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2-06 17:08:34
마음이 따듯해지는 <나 홀로 집에> 명대사 모음
어렸을적 겨울에 TV앞에 가족이 모여 앉아 <나 홀로 집에>를 보며 깔깔 웃으며 하루를 보냈는데, 그땐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들이 마냥 재밌었는데 커서 보니 새삼 케빈이 해주는 말들이 따듯하고 와닿는거 있죠?
우리 천재 갱얼쥐 케빈의 대사 같이 보아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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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아신전 (2021)
* 리뷰는 영화 <킹덤: 아신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킹덤: 아신전 (2021)
연출: 김성훈
극본: 김은희
출연: 전지현, 박병은, 김뢰하, 구교환 등
러닝타임: 94분
공개일: 2021.07.23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김은희+전지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조합
작년에 공개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는 화제성에 비해 다소 호불호가 갈렸던 시즌1을 보완하며 호평 속에 시즌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시즌2 마지막회에서 '전지현'을 등장시키는 엄청난 떡밥으로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임팩트까지 발휘했다. 대사 없이 얼굴만 잠깐 비췄던 전지현의 '아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되었던 가운데, 그의 전사(前史)를 다루는 스페셜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시즌3를 위한 본격적인 예열에 들어간다. 이미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중 최고로 히트한 시리즈인 데다가 국내 최고의 톱스타인 '전지현'이 합류한 것만으로 스페셜 에피소드인 <킹덤: 아신전>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을 터. 다만, 요란했던 홍보와 여러 떡밥과는 달리 기대 이하의 스토리로 아쉬움을 남겼다.
주인공 전지현, 심각한 분량실종
<킹덤: 아신전>의 메인 홍보 포인트는 단연 흥행 보증수표이자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배우 '전지현'이었다. 4년만의 복귀작인만큼 주인공 '아신'을 맡은 그의 연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러닝타임 94분 중 50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마저도 액션과 표정 연기가 전부이며 대사도 몇 마디 소화하지 않는다. 극은 전부 '아신'의 서사로 채워지기는 하지만, 유년 시절의 이야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성년이 된 아신의 이야기는 적게 등장한다. 처절한 고통 속에 살아온 아신의 삶이 부각됨에 따라 무정한 세상에 등을 돌린 그가 말을 잃는 것 또한 당연하다. 후반부의 임팩트와 전지현의 액션 장면은 분명 강한 임팩트와 함께 돋보이지만, 주인공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적은 분량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분량 실종은 비단 '전지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지현 못지않게 등장하는 영화마다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구교환'의 분량도 심각하리만큼 적다. 그는 파저위의 냉혈한 부족장 '아이다간'을 연기했는데, 사실상 카메오에 가까운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신의 아버지 '타합'을 연기한 배우 '김뢰하' 또한 배우의 역량이 돋보일 만한 장면이 주어지지 않는다.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웠으나 정작 배우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느낌이다. 아무리 시즌3를 위해 거쳐가는 징검다리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알멩이가 부실할 줄은 몰랐다.
시즌3를 위한 떡밥 회수일뿐
<킹덤 시즌3>라는 본편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스페셜 에피소드로 본작이 공개되었다는 것은 시리즈의 흐름과는 별개로 풀어낼 장편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특히 '아신'의 서사를 본편 중에 플래시백의 형태로 삽입한다면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스토리의 맥락상 별개의 에피소드로 만드는 것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작을 끝까지 감상한 결과, 굳이 94분이나 할애해 가며 한 편의 영화 같은 에피소드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점이 제기된다.
