 일본어라서 정확히 받아적지는 못했지만, "네가 있어서 내가 있어"라든지, "어느 세계에서든 그곳에서 가능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거야" 같은 대사들은 사람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은 작은 소망을 어루만져주는 듯했습니다. 일본 영화에서는 이렇게 직접적이면서도 다정한 대사들이 여전히 유효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작동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뻔하지만 풋풋하고, 그래서 더 따뜻한 사랑 이야기. 일본은 이런 종류의 영화를 참 끈질기게, 꾸준히 잘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소설 같은 대사들과 더불어서 음악도 기억에 남습니다. '미나미' 역을 연기한 가수이자 배우인 미레이의 목소리는 이 영화의 배경과 참 잘 어울렸습니다. 영화의 메인 OST이자 실제로 미레이의 음반으로 발매되기도 한 "I still"은 이야기의 맥락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죠. 영화가 끝나고 곧장 그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다시 들었을 만큼 매력적인 J-POP이었습니다.
연기와 음색 모두 뚜렷한 인상을 남긴 미레이의 다음 행보가 벌써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쿠' 역의 나카지마 켄토와 함께, 영화 속 '창룡전기'의 주인공 같은 행색을 하고 제대로 된 SF물을 하나 찍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 ⊙
어쩌다 들른 서점에서 이 영화의 주제를 고스란히 관통하는 문단을 만나, 인용구로 이 글을 마칩니다.
우리는 언제나 타인의 선의를 놓치고 맙니다. 정확히 말해서 사랑은 그것이 사랑인 이상 발견하지도 눈치 채지도 못하도록 건네집니다. 사랑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처럼 정체를 숨긴 채 우리 곁으로 찾아옵니다. (지카우치 유타,『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One-Liner
세계를 이루는 건 너와 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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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리키에게 "괜찮아요, 리키."
'켄 로치' 감독은 2016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알게된 감독이다. 그때 당시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사회권 속 복지의 모순과 왜곡, 형식주의의 비판을 하는 영화라서 상당히 인상깊은 영화였다. 그리고 <미안해요, 리키> 역시 현대 사회를 꼬집는 또 하나의 영화를 켄 로치는 만들어 냈다. 켄 로치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를 꺼내는 능력도 있지만 어둡고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따뜻한 색을 이용한 촬영으로 대비되어 영화가 흘러간다. 그래서 영화를 볼수록 마음 한 쪽이 더 씁쓸해지고 사회가 미워지게 된다. 이것이 켄 로치의 매력이라 생각한다.#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노동
<미안해요 리키>는 택배 기사 '리키'와 가족간의 이야기로 주로 노동권을 다루고 있다. 사회에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노동을 해야한다. 노동으로 돈을 벌면 다시 사회에 살아갈 수 있고 더 살아나기 위해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살아간다. 하나의 꼬리가 풀렸을 때 그 회로는 위태로워지고 우리는 그 회로에 잠길 수 밖에 없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 잠겨진 사람의 올바른 인권과 노동의 가치를 꼬집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충분히 우리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현실성에 씁쓸한 공감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방안에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
왜 대한민국이 저출산 국가가 되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큰 이유는 맞벌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질과 자본에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칫 물질만능주의로 넘어가려는 사회에 자녀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기 힘든 모습이 매체나 기사를 통해 우리 광경에 더러 보인다. <미안해요 리키>는 각박한 사회에 대한 일면을 꼬집는다. 일과 가족의 충돌을 보여주며 우리가 겪고 있고,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는 선택들을 공감과 생각으로 나누어준다. 그리고 영화가 끝으로 다가서면 물질과 자본에 대한 미움이 든다. 이딴 게 뭐라고 우리는 이렇게 치열하고 각박하게 살아야 하는가. 현재 우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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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욕하지 마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터〉의 정병길 감독은 계속 액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마 〈악녀〉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악녀〉의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구멍이 많고 전형적이라 아쉬웠다는 인상만 남아 있다. 하지만 액션신은 그렇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액션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싶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특히 버스 액션신이 그랬다. 기존 액션의 연장에 있다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액션이었다.
