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1-03-22 20:35:00
피아니스트 / La Pianiste
/ 감상 /
포스터에 적힌 저 글귀와 줄거리를 보고 성숙한 교수님이 제자에게
진정한 성인의 사랑을 알려주는 내용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 예상으 빗나갔다.
영화에 나온 피아니스트는 그 누구보다 어린 사람이었다.
생각과 행동 모두.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몸만 성숙한 어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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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오는 세사람 (교수,월터,교수의엄마) 모두 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교수는 엄마의 과잉보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부모님과 이성에게서 모두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 엇나간 방식으로 자신만의 욕망을 표출한다.
교수의 엄마는 남편없는 가정에서 자신이 정신적,경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딸에게 광적으로 집착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노후가 그녀에게 달려 있기때문에.
마지막으로 월터는 첫눈에 반한 교수에게 애정을 갈구한다. 아름다운 말들로.
그러나 결국 그도 가부장제가 낳은 한 남성이다.
아름다운 말들로 교수를 유혹하지만, 교수가 자신의 위에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들도 결국 자신의 사랑과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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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런 욕망의 응집의 결정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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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며 느낀점은...
이정도의 영화를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나는 아직 어린것 같다.
최근들어 본 영화들 중 가장 어른스러운 영화였던것 같달까..
영화가 진하고 깊다
영왓챠피디아에서 몇몇 리뷰글을 보면 캐릭터와 상황에 공감하고 심지어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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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연출이랑 영상미가 마음에 들었다.
그 뭐랄까 화질이 좋지 않고 약간의 노이즈가 껴있으며, 뭔가 어둡고
약간의 감성도 있고, 과하지도 않은..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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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 연기가 소름돋는다.
진짜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것 같달까.
마담 싸이코에서 나온 캐릭터랑 비슷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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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월터를 볼때마다 독일 축구선수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ㅋㅋㅋ
뭔가 로이스 느낌도 나고 ㅋㅋㅋ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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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의 꿈도 현실도 따뜻하게 품는 <미나리>
캘리포니아를 떠나 미국 아칸소로 이사한 '제이콥(스티브 연)'과 '모니카(한예리)' 부부. 공장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 것에 학을 뗀 제이콥은 공장일과는 별개로 바퀴 달린 집에 딸린 농장에서 한국 농산물을 길러 팔겠다는 꿈을 실행에 옮긴다. 반면 처음부터 여건이 좋은 대도시를 떠나 농장을 하겠다는 남편의 선택을 탐탁지 않아하던 모니카는 자신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이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을 위해 엄마 '순자(윤여정)'를 집으로 부른다. 그러나 순자가 도착한 후 농사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제이곱과 모니카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앤과 데이빗도 좀처럼 순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데이빗네 가족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다.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거대한 불평등(Great Divide)' 출간 당시 “선진국 중 미국은 소득불평등 수준이 가장 높고 경제적 신분 상승을 위한 공평한 기회가 최악인 나라 중 하나가 됐다”라고 비판했다. “가면 갈수록 많은 미국인들이 경제적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딛고 올라서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미국의 정체성이기도 한 '아메리칸 드림'이 이제 무의미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티글리츠 교수의 비판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어의 비중이 50%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이견의 여지없이 미국 영화임을 확인해 준다. 한국 이민자 1세대 가족의 일상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의 이상과 희망을 스크린에 불러오면서도 그 꿈의 아픈 현실까지 끌어안는, 지극히 미국적인 감성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정겹다. 정이삭 감독의 유년기 시절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 차 뒷자리에 탄 데이빗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오프닝도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사실 분위기와 별개로 작중 데이빗네 가족은 그들의 관계와 생활기반에 위협을 느낄 만한 사건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데이빗의 시점과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영화는 햇빛을 받은 파도치지 않는 바다처럼 따뜻하게 빛난다.
이러한 영화의 스탠스는 제이콥과 모니카가 이사 직후 말싸움을 벌이는 순간에도 뚜렷이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부부의 갈등은 마지막까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중심을 잡아주는 핵심적인 구도다. 그런데 영화는 둘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굳이 열심히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부부가 부엌에서 말다툼을 시작하는 순간 카메라는 돌연 방에 들어가 있는 앤과 데이빗의 모습을 비춘다. 울리는 부부의 목소리를 통해 말다툼의 내용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며 현실과 적당한 거리감을 둔다.
