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서2023-05-07 01:07:30
<토리와 로키타/Tori et Lokita, 2023>
영화 <토리와 로키타>
다르덴 형제의 신작 <토리와 로키타>를 시사회를 통해 관람하고 왔습니다. 요새 씨네랩에서 좋은 영화들의 시사회를 많이 열더라고요. 덕분에서 좋은 작품들을 일찍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껏 탁월한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왔던 다르덴 형제인 만큼, 이번 <토리와 로키타>도 굉장히 훌륭한 영화입니다.
<토리와 로키타>는 다르덴 형제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애절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벨기에 체류증을 두고 벌어지는 남매의 모습을 담은 이 이야기는 내내 처절하다가 끝내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할 무력감을 선사하는데, 이제껏 희망과 성장을 이야기했던 다르덴 형제가 사회의 치부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다고 일종의 해답을 내놓지 않는 다르덴 형제의 태도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법을 꿰뚫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르덴 형제의 바로 전작인 <소년 아메드>에서는 파죽지세로 달리는 듯하다가 갑작스레 희망을 보는 듯한 태도가 약간은 아쉬웠는데, <토리와 로키타>에서는 이 둘의 발자취를 담담하게 따라가는 카메라의 활용이 굉장히 탁월합니다. 그저 목격자의 역할을 하는 듯한 <토리와 로키타>의 카메라는 그들이 겪는 풍파를 옆에서 고스란히 바라보는 듯이 만듭니다. 마치 <아들>에서 보여주었던 카메라의 경이를 다시 목도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르덴 형제는 <토리와 로키타>에서 이전의 작품과 달리 사회의 악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영화 내내 토리와 로키타는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그들을 착취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을 벨기에로 들여보내 준 브로커, 심지어는 그들의 엄마까지 토리와 로키타를 돕기는커녕 그들의 돈만 원할 뿐이죠. 이 둘은 결정적인 순간에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 이후 맞이하는 영화의 가장 아릿한 장면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다르덴 형제는 이 영화를 통해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무시와 단절이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을 담담하지만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기도 한 파블로 쉴스와 조엘리 음분두의 연기는 매우 생생하고 탁월하게 영화에 깃들여져 있어 이 감동적인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이외에도 종종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에서 모습을 비추었던 조연들도 좋은 연기로 작품을 탄탄하게 받쳐줍니다.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만큼이나 훌륭한 영화고, 매번 전작들 사이에서 다시금 변주해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5월 10일에 개봉하는데, 꼭 보셨으면 하는 작품 중 하나네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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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덩이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믿음의 벨트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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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연교의 대사, "믿음의 벨트"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 '믿음의 벨트'는 이후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인간은 상상만으로도 믿을 수 있는 존재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믿을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세상도 믿음으로 얼레벌레 굴러간다. 누군가가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집밖을 나서며 횡단보도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지면 쌩쌩 달려오던 차도 정지선 앞에 멈출 거라고 믿는다. 천 원을 내고 800원짜리 빵을 사면 200원을 거슬러줄 것이며 범죄를 지른 사람은 죗값을 받을 것이고, 보험료를 내면 유사시 보험금을 받을 거라 믿는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게 박살나겠구나 싶다. 실체가 보이지도 않는 추상적 개념인 믿음이 80억 인구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나는 쉽게 믿지 못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심이 많지도 않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물 위를 부유하고 있는 것 같다. <메기>에서 윤영은 경진에게, 누군가로부터 완전히 믿음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때로는 누군가 나를 믿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부담스럽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믿는다는 말의 무게는 상당하다. 때로는 땅을 뚫고 들어가 싱크홀을 만들어낼 만큼 막중하다. 엄마의 '믿는다'는 말, 선생의 '믿는다'는 말, 친구의, 애인의, 이러다 어쩌면 사돈의 팔촌까지 뭘 이리 믿는지. 믿는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를 믿지 않기를(?) 때로는 바랐다. 나를 못믿어서 나서주었으면 했다. 학교도 혼자 못가고, 숙제도 혼자 못하는 애, 혼자서 자취방을 구하지도 못하고 밥도 알아서 못해먹으니 옆에서 좀 거들어주어야 하는 애, 신경쓰이는 애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믿음의 벨트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찌나 꽉 맞게 조여 있는지 내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녀도 나를 믿었고, 모두가 다 벨트를 메고 있으나 나에게는 벨트가 없었다. 구속이 없으니 너무너무 자유롭긴 한데, 원래 그런 거 아니겠나. 벨트가 없으면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당연히 편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자, 이제 마리아사랑병원으로 들어가 보자. 마리아사랑병원 엑스레이실은 환자가 많지 않은가 보다. 익명의 직원이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를 했고, 누군가가 밖에서 촬영 버튼을 눌렀다. 뼈와 뼈를 둘러싼 살들의 희미한 윤곽만 보이는 이 정체불명의 엑스레이는 마리아사랑병원 마당에 떡하니 걸린다.
간호사 여윤영은 그의 남자친구 이성원은 그 엑스레이 사진이 자기들의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는다. 과연 진짜 여윤영일까? 그들이 믿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이다. 모두가 엑스레이실을 사랑하고, 다들 한 번씩 그런 경험이 있지만 내가 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윤영은 엑스레이 사진의 주인공이 된다.
