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2023-05-17 23:39:42
'지독하게' 유쾌한, 어떤 바다 위의 풍자극
<슬픔의 삼각형> 시사회 리뷰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해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그렇게 호평이 자자하던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왔다. 이 영화는 정말이지 '지독하고' '통렬하며' '유쾌한' 풍자극이다. 여러 각도에서 인간 사회의 모순을 꼬집으면서 재미까지 모두 담보했다고나 할까. 한없이 가벼운듯하면서도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겁다. 막이 내리면, 이 영화를 끝없이 곱씹게 되는데, 이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대단한 인상을 주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크루즈와 무인도 씬들은 무더운 여름날(이제 여름이나 다름없다!)에 보기에 아주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에서는 몇 가지 관람 포인트를 소개하겠다. 지극히 주관적이겠지만.
1. 변화무쌍한 주인공의 지위
주인공인 '칼'의 지위 변화는 정말이지 흥미롭다. 직장, 여자친구 앞, 크루즈, 그리고 섬에서 그는 모두 제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칼은 떵떵거렸다가 빌빌 기고, 빌빌 기다가도 큰 소리를 친다. 어라, 이런 남자, 이런 사람. 우리 주변에도 즐비하다.
그의 이러한 변화는 그가 처하는 환경에 기인한다. 그가 상대하는 다른 사람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들의 연결고리를 잘 살펴보는 것은 영화의 이해와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2. 대사에 주목하라: 말이 씨가 되는 법
이 영화 속의 대사와 장면 하나하나는 무엇하나 버릴 것이 없다. 가장 첫 장면부터 가장 마지막 장면까지! 촘촘하게 연결된 인간 사회에서 갑의 작은 진상짓은 처참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그러한 나비효과는 이윽고 전복적인 결말에 이르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갑들은 언제나 자신이 갑질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거다! 이 안의 다양한 '갑'들의 대사와 그들의 행위에 주목하라. 그리고 그들이 어떤 나비효과를 낳는지를 관찰해보라. 그리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모순되었는지를 알아차려 보라!
3.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풍자적 비유들
소위 '갑'의 갑질로 의해 배가 뒤집힌다든가, 걸어가는 백인 부자 손님들이 등장한 바로 다음 씬에 바닥을 닦거나 '보이지 않는' 직원실에 숨어서 개미처럼 일하는 유색인종 직원들의 모습 등은 아주 효과적이고 알기 쉬운 방식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낸다. 이러한 장면적 연출들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리라.
아,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이 영화는 시원하면서도 지독하다. 문자 그대로, 아주 원초적인 방식으로 지저분한 씬들이 나오기 때문에, 비위가 많이 약한 사람이라면 몇몇 장면에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러 가고 싶다. 여러분도 한바탕 크루즈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바다의 한복판에서 우리 삶의 또다른 단면을 되돌아 보면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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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에서 빛을 상상하는 일
영화는 해가 뜨기 전 이미 활기차게 깨어있는 뭄바이의 모습을 배경으로, 도시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음성이 내레이션으로 들려오면서 시작된다. 그들의 음성은 뭄바이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도시민으로서 겪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뭄바이는 인구수가 약 2300만에 달하는 인도 최대의 도시로, “가족 중 한 사람은 뭄바이로 향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인도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자 모이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나은 삶을 모색하고자 정착한 이 도시에서 안식을 찾을 수 없으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오프닝 시퀀스 끝에는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운행하는 출근 열차에 몸을 실은 영화의 주인공 ‘프라바’가 있다. 그는 끊임없이 흐르고 약동하는 도시 속 홀로 한곳을 응시하는 사람이다.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프라바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독일로 떠나버린 후 몇 년째 연락도 닿지 않는 남편을 그리워한다. 그런 프라바에게 어느 날 독일에서 온 발신자 불명의 소포가 도착한다. 어떤 이름이나 안부도 없이 독일제 밥솥만이 덩그러니 담긴 상자를 마주한 그는 자연히 남편을 떠올린다. 도시의 불빛이 늦은 시간까지 어둠을 밝히는 불면의 밤. 프라바는 얼굴도 모르는 채 결혼한 낯선 남편을 생각하며 밥솥을 끌어안지만, 그럼에도 외로움이 마음 한 켠을 파고드는 이상한 감각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는다.
한 편 프라바와 같은 병원에서 함께 간호사로 일하면서 방을 같이 쓰고 있는 룸메이트 ‘아누’는 남몰래 연애에 몰두하고 있다. 카스트제와 종교 등의 정치적 문제가 일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인도에서 아누의 연애에는 주변인들의 날 선 시선이 늘 뒤따른다. 힌두교도인 그녀는 이슬람교도인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욕망과 사랑을 표현하는 데 주저가 없다. 병원에서의 권태로운 일상이 지나면 아누와 그의 남자친구 ‘시아즈’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해 밤거리를 헤맨다.
병원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 이 두 사람과 우정을 쌓고 있는 '파르바티’는 지금껏 수십 년간 살아온 집이 재개발 구역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거주지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프라바와 파르바티가 도움을 청하고자 찾은 변호사는 그가 그곳에 오랬 동안 거주했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가 없다며 떠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그 땅, 그녀의 노동으로 일군 그 공간에는 곧 신축 아파트와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머물렀다 떠나가는 복잡한 대도시에서 개인들의 존재는 미세해진다. 누구 하나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곳, 내가 여기 존재했다는 흔적마저 남기기 어려운 도시 뭄바이. 거대한 도시의 익명성 뒤에 지워진 개개인의 삶은 지극히 외롭고 쓸쓸하다.
영화 속 세 사람은 그런 도시의 외로움을 서로의 존재를 통해 이겨내고자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그 누구의 상실이라도 서로가 기억하면서.
이들은 이를 수 없는 사랑에 얽매여 있고, 또 자신이 살아갈 안식처를 마련하고 싶어 하지만, 이 도시에서는 그런 작은 소망마저 이루기 어렵다. 결국 도시에서 쫓겨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 파르바티를 도와 프라바와 아누는 인도 남서부 라트나기리 지역에 위치한 작은 어촌마을로 향한다.
