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7-11 20:48:06
패션쇼의 끝판왕
영화 크루엘라
예전에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아껴두고 아껴뒀던 영화를 보고 왔어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 크루엘라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익히 소문으로만 듣다가! 이번 주말에 각 잡고 보고 왔어요~
영화 크루엘라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코미디, 피카레스크
감독 : 크레이그 길레스피
각본 : 다나 폭스
출연진 : 엠마스톤, 엠마톤슨
개봉일 : 2021년 05월 26일
평점 : 9.22
스트리밍 : 디즈니 플러스
기획 의도
처음부터 난 알았어. 내가 특별하단 걸
그게 불편한 인간들도 있겠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출 수는 없잖아?
그러다 보니 결국, 학교를 계속 다닐 수가 없었지.
꿈을 이룰 것 같았던 순간도 잠시,
세상에 남작 부인이 '그런 사람'이었을 줄이야..
그래서 난 내가 누군지 보여주기로 했어
잘 가, 에스텔라
난 이제 크루엘라야!
여담
영화는 6~70년대 팝송들의 훌륭한 선곡과
센스와 펑크 시대의 특유의 패션 센스를 잘 살렸다는 평이 많다.
영화 크루엘라는 엠마 스톤과 엠마 톤슨의 연기가 압도적으로
엠마끼리 다 해먹는 영화라고들 말하곤 한다.
후기 및 결말
영화 크루엘라 결말을 살펴보자면!
패션업계의 정점을 찍은 남작부인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
크루엘라를 죽이려고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를 구출하는데 성공한 보리스.
보리스는 크루엘라의 출생의 비밀과 함께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크루엘라는 사실 남작부인의 딸이며,
그를 낳자마자 보리스에게 몰래 죽이라고 사주했지만
보리스는 차마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하녀에게 보내지며 살아남게 됩니다.
추후, 크루엘라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실도 인지하고,
자신의 친엄마가 남작부인인 줄 알게 되며 큰 충격에 빠지며,
남작부인도 어머니와 똑같이 죽습니다.
결론... 막장 of 막장...으로 끝.
영화 크루엘라는 약간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화려한 옷들이 나오면서 패션에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내용은 다소 아쉬웠지만?!
영화의 화려한 장면이 많아서
킬링타임으로 딱 좋은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한줄평 : 엠마(스톤, 톤슨)끼리 다한 영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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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삶을 예찬한 영화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소중해지는 시간
평범한 일상을 예찬한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우리의 삶은 지루하지 않다
줄거리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와 그의 누나 ‘사만다’는 싱글맘인 ‘올리비아’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인 ‘메이슨 시니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 가며 친구처럼 놀아 주곤 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게다가 엄마의 일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져 계속해서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을 보내며 점차 성장해가는데…….
줄거리
"아버지, 그 시절 당신이 미웠습니다" 중년의 잘 나가는 건축가 잭. 그는 늘 같은 꿈을 꾸며 눈을 뜬다. 19살 때 죽은 어린 동생에 대한 기억.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한 잭은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미국 텍사스, 오브라이언과 아내는 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언제나 자애로운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와 달리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 오브라이언은 아이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다. 맏아들인 잭은 권위적인 아버지와 자꾸 부딪히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엔 미움과 분노가 자리하게 되는데…
줄거리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는데…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 당신 인생엔 있습니까?
줄거리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 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그만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 천국의 영상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권유하는데...
줄거리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줄거리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줄거리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초라한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난지 오래고, 먼지투성이 카페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 뿐이다.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 앞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육중한 몸매의 ‘야스민’이 찾아온다.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한 낯선 동거. 그러나 곧 야스민의 작은 마법으로 그녀들의 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행복해지려는 노력, 꾸밈없는 미소.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는 소중한 시간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던 '바그다드 카페'도 두 사람의 마법으로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이 깃들게 되는데... 황량한 사막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기적! 당신의 삶을 위로할 가장 아름다운 뮤직바이블이 찾아옵니다! Calling You!
줄거리
4대에 걸쳐 로저네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 꽤나 성공한 영화제작자인 로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민을 가고, 중국전역으로 출장이 잦은 로저만을 돌보고 있던 아타오는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고 만다. 자기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 행을 자처한다.
그곳에서 여러 사연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이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타오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그녀를 돌보는 로저는 자신에게 타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점점 타오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로저는 사랑하는 타오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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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클라베 | 의심으로써 바로 세운 신비함과 믿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교황 사망 이후 추기경단 단장 '토마스 로렌스'(랄프 파인즈) 추기경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 '콘클라베'를 총괄한다. 로렌스는 무사히 선거를 관리한 뒤 다음 교황이 뽑히는 대로 교황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교황청에서 일하는 동안 오히려 신앙심이 약해진 것 같았기 때문.
