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to2023-09-05 21:58:44
왔다가도 가는 건가 봐
영화 <어느 멋진 아침>리뷰
제목과는 다르게 영화는 ‘어느 멋진 아침’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주인공에게는 평범한 일과를 수행하는 아침이다. 신경의 기능이 퇴행하는 병에 걸린 아버지가 열쇠를 찾지 못해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좋아하셨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에 가시는 것을 돕고, 안부인사를 드린 뒤 그의 집을 나선다. 통역가로서 자신의 업무를 하고, 아이를 돌본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법한 죽음이나 낯선 외계생명체의 발견 같은 드라마틱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상념에 빠져 있거나 약간은 권태로워 보일지언정 대상화된 우울에 빠져 있지 않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어느 멋진 아침>은 마치 그가 생각하는 삶의 정의를 찬찬히 들려주는 영화같다. 영화 속 이야기는 긴 일대기가 아니다. 상실과 사랑을 담아내는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일년이라는 기간을 지나면서 아이를 기르는 것, 전에 알던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약간의 양심의 가책, 쾌락과 실의를 경험하는 것,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어느 멋진
아침>은 에릭 로메르 감독의 사계절 연작을 비롯한 작품의 유산을 물려받은 연출과 레아 세이두의
해가 갈수록 깊이를 더하는 연기력, 붙었다가 떨어지고, 다시
연결되는 관계 구조로 들어차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멋진
아침’은 매일 찾아오는 것일수도, 방황 끝에 도달하고 싶은
목표 지점이 될 수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가도 문을 활짝 열어 두면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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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감을 자극하는 대리만족 미식여행
일상이 잠시 멈춘 지금, 제일 그리운 건 무엇인가요?
손이 가요 자꾸만 손이 가는 옆좌석 사람의 갈릭 반 캬라멜 반 팝콘 냄새, 막차 놓친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24시간 음식점, 돗자리 펼쳐놓고 함께 뛰노는 한여름 밤의 뮤직 페스티벌 등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아무래도 해외 여행이 제일 많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서인지 요즘 유튜브로 떠나는 대리만족 여행 콘텐츠도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죠. 그럼에도 역시, 지금 이 순간 나와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사는 누군가가 되어보기에 ‘영화’보다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곳의 풍경부터 주변 인물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기에 그 틈으로 빠져들기 더 좋은 영화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떠나볼까요?
잇츠 CINE PICK!!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Kamome Diner, 2006)코미디, 드라마 | 일본 | 102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 출연 :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거든요
헬싱키에 작은 일식당을 차린 일본인 여성. 파리만 날린 지 한 달, 우연히 만난 일본인 여행객을 데려와 함께 운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아담한 주방에서 짓는 따뜻한 밥과 이야기가 모두를 기다린다.
씨네pick : ‘카모메’는 갈매기를 뜻하는 일본어로, 마치 일본의 어느 바닷가에 붉은 지붕과 흰 벽의 작은 식당일 듯싶지만, 영화의 배경은 바로 먼 나라 이웃나라 핀란드의 헬싱키입니다. 한국이 처음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모 프로그램 덕분에 ‘핀란드’라는 나라가 조금은 귀에 익었지만, 방송에서 비춰지는 그 나라의 모습이 한국과는 사뭇 달라 더 궁금해지는 곳이기도 하죠. 영화 <카모메 식당> 속 세 주인공에게도 무척 낯설었을 도시에서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요리 ‘오니기리(주먹밥)’를 만듭니다. 그들은 그렇게 음식에 진심을 담아내고, 서서히 모두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영화를 보면, 주먹밥보다 시나몬롤이 먹고 싶은 건 안 비밀)아메리칸 셰프 (Chef, 2014)코미디 | 미국 | 114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존 파브로 | 출연 : 존 파브로, 엠제이 안소니, 소피아 베르가라It's a blank canvas for your dreams.
창의력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세프.
