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5-10 20:38:08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리뷰
둘리가 돌아왔다.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4K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마음에 떠올랐던 문장이다. 그러나 정작 극장에서 둘리를 만난 순간, 마음속 문장을 수정했다.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 하는 블랙핑크의 노래 가사로.
다시 보니 명확히 알겠다. 둘리는 언제나 우리의 친구였다는 거. 그리고 둘리는 어른 되어 보면 더 재미있다는 거.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은 1996년 개봉 작이다. 시골 마을의 미취학 아동이었던 나는 1996년 이후의 그 어느 날, 노란색 비디오로 이 영화를 처음 접했다. 그리고 질리도록 돌려 보았다.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둘리도 보고, 비디오도 보고, 딱히 둘리를 되게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일상에는 둘리가 가득했다. 12색 둘리 물감이나 24색 둘리 크레파스, 필통 같은 데에.
학년이 올라가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둘리는 어쩐지 촌스럽게 느껴졌다. 크레파스도 필통도. 사실 내 그림 실력에는 딱 참했던 12색 둘리 물감 대신, 나도 뭔가 좀 더 멋지게 생긴 전문가용 튜브 물감 쓸래. 둘리보다는 당시 유행하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좀 더 청소년에게 어울리는 것 같아. 그렇게 한동안 둘리를 잊었다. 귀여운 비눗방울 노래도. 좋아했던 색감의 그림도. 특히 볼 때마다 '작화를 간단히 했는데 색감만으로 저렇게 맛있어 보일 수 있나?' 신기해서 유난히 좋아했던 둘리 특유의 라면 그림까지.

1억 년 전 빙하는 다시 녹고, 둘리는 더 선명한 색채를 덧입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나도, 나를 둘러싼 세상도 달라졌다. 너무 어린아이 같다고 싫어했던 크레파스는 다시 비슷한 느낌의 오일 파스텔로 유행하고, 지금의 나는 둘리 굿즈 내준다면 냉큼 사러 갈 기세. 그래 우리에겐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이전에 둘리가 있었지. 이거 잘 돼서 둘리도 시즌제로 뽑아줘요. 짱구나 코난처럼 영영 다 해먹자. 그날을 기다리는 동안, 둘리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본다.

첫 번째, 어른의 눈으로 보니 더 매력적인 둘리의 모험
둘리의 모험은 당시 어린 눈에 너무 참신했다. 미래로든 과거로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타임코스모스도 신기하지만 그걸 타고 간 우주에서 버스 정류장이나 공중전화를 보는 것이 더 신기한 기분이었다. 익숙한 것들과 낯선 것들이 뒤섞여 더 독특하고 흥미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달까. 우주해충이나 가시고기도 임팩트 있는 캐릭터라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1996년 작품인데 지금 어른이 되어 보아도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불편하지 않고, 유쾌하고 다정하다. 오히려 어렸을 때보다 어른의 눈으로 보니 더 재미있었다.
인터넷에서 가끔 단편적인 기억만 가지고 둘리와 친구들을 민폐 취급하는 글이 많았는데, 막상 보니 둘리와 친구들은 그런 말을 듣기엔 매우 현실적인 시각을 가진 어린이들이었다. 둘리가 저런 말도 할 줄 아는 애였구나... 둘리와 친구들은 아이의 순수함과 호기심을 가졌으면서도 묘하게 쌍문동에 거주하는 현대 서울 사람의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번 재개봉은 8090 서울을 사랑스러운 감각으로 채색한 배경 위로 몽글몽글 떠오를 추억의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둘리는 훨씬 더 매력적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역시...

두 번째, 별사탕처럼 통통 튀는 캐릭터 케미스트리
고길동 아저씨도 이제 희대의 빌런이라는 오명을 벗은 것 같지만, 둘리 등장인물들은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진상인지 아닌지' 평가받는 것 같다. 그만큼 둘리가 오래 사랑받고 모두가 아는 콘텐츠라는 뜻도 되겠지만, 그만큼 우리가 진상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만큼 지친 사회를 살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둘리를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니, 짧은 대사에서도 각자 성격이 확실하게 묻어나는 캐릭터들이 서로 톡톡 튀면서 펼치는 케미스트리가 그저 유쾌하기만 했다. 한때 얄미워 보였던 캐릭터조차 왜 이리 귀엽기만 한지. 고길동 아저씨는 '불쌍한 사람' 그 이상으로 다시 재평가되어야 한다. 그는 놀랍게도 둘리와 친구들과 수평적 관계를 맺는 어른이며, 툴툴대면서도 자식조카 밥 야무지게 챙기는 남성이었다. 게다가 왕년에 홍콩 영화 좀 본 K-소드마스터였고요.


다른 캐릭터들도 21세기의 시선으로 보니 더욱 독특한 매력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슈퍼스타를 꿈꿨던 마이콜은... 21세기에 활동했으면 혁오와 잔나비를 이어 인디씬의 독보적 존재감을 담당했을 텐데. 유퀴즈는 못 나와도 라디오스타에서 소소한 입담을 자랑하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재발굴해 줄 필요가 있다.
묘하게 세파에 지친 어른의 시각을 가지고 있어, 볼 때마다 아동노동 근절을 외치게 만드는 또치의 '어른식' 현명함도. 성깔 있지만 의리도 있는 도우너도. 그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둘리의 MBTI는 아마도... ENFJ... 아닐까? 귀여운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 구역 최강자였던 희동이도. 피지컬 공격력과 상황 판단력, 어떤 상황에도 요동하지 않는 마음을 갖춘 장군감이지 민폐 빌런이 아니다. (종종 회자되는, 희동이가 둘리와 엄마의 재회를 방해하는 장면은 이 극장판 내용이 아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보시길.)






