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징2023-01-06 14:13:25
소설 원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포일러 포함
쿠키 없음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2022.11.30 개봉)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미치에다 슌스케, 후쿠모토 리코 등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보고 왔어요. 솔직히 제목 무슨 투바투 노래도 아니고... 길고 못 외우겠고 일본틱하고 그렇잖아요? 영화를 보고 나시면 왜 이런 제목인지 아실 겁니다 진짜 이렇게 딱인 제목이 없어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가장 행복한 오늘을 줄게' '잊고 싶지 않아' 토루와 마오리의 명대사인데요. 어느 대사가 들어가도 딱 들어맞는 제목이죠? 저 대사 두 개가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랍니다.
저는 소설로 먼저 봤다고 했잖아요? 솔직히 소설로 봤을 땐 이렇게까지 깊은 감명은 없었어요. 그냥 뻔하디 뻔한 일본 소설이다 싶었거든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 있는 여주에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심어 주는 남자 주인공, 알고보니 그에게는 심장병이......?! 말도 안 되는 3류 드라마 줄거리 아닌가요. 여주의 기억 상실마저도 너무 판타지스러운데 남주까지 심장병 걸려서 죽어 버린다니......
게다가 인기 있는 소설 작가가 남주의 친누나이며,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는 하루하루 버티다싶이 한다는 그런 설정은 왜 넣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누나가 쓴 소설의 내용이 전개에 등장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마지막에 이즈미를 도와주는 인물일 뿐이거든요.
실제로 그때 별점 세 개 반을 주면서 '일본 소설은 다 거기서 거기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긴 하겠네'라고 코멘트 달았었네요. 그런데 정말 영화로 나올 줄이야...... ㅋㅋㅋㅋㅋ
B급으로 만들었으면 개망했을 스토리인데 연출, 각색, 영상미가 정말 뛰어나서 다 했다 싶은 작품이에요. 포스터부터 영상까지 필름 카메라 느낌으로 찍어서 청춘물 느낌이 나게 한 것도 한몫 하는 거 같고요. 토루와 마오리가 등장할 때마다 햇빛에 솨르륵~ 비추는 남녀 둘의 비주얼이...... 지나쳐... 눈물 날 정도로 잘생기고 예뻐서 더 보고 싶은......
원래 소설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토루 시점 - 마오리 시점 - 이즈미 시점 이런 식으로 넘어가거든요. 시간 순서대로 쭉쭉 흘러가는 느낌인데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이즈미 시점으로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이즈미 시점을 유지해요. 물론 주인공은 토루와 마오리기에 그 둘의 이야기를 포함!
이즈미의 눈으로 이야기를 따라갔기에 더 처지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마무리됐던 듯해요. 현재 - 과거 - 다시 현재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완벽한 각색이었다는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일본 영화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유치하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간 건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따라올 영화가 없는 거 같아요! 소설을 보셨든 안 보셨든 꼭 한 번씩 관람하셨으면 하는 영화랍니다! 너의 췌장 나는 어제의 너와 등등은 안 봤지만...... 너의 이름은이랑 견주어 보았을 때 비슷한 정도의 감동이긴 해요! 개인적으로는 너의 이름은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실제로 상영한 지 한 달이 다 되었는데도 상영관이 꽉 찰 정도로 관람객이 많았고
(N차 하시는 분들 정말정말 많아 보였음)
대부분이 많이 우시더라구요 물론 저도 ㅠㅠ......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의사: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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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곁에 있을거야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 후 작성했습니다. :)
노웨어 스페셜
존(제임스 노튼)은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의 서른다섯 번째 생일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창문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존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에게는 새로운 가정이 필요하다.
마당이 있는 넓고 좋은 집, 많은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 아이를 바라는 다양한 후보들 사이에서 존은 망설인다.
마이클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을 자신이 내려도 괜찮을까. 마이클은 아빠의 죽음과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한다.
훗날 자신의 부모를 궁금해할 마이클을 위해 ‘기억 상자’에 물건들을 하나하나 담듯이 영화는 존과 마이클의 마지막 여정을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히 눌러 담는다.
죽음을 말하는 방법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전작 <스틸 라이프>(2014)는 누구나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죽음 앞에서 삶과 사람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예견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는다. 존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마이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죽음은 회색 하늘로 날아간 빨간 풍선과도 같다. “슬픈 게 아니라 그냥 없어”져서 보이지 않는 것.
마이클은 동화책과 빨간 풍선, 움직이지 않는 딱정벌레를 통해 죽음을 이해한다. 감독은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삶에 더 집중한다.
<스틸라이프>가 죽음 이후에 삶을 되짚어 보았다면, <노웨어 스페셜>은 죽음의 앞에 선 채로 삶을 응시하고, 죽음 이후에 남는 것을 찾아내려 하는 영화다.
존의 희망
아이를 버리고 떠난 엄마와 너무 일찍 죽어버린 아빠. 존은 마이클이 친부모를 잊기를 바라는 동시에 자신을 "창문 청소부로" 기억하기를 바란다.
마이클을 위한 기억 상자에도 창문 청소도구는 빠지지 않고 담긴다. 창은 존재하되 보이지 않아야 한다.
존은 자신이 보이지 않더라도 마이클이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존에게 있어 유리창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이다. 창의 존재조차 잊을 정도로 깨끗이 닦아낸 창문 너머의 풍경은 그가 닿을 수 없는 희망을 담고 있다.
창 너머의 단란한 가족, 장난감으로 가득한 아이의 방, 교복을 입은 아이. 창 너머의 삶과 행복은 존이 바라던 삶의 모습이다. 손에 닿을 듯 보이나 창문 너머로 갈 수는 없다.
존의 생일 케이크에 마이클은 서른네 개의 초를 꽂는다. 그리고 붉은색 초 하나를 존에게 건넨다.
존은 그 초를 꽂은 서른다섯 번째 생일 케이크를 볼 수 없지만, 마이클의 곁에 있기를 바란다.
