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2-13 15:43:07
인디와이어 선정 2023 최고의 영화 40선
인디와이어 선정 2023 최고의 영화 40선
[인디와이어]는 영화 비평과 영화 산업 관련 소식을 전하는 웹사이트로 매년 그 한해의 최고의 영화를 발표하는데요. 2023년도의 영화리스트 같이 알아볼까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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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그들의 손에서 내일이 태어난다
- Summary‘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인 조산사가 되기 위한 5년간의 교육을 마친 루이즈와 소피아. 두 사람은 마침내 모성, 때때로 죽음까지 다루는 조산사의 현장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들은 과연 이런 폭풍 같은 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까?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Cast감독: 레아 페네르출연: 카디자 쿠야테, 엘로이즈 장조, 미리엠 아케디우 외낯선 세계와의 조우는 언제나 신비롭습니다. 고귀한 탄생의 순간도 신비하기로는 못지않죠. 그럼, 출산을 돕는 조산사들의 삶을 담은 영화는 얼마나 신비로울까요? 레아 페네르 감독은 첫 아이를 낳을 때 곁에서 출산의 고통과 탄생의 기쁨을 제 일처럼 함께해 준 조산사들에게 깊은 감명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산사의 세계를 조명한 영화 <조산사들>을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만났습니다.⊙ ⊙ ⊙<조산사들>은 신입 조산사 '루이즈'와 '소피아'의 이야기입니다. 바쁨에 형체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분만실은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분만실에 들어오는 산모들은 족족 '응급'. 조산사들은 화장실에 가거나 식사할 틈도 없이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니며 산모와 곧 태어날 아기를 보살핍니다.조산사들은 산모에게 방을 배정하고, 진통을 완화하는 마취 주사를 놓고, 고통을 줄여주는 호흡법을 안내하고, 원활한 출산을 유도하고, 활력 징후가 보이지 않는 위급 상황의 아기를 긴급하게 조치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생과 사, 고통과 기쁨의 한가운데서 세상 밖으로 나온 내일의 생명을 맞이하는 것이 바로 조산사들의 소명이죠.바쁘고 번잡스러운 와중에도 그들은 산모와 가족에게 따뜻한 안심의 말을 건네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선배 조산사 '베네딕트'는 신입 조산사 '루이즈'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우리는 안심을 줘야 해."⊙ ⊙ ⊙<조산사들>은 러닝타임의 상당 시간을 업의 현장을 묘사하는 데 할애합니다. 극영화인데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자 노력하죠. 출산을 앞둔 산모의 동의를 얻어 진짜 아기를 출산하는 장면도 여럿 담아냈습니다. 실제 출산의 현장을 포착한 덕분에 산모의 고통, 탄생의 전율, 모성의 분출, 조산사의 직업의식이 관객에게 더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죠.이렇게 사실적인데,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의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때로는 픽션이 다큐멘터리보다 더 강력한 진정성을 전달할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실제 현실을 반영하고, 이야기 속 인물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 군상의 일면을 극대화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좋은 이야기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현실을 더 효과적으로 알립니다.이 작품 역시 그러한 면에서 좋은 이야기입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산모와 아기를 죽일 뻔한 이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소피아'. 종종 실수를 저지르는 신입 조산사지만, 산모와 아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루이즈'. 산모와 아기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조산사의 업무 현실에 회의를 느끼는 '베네딕트'. <조산사들>의 인물들은 조산사 한 명당 세 명꼴로 산모를 맡는 높은 업무 강도를 버텨내야 하는 고된 현실, 그런 상황에서도 산모와 아기를 누구보다 배려하는 조산사의 투철한 직업 정신을 효과적으로 투영합니다. 픽션의 형식을 빌려 출산의 현장에서 살아가고 버티고 나아가는 조산사들의 삶을 조금 더 세밀하게 그려낸 것이죠.⊙ ⊙ ⊙극중 조산사들은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서 출산에 전문성을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낳기에 조산사의 존재 자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조산사는 있습니다. 다만, 간호사와 그 역할이 혼재되고, 나날이 떨어지는 출생률로 인해 그 수가 매우 적을 뿐이죠. 2023년에 조산사가 된 사람은 고작 8명에 그쳤다고 합니다.영화의 내용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지만, 견주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아청소년과의 폐과입니다. 조산사가 생명의 탄생이라는 거룩한 순간에 함께하는 것에 행복과 기쁨을 느끼며 그 밖의 힘듦을 이겨내듯이, 저출생 경향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의료진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하나로 그 길을 걸었을 겁니다. 그러나 소명 의식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낮은 수가,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곪아 터지면서 결국 폐과의 길에 들어서고 말았죠.<조산사들>은 산모 한 명을 더 제대로 보기 위해 시위에 나서는 조산사들의 모습으로 끝맺습니다. 조산사들은 "환자를 제대로 대하게 해줘!"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서죠. 이런 모습에서는 자긍심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업무 환경의 고충을 호소하는 우리나라 교사들의 모습이 엇비쳐 보이기도 합니다.⊙ ⊙ ⊙낮은 출생률이 지속되는 국가에서 감히 조산사, 산부인과 의료진,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일 겁니다. 영화 <조산사들>을 내일의 세상을 위해 애쓰는 직업인들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Schedule in SIWFF2023.08.27(일)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1관 13:002023.08.29(화)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14:30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 08월 24일 -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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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시 그 외는 없는, <스텔라>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스텔라(Stella. A Life)., 2024
감독: 킬리안 리드호프
명시 그 외는 없는, <스텔라>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아름다운 별빛을 품은 금발의 미녀, 스텔라는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재능 있는 재즈 가수다. 미국에서 원 없이 노래하며 살고 싶은 열망은 그녀와 함께하는 밴드 친구들도 품고 있는 소망이기에, 이들은 자발적으로 현실을 등진 채 연습에 몰두한다. 고대하던 공연 당일, 스텔라는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다. 관중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밴드와 스텔라는 할리우드로 향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음을 자축한다. 이제 남은 건 미국으로 향하는 레드카펫뿐. 그러나 이들을 호위하던 재즈가 뚝 끊기고 고막을 찢는 공장 소음이 울려 퍼지면서, 화려한 드레스가 아닌 잔뜩 더럽혀진 노동자 옷을 입고 강제 노역 중인 스텔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그녀는 재즈 가수이기 이전에 1940년 독일, 나치 정부하에 살고 있는 유대인이었고, 밴드와 스텔라가 등진 현실은 제힘은 물론이고 모두의 힘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유대인이기에 공포뿐인 세상이었다.
