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3-12-25 16:51:15
<레벨 문> | 차라리 스타워즈 스핀오프였다면...
넷플릭스 <레벨 문: 파트 1 불의 아이>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변방 행성 벨트의 한 농촌에 마더월드의 군대 임페리움을 이끄는 '노블'(에드 스크레인) 제독이 나타난다. 그는 촌장을 때려죽인 후 다시 돌아올 때까지 군대를 먹일 식량을 준비하라고 협박한 뒤 떠난다. 농촌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르자, 과거 마더월드의 장교였던 자기 신분을 숨긴 채 지내던 '코라'(소피아 부텔라)가 마침내 목소리를 낸다. 어차피 노블 제독이 우리를 모두 죽일 테니, 그전에 그들과 싸울 준비를 하자고.
이에 친구 '군나르'(미힐 하위스만)와 함께 노블 제독에 맞설 전사를 찾아 나선 코라. 그녀는 항구 도시에서 만난 '카이'(찰리 허냄)의 도움을 받아 은하계 각지에 흩어진 숨은 전사들을 발견한다. 노예가 된 왕자 '타라크'(스타즈 네어), 갓을 쓴 검사 '네메시스'(배두나), 임페리움에 반기를 든 전설적인 장군 '타이투스'(자이먼 혼수), 저항군의 리더 '다리안 블러드엑스'(레이 피셔)까지.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나선다. 마더월드의 폭정에 맞서 벨트를 구할 영웅들과 함께.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 <레벨 문>
<스타워즈>. 스페이스 오페라의 고전. 첫 등장 이후 40년이 지나도 인기를 유지 중인 미국의 신화. 사실 <스타워즈> 이야기는 명성에 비해 그다지 참신하지 않다. 좋게 말하면 왕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클리셰로 가득하다. 조지 루카스가 조지프 캠벨의 연구를 차용한 결과물이기 때문. 캠벨은 여러 신화가 공유하는 모티브를 정리했고, 그 내용은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 베이더의 서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신 <스타워즈>는 다른 영역에서 독자적인 매력을 구축했다. 이야기는 평범해도,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관은 특별했다. 다양한 행성과 생명체, 제다이와 시스의 갈등, 현실세계로 역수입된 광선검 결투, 임페리얼급 스타 디스트로이어와 X-윙 같은 전투기, 여러 외피의 드로이드까지. 익숙한 이야기를 따라가면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은하계를 탐험할 수 있는 게 <스타워즈>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는 넷플릭스의 <스타워즈>를 꿈꾼 잭 스나이더 감독 신작 <레벨 문: 파트 1 불의 아이>의 실수이기도 하다. 본래 스나이더가 <스타워즈> 스핀오프로 기획한 <레벨 문>. 이 프로젝트는 디즈니의 루카스필름 인수 후 취소됐고, 넷플릭스에서 되살아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레벨 문>은 더 이상 <스타워즈> 세계관에 속하지 않는데, 여전히 <스타워즈>를 답습한다. 그 결과 <레벨 문>은 <스타워즈>의 강점 대신 약점만 노출하고 말았다.

첫 번째 실수: <스타워즈>의 세계를 답습하다
할리우드의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가 <스타워즈>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스타워즈> 세계관을 부정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인가? 아니면 유사한 세계관 속에서 참신한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가? 가렛 에드워즈의 <크리에이터>는 전자라 할 수 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감독인 그는 스타워즈 세계관의 근간인 '프런티어 정신'과 '오리엔탈리즘'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독자적인 세계관을 그렸다.
<레벨 문>은 후자다. 이름과 외양만 다를 뿐,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이어받았다. 마더월드와 은하 제국은 전 우주를 억압하는 군국주의 권력이다. 왕을 시해하고 권력을 찬탈한 섭정 벨리사리우스는 황제를, 반은 인간이고 반은 사이보그인 노블 제독은 다스 베이더의 변형이다. 그들의 관계도 유사하다. 황제가 다스 베이더를 겁박하고 이용했듯이, 섭정 역시 노블 제독을 장기짝으로 다룬다.
주인공 삼인방인 코라, 군나르, 카이는 루크, 레아, 한 솔로 삼총사를 연상케 한다. 루크와 레아의 성별과 신분을 맞바꾸고, 한 솔로를 더 비열하게 만든 게 전부다. 마더월드에 대항하는 저항군과 은하 제국에 맞서는 반란 연합은 규모도, 위상도, 역할도 유사하다. 일반 함선으로는 맞설 수 없는 함선 '킹스 게이즈'의 존재 역시 <스타워즈> 속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대체재나 다름없다.
문제는 <스타워즈>의 본래 장점도 세계관이라는 것. 달리 말해 <스타워즈>가 40년이 넘도록 쌓아 올린 세계관을 답습한다면, 그 작품은 결코 <스타워즈>로부터 차별화될 수 없다. 실제로 <레벨 문>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스타워즈>와의 비교를 끝끝내 피하지 못한다. 왜 이 영화가 <스타워즈>가 아닌 다른 제목을 달고 제작되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두 번째 실수: 또 다른 고전을 답습하다
그렇다면 <레벨 문>은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스타워즈>의 도식적인 이야기와 확연히 다른, 참신하고 치밀한 이야기로 관객을 매료해야 했다. <레벨 문>은 그러지 못했다. <스타워즈>라는 클래식에 또 다른 고전, <7인의 사무라이>를 더했다. 자연히 <레벨 문>의 러닝타임 148분은 모두가 이미 알고, 예측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로 가득 차 버렸다.
