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10-26 10:17:14
영화는 역사를 착취한다, 바로 이렇게
〈플라워 킬링 문〉
영화의 마지막, 한 남자가 긴장감 넘치는 목소리로 무대 아래 청중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1920년대에 있었던 아메리카 선주민과 그들의 재산을 노린 백인들의 범죄(〈플라워 킬링 문〉의 줄거리) 이야기다. 화자는 이 거대하고 체계적인 범죄의 색출이 FBI의 창립자 J. 에드거 후버 덕에 가능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FBI와 이 조직이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를 은근히 드높이는 용비어천가란 소리다. 무대 위에는 화자 말고도 이야기의 주요 대목마다 적절한 소리를 넣는 특수 효과 전문가들과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렇다. 이 무대는 영화를 닮았다. 그리고 이 무대와 영화의 닮음은 〈플라워 킬링 문〉의 서사와 결합해 하나의 메시지를 이룬다.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영화가 필연적으로 이를 스펙터클로 전시하고 소비할 수밖에 없다는, 즉 영화는 역사를 착취하기를 피할 수 없다는 자기 성찰적 메시지 말이다. 기막힐 정도로 시니컬한 통찰이다.
이제 영화의 시작으로 가 보자. 아메리카 선주민 오세이지족의 땅에서 기름이 난다. 마을의 부보안관이자 유력 인사인 킹(로버트 드 니로)의 말을 빌리자면, 오세이지족은 ‘똑똑하게’ 처신했다. 땅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대신 이윤의 지분을 얻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부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돈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인다. 오세이지족이 머무는 곳도 마찬가지다.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참전 후 돈을 벌기 위해 먼 친척인 킹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어니스트의 말투와 행동, 생김새에서 드러나듯 그는 가난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한, 때로는 거칠지만 종종 얼뜨기 같은 하층 계급 남성성을 체현한 인물이다.
킹은 어니스트에게 솔깃한 제안을 건넨다. 네가 제법 번지르르한 외모를 가졌으니 부유한 오세이지족 여성을 대상으로 운전기사 일을 하며 그중 한 사람을 부인으로 맞이하라는 것. 오세이지족 가족의 일원이 되면 상속을 통해 정당한 재산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 윌프리드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게 윌프리드는 몰리에게 접근하고, 둘은 결혼한다.
한편 마을에서는 오세이지족 선주민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중이다. 그러나 수사 기관은 그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오세이지족은 이들 사건이 자기 재산을 노린 백인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돈만 가졌을 뿐 수사권 등 공적 권력을 행사할 권한은 없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언제 자신의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킹과 윌프리드의 주도로 몰리의 가족도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어머니, 언니, 동생……. 몰리는 윌프리드를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고, 윌프리드 역시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지만 킹의 범죄 제안을 완전히 거스르지는 못한다.
“집안의 주도권을 되찾아!” 킹과 몰리 사이의 긴장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사다. 이 대사는 백인 남성인 윌프리드가 오세이지족 선주민 여성 몰리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장악해가는 과정이 가부장적 권력을 재확립하는 일의 일환임을 보여준다. 부권 확립은 백인의 권력을 재강화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 가난한 백인과 부유한 선주민이라는 ‘뒤집어진’ 구도를 ‘바로잡는’ 일 말이다. 킹과 윌프리드가 몰리 가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범죄는 백인 남성의 국가인 미국의 권위가 어떻게 확립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범죄를 응징하는 주체 역시 백인/국가 권력이라는 점이다. 몰리는 마을 안에서는 선주민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워싱턴으로 향해 대통령에게 수사를 촉구한다. 이후 후버가 창설한 FBI의 전신인 조직의 요원들이 파견되어 킹과 윌프리드를 수사하고 ‘정의’를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몰리는 윌프리드가 몰래 투약한 안정제에 취해 내내 시체와 같은 상태에 머문다. 즉 사건의 당사자인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배제당한 채 수동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백인 남성이 주체(수사 기관)와 타자(범죄자) 역할을 독점하고, 착취당한 선주민은 역사의 무대에서 내쫓긴다.
요컨대 〈플라워 킬링 문〉은 불법적 폭력과 합법적 권리(상속)를 결합해 미국이 어떻게 소수자를 착취하며 부와 권위를 확립해왔는지를 고발해온 마틴 스코세이지의 문제의식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코세이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무대 위에서 오세이지족의 비극을 그럴듯하게 가공해 들려주는 남자는 거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이야기마저 스펙터클로 소모될 수밖에 없음을 보인다. 무대 앞에는 부유한 백인 남녀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무대 위 화자를 보고 있다. FBI가 킹과 윌프리드를 처단하는 이야기는 백인/남성 국가의 설립 과정의 에피소드로 소비될 때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듯이. 이 장면은 역사적 비극을 소비 가능한 이야기의 형태로 유통하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자조와 냉소, 무기력감의 토로다. 영화란 무엇인지에 관한 시끌벅적한 논쟁의 중심에 선 마틴 스코세이지는 역사적 비극과 이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마주한 출구 없는 폐쇄적 회로를 그려내 미국, 그리고 영화를 고발한다. 그가 영화 거장이라면, 그 이유는 여기에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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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가 강력했던 약한영웅 CLASS 1
※키노라이츠 인증회원으로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1화 ~ 3화까지만 감상하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시사회 이후 이어진 무대인사에 대한 리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한영웅 CLASS 1> 포스터 [출처: 웨이브 트위터]잘 살린 캐릭터가 드라마를 살린다
<약한영웅 CLASS 1>의 제작총괄을 맡은 한준희 감독님의 넷플릭스 흥행작 <D.P>의 감독님으로 <D.P>에서 작중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그렸던 실력에 걸맞게 <약한영웅 CLASS 1> 역시 주요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주인공 3인방인 연시은, 안수호, 오범석 3명의 인물은 각각 입체적으로 묘사됨과 동시에 클리셰적인 능력의 분배가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머리, 몸, 재력으로 대부분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능력을 하나씩 나눠가짐으로써 추후에 이들의 연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약한영웅 CLASS 1> 캐릭터 포스터 [출처: 웨이브 트위터]각각의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 박지훈 배우가 연기한 주인공 연시은은 공부에 집착하는 머리 좋은 캐릭터로 본인의 뛰어난 머리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고, 액션 역시 치밀한 계산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싸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최현욱 배우가 연기한 안수호는 전형적인 숨은 싸움 고수 느낌의 캐릭터로 밝고 해맑은 성격과 격투기를 했던 수준급의 싸움 실력으로 성격적으로는 연시은의 정반대 포지션을 싸움으로는 오범석의 정반대 포지션에 위치해 있는 캐릭터이다.