똑같은 메뉴만 고집하는 주인과 지지고 볶은 후 허름한 푸드트럭을 차리면서 맛깔나는 좌충우돌 여정에 오른다. 과연 칼은 셰프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씨네pick : 영화 초반을 장식한 성게알을 비롯한 값비싼 식재료를 활용한 ‘레스토랑’ 요리보다 모두가 웃고 떠들며 만드는 쿠반 샌드위치가 더 먹고 싶은 이유가 뭘까요? 빵이 황금빛으로 바뀌고, 치즈가 흘러나오는 그 순간!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면 귀에 하바나 음나나 가사가 들리는 것 같은 마법까지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사실 이 영화는 눈보다 귀가 더 행복해지는 영화입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 영화임이 분명하니, 절대 배고플 때 시청하지 마세요~
남극의 쉐프 (南極料理人, The Chef of South Polar, 2009)코미디 | 일본 | 125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오키타 슈이치 | 출연 : 사카이 마사토, 코라 켄고, 토요하라 코스케밥 식겠어요
평균 기온이 영하 54도인 남극 기지. 이 극한의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8명의 대원이 있다. 집과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외로운 생활. 이럴 땐 달리 방법이 없다.
맛있는 음식으로 푸는 수밖에!
씨네pick : 평생 갈 수 없을 것 같은 곳이기에 더 궁금해지는 이곳은 최근 퀴즈를 푸는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한정된 식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남극의 쉐프’는 예나 지금이나 쭉 그곳을 지켜온 것 같습니다. 제목만 보면 다큐멘터리일 거라 생각되는 이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따스함이 잘 녹아있는 영화인데요. 약간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기까지 한 영화 속 음식들은 영화와 참 닮아있습니다.
"세상 어디에 있어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워요."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사는군요"
- <카모메 식당> 中
학습된 문화가 다를 뿐, 세상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행을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낯선 곳을 벗어나 이방인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언젠가 낯섦 가득한 공간에서 처음 보는 음식을 먹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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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감성을 풀어낸 관계의 이야기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다녀온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시사회. 영화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부터 윤여겨 봤던 마가렛 퀄리가 나온 작품이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기대를 하며 보러간 작품이었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시놉시스
평범한 건 싫어요. 특별해지고 싶어요.
1995년 작가를 꿈꾸는 조안나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에 CEO 마가렛의 조수로 입사한다. 출근 첫날,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의 팬레터에 기계적으로 응대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조안나는 그들에게 진심어린 답장을 보내려고 한다. 자신을 좀처럼 봐주지 않는 회사에서 그녀는 점차 상사들의 눈에 들기 시작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점차 변화시켜나간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나에게 더욱 인상적이었던 작품
주인공 조안나는 작가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 부분으로 시작으로 나는 이 영황에 빠져 들었다. 왜냐면 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시와 출판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래서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조안나를 보며, 그리고 신입으로 들어간 조안나는 보며 올해 처음 입사한 내 모습이 많이 떠올라서 감정 이입을 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기계적인 답변을 달아야 할 때도 있지만, 회의와 미팅을 하며 자유롭게 어딜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재치있게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따뜻한 버전이 아닐까?
사수로 있었던 마가렛과 그녀의 조수 조안나. 이 둘의 관계를 보면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와 앤디 삭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는 앤디 삭스를 엄청 부려먹었다면 오히려 마가렛은 제대로된 일감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각각 앤디와 조안나가 회사생활을 하는 데 있어 실망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각각 잡지사와 출판업계에 있으면서 앤디와 조안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나셨고, 그 속에서 자신을 조금 더 회사에 맞춰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상사에게 시련이 닥치고, 그녀들을 보살피면서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둘의 사이는 점차 신뢰를 하는 관계로 이어진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점차 성장하던 이들은 이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다시 떠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가 비슷해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굉장히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조금 더 자극적이고 화려한 잡지사를 다룬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정서의 출판업계를 다룬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는 따뜻한 감성을 더 느낄 수 있었다. 1995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보니 그 아날로그한 감성과 아름다운 뉴욕의 가을 거리를 배경으로 그 따뜻함이 배가되어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올바른 헤어짐이란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를 보면서 느낀 것은 헤어짐에도 예의가 있다는 것이다. 조안나는 버클리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친구를 불러 뉴욕에 놀러온다. 놀러온 뉴욕의 분위기가 자신과 맞다고 생각하면서 뉴욕 생활을 시작해버린다.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들어간 곳이 작가 에이전시였다.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남자친구에게 제대로 된 이별을 통보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들게 된다. 그렇기에 전 남자친구는 조안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런 조안나는 그 편지를 죄책감에 읽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던 중 워싱턴 출장을 간 김에, 사실은 전남친이 초대해준 음악회에 가고자 워싱턴 출장을 자발적으로 임한 조안나는 그곳에서 전남친과 제외한다. 둘은 그저 우리 그만 만나자. 