물론 잭 스나이더의 의도는 추측할 수 있다. 그의 연출작은 한 가지 경향성이 있다. '에픽'을 좋아한다는 것. 그는 자기 신념을 관철시키려는 인물의 투쟁을 웅장하고 장엄한 서사시로 그려내는 데 관심이 많다. <300>,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왓치맨>, <저스티스 리그> 모두 마찬가지다. 바로 여기서 <스타워즈>를 배경으로 <7인의 사무라이>를 보여주려 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사실 명작이라는 점과 별개로 <7인의 사무라이>는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니었다. 한 농촌을 배경으로 도적 떼와 사무라이 7명이 싸우는 이야기였다. 잭 스나이더는 이 이야기를 서사시로 바꾸려 한다. 자유의 투사들이 정의롭지 않고 부당한 탄압에 맞서는 우주적 대서사시를 꿈꾼 셈이다. 그래서 그는 스타워즈를 빼닮은 세계관을 더해 도적 떼를 마더월드로, 7인의 사무라이도 마더월드에 복수하려는 영웅들로 바꿨다.
문제는 잭 스나이더의 큰 그림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선악을 딱 잘라 나눈 이분법적인 구도는 이제 소구력이 없다. 당장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도 은하 제국을 퍼스트 오더로, 반란 연합을 저항군로 변형했다가 발전한 게 없다는 비판을 못 피했다. 파시즘, 공산주의 같은 거악과 싸우는 시대가 아닌 상황에서 이분법적 구도는 구시대적이니까. 근래 히어로 영화, 첩보 영화가 괜히 선악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 게 아니다.

세 번째 실수: 허점이 많은 플롯
큰 그림의 매력이 부족한 가운데, <7인의 사무라이>를 차용한 플롯도 안일하다. 벨트의 한 농촌을 구하기 위해 전사를 모으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정작 코라가 조력자를 모으는 과정이 빈약하게 제시된다. 일례로 코라가 무슨 수로 타이투스 장군과 블러드엑스 남매를 찾을 것인지 그 계획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항구 도시 술집에서 타이투스 장군을 아는 사람을 찾아 헤매는 것 이상의 비전을 못 보여준다.
대신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카이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우주선도 카이에게 빌리고, 티라크와 네메시스라는 전사도 카이에게서 추천받고, 벨트로 돌아가는 항로도 카이가 정한다. 즉, 마더 월드의 폭정에 저항하는 투사로서도, 섭정의 양녀이자 엘리트 군인으로서도 코라는 걸맞은 능력을 거의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니 우연의 일치일 뿐이고, 연속성도 부족한 코라의 여정에는 재미가 붙지 않는다.
각 캐릭터의 매력도 못 살렸다.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각 인물을 소개하고 그들이 한 팀이 되는 과정만 잘 보여줘도 <레벨 문>은 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레벨 문>은 그저 캐릭터를 나열할 뿐이다. 그들의 전사, 능력, 심경 변화, 팀에 합류하기로 한 동기 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노블 제독의 입을 빌려 그들의 프로필을 하나하나 읊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코라와 군나르가 그들을 한 명씩 만나는 내용은 그저 다음 시리즈를 위한 발판 같아 보인다.

마지막 실수: 본연의 장점마저 잃었다
물론 잭 스나이더를 위한 변명이 있기는 하다. 그의 장점은 본래 스토리텔링이 아니다. 분량 제한이 없는 스트리밍 환경에서 공개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아미 오브 데드>도 개연성이나 완급 조절 문제를 못 피했을 정도다. 대신 비주얼과 액션 연출은 특출 난 장점이었다. 그가 기획한 DCEU의 비주얼은 만화책을 찢고 나왔다는 평을 받았고, <300>과 <맨 오브 스틸>의 액션은 다른 블록버스터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레벨 문>에서는 잭 스나이더 본연의 장점을 찾기 어렵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스페이스 오페라에 걸맞은 비주얼을 보여주기는 했다. 렌즈 플레어 효과를 적극 활용한 총격씬과 폭발씬은 시선을 사로잡을만하다. 그러나 몇몇 장면에서는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한 티를 숨기지 못했고, 잭 스나이더의 특징인 슬로 모션도 남발돼 몰입도를 저해한다.
또 합을 맞춘 티가 많이 나는 액션씬도 기대 이하다. 코라가 마더월드 군인들과 싸우는 초반부, 네메시스가 광선검 비슷한 검을 든 채 거미 괴물과 맞서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슬로 모션을 남발한 결과 생동감도 살지 않는다. 그나마 타라크가 배누를 길들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지만, 진부함을 피하지는 못했다.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가 히포그리프를, <아바타>에서 제이크가 이크란과 교감하는 장면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스타워즈> 스핀오프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스타워즈>의 일부라면 익숙하거나 진부한 설정도 '<스타워즈>니까'라는 이유로 용인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로그 원>이나 디즈니+ 드라마 <안도르>처럼 호평을 받았을 수도 있다.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 광선검 액션을 반복하는 대신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준 것만은 확실하니까.
