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0-16 10:42:48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30일>이 그렇게 재밌다던데... 개싸라기 흥행으로 1위 독주를 하고 있는 영화 <30일> ! 호평과 더불어 영화제 초청작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화란>
[국내 박스오피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이 개봉 2주차 주말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수는 120만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흥행 질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노개런티로 출연한 송중기 주연의 <화란>은 칸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초청되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있습니다. 영화는 스위프트 월드 투어 <디 에라스 투어>의 영상을 담은 것으로 13일에 개봉하자마자 1위를 기록했고 지난 8월 31일 티켓 예매 시작 하루 만에 AMC의 미국 내 티켓 수입은 2600만달러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지난 3월부터 8월 초순까지 미국 20여개 도시에서 진행된 스위프트의 1차 투어는 300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1조원이 넘는 티켓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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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회퍼, 선한 능력으로 암흑속에 불을 밝히다
▷한줄평 : 빛을 기다리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평점 : ★★★▷영화 :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Bonhoeffer: Pastor.Spy.Assassin), 2025.4월
2022년 12월 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해야 할 시간.
그러나 창궐한 코로나19는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운, 마치 지옥에 갇힌 듯한 나날을 이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 앞에서 ‘새로운 한 해’란 말조차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때 우연히 발견한 노래, ‘선한 능력으로(Von guten Mächten wunderbar geborgen)’는 마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나는 그 노래를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다. 어느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말할 수 없는 ‘평화’가 밀려오는 듯했다.
♬ 선한 능력으로 작사 : Dietrich Bonhoeffer / 작곡 : Siegfried Fietz
1.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며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네 나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2. 지나간 허물 어둠의 날들이 무겁게 내 영혼 짓눌러도
오 주여 우릴 외면치 마시고 약속의 구원을 이루소서
3. 주께서 밝히신 작은 촛불이 어둠을 헤치고 타오르네
그 빛에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온누리에 비추게 하소서
4. 이 고요함이 깊이 번져갈 때 저 가슴 벅찬 노래 들리네
다시 하나가 되게 이끄소서 당신의 빛이 빛나는 이 밤
(후렴) 그 선한 힘이 우릴 감싸시니 믿음으로 일어날 일 기대하네
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① 독일 NGO 한국선교사 독일어/영어/한국어버전 : GINA (홍혜진, 2020년)
https://www.youtube.com/watch?v=xwlUtvHLF8U
② 독일 작곡가 버전 : Siegfried Fietz (2012년)
https://www.youtube.com/watch?v=aN7dGz6NH5M&t=111s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욱 밝게 빛난다. 그 선한 힘이 영혼을 짓누르는 고통의 순간에도 우릴 지켜 주실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날은 다시 주어질 것이다.
그날을 기대하며 절망과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그분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기에……’
이 노래의 작사가는 바로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2.4~1945.4.9) 목사.
그는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 그리고 반(反) 나치 저항 운동가였다.
이 노래는 1944년, 그가 히틀러에 저항하다 감옥에 갇힌 중, 약혼자 마리아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롯되었다.
내 사랑 마리아
1944. 12. 19. Prinz-Albrecht Straße
성탄절에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고, 이 편지를 통해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군요.
이 곳 새로운 형무소에서는 아주 적막한 날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아무 소식도 들을 수 없는 순간이 될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느끼곤 했습니다.
마치 우리 영혼이 일상생활에서는 알지 못하던 신경체계를 고독 속에서 만들어 내는 듯합니다.
그래서 나는 단 한순간도 내가 혼자라거나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과 부모님, 친구들, 전선에 나가 있는 제자들 모두 항상 나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모두의 기도와 사랑의 마음, 내게 보내 준 성경 말씀, 그리고 지난날에 나누었던 대화, 음악, 책 등은 내 옆에서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믿음의 눈으로 확신하며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더 넓은 세계가 있는 것이지요.
“둘은 나를 덮어 주고, 둘은 나를 깨워주며”라는 옛 동요에 나오는 천사에 관한 노래처럼,보이지 않는 주님의 선하신 권능의 손이 아침에나 저녁에나 우리를 지켜 주시는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 어른들은 옛날의 그 아이들 이상으로 선하신 권능의 보호하심을 필요로 하니까요.
내가 불행할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행복과 불행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환경에 좌우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과 가족, 친구들이 모두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매일매일 기쁘고 행복합니다. (중략)사랑하는 마리아, 우리가 서로를 기다려 온 시간이 벌써 2년이 되었군요.용기를 잃지 말아요! 당신이 부모님 곁에 있어서 기쁩니다.
장모님과 온 가족에게 사랑의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지난밤에 떠오른 생각을 옮겨 보았습니다.
이 시는 당신과 부모님, 형제자매들에게 보내는 나의 성탄 인사입니다.주님의 선하신 권능에 싸여(Von guten Mächten)
신실하신 주님의 팔에 고요히 둘러싸인
보호와 위로 놀라워라
오늘도 나는 억새처럼 함께 살며
활짝 열린 가슴으로 새로운 해 맞으렵니다.
