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23 11:28:05
뿌리라는 베이스 캠프
영화 <여덟 개의 산> 리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브루노와 피에트로. 브루노는 주민이 14명뿐인 작은 산골 마을에 살며 어엿한 일꾼으로 성장하고 있고, 피에트로는 여름이면 도시와 학교를 떠나 어머니와 함께 산골로 들어오곤 한다. 공교롭게도 동갑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브루노는 스스로를 “이 마을의 마지막 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흔하지 않은 소개의 말이다. 어떤 기분일까? 유일하다는 것은.
이내 브루노는 또 하나의 유일함을 찾는다.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서로 유일한 존재로서 친구가 된다. 대단하게 각 잡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쉽게 친구가 된다. 뛰고, 움직이고, 물을 튀기고, 서로의 말을 배우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져 있는 것이다. 우정이란 본디 그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마음이니까.

피에트로는 천천히 움직이고, 천천히 배우는 사람이다. 산에 오르자마자 이름을 체크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넘어가려는 아빠에게 “이제 막 왔다”고 말하는 피에트로는, 어쩌면 봉우리의 이름을 나누어 부르지 않는 산 사람들과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세 사람은 산 위쪽의 빙하까지 올라가고, 피에트로는 빙하를 “산이 우릴 위해 간직한 과거 먼 겨울의 추억”이라고 여긴다. 햇빛이 그토록 강해도 녹지 않는 눈은, 정말 추억과 많이 닮은 것도 같다.

영화는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유년기부터 시작하여 긴 세월을 찬찬히 비춘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듯 보였던 십대 시절, 눈이 마주쳐도 별스러운 인사 없이 서로를 스쳤던 시절. 자기 자신이 되어가기 바빴던 어린 날들. 실상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자기 자신임을 인정하기 어려워, 내가 답습한 부모의 면에 화를 내기도 했던 날들.
그 끝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그리고 과거의 회한을 하나씩 제거하듯이, 어린 시절과 비슷한 몸짓으로 그때는 할 수 없던 육체 노동을 하면서, 집을 지어 올리기 시작한다. 앙금 녹듯 눈이 녹으면 그 자리에 지어 올려야 하는 것은 집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다정해 보이는 산의 풍광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얼핏 다시 시작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둘은 끊어진 적이 없었음을 우리는 이내 알게 된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속해 있(다고 믿었)던, 공장으로 대표되는 차가운 세계를 거부했지만, 그 동안 피에트로가 풀지 못한 매듭을 대신 풀어주며 유사 가족처럼 관계를 맺은 것은 브루노였다. 브루노 또한 자신과 아버지 사이 관계에서 쌓인 회환을 푼 것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깍지 낀 손가락처럼 서로의 마음을 겹쳐 살고 있었다. 풀지 못한 매듭의 자리에 대신 서기도 하고, 못 다 전한 염원을 대신 전해주기도 하면서.
우정은 단순히 무료한 시간에 색깔을 더하는 정도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서로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관계는 얼핏 그 정도처럼 느껴지지만, 서로가 보일 때든 아니든 꾸준히 우정의 나무는 자라 오고 있었다. 서로의 회한이 회한으로만 남지 않게, 이따금 ‘금쪽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서로를 성장시키기도 하고 손을 뻗기도 하고 그냥 이해하기도 하며… 존재 자체의 의의를 더하는 것이 우정이다.
묵묵히 할 일을 하다가도 이름 불러주는 친구 하나 있다면 산 위에서도 춤을 출 수 있다. 지금 가라고 등 떠밀어주는 사람이 그때 있었더라면, 어쩌면 마음의 어떤 골짜기가 그리 깊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에라도, 어린 시절과 비슷한 옷을 허리에 꾹 졸라매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영화 도입부에는 키가 크고 이파리가 없는 두 그루 나무가 나온다. 우정이 나의 뿌리 내릴 곳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피에트로의 내레이션과 함께. 이 영화는 두 그루 마른 나무 같은 사람이, 서로에게 뿌리를 내리고, 회한을 무너뜨린 자리에 우정으로 베이스 캠프를 짓고, 각자의 산을 오르는 이야기이다. 나무 같은 존재가 산을 오른다니 이상한 비유 같지만, 결과적으로 나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산이다.
브루노는 산에서 옮겨 심어질 마음이 없는 나무, 피에트로는 잘 옮겨져 심기고 싶었던 나무였다. 그러나 같은 베이스 캠프에서 시작한 둘의 인생 여정은 너무나 달라 보인다. 너는 너의 산에, 나는 나의 산에. 그러나 산이라는 점에서 일견으로는 닮아 있다. 어쩌면 인생이 다 그런 것도 같다. 지도를 들고 길을 떠나는 순간, 등 뒤에 두고 온 자리는 자동으로 베이스 캠프가 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등이 되어주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평생 우정의 빚을 진다. 이런 빚이라면 아무리 많아도 파산하지 않는다.

언젠가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당시 내가 느끼던, 아주 유약하고 섬세한 불안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돌아선 길이었고, 집 방향이 같은 친구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친구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냥 즐겁게 이것저것 하면서 잘 지내니까, 그런 마음들이 있는지 몰랐다고.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내면 깊은 곳에 있던 감정이니 주변에서는 당연히 몰랐을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몰랐음을, 알게 되어 안심임을 말하는 친구의 다정한 말투에 고마움이 울컥 치솟았다.
오랜 친구라는 거, 참 좋구나. 구구절절 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나를 너무 잘 아니까, 내가 어떤 변화를 휘청휘청 거쳐 왔는지도 다 보았으니까, 지금의 마음도 솔직히 말할 수 있고 그냥 온전히 그 모습 그대로 포용될 수 있다는 거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그건 정말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이어서, 앞으로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오랜 세월 다정하게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친구들을 많이 떠올렸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짤막한 편지를 썼다. 낯간지러워 부치지 않겠지만, 나 또한 그들의 베이스 캠프가 되어 그들의 삶에 뿌리가 되고 싶단 마음을 담아서.
