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9-08 17:19:33
한명쯤 마음에 품고 있잖아요 지브리 남주. 최애 지브리 남주 고르기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자 지브리의 신작이 공개되었습니다!!
항상 따듯한 분위기의 영상과 함께 아련하고 설레는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는데요 오늘은 줄거리와 더불어 지브리 최애 남주를 선택해볼까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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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제인: 가끔씩 찾아오길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이 한 줄의 대사는 꿈의 제인(2016)의 정서를 함축한다. 불행과 절망이 가득한 세계에서조차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묻는 영화,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존재하는 인물 제인. 하지만 그 빛마저도 실체가 있는 것인지, 단지 누군가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모호한 영화 속 세계는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구교환 = 제인, 그리고 '뉴월드'
구교환이라는 배우를 처음 각인시킨 작품이 바로 꿈의 제인이었다. 이후 그는 메기, 반도, 모가디슈, 길복순 등에서 독특한 개성과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깊이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 캐릭터를 꼽는다면, 여전히 꿈의 제인의 '제인'이 아닐까.
구교환이 연기한 제인은 트랜스젠더이자 가출 청소년들의 ‘엄마’ 같은 존재다. 그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베풀며 보호하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불안정하고 흔들린다. 그럼에도 제인은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언제나 따뜻한 말과 포용으로 소외된 이들을 감싸 안는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가 베푸는 사랑과 안식이 진짜 현실인지, 혹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상향인지조차 불분명해진다.
구교환은 제인을 단순한 ‘구원자’가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로 그려낸다.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는 순간에도 그의 눈빛에는 깊은 슬픔이 깃들어 있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때로는 날카롭고, 웃음 속에는 어떤 체념과 씁쓸함이 배어 있다. 그의 연기는 제인의 존재가 단순한 '따뜻한 엄마'가 아니라,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에서 제인이 점점 더 흐려지는 듯한 존재가 되는 순간들. 그때의 구교환은 점점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면서도, 여전히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제인을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위태롭게 걸어가는 존재로 만들어낸다.
꿈과 현실의 이중 구조
영화는 주인공 소현(이민지)의 시선을 따라가며 꿈과 현실이 뒤섞인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제인의 존재조차 현실인지 환상인지 불분명하다. 소현은 가출한 후 낯선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리지만, 제인이 있는 '뉴월드'에서만큼은 안도한다. 그러나 '뉴월드'는 결코 현실적인 피난처가 될 수 없다.
박꿈이라는 감독의 연출은 이러한 이중 구조를 더욱 강조한다. 카메라는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날 것의 현실을 담아내다가도, 몽환적인 색감과 음악을 활용해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인물들이 처한 혼란을 함께 체험하게 만든다.
시시하고 불행한 인생,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
꿈의 제인은 삶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현실의 냉혹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가출 청소년들은 여전히 방치되어 있고, 제인의 사랑도 결코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절망으로 끝맺지 않는다.
"불행하게라도 오래오래 살자."
이 대사는 체념처럼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절실한 생존의 다짐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삶이라도,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가 있는가? 제인의 존재는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구교환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깊이 있는 연기는 꿈의 제인을 단순한 성장 영화 이상의 작품으로 만든다. 그는 제인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인 그 자체가 되어 영화 속에서 숨 쉬고 존재한다. 덕분에 꿈의 제인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으로, 한 편의 꿈같은 경험이 된다.
삶이 꿈인지, 악몽인지조차 불분명한 세계에서 꿈의 제인은 시시하고 불행한 인생을 견디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구교환은 그 이야기의 중심에서, 우리가 잊지 못할 얼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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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만에 다시 만난 기념비적 SF
잘생긴 사람이 부산 사투리로 어떤 말을 한다. 남자는 입담이 엄청 좋다. 이 남자의 이름은 '사이먼 도미닉', 이하 '쌈디'다. 굉장히 좋은 행보로 AOMG의 사장을 지나 현재 한국 힙합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이 남자. 이 사람의 언더신에서의 행보는 아주 훌륭하다. 여전히 그는 한국 힙합의 전설이 되어 좋은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글쓴이도 쌈디를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이렇든 저렇든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된 계기는 MBC의 <아바타 소개팅>이다.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말을 저렇게 재미있게 한다고? 그 프로그램 자체의 아이디어도 신박했다. 일단 누군가가 직접 보이지 않은 채로 타인을 대하면 민망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차피 내 일 아니거든. 이 프로그램은 그 지점을 똑똑하게 활용하며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몇몇 레전드 클립을 남겼다.