타오르지 못할 붉은 초 하나는 기억 상자에 고이 담긴다.
마이클을 위한 기억 상자는 마이클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존의 희망이 담겨 있다.
For Michael, 마이클에게
존과 마이클은 서로를 깊이 바라본다. 서로의 모습을 한순간이라도 더 눈에 담겠다는 듯이 말이다.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사려 깊음이 묻어난다.
두 사람이 대화를 시작하면 카메라는 말을 끊지 않고 지그시 바라봐준다. 서로의 얼굴은 가까운 클로즈업으로 자세히 본다.
존의 수척하고 푸석한 얼굴과 마이클의 섬세한 표정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마이클은 존의 병세가 악화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거칠고 고통스러워하는 얼굴과 떨리는 손을 본다. 존은 마이클의 옅은 미소와 뾰로통한 입술로 표현되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응시한다.
두 사람이 함께 할 때는 정다운 투샷을 놓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모습을 소중하게 담아 간직하려는 것처럼.
존은 마이클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을 기억 상자에 담는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그 자체로 두 사람을 위한 하나의 앨범 혹은 '기억 상자'와도 같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서로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시선으로써 서로의 기억을 존재 깊숙이에 각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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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영화제 화제작 <성적표의 김민영>의 개봉부터
마블에서 유일한 네 번째 솔로무비 <토르: 러브 앤 썬더>의 극장판 개봉까지!
그럼 9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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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97분
감독: 이재은, 임지선
출연: 김주아, 윤아정 등
개봉: 2022.09.08
배급: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삼행시 클럽을 만들어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 지낸 김민영, 유정희, 최수산나.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우정도 졸업과 동시에 각자의 다른 생활 속에서 관계가 소원해진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민영이 갑자기 정희를 집으로 초대하고,
정희는 기쁜 마음으로 민영을 찾아가지만,
자신의 기말 성적을 정정하느라 바쁜 민영에게 정희는 안중에도 없다.
정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을 기다린다.
과연 정희와 민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관전 포인트
학창시절을 생각나게 만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작품이다.
이미 독립영화계에서 유명한 배우부터 처음으로 관객을 맞이한 배우까지!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가 출연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한여름밤의 재즈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미국 | 82분
감독: 아람 아바키안, 버트 스턴
출연: 지미 지우프리 등
개봉: 2022.09.08
배급: 찬란
줄거리
어느 화창한 여름 날, 휴양 도시 뉴포트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들을 반기는 낭만 가득한 여름 바다와 감미로운 재즈 선율.
루이 암스트롱, 마할리아 잭슨, 셀로니어스 몽크, 척 베리, 아니타 오데이…
해가 지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즈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관전 포인트
미국 의회도서관 영구보존 작품이었던 영화를 4K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개봉을 확정했다.
미국 최초의 야외 음악 축제인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의 모습을 담고 있는 최초의 콘서트 실황 영화이다.
휴양도시 뉴포트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재즈 선율이 더해져 낭만 가득한 영화이다.
OTT 공개 예정작
토르: 러브 앤 썬더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19분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등
공개: 2022.09.08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이너피스를 위해 자아 찾기 여정을 떠난 천둥의 신 ‘토르’
그러나, 우주의 모든 신들을 몰살하려는 신 도살자 ‘고르’의 등장으로
‘토르’의 안식년 계획은 산산조각 나버린다.
‘토르’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킹 발키리’, ‘코르그’, 그리고 전 여자친구 ‘제인’과 재회하게 되는데,
그녀가 묠니르를 휘두르는 ‘마이티 토르’가 되어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한다.
이제, 팀 토르는 ‘고르’의 복수에 얽힌 미스터리를 밝히고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전 우주적 스케일의 모험을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마블 최초 네 번째 솔로무비로 돌아온 토르 시리즈.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이전 시리즈보다 코믹 요소가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개그가
자신과 얼마냐 잘 맞는가에 따라 <토르: 러브 앤 썬더>의 호불호가 결정될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34분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라미 말렉, 루시 보인턴 등
공개: 2022.09.08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의 아웃사이더 ‘파록버사라’
보컬을 구하던 로컬 밴드에 들어가게 되면서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밴드 ‘퀸’을 이끌게 된다.
시대를 앞서가는 독창적인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사로잡으며 성장하던 ‘퀸’은
라디오와 방송에서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음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려 6분 동안 이어지는 실험적인 곡 ‘보헤미안 랩소디’로 대성공을 거두며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프레디 머큐리’는 솔로 데뷔라는 유혹에 흔들리게 되고
결국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멤버들과 결별을 선언하게 되는데…관전 포인트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퀸의 음악과 무대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까지 담은 영화이다.
실제 퀸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제작에 참여하며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한국에서 누적 관객 수 994만 명을 돌파하며, 수많은 콘텐츠에서 이를 패러디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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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전범과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
이 글은 영화 [민스미트 작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위 첩보영화라고 불리는 류의 작품들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할 수 있다.
하나는 [007], 혹은 [본] 시리즈로 대표되는 영화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그 누구도 상대해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궁지에 몰리지 않는다. 스스로의 목숨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목숨과 때로는 한 나라의 안위까지도 너끈히 구해낼 수 있다.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이 시리즈의 인기를 유지하는데 한몫을 한다.
반면 나머지 한 쪽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류의 영화이다. 치밀하고 날카로운 계획들이 켜켜에 쌓여 영화 내내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가장 클라이맥스는 보통 영화의 마지막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 서스펜스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만이 영화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 [민스미트 작전]은 후자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실제로 있었던 기만작전을 모티브로 했으며. 단 한 사람의 영웅보다는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데 일조한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영화 [1917], [이미테이션 게임]의 제작진들과 이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킹스맨]으로 첩보영화의 두 축을 모두 경험해 본 콜린 퍼스가 출연하는 영화인 만큼. 완벽에 가까운 짜임새를 가진 영화라는 기대도 함께 할 수 있다.