살다 보면 우리 멀어질 날도 올지 몰라. 내가 나를 찾아가는 길이 너와 물리적으로 먼 곳에 있을 때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래도 그 길에 나는 너에게 아주 많은 걸 빚졌어. 너는 나의 뿌리야. 서로 아름다운 안식처라는 기억을 뒤에 두고 걸음을 다시 걷자. 지도 위에 새로운 걸음을 덧그리자. 각자의 안에서 무언가 뚝 끊어지는 감정이 들 때에는 방향을 틀어 다시 네게로 갈게. 어떻게든, 우리 같은 지도에서 만나자.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는 2023년 9월 개봉합니다. 산의 풍광이 많이 아름답고, 가본 적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음악도 하나 같이 다 좋으며, 무엇보다 14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섬세하게 연출된 작품이니, 스크린 환경이 좋은 영화관에서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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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에 트럼프와 한목소리로 MAGA를 외쳐버린
6★/10★
거대한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차근히 조립된다. 땅과 수평으로 놓인 우주선은 이내 발사를 위해 세워진다erect. 그리고 분출하듯ejaculate 솟아오른다. 아폴로 11호에 진심인 발사 책임자 남성 콜의 곁에는 그를 보조하며 천문학적인 예산 확보에 혁혁한 공을 세운 마케팅 전문가 여성 켈리가 있다. 긴 칼, 높게 솟은 건물은 남성성(남성 성기)의 오랜 은유다. 우주선은 이 연장에 놓일 자격이 차고 넘친다. 그렇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한 여성이 진심을 가졌으나 영 숙맥인 남성(그리고 미국)의 시든 성기를 완벽하게 북돋고 위무해 다시 부풀어 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아폴로 1호 발사 실패 후 쪼그라든 콜과 미국의 상징적 성기는 아폴로 11호의 성공으로 다시 거대하고 단단한 위세를 과시한다. 절대적 거대함뿐 아니라 상대적 거대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인과 소련인 중 누가 먼저 달에 발을 디딜 것인지가 체제 경쟁의 핵심으로 여겨지던 때, 아폴로 11호의 성공은 미국의 상징적 남성 성기가 소련의 것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남성성 경쟁에서의 완승이다.
콜은 자신의 책임으로 아폴로 1호가 실패해 사랑하는 동료 3명을 잃었다. 미국 역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여론 악화와 상대적으로 앞서 있던 소련의 우주 기술로 위축된 상태다. 아폴로 11호의 성공은 이 모든 좌절을 한 번에 뒤엎는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듯, 이 과정에서 어쩌면 NASA 엔지니어보다 더 큰 공을 세운 게 켈리다. 연이은 발사 실패로 시큰둥해진 대중의 관심을 다시 아폴로 11호에 불러 모으고, 여러 기업의 후원을 끌어오고, 예산 지원에 미온적인 정치인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켈리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켈리는 콜과 미국의 비아그라다.
그러나 켈리가 비아그라여서는 안 된다. 축 처진 무언가를 바로 세워야 하지만 인위적, 인공적 힘이 개입해서는(혹은 개입한 것처럼 보여서는) 곤란하다. 누군가가 어르고 달래야만 딱딱해진다면, 그 강함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즉 ‘비아그라 발기’를 ‘자연 발기’로 바꿔야 한다. 능력 좋은 사기꾼이었던 켈리가 아폴로 11호를 향한 콜의 진심에 감화되어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그의 여정에 몰입하는 서사는 콜이 발기력을 회복하는 데서 켈리가 담당한 역할을 슬그머니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폴로 11호가 임무에 실패할까 두려워 별도의 세트장을 꾸린 후 거짓 달 착륙 영상 송출을 기획한 백악관의 음모를 켈리가 끝내 거부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낸다. 미국의 강함은 거짓 연출에 기댈 필요가 없다. 비아그라 없이 자연스럽게 우주선을 조립하고, 세우고erect, 발사ejaculate하면 된다.
개별 남성과 국가의 위축을 아폴로 11호라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상징적인 이벤트로 다시금 곧추세우는 이 영화는 아마도 의도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공명한다. 유세 과정에서 총기 피습을 당한 후 푸른 하늘과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올리는 그의 사진은 아폴로 11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인에게 하나의 잊지 못할 시대적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피습 후 곧바로 일어난 그가 수많은 다른 미국인의 마음속에 불꽃을 일으킨 것도 아폴로 11호와 닮았다. 차이가 있다면 분노, 좌절, 절망, 혐오를 동력으로 하며 이를 정치적 에너지로 폭발시키기 위해 가짜뉴스, 의회 폭거, 범죄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가 〈플라이 미 투 더 문〉이 설파하려는 ‘진짜’ 미국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가짜 달 영상을 송출하자는 음모를 기획한 영화 속 인물에 가깝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다. 둘 다 쇠락한 남성/미국을 다시 발기시켜야 한다는 데는 똑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다만 ‘자연스럽게’, ‘진실되게’(즉 비아그라 없이) 할 것이냐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냐의 방법론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의 질문은 이렇다. 자연 발기든, 비아그라든, 그 외 다른 방법이든 미국을 시든 남성 성기로 은유하고 여성을 이를 보드랍게 달래주는 타자로 활용하는 방식(사랑 앞에 눈물 흘리며 반성하는 켈리보다는 온갖 거짓말로 종횡무진 자본주의 한복판을 헤집는 초반부의 켈리가 훨씬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를 보며 개별 남성이 안도감을 얻을 수 있도록 사랑을 재현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나라가 과연 진정 위대한가? 그들의 위대함은 어디를 향하는가? 애초에 그들이 위대한 적은 있었던가? 위대함의 은유와 계보에 대한 ‘대체 역사’ 구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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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 더 앞으로! 로드 무비 5선
어느덧 2024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 여는데 ‘여행’만큼 적절한 것이 없죠.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내딜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로드 무비를 함께 보고 싶어 준비했습니다.