어떤 영화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건 대단한 일이다. 단순히 <범죄도시 2>에서 손석구 배우의 카리스마로 그가 스타덤에 오른 것도 굉장히 좋은 일이다. 일단 손석구 배우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어떤 영화가 TV 프로그램 몇 개 만들다 못해 '아바타'라는 개념 자체를 갖고 온 것이라면 그건 감독이 선견지명이 있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아, 이 영화는 이 선견지명만 남기고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다.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SF 명작이 되어 그렇게 남아있다. 12년을 돌아 메타버스를 꿰뚫은 영화를 만나보자. 다음 주 수요일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하는 <아바타>다.
아주 먼 미래
2150년. 상이군인 제이크 설리는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도 없이 혼자서 사는 것 같다. 나라를 위해 투신했지만 보상이 노력한 만큼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게 잊히고 있는 제이크. 어떤 술집에서 웬 부랑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다. 정신을 차릴 즈음 누군가가 말을 건다. "이 자가 제이크야?" "맞는 것 같은데요." 남자 둘은 제이크를 끌고 어딘가로 향한다. 도착한 곳은 일종의 연구실이다. 여기가 뭐하는 데야? 처음 겪는 상황이다. 어리둥절한 제이크.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 그레이스 박스는 싹수가 없다. 아무튼 제이크에겐 임무가 주어진다. 1kg당 2천 달러나 하는 물질 언옵테늄을 채취하는 것. 이 언옵테늄이 있다면 가상의 행성 판도라를 개발해 인류의 평화로운 삶을 기약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대규모 부대를 판도라에 파견하는 인류. 판도라에는 원주민 나비족이 살고 있었다. 인류는 나비족과의 공존을 위해 가상으로 된 몸 '아바타'를 만들어 외계인과의 소통에 나선다.
아바타를 통해 외계인과 통신하는 제이크. 임무를 하던 도중이었다. 원래 판도라에서 살던 외계 동물에게 공격을 받고 무리에서 낙오된다. 절망스러운 상황. 헤매던 제이크를 오마티카야 부족의 여전사 네이티리가 발견하고 그를 구해준다. 묘하게 시작되는 인연. 사실 네이티리는 제이크에게 화살을 겨눴지만 사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바로 지역의 수호신 같은 존재 에이와가 이를 제지한 것. 제이크에게 뭔가 다른 걸 느끼는 네이티리. 살고 있는 고향으로 데려간다. 술렁이는 부족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와의 계시를 받았다는 네이티리의 말에 제이크가 부족과 함께 동화되는 것을 허락한다.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동상이몽인 채로 서로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과연 아바타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지
글쓴이는 97년이다. 이 영화의 개봉 연도는 2009년이다. 이때 <무한도전>이 인기가 많았다. <무한도전>의 팬이었던 나. 엄마는 많이 바빴기 때문에 주말이 아니면 극장에 갈 수 없었다. 토요일 저녁 6시 40분. 애매한 시간대에 표 예매를 잡았다. <무한도전>이 삶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극장 가기 직전까지 엉엉 울었다. "우리 아들. 왜 그래? <무한도전> 보고 싶어?" 지금 다시 생각하면 이마빡을 손바닥으로 쳐버리고 싶지만 아무튼 그땐 <무한도전>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 3시간 분량이 끝나고 난 뒤 뭔가 신세계가 열린 느낌이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SF였던 <아바타>. 메이플스토리를 필두로 한 아바타 게임은 적지 않았지만 그걸로 이런 서사를 짰다는 건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다.
13년이 지났다. 마블이 휘황찬란한 영화들을 발표하고 드니 빌뇌브가 <듄>을 발표했다. 긴 시간 동안 SF 장르에 햇살 같은 축복이 내렸다. 그런데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아바타>의 임팩트를 넘어선 SF가 없었다는 것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도 파란 피부에 신기하게 생긴 외계인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 무슨 날개 달린 외계 생물체를 달고 비행하던 쾌감은 지금 봐도 신선하다. 어릴 때야 '그때 그거 쩔었지'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가진 시각적 쾌감은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거장이 가진 연출력 덕택에 나왔다. 180분 동안 살짝 진부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매 번 다른 느낌으로 끌고 간 감독의 개인능력이 돋보인다. 괜히 기념비적인 SF가 아니다.
