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02 17:37:31
[BIFAN 데일리] 로맨스 없이도 로맨틱
영화 <킬링 로맨스>

감독] 이원석
출연] 이하늬 이선균 공명 배유람
시놉시스] 대재앙 같은 발연기로 국민 조롱거리로 전락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남태평양 ‘콸라’섬에서 운명처럼 자신을 구해준 재벌 ‘조나단’(이선균)을 만나 결혼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한편, 서울대가 당연한 집안에서 홀로 고독한 입시 싸움 중인 4수생 ‘범우’(공명)는 한때 자신의 최애였던 여래가 옆집에 이사온 것을 알게 되고 날마다 옥상에서 단독 팬미팅(?)을 여는 호사를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단의 사업 확장을 위한 인형 역할에 지친 여래는 완벽한 스크린 컴백을 위해 범우에게 SOS를 보내게 되고 이들은 여래의 인생을 되찾기 위한 죽여주는 계획을 함께 모의하는데…

2023년 개봉작 중 입소문으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역시나 <킬링 로맨스> 아닐까. “재미있겠네. 다음에 봐야지…” 정도로 가볍게 바라보고 있던 이 영화는 극단의 호불호 후기와, 해탈한 듯한 배우들의 인터뷰, 무대 인사 후기까지 죄다 재미있었다. 이제 영화만 재미있으면 되는데. 나는 <킬링 로맨스>를 보기 전에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부터 보았다. 이십대 초반 아직 풋풋하던 내가 극장에서 보기엔 너무… 포스터가 이상해 보였던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았고 생각보다 웃겼으며 생각보다 뇌리에 남았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무반주 음악에 흠… 하핫… 핫초ㅑ… 하며 뻘쭘한 춤을 추던 배우 오정세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 버렸다.)
이것도 재미있겠군! 웃기겠군! 좋겠군! 기대하며 <킬링 로맨스>를 보았다. 재미있었고 웃겼고 좋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영화의 어느 한 구석이 나의 오타쿠 감성을 자극하고 말았으니… 나는 감동까지 받아버리고 말았다. 팬과 스타, 로맨스 없이 로맨틱한 그 관계에 대하여.

#1. 브리트니 스피어스 <Lucky>
태초에 “She was everywhere”였던 누군가가 있었다. 존재 자체로 센세이션. 그를 모두가 “사랑”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랑”은 너무 일방적이고 그만큼 오해와 편견에 빛을 잃기도 쉬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Lucky> 노래 가사처럼, 그토록 사랑을 받는 스타는 밤에 혼자 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센세이션이 저물고, 세상은 “사랑”할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의 여래(이하늬 분)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브리트니의 노래 가사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무수한 말, 쏟아지던 조롱과 비슷한.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노래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HOT의 <행복> 말이다.
기묘한 마이페이스로 밀어붙이면 상대는 기세에 눌리기 쉽다. 마치 괴한을 쫓던 그의 “powerful punch”처럼. 그러나 비대한 자의식에 자리를 내어주느라 상대의 자아에는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의 언어와 행복의 노래를 가장한다 해도. 이미 세간은 이 가장을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로 담아낸 지 오래다.

#2. HOT의 <행복>과 레드벨벳의 <행복>
조나단의 입버릇은 ‘완성’이다. 그러나 그가 완성한 프레임 속 여래의 미소는 랄라텐 광고 속의 미소 반만큼도 살아있지 않다. 옆집 사수생 범우에게 받아 든 랄라텐을 예의 실력으로 순식간에 마셔버린 다음 미소를 짓는 여래는, 랄라텐 마시는 속도 하나만으로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실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연예인인데 말이다. 그는 조나단의, 조나단을 위한, 조나단에 의한 조나단 월드에 갇혀 있다.

조나단이 귤을 쥐는 순간, 이 영화에 귤이 처음 등장한 순간, 아직 아무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왜 소름이 돋았을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폭력의 수단이 무엇이든 폭력은 폭력이다. 뭐든 폭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주목해야 하는 건 그 폭력성이다. 새콤달콤한 귤에 죄가 없다고 귤을 이용한 폭력이 죄 아닐 리 없을 것이다.
수단에 감정 이입하는 건 모두 틀렸다. 폭력의 수단뿐 아니라 행복의 수단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노래는 새로 부르면 된다. 레드벨벳의 <행복>을 불러도 되는 거고, HOT 노래를 NCT가 리메이크할 수도 있는 거고요. (참고로 그 곡은 행복이 아니라 <캔디>이며, 공명의 동생 도영은 거기 없었지만… 이선균 씨 참고 바랍니다.) 게다가 잘 들어 보면 여래의 필모그래피에는 이미 <행복>이라는 제목의 작품도 있다. 수단은 바꿔치울 수 있다. 중요한 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고, 칸트처럼 말해 보자.

