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07-12 08:59:06
‘리틀 오대수’, 사이버 렉카로 생존하라
영화 〈좋.댓.구〉 리뷰
배우 오태경이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의 아역을 맡은 것은 행운이었을까? 적어도 〈좋.댓.구〉를 찍을 때쯤의 오태경에게는 행운이 아닌 듯하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아역배우’라는 편견을 넘기 어려워 연기 기회가 줄어들고 점점 잊혀가는 배우 오태경.* 변화를 모색하고자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채널에는 파리만 날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조롱한다. 갈 데까지 간 태경은 큰맘을 먹는다. ‘어린 오대수’를 벗어날 수 없다면 돈이라도 벌어보자는 것.
〈올드보이〉 오대수 분장으로 구독자 앞에 등장한 그가 새로 내세운 콘셉트는 구독자 소원 수리다. 구독자가 어떤 부탁을 하던 오대수 분장을 하고 출동해 소원을 들어주는 식이다. 별 반응이 없던 이전 유튜브와 달리 새 채널에는 구독자가 스멀스멀 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액을 후원한 구독자가 소원 하나를 의뢰한다. 광화문 광장에 아무 말 없이 피켓만 들고 있는 남자의 사연을 알아봐달라는 것.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의외로 만만치가 않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적힌 피켓을 든 남자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피켓만 들고 있다가 사라져버린다. 태경이 아무리 그 앞에서 말을 걸고 도발해도 꿈쩍도 않는다. 이에 ‘피켓남’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하고, 어느새 태경의 유튜브 채널과 피켓남은 전 사회적 화젯거리가 되기에 이른다.
〈좋.댓.구〉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이 곧바로 돈과 영향력으로 전환되는 시대의 모습을 그린다. 스크린라이프 형식을 차용한 영화는 내내 인터넷 방송 화면으로 이어지는데, 유튜브 이용자의 댓글과 ID를 비롯해 온라인 방송 제반 등을 현실감 있게 재현해 몰입감을 높인다. 구독자 수를 합치면 4,000만에 이른다는 실제 인플루언서들과 깜짝 놀랄 만한 카메오도 많이 나와 재미를 더한다. 진실‧사실보다는 관심‧호응이 더 중요한 우리 시대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영화를 따라가는 재미는 상당하다. 관객과 수싸움을 하려 드는 반전이 아니라 영화의 플롯과 메시지를 살리는 반전이 연이어 이어진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이버 렉카’의 난립에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겠다는 회의가 들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믿음의 불가능은 회의를 불러오지 않는다. 어차피 처음부터 사람들이 원했던 건 진실이 아닌 관심거리였을 뿐이고,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유튜버는 자신이 그 관심의 통로가 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리틀 오대수’가 사이버 렉카들 틈에서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그들의 선동에 들썩이며 부화뇌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렉카들은 동시대인들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상민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오태경 배우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고 밝혔고, 오태경 배우 역시 이 영화의 70~80% 정도가 자신이 이야기 같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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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신작
넷플릭스 2022년 4월신작
야차
비밀공작팀과 팀의 악명 높은 리더를 감찰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도시로 날아간 검사
정직하게 살아온 그가 스파이들 사이의 치명적인 전쟁속으로 뛰어드는데...
감독: 나현
출연: 설경구, 박해수, 양동근, 이엘, 송재림, 이케우치, 히로유키, 박진영, 이수경, 진경 등
장르: 액션, 스파이, 영화
공개: 4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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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사랑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고,
인생은 좋을 때도 슬플 때도 있는 법
바쁘게 돌아가는 섬 제주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크리에이터: 노희경, 김규태
출연: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김혜자, 고두심, 박지환, 최영준, 배현성, 노윤서, 기소유 등
장르: 드라마
공개: 4월9일 새로운 애피소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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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일
사고로 반은 인간, 반은 영혼이 된 남자
저승사자가 운영하는 지하세계 회사에 채용되고,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러 나서는데...
크리에이터: 김태윤, 성치욱, 박란, 박자경, 김유진
출연: 김희선, 로운, 이수혁, 김해숙, 윤지온 등
장르: 웹툰 원작, 판타지, 드라마
공개: 4월2일 새로운 애피소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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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마더스 클럽
초등학생 학부모 커뮤니티의 다섯 엄마들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 질투심과 비밀들이 얽히고 설키는데
때로는 적을 가까이하기도, 서로 더 가까워지기도 하며
각자의 삶을 헤쳐 나가는데...
크리에이터: 라하나, 신이원
출연: 이요원, 추자현, 김규리, 장혜진, 주민경, 최덕문, 윤경호, 최재림, 임수형, 최광록 등
장르: 드라마
공개: 4월 7일 새로운 에피소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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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어른이 된 후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세 남매
한없이 평범한 삶 속에서 특별한 성취와 자유를 찾아 나서는데...
크리에이터: 김석윤, 박해영
출연: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 천호진, 이기우, 박수영, 정수영, 전해잔, 이경성, 김로사 등
장르: 드라마
공개: 4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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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렙은 회의중
개그우먼으로 구성된 걸그룹 셀럽파이브가
코미디 스페셜 회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개그와 콩트가 난무하는 무대 밖 모큐멘터리가 시작되는데...