<아신전>을 통해 회수된 떡밥은 생사초를 먹고 살아난 좀비들이 조선을 활개하고 다니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이승희 의원은 그 약초를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생사초'와 '역병'에 관한 사건의 발단들을 풀어낸다. 이를 제외하면 <아신전>에서 딱히 건질만한 떡밥은 없다. 즉, 풀어낼 이야기가 많지 않음에도 한 편의 영화 같은 분량으로 에피소드를 기획한 것은 지루함을 키우며 관심 없는 내용을 장황하게 설파하는 것과도 같다. 결정적으로 <아신전>이 재미가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빛나는 엔딩신, 그리고 전지현
<킹덤: 아신전>은 후반 10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복수의 대상을 바로잡고 각성한 '아신'이 펼치는 후반부의 액션신과 분노하다 못해 무정한 세상에 신물이 나버린 '아신'의 시체 같은 표정 연기는 앞선 스토리를 모두 잊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절정에 다다른 장면에서 아신의 눈빛을 보면, 시청자가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감정선에 이르러 마치 지옥도의 사신 같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대사 없이도 표정과 몸짓만으로 아신의 참혹한 복수의 심정을 표현하며 중반부까지 집중력을 잃게 했던 영화에 몰입감을 더한다.
확실히 <도둑들>, <암살>과 같이 전지현은 액션 연기를 소화할 때 유독 빛이 난다. 비현실적으로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진 아신 캐릭터를 전지현이 연기함으로써 선역이 아님에도 히어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 연출한다. 그나마 전지현이 활약하는 후반부의 10분이 있었기에 <킹덤: 아신전>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조금이나마 뒷받침해줄 수 있게 된다. 아신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시즌3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이유 또한 결말부에서 찾을 수 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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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샤를리즈 테론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차기작에 합류합니다. 2025년 초에 유럽 여러 나라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인 이 작품은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젠데이아, 로버트 패터슨, 앤 해서웨이, 루피타 뇽오 등 걸출한 스타 배우들이 출연을 알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놀란은 지난 3월, <오펜하이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큰 성공을 거둔 직후 이 영화의 각본 작업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해당 작품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제작, 배급하며 2026년 7월 17일에 개봉 예정(북미 기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플TV+ <파친코>, 티빙에서 볼 수 있다
국내 OTT 플랫폼 티빙에서 ‘애플TV+ 브랜드관’을 출시를 알렸습니다. 오는 10일부터 티빙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자는 추가 비용 없이 애플TV+의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애플TV+의 콘텐츠로는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던 <파친코>를 비롯하여 <테드 래소>, <세브란스: 단절>, <디킨슨> 등이 있습니다.
변요한 <타짜 4> 주인공 발탁
배우 변요한이 새로운 타짜 시리즈의 주인공 장태영 역으로 발탁됐습니다.
<타짜 4>는 싸이더스가 제작을 맡고,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국가부도의 날>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입니다.
한편,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타짜’ 시리즈는 각각 569만 명(타짜), 401만 명(타짜: 신의 손), 222만 명(타짜: 원 아이드 잭)의 관객을 동원하며 준수한 성적을 기록해 왔습니다.
<어느 가족> 릴리 프랭키,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 연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를 다룬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한 배우의 베일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에서 호연을 펼친 릴리 프랭키가 그 주인공입니다.
우민호 감독은 “워낙에 좋아하는 배우였다. 그분이 흔쾌히 이 작품의 진정성을 알아주시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셨다.”라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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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하게 아픈 어느 3대 대가족의 초상
우리~~~하게 아프다. 경북이 고향은 아니지만, <장손>을 보면 이 사투리가 절로 나온다. 약 2시간으로 압축된 대가족의 이야기를 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 특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지긋지긋한 애증 관계를 유지하다가 끝내 등을 돌리는 김씨 집안 가족의 모습은 그 자체로 쑤시고 아리는 듯한 고통을 전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이 보편적인 가족은 마주하기 싫지만, 그래서 더 보게 된다. 이게 바로 우리 가족의 모습이라고 여기면서.