하지만 콘클라베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혼란스러워진다. 후보 간의 정치 공세가 시작되면서 유력 후보인 '알도 벨리니'(스탠리 투치), '트랑블레'(존 리스고), '아데예미'(루시언 음사마티),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 '테데스코'(세르조 카스텔리토) 추기경과 관련된 추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이에 로렌스는 추문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집중한다. 그러는 사이 갑작스레 유력 교황 후보로 떠오른 그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의심 위에 지어진 교회
예수의 열두 사도 중 토마스는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사도는 아니다. 초대 교황 베드로, 배신자 유다, 복음서 저자인 요한 등에 비하면 성경 속 활약이 부족하기 때문. 12 사도에 포함되지 않는 사도 바오로보다도 알려진 행적이 부족할 정도다. 그나마 부각되는 이미지도 부정적이다. 예수의 손과 허리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보지 않는 한 그의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린 제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학적 관점에서 사도 토마스는 누구보다도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의심은 가장 강력하고 명확한 신앙고백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수의 신성을 의심한 것에 대한 회개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환희를 담아 예수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Dominus meus et Deus meus)”이라고 고백했다.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 그 자체임을 밝힌 토마스의 고백은 기독교의 근간인 삼위일체론의 근거가 된다.
즉, 토마스는 흔히 간과하는 신앙의 핵심 중 하나, 의심을 상징하는 사도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거나, 자신의 확신에 사로잡혀서 새로운 앎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신까지도 의심하는 사람의 믿음이 더 건강하다는 것. 실제로 토마스를 혼내는 대신 제자의 의혹을 풀어주고 확신으로 가득 채워준 예수의 모습에서도 맹신보다 의심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확인할 수 있다.
사도 토마스의 가르침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콘클라베>를 통해 스크린 위로도 펼쳐진다. 또 한 명의 토마스,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이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관장하면서 깨달은 의심의 중요성이 정치 스릴러의 형식으로 드러나기 때문. 특히 그의 깨달음이 개인적, 종교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 함의로도 확장되기에 <콘클라베>는 더욱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의심하는 '토마스'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의 의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전임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의심한다.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교황의 최측근인 그조차도 교황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 그는 교황의 사인이 무엇인지, 선종 전에 이상한 낌새는 없었는지를 캐묻는다. 더 나아가 교황이 마지막으로 접견한 사람과 처리한 업무는 무엇인지도 조사한다.
콘클라베 중에는 교황 후보로 거론된 추기경들을 의심한다. 특히 그들의 추문을 조사한다. 수녀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 자신의 추기경직 파면 소실을 감추고 추기경들을 매수했다는 소문. 교황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거나, 라틴어 미사 부활 및 성소수자 차별과 같이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로렌스는 새 교황이 결정되는 순간까지도 모든 추문의 진상을 확인하려 애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 유력 후보들의 추문이 하나 둘 사실로 밝혀지자 콘클라베 결과는 예측불가능해진다. 그 과정에서 로렌스는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 진심을 담은 그의 강론이 결정적이었다. 콘클라베 전 미사에서 그는 십자가에 매달릴 때까지 신을 의심한 예수처럼 의심하는 교황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의심 없는 확신이 통합의 적이고, 다양성이 곧 교회의 힘이라 믿었으니까.
그의 강론은 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진보 성향 추기경들의 지지를 받았고, 그를 차기 교황 후보로 만들었다. 하지만 로렌스는 기뻐하거나 욕심내지 않는다. 과거보다 신앙이 약해졌다고 느끼는 그는 자신이 과연 교황직에 적합한지 의심한다. 더 나아가 다른 추치경들의 추문을 조사한 것이 교황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관리자의 업무에 충실한 것인지도 자문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의심하는 그는 실로 '토마스'답다.
의심으로써 쌓아 올린 스릴러
삼중의 의심 덕분에 <콘클라베>는 정치 스릴러로서의 쾌감과 종교 영화로서의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다. 우선 로렌스가 모든 소문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탁월한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로렌스도, 관객도 진실을 모르는 입장이다 보니 마지막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
랄프 파인즈의 연기도 한 몫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 <007> 시리즈, <타이탄>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트모트, M, 하데스 등의 역할을 맡은 배우이지만, <콘클라베>는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다. 모든 이야기와 의도, 장르적 쾌감까지도 토마스 로렌스의 의심에서 비롯되는데, 랄프 파인즈는 냉정한 듯 흔들리는 눈빛으로 추기경이라는 지위 뒤에 숨은 인간적인 연약함을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한 소문에 관한 상반된 정보가 투표 전후로 제공되거나, 얼마 간의 텀을 두고서 소문의 진실을 확인하는 식의 완급조절도 인상적이다. 특정 캐릭터를 악역으로 단정하지 않으면서 정치극으로서의 스릴을 끌어올리기 때문. 관객이 캐릭터가 전혀 다른 추기경 중 호감 가는 인물을 응원하도록 유도한 뒤,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의 진실과 그의 최후를 지켜보고 확인하는 과정의 긴장감과 묘미가 상당하다.