그러나 스텔라는 어둠 속에서도 자기 빛을 뿜어내는 걸 멈추지 않는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으로 게토에 있는 군수공장에 끌려가 유대인 배지를 달고 온종일 기계 부품을 만들며 언제 죽을지 모를 현실을 받아들인 동포들과 달랐다. 밤이 찾아오면 배지 대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거리로 나갔고, 유대인처럼 보이지 않는 금발과 푸른 눈은 그녀를 더 과감하게 만들었다. 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이 아닌, 독일 시민 '같은' 외형(가면)은 스텔라에게 미국 진출 실패에 대한 보상이 될 순 없었지만, 지옥 속에서 그녀가 그녀답게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수단은 곧 그녀만이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됐고 공장 책임자에게도 영향을 줬다. 도망치라는 책임자의 신호 덕에 스텔라와 그녀의 부모는 수용소로 잡혀갈 뻔한 위기를 넘긴다.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스텔라는 더 과감해진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신분증 위조 브로커(롤프)의 연인이 되어 그와 함께 일한다. 그들은 독일 시민인 척 거리를 쏘다니며 동포에게 돈을 뜯어낸다. 제삼자였던 동포의 경계는 점차 그녀의 가장 친한 밴드 친구들에게까지 확장되고, 스텔라는 절친에게도 목숨을 담보로 돈을 갈취하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텔라는 불편한 마음을 외면하기로 한다. 본인이 느끼는 고통과 별개로 나치는 여전히 유대인을 색출했고, 그녀에겐 안전한 은신처와 생계를 위한 돈이 필요했으니까. 언제 빼앗길지 모를 자유를 향한 욕망도 분명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지. 하지만 스텔라는 알지 못했다. 그 결정이 훗날 자기 삶은 물론 인간상까지 송두리째 무너트릴 계기가 될 거란 사실을 말이다.
스텔라는 밴드 친구의 고발로 게슈타포(나치의 비밀 국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반쪽짜리 자유마저 완전히 빼앗긴다. 갖은 고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수용소 수감을 피하고자 나치의 비밀 요원이 되기로 맹세한다. 비밀 요원 일은 딱 하나, 유대인 색출. 그동안 해왔던 브로커 일과 차원이 달랐다. 신분증 위조보다 더 예리하고 대담해야 했으며 재즈를 부르며 자아를 팽창하듯, 인간의 극한 이기심을 폭발시켜야 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기에 어떠한 감정도 비밀 요원 일에 방해 돼선 안 됐다. 그로 인해 받는 정신적 압박과 심리적 불안 역시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불편한 마음’과 똑같았다. 브로커와 비밀 요원은 스텔라에게 행위만 다를 뿐 사실상 생존이란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일치된 생존 방식으로 정립됐다. 이전보다 더 냉혹해져야 했다. 유대인을 잡는 유대인은 스텔라 말고도 넘쳐났으니까. 업무 성과 미달로 수용소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반드시 다른 요원보다 더 많은 동포를 고발해야 했다. 물론 다른 요원보다 더 많은 유대인을 색출했다고 해서,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낄 필요 없는 독일인이 될 순 없었다.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은 레드카펫도 자유도 아닌 '길이 하나뿐인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장으로 변했고, 그렇게 스텔라는 동포를 잡는 동포가 아닌 ‘독재 국가를 위한’ 요원이 됐다. 매혹적인 금발과 푸른 눈이 만든 무기는 그 쓸모를 잃었으며, 마음 한쪽에 자리했던 죄책감과 죄의식은 본인이 처한 비극에 더 철저히 가려졌다.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스텔라에게 남은 건 스스로 만든, 무자비한 본인뿐이었다. 금발의 배신자는 친구들은 물론 얼굴만 아는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고발해 적게는 600명, 많게는 3,000명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다. 그 덕에 강제수용소로 끝까지 끌려가지 않았지만, 종전 후 체포돼 전범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 그러나 이미 이전 재판에서 선고받은 형기(10년)를 마쳤다는 이유로 처벌 없이 풀려난다. 재판 내내 부모님 역시 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했다며 본인 역시 피해자임을 주장했던 스텔라였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작은 거울에 한 할머니가 비친다. 여전한 금발 머리와 푸른 눈 그리고 빨간 립스틱, 스텔라다. 악착같이 얻고자 했던 삶이 주는 압도적인 평온이 계속될 듯했는데, 돌연 스텔라가 창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쿵 소리도, 사람들의 비명도, 그 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 속에서 <스텔라> 끝난다.
