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07-04 07:37:24
[BIFAN 데일리]소수자 신체성에 토대한 유쾌한 반격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호랑이 소녀〉

호랑이 소녀(Tiger Stripes)
‘부천 초이스: 장편’ 섹션
아만다 넬 유 감독
Malaysia/2022/95min
장난기 많은 12살 소녀 자판. 때로는 유쾌한 성격 탓에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혼나기도 하지만, 그녀는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판의 생리가 시작된다. 동급생 친구 중 처음이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반전된다. 늘 자판과 함께 지내던 친구들은 생리혈 냄새에 대한 비난과 그 냄새를 따라다니는 귀신 이야기를 수군대며 자판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2차 성징이 빠르게 시작된 자판에 대한 또래의 질시와 생리를 ‘불결한 일’로 대해온 오랜 문화가 섞인 결과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리에 이어 알 수 없는 신체의 변화가 생겨 자판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영화는 왜 자판이 괴상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생리 이후 그 변화가 조금씩 진행되었다고 말할 뿐이다. 이 모호성은 전략적이다. 자판이 겪는 신체 변화의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은 그녀의 경험이 사회가 낙인찍은 여러 소수자의 신체성을 포괄할 가능성을 연다. 손가락질 받는 모든 소수자의 신체적 특징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자판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실은 이 변화가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이었다는 점은 소수자 신체가 품은 힘과 가능성을 고민케 하기도 한다.
장애인의 몸, 퀴어의 몸 등 사회에서 주변화된 몸은 ‘정상성’에서 벗어났다고 여겨져 차별과 낙인의 대상이 되었다. 여성의 생리에까지 부정적 편견이 깃들어 있다는 점은 우리가 소수자의 신체적 특징을 악마화하여 ‘정상 신체’의 내용과 범주를 확정해왔음을 보여준다. ‘정상’이 먼저 있어서 ‘비정상’이 규정된 것이 아니라,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몸을 통해서만 ‘정상’ 신체가 무엇인지 답할 수 있는 것이다. 〈호랑이 소녀〉는 소수자 신체성이 숨겨야만 하는 것일 때는 괴로움을 유발하지만, 이를 마음껏 펼쳐낼 환경이 있다면 기존 위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소녀의 성장기와 버무려 선보인다. 자판의 유쾌하고 당찬 여정은 신체의 문제로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는 모두에게 즐거운 위안으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됩니다. 오프라인 상영 시간표와 온라인 상영작 리스트는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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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추석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야 알찬 추석을 보낸 느낌인데요.
거기에 넷플릭스 가족 영화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기분 좋은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족 영화와 함께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
1. 원더 - 스티븐 크보스키
드라마 ㅣ113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지 않은 얼굴을 가진 어기. 헬멧 속에 숨은 채 매일을 살아간다.
그런 아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팠던 부모님은 어기를 학교에 보내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도리어 상처가 되는데.
이 작은 소년의 위대한 한 걸음은 어디를 향할까.
★ 관람 point
영화 <원더>는 베스트셀러 소설로 선정된 <아름다운 아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의 작가가 안면기형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설로 썼기에,
가슴이 더욱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세상의 편견에 맞선 영화로, 가족들과 함께 본다면 그 감동이 두 배가 될 거라고 보장합니다!
2. 아이 - 김현탁
드라마 ㅣ112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맡긴 싱글맘. 그 아이를 돌보며 돈을 버는 학생.
상처뿐인 세상에서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가 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 안정에 금이 가기 전까지는.
★ 관람 point
영화 <아이>는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싱글맘
그리고 사회,가족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영화 보는 내내 색감도 따뜻하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3. 마틸다 - 대니 드비토
코미디,가족,판타지 ㅣ9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심한 부모와 사악한 교장에 시달리던 어린 소녀가
새롭게 발견한 능력을 활용하여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시작한다.
★ 관람 point
앞에 두 영화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소개해드렸다면,
영화 <마틸다>는 좀 더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정말 이런 캐스팅을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틸다'역의 마라 윌슨은 찰떡 연기를 선보여주었습니다.
4. 펭귄 블룸 - 글렌딘 어빈
드라마 ㅣ 95분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다시는 걸을 수 없다. 가족도 힘이 되지 못한다. 사고로 장애가 생긴 여자.
그 삶에 상처 입은 까치 한 마리가 찾아든다.
작은 날개에 희망을 싣고. 실화에 기반한 영화.
★ 관람 point
제목이 펭귄 블룸이었기에, 저 역시 펭귄이 나오는 영화인줄 알았지만 펭귄이라는 이름을 가진
까치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영화 <펭귄 블룸>은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로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
5. 닥터 두리틀 - 스티븐 개건
코미디,가족,판타지 ㅣ101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상과 단절된 채 동물들과 지내던 닥터 두리틀.