지나간 날들 우리 마음 괴롭히며
악한 날들 무거운 짐 되어 누를지라도
주여, 간절하게 구하는 영혼에
이미 예비하신 구원을 주소서
쓰디쓴 무거운 고난의 잔
넘치도록 채워서 주실지라도
당신의 선하신 사랑의 손에서
두려움 없이 감사하며 그 잔 받으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기쁨, 눈부신 햇살 바라보는 기쁨
다시 한번 주어진다면
지나간 날들 기억하며
나의 삶 당신께 온전히 드리렵니다.
어둠 속에서 가져오신 당신의 촛불
밝고 따뜻하게 타오르게 하시며
생명의 빛 칠흑 같은 밤에도 빛을 발하니
우리로 다시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 가운데 깊은 고요가 임하며
보이지 않는 주님 나라 확장되어 갈 때
모든 주님의 자녀들 목소리 높여 찬양하는
그 우렁찬 소리 듣게 하소서
주님의 강한 팔에 안겨 있는 놀라운 평화여!
낮이나 밤이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다가올 모든 날에도 변함없으시니
무슨 일 닥쳐올지라도 확신 있게 맞으렵니다.
출처 : 『옥중연서』-디트리히 본회퍼와 약혼녀 마리아의 편지, 정현숙 옮김, pp. 344-347
2025년 4월, 시간이 흘러 나치와 히틀러와 같은 독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이곳에,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는 그를 단순한 신앙인이 아닌 ‘저항자’로 소환해낸다.
영화는 그가 어떻게 히틀러 암살 모의에 가담하기까지 되었는지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단지 이념이나 영웅주의로 포장하지 않고, 신앙인으로서의 고뇌와 결단의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 스틸컷 / 히틀러 암살 모의 가담으로 체포되는 본회퍼(요나스 다슬러)
행동하는 신앙인 본회퍼
본회퍼는 베를린대학교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유니언 신학교 유학 시절,
흑인 교회와 인권운동을 경험하며 정의와 평화, 신앙의 본질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후 히틀러 치하의 독일로 자발적으로 돌아가, 폭력과 불의 앞에 침묵하는 독일 교회에 맞서며 외친다.
당시 독일교회는 나치 독일에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히틀러를 메시아로 숭배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악을 대면하고도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악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말하지 않는 것은 말하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Silence in the face of evil is itself evil: God will not hold us guiltless.
Not to speak is to speak. Not to act is to act.영화 속, 나치 장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본회퍼가 히틀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설교도중 장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그의 가족들은 예배가 끝난 후 조용히 격려의 말을 전한다.
“용기를 내, 디트리히.”, "우리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그의 신앙인으로서의 고뇌와 두려움을 짐작하고도 남게 한다.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 스틸컷 / 교회 강단 설교에서 나치와 히틀러를 비판하는 본회퍼이후 그는 짓밟힌 독일 교회를 다시 세우고 무고한 유대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던져 히틀러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정치적 용기는 신앙의 행위이며, 악에 직면하여 침묵하는 것은 결국 악을 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미치광이 운전수가 차를 몰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계속 치게 두고 죽은 사람들만 잘 장사 지내줄 것이 아니라
그 운전대를 빼앗아야 한다’
본회퍼는 결국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대량학살에서 구하기 위해 나치 정보국에서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며 히틀러 암살에 가담했고
종전을 겨우 한 달 앞둔 1945년 4월 9일 새벽,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 서른아홉의 나이로 처형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이다’ 디트리히 본회퍼의 마지막 유언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 스틸컷
오늘, 우리는 어떤 신앙인으로 살아야 하는가?
이 영화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의 현실, 한국 사회와 교회의 상황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영화는 ‘기독교 신앙이란 무엇인지?’,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더 이상 ‘빛과 소금’이 아닌, 세상의 불의에 침묵하고 사회적 약자에 무관심한 종교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주기도문의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는 문장은 추상적 선언에 그칠 뿐이다.
기독교 신앙이 살아서는 복을 받고, 죽어서는 천당에 가는 개인의 구원과 축복에 초점이 맞춰진지 오래다.
더 이상 교회 강단에서도 세상을 향한 정의와 평화가 선포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이에 불의한 거짓 선지자의 선동과 영향력만 커져 버렸다.
본회퍼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세상 속에서 잃어버린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시 회복할지 도전한다.
예수께서 그 옛날 선포했던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 여기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무너진 정의와 평화는 회복되어야 한다.
본회퍼는 우리에게 묻는다.
“예수께서 오늘 이 자리에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그의 삶은 말한다. 신앙은 행동이어야 하며, 불의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결국 악에 가담하는 것임을. 정치적 용기도, 결국 신앙의 표현임을.
그리고 그 선한 능력은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있다고.
어둠이 깊어질수록 빛은 더욱 선명해진다.