뭐가 있냐면
일단 시각화 수준이 대단하다. 이 영화는 SF영화다. SF영화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시각적인 게 중요할 것이다. 기존의 세계를 새로 만드는 게 이 영화의 주요 과제다. SF이니 만큼 기존에 없는 대신 설득력 있게 사실적으로 가상의 현실을 구현해야 한다. 이곳에서의 CG 연출은 우리를 설득하기 충분하다. 일단 나비족을 CG로 연출한 방식은 '적당히 신선하다'라는 말과 어울린다. 우리는 살면서 외계인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처럼 구성하되 외관만 살짝 빗겨 난 형식을 썼다. 또 부분적으로 근육질의 묘사도 인간의 것을 따온 것이 보인다. 다들 '불쾌한 골짜기 이론'에 대해 알 것이다. 기괴함과 신선함의 차이는 정말 간발의 차다. 그런데 이 영화가 초반부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건 이 시각 연출의 힘이 크다. 또 판도라에 사는 외계동물 연출도 공룡을 연상케 하는 좋은 시각화였다. 우리 인류가 처음 탄생하기 이전에 공룡이 살았다. 그리고 판도라 역시 도시를 개발하기 이전이다. 이 점에서 '인류의 역사와도 닮으면서 신선함을 유지했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공룡들을 활용한 액션도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다. 타고 다니는 동물이 있다. 이 타고 다니는 동물을 가지고 하는 전투신이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데, 실제로 이 동물들을 타고 싸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장면을 구성했다는 이야기인데 운동의 디테일이 구석구석 살아있어 생동감을 더한다.
이런 시각화를 뒷받침하는 이야기 구성도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이 영화 줄거리 별 것 없다. 자연을 개발하려는 인간과 원주민의 대립은 우리 역사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를 설정한 건 어느 정도 노림수가 있다. 우선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것도 분명히 의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감독이 하고자 했던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글쓴이의 생각은 이야기를 통해 힘을 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시각화에 힘을 빡 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바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외계 문명과 소통하는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럼 3자의 관점에서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하는 게 뭘까? 외계인과의 신기한 소통 과정일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를 신선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각화에 힘을 주는 것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가 조금 진부하더라도 액션과 CG에 힘을 주는 방식은 우리 요즘 할리우드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단 올해 국내에서 800만 관객을 동원한 <탑건 : 메버릭>만 봐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베테랑 조종사 메버릭의 이야기가 서사의 전부다. 그럼에도 메버릭의 저세상 액션 하나만큼은 정말 끝장났다. 이렇게 이 영화가 후의 상업영화들에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건 그렇게 어려운 가정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외계인들과의 소통' 중 어떤 것을 소재로 삼았는지 생각해보면 이는 감독의 노림수가 꼼꼼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단 주인공 제이크의 인물 설정이 흥미롭다. 바로 하반신 마비라는 점이다. 이 하반신 마비라는 특성은 1) 초반부에 아바타를 연결하고 난 다음의 카타르시스 2)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여할만한 근거 제시 3) 후반부 인물의 선택지에 합리적인 근거 제시라는 점에서 꼼꼼하다. 또한 액션 신에서 탈것이 되어주는 동물과의 교감을 넣은 것, 후반부에 인류와의 대립이 있는 것, 네이티리의 전투신까지 '이걸 넣으면 영화의 시각적 요소가 풍부해질 것'을 고려한 티가 난다. 일단 아크란과의 교감과 비행은 극에서 중요한 위치도 차지하면서 불필요하게 삽입하지 않았다. 인류와의 대립 액션신은 핵심 인물들의 내적 변화를 꼼꼼히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도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나?'를 설득할 수 있다. 또한 네이티리의 맨몸액션은 초반부에 이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방식 중 하나다. 이 사람이 내적으로 강인하지만 그렇다고 빈틈이 아예 없는 인물은 아니라는 걸 경제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12년을 돌아 다시 직면하다
이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하는 테마 중 하나는 '인간의 것은 과연 무엇인가?'다. 대사에서도 언급된다. '모든 에너지의 것들은 잠시 빌린 것이며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이 영화가 개봉한 2009년 12월부터 세계는 다양한 사건을 맞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팬데믹 사태를 겪어도 변하지 않았던 뜨거운 감자는 사실 명확했다. 바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지구 온난화 문제였다.