안갯속에서 체스 두기;슈뢰딩거의 식스센스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아주 쉽고 직관적으로 비유하자면, 한국 예능인 [식스센스]의 제작진들의 입장을 담은 영화라고 이해하면 빠르다.
연합군은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가상의 부대를 창조해냈다. 이 부대를 막기 위해 적군이 병력을 재배치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속여야 하는 대상이 히틀러였으니. 이 계획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만만찮았을 것이다.
그 어떤 곳에서도 "가짜 냄새"가 나서는 안 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웬(콜린 퍼스)을 필두로 한 연합군은 말 그대로 혼을 갈아 넣어 작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했다.
작전의 대부분은 가정(If)을 기반으로 이뤄져 있었고, 연합군의 수뇌부들은 과연 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안개 같은 작전이 통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불안함 속에서 많은 부담을 무릅쓰고 한 발씩 내디뎌야만 하는 과정들에서 관객들도 당시의 책임자들이 느꼈을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작전에 대한 확신과 함께 불안함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일정 시점까지는 커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었던 이 안갯속의 정국은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꼬이고 비틀리며 어떤 형태를 드러낸다. 결국 연합군 세력은 연기를 꼬아 밧줄을 만들어 냈고. 전쟁광 히틀러는 그 어떤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이 견고하고 매력적인 밧줄을 꽉 잡고 놓치지 않았다.
전쟁 영화의 이면.;피 튀기는 장면 없이도 충분하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한때 전쟁 영화의 묘미가 "스케일"의 크기로 점쳐지던 시절이 있었다.
거의 모든 영화에는 베일에 싸인 백발 백중의 스나이퍼가 등장하거나 혹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전쟁 장면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감게 되는 잔인한 장면이 항상 포함되곤 했다. 병사들의 절규와 생사가 오고 가는 장면이 가득한 것이야말로 전쟁영화라고 말하는 듯한.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영화는 전쟁의 뒤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용맹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군사들이 아닌 수뇌부들의 잘못된 작전 하나가 불러올 수많은 희생에 대한 무게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작전 진행 상황의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묘미를 중시하는 영화의 특성상, 전반적으로 크게 잔인한 장면 없이 긴장감을 높이 쌓아올리면서 영화는 자신의 갈 길을 간다.
회의감이 가득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차올랐다가, 한 번은 거품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그 속에서 조금은 뒷전으로 밀어 놓아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어우러져 이 어지러운 전시 상황을 더 불안하고 위태롭게 만든다.
마지막의 클라이맥스라고도 할 수 있는 "사이다" 장면은 아주 짧고, 혹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시시하다 느껴질 수 있을 만큼 통쾌하게 그려지진 않지만. 덤덤하게 전쟁의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영화를 보고 있지만 오히려 전쟁은 이렇게 씁쓸하게 그저 흘러가는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신은 전범과는 주사위 놀이조차 하지 않는다.;전범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사진출처:다음 영화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일 중 가장 잔인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전쟁에 의해 목숨을 잃은 자식의 시신조차도 수습할 수 없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이별도 해야 하며. 개인이 처리할 수 없는 많은 장벽들 앞에서 중요한 것들도 뒤로 미뤄야만 한다.
[민스미트 작전]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독일, 혹은 벙커 속의 한 남자에게는 치욕적이지만 당연했을 패배로 기울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우리는 다시 한번 전범의 오만함이 얼마나 큰 미끼이자 패망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21세기가 되어 이런 실화를 영화로 만날 수 있게 된 지금도, 안타깝지만 가까운 곳에서는 실제로 전쟁이 이뤄지고 있고. 언젠가는 지금의 이 현실조차 영화로 만나거나 교과서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벙커 속 남자도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역사를 통틀어 전범에게는 언제나 피할 수 없는 선물이 주어졌다. 그에게 걸맞은 지저분한 최후가 바로 그것이다. 전쟁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그 어떤 예우 없이 이름으로도 겨우 불리고 있는 한 남자는 자신은 늘 승리한다 생각했을 것이고. 그 거짓에 스스로 홀려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므로 이 선물은 전쟁을 자신의 손으로 선언함과 동시에 이미 포장되어 스스로에게 배송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 영화는 전범인 당신이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됐던 과거임과 동시에 현재이며, 처참한 미래다.
당신이 미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신은 전범과는 주사위 놀이조차하지 않으므로.
마치면서
누가 주 4일 제 하면 나라 망한다 했나요? 이렇게 행복한데.
호불호가 (매우) 갈릴 수 있다.
전쟁영화라고 부르기엔 우리가 기대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작전을 바탕으로 한 스파이 영화라고 하기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영화 전체를 관망해야 한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처럼 켜켜이 쌓이는 긴장감을 즐기는. 그리고 콜린 퍼스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영화였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해 주기에는 조금은 꺼려지는 작품이긴 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마저도 내 스타일이었던 영화라. 수요일 오전을 바친(?) 것에 대한 미련은 없다.
카카오뷰도 있어요+_+
[이 글의 TMI]
1. 아킬레스건이 너무 부어서 며칠 힘들었음.
2. 하지만 영화 보러 나가는 것까지 참지는 못했고,
3. 그렇게 영원히 의사 선생님께 혼났다고 한다.
