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11-20 07:37:09
기억할 만한 남성 돌봄자의 탄생
〈빅슬립〉 리뷰

어느 평범한 출근길이었다. 집에서 나온 기영은 바람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 평상 위에서 난로를 켠 채 잠든 청소년 길호를 본다. 기영은 우악스럽게, 그러나 왜인지 위협적이지는 않은 태도로 여기서 자지 말라고,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날 밤, 길호가 또다시 같은 곳에 있다. 기영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길호에게 짜증이 나지만, 그에게 다른 사연이 있을 거란 생각에 묘한 연민을 느껴 길호를 집으로 들인다. 밥을 먹이고 하룻밤을 재운다. 길호가 묻는다. “아저씨 저 불쌍하죠?” 기영이 답한다. “뭐가 불쌍한데? 내가 XX 더 불쌍하지.”
길호는 ‘가출팸’ 소속이다. 그러나 빈집 털이 등을 일삼는 친구들에게 거리감을 느껴 그들을 떠나 배회하다 기영의 집까지 왔다. 지금은 착실하게 공장에 다니며 생활하지만, 과거 ‘양아치 짓’을 했던 기영은 길호에 대한 동질감으로 그를 집으로 들인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정도의 호의만 제공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길호는 돌아갈 집이 없다. 길호는 못 이기는 척 길호가 집에 머무는 걸 허용한다.

이제부터 서로를 돌보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영은 길호의 먹을 것을 신경 쓰고, 그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체로 꼰대 취급받기 십상인 말들이지만 길호는 그런 말이 싫지만은 않다. 기영의 투박한 말 이면의 무언가에서 그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반항스럽고 퉁명스러운 길호의 말 역시, 우악스럽지만 위협적이진 않은 기영의 말처럼 그리 밉게만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서로를 돌보기 시작한 두 남자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남성들이 곧잘 돌봄의 일방적 수혜자이거나 이미 존재하던 돌봄 관계를 파괴할 때가 많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영과 길호가 특별한 사람이어서는 아니다. 기영은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화가 나면 거친 욕을 내뱉는 ‘남성적인’ 인물이다. 길호 역시 가출팸 생활을 하며 ‘비행’을 하는 데 익숙하다. 이렇듯 거친 남성성을 체현한 두 사람이라도 서로에 대한 아주 작은 관심만으로 돌보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빅슬립〉의 메시지는 시의적절하며 설득력이 있다.


돌봄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사람의 일상에도 이미 돌봄이 깃들어 있는지 모른다. 기영은 어머니가 ‘유산’이라고 남겨준 화분이 황당하지만, 그럼에도 정성들여 이들을 가꾼다. 식물이 죽지 않게 돌보는 법을 길호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두 남자가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식물을 잘 돌보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은 기이하고 따뜻하다. 물론 그런 둘에게도 위기는 온다. 둘은 처음부터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기에 사소한 오해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영과 길호는 이 과정을 겪어내며 우연적 돌봄 관계에 단단한 토대를 마련한다.
영화가 이들의 관계를 ‘대안 가족’의 형태로 묶어낸다는 점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영과 길호는 나들이에서 서로를 ‘결혼 못 한/결혼 못 할’ 남자로 부르며 웃는다. 이성애규범적인 생애 서사에서 ‘탈각’된 남성들의 연대를 남성적 울분과 소수자를 향한 분노로 풀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패’한 자들의 장난스러운 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자연스레 ‘부자 관계’를 연상시킨다는 점과 더불어, 기영이 공장의 여성 동료와 차근히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은 두 남자가 형성한 관계를 기존의 가족 형태 내부에 재배치하려는 시도로도 읽히기도 한다. 이랑서 배우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기영의 여성 동료 캐릭터를 걷어내고 〈빅슬립〉을 감상해도 영화 얼개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그렇다. 여기에 내내 길호를 다른 가출팸 친구들과 구분해 재현한다는 점, 즉 가출팸을 탈출하려는 길호의 의지와 그를 ‘구원’해주려는 기영의 마음이 더해지면 ‘정상가족’의 형태로 두 남자가 구축한 돌봄의 관계를 포괄하려 든다는 의구심이 더 강해진다. 물론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이들이 돌봄과 유대로 빚어낸 가족은 ‘정상가족’의 의미와 경계를 비판적으로 질문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영화가 캐릭터와 플롯을 갈무리하는 방식에 대한 해석은 갈릴 수 있을 테지만, 어쨌든 두 남성이 구축한 돌봄 관계는 분명 인상적이다. 〈빅슬립〉은 기억할 만한 남성 돌봄자의 얼굴을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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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자를 제자로 둔 스승의 감정
가끔 인생에서 ‘보석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인연이 길든 짧든, 이 만남이 서로의 삶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어느새 그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때론 이 관계가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펼쳐질 수도 있고, 그 경쟁의 자리가 때로는 스승과 제자의 구도로 나타날 수도 있다. 서로를 밀고 끌어주며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어느덧 ‘없으면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영화 <승부>는 실제 바둑계 전설 조훈현(이병헌)과 그의 제자 이창호(유아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바둑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지만, 정작 둘 사이에 어떤 갈등과 감정의 교류가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영화는 이들이 단순한 ‘스승과 제자’를 넘어 ‘라이벌’이 되고, 결국 서로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펼쳐 보인다.
<승부>는 조훈현이 바둑 신동 이창호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신동이라 불릴 만큼 번득이는 실력을 지닌 이창호는 어린 시절부터 도전정신이 가득했고, 프로 기사들과 맞서는 일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국내 바둑 1인자를 굳건히 지키던 조훈현에게 계속 도전장을 내밀어, 끝내 그의 제자로 들어가게 된다. 이창호가 조훈현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기초부터 배우는 과정은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점차 두 사람의 스타일 차이와 승부욕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스승과 제자가 공식 대결에서 만나는 충격적 장면이 펼쳐지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흘러간다.
