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8-21 17:02:52
8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바비>는 가라앉고 <오펜하이머>는 성공!!
<오펜하이머>가 개봉주 주말 70만명을 넘어서면서 무난히 200만명을 돌파할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뒤를 잇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달짝지근해>가 2,3위를 기록! 박스오피스 분석과 함께 국내와 북미 박스오피스의 비교분석까지, 지금 시작합니다.✍
<오펜하이머>는 주말 관객 수 77만 명을 돌파하며 무난히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2위를 기록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펜하이머 뒤를 이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며 관객 몰이에 성공했습니다. 내년 3월 개최되는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상 부문에 대표작으로 선정되며 상영 후에도 오랜 시간 회자될 작품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 <달짝지근해: 7510>가 9만 명을 넘어서면서
3위에 안착했습니다.
<바비>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블루 비틀>! 하지만 3000만 달러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DC 유니버스 확장 영화 중 가장 낮은 레코드를 기록했습니다.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던 <바비>는 2150만 달러를 추가하며 2위, <오펜하이머>는 3위에 안착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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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기억과 이미지의 서사적 탐구
영화 정보
감독: 레몽 드파르동 (Raymond DEPARDON)
제작국가: 프랑스
제작연도: 1984년
상영시간: 68분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형식: DCP, 흑백
상영 섹션: 시네필전주
Korean Premiere
시놉시스
레몽 드파르동이 홀로 카메라 앞에 앉아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시작과 의심, 기쁨에 대해 나지막히 이야기한다. 그는 감정에 복받쳐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우리에게 전한다.
리뷰
<찰칵 소리와 함께한 시절> Les Années déclic (The Declic Years)는 프랑스 감독 레몽 드파르동(Raymond Depardon)의 자전적 다큐멘터리이다.
한 예술가의 개인적 서사가 사회적 기억과 사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는 작품이다. <찰칵 소리와 함께한 시절>은 과거를 회고하는 작업에 머물지 않고, 예술적 정체성과 역사적 변화를 이미지로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심도 깊게 탐구한다. 영화는 시대적, 미학적 중요성과 더불어 영화와 사진이라는 매체가 상호작용하며 창출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레몽 드파르동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프랑스 사회의 급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기록을 통해 개인적 경험과 역사적 사건을 교차시킨다. 이러한 작업은 사진과 영상이 단순히 순간을 포착하는 도구를 넘어 시대의 흐름을 기록하는 매개체임을 증명한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개인적 서사가 어떻게 공적인 의미를 띠는지를 탐구한다.
영화 속 드파르동의 이미지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성격을 가진다. 도시와 농촌의 대조적 풍경, 노동자의 일상, 그리고 사회 변화의 기록은 특정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적 기억으로 기능하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본질적 역할을 상기시킨다. 이 작업은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록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이미지가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성찰과 경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드파르동은 사진의 정적 이미지를 영화적 내러티브로 전환하며, 고정된 순간들이 시간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미지의 기억 보존과 재해석 과정을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이미지의 기록적 힘을 환기시킨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넘쳐나는 이미지 속에서, <찰칵 소리와 함께한 시절>은 사진과 영상이 정보 전달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역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매체임을 강조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사진이라는 두 매체의 창의적 상호작용을 통해 예술과 기록의 경계를 재정의하며, 이미지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서사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상영일정
2025년 5월 2일 14:30
CGV 전주고사 5관
2025년 5월 5일 21:30
CGV 전주고사 5관
2025년 5월 8일 14:0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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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빌린 것으로 조명하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쉽게 버는 돈은 중독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돈은 탈도 쉽게 나기 마련이죠. 범죄로 버는 돈 역시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며, 그런 돈을 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뒤따릅니다. 쉽게 버는 돈의 흐름이 끊이지 않는 범죄 시장에서, 그중에서도 특히나 중독성이 강하다는 도박판을 조율하는 이들은 어떤 대가를 맞닥뜨릴까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도박꾼들을 고객 삼아 불법 마권업을 이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
Something Old, Something New, Something Borrowed
Summary
펠페토 가족은 동네에서 비밀리에 불법 복권업을 운영했다. 최근 몇몇 복권업자들이 불시 단속을 당한 뒤 동네 분위기가 묘해졌다. 경찰 해고와 거액의 돈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돌지만, 텔레비전 뉴스나 소문이 사실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에르난 로셀리
출연: 마리벨 펠페토, 알레한드라 카네파, 우고 펠페토