원장 이경진은 여윤영에게 권고사직 비슷한 걸 하는데, 사직서까지 품에 안고 원장실로 갔던 여윤영은 오기가 생겨 그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다음 날, 용감하게 여윤영은 병원에 출근하는데, 직원들이 모두 결근했다. 왜일까. 직원들은 다들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데 이경진은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때 여윤영은 이경진에게 '믿음 교육'을 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진짜 아픈지 확인해보자고 한다. 믿음도 학습이 필요한 항목이긴 하다. 믿는 사람은 세상이 두쪽나도 믿고, 못믿는 사람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다.
이 병원 환자는 희한한 걸 하나 키운다. 이름은 '메기'. 실제로도 메기이다. 메기는 어항에서 병원을 관찰한다. 어느 날 메기가 어항 위로 풀쩍 뛰어오르자 환자는 지진이 날 것이라며 병원을 탈출한다. 결국 에피소드에 그쳤으나 도시 곳곳에 싱크홀이 생기기 시작한다.
싱크홀이 생기자 백수였던 이성원에게 일자리가 생긴다. 이성원은 싱크홀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커플링을 잃어버린다. 커플링을 찾으려고 온 현장을 다 뒤지지만 경험상 잃어버린 반지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러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의심스러워진다. 그동안은 서로 잘 어울렸지만, 이제 그들이 달리 보인다. 윤영은 성원이 의심스럽다. 반지를 잃어버렸다면, 왜 빼고 다녔던 걸까? 그러던 와중에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를 만난다. 전여친은 성원이 데이트폭력을 했고, 그 기억 때문에 아직 힘든데 윤영을 때린 적은 없는지 묻는다. 성원은 반지 찾기에 몰두한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동생의 발가락에 자기 반지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윤영의 집은 재개발지역에 있는 빌라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시위했지만 자본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성원은 일이 없는 날이면 윤영이 살(성원은 얹혀 살) 집을 보러 다녔는데, 성원은 계단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고 윤영을 부른다. 윤영은 하마터면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굴러 떨어질 뻔했다.
한때 믿음의 벨트로 서로를 믿었던 사람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의심은 부지불식간에 확신이 된다. 결국 반지는 손가락에 맞지 않았고 윤영은 성원에게 이별을 고했다.
경진은 윤영에게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말을 해준다. 윤영이 세탁소에서 옷을 받아갈 때 옷에 붙어있던 쪽지에서 발견했던 것과 같은 문구이다.
윤영이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의심부터 한 것 같아 성원의 본가에 찾아간다. 성원은 반지 사건을 통해 부풀어진 의심의 결과를 이미 확인했다. 윤영은 성원에게 여자를 때려보았냐고 묻는다. 성원은 아무렇지 않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때 땅이 울리면서 성원이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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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사회는 실체가 없고, 각 개인의 계약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허상이다. 계약이란 믿음을 뜻한다.
믿음이 사라지면 사회가 무너진다. 사회가 무너짐을 땅이 무너지는 싱크홀에 비유하자면, 어쩌면 <메기>는 사회계약론의 심플한 알레고리이겠다(물론 감독이 믿음, 의심에 관한 이야기이며 인권영화라는 것을 밝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메기>에는 온갖 사회문제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불법촬영과 청년실업, 재개발 문제가 똘똘 뭉쳐 싱크홀이라는 거대한 구덩이로 빠져버린다. 사회문제를 완전히 전면에 배치한 다큐멘터리도, 너무 숨겨두어 의미를 찾기 어려운 영화도 아니다. 이를테면 재개발을 위해 덮어놓은 파란색 천막에 재개발로 쫓겨날 예정인 거주민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모양새로 시위하는 장면 같은 것. 이옥섭 감독의 문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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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
1919년 10월 27일, 지금은 사라진 종로의 '단성사'에서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개봉하였습니다. 그리고,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의 개봉일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제정하였는데요.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최초의 영화이자 흥행을 목적으로 한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는 상영 당시 연일 매진을 이어가며 흥행에 성공하였고, 이를 기점으로 한국 영화계는 서서히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기념일을 맞아! 씨네픽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영화사에서 눈에 띄는 '기념비적인 영화'들을 pick해 보았는데요! 지금부터 씨네픽과 '최초'와 관련된 영화들을 같이 한번 살펴볼까요?
잇츠 CINE PICK!!
