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1-06 16:45:25
'태혜지'를 잇는 3세대 여배우 9명
1세대엔 태혜지가 있다면 현재는 이 배우들이 자리하고 있죠! 3세대 여배우 특집. 땀범벅이 되어도,
피가 튀겨도, 그마저도 아름다운 청춘 스타들. 눈에 익은 배우들도 혹은 생소한 배우들도 보이실텐데요.
현재~미래의 드라마, 영화를 책임질 9명의 배우들을 소개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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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턴트맨 | 진심 하나로 무장한 로맨스 코미디 액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최고 액션 스타 '톰 라이더'(애런 테일러존슨)의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 그는 숱한 영화에서 경력을 쌓으며 승승장구하며,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조디'(에밀리 블런트)와의 사랑도 키워나간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갑작스레 끝난다. 스턴트 촬영 중 자기 실수로 허리를 크게 다쳐 버린 것. 자존심에 금이 간 콜트는 그 길로 커리어도, 조디와의 연애도 포기한 채 잠적해 버린다.
그러나 발레파킹을 하며 지내던 콜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영화 제작자이자 톰의 친구인 '게일'(해나 워딩엄)이 그를 촬영 현장에 복귀시킨 것. 그것도 조디의 데뷔작 촬영장에. 콜트는 조디와의 아련한 재회를 기대하며 촬영장으로 향하지만, 게일은 그에게 예상 못한 미션을 내준다. 바로 종적이 묘연해진 주연 배우 톰을 찾아달라는 것. 그렇게 콜트는 다시 한번 온몸을 내던진다.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예상과 실상의 괴리감
외국 영화가 개봉할 때 제목 번역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초월 번역을 하면 작품의 접근성이나 호감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번역이 영화 내용과 거리가 멀거나 본래 제목에서 멀리 벗어나면 관객의 관람 후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 장르나 내용을 잘못 예상한 나머지 실망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노의 질주>는 전자다. <The Fast and the Furious>라는 영어 제목 못지않게 카 레이싱 액션 영화라는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해준다. 반면에 후자의 대표 사례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꼽을 수 있다. <월터 미티의 비밀 생활(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이라는 본래 의미와 동떨어졌기 때문. 자칫 판타지 영화로 오해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데드풀 2>와 <분노의 질주: 홉스&쇼> 메가폰을 잡았던 데이비드 리치의 신작 <스턴트맨> 또한 후자다. <스턴트맨>의 영어 제목은 <The Fall Guy>, 직역하면 곧 '추락한 남자'다. 내용도 제목에 충실하다. 스턴트맨 콜트가 인생의 추락을 극복하는 드라마다. 자연히 한국어 제목만으로는 이 이야기를 함축할 수 없다. 이 괴리감 때문일까? <스턴트맨>은 어딘가 허전한 액션 영화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추락한 남자'의 이야기
시작은 화려하다. 예고편처럼 여러 액션 영화 속 콜트의 스턴트 장면을 짜깁기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내 새 경로를 잡는다. 빌딩에서 등 뒤로 추락하는 스턴트 촬영 중 허리를 크게 다친 콜트. 그는 업계 최고의 스턴트맨이었다는 자존심을 꺾지 못한 나머지 자기 경력을 포기했다. 조디와의 연애 역시 덩달아 끝났다. 그렇게 그는 한 번에 두 번 추락해 버렸다.
자연히 영화는 두 개의 드라마에 치중한다. 우선 콜트가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려 노력하는 과정을 쫓는다. 이 대목이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특히 콜트와 조디가 촬영 중인 영화 주인공 커플의 관계에 몰입해 서로의 감정을 진솔하되 돌려 말하는 화법이 감동적이면서도 웃음 포인트다. 화면 분할 장면처럼. 로맨스 연기에 특화된 라이언 고슬링, 장르 무관하게 연기력을 자랑하는 에밀리 블런트의 호흡 덕분에 사랑 이야기는 더 빛난다.