가족의 유산이 된 불법 마권업
영화의 소재가 되는 '불법 복권 판매업', 이른바 '마권업'이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보았습니다. 본래는 제도권 안에서 공인된 경기 등에 한해 임의의 배당률로 베팅받는 개인이나 단체를 '마권업자'라고 칭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마권업이 공인되지 않은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일확천금의 꿈을 좇는 도박꾼들이 모여드는 거대한 범죄의 세계를 만들었죠. '펠페토' 가족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서 오랜 시간 그러한 유형의 범죄를 가족 사업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마권업을 주도하던 아버지 '우고'가 사망한 이후, 마을에는 마권업자들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벌어질 거라는 소문이 퍼집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어머니 '알레한드라'와 딸 '마리벨'은 위험한 가업을 이어가기로 하죠. 부모의 삶은 가족의 유산이 되어 자식의 현재를 결정합니다. 딸 '마리벨'은 바로 그러한 유산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인물이지요.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연스럽게 도박 사업을 물려 받아 운영합니다. 경쟁 조직의 눈치를 살피고, 경찰과 유착하며, 수사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죠. 이 모든 게 당연할 일인 듯이, 세습된 범죄 안에서 살아갑니다. 선택으로 맺어지지 않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관계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리 애스터의 영화 <유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도 이러한 내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이라는 제목은 결혼과 관련된 오랜 속설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속설은 원래 이러한 상징적인 물건을 지님으로써 행복한 결혼 생활로 나아가라는 의미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남긴 가족의 불법 마권업을 '오래된 것'으로, 딸과 어머니가 새롭게 구축하는 가족 사업을 '새로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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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에 매력을 더하는 '빌려온 것'
영화는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옛 푸티지를 현재의 장면 사이에 교차 편집하며 전개됩니다. 아버지의 죽음, 불법 마권업자 사이의 패권 경쟁, 경찰의 단속 위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현재와 달리, 과거의 푸티지 속에는 따뜻한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단란한 가정의 바닥에 은밀한 범죄의 세계가 깔려 있을 거라고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죠. 과거의 이미지 위에 덧씌워지는 현재의 독백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모순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사용된 푸티지들이 바로 제목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상징, '빌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푸티지가 극 중 '펠페토' 가족을 연기한 배우 '펠페토' 가족이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촬영한 실제 홈비디오이기 때문인데요. 배우들의 실제 과거를 빌려와 사용함으로써, 감독은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연출을 탄생시킵니다. '펠페토' 가족은 영화 속에서도 각자의 이름으로 그대로 연기하며, 남아있던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의 옅은 경계까지도 완전히 허물어버리죠.
빌려온 영상으로 현실성을 더해 색다른 형태의 픽션을 직조하는 방식은 특이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영화의 매력을 더하는 새로운 시도들은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에서는 쉽게 볼 수 없기에 더 흥미로운데요.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러한 작품들이 극장에 걸리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하셨다면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과 같은 영화를 한 번쯤 관람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One-Liner
헤어 나올 수 없는, 범죄 그리고 가족이라는 덫
Schedule in JIFF
2025.05.01(목)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10:00
2025.05.05(월)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10:00
2025.05.06(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21:0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4월 30일 -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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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에놀라는 성격도 좋고 똑똑하고 씩씩해
친오빠는 셜록 홈즈
태어났는데 아빠가 원빈. 아빠가 유재석. 엄마가 탕웨이. 비슷한 맥락에서 친오빠가 셜록 홈즈라는 점은 참으로 신기하다. 오빠 셜록은 정말 똑똑하다. 그리고 잘생겼다. 목소리도 섹시하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오빠 셜록의 직업은 탐정이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에놀라의 직업도 탐정이다. 탐정 사무소를 개업한 에놀라. 나도 오빠만큼 멋진 탐정이 될래! 꿈은 쉽지만 현실은 그만큼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파리만 휘날리는 에놀라 탐정 사무소. 사건 하나라도 들어오면 좋을 것 같아. 오빠는 나라 돈을 훔쳐간 사람의 행방을 찾은 일을 하는데 여동생인 에놀라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소녀 한 명이 에놀라의 사무실에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요?” 사건의 경위를 묻는 에놀라. 의뢰인은 금세 사정을 전한다. 의뢰인의 사건은 친언니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의 영국은 노동환경이 열악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에 여동생의 입장에선 언니가 걱정이 된 것이다. 좋았어! 첫 번째 사건이야! 탐정 사무소를 개업하고 처음 일거리가 들어왔다. 우리의 에놀라 홈즈는 혈혈단신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협동과 신뢰, 연대의 의미를 깨우치면서.