세 번째, 그 시절 사랑했던 면과 오늘 새로 사랑하게 된 면
그 시절 사랑했던 성우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도 즐거웠다. 박영남 성우는 짱구 이전에 둘리였고, 이선 성우는 뽀로로이기 이전에 또치였지. 성우 정미숙(희동이), 최덕희(도우너), 이인성(고길동), 홍시호(텔레비전 아나운서/간수) 등 익숙한 이름들의 노련한 연기 또한 반가웠다. 캐릭터도, 연기도, 그 둘이 어우러지는 놀라운 케미스트리도 모두- 그때는 좋았고 지금은 더 좋다.

엔딩 크레딧 영상도 아기자기 예쁜 데다가, 옆에 일러스트로 나름의 쿠키라고 할 수 있는 후일담이 펼쳐진다. 그러면서 “요리 보고~ 조리 봐도~”로 시작하는 익숙한 주제가의 2절까지 듣게 되었는데, “고향은 다르지만 모두가 한 마음”이라는 가사에... 어른은 울컥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까 진짜 고향이 다 다르네... 둘리도 기후 난민이었네... 그런데 이 우정 너무 아름답잖아... 고길동 씨를 포함하여 둘리의 모든 친구들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면 바로 이 것, 배척하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둘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만으로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도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어른이 되고 싶어 씩씩거리던 아이들이 우주로 향했듯, 아이였단 우리들도 자라 둘리에서 새로운 것들을 본다. 둘리는 떠난 적이 없었으므로 컴백할 필요도 없다. 컴백은 내 몫이었다. 어른이 되어 둘리 앞자리를 떠났던 나의 몫. 분주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여전히 어른된 우리를 충분히 이해해 줄 만큼 다정하고 즐거운 둘리와 친구들을 만나러 가 보자.
*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은 5월 24일 재개봉합니다. 배경 하나까지 사랑스러운 추억 속 둘리를 극장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 보세요!
**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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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엄마를 부르는 숲, 가족이 되는 순간
Director
Jerome YOO
Cast
JIN Sein, KIM Jae-hyun, NAM Da-nu, KANG Sangbum, Jedd SHARP, Candyce WEIR, Morgan DERERA
시놉시스
1991년 여름, 슬픔에 잠긴 어느 한국인 가족이 야생 들개의 침입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캐나다의 대초원으로 이민을 간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이들은 가족 사이의 깨져버린 유대감과도 직면해야 한다.
들어가며,
이민 2세대인 제롬유 감독의 영화는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한 이민가정의 생활을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화면구성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God, Cowboy, Blond라는 부제를 붙은 세 파트에선 아버지(광선), 아들(하준), 딸(하나)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된다. 같은 집, 같은 시간에 살고 있지만 진실의 층위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감각하는 이민생활의 최우선 문제 역시 다르게 인식된다. 한국에 정주하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선 ‘이민’이라는 한 단어로 퉁쳐지는 문제가 그를 받아들이는 각 세대마다 이토록 섬세하고 다양한 양상을 가질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 영화이기도 했다.
잡종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잡종의 의미는 이것저것이 섞여 순종이 아닌 어떤 종류를 말한다. 모국을 떠나 타국인이 되어야 하는 이민세대의 고충을 뜻하는 뜻이기도 하겠으나 <잡종>은 그것이 지칭하는 대상을 ‘집을 잃어버린 떠돌이 개’로 확장시키며 인물들이 가진 결핍의 구심점을 만든다.
집을 잃어버린 채 마을과 숲을 오가며 사는 이들 들개는 어느 경계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자로 해석된다. 이것은 한복을 입고 매니큐어를 칠한 한나, 영어를 쓰고 금발의 친구들과 놀지만 엄마의 노래를 듣는 하준, 땅주인을 위해 들개들을 잡을 때 한국식 위령제를 지내는 광선의 이미지와 겹쳐지며 제목의 필연성을 생각케 한다.
#1. GOD : 광선은 자식들에게 자꾸 강해지라고 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먹고 살기 위해 들개를 잡아 죽이는 사냥꾼이 되었다. 그들 가족에게 살 곳을 제공해준 마을의 목사 스캇은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유산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들개들을 죽이고자한다. 광선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스킬로 들개를 다루어 단번에 스캇의 팀에 들어가게 되지만 밤이 되면 자신이 개들의 울음소리에 괴로워한다.
사냥을 망설이는 큰아들에게 ‘빨리 죽여주는 게 걔한테 도움되는거야!’라고 소리치지만 사실 그는 사냥을 시작할 때마다 나무에 오색실을 묶어두고 산의 신에게 제를 올리는 사람이다. 먹고 살기 위해 짐승을 물어뜯는 들개와 자신이 다를 것 없다는 죄책감이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2. COWBOY : 하준은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반면 하준은 죽은 들개의 사체 위에 들꽃을 올려주는 마음을 가진 소년이다. 그러니 광선이 하준에게 거칠게 대하는 이유는 아마 그 모습에서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보이는 것은 그의 고통이 아니다. 그저 소리치거나 고성방가를 하는 무서운 아버지일 뿐.