라는 간단한 말 한 마디면 됐을 일을 왜 그렇게 못했을까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장면은 아마 조안나에게 가장 영향을 크게 준 장면일 것이다. 이러한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조안나의 태도는 양쪽에 발을 담군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연락을 안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확히 헤어짐에 대해 이야기를 한 상태는 아닌 전남친과 현남친 사이에서, 작가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며 시를 쓰고 싶지만 쓰지 않고 마가렛에게는 그저 조수로서 자신이 담당한 작가 제리에게는 작가로서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조안나의 모습을 자주 포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대화 이후 조안나는 맺고 끊음을 정확히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배려해주지 않는 현남친과의 관계도 확실히 정리하고, 우물쭈물 쓰지 못했던 시들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에 도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이전시에서 맡은 바 계약을 완벽히 처리하고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마가렛에게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며 헤어짐의 인사를 당당하게 건넬 수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관계에서든 그 관계가 사람 사이이든, 물건이든, 상황이든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같은 업계(?) 종사자여서 눈길이 더 갔고, 뉴욕의 분위기에 취해 뉴욕을 가고 싶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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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최신개봉영화
12월 2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2월 2주 개봉영화 5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 2021
기다려온 마블시리즈!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던 중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게 되고,
이를 통해 닥터 옥토퍼스 등 각기 다른 차원의 숙적들이 나타나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이번 '스파이더맨 : 노웨이 홈'은 MCU 페이즈 4의 핵심인 멀티버스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물론,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에 등장한 '닥터 옥토퍼스'와 '그린 고블린',
그리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 등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들이 총출동한다고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랜시간 마블 시리즈를 기다려온 관객들이 폭발적인 반응!
첫번째 추천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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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 Jul Pa Kutoppen , Christmas at Cattle Hill , 2020
온 가족이 함께 보는 크리스마스 영화
영화 '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은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당찬 소녀 '라라'가
요정과 함께 아빠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하면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는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 입니다.
"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은 전 세계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흥행작 '마이펫의 이중생활'과
노래하는 요정들의 뮤직 어드벤처 '트롤' 제작진이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노르웨이의 전통적인 농장을 배경으로 이국적인 북유럽의 크리스마스 감성과 색다른 재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의 진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두번째 추천영화 "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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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판 남자 The Man Who Sold His Skin , 2020
자유, 돈, 명예를 드립니다! 당신의 피부를 팔겠습니까?
영화 ‘피부를 판 남자’는 악마 같은 예술가에게 자신의 피부를 팔아
자유, 돈, 명예를 얻지만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평생 전시되는 샘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아트 스릴러 영화입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2관왕을 석권한 ‘피부를 판 남자’는
세계적인 예술가 빔 델보예가 한 남자의 등 피부에 타투를 작업해 미술관에서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전시하고
사후에는 그의 피부를 액자에 보관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는데요
특히 전 세계의 사랑을 독차지한 전설적인 모델이자 배우 모니카 벨루치의 귀환과 함께
첫 장편 데뷔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오리종티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 배우 야흐야 마하이니의 출연으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의 모순을 꼬집은 작품
세번째 추천영화 "피부를 판 남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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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스네일스 La casa del caracol , The House of Snails , 2021
산드라 가르시아의 완성도 높은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
영화 '하우스 오브 스네일스'는 소설 작가 안토니오 프리에토가 다음 소설의 영감을 얻기 위해
방문한 말라가 산맥의 작은 마을 킨타나르에서 마을 사람들의 충격적인 전설의 비밀을 알게 되고
전설보다 더 잔혹한 현실을 깨닫게 되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입니다.
환승’과 ‘엘 레푸히오’를 제작한 스페인의 주목받는 여성감독 마카레나 아스토르가가 감독을 맡고
트윈 머더스 : 살인코드’, ‘낫 디 엔드’에 출연했던 하비에르 레이,
‘더 리벤지’, ‘브라 이야기’, ‘텐 아이템 오어 레스’, ‘카르멘’ 등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유명 여배우 파즈 베가가 주인공을 맡아 영화를 완성시킵니다.
현실과 상상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네번째 추천영화 "하우스 오브 스네일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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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리스 Endless , 2020
산드라 가르시아의 완성도 높은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
영화 "엔드리스"는 교통사고로 연인의 곁을 떠나게 된 청년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진정한 이별에 대해 깨닫는 순간을 그린 하이틴 로맨스 판타지 영화입니다.