감독이자 각본가 제임스 카메론은 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환경에 대한 소재만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 것 같다. 이야기 전개는 어디서 봤다. 또 소재는 우리 책에서 많이 읽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익숙한 소재를 갖고 왔다고 해서 절대 깊이가 얕지 않다. 인류가 자기를 희생하기 위해 타자들을 어디까지 희생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과학의 진일보를 어디까지 바라볼 것인가, 복제인간은 과연 인간과 어떤 차이점을 갖는가,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논의, 대화와 소통 없는 의사소통 방식까지 영화는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져 넓은 이야기를 한다. 과연 이게 2009년의 세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아닐 것이다. 금세 우리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생각난다. 팬데믹 사태를 불신했던 몇몇 정상들도 생각난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인형에 대한 논의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런 일에 대해 감독은 각각의 해결책도 제시하지만 결정적인 키워드로 어떤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뭐. 사람에 따라 고리타분하게 느낄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인 걸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0여 년을 지났지만 시대상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것은 제작자들의 인사이트가 탁월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뛰어난 영화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삶에 대해 통찰해보면 좋은 영화가 <아바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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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일지도 모르지만 힐링이 된다면야
사실 이 드라마 볼 생각이 딱히 없었다. 잔잔하고 힐링되는 일본 특유의 감성 좋아하긴 하지만 워낙 많이 보고 살았어서 더 이상 구미를 당기는 장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꾸준히 이 드라마를 추천했으며 최근 심각한 서사만 봤었던 나는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장르를 찾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이 드라마가 눈에 띄었고 '보다가 중간에 이탈해야지' 하는 얄팍한 마음으로 이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했다. 보다보니 주인공 키요가 항상 웃으며 요리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 없었다. 찾아보니 소재에 대해 논란이 좀 있었나 본데 결과적으로 난 힐링받았다. 그래서 리뷰를 좀 쓰려고 한다.
1. 과도한 판타지를 현실화하는 매개체, 음식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은 마이코 준비생 스미레와 함께 마이코가 되고자 교토에 왔지만 숙소의 요리사가 된 키요이다. 드라마의 주요 내용은 '두 사람의 우정'으로, 한 줄로 요약 가능하다. 스미레가 마이코로서 인정받는데도 키요는 질투하지 않는다. 키요는 무용에 몰두하는 스미레와 같이 요리라는 예술에 빠져들어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간다. 각자만의 열정을 쏟아부을 분야를 찾아냈기 때문에 누가 더 외적으로 빛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스미레가 좀 더 화려해 보일 뿐, 키요에게는 소박하지만 내면이 단단한 차돌 같은 매력이 있다.
그들의 우정을 지켜보는 관찰자 역할의 사람들 또한 삐뚤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각자의 역할이 빛난다. 열등감에 매몰되어 남을 해하는 사람이 없고 모두들 스미레와 키요의 우정을 바라보면서 흐뭇해한다. 착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기온이라는 동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일 만큼 판타지이지만 이 판타지를 현실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착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음식이다. 모두가 키요가 만들어내는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음식이라는 소재가 만들어내는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나눠먹는 행위는 픽션이든 현실이든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당연한 행위이기에 이 드라마가 훈훈함을 보여주기 위해 버려진 현실성을 밥을 먹는 행위를 보여주며 '어딘가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2. 전통과 폐습 그 어딘가에서
드라마에서 게이샤 문화가 가진 악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최근 마이코들의 착취 문제와 성 상품화, 희롱 문제 등이 대두된 것으로 보아 마이코, 게이코 소재는 분명히 미화할 만한 소재는 아니라는 점은 동의하기에 이 드라마가 일본의 전통 문화를 미화했다고 평가받을 소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우리 나라 드라마 중에서 '신기생뎐'이라는 드라마도 이제는 사라졌지만 성 상품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기생 문화를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기생 문화는 사라진 문화이기에 그 드라마는 픽션으로 문제를 가릴 수 있었지만 교토 기온 거리 속 마이코, 게이코는 여전히 실존하기에 조금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시대가 변했으니 그 시대의 잣대에 맞게 어디까지가 전통이고 어디까지가 폐습인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도 그런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는 듯하다. 특히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다면 돌싱으로 다시 돌아온 요시노 캐릭터이다. 요시노는 특유의 오버와 너스레로 기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특별한 게이코라는 점을 보여준다. 모모코가 전통적인 게이코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요시노는 게이코, 마이코를 향한 답답한 폐습들을 타파할 혁명적 캐릭터인 것이다. 게이코들이 지켜나가야 할 전통을 상징하는 모모코와 전통의 답답함을 비판하는 요시노의 은근한 대립이 전통 문화가 가진 딜레마를 보여주는 동시에 전통 문화도 이제는 조금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제안하는 듯하다. 요시노와 모모코의 다음 행보가 기대가 되는 것은 다음 세대인 스미레, 키요에게 전통 계승자와 현대인의 경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공연을 준비할 때에 마이코는 게이코들의 시중만 들고 무대에는 오르지 못한다는 규칙을 깨고 모모코가 모두 참여시키는 장면에서 모모코의 변화를 예감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전통이 요구하는 답답함을 그저 참아온 모모코가 결혼이라는 중대 사안을 두고 자신의 미래를 고민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사하는 힐링 메시지