이에 더해 일반적이지 않은 배경도 정치극의 스릴을 강화한다. 카메라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콘클라베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교황 사망 시 반지에 표식을 남기는 것, 하얀 연기와 검은 연기를 만드는 방법, 투표 순서 및 방법 등. 이러한 디테일은 콘클라베의 신비함을 벗기고 속살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적 쾌감을 충족시키며, 정쟁의 서스펜스도 증폭시킨다. 관음증적 욕망과 권력욕이라는 인간적 욕망이 만나 서로 공명하기 때문이다.
스릴러로 벗겨 낸 신성함
이 대목에서 삼중의 의심은 종교적 메시지도 전해준다. 교황 선거를 정치 스릴러로서 풀어낸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신성함도 한 꺼풀 벗겨낸다. 실제로 카메라는 전통에 스며든 현대적 흔적을 포착한다. 최신식 호텔을 연상시키는 교황청 숙소, 어벤져스 기지처럼 자동적으로 닫혀서 외부와의 소통을 막는 창문, 투표지뿐만 아니라 염소산칼륨을 함께 태워서 만드는 하얀 연기와 검은 연기가 대표적이다.
현대적 이미지는 교회와 현실의 갈등, 전통과 미래의 모순을 시각화한다. 콘클라베의 속살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톨릭 교회의 속살도 함께 드러내는 셈이다. 실제로 극 중 추기경들을 둘러싼 추문은 사실 낯설지 않다. 이미 수차레 지적받고 공론화된 가톨릭 교회의 오래된 문제들이기 때문. 일례로 신부들의 성 추문과 교회의 조직적 은폐 시도는 <스포트라이트>나 <신의 은총으로> 같은 영화가 여러 차례 다룬 바 있다.
추치경들의 부패도 심심찮게 비판받고 있다. 당장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0년에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을 시성성 장관에서 전격 경질한 바 있다. 베드로 성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교회 기금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문제제기가 경질 이유였다. 이에 더해 교회의 방향성 역시 뜨거운 감자다. 성소수자 및 이혼자, 타 종교인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서는 교회 내에서도 좀처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즉, <콘클라베>는 전통과 관습을 고수하는 교회가 현대 사회에 발맞추지 못한 세태를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영화다. 그렇기에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이 무너지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로마 시내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성당의 창문 한쪽이 파손되고, 추기경들은 부상당한다. 이 이미지는 교회와 세속을 가르는 강고한 경계의 붕괴와 현대 사회의 변화에 적응 못한 교회의 퇴락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하다.
문을 열어야 보이는 진리
흥미롭게도 <콘클라베>는 폭탄 테러가 발생한 순간의 연출을 통해 교회와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로렌스는 삼중의 의심 끝에 자기 이름을 투표지에 적는다. 그가 투표함의 문을 열고, 표를 넣으며 함의 문을 닫으려는 바로 그 순간, 시스티나 성당은 폭탄 테러로 인해 먼지로 뒤덮이고 콘클라베는 중단된다. 사건이 수습된 뒤 콘클라베는 파손된 시스티나 성당의 창문이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로 재개된다.
이때 핵심은 '문'이다. 문은 로렌스의 의심을 상징하는 오브제이기 때문. 로렌스에게 문은 '판도라의 피토스'나 다름없다. 피토스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한 판도라처럼 로렌스는 문 뒤에 숨은 진상을 찾을지, 아니면 문을 외면할지 고민을 거듭한다. 일례로 그는 행방불명된 보고서를 찾기 위해 봉인된 전임 교황의 방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한다. 추문에 휩싸인 추기경들을 조사하기 위해 그들의 숙소 문을 열어야 할 지도 고뇌한다.
하지만 의심 끝에 문을 열면 그는 고통스러울지언정 진실에 한 발짝씩 가까워진다. 즉, 문은 의심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진실과 진리가 보인다는 메시지의 상징이다. 테러 이후 성당 창문이 열린 채로 콘클라베가 재개된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그가 의심을 멈추고 투표함의 문을 닫으려는 순간, 콘클라베는 엉망이 된다. 마찬가지로 의심 없이 자신이 믿는 신과 교리에 대한 확신으로 무장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에 의해서.