<스텔라>는 실존 인물 '스텔라 골드쉬라크'의 일생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은 처음부터 스텔라의 일대기를 꼼꼼히 살펴, 이를 영화에 조금의 덧붙임 없이 담았다. 나치, 홀로코스트란 배경(환경)보다 그 안에 속한 인간, 스텔라(개인)에게 관객이 집중하길 바랐다. 따라서 그녀의 생과 사를 작품 안에 거짓 없이 담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스텔라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이야기 전개에서 스텔라가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은 철저히 '개인'의 내면으로만, 즉 안으로만 파고들었다. 밖으로 빠져나와 제삼자에게 감정이 전이시키는 과정은 없었다. 중요한 건 스텔라의 행위에서 파생되는 결과였지, 그 안에 소용돌이치는 '나'만의 감정 태풍 따위가 아니었다. 영화는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하루살이처럼 살았던 스텔라의 무수한 하루를 단순 기록했다. 사건 나열이 아닌 개인의 연속된 선택과 결과로 가중되는, 그다음의 선택과 결과에 무게를 뒀다. 스텔라 골드쉬라크가 해체되면 될수록 그녀의 개인사는 모두를 향한 이야기로 변형됐고, 이는 개인을 통해 전체와 역사를 바라보게 되는 길이 됐다. 영화는 스텔라란 인물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목도하는 일이야말로 끝나지 않는 비극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는 첫걸음이란 사실을 한 번 더 강조하면서, 끝에 다다라서는 최종 판단과 결정을 관객에게 넘기며 제 몫을 다 했다.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1980년 광주에서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된 '영호'(이창동, <박하사탕>(1999))와 1943년에 나치 친위대에 들어가 아우슈비츠 감시원으로 일했던 '한나 슈미츠'(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도 스텔라와 같은 길을 걸었다. 세 사람 모두 국가적, 시대적 환경 안에 갇힌 인물로 피해자이자 가해자,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표현됐다. 죽음의 과정도 닮아있다. 영호는 그동안 저질렀던 자기 죄를 스스로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기차 앞에 섰다. 유대인을 가스실에 넣어 죽인 일보다 문맹을 폭로 당하는 걸 더 수치스럽게 여겼던 한나는 수감 후 글을 읽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악마 같았던 자신을 마주하고, 스스로 목을 맸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던 시대'와 '마지막까지 이어진 자기 파괴적 결말',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영화가 각각 무엇을 더 강조하고 싶어 하는지에 따라 그 쓰임이 달랐을 뿐 모두 충실히 활용됐다.
영호는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진짜 피해자인지를 질문했고, 한나는 사고하지 않은 복종으로 파생된 악의 평범성을 고심하게 했다.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자기반성이 뚜렷하게 보였기에, 두 인물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확실하게 전달했다. 여기서 자기반성은 다양한 방식과 절차가 존재하는데 자기혐오와 자기 파괴는 꼭 포함되어 있다. 자기반성이 참회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용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요점이다. 두 사람의 자기반성은 관객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했고, 결과적으로 마음을 울리는 경종을 외면하지 않게 했다.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반면 스텔라의 자기반성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만 휘몰아쳤다. <스텔라>는 이마저도 의도적으로 희미하게 담았다. 스텔라가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장면보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행위적인 측면의) 장면을 더 길게 노출했다. 스텔라가 창문을 열고 투신하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그녀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보여줬다. 스텔라가 화면에서 사라진 뒤에도 카메라는 공허한 바람 소리조차 허용하지 않고, 오직 창문이 열린 방 안에서 머물러있었다. 그녀가 대체 어떤 얼굴과 어떤 마음으로 그와 같은 선택을 했는지, 우린 확언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 자체도 관객이 뭘 알고 싶고, 또 뭘 회피하고 싶어 하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은 게 분명했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자기반성은, 공감이나 비난 심지어 반사적으로 가능한 일차원적 반응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무관심과 관심의 대결에서 당연히 후자가 패배한 줄 알았는데, 스텔라의 메시지는 영호와 한나처럼 뚜렷하게 전달됐다. 아니, 오히려 더 냉철하고 단호하게 관객에게 닿았다. 마치 추상적인 물음이 가장 구체적인 답이 된 것처럼, 최종 판단은 알아서 각자 해야 함을 꼭 명심하길 바라는 것처럼‥.
<스텔라>는 명시 외엔 다른 방법을 쓰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분명히 보인다. 다하우 수용소에 새겨진 추모문 중 ‘죽은 사람에게는 애도를 표하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경고하기 위하여’란 구절이 <스텔라>를 관통해,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뚫고 지나갔음을 부정할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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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세에 기대려고 한 결과
미시간의 한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는 일개 대학원생 케이트는 세상을 뒤집을 새로운 발견을 한다. 그 발견으로 세상은 뒤집히다 못해 파괴될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저 멀리에서 날아오고 있는, 보이지도 않는 혜성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관심만 없으면 괜찮은데, 케이트와 그녀의 발견을 지지하는 랜들까지 사이코로 몰아가고, 성적으로 희화화하기도 한다. 세상이 멸망할만큼의 강력한 혜성이 날아오고 있다는데, 사람들은 이런 소식을 그저 지식인의 유난으로 치부하고, 가십으로 소비할 뿐더러 다음 대선 뉴스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심지어 현 대통령인 올리언까지 이 뉴스를 자신의 지지율에 이용할 생각만 한다. 세상이 멸망한다는데, 이 과학적 팩트를 정치선전에 사용하겠다는 윗대가리들이나 그 선전에 이용당하고 있는 국민들이나 참 여러모로 가관이다. 과연 케이트와 랜들은 이 역경을 뚫고,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아니 이들의 말을 진지하게 듣게 만들 수나 있을까?