공간이 변화하면서 영화는 새로운 장으로 접어든다. 몬순 기후의 습기 어린 푸른 공기와 하늘에 닿을 듯 높게 뻗은 빌딩, 사람들의 소란으로 채워졌던 대도시 뭄바이를 떠나 당도한 작은 시골 마을은 광대한 바다와 숲, 건조한 모래와 파도 소리가 있는 곳이다. 다큐멘터리적 연출로 시작해 지극히 현실적인 도시의 삶을 담아냈던 영화는 이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마술적 사실주의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시간을 훔치는 도시 뭄바이’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낮보다는 밤을 중심으로 펼쳐졌다면 시골 마을에서의 오후는 아주 느리게, 때로는 영원에 가깝다고 느껴질 만큼 느리게 흘러간다. 이렇듯 문명을 떠나 비문명과 가까운, 즉 자연이 펼쳐진 공간으로 이동한 파르바티와 아누는 바쁘고 소란스러웠던 도시에서의 모습보다 한결 편안해 보인다. 파르바티는 전에 없이 춤을 추며 활짝 웃음을 지어 보이고, 아누는 몰래 데려온 남자친구와 보다 과감하게 사랑을 속삭인다.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와 그늘 없이 내리쬐는 눈부신 햇빛 아래 그들은 자유를 찾은 듯하다.
그러나 오직 프라바만이 여전히 멈춰 서 있다. 먼 곳에서 아직 그녀를 얽매고 있는 남편이라는 존재의 속박 때문이다.
착잡한 마음으로 해변을 거닐던 프라바는 우연히 파도에 떠내려 온 남자를 발견한다. 거의 죽음 직전에 있던 그에게 숨을 불어넣어 준 프라바는 곧 그 낯선 이에게서 자신의 남편을 본다. 수없이 많은 밤 그려보았던 남편의 형상은 프라바에게 그녀가 꿈꾸었던 말을 건네지만, 이내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줄곧 원해왔던 것이 남편의 귀환이나 그의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그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것을 결심한 프라바는 그 환상인지 실제인지 모를 남편의 “함께 떠나자”는 말에 완강히 거절을 표한다.
“이러지 마요. 다신 보고 싶지 않아요. 다시는요.”
이는 아마 그녀 식의 작별인사였을 것이다. 지금껏 그녀를 얽매고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았던 남편의 유령으로부터 그렇게 프라바는 벗어난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아름다운 연출과 음악, 세련된 편집 역시 훌륭한 영화지만 결말부의 작은 마법은 그 어떤 것보다도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 아름다운 결말에서 어두운 객석에 앉은 관객의 마음에는 따스한 빛이 찾아든다.
“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하려고 해도 상상이 안 돼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상상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다. 이를 반영하듯 영화는 계속해서 빛을 활용한 아름다운 연출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 영화에서 묘사하고 있는 빛은 광원光源의 빛이 아니다. 카메라가 계속해서 포착하고 있는 빛은 스크린에 영사되는 희미한 빛과 같은 것, 그러니까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와 같은 빛이다.
어두운 방을 희미하게 밝히는 그 빛은 어둠 속에서 상상한 빛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렇게 눈앞에 펼쳐진 상이 비록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괜찮다. 어둠 속에서 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 희미한 한줄기 빛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또 의지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우리는 계속 빛을 상상해야 한다. 어둠에 너무 익숙해져 외로움에 잠식되지 않도록, 무정한 도시의 흐름에 쓸려 나가지 않도록.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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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영혼을 위한 영화 "소울 (SOUL)"
<영화 정보>
개 봉 : 2021.01.20.
등 급 : 전체 관람가
장 르 : 애니메이션
국 가 : 미국
러닝타임 : 107분
배 급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소개>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영화내용>
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으로 일하는 조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들은 날 꿈에 그리던 무대인 도로테아가 있는 재즈 밴드와 함께 저녁에 하프노트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된다.
너무 기쁜 조는 하프노트에서 나와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집으로 돌아가던중 도로 중간에 뚜껑 열린 하수구에서 실수로 빠지게 되고 몸과 분리된 조의 영혼은 '머나 먼 세상'으로 가는 계단으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된다. 자신이 어디있는지 알게 된 조는 뒤에 보이는 지구로 역주행 하지만 다른 공간인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지게 된다.
'머나먼 세상'의 회계사인 테리는 영혼 한 명이 없어진 걸 알고 찾아다닌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 조는 태어나기 전 세상의 카운슬러 제리들을 만나게 되고 제리들은 조를 새로운 멘토로 착각한다.
살았을 때 위대한 업적을 이룬 영혼이 멘토가 되어 새롭게 태어날 영혼들인 멘티를 이어주는 '유세미나'에서 조는 영혼 22를 만나게 된다.
'태어나기 전 세상'은 새로운 영혼들이 지구로 가기전에 독특한 자신만의 성격과 관심사를 부여받는 곳으로 여러 멘토들의 도움으로 여러 직업을 체험해보면서 자신의 주요 재능이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이 완성되고 지구로 돌아가 새로 태어날 수 있다.
조는 다른 머나먼 세상으로 떠나다 떨어졌기 때문에 멘토가 아니었고 아동심리학자였던 다른 멘토의 이름표로 멘토 역할을 하게 된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구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아하는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영혼 22는 무하마드알리, 간디, 마더테레사, 링컨 마저 포기한 영혼이다.
조는 저녁 하프노트의 재즈 공연에 서야 했기에 영혼 22의 지구 통행증의 마지막 칸인 관심사를 채워서 지구 통행증을 자신이 가지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고 영혼 22는 지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 서로에게 좋은거라 생각하며 22 역시 조의 거래에 적극 참여 하기로 한다.