영화 '카모메 식당',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힐링 장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리틀 포레스트'보다는 밝고 '카모메 식당'보다는 어린 연령의 주인공이 등장해 발랄하기까지 하다. 경쟁, 질투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일렁이는 현실 말고 긍정적인 관계들만이 가득한 동화를 보면서 잠시 정신에게 휴식을 주어도 될 듯하다. 그리고 보다보면 음식을 해먹고 싶은 욕구가 샘솟기도 한다. 뭐랄까 정성스레 음식을 해서 먹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다고나 할까. 그래서 난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또, 릴리 프랭키, 이우라 아라타 등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의 단골 배우들인데 다보고 나서야 이 드라마가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들의 등장이 당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쯤되면 릴리 프랭키 배우는 거의 이 감독의 지문과도 같은 배우인 듯하다. 이 배우가 없으면 왠지 허전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스미레 역할의 배우도 너무 예쁘지만 키요 역의 모리 나나 배우의 맑은 얼굴이 너무 매력적이다. '어느 가족' 속 아들 역할의 죠 카이리 배우의 폭풍성장도 반가웠다.
나도 키요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렇게 나만 느끼는 충만한 행복함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순간의 행복함을 느끼면서 살지만 아직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진 못했기 때문에 키요에게 요리와 같은, 그런 일을 찾아내고 싶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수 있는 그런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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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적 고찰은 없고 영상미와 액션만 자랑한다
필자는 원작 시리즈인 소드 아트 온라인을 단 한편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 걸즈 앤 판처 최종장 같이 내용이 이해 안가면 어떡하나 우려가 많았지만, 다행히 본 영화의 내용은 1부의 리메이크 이기에 서사 이해에 전혀 문제는 없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가상세계에서 나갈 수 없게된다는 설정은, 마치 현재 실제로 가상현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비판적 시선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긍정적, 부정적 시선은 이를 심도 깊게 다뤄낸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같은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본 작품은 단순 오락성 액션만 존재할 뿐, 철학적 고찰은 전무해 안타깝다. 이러한 고찰을 할려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한 호소다 마모루의 "용과 주근깨 공주" 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가상현실 이라는 심도 깊은 주제를 단순히 유희성 소재로 소모해버린 것은 아쉬울 따름. 다만 액션씬은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띄일 정도며, 캐릭터들은 현재로서는 과하게 통상적인 재패니메이션 캐릭터들이라 특이점이 없지만, 빛을 되게 아름답게 활용하는 영상미가 일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영화 외적인 부분으로 4DX 포맷이 다채롭고 세밀하게 설정되어있어, 4DX라는 포맷의 기술적 측면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는 주목할만한 작품이라 생각이 든다. 심도 깊은 철학적 고찰은 전무해 예술적인 깊이는 없지만, 오락성 재미는 갖추고 있는 영화라 평하고 싶다. 솔직히 현재 TVA 기반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오락성 마저도 전무한 캐릭터팔이만 존재하는 영화도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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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럽게 재밌고 끝나면 프레첼이 먹고 싶어지는 영화
이 영화는 젠더부터 시작해서 자본주의와 계급, 사상과 정치까지 3부로 나누어 다루고 있으며 147분 내내 블랙코미디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슬픔의 삼각형"의 뜻은 얼굴에서 미간과 콧대를 이은 역삼각형이라고 해요.
이 모양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뒤집어진 계급사회를 의미하는 것 같네요.
1부는 젠더 고정관념을, 2부는 각양각색 부자들의 위선과 자본주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3부는 계급도 뒤바뀌어 청소부가 캡틴이 되는 이야기로 상황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뒤바뀌고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전복되었을 때 이 영화의 재미는 배가 됩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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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사건이 아니라 통제에서 오는 것
이게 무슨 허황된 얘기인가 하겠지만 행복은 뭘까. 분명히 돈이 많아보이는 삶은 아닌데 그렇게 불행해 보이진 않는다. 히라야마의 삶이 그렇다. 그의 삶이 대단해보이지도 않는데 대단해보이는 이유가 뭘까. 행복에 돈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건지 궁금해졌다. 오히려 행복에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통제력이 아닐까.
