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2023-08-10 14:43:31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놀라운 세계
내가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서 잠시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순간이 좋아서다. 2시간으로 옆 동네에서 저기 먼 우주까지 가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다양한 세계의 이야기 속엔 아름다운 사랑도, 가늠할 수 없는 슬픔도, 소소한 행복도 있고…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들도 존재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가질 수 있는 일상의 환기성에 큰 기쁨을 느끼다 보니, 영화를 보는 동안 긴장하고 있는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돈을 내고 왜 고통을 당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스릴러나 공포물을 극장에서 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런 내가 <메멘토>를 극장에서 본 것은 지금 생각해도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있을 수 있다니.’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며 받았던 충격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걸 만든 감독은 천재구나.”
당시만 해도 배우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감독까지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으므로, 천재적인 신인 감독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십년 뒤, 나의 인생 영화를 만났다. <인셉션>
무더운 여름, 등골이 서늘해진 느낌으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와 ! 이거 만든 사람 천재구나”
집에 돌아와 처음으로 감독을 검색해 보며, <인셉션>을 만든 감독이 <메멘토>를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입에서 천재구나라는 말이 두 번 나오게 한 감독. 아…뭔가 반가웠다. <다크 나이트>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히어로물까지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사람.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다.” 라는 메멘토의 대사처럼, 깊은 인상을 남겨준 그 두 번의 강렬한 경험의 기억은 <인셉션> 이 후, 나에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모든 작품을 믿고 보는 영화계의 최애 브랜드로 만들어 주었다. 좋아하지 않는 소재의 영화를 만들더라도 보고 싶은 감독.
솔직히 <인셉션> 이 후 나의 최애 감독이 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모든 작품이 다 최고였다고 말할 수 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덩케르크>를 보게 만들고, 그가 만든 영화를 잘 이해 하고 싶어서 물리학 책을 찾아 보게 되는 것. 그리하여 내가 잘 안다고 생각 했던 것에서 낯섦을 발견하는 일 뿐만 아니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의 관심사가 뻗어나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나의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라는 매개로 나에게 선물 한 것들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그의 신작 <오펜하이머>를 기다리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만들어 주는 2시간의 경험을 넘어 영화 이후, 나는 어떤 인사이트를 받게 될지, 그래서 나는 또 어떤 것을 탐구하게 되고 관심사를 확장해 나가게 될지 … 영화로 인해 내가 만나게 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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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자도 웃음도 감동도 <싱크홀>로 추락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통근 지옥에 시달리던 ‘동원(김성균)’은 마침내 서울 입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 그러나 얼마 지나니 않아 동원과 아내 '영이(권소현)'는 집 바닥을 굴러다니는 구슬들을 보면서 빌라 건물에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에 사로잡힌다. 여기에 더해 이사 첫날부터 사사건건 충돌하는 옆집 이웃 ‘만수’(차승원)'가 유발한 짜증도 그를 괴롭힌다. 애써 불안함을 가라앉히며 ‘김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를 비롯한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동원.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지는 재난이 그들을 덮친다.
한국 재난 영화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영화를 크게 삼등분했을 때, 초반부는 주인공들의 평범한 일상과 갈등을 조명하고 그 과정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앞으로 다가올 재난의 전조를 비추며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중반부에서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재난을 헤쳐나가는 사투가 펼쳐지는 가운데 일상 속 갈등들은 극적으로 해소된다. 이 과정에서 유머스러웠던 장면이 뭉클한 눈물 포인트로 전환되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는 생존자들의 행복한 엔딩을 다루는 에필로그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최근에는 이러한 공식에 생활밀착형 이슈를 더하며 사회 비판적 분위기를 곁들이기도 한다. 청년들의 취업난을 빌딩 숲 클라이밍 액션에 빗댔던 <엑시트>가 대표적이다.
<화려한 휴가>, <7광구>, <타워>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싱크홀>은 위의 공식에 충실하다. 평범한 소시민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동원이 첫 등장하는 순간부터 양옆에 차승원과 이광수라는, 연기력과 예능력을 모두 갖춘 배우를 붙여 놓은 것에서는 이 조합으로부터 웃음을 뽑아내겠다는 의도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빌라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어떤 포인트에서 감동을 주고 눈물을 흘리게 하려는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와 홀로 집에 남은 어린 아들, 거동하기도 힘든 노모와 효성이 지극한 아들,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는 부자 관계는 등장만으로도 재난 상황이 빚어낼 감동 드라마를 눈앞에 펼치는 듯하다.
이에 더해 <엑시트>를 모델로 삼은 듯 최신 트렌드에도 발맞추는데, 특히 <엑시트>의 방향성을 뒤집는 선택이 돋보인다. <엑시트>는 날로 높아지는 취업 기준선에 맞춰서 사다리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청춘들을 그려냈기에 상승의 이미지가 지배적인 영화다. 반면에 <싱크홀>은 영화가 다루는 재난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하강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주인공들은 싱크홀로 떨어지고, 그 안에서도 진흙 더미 속으로, 더 낮은 층으로 거듭 내려간다. 그 중심에는 부동산 문제가 위치한다. 무조건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취업난 그 자체가 재난이 된 것처럼, 집이 삶의 터전이자 동시에 자산이고 인생의 보험이나 다름없는 한국인들에게 집이 무너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싱크홀만큼이나 무서운 재난이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작중 웃음을 자아내는 대사들도 대다수가 집값 변동과 관련된 자조적 표현이다.
