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11-05 17:09:58
이 세계는 앞으로도 찬란히 빛나고
영화 <마이 샤이니 월드> 리뷰
BTS 팬 무비 성공 이후 아이돌 팬 무비들이 쏟아졌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의 생존 전략 중 하나인 동시에,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연을 즐길 수 없는 아이돌 팬들이 즐길 거리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면서도, 상영 시간표 하나 확보하기 힘든 영화들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꼭 반갑지만은 않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팬 무비 중 <마이 샤이니 월드>를 보러 간 건, 우리 집에 샤이니 팬이 하나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팬 아닌 내게도 샤이니 2시간 보는 일은 즐겁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를 샤이니의 팬으로 정의해 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지만, 샤이니 노래를 거의 다 알고 있으며 꽤 좋아하고 자주 듣는다. 나 정도로 자주 듣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 동년배는 기본적으로 샤이니를 다 알지. 아이돌로 대표되는 케이팝 시장의 판도가 한참 바뀌어 요즘 남자 아이돌은 음반 백만 장이 팔려도 대중성을 고민해야 하지만, 10-15년 전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텔레비전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가 요즘보다 쉬웠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2세대 남자 아이돌 대다수가 연예면 대신 사회면에 실리면서 매우 불편해진 지금, (체감하기로는 그룹당 평균 1.8명 정도 살아남은 느낌이다.) 영화 <성덕> 관객과의 대화 자리마다 ‘구 오빠 성토대회’가 열리는 판국에, 샤이니처럼 빛나는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그룹은 많지 않다. 덕분에 샤이니의 역사는 샤이니와 팬들만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나처럼 샤이니에 호감을 가진 일반 대중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마이 샤이니 월드>의 의의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무대 장인인 동시에 예능도 되는 걸 대중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영화에서 무엇을 보여주더라도 뭐 샤이니라면 믿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2시간 후 다시 나온 나는 어쩐지 ‘독기 풀 충전’ 상태가 되어 뭐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하고 있었다.

#Let’s go back to the time now
샤이니는 2008년 데뷔했다. 나는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당시는 지금처럼 아이돌 시장이 포화되기 전이었으므로, 누가 데뷔하면 주변인 대다수가 대충 아는 분위기였다. 근데 뭐 노래 제목이 ‘누난 너무 예뻐’라고? 막내가 아직 초졸이라고? 그렇게 시작부터 센세이셔널했던 샤이니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현란한 이름을 달고 나왔다. 수능 대비 영단어장에서 contemporary를 “현대의, 동시대의”라고 달달 외우기는 했지만, 당시의 내게 샤이니와 그 단어의 연관성은 이해하지 못했다. 알게 뭐야 내가 신나는데. 당시 <사.계.한>, <real>, <in my room>까지 앨범 수록곡을 전부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샤이니는 정말로 “컨템퍼러리” 밴드였음을 깨닫는다. 16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컨템퍼러리”함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룹으로서 위기를 맞은 순간이 없지는 않았음에도, 그 모든 순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샤이니의 팀 색깔을 지켜냈다. 여기에는 데뷔 16년차가 되도록 단 한 번의 무대도 설렁설렁 하지 않는 그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나 종현을 멀리 보낸 후, 추모의 마음을 담는 동시에 샤이니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한 정규 6집. 샤이니는 커다란 빛 모양 하나 주변을 네 개의 빛이 둘러싼 로고를 쓰고, 종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사로 담아 노래하고, 그렇게 종현의 자리를 명확히 지켜냈다. 누군가의 앨범이 ‘꽉 차 있다’는 표현은 관용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정규 6집은 꽉 차 있다 못해 넘쳐 흐른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의 명반이었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절로 느껴지는, 그 앨범으로 샤이니는 자신들이 영원히 건재할 다섯 명임을 명확히 했다.