감독: 김주형, 고민석
출연: 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장르: 코미디, 예능
공개: 4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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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괴물’
13살 때부터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 ‘창녀’ 생활을 했지만, 정작 사실을 알게 된 동생들로부터 쫓겨난 에일린에게는 꿈이 있다. 우연한 계기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마를린 먼로처럼,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알아봐주고 사랑해주는 남자가 나타나줄 것이라는 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없었다. 에일린에게 쾌락을 구매하는 남자들은 그녀가 꿈꾸던 남자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비 오는 날 밤, 에일린 자기의 꿈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절망적으로 깨닫고 자살을 시도하기로 한다.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맥주 한잔을 마시기 위해 한 클럽에 들어간다. 영화 〈몬스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에일린이 들어간 곳은 퀴어들이 모이는 클럽이었다. 그곳에서 셀비라는 이름의 여자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에일린이 질색하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흥분하자 셀비 역시 ‘그런 의도’로 말을 건 게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셀비는 에일린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 호감이 에일린의 모든 것을 바꾼다. 에일린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주고 다가와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의 매력은 늘 이성애 남성들의 돈과 치환 가능한 것으로만 여겨졌고, 빠른 시간 동안 소비된 후 버려졌기 때문이다. 셀비가 자신에게 수작을 건다며 잔뜩 흥분해 화를 내던 에일린의 마음이 바뀌는 이유다.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이 갈급했던 에일린에게 성적 지향의 문제는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모두로부터 버려진 사람에게 관습적 섹슈얼리티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제 에일린에게는 셀비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만이 중요하다.
행복. 참 골치 아픈 말이다. 무엇이 행복일까? 에일린에겐 돈으로 셀비를 호강시켜주는 게 ‘행복’이다. 에일린은 셀비의 관심과 호감, 즉 비물질적인 것으로부터 구원받았다. 하지만 그 구원을 지속하는 방법을 물질적인 것에서 찾는다. 최초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평생 ‘창녀’로만 일했던 에일린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쉬울 리가 없기에 돈을 매개한 ‘행복’을 위한 에일린의 계획은 시작부터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에일린을 믿고 가족을 떠난 셀비의 불안‧불만도 점차 고조된다. 결국 에일린은 급한 대로 다시 ‘손님’을 구하러 거리로 나선다.
안타깝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돈에서 찾고, 돈을 벌기 위해서 별의별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에일린이 ‘더 좋은’ 행복을 찾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것이 곧 파멸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진짜 비극은 세상이 에일린을 대해온 방식의 연장에서 생긴다. ‘손님’ 중 한 명이 폭력적으로 굴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 에일린이 그를 총으로 쏜 것이다. 이 살인에는 정당성이 있었다.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가 죽었을 테니까. 그러나 셀비와 돈을 매개로 ‘행복’하고 싶다는 에일린의 뒤틀린 욕망은 그녀로 하여금 또 다른 살인을 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직장을 갖기 어려운 그녀가 ‘손님’을 살해한 후 차와 돈을 처분하여 버는 돈의 유혹에 굴복한 것이다.
셀비가 이 사실, 즉 에일린이 살인으로 돈을 벌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찰의 수사망이 점차 좁혀오자 행복을 향한 에일린의 여정은 위기를 맞는다. “난 선택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어요.” 궁지에 몰린 에일린의 말이다. 누군가는 이 말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 있다. 모든 가난한 사람이 몸을 팔거나 살인을 하지는 않으니까. 최초에는 에일린의 ‘선택’이 있었을 것이란 소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한 번의 선택이 만들어낸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전부 그녀 탓이라 하는 건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겐 첫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삶은 늘 그녀를 극한으로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나락으로 떨어져본 사람은 안다. 그동안 자신을 지탱해온 도덕과 윤리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생존을 위해서는 ‘일반적’ 기준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당연한 선택지’가 되기 마련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사연의 주인공인 에일린은 12년간 사형수로 복역한 뒤 2002년에 사형당했다. 〈몬스터〉는 ‘괴물’이 탄생하는 과정, 사랑으로 인한 ‘괴물’의 갱생 가능성, 행복에 관한 편협한 전망이 잉태한 비극, ‘선택’을 박탈당한 이들이 마주한 잔혹한 현실의 문제를 훌륭하게 엮어낸 영화다. 에일린으로 분한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도 압권이다. 그녀가 죽기 전에는 진정한 구원과 위안을 얻었기를, 살인사건의 피해자에게 진정 어린 용서를 빌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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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배우’ 임현식의 포부, “언젠간 영화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더 영 맨 앤드 더 딥 씨’는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경쟁 장편 상영작이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임현식의 미니 2집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개막식 다음 날인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임현식 배우를 만났다. 그는 ‘배우’라는 호칭에 민망한 듯 웃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진지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음악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바다를 닮아 깊고 푸른 그의 이야기는 내내 신중했지만 막힘이 없었다.