1.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곱씹게 하는 신랄한 블랙코미디
나는 제작자가 아니지만 감독, 제작자는 혜성이라는 소재는 그저 거들 뿐이고, 이면적으로는 사회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는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코미디의 대상이 되었던 소재는 정치, 언론이었다. 감독은 미국의 토크쇼의 앵커들이 케이트의 발견에 대해 보도할 때, 보였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는 집단이 아니라 사실을 "시선을 사로잡도록 편집"을 한 후에 내보내는 집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결국 언론은 가치중립적인 사실, 팩트를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해서 내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수 지지층인지, 진보 지지층인지에 따라서, 또는 젊은 사람인지 노년층인지에 따라 다르게 가공한다. 예상컨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언론은 뉴스를 오락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채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섹시한 여성 아나운서 그리고 유머러스한 남자 아나운서의 티키타카를 주 무기였던 프로그램에 케이트와 랜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위기 경보는 프로그램 특성상 맞지 않았다. 재밌으려고 본 프로그램에서 세상이 멸망한다는 소식을 듣는데, 누가 진지하게 들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슬픈 아이러니 상황에서 다시 곱씹게 되는 건 언론은 더이상 엔터테인먼트가 가미되지 않으면, 주목받을 수 없는, 그저 가벼운 매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청률이 중요한 언론사는 사람들의 주목을 살 수 없으면 생존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지만 진실을 알리려고 동동대는 케이트와 랜들을 보고 있자니, 참 야속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의 옐로우 저널리즘을 보면서 우리 나라의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통감하며, 동질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올리언의 역할이 참 얄미웠다. 트럼프가 모티프라던데, 정치 선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정치인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져갈 메시지적 포인트는 결국 두 과학자의 확신의 찬 외침은 정치인들의 확신의 찬 연설 듣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선동으로만 보였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인지 구분지을 수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만이 명확했을 뿐이었다.
2. 배우들의 유명세에 너무 의지해 버린 나머지 개연성을 챙기지 못한 플롯
보고 있자니, 이 영화는 혜성으로 인해 세상이 종말하는 플롯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독은 하나의 이슈가 터졌을 때, 세상이 종말하든 말든 그에 대해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며, 소통이 불가한 현 상황을 풍자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그런 화두를 던지고 싶었던 거라면, 왜 굳이 혜성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어야 하는 걸까. 영화를 보면서도 개연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혜성이 날라온다고 하면, 응당 기대되는 인물들의 반응, 예를 들어, 분위기가 심각해지며,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드림팀을 꾸린다든지 하는 플롯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정보를 믿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 두 과학자들이 조롱을 당한다. 이런 내용은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보면 볼수록 읭?스러운 부분도 넘쳐났다. 감독은 상식을 뛰어넘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고 싶었던 것인지,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고 싶었던 것인지 의도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가 실패한 느낌이었다. 비판도 하고 싶고, 웃음도 주고 싶은 감독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만 둘 다 잡으려다 개연성을 놓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캐스팅 하나는 정말 기깔나게 잘 했다. 주연급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카메오로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가 나오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유명 배우들이 역할과 상황에 모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느냐라고 한다면, 단연코 아니었다고 말할 것이다. 이들의 연기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아무래도 블랙코미디인만큼 그들의 연기가 오버스러웠기 때문인지 그들의 정극 연기가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정극 연기자들의 코미디 연기가 어색했기 때문인지, 내가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였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3. 총평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팬이라면, 한 번 정도는 킬링타임용으로 보면 좋을 듯하다.
삶의 활력을 더해줄 가벼운 코미디 장르를 찾고 계신다면, 이거 말고, 차라리 브루클린 나인나인을 추천한다.
돈룩업에 대한 리뷰를 쓰다가 브루클린 나인나인을 추천하는 꼴이라니,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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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조커라 불리던 '배리 케오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차세대 히스 레저로 꼽히기도 했던 배우 '배리 케오간'이 <이터널스> 개봉을 앞두고 피습을 당했다고 할리우드 통신 "The wrap"이 전했습니다.
배리 케오간은 아일랜드의 서부 도시인 골웨이에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는데요. 아일랜드 신문사인 “Sunday World”에 따르면, 케오간은 골웨이의 한 호텔 앞에서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곧바로 골웨이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베인 상처 등을 치료한 뒤 퇴원했다고 전해지는데요. 할리우드 배우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얼굴 부상에도, 그는 사건에 대해 별다른 기소 없이 넘어간다고 밝혀 화제 되고 있습니다.
배리 케오간은 2017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각인시켰는데요. 최근,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A24 작품 <그린 나이트>에서 다시 한번 씬스틸러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습니다.
케오간은 <그린 나이트> 이전까지 휴식기는 중요치 않다는 듯, 마블과 DC 영화에 동시에 캐스팅되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더욱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MCU의 <이터널스>에서 드루이그 역을 맡아 ‘길가메쉬’ 역의 마동석 배우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며, 10년 만에 돌아온 배트맨 실사 영화 <더 배트맨>에서는 스탠리 머클 역을 맡아 블록버스터 양대산맥에 모두 출연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배리 케오간 배우의 쾌유를 빌며,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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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4주 최신 개봉영화!
끝나지 않는 코로나 속에 8월도 끝나가지만
어김없이 돌아온 개봉영화 소개!
88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8월 4주 개봉영화 5편!
귀문 GUIMOON: The Lightless Door , 2021
1990년 집단 살인사건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
영화 "귀문"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그린 작품입니다.
끔찍한 살인 사건 이후 괴소문이 끊이지 않는 폐건물을 주 무대로 괴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찾아간 이들의 공포 체험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2018년 정신병원에서의 공포 체험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곤지암'을 이을 체험 공포 영화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영화 "귀문"은 한국 영화 최초 2D, ScreenX, 4DX 동시 제작과 상영 포멧별로 결말이 다른 두 버전으로 제작했는데요
또한 국내 및 전 세계 2,000여 개관 이상 동시 개봉 글로벌 프로젝트 라고 합니다
호러에 도전한 베테랑 김강우와 영화계가 주목하는 김소혜, 이정형, 홍진기의 열연!