슬픈 일이었지만, 여전히 종현의 말과 글과 음악이 그립지만, 언급을 피해야 하는 일도 아니게 되었다. 샤이니가 그 동안 열심히 다져 둔 자리가 이미 탄탄하기에, 이 영화 또한 종현을 슬프게 언급하거나 과하게 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다. 이후 각자의 군백기를 거치고 나와 <Don’t call me>로 또 센세이션을, 올해 나왔던 앨범 <HARD>는 데뷔 16년차가 기존 색깔과 다른 음악으로 이렇게까지 새로울 수 있다는 놀라움을 주었다.

이 영화는 그 모든 시간을 공연 영상 위주로 세심히 담는다. 영상 속 샤이니는 땀 범벅이 되어 미친 듯이 춤을 추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노래를 한다. 노래를 왜 저렇게 잘하지? 아니 원래 잘하는 거 몰랐던 건 아닌데… 그래도 신기하네… 저 춤을 저렇게 추면서 어떻게 잘하지? 그리고 왜 다 아는 노래지? 물론 샤이니 노래는 명곡도 많고 대중에게 알려진 것만 해도 숱하게 많고… 그러다 보니 통사적으로 모든 곡을 담을 수는 없다. 2시간 동안 모르는 노래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 노래는 없네…’는 많았다. 실제로 콘서트 할 때도 무슨 곡을 담을지가 아니라 무슨 곡을 뺄지 고민한다고 하니까.
공연 영상 사이사이 샤이니 멤버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오직 샤이니만이 할 수 있는 ‘라떼 토크’다.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라떼 토크’다. 이들이 매 순간 얼마나 열심히 임했는지가 물씬 느껴지는, 듣다 보면 나도 열심히 살고 싶어지는, 그리고 이들이 왜 ‘왕년의’ 이름이 되지 않는지, 왜 앞으로도 쭉 건재할 것 같은지도 느껴지는. 연차가 아무리 차도 눈빛의 독기가 빠지지 않는 그룹들이 있다. 샤이니가 그렇다. 샤이니는 앞으로도 늘 “컨템퍼러리 밴드”일 것이다.

#뜨거워지자 터질 것처럼 더 사랑할 수밖에 없게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했을 당시의 샤이니를 볼 때는, 이토록 오래 샤이니를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래 본다는 건, 그렇게 서서히 스민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인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동태 눈깔’ 되지 않고 건재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런 샤이니의 지난 역사를 2시간 동안 볼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보고 싶다. 팬이 아닌, 샤이니에 호감을 가진 대중에게도 이렇게 느껴지는데 팬에게는 이 영화가 얼마나 뜻깊을지 궁금하다. 영화 속에 자리를 내어 팬의 페르소나를 앉혀 두고, 함께한 시간의 가치를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담아내기도 한 만큼. ‘마이 샤이니’의 세상인 동시에 마이 ‘샤이니 월드(샤이니 팬클럽 이름)’이기도 한 영화로 만들어낸 만큼.

대중 입장에서는 그냥 샤이니가 앞으로도 자기 심지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사실 그럴 것 같아 걱정되지 않는다. (걱정이라는 말은 우습지만, 우리는 이미 그 시절 명곡을 많이 잃었어요.) 단지 온유가 건강을 회복하여 다음 활동은 꼭 같이 할 수 있길. 오래오래 샤이니를 보고 싶다. 한일전 중립을 지켜야 되네 어쩌네 하는 자의식 과잉 아이돌이나, 영상통화 팬사인회에 비싼 돈 주고 온 팬에게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만 주억거리는 아이돌조차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에서, (몰랐죠? 저도 이 글 쓰느라 조사하다가 알았습니다. 대중성에서 멀어진 아이돌의 장점일까요.) “샤이니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16년차 아이돌은 얼마나 소중한가.