경북 시골에서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김씨 집안 식구들은 분주하다. 오늘이 제삿날이기 때문이다. 여느 가족처럼 남자는 놀고, 여자는 일한다. 한여름 제사라 에어컨도 틀법한데, 집 안의 안주인인 할머니 말녀(손숙)는 장손 성진(강승호)이 와야 틀 기세다. 서울에서 무명 배우로 활동하는 성진은 뒤늦게 고향 집을 찾는다. 오랜만에 내려온 터라 반가울법한데, 성진의 얼굴엔 그늘이 졌다. 아니나 다를까 제사 이후, 아버지 태근(오만석)이 할아버지와 자신의 대를 이어 두부 공장을 물려받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에 반기를 든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다음 날 아침, 성진은 할아버지 승필(우상전)과 말녀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서울로 올라간다. 계절이 바뀐 가을 어느 날, 성진은 급히 고향으로 내려간다. 건강했던 말녀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두부처럼 살아온 가족
<장손>은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것 없는 3대 대가족의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은 우리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세대, 젠더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소리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어느 집안이나 문제는 다 있듯 김씨 집안도 마찬가지다.“아이고 우리 장손 왔나!”라는 말녀의 말 한마디에서 알 수 있듯 장남을 최고로 여기는 이 집안은 여성들만 노동한다. 1990년대 드라마 <아들과 딸>에 나올법한 남녀 차별이 이곳에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그뿐인가. 한국전쟁 때 가까스로 살아남아 두부 공장을 운영하며 장손의 책임을 다한 할아버지 승필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 다리를 절고 낙향한 아들 태근을 못 마땅해 한다. 태근 또한 자신을 빨갱이 운동에 가담했다고 미워하며, 두부 공장 운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아버지가 밉다. 성진은 술만 마시면 가슴 속 응어리진 울분을 토해내며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태근을 아주 아주 싫어한다.
가족 중 유일한 기독교 신자인 첫째 딸 혜숙(차미경)은 기도와 믿음으로 교통사고 후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보살피고, 성진은 그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 막내딸 옥자(정재은)는 사업가 남편 동우(서현철)를 따라 승필이 그토록 싫어하는 공산국가인 베트남으로 이민을 간다. 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성진의 누나 미화(김시은)는 남편과 두부 공장을 물려받을 생각을 하고 있다.
김씨 집안 사람들은 가부장적 제도 안에서 혈연지간으로 뭉친 가족이지만, 알고 보면 실상 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서로를 달가워하지 않는 관계다. 마치 자신의 의지 없이 억지로 뭉쳐져 네모반듯하게 나온 두부처럼 말이다. 김씨 집안의 가업이 두부 공장이라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자연의 섭리대로 사라져가는 가족주의
두부 같은 가족을 어떻게든 뭉치게 한 이는 바로 말녀. 영화는 그녀의 죽음 이후 바스라져 버리는 가족의 모습을 담는다. 결국 이들이 와해되는 건 돈 때문이다. 전조는 장례식장에서 각자 친구 지인이 전한 조의금을 나누는 장면부터지만, 문제의 촉발 지점은 혜경으로부터 시작한다. 헤경은 과거 말순에게 맡겨 놓은 돈을 장손인 태근에게 찾아보라고 강하게 요구한다. 이로 인해 촉발된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큰 사고가 발생하며 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혜경이 요구하는 건 돈이지만, 실상 원하는 건 그동안 이 집안을 위해 노력했다는 가족의 인정이다. 가부장적 가족주의에서 철저히 배제된 딸(혹은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인정을 바라는 혜경의 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혜경의 남편이 두부 공장을 이어받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이를 돌봐야 하는 혜경의 상황은 한국 사회에서 딸이 짊어져야 하는 차별의 무게를 비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3대 장손의 이야기를 대변하듯 여름, 가을, 겨울이란 세 계절을 담는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가족주의는 해체가 되고, 관객은 이를 지켜본다. 그나마 화기애애했던 여름을 지나 냉기 서린 가족의 이면이 드러나는 겨울에 당도하면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진다.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엿소리처럼, 한 가족으로서 이들을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은 계절이 변하듯 이 과정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연출한다.
<장손>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계절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자연이다. 이 풍광을 유려한 미장센으로 담아낸 화면은 그 자체로서 아름답고 매력적인데, 반대로 무섭게 다가온다. 인간으로서 자연의 섭리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가족주의 해체 또한 막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 모든 짐을 다 내려놓고 함박눈을 맞으며 하염없이 걸어가는 승필의 마지막 모습은 사라져가는 가족주의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축제>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떠오르다!