4. 복숭아 언제 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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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지 절반의 몫은 엉망진창 내 인생의 명장면을 향해
※영화 〈반쪽의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작은 마을 스쿼하미시에 사는 유일한 아시아인 여성 엘리는 다섯 살부터 살아온 이곳에서도 딱히 마음이 가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자신의 문학성을 알아주는 선생님만이 친구 비슷한 존재다. 선생님은 엘리가 같은 반 아이들의 에세이를 대신 써 주고 돈을 받는다는 걸 알지만 오히려 능력을 썩히지 말고 촌구석을 떠나 대학에 가라고 조언해준다. 하지만 엘리는 그럴만한 처지가 안 된다.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는 전문 지식을 갖췄음에도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허름한 시골의 기차역장 자리만 주어질 뿐이다. 무기력한 아버지의 보필에 곤궁한 집안 형편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대학 입학은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러던 중 풋볼 선수 폴이 찾아와 짝사랑하는 상대 애스터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써 달라고 제안한다. 말주변은 없고 글솜씨는 더더욱 없는 폴 대신 엘리는 애스터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생각보다 애스터와 취향과 성격이 잘 맞는 엘리는 사실 예전부터 애스터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감정을 숨긴 채 폴과 이어지도록 노력해본다. 대면이 필수인 데이트의 우여곡절 끝에 둘 사이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엘리의 임무는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감정의 화살은 자유자재로 날아간다. 엘리와 폴이 애스터의 공감을 얻기 위한 사전 조사는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고,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붙어다니며 서로의 내면과 고민을 털어놓던 두 사람의 관계는 어쩐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출처: NETFILX
엘리의 단호한 내레이션은 일찌감치 이 영화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대필 편지 작가라는 오래된 레퍼런스를 변주한 이 로맨틱 코미디를 연애담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 고등학생이 짝사랑하는 대상에게 러브레터를 쓴다는, 지금은 생경하지만 어딘가 마음이 간질거리는 상황을 사랑 없이 논하기는 어려울 터. 하지만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 이상으로 영화가 빛나는 지점이라면, 낡은 서사가 가진 익숙함에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을 추가하며 얹은 캐릭터와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2020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던 이 매력적인 틴에이지 성장 영화 〈반쪽의 이야기〉는 아직 낯선 세상으로 뛰어들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사랑하며 때로는 고민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창피를 무릅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진부하지만 언제나 새로우며, 포기하지 않는 그럴듯한 답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텍스트와 음성이 전하는 진심의 공명
엘리에게 사람이란 인파가 뜸한 기차역을 지나치는 기차와 같다. 늘 같은 시간에 지나가지만, 늘 칸칸이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지고 지나가는 신기한 그것. 하지만 엘리는 누군가에게 온 마음을 다하는 것이란 낡은 부스 안에서 앉아 가끔 시간이 되면 의무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영화 속 기차역의 이별 장면에서 엘리는 그 작위적이고도 멍청해 보이는 사람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에게 상처 받고 싶지 않았던 엘리의 묘책은 다가오는 타인을 그냥 지나가게 두는 것이다. 그래서 엘리는 최대한 자신 앞에 기차가 서지 않기를 바라며, 그의 잠을 깨우는 약한 진동조차 원하지 않는다. 영화의 첫 시퀀스는 엘리의 비평 능력이 폭발하는 머릿속을 애니메이션으로 묘사한 뒤 이 모든 것이 비좁은 부스 안에서 이뤄지는 대비를 보여준다. 엘리의 현실을 응축한 신이 지나고, 마음껏 재능을 선보이지 못한 채 용돈 벌이용으로 전락한 일상에 또 다시 기차가 찾아온다. 자신을 일으키는 미세한 떨림은 앞으로 다가올 삶의 변화를 암시한다. 어떤 이유든 엘리는 우연히, 혹은 때맞춰 다가오는 폴과 애스터를 지나치지 않기로 한다. 그 찰나의 선택이 가져온 파동은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던 진공의 삶에 정차한 절호의 기회다.
엘리는 시대의 고전 플라톤의 〈향연〉 속 사랑론을 구시대적 잔재라고 당당하게 외치지만, 사랑을 고백하는 구절은 떠올리기조차 고역이다. 엘리의 문학적 영감은 반작용에서 온다. 감정적 작용을 애써 침잠시킨 세월만큼 축적된 삶의 에너지는 자신의 말 대신 인용구와 영화 대사로 표출한다. 이는 엘리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명대사 몇 마디를 읊조리는 것으로 잠시나마 감정을 표현할 뿐이다. 아마 살아 있을 때는 집 안의 생기를 책임졌을 엘리의 어머니를 잃은 뒤에 터득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둘만 남은 부녀는 감정의 촉매이자 원천이 사라진 집에서 영화와 책으로 표현을 대신한다. 사실 엘리 가족 말고도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말을 온전히 전하지 못한다. 진정한 사랑과 사람을 거부한 채 안으로 겉도는 엘리, 내면의 본모습을 감춘 채 남들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가는 애스터, 누구보다 깊은 진심을 가졌으나 전달만 하려면 버벅대는 폴까지. 영화는 나를 드러내기 어려운 사람들, 어쩌면 우리 모두의 고질병인 진심을 표현하는 법을 말하고, 쓴다.