첫번째 추천영화 "귀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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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니센스 Reminiscence , 2021
휴 잭맨! 4년 만에 스크린 복귀
영화 '레미니센스'는 가까운 미래, 사라진 사랑을 찾아선 남자가 기억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에 얽힌 음모와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세계적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인 조나단 놀란이 제작을,
그의 부인이자 '천재적 이야기꾼'이라고 불리는 리사 조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아서 더 기대가 되는 작품이죠
2017년 ‘위대한 쇼맨’과 ‘로건’ 개봉 이후 4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휴잭맨과
SF,미스터리, 감성과 로맨스가 조화된 놀라운 결말의 기억추적 미스터리!
두번째 추천영화 "레미니센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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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 인스팅트 Duelles , Mothers’ Instinct , 2018
내가 옆집 아이의 위험을 목격했다면?
영화 "마더스 인스팅트"는 바바라 아벨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데리어 라 하인(Derrière La Haine)'을 원작으로 탄생한 영화인데요
비극적인 사고로 자매처럼 친한 친구 ‘알리스’와 ‘셀린’의 완벽한 삶과 관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옆집 아이의 위험을 목격한 이웃과 아이 잃은 엄마의 파국을 그린 스릴러 영화인데요
벨기에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제10회 마그리트 어워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9개 부문을 석권하며 마그리트 어워드 사상 단일 영화로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운 화제작입니다.
벨기에의 아카데미상을 비롯한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은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마더스 인스팅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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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우리 你的婚礼 , My Love , 2021
원작 ‘너의 결혼식’ 리메이크
영화 "여름날 우리"는 요우 용츠에게 풍덩 빠져버린 저우 샤오치가 그녀에게 닿기까지
수많은 여름을 그린 첫사랑 소환 로맨스입니다.
지난 4월 30일 중국에서 개봉 후
개봉주 박스오피스 1위, 노동절 연휴 흥행 1위를 비롯, 누적 수익 약 7억 8,900만 위안(한화 약 1,400억 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여름날 우리"는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너의 결혼식'의 리메이크 작 인데요
그동안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리메이크작 중 역대 최고 흥행 기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눈호강을 부르는 비주얼로, 환상 케미를 보여줄 허광한과 장약남의 첫사랑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여름날 우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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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볼 Cannonball , 2019
군대 총기사건의 모티브
자신의 형을 죽인 가해자의 누나가 담임 선생님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한 남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캐논볼"이 개봉을 합니다.
"캐논볼"은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군대 총기사건을 모티프로 서사를 전개합니다.
하지만 군대의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겨진 가족들의 입장에서 서술하죠
"캐논볼"은 '건우와 덴마크' 등 단편 영화를 연출한 정승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한 영상미로 담아내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드라마 '나빌레라', '허쉬', '스타트업' 등과 개봉 예정 영화 '쇼미더고스트' 등에 출연한 배우 김현목과
'파도를 걷는 소년', '더스트맨', '혼자 사는 사람들' 등에 출연한 배우 김해나의
현실같은 연기로 관객들을 빠지게 할
다섯번째 추천영화 "캐논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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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끝나고 정말이지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각종 활동을 해보기 위해 몇 장의 자기소개서, 몇 차례의 면접 등을 준비하면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단어가 있다. 바로 객관성. 사실을 전달하고, 팩트를 체킹하는 일에는 물론이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작성하는 일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장착해 주관성이 만들어낸 억측의 구렁텅이에 빠져선 안 된다. 이런 객관성과 주관성을 이야기할 때에 꼭 빠지지 않는 소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을 순전히 객관성의 영역으로 치부하기엔 예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창의력과 독창성의 의미가 퇴색된다. 또 예술을 오로지 주관성의 영역이라 하기엔 예술을 창작자들을 비롯한 전체 예술 비평가들의 존재가 무안해지며, 그들의 평가 또한 예술의 한 분야로 평가되는 요즘, 예술의 객관성을 빼놓고 예술을 거론하기엔 무리이다. 이렇듯 예술을 주관성과 객관성의 이분법적 논리로 분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영화 <위플래쉬> 내의 대사에도 이런 관점이 등장해 더욱 재밌었다. 영화 속 "앤드류"가 한 말, 예술과 음악엔 객관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고, 주관성을 가진 무언가에 내 식대로 생각하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위플래쉬>를 전부 관람한 후 필자의 머릿속엔 단 한가지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난 객관성을 잃었다.' 영화 <위플래쉬>를 분석하고, 나만의 평을 내려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사실은 필자의 뼈 아픈 실수이지만 또 그런 실수를 유도하게끔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뜻으로도 생각된다.
영화 <위플래쉬>는 끌어들임과 매혹 그리고 빨아들임을 영상화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심지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영화예술의 미학적 진수를 담아내 모든 이들의 객관성을 무너뜨리는 굉장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굉장히 무난한 하얀색의 폰트로 작성된 타이틀이 검은 화면을 배경으로 보여지고 뒤에선 본인이 음악 영화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드럼 영화임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스네어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모두 거치고, 어두운 복도 끝엔 빛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좁은 방 안에서 연주하는 한 남자, 주인공 "앤드류"가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달리 인과 줌 인을 통해 카메라는 그에게 다가갔고, 이후 숏에서 그 시점은 카메라의 전지적 시점이 아닌 또 다른 주인공 "플래처"의 시점임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위플래쉬>는 시점과 구도의 미학을 완벽히 이해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프레임 속 황금 비율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프레임의 대각선이 모이는 중앙점과 그 위 쯤일 것이다. 영화는 그 점보다 더 놓은 지점에 인물을 어두운 복도와 외로운 불빛 하나로 이루어진 공간에 배치하여 의도적으로 인물을 작아보이게 하고 연약한 존재로 비춰지게끔 연출했다. 이후 등장한 "플래처"의 시점을 통해 보이는 당황한 "앤드류"의 당황한 눈빛과 불안정한 몸짓, 아직 부족해보이는 연주 실력은 그를 더욱 작게 만들었고, 관객은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각 인물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고, 무슨 입장에 처해있는지 별다른 대사 없이도 눈치챌 수 있다.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군더더기 없이 모든 배경과 사건의 조짐을 시작과 동시에 암시한다.