조와 22는 모두의 전당으로가 22의 관심사를 찾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22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던 중 22는 조를 데리고 길 잃은 영혼들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는 자신의 일에 집중해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진 지구의 영혼들이 오기도 하는데 그곳에는 긍정적인 일에 대한 무아지경 상태도 있지만, 집중을 넘어 집착을 하게 되면서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진 길 잃은 영혼들이 오기도 한다. 이런 길 잃은 영혼들을 지구의 모습과 연결해 집착의 무아지경에서 구출해 내는 문윈드를 만나게 되고 문윈드의 도움으로 병원에 혼수상태에 빠진 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조는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문 윈드의 도움으로 집중을 통해 지구에 있는 자신의 영혼과 연결을 시도하다가 문윈드가 만든 홀로 영혼 22와 함께 떨어지게 된다.
지구로 떨어진 조와 영혼 22는 서로의 모습에 당황한다.
조의 영혼은 혼수상태에 빠진 조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치료용 고양이 미튼스의 몸에 들어가게 되고 영혼 22의 영혼이 조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고양이 미튼스의 주인이 미튼스를 데리고 가려고 하자 조의 몸에 들어간 영혼 22는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해 시간을 번 사이 둘은 병원을 도망친다.
그리고 둘이 지구로 오는데 도움을 준 문윈드를 찾기 위해 문윈드가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뉴욕의 거리로 찾아 나선다.
둘은 문윈드를 찾게 되고 문윈드는 둘을 돕기로 하고 5시 30분까지 하프노트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옷을 갈아 입기 위해 조의 집으로 가던 중 환자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조의 모습을 보게 된 도로테아는 조를 이상한 사람으로 착각해 저녁 공연의 피아노연주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린다.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조는 도로테아밴드의 드러머의 도움으로 공연보다 일찍 하프 노트에서 만나기로 한다.
조 대신 조의 흉내를 내고 있는 영혼 22는 난생처음 피자, 도넛, 사탕을 맛 보게 된다. 그리고 조의 머리를 깎기 위해 들른 이발소에서 자신을 비아냥 거리던 친구를 영혼22만의 방법으로 내쫓고, 오랜시간 함께 했던 이발사 친구의 속사정까지 듣게 된다. 그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 몸에 들어간 조는 그동안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몰랐던 점을 영혼22 덕분에 알게 된다.
그리고 옷을 수선하기 위해 엄마에게 찾아갔지만 엄마는 이미 조의 재즈 밴드 공연 소식을 알고 정직원 자리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영혼 22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엄마를 설득하고 엄마는 조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숨겨놨던 정장을 꺼내며 조가 입고 갈 수 있도록 즉석에서 수선을 해준다.
공연을 하러 가던 중 나무에서 떨어지는 단풍나무 씨앗을 본 영혼 22는 지구에 와서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고, 맛보면서 삶의 기쁨을 알아가게 되고 더 경험해 보기 위해 조의 저녁 공연에 가지 않기로 하고 도망을 간다.
그 시간 회계사 테리는 누구의 영혼이 없어졌는지 찾게 되고 지구로 간 조와 영혼 22를 찾기 위해 지구로 내려와 있다.
영혼 22를 잡기 위해 따라가던 조는 테리가 둔 덫에 걸려 다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고 둘은 영혼의 모습으로 바뀐다.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 온 영혼 22의 가슴에 붙어 있던 지구통행증은 완성이 되어 있고, 제리들은 영혼22 에게 축하해준다.
하지만 이를 본 조는 자신의 몸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취향으로 인해 음악을 좋아한다고 느꼈고, 여러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던 거라며 소리를 지르고 영혼 22는 화가나 지구통행증을 조에게 던지고 사라진다.
조는 제리로 부터 Spark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영혼이 살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듣게 된다.
지구통행증을 주운 조는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그 순간 영혼 22는 자신의 Spark와 목적을 찾아야 한다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길 잃은 영혼이 되어버린다.
지구로 돌아온 조는 도로테아에게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후회할거라고 말하며 한 번 더 무대에 오를 기회를 갖게 된다.
그날 저녁 조는 최고의 연주 무대를 보이고 조의 꿈을 인정해준 조의 엄마도 공연을 보러 왔다.
그동안 그토록 원하던 무대에 서서 최고의 뮤지션들과 연주를 하게 되면 자신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그 꿈을 이룬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도로테아가 들려주는 바다를 찾는 어린 물고기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집으로 돌아간 조는 영혼 22가 모아놨던 피자조각, 도넛조각, 사탕, 단풍나무 씨앗들을 모며 무아지경의 상태에서는 길 잃은 영혼들이 가는 곳으로 가서 문윈드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피아노 연주에 몰입한다.
영혼 22에게 사과하고 싶었던 조는 문윈드에게 22의 소식을 듣지만 영혼 22는 잃어버린 영혼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조는 문윈드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영혼22는 오직 목적을 찾아야 한다는 것과 그동안 자신을 담당했던 멘토들이 쏟아냈던 온갖 나쁜 말들을 기억하며 자신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고 해낼 수 없는 영혼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고, 그런 영혼 22를 쫓아가 조는 단풍나무 씨앗을 건냈다. 그러자 영혼 22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는 사과를 한다.
그동안 조는 자신의 꿈과 삶의 목적은 재즈 음악이었고, 성공한 재즈 뮤지션이 되고 싶었지만 영혼 22를 보면서 삶에는 어떤 특정한 목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삶은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 지는게 아니라 그저 매 순간 살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바로 앞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혼22는 조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지구로 내려가고 조는 자신이 가야했던 '머나먼 세계'로 가던 중 제리를 만나게 된다.
제리는 조의 모든 행동이 그들에게 영감이 되었기에 다시 한 번 더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상을 해주겠다고 한다.
정확한 숫자에 집착하는 회계사 테리는 한명이라도 빠진걸 안다면 다시 찾아 나설것이기 때문에 제리들은 몰래 테리의 숫자판을 바꾸고 조가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리는 조에게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낼거냐고 묻는다.
조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매 순간 순간을 살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 속 대사>어린 물고기가 있었어.
그 어린 물고기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다가가
"전 바다라고 불리는 엄청난 것을 찾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 때 나이 든 물고기는 "그건 지금 네가 있는 곳이야"라고 말했어.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여기는 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구요"라고 말했어.