이걸 기다렸지
<셜록> 시리즈 중 최신판이 나온 지 좀 됐다. 이 후더닛 장르 맛집이있던 미드 <셜록> 이후로 뭔가 그럴듯한 추리물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나이브스 아웃> 정도? 이 영화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셜록을 맡았던 드라마가 워낙 이런 특성을 잘 살려서인지 글쓴이 같은 후더닛 팬들에게는 좀 아쉽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전작 드라마 <셜록>의 설정 일부를 따 온 영화다. 헨리 카빌이 컴버배치가 맡았던’ 셜록’으로 나오고, 소설의 흑막과 가장 주요한 조력자가 후반부에 나온다. 비단 인물관계뿐만 아니라 서스펜스적인 측면을 잘 살렸다는 점이 영화의 강점으로도 작용한다. 영화의 주요 플롯은 ‘그래서 의뢰인의 언니는 어디로 갔는가?’이다. 이를 추적하는 이야기의 구성이 좋았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 이 증거가 왜 중요한지도 다 알려주고. 에놀라의 추론에 카메라가 동행하며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또 영화에서 최종 보스까진 아니더라도 중소형 보스(?)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이 보스의 계급 설정도 에놀라가 맞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여주는 좋은 설정이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적절하게 배치한 각본이 마음에 들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스릴러만 강조된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썼듯 양화에서 중요한 것은 연대의 가능성이다. 여자 탐정 캐릭터가 그동안 영화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의 기억 속에는 아마 없던 것 같다. 심지어 ‘명탐정 코난’의 코난도 남자 캐릭터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유럽의 시대 특성상 여성이 주목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렇기 때문에 무작정 여성 혼자서만 원톱으로 끌고 가는 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핍진성이 성입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오빠 셜록, 어머니, 어머니의 조력자 이디스의 존재를 배치해서 에놀라가 주체적으로 서기 위해서 타인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부각했다.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지금 당장 구글에 ‘밀리 바비 브라운’이라고 검색하면 그녀의 인스타그램이 나온다. 순간 보고 내가 아는 얼굴 아닌 줄 알았다. 분명 뭔가 수수한 이미지인데 케이트 블란쳇이 연상되는 화장법이 느껴졌다. 단순히 화장법뿐만 아니라 배우는 이 캐릭터에 빙의한 듯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똑 부러지는 똑순이 캐릭터는 좀 식상하다. 그리고 제4의 벽 부수는 것도 어디선가 많이 봤다. 밀리 바비 브라운은 적지 않은 곳에서 봤던 캐릭터 세팅을 본인만의 개성으로 능수능란하게 이끈다. 이 캐릭터 해석에는 기존에 많이 봐왔던 ‘셜록’ 드라마와 영화판에서 볼 수 있던 해석이 돋보인다. 이는 영화 연출에서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에놀라의 조력자로 나오는 헨리 카빌의 연기와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도 좋았다. 전자 헨리 카빌은 로다주의 셜록, 컴버배치의 셜록과는 다른 느낌의 연기를 했다. 선배 셜록 둘 보다 보다 더 인간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 셜록은 과제가 있다. 로다주와 컴버배치가 보여준 것처럼 고지능의 뇌를 보여줘야 한다. 게다가 에놀라의 조력자로서 그녀가 필요할 때마다 버텨주며 사건의 중요한 열쇠로 활약한다. 후술 하겠지만 영화에서 셜록의 지나치게 비중이 높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헨리 카빌이 맡은 역할은 이를 뒷받침하듯 내적으로 단단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인물은 후반부에서 기존의 셜록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게 감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만큼 영화는 꼼꼼한 설명을 놓지 않았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맡은 어머니 홈즈 역시 이중적이다. 사회운동가인 어머니 홈즈. 여기서 이 어머니가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에놀라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주는 역할이다.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 연대의 대상이 되어 엔딩의 디딤돌이 되어준다. 이 배우가 연기를 통해 극에 설득력을 부여하려면 체형, 외모뿐만 아니라 말투와 제스처로 주는 신뢰감이 필수다. 헬레나 본햄 카터는 이를 이해하고 있는 듯이 극에서 등장할 때마다 많은 것들을 빨아들이며 따뜻한 어머니 연기를 보여준다. 이 사람은 장난기도 있고 성격이 깊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딸 에놀라에게 ‘난 가끔 너를 독립적으로 키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는 신이 있다. 여기서 이 인물이 대사 하는 문장 내용부터 억양까지 어머니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을 잘 강조했다. 베테랑의 클래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새로운 해석
영화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사건 해석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는 코난의 사건이 있다. <바스커빌 가의 개>나 <주홍색 연구>가 그렇다. 만약 이런 사건의 재해석이 궁금했던 팬 분들이라면 살짝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여성 노동자가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 그래서 셜록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소시오패스적인 측면이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장르적인 재미를 중점으로 전개했던 소설, 드라마와는 달리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야기 구성이 되어있다. 이를 위해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소설을, 영화의 주제와도 맞게 살짝씩 변형한 점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에서 최종 흑막이 드러나는 부분은 이 이름을 말하는 배우의 연기가 좋기도 했지만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제적인 측면이 중반을 넘어서 반복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지만 이를 한번 더 꺾었기 때문이다. 이 흑막의 동기 때문에 원작 소설과 전작 영화, 드라마의 팬들은 ‘원작 파괴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의 불호 여론에 대해서 이해가 간다. 그러나 흑막 캐릭터 묘사의 역사를 보면 사이코패스적인 측면만 강조된 느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빌런 유형은 우리가 많이 봐왔다. 대표적으로 <다크 나이트>의 조커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름은 이런 빌런으로 갖고 왔으면서 동시에 그런 맥락을 부여했다. 글쓴이는 감독이 의도한 것 같지만 이런 디테일이 다른 영화들의 흑막들과는 좀 다른 점처럼 느껴진다.