#3. 에픽하이 <fan> 대신 자우림의 <fan>
가스라이팅 앞에 기꺼이 “bad girl”이 되겠다 일갈하고, <제발>을 부르며 일어선 여래의 분연한 얼굴은 분명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다. 그 덕분에 방범등은 꺼지는 순간 축포가 되고, 바로 그 순간 달은 가득 차올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내가 계속 주목하게 된 건 여래와 범우 사이의 마음이었다. 7년째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노래로 자기 삶을 응원한다는 건 어떤 마음인가. 비록 범우는 여래의 소원을 척척 이루어 주지도, 여래와 같은 마음으로 손발을 척척 맞추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여래가 돌아갈 과거가 다시 여래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그런 범우가 영화 속에서 불가능을 넘어 소통하는 법을 아는 인물이라는 점 또한 괜스레 뭉클하게 느껴진다. 그런 목소리라면 닿을 것이다. 여래에게 닿았듯이. 진심으로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했으나 끝내 대중과 화해하지 못하고 떠난 어떤 이들에게도.
세상에는 범우의 다락방 같은 방이 얼마나 많을까. 부디 거기서 울려 퍼지는 팬의 노래가 에픽하이의 곡보다는 자우림의 곡에 더 가까웠으면 한다. 가질 수가 없는 미친 사랑을 괴로워하는 마음보다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더 행복하니까.

#4. 그리고 어느 팬에게 남은 말
한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우리 오래오래, 시간을 따라 함께 기쁘게 뛰어보자고. 땀 나고 타조 깃털 휘날리는 길이더라도, 같이 뛰어가고 싶다고. 뜬금없는 타이밍에 노래를 부르고(“누나 왜 노래를…”), 거기서 함께 힘을 얻으면서 가보자고. 무지하게 겁나도 끝까지. 그렇게.
나는 당신 얼굴의 자연스러운 주름, 세월 따라 더해지는 표정, 그런 것들을 오래 보고 싶다고. 그런 모습이 좋다고. 그냥 이 작업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즐거운 것이었으면 한다고.
로맨스가 아니어도 충분히 로맨틱한, 어떤 행복이라고.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중 상영일정
7월 1일 19:30-21:17 한국만화박물관 (상영코드 337)
7월 5일 19:30-21:17 CGV소풍 4관 (상영코드 733)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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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옥섭x구교환의 <연애 다큐>, 페이크 리얼 러브
페이크 리얼 러브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영화 <연애 다큐>의 핵심은 제목에 있다. 연인이 서로의 모습을 다큐 필름을 찍어 공모전에 출품한다. 플롯은 단순하지만, 그걸 연출해내는 방식이 이엑구답게 참신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흔한 로맨스 극 영화가 아니라,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하면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남자친구로 등장하는 구교환은 배우로 잘 알려진 영화 감독이다. <연애 다큐>에서도 연인을 촬영하는 감독으로써 등장한다. 관객은 마치 감독 구교환이 촬영한 것만 같은 영화를 마주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목격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지만 철저하게 짜인 각본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교환 감독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구교환’이라는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다. 구교환 감독이란 배역으로 등장하며 반려견 ‘겨울이’와 함께 노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급기야 실제 어머니가 어머니 역할로 출연한 것을 보고 관객은 헷갈린다. 영화의 제목 <연애 다큐>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 주인공들이 캠코더로 촬영하고 있는 저 영화 속 다큐멘터리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보이는 영화 그 자체인지.
구교환을 연기하는 구교환. 당연한 진리지만 영화는 진실의 미학을 숨겨놓았다. 오로지 진실만을 고할 거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범주를 확장한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불변하지 않는 진리가 이 영화를 관통한다. 구교환 배우이자 감독은 영화의 또다른 연출자인 이옥섭 감독과 연인 사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옥섭 감독과의 일련의 과정들을 EBS 국제다큐영화제에 '셀프 연애다큐'로 지원하자는 아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한다. 지원금을 받아서 함께 맛있게 밥 먹고 놀러 다니면서 만들자고. 결국 영화가 탄생한 원동력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담은 영상들의 모음집. 영화는 극중 연인을 담고 있지만, 분명 페이큐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그 간극을 알고 있는 듯, 나레이션은 고백한다.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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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할 때 보면 좋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소남입니다. 수많은 영화 장르 속에서도 유일하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 장르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누구나 다 즐겨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집에서 볼만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뭐 있을까 생각하다가 요즘 넷플릭스로 영화를 많이 보곤 하니까 오로지 넷플릭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추천해보자! 하고 시작한 포스팅 글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영화가 없어서 당황했지만 이번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넷플릭스 관련 영화들을 자주 추천하는 글을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할게요!