〈반쪽의 이야기〉는 주요 소재인 대필 편지라는 상황으로 엘리와 폴, 애스터의 텍스트가 음성이 되고, 음성이 현실이 되는 공명의 과정을 찬찬히 더듬어간다. 대필 편지와 문자 메시지가 주를 이루는 영화는 텍스트와 음성의 불일치가 가져오는 오해와 단절, 수신 불량의 이야기다. 폴이 엘리에게 자기 대신 편지를 부탁하면서부터 말과 글의 주체는 달라지고, 표현에 서투른 이들은 소통을 위해 알아들을 수 없는 진심을 전달하고자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 이는 영화 곳곳에서 뒤섞이고 변주한다. 대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이들은 고해소부터 편지, 휴대전화까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모조리 동원하며 비대면 소통을 진행하고, 감독은 표현이 어색한 인물을 스크린 양 끝으로 보낸 채 대화를 이어간다. 폴과 애스터의 첫 데이트에서도 앞에 앉은 폴 대신 애스터의 눈은 엘리의 문자 메시지를 향한다. 폴의 모습에서 엘리의 이야기를 만나는 인식의 불일치는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시대와 문화의 제동으로 전면에 나설 수 없을뿐더러 그마저도 서툰 엘리의 진중함 앞에 관객은 사려 깊게 그의 진심을 눈여겨보게 된다. 나설 수 없기에 인용이 더 편했던 엘리는 짝사랑 상대였던 애스터로 결핍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점차 말문이 트이며 애스터에게 거의 진심에 근접한 말들을 털어놓기에 이른다. 플라톤부터 오스카 와일드, 빔 벤더스에 사르트르까지 인용하던 영화는 대망의 성당 삼자대면 장면에서 마침내 엘리 추의 목소리로 애스터에게 감정을 전한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엘리의 입으로 엘리의 말을 전한다. 드디어 영화는 엘리의 말을 인용하고, 그렇게 엘리의 공명은 또 하나의 걸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반쪽을 찾으려 하지 않는 이야기
엘리스 우는 전작 〈세이빙 페이스〉와 이번 〈반쪽의 이야기〉 두 편의 영화에 공히 고루한 세계에 외떨어진 인물을 등장시킨다. 주인공을 둘러싼 세계에는 개인과 충돌하는 소규모 커뮤니티의 오랜 신념이 지배한다. 미국 속 아시아 문화를 간직한 이민자 집단과 백인 기독교 중심의 보수적인 시골 마을은, 어떤 이에게 따뜻한 온기를 간직한 공허한 독방과도 같다. 존재가 부정되고 일체성을 압박받는 공간은 엘리스 우가 떠올린 현실의 지옥이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줄 것만 같던 집단의 공고한 관습에 홀로 반기를 드러내는 것만큼 스스로를 상처 주는 일도 없으니 말이다. 〈반쪽의 이야기〉는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비밀을 간직한 누군가에게 지옥으로 다가온다는 명제에 집중하며 수렁에서 빠져나올 비책을 알려준다.
〈닫힌 방〉의 관계성에 〈시라노〉의 서사를 입힌 엘리스 우는 〈반쪽의 이야기〉로 가족의 굴레에 생채기를 낼 용기와 깨달음을 말한다. 가족의 인정을 위안 삼지만 정작 마음 둘 공간이 아쉬운 인물들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진심을 글에 담는다. 애스터와 폴(을 대신하는 엘리)가 주고받는 편지 속 〈닫힌 방〉의 세 사람은 뒤틀린 관계 속에서 탈출을 거부하고, 방문이 열려있어도 나가지 못한다. 영화는 사르트르의 희곡을 레퍼런스 삼아 “타인이 지옥인” 세상의 다음 단계를 일러준다. 엘리와 애스터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는 마치 천상계에서 진리의 정수를 발견하는 고전소설의 주인공 같다. 오직 둘 뿐인 신비로운 호숫가에서 서로의 속마음을 교감하는 형상은 그 옛날 〈향연〉에 적힌 고대의 인간처럼 두 개의 얼굴, 네 개의 팔다리다. 그렇게 엘리스 우는 반쪽을 찾으려 필사의 노력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삶이란 저 멀리 사라진 서로의 반쪽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옆에 있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나의 나머지 절반을 깨닫는 과정이다. 다시 사르트르의 방으로 돌아가자. 타인이 내 절반이 아님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알던 지옥은 더는 작은 방이 아니게 되고, 관계에 목매지 않는 결연한 나의 눈으로 곧 열린 문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반쪽을 찾지 않고 깨달을 뿐이다.
지옥을 자각하는 확신의 과정
우리가 타인을 깨달았다면 다음 단계는 이곳이 지옥임을 깨닫는 것이다. 노신부는 잊지 말라는 듯 반복된 성경 구절을 내뱉고, 성당에서는 사탄이 의심을 타고 우리에게 찾아온다고 되뇐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편지 한 통으로 의심이 자란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스쿼하미시의 성에서 엘리와 폴, 애스터는 모두 불경한 죄인이다. 세 사람은 각자의 두려움에 갇혀 가면을 쓰고 거짓을 말한다.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미술의 꿈을 접은 채 가족의 뜻에 순종하고, 열등감에 주눅 들어 잠재된 능력조차 발휘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진실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엘리와 폴은 대필 편지를 쓰고 애스터는 거짓된 사랑을 이어간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인간은 ‘두려워하고 거짓말하고 의심하는 자들’을 쫓아낼 성을 지었고, 신을 의심하는 자들은 바깥의 지옥으로 떨어진다(계 21:8). 하지만 엘리스 우는 단호하게 말한다. 거짓은 헛되지 않았으며 황홀한 파국은 반드시 찾아온다고.
거짓을 말하는 죄 많은 백성은 오히려 의심을 열쇠로 내가 선 이곳이 지옥이었음을 깨닫는다. ‘일이 벌어지는 곳’ 스쿼하미시 (영화 초반의 안내 푯말 “It’s happening in SQUAHAMISH”)는 사실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일들은 아예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사라지는 곳이다. 스쿼하미시에서 마을 유일의 아시아인 가족이 받는 인종 차별과 성소수자의 정체성, 가족주의에 묻힌 개인의 꿈은 있지도 않았던 일로 치부한다. 따라서 주인공 세 명이 성당에서 서로의 진실을 털어놓는 장면은 더 묵인하지 않겠다는 고해성사이자 강박적인 안온함보다 위태로운 불안을 지지하겠다는 지옥으로부터의 선언이다. 내가 있는 공간이 곧 지옥임을 깨닫는 순간, 나를 감싸던 세계는 깨어진다. 이들 셋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말을 늘어놓는다. 이곳이 어디인지, 내 반쪽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아는 세 사람만이 상황을 이해할 뿐이다. 좋은 작품을 과감히 망가뜨려야 걸작을 만날 수 있듯, 나만의 소시지, 나만의 그림,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이들에게 지옥은 기꺼이 문을 활짝 열 준비를 끝마쳤다.