아쉬운 것이 드문드문
영화는 유쾌하고 재밌게 달린다. 제4의 벽을 넘는 밀리 바비 브라운의 유쾌한 입담도 재미있다. 그리고 글쓴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상큼 발랄한 로맨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단점은 또렷하다. 우선 첫 번째. 셜록의 비중이 너무 많은 듯하다. 물론 어머니 홈즈가 말한 대로 이 세상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극에서 혼자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셜록의 도움을 받는 부분은 아쉽다. 후반부 주제적인 측면에도 어울리지 않는 느낌?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똑똑한 소시오패스인 셜록이 극후 반부 의외의 선택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결정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든다. 헨리 카빌의 카리스마로도 인물의 기능적인 활용을 지우지는 못한 것이다. 또 구체적으로 초반에 셜록이 어떤 사건을 승계받는다. 이때 이 인물이 사건을 승계받은 것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맥거핀이라기엔 인물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마냥 그렇지많은 않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군데군데 살짝 헐겁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느껴진다. 아무리 당시 시대상이 여성 혐오적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좀 지나칠 정도로 에놀라를 애 취급하는 것은 아쉽다. 몇몇 장면은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뭐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랬었고, 현대에 반복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발상이야 그럴 수 있다. 그런 말들이 나쁜 게 아니니까. 그런데 꼭 나이 든 중년의 남자가 에놀라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과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몇몇 보인다. 그리고 핵심 키워드인 ‘여성들과의 연대’를 위해 극단적으로 설정한 부분도 몇몇 보인다. 가령 경찰이 살짝 무기력하게 묘사된다던지 하는 부분이 그렇다. 이를 셜록 홈즈의 조력자 포지션이나 튜르스페리의 존재감으로 메꾸긴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메시지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엔딩을 보여주려고 준비물처럼 쓰인다는 점이다.
아주 칭찬해
그래도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단 재밌다. 스릴러로서 뛰어나다. 또 증거를 모아 모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가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일단 이런 인물 원톱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이 사람의 추후 행보가 궁금해진다’인 것 같다. 글쓴이는 영화를 보고 나서 에놀라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러닝타임을 이끄는 영화를 보는데 안성맞춤이다. 1편보다 훨씬 더 성장한 영화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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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서울의 봄> 열기를 이어받아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6일만에 200만 명의 관객수를
돌파했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오는 25일까지 성탄절 연휴 동안 관객 몰이를 이어갈것으로 전망됩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노량: 죽음의 바다>는 12월 25일 오전 10시를 넘어가면서 누적 관객수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2위로 오른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수를 기록하면서 황정민은 <국제시장> <베테랑>에 이어 <서울의 봄>으로 3번째
천만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개봉 첫날 전체 외화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습니다.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호평받았던 <아쿠아맨>과 달리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흥행 전망이 밝지 않아보입니다. 북미에서 1위에 올랐지만 레드 카펫이나 프리미어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고, 만듦새도 아쉽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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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고는 없어도 고향 같은 곳, 파주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스포일러(?) 보다는 영화 내용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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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매년 겨울 파주에 있었다.
처음 파주에 갔던 기억. 2008년쯤 되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공부하는 친구네 고시원에 끼어서 하룻밤을 잤다. 그 다음날에는 파주라는 곳으로 갔다. 그때는 서울에서 파주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전철을 타고 어느 역에 내려 하염없이 걸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헤이리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헤이리마을에 도착하자 진눈깨비는 폭설로 바뀌었다.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어느 카페에 앉아 커피를 시키기로 했다. 계산을 하려고 가방을 뒤져봤는데 지갑이 없었다. 그랬다. 내 짐은 서울역 물품보관함에 있었다. 그때는 삼성페이도, 카카오페이도 없고, 폰뱅킹 계좌이체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눈밭을 하염없이 걷다가 마음씨 좋은 노부부가 나를 지하철역까지 태워다주시지 않았더라면 나는 파주에서 얼어죽은 채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 일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헤이리마을로, 출판도시로 일하러 갔다. 파주는 11월부터 칼바람이 불었다. 파주-시베리아라는 '파베리아'도 모자라, 그냥 북한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그 사이 무슨무슨 페이들도 생기고 OTP카드 없이 계좌이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은 이렇게나 빨리 변하는데 파주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눈길을 헤매던 나도 이제는 합정역에서 능숙하게 2200번을 타는데 말이다.
파주는 춥고, 저너머에 북한이 보이고, 퇴근시간 자유로는 어김없이 막히고, 책이 아주 많다. 언제나 그렇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것, 바로 책으로 이루어진 도시, 파주출판도시.
통계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많이 안 읽는다. 문맹률은 낮지만 문해력은 떨어지고, 사흘이 왜 3일인지, 금일이 왜 오늘인지 모르는 사람들과 그 단어를 아는 사람들을 배려도 재수도 없다고 공격하기까지 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저 거대한 북센 건물과 지혜의숲과 규모는 작지만 건물이 아기자기 예쁜 출판사들은 여기에서 뭘 하나.