이에 더해 콜트가 주연 배우의 실종과 얽힌 음모를 파헤치며 자기 경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대목은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에 존재론적으로 접근해 스턴트맨을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릴 수 있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비판한다. 스턴트맨에게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없다는 대사처럼. 영화 내에서 얼굴이 비치면 안 되는, 존재하지 않아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의 비애를 잘 끄집어낸다.
서로서로 발목 잡는 플롯
그런데 두 이야기가 잘 융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와 로맨스 사이를 오가는 사이 서스펜스가 끊기기 때문. 콜트가 요트를 타고 펼치는 액션 시퀀스만 봐도 한계가 명확하다. 이 장면은 콜트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탈출하는 절박한 순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콜트가 조디에게 유언 비슷한 말을 전해야 하니 위기가 절정에 이르기 전에 김이 새 버린다.
그뿐만 아니다. 곳곳에 삽입된 개그 장면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데드풀 2>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지만, 어설프게 균형을 잡으려다가 실패한 듯싶다. 일례로 톰 라이더 실종 사건의 진짜 흑막이 밝혀지는 순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대목을 더 무섭고, 날카롭고, 긴장감 넘치게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그런데 그 순간마다 과한 유머가 찬물을 뿌리다 보니 이야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없다.
영리하지만 임팩트 없는 액션
액션도 균열을 감추지는 못한다. <스턴트맨>의 액션은 주 재료가 아니라 양념이니까. 물론 아기자기한 맛은 살아있다. 차를 전복시키거나, 실전에 스턴트 기술을 접목하거나, 공포탄 총이나 고무 도끼 같은 소품을 활용해 변칙적인 재미를 주는 식의 액션 연출은 분명 영리하다.
이는 의외의 관음증적 재미로도 이어진다. 다큐멘터리나 메이킹 영상만큼 자세하지는 않지만, 블록버스터 영화 속 액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놓치지 않기 때문. 데이비드 리치 본인이 스턴트맨 출신이라는 장점을 영리하게 잘 살렸다. 그는 <파이트 클럽>, <오션스 일레븐>, <트로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등에서 브래드 피트의 스턴트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스턴트맨>의 액션은, 영화 속 대사를 빌리자면, '섹시 베이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스턴트맨>은 할리우드의 성장을 밑받침한 수많은 스턴트맨을 위한 헌정작이기에 액션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자연히 극 중 액션은 여러 액션 영화에서 한 번쯤 본 듯한 장면으로 가득하다. <매드맥스>나 <스타워즈>, <분노의 질주>가 대표적이다. 안 좋게 말하자면 클리셰 범벅인 셈이다.
스턴트맨이라는 소재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스턴트맨이 현실에서 자기 기술을 써먹는다는 콘셉트에 충실하다 보니 과장된 액션을 막무가내로 보여줄 수가 없다. CG로 무장한 고자극 액션에 익숙해진 현재 관객의 눈높이에서는 다소 '순한 맛'이다. 자연히 감독의 전작이 보여준 수준의 아드레날린을 느끼기는 힘들다.
가슴 뭉클한 헌사
그런데도 <스턴트맨>의 끝은 뭉클하다. 톰 크루즈, 제이슨 모모아 같은 배우와 <제이슨 본>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오마주로 꾸며진 헌사가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
이에 더해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런트가 스턴트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메이킹 영상을 담은 엔딩 크레디트 덕분에 영화의 진심은 놀랍도록 잘 전달된다. 혼합된 장르 사이에서 방황하는 완성도와는 별개로, 액션 영화 팬이라면 마지막 순간 <스턴트맨>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액션, 스타, 진심까지 있는데 허전한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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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스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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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다면 그건 굉장히 운이 좋은 일이다.
마이클 샌델도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그렇게 말한다.
반대로,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해서 인간답게 살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공정하지 못함에 분노하지만, 만약 그 불공정이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운이 좋았다며 겸양의 미덕을 보일지도 모른다.