오늘 밤, 나는 다시 그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 신앙인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 실제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2.4~1945.4.9)의 모습
(우하 사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조각된 20세기의 순교자들, 맨 오른쪽이 디트리히 본회퍼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 포스터
202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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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심(利己心)
사람들은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기심이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관용을 베풀며 그럭저럭 선을 지키며 산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믿기 싫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이다.’ 라는 말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본능, 이기심이 주제인 <라쇼몽>은 갖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당신은 이기적인 사람입니다.’를 보여준다.
먼저 이야기 전달 방식을 살펴보면, 액자식 구성으로 액자 밖의 이야기는 라쇼몽에서 자신들(나무꾼과 스님)이 관아에서 겪은 이야기를 나그네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액자 안의 이야기는 하나의 살인 사건에 대해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는 구성을 취한다. 그리고 영화는 역순행으로 진행되며, 액자 밖의 이야기는 현재 시간, 액자 안의 이야기는 과거를 말한다.
현재 시간에서 등장인물은 나무꾼, 스님, 나그네이다. 처음 나무꾼과 스님은 라쇼몽 계단에서 허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들린 나그네는 그 둘이 말하는 “관아에서 겪은 일이 제일 무섭다.” 소리를 듣고 그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다. 여기서 나무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이야기는 과거로 가게 된다.
액자 안의 이야기는 관아에서 시작된다. 처음 나무꾼은 시체를 발견한 최초 목격자로서 관아로 불려와 말하기를, 나무를 하러 산에 가는 길에 여자 모자와 사무라이 모자, 새끼줄을 보았다고 언급한다. 화면이 전환되고 스님이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스님은 오후에 말을 타는 여자와 말을 이끄는 남편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 뒤 도적 다조마루가 붙잡혀 온다. 다조마루는 죽은 남편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상함을 느낀 형사는 다조마루를 체포해 관아로 데리고 온 것이다.
말에서 달리다 떨어진 다조마루를 붙잡았다고 말하자 다조마루는 크게 웃으며 천하의 다조마루가 말에 떨어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계곡물을 잘못 먹어 복통이 나서 쓰러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조마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흘 전 오후 지나가던 부부의 모습을 보는데 다조마루는 부인에게 첫 눈에 반하고 만다. 그는 여인을 뺏기 위해 남편을 속여 딴 곳으로 보낸 뒤, 여인을 꼬셔 함께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 여자의 모자가 풀에 걸려 떨어지게 된다. 남편이 있는 곳까지 도착 했지만 남편이 보이지 않았고, 여인은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뒤 격렬하게 저항한다. 하지만 다조마루는 여자를 차지하게 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조마루는 남편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여인이 ‘둘 중 살아남은 사람을 따라가겠다.’라고 말하자 남편과 도적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싸우게 된다.
결국 다조마루가 승리하자 여인은 도망가고 자신 또한 달아난 것이라 말한다. 다음 증인으로 여인이 등장한다. 여인의 진술과 다조마루의 진술은 일치하지 않았다. 여인은 대 도적 다조마루 앞에서 저항조차 할 수 없었고 그저 남편이 보는 앞에서 겁탈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며 슬피 운다. 다조마루가 여인을 떠나고 난 뒤 아내는 남편에게 서러움을 토로하지만 남편은 자신을 매정한 눈으로 쳐다 볼 뿐이었다. 그 눈빛에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낀 여자는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 보니 남편이 단도에 찔려 죽어있었다고 말한다. 남편의 시체에서 도망치면서 강물에 몸을 던지면서 자살을 기도했지만 빈번히 실패하였다고 슬피 울며 관아에 고한다.
다음 증인은 빙의 된 남편이 진술을 시작한다. 남편은 아내가 겁탈을 당하고 아내는 다조마루와 도망가려는 순간 다조마루에게 남편을 죽여달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다조마루는 여인에게 정이 떨어져 여인을 밀어내고, 남편에게 ‘저 여인을 내가 죽일까 아니면 당신이 죽이겠냐’고 물어왔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도적을 용서했지만 여인은 이미 도망갔고 다조마루는 남편을 풀어준 뒤 사라진다. 한순간에 아내를 잃게된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져 자살을 했다고 진술한다.
마지막 목격자의 진술은 다조마루는 무릎을 꿇으면서 여인에게 같이 살자고 빌었지만 여인은 아무말 없이 남편의 새끼줄을 끊는다. 그 의미를 깨달은 다조마루는 남편과 싸우려고 하는데 남편이 저런 정조없는 여자는 필요없다며 쓰레기만도 못하다고 비난한다. 그 말을 들은 다조마루도 여인을 버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여인은 광기에 휩싸여 남자면 남자답게 칼로 싸워서 여자를 쟁취해야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며 남자들을 조롱한다.