한편 영화는 단순히 ‘바둑 경기’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바둑판 위에서의 사활만큼이나 치열하게 움직이는 스승과 제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다. 둘 사이에 형성된 끈끈한 인연이 경쟁 구도가 되면서 어떤 파문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감정을 어떻게 주고받는지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첫번째 감정] 제자 이창호의 미안함
어린 이창호는 무척 대담한 인물로 묘사된다. 바둑판 앞에서만큼은 자신감이 넘쳤고, 누구와 겨뤄도 결코 지지 않겠다는 강한 집착이 있었다. 바둑계 최강자였던 조훈현에게 거듭 도전한 끝에, 결국 제자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발랄하고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은 아이 같으면서도, 어딘가 기이한 집중력을 보여줘 관객에게 신동이라는 설정을 쉽게 납득시킨다.
조훈현의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 뒤, 이창호는 바둑의 이론과 전통을 배우면서도 특유의 반항적인 기질을 감추지 못한다. 스승은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바둑을 선호하지만, 이창호는 한 발 물러서서 전체 흐름을 관찰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바둑판 위에서는 정답이 없는 만큼, 두 사람의 대립은 ‘누가 옳다’라기보다 ‘누구의 방식이 더 강한가’로 귀결된다. 한 편으로 이창호는 이렇게 스승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게 옳은 걸까라는 내적 갈등을 겪는다.
처음 맞붙은 공식 대결에서 이창호는 스승에게 승리를 거두고, 이후 대회에서도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둔다. 이 순간부터 이창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정에 사로잡힌다. 스승이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프로 세계에서 이기고 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스승이라는 존재에게 패배를 안긴다는 점이 이창호에겐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승리할수록 커져가는 미안함, 그러나 동시에 승부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해지는 묘한 내면 충돌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두번째 감정] 스승 조훈현의 실망
조훈현은 처음에 이창호를 데려왔을 때, 분명 특출난 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의 적수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조훈현은 자신도 어린 시절부터 영민한 제자였기에, 누군가가 성장하는 속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창호만큼 빠르게 스승의 자리를 위협할 줄은 몰랐다. 정작 자신의 삶과 바둑 철학을 전수해 주었는데, 제자는 아예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내며 경쟁자로 거듭나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창호의 바둑을 지켜보면서, 조훈현은 여러 차례 '그게 아니다, 이렇게 둬야 한다'며 짜증을 표출한다.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스승의 성향은, 유연하고 변칙적인 제자의 기보와 부딪힌다. 그런데도 막상 성적이 좋으니, 단순히 틀렸다고 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힌다. 결국 조훈현은 속으론 인정하면서도, 쉽사리 '내가 틀렸다'고 내뱉지 못한다. 제자를 100% 수용하기에는, 아직 자신이 현역으로 활약 중이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스승으로서 제자를 응원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경쟁자로서는 매번 패배를 맛보는 일이 고통스럽다. 제자가 강해지는 만큼 자신이 약해져 가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잇따른 패배 후에야 조훈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무너진다. 한때 최강이라 불렸던 자존심이 무너질 때 느끼는 허망함, 그리고 '내가 잘못된 길을 제자에게 가르쳤나?' 하는 후회가 그를 짓누른다. 이 영화는 그 실망의 순간들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며, 한때 최고의 선수였던 이의 내면에 깃드는 그림자를 애틋하게 보여준다.
[세번째 감정] 스승과 제자의 존중감
승부의 세계에선 언젠가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되기도 한다. 바둑판 위에서 조훈현과 이창호의 관계 역시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렇지만 치열한 승부 뒤에 누가 이겼든,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실력을 존중한다는 본질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조훈현은 처음엔 불만과 실망을 표출하지만, 결국 이창호가 걸어온 독창적 길을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된다. 이창호 역시 스승의 옛 기록들을 되짚어 보며, 자신이 너무 빠르게 승리를 좇은 건 아닌지 반성하는 순간이 온다.
바둑판 위에서 마주 앉아 손가락 하나로 돌을 놓을 때, 그들이 느끼는 긴장과 흥분은 서로가 아니면 충족하기 어렵다. 결국 스승과 제자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유일한 동료가 된다. 경쟁자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이기도 한 셈이다. 영화는 스승과 제자가 진심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지점이 어느 순간 찾아옴을 보여주는데, 그 순간의 성취감과 뭉클함은 대단히 크다.
끝내 조훈현과 이창호는 서로에게 '네가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하게 된다. 이기고 지는 문제를 떠나,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고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영화 <승부>는 승패보다 더 중요한 동반자로서의 자각을 정점으로 끌어올리며, 관객에게도 진정한 경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실화를 훌륭하게 각색해낸 영화
<승부>는 실제 있었던 조훈현-이창호의 바둑 역사를 바탕으로, 스승과 제자가 경쟁자로 변해가는 흥미로운 과정을 그려낸다. 바둑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주는 긴장과 성장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왜 둘은 한 판의 바둑에 그렇게 목숨을 거는지, 어떻게 제자가 스승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가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실제 조훈현과 이창호는 지금까지도 좋은 경쟁자로 서로를 인정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서로가 없었다면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며, 덕분에 한국 바둑계가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영화는 그런 실제 감정을 최대한 살려내, 경쟁의 긴장과 인생의 아이러니를 동시에 보여준다.
연출은 차분하면서도 흡인력 있게 이어진다. 김형주 감독은 바둑판 위에 펼쳐지는 치열함을 디테일하게 포착하면서도,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바둑알이 놓이는 소리, 팽팽하게 얽힌 표정 등 작은 요소들도 극적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병헌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노련한 기사 조훈현 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유아인은 이창호 특유의 무표정 속에 내재된 열정과 부담감을 표현해낸다. 최근 상황으로 인해 유아인의 연기를 당분간 보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제자 역할은 참 매력적이다. 조연들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 영화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바둑이라는 소재 덕분에, 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층에게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경쟁 세계를 보여준다. 바둑이든 어떤 게임이든, 인생을 관통하는 ‘승부’의 본질에 호기심이 있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길 권한다. 마치 한 수 한 수 내딛는 모든 순간에, 인물들의 감정이 묻어나고, 결국엔 스승과 제자라는 틀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사랑하게 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승부>는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끝내 서로를 깊이 존중하는 인연이 되어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담아낸 휴먼 드라마다. 바둑을 사랑하는 장년층 관객과 함께 관람하면 더욱 즐거울 것이며, “스승-제자” 관계가 빚어내는 미묘한 심리전과 진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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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왓챠 7월 종료작 모음_zip
안녕하세요 :0
여러분,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여 결국 거리두기 4단계로 강화되었네요.