교통사고로 ‘크리스’는 죽게 되는데 영혼은 떠나지 못하고 세상에 남게됩니다.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을 도와주는 ‘조던’은 ‘라일리’를 그리워하며 곁에 맴도는 ‘크리스’에게
“절대적인 법칙. 죽은 자와 산 자는 대화할 수 없다”라고 경고하지만
‘크리스’와 ‘라일리’는 서로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죠.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다섯번째 추천영화 "엔드리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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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영화 시사회 후기 - 외톨이의 유일한 친구들이 떠나간다면?
사야카에게 유일한 친구는 강아지인 루뿐이다. 둘은 넓은 들판이 있는 곳인 비밀 장소에 자주 간다. 사야카가 루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과 똑같은 외톨이라는 공통점에서 의미를 찾아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사야카는 등에 있는 심각한 피부 질환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왕따였고 루는 주인에게 버려진 개였다. 하지만 루가 죽게 되자 사야카는 루를 잊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날 사야카는 루와 닮은 개인 루스를 보게 되고 따라가게 된다. 사야카가 도착한 곳은 레이디버드라는 선술집이었는데 루스의 주인이 후세라는 할아버지란 것을 알게 된다. 루스가 루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야카와 후세는 친해진다. 사야카는 후세에게 기적과 하느님의 존재를 믿느냐라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후세의 아들인 고이치로가 죽었는지 물어보는데...
죽는다는 게 과연 무엇일까?
만약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가 떠난다면?
하니엘의 철학적인 생각
어린아이에게 소중했던 존재들이 사라진다는 건 얼마나 큰 슬픔일까?
어린아이가 바라보는 죽음이란?
레이디버드라는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후세는 고이치로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야뇨증으로 죽었다. 후세는 자신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죽은 아들에 대한 집착이 컸고 사야카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외톨이였던 사야카에게 유일한 친구란 루와 할아버지인 후세였다. 그러나 자신의 곁에 함께하던 소중한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사야카는 많이 슬퍼한다. 어린아이에게 소중했던 존재들이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필자가 이 영화를 보기에는 내 곁을 아껴주는 사람들도 언젠가 모두 떠나간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기에 삶은 유한하다. 그리고 사야카가 떠나가 버린 후세와 루를 기억하지만 되돌아올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어린아이의 심정이란 게 얼마나 슬펐을지 공감이 된다. 마찬가지로 후세도 죽은 자신의 아들을 돌려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야카가 루를 잃었을 때처럼 큰 상실감을 갖는다. 그렇기에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사라지기 전에라도 소중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열차도 잡을 수 없듯이 떠나간 사람도 붙잡을 수 없다. 그래서 사야카는 어린아이지만 자신의 유일한 친구들이었던 후세와 루가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을 일찍 안 것이다.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친구들의 죽음이 이렇게나 안타까운 건지 나는 알게 되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떠나갈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나는 어린 나이에 소중한 친구들을 잃은 사야카의 기분을 알게 될 것 같다.
일찍 외톨이가 되어버린 사야카의 심정을 알게 되었다.
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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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비단을 닮아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주요 줄거리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원하시는 분은 나중에 다시 읽어주세요.
1992년 싱가포르. 노이즈가 자글거리는 필름 너머로 습기와 열기가 푹푹 전달되는 것만 같다. 그 안에 안경을 끼고 카메라를 든 십대 여자아이가 웃는다. 영상 속 어린 샌디 탠 감독은 친구들과 로드무비를 찍고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옛 사진과 영상으로 싱가포르 역사와 그 안의 자기 모습을 돌아보며 시작한다.
필름의 질감과 색감을 좋아한다면, 단편소설 속 특색 있는 인물들을 곱씹으며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성 영상과 옛날 사진, 노트 등 오래 간직해온 자료들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편집해 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셔커스: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그 마음 그대로 움직일 만큼 행동력 있던 십대 시절. 샌디는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 복사기로 잡지를 만들고, 콜라주 이미지로 자기 취향을 더덕더덕 붙이고 있다. 그 시절 응당 갖기 마련인 분노와 반항을 자기만의 에너지로 사용하며 성장했다. 검열 아래서도 자기 취향을 확장해 나가는 이들의 생생한 눈빛. 그의 회상대로 "광란은 일상을 앞질렀다" 할 만한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이미 영화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소피와 자스민 두 친구도 함께였다. '조지 카도나'라는 교사가 지도하는 영화 제작 수업을 들었다. 조지는 스스로를 미국 영화 제작자라고 소개했지만, 국적도 출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수업을 마치면 드라이브를 하며 들개들을 보곤 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사랑하는 십대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남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껌 씹는 것조차 금지했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던, 침묵과 미소를 권장했던 당시 싱가포르 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만남이었다. 누벨바그를 사랑하는, 빛이 변해가는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는 어른이라니.