마지막으로 홍경 배우가 연기한 오범석은 3화까지는 많은 활약을 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은근한 조커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설정으로 집에 돈이 많지만 그 외에 있어서는 약간의 고구마 역할을 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터라 조금은 걱정되는 캐릭터였다.
밀도 높게 채워진 조연의 향연
<약한영웅 CLASS 1> 캐릭터 포스터, 스틸컷 [출처: 웨이브 트위터]<약한영웅 CLASS 1>에는 감칠맛 나는 조연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D.P>에서 활약했던 신승호 배우와 이연 배우도 얼굴을 비춘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역할은 나철 배우가 맞은 김길수였다. 가출 팸의 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길수는 극 초반에 주인공 3인방에게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는 인물인데, 악역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는 게 오랜만인 것 같아서 신선했다.
제작사가 네이버 계열 웹드라마 기반의 회사이고 공개 채널도 OTT라서 그런지 주연부터 조연까지 대부분 최근에 새롭게 얼굴을 알리고 있는 배우들로 이루어졌지만, 다행히도 작품이 괜찮고 배우들의 연기가 수준급이라 서로 윈윈하게 된 케이스로 보인다.
<약한영웅 CLASS 1> 스틸컷 [출처: 웨이브 트위터]이 외에도 극 초반부에 주인공인 연시은의 주위를 맴돌면서 괴롭히다가 점차 전투력 측정기와 개그 캐릭터로 바뀌는 벽산고 일진 패거리도 있다. 이 중에서 김수겸 배우가 맡은 전영빈은 패거리의 우두머리 겸 일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드라마가 18세 판정을 받은 주요 요인 중에 하나는 아마도 초반부 이 양아치 학생들의 마약 씬과 관련 스토리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후반부를 보지 않아서 후반에는 더 자극적인 액션들이 난무할 수 있지만 초반부 기준으로는 잔인한 장면이나 선정적인 장면 등은 등장하지 않았다.
<약한영웅 CLASS 1> 스틸컷 [출처: 웨이브 트위터]그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는데, 대표적으로 연시은 아버지 역할로 등장한 김성균과 옆동네에서는 재벌집 작은아버지로 활약 중이신 조한철 배우님이 오범석의 아버지인 국회의원으로 등장하셨다.
원작과 다르게 재구성한 캐릭터와 이야기
<약한영웅 CLASS 1>은 <네이버 웹툰 약한영웅>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을 보지 않고 드라마를 감상했고,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뒷 내용을 빨리 보기 위해 원작을 봤지만 원작과 드라마는 많은 각색이 이루어져 사실상 다른 작품이었다. 만약 원작에서 드라마 파트 부분이 궁금하다면 웹툰 26화 부분부터 37화를 보면 되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 유입돼서 원작을 보면 원작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후반부를 보진 못했지만 SNS에서 일부 뒷부분 내용을 확인한 결과 원작과 유사하게 전개되는 부분도 있는듯하여 스포일러가 싫다면 드라마를 다 보고 원작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약한영웅 CLASS 1> 스틸컷 [출처: 웨이브 트위터]가장 매력적으로 각색된 캐릭터는 역시 안수호가 아닌가 싶다. 물론 신스틸러는 원작에 없었던 신승호 배우의 전석대와 이연 배우의 영이가 될 것 같지만 영이의 역할은 중반을 지나면서 드러나는 것으로 예상되어서 초반부 한정 안수호의 매력을 이기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안수호가 매력적인 이유는 대체로 무해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약간씩 어두운 면을 품고 있지만 안수호 캐릭터는 한없이 밝은 면모만큼은 원작과 드라마 모두 동일하게 톤이 유지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화끈한 액션과 친근하고 싹싹한 성격까지 더해지면서 조금은 무거워질 수 있는 극 분위기에 재미와 활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며 연시은의 액션은 통쾌함이 있다기보단 부족한 피지컬을 빠르고 과감한 상황판단으로 무마하면서 대체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잡아먹는 방식인 반면 안수호의 액션은 아주 정석적인 사이다 액션이다. 그래서 흔히 학원 액션물에서 기대했던 강력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부분까지 있어서 극을 따라가다 보면 애정이 많이 생기는 캐릭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약한영웅 CLASS 1> 무대인사 후기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무대인사영상 상영 이후에 약 한 시간가량 무대인사가 진행되었고, 주요 출연진 4인방과 감독님, 한준희 크리에이터님이 참석하여 진행되었다. 대체로 작품을 촬영할 때 어떤 생각과 심경으로 임했는지 물어보는 인터뷰였다.