애초에 기획과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스타워즈> 자체가 서부극에 근간을 뒀고, 조지 루카스도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흔적이 많기 때문. 그러니 '초심에 가까워진 시리즈' 같은 식의 평가가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스타워즈>가 아니면서 <스타워즈>를 닮으려 애쓰고 있으니, 모두 무의미한 가정일 뿐이다.
종합하면, <레벨 문>은 넷플릭스의 <스타워즈>라는 야심만 있을 뿐, 야심을 실현할 방법론은 볼 수 없는 영화다. 잭 스나이더에게 과제를 잔뜩 안겨준 듯 보이기까지 한다. 언뜻 흥미로워 보이는 아이디어의 스케일만 키우는 대신,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근본적 쇄신이 먼저라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 그래야 잭 스나이더와 넷플릭스가 각각 삼부작으로 계획한 <아미 오브 데드>와 <레벨 문> 시리즈도 안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을 테니.

Dreadful 끔찍한
<스타워즈>를 기대해도, 잭 스나이더를 기대해도 실망스러운 2시간 반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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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야 할 건 mp3가 아니라 자기연민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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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겨울이다. 늘 그렇듯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다. 그 여름밤이 차라리 뜨거웠더라면 구릿빛으로 탄 피부와 사진 몇 장 정도라도 남겠으나, 여름밤 최선을 다해 놀지 않은 이들에게 겨울은 허무와 함께 찾아온다. 내가 올여름에 뭐 했더라.
그렇다. 올여름엔 코로나에 걸렸다. 너도나도 다 걸릴 그때 코로나로 격리하고 나니 처서였다. 여름이 끝났다는 신호. 여름에 실컷 놀지 못해서 이렇게 덥썩 찾아온 겨울이 꼭 날강도 같다.
지금은 2022년이다. 창밖에는 겨울이 오고 있다. 며칠간 이상하리만큼 더웠는데, 소설(小雪)에 접어든 오늘은 어쩐지 쌀쌀하다. 저녁에는 비가 온다고 했다.
<창밖은 겨울>이 상영되는 동안 지금이 2022년인지 2002년인가 싶었다. 레트로 감성이 아니라 지독히도 옛날의 문법인 것이다. <무진기행>에서부터 홍상수로 이어지는 늙은 소년의 성장담. 찌질한 남자의 자기연민.
한때는 영화감독을 꿈꾸었으나 고향 진해로 내려가 버스기사로 일하는 공석우. 버스 운전하고, 동료들과 점심 먹고, 탁구치는 거 구경하고, 퇴근하는 성실하고 밋밋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터미널에서 낡은 mp3 하나를 줍는다. 유실물 보관소 담당 직원 영애는 유실물에 큰 관심이 없다. 잃어버린 첫날에 찾아가지 않으면 결코 주인이 나타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석우는 mp3 주인이 찾아왔는지 연신 유실물 보관소를, 영애가 일하는 매표소를 들락거린다. 잡담도 없고 사담도 없이, 오직 '주인이 나타났는가'에만 관심이 있다.
영애는 그런 석우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마침 유실물 보관소를 직원 휴게소로 전용하느라 유실물들을 비워야 하는 상황. 석우는 mp3를 고치려고 진해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영애는 그런 석우를 따라다닌다.
석우의 주장은 mp3가 잃어버린 물건이므로 주인이 곧 찾으러 올 것, 영애의 주장은 버린 것이니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식처럼 mp3와 전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상기된다. 아침 7시 라디오를 듣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로 헤어짐을 고한 전 여자친구.
예술하는 사람 중 일부의 바이오리듬은 직장인들과 완전히 다르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엉금엉금 작업하다 밤을 꼴딱 새우고, 또 오후쯤이나 일어나 엉금엉금...의 반복. 아침형 인간이 무조건 훌륭할 수 없고, 올빼미형 인간이 게으르다 말할 수 없다. 다만 성향 차이일 뿐이다.
석우의 전 여자친구는 그렇게 떠났다. 그리고 석우도 영화를 그만둔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 전 여자친구는 여전히 영화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영애가 한때는 탁구선수였다는 것. 이러한 사실들은 너무도 가치 없게 지나가버린다.
영애는 발군의 탁구 실력을 보여준다. 석우를 따라다니다 별안간 대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석우도 별안간 복식조로 대회에 나가자고 한다. 영애가 대회에 나가기로 한 건, 중학생 때 아버지를 피해 그만둬버린 탁구에 미련이 남아있는지, 후회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중요한 탁구대회를 석우는 전 여자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때문에 망쳐버린다. 물러터진 인간이여.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따위의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영화감독을 그만둘 때도 석우는 그러했으리라 짐작된다. 전 여자친구의 이별선언에 그렇게 중요했던 꿈을 망쳐버렸을지도. 전 여자친구의 말처럼 아침 7시 라디오를 듣는 직업을 선택하고, 전 여자친구가 잃어버린 듯한(원래는 자기 것이었던) mp3를 주워다 동분서주하고.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눈앞의 탁구대회였는데 말이다.