그럼 같이 떠나볼까요!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줄거리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은 이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 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가족 모두를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과연 후버 가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 일까?
줄거리
매일 같이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런던의 정신과 의사 ‘헥터’,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뭘까 궁금해진 그는 모든 걸 제쳐두고 훌쩍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돈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상하이의 은행가,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아프리카의 마약 밀매상,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 말기암 환자, 그리고 가슴 속에 간직해둔 LA의 첫사랑까지 ‘헥터’는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을 통해 그는 리스트를 완성해 나간다.
설레고 흥겹고 즐거운 그리고 때로는 위험천만하기까지 한 여행의 순간들, 진정한 행복의 비밀을 찾아 떠난 정신과 의사의 버라이어티한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줄거리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운명을 보는 마녀, 집채만 한 거인, 시간이 멈춘 유령마을까지… 믿을 수 없는 모험으로 가득한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 당신도 믿나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을 찾은 윌.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다 큰 아들에게 허풍 가득한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버지. 그의 레퍼토리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모험과 단 하나의 로맨스로 이어진다.
이제, 믿기 힘든 이야기 속에 가려진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데…
줄거리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가고…
그녀는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 PCT를 걷기로 결심한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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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쇼맨? 위대한 베러맨!
!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감독) 마이클 그레이시
출연) 로비 윌리엄스, 조노 데이비스, 스티브 펨버튼, 앨리슨 스테드먼
영국을 휩쓸었던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로비 윌리엄스’가 영화로 돌아왔다. 그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베러맨(BETTER MAN)>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위대한 쇼맨>의 감독 ‘마이클 그레이시’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제 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로 작품성 또한 인정받은 작품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을 통해 ‘프레디 머큐리’, <컴플리트 언노운>을 통해 ‘밥 딜런’을 알게 되었다면 <베러맨>은 ‘로비 윌리엄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침팬지가 주인공이라고?
로비 윌리엄스가 주인공인 영화로 알고 온 관객들은 ‘내가 관을 잘못 들어왔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주인공이 침팬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연출이라고 한다. 로비 윌리엄스는 스스로를 원숭이라고 지칭해왔으며, 그것을 영화 속에 녹여내는 대담한 시도를 한 것이다. 따라서 처음 침팬지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혹성탈출>이 떠올르는 비주얼에 당황할 수 있지만, 극이 점차 진행될수록 그것은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잡아 그의 개성을 드러내며 극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나면 왜 스스로를 침팬지라고 불렀는지 이해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른다.
끝내주는 뮤지컬 씬
감독의 전작 <위대한 쇼맨>을 본 관객들이라면, 영화 속 음악과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겠다. <베러맨>은 관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 로비 윌리엄스의 음악과 마이클 그레이시의 연출력이 만나 끝내주는 뮤지컬 씬을 선보인다. 특히 공간감을 굉장히 잘 살렸는데,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카메라 워킹은 마치 영화 속 현장에 놓이게 된 것만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또 ‘시각효과’에 있어 인정받은 영화인만큼 영화 속 때깔과 특수효과들이 눈에 띈다. 마치 영화 자체가 하나의 무대를 보는듯하다. 그만큼 큰 화면으로, 빵빵한 소리와 함께 관람한다면 영화 속에 즐겁게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의 삶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비 윌리엄스의 자전적 이야기일 것이다. 그의 성장 과정, 가족, 꿈, 사랑, 자기혐오 등 보편적이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십 만명 앞에서 노래하는 예술가도 결국 무대를 내려가면 하나의 사람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타’를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더 나은 사람, ‘베러맨’이 되기를 바랬던 그의 파란만장한 과거를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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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들어진 판타지
이 글은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썼어요.
사진 출처:넷플릭스한국 드라마에 멜로 열풍이 불 때가 있었다. 그 멜로 열풍은 장소도 상황도 시간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드라마 속 인물들은 검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의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경찰이 되어도 연애를 하는 데다 과거나 미래로 가도 연애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학폭을 저지른 동창들에게 복수를 하는 와중에도 연애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그 열풍이 아직까지도 “먹힌”다고 믿었는지 이제는 아주 우주까지 가서도 연애를 하느라 제작비를 말아먹어놓고는 SF팬이 소수라서 드라마가 안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세상에나.
이렇게 유구한 연애의 역사를 자랑하는 K드라마인 데다. 애초에 인본주의자 성향이 전혀 없는 인류애가 바닥난 나에겐 그런 드라마들은 기피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제목이 중증외상센터 라고 한다 한들. 내겐 정말 큰 심적인 허들 하나가 드라마 앞에 턱 하니 놓여 있는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8부작이라는 "비교적"짧은 러닝타임.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뻔뻔해 보이는 주지훈의 표정을 보며. 이건 병맛이다.라는 느낌에 나는 가볍게(?) 드라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즐거웠다. 오랜만에.