‘더 영 맨 앤드 더 딥 씨’가 영화제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임현식 배우님 어머님도 티케팅이 실패하셨다고요. (웃음)
어제 개막식 참여해 레드카펫 밟았는데 낯설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개막식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제가 영화인의 길에 발을 내딛은 느낌이라 설레고 감사했습니다. 팬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어머니는 개막식만 보시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셨습니다. (웃음)
가수로서 영화제 참석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출품할 때 비경쟁 부문이라도 선정되기를 바랐는데 작품을 좋게 봐주셨는지 경쟁 부문까지 선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차분하고 무뚝뚝한 편인데 감독님께 전화로 소식 듣고 오랜만에 ‘하이’한 상태가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믿기지가 않았어요. 출품 후 영화제 시작까지 굉장히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청년과 바다’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기절할 정도로 고생해 찍은 뮤직비디오, 모든 순간이 고비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에서 영감을 받아 앨범, 영화 제목을 지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노인이 멋있다고 느꼈어요. (웃음)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게 너무 대단해 보였고, 혼자서 묵묵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꿈을 좇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저도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더 빛나는 저를 위해,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 고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더 고독해지려고도 했고요. 그래서 헤밍웨이의 작품을 오마주해서 ‘청년과 바다’ ‘청년과 심해’의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관객분들이 영화에서 집중해서 봐줬으면 하는 장면이나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뮤직비디오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CG도 많이 썼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한 장면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 않았고 모든 수중 촬영을 바다에서 했어요. 이런 도전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수중에서 촬영하다 보니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제가 너무 행복하게만 보이지 않나 싶기도 해요. 정말 그때 ‘내가 미쳐 있었나 보다’, ‘어떻게 했지’ 싶은 장면이 많을 정도로 고난도의 촬영을 했는데, 이 부분을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안 담겼는데, 영화에는 제가 정말 오래 숨을 참고 있는 장면이 나와요. 편집하면서 그 장면 볼 때 울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메이킹 필름의 형태로 공개하지 않고 영화로 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음악을 사랑하지만 저는 정말 다양한 예술을 사랑해요. 영화도 그중 하나고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거 좋아했고 작업할 때도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거든요. 언젠가 영화음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가 영화제까지 온 것도 하나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음악에도 도전하신다면 어떤 장르의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제가 엔니오 모리꼬네를 정말 좋아해요.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영화음악을 하셨잖아요. 그중에서도 사랑스러운 곡들,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강조되는 곡을 좋아해요. 이번 앨범에는 제 이야기가 많이 담겼지만 언젠가는 두 연인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님은 RESCUE 자격증이 있으실 정도로 다이빙을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장비 없이, 그것도 뮤직비디오 촬영을 바다에서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위험하니까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어요. 사전 답사 때 포인트들을 다녀봤지만 매일이 다르니까요. 몸이 뜨지 않기 위해 몸에 무게도 다양하게 달았고, 의상과 헤어도 쉽지 않았고, 표정도 그랬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몇 시간 동안 계속 눈을 뜨니까 안 보이는 느낌이 들던 때였어요. 눈도 못 뜨겠고, 떠도 안 보이더라고요. 눈이 잘못됐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마지막 신이 물속에 가라앉는 신이었는데 몇 번 촬영하는 동안 코에도 물이 들어와서 뇌까지 바닷물이 차는 느낌이었어요. 앞은 안 보이고, 숨은 못 쉬겠고, 코로는 물에 들어가는 이러다가는 기절하겠구나 싶더라고요. 기절하면 누가 구해주겠지 하며 마지막 촬영을 했어요. (웃음)
영화를 보면, 날씨가 늘 변덕입니다. 예상보다 더 예쁜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았을 것 같아요. 배우님이 ‘재난영화급 날씨’라고 말한 날도 있었잖아요.
사전답사에서 장소 헌팅을 하다가 너무 말도 안 되는 파도를 만났어요. 살면서 본 파도 중에 가장 무서운 파도였고요. 그래서 가려던 포인트는 결국 못 가고 장소를 변경해서 갔는데 그 바다에서 정말 큰 만타를 만났어요. 그때 만타를 처음 봤어요. 촬영 전에 행운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안 좋을 때마다 감독님과 우리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더 좋은 결과가 있으려고 이러나 보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바로 받아들이고 촬영에 임했죠. 오히려 덕분에 더 고독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팔라우가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너무 화창하고 밝게만 나오면 덜 고독해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비투비 멤버,
제 음악으로 삶이 바뀌었다는 팬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
영화 속 비투비 멤버 인터뷰를 보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인 만큼, 임현식 배우님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해온 사람인지 잘 알고 있고 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멤버들을 초대해서 영화를 함께 볼 계획이에요. 영화관을 대관해서 멤버, 지인, 가족, 팬들을 초대하려고요. 저도 편집 과정에서 멤버 인터뷰를 봤는데 우리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잘 지내와서 멤버들이 나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구나 싶어 너무 감사했어요. 멤버들이 영화를 보고 더 놀라지 않을까 싶어요. 뮤직비디오만 보고도 ‘미친 놈’ 소리를 듣긴 했는데 영화를 보면 ‘내가 알던 현식이보다 더 미친 놈이구나’ 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고독한 바다(La Mar)’ 뮤직비디오 공개 후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만든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서 힘을 얻는 팬들의 반응이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제일 기분 좋은 말이에요.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음악을 듣고 힘을 얻었다는 반응을 들으면 큰 힘이 돼요. 팬분들이 저로 인해서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시는데, 너무 놀라워요.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음악에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티스트이자 배우 임현식이 앞으로 걸어갈 길도 궁금합니다.
제 MBTI가 P이긴 한데요, (웃음) 장기적인 계획이 정말 많아요. 영화음악 작업도 해보고 싶고, 제가 팀으로서는 많은 곡을 발표했는데 솔로로서 임현식의 음악은 아직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앨범도 내고 싶고요. 솔로에 대한 갈증이 커요. 당장 가까운 미래로는 정규 앨범을 내고 싶어요. 음악공부도 계속 하고 싶고요. 악기 레슨도 받고 있어요.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영화음악까지 하게 된다면 좋겠네요. 계속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더 많은 분이 영화 볼 수 있도록 계획 중
언젠가는 영화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7일에 ‘원 썸머 나잇’ 공연도 예정되어 있는데요.