<달세계 여행>, 세계 최초의 SF 영화
SF, 모험, 판타지 | 프랑스 | 14분
감독 : 조르주 멜리에스 | 출연 : 빅토르 안드레, 블로에 베논, 조르주 멜리에스 | 원작 : 쥘 베른
? 세계 최초의 SF 영화 : 1902년 9월 1일 프랑스 개봉
남북전쟁이 끝난 후 남아도는 대포를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큰 대포를 만들어 안에다가 사람을 태운 우주선을 집어 넣고 달로 쏘아 올리기로 결정한다. 사람들에게 환송을 받으며 천문학자를 태운 로켓이 대포로 발사되고 곧 로켓은 달에 착륙한다. 천문학자는 달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자고, 일어나고 나서 동굴로 가자 거대한 버섯을 발견한다. 한 천문학자가 우산을 펼치자 곧바로 버섯으로 변해 버린다. 이때 외계인이 나타나지만 천문학자는 이를 쉽게 죽인다. 곧 더 많은 외계인이 나타나서 천문학자들은 둘러싸이게 되고, 외계인은 그들을 잡아 우두머리에게 데리고 간다. 천문학자들이 우두머리를 죽이고 도망친다. 다섯 명이 비행선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한 명은 절벽에 걸친 비행선에 달린 로프에 매달려 비행선을 우주로 떨어뜨린다. 우주선은 지구로 떨어져 바다에 빠진다. 천문학자들은 구조되어 큰 환대를 받는다.
씨네 pick : 세계 최초라는 면만 본다면 1895년 상영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 더 어울리겠지만, 2분 남짓한 이미지의 연속이 전부였던 당시, 14분이라는 파격적인 상영시간을 내세운 <달세계 여행>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마술사라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특이 이력 덕분에, 영화에는 합성과 같은 특수 효과가 처음 시도되었고, 이는 이후 SF 장르의 관습을 확립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본인의 작품 <휴고>에서 다룰 만큼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이다.
<재즈 싱어>, 세계 최초 유성 영화
멜로/로맨스, 드라마 | 미국 | 88분
감독 : 앨런 크로슬랜드 | 출연 : 알 졸슨, 메이 맥어보이, 워너 올랜드
? 세계 최초의 유성 영화 : 1927년 10월 6일 미국 개봉
한 친구가 라비노비츠에게 재키가 카페에서 노래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해주자 노한 아버지는 아들을 벌하고, 이에 재키는 상심한 어머니 새러(유지니 베서러)를 뒤로 하고 집을 떠난다. 몇 년 후 잭 로빈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재키는 재즈 가수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화해하기 위해 돌아온다. 아버지는 여전히 엄격하지만 병약해져 있었고 재키는 얼굴을 검게 칠하고 활동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과 유대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씨네 pick : "Wait a minute, wait a minute, you ain't heard nothin' yet". 이 영화는 완전한 유성 영화도 아닐 뿐더러, 많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인데 이유인 즉슨, 이 영화의 성공을 통해 유성 영화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토키(talkie) 영화 시대로 접어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성 영화는 실패할 것이다 라는 당대의 편견을 깬 영화라는 사실은, 역시 길이 남을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바타>, 역대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
SF, 모험, 액션, 전쟁 | 미국 | 162분
감독 : 제임스 카메론 | 출연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미셸 로드리게즈
? 역대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 : 2009년 12월 17일 국내 개봉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인류는 원주민 ‘나비족’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가
‘아바타’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족’의 중심부에 투입되는데…
피할 수 없는 전쟁! 이 모든 운명을 손에 쥔 제이크!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역대급 세계가 열린다!
아바타: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결합해 만들어졌으며
링크룸을 통해 인간의 의식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
씨네 pick : <아바타>가 세계 최초 3D 영화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전세계에 3D를 선보인, 실질적인 3D 영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다시 3D 영화의 상영이 이전만큼 이루어지고 있진 않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껏 보지 못한, 앞으로도 보기 힘들 정도의 CG가 구현된 영화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를 통해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 역시 인정받았다. 제작 기간만 4년에 달하는 영화는 2,9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는데,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어주었다가 중국 재개봉과 함께 1위를 재탈환한 영화는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켜내며 지금까지 3조 원이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기생충>, 한국 영화 역대 매출액 1위
드라마 | 한국 | 131분
감독 : 봉준호 | 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 한국 영화 역대 매출액 1위 : 2019년 5월 30일 국내 개봉
“폐 끼치고 싶진 않았어요”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씨네 pick : 두말하면 입 아픈,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기생충>이 갖고 있는 '최초'이자 '최고'인 타이틀은 수도 없이 많다. 한국 영화 역대 매출액 1위는 물론이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흥행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영어 작품이기도 하다. 권위적인 세계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동시에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기생충>이 갖는 의의는 상당하다.
영화의 날이자
10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을 맞아
오늘 극장에서 영화 한편 어떠신가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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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유목민 '다바'는 정착할 수 있을까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The Wolves Always Come at Night)
개브리엘 브레이디 Gabrielle BRADY
Mongolia, Australia, Germany | 2024 | 98min | Color | Hybrid | 전체 관람가 | Korean Premiere
시놉시스
젊은 커플이 기후 변화로 발생한 파괴적인 폭풍으로 집을 떠나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가 아는 몽골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실제 오늘의 몽골은 어떤 모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오늘날의 몽골이 맞다.영화에서 보던, 우리에게 친숙한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사막에서 유목을 하며 너무나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르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것도 잠시, 지역 회의를 통해 곧 폭풍이 몰아칠 것이고, “사막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역시, 이 폭풍으로 인해 주인공 가족 역시 여느 유목민들처럼 울란바토르의 외곽 ‘게르촌’으로 이주하게 된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이편이 나을 것이라고 애써 위로해 보지만, 인생의 전부였던 곳을 떠나 “정착지”라고 불리는 이 게르촌에서 ‘다바’ 가족은 새롭고도 위태로운 삶을 시작한다.