겉도는 와중에도 서로에 이끌리며 부딪쳤던 시절이 지나고, 엘리는 걸작을 그릴 대담한 선을 찾으러 스쿼하미시를 떠난다. 사랑의 반쪽이 만나고 헤어지는 그 뻔한 기차 장면처럼 절대 울지 않겠다 맹세했던 엘리는 달리는 기차 밖에서 뛰어오는 폴을 보며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하지만 엘리는 그 진부한 감정을 이제 이해할 수 있다. 엉망진창에 예측하는 대로 이뤄진 적이 없는 사랑의 기억은 가장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이고, 그렇기에 낡아 빠졌다는 것을. 엘리는 울음을 그치고 주변을 바라본다. 이 안의 사람들도 어쩌면 자신이 만든 인생 최고의 대사 한 구절쯤 품고 있을 것이라는 작은 깨달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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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4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8월 4주 개봉영화!
불릿트레인 Bullet Train , 2022
브래드 피트가 다시 돌아왔다!
영화 "불릿 트레인"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초고속 열차에 탑승한 언럭키 가이 '레이디 버그'가 전 세계 고스펙 킬러들과 맞닥뜨리면서 펼쳐지는 논스톱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3년 만의 주연으로 브래드 피트는 이너피스를 꿈꾸는 언럭키 가이 ‘레이디버그’로 분해 열연을 펼칩니다.
여기에 할리우드의 새로운 액션 장르 강자로 꼽히는 데이빗 레이치 감독만의 장기를 더해 독창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완성시켰습니다.
'데드풀 2', '분노의 질주: 홉스&쇼', '존 윅'으로 액션 장르의 새로운 히어로로 자리 잡은 데이빗 레이치 감독과 브래드 피트의 만남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초고속 열차에서 벌어지는 고스펙 킬러들의 피 튀기는 전쟁!
추천영화 "불릿트레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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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VERDENS VERSTE MENNESKE ,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 2021
작품성과 흥행 모두 잡은 역대급 신드롬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입증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내 삶의 조연은 그만하고 싶은 스물아홉 '율리에'가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가기까지, 그 아프지만 반짝이는 여정을 그린 영화로,
'라우더 댄 밤즈', '델마' 등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입니다.
"고전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며,
한계에 직면하면서도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을 통해 그곳에서 나오는 모든 코미디와 혼돈을 포착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해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또한 자신이 애정하는 2021년 영화 리스트에 등록된
추천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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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오 2022
올여름 스트레스를 날려줄 유일무이 코미디!
영화 "육사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입니다.
운명처럼 말년 병장의 발 밑에 날아온 로또 한장이 57억 1등 당첨 로또였다는 기상천외한 상상에,
심지어는 그 로또가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안착한다는 기절초풍할 설정을 더했는데요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이순원, 김민호 자타공인 코미디 강자부터 은둔 고수까지!
긍정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의 빵빵 터지는 코믹 케미스트가 기대가 되는 영화 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남과 북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말한 박규태 감독은 "육사오"에는 현재 충무로의 '영 블러드'들이 한 데 모여 막강의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날아라 허동구' 연출, '달마야 놀자', '박수건달' 각본 등 유쾌한 상상력에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더해
언제나 기분 좋은 웃음을 선물하는 박규태 감독!
57억 1등 당첨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
추천영화 "육사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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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CUBE 一度入ったら , CUBE , 2022
25년 만에 허락된 '큐브' 첫 공식 리메이크
영화 "큐브"는 살인 함정이 가득한 정육면체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생존자 6명의 사투를 그린 밀실 탈출 호러로, 올여름 호러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1997년 원작 '큐브'가 공개되고 간단한 설정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이 영화에 영화 팬들의 뜨거운 지지가 이어졌었죠
그동안 수많은 '큐브'의 후속편이 공개되어 왔지만 새로운 "큐브"는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직접 크리에이티브에 참여한 작품이라 더욱더 기대가 큽니다.
엔지니어,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 정비공, 기업 임원!
어떤 접점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큐브에서 펼쳐지는 살인 게임!
원작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큐브를 만들어 낸
추천영화 "큐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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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순이 KOKO SunYi , 2022
OWI 49번 심문보고서 거짓 실체 전 세계 최초 공개
영화 "코코순이"는 강제 동원된 '위안부' 피해자 중 미얀마에서 발견된 조선인 포로 20명을 심문한 보고서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왜곡된 기록과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추적 르포무비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매도하는 일본 우익단체와 관련인들의 근거가 되고 있는 미 전시정보국 49번 심문보고서의 거짓 실체를 전 세계 최초로 밝힌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죠.
영화 '코코순이'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진실을 심도 깊게 파헤쳐온 KBS 탐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촬영팀과 제작팀이 참여하고
이석재 기자가 연출을 맡아 완성도 높은 르포무비를 탄생시켰습니다.
2022년미 하원의 '일본군'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통과 15주년과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공식 제정 10회차로 의미가 특별한
추천영화 '코코순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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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적 시간의 재구성
1.