바다 주제 영화이다 보니 바다 관련 곡을 준비했어요. 기분이 좀 다를 거 같아요. 제가 출연한 영화가 출품된 영화제의 음악 무대에 선다는 게 상상만으로도 참 좋아요. 제가 제 입으로 배우라고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웃음) 가수이자 배우인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저로서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저는 고독해지려 했는데 결국 제가 빛나는 건 제 옆에서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더라고요. 이번 앨범 작업에서 더 많이 느꼈어요.
영화제에서 관람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기회가 더 있을지 궁금합니다.
확정되진 않아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많은 분이 봤으면 좋겠어서 준비를 하고 있고요. 영화관 대관 상영이나 OTT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팬분들뿐 아니라 다이버분들, 영화인들, 바다를 사랑하는 분들,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처럼 수중 촬영에 관심 있는 분들도 영화를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추후 영화를 만날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린단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정말 죽을 각오로 촬영한 뮤직비디오고 영화이니까, 저의 진정성을 잘 봐주시고, 보시고 괜찮다 싶으시면 제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를 통해서 저는 더 빛나는 사람이 됐는데, 고독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할 저의 모습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늘 성장을 갈망한다는 임현식 배우는 노인이 되어서도 어떤 형태로든 예술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돌에서 솔로 아티스트, 배우로 자기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그가 만들어갈 예술의 행로의 빛깔은 다채로울 것이다. 언젠가 그가 영화음악 감독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다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계와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임현식이 만들어갈 길이 주목된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박해민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문숙,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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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스크린 너머의 자유
� 스크린 너머의 자유, 서울에서 만나다
– 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소개
‘자유·정의·인권’이라는 가치를 담아, 영화로 세상과 대화하는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가 2025년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개최됩니다. 일반 시민과 더 가까이, 더 깊이 소통하는 국제 영화제! 함께 알아볼까요?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Seoul Larkspu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SLIFF)는 ‘자유, 정의,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국내외 다양한 영화들을 상영하고 토론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공유하는 국제 인권 영화제입니다.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 문제를 직시하고 변화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영화제 이름 ‘락스퍼(Larkspur)’의 의미
‘락스퍼’는 자유와 정의, 긍정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꽃 이름입니다. 이 꽃의 의미를 영화제에 투영해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불의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 서울락스퍼가 특별한 이유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상업성과 흥행 중심의 영화제들과 달리,
영화를 통해 '가치'를 이야기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공익 중심의 영화제입니다.� “스크린에 비친 작은 진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의 철학� 작년 영화제, 하이라이트만 골라보기!
– 2024년 제4회 영화제 돌아보기
개막작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마리우폴에서의 20일.
제96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20여 개국 외교 사절단이 참석한 개막식은 서울락스퍼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 영화제의 주요 특징
1. 인권과 사회 정의를 중심 주제로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특정 국가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세계 곳곳의 인권 문제와 사회적 갈등을 다룬 영화들을 초청합니다. 특히 북한 인권, 전쟁과 평화, 난민, 젠더, 표현의 자유 등 한국 사회에서도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는 작품들이 다수 소개됩니다.
2. 개방성과 시민 참여 중시
전문 관객뿐 아니라 일반 시민, 학생, 외국인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영화제 문턱을 낮췄습니다.
단편영화 공모전, 관객과의 대화(GV), 포럼, 워크숍 등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합니다.
3. 국제적 네트워크 확대
매년 해외 대사관, 국제기구 관계자, 해외 감독 및 작가 등이 참가해 국제적인 소통과 연대를 이룹니다.
수상작은 해외 영화제에서도 상영될 기회를 얻으며 국제적 확장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 뭐가 열릴까? 2025 락스퍼 영화제 핵심 프로그램 총정리!
– 올해의 주요 행사 한눈에 보기
� 단편영화 공모전
주제: 자유·정의·인권(북한인권)
장르 제한 없이 30분 이내
접수: 4월 1일~30일 / 이메일 제출
� 7개 부문 시상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등
정부기관장상, 기업상 등 외부 수상도 포함
� 해외 상영 기회 제공
수상작은 해외 영화제 진출 기회까지!