처음 보고 들었던 생각은 다들 앵글 속에서는 학생 티가 났는데 실물로 보니까 번쩍번쩍한 게 확실히 배우는 다르더라... 사실 인터뷰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인터뷰할 동안 서로 소곤거리거나 팬들에게 하트를 보내면서 잔망미를 뽐내던 배우들의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
하나 기억나는 건 극 중에서 오범석이 안수호에게 인스타 맞팔을 요청할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뒷부분 따로 나온다고만 대답했다.
이 대답마저도 감독님이 바로 끊으면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고 하신 걸로 봐서는 후반부에 이 둘의 맞팔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무대인사생각보다 각 배우들의 팬들이 많았고, 이미 여러 차례의 무대인사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지 긴장하기보단 편하게 팬들과 만나는 팬미팅의 분위기가 더 강했던 것 같다. 나는 팬은 아니어서 잔망 거리는 모습을 찍지는 못했지만 팬들에게는 아주 알찬 무대인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단 되지도 않는 갤럭시 카메라로 최대한 줌을 땡겨서 배우들의 사진을 건져와 봤는데, 멀었던 거리에 비해서 생각보다 잘 찍힌 것 같으면서도 카메라의 한계를 맛봤던 터라 고화질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따로 검색하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서로 장난도 치고 웃으면서 대화하던 모습을 보면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작업해서 그런지 작품 외 케미는 좋았던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연 배우님 피셜로는 작품 내에서도 관계성 맛집이라고 하니까 기대해 볼만 하겠다.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무대인사위 사진은 이연 배우님이 후반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하는 사진인데, 잘 모르겠지만 놀이동산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장면에서 감동을 받으셨다고 했다. 옆에 있는 감독님 사진은 스포일러가 나올까 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차마 인터뷰를 말리시지는 못하시는 모습이 웃겨서 같이 찍어보았다.
감독님의 인터뷰에서 기억이 남는 것은 배우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앞에 팬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모든 답변에 배우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던 것을 보면 진심이신 것 같긴 하다. 물론 그만큼 배우들이 각자 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긴 하다.
마지막 사진은 무대인사가 끝나고 나서 인터뷰 동안 열심히 하트를 보낸 것으로 부족했었던 홍경 배우님이 관객석으로 올라와서 직접 팬들에게 인사하고 선물을 받아가시는 모습이다. 옆에 경호팀이 급하게 오셔서 통제하신 걸 봐서는 정해진 순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평소에 팬분들과 만나기 어려운 요즘이다 보니 잠깐이나마 소통하고 휘리릭 돌아가시는 모습을 찍어보았다.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무대인사마지막으로 갤럭시 30배 줌으로 힘들게 찍어본 각 배우분들의 사진과 마지막 썰을 하나 더 풀자면 당시에 최현욱 배우가 노란색 털 스웨터를 입고 왔는데 그 의상이 유난히 털이 많이 날리는 의상이라서 다른 배우들이 놀리기도 했고, 급기야 진행하시는 분께서 호랑이 같다면서 '어흥'을 시켜서 즉석에서 짤을 하나 만드시는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마 중간중간 배우들끼리 소근소근 하던 게 털 날린다고 장난치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그날따라 의상을 맞춘 것도 아닌데 최현욱 배우 제외하고 모두 블랙으로 의상이 통일되어서 묘하게 억울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전반적으로 웰메이드로 만들어진 작품 같았는데 아직 생각보다 입소문이 덜 난 것 같아서 학원 액션물을 좋아한다면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웨이브 정도면 HBO도 있어서 결제할만하지 않을까...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증정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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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살과 13살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5월은 푸르른 나무들이 싹을 틔우는 계절이고, 12월은 잎을 거두고 추위를 견디는 계절입니다. 영어권에서는 'May-December'가 5월과 12월의 간극처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커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영화 <메이 디셈버>는 관용어를 사용해 제목에서부터 영화의 소재를 내걸고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5월의 남자와 12월의 여자,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사랑은 정말 '사랑'일까요?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메이 디셈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2024년 3월 13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메이 디셈버
May December
Summary
신문 1면을 장식하며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충격적인 로맨스의 주인공들인 ‘그레이시’와 그보다 23살 어린 남편 ‘조’.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영화에서 그레이시를 연기하게 된 인기 배우 ‘엘리자베스’가 캐릭터 연구를 위해 그들의 집에 머물게 된다. 부부의 일상과 사랑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엘리자베스의 시선과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그의 잇따른 질문들이 세 사람 사이에 균열을 가져오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나탈리 포트만, 줄리안 무어, 찰스 멜튼
강렬한 스캔들을 둘러싼 세 인물
: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갇힌 사람
이 영화의 'May-December' 커플은 60살이 다 된 아내 '그레이시'와 36살 남편 '조'입니다. 23년 전, 유부녀였던 '그레이시'는 자신이 일하던 가게의 아르바이트생이자 아들의 친구였던 13살 '조'의 아이를 가집니다. 감옥에서 아이를 출산한 '그레이시'와 '조'의 이야기는 뉴스 1면을 장식하는 희대의 스캔들이 되었죠. 강렬한 그들의 사랑은 이십여 년이 지나 영화화가 결정됐고, 연기 인생의 또 다른 한 획을 그을 작품을 찾던 배우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 역을 맡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May-December' 커플의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엘리자베스'가 부부의 집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영화는 세 인물을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점을 조금씩 바꿔가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이십 년 전의 스캔들을 중심에 둔 세 사람을 각각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갇힌 사람으로 정의하죠.