하지만 재난 영화 공식을 충실히 따랐는데도 <싱크홀>은 또 다른 <엑시트>가 되지 못했다. 공식을 외우기만 했을 뿐,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메시지 전달에만 급급한 나머지 완성도를 놓쳐 버렸다. 특히 113분의 러닝타임 중 약 1시간가량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전개를 알리는 싱크홀이 등장하는 장면은 모든 문제를 집약하고 있디. 영화는 그 전까지의 분량을 동원은 물론 빌라에 사는 다른 캐릭터들의 사연과 집안 사정과 그들 간의 갈등으로 채운다. 길고도 긴 발단은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게 무너질 집이 어떤 의미인지를 각인시키고, 그들의 삶 속에 부동산 문제가 얼마나 큰 장애물인지를 부각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그 자체로 역효과를 일으키는 한편,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각 인물들의 사연은 클리셰로 가득한 나머지 큰 흥미를 일으키지는 못한다. 너무 많은 장소와 사건, 시점을 오가다 보니 혼잡하기만 할 뿐 이야기에 몰입할 계기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또 정작 재난 상황에서 조명되는 이들의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심인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연들을 과감히 쳐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엑시트>, <백두산> 같은 근래 재난 영화가 인물들의 관계와 성격 등 기본적인 스케치만 그린 후 주인공들을 곧장 재난 속에 빠뜨리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지난한 초반부를 통해 애써 강조한 부동산 문제에 대한 비판도 기대에 비해 강렬하지 않다. 재난과도 같은 현실 속 부동산 이슈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는 초반부와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을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장식된 에필로그 사이의 간극아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어찌나 큰 지, 싱크홀이 발생하는 순간을 묘사한 부자연스러운 CG는 마치 이 모든 재난이 예능 프로 안에서나 등장하는 판타지와 다름없음을 암시하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길고 길었던 영화의 기초공사에는 별다른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
또한 코미디와 재난 영화 사이에서 좀처럼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는 연출도 감상을 방해한다. 영화는 싱크홀에 갇힌 사람들을 걱정하면서 밥을 제대로 씹지도 못하는 지상의 생존자들을 보여준 직후에 진흙 통닭구이를 즐기는 싱크홀 속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그 결과 웃음을 자아내려는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작품 내적으로 재난에 빠진 주인공 일행 외의 인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엉뚱한 행동에 웃으려면 싱크홀에 빠진 다른 주민들의 존재를 잠시 잊어햐 하는데, 다른 주민들이 어린 아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어느 순간이 되면 그들이 다시 등장해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을 만들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에 비하면 명백히 약자인 이들을 침수되거나 진흙이 가득한 환경으로 내모는 연출 때문에 그마저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이 대목은 영화의 주제의식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에 특히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잘 다듬었다면 같은 빌라나 아파트 건물 안에서도 층층이 나뉘어 집값이 상이한 현실을 지적하고, 이에 따른 갈등이나 박탈감을 부각해 한층 입체적인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난 희생자들을 직접적,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던 <엑시트>가 잠시나마 학원에 갇힌 학생들을 재난의 또 다른 생존자로 등장시키면서 취업경쟁과 유사한 맥락에 놓인 입시경쟁이라는 사회현상까지 아울렀던 것과 비교되는 선택인 셈이다.
물론 공식에 충실한 만큼 <싱크홀>은 분명 일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한다. 또 주인공들에게 공감하거나 감정 이입할 여지가 충분하기에 그들의 입장을 따라가면 무난히 즐길 만한 재난영화이기도 하다. 마침내 집을 마련한 가족,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청년, 원룸으로도 만족하는 사회초년생, 월세를 내고 사는 현실을 씁쓸해하는 사람 등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재난 영화로서의 긴장감, 사회 비판 영화의 시원함, 재난을 극복하는 이들이 자아내는 감동과 코미디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게 <싱크홀>은 무난함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무색무취한 여름 시즌 영화로 남는다.
D(Dreadful 끔찍한)
공식을 알아도 적용을 잘못하면 말짱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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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박찬욱이하고는 못 헤어지겠다!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은 관객들에게 해당 영화의 관심을 모으는 것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준다. 앞서 개봉한 <브로커>가 "남우주연상"이었다면, 이번 <헤어질 결심>은 "감독상"을 받았으니 우리가 집중할 것은 정해졌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남편의 자살 사건으로 과부가 된 젊은 중국 여자 "서래"와 이를 조사하는 형사 "해준"이 만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이번 <헤어질 결심> "15세 이용가"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 이후 16년 만이다! (물론, 앞선 게시물에서도 말했지만 국내 영화의 15세는 그래도 나온다!)그도 그럴 것이 그가 연출해온 이력에 쓰여있는 단 하나의 작품만을 봤어도 알겠지만, 대다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렇기에 이번 영화는 대충 친화적으로 보이겠으나... 아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가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로 옛 흑백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요즘 스타일이 아니다! - 먼저, 개봉한 <브로커>의 1,232,709명(06.29 기준)은 책정된 손익 분기점 150만명에 모자라다. 결론은 '흥행과 예술성은 별개다.'라는 것인데, 영화 <헤어질 결심>라고 다를까?1. 내 눈을 바라봐?
영화를 보는 데에 스크린은 해당 작품의 눈이다.