40년 동안 목수로 일해온 댄은 누구보다 열심히 산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열심히 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온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치매를 오래 앓은 아내의 병원비를 대느라 돈이 하나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장병 때문에 일을 더 할 수도 없다.
이제 나라의 복지에 기대야 할 상황이다. 의사는 질병수당을 신청하라고 했지만 반려되었다.
질병수당 대신 실업수당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40년 동안 나무만 만진 사람이 갑자기 컴퓨터로 문서를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
전화로 물어보고 싶은데 대기 시간만 50분. 대기 중에도 요금은 책정된다.
구직활동은 건강 문제로 불가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적극 활용하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수당도 못 받는다.
옆집 청년은 중국산 나이키 신발을 되팔아서 돈을 번다. 젊은 사람은 저런 식으로도 돈을 버는데 댄에게는 복지 수당을 받는 것조차 너무 버겁다.
집에 있는 가구들을 하나씩 팔아가며 그나마 버티고 있다.
구직을 해야 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상담이 거절된 케이티는 두 자녀를 데리고 이민온 미혼모다.
케이티와 그의 아이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도 갖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겨우 얻은 집은 촛불로 난방해야 할 정도로 형편 없고,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아이들에게 줘야 할 통조림을 먹고 죄책감에 오열할 정도로 먹을 게 없다.
센터에서 댄을 만난 이후 댄에게 조금씩 도움을 받는다. 40년 경력의 목수 댄은 집도 척척 고쳐주고 아이들에게 장난감도 만들어준다.
한편, 당국의 부당한 대우와 부조리한 복지 제도에 분노한 댄은 다 필요없다며 질병수당 명단에서 자신을 제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고는 건물 밖 담벼락에 페인트로 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댄의 그래피티 퍼포먼스에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어쨌든 범법이므로 댄은 연행된다.
이후 집 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는 댄에게 케이티가 찾아온다.
도움을 받았으니 댄을 돕겠다는 것. 법과 제도가 할 수 없는 일을 인간은 한다.
케이티는 결국 구직도 하지 못하고, 밑창이 떨어진 운동화를 신는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아이들 때문에 성매매에 뛰어든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핼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사실 기회마저도 운이다. 기회가 있는데 왜 잡지를 못하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기회가 온다고 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앞뒤상황 맥락없이 비난하는 건 또 얼마나 쉬운가.
댄은 케이티를 어둠 속에서 끌고 나온다.
케이티는 댄의 질병수당 심사 항고에 동행한다. 질병수당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이야기를 가장 비극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가. 주인공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것이다.
댄은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케이티는 그가 심사에서 낭독하려고 했던 선언문을 결국 그의 장례식에서 읽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니엘 블레이크의 죽음 이후로 바뀐 것이 있을까. 당사자의 죽음으로 항고는 기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이후, 케이티의 삶이 조금은 나아졌기를, 댄과 비슷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받기가 조금은 편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선별적 복지제도는 복지를 받아야 할 사람이 내가 얼마나 불쌍한지 증명해야 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자격을 박탈당하기 마련이다.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잘 설명해야만 혜택을 받는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젊었을 때 돈 좀 벌지. 남들 돈 벌 때 뭐 했냐', '노력을 안 하니까 저렇게 사는 거다', 또는 '난 저렇게 살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만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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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사람에게, 컴퓨터 못 만지는 사람에게 너무도 가혹한 세상이다.
마르크스가 노동과 자본에서 인간의 소외를 말한 지가 벌써 200년이 다 되어 간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소외는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코 앞에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보는 세상이 숨막힌다.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돈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인간성을 잃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매년 겨울마다 생각한다. 길거리에 노숙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해서 겨울에 얼어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선별적으로 급식 카드에 돈을 받고, 돈까스 하나 먹었다고 비난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우생학이 따로 있는가. 예전에는 종의 개량이었다면, 이제는 돈을 잘 버는 인간만 살아남아라, 하게 된 것뿐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 본다.