오래된 영화는 스승에게, 또 이어 제자에게도 영감을 남긴다. 샌디는 조지와 찰떡 같은 호흡을 맞추다가, 싱가포르 배경의 로드무비 시나리오를 일필휘지로 써나간다. 1990년대 초반은 '싱가포르 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낯설던 시절이었다. 아예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조차 많지 않았던, 싱가포르 영화의 떡잎이 돋기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눈 쌓인 들판에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다닐 생각에 들뜬 아이들처럼, 샌디는 마구 직진하기 시작했다.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소피와 자스민도 영화 <셔커스>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피는 공손한 메일을 써서 회의를 잡았다. 테이프 하나 기타 하나로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친구도 있었다. 배우 오디션을 치르고, 다들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이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필름과 장비도 제공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이상하다. 회의를 조율한 사람은 소피지만 정작 회의 직전에 조지는 소피를 부엌으로 보낸다. "영화를 믿은" 소피는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리를 순순히 내어준다. 제한된 장비로 정성껏 만든 음악이 담긴 테이프, 그 하나뿐인 테이프도 조지가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았다. 들개를 찍으러 함께 다니던 제자들을 데리고, 조지는 이제 ATM에서 ATM으로 돌아다닌다. 아이들의 모든 저금까지 이 영화에 쏟아부었다. 자스민은 이상한 점을 하나씩 기록하고 지적한다. 영화를 완성시킬 야심에 차서 직진만을 고수하고 있는 샌디에게는 이 모든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 시절의 샌디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끝난다. 성취와 동시에 탈진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미 외국의 영화학교에 다니고 있던 소피, 자스민, 샌디 모두 각자의 학교로 돌아가고, 조지만이 싱가포르에 남아 필름 작업을 하기로 했다. 샌디는 간절한 마음으로 <셔커스> 완성을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필름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조지와 필름이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다. 모든 이야기를 등에 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열심을 다했던 셋은, 아니 더 많은 이들은, 충격에 빠진다. 그토록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남은 것은 갈수록 흐릿해지는 기억뿐이다.
그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제작의 내부자가 아니라 외부자였던 것일까? 순식간에 실패로 전락한, 야심만만했던 기획들. 샌디는 괴로운 기억을 닫아두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부터 <셔커스>를 포함한 영상과 사진으로 편집되어 있다. 1992년 촬영과 이 다큐멘터리가 나온 2018년 사이 필름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샌디 탠 감독과 친구들은 <셔커스> 필름을 어떻게 다시 얻게 된 걸까? 조지는 누구였을까? <셔커스>는 잃어버린 필름을 찾는 동시에, 그와 함께 사라진 조지를 찾는 여정이 된다.
조지, 그리고 샌디
조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샌디 탠 감독이 <셔커스> 필름을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샌디 탠 감독에게 조지가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와도 무관하게, 필름에 담긴 시간과 열정까지 절도해간 조지가 이 영화에 갇히면서 체포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샌디 탠 감독의 작품 소재가 되었으니까.
영화를 사랑한다고 영화 속 인물이 되는 건 아니다. 창작을 업으로 삼을 거라면 이야기 바깥에 사는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야기 바깥을 부단히 걸어다니며 자기 길을 만들고 자기 이야기를 쌓아야 한다. 그러나 조지는 그렇지 못했다. 평생 한 편의 영화 감독도 되지 못했고, 오히려 누군가의 이야기의 소재로만 남고 말았다. 소재가 된다고 나쁜 삶은 아니지만, 추측하건대 아마 그가 진정 원한 삶은 아니었을 듯하다.
변죽만 울리다 보면 진정 자기가 원하는 중심으로 들어갈 수 없다. 자신의 세계를 확고히 쌓아가는 이, 조금씩이라도 자기 이야기를 자기 방법으로 표현하는 법을 익혀가는 이에게 이길 재간이 없다. 조지는 그렇게 샌디의 영화 소재, 등장인물로만 이름을 남겼다.