<인셉션>(2010)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세계 속 시간을 재정의한다. 이 영화는 내러티브의 도구인 시간을 스크린 위로 불러내서, 영상 언어로서의 시간을 구축한다. 각각의 꿈속에선 단계별로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이 편집 기법을 통해 시각화된다. <미행>(1998), <메멘토>(2000)에서 시작한 ‘플롯 게임’을 지탱하는 내러티브적 시간의 혼재된 배열이 <인셉션>에서는 다른 형태의 지위를 획득한 셈이다. 대놓고 시간 흐름의 상대성을 논하는 <인터스텔라>(2014)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셉션>의 변주라고 할 수 있겠다. 이때 시간이라는 관념을 향한 놀란의 집착이 후속작에서도 이어진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덩케르크>(2017)의 시간은 <메멘토>와도, <인셉션>과도 다르다. 이 영화는 잔교에서의 일주일, 민간 어선에서의 하루, 전투기에서의 한 시간이라는 서로 완벽하게 어긋나는 세 시공간대를 과감하게 교차한다. 그간 놀란이 구상해 온 비선형적 플롯 구조 가운데 <덩케르크>만큼이나 비정형적인 사례는 없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가한 <메멘토>의 플롯조차도 컬러의 역순행과 흑백의 순행이 섞이는 최소한의 규칙을 전제로 하지만, <덩케르크>는 플롯을 연결하는 관습적인 규칙마저도 최대한 느슨하게 구축한다. 더 나아가 <덩케르크>의 시간은 <인셉션>처럼 시각화된 물리량 변환이 아닌 다른 형태로 정의되길 바라는 듯 보인다. 이 영화는 물리적 길이가 다른 세 시간대를 교차하는데, 교차된 장면들 총합의 길이가 장편 영화 포맷의 러닝타임에 부합해야 하므로, 잔교의 일주일보다 민간 어선의 하루가, 어선의 하루보다 전투기의 한 시간이 영화상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편집될 수밖에 없다. 즉, 시간대 구간이 짧을수록 각 쇼트마다 더 많은 지속 시간을 할당받는다. 다시 말해 상대적 길이에 따라 재배치된 시간이 필름에 새겨진다. <덩케르크>는 수용자의 관습적인 지각 체계가 작동하기 힘든 영화이다. 관객은 마침내 편집을 통해 재구성한 비선형적 시간 개념을 인식한다. 몽타주로 피어나는 도상적인 운동감과 이미지 간의 리듬을 유도하는 새로운 시간적 개념 또한 동시에 정의된다.
<덩케르크>에서 정의된 영화적 시간은 그간 펼쳐왔던 놀란의 시간 게임 중에서 가장 독특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테넷>(2020)이 공개되기 전까지 말이다. <테넷>의 시간 여행은 다른 영화에서 표현됐던 시간 이동에 관한 무의미한 기술적 반복이 아니다. <백 투 더 퓨처>(1985) 등이 불연속적 시간 이동을 서사적으로 활용한다면, <테넷>은 시간의 역전이 형상화되는 과정 자체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이 영화에는 <닥터 스트레인지>(2016) 등에 쓰인 단순한 되감기 기법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놀란은 역방향 촬영과 더불어 배우들을 거꾸로 연기하도록 디렉팅했다. <메멘토>에선 되감기 기술을 활용했던 놀란은 이번에는 촬영된 영상을 되감을 뿐 아니라, 피사체(주로 인물)가 직접 거꾸로 행동해서 시간의 역행을 재현하는 장면을 많이 동원한다. <덩케르크>에서 재정의된 시간처럼 <테넷>도 관습적으로 감각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시공간을 제시한다. 시간 순행과 역행이 공존하는 세상 말이다. 영화적 시간을 재정의하려는 많은 작품이 있지만, 감각 불가능한 시간의 역전 관계를 시각화하는 <테넷>의 실험만큼이나 생경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놀란 본인이 단편 <두들버그>(1997)에서 각기 다른 시간 선후 관계에 놓인 세 명의 남자(the man)를 동일한 공간에 중첩해서 표현한 점은 <테넷>의 전조로 볼 수 있지만, <테넷>은 분명 영화적 시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에 있어 기존 영화들과 다른 양상을 띤다.
'테넷' 촬영 현장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2.
문제는 놀란 영화에서 포착되는 시간의 변주나 재정의가 목표하는 지점이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영화적 시간을 재구성해온 놀란의 세계는 매번 부산스럽게 규모를 늘려가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하지만 그 세계의 매혹적인 표층을 걷어내면, 근간에서 발견되는 건 지적 유희를 향한 감독의 개인적인 욕망뿐이다. 이토록 편집증적인 면모로 시간 재구성에 관한 영화를 생산하는 연출자가 누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놀란이 기획한 영화적 시간의 특징적 표지를 읽어내는 순간에 촉발되는 매력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영화가 머금은 지적 유희를 탐닉하려는 수용자의 몸부림이야말로 놀란 영화가 가치를 획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놀란의 영화가 형식을 통한 영상적 구현의 극한을 추구하는 사례라면, 동시대 감독들 가운데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몇몇 영화들은 놀란의 다소 피상적인 결과물들이 가닿을 수 없는 깊이에 도달한다. <보이후드>(2014)는 기술 자본을 등에 업고 욕망을 구현하는 놀란의 영화에서 절대 성취될 수 없는 결과를 제시한다. 링클레이터는 이 영화를 12년 동안 연출했다. <보이후드>의 인물들이 실제로 성장하고 늙어가는 과정은 분장이나 특수효과로 구현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처한 삶의 순리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사실 태생적으로 영화는 편집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가두기도 하고 확장하고,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매체 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링클레이터의 기획은 현실과 영화의 시간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삶의 재현 수단으로써 영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비포 삼부작(<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 역시 주연 배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노화 과정이 그대로 반영된 시간성이 필름에 각인된 사례다. 링클레이터의 영화적 시간은 곧 삶과 예술의 관계에 관한 작가의 견해처럼 보인다.
영화적 시간을 사유하는 또 다른 사례는 크리스티안 펫졸드의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링클레이터의 영화가 현실과 영화 사이의 시간성을 탐구하고 있다면, 펫졸드의 <트랜짓>(2018)은 과거와 현재를 중첩하는 기묘한 설정을 통해 특정 시기에 구속된 시간 논리로부터의 탈피를 주장한다. 펫졸드는 그의 작품에서 주로 역사의 흔적을 응시한다. <트랜짓>은 시공간성의 해체가 현대 사회에 산재한 이슈(난민 문제 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사유하는 작업이다. 펫졸드의 사유는 시간의 재구성을 넘어, 시공간성이 반영된 역사에 관한 논점을 제공해 준다. 물론 <덩케르크>의 시간은 전쟁 현장에서 생존하려는 자들의 모습을 관객이 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시공간성의 무화를 유도하는 <트랜짓>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테넷>에서의 과시적 유희는 그 깊이에 도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인셉션>은 <트랜짓>에 비해 시공간의 다층적인 관계가 매력적으로 구축된 작품이지만, 그 형식적인 틀이 <트랜짓>의 사례처럼 사회 문제나 현실 요소와 소통할 기회를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3.