�️ 자유를 말하고, 인권을 비추는 영화제
스크린 위에 담긴 이야기들이 당신의 일상에도 울림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25년 5월,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함께하세요!-락스퍼 서포터즈 후기
‘자유, 정의, 인권’이라는 가치를 주제로 한 락스퍼 영화제는 사회와 관객이 함께 대화하고 연대하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반 시민과의 거리감을 좁히며 인권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락스퍼의 취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영화제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데 제 역량을 보태 콘텐츠 제작, 행사 운영,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영화와 사회, 관객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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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들만의 리그(1992)> 리뷰
평생 스포츠와 관계 없는 일상을 살았고, 올림픽 시즌엔 늘 소외감을 느꼈으며, 올해에도 어김없이 도쿄 올림픽 열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소시민이지만, 시즌이 시즌인 만큼 스포츠가 주요 골자인 영화를 감상했다. 바로 페니 마셜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1992) 》다. 미국 의회도서관 선정 영구 보존 영화로도 꼽혔다고 하는 만큼 영화 내에서 문화적, 사회적 텍스트를 구석구석 살피는 것도 영화를 감상할 때의 한 가지 재미일 것이다. 물론 ‘신예로만 꾸려진 스포츠 팀’과 ‘급작스럽게 몰락했으나 어쨌든 유능하긴 한 코치’의 조합에 질렸을 수도 있고, 세월이 흐른 만큼 영화의 세련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이런 지점은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데에 큰 장애물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그들만의 리그》가 다큐멘터리인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가볍게라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영화의 스토리적 배경인 AAGPBL의 창립 과정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단 것이 아니라, 여성 프로 야구 경기가 미국을 휩쓸게 된 까닭엔 세계대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단 이야기다. 세계 2차 대전. 아마 의무교육기간에 모두가 들었을 서구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시점이 이 때였다. 특히 “미국 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을 국방 산업과 경제 전역으로 호출(서재철, 2016)”하였다. 그러나 국가가 장려한다 한들 ‘Rosie the Riveter’는 분명 통념에 위배되는 일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여성 스포츠, 흙 위를 달리고 굴러야 하는 야구 경기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겐 어처구니가 없는 처사다만- 몹시도 여성적이지 못한 일로, 권장한다는 건 얼토당토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선수단에게 주어지는 여러 제약은 우리에게 영화적 장치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 선수들의 증언에서 비롯되었다. 예컨대 선수의 몸을 보호하기 어려워 보이는 스커트형 유니폼, 숙녀가 되기 위한 필수 교양 수업, 상당히 강력한 사적인 생활 제재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유감스럽게도 언론의 태도나 일부 유니폼 규정은 20세기로부터 특별히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일 때도 있으나, 최소한 아들을 데리고 원정을 다녀야만 하는 에블린(비티 슈람)같은 선수나, 외모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탁월한 능력을 보았음에도 스카우트되지 않는 일은 감소했으리라 믿는다-혹은 믿고 싶다-. 이중에서도 마라 후치(메간 카바나프)가 스카우트 되던 장면과, 여성 프로 야구를 홍보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요구되었던 여러 ‘노력’ 에 관해선 선수 개인의 항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는 걸 실감케 한다. 확실히, “여성과 스포츠는 결국 여성과 남성의 문제, 혹은 여성과 사회의 문제라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전통적, 관습적인 이유가 있다(김은영, 이혜란., 2004)”고밖에 말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특히 구조적인 요소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선수들에게 사실상의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위에서 짧게 이야기한 스커트형 유니폼을 입지 않을 때엔 더 이상 선발된 야구 선수일 수 없으며, 신문사 촬영팀의 인터뷰에 기꺼이 응하지 않는다면, 여성 프로 야구 리그는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가정이 그들을 몰아붙인다. 이밖에도, 더불어 선수들이 심각하게 자각하진 않았으나,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장면 역시 있다. 전미 여성 프로 야구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자작곡 가사엔 캐나다와 스웨덴을 비롯한 국가 이름이 등장하는데도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은 모집 대상조차 아니었던 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은 능력이 출중하다면 어떤 인재든 등용한다는 능력주의가 기실 미국 사회의 백인 남성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브레히트까지 인용할 생각은 없으나, 《그들만의 리그》는 영화 내에서 이들의 여정이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넌지시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어느 정도의 껄끄러움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가 지닌 사회문화적 가치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스토리에 진입하기 전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젠 《그들만의 리그》의 주인공 격인 도티&키트 자매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언뜻 보기에 둘은 야구 경기를 한다는 것 외에 크게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야구를 향한 태도 역시 크게 다르다. 언니인 도티 힌슨(지나 데이비스 & 트레이시 레이너)은 능력이 출중하나 야구에 뜻을 두지 않았으며, 동생인 키트 켈러(로리 페터 & 캐슬린 버틀러)는 도티에 비해 실력이 뛰어나진 않으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이 외, 자매의 연결고리를 부각시킬만한 외모가 닮았다던가, 공유하는 습관이 있다던가 하는 장면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도티와 키트의 관계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키트가 언니에 대해 열등감을 품고 있다는 점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 도입부에서부터 키트는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다. 도티와 함께 있을 때 스포츠 실력에 대한 비교를 당하는 것은 물론, 외모에 대한 비교까지 당하는 경우가 잦다고. 그러던 와중 게임에 임하던 순간, 팀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언니에게 키트는 불만을 품는다. 길게 이끌 수 있었으나, 제법 짧게 묘사된 이 갈등은 결국 키트가 트레이드 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편의상 도티와 키트를 주인공격의 인물이라 명명하긴 했으나, 영화가 이 둘의 서사에만 오롯이 집중했다고 보긴 어렵다. 우리는 키트가 트레이드 된 후 라신느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 부었는지 알 수 없고, 남편인 밥(빌 풀만)이 전쟁에서 돌아오자마자 야구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도티가 어떤 결심을 하고서 경기장으로 복귀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키트가 도티에게서 승리하는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그의 노력이 촘촘히 쌓여지는 순간을 삽입하여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순간,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시퀀스를 넣었어야 했는데, 페니 마셜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티가 감독인 지미 듀간(톰 행크스)의 말을 듣고 야구에 대해 숨겨진 자신의 열정을 깨닫고 돌아오는 모습을 삽입하지도 않았으며, 키트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크게 좌절하는 모습을 넣지도 않았다. 감독이 잡아주는 숏이란 그저, 도티가 놓친 공과 승리를 만끽하는 도티를 멀어지는 샷으로 넣어준 것이 전부다.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투수에게 높은 공을 치라고 했던 도티가 자신의 실수에 대해 크게 자책하는 모습 역시 없다.