하준은 노아를 비롯한 캐나다인 친구들인과 어울릴 땐 ‘그들’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여동생 하나와 같이 있을 땐 여전히 ‘집’에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노아가 친구 이상으로 느껴지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하준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아버지와 싸워도 돌아오게 되는 원점은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극과 극을 향해 달리던 아버지와 아들은 상실의 공감대로 연결된다. 그들은 이제 하나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3. BLONDE : 그리고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하나’.
하나는 비행기 100개를 먹으면 소원을 빌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착실하게 비행기를 찾아다니는 소녀다. 목사의 부인인 로라는 딸이 없는 아쉬움을 하나에게 투영하며 엄마처럼 잘해주려한다. 옆자리, 생일파티, 기도문화, 선물, 매니큐어까지 하나는 아버지가 오빠가 자리를 비운 빈 집에 혼자 남아 엄마를 그리워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아줄 여유가 있는 가족은 없다. 로라처럼 노랗게 머리를 탈색하려던 하나는 불현듯 숲으로 뛰쳐들어간다.
철없는 아이의 가출이라 생각했던 광선은 엄마가 올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하나를 보며 말문을 잃는다.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리움을 두려움없이 꺼내버리는 천진난만함에 결국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서로의 끈을 잡고 있던 가족은 다시 조금 가까워지게 된다.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엄마’라는 단어
하나가 숲 속에서 엄마를 부르고 광선이 (돌아올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아내를 부르는 장면은 꼭 초혼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성인인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의 이슈로 미루어두었으나 사실 가장 선행되어야 했던 ‘애도’는 막내딸 하나의 챕터에 와서야 이루어지게 된다. 여담이지만 이민가족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보수성과 현지 문화에 대한 개방성이 묘하게 섞이게 되는데 높은 확률로 보수성의 일면은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발현되는 것 같다. 아버지는 아버지인데 엄마는 엄마가 되는 사례도 꽤 많은 것 같다. 현실의 사례에서 채택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이 호칭의 차이가 이 가족이 가진 거리감과 상실감의 깊이를 유추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섬세한 포인트였다.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한국식 요리를 해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한나가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단순히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그리움만이 아니라 어머니가 이들 가족의 구심점으로서 가족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어머니가 사라진 뒤 심화 된 갈등은 이들 각자의 정신적 위기로 확장되어 서로가 모르는 시간에 존재론적 위기를 겪게 만들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잡종이란 뿌리를 잃어버린 것이라는 해석으로 재정의 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비단 한 이민가족의 개인사적 위기를 그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불안한 시대를 ‘영혼의 집’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확장된다.
긴 방황 끝에 같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 세 명의 가족이 들개의 울음소리로 뒤늦을 애도를 함께 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영혼의 집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샤론 최와 함께하는 <영특한 대화>
<잡종>은 사실 각각 부제를 붙인 세 편의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물 각자가 마주하고 있는 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특한 클래스>의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샤론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균질’한 서사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영화가 담고자 한 이민세대의 진짜 고충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의 모더레이팅으로 영화가 사용한 각기 다른 화면비와 색감, 음악의 테마가 이 불균질과 충돌을 다루기 위해서였음을 알 수 있었다. <영특핸 대화>에서는 디아스포라와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 외에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통역한 통역사로 명성을 얻었지만 제롬유 감독과 시네마 스쿨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신인영화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준비중인 샤론최의 커리어패스와 작업 근황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Schedule in JIFF
2025.05.02.(금) 17:30 CGV전주고사 1관
2025.05.03.(토) 17:00 CGV전주고사 1관
2025.05.07.(수) 17:00 CGV전주고사 2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4.30 ~ 5.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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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과 불신의 문을 열어라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종교와 신앙심에는 언제나 호기심이 많습니다. 어쩌면 신앙이 없기 때문에 그 궁금증이 더 커지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를 향한 상상은 종종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커지곤 하니까요. <헤레틱>은 저처럼 종교와 신앙에 물음표가 있는 사람들에게 꽤 흥미롭게 다가갈 스릴러 영화입니다. 게다가 그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 <러브 액츄얼리>의 휴 그랜트라면,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한 번쯤은 볼만한 이유가 되지요.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헤레틱>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헤레틱>은 2025년 4월 2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헤레틱
Heretic
Summary
외딴 집을 찾은 신앙심 깊은 두 소녀에게 집주인은 믿음을 뒤흔드는 이야기를 꺼낸다. 무언가 의심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두 소녀는 꼼짝없이 집안에 갇히게 된다. 친절했던 남자는 돌변하고, 그녀들은 살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출연: 휴 그랜트, 소피 대처, 클로이 이스트
믿음을 조롱하는 궤변의 이단자
모르몬교도 '반스'와 '팩스턴'은 방문 포교를 위해 '미스터 리드'의 집을 찾습니다. '미스터 리드'는 모르몬교에 호의적인 듯이 대화에 참여하다가, 자연스럽게 두 명의 여성을 집에 가두어 버리죠. 그러고는 이 세상에 참된 종교는 없다는 주장을 피력하며, 방문 포교를 할 정도로 신앙심이 투철한 두 소녀에게 '믿음'과 '불신'의 길 중 하나를 골라야만 이 집을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미스터 리드'는 얼핏 참된 종교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종교 비평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자신의 손아귀 안에 있는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통제가 신앙심을 만든다'는 주장의 외연을 만들어 가는 소위 '또라이'일 뿐입니다.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들의 믿음을 뒤흔드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이자, 이상적인 신념을 향한 인도자인 척하는 비겁한 감금 행위자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소녀에게 '믿음'과 '불신'의 선택지를 꺼내 보이기까지 '미스터 리드'가 펼쳐 보인 궤변의 시퀀스는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일신 종교들이 수천 년간 껴안고 있던 논리적 빈틈들을 짚어가는 장면은, 묘한 설득력을 안기기까지 했죠.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르몬교를 각각 다른 버전의 보드게임 '모노폴리'에 비유한 대사는 놀랄 만큼 참신했습니다.