그러다 보니 흔한 악역 하나 등장하지 않은 채 가족들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로만 내용을 구성하는 의외의 선택을 해도 영화는 어색함이 없다. 부부간의 다툼보다 순자와 데이빗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도, 일꾼 폴과 같은 주변 이웃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흔히 볼 법한 인종 차별 문제가 등장하지 않아도 이들의 이민 적응기는 미소를 품고 보게 만드는 흡입력을 갖는다. 책임을 도맡는 아버지와 모든 불안을 어떻게는 받아내는 강인한 어머니라는 다소 전형적인 인물상도,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도 진부함보다는 공감을 위한 보편성에 한 발짝 더 가깝다. 그렇게 영화는 큰 굴곡 없이 소소하게 흘러가는, 이민 가족이 써 내려가는 한 편의 동화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미나리>가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을 좋은 추억으로만 덮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 판매장 앞에서 두 부부가 벌이는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가족이 함께 건강하게 지내는 것보다도 농사를 짓고 판매처를 확보하는 게 더 우선인 듯한 제이콥에게 모니카는 믿음이 사라졌다며 차갑게 화를 낸다. 이는 힘겨운 이민 생활에 먼저 순응하고 교회처럼 눈에 보이는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일상을 이루려는 사람과 이민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 개인의 성취 안에서 일상을 회복하려는 사람 사이의 대립이다. 곧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에 충실하려는 이와 아메리칸 드림의 이상에 헌신하는 이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모든 미국의 이민자들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이자 역사이고, <미나리>가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 영화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때 영화는 부부간의 다툼을 아이들의 시점에서 보여주었던 초반부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제이콥과 모니카가 싸울 때 아이들의 시선, 아이들의 존재는 카메라 밖으로 밀려나 버리고, 영화 전반을 감싸던 동화적 분위기도 자취를 감춘다. 그 결과 중간중간 공장 동료나 이웃들의 말을 통해 암시되어 있던 한인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소문, 한인 사회 안에서의 갈등과 대립, 인종차별의 흔적을 포함한 현실의 어두움이 창고를 집어삼키는 불길처럼 뛰쳐나온다. 아이들은 듣지 못하도록 배려했던 어른들의 현실이 한 데 응축되어 폭발하고, 이민 가족의 현실이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한순간 드러나는 임팩트는 더욱 강렬해진다. 이처럼 잔잔한 바다는 순간적으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성난 바다로 돌변한다.
사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현실의 갈등, 아픔, 상처를 그려내는 것은 자칫 영화 내용과 분위기 사이에 괴리가 생길 위험성을 내포한다. <미나리>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갑작스럽게 전환시키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순자의 존재 덕분에 <미나리>는 내용과 분위기 사이의 간극을 유려하게 이어 붙이는 데 성공한다. 순자는 보따리 안에 싸온 짐들을 통해 자칫 무너질 법한 가족의 관계, 현실에서 부딪히고 열패감에 무너질 뻔했던 가족의 일원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이때 가장 빛나는 것은 당연 영화의 제목인 미나리다. 영화는 물을 정화시키고, 생명력이 강하며, 한국적인 특유의 향을 내는 미나리의 특징을 스토리텔링에 영리하게 써먹는다.
우선 물을 정화하는 미나리는 가족이 해체될 뻔한 위기를 막는다. 작중 가족의 갈등은 물로 표현된다. 제이콥과 모니카의 대립은 폭풍우로 인해 새 집에서 물이 샐 때 처음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우물의 물이 마르자 수돗물을 농수로 돌린 결과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그 둘 사이의, 이민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이때 데이빗네 가족은 이때 순자의 미나리가 정화한 냇가의 물을 덕분에 물 부족을 버텨낸다. 또한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는 데이빗과 나머지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설사 큰 농장에서 관리받는 농작물처럼 대도시에서 한인 사회에 동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야생의 냇가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역경을 이기고 원하는 꿈을 향해 한 발짝을 더 내딛는다.
다른 채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나리 특유의 향은 순자가 가져온 한국적인 선물들과 더해져 가족들이 미국 땅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향수병에 걸린 듯 보이던 모니카에게는 멸치와 고춧가루를 주며 위안을, 데이빗에게는 한약과 함께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을 건넨다. 또 화투는 데이빗이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할 때 사용되며, 그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두 가지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지어 순자 본인도 제이콥과 모니카가 화해하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처럼 미나리를 비롯한 다양한 모습으로 치유제와 접착제로서 역할을 다하는 순자를 보다 보면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가 자연히 납득된다.
미국은 그 시작부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다. 그래서 흔히 미국 사회를 설명하는 단어로 샐러드볼을 많이 거론한다. 수많은 인종과 문화라는 채소들은 미국이라는 그릇 안에서 뒤섞이면서도 각각의 고유한 맛과 향을 잃지 않는 사회가 미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채소도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온, 기어코 살아남은 미나리도 역시 미국이라는 샐러드의 한 재료로서 따로 또 같이 존재할 따름이다.
<미나리>는 빈 땅을 개척해 성공을 일구려는 꿈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영화다. 한국어와 한국인 배우가 나오고,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기저에서는 미국 땅을 밟고 있는 이들이 오랜 기간 보편적으로 공유해온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목적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적인 맛과 향,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하더라도 <미나리>는 미국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일 수밖에 없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아픈 현실을 감싸 안는 따뜻한 가족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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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약돌로 마녀를 쓰러뜨릴 때
이 글은 영화 [블랙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표시해주세요.
예고편만 보면 공포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블랙폰]은 성장 드라마에 조금 더 가깝다.
그리고 이 성장 드라마의 공식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모티브를 많이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크게 아이들, 어른, 그리고 탈출의 수단.
총 세 가지의 갈등 요소들을 등장시키고. 각자 충실하게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발로 밟아대며 꾹꾹 다지려 애쓴다.
명절 시즌이면 예상되는 영화 장르로 극장계가 점령되기 쉬운데도, 통상적이지 않게 공포 영화의 가면을 쓰고 관객들을 맞이하는 영화 [블랙폰]의 요소들을. 헨젤과 그레텔의 형식을 빌어 리뷰해보려 한다.
아이들, 헨젤과 그레텔;ignition sequence starts.