잃어버린 mp3가 표상하는 석우의 꿈(과 영애의 탁구 살짝), 버린 것이라는 영애의 태도와 잃어버린 것이라는 석우의 태도에서 꿈과 과거에 대한 미련 따위는 가볍게 은유된다.
영화에서 석우는 영화감독 되기에 실패하고 낙향한, 그러나 버스기사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 잃어버려서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mp3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남자다.
전여자친구는 무엇인가. 석우를 자극하는 존재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아를 흔들고 버스기사로 안정적인 삶을 일구는 석우를 흔들어놓고 사라지는 존재. 갑자기 나타난 mp3 같은.
영애는 무엇인가. 갑자기 석우에게 관심을 가지는 자다. 별 맥락도 없이 석우를 졸졸 따라다니고, 같이 탁구를 치자고 하고, 귤을 나눠 먹고, 영애 본인에게 너무나 중요했던 탁구대회를 완전히 조져놓은 석우에게 일언반구 하지 않는 사람.
마지막으로 어머니까지. 석우를 기다려주는 홈 스위트 홈이자 영화와 관련된 짐을 정리할 때 마지막까지 석우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는 자.
모든 여자는 석우를 위해 존재한다. 석우를 좌절시키고, 석우를 위로하고, 석우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력자다. 전 여자친구의 사정, 영애의 사정, 석우 부모의 사정은 딱히 중요하지 않다. 하물며 아버지와의 졸혼을 선언한 어머니마저도 졸혼선언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석우의 잃어버린 사랑과 잃어버린 꿈, 그럼에도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석우를 응원해야 하는 104분이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결국 현실을 선택해야만 했던 우리네 남성들의 회한.
버려야 할 건 잃어버린 mp3가 아니라 예술하는 이의 자기연민이다. 영화를 소개하는 "아주 보통의 청춘들의 자화상"이라든가, "다 괜찮아!" 등의 문구와 자기연민을 어떻게 떼어놓을 수 있을까. 물론 긍정은 좋고 청춘도 너무 좋은 말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좋았던 점이라면 각종 매체에서 극화하는 경상도 사투리를 정말 본토발음으로 구사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나고자란 지역의 말이 매체의 필터를 투과하지 않고 나오는 모습, 꾸며지지 않은 사투리 그 자체를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대충 동향인 분들이 영화를 보며 제법 즐거워하시리라 기대된다.
결말은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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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겨울(When Winter Comes)
감독 : 이상진
출연: 곽민규, 한선화
상영시간: 104분
*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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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2023)
*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2023)
감독: 페이턴 리드
출연: 폴 러드, 에반젤린 릴리, 조나단 메이저스, 캐서린 뉴튼, 마이클 더글라스, 미셸 파이퍼
장르: SF, 액션
상영시간: 124분
개봉일: 2023.02.17
MCU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제외하고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페이즈4를 뒤로 하고, 어느덧 다섯 번째 페이즈에 돌입했다. 그 시작점은 어벤져스 멤버들 중 존재감이나 파워 면에서는 가장 약한 축에 속하지만 내용상의 전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해 왔던 <앤트맨> 시리즈가 이어받았다. <앤트맨>의 세 번째 시리즈인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는 '앤트맨'이라는 타이틀이 가진 인지도나 파급력에 비해서는 꽤나 막중한 임무를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페이즈5를 넘어 페이즈6까지 메인 빌런의 포지션을 소화할 '정복자 캉'의 첫 선을 보이는 무대임과 동시에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까지 굵직한 작품들이 연달아 혹평을 받은 상황에서 페이즈5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앤트맨' 시리즈는 본디 가족영화적인 측면이 강했고, 다른 마블 솔로 무비들과 비교했을 때 광활한 우주 공간을 작중 배경으로 활용한다거나 강력한 히어로나 빌런들이 등장하는 스토리와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캐릭터들의 상황과 세계관의 흐름이 급변했고, 멀티버스의 개념이 도입된 이상 '앤트맨'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끌고 나갈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는 배경을 현실이 아닌 양자영역으로 옮겼고, 스토리의 95% 이상을 할애하였기 때문에 '앤트맨'만의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맛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MCU 작품에 제대로 등장한 건 처음인 양자영역이 문명과 생명체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그려져 신비로운 영상미와 독특한 외형의 캐릭터들로 시선을 끌었고, 비주얼 면에서도 스케일이 커지고 훨씬 화려해졌다. 하지만, 표현만 '양자영역'을 빌려 왔을 뿐 마블이 상상력을 통해 구현한 이 시공간은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등장할 법한 또다른 행성 정도로 비춰져서 시각 효과나 미술이 참신하고 압도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세기말 미국 가족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답답하게 구는 인물들,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초인적인 힘도 발휘할 수 있다는 끈끈한 가족애, 위기의 순간마다 구원해줄 누군가가 등장한다는 극적인 전개까지. 