실제로 재 보진 않았지만, 체감상 십 분 가까이 이어졌던 이 시퀀스는 말 그대로 휴 그랜트의 무대였습니다. 휴 그랜트 하면 언제나 <러브 액츄얼리> 속 영국 총리의 낭만적인 얼굴이 먼저 떠올랐기에, 그가 이런 장르와 잘 어울릴지 의문도 있었는데요. 그는 이 장르의 옷을 완벽하게 갖춰 입었습니다. 비겁하고 뒤틀린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해내는 휴 그랜트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 ⊙ ⊙
'두 개의 문'이라는 영화적 장치
<헤레틱>의 핵심 설정은 '미스터 리드'의 집에 설치된 '믿음'과 '불신'의 문입니다. 어느 쪽 문을 선택해야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는 주인공 두 소녀와 관객 모두 알 수 없고, 그러한 불확실성이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죠. 하지만 그 두 개의 문은 모두 하나의 지하실로 연결되어 있었고, 어느 쪽을 택하든 두 소녀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두 개의 문을 활용한 서스펜스가 너무 빨리 끝나버린 점과 두 개의 문을 그 이상의 영화적 장치로서 활용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중반 이후의 전개에서는 문이 하나였어도 이야기의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이 장치를 더 유의미하게 사용하였더라면, 이야기 전개의 긴장감과 매력이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 작품이 감각적이고 신선한 스릴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종교와 신앙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지요. '미스터 리드'가 주장하는 내용의 뼈대는 모르몬교의 '참된 교회' 교리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인상도 받았는데요. 기독교 사회에서 이단이라 불리는 모르몬교의 신자들과, 모든 종교를 부정하며 스스로 이단자가 된 사람의 대립. 이러한 구조는 믿음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는 시도로도 보입니다.
⊙ ⊙ ⊙
'미스터 리드'의 모습에서 종교와 신앙에 부정적인 감정과 깊은 의구심만을 가졌던 제 모습이 엿보여 괜히 께름칙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무종교인이지만, 이제는 종교와 신앙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아무리 신의 부재를 증명하고 종교를 부정해도, 그것을 뛰어넘는 신앙의 힘과 가치가 있음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신에게 기도한다고 해서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세상의 안위를 빌게 되는 그 행위에 기대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소녀 '팩스턴'의 대사처럼 말이지요.
One-Liner
이단자가 내뱉는 확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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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모든 단점을 최민식의 연기력으로 덮다
영화 <더 베트맨>을 보러 영화관에 갔을 때 대문짝하게 포스터가 붙어있었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어떤 내용인지 굉장히 궁금했고, 최민식 배우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하며 본 작품이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시놉시스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야”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한국 영화의 진정한 클리셰를 모아봤어요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한 줄로 평하자면 한국 영화의 클리셰를 한 데 모아 놓은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수학이라는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독창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내용의 전재라든지,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그 과정이라든지, 현실에서는 있 수 없는 굉장한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관객이라면 다음 장면은 이러한 내용이겠지? 이런 대사 한 번은 쳐줘야 되지 않겠어?하는 3초 스포가 자동적으로 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클리셰 속에서도 수학이라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청각적 요소들을 활용한다거나 칠판의 맞은 편에서 열정적으로 풀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조금은 색다른 카메라 구도를 보여줘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최민식의 연기력은 대단했다
이러한 클리셰 덩어리들이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최민식의 연기력 때문이다. 수학을 정말로 사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다고? 공식을 하나 설명하고 해설하는데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고? 아름답다고 안 해주니까 세상 무너지는 듯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을 통해서 이 캐릭터가 어떠한 감정인지 너무나도 잘 드러나서 경이로웠다. 만약 표정백과사전이 있다면 거기에 등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찰나의 순간에도 변하는 최민식의 연기를 보면서 저렇게까지 인간의 감정은 다채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행복, 슬픔, 감격, 씁쓸함이 동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라는 점을 정말 잘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표정을 보면서 그리고 증폭되는 감정연기를 보면서도 단 한순간도 과장됐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것을 보면 왜 최민식 배우를 대한민국의 대표배우라고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말이다. 방향이 중요하지 정답이 중요하지 않다. 모두에게 옳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치열한 입시 세계 취업 세계에서 이 말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내 정답이 아닌 남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답을 내밀어야 사회에서는 '나'를 봐주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를 향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다시 한 번 방향과 방법이 중요하다, 문제의 답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외친다.
사실 그저 그런 영화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사회의 현실을 알지 못한다, 누가 그걸 몰라서 그렇게 답만 찾아내는 입시 공부를 하는 줄 아느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인데 구조적인 체제를 비판하지 않고 그저 이상적인 소리만 해대면 어떡하냐고 신랄하게 비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민식 배우가 주는 강력한 울림은 그런 생각마저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래서 왜 작품에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배우의 연기력 만으로도 그 이상적인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반성을 하게 만드는 그 강력한 울림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보는 내내 최민식 배우를 찬양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영화에서 배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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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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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날까. 울 때는 엄마, 하고 울게 될까. 어쩌다 엄마라는 단어에 온갖가지의 감정이 붙어버렸을까.