한편 형식적인 관점에서 왕가위의 시간과 놀란의 시간을 비교해보는 시도는 흥미로운 논점을 생산할 수 있다. 왕가위의 영화는 시공간을 필름에 붙잡아두려고 한다. 왕가위는 <중경상림>(1994), <타락천사>(1995) 등에서 스텝프린팅 기법을 적절히 응용하여 형식의 층위에서 그 점을 강조한다. 왕가위는 흘러간 시간과 그 흔적의 공허함, 질감 등을 매력적으로 시각화하는 데에도 탁월한 센스를 보인다. 왕가위의 영화에는 주로 어긋나는 관계와 실패하는 사랑의 순간들, 공간을 맴돌거나 홀연히 떠나는 인물들, 기억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왕가위가 주로 천착하는 소재들은 형식과 긴밀히 맞물려서 영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가공된다. 왕가위의 영화는 형식을 통해 작가적인 관점을 구현하려는 좋은 사례처럼 보이지만, 놀란의 영화에서는 그 연결고리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왕가위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표출하지만, 놀란은 시간을 통해 영화의 구조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닌가.
다른 영화들도 유의미한 쟁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샘 멘데스와 로저 디킨스는 <1917>(2019)의 의도된 롱테이크 촬영을 통해 영화적 시간을 현실로 전이시켜 관객에게 생생한 몰입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다. 하지만 <1917>의 기술적 성취만으로 서사 화법의 지위를 대체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는 놀란의 영화가 갖는 한계점과 유사하게, 채택된 기술의 당위성에 관한 논의를 만들어낸다. 되감기의 변주 등을 동원한 <테넷>의 시간 역행 묘사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형식적 산물이지만, 그 목적성을 따지기 시작할 때 영화는 급격히 동력을 잃는다. 서사적 측면에서 되감기 기법을 영리하게 활용한 이창동의 <박하사탕>(1999)은 <테넷>이 놓친 요소들을 알뜰하게 챙기면서 작품의 유기성을 강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다. 이와 다르게 <테넷>에서는 작품 내적 요소 간의 호응보다는 기술의 발달을 통해 형상화한 감독 자신의 가공된 욕망과 자의식만이 느껴진다.
4.
각각의 영화에서 다르게 표현되는 영화적 시간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카메라로 시공간을 담아내는 영화예술의 태생적 근간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분석이다. 영화적 시간을 재구성하는 놀란의 작품들은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텍스트로 기능한다. 그렇지만 그의 영화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인셉션>을 기점으로 구체화된 그의 욕망은 <덩케르크>에서 가장 흥미로운 논점을 만들어냈지만, <테넷>에서는 기존의 매력마저 잃어버린 듯 방황하는 면모를 드러냈다. <덩케르크>의 비선형적 시간 개념은 형식을 조작해서 관객의 지각 체계에 균열을 가한 뒤, 역사의 흔적과 영화와 현실을 매개하여 사유할 수 있게 하는 담론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테넷>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전제한 채 다시 한번 조작된 시간을 들이밀지만, 어쩐지 표층에만 머무른 채 심도 있는 담론의 장을 제공하진 않는다.
놀란을 향한 상당수의 지적은 생각보다 가혹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그가 극복해야 할 숙명과도 같다. 놀란은 현대 영화 산업의 첨단에서 독특한 기질을 발휘하고 있는, 거칠게 말하면 포스트-스필버그처럼 보이는 보기 드문 유형의 창작자이다. 그에겐 16mm 필름 대신 아이맥스 필름이 있고, 열악한 로케이션 현장 대신 특별 제작된 회전 세트나 폭발해도 상관없는 비행기가 있다. 워너브라더스의 전폭적인 지원과 믿음을 토대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내는 자본주의적 연출가 놀란에겐 고삐 풀린 창작욕의 구현과 대중성 기반의 안정적 수익 구조의 창출이 모두 요구된다. 놀란이 영화 산업의 자본 논리에 종속된 이상, 자의식 과잉과 상업성 확보 사이에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영리한 줄타기를 선보여야 한다. <덩케르크>는 장르적 서사 코드를 마냥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메멘토> 이후 정체된 듯 보였던 그의 작가적 역량을 재입증한 사례였지만, <테넷>의 실험이 만들어낸 산물은 영화사와 감독, 대중과 평단 사이의 다층적인 이해관계에 반영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로 보인다. 놀란이 재구성하는 영화적 시간은 과연 <테넷> 이후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그가 시간 실험을 지속할지 집착하던 소재에서 손을 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천재 감독의 다음 연출작을 기다리는 일이다.
'인셉션' 촬영 현장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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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를 깨우는 바람> 예고편
“우리는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여성이 삶에서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빼면, 처음 보는 사람들마저 대뜸 그 여성의 비참한 미래를 예언한다. 여성의 삶은 '아내'나 '엄마'로 마무리 되어야만 해피엔딩이라는 낡은 믿음은 2020년이 된 지금도 건재하다.
2020년이 된 지금, 많은 여성들이 낡은 관습을 버리고, 자신만의 세상을 향한 비행을 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시간의 차이를 두고 비혼의 길을 걷고 잇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선택지가 둘이 되어 자유가 확장되고 그리하여 여성들의 일상이 좀 더 다양하고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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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메인 예고편
뉴욕의 아파트로 이사 온 12살 소녀 에밀리
새로운 학교에 고군분투하는 에밀리를 바쁜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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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포드를 유전학 사업에 이용하려는 기업까지 뒤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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