전형적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의 스토리이고,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양자영역을 비롯한 과학 용어들이나 뒤죽박죽이 된 시간 개념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제아무리 MCU의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할지라도 본작을 받아들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역시 '앤트맨'이 주인공이 되어 그의 서사를 주도적으로 풀어낸다기 보다는 새로운 빌런 '정복자 캉'의 데뷔전이라는 명목에 무게중심이 실리면서 마블은 또 한 번 페이즈4의 문제점을 답습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MCU 작품들이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이유 중 하나는 각 시리즈마다 주인공이 이끄는 굵직하고 독립적인 서사가 존재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히어로나 빌런, 혹은 배경이나 세계관의 설정을 투입시키는데 인기 있는 히어로를 이용하는 모양새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앤트맨' 역시 이러한 흐름을 피할 수 없었는데, 갑자기 양자영역으로 빨려들어가게 된 '앤트맨'의 가족들이 '정복자 캉'에 대항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앤트맨'의 서사보다는 빌런을 소개하는데 좀 더 비중을 둔 결과물이 탄생했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은 인물은 '와스프(에반젤린 릴리)'인데, 과거 감독은 '와스프'는 '앤트맨'의 사이드킥으로서 존재하는 캐릭터가 결코 아니며 '앤트맨' 시리즈는 '앤트맨'과 '와스프'가 공동 주역이 되어 함께 이끌어가는 작품이라 언급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타이틀에 이름이 들어간 주연이라는 게 무색하게 '와스프'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심지어 '정복자 캉'과의 악연을 가진 '재닛 밴 다인(미셸 파이퍼)'과 비교하더라도 분량과 임팩트 면에서 모두 부진했다. 딸 '케이트'를 향한 '스콧 랭(폴 러드)'의 부성애가 강력한 주제의식으로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와스프'에게는 존재감을 발휘할 만한 신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실상 작품의 진주인공 포지션을 차지해버린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저스)'은 제역할을 다했을까. MCU는 본작에 '정복자 캉'이 등장할 것을 예고하면서 누구보다 위험하고, 강력한 빌런임을 암시했다. 이는 예비 관객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장치이기도 했지만, 어벤져스 내에서도 약자로 그려졌던 '앤트맨'이 그 대단한 빌런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긴다는 점에서 일종의 모순 같은 마케팅이었다. 애초에 다른 어벤져스 동료들도 없는 상황에 있는 '앤트맨'이 수많은 시공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어벤져스를 죽였다는 '정복자 캉'에 단독으로 대항한다는 것은 힘의 균형이 맞지 않은 싸움일테니.
'정복자 캉'의 카리스마나 위압감은 '조나단 메이저스'의 연기력으로 어느 정도 충족이 되었지만, 관객을 설득시킬만한 위력이나 무시무시함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특히 개미 군단과 'M.O.D.O.K'에 의해 리타이어 되는 결말은 그의 초라함만 부각시킬 뿐이다. 물론 그가 가진 위험적 요소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재닛'으로 인해 양자영역 탈출에 실패한 그가 몇 년만에 문명을 건설하고 잔혹한 통치자가 되어 군림하고 있었다는 것은 고작 한 사람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방증하는 장치들이다. 이는 스토리를 세세하게 짚어봐야 체감이 되는 부분이고, 기본적으로 전투신이나 지략적인 측면이 캐릭터들이 가진 힘의 크기를 가르는 통상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에 '정복자 캉'을 허술하게 연출했다는 비판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유머 타율도 빈약했고, 화려한 영상미도 이전 마블 시리즈들을 압도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정복자 캉'의 묘사나 '앤트맨'과 그 가족의 서사 모두 특색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 역시 페이즈4부터 지속되었던 혹평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앤트맨' 시리즈만의 가족적인 메시지를 꾸준히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관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와중에도 최대한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이기는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쿠키 영상을 통해 엄청난 떡밥을 투척하여 기대감을 높임으로써 골수팬들의 마음을 잡는데는 일부 성공했다고 본다. (두 번째 쿠키영상이 가장 재밌었다.)
두 번째 쿠키영상과 달리 첫 번째 쿠키영상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복자 캉'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이기는 했지만, 앞으로 그들로 인해 벌어질 사건들과 복잡할대로 복잡해진 이야기의 향방을 생각하면 머리가 절로 띵해진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한 수많은 '캉'들의 존재는...이제는 징그럽게 느껴질 정도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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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주 차 최신 씨네뉴스
7월 1주 차 최신 영화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토퍼 놀란 신작 ‘오디세이’ 합류🎬
샤를리즈 테론이 한 행사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에 ‘키르게’ 역으로 합류한 것에 대해
“무척 부담되고 긴장된다”고 털어놨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엄청난 캐스팅까지..!
캐스팅 찾아보면서도 믿을수가 없었네요 🔥
맷 데이먼 - 오디세우스
톰 홀랜드 - 텔레마코스
젠데이야 - 아테나
로버트 패틴슨 - 헤르메스
샤를리즈 테론 - 키르게
루피타 뇽오 - 클리타임네스트라
베니사프디 - 아가멤논
지금까지 캐스팅은 이렇게 공개되었구요
이 밖에도 배우 존 번탈, 미아 고스도 합류했다고 합니다.