의심으로 빚은 <콘클라베>의 진의
테러 이후 다른 종교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자고 주장하는 보수파 추기경들의 모습을 보면 언제나 그 누구든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보수파 추기경들처럼 특정 이념에 경도되거나, 특정 사상을 확신하는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갈등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커지는 중이기 때문. 이는 <콘클라베>의 메시지에 종교적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새로 뽑힌 교황도 의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교회 내에서 비주류 지역으로 여겨지는 분쟁 지역에서만 활동했고, 인터섹스이지만 스스로를 남성으로 규정하는 인물이다. 그의 활동과 정체성은 가톨릭 교회가 현대 사회과 교회 사이의 문제와 모순에 대해 관습과 전통에 의존하는 대신 새롭게 대응해야 함을 상징한다. 이는 그가 순결을 뜻하는 '인노첸시오'를 새 교황의 이름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콘클라베>의 모든 플롯을 뒷받침하는 로렌스의 서사도 새 교황의 선출로 완결된다. 이는 콘클라베 시작 미사에서 의심하는 교황이 필요하다던 로렌스의 강론에 맞는 응답이 신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자신에게 아직 신앙이 있는지, 다시 기도할 수 있을지 의심하던 그는 콘클라베로써 답을 찾은 셈이다. 그렇기에 콘클라베 기간 동안 닫혀 있던 창문이 열림과 동시에 영화가 끝나는 결말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끝없는 의심의 다른 이름, 진리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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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흥행하는데엔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
<범죄도시4>의 엄청난 흥행질주. 영화는 5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되었는데요.
다가오는 연휴와 겹쳐 흥행이 가속도를 붙어 천만관객을 넘길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5일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 흥행이며 손익분기점을 첫 주에 넘기게 되었습니다. <범죄도시4>는 개봉 초기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며 다가오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비롯해 5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일간의 어린이날 황금연휴에 극장가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젠데이아 X 조쉬 오코너 X 마이크 파이스트 주연의 <챌린저스>가 공개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으로 테니스 선수 세 명의 삼각관계를 그립니다. 2위는 <언성 히어로> 3위는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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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크리에이티브 2
클린턴은 기숙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살인 어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크리켓 골든 트로피를 얻었던 만큼 크리켓을 잘했다. 기숙사에서 키가 큰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고 비하하는데 클린턴은 자신의 화를 참으며 과거에 트로피를 손에 쥐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클린턴은 기숙사 학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아이이다. 식당에 빌린 돈이 많아 갚지를 못해 밥도 못 먹고 선생님도 클린턴을 소외시키고 만다.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전학생을 본다. 그 전학생도 말수가 적고 소외당하는 아이지만 클린턴은 그 애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기숙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은 클린턴에게 기회는 있을까?
제인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8살 어린이다. 하지만 그녀를 키우던 엄마가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되어 할머니 집에 맡겨지게 되자 싫은 감정을 내보인다. 할머니는 그런 제인에게 양파 파이를 만들어주고 레시피도 공개하지만 싫증이 난 제인은 집 뒤뜰에 있는 숲에 가게 되고 길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눈을 뜨자 자신 앞에 보이는 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고 거대한 몸집의 큰 거인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도망치려 하는데... 이 거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아의 소수 민족인 아제리 민족은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여성들과 아이들은 글자를 못 읽기에 학교에 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파샤의 딸인 귀네쉬는 글자를 읽고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귀네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파샤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들이 미래의 중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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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파사: 라이온 킹 | 새 시대의 사자왕 즉위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 '아피아'(아니카 노니 로즈)와 함께 초원을 누비던 아기 사자 '무파사'(애런 피에르).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 덕분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그는 돌연 밀려 온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그 이후 홀로 야생을 떠돌던 무파사는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켈빈 해리슨 주니어)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타카와 의형제가 되고, 타카의 어머니 '에쉐'(탠디 뉴턴)로부터 사냥법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 중이던 무파사와 에쉐는 모든 사자를 굴복시키려는 백사자의 무리의 왕 '키로스'(매즈 미켈슨)에게 기습당한다. 이에 무파사와 타카는 가족을 떠나 전설의 땅 '밀레레'로 향한다. 타카는 왕의 혈통을 지키고, 무파사는 왕이 될 형제를 지키기 위해서. 그러나 두 형제 모두 첫눈에 반한 암사자 '사라비'(티파니 분)와 환영을 보는 원숭이 '라피키'(카기소 데리가)가 등장하면서 두 형제 사이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의도는 좋았다
2019년 여름, 큰 기대 속에 개봉한 <라이온 킹> 실사영화는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는 CG였다. 동물을 현실 모습 그대로 묘사한 결과, 주인공들의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고 영화는 마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에 더빙만 입힌 듯 기괴했다. 스카의 주제곡인 'Be Prepared' 등을 편곡한 OST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원작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지 25년 만에 나온 실사영화인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에 실망은 더 컸다. 그간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화할 때 다양한 시도를 했다. <말레피센트>는 악역의 시점을 취했고, <알라딘>은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할 노래를 삽입해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그에 반해 <라이온킹> 실사 영화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기존 주제를 강조할 대사와 장면을 추가했을 뿐이었다.