• 순서는 무작위로 나열하였습니다.
• 여러분이 생각하는 영화가 없을 수 있습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윌러비 가족, 2020
감독/ 크리스 피언 출연/ 윌 포트 등
이기적인 부모 아래,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온 네 아이의 이야기로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며 영화가 흘러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영화 <윌러비 가족>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로이스 로리의 아동 소설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유명한데요. 이 작품의 가장 큰 신선함은 부모로부터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여서 부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이 스스로 고아가 되어 새로운 부모를 찾아간다는 내용이 현실과는 반대로 다가오는 신선함이 있어서 영화를 더 흥미롭게 지켜 봤던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던 아이들의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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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웅, 2018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오다기리 죠 등
여러분이 생각하는 '용기'란 무엇인가요? 내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무언가를 해냈을 때?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을 때? 하나의 주제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보면 다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는 말인데요. 이 작품에선 '용기'라는 주제로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근데 그림체가 뭔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맞습니다. 바로 <마루 밑 아리에티>와 <추억의 마니>, <메리와 마녀의 꽃> 등 우리가 아는 지브리 영화들의 감독이었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작품인데요. 오랜만에 영화 속에서 지브리 감성과 독특한 일상물을 볼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한 영화였습니다. 정말 간단하고 심심할 때 보기 딱 좋은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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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문, 2020
감독/ 글렌 킨 출연/ 캐시 앵 등
사실 오늘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는 가장 실망스러웠던 영화에 속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눈여겨볼만 했던 영화 <오버 더 문>입니다. 영화 평들 중에 '디즈니, 픽사가 되고 싶었던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도전'이라는 말이 있는데 충분히 공감할만한 평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영화의 내용은 일찍 하늘나라로 간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페이 페이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로켓 만들기에 성공하면서 예상치 못한 모험을 떠나게 되는 내용을 그린 작품입니다. 정말 특별할 것 하나없는 전개 속에서 가장 큰 빛이 났던 부분은 풍부한 색감과 판타지적인 볼거리들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중국 스토리에 디즈니 픽사 감성을 뿌려 놓았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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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젠, 2018
감독/ 조 크산더 출연/ 데이빗 크로스 등
"내게 가장 중요한건 너의 기억이야. 그걸 잃었을 땐 나도 아파", <오버 더 문>과 마찬가지로 중국 자본이 들어간 애니메이션 영화이지만 아웃사이더 소녀와 비밀 로봇의 특별한 우정 이야기로 심심할 때 가볍기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이기에 넣어본 <넥스트 젠>이라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웃사이더 소녀와 비밀 로봇이 악당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지만 때로는 스릴 넘치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고, 때로는 가슴 아픈 상처가 기다리고 있는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무언가 <빅 히어로>의 내용과 비슷해보이지만 그래도 클리셰 속에 나오는 이 영화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나름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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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2020
감독/ 사토 준이치 출연/ 시다 미라이 등
순수함이 느껴지는 대사들, 예전에 즐겨 보았던 애니메이션들이 생각나는 OST와 영상미 등으로 영화의 장점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던 영화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입니다. 역시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고양이의 보은>이 떠오르는 줄거리와 시놉시스를 가지고 있지만 메세지에 더 중점적으로 영향이 있는 작품은 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기 전에 스스로의 소중함을 먼저 알아야 타인의 감정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청소년 기의 우리의 모습을 잘 풀어낸 작품이었으며 서정적인 분위기가 잘 나타내어 있어서 좋았던 영화입니다. 후반 부만 살짝 더 좋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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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2019
감독/ 서지오 파블로스 출연/ J.K. 시몬스 등
사실 오늘의 포스팅을 작성한 이유도 바로 이 영화 때문입니다. 겨울에 무조건 봐야하는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인데요. 우리가 아는 그 산타클로스는 어쩌다가 썰매를 타고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나누어주게 되었는지에 대한 산타의 탄생 이야기를 그려 우리의 동심을 되살려주는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나 홀로 집에>가 가장 유력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네요. 그 만큼 작품성도 뛰어나고 교훈과 메세지도 숨겨져 있는 놀라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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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2021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먼 등
마지막 작품은 현재 공개된 작품이 아닌 올해 넷플릭스 단독 공개 예정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피노키오>입니다.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재해석 한 이야기로 피노키오가 사람이 된 후에도 여전히 못된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크리스토프 왈츠, 론 펄먼, 틸다 스윈튼, 이완 맥그리거 등 다양한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죠. 뭔가 <코렐라인: 비밀의 문>처럼 어두운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진한 어두움이란 무엇이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만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영화가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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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6편부터 마지막으로 올해 공개 예정인 <피노키오>까지 총 7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만나보았는데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 외에도 <너의 계절은>, <니노쿠니> 등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있는데 이 두 작품은 호불호가 너무 갈려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작품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지금 바로 시청할 수 있으니 참고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어떤 장르의 넷플릭스 영화를 추천 및 소개 해드릴까요? 행복한 고민이군요..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영소남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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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릭레이어>, 백인 남성의 시큼한 액션
나름 액션 영화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스파이 영화를 찾고, 여름밤에는 누아르 영화가 끌린다. 와인이나 위스키 한 잔과 함께 마주하는 액션 영화는 서사와 대사로는 전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전한다.