대중에게 샤이니는 감을 잃은 적이 단 한 순간도 없고, 자기 색깔을 잃은 적도 없는 그룹이다. 여전히 무대에서는 데뷔 때 못지 않게 열정적이지만, 연차에 따른 여유까지 갖추어 더욱 빛나는 그룹이다. 그렇게 비춰질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지, 이 영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여전히 “새로운 히트 멈추지 못했다지” 소리를 들을 자신이 있고, “왕관은 주인을 되찾아내”고 있으며, 물려줄 생각이 없는 샤이니를 보니, “샤이니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보고 나오는데 괜히 힘이 났다. 나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계속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저렇게 독기 풀 충전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훌륭한 선배 직장인들에게서 엿본, 연차에서 나온 여유와 여전히 빛나는 열정의 조합을 샤이니에게서도 본다. 샤이니의 세계는 앞으로도 찬란히 빛날 것이다. 때로는 야근 노동요로, 때로는 여행 BGM으로, 때로는 밥 친구 예능으로… 언젠가 디너 쇼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오래오래 빛나는 샤이니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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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이성경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스타들의 뒤에서 그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현장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별똥별>의 여주인공 배우 이성경!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바로 배우 이성경입니다.
그럼, 이성경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 YG STAGE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 춤, 피아노 연주 실력까지 두루 갖춘 배우로 밝은 모습에 인간 비타민 같은
매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입니다. 특히 특별한 갈색 눈을 가져 신비로운 모습에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배우 '이성경' 프로필
ⓒ YG STAGE
이름 | 이성경
출생 | 1990년 8월 10일
소속사 | YG엔터테인먼트
데뷔 | 2014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배우 데뷔
별명 | 이응, 깝경
배우 '이성경' 데뷔 과정
ⓒ YG STAGE
이성경 배우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 전공으로 음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권유로 모델 대회에 나가게 됐고, 모델로 데뷔하게 됩니다.
그 후, 2014년 모델 활동을 그만둠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됩니다.
배우 '이성경' 대표작
치즈인더트랩 - 백인하
ⓒ TVING
이기적이고 게으른 성격을 가졌으며,
한 번 돌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트러블 메이커 '백인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역도요정 김복주 - 김복주
ⓒ MBC
한얼체대 역도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역도 유망주인 '김복주' 역을 맡았다.
불 같은 성격을 지녔고 의리 있는 인물이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왓챠
트롤 - 파피
ⓒ 네이버 영화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는 흥겨운 트롤 왕국의 긍정 공주 '파피' 역을 맡았다.
매사 즐겁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녔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레슬러 - 가영
ⓒ 네이버 영화
윗집 이웃이자 성웅의 소꿉친구인 '가영' 역을 맡았다.
통통 튀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녔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seezn
걸캅스 - 조지혜
ⓒ 네이버 영화
민원실로 쫓겨난 강력반 사고뭉치 초짜 형사 '조지혜' 역을 맡았다.
법인을 잡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사건에 매달린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낭만닥터 김사부 2 - 차은재
ⓒ SBS
거산대 의대에 들어가,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현재 CS 펠로우 2년 차가 된 '차은재' 역을 맡았다.
하지만 수술실만 들어가면 울렁증 때문에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하트어택 - 성경
ⓒ 네이버 영화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100번의 시간을 돌리는 여자 '성경'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별똥별 - 오한별
ⓒ TVING
남다른 언변과 뛰어난 위기 대응 능력을 가진 스타포스엔터 홍보팀장 '오한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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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 속 카나리아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기 오염으로 황폐해진 2071년 서울. 사람들은 네 구역에 나뉘어 산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최상류층 거주 구역인 코어 구역. 중상류층 거주 구역인 특별구역. 산소를 공급받아 살아가는 일반구역. 아무런 지원이 없는 난민구역. 산소를 독점한 천명 그룹과 산소를 전달하는 택배 기사 없이 이 세계를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언제나 혁명은 있는 법. 난민 출신 택배기사 '5-8'(김우빈)이 속한 지하 조직 '블랙 나이트'는 천명 그룹 없는 세상을 꿈꾸며 천명그룹 대표 '류석'(송승헌)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에 5-8은 자기 진의를 의심하는 군인 '정설아'(이솜)와 택배기사를 꿈꾸는 난민 '사월'(강유석)을 이용해 류석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택배기사> 선배의 전철을 답습하다
한국 영화 시장은 SF 불모지다. 한국 SF 영화는 특히 더 성공하기 어렵다. 팬데믹 이후로 기간을 한정해 보자. 그나마 넷플릭스 <승리호>가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정이>나 티빙에서 공개된 <서복>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도 실패를 맛봤다.