‘몽골’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는 같을 것이다. 초원, 고비 사막, 그리고 게르. 광활한 자연 덕분에 청정구역, ‘별’을 보기 좋은 나라로 잘 알려진 ‘몽골’은 사실 모스크바보다 추운 전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가 있는 나라로, 이로 인해 겨울에는 혹한기(조드)로 인해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며,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에 “직면”한 나라이기도 하다.
몽골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 ‘울란바토르’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별이 쏟아지는 게르’ 대신 서울 도심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며, 한국을 벤치마킹한 데다가 한류의 영향을 크게 받아 한국 편의점, 노래방, PC방은 물론 포장마차까지 있는 신도시이다.
출처 : Zurich Film Festival
여행객들에 의하면, 한국 신도시와 다를 바 없는 이 도시의 화려한 중심지를 벗어나 여행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면 이내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게르촌’이 펼쳐진다.
가축의 떼죽음 등으로 인해 이주한 유목민 대부분이 거주하는 이러한 도시 내 게르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작이었던 <차라리 겨울 잠을 자고 싶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는데, ‘울란바토르’의 외곽 게르촌을 살아가는 가족을 그려낸 두 작품 <밤이 오면 늑대가 온다>와 <차라리 겨울 잠을 자고 싶어>는 비슷한 삶의 모습을 다른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후자는 작은 온기를 통해 ‘희망’을 기대해 보게 한다면, 올해 상영작인 전자는 혹독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려 한다. 호주 출신의 감독이 담아낸 몽골 배경의 영화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필름’으로 다바 가족의 실제 경험을 담아내었으며, 다바 부부가 연기는 물론 각본에도 참여하였는데, 덕분에 이러한 현상이 ‘다바’ 가족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닌 현재 몽골이 처한, 아니 전 세계가 맞닥뜨릴 “현실”임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피해는 항상 약한 사람부터 갉아먹는다. 환경 오염의 경우, 자연과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동식물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심한 폭풍이 올 것”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내일의 지구는 오늘의 지구보다 더 아플 것이고, 이 변화는 급진적일 것이다.
놀랍게도 이 작품에 양을 잡아먹는 ‘늑대’는 등장하지 않는다. 삶을 송두리채 잡아먹는 ‘재앙’이 올 뿐.
월드시네마 -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스케쥴
2024.05.01(목) 17:00 | CGV전주고사 8관 (150)
2024.05.04(일) 10:30 | CGV전주고사 1관 (403) *GV
2024.05.05(월) 23:59 |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2관/3관 (1120/1121/1122)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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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친구를 혼내주는 명탐정 블랑
살면서 의도하지 않게 관계가 맺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라고 부를 수도 있고, 동료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 관계는 사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다. 특히나 성인이 되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아주 깊어지기 쉽지 않다.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런 다름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같이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곳을 보며 좀 더 친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관계에 종속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모임 중 한 사람에게 권력과 돈이 갑자기 많아졌다. 이 사람은 다른 친구들에게 많은 기회와 투자금을 줄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등장한 순간 그 모임의 평등한 관계는 조금씩 깨져간다. 좀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 투자받기를 원하고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나면 각자의 일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은 나머지 사람들은 그 한 사람이 원하는 것을 맞춰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이는 그 관계를 깨지게 만드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한 친구를 중심으로 작은 섬에 모인 인물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우연하게 관계를 맺게 되는 한 모임의 친구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마일스(에드워드 노튼)를 중심으로 모인 친구들은 연예인도 있고,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마일스의 특이한 파티 초대장을 받아 들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으로 모인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는 일종의 퍼즐을 풀어야 주어지는 파티 초대장을 얻기 위해 퍼즐을 푸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 모습은 마치 특별한 친구의 초대장을 여는 것처럼 모든 인물들이 즐거워 보인다.
마일스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작은 섬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그곳에서 추리게임을 벌이려고 한다. 여기에는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라는 명탐정도 포함되어 있다. 블랑은 사실 마일스가 초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대장을 받았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섬에 도착했다. 각 인물들은 블랑이 왜 왔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에는 마일스가 어떤 파티를 하고 게임을 할지 궁금해할 뿐이다. 처음 등장하는 마일스의 모습은 무척 자신감이 넘친다. 조금은 거만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돈과 시간이 많은지를 알 수 있다.