사진출처:다음 영화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블랙폰]은 아이들의 서사나 일상을 보여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덕분에 영화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로 이동한다. 아이들이 그 시기에 가진 가진 두려움도.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또한 남에게는 말하기 힘든 비밀도 등장인물들의 순수한 입과 행동을 빌어 아무렇지 않지만, 비밀스럽게 이미 어른인 관객들에게 털어놓는 것만 같다.
관심이 있는 여자아이 앞에서 큰 홈런을 맞는 모습을 보여줘 버린 피니(메이슨 템즈)는 이런 고민들 외에도 학대와 엄격의 기로에 서 있는 집안 환경에 대한 우려도 함께 갖고 있다.
언젠가는 스스로의 찌질한 모습을 벗어나 자신만의 창공으로 솟아오르겠다는 집념처럼. 피니의 손에는 늘 작은 로켓이 쥐어져 있다. 당장이라도 날아오르고 싶지만. 아직은.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몇 번이고 모의 비행을 해보는 것으로 피니는 현실로의 아주 짧지만 확실한 도피를 하며 일상을 지탱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반드시 오리라는 것을 스스로 믿었던 만큼. 이 유약해 보이지만 동시에 맹목적인 집념은 한낱 유괴납치 피해자 정도에 머물렀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아이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데에 많은 힘을 싣는다.
영화 속 인물들을 통틀어 최약체로 불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피니는 결국 스스로 원하는 때에 맞춰 자신의 로켓을 쏘아 올린다. 초식동물의 눈에서 벗어난 피니가 지독히도 두려웠던 지하실을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장면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매우 크다.
[마녀];큰 솥에 빠지고야 말 운명.
숨참고 솥 Dive사진출처:다음 영화
의심할 여지없이. 마녀 역할은 영화 속에서는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은 치고받는 싸움의 현장도. 그로인 해 생기는 상처도 숨길 마음이 전혀 없지만. 어른들은 반대로 상처 또는 치부를 숨기려 애쓴다.
딸 그웬(매들린 맥그로)을 때릴 때조차 최대한 가릴 수 있는 곳을 선택해 학대의 징후를 감추려 하는 알코올 중독자 미스터(제레미 데이비스)만 보더라도. 사회생활 속에서 “번듯한”이미지를 고수하려고 자신의 본모습을 얼마나 애써서 숨기려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등장하는 어른들이 숨기고 싶은 면이 있고. 그 부분이 어른들 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영화는 악역 더 그래버(에단 호크)의 다양한 가면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들은 참 궁금했을 것이다.
가면 뒤에 숨은 더 그래버의 얼굴이 “얼마나” 상처 투성이인지가 아닌. “왜” 상처 투성이의 얼굴을 드러내고 걸어 다니는 것이 “안 되는” 일인지를. 만약 더 그래버가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었다면, 아이들은 아마도 얻어터져 딱지가 겨우 앉은 주먹을 슬그머니 보여주며 나도 그래.라고 씩 웃어버리고 말았을 테니까.
그것이 살아있는 아이들이건. 혹은 결국은 게임에 패배해 죽은 아이들이건. 그들은 상처를 숨기는 것에 두려움 없이 영화 중간중간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니까.
애초에 숨길 것이 없는 아이들을 더 그래버가 이길 수 없는 이유다.
빵조각이 자갈로 바뀌는 순간;기꺼이 화자가 되겠다는 태도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단절이 등장한다.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 그리고 어른과 아이들.
이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전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명해 보이건만. 영화 초반부는 스피커처럼 일방적으로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퍼붓는 식의 대화 방식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기회도. 마음도 사라질 수밖에.
이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영화가 등장시킨 것은 다름 아닌 전화기의 존재다.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의 간극은 매우 컸다. 그들은 존재하거나 머무는 장소조차 같을 수 없었고. 더 그래버는 아이들에게서 이름도 빼앗았으며.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인 전화기는 선이 끊어져 고장 난 것으로 묘사된다.
피니는 우선 피해자 아이들에게 이름을 돌려주었다. “너”는 죽었다. 가 아닌. 너희는 나에게 “이런” 존재였다. 를 깨우쳐준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였음을 온전히 깨달을 수는 없었다. 또한 그들이 남겨준 단서들은 처음에는 발길질 한 번이면 엉뚱한 길을 알려주고도 남을 것 같은 빵조각처럼 보였다. 하지만 피니의 들으려는 태도는 결국 친구들이 짧은 생을 바쳐 놓아준 단서들을 빵조각에서 단단하고 확실한 조약돌로 바꿔주었다.
오빠가 망자와 살아 있는 자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그웬은 오빠를 살리기 위해 욕설에 가까운 말을 퍼붓던 경찰의 명함을 집어 든다. 자신이 깊은 골을 파 놓은 어른과의 갈등을 스스로 메우기 위해 힘쓰려는 듯이.
살아 있는 자들을 연결하는 방법은 그리도 쉽고 간단했다. 오빠의 전화기처럼 선이 끊어져 있지도. 그렇다고 원하지 않을 때 울리지도 않았다. 그저 전화기를 들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그웬은 피니와 고장 난 전화기로만 통화할 수도 있었을 기회를 기꺼이 버렸다.