애니메이션 탄생 30주년 기념작이자, 실사영화의 프리퀄 속편인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은 전편의 문제를 직시했다. 이에 배리 젠킨스 감독과 린 마누엘 미란다를 데려와 전편의 실망감을 놀라움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CG에 생동감을 더하고, 이전과는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재해석했다. 그러나 완성도가 의도를 따라가지 못한 나머지 <무파사>는 기대 이하의 실사화에 그쳤다.
CG는 OK, 음악은 글쎄
우선 <무파사>는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다. 이번에는 캐릭터의 표정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다. 무파사와 사라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거나 그런 그들을 보면서 타카가 배신감에 치를 떨 때, 사자의 얼굴에 쓰인 감정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 덕분에 클로즈업이 자주 사용돼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의형제였다가 적으로 갈라서게 된 무파사와 타카의 얄궂은 운명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
그에 반해 음악은 기대 이하다. 린 마누엘 미란다가 참여했는데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많지 않다. 이번 음악은 리드미컬하면서 통통 튀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엔칸토>나 <모아나>의 음악을 아프리카 풍으로 편곡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는 <라이온 킹>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에 잘 섞이지 않는다. 중간중간 한스 짐머의 스코어가 흘러나올 때마다 새 노래들이 잊히는 게 그 방증이다.
그 결과 <무파사>의 스코어나 넘버는 전반적으로 전편의 하위호환 같다. 무파사와 타카가 함께 놀 때 흘러나오는 'I Always Wanted A Brother'는 전편에서 심바와 날라가 자주를 따돌릴 때 부르는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을, 무파사와 사라비가 사랑에 빠지는 'Tell Me It's You'는 심바와 날라가 재회할 때 부르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의 아성을 넘지 못하는 식이다.
이에 더해 새 캐릭터를 소개하는 역할도 해내지 못한다. 키로스의 주제곡 격인 'Bye Bye'가 대표적이다. 키로스는 감히 맞서 싸울 사자가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잔인하며, 위압적인 빌런이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강압적인 분위기보다는 부드럽고 가벼운 사악함을 부각한다. 결국 키로스는 일관된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한다. 마치 실사영화 속 스카와 애니메이션 속 스카가 한 데 뒤섞인 모양새다.
새 시대의 '생명의 순환'
한편, 서사적으로는 원작을 답습한 전편과 확실히 선을 긋는다. 특히 <라이온 킹>의 이데올로기적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한다. <라이온 킹> 속 '생명의 순환'이라는 교훈은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자만이 다른 동물을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가 기존의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고, 무파사에서 심바로 왕위가 계승돼야 한다는 당위는 기득권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생명의 순환'이 사회적 소수자를 타자화하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메시지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이에나처럼 무파사와 심바의 지배 질서 밖에 속한 존재는 빈곤하고, 사악한 집단으로 묘사된다. 이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처럼 주류 질서 안에 있기보다는 주변화되기 쉬운 집단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사회적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악마화한다는 우려를 샀다.
<무파사>는 위 맹점을 보완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외부자'라는 모티브가 있다. 무파사를 타고난 왕이 아닌 떠돌이 사자로 설정하면서 '생명의 순환'을 재해석한다. 떠돌이 사자였던 그는 프라이드 랜드의 왕위를 그저 물려받지 않았다. 그는 전설 속 장소로 치부받던 밀레레를 찾아냈고, 밀레레에 살던 동물들을 단결시켜 키로스의 습격으로부터 모두를 구해낸 공헌을 인정받아 왕으로 거듭났다. 왕의 혈통인 타카를 제치고서.
이렇게 보면 '생명의 순환'은 더 이상 사자의 지배와 약육강식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무파사와 다른 동물들은 지배-피지배 관계가 아니라 서로 목숨을 걸고 연대한 동료에 가깝기 때문. 프라이드 랜드의 왕은 군림하되,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존재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이제 '생명의 순환'에는 주어진 운명과 질서에 순응하는 대신, 외부자와 약자가 연대하여 새로운 질서를 빚어낼 수 있다는 함의가 깃든다.
새 시대의 사자왕
이에 힘입어 <무파사>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관점에서 사자왕이라는 상징도 새롭게 그려낸다. 사실 <무파사>는 외부자 대 외부자, 소수자 대 소수자의 대립을 다룬 이야기다. 당장 무파사는 물론, 키로스 때문에 무리를 떠난 타카와 사라비, 남들과 달리 환영을 본다는 이유로 동족으로부터 추방당한 라피키는 모두 외부자다. 키로스의 백사자 무리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피부와 갈기가 하얀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버려졌다.