어느 날,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건 자신뿐.
아직 세상에 나가긴 무섭지만, 바다 건너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든든한 동물 조수들과 함께.
★ 관람 point
디즈니가 제작에 참여하였고, 주인공이 우리의 영원한 아이언맨! 로다주이기에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요.
로다주와 마이클 쉰의 능청스러운 티키타카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가족들과 가볍게 웃으며 볼 영화를 고르신다면 <닥터 두리틀> 추천드립니다.
6. 블라인드 사이드 - 존 리 행콕
드라마 ㅣ 12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부유한 가정에서 살게 된 집 없는 흑인 소년이
보살핌을 받게 되면서 훌륭한 풋볼선수로 거듭난다.
★ 관람 point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 선수인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용어라고 하는데요.
산드라 블록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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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았던 두 남자의 총구.
1980년의 시대적 배경과 첩보물, 그리고 이정재 감독이 감독으로서의 첫 연출을 보인다고 하는데 영화관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방면에서 많이 다뤄졌지만, 독재 시대의 첩보물은 한국 영화에 있어서 그렇게 흔치 않은 소재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리의 역사가 겪어온 시대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화를 표현해낼지를 중점으로 박평호와 김정도가 겨누고 있는 총구의 방향에 집중하면서 보았다. 영화만큼이나 훌륭한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 서서 역할을 다해주니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묵직함에 매력을 더하고 영화가 선보이는 액션은 지루할 틈도 없이 생생하게 벌어짐으로써 몰입감을 더한다. 앞으로의 이정재 감독을 기대하게 만든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대에 외부로는 남북 대치의 상황, 내부로는 통제할 수 없는 시위로 인해 왠지 모를 불안감은 안기부에도 스며든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타인의 목숨은 아무렇지도 않은 이 상황은 조직 내부에도 언제든지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사냥’이 시작되면서 먼저 스파이를 찾아내기 위한 두 남자의 맹렬한 암투가 시작된다. 내부를 분열로 이끌며 이리저리 휩쓸고 다니는 스파이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안기부, 그 중심의 박평호와 김정도의 위치가 문득 궁금해진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두 남자는 ‘사냥’이 진행될수록 더 수상해진다. 서로를 ‘동림’으로 만듦과 동시에 그 수상함에 파고드는 두 사람은 서로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자신의 결백함을 공고히 하려 한다. 매서운 눈빛과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끈질긴 추적 앞에 나타나는 같은 목표는 무자비한 진실 앞의 신념을 내려놓게 했다. 이들의 목적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았던 사냥은 성공할 수 있을지 빼곡하게 수 놓인 이야기들을 곱씹어가며 긴장감을 더한다. 모두를 통제의 대상으로 놓은 만큼 의심의 꼬리는 한없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자리가 아니다 보니 누군가를 간첩으로 몰아 다수의 적이 되는 것이 국가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편리한 방법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의 시대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시민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그 모습들이 결국엔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허무하기도 했지만 당연한 결과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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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프랑스식 조소가 가득한 욕망의 가면무도회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 상영작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내며 ‘카페 벨에포크’,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배우이자 감독인 니콜라스 베도스의 신작 영화 위선의 종말을 올해 JIFF 나들이 첫 선택으로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식 위트 섞인 블랙 코미디를 상당히 좋아하기에 선택했는데, 역시나 세상을 비웃는 독특한 시선이 러닝타임 내내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파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가장 무도회를 뜻하는 원제 ‘MASQUERADE’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 구성과 전개는 언제 끝났을 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을 주었는데,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챙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빠른 국내 개봉일 확정을 바라며, 영화제를 통해 미리 만나본 작품의 후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말하는 걸 모두 믿지마”
시놉시스: 매력적인 댄서 아드리앵은 오토바이 사고로 경력이 엉망이 되고, 나태함으로 자신의 젊음을 낭비한다. 아드리앵의 삶은 음모와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한 사기를 벌이며 살아가는 마고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예고편│Trailer
원제: MASQUERADE, 영제: Mascarade│감독·각본: 니콜라스 베도스
출연진: 피에르 니네이, 이자벨 아자니, 프랑수아 클루제, 마린 백트, 로라 모란테, 엠마뉴엘 드보스 외 다수
장르: 범죄, 드라마, 코미디│상영 시간: 134분