책이라는 무거운 짐을 대신 지어주고 있나.
이사를 많이 다녀본 사람은 알 거다. 이사할 때 가장 골치아픈 건 대형가전과 대형가구가 아닌 책이다. 고작 원룸이사라도 책이 많으면 추가비용을 받는다. 책은 너무 무거워서 한번에 많이 운반할 수도 없다.
몇 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여러 차례 캐리어에 책을 실어 중고서점에 팔았는데, 팔아봐야 천 원밖에 안 쳐준다.
파주에 가면 자본주의에 굴복한 내 지적허영심이 채워지는 것만 같다. 웅장한 서가와 갖은 종류의 책들을 눈으로 훑으며, 언젠가는 이렇게 책을 쌓아두고 살아도 이삿짐센터에게 혼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책을 만드는 일이 돈이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문학을 사랑하고 철학을 탐구하고 지식을 흡수하는 사람이 사라진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아무리 종이책의 종말을 이야기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파주출판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책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과 뜻을 합쳐 건축가가 모였다. 국가예산을 따고 땅을 고르고 조합원을 찾고 건물을 올리는 지난한 과정들과, 하나의 가치만을 위한 위대한 계약.
1단계, 2단계를 거치며 오직 선(善)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룩한 도시.
이 과정에서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다. 열화당은 미술전문서적을 만드는 출판사인데, 예전부터 내적 친밀감이 있다. 그외에도 한길사 김언호 대표 등 출판단지에서 노동을 했다면 들어봄직한 분들이 출판단지를 만들기 위해서 애를 많이 쓰셨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나는 그분의 제자가 아니지만)과 여러 건축가들이 출판단지 건물을 설계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다음에 출판단지에 가면 예사로 봤던 건물들이 달라보일 듯하다.
파주는 꼭 고향 같다. 내 고향은 따뜻한 남쪽나라인데... 가기 싫지만 막상 가면 좋기 때문일까. 파주에서 여유롭게 무언가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내 고향도 나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서 비슷한 느낌일까. 그곳들은 항상 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나는 항상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았다 . 그러나 고향은 고향이라 그저 가면 좋고 안 가면 생각난다.
우리가 만약 통일을 하게 된다면, 강맑실 대표가 개성까지 자동차로 갔던 것처럼 북한 사람들이 차를 타고 내려와 가장 먼저 만나게 될 풍경이 바로 출판도시이다.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활자와 영상을 교류하게 될 거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해금이 되고 나서 북한작가들에 대한 연구가 봇물터지듯 이루어진 것과 비슷할까. 지금 우리는 백석의 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자본주의의 논리로 높게 쌓아올린 건물이 아니라 심학산 능선을 따라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문화와 문학이, 영화와 예술이 자기의 할 일들을 하고 있는 마을. 나는 그 고요를 좋아했다. 내 고향 바닷가 사람들이 거칠다고 하지만 부두는 언제나 적막했다.
파주에는 철새가 있고, 습지가 있고, 장단콩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빵집이 있고, 맥주집이 있고, 메밀국수집이 있다. '위대한 계약'이 아니었더라면 돈을 벌러 파주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파주에서 돈을 벌어 맛있는 걸 많이 사 먹었다.
<위대한 계약>은 파주 출판도시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우리나라처럼 독서인구가 적은 나라에 책의 마을이 생기게 되었는지, 그것을 위하여 무엇을 포기하였는지, 무엇과 싸워야 했는지, 얼마나 치열해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평소 2200번 버스 좀 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영화이고, 파주출판도시에 가 보지 않았다면 한번쯤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 영화이다. 파주 가고 싶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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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 돌아온 이야기꾼 봉테일.
지구 밖 낙원은 가능한가.
미키는 지구에서 티모와 영끌한 마카롱 사업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뜬다. 파일럿 기술로 한자리 꿰차는 티모와 달리 미키는 아무런 기술이 없어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을 신청한다. 이름부터 노골적이다. 익스펜더블, 소모품으로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한 실험체가 된다. 미키는 임상 실험체로서 쓰이고 지워지길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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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프린팅의 반복이다. 극 초반에는 미키의 내레이션 목소리 때문인지 봉준호의 연출 터치 때문인지 미키의 상황이 덜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미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음이 확실하다. 빚쟁이를 피해 고향 지구를 떠났지만 우주에서는 임상 실험체로서 죽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 인생이니까.
미키에게 우주는 새로운 공간이지만 이곳에서의 처지는 더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았다. 노동의 신성함은 허울 좋은 미끼에 불과하다. 미키에게 남겨진 것은 죽음뿐인 노동이다. 이는 현실과 연관 지어 생각할 포인트가 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의 노동을 줄여 준다고 하지만, 인간의 노동보다 더 비싼 비용이 필요한 순간에서 인간의 노동이 줄어들 수 있을까?