"아 바틀비여, 아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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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필리아> 신화를 만나 자유로워진 비극의 여인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총명하고 본인 주관이 뚜렷한 소녀 '오필리아(데이지 리들리)'는 왕실의 연회 자리에서 기지를 발휘해 왕비 '거트루드(나오미 왓츠)'의 총애를 받고, 왕실의 시녀가 된다. 비록 규율이 엄격한 궁전에서 지내지만 오빠인 '레어티즈(톰 펠튼)' 어깨너머로 공부하는 등 특유의 자유로움을 잃지 않은 오필리아에게 왕자 '햄릿(조지 맥케이)'은 첫눈에 반해 열렬히 구애하고, 오필리아도 그 사랑을 이루려고 하나 신분의 격차가 두 연인을 가로막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덴마크 왕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왕비와 선왕의 동생인 '클로디어스(클라이브 오웬)'간의 비밀은 물론 왕비와 숨겨진 자매인 '마틸드(나오미 왓츠)'의 과거사까지도 모두 아는 오필리아는 햄릿과의 사랑은 물론 자신의 인생까지도 바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오필리아>는 영국의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그림을 그대로 옮긴듯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원작인 <햄릿>대로라면 이 장면에서 물에 떠내려가는 오필리아는 이내 물 밑으로 가라앉아 사망한다. 하지만 원작에서 그녀의 최후가 사고인지 자살인지 애매하게 묘사되었다는 점에 주목한 영화는 이 장면 전후로 새로운 이야기를 붙여 넣는다. 총 스무 장으로 구성된 <햄릿>에서 다섯 장에만 모습을 드러냈던 오필리아는 물론 원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드러내지 않던 거트루드와 같은 여성 인물을 운명을 극복하고 삶과 사랑을 쟁취하는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캐릭터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때 영화는 그들의 이미지를 새로이 만들기 위해서 오래된 신화 속 두 여성의 삶을 재현하며 설득력을 더한다.
오필리아가 주체적인 여성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햄릿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그러지 않는 한 그녀는 영원히 햄릿이라는 지구 주위를 떠도는 달과 다름없는 여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필리아>는 이 달의 궤도에 자유와 진취성을 불어넣기 위해 제우스의 딸이자 아폴론의 쌍둥이인 아르테미스의 이미지를 빌려온다. 실제로 영화는 오필리아가 햄릿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그리스 신화에서 달빛의 신이자, 숲과 샘물, 산짐승과 소녀들, 그리고 처녀들의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아르테미스의 성격을 그녀에게 투영시킨다.
미래에 자신이 몸을 던질 개울가에서 목욕을 하던 오필리아는 갑작스럽게 햄릿과 그의 친구 호레이쇼를 조우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추근대며 말을 걸어오는 햄릿을 피해 도망친다. 이후 궁전에서 재회한 햄릿에게 오필리아는 같이 보고 있던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의 그림, 곧 자신이 목욕하는 것을 훔쳐본 사냥꾼을 아르테미스가 사슴으로 변신시키는 순간을 묘사한 그림을 예로 들어 그를 비난한다. 사슴이 된 악타이온이 자신의 사냥개들에게 물어뜯겨 죽었다는 신화 속 결말을 고려하면, 이 장면은 원작에서 드러나지 않는 왕자와 시녀 간의 위계에 굴하지 않는 오필리아라는 인물의 이미지가 뇌리에 강렬히 각인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오필리아에게 아르테미스의 이미지를 거듭 덧입힌다. 예를 들어 오필리아는 숲에 발을 내딛고 밤에 궁전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여성이며, 그녀가 궁성의 망루에 올라갈 때면 항상 화면에 달이 등장한다. 특히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요정과 여성들이 남신들과 영웅들에게 쫓길 때 그들을 지켜주었던 아르테미스처럼 여성들과 연대하고 보호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잃거나 어머니로서 아들을 지키지 못하는 거트루드나 마틸드는 클로디어스로 대변되는 가부장제의 피해자, 침묵하는 여성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왕비의 부탁을 받아 자매의 연락책으로 움직이는 오필리아는 그들의 아픈 과거사를 들어주고, 지켜주고, 그들이 클로디어스에게 맞설 수 있는 길을 귀띔해주며 영화의 끝을 장식하는 복수극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다.