우리 엄마는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었다.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부모님이 편지를 써 오라는 이상한 숙제를 내주곤 했었는데,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엄마가 작가이시냐, 시인이시냐 하고 물었다. 정작 나는 "녹음이 짙은 계절이구나."로 시작하는 그 편지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초딩이었다.
엄마의 엄마는 일본에서 유치원을 다녔던 있는 집 귀한 딸이었다. 자수를 끝내주게 놓아서 온 마을 사람들이 엄마의 엄마에게 옷을 지어달라고 했다. 노래를 잘하고 춤도 잘추는, 요즘 말로 예체능으로는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글재주를 타고났나 보다.
나는 엄마의 비밀상자에서 엄마의 자매들과 나눈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자녀가 있다면 비밀상자를 꼭꼭 숨겨두길 바란다). 한 이모가 엄마에게 "언니.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야."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 엄마는 뭐라고 답장을 썼을까. 또 다른 누군가는 "바보에게." 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엄마한테 보냈다. 연애편지인 듯했다. 엄마는 뭐라고 답장을 썼을까.
내가 초등학생일 때 엄마는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열 손가락에 관절염이 생겨 피아노는 물 건너갔다.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나와 동생이 중고등학생 때 보던 영단어장을 항상 거실에 두었는데, 몇 단어나 외웠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엄마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었을까. 나는 엄마가 엄마라는 것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면 슬퍼진다. 한 인간의 삶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빼고 모든 것이 지워졌으므로, 나는 엄마에 대해 알지 못한다. 엄마가 아닌 그 사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엄마한테 남은 것이 자식뿐이라 화가 난다. 일생동안 손가락이 다 휘어지도록 일했는데 엄마한테는 아무런 지위도, 성취도 없다. 그냥 엄마다.
엄마로서의 삶과 주체로서의 삶
엄마는 엄마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그러나 <로스트 도터>의 주인공 레다는 그러고 싶지 않다. 레다는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연구가 더 중요하고 자신의 욕망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여름 휴가 역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게 아니라 혼자서 떠난다. 휴가에서도 할일이 많다. 논문도 읽어야 하고 수영도 해야 하고 선탠도 해야 한다.
그런 레다의 고요는 한 대가족에 의해 박살이 난다. 이들은 이모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 아이까지 섞인 대가족이다. 레다는 어린 여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니나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대가족, 특히 여자 아이와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는 레다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니나의 모습과 니나 또래쯤 되었을 레다의 과거 회상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레다는 엄마로서의 삶보다는 자기만의 삶을 살고 싶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집에는 남편이 있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두 딸이 있었다. 레다는 남편과 육아를 분담하면서, 자기의 몫이 아닐 때는 아이들이 울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그 사랑스러움만으로 자기 삶을 내팽겨칠 수가 없는 것이다.
비교문학 학자로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세월을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했겠나. 그걸 이제와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버릴 수 있을까. 지금도 수도 없는 여자들이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취업하여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노력했고, 또 열심히 살았나. 그런데 단지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그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 다시 돌아갈 자리는 없다.
대가족은 물놀이를 즐기느라 아이가 사라진 것도 모른다. 뒤늦게 아이를 잃어버린 걸 알아채고는 온 해변을 뒤지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레다는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숲속에서 혼자 놀고 있던 아이를 발견하고는 니나에게 데려다 준다. 니나는 레다에게 묻는다. 너무 힘들지만, 곧 지나가지 않겠냐고. 그러나 레다는 대답한다. 지나가지 않는다고.
결코 지나가지 않는 괴로움들
갈등은 아이가 가지고 놀던 인형이 사라지고부터 시작된다. 레다는 아이의 인형을 훔쳐가는데, 눈앞에서 아이가 울고불고, 어른들이 아무리 아이를 어르고 달래도 소용이 없다. 레다는 별장으로 돌아가 훔친 인형을 꼭 안고 잔다. 인형 옷도 새로 사서 입힌다.
평화롭던 대가족은 사라진 인형 하나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정말 이 가족은 평화로웠을까? 삼대가 모여 즐겁게 휴가를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니나의 괴로움이 있다. 니나에게는 평화가 없다. 늘 자기를 따라다니는 어린 딸, 눈에 안 보이면 사라지고마는 딸,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남편, 그리고 내연남.
니나의 내연남은 해변에서 일을 하는 대학생 윌이다. 윌은 누구에게나 다정하다. 그게 윌의 일이기도 하다. 레다와도 한번 저녁을 같이 먹는데, 레다는 윌에게 쉽사리 마음을 터놓는다. 레다가 인형을 돌려주기로 결심하고 니나의 집을 찾아갔을 때, 니나와 윌이 내연관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레다도 그런 적이 있었다. 학회에서 교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몇 번의 그런 생활이 반복된 후,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는 집을 나가버린다. 여기서 혹자는 엄마의 책임감을 운운하겠고, 혹자는 바람난 유부녀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겠으나 분명한 건 레다가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두 딸이 너무 버거워서, 아이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다 뒤처질 것 같아서, 또는 그밖의 여러 이유로 레다는 우울해한다. 학회에 나가 혼자 있는 것(또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이 레다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가만 보면 엄마들에게는 탈출구가 많지 않다. 나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 잠가버렸지만, 엄마는 쾅 닫고 들어가 잠글 방이 없었다. 엄마에게는 방이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레다는 3년간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3년이 지나고, 아이들이 보고싶어져(영화에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아마도 레다의 우울이 가시고 난 후가 아닐까)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쯤은 아마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을 테고 엄마보다 친구를 찾았을 것이다.