영화는 마일스가 초대한 사람들의 얼굴을 조금씩 보여준다. 이제 퇴물이 되어가는 연예인 버디(케이트 허드슨), 총리를 힘겹게 맡고 있는 클레어(캐서린 한), SNS스타 듀크(데이브 바티스타), 사업을 하는 라이오넬(레슬리 오덤 주니아) 그리고 마일스의 사업 파트너였던 앤디(자넬 모네) 등의 다양한 인물은 마일스의 초대에 기꺼이 응한 친구들이지만 각자 마일스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추리극 속 반전과 인물들의 관계
마일스는 처음 이 친구들을 만날 때만 해도 거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앤디의 아이디어를 통해 큰돈을 벌면서 지금은 큰 투자가 가능한 큰 손이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마일스가 부르면 그곳으로 간다. 자신들의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일스가 그들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섬에 초대된 인물들은 모두 마일스에게 바라는 게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경향을 더욱 심해지고, 마일스는 그 상황을 무척 즐긴다. 그러니까 마일스는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로 다른 친구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중반에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이 밝혀진 후에 본격적으로 추리극이 시작된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부가 조금은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명탐정 블랑이 가지고 있는 비밀과 친구들이 가진 비밀이 풀리는 중반 이후에 영화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작은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추리극은 다양한 인물들의 알리바이와 생각을 추적하게 만들고 무척 흥미롭게 전개된다.
블랑이 풀어내는 건, 살인 사건의 배후이기도 하지만 각 인물들 간 관계의 진짜 모습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건 배치된 인물들과 마일스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밝혀질 때 극대화된다. 추리극의 형태에 사회적 관계의 진짜 모습과 약간의 사회고발 성격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어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잡아둔다.
탐정 블랑 역을 맡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는 매력 있는 탐정을 만들어냈다. 원작이 있는 셜록 홈즈나 포와로 같은 널리 알려진 탐정은 아니지만 그만의 색깔을 입힌 블랑은 이 영화 전체에 생동감과 매력을 불어넣는다. 2019년에 개봉했던 전작 <나이브스 아웃>에서 처음 소개된 탐정 블랑은 이번 속편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진실이 밝혀질 때 블랑의 설명과 강력한 말투 그리고 몸짓은 무척 매력적이다.
무척 매력적인 탐정 블랑과 흥미로운 이야기
영화를 연출한 라이언 존슨 감독은 전작 <나이브스 아웃>의 세계관을 가지고 와 새로운 추리극을 만들어냈다. 이야기 자체가 이어지지는 않지만 탐정 블랑이 새로운 사건을 맡게 되는 설정으로 동일한 세계관에서 추리가 펼쳐진다. 원작이 없는 추리 영화로는 꽤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 관객이 쉽게 전개를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공개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추리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에서 영화 제목의 글래스 어니언은 유리로 만든 양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양파의 껍질을 계속 까는 것처럼 영화는 다양한 껍질을 벗겨내며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꽤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이 추리극은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마일스를 중심으로 모인 각 인물들의 심리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명탐정 블랑과 함께 각 인물들에 대한 추리를 완성해 나가는 건 어떨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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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누군가는 지금을 낭만이라고 할 지도 모르지
낭만의 도시, 파리
파리를 향한 사람들의 동경과 사랑은 대단하다. 고풍스러운 샹젤리제 거리, 화려한 치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베르사유 궁전,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에펠탑은 말이 더 필요할까.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 파리는 예로부터 수많은 예술가들이 교류하던 문화의 장이었고 그 자체로 상징적인 낭만이었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본격적으로 파리의 아름다움과 역사성을 고스란히 조명한다.
주인공 길은 낭만파다. 잘 나가는 할리우드의 상업 작가임에도 소설을 쓰겠다며 때때로 약혼자의 속을 썩이는 남자. 그의 소설 속 과거의 골동품을 파는 노스탤지어 샵이 등장하듯, 그 역시 파리의 낭만을 사랑하고 과거의 황금기를 동경하는 남자다.
파리의 황금기는 1920년대였으며 현재의 파리는 그때만 못하다는 것. 그는 살아보지 않았던 그 시절의 황금기를 동경하고 또 열망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있어 지금의 파리는 그 아름다웠던 과거보다 칙칙하고 낭만이 꺼진 도시다.
그랬던 그에게 자정마다 마법 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그를 마중 나온 의문의 차가 그를 1920년대의 파리로 이끈 것. 그곳에서 자신이 동경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직접 조우하게 된다.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살바도르 달리 등등.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이 그의 앞에 나타나고, 길은 어린 아이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관광지로서의 유물을 넘어 그가 열망하던 파리의 시간이 눈앞에 재현된 것이다.
길이 찬양하던 대로 1920년대의 파리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밤길을 비추는 특유의 따뜻한 노란 조명, 그리고 한 자리에 모인 시대를 풍미하는 예술가들, 때맞춰 흘러나오는 콜 포터의 재즈까지. 그는 점차 현재의 파리보다도 1920년대의 파리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덧없는 우리의 황금기
1920년대, 피카소의 연인이자 많은 예술가의 뮤즈였던 아드리아나에게 끌리는 길. 그가 약혼자 이네즈와 아드리아나 사이에 느끼는 혼란스러운 두 감정은 동시에 자신의 현재와 아름다운 과거 사이에의 혼란이기도 하다. 현재의 파리도 아름답지만, 길에게 있어 1920년대의 파리는 그야말로 가슴 떨리는 환상의 시대였기에.
그러나 아득한 과거를 향한 환상은 비단 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길이 그토록 바라는 1920년대에 살아 숨쉬는 아드리아나. 그러나 그녀는 그녀 자신이 살아가는 1920년의 현재보다도 고갱, 드가 등 화가가 활동하던 1890년대의 파리를 갈망한다.