사진출처:넷플릭스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넘쳐나는 꽤 많은 메디컬 드라마들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스킬 덕에. 보는 내내 심하게 불편하지 않게 드라마를 "정주행"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이런 즐거운 청량감은 백강혁이라는 유니콘의 역할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이야기가 판타지화 되어 버린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끝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고. 어느 정도의 해피엔딩을 보장받은 상황에서의 이야기들은 적당히 현실과 엮여 들어가며 피식피식 웃게 하기도.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판타지속 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기도 한다.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마음 한편에 걸려있던,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되뇌어볼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앞선 워딩인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라는 말이 대충 다룬다.라는 의미에 가깝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내공은 당연히 현직 웹툰작가(??)인 원작가의 전직(?) 의사 시절이 경험에서 온 것일 테니까. 남이 무언가를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 사람이 맡은 일을 매우 잘했다는 뜻이라 했다. 원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을 것이다.
사진출처:넷플릭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그저 웃는 얼굴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판타지라는 말에 숨은 뜻은 현실에는 이런 일이 없는 것에 수렴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한 번씩은 꼬집어보는 모든 문제들은 고질적으로 의료계에서 한 번씩은 목소리가 높게 나왔던 문제들이기도 하고, 여전히 팽배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중증외상센터가 자금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니까.
백강혁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사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에게는 백강혁 같은 존재가 더 필요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백강혁이 아닌 그가 존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면서
개인적으로는 한유림(윤경호)의 캐스팅이 매우 반갑고 감사했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입체적인 데다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해 줘서 좋았다. 예전에 도깨비에서 나라를 구한 덕으로(?) 집도 차도 직장도 얻을 수 있었다는 설정이 기억나서 그런 걸까, 그 드라마 뒤로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냥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백강혁의 원맨쇼가 될 뻔했던 드라마에 적당한 추 역할을 해 준 배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이 글의 TMI]
1. 이번 주 너무 바쁘다.
2. 부모님이 반찬 보내주셔서 포동포동 해지는 중.
3. 빨래하기 싫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주지훈 #추영우 #영화리뷰 #최신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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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스윙하고 있습니까?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낭만을 이루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령 여름, 학창 시절, 밴드부, 눈싸움, 기차여행 ... 이는 분명 사람마다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게는 20년 만에 다시 극장가에 찾아온 <스윙걸즈>가 그러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억 저편의 추억 그 자체인 영화. 하지만 이 영화가 숱한 고교시절 청춘물과 비했을 때 단연 독보적인 이유는 모든 인물들이 '즐거움' 그 자체를 쫓으며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즐거움을 잊게 되었나. 돈을 위해, 명예를 위해, 사회적 기준을 위해 어쩌면 내가 그닥 원하지도 않았던 목표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않나. <스윙걸즈>는 마치 이에서 잠시 탈피하라는 것처럼 밴드라는 순수 즐거움을 위한 소녀들의 반짝거리는 열의를 착실하게 그려내준다.
부채 없이는 버티지도 못할 어느 무더운 여름 날, 토모코(우에노 주리)는 수학 보충 수업이 마냥 지루하기만 하다. 그러다 미처 챙기지 못한 밴드부의 도시락을 보고 토모코는 수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가지 잔꾀를 생각해내게 된다. 수업을 뒤로 한 채 밴드부에게 도시락을 무사히 가져다 주는 것. 그렇게 일시적으로 보충 수업반에 모인 여학생들은 야구장으로 짧은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때의 시퀀스는 마치 여름 휴가 같기도 하다. 잠시 얻어낸 뜻밖의 여정에 그들은 도시락을 훔쳐 먹기도, 곯아 떨어지기도, 진흙탕에 빠지기도 심지어는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는 것 마저 그 여정 중 벌어진 또 다른 뜻밖의 일일 뿐이다. 이렇게 관객은 초반부터 한 가지 사실을 강하게 직감할 수 있다. ' 괜찮아! 즐거우면 됐지 ! ' 땡볕의 더위에 소녀들은 마구 불만을 터트리다가도 금방 진흙 투성이가 된 서로를 보며 웃는다. 토모코와 요시에(칸지야 시호리)는 같은 반이 아님에도 원래 친하던 사이처럼 마구 장난 치며 순간을 즐긴다. 뜻대로 일이 안 풀려도 상관 없는 일에 놓인 다는 것 그리고 그걸 있는 그대로 즐기는 장면들은 관객을 그 여름 풍경 안으로 강하게 끌어들인다. 걱정도 근심도 문제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밴드부인 나카무라 타쿠오(히라오카 유타)는 근심 투성이이다. 야구부와 밴드부 주장의 등쌀에 밀리는 것은 물론 밴드부의 음악과 전혀 동화되지 못한 채 실수만 연발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번 더 벌어지는 뜻밖의 상황에 타쿠오는 새로운 밴드부를 맞이하게 된다. 장시간 여름 날에 노출된 도시락은 밴드부에게 단체 식중독을 가져다줬고 급한대로 다음 경기 전까지 이들이 밴드부의 대타를 나서줘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재즈를 연주하는 빅 밴드를 결성하게 된 것 역시 난데 없이 나타난 기타 2인조로 부터 나오게 되었는데 영화는 그렇게 계획되지 않은 우연에 근간한 전개를 마구 펼치게 된다.