그 작은 순간들이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 줬어.<리뷰>
픽사의 애니메이션인 '소울'은 누가 봐도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사후 세계와 태어나기 전 세계를 보여주고,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의 목적 보다는 하루하루 순간에 감사하며 즐기며 살아가야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지구는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라며 수 천년 간 다시 태어나길 거부해온 영혼 22가 조의 몸에서 잠깐 경험해 본 것 만으로 지구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태어나기 전 세계로 돌아갔을 땐 지구 통행증이 완성되어있다.
처음엔 지구통행증이 완성되는 마지막 Spark가 재능이나 지구에 가서 하고 싶은 일 등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혼 22가 지구에서 경험한 건 특정한 무엇을 하고싶은것이 아니라, 그토록 가기 싫어했던 지구가 아름다워보이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멘토와 연결해 멘토링 과정에서 여러가지 직업들을 체험해보고 흥미나 열정을 가지게 되면 지구가 재미있는 곳이고, 지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런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그 많은 영혼들은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혼 22는 정말 지구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지구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지구는 영혼 22의 생각보다 재미있고 살만한 곳이었다.
그리고 제리가 조에게 해준 삶의 목적이 Spark가 아니라는 말.
삶의 목적은 그냥 하루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구나 알아주는 위한 업적을 이루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 최고의 목적인 것이라고 영화에서 말하는 것 같다.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음식에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새로 알게 된 모습, 주변에서 나는 소리들, 바람, 나무에서 떨어지는 씨앗 등 모든 것이 소중하고 재미있고, 즐겁고 내일을 살만하게 만드는 일들이다.
조가 영혼22를 멘토링 하기 전 자신은 멘토가 아니라고 밝히며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보게 되는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는다. 정말 무의미 하게 인생을 살았다면서.....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무서워졌다.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무의미한 인생이었으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머나 먼 세계' '태어나기 전 세계' '유 세미나' '길 잃은 영혼' '스파크' 등 새로운 개념들이 많이 나온다.
삶에 대한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사후세계와 전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태어나기 전 영혼들은 동글동글 너무 귀여웠고, '태어나기 전 세계'의 대부분의 색체가 프리즘처럼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영혼들은 입체적인 3D로 표현되어 있고, 제리나 테리는 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제리가 조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양자물리학이 어쩌고 어디에나 있는데 누구나 알 수 있는 모습들로 보이기 위해 자신들이 원래는 형체가 없지만 형체를 갖춰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처럼 말을 했었던것 같고, 모양은 다르지만 영혼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다 이름이 똑같은 제리 였다. 리뷰를 쓰다가 찾아보니 제리는 우주의 모든 양자화된 장의 총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영혼을 관리하고 그들이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도와주는 역할이다.
조가 가는 이발소의 이발사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딸의 병원비를 위해 최대한 돈을 빨리 많이 벌어야했고 이발사가 되었던 거다 그러나 그나 불행하지 않다고 한다. 손님과의 대화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직업에 대한 몰입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즐겁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이 이발사의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의 Spark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겠지만 막상 지구에서 태어난 후 된 건 이발사였다. 이렇게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의 스파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지구에 와서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것을 이발사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성격 형성을 위해 다양한 감정도 경험해 보는 모습도 보인다.
조가 처음 '머나먼 세계'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머나먼 세계'로 떠나는 다른 영혼 들 사이에서 한국말이 들려 반갑기도 했고, 영화 속 뉴욕의 모습에서 한글 간판도 있었다.
픽사에서 23년을 준비한 새로운 세계관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픽사는 단 하나의 작품도 허투로 만들어 내는 게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쿠키 영상은 있다.
보고 나면 허무하지만 안 보면 찝찝해서 본다는 쿠키 영상 일 정도로 허무하지만 궁금해서 안볼수가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10분정도를 기다렸고, 엔딩 크렛딧이 올라가는 동안 '태어나기 전 세계'의 어린 영혼들이 중간 중간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 쿠키 영상엔 회계사 테리가 나온다.
"Hey! movies over.
Go Home!"
이라고 말하고 끝난다.
10분 기다렸지만 테리가 말하는 건 5초? ㅋㅋㅋㅋㅋㅋ
영화 시작 전 보여주는 '토끼굴'애니메이션도 너무 귀여웠다.
대화는 한 마디도 없지만 땅 속에 각자의 집을 살고 있는 동물들이 나오는데 토끼는 조금만 이동하면 연결되는 땅속 집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립된 집을 갖고 싶어서 땅 속 깊이 깊이 파다 보니 물이 지나가는 길까지 파 내려가게 된다. 물이 지나가는 길이 터지면 땅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위험해 진다는 것을 알고 토끼는 가장 무서워 하던 오소리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오소리의 큰 소리에 땅 속에 살던 동물들은 다 모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일어난 일에 토끼는 미안하고 부끄러워 오소리 뒤로 숨지만 오소리는 토끼에게 직접 말하게 하며 토끼를 동물들 앞으로 내보낸다. 토끼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동물들은 힘을 합쳐 물길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땅을 호수 근처로 파낸다. 물에 잠길뻔한 토끼를 구해주기도 하면서 무사히 물길을 호수까지 파내게 되고 땅 속 동물들은 안전해 진다.
도움을 받은 토끼는 사실 자신의 집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는 듯 집 설계도를 동물들에게 보여주고 동물들은 토끼를 도와 설계도를 다시 만들고 토끼의 집도 함께 만들어 준다.
잠깐의 이야기해서도 협동과 서로 돕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일상과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면
#영화소울 을 보면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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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버그> 실화의 재현과 재구성 사이에서 길을 잃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레 tv '파본자들' <세버그> 편의 방송 내용을 재정리한 글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누벨바그의 스타로 활동하던 영화배우 '진 세버그(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녀는 영화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오던 비행기에서 흑인 인권 운동가 '하킴 자말(안소니 마키)'을 만난다. 하킴의 모습에 묘하게 끌린 그녀는 그를 통해 흑인 인권 운동에 자금을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그 때문에 FBI의 표적이 된다. 안 그래도 혁명의 분위기가 감돌던 60년대 후반에 FBI 입장에서는 진의 반정부적 행보는 눈엣가시였기 때문이다. 결국 FBI는 신입요원 '잭(잭 오코넬)'에게 진을 24시간 감시하고 더 나아가 그녀의 명예와 경력을 망가뜨릴 공작을 꾸미기 시작한다.