대화의 수단이자 자신의 죄를 고해할 수단인 전화기의 존재를 애써 무시한 더 그래버의 최후는 어찌 보면 가장 정당하고 타당하다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피니의 탈출 장면이 주는 쾌감은 크다. 그것이 피니의 눈빛이 주는 감정도 크지만. 피니가 맘껏 자신의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도록 수신호를 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작은 조약돌 때문임을 간과할 수는 없다.
마치면서
겁쟁이 레벨 100인 사람의 입장에서. 일주일에 한 편 보는 영화의 장르를 공포로 고를 때까지 참 많은 시간과 고뇌가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너무 과장된 공포를 주기 위해 쓰이는 점프 스퀘어가 이 영화에서는 꽤 적절하게 쓰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안 놀랬다는 건 아니지만. 과하다. 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또한 이런 장르에서는 보통 어른들의 수단, 도구에 머물렀던 아이들을 영화 전면에 앞 세운 점도 좋았다. 피니가 계단을 올라올 때의 결의에 찬 눈빛이 너무도 강렬해서 이 아역(?) 배우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했을 정도니까.
그러나 더 그래버의 행동이나 대사가 마치 복선을 던지는 것 같았지만 완벽하게 처리하지는 못했다는 점과. 공포라기보다는 밀실 탈출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쪽으로 영화가 흘러가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또한 마지막에 가면서 여동생의 능력 하나에 급물살을 타듯 사건이 후루룩 해결되는 점도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게 하는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 시즌에 대담하게 공포라는 장르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글의 TMI]
1. 분명 한 분이 나 말고 예매를 하셨었는데. 안 오셔서 혼자 봄.ㅠ
2. 진짜 울 뻔했다.
3. 정말 심하게 깜짝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거기서 꽥하고 소리 지름.
4. 네. 팝콘도 당연히 던졌습니다.
#블랙폰 #스콧데릭슨 #에단호크 #메이슨템즈 #매들린맥그로 #제임스랜슨 #헐리우드영화 #공포영화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영화망상쌉가능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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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베 얀손 영화 후기 - 삶과 캐릭터란 자신의 Symbol을 보여주는 하나의 브랜드이다.
핀란드의 유명한 작가이자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탄생 시킨 토베 얀손은 유명한 조각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토베 얀손은 아버지의 재능을 닮아서인지 미적 감각이 탁월하다. 화가이면서 삽화가이기도 했던 토베 얀손의 삶은 어땠을까? 영화 초반부에서 전쟁이 끝난 직후이자 1945년에 토베 얀손은 엄격한 예술가 아버지를 피해 새로운 거처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비비카라는 시장의 딸이자 각본 연출가를 만나 동성애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토베 얀손과 비비카의 사랑을 보여주는데 그만큼 비비카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는 토베 얀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려고 끊임없이 성적인 노출 장면이 영화 겹겹에 나오는데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탄생되기까지에는 토베 얀손의 파란만장한 삶을 엿볼 수 있다.
토베 얀손이 비비카를 만나고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그리면서 아동용 만화가가 되기 시작한다.
토베 얀손에게는 비비카라는 여성이 있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없이 이 둘은 거침없이 사랑을 나누고 확인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서로 예술을 좋아하며 예술가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까지 인기를 끌어온 것은 토베 얀손이 삶을 멋진 모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있어 담긴 토베 얀손만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자신의 아버지는 토베 얀손이 그리는 무민이라는 만화가 예술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토베 얀손을 인정하게 되고 각본 연출가인 비비카 덕분에 연극으로도 탄생하게 되어 아동들에게도 인기를 끌게 된다. 만약 자신의 그림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무민이라는 캐릭터는 없었을 것이다.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고난이 있었다.
사회주의적인 분위기가 있는 핀란드에서는 신문에 아동용 만화를 그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자유로운 연애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에서도 성(SEX)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보수적인 것보다 진보적이다. 거침없이 사랑을 하고 거침없이 헤어지는 당시 핀란드 시대상의 분위기는 불륜을 매도하기보단 수용하는 사회였던 것 같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성적인 장면들과 노출은 자신의 신체 노출에 대한 개방적인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태도가 보인다. 그렇기에 사랑에 대한 관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수많은 박수갈채를 받은 토베 얀손의 무민 연극은 당시 자유로운 핀란드 시대상의 분위기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토베 얀손이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킴으로써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동화 작가로서 그녀가 살아온 인생 경험과 철학은 무민이라는 캐릭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찌 보면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들을 다르다고 억압하기보다는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포용을 보여주는 게 맞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는 바이다. 토베 얀손이 탄생시킨 무민이라는 캐릭터도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모험적인 삶을 좋아했던 다사다난했던 인생을 표현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에게 무민은 어떻게 생각되고 각인되고 있을까?
삶이 모험이라면 캐릭터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심볼(Symbol)이다.
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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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지 못하는 사이, 살인범이 내 뒤에 와 있다면
<미드나이트>
감독 권오승
주연 진기주, 위하준, 박훈, 길해연, 김혜윤
청각장애를 가진 '경미'는 귀가하던 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소정'을 목격하고, 그녀를 도와주려다 연쇄살인마 '도식'의 새로운 타겟이 된다. 살고 싶다는 의지로 미친듯이 도망치는 '경미' ,하지만 살인마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고, '도식'은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나 경미를 위협하는데... 한밤중,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연쇄살인마와 그의 타겟이 된 '경미'의 멈출 수 없는 추격전! 극강의 음소거 추격 스릴러가 온다!