<무파사>는 같은 처지인 이들이 '생명의 순환'이라는 가르침을 이해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키로스는 그 순환을 철저히 배타적으로 이해한다. 백사자만이 빛 닿는 모든 땅을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관에 충실하다. 그에 반해 무파사는 '생명의 순환'을 포용적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처지의 사자는 물론, 원숭이와 기린을 비롯한 온갖 동물들과도 가족과 친구로서 지내며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다.
일신된 사자왕의 이미지는 배리 젠킨스가 <무파사>의 감독이 된 이유처럼도 보인다. 그의 전작인 <문라이트>나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를 놓고 보면 그는 <라이온 킹>에 어울리는 감독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흑인 서사로 가득하니까. 그런데도 배리 젠킨스가 <무파사>의 메가폰을 잡았다면, 상술한 메시지를 디즈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라이온 킹>에 녹여내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부메랑이 된 액자
다만 <무파사>가 재해석한 메시지는 관객석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의 구조가 잡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무파사>는 극 중 극, 액자식 구성을 취했다. 심바와 날라가 둘째 출산을 위해 자리를 비우자 라피티, 티몬, 품바는 첫째 키아라를 하룻밤 돌보면서 무파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 세대인 키아라를 소개하고, 프리퀄 다음에 키아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퀄을 암시하는 의도처럼 읽힌다.
그런데 영화가 키아라와 무파사를 자꾸 오버랩시키는 과정에서 액자식 구성은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노출한다. 물론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인 무파사와 다음 세대인 키아라를 겹쳐 보게 하면서 <라이온 킹>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새 시대에 맞게 리모델링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키아라가 무파사의 이야기를 회상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것. 새끼 사자답게 폭풍이나 천둥을 두려워한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그녀에게는 특별한 서사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더 이상 폭풍이 무섭지 않은 키아라의 포효가 왕으로 거듭난 무파사의 포효와 오버랩되는 결말은 되려 무파사의 즉위식 감흥만 까먹는다. 액자 외부와 내부 이야기가 같은 층위와 차원에서 호응되지 않아 파국에 이르고 만다.
시리즈의 무게에 짓눌리다
더 나아가 <무파사>는 프리퀄이라는 본질적인 속박도 벗어던지지 못했다. <무파사>는 전편과의 연관성을 영화 한 편에 전부 집어넣으려고 한다. 무파사와 라피티가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무파사와 사라비가 사자 무리를 어떻게 이뤘는지, 프라이드 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일일이 설명하려 든다.
그 결과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무파사와 키로스의 대립 구도는 희미해진다. 사라비가 다른 사자들을 설득해 키로스 무리와 맞서 싸우고, 무파사의 연설에 공감한 다른 동물들이 백사자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무파사와 키로스의 결투 중간에 끼어들어 흐름을 끊기 때문. 실제로 마지막 전투 시퀀스에서는 카메라가 캐릭터 하나하나를 쫓기 버거워하다가 끝내 앞뒤 장면이 연결되지 않는 난국을 목격할 수 있다.
그래도 관객이 가장 궁금할 연결고리, 타카가 스카로 타락하는 과정은 다행히도 놓치지 않았다. 전편이 암시한 무파사-타카-사라비의 삼각관계와 어릴 때부터 타카가 무파사에게서 느꼈던 열등감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덕분이다. 이에 더해 스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빚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도 흥미롭다. 타카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 진정한 왕은 기만할 줄도 알고 권력을 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대표적이다.
종합하면 <무파사: 라이온 킹>은 지난 실사영화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원작 애니메이션의 그림자 밑에서 허우적거리는 작품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외피를 실사로 바꾸기만 한 전편보다는 고민한 지점이 눈에 띄고, 무파사와 스카의 과거를 처음 보는 신선함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음악도, 이야기도, 볼거리도 원작 애니메이션의 위용에는 끝내 미치지 못했다.
Acceptable 무난함
여전히 원작 애니메이션 그림자 아래에서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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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2014)> 리뷰
다비드 뤔 감독의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2014)>는 할리우드에서 그려내는 신세대 뱀파이어 -인간 흡혈을 거부하거나, 인간 사회를 동경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는-와 달리 고딕풍 유럽 전설의 냄새를 잊지 않은 작품이다. '노스페라투(Nosferatu)'라는 별칭까지 활용하며 지극히 전통적인지라 현대에 이르러선 오히려 잊히고 만 뱀파이어의 전승을 구현한다. 마늘을 기피하거나, 강박적으로 숫자를 세고 관 속에서 잠들며, 햇볕을 피해야 한다던가, 누군가의 장소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그러면서도 감독은 뱀파이어에게 숙명적으로 따라오는 '떠도는 자'의 운명을 삭제하고 범접 불가능한 초월자의 모습 대신 병적인 모습을 의도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영화의 무게를 반감시켰다. 이에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는 가벼운 코미디로 즐기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 소재를 다룬 여타 다른 작품처럼 인간 존재/주체에 대한 인식론적 담론 위에서 이해해도 괜찮을 듯하다.