실존 인물이나 실화 사건을 다루는 영화는 실화의 재현이라는 과제 앞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정적인 러닝타임 내에서 복잡한 실제 사건을 온전히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화를 다루는 영화는 흔히 중심 소재가 될 인물 혹은 사건의 특정 면모를 부각하고, 작가의 해석을 기반으로 세부 요소 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소셜 네트워크>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두 영화는 사실 관계에 있어서 왜곡된 지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법정 싸움과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이벤트를 중심으로 마크 주커버그와 스티브 잡스라는 유명인의 덜 알려진 개인사를 임팩트 있게 재구성하여 호평받은 바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세버그>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세버그>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했고, 1960년대에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하였으며, FBI의 감시 대상이 되어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한 영화배우 진 세버그의 다채로운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문제는 영화가 묘사하는 진 세버그의 모습이 철저히 FBI라는 공권력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진 세버그의 첫 등장 장면부터 영화가 그려내고자 하는 진 세버그의 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세버그의 첫 장면은 진이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성 잔다르크>(1957)에서 잔다르크 역을 맡아 연기하는 모습이다. 이때 영화 카메라는 십자가 쇠사슬로 결박된 채 화형을 기다리고, 불이 올라오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잔다르크를 계속해서 비춘다. 마치 진 세버그가 앞으로 당할 많은 고통들을 암시하는 듯이. 이에 더해 영화 카메라가 한 사람이 고통을 가감 없이 찍듯이, 그녀 역시 FBI와 언론의 카메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그로 인해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왜 사회운동에 나서게 되었는지, 흑인 인권 운동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기에 더 편안한 삶을 뒤로한 채 고난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영화는 함구한다. 그저 그녀에게 사회적 병폐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원래부터 있었다는 식의 묘사를 제외하면, 사회운동가로서의 진 세버그의 신념, 사상, 가치관을 탐구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외의 장면에서 진의 모습은 계속되는 도청과 감시로 인해 점점 피폐해지는 것의 반복에 머무른다. 그나마 도입부 남편과의 대화에서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68 혁명이 그녀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할 따름이다.
그 대신 평면적인 이미지로 고정된 진 세버그의 빈자리는 가상의 인물인 잭 솔로몬에게 넘어간다. 어떻게 보면 진 세버그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정작 세버그는 문제의 발단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고, 영화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인 잭 솔로몬을 통해서 제시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실제로 당장 잭의 첫 등장 장면만 보더라도 영화 속 그가 진 세버그와는 달리 상당히 깊은 내적, 철학적 갈등을 겪게 될 것임을 쉽사리 알 수 있다.
잭은 새롭게 발령받은 FBI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에 아내와 잠깐 언쟁을 벌이며 자신의 최애 만화책인 <캡틴 아메리카> 1편을 버리려는 아내를 만류한다. 잭이 캡틴 아메리카의 팬암을 알려주는 이 짧은 에피소드는 작중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영웅은 이제 영화를 통해서도 익숙한 인물이지만, 이름대로 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가 상징하는 자유라는 이념과 권리를 위해 움직이는 슈퍼히어로다. 따라서 캡틴 아메리카 만화책 에피소드는 진 세버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공권력이 한 개인을 대상으로 공작을 펼치는 작전에 투입되는 잭이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겪게 될 내적, 외적 갈등을 함축해 보여준다.
물론 진 세버그에 대한 평면적 묘사와 잭의 고민을 함께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세버그>가 50여 년 전 사건으로부터 시사점을 전달하는 것은 사실이다. FBI와 언론의 유착 관계로 인해 억지로 만들어진 스캔들이 진을 고통스럽게 하는 모습은 최근 몇 년간 뜨거운 감자였던 가짜 뉴스 이슈를 떠올리게 한다. FBI의 감청 및 감시 행위는 자연히 공권력과 개인의 관계 안에서 개인의 자유가 어느 범위까지 제한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또 최소한 도청장치를 찾을 수는 있는 진과 달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감시당하더라도 그 사실을 인식조차 못할 세상을 사는 입장에서 <세버그>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단지 가상의 인물이 이처럼 흥미로운 주제와 메시지와 더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 세버그의 이름을 걸고도 그녀의 삶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괴리감은 영화의 메시지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와닿지는 않는 문제를 낳는다.
이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배우 개개인의 퍼포먼스다. 실제로 가상 인물인 잭 솔로몬의 비중이 상당히 높고, 진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진 세버그라는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맨발로 등장하거나 자신의 양성애 성향을 공개하는 배우 본인의 용기와 이미지를 자신을 사찰하는 정부 기관과 정부의 손을 잡고 자신을 공격하는 언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캐릭터의 강인함에 적절히 투영한 후반부 기자회견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킴 자말 역을 맡은 앤소니 마키가 돋보이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세버그>는 상술했듯이 인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역사적 맥락이나 사실에 대한 언급이 그다지 많지 않은 작품이다. 이때 MCU에서 팔콘, 그리고 2대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아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안소니 마키의 이미지는 본래 영화가 해야 할 설명을 대신하는 듯 보인다. 배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덕분에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킴 자말은 흑인 인권 운동가로서 첫 등장부터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진의 행동과 대사에 개연성을 추가적으로 불어넣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세버그>와 유사한 시간대의 실화 사건을 다루는 작품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흑인 인권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로 다소 혼란스러웠던 미국 사회상과 그 안에서 각자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이들의 모습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나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과 같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어야 할 세버그를 단순한 피해자로 묘사할 뿐인 <세버그>는 위의 작품들과 달리 당시 사회상에 대한 통찰이나 비판, 진 세버그에 대한 재해석 대신 그저 배우들의 열연만 기억에 남는 실망감을 선사하고 만다.