이제야 영화산업이 살아나나 했더니 다시 주춤 할 듯 하여 아쉬움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에 비해서 OTT 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달도 저희 씨네랩과 함께 넷플릭스/왓챠 7월 종료작, 놓치지 말고 보도록 해요!
1. 라이언 일병 구하기 (넷플릭스) - 스티븐 스필버그
2021.07.14 종료
"2차 대전이 종전으로 치닫는 치열한 전황 속에서 미 행정부는 전사자 통보 업무를 진행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4형제 모두 이 전쟁에 참전한 라이언 가에서 며칠간의 시차를 두고 3형제가 이미 전사하고 막내 제임스 라이언 일병만이 프랑스 전선에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네명의 아들 가운데 이미 셋을 잃은 라이언 부인을 위해 미 행정부는 막내 제임스를 구하기 위한 매우 특별한 작전을 지시한다. 밀러는 여섯 명의 대원들과 통역병 업햄 등 새로운 팀을 구성, 작전에 투입된다. 라이언의 행방을 찾아 최전선에 투입된 밀러와 대원들은 미군에게 접수된 마을을 지나던 중 의외로 쉽게 그를 찾아낸다.
단 한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이 위험을 감수해야할 상황에서 대원들은 과연 ‘라이언 일병 한 명의 생명이 그들 여덟 명의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끊임없는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지휘관으로서 작전을 끝까지 책임지고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밀러는 부하들을 설득해 다시 라이언 일병이 있다는 곳으로 향한다. 도중에 독일군과의 간헐적인 전투를 치르면서 결국 밀러 일행은 라멜 외곽지역에서 극적으로 라이언 일병을 찾아낸다. 하지만 라이언은 다리를 사수해야할 동료들을 사지에 남겨두고 혼자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는데.."
2. 레볼루셔너리 로드 (넷플릭스) - 샘 멘데스
2021.07.14 종료
"첫눈에 반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뉴욕 맨하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교외 지역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 보금자리를 꾸리게 된 두 사람. 모두가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그들의 사랑과 가정도 평안해 보이지만, 잔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을 원하는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의 이민을 꿈꾼다.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 것에 들뜨고 행복하기만 한 두 사람.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려는 찰나 프랭크는 승진 권유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파리로 가고자 하는 에이프릴, 그리고 현실에서 좀 더 안정된 삶을 살고자 하는 프랭크.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두 사람. 그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3. 레이디 맥베스 (왓챠) - 윌리엄 올드로이드
2021.07.16 종료
"남편에게 종속돼 모든 자유를 빼앗긴 캐서린,
고요한 저택에 갇혀 권태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하인 세바스찬에게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때부터, 그녀는 모든 금기를 깨고 자신의 욕망을 따르게 되는데…"
4. 레전드 (왓챠) - 브라이언 헬겔랜드
2021.07.21 종료
"런던의 촌구석 이스트엔드에서 주먹 꽤나 쓰는 쌍둥이 형제로 이름을 날리던 레지 크레이 X 로니 크레이. 한날 한시에 태어났지만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크레이 형제는 서로를 생각하는 우애만큼은 끈끈하다. 타고난 주먹과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마피아와 손잡고 법과 경찰을 피해 세력을 키워나가던 크레이 형제는 어느덧 런던의 밤을 장악하며 유명인사가 되어가지만, 곧 이들 형제에게 위기가 닥친다. 이성적인 형 레지는 연인 프랜시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갱스터 생활을 청산하고
능력 있는 사업가로 변신해 세력을 확장해 나가려 한다. 하지만 엉뚱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통제불능 동생 로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매번 조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로니에게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는 레지.
자신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형을 향한 불만을 쌓아가던 로니
두 형제는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하고, 급기야 로니는 수습 불가능의 대형 사고를 치고 마는데… "
5. 원더풀 라이프 (왓챠) - 고레에다 히로카즈
2021.07.21 종료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는데…
원히 머물고픈 순간, 당신 인생엔 있습니까? "
6. 잠수종과 나비 (왓챠) - 줄리안 슈나벨
2021.07.21 종료
" 유명 잡지 ‘엘르’ 편집장으로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즐기던 장 도미니크 보비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온몸이 마비되고
신체 중 유일하게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자유롭던 몸짓이 한순간 잠수종에 갇힌 남자
하지만 기억과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데…"
7. 심야식당 2 (왓챠) - 마츠오카 조지
2021.07.21 종료
"첫 번째 요리, 불고기 정식
가끔 상복차림으로 외출하는 ‘노리코’
장례식장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가 범죄자임이 밝혀지고
실연의 상처로 도쿄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두 번째 요리, 볶음 우동과 메밀 국수
메밀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세이코’는
철없는 아들 ‘세이타’가 가업을 물려받기를 원하지만
세이타는 15살 연상인 ‘사오리’와 결혼하겠다고 돌발선언한다!
세 번째 요리,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해 도쿄까지 오게 된 ‘유키코’ 할머니
아들은 연락조차 닿지 않고, 손녀 같은 ‘미치루’와 뜻밖의 동거를 시작한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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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또한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또 다시 시작된 한 주의 시작이지만
곧 다가올 2021년 연말을 준비하며, 남은 한 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씨네픽도 다가올 2022년에는 더욱 더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준비하여
여러분들을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의 콘텐츠는 크리스마스 연휴였던 지난 12월 24일, 25일, 26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입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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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저번 주에 이어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2월 24일~26일) 관객 수 100만 60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482만 6673명입니다.
이로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올해 최다 관객 흥행작인 <모가디슈>(362만명)은 물론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누적 관객 수를 동원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명)의 기록까지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다시 정부의 코로나 방역대책 강화로 인해서 극장의 영업시간 제한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시기,
특히 크리스마스 당일에만 60만명에 가까운 관객 수를 동원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2주 차에 접어들었다는 것인데요. 단 기간에 최다 관객를 기록한만큼
앞으로 얼마만큼의 관객 수를 더 불러모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NEW)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12월 22일 개봉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주말동안 (24~26일) 주말 관객 수 29만 2165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40만 565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독주 속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꽤 선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개봉 시기가 겹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관객 수를 동원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네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새로운 배우들이 뭉쳐 완전히 새로운 '킹스맨'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입니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기원' 그린 작품입니다.