극 중 이네즈의 친구 폴은 ‘과거에 대한 향수는 고통스러운 현재에 대한 부정’이라고 말하며 이상적인 과거를 동경하는 길의 태도를 ‘황금시대의 오류’라는 개념으로 꼬집는다. 즉 현재의 고통은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현재는 불완전하며, 과거는 완결된 이야기이니까. 되돌아보면 그 시기가 아름다웠던 것만 같고, 그것이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지난 날들을 그리워하고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더더욱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현재가 지닌 가치는 가려져 불만족스러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길과 아드리아나는 또 한 번 자정의 시간 여행을 통해 1890년대의 파리로 넘어 가지만 이들의 선택은 극명하게 갈린다. 그 시기가 파리의 가장 빛나는 때라고 여기던 아드리아나는 과거에 남고, 그 모습을 본 길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멈추고 현재에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길은 1920년대를,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를, 그리고 1890년대의 사람들은 르네상스를 동경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황금기를 향한 동경. 과거는 때로 과거라는 이유만으로, 완결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자정을 넘어 새로운 아침으로
할리우드 상업 작가로는 소위 ‘잘 나가는’ 축에 속하는 길이지만, 그는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던 소설을 처음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우려와 창작의 어려움에 직면한다. 어쩌면 쉬운 길을 두고 고집을 부리다 완성한 소설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을 테다. 남에게 평가를 맡기지 않던 길이지만, 그의 우상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글에 대한 평가를 구한다. 헤밍웨이는 이미 완결된 그의 일생 속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갖춘 저자이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아직 소설 한 편 제대로 완성하지 않는 자신은 그저 보잘것없는 소설 지망생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과거의 위상이란 때로는 훌륭한 스승이면서도 현재의 위상을 저평가하는 독이 된다. 과거를 향한 동경의 연쇄를 끊고 빠져나온 길. 완결된 과거의 환상에 젖어 머무르기보다 앞으로 나아가기로 택한 그에게는 이전과는 달라진 현재가 기다리고 있다.
파리의 낭만과 영광은 저물어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양한 흐름으로 이어져가고 있다. 약혼자와의 비틀린 관계를 정리한 길은 비 오는 파리 거리 한가운데서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 그대로 머물러 있었더라면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이다. 현재는 언제나 미완의 상태에서 이어지는 선택의 연속이다. 어쩌면 완성된 길의 소설은 잘 풀리지 않아 뼈아픈 실패를 맛볼지도 모른다. 생각과 달리 파리에서의 생활은 편치 않을지도 모르고, 새로운 인연과는 또 다른 불화로 다툴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미학은 그 불확실성을 뚫고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변화와 새로움에 있다. 켜켜이 쌓아 올린 현재는 또다시 누군가가 그리워할 그 시절의 황금기로 완결될 테니.
결국 우리 모두가 각자 경험하지 않은 아름다운 과거에 대해 동경하고 또 열망한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나의 현재도 누군가의 황금기일 수 있음을. 그러니 살아가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만끽하고 나아가자. <미드나잇 인 파리>는 과거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낭만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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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에게 오는 끝을 준비하는 자세
눈은 아일랜드 전역에 내리고 있었다. 눈은 음울한 중부 평야의 구석구석에도, 나무 없는 구릉지대에도 내리고, 앨런의 늪에도 소리 없이 내리고, 더 멀리 서쪽으로 섀넌 강의 어둡고 거친 물결 위에도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눈은 또한 마이클 퓨리가 묻혀 있는 언덕 위의 그 쓸쓸한 교회 부속묘지의 구석구석에도 내리고 있었다.
기우뚱한 십자가와 묘석 위에도, 작은 출입문 위의 뾰족한 쇠창 위에도, 그리고 앙상한 가시나무 위에도 눈은 바람에 나부끼며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그가 눈이 온 세상에 사뿐이 내려앉는 소리를 듣고 있는 사이에, 그리고 그들의 최후의 종말의 강림처럼 눈이 모든 산 이와 죽은 이들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소리를 듣고 있는 사이에 그의 영혼은 서서히 스러져갔다.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소설 <죽은 사람들> 중
당신은 상실에 얼마나 초연한가? 모든 사람들은 삶의 끝에 죽음을 맞이하고, 동시에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목도한다. 만약 당신이 상실에도 절망하지 않고 무던할 수 있다면 그건 좀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이라면 모두, 삶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의 생에 죽음이 개입하는 순간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이를 잃는 순간을 상상하면 언제나 깊은 공포와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올해 초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누구나 예외 없이 예기치 못한 죽음과 이별을 경험하기에, 그때를 준비하기 위해 마음의 두께를 단단히 만들며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라면, 잘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런 나의 생각이 무의식에 적용된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연달아 죽음을 다룬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 형을 잃은 후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 부터, 부검을 통해 죽은 자들이 남긴 말을 산 자들에게 전하는 법의학자들의 드라마 언내추럴. 그리고 마지막은 오늘 이야기할 작품이자, 존엄사를 선택한 친구 마사와 그를 지켜보는 친구 잉그리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룸 넥스트 도어> 이다.