그 말을 들은 다조마루와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싸움을 시작하는데, 싸움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허우적대대며 속된 말로 개싸움을 보여 준다. 나름대로 치열한 싸움 끝에 남편을 찔러 죽인 다조마루는 여인에게 다가가지만 여인은 도망친다. 힘이 풀린 다조마루는 여인을 잡지도 못하고 겨우 자신의 몸만 추스리고 도망친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진실이다. 아내는 지조를 버리고 남편을 죽이려고 한 이기심을 숨기고 싶어했고, 도적 다조마루는 기세등등한 도적인척 굴었지만 여인에게 굴복하고 싸움도 약한 잔챙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를 잃고 싸움에도 진 자신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한다.
<라쇼몽>은 앞서 말했듯이 역순행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진술로 빠르게 전환되는 이야기는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 구조를 취함으로써 사람이 자신이 이기적인 본성을 숨기려는 메카니즘을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된다.
다조마루는 자신이 최고의 도적이라는 권위를 지키고 싶어 했다. 여인은 가련하고 연약한 여성으로 보이기를 원했다. 남편은 요망한 아내에게 당하지만 남자 대 남자로서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여인을 용서하는을 무사로 보이기를 원했다. 허나 이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못나게 비춰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무꾼이나, 스님처럼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며, 이기적인 사람들도 교화가능하다고 말하는 인물들조차 결국은 이기적인 사람임을 영화는 보여준다. 나그네 또한 힘든 상황 속 아기의 보자기를 훔쳐가는 행동은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잘 드러낸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사람을 믿지 못한다. 영화 마지막 갓난아기를 발견한 나무꾼은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는 무언가 결심한듯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이기적인 세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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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밤> 심층 분석 2
첫번째 리뷰에서는 <봄밤>이 기석과 지호의 캐릭터 대비를 통하여 정인-지호 관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다루었다.
이번 리뷰는 봄밤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정인-지호-기석의 감정선 변화와 그를 담은 연출에 집중한다.
<봄밤>의 이야기의 배경은 놀랍도록 한정적이다. 약국, 도서관, 은행, 차 안, 집, 같은 산책로, 같은 카페와 식당.현실 속 사랑은 결국 일상을 기반으로 피어나기에 사랑에 빠진 우리의 삶은 정작 겉에서 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런 점을 표방하듯 <봄밤>은 화려한 로케이션이나 특별한 곳이 아닌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특별할 것 없는 장소들에서 피어나는 정인과 지호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시청자들은 숨을 죽인 채로 가만히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마치 사랑에 빠져 들어가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보듬듯.
첫만남
정인과 숙취에 시달리던 날, 정인과 지호는 지호의 약국에서 약사와 (지갑을 가져오지 않은) 손님으로 처음 만난다.
지호는 정인을 처음 본 순간부터 정인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정인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소 융통성이 없는 정인이 평소엔 절대 하지 않을 행동 - "내 전화번호 줄까요?"- 을 한다. 지호는 대신 본인의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정인은 불러준 전화번호를 단번에 외우고는 놀라워한다.
후에 지호와 정인은 정인의 친구 아파트에서 다시금 우연히 마주치고, 바로 전 지호의 고백을 거절한 정인은 지호가 본인을 따라왔다 오해한다. 지호에게 역정을 낸 정인은 얼마 후 본인의 실수를 깨닫고 지호에게 연락을 한다.
연락을 받은 지호는 아파트 발코니를 통해 아파트를 떠나는 정인을 바라본다.
친구할래요?
그날 밤 정인과 지호는 밤의 약국에서 만나 서로의 속얘기를 털어놓는다. 친구하자는 정인의 제안을 지호는 거절하고, 정인은 떠난다.
지호는 정인이 두고 간 녹차잔 곁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다음날 정인이 기석을 따라 나간 기석의 농구동호회 경기에서 지호와 정인은 다시 만난다.
<봄밤>에서 '초반부의 설렘'을 담당하는 OST <Is It You>가 흐르며 봄밤의 첫화는 마무리된다.
정인-지호의 세번의 우연한 만남에서 연출은 집요하게 인물들의 시선을 좇는다.
첫번째 만남에서는 약국 바깥의 정인에게 관심을 갖는 지호의 시선, 두번째 만남에서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정인을 바라보는 지호의 POV와 짧게나마 지호와 눈을 마주치는 정인의 시선. 세번째 만남에서는 불편해하면서도 신경이 온통 지호에게 쏠려있는 정인의 POV. 그에 담긴 정인과 스쳐가듯 눈을 마주치는 지호. <봄밤>은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추상적인 끌림을 시각화하여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정인의 시선 끝 지호]
기석의 농구 동호회 회식에까지 참여하게 된 정인과 재인. 정인은 화장실을 가러 잠시 바깥으로 나온 새에 지호와 아들의 통화를 들어버린다. 의도치 않게 지호의 사생활을 엿들어 버린 정인이지만 묘하게 싫지가 않다.
지호는 정인의 친구하자는 제안에 응하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된다.