어떠한 부분을 연습해야하는지 어느정도 알려준 "플래처" 교수의 힌트에 따라 "앤드류"는 더블 타임 스윙을 연습한다. 결국 그는 찾아온 기회에 가뿐히 스카웃되어 "플래처" 교수의 '스튜디오 밴드'로 입성하게 된다. 영화 속엔 재즈 밴드라 일컬을 수 있는 밴드가 총 4개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두 밴드가 바로 "앤드류"의 첫 밴드인 '나소 밴드'와 '스튜디오 밴드'이다. 물론 두 밴드 사이엔 어느 정도 수준 차이가 존재하지만, 실력 차이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밴드 구성의 의미이다. 두 밴드 모두 젊은 20대 청년들이 모여 이뤄진 밴드이기에 교수가 자리에 없을 때나 학교에 도착해 본인 연주를 준비할 때면 공간은 떠드는 소리에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채워진다. 하지만 교수가 들어왔음에도 전혀 그 태도가 변치 않고 유지되며 문제있는 실력에 따끔히 지적하지 않는 교수로 구성된 나소 밴드와 달리 지정된 시각이 되자 문이 부숴져라 세게 열면서 들어오는 "플래처" 교수와 만반의 준비를 끝맺히고 교수의 콜싸인에만 집중한 학생들로 구성된 스튜디오 밴드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표한다. 문제되는 사항이 있는 경우, "플래처" 교수는 한 마리의 야수가 되어 욕설과 분위기로 학생을 압도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앤드류"의 시선을 따라가고, 전지적인 시점에서 카메라 촬영을 한다 하더라도 "앤드류"의 관점과 입장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카메라의 움직임과 구도는 스튜디오 밴드의 공포서린 분위기를 "앤드류"의 관점에서 담아내 그가 느낄 두려움과 불안함을 관객이 피부에 와닿게끔 유도한다.
영화가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인물 구도는 바로 상하 관계이다. 영화 <기생충>이 보이는 선이나 보이진 않지만 유추할 수 있는 무언의 선으로 인물 간의 구도를 설정하고, 그 구도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출했다면 영화 <위플래쉬>는 두 인물이 잡힌 투 샷 속 각 인물의 고개와 몸이 쏠린 정도 등의 움직임과 서 있는 인물과 앉아있는 인물의 수직적 위치를 통해 상하 관계를 구사하여 인물 간 주종관계를 설정한다. 상대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위치와 발성으로 묵직하게 누르는 "플래처" 교수의 공포스러운 교수법은 영화 <위플래쉬>가 당시 교육계에서 화제의 영화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플래처"라는 인물을 그저 악마의 인간화로만 비춰지게 방치하지 않았다. "앤드류"가 첫 합주를 앞두고 복도에서 대기를 할 때 찾아와 부모님과의 관계를 묻고,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생애 그리고 그 생애 중 가장 인상깊은 사건인 '심벌 던지기'를 말하는 씬을 볼 때면그는 굉장히 좋은 사람, 친절한 교수처럼 보여진다. 물론 이에 대해 양의 탈을 쓴 늑대, 착한 척하는 괴물이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후 경연장에서 동료 지휘가의 딸을 만나 친절히 대화하고, 피아노를 친다는 사실에 아이와 약속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좋은 사람이다. 영화는 공간을 기준으로 "플래처"를 구분한다. 자신의 밴드원들이 존재하는 공간, 음악이 존재하는 공간에선 그 누구보다 치밀하고, 날카로우며, 프로 의식이 투철한 인물이지만, 이후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제자의 죽음, 제3의 공간에선 굉장히 따뜻하고, 온화한 인물이다.
"플래처"라는 인물이 그저 화가 많고, 다혈질적이며,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영화는 답한다. 물론 이를 표출하고 행하는 방법은 충분히 잘못되었지만 영화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재즈와 음악에 진심인 면을 강조했고, 이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씬의 존재적 의미를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보조 자리에서 메인 자리로, 갖은 고생과 수 많은 일들이 지나고 나서야 그토록 원했던 스튜디오 밴드의 메인 드럼을 꿰찰 수 있었다. 이 점에도 의심쩍은 부분은 있다. 이후 장면에서 언급되듯 "앤드류"가 스튜디오 밴드에 입성할 수 있었던 데엔 "플래처" 교수의 힌트가 있어서였고, 메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도 타인의 귀책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런 고생 끝에 차지한 메인 자리도 새로운 곡, 새로운 드러머의 합류로 위태로워지기 시작하고, 본인이 자리를 꿰차게 되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던 난항들이 겹쳐 노력과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자 "앤드류"는 그동안의 설움이 터져 경연장에서 "플래처"를 덮쳤고, 결국 퇴학당한다.