이렇게 얼렁뚱땅 형성된 만큼 트럼본에 애착을 보이는 세키구치를 제외하고 모두는 어쩐지 영 의욕을 보이지 못한다. 특히 타쿠오의 엄격한 훈련 아래에서는 더더욱. 처음 접한 관악기는 음정은 커녕 소리 내기 조차 쉽지 않고 관심은 자꾸만 딴 데로 세어나가는 와중 세키구치의 열정은 쉽사리 다른 이들의 마음을 바꿔놓는다. 이때 정당성은 필요 없어진다. 그저 단순하게 ' 나도 해볼래 ! ' ' 나도 해내고 싶어! ' 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소리 내기에 성공한 아이들은 삼삼오오 저들끼리 소리를 맞춰보곤 어딘가 엉망진창이지만 즐거운 첫 합주를 해내게 된다. 이름도 몰랐던 , 정말 우연에 의해 뭉친 이들이 함께 호흡 함으로 완성되는 노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첫 연주의 기쁨도 잠시 빅 밴드는 차례로 위기를 맞이한다. 그 중 첫 번째는 예상 외로 빠르게 찾아온 밴드부의 복귀. 두 번째는 복귀에 따른 악기 상실. 세 번째는 악기를 위한 목돈의 부재이다. 이는 밴드라는 속성의 필수 요소와도 같다. 합주를 위한 다수의 사람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악기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단체 아르바이트로 합심해 악기 구매 비용을 마련하고자 한 이들이 흥미 감소로 대거 탈퇴하게 된다. 당장 눈 앞에 여흥이 더욱 즐겁다는 이유이다. 아이들은 이런 부분에서까지 솔직하다. 컴퓨터에 금방 흥미를 잃어 결국 중고 악기를 위한 목돈을 팔게 된 토모코의 지난 모습처럼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면 쉽게 저버리게 된다. 밴드에 남은 이들은 결국 계속 해보고자 하는 이들, 아직까지 이 연주가 더 재미있는 이들이다. 위기가 찾아온듯 했으나 최소의 필수 요소들은 갖춘 셈이다. 하지만 초보들의 여정은 험난하다. 연습 장소도 코치도 별다른 재능도 없는 이들은 여러 도움으로 합주에는 성공하나 무시받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런 그들을 구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재즈러버 수학 선생님인데, 그야말로 재즈 연주에는 재능이 없으나 열정만큼은 뛰어난 인물로 아이들에게 그 기초를 다지게 해준다. 이때 등장하는 대사에서부터 우리는 영화가 초반부터 말하고자 하는 한 가지 지점을 재차 확인 할 수 있는데 바로 여자 꼬시기에 재즈를 배우려는 것 아니냐 하는 비난에 이제 더 이상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모습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이들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밴드부의 대타라는 목표도, 야구부의 응원을 위함이라는 사명도, 밴드부 담당 선생님에게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그저 스윙을 연주하는 행위가 좋은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는 순수한 즐거움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필 왜 스윙이었는지 역시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재즈의 한 스타일로 흔히 흥이라고 표현 될만한 자연스러운 몸짓을 일컫는 스윙은 결코 의도에 의해 빚어지는 것이 아니다. 감정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다. 순수한 음악적 즐거움을 위해 움직이는 토모코, 타쿠오, 요시에, 세키구치, 나오미가 바로 스윙인 것이다. 이는 지난 밴드부에서 의욕을 보이지 못했던 타쿠오의 모습과 확연히 비교된다. 우리는 숱한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즐거움보다 다른 여러 이유들을 목표로 삼아 움직였으나 적어도 <스윙걸즈> 속에서는 즐거움에 따라 움직이는 소녀들을 따라 스윙을 연주하게 되는 것이다. 야구부였던 선배가 개그스럽게 내뱉는 대사 '스윙을 하는 자와 스윙을 하지 않는 자' 로 나뉜다는 대사는 그러한 의미에서 보다 확실한 메세지를 전달해준다. 우린 스윙하고 있는가? 학창 시절이기에 더욱 스윙 할 수 있긴 하나 그렇다고 어른이 된 누군가가 스윙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따라가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은 관악기를 처음 다루던 이들처럼 서툴고 지겨울지 몰라도 소리가 나는 그 순간의 경험은 아마 뜻밖의 일들을 불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쥐가 끔찍이도 싫었던 요시에가 유난히 어려웠던 고음을 쥐로 인해 성공한 뒤로 행운의 부적으로 삼게 됐던 영화 속 귀여운 포인트처럼 우리 역시 뜻밖의 일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요시에의 트럼펫에 대롱 달려있던 쥐 인형처럼 항상 부적처럼 곁에 있어줄 것이라고 말이다. 이는 모두 <스윙걸즈> 라는 작품이 관객에게 건내는 아주 명량한 위로인 것이다.
주연인 우에노 주리를 비롯한 주조연들이 함께 한 무대 영상이 실제 있을 정도로 영화 <스윙걸즈>는 무엇보다도 진실된 즐거움을 띄고 있다. 일본 내에서 꽤 큰 흥행 성적을 거둔 만큼 개봉 당시 배우들은 여러 곳에서 무대를 진행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음악을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순간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음악을 체험하고 공유한다. 연주자까지도 빠짐없이 하나의 순간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배우들의 호흡으로 연주되는 스윙을 들으며 우리 역시 스윙의 일부가 된다. 엇박으로 박수를 치진 못하더라도 대사 뿐 아니라 공통적으로 들려오는 멜로디 속에서 그들의 성공적인 무대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말이다. 그리고 그 성공적인 무대는 예상치 못한 도움, 예상치 못한 행운에 의해 마련되었으나 결국 이는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던 이들에게 찾아왔다. 신나는 엔딩 크레딧의 끝에 영화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당신, 스윙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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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폐허된 억압 풀기
감독: 키라 코발렌코
출연: 밀라나 아구자로바, 알릭 카라에프, 소슬란 쿠가에프, 케탁 비빌로프
시놉시스: 한때 광산촌이었던 북오세티야. 이다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숨 막히는 통제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오빠 아킴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치유되지 못한 트라우마가 하나둘 밝혀진다.