의아하다. 한국 SF 영화는 왜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이유야 많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 영화는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소재 자체는 흥미롭다. 달 탐사, 안드로이드, 복제 인간, 외계인, 시간 여행... 할리우드도 오랜 기간 사랑한 아이템이다.
그러나 소재나 설정은 배경에 불과하다. 판은 잘 깔아놓지만, 결국 다른 장르로 돌아선다. <고요의 바다>, <정이>, <서복>의 끝은 모두 신파다. <외계+인 1부>도 SF라고 하지만 <전우치> 속편처럼 보인다. 굳이 SF 영화를 표방하지 않아도 스토리텔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SF 영화의 고질병을 답습했다. 소재는 신선하다. 택배기사가 디스토피아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영웅이라는 발상. 대기 오염이 극심한 지구에서 산소를 확보한 기업이 권력을 잡는다는 설정. 그럴듯하다. 하지만 다른 SF 영화와 비교해 보면 <택배기사>는 실패에 가깝다. 소재를 활용하는 디테일, 소재와 주제 의식의 결합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클리셰의 향연도 참신한 소재를 끝내 가리고 만다.
디테일: <매드맥스> 대 <택배기사>
<택배기사>와 비교하기 좋은 영화로는 우선 톰 밀러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꼽을 수 있다. 소재를 활용하는 디테일의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 두 영화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좌지우지하는 '절대 반지'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영화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따라서 시각매체인 영화는 이 절대 반지의 힘을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매드맥스>는 과제를 훌륭히 수행했다. 뜨거운 해와 녹초 하나 없는 메마른 사막. 배경만 봐도 목이 탄다. 거칠게 울리는 배기음은 그 자체로 갈증을 일으킨다.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임모탄 조가 물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순간 엄청난 양의 물이 폭포처럼 떨어진다. 사람들은 폭포 밑에서 물을 한 방울이라도 더 담기 위해 발악한다. 그 순간 이 디스토피아 사회의 계급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관객은 언제 어디서나 물을 절박하게 갈구하는 맥스에게 이입하기 쉽다.
<택배기사>는 이 지점에서 실패했다. 배경은 있다. 한국의 봄을 닮은 지저분한 대기와 메마른 땅은 산소가 중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그러나 산소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직접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몇 분 못 버틴다는 대사는 힘이 없다. 등장인물이 너무나도 쉽게 마스크를 벗다 보니 임팩트가 부족한 까닭이다. 그 결과 산소를 지배하는 천명의 권세도 막연하게 느껴진다. <택배기사> 속 세계에 빠져들기 어려운 이유다.
메시지: <설국열차> 대 <택배기사>
<택배기사>는 메시지도 뭉툭하다. <택배기사>의 주제의식은 <설국열차>의 그것과 유사하다. 두 작품 모두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 삼아 체제 유지에 혈안인 기득권층을 비판한다. 자연 재앙이 닥친 가운데 권력층은 물자 배급을 제한한다. 철저히 칸을 나눈다. 단단한 계급 사회를 조직해 사회를 안정시킨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이용하는 비인도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에 비기득권층은 폭동을 일으키고, 혁명을 시도한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단순히 계급투쟁을 다루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기득권층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자고 쉽게 말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혁명이 궁극적으로 실패한다는 통찰을 보여줬다. 제 아무리 성공한 혁명이라 해도, 지배계층만 바뀔 뿐 실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혁명을 일으킨 이들도 권력에 취할 테니. 월포드가 커티스에게 자리를 넘겨주듯이. 그러니 이 악순환을 끝낼 방법은 하나다. 남궁민수처럼 아예 기차에서 탈출해야 한다. 따라서 <설국열차>는 불합리한 체제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하자는 외침이었다.