말하는 사람은 과거의 스캔들을 '엘리자베스'에게 들려주는 '그레이스'입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그레이스'에게는 부끄러운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36살 유부녀가 13살 소년과 사랑을 나눠 아이를 가졌는데도, 아들 친구와 바람이 났는데도, 심지어 아들의 생일 전날에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는데도요. 손자와 자식이 같은 날 졸업하는 진 광경의 자리에도 당당하게 '엘리자베스'를 부릅니다. '그레이스'는 진실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더 중요시하는 인물로 비칩니다. 그래서 언제나 태연하고 뻔뻔할 수 있었죠. 그는 자신이 순진한 사람이길 원하고, '엘리자베스'가 자신들의 사랑을 완벽한 사랑으로 보길 원하며, '조'가 영원히 이 관계를 사랑으로 보길 원합니다.
듣는 사람은 완벽한 연기를 위해 부부를 취재하는 '엘리자베스'입니다. 그는 '그레이시'와 '조' 사이에 자리 잡은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빌미로 부부의 과거를 헤집고, 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들으려 애쓰죠. 그런데 단순히 취재라고 포장하기에 '엘리자베스'의 취재 여정은 다소 기만적입니다. '그레이시'와 '조'의 딸이 있는 자리에서 "배역을 선택할 때는 '도덕적으로 모호한 인물'에 매력을 느낀다"라고 말하거나, 13살에 '그레이시'를 유혹한 '조'의 매력을 가늠하기 위해 그와 잠자리를 갖는 것도 마다하지 않죠. 어느새 진실 찾기는 핑계가 되고, '엘리자베스'의 눈빛에는 야심만이 이글거립니다.
갇힌 사람은 스캔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어린 남편 '조'입니다. 영화 초반부의 '조'는 공동체의 기억 속에 남은 강렬한 이야기와는 달리 더없이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의 가장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상 '조'는 그때 그 이야기 속에서 조금도 크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사람이었죠. "네가 나를 꼬신 거야", "나는 순진해"라는 '그레이시'의 함정에 빠져 죄책감과 부도덕함을 느끼고, 속죄와 책임감을 느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자신이 원한 삶이라고 굳게 믿으면서요. 나비의 알을 주워다가 성체로 키워 날려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감정의 배출구였습니다. 이러한 삶을 평화로운 일상으로 여겨왔던 '조'에게 '엘리자베스'의 등장은 균열이었습니다. 진실을 찾는 '엘리자베스'로 인해 마음속 물음표가 떠오른 '조'는 외면해 왔던 진실에 향한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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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모호한 회색의 스펙트럼
영화를 만든 토드 헤인즈 감독은 <메이 디셈버>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거대한 거부감"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세 인물의 공통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 '자기 자신'이라는 진실을 대하는 방식 말입니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기 자신의 진실을 바라보길 거부합니다. '그레이시'는 원하는 대로만 말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가렸고, '엘리자베스'는 남의 이야기를 파헤침으로써 자기 자신을 덮었으며, '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숨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잘못이 있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기꺼이 들여다보려 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그랬듯이, 함부로 직시하죠. 이렇듯 세 인물의 도덕성과 옳고 그름에 관해 끝없이 생각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이런 생각에 가닿습니다. 극 중에서 나오는 '도덕의 회색지대'라는 말처럼, 바로 그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모호한 회색의 스펙트럼이 곧 인간의 본질이구나.
<메이 디셈버>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이 인간의 모호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샘솟는 질문들도 모두 비슷한 철학적 물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 36살 여인은 정말 13살 소년을 사랑했을까?
- 13살 소년은 정말 36살 여인을 사랑했을까?
- 13살 소년을 사랑한 36살 여인의 잘못은 무엇일까?
- 그것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 도덕이 먼저일까, 사랑이 먼저일까?
- 타인의 진실을 향한 '엘리자베스'의 열망은 인간으로서의 도덕인가, 배우로서의 야심인가?
- '엘리자베스'의 선을 넘는 야심과 '그레이시'의 순진한 가면 중 어느 것이 더 부도덕한가?
질문의 답을 고민하다 보면 머릿속은 계속 복잡해지기만 합니다. 정확한 답 하나 없이 모호함만이 두둥실 떠다닙니다. '누가 옳은가?', '누가 그른가?', '옳은 사람이 있긴 한가?',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아아, 하지만 복잡하고 모호한 인간처럼 흥미로운 것이 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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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디셈버>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맛을 크게 살렸습니다. 가히 연기 대결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는데요. 줄리안 무어의 '그레이시'를 완벽하게 내재화해 연기하는 나탈리 포트만의 모습은 그야말로 소름 돋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조'를 사랑의 감옥에 가두는 '그레이시'의 순진한 얼굴을 그려낸 줄리안 무어의 얼굴은 또 어떻습니까. 여기에 이 작품으로 연기상 21관왕을 휩쓴 찰스 맨튼의 활약도 빼놓으면 섭섭하지요. <리버데일>의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나 기뻤습니다. 쉽지 않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그에게 손바닥에 불나도록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One-Liner5월과 12월, 알과 나비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으나, 인간만은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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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되는가'보다 중요한 '무엇을 하는가'
사람은 하루하루,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어. 따분한 일을 하고 누구랑 입씨름을 하고, 그런 보잘 것 없는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생활이, 인생이 완성되지.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만약 그 사람의 일생을 요약하려 들면 그런 변함없는 일상은 생략돼버려. 결혼이나 이혼, 출산, 전직 같은 커다란 사건은 남겠지만 일상은 생략되지, 소박하고 시시하니까. ‘아무개 씨는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인생을 보냈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거야. 하지만 말이야.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건, 요약되어 사라져 버린 일상의 일이라고,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 거지. 요컨대.