한편 <오필리아>는 메데이아를 두 번째 모델로 삼아 침묵하던 피해자인 거트루드와 마틸드가 자신의 의지와 주체성을 되찾는 서사를 그려낸다. 메데이아는 그리스 신화의 여성 중 가장 주도적인 캐릭터다. 이아손에게 먼저 구애의 손을 내민 것도, 사랑을 쫓아 가족과 나라를 배신한 것도, 보물인 황금 양피를 훔치고 이아손을 구하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도 그녀다.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이아손이 더 강한 권력을 좇아 새로 결혼을 하려 하자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편이 가장 사랑하는 대상, 아이들을 직접 살해하기까지 한다.
영화는 메데이아의 삶을 축약하는 세 키워드,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를 두 명의 여성, 왕비인 거트루드와 그녀의 언니이자 마녀인 마틸드에게 대입한다. 거트루드는 원작과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욕망한다. 클로디어스의 추파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징표를 그에게 하사하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한다. 마틸드 역시 젊은 날 사랑해서는 안될 한 남자를 뜨겁게 사랑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자매는 배신으로 사랑의 대가를 치른다.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오른 후 거트루드는 왕비(queen)가 아닌 왕의 아내(king's wife)로 종속당하고, 자신과 아들인 햄릿의 안위를 보장받지 못한다. 마틸드도 다르지 않다. 그녀는 연인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후 숲에서 은둔한 채 존재를 잃고 그저 거트루드의 자매로 살아간다. 결국 거트루드에게 마틸드가 젊음의 묘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먼저 사랑하고 배신당한 왕비이자 마녀인 메데이아의 이야기가 두 인물로 나뉘어 부여된 것이고, 이는 나오미 왓츠가 두 배역을 맡아 1인 2역의 열연을 펼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자매의 손을 통해 메데이아의 복수를 이룬다. 클로디어스가 가장 사랑하는 왕국과 그의 목숨까지도 파괴한다. 그렇게 이아손으로 하여금 사랑하는 이를 잃는 고통을 맛보게 했다는 결말과 이아손까지도 메데이아가 직접 죽였다는 또 다른 전승을 동시에 재현한다. 다만 결말에서는 약간의 변주를 준다. 의외로 행복한 삶을 누렸던 메데이아와 달리 과거의 복수에 사로잡힌 자매는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을 버리지 못한 햄릿과 레어티즈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대신 자매는 미래를 위한 씨앗을 던져놓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애써 마음속 깊은 곳에 짓누르고 있던 진실, 아픔, 복수심을 끄집어 올리도록 도와준 오필리아의 목숨을 지켜준다. 그렇게 숲 속에서 시작된 비극 속 여성들의 연대는 메데이아와 같은 인간들을 계속해서 도와줄 존재를 남기려는 듯이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마주하는 오필리아의 모습으로 귀결된다.