물론 액션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고, 그만큼 관객의 취향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는 스타일은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 시리즈다. 깔끔한 액션에 쓸모없는 대사는 많이 생략한, 그러면서도 영화 전반의 분위기에 스며드는 작품을 사랑한다. 그 외에도 많은 액션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파이 영화는 감사하게도 ‘007’,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보고 자란 세대로서 새로운 작품이 개봉했다면 영화관을 찾게 되는 장르다.
그런데 이번 <브릭레이어>는 백인 남성의 시큼한 땀 냄새가 그득한 영화였다.
* 씨네랩(cinelab)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한 시사회 후기입니다.
영화 <브릭레이어>의 한국 포스터와 주연 에런 엑하트 / (C) 한국 배급 ㈜플레이그램
<브릭레이어>는 은퇴한 CIA 첩보 요원이 다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소환되어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 액션 영화다. CIA 최고 요원들이 연이어 살해당하고, CIA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다. 그 주범으로 추정되는 빅터 라덱을 처리하기 위해 전직 요원 스티브 베일(에런 엑하트)은 다시 작전에 소환되고, 현장 요원이 아닌 케이트 배넌(니나 도브레브)이 함께 투입된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사건을 해결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주연인 스티브 베일 역으로는 <다크 나이트>의 ‘하비 덴트’ 역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에런 엑하트가 출연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57세의 나이에도 뛰어난 액션을 보여준다. 케이트 배넌 역에는 드라마 ‘뱀파이어 다이어리’ 시리즈의 주연으로 잘 알려진 니나 도브레브가 출연했다.
(C) 한국 배급 ㈜플레이그램
서론이 길었지만 이번 영화에 대한 개인 감상을 공유하자면 <브릭레이어>는 말 그대로 백인 남성의 오래된 시큼한 땀 냄새가 그득한 영화다. 액션 장면은 일부 카메라의 구도에서 종종 흥미롭게 본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소 부산스러운 화면 전환이 액션의 매력보다는 긴박한 흐름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은밀히 침입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과한 호흡 소리는 장면에의 몰입을 깬다.
무엇보다 시대적으로 아쉬운 스토리가 영화 전반을 장악한다. ‘은퇴한 요원을 다시 불러들여 사건을 해결하는 스파이 영화’는 이제 너무 많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런 스토리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거나 혹은 액션 그 자체로 승부해야 한다. 하지만 <브릭레이어>는 그러지 못했다. 여전히 러시아 마피아와 라틴계 악당이 등장하고, 벨트로 목을 조르는 진부한 액션이 연출된다. 영웅이 되고픈 감상적인 백인 남성 주인공의 모습도 진부하다. 감상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뒷받침할 서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눈물을 빼려는 다소 당황스러운 연출이 보인다. 사이드킥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무능력하고 극히 보조적인 존재로 등장한 후 성장한다는 전개 또한 시대착오적이다.
정말 주인공을 의심하는 사이드킥 서사와 폭발을 뒤로 하고 걸어나오는 주인공 장면이 필요했나 (C) 한국 배급 ㈜플레이그램
영화에 대해 안 좋은 얘기는 참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세상에는 안 좋은 얘기가 너무 많기에, 거기에 내가 하나를 더해서 무엇하나’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너무 좋은 영화가 많은데, 안 좋은 영화를 한 편 더 볼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 또한 든다. 그리고 영화를 애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시대를 거슬러 가는 작품은 더는 만나고 싶지 않다.