1. 감각에 의존하게 되는 스릴러 장르 속에서, 한 감각을 차단했을 때
흔히 '공포영화', '스릴러 영화'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연상되는 그림들이 있다.
공포의 대상이 숨어 있다는 걸 모르고 함정에 빠지는 주인공, 범죄자 혹은 귀신 등에게 쫓기다 숨는 주인공, 공포의 대상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 두려움에 몸을 떠는 모습 같은 것들.
주인공에게 공포감을 주는 대상은 주인공의 눈앞에 있을 때가 아니라, 주인공의 눈앞에 없을 때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와 스릴을 배로 느끼게 만든다. 이미 잡힌 뒤에 그가 주인공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극악무도한지보다, 주인공이 그를, 혹은 그가 주인공을 잡기까지 쫓고 쫓기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 주인공은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대상을 찾아내고자 한다. 가령 상대의 체취, 다가오는 발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군가 나를 스쳐 지나간 듯한 기분.
그중에서도 가장 분명한 힌트를 줄 수 있는 것은 '소리'다. 발걸음 소리를 듣고 상대를 피하거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으므로. 그러나 <미드나이트>의 주인공은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미드나이트의 주인공이자 타깃이 된 경미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뿐만이 아니다. 경미와 함께 살고 있는 경미의 어머니, 해연 또한 경미와 마찬가지로 장애를 앓고 있다. 경미와 해연은 수화나 문자 메시지, 메모 등 '눈에 보이는' 표현을 통해 소통한다. 목소리를 통해서는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미와 해연은 오해를 부르기는 쉽고, 해명하기는 어려우며, 위기를 감지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다. 이는 경미와 해연에게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2. 어떤 서사도 없는 살인범, 그저 '눈에 띄면 죽이는' 범죄자 캐릭터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 속 등장하는 범죄자 캐릭터들에게는 '이유'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지, 과거 어떤 트라우마나 사건이 있었는지, 어떤 문제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는 범죄자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행동을 납득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잘못하면 그의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사연을 만들어주는' 흐름으로 가 버릴 위험이 높다.
그래서 <미드나이트>는 범죄자에게 서사를 일체 부여하지 않는다. 늦은 밤, 홀로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곤 하는 범죄자 도식(위하준)에게는 그가 범죄를 저지르는 어떤 이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홀로 있는 여성을 보면 타깃으로 삼고, 흉기를 들고 나선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뒤 본인이 저지른 것이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인 척' 연기까지 한다. 그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과거의 서사는 없고, 그가 조작한 현재 상황에서의 '만들어진' 서사만 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살인범, 도식에게 공감이나 연민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도식의 타깃이 된 경미와 이미 납치된 채 차 안에 있는 소정(김혜윤)의 안위에만 집중하게 된다.
도식의 타깃은 나이 불문, 오로지 '눈에 띈 사람'이다. 성별도 한 성별로 제한되어 있지 않다. 영화 내 첫 타깃으로 등장하는 여성은 도식이 내는 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왔다가 차 안에 납치되어 있는 남성을 발견하고, 그 순간 도식에게 붙잡혀 그대로 차 안으로 납치된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여성과 남성은 모두 사망해 공원에 남겨져 있었을 뿐이다. 도식이 조작한 '만들어진' 상황의 말판처럼.
이후 도식의 다음 타깃으로 잡히는 건 경미의 어머니, 해연이다. 경미가 차를 주차해두고 오겠다고 해연을 두고 사라진 사이, 도식은 홀로 걸어가고 있는 해연의 뒤를 쫓는다. 해연이 도식의 발걸음 소리를 듣지 못하고 태평하게 걸어가는 사이, 도식은 해연을 타깃으로 삼고 흉기를 꺼내든다.
그러나 해연을 납치하기 직전,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정의 목소리에 도식은 고개를 돌린다. 그 순간,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해연 대신, 이어폰을 끼고 있는, 전화하며 목소리를 낸 소정이 타깃으로 대체된다. 같은 여성이지만 반대편 길로 향하는 두 캐릭터를 사이에 두고, 도식은 발걸음을 돌린다.
<미드나이트>의 두 인물의 운명은 이렇게 엇갈린다. 더 눈에 띄었기 때문에, 소정은 두 번째 타깃이 된다.
3. 운명이 바뀌는 또 다른 순간, 여성 캐릭터 간의 연대
그러나 소정은 그대로 목숨을 잃지 않는다. 소정은 살아남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움직인다. 그리고 이는 해연을 데리러 가던 경미가 멈춰서게 만든다. 소정이 던진 흰 구두가, 걸어가던 경미의 앞에 떨어진 것. 경미는 구두가 던져진 쪽을 바라본다. 어둠 속,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골목길. 이때 도식은 골목길 옆에 주차된 차 안에서 경미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경고하듯 중얼거린다. 그 구두를 건드리면, 너도 죽을 거라고.
하지만 경미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구두를 주워들고, 소정에게로 다가선다.