이사카 코타로, 『모던 타임스 』中삶의 대부분이 일상으로 채워진 것과 다르게. 이력서에는 일상이 생략되어 있다. 우리는 왜 일상을 살면서, 이력서에는 일상을 거세해놓았을까. 그것은 아마도 사람의 행적을 요약함으로써 대상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함일 텐데. 가끔은 누군가의 일상을 통해 이력서보다 더 효율적으로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는 자기 자신을 인스타그램 피드로 드러낸다던데, 한 사람을 파악하는 데에는 SNS나 그가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카톡 대화 습관을 살펴보는 쪽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픽사가 새롭게 발표한 작품 <소울>은 언뜻 에덴동산 신화 처럼 보인다. 평화롭지만 조용하고 지루한 ‘탄생 이전의 세계.’ 주인공 ‘조’와 ‘22’는 부끄러움도, 쾌락도 없는 ‘준비된 땅’에서 현실 세계로 추방된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후 ‘종신토록’ 고생해야 했듯. ‘조’와 ‘22’도 이승에서 갖은 고초를 겪는다. 두 이야기에 다른 점이 있다면, 에덴 동산이라는 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아담과 이브와는 다르게, ‘조’와 ‘22’는 현실 세계에 남고자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는 쾌락만큼 고통도 따르지만, 그 고통마저도 생을 감각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한편 이 이야기는 『어린왕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낯선 곳을 표류하게 된 주인공(어른인 ‘나’)이 독특한 어린아이를 만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발견하며,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닮아있다. 『어린왕자』에서는 ‘어린왕자’가 ‘나’에게 각각의 별에 살고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상’을 보여준다면 <소울>에서는 ‘22’가 ‘조’에게 ‘이상적인 인간상’을 보여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영화는 한 가지 트릭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조’가 자신의 천직을 찾아 기쁘게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파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강화해나간다. 사람은 각자 타고난 재능(Talent)이 있고, 그 재능을 직업과 결부시킬 때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만난 이발사나, 자신의 어머니, 지하철에서 기타를 치는 버스커 등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경제활동을 하고, 그 안에서 만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22’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파크’라는 것은 인생을 감각하는 일종의 ‘영감’이고 우리는 각자 지닌 ‘영감’에 따라 많은 것을 느끼며 그저 상호작용하면 된다. 우리는 소박하고 시시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 지점에 이르면 주인공이 왜 다름 아닌 재즈 연주자였는지도 알게 된다. 그렇다. 인생은 클래식과 같이 악보를 따라 치는 연주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즉흥 재즈와 같다. 세상에 똑같은 재즈 연주가 하나도 없듯, 똑같은 인생도 없다. 우리는 각자의 스케일과 리듬으로 인생을 연주하는 존재다.
<소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보편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며 영화관 바깥으로 힘차게 걸어 나갈 힘을 준다. 공기를 들이마시고,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촉감을 느끼고, 기쁘게 씹고 삼킬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소울>이 끝났을 때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재징이고, 소울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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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속 감춰진 ‘WOW’ 한 인생 스토리
정말 ‘WoW’한 인생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은 제목 그대로 평범하지 않은 질환을 가진 한 청년의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속 비범한 인생 스토리를 그린다. 가족도 몰랐던 이 청년의 삶은 저마다 고통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큰 의미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평생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게임을 즐기다 세상을 떠난 그의 인생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청년의 이름은 두 개다. 실제 삶은 마츠, 그리고 온라인 게임 내에서는 이벨린으로 불린다. 마츠는 태어나면서 뒤셴이란 근육 질환을 가진 채 태어난다. 어렸을 때부터 성장이 더디고 자주 넘어지는 건 물론, 휠체어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그에게 유일한 낙이 있었으니 바로 ‘WoW’였다. 가족이 말릴 수 없을 정도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었던 그는 안타깝게도 25살로 생을 마감한다. 부모는 아들의 부고를 그가 생전 운영하던 블로그에 올리기로 하고, 아버지 로버트는 글 하단에 메일 주소를 남긴다. 이후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로버트의 메일함에는 마츠를 향한 고마움과 명복을 비는 소식이 도착하고, 이로 인해 가족들은 아들의 또 다른 인생을 알게 된다.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은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첫째는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 둘째는 현실 세계가 아닌 온라인, 그것도 게임 내에서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감독은 마츠이자 이벨린의 믿기 힘든 삶을 오롯이 영상으로 옮기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두 고정관념에 쌓여 있는지를 확인시킨다. 그리고 주인공의 온·오프라인 삶 속 비범함을 일깨운다.