그렇기에 나는 도티가 마지막 순간 공을 놓친 건, 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의 유명한 대사, “결과를 알고 있을 때 우리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처럼, 언니인 자신이 아니라 야구를 위해 온몸을 날리는 키트를 위해 기꺼이 손을 놓은 것은 아니겠는가, 하고. 전미 선수로 뽑혔을 때부터 가지 않겠다고 말했던 도티는 지미가 감독직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을 때에도 나서서 게임을 지휘했을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는 지미가 야구를 사랑했던 자신의 삶을 망친 5년에 대해 털어놓는 순간에도 감정적으로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미련없이 짐을 싸 고향으로 떠나고자 했으며, 진심으로 키트가 아닌 자신이 트레이드되길 원했다.
생각해보자. 처음부터 도티가 전미 야구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오로지 하나, 동생 키트가 떠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함이었으며, 그가 남편이 돌아왔을 때 자신이 경기 내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면서도 야구를 떠나면서까지 피하려 했던 것은 혹시 모를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나, 자신의 기량이 떨어졌다던가, 부상을 입었기에 나오는 내적 갈등 때문이 아니라, 키트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키트를 밀어내면서까지 피치팀에 남으려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일 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를 다시금 경기장으로 부른 건, 남들이 몇 번이고 말한 ‘숨겨진 야구에 대한 열정’때문이 아니라 ‘하나뿐인 자매 키트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야구를 향해 온 몸을 내던지는 동생에게서 야구를 떠나는 것 정도로 화답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돌아왔을 테니까. 그러하므로 도티와 키트는 모두 승리한 것이라 봐도 무방할 터다. 도티는 자매를 되찾았고, 키트는 야구를 되찾았으며, 둘 모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았으므로. 그러하니 이 자매가 닮은 부분은, '야구를 한다'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있어선 누구보다 고집이 세다는 점이며, 어려운 시대임에도 꺾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했다는 점에 있으리라.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끝으로, 영화 속 몇 남성 캐릭터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좀 섭섭한 일일 것이다. 예컨대 마라의 아버지, 마라의 남편이 되는 넬슨, 도티의 남편인 밥, 그리고 감독인 지미 듀간(톰 행크스)까지. 이 당시 여성들은 남성들의 트로피로 존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및 문화가 팽배했으나, 그것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것인지를 이들이 함께 증명하기 때문이다. 같은 여성마저 마라를 향해 ‘야간 선수로 세우라’고 이야기하지만, 마라의 아버지와 남편인 넬슨은 그에게 크나큰 자부심을 품고 있다. 지미의 말에 따르면 ‘흔치 않은', 몇 안되는 똑똑하고 괜찮은 남자 밥은 스포츠라는 전통적 여성상과 어긋난 일을 하는 아내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포용한다. 단순히 남성들이 없는 자리를 '계집애'들이 들러리로 채웠다 생각하였으나, 선수들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는 것을 발견한 지미는 자신의 리딩 방식도 바꾸려 노력(!)하는 것은 물론 도티에게 찬사를 보내며, 다른 팀의 감독직이 왔음에도 거절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보라, 건강한 관계 속에서 상대를 나와 동등한 인간이라 인정할 때 우리가 얼마나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달리 말하자면, 접점 없이 먼 자리에서 선수를 조롱하던 남성 관객은 성 차별주의자의 관점에 입각하여 선수를 오로지 구경거리로만 취급하였고, 여성 프로 야구 리그를 창단했다 한들 자본주의적 관점에 입각하여 여성 선수를 경제적 손실을 방어할 대체물정도로만 인식했던 월터 하비의 태도는 인본주의적 사상에서 크게 어긋났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이 영화 내의 모든 여성과 남성 캐릭터는 각각의 위치에서 우리에게 성별과 인종을 떠나,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90년대식 인간적 온정을 사랑한다.
★★★★
참고문헌
김은영, 이혜란. (2004). 여성스포츠의 성립배경과 페미니즘적 제 이론 고찰. 한국여성체육학회지, 18(2), 35-45.
서재철. 2016. 영화《그들만의 리그(1992)》에 대한 여성스포츠역사 및 사회적 성 역할 관점의 `교육적` 읽기. 한국여성체육학회지 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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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에야 제자리를 찾은 DCEU의 사모곡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 막내로 궂은일을 도맡은 히어로 '플래시/배리 앨런'(에즈라 밀러). 플래시가 아닌 배리로 살아갈 때 그의 삶은 고달프다.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 중인 아버지의 알리바이 증거를 찾아야 하기 때문. 하지만 배리는 '브루스 웨인/배트맨'(벤 애플랙)의 도움을 받고도 쉽사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시간 여행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불행한 가족사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멀티버스에 불시착한 배리는 '조드'(마이클 섀넌)의 침공 때문에 위기에 처한 지구를 마주하고 충격에 빠진다. 이에 배리는 멀티버스의 배리, 나이 들고 은퇴한 ‘배트맨’(마이클 키튼), 크립톤에서 온 '슈퍼걸'(사샤 카예)과 팀을 이뤄 시간과 공간이 붕괴될 위기에 처한 우주를 구하려 한다.