관객 본인의 시점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 해당 작품 내의 등장인물들의 눈일수도 있고, 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감독(창작자)의 의도된 견해일 수도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눈)"이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신생아는 눈을 꼭 감은 채 태어난다. - 이는 완전한 시력이 아닌 것도 있지만, 빛에 눈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물론, 뜬다고 해도 세세한 형체는 못 본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유"의 맛과 향으로 엄마를 구분하는데 그렇게 본 엄마는 내 엄마가 맞을까?지면의 수증기가 올라와 "가시거리"를 감소시켜 사람들의 시야에 방해되는 "안개", 역시 중요한 소재이다. (해당 영화에서는 음악으로까지 들려준다) 이처럼 본 작품은 '보고 있는 게 맞아?'를 의심하게 만드는데, 극 중. "서래"와 "해준"의 만남에 있는 색깔에서도 이를 넌지시 말한다. 흔히, 빨간색은 정열적인 사랑을 뜻하지만 위험을 의미한다. 그와 달리, 초록색은 안전을 의미하면서 식어버린 사랑 (흐르지 않아 썩어버린 피)을 의미하는데, 둘의 만남에서 계속해 교차되는 이 색깔은 누구의 감정을 말하는 걸까?
2.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죠?
앞서 말한 "안개"는 "가시거리"를 감소시켜 사람들의 시야에 방해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거리가 짧아져 보이는 것이 없다는 말인데, 사람들 간의 거리는 친함 혹은 사랑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지표이다. <헤어질 결심>에서 극 중. "해준"이 망원경으로 "서래"를 보거나 "서래"의 음성을 녹음해 그 뜻을 해석해 상황을 정리한다. 근데, 재밌는 건 이 모든 것들을 "해준" 혼자서만 했다는 것이다.특히, "서래"의 음성을 녹음해 "해준"이 해석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텍스트'에는 뜻이 있지만, 이를 말하는 문장의 구성과 발음에 따라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 '배'라는 하나의 단어에도 신체, 과일, 이동 수단 등으로 여러 뜻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서래"가 말했지만 이를 읽는 "해준"은 자신이 그 상황을 상상하며 정리한다.
분명히, "서래"의 입장도 있지만 이를 배제한 채 자신의 주관으로 채워 넣으며 스스로 "내적 친밀감"을 만든다.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3. 사랑에 매달리는 순간, 승부는 결정된다.
근데, 이는 "해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극 중. 한국말이 서툰 중국 여성이라는 설정의 "서래"는 한국어는 단순한 어휘만을 구사하고 속담과 격언 같은 어려운 표현들은 중국 말로 말한다. 그러면서, 웃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데 왜 그러는 걸까? 말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은 다했으니 속 시원하겠지만, 듣는 사람은 '이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라는 정리가 남았다. 관계란, 평등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로 정리하는 감독의 정리는 사랑의 잔인함을 토로한다.물론, 여기까지 감독의 역량과 실력만을 말했지만 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배우들의 활약도 넘어갈 수 없다. "해준"역의 '박해일'분의 연기도 충분히, 인상적이나 "서래"역의 '탕웨이'분은 '왜, 연기 부문에 언급이 되지 않았을까?'가 의문이 생길 정도로 '미스터리의 여인'을 제대로 수행해 주었다. - 어찌 보면,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이 더 먼저 나간 이유에 합당한 답변일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박배우님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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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시간과 장소, 영화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
서늘하고 건조한 헬싱키의 풍경이 유머와 사랑으로 따뜻하게 물든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낯선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두말할 나위 없는 로맨스 영화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진폭은 절제되어 있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여자는 남자의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카우리스마키 감독 특유의 아주 덤덤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로. 설사 감독의 웃음 코드와 맞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 영화가 사랑스럽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안사(알마 포이스티)는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분류한다. 경비원의 눈길은 시종일관 안사를 향한다. 그 눈빛은 애정과 호감이 아닌 감시의 눈이다. 경비원은 직원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제품을 폐기하는 모습을 경직된 모습으로 응시한다. 결국 안사는 폐기 제품을 챙기고 노숙자에게도 음식을 나눠줬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의 서러움은 동료들과 함께 매니저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난다. 안사는 곧바로 다른 일을 찾아 나선다. 삶의 어려움은 근무 환경의 팍팍함만이 아니다. 안사는 전기세 고지서를 보다가 콘센트를 뽑고 이내 차단기까지 내려버린다.
홀라파(주시 바타넨)는 우울과 과음의 순환에 빠진 건설 현장 노동자다. 노후된 장비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홀라파는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빌미로 해고당한다. 고독을 좋아하지만 사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홀라파는 술을 통해 우울한 현실을 잊는다. 동료 한네스는 이런 그를 이끌고 가라오케로 향한다. 그곳은 노래를 부르고 들으며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뒤로 하는 곳이다. 가라오케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안사와 홀라파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동안 사랑에 빠진다. 세레나데와 함께 안사와 홀라파의 얼굴 클로즈업이 짧게 교차되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드러낸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여지없이 사랑은 시작된다.