영화 <브릭레이어> (2025)
감독 레니 할린
주연 에런 엑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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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함을 소유한 당신에게 온 편지
있던 것이 없어져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돈, 명예, 건강 등 잃을 것은 많이 있다.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존재도 잃을 시간이 이미 예약되어 있다. 다만, 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북한군으로 의심을 받는 처남을 구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밀항을 한다는 내용의 소설 <아버지와 외삼촌>은 재일교포 2세인 이주인 시즈카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독자에게 많이 알려진 이 이야기의 작가가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의 원작이 되는 동명의 단편 소설을 썼다. 1992년 소설 <받아들이는 달>로 107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가 알려주는 '상실 증후군 치유법'은 무엇일까.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2019> 포스터
<클럽 샌드위치로 도시락을 싸서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바다로 소풍 가기>
사야카가 체험학습을 다녀오니 가장 친한 친구였던 강아지 루가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야카는 혼자 산책을 하고, 루가 없는 루의 집을 멍하니 바라보며, 큰 소리로 루를 불러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러다가 비밀의 장소에서 만난 루스라는 강아지가 소개해 준 후세 할아버지를 알게 된다. 후세 할아버지는 동네의 음악 카페에서 일하고 있으며, 사야카처럼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 같은 상처를 공유한 둘은 루스를 데리고 클럽 샌드위치로 도시락을 싸서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바다로 소풍을 가기로 한다.
대화가 잘 통하는 후세 할아버지와 사야카
<상실한 존재를 떠올리며 그를 다시 공중에 만들어내는 몸짓하기>
이들이 바닷가로 소풍을 온 이유는 그리워하는 존재를 만나기 위해서다. 상실한 존재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그와 했던 일을 시늉하는 몸짓은 나를 과거의 시공간으로 데려다준다. 사야카가 루를 떠올리며 목줄을 잡고 산책하고, 후세 할아버지가 아들 고이치로를 떠올리며 캐치볼을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야카는 이곳에서 루와 고이치로를 만나지만, 그들은 너무 빠르게 달려 사야카가 따라가기에 벅차다.
루는 없지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길이 다르다면 떠나는 빨간 열차를 향해 웃으며 손 흔들기>
쓰레기 더미에 입구가 가려졌던 비밀의 장소는 루가 집념으로 찾아낸 곳이다. 여기서 사야카와 루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루가 떠난 후 사야카 혼자 그리움에 젖었으며, 루스를 만나 후세 할아버지의 음악 카페까지 가게 되었다. 루는 생전에 여기에서 사야카와 함께 기찻길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빨간 열차가 도착하는데, 사야카는 그 열차를 타러 갈 수 없다. 후세 할아버지, 루, 고이치로가 탄 열차는 사야카에게 손을 흔들며 저 멀리 떠나버린다.
사야카는 루와 고이치로를 따라갈 수 없다.
상실은 소유가 전제된다. 가졌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현실과 환상의 공간을 넘나들며 우리의 머리와 마음속을 종횡무진한다. 잃었다는 것에 대한 슬픔보다 가졌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상기한다면, 곧 잃을 것들의 목록이 떠올라 현재의 소중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 2016>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딸 닛츠 치세(2010년생)가 사야카 역할을 맡아 오이다 요시(1933년생)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준다. 당신도 상실함을 소유했다면 이 편지를 잘 간직하길 바란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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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에스트로의 추락과 캔슬 컬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 클래식계의 스타답게 그녀는 인터뷰와 줄리어드 특강, 새 음반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예전에 함께 일했던 젊은 지휘자 '크리스타(실비아 플로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타르. 그녀는 크리스타의 구직을 방해하는 메일을 보냈던 자기 행적을 떠올리며 메일을 지우는 등 증거를 없애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 번 불붙은 불안함은 쉽게 가시지 않고, 가족으로서도 지휘자로서도 타르의 커리어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TAR 타르>, 작가와 작품의 관계를 겨냥하다
관객은 여러 관점에서 예술을 즐긴다. 보이고 들리는 작품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현실의 맥락 안에서 작품을 이해하기도 한다. 작가의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방법이다. 한 작품으로부터 작가의 경험이나 사상, 의도 등을 찾아내는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정신과 의사였던 니콜라이 달에게 헌정되었다. 첫 교향곡이 실패한 후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던 라흐마니노프를 그가 치료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사는 음울한 분위기로 시작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이 평온해졌다가 이내 벅차오르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그런데 이처럼 예술 작품을 작가와의 관계 안에서 이해하려다 보면 한 가지 딜레마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바로 작가의 도덕성이다. '예술 작품이 작가의 세계관을 표현한다면, 예술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작가의 도덕성과 예술의 가치를 별개로 볼 수는 없는 걸까?'와 같은 질문으로부터 작가와 작품은 자유로울 수 없다. 아동 성범죄자인 로만 폴란스키가 세자르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을 때, 성매수 전과가 있는 한 중년 배우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할 때, 마약 범죄 전과가 있는 가수가 음원을 휩쓸었을 때. 그때마다 이들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고 소비할지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은 <TAR 타르>는 이 논쟁의 한복판을 겨냥하는 영화다. 토드 필드 감독은 사생활이 폭로된 여성 마에스트로, 리디아 타르의 추락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음악가로서 타르의 성취와, 지위, 예술적 견해를 차분히 보여준 후 그녀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추악한 모습을 하나씩 들춰 보인다. 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유명인 혹은 공인이 논쟁이 될 만한 언행을 했을 때, 그의 지위나 직업을 박탈하려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지 고민할 기회를 준다.