<택배기사>는 <설국열차> 같은 야망도, 통찰도 없다. 비판의 칼날은 충분히 예리하지 않다. 거칠게 말하면 안일하다. 시리즈 후반부에 천명그룹은 무너진다. 류석은 모든 권력을 잃는다. 그러자 대한민국 정부가 힘을 잡는다. 대통령은 새로운 보금자리인 A 구역이 모든 난민에게 열려 있다고 발표한다. 류석은 악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선으로 규정된다. '권력자만 바뀌었을 뿐 체제는 그대로 아닌가' 하는 의심은 이분법적인 구도 사이에 설 수 없다. 산소와 거주 구역이 여전히 권력자의 손아귀에 있는데도. 즉, 5-8의 혁명은 새로운 권력자에게 힘을 몰아줬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풍부한 이야기를 펼칠 만한 설정은 일차원적으로 소비된다. 예를 들어 5-8은 태양을 가린 먼지가 옅어지고 햇빛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차 밖 얼음이 녹고 추위가 약해지고 있다는 <설국열차>의 설정과 판박이다. 그런데 함의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언젠가 마스크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는 일반론적인 희망을 보여주는 데서 그친다. 반면에 후자는 혁명이 단순히 지배층 타도에서 멈추면 안 된다는 핵심적인 설정이다. 기차 밖에서도 살 수 있으니 기차라는 시스템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는 야망이 담겼다.
카나리아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택배기사>는 공허하다. 어두운 배경은 다양한 영화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대기업의 음모와 계급 사회에 대한 경고는 다급하지 않다. 공허함은 클리셰가 채워 넣는다. 대기업 회장과 저항군 리더의 멘토가 막역한 친구, 동료 사이였다는 식의 익숙한 반전이 뒤따른다.
막연하고 평면적이며 예측 가능한 대립 구도 속에서는 캐릭터도 살아남기 어렵다. 카리스마 있는 히어로도, 위협적인 빌런도 없다. 그저 나쁘게 보여야 하니 나쁜 짓만 골라하는 악역을 내세운다. 실제로 류석의 행적은 기업의 수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어리석다. 그는 폭주하다가 알아서 무너지고 혁명은 성공했다고 치켜세운다. 에피소드 6개에 긴장감이 감돌 수도 없고, 결말에 쾌감이 있을 수도 없는 이유다.
더 큰 문제도 보인다. <택배기사>의 실패가 <택배기사>만의 실패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접한 OTT 작품 중 적지 않은 수가 최소한의 개연성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장르를 활용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부족하다. 현실 속 사건, 클리셰, 상징적인 장면을 짜깁기하고 이목을 끌 스타를 앞세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우려된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촉발된 한국 콘텐츠의 성장이 양적 성장에서 멈추는 것은 아닐까 싶다. <택배기사>가 카나리아는 아닐까 싶다. K-콘텐츠 시장이 의외로 빨리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노랑새는 아닐까.
Dreadful 끔찍함
K 콘텐츠의 새 미션. 카나리아가 죽기 전에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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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간에 그려낸 서로의 초상화.
이 글은 영화 [승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때 그려진 초상화를 보면. 드라마 촬영 후 후보정까지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적나라하다는 표현 밖에는 붙여줄 수가 없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초상화를 남기는 것은 어명의 영역이었기에 그 어떤 숨김도 거짓도 없어야만 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당연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폭의 그림에 담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마냥 어명이라 하더라도 신이 나지는 않았을 것만 같다. 애써 숨기고 싶었던 곰보 자국이 그림 안에서 살게 될 자신의 뺨 위에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단점마저도 초상화에 들어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사진출처:다음 영화
제자인 창호(유아인)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했을 때. 조훈현(이병헌)은 아마도 처음으로 자신의 곰보자국들을 들여다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익숙한 흉터뿐만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기풍에 있는 부스럼까지 발견했을 때의 그 무력감은. 아마도 바둑의 신(神)과 겨루어도 질 것 같지 않았던 그 당시 그의 자존감의 크기만큼이나 크고 깊었을 것이다.
처음엔 제자의 초상화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들여다보니 보인 것일 뿐이라 믿고 싶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을 결승전에서 앞에 두고 스승의 초상화를 또 한 번 묵묵히 그려내는 제자의 모습을 보며. 훈현은 자신의 장점도 단점도. 승패를 가린다는 어길 수 없는 어명 같은 하나의 목적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을 것이다.