국가: 프랑스│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왓챠피디아 3.3, IMDB 6.5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영작
“모두가 쓴 가면 뒤 타락한 진실은 알 수 없다”
‘달과 6펜스’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명언 중 “프랑스 리비에라는 부정한 사람들에게 밝은 곳”이라는 인상적인 문구로 문을 연 작품은 흥분한 시몽이 아드리앵과 마고를 방문한 뒤 들리는 한발의 총성으로 시작됩니다. 사고로 무용수를 그만두고 나이 든 여자들의 남자친구이자, 노리개로 삶을 살아가는 아드리앵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싱글맘 마고, 그의 파트너이자 유명 여배우 마르타, 이들의 먹잇감이 된 중년의 부동산 사업가 시몽, 모든 계획의 조력자 줄리아까지 부를 향해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법정 증언들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점으로 흐릅니다. 각자의 생각으로 구성된 장면들은 계획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며 원동력이 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
부에 심취한 자들과 쟁취하려는 자들로 분류된 작품 속에서 아드리앵과 마고는 삶의 동질감은 물론, 살기 위해 멀리했던 사랑에 빠져 공동된 목표를 쟁취할 계획을 수립합니다. 자신들이 제일 잘 아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마르타, 시몽을 조종할 수 있을거라는 조롱 섞인 자신감은 냉정하리만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적어도 결말까지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미래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반전의 엔딩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누구보다 양쪽 부류의 욕망을 잘 파악하고, 활용할 줄 아는 줄리아를 통해 강력한 한방을 남깁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계획된 연기였던 것인지 알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말입니다.
피에르 니네이, 이자벨 아자니, 프랑수아 클루제, 마린 백트, 로라 모란테 등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초호화 캐스팅은 이러한 욕망의 덫에 빠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진심을 감춘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일정 부분에서 2008년 ‘비스티 보이즈’도 떠오르기도 하지만 니콜라스 베도스의 필력이 담긴 프랑스식 풍자와 조소는 삭막함만이 흐르는 비극적인 현대 사회를 제대로 비웃습니다. 늘 이용당하고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낭만이라 일컫는 사랑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대한 씁쓸함이 짙게 내려앉은 프랑스 영화 위선의 종말이었습니다. 개봉이 언제될 지 모르겠지만, 이런 스토리를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드려보고 싶네요. :)
한 줄 평 : 사랑이라는 미끼의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의 덫에 걸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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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D.P. (D.P.,2021)
개봉일 : 2021.08.2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한준희
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이준영, 신승호, 조현철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2021년 8월 27일, 높은 기대치와 많은 관심 속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 역을 맡은 정해인, 구교환 배우의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가 각자에게 꼭 알맞은 옷을 입고 내뿜는 케미가 상당해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두 캐릭터의 파트너십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정해인, 구교환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두 배우가 흘리는 매력에 금세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난 이미 그전부터 허우적대고 있던지라 더 할 말이 없다...)
<D.P.>는 어려운 가정 사정을 뒤로한 채 입대한 후, 헌병대로 차출돼 특유의 눈썰미와 센스로 탈영한 군인을 쫓는 군인. 'D.P'가 된 안준호 이병과 그의 파트너 한호열 상병의 이야기다. '군인을 쫓는 군인'의 이야기라 하여 추격극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D.P.>는 단순한 추격, 액션극이 아니었다.
20살 초반, 갓 성인이 된 우리나라 남자들은 좋든 싫든, 어떻게든 국방의 의무란 것을 지게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방부의 시계에 맞춰 청춘의 일부를 헌납하게 되는데, 이 의무에 대해선 항상 논란이 많다. 말도 안 되게 적은 월급, 계급제 아래 잔혹하게 이어지는 가혹행위, 군사 비리, 인권문제, 병사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불합리한 판단 등등.. 군대란 것이 공개적이기보단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D.P.>는 이 문제들을 준호, 호열이 쫓는 탈영병들을 통해 비춰낸다. 그리고 준호와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들과 그를 조금씩 극복하는 모습,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보여주며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이라는 인물에게 인간성과 입체감을 부여하며 몰입력을 끌어낸다.
탈영병들은 말한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마.” “내가 뭘 잘못했어.”
20대 초반의 남자들에겐 국방의 의무가 주어진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대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엄연한 군법 위반이다. 탈영병에겐 탈영이라는 죄가 있다. 하지만 탈영병에게만 죄가 있는 걸까?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탈영병 잡아오면 뭐해. 안에서 이러는데 탈영을 안 하고 배겨?”