당당한 마에스트로, 리디아 타르(TAR)의 예술
우선 <TAR 타르>는 리디아 타르라는 가상의 인물을 가능한 세밀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정보량이 굉장히 많은 초반부의 대담 장면은 그녀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5번째로 EGOT을 달성한 사람이라는 설명, 레너드 번스타인의 제자라던가 하는 등 실존하는 인물, 시상식, 사건 등이 난무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타르의 예술관이다. 그녀는 확고하다. 그녀에게 음악은 단지 악보에 적힌 기호를 살려내는 방식의 문제다. 그렇기에 무대 위의 시간이 시작될 때, 시간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어지는 대담도 다르지 않다. 여성으로서 일궈낸 업적이 대단하다며 '마에스트라'라고 불려야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여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자기를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그러면서도 청중을 웃길 수 있는 위트도 잃지 않는다. 그 덕분에 타르는 강단 있는 예술가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셀럽처럼 보인다.
타르의 예술관은 줄리어드 음대 특강 장면에서 더 자세히 드러난다. 타르는 한 학생을 타깃으로 여러 질문을 하며 작곡가의 개인적인 성향과 음악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 퀴어 학생이 바흐의 성적 지향이나 여러 논란 때문에 그의 음악을 듣지도 않고 연주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녀는 다소 거친 말을 섞어 가며 자기 예술관을 설파한다. 그녀에게 음악은, 그리고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음악은 지휘자나 작곡가, 연주가의 사상, 성 정체성이나 인종과는 관계가 없다. 악보에는 작가가 의도한 음악적 성취만이 적혀 있으며, 그 아름다움을 정해진 시간 안에 온전히 끄집어내기만 하면 된다. 앞선 인터뷰 장면과 함께 놓고 보면 타르는 개인의 도덕적 문제나 정치적 견해에 예술이 영향받을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타르는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이 강의실을 나가도 신경 쓰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그녀의 예술관에 고의적으로 도전하며, 그녀의 몰락을 유도한다.
쥐(RAT)처럼 숨어 있던 그녀의 이중성
타르의 몰락은 대외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이중성이 드러나며 시작된다. 깨어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악몽처럼 숨어 있던 타르의 오점은 가족, 직장인, 스승, 세 가지 모습으로 등장한다. 우선 타르는 가족으로서의 의무와 역할을 저버린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콘서트마스터인 바이올리니스트 '샤론(니나 호스)'과 함께 딸을 양육하는 타르. 초반부만 해도 타르는 가족을 아끼는 부모이자 배우자였다. 학교가 끝난 딸을 데리러 가고, 학교에서 딸을 괴롭히는 학생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섬뜩한 경고를 남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에 새롭게 합류한 '올가(소피 카우어)'를 만나고, 연심을 품으면서 타르는 점차 가족으로부터 멀어진다. 배우자이자, 조력자이고, 동승자인 샤론을 존중하지 않는 일도 잦아진다. 그녀는 오케스트라 운영에 대한 샤론의 조언을 무시한다. 자기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샤론이 제지하는데도 난폭 운전을 한다. 심지어 샤론 몰래 올가와 시간을 보내기까지 한다.
한편,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로서 타르는 독선적이다. 팬데믹 이후 필하모닉의 새로운 음반 녹음을 준비하면서 그녀는 타인의, 다른 의견을 수용할 줄 모른다. 부지휘자를 마음대로 해고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부지휘자 자리가 공석이 되자, 타르는 자기 비서이자 젊은 지휘자인 '프란체스카(노에미 메를랑)'에게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희망을 흘린다. 하지만 정작 프란체스카가 지원서를 내자 타르는 주변의 추천도 무시한 채 그녀를 뽑지 않았다. 이에 프란체스카는 사표를 낸 뒤 잠적해 버린다. 또 스승으로서도 타르는 낙제다. 재능 있는 지휘자로 일전에 타르 밑에서 일했던 크리스타. 타르는 크리스타가 자기를 떠나자, 그녀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메일을 다른 오케스트라 관계자에게 보내 그녀의 취업을 막는다. 계속되는 방해 공작에 지친 크리스타가 자살을 택하자 불똥이 튈까 우려해 증거물인 메일을 급하게 삭제하는 비겁한 모습까지도 보인다.