안사와 홀리파의 사랑은 무미건조하면서도 따뜻하다. 겨우 전달한 번호를 적은 쪽지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연락할 방도가 없기에 무작정 영화관 앞에서 상대를 기다린다. 빠른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현실이 무색하게 이 영화의 사랑은 느리다. 안사는 타인을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고주망태로 버스 정류장에 잠든 홀리파가 불량 청소년들에게 에워싸인 것을 보고 다가가고, 그의 얼굴을 고쳐주고 쓰다듬어준다. 그의 사랑은 안락사를 당할 뻔한 강아지에게도 이어진다.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내일의 삶이 곤궁해지지만 자신과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쏟고 보살피려는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의 시대적 배경은 안사의 새로운 직장인 ’캘리포니아 펍‘에 걸린 달력에서 알 수 있듯이 2024년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80년대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인물들이 TV는커녕 라디오로 뉴스와 음악을 듣고 유선 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속보는 퇴보한 현대를 충분히 설득한다. 감독은 전쟁의 여파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마저 뛰어넘으려 한다. 분명 배경은 헬싱키지만 각 가게에는 특정 나라의 도시 이름이 쓰인다. 초점 없는 눈으로 연거푸 맥주만 들이켜는 사람들이 모인 ‘캘리포니아 펍’의 사장은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된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카페’의 음료는 과연 알록달록하다. 두 사람의 첫 데이트 장소인 낡은 극장은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시대의 영화가 모여있는 곳이다. 두 사람은 짐 자무시의 좀비영화 <데드 돈 다이>를 함께 보고 나온다. 극장에는 로베르 브레송과 장 뤽 고다르의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극장에서 나온 사람들은 브레송과 고다르를 언급하며 소감을 전한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영화인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음악은 사랑의 시간이요, 영화는 사랑의 장소임을 일깨운다. 나라와 나라를 넘나들며, 시간을 초월하여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영화와 음악임을 유쾌하게 고백한다. ‘채플린’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두 사람이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모던 타임즈>가 연상되는 마지막이다. 자본주의의 굴레 속에서 하나의 사랑을 찾는 망명자를 대변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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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월 셋째 주 씨네랩 홈시네마 추천작 3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2022년 2월 셋째 주 씨네랩이 추천하는 홈 시네마 추천작 3편을 소개드리겠습니다. :)
이번 주는 특별히 2월 16일 개봉한 <리코리쉬 피자>를 연출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전작들을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여러분들 모두 잘 알다시피
연출한 모든 작품들이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 중의 한명인데요.
물론 그가 연출한 영화들이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들도 많지만
전세계 영화계에서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팬임을 밝히고 있죠!
그럼 오늘도 씨네랩이 작품을 선정 및 추천하는 이유와
간단한 작품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홈시네마작을 시청하면서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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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왓챠 <펀치 드렁크 러브>
영화 - 멜로/로맨스ㅣ95분
- 콘텐츠 소개 :
7명이나 되는 누나들한테 들들 볶이며 자란 배리(아담 샌들러).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준다는 푸딩을 사모으는 것이 유일한 낙인 그는 어느 날 아침 거리에 내동댕이 쳐진 낡은 풍금을 발견하곤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뜻하지 않게 신비로운 여인 레나(에밀리 왓슨)를 만나게 된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사랑해 왔다고, 당신과 키스하고 싶다고 말하는 레나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배리. 하지만 일생에 단 한번 올까 말까한 가슴벅찬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다름아닌 외로움에 지쳐 폰 섹스를 걸었다가 알게 된 악덕업체 일당, 일명 “매트리스 맨”. 배리와 레나가 꿈결 같은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그들을 기다리는데...-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5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펀치 드렁크'의 사전적 정의는 복싱선수와 같이 뇌에 많은 충격과 손상을 받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뇌세포손상증입니다. 무섭고 치명적인 병이지만 뒤의 단어 '사랑'을 수식할 때 역설적이게도 로맨틱적입니다. 그만큼 치명적이고 정신을 못차릴정도의 사랑이라는 뜻으로 느껴지니 말입니다.
주인공 '배리 이건'은 7명이나 되는 누나들에 둘러쌓인 엄청난 강박 증세의 소유자입니다. 겉보기에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한번씩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증폭되어 레스토랑의 화장실을 부수거나 유리창을 깨부수는등의 기이한 행동을 벌이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배리는 레나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방해되는 것들로부터 초인적인 사랑의 힘? 을 발휘하게 됩니다.
여느 드라마보다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드라마처럼 느껴집니다. 완벽하지 않은 이들이 너무나 완벽한 사랑을 펼쳐내는 과정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제목처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사랑에 흠뻑 빠진 이들의 감정은을 볼 수 있는 즐거움, 연출 천재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아름다운 미쟝센과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배리'와 '레나'의 독특한 재밌는 사랑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2. 왓챠 <부기 나이트>
영화 - 드라마 ㅣ155분
- 콘텐츠 소개 : 1970년대 말, 이소룡과 셰릴 티그로의 사진으로 벽면을 도배하고, 스타를 꿈꾸는 17세 청년 에디 아담스는 고등학교마저 중퇴하고 나이트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고 있다. 별볼일 없는 인생이지만, 그에겐 '빅 스타'의 희망과 짭짤한 부수입까지도 챙겨주는 특별한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33센티'를 자랑하는 비정상적인 성기였다. 포르노 영화업계의 대부격인 포르노 영화 감독 '잭 호너'는 그의 파트너 앰버와 함께 소문의 진상을 확인코자 나이트를 찾는다. 에디를 본 순간, 잭은 함께 일할 것을 권하지만 그는 선뜻 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물건을 썩히지 말라는 잭의 한마디로, 에디는 포르노 배우 '더크 디글러'로서의 화려한 포르노 인생을 시작한다.
-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32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수상작.
제62회 뉴욕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 수상작
제55회 골든글로브시상식 남우조연상 수상작
제10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 수상작
제23회 LA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신인상 수상작
엄청난 수상경력이 증명해주듯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최고 작품 중의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극 중 배경이 되는 1970~1980년대의 미국 포르노 산업를 소재로 하는만큼 거부감이나 자극적인 선정성 등의 반감 이슈도 있지만 소위 '섹스'를 말하는 영화는 결코 아닌데요.