P(Poor 형편없는)
재현에는 성공했으나 재구성에는 실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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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해, 새롭게 뭔가를 떠나보내고 싶은 당신에게
나는 올해를 '여러모로 개 같은 한 해'라고 규정하고 싶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게 썩 좋지 않은 해라는 뜻이다. 좋은 기억도 있었지만 그거 빼고는 다 구렸으니 다 액땜이라 생각하고 싶다. 안 좋은 일만 주구장창 있으면 다행인데 사실 올해는 생각이 많았던 기간이기도 하다. 두려움. 공포. 아쉬움. 뭐 그런 감정들이 1년 내내 들었다. 누군가에게 기가 막힌 해결책을 들었다고 해서 이게 나아질 거라는 보장이 없다. 이미 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다가오는 두려움과 공포감에 점점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무서운 감정이 계속해서 들기 때문에 이 2021년을 견디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인 건 아마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겠지. 근데 나는 점점 이 사람들에게 마음이 깊어져서 평범하게 잊히는 상황을 혼자 그리고 있다. 알고 있다. 이 두려움은 주위 사람들에 비해 내가 작아 보인다는 열등감에서 비롯됐다는 걸.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 곁에 사람이 많았으면 좋았겠지? 근데 왕따를 심하게 당해 인간관계 능력이 정말 죽어버렸다는 변명이 무색하게 난 오늘도 혼자인 채로 하루를 보냈다. 내 일상에 많은 것에 만족하다가도 '그때 사람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더 할 줄 알았더라면'과 같이 죄책감이 남거나 마음속의 누군가에게 화가 났으니 난 아직도 자기혐오의 늪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처를 줬다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이게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마음은 새 해가 된다면 정말 떠나보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괴롭거든. 좋은 데 들어가서 멋진 사람 만나 꽁냥꽁냥 하는 삶 살아야 사라지지 않을까 싶거든. 난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다. 그러려면 모든 원인이 규명되어 아다리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 나는 왜 이리 꼬였나. 어쩐지 2022년이 돼도 나를 일으키는 건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세상이 날 버리면 어떡하지. 번뇌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기분이 들 때면 어느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그리고, 난 여러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 작품을 보고 난 후의 마음가짐이 길게 가지 않아도 괜찮다. 29살의 감독 PTA가 제시하는 해결책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1. 어떤 것에 관한 영화인가요?
자기혐오에 관한 영화다. 자기혐오를 나무위키에 검색하면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행위'라는 뜻이 나온다. 자기 스스로를 학대하는 행위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죄책감이 있을 수도 있다. 죄책감은 보통 과거의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그때 내가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내가 그때 잘못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누군가에게 욕을 하지 않았더라면. 뭐 이런 식으로 과거의 본인에게서 잘못된 것을 찾는 것이 죄책감의 정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난 적당한 죄책감이야 말로 사람이 얼마나 올곧은지를 보여주는 굉장히 많은 척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직접 느껴보고 경험했던 인간 군상은 대부분 '적당한 죄책감을 가진 사람이란 드물다'였던 것 같다. 보통 죄책감을 느낄 법한 사람이면 감정이 흘러넘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간은 보통 자기에게 없는 걸 후회하니까. 그렇게 결핍에서 생긴 이 감정은 우울할 때마다 자기혐오로 변해 사람들을 괴롭힌다. 이렇게 사람을 괴롭게 만듦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 과거는 절대 수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죄책감의 원인은 가지각색으로 다양하다. 과거의 누군가가 준 트라우마 뭐 그런 것 때문에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것도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떠나간 이들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가능할 것이며 학교폭력과 같이 범죄까진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준 경험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행동으로 보여줘 그것에 상쇄하는 행보로 보여줬다면 용서받을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 능사는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줬다 하더라도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도 불가능한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사람을 괴롭게 만들기 쉽다. 그렇게 누군가를 못살게 구는 죄책감은 결국 자아존중감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게 계기가 되어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우물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영화처럼 멍청한 실수를 하기도 하고, 마약 같은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귀결이 나며, 메마른 자아를 숨기기 위해 화려한 직업을 갖는 등 가지각색으로 있을 것이다. 자기혐오는 이렇게 사람의 결핍에 찰싹 달라붙어 누군가를 피폐하게 만든다.
이 <매그놀리아>는 9명의 내러티브가 분리되어 자기혐오에 대해 다룬다. 죽어가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 아들과 전 부인을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다는 후회, 아버지에게 받은 핍박과 멸시, 소심한 내면을 꺼내기 어려운 아이와 엄한 아버지, 어릴 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사랑을 나누는 법을 몰라 친구 없이 외로운 소시민 아저씨, 날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 딸에게 못쓸 짓을 했던 바보 같은 과거, 경찰 치고는 어쩐지 허당인 한 인물의 모성 격까지. 가지각색의 사연이 맞물려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사람들 전부 다 과거의 한 에피소드에 붙박여 자기 스스로를 원망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은 이런 다양한 인물을 제시하고, 각자의 내러티브를 한 지점으로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만들어 낸다. 가지각색의 자기혐오에 대해 한 지점 찍고 전환점을 만든 것이다. '아니 9명이 주인공인데 어떻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이 9명이 극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균일하게 잡고 있다는 점이나, 자기혐오의 다양한 인물상을 제시했다는 점이나 결말부의 한 지점의 개연성을 위해 무조건 들어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을 몇 안 되는 분들의 마음에 뭐가 있는지는 모른다. 또 여기 인물과는 다른 상처를 감당하고 있을 수 있다. 난 이 9명의 인간상에 속해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와 타인을 용서하지 못해 마음이 괴로운 이들이라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도 좋다. 이 영화는 왜 자기혐오가 발생하며, 그게 어떤 영향을 주고 또 어떻게 해야 구원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니까.
2. 러닝타임 180분에 주인공이 9명? 보는 게 어렵지는 않나요?