타르의 이중성은 크리스타의 부모가 딸의 죽음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줄리어드 특강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유색인종 퀴어 학생에게 폭언을 하였으며 그 학생이 분노하여 수업 중간에 퇴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영상으로 인해 크리스타의 자살과 연계된 타르의 혐의가 더욱 크게 공론화된다. 그녀의 뉴욕 북토크 현장에서 규탄 시위가 열릴 정도로. 결국 그녀는 필하모닉 지휘자 자리에서 쫓겨나다. 현재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지속되는 과거 때문에 그녀는 순식간에 몰락해 버린다. 마치 마치 음악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한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만날 수 있다는 타르의 인터뷰처럼.
예술(ART)은 어떻게 소비되어야 하는가
흥미롭게도 <TAR 타르>는 권위적이고 성공지향적인 착취자이면서도 트라우마와 나약함을 숨기고 있는 타르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면서도, 그녀를 단적으로 긍정하거나 부정하지는 않는다. 의도적으로 타르의 과거를 보여주지 않거나, 추상적인 꿈 장면으로 대신해 버리면서 관객의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한 회색지대를 펼쳐 놓는다. 영화의 모든 사건을 오직 타르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삼자가 보기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들도 그녀의 눈을 통하면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 사건의 더 내밀한 맥락과 상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줄리어드 강의 동영상이 유포된 게 대표적이다. 강의 중 타르의 언행은 분명 권위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폭로 영상 자체는 편집되고 조작된 것이 분명하다. 영화는 이러한 회색지대 속에서 관객에게 타르를 판단해 보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TAR 타르>의 태도는 주인공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타르를 소개하고, 개인적인 추문으로 인해 그녀의 경력이 무너지는 과정은 근래 뜨거운 이슈인 '캔슬 컬처'의 딜레마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캔슬 컬처가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하고, 선악의 이분법으로만 인식하려는 경향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영화가 비행기에서 반쯤 엎드려 있는 타르를 직접 비추는 대신, 타르를 찍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비추면서 시작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세상을 일관된 질서로 손쉽게 인식하려는 편향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작가나 제작자가 물의를 일으키면, 그들의 작품을 부정해 버리는 게 가장 간단한 판결이므로.
그러나 늘 그렇듯이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만 봐도 그렇다. 안길호 피디가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드라마는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캔슬 컬처의 주장과 달리, 현실에서 예술 작품과 예술가의 관계가 무 자르듯 잘리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는 <TAR 타르>가 의도적으로 회색지대를 만들어 낸 이유라 할 수 있다. 영화는 관객이 스스로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려 한다. 결코 간단하지 않은 문제를, 그간 너무 쉽게 단정 지었던 것은 아닌지. 편견과 흑백 세계관 속에서, 예술 작품의 의미와 메시지를 가볍게 취소해 버린 것은 아닌지. <TAR 타르>는 타르의 음악이, 그녀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여전히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지닐지 고민하게 만든다.
질문을 질문으로만 남겨두었더라면
하지만 마지막 장면 때문에 <TAR 타르>의 의도는 퇴색된다. 자기가 공연과 연주의 시간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던 타르. 그녀는 이제 필리핀의 작은 마을에서 영화 장면이 나오는 스크린에 맞춰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자기 예술관과는 정반대인, 비루한 오케스트라를 맡아서. 그런데 타르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생기 넘친다. 그 모든 사건과 추문에도 불구하고, 그저 음악을 느끼고 음악에 동화되면 그만이라는 듯 보인다.
이 결말은 마치 <TAR 타르>가 캔슬컬처에 대해 토론하기보다는 성급히 답을 내놓는 것처럼 느껴진다. 타르가 몰락한 여러 이유들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예술에 대한 작가의 순수성만이 중요하고, 타르의 몰락은 그녀의 예술이 침해받은 결과라고 영화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타르 본인의 악행, 오케스트라와 재단을 둘러싼 권력 다툼, 놀라울 만큼 빠른 캔슬 컬처 등의 다양한 이슈가 제대로 조명될 기회는 너무 쉽게 포기한다. 손님들의 지명을 받기 위해 부동자세로 대기하는 여성 마사지사를 보면서 자기 행동이 추악했다는 사실을 타르가 깨닫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의 결론에 힘을 보태기 위한 편의적인 전개라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화의 끝에는 케이트 블란쳇만 남는다. 자신감 넘치는 마에스트로가 추락하면서 내적으로 붕괴되는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자기중심을 잃은 상황에서도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스스로를 더 뜨거운 불구덩이로 밀어 넣는 인물상을 놀라울 정도로 잘 표현했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양자경 대신 여우주연상을 받았더라도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을 정도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TAR 타르>의 성급한 선택이 끝내 아쉬운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A(Acceptable, 무난한)
메시지가 해석을 침해하지 않는 절제의 미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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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아신전 (2021)
* 리뷰는 영화 <킹덤: 아신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킹덤: 아신전 (2021)
연출: 김성훈
극본: 김은희
출연: 전지현, 박병은, 김뢰하, 구교환 등
러닝타임: 94분
공개일: 2021.07.23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김은희+전지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조합
작년에 공개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는 화제성에 비해 다소 호불호가 갈렸던 시즌1을 보완하며 호평 속에 시즌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시즌2 마지막회에서 '전지현'을 등장시키는 엄청난 떡밥으로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임팩트까지 발휘했다. 대사 없이 얼굴만 잠깐 비췄던 전지현의 '아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되었던 가운데, 그의 전사(前史)를 다루는 스페셜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시즌3를 위한 본격적인 예열에 들어간다. 이미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중 최고로 히트한 시리즈인 데다가 국내 최고의 톱스타인 '전지현'이 합류한 것만으로 스페셜 에피소드인 <킹덤: 아신전>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을 터. 다만, 요란했던 홍보와 여러 떡밥과는 달리 기대 이하의 스토리로 아쉬움을 남겼다.