다만 신화와 비극을 절묘하게 섞어 탄생시킨 오필리아의 새로운 이야기는 그 무게감에 비해 날카롭거나 힘 있게 와닿지는 못한다. 우선 주인공을 설명하는 방식이 너무 직접적이고, 지루하다. 첫 장면에서 오필리아는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한 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의견을 꺾지는 못하는 사람이라면서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이라고 선언하다시피 한다. 영화의 마지막도 비슷한 내용의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앞서 언급한 햄릿과의 언쟁이라든가 왕비의 시녀로 들어가게 되는 경위 등을 통해서도 새로운 오필리아의 모습을 유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내레이션은 동어반복처럼 느껴지고, 굳이 삽입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또한 조급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원작 속 굵직한 사건들에 가급적 모두 손을 대고 변형하려는 욕망이 강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결코 짧지 않은 <햄릿>의 앞뒤에 새로운 이야기까지 덧붙이다 보니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서 영화의 리듬이 굉장히 빠르다는 사실이다. 마치 RPG 게임에서 주인공을 따라 퀘스트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건과 사건, 장면과 장면 사이의 시간 간격도 매우 넓은 가운데 인물들의 대사가 상당히 빠르게 오가다 보니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유추한다 하더라도 그 변화가 정확히 전달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오필리아>가 원작의 중심 메시지까지 삭제하는 급격한 재해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 두드러진다. 이번 영화에서는 햄릿의 명대사인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만날 수 없다.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 후 있음과 없음, 선과 악,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고, 초연해지려고 마음 먹지만 끝내 그 이분법 안에서 고통받는 복잡한 인간이자, 그렇기에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었던 햄릿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햄릿, 레어티즈, 클로디어스가 얽히고설킨 결투와 거트루드와 마틸드의 복수극이 합쳐진 클라이맥스는 자연스러운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색하고, 융화되지 않은 듯 느껴진다. 굳이 살려둔 햄릿과 레어티즈의 서사가 원작의 보존도 아니고 재해석도 아닌 애매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일까? 원작의 핵심 메시지를 챙기지 않을 것이라면 <햄릿>을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티브로만 삼는 것이 나아 보인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서 착안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을 새롭게 구성한 매들린 밀러의 소설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처럼, 남성 주인공들과 관련된 원전의 내용을 더 쳐내고 그 빈자리를 더욱 온전히 세 여성들의 이야기로 채워 넣는 게 원작의 재해석이라는 취지에 더 적합해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상상력에 스스로 제동을 건 결과 비극을 신화적으로, 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필리아>는 미완의 시도로 남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마지막 순간 몸을 사린 햄릿과 오필리아의 신화적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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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한 3개의 이야기, <우연과 상상> 리뷰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배우 후루카와 코토네, 현리, 나카지마 아유무, 모리 카츠키, 시부카와 키요히코, 카이 쇼우마, 우라베 후사코, 카와이 아오바
※개봉 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개봉일 : 5월 4일
개인 평점 : ⭐️⭐️⭐️⭐️+0.5 (4.5/ 5)
우연과 상상 리뷰 3줄 요약
1. 3개의 단편 영화로 구성된 영화
2. 제목처럼 우연과 상상이 존재하는 순간들을 다룬 스토리
3. 우연과 상상이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연과 상상> 포스터 [출처: 씨네랩 제공]
-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감독
최근에 먼저 개봉했던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감독님으로 그보다 앞서 <우연과 상상>이 베를린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해피아워>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상영시간이 무려 317분이라 차마 보진 못했다.
<우연과 상상>이 <드라이브 마이카>보다 먼저 나온 영화지만 <드라이브 마이카>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이랑 골든 글로브 비영어영화상까지 받아서 먼저 개봉하고 뒤이어 우연과 상상이 개봉하는 것 같다.
<우연과 상상> 스틸 컷 [출처: 씨네렙 제공]
- 우연과 상상에 대한 3개의 이야기
영화 속 등장하는 3개의 단편 모두 우연과 상상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다.
단편이라는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갔었기 때문에 첫 번째 이야기는 뒷이야기가 궁금했는데 홀연히 끝나버렸다.
<우연과 상상> 두 번째 이야기 스틸 컷 [출처: 씨네렙 제공]
그에 반해서 두 번째 이야기는 조금 더 닫힌 결말에 가까웠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렀던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가 가장 기승전결이 다이나믹 했는데, 중간에 극장 내 웃음소리가 들릴만큼 피식하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우연과 상상> 세 번째 이야기 스틸 컷 [출처: 씨네렙 제공]
마지막 이야기쯤 되니까 이번 스토리에서는 어디에 ‘우연’과 ‘상상’이 있을지 예상하면서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우연’도 ‘상상’도 예기치 못한 부분이었고 3개의 스토리 중 가장 훈훈했던 내용 같아서 여운이 있던 마무리였다.