혼란과 밀어냄
허울좋은 '친구' 라는 단어로 희미해진 선에 지호와 정인은 혼란스러워한다. 결국 지호와 정인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통화를 하며 그런 자신들의 마음을 고백한다. 감정적 arc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자 3화의 하이라이트를, 카메라는 롱샷과 미디움 롱샷의 리버스를 교차해 가며 쌓아올린다. 둘의 얼굴 표정을 강조하는 타이트한 샷 대신 선택한 와이드한 샷구성은 장면이 과도하게 신파적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두 주인공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서로를 향한 끌림을 참고 있는 둘의 속마음은, 표정보다는 그들의 경직된 자세에서 더욱 여실히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정인과 지호 사이에 위치한 횡단보도라는 물리적 제약 또한 와이드한 샷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둘 사이에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음을 시각화한다.
카메라는 지호가 돌아간 후 술집으로 돌아온 정인을 시퀀스에서 유일하게 미디움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내내 감정을 절제하다 지호가 사라진 뒤에야 아픈 마음을 드러내는 정인의 씁쓸한 표정이 강조되며, 시청자들은 정인의 혼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드라마 초반부 정인과 지호의 사이에는 언제나 물리적인 벽이 존재한다. 유리창, 횡단보도, 도서관의 책장. 둘 사이의 제약을 시각화하는 물체들]
다가감
처음에는 정인이 지호를 밀어냈다면, 둘의 혼란이 가중된 이후부터는 지호가 정인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정인은 결국 애틋함을 이기지 못한 채 지호의 집에 찾아가 모진 말을 쏟아내는 지호의 입을 막고 울음을 터뜨린다. 놀란 지호는 함께 저녁을 먹자 청하고, 둘은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둘이 자주 만나는 카페에서 지호는 정인에게 힘들어도 본인을 밀어내라 말한다. "정인 씨가 너무 아까워서" 본인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하는 지호를 정인이 바라보는 순간, 카페에서 배경 소음으로 흐르던 <We Could Still Be Happy>는 non-diagetic world 로 넘어와 이야기 바깥에서 흐르기 시작한다. 정인-기석과의 관계에서 매번 아깝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기석이었지 한번도 정인이었던 적이 없다. 본인이 '을' 로 평가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정인이 본인의 존재를 가치있게 여기는 지호에게 다시금 세게 동요하는 순간을, <봄밤> 은 배우들 간의 시선과 음악으로 전달한다.
지호에게 다가서는 정인을 겨우내 독한 말로 밀어낸 지호지만, 정인 집 앞의 지호를 발견한 재인의 강요에 얼떨결에 정인의 집을 방문한다. 멀어지려던 둘의 거리는 지호가 정인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함으로서 다시 가까워진다. 직장이나 카페같이 공적인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던 둘의 교류가 집이라는 온전히 사적인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재인, 영재, 지호와 정인 네 명의 인물들의 대화 중간중간 편집된 정인과 지호의 dirty(Dirty shot: 피사체 인물 이외의 다른 인물의 신체부위를 걸고 찍는 샷) 미디움 클로즈업 샷은 그들만의 비밀스런 기류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관계의 긴장감을 표면화한다. 지호와 더 가까워지기로 결심한 정인은, 같은 날 밤 지호의 앞에서 기석에게 이별을 고한다.
[화면에 걸친 서로의 존재]/출처 넷플릭스
[기석에게 이별을 고하는 정인 --> OVS 로 정인의 신경이 향하는 곳이 지호임을 표명하는 동시에 지호에게 가기로 한 정인의 굳은 결심을 드러낸다]
지호-정인의 관계가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얻는 순간
일련의 사건을 지나 정인과 지호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정인 또한 기석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온 힘을 다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가슴 한구석에는 여전한 찜찜함이 남는다. 그는 누군가의 연애가 끝나고 그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을 보는 일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떳떳하지만은 않게 시작한 정인과 지호의 사랑 때문이기도 하다.
정인-지호의 관계 진전 이후 <봄밤>이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시청자들의 그 '찝찝함'을 없애는 것이다. '너네의 사랑은 앞에 버리고 온 사랑과 뭐가 그리 다른데?' 라는 시청자들의 의문을 해결하는 것. <봄밤>은 16화 드라마에서 가장 결정적인 회차인 9화(8화 혹은 9화는 16화 드라마의 꽃으로 불린다)의 전체를 이 질문에 답하는 데에 할애한다.
9화 (32부작 기준 17, 18화) 에서 지호와 정인은 같은 날 각자의 부모님께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지호에게 정인은 자신을 '그냥 유지호'로 보아준 유일한 사람이며, 정인에게 지호는 자신이 꿈꿔오던 '따뜻한' 사람이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사랑에 빠진 이유가 설명되지 않아 둘 관계의 정당성이 흐릿했다면, 지호와 정인이 타인에게 상대를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시퀀스를 통해 둘의 관계성은 비로소 윤곽을 드러낸다.