<장손>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엄지척을 날린 평단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영화가 가부장적 3대 가족을 통해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는 부분이다.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격동기를 겪은 근현대사, 압축성장에 따라 빠르게 변화한 우리 사회는 발전과 번영을 이룩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세대 간의 갈등을 낳았고, 서로 간의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았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3명의 장손은 서로 간의 오해만 쌓아놓고 산다. 저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지만, 이를 툭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니 이야기하지 못한다. 장남으로서 해야 할 책임과 책무에 짓눌려 살아왔기 때문이다.
장손으로서 이들은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공포감에 점차 가족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웠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단해진 벽은 허물 수 없게 되어버린다. 후반부 승필은 성진에게 자신이 왜 그렇게 살아왔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혜경이 그토록 찾는 돈의 행방을 알려주는데, 그 때야 성진과 관객은 이 할아버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늦었지만 비로소이해의 물꼬를 트는 장면은 과거 임권택 감독의 <축제>, 그리고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떠오르게 한다. 이 두 작품은 사뭇 다르지만, 서로 담을 쌓고 지냈던 세대가 ‘죽음’이란 계기를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은 닮아 있다. 그리고 각각 동화책(<축제>)과 아버지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아버지의 해방일지>)가 그 촉매제 역할을 한다.
<장손>은 이제 사라져가는 윗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한 시대를 책임졌던 세대가 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 이 현상은 누군가에게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한 일일 수 있지만, 감독은 마지막 승필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왠지 모를 욱신거리는 고통의 슬픔을 안긴다. 사라진 후에야 그 세대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승필이 전한 검은 지를 확인하는 성진은 그제서야 장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애쓴 할아버지를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제야 모른척했던 장손의 역할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장손은 가족 중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닌 가족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자라는 것을 말이다.극 중에서 보이지 않는 계절인 봄은 출산을 한 미화의 아이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아이의 이름은 ‘봄’이다. 전 세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는 그 기점. 어떤 봄을 맞이할 것인가는 검은 봉지를 받은 성진, 그리고 또 다른 성진이들의 선택에 달렸다.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평점: 4.0 / 5.0
한줄평: 우리하게 아픈 어느 3대 대가족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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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자의 오지랖
이 글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맥스무비
분명 처음에는 괜찮았다.
한국의 조커 탄생이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딱지맨(공유)의 탄생을 지켜보는 내내 소름이 오소소 돋는 팔을 쓸어내릴 때까지는. 비장하면서도 패배감에 물들어 어딘가 입꼬리가 축 내려간 채 죽지 못해 사는 것만 같은 기훈(이정재)을 볼 때까지만 해도.
사실 시즌1에서 그다지 이 시리즈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 시청자였기에. 이번 시즌에선 오히려 재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마저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이 글로벌 오징어의(?) 오프닝은 장대하면서도 짜릿했다.
그러나 애초에 이 시즌 2는 가장 큰 패착을 오프닝부터 모조리 보여주고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주인공인 기훈의 존재 자체라는 것과. 그가 아예 시즌 1과는 완전히 다른, 철이 든 데다 돈까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는데 있다.
사진출처:한겨레
오징어 게임의 본질(?)은 몸뚱이 밖에는 담보 잡을 것이 없는 처지의 사람들을 데려다가 그것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인간성과 상품성의 대립. 드러나는 인간들의 욕망과 도덕사이에서의 혼돈. 그리고 과연 누가 진짜 나쁜 놈일까. 나는 저 상황에서 저러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훈의 환골탈태(?)로 인해 이 모든 갈등은, 혹은 갈등에서 오는 재미는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기훈이 아무리 봐도 주인공 버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첫 게임(지가 제일 많이 움직임. 차라리 뒤돌아 있었으면 이 정도의 짜증은 안 났을 것.)에서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을 생존케 함으로 인해. 주최 측은 다음단계로 갈수록 좀 더 어렵거나. 팀으로 사살이 가능한 게임을 고안해 내야만 한다.