"앤드류"는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 중 하나이다. 영화의 초반부 혼자 연습실에 남아 외로이 연습하는 씬에서도, 연습을 마치고 향한 자취방에 가는 길, 파티 중인 옆 방을 뒤로한 채 쓸슬히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그의 등에서도 그리고 어느 밴드에 가서도 인정받지 못해 그저 불안한 눈동자만 돌리는 그의 눈빛과 행동에서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위플래쉬> 내엔 보통의 타 영화들처럼 대화가 영화의 전반적인 씬을 지배하거나 서사를 담당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씬, 음악만이 존재하는 씬, 연주하는 씬들이 그 역할을 대체한다. 하지만 그 몇 안되는 대화씬, 세기 좋은 수량의 소통 장면이 영화 전체에 주는 영향력은 수와 반비례한다. 작품 속 대화 씬을 모두 종합해 보면 뮤지션으로서 최선을 다 하고, 죽을 힘을 다해 분투하는 "앤드류"의 노력들을 어쩌면 부정하거나 거부하거나 그 노력들과는 반대되는 이들과 나눈 대화들이 전부다. 여자친구 "니키"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아버지를 만나 영화를 관람하고, 아버지의 지인들과 함께하는 식사하는 그 모든 씬들엔 "앤드류"가 걷고 있는 길들을 무시하려는 눈빛 내지는 음악으로서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권유하고자 하는 시선만이 존재한다. 또한 대비되는 점은 음악이 존해하고, "앤드류"가 드러머로서 존재하는 공간엔 항상 침묵, 압박, 공포만이 존재하지만 인간 "앤드류"로서 존재하는 공간엔 위로, 환영, 평안의 말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앤드류"가 가고자 하는 길엔 대화보단 행동, 위로보단 압박, 평안보다 음악이 더욱 중요해보이고, 이는 영화의 구조 전체를 구성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영화의 종반부 "앤드류"가 내린 선택으로 귀결된다.
영화 <위플래쉬>엔 음악 영화답게 음악이 끊이지 않고,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을 담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들의 퍼포먼스 또한 빈번히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영화 <위플래쉬>는 음악을 뮤지컬 영화 속 음악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다. "앤드류"는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는 인물로 보이고, 다른 이들과도 막역한 사이로 못 지내는 성격인지라 주인공 치고는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관객은 그의 심정, 배경, 분위기 등을 행동과 눈빛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는데, 이에 도움을 주려 영화는 인물의 심정이 중요히 드러나야 하는 씬에서 재즈 음악을 들려주어 음악의 분위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앤드류"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들 뿐만 아니라 "앤드류"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영상들 또한 관객에게 소리와 함께 보여주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하는 연주법은 영화의 종반부에 나올 연주의 복선이기도 하다. 영화 <위플래쉬>는 이렇듯 음악 하나, 영상 하나 허투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후 등장할 모든 씬, 모든 장면들을 위해 초반부부터 빌드업을 이런 방식으로 쌓아가기 시작하고, 최종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 내에서도 이 지점들을 통해 설명하게 된다.
더블 타임 스윙. 파라디들. 300 비트.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가 이런 음악 용어들을 관객들에게 잘 설명하는 건 아니었을까. 마치 메디컬 장르 영화나 드라마의 좌우측 하단엔 의학 전문 용어에 대한 해설이 등장하게 되는데, 영화 <위플래쉬>는 행동을 통해 설명하겠다고 대답을 이었다. 영화는 그 연주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전 철저한 빌드업을 통해 등장을 대비했고, 등장을 더욱 화려하게 하면서 관객을 설득시켰다. 심지어 영화는 연주를 하는 인물이나 연주를 하고 있지 않는 보통의 인물이나 가리지 않고 그들의 손과 귀 그리고 입에 집중하게끔 유도했다. 손의 방향, 손가락의 움직임 그리고 귀 장식과 귀의 모양 등 신체를 지속적으로 비추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훈련시켰고, 이후 등장하는 연주씬에서 그 모든 요소들을 풀어내 긴장감과 흥미진진함 모두를 겸비한 장면으로 만들어내었다. 연주곡으로 선정한 곡들 또한 예사롭지 아니하며, 굉장히 인상적이다. 재즈에도 종류가 굉장히 많고, 각 종류별 구사할 수 있는 음악적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다. 그 많은 선택지 중 드럼, 일렉 기타, 스케일 별 트럼펫 등의 관악기로 구성된 빅 밴드 음악, 그 중에서도 드럼 연주가 귀에 꽂히는 음악이면서 동시에 각 악기별 독특한 등장 타이밍과 솔로로 만들어진 악기 라이벌링까지 겸비된 음악. 이 모든 재즈의 매력적인 점들을 모인 곡이 바로 영화 <위플래쉬>의 대표곡인 'Whiplash'와 'Caravan'이다. 영화는 이 악기 라이벌링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각 파트별 솔로를 담당하는 악기를 클로즈업하여 비추고, 솔로가 타 악기로 변경하게 되는 때가 오면 샷을 끊지 않고 스위시 팬을 통해 촬영하였으며, 각 악기별 연주자들의 손, 관악기의 경우 입을 익스트림 클로즈업해 황홀한 연주의 황홀한 연출을 구사했다. 모든 솔로가 모두 마쳐져 다시 모든 악기가 하나가 되는 때면 팬을 통해 구성원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마침내 멈춘 카메라는 드럼에 포커스를 맞춰 연주자의 고된 표정, 현란한 손놀림과 발놀림 그리고 앞에서 압박을 주고 있는 지휘자 "플래처" 간의 알 수 없는 신경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일련의 사고가 있고 난 후 모든 드러머로서의 삶을 접고 평범한 한 20대 청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다 우연히 한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플래처"를 만난다. 그는 "앤드류"의 증언과 함께 학부모들에게 그의 폭력적인 교수법이 고발되어 교수직에서 쫓겨나 모 프로 밴드에서 지휘를 맡는다고 한다. 그는 "앤드류"를 만나 그 교수법에 대해 스스로가 내린 결론을 이야기한다. 그 때 등장한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 "세상에서 제일 나쁜 두 마디가 있다. 그정도면 됐어."