포르노 산업에서 일하는 관계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여러가지 인간 군상과 인간의 희노애락, 흥망성쇠를 느끼게 되고 깊고 철학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 다양한 캐릭터들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고, 그들의 인생을 바라봅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연기의 힘을 본다면 계속 넋을 놓고 지켜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폴 토마스 앤더슨의 빼어난 연출력과 당시의 유행했던 곡들로 구성된 영화 속의 음악들도 <부기 나이트>의 추천 포인트로 꼽고 싶습니다.
3. 왓챠 <리노의 도박사>
영화 - 범죄,드라마, 스릴러 ㅣ 95분
- 콘텐츠 소개 : 화려한 도시 리노, 그곳의 한적한 식당앞에 한 남자가 초점없는 눈빛으로 앉아 있다. 그의 이름은 존(John: 존 C, 라일리 분)는 도박으로 얼마 안되는 재산을 모두 날렸다. 그에게 한 노신사가 온다. 그는 존에게 커피와 담배를 제공하고 그의 얘기를 들어준 후 믿기지 않는 제의를 한다. 노신사 시드니(Sydney: 필립 베이커 할 분)와 함께 존은 시내로 들어온다. 도박의 도시 리노. 이곳 카지노에 도착하자 시드니는 존에게 50불을 준 뒤 돈 따는 방법을 알려준다. 놀랍게도 시드니의 말이 그대로 적중하자 존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깨끗한 방에서 편안한 밤을 맞게 되는데..
-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23회 LA비평가협회상 신인상 수상작.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초기 연출작입니다. 전형적인 범죄드라마, 스릴러 영화는 결이 조금 다르거나 약하지만 범죄드라마라고 분류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 또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물들을 세심하게 묘사해내는 특징이 있는 영화인데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초기작부터 이렇게 영화를 정말 만들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특히 초기 영화에 대부분 출연한 배우 필립 베이커 홀, 존 C.라일리 등의 연기는 물론 기네스 팰트로, 사무엘 L. 잭슨의 예전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는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 쓸쓸한 분위기의 영화, 그리고 현실적인 폴 토마스 앤더슨의 감독의 영화를 보고싶다면 영화 <리노의 도박사>를 추천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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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노래는 한밤의 불빛처럼 달려, <마이 웨이> 티에리 테스톤 감독 인터뷰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에서 빠지지 않는 노래,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가 클로드 프랑수아라는 프랑스 가수의 ‘습관처럼(Comme d’habitude)’라는 샹송이었다는 사실은 알음알음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자신감을 투영해 ‘마이 웨이’를 불렀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노래 한 곡의 여정을 따라간 동명의 이 영화는 단순히 노래를 넘어 더 넓은 의미와 시대를 우리에게 전해왔다. 리자 아주엘로스 감독과 공동 연출하여, 이 풍성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가져다 준 티에리 테스톤 감독을 만나 보았다.
<마이 웨이>가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영되는데요.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요?
한국에 꼭 와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오게 되었어요. 그것도 영화를 소개하러 온 자리라니 너무 감동적이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쁜 기회 같습니다.
어떻게 이 영화를 작업하게 되셨는지 들려주세요.
프로듀서가 <마이 웨이> 노래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사실 저는 이 노래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노래에 관한 이야기에 끌렸습니다. 특히나 흥미로운 지점은, 누가 리메이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노래가 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렀을 때에는 백인 남성이 은퇴를 고민하는 순간의 매력적이고 감상적인 노랫말인데, 니나 시몬이 부르면 70년대 미국에서 흑인 여성 아티스트로서 그가 해온 투쟁이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심지어 음악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적이 장례식 때 이 곡을 연주해 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이 노래는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누구의 소유도 되지 않고, 리메이크될 때마다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노래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마치 노래가 사람인 것처럼, 이 영화를 <마이 웨이>라는 노래의 전기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내레이션은 노래의 시점에서 쓴 것입니다. 노래가 화자 역할을 하는 거죠.
노래의 관점에서 쓴 내레이션을 미국 배우 제인 폰다가 맡았습니다. 어떻게 제인 폰다를 캐스팅하게 되셨는지, 캐스팅 과정의 에피소드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제인 폰다의 인생 또한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측면이 강하죠. 제인 폰다의 목소리가 실리면서 이 영화에 페미니즘적 가치가 부여되었습니다. 사실 이 노래는 그동안 남성 위주 리메이크 역사를 갖고 있었거든요. 스트롱맨으로 평가받는 정치인들이 즐겨 부른 곡으로 유명해지기도 했고요. 이 작품을 통해 여성 특히 제인 폰다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되살려냄으로써, 이 노래의 소유를 뒤집는 의미가 있습니다.
노래 역할로 어떤 목소리가 어울릴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어요. 프랑스어 버전에서는 노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일찍 정해져 그 목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영어 버전에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미국 쪽 제작자가 전화를 해서, “지금 우리 사무실 옆방에 제인 폰다가 와 있는데, 제인 폰다는 내레이터로 어떨 것 같냐”고 물어 왔습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제안을 듣는 순간 너무나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자가 단박에 옆 사무실로 가서 제인 폰다에게 부탁을 했죠. 제인 폰다는 전설적인 대배우지만 마음이 매우 열려 있는 사람입니다. 즉각 승낙을 받고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어 다음 월요일에 바로 녹음을 했습니다. 6-7시간씩 녹음하는 강행군이었는데, 힘들다는 기색 하나도 없이 말끔하게 진행해 주었습니다. 제인 폰다라는 대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한 기억입니다.