이제 시즌제 드라마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듣자마자 지긋지긋하면서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세계관 확장에 따라. 이번 시리즈에서는 당연히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이들이 가진 이야기를 풀어내기 바쁘다. 이로 인해 갈등이 쌓이기보다 각자의 말을 들어주느라 혼돈의 시간들을 보내느라 회차를 낭비한다.
등장인물이 많아짐에 따라 생기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미 갈등 자체가 줄어들어버린 데다 갈등 자체가 크게 두 팀으로 나뉘어 버린다는 데 있다. 돈을 벌 것이냐. 아니면 살아 나갈 것이냐.라는 이분법적인 투표가 매 라운드마다 존재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그저 일확천금 외엔 별 목적도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더 가벼워져 보인다. 그러니 매번 투표마다 다들 내뱉는 이번 라운드 뒤에 나가자.라는 말이 밥 한번 먹자는 말보다 더 비어보일 수밖에.
사진출처:조선일보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두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경력직의 활약으로 인해 시즌1에서 느꼈던 종잡을 수 없는 충격들을 느끼기 힘들어진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킹함을 포기할 수 없었던 제작진이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투입한 빌런인 타로.. 아.. 아니 아니 타노스의 존재를 견뎌야만 한다는 점이다.
오춘기가 지나버린 기훈덕에 기울어져버린 운동장 위에서(?) 타노스는 말 그대로 정의로움이 어색해 보이는 기훈 마냥 한껏 high 한 상태로 방방 뛰어다닌다. 완벽하게 악한 캐릭터냐 묻는다면 이런 류의 작품에선 언제나 눈만 맑은 광인이 한 다발로 등장하기에 그렇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건방지냐고 묻는다면 차라리 타노스를 믿고 깝죽거리는 남규(노재원)에도 못 미치며, 또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요"인데 뭘 물어.
타노스는 미쳤다기보다 그냥 동네에 하나쯤은 있다는 덜떨어진 사람정도로 밖엔 보이지 않고. 그 역할마저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자기에게 딱 맞는 어수선한 최후를 맞이하며 다행히 퇴장한다.
사진출처:경향신문
타노스의 경우 개인 연기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더 크게 보았을 때 황동혁 감독의 캐릭터 고용이 좀 납작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거의 모든 캐릭터가 1편에서의 파생이며. 아예 극에서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특히 용식(양동근) 모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눈물을 뽑겠다는 작정을 하고 투입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선택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더 최악인 것은 시즌1에서부터 지적된 여성 캐릭터의 쓰임이다.
애초에 목적이 너무 뚜렷한 데다 심지어 외모적인 특징마저도 아예 빼다 박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형적이다 못해 아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로 변화조차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히 시즌2에서 새로 등장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낯섦은커녕 어디선가 시즌1 때 사망한 새벽이가 등장한다 해도 그러려니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하던 대로 비슷하게 하면 본전은 치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인지. 최선을 다해 생각해 낸 캐릭터의 결과였을지. 나 같은 인간은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고뇌의 방향이 어쨌든 간에. 감독의 선택은 얄팍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치면서
2024년의 끝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병상에 계셨기 때문에 다들 "호상"이라며 격려 같은 말을 조용히 말을 건넸지만. 할머니가 떠난 자리에 남아있는 온기라는 게 참으로 힘이 세서 나는 그 온기가 날아갈까 두려워 애써 품에 안고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꼭 쥔 채 새해를 맞이했다.
나는 할머니의 맏아들의 장녀였고. 딸이 귀했던 집안(6남 1녀)의 특성 덕에 며느리는 자신의 딸을 한 번 안아보지도 못했다며 너스레를 떨 만큼.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품에서 컸던 큰 손녀였다. 나의 식성도. 나의 취향도. 나의 생김새마저도. 할머니를 닮은 모습에 농담처럼 마을 사람들은 나를 할머니의 숨겨놓은 막내딸이라 부르기도 했었으니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큰손녀의 이름만 부르면 눈동자가 다시 사람의 것으로 돌아오곤 했다는 말에. 내 마음속 상실의 구멍에 또다시 세차게 찬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졌다. 이 바람이 이제는 내가 약해져 있을 때는 더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번의 상실을 겪었는데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아픔은. 내가 온전히 사라져야 더 이상 느끼지 않을 것만 같다가도. 그 경험들 뒤에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또 지나가겠지.라는 체념 같은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네는 날들인 것 같다.