모두가 쉬쉬하는 가혹행위와 근절되지 않는 군사 비리, 병사들을 가족이라기보단 진급 수단의 하나로 보는 간부. 바뀌지 않는 현실들. 탈영병은 이 문제들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선, 연약하고 어린 청춘이다. 탈영병을 다시 군대로 끌어다 놓아도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입될 뿐이고, 탈영병에겐 상처 위에 ’탈영병‘이라는 딱지가 붙을 뿐, 아무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탈영의 결말은 탈영을 하게 만든 문제의 해결이 아닌, 탈영병이란 낙인과 영창뿐이다.
군인이라는 신분에 발 묶인 채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병이 된 이들. D.P가 된 준호와 파트너 호열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파헤쳐 가며 문제를 통감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성장한다. 반듯하고 거침없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기고 사는 인물 준호와 속옷 고무줄을 퉁-튕기며 극의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곧 색다른 얼굴로 돌변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호열.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두 인물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달린다. '도망간 군인을 잡는다.'
처음엔 '설렁설렁하다 만약 못잡으면? 또 나와서 잡으면 돼-'(해당 보직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된 탈영병 체포는 극이 진행될수록 죄책감, 책임감 같은 감정과 새로운 문제와 무게감이 더해지며 시즌 1의 마지막쯤엔 상당히 묵직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사고를 쳐도 결국 변하는 건 없는 시스템 속에서 끝까지 내몰린 청춘에 공감하며 눈물짓는 건 그들과 똑같이 아픈 청춘뿐이다.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아픈 이야기였다. 이렇게 내쫓긴 탈영병들의 청춘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매화 반복되는 오프닝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울음을 토해내는 갓난 아이가 나오고,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아이(준호)가 입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화면 너머에 앉아있는 우리를 바라보듯 뒤를 돌아 어딘가로 시선을 던진다.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당신은 탈영병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청춘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하거나 그들을 괴롭힌 방관자 또는 가해자인가. 준호의 시선은 <D.P.>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군인입니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맞으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준호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어머니와 동생을 사랑하고 동정하지만 이 가족을 떠나고 싶었기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준호는 가족들을 두고 홀로 연병장으로 향한다.
2014년 선진 병영이 도입되기 전, 지금보다 폭행과 가혹행위가 더욱 심했던 시절. 준호는 군인이 된다. 민간인이 아닌 군인. 민간인에게 'Touch My Body'가 즐거운 노래 가사라면 내무반에서 'Touch My Body'는 말 그대로 폭행 또는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의미한다.
준호가 머무는 내무반의 고참 황장수와 류이강은 가까운 기수 몇 명을 제외한 후임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선임이다. 준호의 가장 가까운 선임 조석봉 일병은 황장수, 류이강과 다르게 후임인 준호를 챙기며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혹행위와 성폭력은 봉디(석봉+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착한 청년마저 미치게 만든다.
모두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가혹행위들. 석봉과 탈영병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점점 망가지고 끝내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 도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잡히면 안 되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옥 같은 군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대부분의 탈영병들은 집이 아닌 길거리 어딘가를 헤매다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을 지옥 같은 그곳으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앉아있으면서도 “여기가 편하다”고, “갈 곳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탈영병의 한마디에 그간 그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이 묻어난다. 준호와 호열은 탈영병들을 잡으며 그들의 아픔에 함께 젖어든다. 하지만 준호와 호열은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 탈영병을 다시 부대로 인도하는 순간, 이들의 영향력은 끝이 나고 윗선에서는 진급에 영향이 간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최대한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기심과 잔혹함은 석봉이 탈영한 후 더욱 여과 없이 드러난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던 전우를 가차 없이 쏘라 명령하는 부대장 앞에서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는 서로에 대한 경쟁심을 내려놓고 석봉을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좁고 폐쇄적인 군대라는 사회에서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나에게 선을 넘는 행동과 가혹행위를 반복한다면, 계급제라 반항 한 번 할 수 없다면, 윗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숨을 끊는 것 또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 뭐라도 바꾸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탈영을 결심한 탈영병 신우석, 허기영, 허치도, 조석봉.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과 죽음은 과연 무엇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가혹 행위로 탈영을 했던 허기영 일병의 어머니가 답답해하며 묻는다.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피해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가해자도 분명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를 봐왔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썩은 부분들. 총을 든 석봉 앞에서 “우리가 바꾸면 되지”라고 말하던 호열의 대사가 무색할 만큼 이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석봉은 수통마저도 6.25 때 쓰던 것인데 어떻게 바뀌냐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착한 선생님이었던 석봉, 친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던 석봉,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던 석봉, 준호에겐 가장 의지가 되던 선임이었던 석봉이란 청년은 이제 없다. 그는 '선임을 납치한 뒤 자살 시도한 탈영병'으로 뉴스에 오르내릴 뿐이다. 사람 때리는 걸 못해서 유망주로 주목받던 유도마저 관뒀다는 선한 마음씨의 석봉이 칼을 휘두르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모습과 자살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칼과 총을 든 탈영병이기 이전에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어린 청년이었을 뿐인데.