레다는 인형을 돌려주지 않고, 마치 자식을 돌보듯이 인형을 돌본다. 아이는 어떤 인형을 사주어도 그 인형을 잊지 못한다. 니나 가정에는 작은 틈이 생겼고, 레다는 그 틈을 지켜본다. 니나는 괴로워한다. 인형을 잃어버린 아이는 엄마를 자꾸만 괴롭게 한다. 엄마가 괴롭지 않으려면 아이가 인형을 찾아야 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레다는 인형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저녁, 윌이 레다를 찾아와 방을 빌려달라고 한다. 무슨 그런 부탁이 다 있는지 모를 일이다. 윌은 예전의 저녁식사에서 레다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레다는 거절하지만 얼마 뒤 니나가 레다를 찾아온다. 레다는 기꺼이 방을 내어주겠다고 말하며, 인형을 돌려준다.
니나는 도대체 왜 그랬냐며 분노하지만, 레다는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그저 장난이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레다가 인형을 훔친 건 행복해 보이는 니나에게 '너도 한번 괴로워봐라' 하는 마음이었을까, 딸들을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레다는 시장에서 니나를 마주친 적이 있다. 니나가 쓴 커다란 모자가 자꾸 바람에 날리자, 모자에 뾰족한 핀을 꽂아 고정시켜준다. 이렇게 하면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다고. 그 말은 팁 같으면서도 모종의 조언이나 충고 같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레다가 사는 집에 놀러가겠다고 했던 니나는 레다가 준 건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며 핀을 돌려준다. 핀은 마치 자식을 품을 자격도 없다는 듯이, 레다의 아랫배에 깊이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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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엄마의 사랑은 당연하다고 너무도 쉽게 오해하게 된다. 이 당연한 사랑을 받지 못해 병들고, 당연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병든다.
엄마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거실이나 주방이 아닌, 엄마만의 방.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 또는 엄마 역할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엄마의 방이 없다는 것은 엄마의 사랑만큼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레다는 니나와 아이를 보면서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반추한다. 자식을 등지기로 결심했던 레다에게 그 시절은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니나는 그 여름을 어떻게 기억할까. 어느 쪽으로나 썩 편치만은 않다.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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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 2021.
감독 : 메기 질렌할
주연 : 올리비아 콜맨,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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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는, 때론 최고의 상처 치료제
표면적이거나 내적인 상처를 입었을 때, 아이들보단 어른들이 상처가 빨리 아물고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무래도 유년기, 청소년기에 접어든 이들보다 부서지는 상황을 더 많이 겪어왔고 이로 인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을 것이라는 경험적 측면 때문이다. 종종 연장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선경험했기에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지 않은가.
일리 있는 말처럼 보이긴 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잘못된 추측이다. 어른들도, 하늘이 갑자기 무너지거나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어른'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이들 중 상당수 이상은 몸만 컸을 뿐 여전히 유아기적 정체성에 머물러 미성숙하다. 일부 어른들은 자신이 한번 깨지고 부서지면서 큰 상처를 입고 회복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트라우마라고 명명하는 마음을 갉아먹는 족쇄로 자라나 끝까지 고통받기도 한다. 그래서 트라우마로부터 괴롭힘을 받지 않으려고 상처로부터 멀찍이 회피하거나 분리하는 등 동떨어진 삶을 택한다.
미셸 공드리 감독과 짐 캐리가 만난 드라마 '키딩'도 상처 입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키딩'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나 다들 어딘가 결핍, 상처를 가지고 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닮아 감정이입이 쉽게 됐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이 남자, 제프 피키릴로(짐 캐리).
제프 피키릴로는 어린이 TV쇼 프로그램 '피클스 아저씨의 인형극장'서 주인공 피클스 아저씨를 30년간 맡고 있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치 종이접기 장인 김영만 아저씨가 오랜 세월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해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는 매해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행사에 참여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자신을 보고 자란 어른들에게는 동심과 추억을 선물했다.
정갈한 5대 5 가르마를 탄 단발머리, 단정한 초록색 넥타이와 흰색 셔츠, 항상 활짝 웃는 미소로 제프 피클스를 기억하고 있으나 이는 본체 제프 피키릴로를 가리고 있는 가림막이라는 걸 '키딩'이 보여주고 있었다. 본캐 제프 피키릴로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태. 1년 전 교통사고로 일란성쌍둥이 아들 필을 잃었다. 불의의 사고는 아내 질(주디 그리어)과 이혼 위기로 몰아넣었고, 남은 아들 윌(콜 앨런)과 소통은 점점 어려워졌다. 본캐 제프의 삶은 엉망진창 망가지고 있어 한시라도 상처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제프는 상처 입은 자신과 감정들을 분리시키고 억눌러야만 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부캐 피클스 아저씨로 출근해야만 했기 때문. 또 제프는 오래전부터 아이들을 좋아하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 피클스 아저씨로 영원히 남기를 갈망해왔다. 그 결과 진작에 치료해야 할 자기 상처와 슬픔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피클스 아저씨로부터 격리시킨 부작용이 발생했다. 인형극장을 통해 아이들에게 슬픔과 죽음을 이야기하겠다고 나서면서 30년간 평화로웠던 피클스 세계관이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돌발행동을 하는 제프가 더 이상 정상이 아닌 걸 인지한 아버지 셉(프랭크 란젤라)과 누나 디어드러(캐서린 키너)는 대체물을 찾으러 나섰고, 제프가 부캐에 매달려있는 동안 집에서 그의 자리는 점점 사라져 갔다. 제프 피키릴로와 피클스 아저씨 세계관 둘 다 유지하려고 애쓰는 제프의 노력, 그러나 그의 희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마치 웃고 싶지 않은데 웃어야 하는 광대의 모순처럼 제프의 애환만 부각될 뿐이었다.