🗞️
❶ 애플스튜디오, F1: 더 무비 흥행 성공으로 후속작 논의 중
❷ 배트맨: 파트2 각본 완성, 2027년 10월 1일 개봉 예정
❸ 폴 워커, 분노의 질주 마지막 시리즈 장식…2027년 4월 개봉
❹ 샤를리즈 테론, 놀란의 ‘오디세이’ 합류, "무척 부담되고 긴장된다"
❺ CGV, 서비스 리뉴얼로 7월 14일 전국 상영관 임시 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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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덤 프로젝트 / The Adam Project, 2022
갑작스러운 "라이언 레이놀즈"의 휴식 선언은 놀라우면서도, 한 편으로 납득이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에도 <킬러의 보디가드 2>와 <프리 가이>, 그리고 <레드 노티스>까지 3편의 영화와 <크루즈 패밀리: 뉴에이지>의 더빙까지 했으니까요. (이 중 <프리 가이>와 <레드 노티스>는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다)
근데, 이런 발언과 달리 그는 여전히 작업 중이었나 봅니다.
<데드풀 3>의 작업 중에도 이번 3월 11일에 "넷플릭스"에 공개한 <애덤 프로젝트>는 <프리 가이>의 "숀 레비"감독과 함께한 2번째 작품인데요.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 <애덤 프로젝트>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2050년,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조종사는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을 치는데요.
그리고, 2022년 학교에서 한 아이는 얻어맞고 정학을 당하고는 집에 홀로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집 앞에 있는 숲에서 아까 그 피를 흘리는 조종사가 아이의 눈앞에 나타나는데요.
당황도 잠시, 조종사는 익숙한 듯이 집안을 찾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와 조종사 모두 "애덤"이기 때문인데...'또드풀'이 나선다!
1. 다른 메뉴도 잘하는 분께서...
앞서 말했듯이 남들은 1년에 1편 개봉하기도 어려운데도 "코로나19"에 그것도 <킬러의 보디가드 2>와 <프리 가이>, <레드 노티스>, 그리고 <크루즈 패밀리: 뉴에이지>의 더빙까지 더 바쁘게 보낸 "라이언 레이놀즈"입니다.
근데, 이런 바쁜 활동과 다르게 관객들이 그에게 느껴는 피로도는 분명히 존재하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나왔던 영화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은 캐릭터들인데, 사실 이런 문제점은 <데드풀2016>이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바입니다.이제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로 읽힌다.
물론, 하나같이 다른 제목들과 다른 내용인데도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유사함은 지울 수가 없는데요. (하다못해 "피카츄"마저 "데드풀"로 만들었으니...)
이런 이유에는 조심스레, 연기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팬들이 있겠지만 사실 그는 연기를 꽤 하는 배우입니다.
잘생긴 얼굴에 맞게 "로맨틱 코미디"도 잘하나, <베리드2010>만봐도 그의 연기력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실 겁니다. (그래서, 살짝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2. 어딜 가도, 데드풀이구나!
그럼에도, <애덤 프로젝트>를 기대한 이유에는 이를 연출한 감독이 <프리 가이>의 "숀 레비"감독이기 때문입니다.
<데드풀>과 <킬러의 보디가드>를 제외하고는 성공적이었던 결과물임을 생각하면, 이들의 <애덤 프로젝트>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결과부터 말하면 익숙한 "데드풀(?)"이 나온 오락 영화이었습니다.다양한 '데드풀(?)'들이?
앞서 말했듯이 영화 <애덤 프로젝트>는 2050년과 2022년의 "애덤"이 사로 과거에서 만나 미래를 구하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여기서, 보이는 "라이언 레이놀즈"는 여전히 "데드풀(?)"인데 재밌는 건 이를 연기한 아역배우의 연기입니다.
극 중 똑같은 "애덤"이기에 똑같은 모습은 곧 똑같은 연기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 점에서 그를 연기한 '알렉스 말라리 주니어'의 연기력은 '추후 어떤 영화에 나올지?'를 충분히 기대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마크 러팔로"가 아빠이니까, 피는 못 속이겠죠)3. 그래도, 아는 맛은 포기 못하지!
무엇보다 <애덤 프로젝트>는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입니다.
여기에 이야기를 점점 듣다 보면, "가족"과 연관된 작품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극 중 아빠를 잃은 "애덤"을 시작으로 아내를 잃은 "애덤", 남편을 잃은 "아내", 그리고 일이 바빠서 가족을 잊은 "아빠"까지 이 모든 결핍들을 "시간 여행"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소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생각 외로 흥미진진합니다.복잡함은 잠시, 미뤄두고...
흔히, 작품에서 "시간 여행"을 사용하면 번복하지 말아야 하는 규칙들로 극의 긴장감을 불러 모으지만 어려움을 호소하게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애덤 프로젝트>는 어려움은 미뤄둔 채,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극 중 22년의 "애덤"이 50년의 "애덤"에게 "멀티버스"의 개념을 말하지만, "영화를 너무 봤구나"로 정리하는데요.
이외에도 "스타워즈"의 "광선검"을 연상시키는 "자기봉", <터미네이터> 등의 언급은 "데드풀(?)'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머까지 가벼이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결국, "숀 레비"는 <데드풀 3>의 감독으로 결정되었다.