석봉의 자살시도와 함께 6화가 끝난 후 나오는 부가 영상은 이 먹먹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석봉의 친구가 석봉처럼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선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에서 선임들과 변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 원망이 가득 느껴진다. 결국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되고 자살한 탈영병이 되는 건 피해자들뿐이다. 가해자들은 무사 전역을 하거나 심해야 영창과 전입, 며칠간의 반성. 그게 죗값의 전부다. 돌아갈 곳 없는 지친 청년들의 마지막 선택지 탈영. 그리고 그를 쫓는 또 다른 청춘. 탈영과 일들은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의 눈물과 죽음 앞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건 또 다른 청춘(준호,호열)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조금 날카롭게 말하자면 <D.P.>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도 분명 황장수와 류이강처럼 군 시절 누군가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프닝 영상에서 시청자 쪽을 바라보는 준호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황장수처럼 자신의 죄를 전혀 알지 못하고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겠지?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줄이고, 이번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D.P.>의 주인공 안준호와 한호열은 겉으론 강하거나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준호는 대체적으로 ‘죄책감’과 연관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는 영창 근무를 서는 날, 영창 안에 갇힌 죄책감들과 마주한다. 첫 근무 날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신우석의 환영,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어머니가 “왜 도와주지 않냐”며 묻는 환영과 같은 것들 말이다.
준호는 술 먹고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돈을 빼앗기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인지 가정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준호는 3화에서 탈영병 정현민을 검거하며 만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 ‘영옥’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남자에게 갖고 있는 모든 걸 다 팔아가며 돈을 바치는 영옥과 어머니. 준호는 영옥을 도우며 어머니를 돕지 못한 죄책감의 일부를 극복하고 뒤이어 ‘밥은 먹었냐’는 시답잖지만 따뜻한 인사를 담은 전화를 한다.
또 하나의 죄책감은 ‘탈영병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죄책감은 차후에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변한다. 준호는 석봉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석봉의 뒤를 쫓지만 석봉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자살한다. 석봉의 죽음 앞에서 가장 크게 비명과 울음을 토해내던 준호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 그는 석봉의 죽음 이후 첫 근무 당시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우석의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누나를 보며 쓰린 표정을 짓는다. 열을 맞춰 걸어가는 병사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준호의 뒷모습엔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죽어간 청춘들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호열은 준호의 파트너이자 D.P 조장이다. 꽤 오래 D.P 생활을 한듯한 그는 내무반과 크게 엮이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챙겨온 꽤 센스 있는 인물로 보인다. 국군 병원에서 흡연을 하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페브리즈를 팔며(?) PX 냉동을 뜯어내는 그의 능청스러운 장사 솜씨와 복귀가 결정되자마자 “얘네 담배 피웠어요”라며 모든 걸 폭로해버리는 한마디에서 그의 성격이 단박에 드러난다.
능청스럽고, 유연하면서도 선을 알고 내 몫은 확실하게 챙기는 인물. 굳어있는 준호에게 “네가 내 아들이구나?(아들 군번)”라고 물으며 자연스레 다가가는 모습과 황장수가 후임들을 말도 안 되게 갈구는 걸 발견했을 때, 중간에서 준호를 채간 후 황장수가 만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따뜻하고 영리한 면을 볼 수 있었다.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는 이전 활동에서 만난 칼을 휘두른 탈영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무심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있겠다. 정현민을 잡으러 갈 때 호열은 준호에게 “칼침 놓는 탈영병도 있다”며 가볍게 말을 던지는데, 이후에 마주친 호열의 동기 ‘김규’를 통해 우리는 이 말이 호열의 경험담임을 알게 된다. 호열은 이런 트라우마를 겉으로 전혀 티 내지 않고 준호와 D.P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마주한 칼을 든 석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호열은 시리즈의 초반부에 ‘과호흡과 불안한 상태’ 때문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이 불안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열의 다른 트라우마는 ‘무심한 부모님’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호열은 꽤 잘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보인다. (정현민을 잡을 때 쓴 김규의 300만 원을 바로 이체해 주는 걸 보면) 하지만 호열이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호열과 준호가 함께 포상 휴가를 나왔을 때, 호열의 집엔 아무도 없었고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다. 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부모는 왜 나를 낳았을까?”