영화 속에 <마이 웨이>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담겼는데요. 최근 프랑스 올림픽 폐막식에서도 이 노래가 불렸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도 이 노래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혹시 이 영화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 중, 편집 과정에 담지 못했지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희가 찾아보니 녹음된 앨범으로 남아있는 <마이 웨이>만 4,500개 버전이 있었습니다. 그것만 170시간 정도의 분량이 되더라고요. 전 세계의 영상인데 저작권 문제도 있고 여러 이유로 사용이 어려운 것도 있었어요. 그리고 똑 같은 노래를 여러 언어 버전으로 이어 붙이면 관객 입장에서는 같은 노래를 너무 많이 듣게 되다 보니 그 중 일부를 골라내야 했습니다. 또 이 영화의 다른 편집 버전도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 들어갈 이야기들도 흥미롭지만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겠네요. 그리고 올림픽 폐막식에 이 노래가 불린 일은 저희 영화 소개를 앞두고 너무 좋은 타이밍이라 꼭 선물처럼 느껴졌어요. 파리 올림픽이 끝나고 다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니, 실제로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이 노래만큼 적합한 선택이 없었죠. 사실 옛날 노래다 보니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되겠어?”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림픽 덕분에 화제성을 얻게 된 거죠.
이 영화에는 굉장히 많은 아티스트가 등장하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노래가 되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시는 건 어떤 버전인가요?
프랭크 시나트라 버전을 제일 좋아해요. 시나트라가 이 노래를 선택한 당시 그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마피아에 연루되었다는 루머가 들끓고,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가 등장하면서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가수들의 노래는 한물 간 장르 취급을 받았죠. 결정적으로 배우 아바 가드너와의 사랑이 끝나 깊은 슬픔과 실패감에 빠집니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 중에서는 아바 가드너의 이야기를 꼭 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어요. 프랭크 시나트라와 아바 가드너의 사랑 이야기가 제 마음에 그만큼 오래 남았습니다. 물론 니나 시몬, 섹스 피스톨즈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부르는 것도 좋고, 이 영화에 나온 벤 하퍼(Ben Harper)와 클라라 루시아니(Clara Luciani)의 노래도 제 눈앞에서 펼쳐져 유난히 좋았습니다. 결국 다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벤 하퍼와 클라라 루시아니 두 아티스트가 <마이 웨이>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다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매우 아름답고 흡입력 있었습니다. 수많은 뮤지션 중 이 두 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클라라 루시아니는 프랑스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런데 11살에 이미 키가 176cm까지 자라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 슬프고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힘들었던 성장기를 생각할 때, 그가 <마이 웨이>를 부르는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죠. 치열하게 싸워 왔고 지금은 충분히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클라라의 삶 자체가 노래와 많이 닮았습니다.
벤 하퍼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프랭크 시나트라의 열성 팬입니다. 모르는 노래가 없고, 시나트라와 똑 같은 반지를 끼고 다니기도 해요. <마이 웨이>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저희한테 연락을 먼저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본인의 의지로 참여하게 된 경우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마이 웨이>라는 노래에 대해 또 하나의 기억을 가져가실 관객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남겨 주세요.
2년 반 전에 이 영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노래 얘기를 지금 하는 게 맞아?” 하는 우려의 시선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미 사라지기 시작한 노래를 되살려내려 애쓴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죠. 다시 말해 젊은 사람들이 더 이상 듣지 않는 옛날 노래가 되어 간다는 거겠죠.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프랭크 시나트라도 잘 모르죠. 프랭크 시나트라를 비롯한 훌륭한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이 노래와, 이 노래가 담긴 한 세대의 문화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 나면, <마이 웨이> 노래를 검색해 보시고, 전세계에서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를 가지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래할 만큼 많이 공유된 음악이라는 걸 함께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래 한 곡의 풍성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한 자리였는데, 한 세대의 문화가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까지 받았다. 페퍼톤스의 노래 가사처럼 “노래는 한밤의 불빛처럼 달려” 또 여기에 이른다. “수많은 날들이 흘러도 잊을 수가 없던 뒷모습” 같은 <마이 웨이>를, “서툰 첫 인사로 다시 만나기를 또 빛나기를 눈부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들어 본다. 이 마음이야말로 음악의 힘, 영화의 힘일 것이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정유선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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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뚜기 월드'가 된 <쥬라기 월드 3>의 의미와 한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되고, 섬을 벗어나 세상 밖에 자리 잡은 공룡들. 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들을 보살피고,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써먼)'를 지키기 위해 작은 오두막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복제 인간 연구를 진행하려는 기업 '바이오신'에 의해 메이지가 납치당하고, 오웬과 클레어는 메이지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한편, 미국 서부에 나타나 농가들을 휩쓸고 다니는 거대한 메뚜기 떼를 조사하던 '엘리 새틀러(로라 던)'는 오래된 친구 '앨런 그랜트(샘 닐)'과 함께 메뚜기들이 바이오신의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졌음을 깨닫는다. 이에 엘리와 앨런은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의 동료인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의 도움을 받아 공룡들이 모여 있는 바이오신 소유의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1993년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을 시작으로 29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쥬라기 월드> 삼부작의 주인공인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부터 <쥬라기 공원> 삼부작의 주인공인 로라 던, 제프 골드브럼, 샘 닐까지 한 자리에 모여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날레를 가장 화려하게 꾸며주는 이들은 역시나 공룡이다. 전편에서 이슬라 누블라를 탈출해 북미 대륙에 상륙한 공룡들은 이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항상 공원이라는 장소에 갇혀 있었던 공룡들은 이제 바다에서도, 눈 내리는 산맥에서도, 소들이 뛰어놀던 평원에서도, 심지어 암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한 가지 독특한 지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공룡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배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영화는 정작 공룡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세상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은 온갖 곳으로 퍼져 나간 공룡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 메뚜기 떼이고, 영화의 메인 플롯도 유전자 조작 메뚜기를 개발한 기업인 바이오신을 고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룡이라는 소재에 국한되지 않는 대목은 긴 시리즈에서 반복되던 메시지를 탈피해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일견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만의 개성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리즈의 진정한 주역인 공룡의 임팩트가 약해지고, 시리즈의 마무리로서도, 또 단독 작품으로서도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제와 메시지