오히려 값싼 인건비를 이용해 로봇 대신 위험한 일에 계속 투입시키지 않을까.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만 봐도 쉽게 이해 가능하다. 우주 방사선과 바이러스 확인을 위해 소모되는 미키를 보고 있자니, 로봇 유지 보수 비용보다 값싼 노동이 미래에도 끊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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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신성한 것이라는 말에 엿이나 먹으라고. 미키를 보라고, 값싼 노동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 투입되는지 당신들은 모르지 않냐는 봉준호 감독의 생각이 살짝 묻어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프린팅되는 미키를 대하는 모습과 멀티플이라는 개념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윤리와 법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 생긴다.
죽고 나서 프린팅되는 미키 17을 보고, 그의 삶에 관심을 가지기보단 미키가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존재인지, 그는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니까. 대부분은 그의 죽음과 삶을 단순한 하나의 절차와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인식한다.(죽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본능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하나의 육체에 하나의 영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멀티플 현상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든다. 만약, 멀티플이 발생하게 되면 그 즉시 죽여서 삭제한다는 단서 조항도 만든다. 미키에게 행해지는 것과 모순적이다. 미키는 반복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재생당한다. 그러면서 동일한 기억이 심어진다. 자연의 섭리를 따지지만 인간을 프린팅 해서 자기들 입맛에 맛게 사용하고 죽이고 다시 살려내는 비인간적인 행위는 서슴지 않고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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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심어지는 것도 생각해 볼 포인트다.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부 기억을 삭제한 뒤 심을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다. 기술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미키와 같은 처지의 사람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다. 코에 걸면 코 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격이다. 내로남불. 이런 상황이면,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지만 제한된 자원과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는 어떤 사회 시스템이 작동할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우주형 자본주의가 새롭게 생겨나거나,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전체주의가 들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신기술을 가진 새로운 기득권이 전체주의 독재를 펼치게 된다면 마샬이 집권하는 사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마당에 우주로 공간이 바뀐다 해서 인류가 파라다이스를 건설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인간의 비인간적인 잔혹성이 커질 수 있지 않을까. 미키의 서사와 세계관을 살펴보면 심각하게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 많다. 이런 포인트를 넣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만 함몰되지 않고 극의 재미를 이끌어 가는 봉준호의 터치는 매우 좋았다. 물론, 로버트 패틴슨과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장과 사랑
나샤와 미키 18의 등장으로 미키 17은 변화를 맞이한다. 죽음과 프린팅밖에 없는 일상에 사랑과 질투의 감정이 새로 스며든다. 미키 17은 18과 나샤를 두고 경쟁(?)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미키 18은 17보다 더 적극적이고 때론 공격적이다. 미키 18은 미키 17의 다른 자아이자 봉준호 감독 자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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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은 지구에서부터 니플하임까지 오게 된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엄마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눌렀던 빨간 버튼으로 인생을 망친 벌을 받고 있다고 말이다. 여기에 대고 봉준호 감독이 미키 18을 빌려, “네 잘못이 아냐”라고 말하며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서의 미키 17은 일반의 삶을 살아가는 모두를 의미한다 해도 무방하다.
미키 18은 미키 17과 달리 인생이 꼬여버려 불행한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 지구에서 불의의 사고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의 기계 결함이고, 니플하임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벌이 아니라 마샬 때문이라고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에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그렸었다.
여기서는 문제의 원인을 바로잡고자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인물을 미키 18을 통해 보여준다. 설국열차에서 기차의 벽을 터뜨리는 남궁민수와 비슷하다. 종국에는 미키 17이 자신의 손으로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부숴버리며 당당히 극복하는 모습도 그려낸다. 미키 17에게 미키 18은 미키 스스로의 내적, 외적 성장을 촉진하는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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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복의 과정에는 미키에 대한 나샤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한몫했음을 그려낸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나샤가 미키 17과 18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장면과 나샤와 카일이 미키 17과 18을 두고 경쟁하는 장면이다. 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권력이 바뀌는 분기점이 된다. 결말로 향할수록 모계 사회에 대한 그림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짐작 가는 여러 장면이 더 있다. 멀티플 법안을 만드는 위원회에서 지구 측 발언자가 여성인 점. 독재 권력자인 마샬이 아내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나샤의 신분이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정치적 올바름의 활용.