주인공 전지현, 심각한 분량실종
<킹덤: 아신전>의 메인 홍보 포인트는 단연 흥행 보증수표이자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배우 '전지현'이었다. 4년만의 복귀작인만큼 주인공 '아신'을 맡은 그의 연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러닝타임 94분 중 50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마저도 액션과 표정 연기가 전부이며 대사도 몇 마디 소화하지 않는다. 극은 전부 '아신'의 서사로 채워지기는 하지만, 유년 시절의 이야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성년이 된 아신의 이야기는 적게 등장한다. 처절한 고통 속에 살아온 아신의 삶이 부각됨에 따라 무정한 세상에 등을 돌린 그가 말을 잃는 것 또한 당연하다. 후반부의 임팩트와 전지현의 액션 장면은 분명 강한 임팩트와 함께 돋보이지만, 주인공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적은 분량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분량 실종은 비단 '전지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지현 못지않게 등장하는 영화마다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구교환'의 분량도 심각하리만큼 적다. 그는 파저위의 냉혈한 부족장 '아이다간'을 연기했는데, 사실상 카메오에 가까운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신의 아버지 '타합'을 연기한 배우 '김뢰하' 또한 배우의 역량이 돋보일 만한 장면이 주어지지 않는다.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웠으나 정작 배우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느낌이다. 아무리 시즌3를 위해 거쳐가는 징검다리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알멩이가 부실할 줄은 몰랐다.
시즌3를 위한 떡밥 회수일뿐
<킹덤 시즌3>라는 본편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스페셜 에피소드로 본작이 공개되었다는 것은 시리즈의 흐름과는 별개로 풀어낼 장편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특히 '아신'의 서사를 본편 중에 플래시백의 형태로 삽입한다면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스토리의 맥락상 별개의 에피소드로 만드는 것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작을 끝까지 감상한 결과, 굳이 94분이나 할애해 가며 한 편의 영화 같은 에피소드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점이 제기된다.
<아신전>을 통해 회수된 떡밥은 생사초를 먹고 살아난 좀비들이 조선을 활개하고 다니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이승희 의원은 그 약초를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생사초'와 '역병'에 관한 사건의 발단들을 풀어낸다. 이를 제외하면 <아신전>에서 딱히 건질만한 떡밥은 없다. 즉, 풀어낼 이야기가 많지 않음에도 한 편의 영화 같은 분량으로 에피소드를 기획한 것은 지루함을 키우며 관심 없는 내용을 장황하게 설파하는 것과도 같다. 결정적으로 <아신전>이 재미가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빛나는 엔딩신, 그리고 전지현
<킹덤: 아신전>은 후반 10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복수의 대상을 바로잡고 각성한 '아신'이 펼치는 후반부의 액션신과 분노하다 못해 무정한 세상에 신물이 나버린 '아신'의 시체 같은 표정 연기는 앞선 스토리를 모두 잊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절정에 다다른 장면에서 아신의 눈빛을 보면, 시청자가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감정선에 이르러 마치 지옥도의 사신 같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대사 없이도 표정과 몸짓만으로 아신의 참혹한 복수의 심정을 표현하며 중반부까지 집중력을 잃게 했던 영화에 몰입감을 더한다.
확실히 <도둑들>, <암살>과 같이 전지현은 액션 연기를 소화할 때 유독 빛이 난다. 비현실적으로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진 아신 캐릭터를 전지현이 연기함으로써 선역이 아님에도 히어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 연출한다. 그나마 전지현이 활약하는 후반부의 10분이 있었기에 <킹덤: 아신전>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조금이나마 뒷받침해줄 수 있게 된다. 아신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시즌3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이유 또한 결말부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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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랑스에 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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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고, 자신의 오랜 꿈을 기억해낸다.
좌충우돌 미스 프랑스 도전기!
한계를 뛰어넘은 당당한 발걸음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