그간 <쥬라기 공원> 삼부작과 <쥬라기 월드> 1편의 주제는 분명했다. 인간의 기술적 진보에 대한 경고였다. 공룡이라는 환상 속에는 윤리 없이 유전공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거대 기업들에 대한 비판, 돈과 명예를 좇아 경쟁적으로 발전할 뿐 자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대 과학에 대한 경고, 인간이 자연을 제어한다는 것은 혼돈 효과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통찰이 담겨 있었다. 이는 오리지널 삼부작에서 쥬라기 공원이 끝내 실패로 귀결되고, 성공적인 듯 보였던 쥬라기 월드마저 폐장해야 했던 공통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전편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부터 시리즈는 기본적인 뼈대는 간직한 채 주제를 조금씩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화산이 폭발하며 파괴되는 이슬라 누불라 섬에서 공룡들을 구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오웬과 클레어의 이야기를 담은 전편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한 축이고, 다른 생명의 흥망성쇠에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른 한 축이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마찬가지다.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인터뷰에서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데리고 나온 공룡들을 더 큰 세상 속에 풀어놓게 된 거예요. 그것의 결과를 탐험해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기회였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우리가 자연계의 힘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영화입니다"라고 영화의 주제를 설명한다. 특히 '자연계의 힘'이라는 말은 영화가 공룡들이 일으키는 문제보다 거대한 메뚜기들이 일으키는 문제에 더 집중한 이유를 암시한다. 이제 <쥬라기 월드>는 단순히 공룡, 그리고 공룡과 인간의 공존을 넘어서서 인간과 공룡까지도 포함하는 쥬라기 '월드', 곧 공룡이 사는 '세계' 그 자체로 시선을 돌린다.
정치생태학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변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변화에서는 미국의 정치 철학자인 제인 베넷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진다. 정치생태학자인 그녀는 자연과 물질도 인간처럼 세계의 변화에 반응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라는 주장한다. 그간 인간은 오직 인간만이 의지와 목적을 갖고 주변에 존재하는 환경, 사물, 비인간 생명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넷에 따르면 비인간 행위자에게도 인간처럼 의지와 목적을 가진 채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비인간 행위자는 인간 행위의 방향성도 바꿀 수 있다. 인간은 식물, 동물, 무생물, 자연의 집합체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에 속해 있고, 인간의 모든 행위는 매 순간 사물과 결합해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인간의 문화가 자연과 뒤얽혀 활기차게 반응한 결과이듯이, 인간의 의도 역시 거대한 비인간 행위자인 자연과 환경을 만나 실현된다.
거대 메뚜기의 등장도 정치생태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이오신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곡물 종자들을 배포하고, 비대한 메뚜기 떼를 개발해 식량 공급망을 혼란시킨 후 식량 산업을 지배하려는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오신의 계획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메뚜기들 역시 그 계획에 반응하여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바이오신의 CEO '도지슨(캠벨 스콧)'은 증거 인멸을 위해 키우고 있던 메뚜기 떼를 모두 소각 처분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질긴 생명력을 지닌 메뚜기들은 연구실을 탈출해 공룡이 거주하는 숲 전체에 불을 퍼뜨리며 도지슨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인간의 모든 행위가 비인간 행위자의 의도와 반응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전편이 다른 생명체의 세계에 인간이 주체로서 어떻게 개입할 지에 주목했다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한 발 더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크가 움직이는 방식을 비춘다.
영화는 이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정동(affect)하는 모습을 감정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오웬과 벨로시랩터 '블루'가 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오웬과 블루의 관계는 항상 특별했다. 비록 누구도 쉽사리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웬은 언제나 블루를 조련할 방법은 없으며 그저 그의 선택과 행위를 존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즉, 오웬과 블루는 동등한 주체로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간과 공룡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 기제가 된다. 바이오신이 새끼인 베타를 납치하자 극도로 난폭해진 블루. 그런 블루에게 오웬은 메이지와 함께 베타도 구해오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그의 약속에 예상치 못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 사태가 더해진 결과 바이오신의 악행은 온 세상에 공개되고, 공룡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생기며, 블루와 오웬은 각각 가족을 되찾는다. 메이지와 베타의 관계가 오웬과 블루처럼 진전되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공룡에 국한되지 않는 상상력을 통해 자연계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력도, 비중도 없는 공룡들
문제는 공룡으로 인해 변화한 세계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정작 시리즈의 주역인 공룡의 매력과 비중이 모두 급감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중 공룡들은 전개에 따른 부속품 정도로 묘사된다. 이는 지난 시리즈에서 다양한 공룡들을 지속적인 등장시키고, 그들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부각하며 개성을 어필해왔던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쥬라기 월드>에서 비정상적인 흉포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인도미누스 렉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생물병기로 길러졌던 인도랩터처럼 존재감을 과시하는 공룡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공룡들은 공룡 암시장이 있는 몰타에서, 하늘에서, 얼어붙은 댐 위에서, 그리고 지하 터널 등에서 주인공들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구체적으로 보면, 스토리 진행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블루만 하더라도 그 중요성이나 비중과는 별개로 시작과 끝에 겨우 모습을 비추는 데 그친다. 시리즈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시'의 대우도 다르지 않다. 첫 등장부터 마지막 액션씬까지 기가노토사우루스의 힘에 밀려 시종일관 제대로 싸우지 못하던 렉시의 모습은 시리즈의 상징에게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렉시가 다른 공룡과 협력하면서까지 기가노토사우루스를 쓰러뜨려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다 보니 렉시의 등장에는 반가움과 의문이 공존하기도 한다. 빌런 포지션에 가까운 기가노토사우루스 역시 평범한 육식 공룡에 불과할 뿐, 뇌리에 각인될만한 캐릭터성을 어필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후반부 공룡들의 액션씬에서 카메라가 공룡보다 싸우는 현장을 탈출하려는 인간에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이들의 존재감은 안타깝게도 더욱 줄어든다.