언론과 평단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영화를 실제 관람한 관객들의 극찬이 주를 이루고 있는만큼,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순위도 궁금해집니다.
3위. <매트릭스: 리저렉션>(NEW)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18년 만에 돌아온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설 <매트릭스: 리저렉션>입니다.
같은 기간(24~26일)동안 주말 관객 수 9만 809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15만 7123명입니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많은 영화팬들에게 인생 작품으로 손꼽히는 레전드 영화입니다.
그래서 18년만에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한다고 했을땐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가 컸을텐데요.
지난 12월 22일 개봉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관람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한 상황입니다.
물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독주와 더불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개봉시기와 겹친 부분도 영향이 없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 관람객들의 대부분은 영화의 완성도가 많이 아쉽다는 평이 많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만의 엄청난 액션 등의 볼거리 마저 많이 실망했다는 평이 많네요.
▶씨네픽의 이번 주 80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4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18년 만에 돌아온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포함한 주말 박스오피스와 이번 주에도 많은 관심으로 이벤트에 참가해주신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한 박스오피스 결과도 알아보도록 할게요!
먼저 12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6%, 여성 34%로 남성 관객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5%,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 80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0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의
대부분은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는 물론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3위 - <매트릭스:리저렉션>는 실제 박스오피스 순위와 일치했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0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 92%의 참가자분들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1위,
49%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박스오피스 2위를 예측, 그리고 50%의 참가자가<매트릭스: 리저렉션>의 박스오피스 3위를 예측했습니다.
또한 제 80회 박스오피스 순위예측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를 모두 맞혀 상금을 받아가실 분들은 모두 146명 입니다.
제 80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1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엔칸토: 마법의 세계>(▼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 순위에 비해 2계단 하락한 <엔칸토: 마법의 세계>입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주말 관객 수 2만 312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60만 9787명을 기록했습니다.
할리우드 대작들의 개봉 속에도 꿋꿋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크리스마스 연휴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영화 관객들의 관람 영향으로 꾸준히 관객 수를 동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5위. <신데렐라 2: 마법에 걸린 왕자>(▲41)
▶주말 박스오피스 41위 상승한 애니메이션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080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2만 0576명을 기록했습니다.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는 디즈니의 대표 프린세스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용감하고 당찬 공주 '신데렐라'가 마법에 걸린 왕자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신비한 생명석을 찾아 나서며 펼쳐지는 마법 같은 모험을 그린
판타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역시나 크리스마스 연휴 시기에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의 관객 수의 영향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5위에 등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예상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한 동일한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2월24일~26일) $81,500,000 (한화 약 966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467,331,855 (한화 약 5,543억)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보이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얼마만큼의 흥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 북미박스오피스 2위는 <sing 2>는 유니버설픽처스의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2016년 제작된 영화 <Sing>의 후속편으로 전편에서 한때 잘 나갔던 문 극장의 주인 코알라 버스터(매튜 맥커너히)는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열게 됩니다.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모인 이들이 꿈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최고의 쇼를 선보인다는 내용인데요.
매튜 맥커너히는 물론 리즈 위더스푼, 스칼릿 조핸슨, 태런 에저튼, 그리고 퍼렐 윌리엄스 등이 극 중 주인공들의 목소리 역을 맡으면서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국내개봉은 2022년 1월 5일 개봉이라고 하는데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북미박스오피스 3위와 4위는 각각 <매트릭스: 리저렉션>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주말동안 $12,000,000 (한화 약 142억), 총 누적 매출액은 $22,500,000(한화 약 266억) 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같은 기간동안 $6,350,000(한화 약 75억), 총 누적 매출액은 $10,025,412(한화 약 118억)을 기록했습니다.
▶ 북미박스오피스 5위는 <American Underdog>입니다.
<American Underdog> 크리스마스 당일날 개봉하여 $6,200,000(한화 약 7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American Underdog>은 미국프로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커트 워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약 10년 남짓의 선수생활을 하면서 2번의 MVP와 슈퍼볼 챔피언, 슈퍼볼 MVP, 4번의 프로보울, 그리고 퍼스트팀 올-프로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남긴 전설적 미국프로축구 플레이어라고 하는데요.
연출은 <우드론>, <아이 캔 온리 매거진>, <아이 스틸 빌리브>등을 연출한 어윈 브라더스가 맡았으며,
<샤잠!>의 재커리 레비가 '커트 워너'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아직 국내에는 개봉 미예정인 작품이라서, 국내 개봉 소식을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12월의 넷째 주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예측한 박스오피스 순위와 어느정도 일치하셨나요?
씨네픽은 여러분들이 영화에 관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측 이벤트에 참여함으로써
상금도 받아가실 수 있는 '영화적 놀이터'를 제공하고자 노력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2021년도 한 해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씨네픽 다음 콘텐츠는 2022년 1월 3일, 월요일날 더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 새해 복 많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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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메라>의 아무도 없음과 누구도 아님
얼핏 <행복한 라짜로>에 비해 계급성에 대한 고찰은 덜 두드러지고 로맨스 / 로드 무비의 모험적 속성으로 약간의 노선 변경을 감행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서늘하고 직관적인 대비는 여전히 빛난다. 예를 들면 감독의 언니 알바 로르바케르가 연기한 부자 수집가 스파르타코의 대사 같은 것들.
더러운 옷을 입고 도굴꾼인 척 하지만 당신 본질은 그게 아냐. 저들을 봐. 자기가 예술품을 밀매하는 약탈꾼인 줄 알지만 사실 거대한 기계의 부속일 뿐이야. 우리 몸종들이지. 언젠가 완전히 녹슬어 기억 속에서 사라질 거야.
도굴로 먹고 사는 가난한 시골의 톰바롤리 친구들은 우연찮게 찾은 ‘진짜 보물’로 부자들의 유람선에 오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스파르타코의 저주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피로의 삼촌이 괭이를 빌려갈 때 “일만 하다 돌아버렸다”며 노인을 조롱하고 박대한 바 있다. 이 장면은 도시로부터 침투한 자본과 공장의 오염에 밀려나고 자리를 뺏긴 채, 전통적인 육체노동을 경시하며 한 탕을 노리는 80년대 이탈리아 지방 청년들의 세태를 압축적으로 묘사한다. 전 세대 노인들에 비해 훨씬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됐지만, 바라던 대로 졸부가 되는 데엔 결론적으로 실패하는 젊은이들(애초에 그것은 아르투가 찾아준 기회일 뿐이었으니). 결국 노인의 운명이나 자신의 운명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단 걸 검은 머리의 에트루리아 후손들은 모르고, 오만한 금발의 스파르타코는 알았다.