해연 대신 소정이 타깃이 된 순간 두 여성의 운명이 엇갈렸다면, 이제 소정의 구두를 주워든 순간 경미와 소정은 '도식의 타깃'이라는, 같은 운명의 길로 향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경미까지도 납치하려는 도식을 피해, 경미는 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한다. 아직 골목길 어귀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해연이 도식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해연이 있는 곳을 피해 반대편으로 도망친다. 골목을 지나, 건물로 들어가 지하주차장 구석에 숨기까지. 뒤늦게 경미를 바짝 쫓아온 도식이 주차장으로 들어섰을 때, 경미는 이미 구석으로 숨은 뒤다. 경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도식이 다른 곳으로 향하려던 순간, 구석에서 무언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미가 비상구 문을 열기 위해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경미는 잠금장치를 여는 사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 때문에 도식이 경미가 있는 곳을 알아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더 빠르게 잠금장치를 돌려댄다. 경미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므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관객의 스릴과 공포감은 배가 된다.
그리고 경미가 도식이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비상구의 문이 열린다.
이렇게 도식이 경미를 추격하는 사이, 이미 타깃이 된 채로 차 안에 납치되어 있던 소정은 도식의 시야 밖에 벗어난 채 있다. 다시 말해, 경미가 살아남기 위해 시간을 버는 동안, 소정 또한 살아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4. '말하지 못한' 진실, '듣지 못한' 이야기, '보지 못한' 얼굴
경미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경찰서로 간다. 그러나 경미는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완전히 다른 차림으로 멀끔하게 나타나 얼굴을 비춘 도식을 동일인으로 알아보지 못한다. 경미는 도식을 자신이 보았던 여성의 오빠로 착각하고, 경찰서에 가서도 자신이 봤던 범인의 옷차림만 진술하는 데 성공할 뿐, 도식이 범인이라고 지목하지는 못한다.
그 사이 진술서를 작성하던 경미와 떨어져 앉아 있던 해연은 경미가 '보지 못한' 얼굴을 본다. 도식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이 두 개라는 것과, 두 번째 핸드폰의 배경화면이 피해자 여성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해연이 소정의 얼굴을 본 뒤 경찰서에 나타난 소정의 오빠, 종탁은 해연이 본 얼굴과 같은 얼굴을 보여주며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 두 얼굴이 일치한다는 걸 알아챈 해연이 나서려는 순간, 도식은 경미에게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해연을 가린 채 해연에게만, 경미가 '보지 못한' 살인범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해연이 나서면 경미가 죽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다.
해연은 경미를 걱정해 결국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종탁과 도식이 엇갈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갑자기 집 앞에서 실종된 소정을 찾아다니다 경찰서까지 온 종탁은 취객을 내보내기 위해 경찰관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도식과 싸우게 된다. 흉기를 들고 종탁을 공격하는 도식을 피해 나온 해연과 경미는 경찰관들을 경찰서 안으로 무작정 들여보내지만, 그곳에서 경찰관들이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본 광경은, 칼을 든 종탁 아래 깔려 있는 도식의 모습이다.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경찰들은 그 일촉즉발의 순간, 엇갈린 선택을 한다.
경미와 해연이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경찰관들은 종탁을 제압한 뒤 도식을 풀어주고 만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사건은 다시 시작된다.
소정은 여전히 차에 갇혀 있고, 도식은 풀려났다. 경미와 해연은 이미 도식의 눈에 띄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식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소정이 희생되기 전에.
5. <미드나이트>가 보여주는 엇갈린 관계, 그 속에서 찾아오는 긴장감
영화 <미드나이트>는 여러 인물들을 두고 여러 관계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물들의 선택에 따라 서로 엇갈리는 운명을 보여주며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한다. 소정의 등장으로 해연은 타깃이 되지 않았고, 경미의 등장으로 소정은 희생되지 않았다. 종탁의 등장으로 경미와 해연은 경찰서에서 탈출할 수 있었으나, 도식과 경미가 대치하고 있던 순간 경미가 아니라 소정을 찾으러 가는 쪽을 선택한 종탁 때문에 경미는 다시 위기에 처한다.
도식에게서 도망치고 있던 경미의 눈 앞에 차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소정이 발견되고, 경미와 소정은 함께 숨어 도식에게서 살아남기를 기도한다. 경미가 대신 시선을 끌고 멀리 도망쳤기 때문에 소정은 살아남아 신고하는 데에 성공하고, 살아남은 소정이 경미에 대한 소식을 전해준 덕에 경미와 도식이 대치하던 순간, 가까스로 종탁이 경미를 발견해 위기에서 구해준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는, 특히 현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긴장감을 이어나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억지스러운 전개는 몰입감을 잃게 만들기 쉽고, 주인공이 너무 영웅처럼 등장해도 납득이 되지 않아 긴장감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미드나이트>는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없는 위치에 처해 있는 주인공, 경미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악용하는 범죄자, 도식이 어떻게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동안 긴장감을 잃지 않고 여러 상사건들을 배치해 준다. 이 사이에서 모든 상황들이 억지스럽거나 갑작스럽지 않다는 점, 인물들의 선택이 납득이 된다는 점은 영화를 보는 관객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몰입을 깨지 않고 도식의 최후를 보도록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경미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역이용한다.
말할 수 없고, 듣지 못하는 사이,
살인범은 내가 걷던 골목으로, 내가 사는 집으로, 그리고 내 뒤로 성큼 다가와 칼을 들이민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긴장감 있는 전개, 속도감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오늘 밤 <미드나이트>를 추천한다.
방심하는 사이, 우리는 완벽하게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하룻밤 사이 순식간에 타깃이 되어, 늘 지나다니던 골목을 내달려야 했던 경미의 시간을 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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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고를 당했다. 그리고 해피엔드를 봤다.