영화 룸 넥스트 도어 소개 및 줄거리
영화 룸 넥스트 도어는 스페인의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첫 영어 장편 영화이며, 2020년 발간된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 <어떻게 지내요> 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등급의 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는데, 상영 시 1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국내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첫 상영되었고 10월 23일 공식적으로 영화관 개봉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부국제에서부터 궁금했던 터라 개봉 다음 주에 영화를 보고 왔다.
영화는 출간 기념 사인회를 위해 뉴욕 맨해튼을 찾은 유명 작가 잉그리드(줄리안 무어)가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 마사(틸다 스윈튼)의 암 투병 소식을 듣고 병원에 찾아가며 시작된다. 이후 잉그리드는 뉴욕에서 마사의 곁을 지키며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마사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마사는 잉그리드에게 안락사 계획을 밝히며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옆방에 있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마사(틸다 스윈튼)의 부탁을 들은 잉그리드(줄리안 무어)는 충격에 빠진다.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지만 뉴욕주는 그 일부가 아닐뿐더러, 잉그리드는 저서를 통해 '생명이 어째서 죽음에 이르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할 만큼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사는 그녀에게 부탁하기 전 이미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살에 동조할 수 없다'라며 거절을 당한 상태였다. 잉그리드가 느꼈을 두려움은, 만약 내가 친구에게 같은 부탁을 들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아무리 시한부라고 하더라도 그런 부탁은 충격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죽음이 목을 조이는 생생한 감각을 느껴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투병(鬪病)이라는 단어에는 싸울 투에 병 병 자를 사용한다. 그야말로 적극적으로 질병과 싸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당연히 치열하게 질병과 맞서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며 병을 완치하는 것이 싸움에서의 승리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영화 속 말기 암 환자이자 마사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암 환자가 계속 싸워주길 바라고, 투병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고 말이다. 그러고는 굴욕스러운 고통 속에서 죽지 않는 것으로 전쟁에서 승리하리라 선언한다.
"난 잘 죽을 권리가 있어."
마사의 대사 중
감독은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고 싶은 마음도 당연한 인간의 욕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탄생과 죽음이 선과 악처럼 나누어져 있는 것을 꼬집는다. 살아있음은 옳은 것이고 죽음은 부정한 것일까? 모두가 삶의 끝에 죽음을 만난다는 것만 봐도 무리한 가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글의 도입에서 언급한 일본의 드라마 <언내추럴> 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죽는 것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어쩌다 목숨을 잃지요. 그리고 우리는 어쩌다 살고 있는 겁니다. 어쩌다 살고 있으니까 죽음을 불길하게 여겨선 안돼요."
마사는 종군 기자였다. 평생 살아있음과 죽음이 공존하는 전쟁터를 다니며 남겨진 사람들을 만나왔다. 삶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이미 죽음은 두려워하기에 너무나 가까운 것이었다. 전쟁터 속에서 그녀는 어쩌면 삶이 그저 '남겨지는 것'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10대 때 베트남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남자친구 프레드를 만나 아이를 임신하지만, PTSD에 시달리던 프레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 하며 떠난다. 시간이 흘러 마사는 친부의 존재를 추궁하는 딸을 위해 그의 근황을 수소문하고 화재 현장에서 살려달라는 환청을 듣고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후 딸 미셸과도 점차 멀어진다. 살아냈지만 시간이 해결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남겨진 프레드. 자신보다 일을 우선순위에 두는 엄마와 존재도 모르는 아빠를 용서하지 못하고 탄생을 저주했을 미셸. 그리고 혼자 남겨져 치열한 삶을 전쟁처럼 치러냈던 마사까지. 이들의 모습은 비극적이지만 그 누구도 패배자라고 말할 수 없다.
아름다움으로 설득하는 페드로의 미장센
다채로운 미술은 시한부나 죽음 같은 소재를 슬프고 우울한 동정 거리로 만들지 않는다. 세련된 미감과 선명한 색감이 만드는 페드로의 미장센은 감각이 모든 서사를 선명하게 심지어는 아름답게 인지하도록 돕는다. 모든 로케이션과 장면이 아름다워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마사가 죽음을 준비하며 샛노란 자켓과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이다.
우리는 모두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각자의 속도가 조금씩 다를 뿐. 끝을 향해 가는 이 여정을 얼마나 다채롭게 채우느냐는 모두가 가진 숙제일 것이다.
미술과 의상은 그 자체로 페드로의 언어다. 페드로의 드높은 미적 감각은 배우를 즐겁게 한다. 페드로는 내가 녹색 터틀넥을 입으면 틸다는 푸른 재킷을 입게 했다. 이미 그 대비만으로 멋진 구도인데 카메라까지 켜지자 ‘세상에, 우리가 페드로의 세계로 들어왔어! 우리가 페드로의 머릿속에 있어!’라는 느낌을 받았다. 페드로의 세계는 마법 같고 또 동화 같다. 우리의 눈이 회색빛으로 일상을 본다면, 페드로의 눈은 총천연색의 테크니컬러로 세상을 감각한다. 그 세계 안에 발을 디디는 순간 새로운 눈이 열리고, 말초적이라 오히려 인간적인 감정이 내 깊은 뿌리를 자극한다. 관객이 페드로의 영화에 느끼는 반응과 비슷하다. 일상의 삶과 거리를 두는 상상적인 세계가 펼쳐지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의 근원만은 관객의 마음에 특별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가닿듯 말이다.