시즌 1 후반부가 돼서야 제프는 마침내 인간 제프 피키릴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필이 죽은 날 운전대를 잡았던 질에 대한 원망과 아내를 용서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를 한꺼번에 표출했다. 또 세상을 떠난 필에게 자신이 좋은 부모가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오랫동안 신처럼 부각됐던 제프 피클스에 가려진 솔직함이었고,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키딩'에서 재밌는 건, 분노라는 감정을 묘사하는 방식이었다. 보통 분노와 평화를 이분법적으로 표현해 대립시켰고,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키면 분노의 화신으로 탄생하는 것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키딩'에선 조금 달랐다. 그가 상처로 인해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을 드러내면서 무작정 삐뚤어진 인간성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인간은 계속 바람을 불어넣으면 크게 부풀어지다 터져버리는 고무풍선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시즌 1 마지막에서 제프가 질의 남자친구 피터(저스틴 커크)를 차로 들이받으면서 제프가 분노의 화신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 2에 접어들면서 제프의 극단적인 돌발행동은 단순한 폭발이 아닌 진심으로 피터를 싫어했고 가족을 아끼고 있었다는 걸 '키딩'이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터에게 악의를 숨기지 않고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자신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닌 것도 받아들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삐뚤어진 인간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키딩' 시즌 2 내내 제프는 자기 자신과 과오를 시인함과 동시에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받아들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랑하는 아내와의 별거를 인정하고, 이혼 서류에 서명했다. 그리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그런데도 자신을 억누르고 괴롭혔던 문제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과거 질과, 쌍둥이 아들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왜일까.
변화를 받아들이고 보내는 것 또한 그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하는 욕망과 이를 위해 '희생'으로 인식해서였을 것이다. 과오를 순순히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세상을 떠난 필은 아름답고 그리운 존재로 남아버렸고, 질을 놓아주는 건 여전히 그를 사랑하나 자신을 떠나려는 아내를 존중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질의 새 출발을 하나의 권리로 존중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선한 희생으로 남았다. 그렇게 자기 안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타인을 원망하는 것'을 집어삼켰고, '나쁜 사람'들을 제거했다. 교통사고가 전부 아내 탓이라고 원망하기엔 너무나도 그를 사랑했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인위적인 평화는 결국 제프 피키릴로를 기괴한 제프 피클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제프 또한 절대선이 아닌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말이다.
시즌 2 후반부에 윌이 제프와 질, 그리고 필과 행복했던 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마법에 집착하는데, 시즌 2 마지막에 일어났다. 그런데 되돌리는 게 아닌 시간이 멈췄다. 제프도 윌도, 괴로운 현실에서 회피해 행복했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판타지 원하나, 그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판타지는 무엇이든 가능하나 아무것도 이뤄주지 않는다는 한계도 알려줬다. 제프는 아이들에게 집에 있는 시계를 한 시간씩 앞당겨 가족들과 보내라고 하나, 아이들 또한 이 속임수를 깨달았다. 상상은 현실로 향해야 한다고 미셸 공드리가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프는 상처를 마주하면서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떠나간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내면을 스스로 통제하고 마음을 붙잡고 있으면 고요히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마음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통제할 수 없고, 이 때문에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것들이 떠나갔다. 원망하고 싶지 않았는데, 감정을 드러냈고 아파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랑은 떠나가지 않고 남았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기억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언제든 소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별한 물건을 깨트려 다시 금으로 붙이는 예술 기법인 긴츠키처럼 치유된 것이다. 비로소 모든 걸 내려놓고,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며 새 출발선에 섰다.
내면의 상처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아파하고 원망한다고 해서 좋았던 감정까지 잃어버리지 않는다. 행복했던 시간들은 어떻게 해도 되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기억이나 추억 등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새로운 행복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당신이 살아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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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 명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대작 모아보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호러무비 명가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가 개막을했습니다!!