"앤드류"의 아빠는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아들 "앤드류"에게 음악이 아닌 평범한 삶도 생각해볼 것을 은연 중 틈틈히 주입시켰다. "앤드류"의 여자친구인 "니키"도 평범히 대학교를 다니지만 아직 본인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영화 <위플래쉬> 속 오직 "앤드류"만이 최고가 되기 위해, 위대해지기 위해 아둥바둥, 손이 찢어지는 것도 참아가며 연습했다. 그의 이러한 성격이 과연 "플래처"를 만나 생긴 것일까? 그의 욕망, 링컨 센터에서 연주를 하겠다는 의지, 침대마저 연습실로 옮기고 만나는 여자친구마저 연습에 매진하기 위해 헤어지자 했던 일련의 행동들은 "플래처"를 만나 더욱 강화되었다면 몰라도 그의 집착은 스스로가 만든 것이라 대답한다. 어쩌면 "플래처"와 "앤드류"는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최고가 되기 위해 집착하려는 남자와 최고를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남자가 만났고, 알 수 없는 신경전과 밀당이 오고 갔기에 모종의 동질감이 생기지 않았을까?'그정도면 됐어'의 보통 수준이 아닌 최고가 되기 위한 두 남자의 끝이 다가온다.
"플래처"의 권유로 치웠던 드럼을 다시 꺼내어 그의 공연을 도우러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잘만 하면 이전의 모든 사건, 사고들을 묻을 수 있을 만큼 큰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플래처"는 "앤드류"에게 다가갔고, 모든 일들의 원흉은 "앤드류"라 지목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전한다. 사실 그 공연엔 "앤드류"가 연습하지 않은 곡들이 선정되어있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곡들에 "앤드류"는 함정에 빠져 결국 공연장에서 이탈하고야 만다. 공연을 보러와 준 아버지에게 안긴 "앤드류". 포옹도 잠시 결의에 찬 눈빛을 한 그는 앉음과 동시에 신 들린 연주를 펼친다.
영화의 종반부, 영화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자 러닝타임 내내 공들여 쌓아올린 바벨탑을 화룡점정할 시간이다. 영화 <위플래쉬>는 가장 중요한 그 순간, 대사를 모두 삭제하고 오로지 음악 그리고 "앤드류", "플래처"만 남겨둔다. 초중반부부터 복선으로 이어졌던 버디 리치의 연주와 결을 같이하는 드럼의 현란한 솔로가 이어진다. 그동안 연습해왔던 더블 타임 스윙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소리를 구사한다. 영화는 초중반부에 <Whiplash>와 <Caravan>을 조금씩 들려주기만 할뿐 전체를 들려주거나 연주 전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곡 전체가 궁금했던 찰나 영화는 그 답답함에 시원한 사이다라도 되어주듯 현란하게 칼춤을 춘다. 이미 곡이 끝났어야 할 타임인데도 "앤드류"는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플래처"도 그에게 와 협박을 하고, 방해를 하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연주가 지속되자 "앤드류"에게 다가간 "플래처". 영화는 "플래처"의 눈을 바라보게끔 유도한다. 그의 눈엔 어느새 최고의 뮤지션을 찾았다는 기쁨과 제자의 몰입된 그 순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진정한 광기어린 자가 풍기는 아우라에 눌린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마구잡이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앤드류"의 연주는 "플래처"의 지휘로 데크레센도 형태를 취하다 "플래처"의 지휘로 다시 크레센도되어 완벽한 드럼 솔로로 변주한다.
해당 씬엔 특별한 대사나 감정을 유발하는 특별한 연출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앤드류"의 연주다. 슬로우 모션, 손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트래킹 샷, 계속해서 튀겨지는 피와 땀만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한다. 영화 <위플래쉬>의 종반부가 훌륭한 이유는 말로써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서 그간의 설움, 과정, 노력, 애환, 고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해내었기 때문이다. "앤드류"와 "플래처", 곡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서로 콜싸인을 맞추려 눈을 마주한다. 상하관계, 주종관계처럼 수직 위치로 배치되었던 눈은 동등한 수평선의 위치에 놓여진다. 비록 눈에 익스트림 클로즈업되었지만 우린 "플래처"가 "앤드류"에게 어떠한 말을 전한 걸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그 말을 들은 "앤드류"는 "니코"를 만난 씬을 제외하고 거의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엔딩을 화려히 장식하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100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어떨 때엔 더 도움이 되고,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영화는 더 하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가 아마도 영화의 진수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 <위플래쉬>는 그 진수의 향연이지 않았을까? 본 작품에 대한 평가 내지는 한줄평을 보면 "플래처"의 악랄한 교수법을 비판하고 이를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로 생각해 평가한 평들이 많다. 물론 그 지점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필자의 생각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에 그 요소를 결코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만 작품을 관람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재즈와 드럼, 밴드가 운용되고 연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완벽하게 이해한 감독이 만들어낸 너무도 아름답고도 체계적인 연출 그리고 이를 더욱 빛내는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매력적인 영화음악이 존재하는 영화가 <위플래쉬>이다. 그 어떤 요소로도 본 작품은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는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도, 윤리가 무엇인지도, 내 귀에 들리는게 무엇인지도 잊고 그저 즐기게, 미치게 한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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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복 후기 / 티빙 동시 개봉 / 공유, 박보검의 환상 케미 / 복제인간이 현실이 된다면...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서복”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복제인간, #박보검, #공유, #브로맨스, #티빙,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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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춘권의 고수 견자단 이번엔 핵주먹 타이슨과 대결 엽문3 (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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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크리머리 : 라스트 맨> 공식 예고편
바이러스의 창궐로 세상 모든 남자가 죽고 여자들만 남은지 8년, 히로 밸리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던 세 명의 여성이 우연히 지구상 최후의 남자와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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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디아나 존스 : 운명의 다이얼> 메인 예고편
전 세계를 사로잡을 레전드 액션 어드벤처?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메인 예고편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