: 재밌는 건 <프리 가이>를 "디즈니"가 만들어둔 <데드풀 3>의 가이드라인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그럴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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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남긴 어떤 것
올해 봄에 팀 마샬의 <지리의 힘> (원제: Prisoners of Geography)을 읽었다. 책 내용을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영어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리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동의하는 주장이라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난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대해 다루는 부분에서는 특히 유럽인들이 억지로 그어버린 직선의 국경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아프리카는 영국과 프랑스가, 중남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일말의 존중도 없이 통치 편리성만 중시하면서 멋대로 국가의 경계를 만들어버렸다. 둘 중에서도 아프리카는 더 심각한 편이라 아프리카 고유의 기후에 직선의 국경선에 의한 분쟁이 더해져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중에 하나로 남아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언제쯤 개선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프리카 지도 출처: maps.com
이런 아프리카의 가나 아크라와 케냐의 나이로비가 내 첫 출장지였다.
(Borading Pass와 Kenya Airways)
친구들은 위험한 것 아니냐며 걱정했지만 나는 철없이 가보지 못한 대륙, 아프리카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것에만 설레 들떠있었다. 입사 약 1년 만에 떠난 첫 출장, 그리고 안전을 고려해 묵게 될 비싼 5성급 호텔, 아프리카 내에서 이동할 때만 탈 수 있다는 비즈니스석. 철없는 신입 직원을 설레게 할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 부끄럽지만 ‘일은 선배가 많이 하겠지’라는 무책임한 생각과 함께. 그리고 중남미 배낭여행하면서 워낙 열악한 환경은 많이 접해봤으니 딱히 걱정이 되거나 두려울만한 것도 없었다.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의 대표 도시이다. 심지어 유엔본부가 있는 이 도시는 아프리카에 대해 가질만한 나의 선입견을 다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사무소 소장님께서 좋은 식당, 비싼 카페에 데려가 주신 것을 안다.
(같은 도시라는 게 믿기지 않는 상반된 풍경)
출장 마지막 날, 사무소 소장님께서는 출장 소감을 물으셨다.
“이주임, 아프리카 와보니까 어때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발전하기도 했고 훨씬 좋은데요?”
“사실 이주임이 호텔이랑 사무실만 왔다 갔다 했는데, 사무실이나 호텔이나 다 여기서 제일 동네에 있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뭐라 반박할 만한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정말 일부분의 모습만 보고 좋다고 말해버렸다.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매우 낯 뜨거워지는 대답이다. 할리우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도 내게는 낯 뜨거워지는 대답이다. 영화는 커피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서 덴마크에서 온 카렌과 그곳에서 만난 데니스와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다. 케냐에서 현지 촬영을 했다는 이 영화는 드넓은 아프리카의 초원을 보여주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준다. 흥행에도 성공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의 상까지 탔다.
그런데 이게 이 영화의 전부일까? 커피 농장은 거기 원래 살던 사람들이 경영해야 맞을 텐데, 왜 덴마크인이 여기까지 와서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커피 농장을 운영한 걸까? 러브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져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유럽인들의 제국주의, 케냐 침략을 미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전역이 엄청 찌듯이 더울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나이로비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날씨가 한국보다도 훨씬 좋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중에서 특히 케냐에 많이 몰려왔던 데에는 이 기후도 한몫했을 듯하다. 영화 원작 소설의 작가이자 실제 주인공인 카렌의 농장이 위치했던 지역도 케냐에서 가장 서늘하고 커피 농사에 좋았다고 한다. 덕분에 이 곳에서 살던 원주인들은 유럽인들에 쫓겨나 다른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카렌이 케냐를 떠나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면서 영화가 끝나기 때문에 제목을 Out of Africa라고 지은 걸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제목처럼 유럽인들은 결국 아프리카에서 떠나야(Out)했다. 삶의 터전을 뺏긴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독립을 위해 투쟁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케냐와 아프리카에 무엇을 남기고 갔을까. 아프리카에서 내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서로 다른 부족을 인위적인 국경선으로 하나의 국가로 묶어놨기 때문인데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 이런 상흔만을 남기고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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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②] 마루 밑 아리에티 (The Borrowers, 2010)
- 지브리 정주행 특집 두 번째 영화-
"넌 내 심장의 일부야.
잊지 않을게, 영원히..."
마루 밑 아리에티, 2010
우리 집 어딘가에 나도 모르는 소인이 살고 있다면?
심장이 아픈 인간 소년과 소인족 소녀의 운명적인 만남!
<귀를 기울이면>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SYNOPSIS
심장이 아픈 소년 쇼우는 수술을 앞두고 엄마가 어릴 때 지냈던 조용하고 한가로운 시골집에 머물기 위해 내려온다.
그 집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바로 마루 밑에 인간의 물건을 몰래 빌려쓰며 살아가는 소인족 가족이 있다는 것!
어느 날, 소인족 소녀 아리에티는 아버지를 따라 난생 처음으로 인간의 생필품들을 빌리던 도중 밤 잠 이루지 못한 쇼우와 눈이 마주친다.
인간에게 들키면 위험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아리에티는 없었던 일인 척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려 하지만,
그 마음을 모르는 쇼우는 아리에티에게 전날 흘린 각설탕과 함께 몰래 쪽지를 건네주고 계속해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쇼우의 집에 같이 사는 가정부가 소인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아리에티의 엄마를 찾아내 유리병에 가둬두게 되고
아리에티는 엄마를 찾고 이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유일한 인간인 쇼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REVIEW
1. 소인들의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생활들
쿠키와 각설탕은 빻아서 밀가루와 설탕으로 쓰고, 작은 집게는 머리끈으로, 옷 시침핀은 호신용 무기로 쓰고!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일상의 모든 물건들이 소인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고 또 어떤 도구로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재밌고 사랑스러웠다.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많이 느껴졌다.