일단 마츠의 삶은 암울하다. 점점 죽어가는 근육처럼 마츠의 인생도 점점 행복을 잃어간다. 하지만 ‘WoW’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뒤바뀐다.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말처럼 그는 온라인에서는 실제 모습이 아닌 다른 역할로 살아갈 수 있다. 마치 <아바타>의 제이크(샘 워싱턴)가 아바타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자유롭게 걷고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건 그가 온라인상에서 탐정 이벨린으로 살아가면서 페이커처럼 영웅적 성과를 올리는 것에 주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함께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현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도 했다. 게임을 통해 빚어진 부모와의 갈등을 봉합해 주고, 자폐증 아들과 소원해진 엄마의 고민을 듣고 이를 도움도 준다. 마치 대화하면서 마치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말했던 이벨린의 고마움은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서 듣는다. 그만큼 마츠는 이벨린이었을 때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긍정적 요소만 나오는 건 아니다. 마츠 또한 인간이기에, 자신과 달리 평범하게 사는 온라인 친구들에게 시기와 질투, 자격지심을 얻는다. 이로 인해 이간질을 서슴없이 하고,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불편한 행동을 일삼는다. 점점 죽음을 향해 가는 실제 삶의 고통이 온라인으로 번진 것. 이때 게임 속 친구들은 자신들이 받은 도움만큼 그에게 손을 내민다. 물론, 감정이 상하고 화가 나는 등의 과정을 겪기는 하지만, 결국 이들은 다시 이전의 관계를 회복한다. 마치 현실 속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런 마츠의 숨겨진 인생을 좀 더 흥미롭게 따라가기 위한 형식도 눈에 띈다. 감독은 실제 가족의 인터뷰와 홈비디오 영상을 통해 가족이 생각하는 마츠의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상 구현과 마츠의 블로그 글, 온라인 친구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벨린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는 실제 그의 삶을 보여준 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삽입 후 게임에 접속해 몰랐던 이벨린의 생각을 엿보고, 감정을 느끼게 한다. 형식 자체로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나눠 표현한 건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하며 좀 더 마츠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마츠의 숨겨진 인생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거시적인 성과의 기폭제가 된 건 아니다. 그냥 한 청년의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삶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제목에 낚였다고 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있을 듯하다.
마츠는 이벨린으로 살면서 평범한 현실 속 자신을 온라인 상에서 투영한 것처럼 보인다. 현실이든 온라인이든 그는 자신만의 인생을 살았다는 걸 영화는 오롯이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모습을 비범하다고 표현한 건 앞서 말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해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장애인으로서 이런 삶을 살 수 있구나, 너드 커뮤니케이션으로써 활용되는 게임에서 이런 일들일 벌어지는구나 하는 놀라운 그러나 편협한 생각들. 이 생각들로 마츠의 삶이 비범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아이러니하지만 비범함이 평범함으로 바뀌는 그 순간, 비로소 이 작품이 가진 비범함을 알 수 있을 듯하다.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3.0 / 5.0
한줄평: 온라인에서도 인생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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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서 튀어나온 무색무취함의 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릴 적 헤어진 형 새뮤얼 드레이크가 남겨준 추억과 반지를 간직한 채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네이선 드레이크(톰 홀랜드)'. 어느 날, 그는 늘 그렇듯이 손재주를 발휘해 손님의 귀중품을 훔치던 사이 ‘설리’(마크 월버그)로부터 인생을 바꿀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잠적한 형의 소재를 찾고, 동시에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마젤란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자는 것.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인 네이선은 설리와 함께 마젤란과 그의 선원들이 남긴 기록을 살피며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을 힌트들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막대한 보물을 노리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고, '몬카다(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위협과 추격 속에서 네이선과 설리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에 발을 내딛는다.
<언차티드>는 너티 독이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용 액션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MCU의 스파이더맨인 톰 홀랜드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마크 월버그가 각각 네이선 드레이크와 빅터 설리번 역을 맡았고, <좀비랜드> 시리즈와 <베놈> 1편을 연출한 루벤 플레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많은 게임 원작 영화처럼 <언차티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작품이었다. 물론 화려한 배우와 감독의 면면과 본편만 4개고 외전도 2개나 출시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원작의 존재는 기대를 키우는 요소였다. 그러나 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 중 성공적이라고 할만한 선례가 많지 않은 것, 신선함을 담보하지 못하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인 점은 그 기대를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예상대로 <언차티드>의 결과물은 본편에서 잔뜩 예고하는 속편이 왜 필요한 지조차 설득시키지 못하는 무색무취함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우선 <언차티드>는 유명 게임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다는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영화는 원작 게임 시리즈의 스토리 라인이 시작되기 이전을 그려내는 일종의 프리퀄 같은 위치에 있다. 실제로 오프닝과 동시에 등장하는 비행기 화물 클라이밍 씬, 게임 음악을 변형한 메인 테마곡, 네이선의 형인 샘이 중요 인물로 등장한다는 등의 부분적인 유사점을 제외하면 철저히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행된다. 그래서 영화는 네이선과 샘의 관계, 샘과 설리의 관계, 네이선의 반지와 같은 주요 소품 등에 대한 설정을 원작과 다르게 묘사한다. 문제는 과한 각색과 오리지널 설정의 삽입이 팬들의 비토를 이끌어내는 주된 원인이 되고, 이는 게임 원작 영화가 실패하는 결정적인 이유라는 사실이다. 자연히 <언차티드>는 굳이 게임의 이름을 달고 나올 정도의 영화였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해서 <언차티드>가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이점을 적절히 활용한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안전한 길만 답습하기 때문이다. 당장 영화는 마젤란의 세계일주에 보물 찾기라는 상상력을 더하고 있는데, 이 상상력은 예측 가능한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마젤란이 여행 중 필리핀 막탄 섬에서 전투 중 사망했다는 점만 알아도 보물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마젤란의 보물이 숨겨진 장소가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다는 의미의 제목인 '언차티드(uncharted)'는 물론, 보물을 쫓는 주인공들의 겪는 고생과 역경은 좀처럼 와닿지 않는다. 같은 문제는 영화의 쿠키 영상에서도 반복된다. 쿠키 영상은 나치의 숨겨진 보물을 언급하며 속편을 암시하는데, 나치가 찾거나 감춘 보물은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레드 노티스> 같은 작품에서도 곧장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진부한 소재다.