둘의 관계성을 확립한 후 바로 이루어지는 데이트 시퀀스는 그래서 다른 데이트 시퀀스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세상의 시선 혹은 주변인들에게 위축된 채 '을'로 살아왔던 두 사람은 꿈꿔왔던 사람인 서로의 앞에 설때 비로소 편안하고 당당한 본연의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데이트를 끝내고 나오던 정인과 지호는 둘의 데이트 소식을 듣고 달려온 기석과 마주친다. 삼자대면 엔딩에는 항상 대립 상황을 대변하던 <No Direction> 이 아닌 <We Could Still Be Happy>가 엔딩곡으로 쓰인다. 드라마를 닫는 샷 또한 세명을 모두 잡은 마스터가 아닌 정인과 지호의 2 shot - LS 이다. 이는 정인-지호/기석의 대립을 강조하는 대신 정인과 지호의 관계성을 강조하는 엔딩으로, 데이트 시퀀스 앞에서 윤곽을 그린 그들의 관계성을 선명히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9화의 연출을 통해 정인-지호의 관계의 필연/정당성은 비로소 시청자들에게 가닿고, 엔딩 시퀀스에서 We Could Still Be Happy 가 흘러나오는 순간, 시청자들은 그들의 행복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깊어지는 지호와 정인의 관계, 옅어지는 기석의 확신
지호와 정인의 관계성이 확립되고 둘 사이의 확신이 짙어지며 카메라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물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12화 (32부작 기준 23,24화)에서 정인이 지호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슬쩍 내비칠 때, 카메라는 통화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이처럼 회차를 거듭하고 둘의 관계가 깊어질 수록 대화 씬 리버스샷에서 카메라의 구도는 점점 타이트해진다. 이러한 카메라의 개입은 14화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정인과 지호가 "죽을 때까지 상대방을 기억해주기"라는 약속을 할 때, 카메라는 dolly-in으로 통화하는 정인의 모습을 담는다. 이는 드라마에서 거의 유일하게 카메라가 존재감을 피력하는 순간으로, 점점 농도가 짙어지는 정인의 사랑을 시각화한다. 회차를 거듭할 수록 짙어지는 화면의 분홍색도 같은 역할을 한다.
믿음을 쌓아가는 지호-정인과 달리 회차를 거듭할 수록 기석은 이성을 잃어간다. 기석이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정인에게 막무가내로 프러포즈를 한 후부터 기석-정인-지호가 대립하는 씬에서 카메라는 기석의 샷은 약간의 high angle로, 정인-지호의 샷은 약간의 low angle로 촬영한다. 서로에 대한 확신을 얻은 지호-정인은 힘을 얻고, 점점과 이성과 확신을 잃어가는 기석이 열세에 놓였음을 카메라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봄밤>이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서로에 대한 확신과 사랑,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은 믿음이 주는 힘' 의 테마를 영상적으로 뒷받침한다.
수미상관
<14화>
지호와 정인이 처음 서로의 약점을 내보이던 밤의 약국. 후반부 공식적인 연인이 된 그들은 비슷한 시간대, 같은 곳에서 또다시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지호는 정인에게 처음으로 본인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고, 정인 또한 지호의 말에 귀기울인다.
또, 초반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건너오지 말라' 며 애닳아하던 둘은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 망설임없이 서로의 품에 안긴다.
<마지막화>
정인은 지호의 약국에 찾아가 장난스레 '술 깨는 약을 달라' 말한다. 바깥의 요란한 공사 소리가 둘의 대화를 방해하지만, 이번에는 지호와 정인 둘다 장난스레 웃음짓는다. 공사 소리 때문에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애닳아 하던 과거와 대비되는 순간이다.
겨울 막바지의 눈에서 시작한 둘의 마음은, 벚꽃이 만개한 봄밤을 지나 어느 여름밤에 도달한다. 달라진 계절과 달라진 지호-정인의 관계가 같은 배경에서 수미상관으로 끝을 맺을 때 시청자들은 비로소 체감한다. 또 한편의 눈부신 이야기가 끝이 났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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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회와 시대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 그리고 거장의 존재
한 사회와 시대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 그리고 거장의 존재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리뷰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
출연] 낸 골딘
시놉시스] 전설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 예술, 투쟁, 그리고 생존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진은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 나는 생생하게 반짝이는 뉴욕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제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싸운다.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담긴 나의 일기장을 당신에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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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이렇게나 솔직한 거장이라니
사실 낸 골딘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예 아는 바가 없었다. 전시회를 보러 가더라도 사진전 보다는 그림 전시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사진작가에 대해서는 그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양한 시각적 정보들이 쏟아지던 시사회장에서 낸 골딘이라는 사람을 처음 접했다. 그런 그녀의 첫인상은 정말 지독하게도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싶을만할텐데도 영화 속에서는 서스름없이 공개했다. 물론 인터뷰 장면이나 나레이션 장면에서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인생을 사실적으로 풀어냈고,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모두 공개했으니 말이다.