1. 극단의 미니멀리즘 그리고 루틴
그의 삶을 몇 가지 단어로 규정지어본다면 '미니멀리즘'과 '루틴'인 것 같다. 그의 삶은 쓸데없는 물건이 없고 항상 자신의 루틴에 맞는 물건들만 소유한다. 그럼에도 그의 삶은 언제나 온전하다. 가끔 타인들이 그의 삶에 들어와 그의 루틴을 망가뜨릴 때도 있지만 다음날이 되면 다시 그는 자신의 루틴으로 돌아온다. 모든 순간이 미니멀하고 극단의 효율이 지배하는만큼 쓸데없는 시간은 쓰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현실에 순응한 삶이지만 하루 자체는 옹골차다.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삶에서의 특별한 일이 있어야 행복하다기 보다는 나의 삶을 긍정하는 마음이야말로 그게 곧 행복일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의 삶은 극단의 공무원적 삶이다. 내일 무엇인가 특별한 일은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가 오래전 헤어진 가족을 만난 후 오열하는 것을 보면 그도 언젠가 과거에 큰 감정적 부침이 있었겠거니 생각이 든다. 큰 실패를 겪고 힘들어하다 뭔가 실패한 인생이어도 긍정할만한 거리를 찾아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뭔가 큰 꿈을 꾸지 않으니 더 성공할 기회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더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다. 이런 그의 모습을 현실에 굴복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의 삶을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그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모습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의 일에 대한 열정, 소소한 취미, 매일 먹는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세 이거 말고 삶에 더 필요할 게 있겠는가. 있어봐야 번뇌만 쌓일 뿐이겠지.
2. 일상의 균열
항상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던 어느 날, 조카가 찾아온다거나 돈을 빌린 후배가 관둔다거나 단골집의 비밀을 알게 되는 등 새로운 사건이 그의 인생에 끼어든다. 그렇게 그의 일상의 루틴이 깨지면서 그는 약간의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올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더 윤택해질지도 모르겠다. 그의 삶은 안정적이긴 했지만 빈틈이 없어 생기는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균열도 있어야 비로소 삶다운 삶을 사는 거겠지 싶다. 하지만 지루해보였던 루틴이 있어야 그의 삶이 중심을 잃지 않고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삶이란 개인이 정한 취향, 규칙으로 점철되면서도 가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일상의 균열 때문에 비로소 삶다운 삶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라도 부족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삶은 다분히 인간다운 삶일 것이다. 우연만 가득한 삶은 줏대가 없는 것이고 루틴만 가득한 삶은 생기가 없는 것이니 우연은 그의 인생에 생기가 되어줄 것이다.
3. 마지막 장면의 의미
나는 그의 울듯말듯하면서도 웃는 그 장면에서 과거에 대한 회한,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에 대한 서글픔도 함께 느꼈달까. '인생이란 이런거 아니겠냐, 좋았다가도 슬퍼지는 게 인생이지, 그래서 삶이 살아볼만한 거겠지' 싶다. 그를 보면 난 맘붙일 직장의 중요성이 중요함을 느낀다. 직장은 자아를 실현하는 곳은 아니고 내 성향에 맞는 곳이어야 오래 정붙일 수있겠구나 생각한다. 그나마 질리지 않아서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업무를 찾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처럼 일상의 루틴을 좀 정하고 싶어졌다. 오늘 하루 쓸모없게 보냈다는 생각은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오늘 하루 내 루틴을 완료했으니 나는 아직 쓸모있다는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삶인데 누구보다도 나만의 인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세상이 몰라줘도 내가 날 알아줘야 세상을 긍정할 수 있을 테니까. 그는 그런 걸 실행하는 사람이어서 화장실을 청소해도 행복한 것이다. 그게 참 부러웠다.
그가 여행을 나중에 가자고 하는 걸 보고 큰 꿈을 꾸지 않는구나 싶어서 야망이 없네 싶다가도 인생이 로또가 아님을 깨닫고 나의 길을 묵묵히 가는 삶도 나름 멋있어보이기도 했다. 지조가 있는 삶이 멋있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삶을 살아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것조차 본인의 몫인 것을 수용하는 태도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우연한 사건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내가 내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마음, 히라야마의 그런 마인드는 확실히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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