에트루리아의 동물, 풍요, 번성의 여신 키벨레 상으로 인해 톰바롤리도, 스파르타코도 일확천금의 기회를 쥐지만 돌연 환멸을 느낀 아르투는 “인간이 보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야“라며 상의 얼굴 부분을 바다로 던져버리고 만다. 과거에 얽매인 그는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와 곧 잃어버릴 키벨레의 얼굴을 동일시한지 이미 오래다. 한순간에 절망한 피로와 친구들은 이게 무슨 짓이냐며 아우성이지만 스파르타코만은 단말마처럼 숨을 들이킨 후 가라앉는 상을 바라보며 오히려 살며시 웃고 있다. 이천 년 넘게 땅 속에 있었고 이제 일부를 영영 유실한 여신상은 영원히 얼굴 없는 아무개, ‘누구도’ 될 수 있고 ‘아무도’ 아닌 상에 머무를 수 있다. 그 편이 ‘더 낫다’는 건 아르투에겐 고대의 예술을 향한 본능적 감각이었고, 스파르타코에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사업가로서의 이성적 판단일 테다.
이쪽과 저쪽. 지상과 지하. 아르투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꿈속 저승과 그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이승. 배 위의 부자를 위해 일하는 큐레이터들과 산 아래 동굴의 도굴꾼들. 아르투가 수맥을 찾을 때 쓰는 Y자의 나뭇가지와, 이탈리아가 “사람이 머리부터 거꾸로 꽂힌 것 같다”고 웃어댄 나무의 수형(Y자를 반대로 꽂아둔 듯한).
플로라 부인은 폐쇄된 기차역에서 “이쪽은 시골, 저쪽은 도시”라고 반대 방향을 가리켰지만, 실상 불행과 빈곤은 언제라도 구분 없이 공평하게 찾아들며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행복한 라짜로>의 귀족 부인이 과거에 가둬둔 자기 소유의 소작농들을 바라보며 “나는 저들을 착취하고 저들은 가장 약한 소년(라짜로)을 착취한다”고 말했듯이. 반세기 후 그의 아들 탄크레디 역시 귀족 집안의 부와 명예를 이어받지 못하고 문서 몇 장에 집안 땅을 모두 뺏겨 도시 빈민이 되었듯이.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패전했으며 기원전부터 이어진 에트루리아 문명도 로마에 흡수됐다. 파비아나가 장난스레 부르짖은 “통일 이탈리아”를 구축하기 위해 지역 특색의 문화와 언어는 통제되고 소실되며 가치를 잃는다. 과거의 영광은 빛바래고 외부 자본에 의해 싸구려 ’평민의 일상품‘이라며 멸시받는다. 아르투 일생의 마지막 도굴에서 먼저 사금을 찾아낸 젊은이가 이탈리아인이 아니라 아르투와 같은 이방인(아마도 동유럽의 언어를 쓰는)이었던 것처럼, 주인 아닌 자들이 과거의 아름다움을 더 빨리 알아보고 정작 주인된 이탈리아 인들은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해 외부의 도움을 빌려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이것이 에트루리아인들이 남긴 무덤 위에서 뛰놀며 자랐다는 알리체 로르와커가 애수를 품고 조망한 이야기의 첫 번째 골자다.
여기저기 평을 읽다가 이탈리아라는 인물 자체를 그냥 싫어하거나, (그렇게 말하긴 아무래도 너무 여혐적이었는지) 아르투가 이탈리아와 호감을 나누는 관계가 되는 게 거부감이 든다는 반응을 꽤 많이 보았다. 나도 첫 관람 때는 이입하기 힘든 인물이란 인상 정도는 받았지만,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싫어했단 점에서 오히려 갑자기 흥미가 생기고 복잡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아르투가 가진 매력의 대부분은 삶에 전혀 집착하지 않는 듯한, 덤덤하고 버석버석한 태도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이 범상치 않은 초연함에 자꾸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삶의 미련과 생동감을 불어넣고야 마는 이탈리아를 대번에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베니아미아란 과거의 사랑이 너무 선명히 버티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강력한 순정을 가진 아르투에게도 거리낌 없이 성큼성큼 접근하는 (아이 둘 둔) 여자라는 점, 푼수 같기도 당돌하기도 한 성격과 눈치 보지 않는 제멋대로인 면까지. 누군가는 이탈리아를 무척 피하고 싶은 여자, 대책 없이 해맑은 사람으로 기억할 게 뻔하다.
하지만 이 실패한 사랑의 시작을 이탈리아의 시점에서 다시 쓴다면 아주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초목이 우거진 걸 빼곤 좋아할 수 없었던 고향을 떠나, 아버지가 다를지도 모르는 두 아이를 낳고, 그다지 잘할 생각도 없는 노래를 배우는 체하며 딸을 잃고 정신 나간 늙은 여자의 집에 입성해 아이들을 숨겨 키우고, 결국 들켜서 쫓겨났지만 굴하지 않고 같은 마을의 버려진 역을 고치고 꾸며 제 살 곳을 마련하고 같은 처지의 여자들을 불러 모은다. 이 영화는 아르투의 입장에서 보면 방황하고 회피하며 끝내 치유받지 못하는 여정에 관한 비극적 로드무비지만, 이탈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태어난 고향으로부터 유리된/쫓겨난 이가 끝끝내 자기만의 새 집, 새 고향을 일구어내고 새 가족을 만드는 일종의 개척자 영웅 서사다.