창호가 그린 초상화가 자신과 똑 닮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몸을 일으켜 애써 그 초상화 앞에서. 그리고 그 초상화의 주인 앞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더 들여다보았다가는 정말로 제자에게, 혹은 제자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으니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스승과 승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 훈현은 꽤 오랜 세월을 바쳐야 했다. 그동안 결승마다 만난 자신의 제자 앞에서 수도 없이 패배와 친해져야 했다. 무관왕이라는 타이틀 아닌 타이틀도 어느새 그의 옆에서 입김이 느껴질 위치에서 머물곤 했다.
자신의 제자는 물과 같아서. 칼처럼 예리한 자신은 베어낼 수도. 손에 쥘 수도 없었다. 그는 속절없이 차디찬 물에 떠밀려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아무리 자신을 휘둘러도 창호의 눈썹 하나조차 움직이게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에 빠져 죽는 것 외에 남은 선택지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신(戰神) 조훈현에게 후퇴한다는 말까지 수식어가 될 수는 없었다. 그는 분명 제자에게 스승과 승부는 다른 것이라 가르쳤으며. 자신이야 말로 이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칼로 제자를 베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달궈진 자신을 식혀서 단단하게 연마해 주는 것이 제자의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조훈현의 손에는 제자의 모습. 아니 자신의 라이벌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다시 만난 제자는 자신에겐 패배를 배우게 한 스승이 되어 있었고, 승리를 알려준 스승을 만난 제자는 훈현의 손에 들려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 기묘한 사제관계의 라이벌은, 다시 한번 치열하다 못해 피가 마르는 신선놀음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 신선놀음의 끝에는 분명히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지만.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더 이상 그 결과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물론 제삼자의 입장이라 그랬을지도.)
자신의 스승과 대국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자신의 곰보자국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스승과 제자, 라이벌 사이를 오가는 이 대국은. 단순한 승부라는 말을 넘어서서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했으니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하는 바둑판 위에서 펼쳐진 그들의 대결은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들이 남긴 서로의 초상화가 단순한 기보가 아닌. 인생의 기보로 남았기에 나 역시도 이런 영화를 보며 그들의 흉터에서 느껴지는 아픔마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면서;책임지지 못한 돌에 대하여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는 할아버지에게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도 말고. 이곳을 잊어버리라는 말을 듣는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야 없었겠지만. 그만큼 토토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쯤은 어린 토토라도 이해했을 것이다. 어린 창호의 왼손에 채워진 시계는 그런 걱정과 염려를 담뿍 담은 채 굳건히 채워졌다.
물론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이창호는 변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묵묵히 해내며 앞으로 정진했다. 스승인 조 국수에게 배운 것처럼 바둑돌 하나하나에도 책임을 다 했고 그 결과 정상의 자리를 15년가량이나 지키며 남에게도. 스승과 라이벌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분명 매우 좋은 영화이며 큰 만족감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나올 수 있었던 영화였으나. 그는 초심을 잃은 토토가 되어 영화 속에서만 강렬한 연기를 보일 뿐이다.
조훈현의 시점만이 아닌 이창호의 시점으로도 영화를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나. 커버린 토토가 할 것은 참회밖에 없기에. 이 영화의 영광과 대단함이 한 풀 꺾이는 것만 같은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었다.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승리와 패배를 동시에 가르친 참된 스승이었다. 배우 유아인에게도 그런 스승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동시에 드는 영화였다.
[이 글의 TMI]
1. 영화관에서 팝콘 안 먹기 2회 성공
2. 오늘 점심 회식인데 도망가고 싶다.
3. 이 비를 통해서 불이 반드시 꺼졌으면 좋겠다.