이야기 잘 만들어서 시간 체감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나는 감독 PTA의 작품 중에서는 쉬운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마스터>가 잘 만든 작품인 건 맞는데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펀치 드렁크 러브>같은 경우 내용만 보면 로맨스 코미디라 슥 봐도 문제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다방면의 미장센이나 비유가 한 번만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에 이 <매그놀리아>는 9명의 인물이 나오고 초입부에 이게 뭔 소리지? 싶은 오프닝 장면이 있어서 그렇지 크게 받아들이는 게 어렵진 않을 듯. 9명의 인물 그거 스토리 어떻게 다 이해하나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9명의 주인공들이 거의 서로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딸에게 못된 짓을 했던 아버지는 TV쇼 진행자인데, 소심해서 아버지에게 자기 내면을 못 꺼내는 아이는 그 진행자의 출연하는 패널이다. 이런 식으로 감독은 인물들의 자기혐오 원인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시한 반면 이 사람들이 만나는 계기를 2~3개로 압축시켜 관객의 오해를 줄였다. 이렇게 그냥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내용을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을 듯. 또한 영화의 감정이 잔잔한 게 아니라 좀 센 템포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하다던가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3.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떤가요?
줄리안 무어. 톰 크루즈. 필립 셰이모어 호프만. 존 C. 라일리. 윌리엄 H. 메이시 등등. 이름만 봐도 든든한 국밥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 줄리언 무어나 톰 크루즈는 이미 연기 잘하는 거 다 알아서 아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또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필립 셰이모어 호프만 모를 수가 없다. 감독도 PTA라는 할리우드의 빅 네임 아닌가? 영화의 전체적인 톤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니 보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 이 영화가 그냥 단순히 유명한 사람들이 나오고 거장 폴 토머스 앤더슨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해서 연기력이 좋은 작품은 결코 아니다. 가령 줄리언 무어가 맡은 캐릭터는 죽어가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으로 서서히 미쳐가는 여성이인데, 이 복잡 미묘한 후회와 자기 자신에 대한 화가 이 인물이 만나는 사람에게 잘 느껴지도록 템포 조절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또 톰 크루즈가 맡은 캐릭터는 잘생긴 외모와 입담 말고도 다른 내면을 묘사해야 했는데, 각본이 너무 좋아서 대사들이 사람의 성격을 표현하기에 아주 효과적이다.
4. 보기 전에 알고 가야 할 지식이 있나요?
읽고 나서 알아야 할 지식은 있다. 엔딩부의 한 사건에 대해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그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듯.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1번에서 언급한 바와 비슷한 말을 쓰고 싶다. 자기혐오에 고통받는 사람이라면 정말 추천해주고 싶다. 나는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다. 날 떠났던 사람들에게 돌아가 내가 변했다는 걸 증명하면 이 죄책감이 사라질까. 얼마 전까지, 아니 솔직히 지금도 고민인 내가 존경하는 분에게 평범해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사라질까. 근데 사실 이 질문의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이건 다 내가 인간관계를 좁게 만들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걱정이라는 걸. 난 사람들을 사귀기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날 떠날 거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잊힐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원인들을 단적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착하는 것이야 말로 날 더 불행하게 만들겠지. 이 결론이 자기혐오가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원인과 결과를 명백하게 규정짓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걸 반박하는 작품이다. 자기혐오를 가지기에 충분한 인간이라 생각했다면, 단 찰나의 순간으로 감독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라고 답한다. 엔딩부의 한 지점이 그 기분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우리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모두에게 자기 자신을 용서할 자격이 있다는 걸. 그리고 이제 그만하면 됐다. 보내 줄 것들은 보내주자.
6.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왓챠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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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축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축구에 대해 생각해본다. 둥근 공과 단단한 땅.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스포츠. 공 대신 깡통을 굴려 가면서도 할 수 있고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축구.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으며 가장 열정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는 지구 상의 위대한 종목.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게 축구. 축구라는 건 참 대단하구나.
축구에 대해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된 건 <자타리의 축구 선수들>(2020)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다. 포장되지 않은 흙바닥에 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야 상대 얼굴의 윤곽을 볼 수 있는 곳. 중동의 요르단, 그중에서도 자타리라는 지역의 거대 난민 캠프. 이곳에도 축구를 하는 청년들이 있다.
10대 후반이자 절친인 파우지와 마흐무드는 학교에 가는 대신 축구를 한다. 이들의 꿈은 유명한 프로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다.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선수. 이 지독하고 열악한 환경을 유일하게 탈출할 방법이 축구다. 파우지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있다. 둘은 흙먼지가 날리는 캠프 안 운동장에서 또래들과 구슬땀을 흘린다. 실력이 뛰어난 둘은 카타르 유명 축구 아카데미인 어스파이어 아카데미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삶의 희망이 축구뿐인 둘을 카메라는 73분 동안 조용하게 보고 듣고 담아낸다. 구멍 난 운동화나 가난함에 힘겨워한다거나 비관적인 삶의 태도 같은, 인위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장면이 없는 게 이 다큐의 특징이다. 비극적이지도 않고 낙관적이지도 않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여줄 뿐이다. 파우지와 마흐무드는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는 청소년이자 이성에 관심 있는 평범한 10대이며 훈련이 다 끝나면 집에 전화해 안부를 묻는 아들이다.
하지만 둘은 난민이라는 정체성, 그 무게감을 항상 지니며 살아간다. 공부를 계속해 어떤 학위라도 받아놓으면 도움이 된다는 아버지의 말에 마흐무드는 “전 그저 난민이고 학위를 딴다고 해도 난민일 것”이라고 말한다. 어스파이어 아카데미의 초록 잔디 운동장과 체계화된 훈련을 받고 유명 축구스타들의 응원을 받다가도 파우지는 캠프 외부에 나가 있는 아버지의 건강을 확인한다.
축구 덕에 둘의 삶은 극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대회 결승전. 무릎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파우지가 선발 명단에 올랐다. 자타리 캠프의 가족들과 주민들이 옹기종기 TV 앞에 모여 중계를 본다. 파우지와 마흐무드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호응하고 손뼉을 친다. 파우지가 골을 넣었고 팀은 승리를 거둔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 마흐무드가 말한다. “전 세계 난민들이 기회를 얻게 해 주세요. 난민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감독은 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빌드업해 온 게 아닐까,라고 나는 추측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상황에서 주어지는 그 기회. 난민을 떠올렸을 때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의 자격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장면이자 한 마디였다.