일부에서는 PC 주의를 버리지 못했다는 의견을 비추기도 한다.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과거보다 현재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고 그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권력도 커졌다. 숫자는 적지만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도 있다. 앞으로도 인종과 성별에 따른 사회의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한데 영화의 배경은 우주다. 행성을 개척하려는 인류는 함선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 인간을 프린팅하고 기억을 심는 기술을 보유한 인류다.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극 중에서 인종과 출신 그리고 사회적 구조를 창의적으로 구성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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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맨>의 주인공처럼, 베이비 크리퍼를 안고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나샤를 보면 나샤의 결말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니플하임에서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어색하진 않다. 소설 원작의 작품이고 극중 인물과 사회적 배경에 대한 각색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무작정 PC가 점철된 영화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런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는 자연스러운 전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키 17은 PC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영화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PC를 적절히 활용한 것과 그저 이용만 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서 구별하기 어렵다.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그리고 마블의 사례를 따져보자.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원작 주인공은 백인이다. 아주 오랜 시간 백인 주인공으로 모두의 뇌리에 박혀있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굳이 라틴계와 흑인 배우를 섭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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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원작과 팬들에 대한 각색을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했다고 봐야 한다. 조선시대 장군이 백인으로 등장하거나 타 인종으로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 원작의 특징을 무시하고 PC를 잘못 활용하면 이렇게 된다. 마블에는 대표적으로 아이언하트가 있다. 아이언맨과 아이언하트 사이에는 어떠한 개연성이나 연관성이 없다. 아이언맨은 전형적이지만 완벽한 영웅 서사를 가졌다. 반면, 아이언 하트의 서사는 그 자체로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 바운더리에 포함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아이언맨 3에 등장했던, 차세대 아이언맨이 되지 않을까 모두의 기대를 받았던 캐릭터는 사라지고 뜬금없이 어린 흑인 배우가 아이언맨인 양 등장해서 PC 비판만 받았다.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의 서사처럼 흘러갔다면 PC 비판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언 하트의 경우는, 서사를 무시하고 PC 요소를 잘못 활용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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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PC를 활용하는 방법이 구린 것이 문제다.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그리고 마블의 일부 영화는 이 부분에서 처참히 실패했다. PC 요소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방법의 적절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정확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위의 영화들과 달리 미키 17은 PC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완성도 좋은 상업 영화다. PC를 덕지덕지 묻힌 영화라는 비난과 비판을 받기엔 서사의 완성도가 높고 비난 의견에 대한 근거는 빈약하다.
통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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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에서 등장했던 통역기가 여기서도 나왔다. 통역기 사용 전에는 미키와 나샤는 크리퍼가 미키를 살려준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으로 결론짓는다. 마샬은 벌레의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다며 식민지 개척을 목표로 크리퍼 몰살을 계획한다. 모두 각자의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해 행동한다. 이 상황에서 통역기가 개발된다. 통역기를 통해 처음으로 크리퍼와 소통을 시도하는 인물이 미키다. 그는 왜 자신을 살려줬는지 크리퍼에게 물어본다. 프린팅 인간이라 맛이 없어서 그러냐고 말한다. 이때, 별것 아닌 크리퍼의 대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럼, 죽여?”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존재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자신과는 다른 존재기 때문에 자신을 해하려고 하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빠른 판단을 하는 것도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을. 영화를 보는 관객들조차 크리퍼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진 않을까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는 극 중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라고 깨닫게 해주는 대사였다. 백인의 미대륙 원주민 침략 역사를 반추하게 한다. 넓게는 인류의 침략 역사도 떠올려진다.
여자어와 남자어가 있듯이 사람과 사람끼리의 오해도 쉬운 세상이다. 오해가 켜켜이 쌓여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던가. 만약, 역사의 여러 부분에서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역기가 있었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지 않았을까. 이는, 나샤가 언급하는 원주민의 역사와도 관련된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마샬처럼 원주민을 약탈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변했을까. 무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좋은 통역기를 개발하는 게 시급하겠다 싶더라. 이런 게 봉준호식 스토리텔링이구나 감탄했다.
그 외 이야기들미키의 과거 서사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버튼을 눌러서 미키의 가족과 인생이 어떻게 변했고 이후로 이 사건이 미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키가 지구에서 사업도 말아먹고, 자신의 인생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과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크게 필요하진 않겠다 싶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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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도 기택 가족의 구체적인 서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이 어떤 특징과 사연을 가졌었는지 대사로 짧게 설명하고 만다. 이번 영화에서도 미키17이 내레이션으로 자신의 서사를 간략하지만 충분히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키의 서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키 17과 18처럼, 생김새는 같지만 각자 이름을 가진 루코와 조코를 통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름이 있고 가족이 있듯이 말이다. 인간이 얼마나 자신들의 세상만 생각하는지, 역지사지의 태도는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듯, 이들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마지막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배척하지 말라고.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는 많다.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과 주인공 복제 인간이 대립하면서 한쪽이 죽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키 17과 18은 살짝의 갈등이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받는 시스템을 향해 그들이 처한 문제의 원인을 돌린다. 전형적인 복제인간 서사를 살짝 틀었다고 생각은 들지만 2009년에 개봉한 영화 <MOON>의 서사와 굉장히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샤와 카일 그리고 티모와 일파까지 추가해 서사를 더 풍성하게 만든 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마크 러팔로의 케네스 마샬은 트럼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특정 정치인을 이야기했다고 말하긴 했다.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트럼프가 양 팔을 허리 위로 들어 트위스트 비슷하게 두둠칫하는 춤사위를 따라 하는 장면도 나온다. 어느 장면에서는 마샬이 말할 때 실룩이는 입술 모양으로 트럼프를 묘사한 것 같았다.