고향에 자카란다 나무가 많았다는 언급이나, 라틴 또는 아프리칸계 혼혈로 추정되는 외모의 아이들 콜롬비나와 치릴로의 외모로 미루어보아 그가 떠나온 고향도 어쩌면 타국일지 모른다. 혹은 포르투갈, 멀게는 남미까지도 떠돌며 살아온 (아르투 못지않은) 방황의 시절이 있었을지도.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근거는 이탈리아가 확실히 ‘이방’의 인물에 끌려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음악 선생의 죽은 딸의 남자친구라는 영국인 - 보다도 그가 이방인이라는 점 그 자체, 그가 움막을 살기 좋게 꾸미는 능력, 언어적 소통에 서툴다는 점 등등 -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짜증스럽게도 돌아왔다가 떠나고 찾아왔다가 버리고 가기를 반복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내 뜻대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뿐인데도 이탈리아는 평정과 긍정을 유지하는 드문 사람이다. 아르투를 비롯한 톰바롤리 남자들이 별다른 직업도 없이 스파르타코의 탐욕에 기생하며 과거에 속박된 도굴꾼에 머무르고, 플로라 부인이 페르세포네를 잃은 데메테르처럼 정신을 놓고 딸에 집착할 때, 이탈리아는 홀로 현실을 책임지고 미래를 도모한다. 누구 못지않게 신산한 삶을 산 것처럼 보이는데 그에겐 과거가 별로 중요치 않은 듯도 하다.
영화 중반부쯤, 스파르타코의 조카 멜로디에가 돌연 제4의벽을 뚫고 나와 관객에게 “에트루리아 인들이 로마 제국에 흡수되지 않았다면 이탈리아엔 마초가 없었을 거래요”라고 말하고 에트루리아 민족은 모계 사회였다는 점을 피로에게 일러주는 재미난 순간이 있다.
이 서술은 영화 전반에 존재감을 행사하려 애쓰는 피로의 분투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그처럼 마초가 되려 하는 근현대 이탈리아 남성들의 폭력적 문화를 - “여자가 오줌 눴을 때 모양이 동그랗다면 결혼하라고 했다”는 말에서 즉각 감지되는 ‘처녀성’에의 집착, 카니발에서 춤추는 이탈리아의 모습에 동해 ‘발가벗기자’고 달려드는 관습적 성희롱 등등 - 야릇한 방식으로 조롱하고 있다. 영화가 그 대신 가만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은 시끄럽고 하찮은 남성 조연들에 비해 훨씬 인상적인 방식으로 ’힘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여성 조연들이다.
빼앗긴 힘의 자리로 가장 먼저 소환되는 건 베니아미아의 어머니 플로라 부인의 기이한 권위다. 플로라는 딸 뿐인 집안에서 폭군으로 군림하며 딸들과 제자를 함부로 대한다. 딸들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낡은 집을 팔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만 그는 집과 가구들을 팔지 못하게 하며 죽은 막내딸(베니아미나란 이름은 야곱이 요셉만큼 사랑한 유일한 아들이자 막내인 베냐민에서 따왔을 게 분명하다)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버티기 위해 건강과 경제권 그리고 정신을 놓지 않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막내딸의 연인이었던 아르투는 오페라 가수였던 플로라 앞에서 감히 담배를 피워도 되는 유일한 사람인데, 딸들은 ‘남자만/남자라서 가능하다’며 차별 대우에 대놓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사실 아르투가 대접받는 유일한 이유는 그가 베니아미나가 죽은 것을 부정하려는 플로라의 절박함에 군말 없이 동조하는 체라도 하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후 스파르타코가 자기 직원들을 손짓 하나로 몸종처럼 부리는 모습에서도 플로라와 유사한 권위가 발견된다. 스파르타코란 이름을 여성이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주로 이탈리아 남성형 이름에 붙이는 어미(-co)로 끝나는 점, 그 유명한 투쟁가 스파르타쿠스 또는 아테네를 이긴 스파르타의 군인들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란 점도 그의 특수한 위치성을 짐작케 한다. 그와 친지, 직원들이 전원 새하얀 금발 벽안을 가진 것은 그들이 토종 에트루리아 혈통이 아닌 역사적 침략자의 혈통이리란 사실을 의도적으로 암시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가 일군 대안 가족의 그림을 통해 에트루리아의 모계 사회는 다시 한번 불려 나온다. 이탈리아가 ‘누구의 것도 아니며 모두의 것이기도 한’ (유적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의) 공간을 쓸만한 집으로 만들어내자 그처럼 아비 없는 자식들을 홀로 키우는 젊은 여자 친구들이 모여 거대한 양육 공동체를 이룬다. 아이도 남편도 없는 파비아나가 “짜증만 내고 지시만 하며 부려먹었“던 피로와 남자들을 떠나 여성과 아이뿐인 집에 합류한 결정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아서 집을 고치고 먹을 것을 구하고 자급자족 노동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탈리아의 모습은 앞서 ”가서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 뭐라도 하면서 노래를 불러“라며 온갖 가사노동을 시킨 플로라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만든다. 클래식하고 권위 있는 음악을 가르치면서도 육체가 깨어 있어야 소리가 잘 나온다고 강조하는 것은 젊은 시절 그가 직접 몸으로 배운 교훈 때문일 것이다. 플로라와 이탈리아에게 예술과 생활, 음악과 노동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이는 inestimable한 것을 기어이 estimate하겠다는 외지의 자본, 남성들이 추구하는 협소한 의미의 성공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미학이다. 버려진 기찻길 옆에서 일정한 소음을 만들어내는 노동은 그 자체로 저항 예술의 성격을 띠게 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르투는 톰바롤리와 플로라 대신 이탈리아의 집을 찾아가며 처음으로 ‘다른 미래’를 꿈꾸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베니아미아의 망령을 그리워하며, 사람 대신 새 떼가 노니는 명계의 꿈과 망자들의 부름에 강렬히 사로잡혀 있는 운명이라 이탈리아가 마련해 준 현실 세계의 유토피아에 편히 머물지 못하고 떠나간다. 결국 부장품 하나 없이 제 발로 들어간 무덤에서 그는 비로소 진짜 웃음을 짓고 마음 저린 행복을 찾는다. 그리하여 다음 세대 도굴꾼의 재능이 발견되기 전까지 측정될 수 없는 것, 훼손할 수 없는 것들은 영영 보존될 것이다.
그가 묻힌 땅 위에서 플로라는 계속 베니아미나와 아르투를 기다릴 테지만, 이탈리아는 계속 꿋꿋이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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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형 막장드라마(feat. 판타지)
* 스포일러가 다분합니다.