축구는 끝났다. 파우지와 마흐무드는 다시 캠프로 돌아왔다. 아카데미에 다녀왔지만 둘은 스카우트되지 않았다. 삶은 극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바뀐 거라곤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이 잔디 깔린 운동장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다. 그럼 이들의 축구는 끝난 것일까. 나는 기억한다.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 무게감을 짊어지고 차곡차곡 만들어갔던 그 담담한 여정을, 거기서 가능성과 희망과 의지를 조용히 다졌던 둘의 이야기를. 축구는 끝났지만 그럼에도 축구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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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칠 수 없는 명작! 넷플릭스 4월 종료작 5
놓칠 수 없는 명작! 넷플릭스 4월 종료작 5
여러분 ! 넷플릭스 4월 9일 공개된 <낙원의 밤> 혹시 보셨나요? 현재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죠. 그 외에도 <썬더 포스> 도 순위권에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넷플릭스 4월 공개작이 흥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쉽게도 4월 종료작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직 여러분들에게는 명작들을 놓치지 않을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아직 못 본 영화가 있다면, 씨네랩과 함께 보러가시죠!
1. 문라이트 Moonlight (2016) - 베리 젠킨스
04.20일 종료 예정
"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문라이트> synopsis "
베리 젠킨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문라이트> 는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의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 를 각색한 작품으로 ,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영화입니다.
2.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 - 리차드 커티스
04.22일 종료 예정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것이 비록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는 없지만, 여자친구는 만들어 줄 순 있으리..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팀. 어설픈 대시, 어색한 웃음은 리와인드! 뜨거웠던 밤은 더욱 뜨겁게 리플레이!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게 된다면, 과연 완벽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어바웃 타임> synopsis "
개봉 당시, 그리고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고 있는 <어바웃 타임>은 로코물을 대표하는 레이첼 맥아담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타임루프 소재를 이용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입니다.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의 감독 리차드 커티스가 연출을 맡아 더욱 더 화제가 되었죠.
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
에단 코엔, 조엘 코엔04.30일 종료 예정
" 총격전이 벌어진 끔찍한 현장에서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이 가방을 찾는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까지 합세하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추격전이 시작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synopsis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또한, 제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까지 휩쓴 영화입니다. 영화가 한번 보고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어,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며 비교하는 것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묘미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스릴러 영화를 좋아한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추천드립니다.
4. 스윗 프랑세즈 Suite francaise (2014) - 사울 딥
04.30일 종료 예정
" 940년,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 뷔시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매일 밤, 그의 연주를 들었다...’
음악을 공부한 프랑스 여인 ‘루실’은
저택에 함께 머물게 된 독일 장교 ‘브루노’를 경계하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그에게 결국 마음을 연다.
‘잠시만, 전부 다 잊어버려요...’
오랜 전쟁으로 모든 것이 버거운 독일 장교 ‘브루노’는 오직 피아노만이 위로가 되는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닮은 그녀로부터 점점 희망을 얻는다.
'우린 또 만날 거예요... 다른 모습으로’
모두를 위해 비밀스러워만 했던 그들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 전쟁처럼 점점 격렬해지는데…
<스윗 프랑세즈> synopsis "
2차 세계 대전 초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스윗 프랑세즈>는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작가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미완성 원작이라고 합니다. 잔잔하지만 팽팽한 긴장감, 게다가 <스윗 프랑세즈> 는 미셸 윌리엄스 배우가 주연을 맡아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5. 프레스티지 The Prestige (2006) - 크리스토퍼 놀란
04.30일 종료 예정
"세기의 전환을 맞아 격동적인 변화가 일던 1900년대 말 런던은 최고 상류층에서 마술사가 태어났고 사회에 마술이 널리 퍼져있던 시대이다.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는 상류층 집안에서 자란 쇼맨십이 강한 마술사. 반면 고아로 자라 거친 성격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은 자신의 마술 아이디어를 남들에게 보여 줄 배짱은 없지만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는 친구이자 최고의 마술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선의의 경쟁자. 그러나 그들이 최고라 자부했던 수중마술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로버트는 아내 마저 잃고 두 사람은 철천지원수로 돌변한다. 어느 날, 알프레드가 마술의 최고 단계인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이고 질투심에 불탄 로버트 역시 순간이동 마술을 완성한다. 상대방 마술의 비밀을 캐내려 경쟁을 벌이면서 주변 사람들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로버트는 알프레드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조수이자 사랑하는 여인 올리비아(스칼렛 요한슨)를 알프레드에게 접근하게 만든다. 올리비아는 로버트를 사랑하는 마음에 로버트의 라이벌인 알프레드와 생활하게 되고, 점점 그에게 빠져든다. 그들의 위험한 경쟁은 멈출 줄을 모르고 이제 서로를 죽이려고 까지 하는데...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진실! 그들의 마술, 그들의 관계, 그들의 인생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
<프레스티지> synopsis
믿고 보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프레스티지>는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스칼렛 요한슨 등 믿고 보는 감독에 배우까지! 영화는 마술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인간의 내면까지 보여주는 영화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 <테넷>, <다크 나이트> 를 재밌게 봤다면 지금 넷플릭스로 가서 시청하세요!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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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의 스턴트 모음집! (화려한 와이어 액션에 취해봐~)
2020. 07. 04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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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 공식 예고편
텍사스의 외진 마을에서 살가죽 가면이 사라진 지 50여년. 꿈에 부풀어 이곳에 도착한 젊은 친구들이 그가 숨어 살던 은신처를 건드리고 말았다. 이제 다시 깨어난 살인마가 무시무시한 정체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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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교섭> 30초 예고편
사상 최악의 피랍 사건! 목표는 전원 생존!? ⭐30초⭐ 안에 200% 몰입하는 황정민 X 현빈 X 강기영 의 숨막히는 교섭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