이 말과 사진 한 장으로 속단할 순 없지만 교복을 입은 호열과 부모님의 사진에선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런 모습을 봐서일까, 호열이 연락을 받지 않는 준호의 집에 찾아가 준호의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는 장면에선 왠지 호열이 ‘이런 분위기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일 시즌 2가 제작된다면 한호열 상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고 바로 감상했는데, 시리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레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원작을 먼저 보고 시리즈를 감상한 시청자들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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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런 경찰은 없었다.
이 글은 영화 [범죄 도시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범죄 도시]는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마동석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인생작을 선사했고, 작품에 출연한 무명에 가까웠던 수많은 배우들에게 연기의 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변변한 스타 배우 하나 없이 입소문 만으로 역주행을 했던 작품이었던 [범죄 도시]는 한국 영화에서는 어쩌면 금기시되는 시리즈(혹은 유니버스) 영화로의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몇 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에게 1편에 버금가는 2편을 가지고 돌아왔다.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하지만. 마동석 배우의 이두박근만큼이나 안정적인 시리즈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들리는 영화 [범죄 도시 2]는 장첸이 떠난 자리를 어떻게 메웠을지. 그리고 마석두가 살고 있는 한국의 고담시티는 또 얼마나 소란스러울지 궁금해지게 한다.
우리는 왜 마동석에 열광하는가.;포지셔닝의 승리.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 [이웃 사람]에서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안혁모는 천하의 타노스도 주차만큼은 똑바로 하게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무서웠다. 주연은 아니었지만, 마동석 배우는 가진 몸집만큼이나 확실한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그러나 그 뒤로 이 배우의 역할은 영화에서도 일회용에 가깝게 소비될 때가 많았다. 소위 말하는 "몸빵" 정도의 역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거나. 다른 역할을 맡은 영화는 그다지 큰 흥행을 불러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속상했을 것이다."그런"역할이 아니면 쳐다봐주지도 않고. 같은 역을 하면 지겹다는 말을 피할 수는 없었을 테니.
[범죄 도시]가 개봉했을 초반만 해도 반응은 비슷했다. 또 비슷한 역할로 나오겠지.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이 배우의 진심은 드디어 통하기 시작했고. 전직<아파트 단지 내 주차 똑바로 하기 운동> 위원장이자 <아트박스 사장님>을 겸하고 있던 마동석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알맞으면서도 어울리는 옷을 찾게 되었다.
마석도 역할은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영화계 포지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범죄보단 멀고, 경찰보다는 가까우며. 상대편이 되면 골치 아프지만 내 편이 될 때는 그 누구보다 든든할 수밖에 없는 존재. 쌍욕과 구슬리는 기술을 동시에 탑재해 헷갈리지 않게 정확한 타이밍에 선택할 수 있는 사람.
누군가는 단점이라 말했던 그의 애매한 위치를 극대화해서 자신만이 소화할 수 있는, 마치 토르의 묠니르 같은 존재를 지니게 된 마동석은. 이 유니버스 안에서만큼은 최강자이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그가 여태 해왔을 수많은 고민과 아쉬움 들을 이 영화를 통해 완벽히 날려버릴 수 있길 바란다.
낯선(?) 배우들의 반란.;이런 반란은 언제나 즐겁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소위 말하는 "대형 배우"가 많지 않은 이 영화의 성공에는 스타들의 그늘에서 묵묵하게 일해오며 자신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전편에서 실제 조선족이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던 진선규 배우의 수상소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배우로서 이름과 얼굴을 알린다는 것이 반드시 연기력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 테니까. 이 영화에서도 배우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범죄 도시 2] 속 모든 배우들은 이를 갈며 다져온 내공을 마음껏 펼친다. 덕분에 영화 속 인물들은 그 어떤 때 보다 친근하고. 잔인한 강해상에게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그 어떤 인물도 영화를 편안하게 관람하는 데 해를 가하지 않는다. 덕분에 관객들은 가상의 이야기를 실제 일어난 일처럼 실감 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완벽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주인공 하나로 이뤄진 작품이 아닌. 소위 "보통"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영화는 현실과도 너무도 닮아 있어서. 스타 하나 없어도(?) 영화관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힘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강하다 할 수 있다. 이 영화 시리즈(?)가 찬사를 받는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러 나온 자리에서도 쭈볏거리고 어정쩡한 세 배우(마동석, 최귀화, 박지환 배우)를 보고 있자면. 오히려 한껏 다듬어져 세련된 답변을 쏟아 내는 배우들보다도 더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자신을 빛내기 보다 영화를 빛내기 위해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많은 배우들을 위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반란은 언제나 즐거우니까.