이미지 출처: IMDb이야기의 골자는 이렇다. 수백 년을 살아온 뱀파이어 폰 쾨즈뇜 백작(토비아스 모레티)은 자신의 부인인 엘사(자넷 하인)와의 삶에 염증을 느낀 지 오래다. 백작부인은 스스로의 모습을 잊은 지 오래인지라 끊임없이 쾨즈뇜 백작에게 자신의 외모를 묘사해달라고 요구하는데, 그 한 두 마디조차 이젠 지겹기 그지없다. 그런 그가 햇볕에 스스로를 내맡겨 자살하지 않은 까닭은 그저 오래전 환생을 약속한 연인 나딜라 때문인데,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에 지친 그는 프로이트 교수(칼 피셔)에게 심리 상담을 요청한다.
프로이트 교수에게 찾아오는 환자는 여럿이지만, 그의 집에 드나드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화가 빅토르(도미닉 올라이)다. 그는 프로이트가 상담하는 환자의 꿈을 들으며 화폭에 옮긴다. 그런데 늑대인간과 관계를 맺고 어두운 숲 속을 헤매는 인물의 모델은 동일한 인물이다. 바로 자신의 여자 친구 루시(코넬리아 이반칸). 빅토르는 눈을 감고도 루시를 완벽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지만, 정작 루시는 빅토르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못마땅해한다. 빅토르는 갈색 머리칼을 묶고 바지를 즐겨 입는 루시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자신이 소망하는 구불거리는 금발과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IMDb전통적으로 뱀파이어를 다룬 영화/문학은 이분법적 구도 위에서 성립한다. 선과 악, 질서와 혼란 등이 그 간결한 예시다. 뱀파이어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성을 상정하며 인간 존재가 꿈꿀 수 없는 극단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니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묘사하는 뱀파이어는 죽은 자의 귀환을 이끌며 혼란을 발생시키는 두려운 자로 인간과 대비되었고,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원작은 앤 라이스의 소설이지만, 이 글에선 영화에 한정하여 이야기하도록 한다- 에서 뱀파이어 루이와 레스타는 뱀파이어로의 삶을 선택하였음에도 끝없는 허무와 혼란에 방황하고, 클라우디아는 성장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고착화된 시간 속에서 참혹함을 느낀다. 이렇듯 뱀파이어 세계와 인간 세계의 뚜렷한 대비는 독자/시청자인 우리가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돌이키게 되는 계기가 되곤 하는데,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는 그 궤가 다소 다르다. 뱀파이어가 사는 세계와 인간이 사는 세계의 레이어는 분명히 겹쳐있고, 그들이 영위하는 사회의 경계선은 불분명하다. 이러한 배경이 성립될 수 있었던 까닭은 영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은 뱀파이어/인간 세계의 대비가 아니라, 등장하는 주요 인물 각자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욕망이란 사회를 꾸리는 종족이라면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무엇이지 않던가.
이러한 전략을 위해 뱀파이어는 인간을 압도하는 존재로 설정되지 않았다. 물론 이슬람 광신도에게 사망했다는 연인 나딜라의 이야기나 성에 사는 귀족으로 이미지화된 쾨즈뇜 백작의 모습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며, 한 마리의 야생늑대처럼 빠르고 강하며 흡혈을 망설이지 않는 백작부인의 모습은 뱀파이어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전설을 떠올리게끔 한다. 그러나 뱀파이어의 능력은 위계질서를 만들 만큼 강력하지 않다. 물리법칙을 어기는 종족임에도 백작은 심리적으로 지쳐 상담을 필요로 하거나, 과거에 잃은 사랑을 기다렸으며, 백작부인은 자신의 모습을 잊어 인간 화가 빅토르를 찾아간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뱀파이어는 결코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는 뱀파이어의 흡혈 장면에서 선악을 논하지 않고, 범법을 무신경하게 저지르는 뱀파이어의 고뇌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도 않는다. 영화 제목에 '뱀파이어'가 삽입되어 있고, 사건의 시작이 첫사랑을 잊지 못한 폰 쾨즈뇜 백작에게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대상화된 타자이다. 달리 말하자면, 감독이 주목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루시-혹은 루시의 욕망-다.
이미지 출처: IMDb위에서 말했듯 루시는 갈색 머리칼을 묶고, 바지를 입은 차림으로 등장하는데, 레스토랑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자신의 모습에 긍정하는 여성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겠다고 말했으면서도 은연중에 변화를 갈망하는 빅토르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한다. 이런 상황에서 루시와 폰 쾨즈뇜 백작이 만난다. 프로이트 교수의 집에 놓은 루시의 초상화를 발견한 백작은 그가 자신의 옛사랑 나딜라와 놀라우리만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챈다. 빅토르가 캔버스 위에 상상 속 루시를 구현했다면, 폰 쾨즈뇜 백작은 기억 속 나딜라를 루시를 통해 복원하고자 한다. 두 남자는 모두 루시 앞에서 사랑을 논하지만, 루시라는 인물이 지닌 본연의 욕망(존재하는 그대로 사랑받고자 하는 소망)은 거듭 소외된다.