첫 장면에서 아다는 외투를 코까지 올려 입은 채 벽에 기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시작에서 이 이미지를 마주했을 때 옷에 가려 보이지 않는 아다의 입이 웃고 있을지 아니면 긴장에 떨고 있는지 모르겠고 궁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인상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아다를 보이는 방식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아다가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은 집을 나갔던 오빠 아킴이다. 전사를 모른 채 재회하는 남매를 마주하게 되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들의 만남은 조금 이상해 보인다. 아다는 집에 돌아온 아킴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데 그 관계가 남매 사이보다 남녀 사이로 느껴지는 부분이 더러 있다. 마찬가지로 아다의 동생 다코는 아다에게 지나치리만큼 의존한다.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아다 아다 아버지가 이들을 대하는 태도다. 아다의 아버지는 아다에게 집안일을 모두 하도록 시키면서 그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모습이 매우 강압적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다의 아버지는 아다에게 특히나 동생을 챙기는 걸 강조하는데 동생은 한창 학생 또래의 나이로 보이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아다도 그런 시기를 거쳐왔을 것임을 추측하게 만든다. 아다가 아프게 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관객은 이런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이상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단 하나 느껴지는 건 모두의 행동에 악의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 안에서 아다가 겪은 일은 직접적으로 칭해지지 않고 아다가 인질 사건을 겪었다는 정도로만 묘사되는데 이 영화는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 사건(2004)을 겪은 후 북오세티야의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 사건 당시 체첸 반군은 베슬란 초등학교에 무장 침입해 1000명 이상의 인질극을 벌였고, 체첸 반군과 러시아군 간의 총격전으로 330여 명이 사망한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최악의 인질극으로 남은 사건 중 하나다. 아다가 어떤 상황에서 이 인질극에 처하게 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아다가 거의 성인이 다 됐다는 점과 배의 아문 상처는 사건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비극적 사건은 그것을 겪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아다의 마을에는 사건 이후 폐허와 불안의 정서를 깊게 깔려있다. 아다 아버지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에서 친구의 결국엔 다들 고향으로 돌아온다며 아킴이 다시 고향으로 올 것이라는 말은 그 불안감이 아다 아버지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일 것이다. 아다 아버지는 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끔찍이 여기는 아버지로 인정되고, 그런 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아다와 다코도 효심 있는 아이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비극을 겪었다 해도, 어떤 이유로든 아다 아버지의 아다에 대한 억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아다의 아버지는 아다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아다의 여권을 숨기고, 집 문을 걸어 잠갔다. 아다가 도망치는 날에는 어김없이 주변에 수소문해 그를 다시 찾아와 곁에 뒀다. 수술로 호전될 가능성이 있는지는 모르나 병원에 아다의 병에 대해 진단받으러 가지도 않는다. 결국 아다 아버지의 행동은 일종의 방치다. 아버지의 억압에 누구의 도움 없이는 도망칠 수 없었던 아다는 오빠 아킴이 옴으로써 다시 집을 떠나는 꿈을 꾼다.
결국 아다는 도망치려는 자신에 대한 충격으로 쓰러진 아빠를 그냥 두고 떠나려고까지 하게 되는데 결국엔 오빠의 도움으로 구조되긴 하지만, 아버지는 후유증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제 아버지가 말을 할 수 없으니 자신이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소리치는 아다는 울분에 차있다. 자신이 더이상 억압할 힘이 없자 취하는 행동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아다 아버지는 결국 아다에게 여권을 내미는데, 그런 아버지를 아다가 껴안고 그 상태에서 경련이 와 그대로 굳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부장제 억압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다가오는 지점이 있다.그럼에도 아다는 자신의 마을을, 아버지를 벗어난다. 아킴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두 사람을 결혼 행렬이 뒤따르면서 영화의 카메라는 그 일행이 들고 있는 캠코더로 넘어가 거친 핸드헬드 촬영으로 바뀐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흔들리며 카메라에 찍히고, 아다의 여권과 기저귀가 든 가방은 한쪽 끈이 떨어져 있다. 떨어진 끈을 잡고 있던 아다는 이내 그 끈마저 놓아 버리고, 가방은 도로에 뒹굴며 멀어진다. 내내 카메라의 시선에 머물러있던 아다는 그렇게 완전히 해방된다.
아다의 모든 순간을 연기하는 밀라나 아구자로바는 처음인데도 그 연기가 엄청난데 영화의 결도, 연기의 결도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안티고네>의 나에마 리치가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꼭 쥐었던 주먹 풀기>는 제74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Schedule
2022-08-26 13:00-14:37 <꼭 쥐었던 주먹 펴기>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2022-08-31 13:30-15:07 <꼭 쥐었던 주먹 펴기>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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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의 신 이병헌이 연기한 바둑의 신 조훈현 / 그의 제자 이창호 / 실화 바탕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승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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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매리 연쇄살인사건 범인은?! - 라떼극장 EP.14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차우"를 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보자
범죄없는 마을로 공인(?)받은 곳 삼매리에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풀기위해 형사 경찰 포수 생태연구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이지만
문제 해결은 커녕 피해만 늘어난다.
삼매리는 다시 범죄없는 마을로 거듭날수 있을까?
괴수와의 사투를 벌이는 괴작 '차우(2009)'
신형사가 건강 챙긴다면 몰래챙긴 음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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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잠> 메인 예고편
[잠] 메인 예고편 공개 정유미 X 이선균 미스터리 공포 극장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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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인 예고편
평범한 메이에게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제작진의 새빨간맛 사춘기!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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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에 트럼프와 한목소리로 MAGA를 외쳐버린
6★/10★
거대한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차근히 조립된다. 땅과 수평으로 놓인 우주선은 이내 발사를 위해 세워진다erect. 그리고 분출하듯ejaculate 솟아오른다. 아폴로 11호에 진심인 발사 책임자 남성 콜의 곁에는 그를 보조하며 천문학적인 예산 확보에 혁혁한 공을 세운 마케팅 전문가 여성 켈리가 있다. 긴 칼, 높게 솟은 건물은 남성성(남성 성기)의 오랜 은유다. 우주선은 이 연장에 놓일 자격이 차고 넘친다. 그렇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한 여성이 진심을 가졌으나 영 숙맥인 남성(그리고 미국)의 시든 성기를 완벽하게 북돋고 위무해 다시 부풀어 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아폴로 1호 발사 실패 후 쪼그라든 콜과 미국의 상징적 성기는 아폴로 11호의 성공으로 다시 거대하고 단단한 위세를 과시한다. 절대적 거대함뿐 아니라 상대적 거대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인과 소련인 중 누가 먼저 달에 발을 디딜 것인지가 체제 경쟁의 핵심으로 여겨지던 때, 아폴로 11호의 성공은 미국의 상징적 남성 성기가 소련의 것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남성성 경쟁에서의 완승이다.