무뎌진 기억을 더듬으며 더 이상의 눈물을 삼키지 않는 날이 조금 더 빨리 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이 글의 TMI]
1. 너무 아파서 병원 갔는데 독감이 아니라니. 병가 쓰게 해 줘요(?)
2. 인간적으로 영하 10도 이하면 재택근무 하자 진짜.
3. 오늘 감자탕 먹을 거다 캬캬햐햐햐햐햐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OTT #영화리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이정재 #황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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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없는 세상에서 휴먼을 외치는 아쉬움!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소리 내면 죽는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이 설정 하나로 밀고 나가며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확실히 전했다. 그뿐인가 희생과 탄생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가져가며 가족 영화로서도 그 매력을 발산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인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과연 전편과 다른 공간인 뉴욕 도심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생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 이들은 누구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전에 이 영화는 놀랍게도 그 기대감과 궁금증을 살짝 비껴 나간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암 환자 사미라(루피타 뇽오)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의미 없는 날을 보낸다. 어느 날, 마리오네트 공연을 보기 위해 병원 사람들과 뉴욕 시내로 간 그녀는 귀가 도중 버스 안에서 정체불명 괴생명체를 목격한다. 단숨에 도시는 살육의 현장이 되고, 사미라는 고양이 ‘프로도’와 함께 도망치다 안전한 공간으로 피신한다. ‘절대 소리 내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들리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가는 괴생명체의 소음만 가득한 뉴욕. 사미라는 뭔가 다짐하며 그곳을 나와 어디론가 향하는데, 그 와중에 공황장애 환자인 에릭(조셉 퀸)을 만나 어쩔 수 없는 동행을 시작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소리에 민감한 괴생명체가 인간을 공격한다는 시리즈의 콘셉트를 가져오되, 스릴러가 아닌 휴머니즘에 방점을 둔다.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빗어지는 스릴과 긴장감은 곳곳에 놓여있지만, 결국 영화는 종말의 세상에서 결국 인간을 구원하는 건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는 시한부 암 환자인 사미라와 공황장애 환자인 에릭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괴생명체의 위협, 특히 소리를 내면 안 되는 상항에서 두 인물은 각각 통증의 고통, 심각한 불안감으로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사미라는 고양이까지 동행하니 그 위험은 더 크다. 하지만 괴물들 앞에 약자인 이들은 서로 연대하며 위험을 벗어나고 생을 이어간다. 인종과 직업,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사회적 약자로서, 환자로서 서로의 아픔과 힘듦을 공유한 이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의지하고, 후반부 희생을 통한 삶의 연장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후반부 장면은 결은 다르지만 사미라의 모습은 1편에서 가족을 위해 결단을 내린 아빠 리(존 크래신스키)의 모습과도 오버랩된다.
전작처럼 긴박한 스릴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는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괴생명체에 쫓기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스펙터클함은 떨어진다. 휴먼 드라마로서 갖는 영화의 의미는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이 시리즈의 소재를 활용해 만들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우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의문을 갖기 전 이 영화의 정체성은 스핀오프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예상컨데 시리즈 1, 2편의 연출을 맡았고, 이번 영화에서는 제작과 각본에 참여한 존 크래신스키는 자신이 만든 세계관의 주제, 즉 종말을 앞두고 더 빛나는 휴머니즘을 좀 더 극명하게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이런 목적으로 연출을 <피그>의 마이클 사노스키에게 맡긴 듯 하다.
그래서인지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과 <피그>는 많은 것이 닮았다. 사랑하는 것을 모두 잃고, 삶의 목적까지 잃은 주인공이라는 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함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동물이 주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비슷하다.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자신만의 휴먼 드라마를 이번 영화에 스며들게 하고, 시리즈가 가진 주제 의식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뭔가를 잃어 본 사람이야말로, 상실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공감과 이해를 통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이번에도 전한다. 그 매개체가 음식과 음악이라는 점도 일맥상통하다. <피그>를 본 이들이라면 스펙터클이 줄어들었음에도, 이 영화가 가진 휴머니즘의 마력에 감동할 것이다.