#승부 #김형주 #이병헌 #고창석 #유아인 #한국영화 #실화바탕영화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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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저번주와 동일한 성적을 기록한 이번주 박스오피스 ! 오펜하이머가 230만명을 넘기고 1위 유지, <콘크리트 유토피아> 2위, <달짝지근해: 7510>가 3위를 유지했습니다. 한편 <엘리멘탈>이 누적관객수 700만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8월 4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엘리멘탈>이 700만을 넘기며 픽사 작품중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되었고, <밀수>가 5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오펜하이머>가 개봉 2주 차에도 1위 유지에 성공하며 꺾이지 않는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매율 역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어 <오펜하이머>를 대적할 작품은 없어 보입니다.
이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3주 차 누적관객 수 32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게이머에서 레이서가 된 소년의 실화 스토리를 담은<그란 투리스모>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지난주 1위였던 <블루 비틀>이 3위까지 떨어졌으며<바비>가 2위, 7천8백억 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올해가장 크게 흥행한 북미 영화가 되었습니다.이어 <오펜하이머>는 4위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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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면 후회 할 영화들로 가득! 넷플릭스 6월 종료작
여러분! 하나씩 공개되는 6월 넷플릭스 영화, 잘 보고 계신가요?
저번 콘텐츠에서 소개해드린 <새콤달콤>이 현재 넷플릭스 영화 한 국 순위 TOP10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6월 종료작 또한 같이 찾아왔습니다. :(
이번 종료작에는 명작들이 너무 많아 뽑을 수 없어 다 가져왔습니다.
여러분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터미널>,<타이타닉>이 제 최애 영화입니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가 있다면 관람을, 여러분의 최애 영화가 있다면 n차 관람을 놓치지 마세요!
넷플릭스 6월 종료작,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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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종료
▶ 장고 : 분노의 추적자 (2012) - 쿠엔틴 타란티노
6월 30일 종료▶ 포레스트 검프 (1994) - 로버트 저메키스
▶ 투모로우 (2004) - 롤랜드 에머리히
▶ 터미널 (2004) - 스티븐 스필버그
▶ 타이타닉 (1997) - 제임스 카메론
▶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2015) - 매튜 본
▶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2) - 스티븐 스필버그
▶ 이지 A (2010) - 윌 글럭
▶ 아메리칸 뷰티 (1999) - 샘 멘데스
▶ 빅 피쉬 (2003) - 팀 버튼
▶ 블랙 스완 (2010) - 대런 아로노프스키
▶ 라이프 오브 파이 (2012) - 이안
▶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2015) - 크리스토퍼 맥쿼리
▶ 인 디 에어 (2009) - 제이슨 라이트먼
▶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2013) - 루이스 리터리어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 웨스 앤더슨
▶ 블레이드 러너 (1982) - 리들리 스콧
▶ 다이 하드 4.0 (2007) - 렌 와이즈먼
▶ 제이슨 본 (2016) - 폴 그린그래스
▶ 루시 (2014) - 뤽 베송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2014) - 제임스 마쉬
▶ 그린 존 (2010) - 폴 그린그래스
▶ 언브로큰 (2014) - 안젤리나 졸리
▶ 브리짓 존스의 일기 (2001) - 샤론 맥과이어
▶ 러블리 본즈 (2009) - 피터 잭슨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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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버린 삶을 위한 환대의 공간
이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증명하는 삶의 고달픔
언제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삶은 얼마나 고달픈가. 토리(파블로 실스)는 도로를 위험하게 건넜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주의를 듣는다. 여기까지는 어린이를 염려하는 경찰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경찰관은 토리와 로키타(졸리 음분두)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아이들은 위축된 상태로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카드와 종이를 내보인다. 아프리카에서 함께 배를 타고 건너와 벨기에에 정착하려 하는 11살 토리와 16살 로키타에게 이것은 익숙한 일상이다. 자신이 이 땅에 머물러도 괜찮은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체류증은 중대한 문제다. 토리는 아동학대 피해자라는 것이 인정되어 체류증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 로키타는 토리와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려워 체류증 발급 인터뷰에 번번이 실패한다. 두 사람은 가족 그 이상의 관계지만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자격이 인정된다.