<우연과 상상> 첫 번째 이야기 스틸 컷 [출처: 씨네렙 제공]
가장 재밌게 보았던 건 첫 번째 이야기로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꽤나 복잡한 심리묘사가 보는 재미를 더해서 좋았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첫 번째 이야기에는 미모의 한국계 배우분께서 출연하셨다.
- 우연과 상상 30초 예고편
*단편으로 구성된 영화이기 때문에 예고편도 스포일러가 꽤 크다고 생각해서 30초 버전으로 가져왔다. 딱히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예고편도 보지 않고 보러가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우연과 상상> 30초 예고편 [출처: 그린나래 미디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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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북미 인디영화 흥행 1위 등극한 <롱레그스>
영화는 한 FBI 요원이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연쇄살인범 롱 레그스를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역대급 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평단의 찬사를
받고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피그>, <렌필드>, <드림 시나리오>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에 출연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새로운 장르와 도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영화 <롱레그스>가 58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독립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이는 최근 10년간 북미 독립 호러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것입니다. 제작비 1000만 달러로 제작된 <롱레그스>는 2억 3000만 달러가 투입된 <퓨리오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줄거리
FBI 요원 리 하커는 찾기 힘든 연쇄 살인범의 미해결 사건에 배정된 재능 있는 신입 요원이다. 사건이 복잡하고, 오컬트 관습과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증거가 사라지면서, 하커는 무자비한 살인범과의 개인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그가 다시 공격하기 전에 그를 막기 위해 시간과 경주해야 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영화화 전효성 주연
전효성 배우가 영화 <악마가 될 수밖에> 주연 배우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살해 협박에 시달리던 묻지마 폭행 피해자 ‘민아’가 보복 범죄를 응징하기 위해 악마로 살 수밖에 없었던 광기와 집념의 시간을 그린 액션 영화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김태곤 감독의 차기작 <더 웨이킹> 주연으로 캐스팅
배우 최우식이 김태곤 감독의 차기각 <더 웨이킹> 주연으로 낙점되었습니다.
<더 웨이킹>은 거인이 등장하는 크리처 물이며 냉동 창고를 정리하는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 거대한
힘을 주는 돌을 우연히 갖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는 준호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내년 상반기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파일럿> 200만 관객 돌파
<파일럿>이 개봉 9일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올여름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뜨거운 입소문으로 흥행 기록을 경신중입니다.
영화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주인공 한정우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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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나게 맛있는 엄마의 집밥처럼!
눈물나게 맛있다! 특별한 재료도 들어가지 않는데도 엄마의 밥은 그 눈물이 아깝지 않도록 맛있다. 그 맛이 그리워 손수 해먹어봐도 이내 실망하게 되는 건, 엄마의 정성이 담긴 손맛이 빠졌기 때문. <3일의 휴가>는 눈물나게 맛있는 엄마의 집밥과도 같은 영화다. 엄마, 집밥, 추억, 그리고 눈물과 감동은 다소 올드해보이지만, 원래 아는 맛이 무서운 법. 이 작품은 변하지 않는 그 진리를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시간은 저승에서도 빨리가는가보다. 죽은 지 벌써 3년째를 맞이하는 복자(김해숙)은 지상에서 보낼 수 있는 3일간의 휴가를 받는다. 가이드(강기영)의 안내에 따라 우크라(UCLA) 대학 교수인 딸 진주(신민아)를 만나러 간 그녀는 기쁨 대신 당황한다. 미국에 있어야 할 딸이 자신이 살던 시골집에서 백반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 복자는 어떻게든 딸을 미국으로 보내려 하지만, 말도, 접촉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켜만 봐야 하고, 이런 복장 터지는 어미의 마음을 모르는 진주는 단짝 미진(황보라)과 엄마의 레시피대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추억에 잠긴다.