감독의 이런 주제 의식을 배우들이 잘 전달하는데, <노예 12년> <어스>를 통해 극한의 상황 속에서 더 빛나는 루피타 뇽오, 계속 지켜주고 싶은 측은한 마음을 들게 하는 조셉 퀸의 연기는 후반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다리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멋진 신스틸러 고양이 프로도의 연기도 힘을 보탠다. 특히 전작에서 돼지, 이번 영화에서는 고양이 등 감독의 동물 사랑이 빚어내는 감동도 꼭 만끽하길 바란다.
한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죽음을 앞둔 인간이 가져야 할 마지막 마음가짐과 자세를 보여준다. 시인이자 지금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는 삶의 마지막을 마리오네트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죽을 때 죽더라도 자신이 진정 행복했던 집,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공간과 음식, 그리고 사랑하는 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그의 선택은 마치 존엄사를 택한 이들과 겹쳐 보인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을 듣는 그녀의 얼굴은 오랜 잔상을 남긴다. 그러고 보니 <퍼펙트 데이즈>의 엔딩도 같은 곡이네~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2.5 / 5.0
한줄평: 소리 없는 세상에서 휴먼을 외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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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의 자격이란 무엇일까
미국 최대의 낙태 클리닉, 가족계획 연맹에서 일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애비. 애비도 대학생 시절에 낙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낙태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태도"로 그들의 낙태를 결정하기까지 설득하는 일을 너무나 능률적으로 잘 해왔다. 그렇게 그녀는 가족 계획연맹에서 최연소 소장으로 임명받는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도 잘 알지 못했던, 어쩌면 그녀도 알고 싶지 않아했던 광경을 목격함으로써 그녀가 삶에서 행한 합리화의 온상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뀌게 되는데..........
1.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린 결과
기혼 상태가 아닌 여성에게 임신은 저주와도 같다. 하물며, 기혼 여성에게도 계획되지 않은 임신은 당황스럽기 마련일 텐데, 미혼 상태에서 생겨난 아이는 아직 육체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은 순간에도 축복받기는 힘들다. 영화 속 애비가 그렇다. 첫 번째 임신을 확인했을 때에는 남편의 권유로 그 아기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두 번째 임신을 했을 때에는 그녀의 가정이 파탄이 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아이와 이혼한 전남편 사이의 연결고리를 아예 없애버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낙태를 결정했다. 그녀는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에 불과했기 때문에 태어날 아이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하나의 생명을 품고 있었을 때의 그 만감의 교차하는 과정은 그녀만이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이었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 아이와 함께했던 잠시 동안의 시간을 되새기려면 그의 전남편을 떠올려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그 기억을 악몽으로 취급하며, 자신은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고, 자신의 실수를 경험삼아 다른 이들에게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지 않게끔 도와주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가족계획연맹의 이념을 굳건히 믿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믿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그녀의 합리화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가족계획연맹의 장점만을 보고, 소위 말해 '회사의 개'가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충실한 사원이었겠지만 그녀가 보고 싶은 부분만을 보는 그 버릇으로 그녀가 여지껏 무시해왔던 감정의 쓰나미를 한꺼번에 벌받듯이 느끼게 된다.
가족계획연맹에서는 낙태 가능 시기에 대한 기준을 대외적으로 제시하고, 그 가능 시기를 가늠해보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지만 검사지를 신청자에게 보여주진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초음파 검사는 그저 요식행위일 뿐이고, 가능시기와 상관없이 낙태를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계획연맹의 수익 모델은 기타 다른 공익적 활동에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낙태 수익에서 나오기 때문에 낙태가 가능한 시기와는 별개로 그저 신청자의 의지만 있으면 신속한 낙태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수술을 진행하지는 않고, 행정, 상담 업무만 보던 애비는 가족계획연맹의 이런 행태를 뒤늦게 깨닫고,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전에 자신이 상담했던 사람들부터 자신이 없애버린 두 명의 아이에게까지. 그녀가 자신의 과거에 갇혀, 자신이 묻어둔 감정들을 직시하지 않아 착상된 이후로 하나의 생명이 된 존재가 가질 권리를 무시한 대가였다.