한편, 액션 어드벤처 영화로서도 <언차티드>는 다른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대목을 찾기 어렵다는 패착을 둔다. 일반적으로 <인디애나 존스>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대표되는 액션 어드벤처 영화들은 다음의 스토리 진행을 공식처럼 따른다. 전설 혹은 역사 속 미스터리 속에 숨겨져 있던 보물이 실재함을 깨달은 주인공은 팀원과 의기투합하여 그 보물을 추적하지만 배신에 배신을 거듭한 끝에 실패를 맛본다. 그러나 그 역경까지도 극복하면서 그들은 서로를 향한 신뢰를 회복하고, 반드시 보물이 아니라 해도 그에 못지않은 마지막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한다. 이는 결국 어드벤처 영화가 무언가 변화를 주거나 자신만의 매력을 뽐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며, 그나마 화려한 볼거리를 뽐내거나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언차티드>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일단 잔뜩 힘을 준 듯 보이는 액션은 무미건조하다. 네이선과 설리가 보여주는 육탄전은 그 구성이 아주 재치 있거나 유머러스하지도 않고, 색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두 인물의 특성이나 성격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도 않는다. 그나마 클라이맥스 장면은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듯 보인다. 헬리콥터가 범선을 인양해 가는 가운데 범선의 구조를 역이용하거나 배에 딸린 대항해시대 당시 무기나 대포를 이용하는 액션은 분명 생동감을 불어넣기 충분한 장면이다. 다만 이조차도 분량이 얼마 없고 짧게 지나치기에 순간적인 서프라이즈로서의 기능은 할지 언정 그 이상의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한다.
이에 더해 <언차티드>는 두 주인공인 네이선과 설리에게 어떠한 매력도 부여하지 못했다. 인디아나 존스, 툼 레이더, 잭 스패로우처럼 계속 보고 싶게 만들고 대체될 수 없는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당장 네이선은 배우인 톰 홀랜드 혹은 그의 대표 캐릭터인 피터 파커로 보일 뿐이고, 설리 역시 그저 마크 월버그라는 배우로만 보인다. 두 캐릭터 모두 그저 기능적으로 소비되다 보니 그들이 주체적으로 사건을 이끌어간다기보다는 사건에 이끌려 간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작중 네이선과 설리의 파트너십 형성 과정 묘사가 단적인 예시다. 형의 영향을 받아 과거 탐험가들의 모험과 전설에 심취한 네이선은 모험에 나선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하고, 보물을 찾는 것보다도 오래전 헤어진 형과의 재회에 더 기뻐하는 낭만파다. 반면에 설리에게는 그 어떤 낭만도 없다. 그에게 모든 것은 오로지 보물을 찾고 부자가 되려는 목표의 수단일 뿐이다. 가족의 죽음이나 죄책감마저도 그 욕망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영화는 이처럼 가치관이 극과 극으로 다른 두 인물이 일련의 소동을 겪으면서 점차 신뢰를 쌓아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차티드>라는 제목은 설령 눈에 보이지 않아도 물질적 가치보다 더 뜻깊고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영화는 이 대목에 설득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두 인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문다. 대신 원래 이 둘은 이러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주입시키려는 듯 유사한 대사와 갈등, 반복되는 장면을 거듭 보여준다. 이렇게 평면적이고 작위적인 설명과 묘사 때문에 둘이 마지막 순간 서로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통해 메시지를 완성 지으려는 노림수는 너무나도 쉽게 간파된다. 결국 이들의 파트너십은 아무런 감흥도 깊이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귀결된다.
마지막으로 게임 원작 영화인 것이나 어드벤처 장르 영화임을 차치하더라도, 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어설픈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언차티드>는 좀처럼 관객들을 긴장시키지 못한다. 보물찾기 힌트가 지하 터널이 아니라 패스트푸드 음식점 혹은 클럽에 숨기는 식으로 클리셰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나, 완벽한 타이밍마다 등장하는 힌트와 조력자의 도움은 네이선의 여정을 너무나도 매끈하게 다듬어 준 나머지 오히려 몰입을 저해한다.
그럴듯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악역들의 드라마를 지나치게 얕고 빠르게 다루면서 그들을 손쉽게 소비하는 전개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강렬한 반전을 선사하거나 서스펜스를 끌어올리는 데 빌런 간의 갈등이나 배신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암시만 주어진 채 배신을 일삼다 보니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영화에서는 허무함마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지극히 무난한 킬링타임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영화를 보고 나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어떠한 장점도 특색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작품이 뇌리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사실 <언차티드>는 제작 과정 중에 수차례에 걸쳐서 제작진과 감독이 교체되는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심지어 주연 배우인 톰 홀랜드마저 GQ 인터뷰에서 "아주 터프하고 자신의 내면을 잘 보이지 않고 심각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는데(...) 내 근육이 제대로 나왔는지 등에 대해서만 신경 쓴 거 같았다."라고 회고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언차티드>의 무색무취한 결과물이 아주 놀랍지만은 않다.