또한,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질문을 받는 모습과도 유사한 장면이 있다. 더불어 One and Only가 적힌 빨간 모자와 카페 간판만 봐도 트럼프를 묘사했다는 게 명확하다. 트럼프가 총격을 당했었는데, 마샬 얼굴에 총알 스치는 장면이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키 17의 촬영은 2022년 12월에 끝났다고 한다. 트럼프가 등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또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대통령직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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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의 이름 자체가 권위주의적이다. 마샬이라는 영문 성은 군사적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극 후반에는 사실상 군사적 지도자에 가까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악역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는 말이 있던데, 작년에 개봉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에서 악역에 가까운 던컨 웨더번을 연기한 모습도 떠올랐다. 물론, 사악한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긴 했지만.
일파는 왜 소스에 집착했을까? 아직까지 정확히 모르겠다. 굳이 엮어 보자면. 미키와 같은 노동 계급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손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쏘옥 빨아먹는 권력자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였다. 노동자들을 갈아 넣은 그들에겐 의미 있는 어떤 결과물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소스는 다채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근데, 마샬 부부를 제외하면 함선의 사람들은 맛없는 밥만 조금씩 배식 받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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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은 넉넉한 음식들에 소스를 껴얹어 먹고. 이런 비교를 위해 설정한 부분 아닌가 싶기도 하다.(우주에서 향신료나 소스가 얼마나 귀하겠나.) 크리퍼의 꼬리를 자르고 갈아 마시는 행위와 미키 악몽에 등장하는 마샬 복제 장면을 연결 지어보면 복제 인간이 가능한 시기에는 장기 매매 같은 것도 성행하게 되리라는 상징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앞서 미키17 세계관을 먼저 설명해야 했지만 글의 마지막에서야 언급한다. 미키가 간 곳의 행성 이름은 니플하임이다. 이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 중 하나의 이름이라고 한다. 얼음과 안개의 세계. 실제 극에서 크레바스가 등장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행성으로 그려진다. 니플하임은 죽음의 신인 헬이 통치하는 세계로 알려져 있다 한다. 죽은 자들이 가는 장소로도 여겨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지구에서 활용될 만큼 활용된 빈 껍데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소모시키기 위한 장소라고 볼 수 있어 보인다.
봉테일의 귀환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미키가 화력발전소와 구의역에서 숨진 청년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미키가 우주에 나가서 시설을 정비하는 모습이나 사이클러 불구덩이로 미키의 시체가 던져지는 장면을 보면 봉준호 감독의 말이 쉽게 설득된다. 결과적으로, 미키에게는 죽음의 장소였지만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곳이다. 나샤라는 사랑도 만났잖나. 어둡게 생각하면 한계 없이 침울해질 영화지만, 동시에 아기자기한 희망이 담겨 있는 영화기도 하다.
<기생충>과 비교하면 복부를 푹 찌르는 날카로운 느낌은 줄었지만, 그럼에도 봉준호의 영화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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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커리뷰]조커를 완성한 영화! 앞으로DC는 조커를 건들지 말라!
#조커#조커리뷰#영화조커리뷰
조커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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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를 뚫고 라스베가스의 금고를 털러가자! - 아미 오브 더 데드 리뷰
잭 스나이더의 신작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어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잭 스나이더가 리메이크 했던 새벽의 저주에서 빠른 좀비로 인해 만들어졌던 스피디 함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거에요.
이번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새벽의 저주의 속편도 아니고 약간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알파 좀비라고 하는 지능을 가진 좀비가 등장하고, 사회도 구성하죠.
일반 좀비들은 여전히 느리지만 알파 좀비의 일원은 빠르게 뛰어다녀요.
그리고 좀비가 있는 구역이 라스베가스로만 한정됩니다. 어느 정도 통제에 성공한 모습이죠.
주인공들은 라스베가스의 어느 금고로 가서 돈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하이스트 영화의 틀에서 전개되어서 팀을 조직 하는 것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액션도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래도 과거 좀비 영화의 B급 감성과 A급 화면들이 적절히 잘 믹스된 것 같아서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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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채플웨이트> 메인 예고편
겁내지 마세요. 이들은 비밀이 많은 집을 물려받았을 뿐이에요.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채플웨이트〉가 11월 24일 왓챠에 찾아옵니다. ▶︎ https://wcha.it/3FkMlf2 ?그래도 조금 겁날 수도 있으니 같이 볼 겁없는 친구 미리 섭외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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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펫 다이어리> 예고편
알쏭달쏭 마이펫들의 일상이 공개된다!
고양이 벨라와 앵무새 앨빈, 개 베이글은 한 집에 사는 반려동물들이다.
사람들이 없을 때면 세 친구는 따분해하면서도 텔레비전 앞 소파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셋은 툭하면 서로 장난 삼아 말다툼을 벌이고 서로를 놀리곤 하는데,
‘개의 날’에 텔레비전에 다양한 개의 모습이 나오자 이를 계속 지켜보던 앨빈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벨라와 베이글을 걱정하게 만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