뻔한 재료로 색다른 맛을 내다
또 하나의 멀티버스, 시간여행 영화가 도착했다. 2013년 <맨 오브 스틸>로 시작을 알린 DCEU(DC Extenede Universe, DC 확장 유니버스)의 14번째이자 마지막 영화 <플래시>다. <플래시>는 DCEU를 마무리하고 제임스 건 주도로 리부트된 DCU(DC Universe, DC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중간 다리다.
근래 들어 멀티버스나 시간여행 영화는 슬슬 지겹다. 단순히 작품 수가 많기 때문은 아니다. 주제나 교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일생일대의 회한이 남는 순간을 되돌려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려 한다. 그 과정에서 멀티버스의 '나'를 만나고 깨달음을 얻는다. 후회하고 가슴 아픈 매 순간이 모여 비로소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고. 따라서 과거를 바꾸는 대신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픽사의 <버즈 라이트이어>, 심지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까지. 위의 운명론적인 주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플래시>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고 되돌려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흥미롭게도 <플래시>는 익숙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포장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연출은 플래시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수많은 카메오는 DCEU, 더 나아가서 DC라는 거대한 세계관의 매력을 스크린에 가득 채웠다. 덕분에 러닝타임 144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설령 개봉 전 평가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을지라도, 히어로 영화로서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
멀티버스로 써 내려간 사모곡
<플래시>는 가족 영화다. 배리의 활약상을 한바탕 보여준 후, 영화는 곧장 그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조명한다. 배리는 어릴 때 엄마를 잃었다. 아빠가 스파게티에 쓸 토마토 캔을 사러 나간 사이 엄마가 살해당했다. 이후 아빠는 아내를 죽인 혐의로 수감됐고, 배리는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범죄수사 연구소에 취업하기도 했고, 브루스 웨인의 도움을 받아 아빠의 알리바이가 담긴 CCTV 영상도 복원했다.
그러다 보니 배리의 시간 여행은 구슬픈 사모곡이다. 엄마를 살려내서 세 가족이 함께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은 회한으로 가득하다. 그가 마냥 철없는 멀티버스의 배리에게 화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간절한 일분일초라는 걸 알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 만난 엄마에게 안아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는 십수 년의 그리움이 담겨 있다.
특히 상상을 실현할 능력이 있지만, 그럴 수 없기에 더 가슴 아프다.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살려냈지만, 자기 때문에 엉망이 된 멀티버스를 마주한 배리. 그는 과거의 필연적인 지점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달라진 과거 때문에 스파게티처럼 엉켜버린 멀티버스를 정리할 방법은 없으니까. "모든 문제에 답이 있지는 않다"던 엄마의 말처럼. 그의 사모곡은 엄마가 죽어야만 하는 역설인 셈이다.
에즈라 밀러를 포기 못한 이유
하지만 배리는 이 역설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멀티버스에서 두 인물을 만난 후에야 가슴 아픈 현실을 인정한다. 우선 그는 능력을 얻기 직전인 18살 배리를 만난다. 두 배리는 함께 다니면서 여러 일을 겪는다. 배리는 플래시의 능력을 잃고, 멀티버스의 배리는 플래시로 각성한다. 히어로 경험은 있지만 능력은 없는 플래시와 능력은 있지만 지식은 전무한 플래시는 그렇게 일종의 버디 무비를 찍는다.
그 과정에서 배리는 한층 성숙해진다. 멀티버스 속 배리는 거울과도 같다. 거울 속 '나'는 거울 앞에 서 있는 나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결코 같지는 않다. 좌우가 바뀌어 있고, 거울 표면에 의해 형태가 왜곡될 수도 있다. 이처럼 거울에 비친 남 같은 내 모습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던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른 우주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나고 달라진 것처럼.
배리도 마찬가지다. 멀티버스에서 지구의 멸망을 지켜본 배리는 과거를 바꾸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깨닫는다. 반면에 멀티버스의 배리는 같은 상황에서도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고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배리는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지 못했고, 미련 때문에 과거를 놓아주지 못한 자기 모습을 반성한다.
에즈라 밀러의 1인 2역 덕분에 배리의 성장기는 더 설득력 있다. 상대적으로 진중한 배리와 마냥 까불거리는 멀티버스의 배리. 정신적 성장을 이룬 플래시와 아직 미숙한 멀티버스의 플래시. 이 차이를 표정과 눈빛으로 완벽하게 표현한다. 후반부에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루밍 범죄 혐의를 비롯해 폭행, 협박 등 여러 혐의를 받아 논란이 되었는데도 워너와 DC가 에즈라 밀러를 포기하지 못한 사정이 이해될 정도다.
플래시와 함께 성장한 DC
배리는 멀티버스에서 또 다른 인물을 만난다.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이다. 그는 배리의 아픔을 이해한다. 흡사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도 어린 시절 엄마를 잃었다. 죽은 엄마가 되돌아오기라도 할 것처럼 범죄자를 때려잡았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엄마를 살려내려는 배리의 용기와 결단력에 감탄하고, 그에게 인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배트맨은 배리에게 충고한다. 조드와의 전투 중 부상당해 죽어갈 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바꿀 수 없는 사건이 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고. 트라우마와 평생 싸웠던 배트맨이기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다. 이처럼 <플래시>는 키튼의 배트맨을 활용해 배리의 성장기를 색다르게 포장하는 데 성공한다.