음악영화를 보면 음악이 나를 그리운 과거로 데려간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우리를 어떤 기억으로 데려간다.
<3일의 휴가>를 집필한 유영아 작가(드라마 <서른, 아홉>, 영화 <도그데이즈> 등)의 말처럼, 이 영화는 음식을 매개체로 우리들의 엄마를 소환하고, 잊고 지냈던 그 사랑을 기억하게 한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엄마의 음식, 그 안에 담긴 맛과 사랑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그 맛이 구수하다. <방가? 방가!> <나의 특별한 형제> 등 소외된 이들의 따뜻한 감성을 영화에 녹여냈던 육상효 감독은 죽음 엄마가 3일 동안 이승에서 딸을 만난다는 판타지 요소를 가미해 구수한 영화의 오감을 살린다.
애증의 관계라 불리는 극 중 모녀 이야기는 영화의 동력이자, 궁금증을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복자가 죽은 뒤, 진주는 미국 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시골집에서 사는데, 그 이유는 대외적으로 공황장애지만 결국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다. (복자 또한 진주에게 부채감이 있다.) 이들의 관계가 왜 소원해졌는지 플래시백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딸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복자의 모습. 그런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을 향한 사랑을 받지 못해 서운하고 원망스러워 쌀쌀맞게 반응한 진주는 우리의 삶을 투영한 듯한 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의 아픔은 요리가 치유한다. 진주는 어렴풋이 생각나는 엄마의 레시피에 따라 음식을 만들고, 복자는 이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이 때 요리에 담긴 각자의 추억이 소환되는데,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당시 서로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마치 마음 속 메워지지 않았던 구멍이 음식이 불러온 기억으로 메워진 느낌이랄까.
후반부로 갈수록 부모의 희생을 담보로한 모성애가 올드함을 전하긴 한다. 이로 인해 초반 복자는 물론, 가이드와 미진의 위트와 유머가 쌓아올린 분위기가 반감된다. 그럼에도 영화의 모성애가 주는 감동은 크다. 특별히진 않지만 맛있는 집밥처럼, 매번 봐왔지만 끝내 눈물을 훔치는 모성애의 쓰임새는 적절한 모양새다. 여타 모성애를 강조한 영화 보단 과잉되지 않은 감동을 전한다.
극중 가이드는 휴가를 떠나는 복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휴가 동안 좋은 기억만 담고 오시면 됩니다”라고. 모성애 부분 등 태생적으로 가진 호불호 지점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사처럼 영화를 보면 엄마와의 좋은 기억이 샘솟는다. 영화 속 차려진 스팸 김치찌개, 만두, 잡채, 잔치국수 등은 아닐지언정 엄마와 함께 했던 한 끼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진 제공: 쇼박스
평점: 3.0 / 5.0
한줄평: 올드한 모성애, 그럼에도 보게 되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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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메이드 인 제천 [오늘의 장내]의 이호현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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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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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베 얀손> 메인 예고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 토베는
삽화 의뢰로 알게 된 연극 연출가 비비카와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캐릭터 ‘무민’을 연극 무대에 올리고
시청 벽화를 그리며 인정받기 시작한 토베
하지만 비비카는 파리로 떠나는데…
‘무민’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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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씽2게더> 메인 예고편
대국민 오디션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이루고 있는 버스터 문(매튜 맥커너히)과 크루들에게
레드 쇼어 시티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사상 최고의 쇼가 펼쳐진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버스터 문과 크루들은 도전에 나선다.
그러나 최고의 스테이지에 서기 위한 경쟁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버스터 문은 완벽한 라이브를 위해 종적을 감춘 레전드 뮤지션 클레이(보노)를 캐스팅하겠다는 파격 선언을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