콜은 자신의 책임으로 아폴로 1호가 실패해 사랑하는 동료 3명을 잃었다. 미국 역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여론 악화와 상대적으로 앞서 있던 소련의 우주 기술로 위축된 상태다. 아폴로 11호의 성공은 이 모든 좌절을 한 번에 뒤엎는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듯, 이 과정에서 어쩌면 NASA 엔지니어보다 더 큰 공을 세운 게 켈리다. 연이은 발사 실패로 시큰둥해진 대중의 관심을 다시 아폴로 11호에 불러 모으고, 여러 기업의 후원을 끌어오고, 예산 지원에 미온적인 정치인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켈리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켈리는 콜과 미국의 비아그라다.
그러나 켈리가 비아그라여서는 안 된다. 축 처진 무언가를 바로 세워야 하지만 인위적, 인공적 힘이 개입해서는(혹은 개입한 것처럼 보여서는) 곤란하다. 누군가가 어르고 달래야만 딱딱해진다면, 그 강함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즉 ‘비아그라 발기’를 ‘자연 발기’로 바꿔야 한다. 능력 좋은 사기꾼이었던 켈리가 아폴로 11호를 향한 콜의 진심에 감화되어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그의 여정에 몰입하는 서사는 콜이 발기력을 회복하는 데서 켈리가 담당한 역할을 슬그머니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폴로 11호가 임무에 실패할까 두려워 별도의 세트장을 꾸린 후 거짓 달 착륙 영상 송출을 기획한 백악관의 음모를 켈리가 끝내 거부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낸다. 미국의 강함은 거짓 연출에 기댈 필요가 없다. 비아그라 없이 자연스럽게 우주선을 조립하고, 세우고erect, 발사ejaculate하면 된다.
개별 남성과 국가의 위축을 아폴로 11호라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상징적인 이벤트로 다시금 곧추세우는 이 영화는 아마도 의도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공명한다. 유세 과정에서 총기 피습을 당한 후 푸른 하늘과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올리는 그의 사진은 아폴로 11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인에게 하나의 잊지 못할 시대적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피습 후 곧바로 일어난 그가 수많은 다른 미국인의 마음속에 불꽃을 일으킨 것도 아폴로 11호와 닮았다. 차이가 있다면 분노, 좌절, 절망, 혐오를 동력으로 하며 이를 정치적 에너지로 폭발시키기 위해 가짜뉴스, 의회 폭거, 범죄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가 〈플라이 미 투 더 문〉이 설파하려는 ‘진짜’ 미국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가짜 달 영상을 송출하자는 음모를 기획한 영화 속 인물에 가깝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다. 둘 다 쇠락한 남성/미국을 다시 발기시켜야 한다는 데는 똑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다만 ‘자연스럽게’, ‘진실되게’(즉 비아그라 없이) 할 것이냐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냐의 방법론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의 질문은 이렇다. 자연 발기든, 비아그라든, 그 외 다른 방법이든 미국을 시든 남성 성기로 은유하고 여성을 이를 보드랍게 달래주는 타자로 활용하는 방식(사랑 앞에 눈물 흘리며 반성하는 켈리보다는 온갖 거짓말로 종횡무진 자본주의 한복판을 헤집는 초반부의 켈리가 훨씬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를 보며 개별 남성이 안도감을 얻을 수 있도록 사랑을 재현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나라가 과연 진정 위대한가? 그들의 위대함은 어디를 향하는가? 애초에 그들이 위대한 적은 있었던가? 위대함의 은유와 계보에 대한 ‘대체 역사’ 구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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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 더 앞으로! 로드 무비 5선
어느덧 2024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 여는데 ‘여행’만큼 적절한 것이 없죠.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내딜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로드 무비를 함께 보고 싶어 준비했습니다.
그럼 같이 떠나볼까요!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줄거리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은 이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 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가족 모두를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과연 후버 가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 일까?
줄거리
매일 같이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런던의 정신과 의사 ‘헥터’,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뭘까 궁금해진 그는 모든 걸 제쳐두고 훌쩍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돈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상하이의 은행가,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아프리카의 마약 밀매상,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 말기암 환자, 그리고 가슴 속에 간직해둔 LA의 첫사랑까지 ‘헥터’는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을 통해 그는 리스트를 완성해 나간다.
설레고 흥겹고 즐거운 그리고 때로는 위험천만하기까지 한 여행의 순간들, 진정한 행복의 비밀을 찾아 떠난 정신과 의사의 버라이어티한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줄거리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운명을 보는 마녀, 집채만 한 거인, 시간이 멈춘 유령마을까지… 믿을 수 없는 모험으로 가득한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 당신도 믿나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을 찾은 윌.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다 큰 아들에게 허풍 가득한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버지. 그의 레퍼토리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모험과 단 하나의 로맨스로 이어진다.