로키타는 가짜 체류증이라도 얻기 위해 마약을 재배하는 폐쇄된 창고에서 일하게 된다. 이 나라에 머무를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은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로키타는 체류증을 얻기 위해서 마약을 키우고 팔며 성추행과 성폭행과 같은 온갖 무례함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이 일의 자격조건은 ‘얼마나 처리하기 쉬운가’에 달려있고, 사라져도 누구도 찾지 않을 로키타는 이 일에 적합한 인재였다. 로키타의 쓸모는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만 빛을 발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체류증을 받지 못해 절망하는 로키타에게 “우리는 환영 못 받잖아”라고 토리는 말한다. 아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토리의 살아남는 방법은 ‘숨기’다. 눈에 띄지 않는 것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길이다. 김현경 작가의 책 <사람, 장소, 환대>에서는 환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에게 허락된 자리는 없다.
이탈리아 사람에게 배웠다는 노래의 가사처럼 토리와 로키타는 고양이에게 먹히는 생쥐의 신세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먹히는 먹이사슬의 가사처럼 끊어낼 수 없는 불행의 고리가 아이들을 잡아먹는다. 로키타가 궂은일을 견디며 얻은 돈은 밀입국 브로커와 엄마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로키타를 착취하는 것은 유럽 땅의 사람뿐만이 아니다. 교회에서 나왔다는 흑인 밀입국 브로커도 아프리카 땅에 있는 엄마도 로키타를 착취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땅 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로키타의 잔인한 현실 속 유일한 안식처는 토리다. 석 달 동안 토리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대마초 키우기를 로키타는 독한 마음으로 견뎌낸다. 체류증을 얻어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토리와 함께 살고 싶다는 꿈 때문이다. 때때로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로키타에게 텔레비전보다 토리의 사진이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 두 사람은 피를 나눈 가족보다 서로를 아낀다. 누구도 돌봐주지 않고 친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에게 다정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살아갈 희망 그 자체가 된다.
작은 친절과 환대
누구나 무조건적인 환대를 받으며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환대가 그가 있을 공간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면 햇빛 한점 없는 마약 재배 창고와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뒷골목은 환대의 저편에 자리한 공간이다. 영화는 이들에게 공간을 허락하라고 외치지 않는다. 인물들의 행동을 한 박자 뒤늦게 따라가는 카메라는 현실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이들의 삶을 관조하며 다르덴 형제는 환대의 공간을 만들었다. 로키타의 얼굴을 중심에 가득 채운 화면 구성은 감독이 마련한 환대의 공간이며 적어도 영화 안에서 토리와 로키타는 그 세상의 중심이 된다.
영화는 우리에게 어떤 태도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는 분명하다. 토리는 밖에 나올 수 없는 로키타를 대신해 은행에 송금을 하려 한다. 미성년자라 송금을 할 수 없는 토리는 은행에 있는 어른들에게 대신 송금해 줄 것을 부탁한다. 한 남자는 “대가로 무엇을 해줄 것이냐”라고 묻는다. 토리는 지체 없이 다른 어른을 찾는다. 이번 어른은 그저 호의로 토리를 도와준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대가를 바라고 이용할 것인지, 대가 없는 친절을 베풀 것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토리와 로키타를 걱정하고 염려했지만, 영화 밖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누군가의 절망을 기회로 삼지 않고 대가 없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 로키타를 궁지로 몰고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힘은 한 사람의 악의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작은 외면과 무례 그리고 욕심이 모여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 없이 죽어간 수많은 로키타들을 위해,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토리들을 위해 작은 친절과 환대의 노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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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A, 스왓, LA 형사가 출동하면 생기는 일 [원조코미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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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반칙왕'에 텔XX비가 나온다고?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0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에서 발견한 소중한 기억들
2000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3위에 빛나는 영화
'반칙왕'과 함께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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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비보의 살아있는 모험> 공식 예고편
[2021월 8월 6일, 넷플릭스 공개]
난 가야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노래해야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킨카주.
비보는 아바나에서 마이애미까지 일생일대의 모험을 떠난다.
오랜 친구가 남긴 사랑의 노래를 전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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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인 예고편
평범한 메이에게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제작진의 새빨간맛 사춘기!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