해고를 당했다. 그리고 해피엔드를 봤다.
해고를 당했다. 일상을 갈아 넣고 내신 기간을 감당한 결과였다. 강사 경력은커녕 학생으로서도 학원에 안 다녀본 나로선 처음 적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지만, 노력과 성실함으로 열심히 상쇄했다고 생각했는데 ‘내신’이라는 새로운 장애물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학원에서의 내신 기간은 특정 학교의 시험을 앞두고 약 한 달 동안 학생의 시험 준비를 도와주는 시간이다. 그 기간 나는 학교 교과서로 수업하는 것은 물론 해당 학교의 기출 문제를 분석하고, 외워야 할 내용을 정리해 시험을 보는 등 시험공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옆에서 보조해야 했다.
과다한 업무량만 문제였다면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 나를 괴롭히는 건 순수하게 공부를 좋아하는 내가 아이들에게 시험 잘 보기를 강요해야 하는 일이었다. 생각이 깊은 아이에게 불필요한 생각은 시험에 방해된다고 하고, 버거워하는 아이에게 주어진 숙제에만 집중하라고 말할수록 마음 한구석이 깎여나가고, 내가 나를 포기하는 기분이었다.
아이들만큼이나 나에게도 보상이 필요했다. 모든 내신 일정이 끝나는 날 저녁, 좋아하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해피엔드>를 예매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게 나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날, 예상치 못한 사건이 나를 덮쳤다. 간신히 업무를 마친 내게 원장이 할 말이 있다고 하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열심히 노력한 것도, 태도가 성실한 것도 안다. 하지만 우리가 신입이 성장하기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미안하지만 이번 주까지만 근무하도록 해라.
그러니까 나는 태도가 불성실한 것도 아니고.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그저 학원이 원하는 속도에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잘린 것이다.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이제 겨우 첫 내신을 겪었는데 뭘 기다려줬다는 거지?
나를 해고한 학원은 나 한 사람의 특수성을 존중해주기엔 이미 견고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최대한 그 구조에 나를 끼워 맞춰보려 했지만, 집단은 나를 기다려줄 수 없었다. 정말 슬펐던 건 그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를 내친 건 악의가 아니라 순전히 구조 탓이었다. 그들이 딛고 있는 시스템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건 사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노력과 성실함으로 어떻게든 극복하려 한 건 결국 오기였다. 그들에겐 성실한 사람보다 집단에 이익이 되는 사람이 더 필요했다.
얼떨떨한 상태로 영화관에 가면서 미리 <해피엔드>를 예매한 나의 선택에 감사했다. 이런 일정마저 없었다면 오롯이 혼자서 이 충격을 감당해야 했을 테니 말이다. 당연히 초반 몇 분에는 집중이 안 됐다.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그렇게 부족했나?’, ‘너무 순순히 물러섰나?’ 등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수선했다. 그러다 영화의 감각적인 연출에 먹구름처럼 드리웠던 생각들이 서서히 걷히고 영화에 몰입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만 드는 기시감에 소름이 돋았다. 좋은 예술 작품은 좋은 타이밍을 만날 때 빛을 발한다. 개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집단의 이익 관계에 따라 가차 없이 버려진 그날, 내가 <해피엔드>를 본 건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회피와 분노, 그 뒤에 찾아오는 먹먹함
<해피엔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영화다. 주인공인 코우와 유타는 유치원 때부터 함께한 죽마고우로 음악 연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고등학생이다. 둘을 포함한 동아리 회원들은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교장을 골탕 먹이기 위해 그의 외제차를 세로로 세우는 장난을 친다. 다음날 이를 발견한 교장은 범인을 잡지 못하자 학교 전역에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근미래 배경답게 감시 시스템도 최첨단이다. CCTV가 교칙을 위반한 학생을 감지하면 그 자리에서 자동으로 벌점이 부과된다. 치기 어린 일탈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그들의 장난은 감시 시스템의 도입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되고, 평생 견고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관계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재일 한국인 4세인 코우와 유복한 환경의 유타, 집에 있으면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유타와 믿음직스러운 아들로서 지지받는 코우. 오랜 시간 끈끈한 우정을 나눴던 두 사람은 감시 시스템과 더불어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서로에게 우정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장벽을 느낀다.
<해피엔드>가 유독 먹먹한 이유는 두 친구의 우정이 일방적으로 멀어졌기 때문이다. 유타는 관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 하지만, 코우는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함께 놀고 싶어 하는 유타가 철없다고 느낀다. 관계를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에는 두 사람의 핵심 정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유타의 핵심 정서는 ‘회피’다. 유타의 핵심 논조는 ‘어차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 차라리 쾌락을 만끽하는 게 낫지 않느냐’이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매 순간 존재를 부정당하는 코우의 눈에 비친 유타는 아무 생각 없는 온실 속 화초일 뿐이다. 영화는 코우가 분노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유일한 안식처였던 친구들을 하나둘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유타의 감정선도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객에게 균형 잡힌 시선을 제공한다.