낸 골딘의 언니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언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유는 그녀에 대한 인정이 없었던 가족 구성원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언니의 성정체성을 거부했고, 그녀의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기보다는 외면을 하는 쪽을 택하면서 계속해서 시설로 언니를 보냈다. 언니는 끊임없이 자신과 그리고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었고, 이를 인정해준것은 자신을 상담하던 정신과 전문의 밖에 없었다. 그 전문의의 소견서에 나온 문장이 바로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테’다. 그렇게 언니의 죽음을 경험한 골딘은 그 길로 독립을 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녀가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치기도 했지만 무명시절 동안 그녀는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그녀의 작품활동은 상당히 급진적이었다. 유명한 사람을 찍는 것이 아닌 평범한 자신과 그 동료를 찍으며 현재의 브이로그와 같은,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식하는 사진과 같은 일상을 표면에 내새우면서 사진예술의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업계 사람들은 예술이 아니라며 비난을 했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만의 솔직한 일상을 담은 사진으로 사진, 영상예술계의 거장으로 성장했다. 이 기반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솔직함이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적나라한 성행위를 비롯한 나체 등 은밀한 개인의 일상 모습을 사진을 찍음으로서 공중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이 마약을 했을 때, 남자친구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했을 때 등 암담하고 우울한 상황에서의 자신마저도 사진을 통해 기록을 남김으로써 그 역시 하나의 기록예술로 기능했다.
권력은 이렇게 쓰는 것
거장이 된 골딘은 자신의 명성과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미국은 현재 펜타닐과 같은 마약 중독 문제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고 있는데 골딘은 그런 마약중독과 관련된 거대 제약회사와의 긴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예술로 승화하면서 자신의 본업과 연결시키고 사람들을 일깨우고 결국 그 싸움에서 일정 부분 승리를 거둔다. 골딘이 마약중독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건 그녀가 그 중독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간간히 해왔던 대마를 넘어 그녀는 치료 목적으로 옥시콘틴을 처방받은 적이 있었다. 의사 처방에 따라 받은 마약성 진통제였지만 옥시콘틴은 한번 먹을 때마다 그 양을 점차 증가해야만 효능이 있었고 그녀는 결국 옥시콘틴에 중독이 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옥시콘틴의 부작용과 약물 과용에 대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생산을 멈추지 않은 제약회사 세클러가에 대한 분노를 느낌 골딘은 새클러가를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명성과 권력을 활용해서 말이다. 이미 거장이었던 그녀는 매년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그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콜을 받는다. 그녀는 이를 이용해 박물관과 미술관에 후원을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맘들고 있는 새클러가를 공격하기로 한다. 자신의 작품을 걸고 싶으면 새클러가의 후원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박물관과 미술관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더불어 이와 함께 박물관 로비와 입구앞에서 비폭력 시위를 하면서 그들이 새클러가에서 받는 후원금이 약물 과용 부작용을 일으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옥시콘틴을 만드는 회사임을 지속적으로 알린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결국 빛을 본다. 테이트 박물관, 현대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각국의 박물관, 미술관, 대학교는 새클러가에서 받던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세클러관 이라는 이름 역시 명칭을 변경했다. 그렇게 골딘은 한 단계 한 단계 넘어가며 새클러가의 만행을 밝혔고, 재판에서는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배상금을 받아냈다. 오랜 기간의 투쟁이었지만 그녀는 예술이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하고, 또 힘이 있는 예술계 거장이 사회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너무나도 급진적인 인물이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보여준 낸 골딘의 삶을 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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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그 너머의 것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2024)
감독: 조희영
시놉시스
당신은 무엇을 보는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정호. 정호의 애인 수진. 정호를 짝사랑하는 인주. 정호의 옛 애인 유정. 수진은 정호 모르게 훈성과 비밀스런 만남을 이어가고, 인주는 시한부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정호에게 품은 마음을 고백하기로 한다. 유정은 정호의 자살 시도에 대한 죄책감으로 애인 우석과의 관계가 위태롭기만 하다. 그런데, 정호는 어디로 갔고 정호를 먼저 만난 건 누구인가? 그 정호는 정호가 맞는 걸까? 보이는 것과 믿는 것 그 사이 어딘가, 다른 것으로 알려질 이야기들.(출처: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어떤 것들은 깨지면서 수많은 파편을 남긴다.눈에 보이는 조각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조각들도 있다.이쪽에 떨어졌을까, 저쪽으로 튕겨 나갔을까, 아니면 가루처럼 흩어져 버렸을까.한참이 지나 맞추려 할 땐 이미 사라져 버린 파편들을 찾을 수 없다.
영화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마치 오래전에 깨져 버린 무언가를 맞추려 흩어진 파편들을 찾아가는 것과 같았다. 인물들의 관계는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부서졌는지 - 혹은 부서졌는지 조차 선명하지 않다. 사건을 인과적으로 쌓아 올려 관계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정호와 얽힌 세 인물의 사연과 이들의 기억 속 파편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명확한 진실이 아니라, 관계가 남긴 잔해와 흔적들이다.