** 리뷰를 쓸 당시는 넷플릭스에서 제공해서 본 것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현재는 왓챠에서 볼 수 있나봐요.
처음 방영된다고 했을 때 소재가 매우 흥미로워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볼 수 있는 TV는 없었고, 방법도 없었다. 불법 다운로드는 안 하고 싶었고 그러다가 놓친 것을 거의 10년 만에 보게 된 것이다. 사랑해요 넷플릭스(지금은 없지만...)
그런 애정의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던 그림, 결국 다 보고야 말았다. 보기 시작했으니, 완결도 났으니 끝까지 다 봐야겠다는 이 마음은 오기 혹은 의리에 가까웠다. 그러다보니 사실 꼼꼼히 보지는 않았다. 보는 도중에 다른 사람들 리뷰도 다 찾아봤다.
다른 리뷰를 보면서 가장 많이 봤던 이야기가 '막장'이라는 것이었는데, 정말 막장이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출생의 비밀, 애인 바꾸기, 음모, 술수, 폐륜 등등 한국 아침드라마에서 볼 법한 내용들이 전 시즌에 걸쳐서 가득하다. 물론 간혹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도 있기는 하다.
"인물"
주인공 버크하트는 정말 이기적이다. 세상 맨날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동료들을 앞장 세운다. "먼저 가야지 않겠어?" 식이다. 그래서 본인은 잘 안 다친다. 맨날 위험한 현장에는 먼로를 보낸다던지 한다. 심지어 통찰력은 행크랑 우가 훨씬 높다. 버크하트는 뭐랄까 세상 엄청 감정적이다. '우와와와와와악!' 하는 느낌. 시즌 앞쪽이야 그럴 수 있겠다 쳤지만 뒤로 갈수록 오히려 그림이 아닌 다른 캐릭터들이 더 그림 같다.
"스토리"
인물이랑 연결된다. 아니, 줄리엣이 헥센비스트 되고 나서 엄청 삐뚤어지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자기 애 낳았다고 다른 헥센비스트랑 잘 되는 건 좀 어이없다. 줄리엣을 버린 이유가 헥센비스트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그러니까 막장소리를 들었겠지 싶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엄청 대단한 아이인 것처럼 나왔는데, 결국은 어린신부 후보였고, 막 무서워하다가 "나 이 아저씨 좋음" 이라고 말하면서 엄마아빠까지 죽게 만드는 엄청나게 나쁜 애였다. 성장을 쑥쑥 엄청나게 빨리 하더니 딱 7~8세 정도 되는 나이에서 멈춰서는 자라지가 않았다. 선택형이여? 심지어 성인이 된 모습 나오니 본인 동생이랑 나이 비슷하게 지나갔더라.
세상을 바꿀 애라고 해서 좀 더 빨리 자라서 엄마아빠 모습 쯤에서 멈출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물론 어린 신부 컨셉 맞추려 그랬을수도 있지만 살짝 어이가 없었다. 캐릭터를 잡아놓은 세계관보다 잘 못 쓴 느낌이었다. 드라마가, 그걸 쓴 작가가 '할말하않'의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림은 무능력하고, 캐릭터들은 붕 떠있고.. 그러다보니 우가 제일 좋다. 인간적이야.
결국 판타지도 하고 싶고, 로맨스도 하고 싶고, 종교도 넣고 싶고, 다 넣고 싶어서 때려 넣었던 '원더풀데이즈' 같았다. 그리고 왜 다들 피붙이에 그렇게 집착하는 건지 진짜 한국 드라마인줄.
정말 꾸역꾸역 다 봤다. 기대가 커서 실망이 컸다고 하기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었다.
신기한건 2011년~2017년 6년 걸쳐서 찍은건데 배우들이 어쩜 단 하나도 안 늙은 느낌인지. 그 시간동안 나만 늙었나 보다. 마지막 시즌은 다른 시즌보다 짧고,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있었다. 아마 정말 급하게 마무리한게 아닌가 싶다. 시작은 했으니 우선 끝은 내야겠다 같은 그런 마음으로 마지막 시즌을 내놓지 않았을까?
첫 시즌할 때 엄청 기대 했었는데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을 줄이야.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너무 길고, 좋은 드라마라도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은근 재미는 있었다. 줄리엣 불쌍해서 응원하게 된다. 이러나 저러나 발상은 좋았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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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셰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이 글은 영화 [비상선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선생님은 내가 본 영화에 10점을 준 사람의 평가를 보고 에이 그건 아니지. 라며 1점을 주는 행동 또한 남의 의견을 신경 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영화 [포제서;Posessor] GV)
취향이란 것에는 옳고 그름도, 급의 차이도 없다고는 하지만 영화 티켓 값이 만 오천 원에 육박하는 데다 이례 없는 대작 파티가 펼쳐지고 있는 현재.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원하는 관객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 가능하다.
2022년 여름 4 대작 중 세 번째 영화인 [비상선언]은 이미 시사회를 통해 후반부의 진행이 다소 아쉽다는 평이 돌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아직 영화를 접하지 않은 예비 관객들 조차 소문을 통해 자신들의 선택을 조금은 단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압도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는 전반부를 깎아먹을 정도로 후반부가 그렇게 나쁜지. 그리고 나쁘다면 얼마나, 어떤 점이 나쁜지. 개봉 당일에 영화를 보고 온 관객의 입장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그 의견이 전문가의 의견이건 한 개인의 의견이건, 혹은 천만 관객 이상의 생각이건 상관없이. 자신이 보고 싶었던 영화는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작품을 놓친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 한 번을 잃는 것과 같으므로.
전반전;클리셰를 영리하게 피하며 선제골을 넣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박해일 배우의 모습이 보였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단지 한국 영화계에서만 낯설었을 뿐.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이미 익숙한 항공 테러, 혹은 재난 영화를 만들겠다는 선택을 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가 뭐라 해도 "뻔한 것"들을 쳐내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비상선언]은 이런 장르물에서 만날 수 있는 요소들을 아주 조금씩 비틀어 기시감을 최대한 피하려 노력했다.
악역인 진석에게는 서사보다는 순도 높은 사이코패스 설정을 꼭 쥐어주었고. 이 테러의 목적이 돈도 인질도 누군가의 석방도 아닌 그저 모두의 죽음임을 암시하며, 타협점이 전혀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높였다.