그럼에도 만족할 수 없었던 포인트.;잔인하다. 잔인해.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 [더 배트맨]이 개봉했을 때 가장 많았던 우려 중 하나는 놀랍게도 주인공인 배트맨 대한 이야기보다 사상 최악의 빌런이었던 조커의 부활에 있었다. [범죄 도시] 역시 장첸의 재림에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악역을 더 악역답게 그리는 방법에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영화는 조금은 안전(?) 하게 그 방법들 중 하나로 "잔인함"을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그 잔인함은 탄수화물이 지닌 화력 같은 잔인함이다. 말 그대로 끔찍하기까지 하다.
총을 사용하는 장면이 있었면 스케일 자체가 커졌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은데. 강해상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악역(?)들은 칼을 주로 사용한다. 총을 보거나 다뤄본 경험은 없지만.작게는 연필을 깎다가, 일상 적으로는 요리를 하다가 칼에 베인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에. 영화 내에서 길고도 자세하게 보여주는 살육(!) 장면들은 눈과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잔인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집요함과 고집불통. 혹은 돈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 강해상(손석구)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개인적으로는 강해상이 가진 "집요함"이 장첸이 가진 서늘한 잔인함보다 더 무섭게 다가왔기에. 오히려 피 칠갑하는 장면들을 줄이고, 악역의 끈덕짐을 강조하는 장면들을 더 넣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블 영화처럼 유니버스의 확장이 히어로의 안위보다 중요한 영화가 아닌. 한 편 한 편마다 주인공의 승리가 예정된 영화에 가까운 [범죄 도시 2]의 긴장감은 오히려 전편보다 조금은 적다.
주인공의 패배를 예상하기에는 마동석 배우의 주먹은 영화 [리얼]에 나온 김수현의 주먹, 혹은 원펀맨의 느낌이 너무 강해져 버렸고. 앞서 본 마석도의 위대한 이두박근의 힘을 본 사람이라면 강해상은 겁도 없이 거기 까분 악역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면서;재밌긴 하다.
이야기의 구조 자체는 1편보다 오히려 허술하다. 여러 웃음 코드도 많았지만 내겐 낮은 타율로 다가왔다. 그리고 잔인함도 지나쳐 보는 내내 긴장감보다 잔인함에 눈을 감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이건 솔직히 내가 쫄보라서 그럴 수도 있음.)
그럼에도 이 영화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그건 누가 뭐라 해도 배우들의 힘이 매우 크다. 이보다 무사하기를 바라는 형사들을 본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은 어쩐지 애드리브도 있는 것 같고.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정말로 큰일을 마무리하고 시원함을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기분 좋았다.
배우들의 노력 때문이라도. 이 시리즈가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추신.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인 누가 5야?는 김윤석 배우 주연의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 먼저 나왔던 대사임.
[이 글의 TMI]
1. 메가박스 VIP인데 왤케 포인트가 많이 쌓였나 봤더니 수요일마다 포인트 더 주는 걸 나만 몰랐네.
2. 웃음 코드가 맞는 분들은 빵빵 터지심.
3. 칼 쓰는 장면마다 귀 막고 눈 가리고 혼자 난리 블루스였음.
4. 왜 내일 월요일이죠.
#범죄도시2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박지환 #영화추천 #최신영화 #네이버인플루언서 #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액션영화 #마석도 #진실의방으로 #영화리뷰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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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막히는 임무로 극복하는 상실감
인생에서 가장 실패한 시점은 다른 사람이 실패로 보는 시점이 아니라 자신이 실패라고 생각하는 시점이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는 실패보다 자신의 실패는 평생 마음속에 남아 자신을 괴롭힌다.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고 여행을 가고 술에 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임시적인 조치는 그 실패를 완전히 잊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쉴 새 없이 자기 자신을 어떤 몰입의 상황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그렇게 다른 일에 몰입하면서 괴로운 기억을 잠시 잊는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업데이트된 <익스트랙션2>는 타일러(크리스 햄스워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일러는 아들이 죽는 시기에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 일은 일적으로 임무를 실패한 것보다 더 큰 실패로 그에게 느껴진다. 2020년에 공개된 <익스트랙션> 1편에서도 그는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로 인해 좀 더 아이를 구출하는 임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어쩌면 감정적으로는 자신의 아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최선을 다해 만회하는 과정을 보는 듯했다.
최선을 다하는 액션영화 <익스트랙션2>
이번 속편은 1편의 마지막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타일러는 삶에 대한 의지가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는다.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2편의 타일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모든 힘을 던져 누군가를 구출하기 위해 애쓴다. 이번 속편에서는 이혼한 전 아내의 동생과 그 아이들을 구하는 임무를 맡는다. 전 아내의 동생을 구한다는 측면에서 감정적으로 전편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이어 이번에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덧붙여진다.