27회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는 21년부터 내건 슬로건'이상해도 괜찮아'를 유지하면서 비주류의 재능을 응원하는 장르영화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터 잭슨, 크리스토퍼 놀란, 대런 아로노프스키, 기예르모 델 토로, 장준환, 나홍진의 작품이 BIFAN을 통해 발견되고 소개되었습니다. 블루무비특별전을 비롯한 도발적인 특별전으로 검열에 대해 문제 제기했고, 쇼브라더스 무협영화와 볼리우드특별전으로 팬커뮤니티를 형성하였습니다. 권력의 교체에 따라 부침을 겪기도했지만 BIFAN의 쉼 없는 에너지는 26년 동안 새로운 감성과 풍부한 상상력, 개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국내외 게스트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이상해도 괜찮아’를 모토로 비주류의 감성에 환호하고 변방에 밀려난 재능을 발견하고 용기를 주는 영화제입니다
비주류는 곧 주류가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시각의 작품들을 같이 만나보아요개요: 모험_개막작 | 미국
개봉: 2023.07.05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호아킨 피닉스, 패티 루폰, 네이단 레인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네 가지의 독특한 챕터로 구성된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아리 에스터의 세 번째 장편영화로 충격적인 비주얼과 영리한 코미디가 균형 있게 갖춰진, 자기 발견에 대한 독창적인 이야기다. 영화는 모자관계에 대한 물음과 한 사람이 독립을 위한 몸부림치는 과정을 보여주고, 보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연이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맞서 싸우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연기를 한다. 앞으로 수년간 논란의 여지가 있을 법한 충격적인 결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개요: 공포 | 영국
개봉: 미정
감독: 조 린치
출연: 헤더 그레이엄, 쥬다 루이스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H.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조 린치의 〈악의 육체〉는 각본가 데니스 파올리, 책임 프로듀서 브라이언 유즈나, 프로듀서이자 조연 배우인 바바라 크램톤을 포함한 많은 러브크래프트의 총아들을 모이게 했다. 하지만 이 매혹적이고 복잡한 영화는 모두 감독인 린치에 의해 모아지고 구성된다.
단단한 연출과 예측 불가능한 도착적인 톤의 사용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엘리자베스 역의 헤더 그레이엄과 그의 어린 환자 역에 주다 루이스 등의 강렬한 캐스팅은 에로틱한 스릴러와 바디호러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이코트로닉의 걸작을 만들었다.
개요: 공포 | 호주
개봉: -
감독: 조시아 앨런, 인디아나 벨
출연: 조던 카원, 엘레나 카라페티스, 브렌던 록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네버 파인드 미〉는 조시아 앨런과 인디아나 벨의 인상적인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두 주인공 사이의 불안과 불확실성이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여주인공 조던 코완과 노인 역의 브랜든 록이 훌륭히 연기해낸 서로를 의심하는 편집증은 점차 고조된다. 이는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말로 치달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개요: 공포 | 일본
개봉: -
감독: 오에 타카마사
출연: 오치아이 모토키, 아노, 요코다 마유, 오니시 아야카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드라이브 마이 카> (2021)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인 오에 타카마사의 <고래의 뼈>는 디지털 세계의 잔상에 불과한 존재를 추앙하고 목숨까지 내던질 정도로 빠져드는 대중심리를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펼쳐 보인다. “작은 생물들이 심해에 가라앉은 고래의 뼈에 붙어 영양을 흡수하며 밤거리의 등불처럼 빛을 점멸하다가, 다 먹어 치운 뒤에는 생물들도 빛도 사라진다.”는 서두의 말처럼, 추앙받는 자는 추앙하는 자들을 통해서만 빛나는 잔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개요: 공포_폐막작 | 일본
개봉: -
감독: 시미즈 다카시
출연: 호시 토모코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비밀스러운 마케팅으로 관객의 궁금증을 일으켜온 J-호러의 대명사 시미즈 타카시의 신작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사운드 호러와 아이돌을 소재로 엮어낸 시미즈 타카시의 <모두의 노래>는 스멀거리는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드는 시미즈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후크송”이 귀에 맴돌듯 나도 모르게 저주의 가락을 흥얼거리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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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제]리뷰:원작의 중요한 설정을 모두 갖다버린 리메이크작. 남는 건 배우의 얼굴 뿐(원작분석)ㅣ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해석
#조제#한지만#남주혁
원작보세요 여러분!음악 출처
1.
myuu - Wind's Wr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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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Naoya Sakamata – Dissociation
Free Download / Stream: https://soundcloud.com/naoya-sakamata...
License: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
????? ???????? : https://youtu.be/XWfdbDZM2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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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풀어봤습니다! (이제 천만 배우!!)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주물러봤습니다~
☑️ License of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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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Say - dyalla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dyallas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2.
Paradise - Ikson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ikson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3.
Sunny - Ikson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ikson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4.
Young love - LiQWY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liqwyd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5.
Summer - Julian Avila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ulian_avila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6.
Need Someone - dyalla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dyallas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7.
Free - Ikson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ikson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oakim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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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nekzlo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10.
Luvly - Joakim Karu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oakimkarud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oakimkarud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12.
Blue Sky - Ikson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ikson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13.
Bay - Vlad Gluschenko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vgl9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14.
Nu Island - DayFox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dayfox
Music Playlist by http://reurl.kr/1992B2F2CW
15.
Road Trip - Joakim Karu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oakim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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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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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ove Life - LiQWY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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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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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plore - LiQWY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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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vg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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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당신얼굴 앞에서> 30초 예고편
그녀는 고층 아파트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여동생은 어떻게 이런 높은 곳에 살면서 괜찮은 걸까, 란 의문이 든다.
며칠 전부터 동생 집에 불쑥 들어와 살면서 한국에 다시 사는 걸 경험하고 있다.
숨기는 비밀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살게 하는 맘 챙김을 잘하고 있다.
한 그녀보다 나이 어린 영화감독이 그녀를 영화에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한두 번의 사양을 거쳐 오늘 그 감독을 만나러 간다.
서울 도심 어느 골목에 있는 작고 오래된 술집에서 낮술을 마시는데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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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허셀프> 30초 예고편
자신을 학대하던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어린 두 딸을 키우는 싱글맘 산드라. 임시 거처에 머물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집도 일도 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굴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 새로운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한편, 남편은 아이들의 양육권을 뺏기 위해 그녀를 고소하고 공무원들마저 그녀를 방해하기 시작하는데… 세상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행복한 집 짓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