〈악녀〉의 장점과 단점은 〈카터〉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번에도 현란한 액션이 먼저고 스토리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처럼 활용된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낫다. 인간의 공격성을 극대화하는 DMZ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남북이 합작하여 치료제를 만들고자 한다. 그런데 치료제 개발의 중추인 박사와 그의 딸을 북한의 연구소로 옮기고자 하는 남북 합작 작전에 미국이 개입하여 훼방을 놓는다. 여기에 부성애 코드를 장착한, 사연 있는 요원이 작전을 완수하라는 미션을 받고 개입하고, 언젠가부터 북한 정권이 영화에 나올 때 꼭 등장하는 군부 내 쿠데타 세력 또한 등장한다. 익숙한 민족주의 서사지만, 〈악녀〉 스토리의 빈약함을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그래도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악녀〉보다 나을 뿐이다. 서사 자체만 놓고 본다면 〈카터〉는 분명 낙제점이다. 서사의 진부함과 얼개는 말할 것도 없고 개연성 없음의 문제도 사실 꽤 심각하다. 그러나 다시금 말하지만 〈카터〉의 중심은 액션이다. 정병길 감독은 〈악녀〉에서 선보였던 액션을 더 큰 스케일로, 더 실험적으로 연출했다. 규모가 커진 만큼 중간중간 공백이 보이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를 꽉 채운 액션과 이를 원테이크 연출로 담아낸 기법, 게임을 연상케 하는 카메라 워킹 등은 분명 정병길 감독만이 가진 자산이다.
그가 자신의 장점 외에 다른 것들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영화의 전체적 완성도를 높인다면, 그의 스타일이 익숙하지 않다며 영화를 혹평하는 관객*의 마음도 결국 돌아서리라 본다. 지금은 스타일만 언급되고 있지만, 그가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은 〈내가 살인범이다〉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감독이었음을 되새겨보자. 그가 구축한 독창적‧독보적 스타일이 언젠가는 영화의 완성도와 어우러지길 기대하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면죄부가 언제까지나 허용되지는 않을 터다. 다만 아직은 스타일에‘만’ 천착하는 액션 아방가르드 정병길에게 기회를 빼앗을 때가 아니란 소리다. 단점은 너그러이 눈감아주고, 장점에 집중한다면 〈카터〉 감상이 충분히 즐거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네이버 영화' 평점 댓글란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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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크리스마스 영화 추천 '폴링 포 크리스마스'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폴링 포 크리스마스
(2022.11.10, NETFLIX 공개)
감독: 자닌 데미언
출연: 린제이 로한, 코드 오버 스트리트 등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에 보기 딱인 영화가 있어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ㅡ^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폴링 포 크리스마스'인데요. 어디서 많이 본 포스터지 않나요??
저만 해도 넷플 들어가자마자 홈에 자주 뜨더라고요! 폴링 포 크리스마스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케이디, 린제이 로한이 주연이구요. 2022년 11월에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예요
스키 여행 중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 철없는 상속녀 시에라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인데요
정말정말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연말, 특히 크리스마스에 보기 좋은 영화로 강추해요!
크리스마스에 추천하는 이유 또 한 가지! 제목부터 '폴링 포 크리스마스'잖아요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한 영화거든요 ㅎㅎ 빨강 초록 뿜뿜~ 선물 주고받고 뿜뿜~ 한 장면이 많고요.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12월 한 달을 화려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 같아요.
게다가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 징글벨 락 명장면 ㅋㅋㅋ 아시죠? 엔딩 크레딧에도 징글벨 락이 나오고, 영화 초반에도 린제이 로한이 징글벨 락을 부르는데 "나 이 노래 정말 좋아해" 하는데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연출이 굉장히 센스 있단 생각을 했어요
사실 줄거리 자체만 놓고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스토리긴 하잖아요
화려한 삶을 즐기던 재벌이 한순간에 기억을 잃고, 서민 체험을 하며 남주와 사랑에 빠졌다가, 다시 기억을 되찾게 되어도 회개(??)하고 착하게 산다는...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연출과 영상미가 미쳤기 때문이에요...이야기도 뻔하고 영상미도 그닥이고 재미도 없었다면 중간에 하차하고 싶었을 거 같지만... ㅎㅎ 앞서 몇 번이나 강조했듯이 크리스마스 영화로 최고거든요. 저는 무거운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센스 있는 말장난과 화려한 연출이라면 그냥 사랑합니다.