피날레로서도, 독립 작품으로서도 아쉬운 완성도
이에 더해 시리즈의 최종장으로서 <쥬라기 월드> 3부작과 <쥬라기 공원> 3부작을 모두 아우르려는 시도가 크게 성공적이지 못한 나머지 영화의 메시지가 묻히는 듯한 인상도 남는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크게 세 개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오웬과 클레어, 그리고 케일라가 바이오신에게 납치된 메이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엘리 새틀러 박사와 앨런 그랜트 박사의 이야기로, 그들은 거대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와 관련된 진실을 찾아 바이오신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마지막은 도지슨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이안 말콤 박사와 램지 콜의 서사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스토리는 제각기 진행되다가 3막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지고, 다양한 오마주를 통해 시리즈를 하나로 종합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역으로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선 세 개의 이야기를 묶기 위한 작위적인 전개가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바이오신 건물에서 탈출한 엘리, 앨런, 이안 일행의 차는 숲 한가운데서 전복되는데, 이 사고는 때마침 오웬과 클레어가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일어난다. 또 복제 인간인 메이지를 세 스토리의 교집합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영화의 잠재력을 온전히 살리지 못한 선택처럼 보인다. 전편에서 미처 다 공개되지 않았던 메이지의 과거사는 원본과 복제본의 가치에 관해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능케 하는 극적 장치다. 그러나 메이지의 개인사를 철저히 가족애와 모성애를 강조하는 감정적 측면에만 제한한 결과, 그녀의 이야기는 다소 평범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만다. 두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어서 시리즈의 전통도 살리고 향수도 고취하려던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마지막으로 다루고자 하는 바가 많다 보니 147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조연급 캐릭터들의 동기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제법 비중이 있는 조연인 '케일라 와츠(드완다 와이즈)'나 '램지 콜(마무드 아티)'만 해도 배경 설명이 없다. 케일라는 지나가다가 흘끗 본 아이(메이지)를 구하기 위해 직업과 목숨을 걸고 오웬과 클레어를 도울 정도로 정의감이 강한 인물이다. 그런데 영화는 케일라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램지 콜 또한 바이오신 회사에 협력하는 중관 관리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내부의 부패를 고발한 반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시리즈의 메인 악역이었던 '헨리 우(B.D. 웡)'도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내에서 그 과정은 제시되지 않는다. 이렇게 주인공들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도구적으로 활용된 결과 영화 전반의 개연성도 부족해진다.
물론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오락영화로서, 또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낸다. 특히 중반부 몰타에서 펼쳐진 공룡과의 속도감 있고 강렬한 추격씬은 마치 <분노의 질주>를 연상케 한다. 수많은 오마주를 통해 <쥬라기 공원> 시리즈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점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러나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일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시리즈의 끝으로서도 독립된 작품으로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야심 차게 준비한 메시지마저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채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A(Acceptable, 무난함)
쥬라기 '월드'와 '쥬라기' 월드 사이의 불협화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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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톰 홀랜드)'과 '설리(마크 윌버그)'가 함께 트레저헌터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와 보물을
찾아나서는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영화
언차티드 영화 정보
감독: 루벤 플레셔
제작: 아비 아라드, 찰스 로븐, 알렉스 가트너
각본: 아트 마컴, 맷 할로웨이
출연: 톰 홀랜드, 마크 월버그, 안토니오 반데라스
장르: 액션
제작사: 컬럼비아 픽처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 너티 독, 아라드 프로덕션,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소니 픽처스 릴리징, 소니 픽처스 코리아
촬영 기간: 2020년 3월 16일 ~ 2020년 10월 29일
촬영 감독: 정정훈
개봉일: 미국 2022년 2월 18일
원작: 너티독의 언차티드 시리즈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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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발신제한> 공식 예고편
평범한 출근길,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 한 통,
“지금 당신의 의자 밑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평범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 의문의 목소리는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자리에서 일어날 경우 폭탄이 터진다고 경고하는데…
의문의 전화를 보이스피싱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성규는
곧 회사 동료의 차가 같은 방식으로 폭파되는 것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하고,
졸지에 부산 도심 테러의 용의자가 되어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된다.
내리면 폭탄이 터지는 절체절명의 순간,
경찰의 추격 속 의문의 발신자와의 전화마저 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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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잠> 메인 예고편
[잠] 메인 예고편 공개 정유미 X 이선균 미스터리 공포 극장에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