흥미롭게도 배트맨의 조언은 DCEU, 더 나아가 DC 스스로의 다짐처럼 들리기도 한다. DC는 본래 히어로 영화의 명가였다. 1978년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과 1989년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히어로 영화의 첫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물론 그만큼 실패도 많았다.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는 배우 교체와 리부트를 거듭했다. DCEU도 <저스티스 리그>가 실패한 후 표류했다. 결국 반등하지 못하고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플래시>는 이 모든 성공과 실패, 숱하게 취소된 계획과 기획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수십 년 간 난잡했던 DC의 역사를 화려한 팬서비스로 승화한다. 실제로 니콜라스 케이지의 슈퍼맨처럼 취소됐던 시리즈나 흑역사로 기억되던 조지 클루니의 배트맨이 모습을 비춘다. 플래시의 기원을 보여주듯이 DCEU의 첫 작품으로 되돌아가서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이처럼 <플래시>는 DCEU는 물론 DC의 모든 유니버스를 아우르며 DCU의 시작을 준비한다.
훌륭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플래시>는 개봉 전 평가만큼 압도적인 영화로 보이지는 않는다. DC 작품 중에서는 <다크 나이트>에 버금간다거나, 시간 여행이나 멀티버스를 다룬 히어로 영화 중에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만큼 뛰어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유는 영화 후반부에 있다. 성급하게 결말로 나아가는 전개가 발목을 붙잡는다.
일단 배리의 서사에 일관성이 없다. 배리는 다크 플래시를 만났고, 조드 장군 때문에 지구가 멸망할 위기도 한 번 더 겪었으며, 멀티버스 배트맨의 조언도 들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배리는 어머니를 살리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등 한층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배리의 마지막 모습은 다르다. 그는 아버지를 구하려고 과거를 다시 한번 건드렸다. 과거는 과거로 둬야 한다는 규칙을 무시했다. 그 결과 또 다른 멀티버스가 생겼고, 배트맨도 바뀌어 버렸다. DCU가 이 결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영화 내적으로만 보면 캐릭터의 서사가 무너진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플래시>의 해피 엔딩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새드 엔딩과 대비를 이룬다.
메인 빌런인 다크 플래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다크 플래시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와 플래시의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은 지나치게 간략하다. 다크 플래시는 한순간의 실수로 퇴장한다. 이렇다 할 액션씬이나 설득, 대화 장면도 없다. 굳이 영화 초반부터 복선을 던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정체를 숨기면서 아껴둘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는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러닝타임이 결코 짧지 않은데도 영화 템포는 점점 빨라진다. 배트맨, 슈퍼걸, 두 플래시로 시점이 나뉘면서 짜임새가 느슨해진다. 멀티버스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와 예전 캐릭터를 모두 한 데 모으는 과정에서 그 무게를 끝내 이겨내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다른 몇몇 캐릭터도 다크 플래시와 마찬가지로 도구적으로 활용된다. 일례로 조드나 슈퍼걸은 배우의 연기력이나 캐릭터의 임팩트와는 별개로 기계적인 역할만 수행하고 퇴장한다. 그들은 필연적인 시점이 있으며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규칙을 보여주는 각본의 도구로 소모된다.
깔끔한 마무리와 기대되는 시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시>는 여전히 잘 만든 히어로 영화다. 특히 히어로 영화로서 본분을 다해낸다. 언제나 DCEU의 장점이었던 액션이 어색한 CG도 뚫고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플래시의 속도와 능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된다. <엑스맨> 시리즈가 퀵실버를 활용한 듯한 슬로모션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플래시의 빠른 속도를 활용한 액션을 중간에 삽입해 단조롭지 않도록 리듬을 살렸다.
배트맨도 인상적이다.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활강 장면에서 진가를 보여준다. 화려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육탄전도 늙은 영웅의 복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벤 애플랙의 배트맨도 DCEU에서 처음 등장한 배트포드를 타고 강렬한 추격전을 선보인다. 이에 더해 속도감과 파괴력이 돋보이는 슈퍼걸의 액션도 인상적이다. <맨 오브 스틸> 속 슈퍼맨을 다시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플래시>는 기대 이상의 방식으로 DCEU를 마무리했다. 복잡했던 DC의 역사를 모두 아우르면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토양을 마련했다.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사로잡을 수 있는 볼거리도 아낌없이 펼쳐냈다. 비록 결말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것> 시리즈를 연출한 안드레스 무시에티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공은 제임스 건에게 넘어갔다. 과연 그가 만들 DCU는 어떨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Acceptable 무난함
시작으로 되돌아가 가슴 벅차게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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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수요일이 사라졌다> 예고편
교통사고 이후, 요일마다 바뀌는 7명의 자아가 생긴 '나'.
조금 불편하지만 평온한 날들이었다. 수요일이 사라지기 전까지...
일주일 중 '나'의 날은 화요일.
여느 날처럼 하루를 마무리하고 일주일 후를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수요일 아침에 눈을 뜬 '나'는 화요일이었다. 수요일이 사라졌다.
화요일만 살아온 '나'에겐 조금은 낯선 수요일이었지만,
꿈만 같은 하루가 계속되길 바랐다.
그날 밤, 누군가가 나타나기 전까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진짜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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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 스틸 빌리브> 메인 예고편
가수를 꿈꾸는 대학생 '제레미'는 우연히 공연장에서 '멜리사'에게 첫눈에 반한다. 운명같은 사랑도 잠시, '멜리사'의 암이 발병하면서 그들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고, '제레미'는 그녀를 위해 기적을 노래하기로 하는데.. 전 세계를 울린 기적의 노래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