진짜 조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알 수 없지만, 나의 추측에는 내가 반영된다. 자신의 영화는 만든 적 없는 이가 다른 이의 영화를 향해 던지는 비릿한 시선에서 나는내 비겁함을 발견한다.
취미라는 단어에 가둬 두기엔 내게 글쓰기란 너무 의미가 깊은 일이다. 그러나 본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밀려난다. 맹렬하게 고민하고 애쓸 때도 있지만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는 마음이 더 크다. 그러다가도 특별한 재능을 특별하게 인정받는 남들을 보면 부럽고, 은연 중에 내게도 그런 "한 방"이 찾아와주길 꿈꾸는 마음이 슬쩍 고개를 든다.
그 마음은 망상에 지나지 않단 걸 안다. 어떤 계기를 만나 반짝 주목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꾸준히 해나가는 과정의 한 순간일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더듬더듬 확인하고, 이게 최선일까 불안해하면서도 차곡차곡 모자이크화처럼 시간을 채워가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는 걸.
그러다 보면 뭐라도 담겨있을 것이다. 그 시절의 건물과 패션의 색감마저 아름다웠던, 지금은 사라져버린 싱가포르 풍경조차 특별하게 느껴지는 <셔커스> 필름 컷들처럼. 특별하기보다 특이한 인물들로 가득한,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로 꽉 차 있는 컷들이었다.
거칠고 투박해도, 온 세계가 공감할 수 없어도, 앞선 시간에서 알게 모르게 배운 것들이 녹아 있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들. 샌디 탠 감독은 필름을 빼앗기고, 이후의 커리어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오랜 시간 끝에 결국 <셔커스>를 영화라는 방법으로 완성했다.
타의에 의해 끊긴 피륙은 무명도 비단이 된다고, 박완서 소설 어딘가에서 읽었다. 이건 그 비단을 닮은 이야기였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을, 지금 여기서도 다시 감싸안을 수 있을 만큼 힘 있는 비단. 피륙을 끊은 가위조차 휘감고 계속 너울너울 이어져가는 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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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더 파더> : 그는 엉켜 버린 기억 앞에 서서 울었다
더 파더 (The Father, 2020)
* 본 리뷰는 영화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과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기다린 가장 큰 이유는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84세의 노장이지만 아직도 건재하며 모든 배역마다 완전한 그 역할 자체가 되는 안소니 홉킨스의 출연이기에 다른 때와는 다르게 영화 내용을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배우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으나 사전 정보가 많지 않았던 영화 내용에는 기대하지 못한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좋은 의미에서의 충격입니다.) 장르는 분명 드라마인데 스릴러와 공포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이 얼얼한 기분은 “곡성”이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런던에 살고 있는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자신의 자부심처럼 느껴지는 집에서 혼자 노년의 나날들을 보냅니다. 그의 딸인 “앤”(올리비아 콜맨)은 주기적으로 그를 찾아오고 돌보아줍니다. 그러나 그녀는 새로운 사람과의 시작을 위해 곧 파리로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뜻밖의 이야기에 안소니는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기억은 점점 더 엉켜서 무엇이 현실인지 알 수 없어져 갑니다. 딸은 어느 시점엔 간병인의 얼굴로 등장하고, 아버지를 떠나서 파리로 간다고 이야기한 적 없다고도 말합니다. 간병인의 얼굴은 세상을 떠난 둘째 딸 루시와 매우 닮아 있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다른 모습의 간병인으로 등장합니다. 커져가는 기억의 오류들 속에서 진짜를 찾기 위해 안소니는 기억을 바로 세우고 싶지만 그것은 그에겐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와 공포인가
안소니에게는 언제가 아침이고 언제가 밤인지 모르는 날들이 계속됩니다. 영화의 소재인 “치매”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 병의 증상을 매우 세밀하고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안소니에게 그가 알던 딸, 딸의 남편, 간병인은 다른 사람의 얼굴로 등장하기도 하고 알고 있던 인지하던 사실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되며 그는 매우 혼란스러움에 빠져가게 되죠. 트루먼 쇼, 예능에서 많이 보았던 몰래카메라를 연상하게 하는 해프닝들이 모여 그에게 굉장한 당혹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그가 인지할 수 없는 시간들과 사실들이 반복되는 것을 바라보는 게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마주하기 싫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 해야 하듯 스크린 속 안소니의 모습을 애써 지켜보면서 저 역시 시공간 감각을 상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느낌들이 이 영화의 장르를 드라마가 아닌 심리스릴러로 느껴지게 하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관객은 등장인물들의 옷, 씬마다 바뀌는 안소니의 아파트의 구조, 가구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쫒아가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영화가 엔딩에 다다를 때까지 안소니에게 실제 일어난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감독인 플로리안 젤러감독은 이런 관객의 경험을 유도했다고 합니다. 관객이 모든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을 생각하는 경험을 체험하길 원했다고 하죠. 또 이런 것들을 통해 여러 영화에서 치매를 다루는 방식이 아닌 색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길 바라는 의도가 정확히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치매는 내가 겪어온 모든 시간을 엉겨버리게 만듭니다. 기억하는 사실이 달라질 때마다 그는 유난히 자신의 손목시계에 집착합니다. 엉겨버린 시간과 진짜 있었던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그의 현재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 어느 요양병원 침대에 누워 생각하고 있겠죠). 자신에게 있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진짜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그의 고군분투를 시계를 통해 어림짐작할 수 있고, 이는 영화를 함축하는 가장 적합한 장치가 됩니다.