백작부인의 욕망 역시 영화 내에서 소외당하는 듯 보이나, 이는 백작부인 개인으로서의 소외라기보단 뱀파이어 종족 자체의 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라 보아야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 백작부인은 '여성 뱀파이어'로서 영화 내에서 전통적인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그는 폰 쾨즈뇜 백작보다 더 야성적으로 묘사됨으로써 사회가 관습적으로 요구하는 남녀의 역할을 전복하는, 완전한 괴물로서 기능한다. 둘째, 그럼에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라고 백작에게 요구하고, 루시와는 달리 치장에 매달림으로써 언뜻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다움을 잃지 않은 존재로 나타난다. 즉 백작부인은 한 명의 독자적인 개인이라기보다는, 문화 속 '여성 뱀파이어' 그 자체의 현현이기에 어떤 수를 써도 자신을 볼 수 없는 종족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채워지지 않는 자아의 욕구(박일아)'를 끊임없이 소망한다. 백작부인은 그러하므로, 최은주(2010)의 표현과 같이 "결코 존재가 가능하지 않은 존재"임을 증명하는 개인이었고, 욕망을 이뤄내지 못한 육체는 끝내 소멸한다.
이미지 출처: IMDb반면 루시는 기나긴 여정 끝에 자신의 욕망을 성취한다. 굳이 '기나긴 여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루시가 뱀파이어가 되는 일이 적지 않게 고달팠기 때문이다. 그는 백작부인에게 물린 이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프로이트 교수의 침대에 놓인다. 그곳에서 흡혈 충동을 느끼고, 인간과는 다른 힘을 얻었다는 우연한 깨달음을 통해 자신이 뱀파이어로 변했음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루시는 자기 존재에 대해 조금도 섬뜩함을 느끼지 않는다. 낯섦에 방황하지 않고 루시는 오히려 자신의 힘을 긍정한다.
루시가 느낀, 기존의 정체된 자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루이가 한 선택과는 결이 다르다. 루이가 허무를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성 선택을 하였다면, 루시는 뱀파이어로서 더욱 삶을 풍성하게 살 수 있음을 깨닫고 '뱀파이어 되기'와 '뱀파이어로 살기'를 선택한 셈이므로. 특히 뱀파이어로 변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피를 수혈하면 돌이킬 수 있다는 옵션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루시의 '뱀파이어 되기'는 일종의 선택지에 불과할 뿐 운명론적 관점에서 벌어지는 유일하고도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루시가 뱀파이어로 변했던 첫 번째 순간은 어떠한 정보도 없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었으나 두 번째 순간, 루시는 쾨즈뇜 백작에게 선언한다. 뱀파이어로 살고 싶으며, 나딜라도 루실라도 아닌 루시로 살 것이라고.
이미지 출처: IMDb
많은 영화에서 뱀파이어로 변한 인간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윤리를 손쉽게 저버리고, 욕망을 발현하곤 한다. 그런데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는 다르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를 사회의 거부, 개인의 불순응, 종족의 본능 등의 사유로 '떠도는 존재'라기보다는 일부분 '정착이 가능한 존재'로 묘사했다는 점에서도 한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루시의 욕망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이진 않았을까?
강정구, 김종회 (2011)는 뱀파이어라고 하는, 현실에 부재하는 종족을 상상하고 창작물을 자아내는 일은 곧 "타자를 경유하여 인간 그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빌어 전달하고 싶었던 인간/인간사회의 단면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관람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루시가 힘을 얻었을 때, 공포로 가득한 세상을 열어젖히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든다고. "‘나’의 이야기와 분리될 수 없는 너(이혜정, 2020.)"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
참고문헌
강정구, 김종회 (2011). 뱀파이어라는 타자에 대한 상상. 비평문학(40), 7-30
박일아. (2013)."내면화를 통해 장르개념을 탈피한 새로운 유형의 뱀파이어 영화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 변화를 중심으로-" 현대영화연구 9.1 pp.32-56
윤은애 (2010). 라캉(Jacques Lacan)과 여성의 히스테리적 글쓰기. 우리문학연구, 29, 327-363.
이혜정 (2020). 내러티브 윤리학과 여성주의 주체 – 내러티브 윤리학은 여성주의 주체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 철학연구, 127-148.
최은주 (2010). 「성별화된 몸, 그 의미와 잉여의 두께-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영미문화 제10권 3호 한국영미문화학회 27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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