<해피엔드>의 배경인 근미래 일본의 핵심 키워드는 ‘통제’와 ‘배척’이다. ‘통제’는 권력자가 공동체를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수월하게 다수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특성에 어긋나는 모난 돌을 빼내는 게 좋다. 유타는 무리 없이 전체에 수용되지만, 코우는 어딜 가든 모난 돌 취급을 피할 수 없다. 코우와 같은 모난 돌은 계속해서 외친다. 우리를 배척하지 말라고. 차별하지 말라고. 존재를 지우지 말라고. 그러나 이 외침은 모두의 안전을 위한다는 주장 하나로 가볍게 묵살된다.
안전. 근미래 일본이 아닌 지금의 한국을 사는 나에게도 귀에 딱지가 앉게 자주 들리는 말이다.
욕을 먹었다. 그리고 해피엔드에 관해 쓰고 있다.
욕을 먹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겸했는데, 한 달 넘게 같은 지적을 듣다가 정신력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내가 반복해서 듣는 말은 이거다. 안전을 위해 애들 통제에 주의해라.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예기치 못하게 한 아이가 큰 부상을 입으면서 현장에 비상이 걸린 탓이었다. 한 명이 여러 아이를 지도하면서 사건·사고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 학교가 택한 방법은 아예 문제의 싹을 자르는 것이었다. 사고 현장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할 것. 돌발 행동은 적극적으로 통제할 것. 문제는 내가 통제해야 할 이 아이들이 발달 과정에서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 시기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해피엔드>의 핵심 소재인 AI 감시 시스템의 문제점은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타협의 여지가 없고, 오류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착한 행동과 나쁜 행동은 기계가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저마다의 맥락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해야 한다. 기계의 무자비한 징벌은 당사자도 모르게 벌이 주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에서는 사소한 행동이 숨겨진 눈에 의해 ‘잘못’으로 감지되고, 억울하게 벌점을 받아도 이를 해명하다가 더 큰 벌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소통이 배제된 감시와 처벌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이러한 폭력에 저항하는 아이들에게 반박하는 논리는 단 하나다. 이 정도 불편은 안전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
여기서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안전해야 하는 걸까? 육체만 보전하면 되는 걸까? 폭력에 노출되는 동안 지쳐가는 정신은 방치해도 되는 걸까? 그렇게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는 정말 안전한가? 애초에 안전이 제일 중요한 가치가 맞는 건가? 안전을 위해 희생된 자유는 아무것도 아닌가?
아이들을 통제하라는 지시에 일부러 반항한 적은 없었다. 나 역시 안전이 중요하다는 의견엔 동의하는 바였다. 그런데도 지적은 계속 들어왔다. 내가 행하는 통제가 그 집단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유로운 활동을 박탈당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나조차 납득할 수 없는 통제가 아이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일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수시로 묻곤 했다. 어른은 아이를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까? 말 잘 듣는 게 정말 미덕일까? 보호 명목으로 세상을 인위적인 무균실로 만드는 게 옳은 걸까? 애초에 그게 가능하긴 한 걸까? 이 질문이 떠오를 때면 감시 카메라에 잡힌 <해피엔드> 속 아이들의 얼굴도 같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단보다 큰 개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내가 <해피엔드>를 본 타이밍은 꼭 해고 사건이 없었어도 충분히 절묘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의 경험과 함께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정상성을 갈망하는 집단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실감했다. <해피엔드>는 그렇게 집단의 이해관계에 짓눌린 개인 한 명 한 명을 호명하고, 그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어떠한 평가도 없이 깊숙이 들여다본다.
영화를 다 보고 네오 소라 감독의 인터뷰를 읽다가 마음에 박힌 부분이 있었다.
“저는 근본적으로 사랑이 없으면 화를 안 낸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분노도 사랑이 있어야 생길 수 있는 거예요. 사실 생각해 보면 화를 낸다는 건 엄청 피곤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내가 화를 내서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마땅히 필요한 일이겠죠.”
이 영화가 먹먹한 끝에 애틋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코우가 유타의 회피에 화냈던 건 사회에 부정당하는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코우를 사랑한 건 유타였고,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코우의 분노에 동참한다.
<해피엔드>의 아이들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까? 안전하게 통제받기를 거절하고, 온 마음을 다해 서로를 사랑할 줄 아는 그들은 분명 좋은 어른이 될 것이다. 삭막한 경쟁 사회 속에서도 끝내 존재감이 지워지지 않는, 집단보다 큰 개인으로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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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의 첫 아시안 영화, 샹치가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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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21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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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3 익숙한 그림과 냄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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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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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하인드 더 트리> 메인 예고편
절대로 뒤돌아 보지 말것!
커플인 에이미와 제이는 북인도로 함께 여행을 떠나 즐거운 휴가를 보낸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 제이는 아름다운 숲속 깊은 곳에서 에이미에게 프러포즈를 하지만 거절당한다. 그 후 리조트로 돌아가던 두 사람은 길을 잃고 어두운 숲속을 헤매다가 현지 주민들이 아이를 상대로 구마 의식을 행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두 사람은 좁은 곳에 갇혀 있는 아이를 꺼내 몰래 리조트로 데려오지만 아이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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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좀비크러쉬: 헤이리> 메인 예고편
“세 명의 영웅이 헤이리를 구하리라!”
자고 일어나니 온 동네에 퍼진 좀비 바이러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선(공민정), 현아(이민지), 가연(박소진) 삼총사는
우연히 숨겨진 비리를 알게 되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데..
무더위 통쾌하게 날려버릴 NEW 코믹 액션 어드벤처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