▶ 이 영화의 장르는 결국 드라마였다
반복되는 장면들에서 “대체 이게 뭐지?”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최대치로 느끼다가, 마침내 마지막에 도달하여 이 모든 일의 대부분이 그저 치매 걸린 그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사실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 영화의 장르는 공포에서 드라마로 옷을 바꿔 입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치 아기의 모습을 한 안소니의 모습에서 진실 찾기의 긴장이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쓸쓸한 노년을 맞이한 한 사람의 드라마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시점이 돼서야 편안하게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들이 폭풍처럼 밀려옵니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먼 훗날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도 합니다. 나의 모든 잎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찬란하게 꽃 피웠을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의 마무리가 너무나도 가혹하고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배역의 이름과 동일한 이름의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안소니 그 자체였습니다. 맡는 배역마다 그 사람이 되어버리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그 점에 있어서 나이 차이는 확연하지만 전 이병헌 배우가 늘 떠오릅니다. 이병헌 배우도 맡은 배역 모두 그 사람처럼 소화해내니까요. 그리고 소재가 소재인만큼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역할을 맡는다면 누가 적합할지 떠올려보았는데 연기백 단의 이순재 배우, 박건형 배우가 떠올랐습니다.
<더 파더>는 감독이 직접 쓴 희곡 “더 파더”가 연극 이후 호평을 통해 영화로 재탄생된 작품입니다. “치매”라는 병을 소재로 차용할 때 주변인들이 환자를 연민과 사랑으로 바라보는 그간의 접근방식과는 다르게 당사자가 겪게 될 혼란과 공포에 맞춘 색다른 각본과 연출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각본, 연출, 배우의 3박자가 고루 갖추어져서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 되었고, 다가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의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이 쓰여진 이후 4/26 기준으로 아카데미에서 각색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영화 가뭄이 이어지는 날들 속에서 믿고 보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작품성이 곁들여 저 완성미가 돋보이는 그런 영화의 부재들을 <더 파더>가 채워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더 파더> 스틸 컷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그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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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영화 감기와 코로나 사태는 얼마나 닮았을까?
#감기 #리뷰 #코로나
재미 없다는 추천 때문에
오랫동안 안 보고 묵혀뒀던
영화 감기를 꺼내 봤습니다시국이 시국인만큼
흥미로운 요소는 가득했지만
결국 보지 말라는 평이
왜 나왔는 지 이해만 해버렸습니다다음 재난 영화는 부디
제대로 된 영화가 나와 보기를
희망해봅니다물론 그전에 코로나부터
어서 빨리 잡히면 좋겠네요모두 화이팅입니다!
※ 추천 영상
1. 토니피터 환상의 케미,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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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3W9eVu1m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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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AV보다 야하다,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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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불매운동 중에 일본 애니를? '불매운동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알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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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라이온킹은 애니메이션과 얼마나 똑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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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토니는 영화에서 멱살을 얼마나 잡힐까?
https://youtu.be/v7au_Lx_NF4※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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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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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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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미국 내전 발생?! A24 최초 블록버스터 [시빌 워: 분열의 시대]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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