P(Poor, 형편없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트레져 헌터 듀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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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없이 맞이하는 황혼의 순간
준비없이 맞이하는 황혼의 순간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리뷰
출처: 다음 영화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을 받아들이는 일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기에-또한 마지막이기도 하고- 그 어떤 사람도 능숙하거나 잘할 수는 없다. 다만 익숙해지려고 노력할 수 있을 뿐.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속 노부부 역시 피할 새 없이 다가온 이 첫 황혼의 순간을 무방비한 상태로 맞이하며 인생의 새로운 위기에 봉착한다.
뉴욕 브루클린, 이스트 빌리지 아파트에는 은퇴한 교사 루스(다이안 키튼 분)와 화가 알렉스(모건 프리먼 분)가 살고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어려워진 알렉스를 위해 40년 동안 머물러 온 집을 팔기로 결심하는 루스. 부동산 중개인인 조카 릴리(신시아 닉슨)의 도움을 받아 집을 매물로 내놓지만 집 보러 온 사람을 맞이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일들이 쉽지가 않다. 한편, 정든 집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은 알렉스는 집 안 곳곳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 젊은 시절의 두 사람을 떠올리며 아쉬움에 잠긴다. 결국 루스는 알렉스와 함께 직접 살 집을 찾아 나서지만 파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집 고르기. 집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모두 어려운 루스와 알렉스는 과연 이 아파트를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
언뜻 보면 그저 두 노부부가 이사를 하며 겪는 좌충우돌 고군분투기처 같은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이 저희도 모르는 새 다가온 노년의 시기를 극복하며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여는 과정을 보여준다. 루스와 알렉스를 힘들 게 하는 가장 큰 벽은 바로 본인들을 그저 ‘노인네’로 만드는 현실. 집 사고파는 일을 도와주는 릴리는 시종일관 두 사람을 세상 물정 모르는 늙은이 취급하며 사사건건 모든 일에 간섭하고 그들이 만나는 젊은 사람들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 중요한 시기에 발생한 폭탄 테러 위협과 애완견 도로시의 입원까지. 우아하게 맞이할 줄 알았던 노년, 현실적이라기보다 다소 영화적인 이 모든 사건들은 두 사람의 삶을 의도적으로 혼란에 빠트려 두 사람을 시험한다.
출처: 다음 영화
그리고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은 달리는 걸 멈추고 숨을 고른다. 그들이 돌아본 건 40년을 함께 한 과거. 살고 있는 집 곳곳에 스며든 두 사람의 그리운 기억들은 잊고 있던 그 시절 그 마음을 상기시켰다. <유스>(2015)에 등장하는 노년의 영화감독 믹 보일(하비 케이틀 분)은 이렇게 얘기한다. ”저 산을 봐봐. 젊었을 때는 이렇게 모든 게 가까워 보여. 미래니까. 반대로 이렇게 봐봐. 늙으면 모든 게 이렇게 멀게 보여. 과거니까.” 그렇다. 루스와 알렉스가 그 과거를 잊어버릴 뻔한 건 그 순간들이 단지 너무 멀리 보였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미래가 두 사람을 지치게 만들 때 두 사람은 눈을 돌렸고 멀리 있어 돌아보지 못했던 과거는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며 그들을 묵묵히 응원하고 있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현실을 마주하는 루스와 알렉스의 태도과 행동이 모두 옳다고 할 수만 없다. 젊은이들은 노인네를 기계치로 안다고 성질을 내는 알렉스는 결국 메일 한 통을 제대로 못 여는가 하면 현관에 들어오지 말아 달라는 다른 집주인의 부탁에도 두 사람은 막무가내로 들어간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를 치는 일도 있고 사실 전처럼 몸이 아주 건강한 것도 아닌 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건 그들 역시 이 시기가 낯선 처음이기 때문이다. 노년의 지혜는 젊은 시절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충고를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그들 자신에게 노년에 대해 조언해 줄 이들은 사실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
출처: 다음 영화
더불어 영화를 보는 관객들 모두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이 부드러운 브라운톤의 화면을 통해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그 모든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덕분이다.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브루클린 역시 내리쬐는 햇살 속에서 꼭 가고 싶은 사랑스러운 장소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 인간적이고 따스한 순간에 존재하는 루스와 알렉스. 차갑고 냉정하며 복잡함으로 무장한 무시무시한 세상과 상관없이 둘만의 세상에 살아가는 노부부의 시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응원하게끔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과거가 현실의 상황을 기적처럼 바꾸진 못한다. 아무리 다정하게 두 사람을 바라봐도 우리가 직접 도울 수는 없다. 결국 매 순간순간 도전이 되는 인생의 황혼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건 두 사람의 몫. 곁에서 손을 잡아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두 사람은 이 모든 시기를 견딜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의 원제는 <Ruth & Alex>. 사실 꼭 멋질 필요까지도 없다. 단 두 사람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의지가 되니까 말이다.
지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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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블랙 위도우” 후기입니다.
당연히 꼭 봐야할 쿠키영상이 있습니다.#스칼렛요한슨, #블랙위도우, #나타샤, #레드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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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 세컨드> 메인 예고편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뉴스 필름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장주성은 텅 빈 사막을 헤치고 외딴 마을의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눈 앞에서 정체불명의 필름 도둑이 필름을 훔쳐 달아나 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황급히 그 뒤를 쫓아 나서는데.. 딸의 모습이 담긴 시간은 단 1초, 딸을 만나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의 여정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