로코퀸 린제이 로한의 컴백! 연말에 보기 좋은 영화 추천 드렸는데요. 넷플릭스에 '폴링 포 크리스마스' 검색하면 시청하실 수 있으니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엔딩 크레딧 나오면서 NG 모음 같이 나와요
전 엔지 모음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ㅎㅎ 행복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 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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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11월 신작
넷플릭스 2022년 11월 신작
썸바디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데이팅 앱을 만들었다
연쇄 살인범이 다음 타깃을 찾는데 앱이 이용되면서
개발자는 로맨스와 살인이 뒤얽힌 어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데...
크리에이터: 정지우, 한지완
출연: 김영광, 강해림, 김용지, 김수연
장르: 범죄, 한국드라마, 스릴러
공개: 11월 18일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화려한 스타들을 전문적으로 서포트하는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매니저들
별난 성격의 사람들을 상대하고 사내 정치를 헤쳐 나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크리에이터: 박호식, 백승룡, 공재원, 박소영, 이찬, 남인영
출연: 이서진, 곽선영, 서현우, 주현영, 심소영, 김국희, 김태오, 황세온, 노상현, 최연규, 신현승, 정혜영
장르: 한국 드라마, 코미디
공개: 11월 08일
코리안 넘버원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이 한국의 방방곡곡을 찾아간다
최고의 장인들에게 전통 노동을 한 수 배워
넘버원 도제가 되기 위해서
감독: 정효민, 김인식
출연: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
장르: 리얼리티
공개: 11월 25일
1899
1899년 이민자들을 싣고 뉴욕으로 향하던 배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마주한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혼란에 빠진 탑승객들
그때 충격적인 수수께기가 한올 풀어지기 시작하는데...
크리에이터: 얀테 프리제, 바란 보 오다어
출연: 에밀리 비첨, 어나이린 바나드, 안드레아스 피치만, 미겔 베르나르도 등
장르: 스릴러, 드라마, 액션
공개: 11월 17일
에놀라 홈즈2
탐정이 된 후 첫 번째 사건을 수임한 에놀라
하지만 실종된 소녀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는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쩌면 오빠 셜록의 도움까지도
감독: 해리 브래드비어
출연: 말리 바비 브라운, 헨리 카빌, 데이브드 슐리스, 헬레나 본햄 카터 등
장르: 미스터리, 시대물, 액션
공개: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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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 도깨비 깃발, 명절용 오락 영화 그이상, 그이하도 아닌 속편!
설 연휴를 앞두고 해적 도깨비 깃발이 개봉했습니다.
2014년에 개봉했던 1편에 이은 속편이죠.
속편이지만 영화 속 시기와 캐릭터는 모두 바뀌었어요.
이번엔 의적과 해적이 만나게 됩니다.
거의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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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아이스라떼극장] 집이 제일 무서워요 '장화홍련'
영화 흥신소 -(아이스)라떼극장 EP.06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공포영화를 보며 무더위를 날려버리자
요양후 집에 내려온 자매에게 이상한 형체가 보이고 새엄마는 자매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문희X 귀신과 싱크대귀신으로 그 시절 평범한 집을 무서운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준 영화 "장화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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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루이스 웨인 :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메인 예고편
모든 동물이 행복해지길 바랐던 엉뚱한 천재 화가 ‘루이스’(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림 말고는 모든 게 서툴렀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삶의 전부,
‘에밀리’(클레어 포이) 그리고 고양이 ‘피터’.
모두를 다정하게 끌어안을 가장 사랑스러운 로맨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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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댓글부대> 티저 예고편
띵-동? [댓글부대] 티저 예고편이(가) 업로드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글, 어디까지 믿으세요???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