또한 대머리에 하얀 민소매를 즐겨 입고 군번줄을 걸치고 있을 것만 같은 퇴역한 특수부대 출신, 혹은 무엇이든 다 아는 방법이 있는 진실의 방으로 테러범을 데려갈 것만 같은 게임 체인저도 애초에 이 비행에 합류시키지도 않았다.
가장 놀라운 점은 비행기 안의 나머지 탑승객들이다.
그들은 이 참담한 와중에도 누구 하나 남 탓을 하지 않으며. 혼자 살려고 발버둥 치다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참고 1). 영화 안에서 성가진 긴장감을 유발하는 파워 게임이나 자원 쟁탈전도 벌이지 않는다.
배정받은 자리에 얌전히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간이 테이블까지 착실하게 내려놓은 채 입도 뻥끗하지 않을 것만 같은 승객들 덕분에. 영화는 삶에 대한 미련을 말끔히 버린 테러범이 총 한 자루, 큰 고함 한 번 없이 비행기를 탈취한 그 상황에 모든 포커스를 둘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마련된 소중한 찬스는 영화 전반부 내내 유효 골을 터뜨린다. 눈에 날아와 박히는 모든 장면들이 주는 압도감은 탄탄한 압박이 되어 그 어떤 잡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 시간으로 관객들을 꽁꽁 묶어둔다.
후반전;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클리셰에게 동점골 허용
사진 출처:다음 영화
사실 후반부의 "신파"라고 부를 수 있는 장면의 슬픔의 강도는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있을 법한 정도이고, 또 가족과의 마지막을 고하는 장면이니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상 그 모든 부분들이 기괴하다, 혹은 느닷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과연 이 껄끄러움의 원천이 무엇인지 조용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영화의 원만한 흐름과 긴장감을 위해 서사는커녕 자신의 입을 기꺼이 다물었던 다수인 탑승객들에게 너무 급작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줘 버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당신들의 차례입니다.라는 의도가 아닌, 시간이 좀 남았는데 어떻게라도 좀 해봐요.라는 투의 취급을 하고 있다는 점은 영화의 후반부를 매우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보이게 하기 충분하다.
그 산만함은 머릿속에서 지금 이거 날 울리려는 거지?라는 반감이 고개를 불쑥 들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눈물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과격하다 못해 무자비하게 느껴질 정도의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던 상대방에게서 아주 조금씩 허점이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조금씩 무너지는 수비 진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했다고 자부했고. 따돌렸다고 믿었던 클리셰는 결국 외통수처럼 좋은 결말로 가는 길목을 막아 선 최후의 수비수가 되어있었고. 이 명성도, 실력도, 소문도 자자한 선수는 결국 이번 경기에서도 보기 좋게 한 골을 넣고야 말았다.
모든 장르적 규칙을 파괴했다고 자부하는 전반부의 위엄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치욕적인 골로 기록될 것이다.
인저리 타임;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인한 어이없는 실축.
사진 출처:다음 영화
과연 이 영화가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본다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규칙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 영화 전술의 기본은 책임감이었다.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아예 장관 숙희(전도연)의 입을 빌어 책임을 지는 일을 하는 사람이 공무원이라는 대사까지 내뱉는다. 또한 인호(송강호)는 직업적인, 그리고 가장으로의 책임감을 둘 다 내버리지 않고 허리춤에 찬 채 죽어라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는 자신의 전술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재혁(이병헌)의 만회 비행이 성공해 안착하는 장면으로 비유하는 것을 선택했다. 비록 10분에 한 번씩 바람 방향이 바뀌어 안전한 착륙을 예측할 수 없었지만. 두 명의 사상자를 내는 바람에 조종간을 놓게 만들었던 그때를 완벽하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책임감을 통해 놓치지 않았다고. 그러니 이 플레이는 꽤나 일관되었다고 주장한다.
결론은, 혹은 결과는 옳았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에 있다. 영화가 신파를 선택한 것이 문제가 아닌, 신파를 선택하는 과정이 잘못되었음이 결말에 절실히 드러난다. 재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이 경기의 설계자는 재혁에게는 잊고 싶었을 그때의 결정보다 더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치 그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처럼.
과연 이 선택이 KI501 항공편이 전반부에 겪은 생화학 테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법한 항공 재난 영화의 앞부분을 만들어 낸 비행기의 탑승객들은.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선택받을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는 이들에게 그런 선택지를 들이밀지 않았다. 우리는 책임졌다.라는 결말은 결국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못했다.
마치면서
세 사람이 도둑질을 했다.
한 사람은 도둑질이 나쁜 것인지 모르고 했고
한 사람은 도둑질이 나쁜지 알면서도 했으며
한 사람은 도둑질이 궁금해서 했다고 했다.
이 중 가장 나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정답(?)은 도둑질이 나쁜 것인지 모르고 한 사람이라 했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조차 없는 무지함 만큼 나쁜 것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분명 그럴 의도로 만든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비칠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나쁜 결말이 되어버렸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전반부가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 또한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박해일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한 임시완의 연기는 매서움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캐스팅을 볼 수 없을 것처럼 호화로운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많은 것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1
물론 빌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다른 재난 영화들에 나오는 인물들에 비하면 귀여울 지경이며, 오히려 저런 상황에 처했을 때 일으킬 수 있는 정상 범위의 반응 중 하나 정도로 보인다. 솔직히 저 정도면 나도 이길 수 있다. 정도?
[이 글의 TMI]
1. 오래간만에 야식 먹고 글 쓰고 자려고 했는데 왜 벌써 새벽 다섯 시지.
2. 하지만 후회는 없다.
3. 다다음주 휴가다!!!!!
[수다쟁이의 또 다른 TMI]
여담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생화학 테러(바이러스)가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두 배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과연 저 영화 속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인지.(혹은 어떤 바이러스에 가까울지) 그리고 묘사하고 있는 증상이나 전염되는 방법 등의 고증이 얼마나 되어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느라 박진감을 넘어서 피부로 와닿다 못해, 영화 내내 머리에서 김이 슉슉 뽑아져 나오는 걸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아 물론 이 영화를 보신 우리 연구실 리더분에 의해 다음 주 저널 클럽에서 영화에 대한 토론을 (공부해와서) 하기로 했다.
....?? 왜 나만 새드 엔딩인데. 나도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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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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