2. 부모가 된다는 것은,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태어날 아이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은 태어날 아이에게도, 아이를 낳을 엄마에게도 좋지 않으니, 낙태는 위험하다는 것. 이 영화는 다분히 윤리적인 관점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그 소중함을 간과하고 살았던 애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관객들이 도덕과 자신의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불안정한 애비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자신이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해 생겨난 상처들에 대한 자책을 아기를 없애는 걸로 해소하고자 한 점에 대해서는 그녀가 어리석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무자비하게 욕하고 싶지도 않다. 여자인 내가 애비와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면 나는 전남편의 아이까지 모두 키우며 사는 원더우먼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애비보다도 못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 선택이 정확히 무엇일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나는 태아의 생명권이고, 여자의 자기결정권이고를 떠나서 영화의 메시지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부모의 자격에 대해 논해보고 싶다. 사회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의 결실이라고 으레 이야기하지만 부모라는 사회적 역할은 단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사랑의 증표로서 주어질 만큼 그렇게 간단한 역할이 아니다.
사실 나는 애비가 죄책감을 느끼기 전까지 가족들에게 그리고 그녀의 고객들에게 얘기하고 다니던 낙태에 대한 찬성적 발언들에 대해 반대할 의사가 없다. 가족 계획연맹이 대외적으로 홍보하던 신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태어날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그리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이 세상에서는 안 태어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쌍의 커플이 그저 아이가 예쁘다는 이유로, 내가 내 연인을 사랑한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아이를 낳아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반대한다. 다시 말해, 아이를 낳아키우는 이유가 단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아키우는 부모의 정신적 성숙도가 모두 비슷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사랑에 의한 결실인지, 그저 육체적 쾌락을 위한 교감에 의한 실수인지에 따라 아이의 인생에서 유년기가 결정되는 중요한 구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모가 된다는 것의 막중한 책임은 심사숙고해야할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부모가 지닌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가르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간단하게 아기는 생명의 신비라는 과학교과서적 지식 말고, 성교육적 지식과 더불어 아기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현실적인 시각도 알려주어 예기치 않은 임신에 대한 경각심도 불러일으켜야 한다. 최소한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아이를 예뻐라하는 나의 모습을 흘긋 보고,
"너도 이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지"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가는 사회는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되는 것은 계획한다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이 주장들은 어쩌면 궤변에 불과할 것이다. 부모가 되는 기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있는것도 아니고, 뭐 좋은 부모 인증이 있는 것도 아닌, 정답이 없는 세계가 부모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생명권, 성적자기결정권의 대립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미혼 주제에 부모의 자격을 운운하며, 긴 글을 쓴 이유가 이유가 있다면,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까. 나에게도 언젠든지 발생할 수 있는 공포로 다가와서, 뭔가 남일 같지 않아 괜한 오지랖을 부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쓰다보니, 뭔가 개소리에 가까운 글이 되었는데, 오해를 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총평
마치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수업자료로 쓰이기 좋을 법한 영화이다. 극 중 숀과 메릴리사 측은 생명권을 존중하자는 쪽인데, 그 집단에 맞서는 애비 측간의 경쟁구도가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에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입장차를 확실히 구분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10대에게는 교육적 측면에서, 20대 이상에게는 부모가 될 자격에 대해 고민해보고, 자신만의 기준을 성립해나가는 데에 치열한 고민의 장을 열어줄 영화라고 본다.
@이 영화는 기독교 기반 ott 플랫폼인 '퐁당'에서 시청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었지만 혹시 이 영화를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폼이 있나 검색을 해봤는데, 해당 플랫폼이 있더라고요.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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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8 별점 및 한 줄 평
08:38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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