이야기와 액션의 전 과정이 한 여자와 두 아이를 구하는 것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타일러가 마음의 짐을 덜게 되는 일종의 속죄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타일러는 다친 몸을 추스르면서도 무척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목적 잃은 사람처럼 보이는 그가 다시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의 얼굴은 심각해지고 활기가 돈다. 어쩌면 새로운 임무가 그의 죄책감을 만회할 기회라고 느꼈을 것이고, 가만히 머무르는 시간보다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다시 전투 임무를 수행할 몸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는 바로 임무를 시작하는 타일러와 그의 팀을 보여주며 본격적으로 다양한 전투 액션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적의 한복판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 무척 크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영화에 무게감을 더해주는 건 긴 호흡으로 벌어지는 군중 액션과 카체이싱 그리고 기차에서 벌어지는 액션들이다. 크리스 햄스워스 라는 근육질 배우가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총을 쏘고 적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은 꽤 큰 타격감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액션 장면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이 영화의 빌런도 독특한 위치에 있다. 주라브(토니케 조그릭치아니)는 평생 자신의 동생을 보호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타일러가 동생을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 복수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주라브가 악당으로서 타일러를 쫓는 것도 그가 가진 상실감과 죄책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조금은 비슷해 보이는 목적을 가진 두 인물인 타일러와 주라브의 충돌은 한쪽은 잡히지 않으려는 힘이고, 다른 쪽은 잡으려고 하는 힘이다. 그래서 그에 따라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은 두 인물이 온 힘을 모두 쏟아붓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는 맨몸, 자동차, 오토바이, 기차, 헬리콥터를 이용한 다양한 액션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무기도 칼, 권총, 소총, 기관총, 저격총, 바주카포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땅에서 벌어지는 액션이 있는가 하면, 높은 고층에서 벌어지는 액션도 있다. 그래서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액션 장면들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전편의 액션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이번 속편에서는 좀 더 스케일을 키우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액션
<익스트랙션2>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건 다소 아쉽다. 과거 <그레이맨>과 같이 사전 극장 개봉을 한 이후에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면 어땠을까.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의 예산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영화지만 이렇게 다양한 액션들을 작은 화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진다. 그만큼 이 영화는 쉬지 않고 이어지는 훌륭한 액션 장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가 제작을 맡았다. 루소 형제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끝으로 마블의 영화를 연출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넷플릭스와 함께 <익스트랙션>시리즈와 <그레이 맨> 같은 액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마치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가 보여줬던 액션과 스릴을 그대로 다른 영화에 심어놓은 것 같이 느껴진다. 비록 연출까지 맡진 않았지만 그들이 가진 액션 연출의 분위기가 무척 훌륭하게 담겼다. 또한 연출을 맡은 샘 하그레이브 감독은 스턴트맨 출신이다. 그래서 좀 더 실감 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연출이 가능했던 것 같다.
타일러 역을 맡은 크리스 햄스워스는 이제야 그가 중심에 서는 프랜차이즈를 찾은 느낌이다. 마블의 토르 역할로 굉장히 유명해졌지만 좀 더 그에게 어울리는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익스트랙션> 시리즈의 타일러다. 또한 상실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인물에도 그의 연기가 무척 잘 어울린다. 근육질의 몸으로 빠른 액션을 소화하면서 강력한 힘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는 모습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싸우는 그의 모습이 무척 통쾌하게 느껴진다.
이번 <익스트랙션2>는 주인공 타일러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마음의 짐을 극복하는 이야기처럼 구성되어 있다. 전편부터 이어졌던 타일러의 심리적인 서사는 이번 편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타일러는 과거의 실패를 새로운 임무를 통해 극복하려 노력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른 임무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에 이어질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빠르고 묵직한 액션이 포함된 타일러의 다음 임무를 빠른 시일 내로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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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지전문교사의 시골분교 탈출기 '선생 김봉두' - 라떼극장 EP.15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5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선생 김봉두"를 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보자
무리한 촌지 요구로 시골분교로 부임하게 된 선생 김봉두
1년만 버티면 다시 서울로 올라갈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해보지만
이 마을은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다
촌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클린 빌리지
촌지 금단 현상에 산내분교 탈출이 절실해진 '선생 김봉두(2003)' 과연 탈출 할 수 있을까?
흡연욕구를 뿌리치지 못한 김봉두의 최애담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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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여름날 우리> 메인 예고편
처음이었다, 사랑이 싹트는 기분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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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놉> 2차 예고편
자,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