이제, 믿기 힘든 이야기 속에 가려진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데…
줄거리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가고…
그녀는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 PCT를 걷기로 결심한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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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쇼맨? 위대한 베러맨!
!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감독) 마이클 그레이시
출연) 로비 윌리엄스, 조노 데이비스, 스티브 펨버튼, 앨리슨 스테드먼
영국을 휩쓸었던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로비 윌리엄스’가 영화로 돌아왔다. 그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베러맨(BETTER MAN)>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위대한 쇼맨>의 감독 ‘마이클 그레이시’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제 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로 작품성 또한 인정받은 작품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을 통해 ‘프레디 머큐리’, <컴플리트 언노운>을 통해 ‘밥 딜런’을 알게 되었다면 <베러맨>은 ‘로비 윌리엄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침팬지가 주인공이라고?
로비 윌리엄스가 주인공인 영화로 알고 온 관객들은 ‘내가 관을 잘못 들어왔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주인공이 침팬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연출이라고 한다. 로비 윌리엄스는 스스로를 원숭이라고 지칭해왔으며, 그것을 영화 속에 녹여내는 대담한 시도를 한 것이다. 따라서 처음 침팬지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혹성탈출>이 떠올르는 비주얼에 당황할 수 있지만, 극이 점차 진행될수록 그것은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잡아 그의 개성을 드러내며 극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나면 왜 스스로를 침팬지라고 불렀는지 이해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른다.
끝내주는 뮤지컬 씬
감독의 전작 <위대한 쇼맨>을 본 관객들이라면, 영화 속 음악과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겠다. <베러맨>은 관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 로비 윌리엄스의 음악과 마이클 그레이시의 연출력이 만나 끝내주는 뮤지컬 씬을 선보인다. 특히 공간감을 굉장히 잘 살렸는데,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카메라 워킹은 마치 영화 속 현장에 놓이게 된 것만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또 ‘시각효과’에 있어 인정받은 영화인만큼 영화 속 때깔과 특수효과들이 눈에 띈다. 마치 영화 자체가 하나의 무대를 보는듯하다. 그만큼 큰 화면으로, 빵빵한 소리와 함께 관람한다면 영화 속에 즐겁게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의 삶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비 윌리엄스의 자전적 이야기일 것이다. 그의 성장 과정, 가족, 꿈, 사랑, 자기혐오 등 보편적이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십 만명 앞에서 노래하는 예술가도 결국 무대를 내려가면 하나의 사람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타’를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더 나은 사람, ‘베러맨’이 되기를 바랬던 그의 파란만장한 과거를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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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들어진 판타지
이 글은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썼어요.
사진 출처:넷플릭스한국 드라마에 멜로 열풍이 불 때가 있었다. 그 멜로 열풍은 장소도 상황도 시간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드라마 속 인물들은 검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의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경찰이 되어도 연애를 하는 데다 과거나 미래로 가도 연애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학폭을 저지른 동창들에게 복수를 하는 와중에도 연애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그 열풍이 아직까지도 “먹힌”다고 믿었는지 이제는 아주 우주까지 가서도 연애를 하느라 제작비를 말아먹어놓고는 SF팬이 소수라서 드라마가 안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세상에나.
이렇게 유구한 연애의 역사를 자랑하는 K드라마인 데다. 애초에 인본주의자 성향이 전혀 없는 인류애가 바닥난 나에겐 그런 드라마들은 기피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제목이 중증외상센터 라고 한다 한들. 내겐 정말 큰 심적인 허들 하나가 드라마 앞에 턱 하니 놓여 있는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8부작이라는 "비교적"짧은 러닝타임.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뻔뻔해 보이는 주지훈의 표정을 보며. 이건 병맛이다.라는 느낌에 나는 가볍게(?) 드라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즐거웠다. 오랜만에.
사진출처:넷플릭스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넘쳐나는 꽤 많은 메디컬 드라마들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스킬 덕에. 보는 내내 심하게 불편하지 않게 드라마를 "정주행"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이런 즐거운 청량감은 백강혁이라는 유니콘의 역할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이야기가 판타지화 되어 버린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끝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고. 어느 정도의 해피엔딩을 보장받은 상황에서의 이야기들은 적당히 현실과 엮여 들어가며 피식피식 웃게 하기도.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판타지속 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기도 한다.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마음 한편에 걸려있던,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되뇌어볼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앞선 워딩인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라는 말이 대충 다룬다.라는 의미에 가깝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내공은 당연히 현직 웹툰작가(??)인 원작가의 전직(?) 의사 시절이 경험에서 온 것일 테니까. 남이 무언가를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 사람이 맡은 일을 매우 잘했다는 뜻이라 했다. 원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을 것이다.
사진출처:넷플릭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그저 웃는 얼굴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판타지라는 말에 숨은 뜻은 현실에는 이런 일이 없는 것에 수렴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한 번씩은 꼬집어보는 모든 문제들은 고질적으로 의료계에서 한 번씩은 목소리가 높게 나왔던 문제들이기도 하고, 여전히 팽배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중증외상센터가 자금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니까.
백강혁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사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에게는 백강혁 같은 존재가 더 필요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백강혁이 아닌 그가 존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면서
개인적으로는 한유림(윤경호)의 캐스팅이 매우 반갑고 감사했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입체적인 데다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해 줘서 좋았다. 예전에 도깨비에서 나라를 구한 덕으로(?) 집도 차도 직장도 얻을 수 있었다는 설정이 기억나서 그런 걸까, 그 드라마 뒤로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냥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백강혁의 원맨쇼가 될 뻔했던 드라마에 적당한 추 역할을 해 준 배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이 글의 TMI]
1. 이번 주 너무 바쁘다.
2. 부모님이 반찬 보내주셔서 포동포동 해지는 중.
3. 빨래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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