정호는 극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말수가 적고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진, 유정, 인주 — 세 인물은 모두 정호와의 깨진,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진은 훈성과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지만 행복하지 않다. 정호와의 풋풋하고 따뜻했던 기억은 현재를 더 괴롭게 만든다. 유정은 우석과 만나면서도 정호와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호의 자살 시도에 대한 죄책감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녀의 독백과 행동 곳곳에 스며 있다. 인주는 언제부터 정호를 좋아하게 된걸까? 책 사이에 숨겨둔 편지처럼, 인주의 마음속 어딘가에 정호의 흔적은 숨어 있다.
이렇듯 정호는 부재 속에서도 수진의 기억에, 훈성의 글에, 유정의 불안에, 인주의 편지에 여전히 살아 있다. 단순히 하나의 인물 또는 주변 인물들의 기억이 아닌 ‘다른 것’으로 끊임없이 변주되어 각자의 내면 속에서 다른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는 정호가 실제 어떤 사람인지, 왜 사라졌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관객에게 해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사건의 전말이나 진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기억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텐션이 고조되거나 사건이 명확하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그 모호함이야말로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주제와 닿아 있다. 인과의 불확실함,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진실을 보여주기에 가장 설득력 있고 인상 깊었던 전개 방식이었다.
일상 속 순간들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남는가?때로는 의식조차 못 한 채 잔상이 되어 우리 안에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일상 속 무수히 많은 ‘다른 것’으로, 어쩌면 자신의 일부가 되어.*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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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산업에 진출 예정인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최근 게임회사인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임원과 페이스북 부사장을 지냈던 마이클 버듀를 영입하며 게임 산업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버듀의 채용 소식을 처음 접한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내년 안에 비디오게임을 서비스 목록에 추가시키려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넷플릭스는 이러한 새 시스템에 대한 추가 요금을 부과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적 있죠.
마이클 버듀는 넷플릭스 입사 전,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Facebook Reality Labs)에서 근무하며 오큘러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이용한 게임 콘텐츠 개발을 진행한 적 있습니다. 또한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임원으로 지내며 ‘심시티(SimCity)’와 ‘식물 대 좀비(Plants VS Zombies)’ 등을 운영하는 모바일 스튜디오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넷플릭스에서 그레그 피터스 최고집행책임자(COO)의 직속으로 일할 예정입니다. 블룸버그는 또 넷플릭스가 이미 게임 개발 관련 직원 모집을 진행하고 있어 수개월 안에 비디오게임 전담팀을 꾸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게임 진출을 통해 춘추전국시대에 이른 OTT 시장에서 새로운 가입자 확보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국내의 쿠팡 플레이, 왓챠, 티빙, 웨이브의 성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될 예정인 디즈니 플러스의 존재까지 감안하면, 이는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겠죠.
현재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디즈니 플러스는 자체 콘텐츠를 지닌 기업들을 인수하는 전략을 나서고 있으며, 아마존도 최근 영화 제작사 MGM을 인수했죠. 그러나 게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OTT 플랫폼은 없기에,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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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17시간 시리즈 37분 요약(*액션위주)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분노의 질주 시리즈 정리 요약ㅣ분노의질주9 리뷰ㅣ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리뷰ㅣ
?「분노의 질주9 더 얼티메이트」 리뷰 보기 전, 필수로 봐야하는
분노의 질주 1~8 시리즈 결말포함 요약 정리 영상(*액션위주)
*외전 "홉스앤쇼"(2019) 제외- "분노의질주9" 정보
감독: 저스틴 린
제작: 저스틴 린, 빈 디젤, 닐 H. 모리츠,제프 커센바움, 조 로스, 클레이튼 타운센드, 사만다 빈센트
각본: 저스틴 린, 다니엘 케이시
원안: 저스틴 린, 다니엘 케이시, 알프레도 보텔로
장르: 액션
출연: 빈 디젤, 미셸 로드리게즈, 조다나 브루스터, 존 시나 등
음악: 브라이언 타일러
제작사: 원 레이스 필름스, 오리지널 필름, 로스/커센바움 필름스
배급사: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 대한민국 UPI 코리아
개봉일:미국 2021년 6월 25일, 대한민국 2021년 5월 19일
상영 시간: 142분
#분노의질주더얼티메이트 #분노의질주_스토리 #분노의질주_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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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리뷰 (스포일러 O) - 정답보다 중요한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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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야”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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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괴기맨숀> 메인 예고편
공포 웹툰 작가 지우는 아이디어를 찾아 괴기맨숀이라 불리는 허름한 아파트에 도착한다.
표정을 알 수 없는 중년의 관리인은
이 아파트에서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고,
504호, 708호… 지우는 사연을 들을수록 홀리기라도 한 듯 괴기맨숀에 점점 집착하게 되는데...!
미스터리한 맨숀! 5개의 에피소드! 괴이하고 섬뜩한 현실 공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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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달짝지근해 : 7510> 티저 예고편
올여름에 엄청난 거 온다..! IT'S YOU해진의 첫 코믹로맨스? 이런 달짝지근함은 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