우리가 평소에 잃어버린 물건을 소인들이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네이버 평점을 읽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면서 흐뭇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어른이 되어서 발견한 너무나 아름다운 동화라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센과 치히로 다음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지브리 작품이었다.
(미안 하울.....)작품을 보기 전에 어렴풋이 어떤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서 한번 놀랐고, 다 보고 나니 이런 작품이 왜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았을까??에 또 한번 놀랐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제발 한번 꼭 보시길! 내용도 좋고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풍경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2. "빌린다"는 표현
이 작품은 소인들이 인간의 물건을 가져와 쓰는 것을 "빌린다"고 표현한다.
처음에는 그 표현을 듣고 뭐지? 싶었는데 생각할 수록 너무 귀여운데다가 조금은 짠하기까지 했다.
사실은 허락 없이 가져오는 거라 빌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소인들의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영국 작가 메리 노튼의 <마루 밑 바로우어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빌린다는 표현이 이 작품에서는 꽤 중요한 의미인 것 같다. 참 여러모로 정성이 많이 담긴 작품이다.
3. 잃어버린 물건, 각설탕
아리에티가 전날 밤 쇼우에게 들켜 떨어트리고 온 각설탕을 돌려주러 온 쇼우.
너에게 소중한 물건인 것 같으니 가져가, 라는 뜻과 동시에 아리에티가 그토록 모른 척 하고 싶었던 '인간의 눈에 띄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비록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말 한마디 없었지만, 비 오는 날! 쪽지를 적어! 그 위에 각설탕을 예쁘게 놓고 간! 이 모든 것들이 정말이지 너무너무 설렜던 명장면.... 이 작품이 하울을 제치고 어떻게 내 마음속 2위에 올랐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이 장면을 보여줄 것 같다...!
(p.s. 자매품 꽃송이도 있어요.. 이 스윗한 사람...)
4. 쇼우의 세계
심장이 아픈, 병약미 넘치는 미소년 쇼우.
나는 쇼우의 세계가 궁금했다.
극 중에서 쇼우는 심장이 약해 크게 놀라면 안되기 때문에 조용한 곳으로 온 거라고 하지만, 사실 쇼우는 그 어떤 일에도 왠만큼 놀라지 않는 덤덤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인족인 아리에티와 눈이 마주쳤을 때에도 놀라지 않고, 아리에티를 위해서 방충망에 머리가 끼인 까마귀를 내쫓는다거나, 아무 도움 없이 지붕 위를 걸을 정도로 대담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알고 보면 조금 슬프다.
극 중 쇼우는 아리에티에게 '너희 종족은 곧 멸망할거야'라는 모진 말을 하는데,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아리에티의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허락을 구할 정도로 심성이 착한 쇼우에게서 들을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게 상처가 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아주 담담하고 평온한 어투로 얘기한다. 아리에티는 그 말을 듣곤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쇼우는 곧 '미안해. 사라지고 있는 건 너희가 아니라 나야.'라는 말을 한다.
즉, 쇼우는 자신이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죽음을 눈 앞에 둔 소년이 바라보는 세계는 그러했던 거다.
어느 것 하나 크게 놀랄 것이 없으며 그저 죽기 전 만난 새로운 인연을 조금 더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세계. 저 한 외로운 소년이 죽음과 멸망에 대해 그토록 담담하게 얘기하기까지 얼마나 혼자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또 고민했을까. 어쩌면 아리에티의 "우린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라는 스스로를 지키려던 말 한마디가 되려 쇼우에겐 가장 필요한 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5. Arrietty's Song
이 작품이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과는 (아마도) 별개로 ost가 너무나 명곡이다. 듣고 있으면 약간 '첨밀밀'같은 중국풍 느낌도 나는데, 또 듣고 싶어서 유튜브에 검색하니 작품이 그닥 유명하진 않아서인지 커버곡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 원곡보다 더 많이 들을 정도로 정말정말 잘 부르신 유튜버분이 있어 가져와봤다. 아리에티가 부르는 노래지만, 쇼우의 관점으로 봐도 해석이 되는 가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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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직한 후보2> 티저 예고편
거짓말 못하는 ‘진실의 주둥이’ 컴백! 이번엔 2명?!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정직하면 할수록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앞에 다시 뻥쟁이로 돌아간 그 순간, ‘주상숙’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진실의 주둥이’! 이번엔 ‘주상숙’의 비서실장 ‘박희철’까지 주둥이가 쌍으로 털리게 되는데... 재미도 2배! 웃음도 2배! 주둥이 대폭발 코미디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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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만도> 메인 예고편
작전 중 사고로 민간인을 쏜
마약단속국의 특수요원 ‘제임스’는 PTSD에 시달린다.
그런 그의 집에 특수부대 출신의 범죄자
‘조니’ 일당이 몰래 숨겨놓은 돈을 찾기 위해 찾아온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제임스’와 아내는 집을 비우고,
남은 두 딸이 그들의 인질이 되어버린다.
모두가 위험에 빠진 순간, ‘제임스’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총을 장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