줄리안 무어의 씨네 21 인터뷰 중
다양한 예술가와 작품을 언급하며 은유적으로 사용한 점도 흥미롭다. 에드워드 호퍼의 1960 작 <People In The Sun> 도 그중 하나이다. 도시 속 인간의 고독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이미 오래전부터 영화 속에서 오마주 되어왔다. 대표적으로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들이 그 예이다. <룸 넥스트 도어> 에서는 마사와 잉그리드가 함께 떠난 숙소에서 해당 작품의 모작이 걸려있는 것으로 직접 언급된다. 또한 의자에 기대어 같은 방향의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같은 구조로 사용하여 직접적으로 오마주 하였다. 영화 속에서는 숙소 테라스의 선베드로 표현하였으며 왼쪽에는 집이 오른쪽에는 자연이 위치한 것도 동일하다.
영화에서 선베드는 자주 비춰지며 상징적인 장소로 사용된다. 마사는 이 장소를 아름답다고 표현하며 마음에 들어 한다. 같이 외출할까 하고 묻는 잉그리드에게 마사가 좀 더 여기에 있고 싶다고 하는 장면도, 닫힌 문을 보고 마사가 죽었다고 생각한 잉그리드가 무너지는 장면도, 끝내 마사가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도, 그리고 마사와 똑닮은 딸 미셸(틸다 스윈튼)과 잉그리드가 누워있는 위로 눈이 내리는 엔딩 장면도 모두 이 테라스의 선베드에서 이뤄진다. 같은 장소에서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인물들을 통해 결국에 동시대에 살고 같은 것을 겪더라도, 탄생과 죽음이 고유하듯이, 인간은 개별적으로 고유하며 각자의 자아로 다른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걸 체감했다. 그러니 인간이 느끼는 필연적인 외로움이 안쓰럽다가도 숭고하게 느껴졌다.
삶은 임시적이고 끝은 반드시 온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끝'의 존재가 그저 사실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마사의 질병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언급도 감독이 다루는 종말 중 일부이다. 가장 먼저는 대기 오염으로 인한 뉴욕의 분홍색 눈이 그 예이다. 본격적으로는 마사와 잉그리드가 오래전 만났던 애인이자, 환경 전문가인 데미언은 통해 이야기한다. 그는 악화되는 기후 위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도,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할 거라는 기대도 없는 회의론자이다. 아들 부부의 출산에 화를 낼 정도이다. 페드로 감독은 데미언의 입을 빌려 진지하게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설명한다. 그 또한 우리가 지금 혀끝에 있지 않아 외면할 뿐인 또 하나의 종말이다.
희망이 없는 게 아니야. 비극 속에서도 살아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잉그리드 대사 중
비관적으로 흐를 수 있는 내러티브를 환기시키는 건 바로 잉그리드(줄리안 무어)라는 인물이다.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잉그리드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삶의 대척점에 두며 '생명의 적'으로 여겼던 잉그리드는 결국 마지막 순간 옆방에 함께 있어 달라는 마사의 제안을 수락한다. 갑자기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죽음은 여전히 소중한 무언가를 앗아가고 상실은 숨 막히게 아프지만 삶이 일시적이며 끝은 반드시 온다는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마사의 선택을 존중한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제각기 종말을 준비하는데, 그중 잉그리드의 태도만 다른 점이 인상깊다. 비관적인 미래에 대해 말하는 데미언에게 잉그리드는 비극 속에서도 살아갈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반대되는 마사의 선택에도 용기를 내어 기꺼이 손을 잡아준다. 부모와 손절한 채 살아온 미셸에게는 엄마인 마사를 용서할 수 있는 다리이자 숨구멍 역할을 해준다. 끝을 잘 준비하는 것만큼, 삶에 충실한 것도 중요하기에 잉그리드는 최선을 다한다.
페드로 감독은 <룸 넥스트 도어>를 만들기 한참 전, 살아있는 무언가가 (특히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그 인터뷰를 보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잉그리드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변화하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회의적인 다른 인물들을 강인한 따뜻함으로 포용하는 잉그리드는 감독이 그리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아닐까. 종말이라는 비극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몇 번이고 무너지고 쓰러지지만, 결코 비극에 휩쓸리거나 지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강한 사람 말이다.
안락사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러기지 의견과 논란이 많다. 영화 하나만으로 다룰 수 있는 주제도 아니다. 극 중 주인공인 마사는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하기에 영화는 존엄사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이 모든 서사 속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근본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고 싶다. 영화 중간에 소설 <죽은 사람들>의 구절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글 맨 처음을 그 구절로 시작했다. 영화 마지막은 그를 인용한 잉그리드의 대사로 끝이 난다.
- 눈이 내린다. 산 자와 죽은 자 위로. 나와 네 딸 위로.
마사의 죽은 자리에 앉은 마사와 똑같이 생긴 딸 미셸 위로, 함께 걷던 숲속 위로 내리는 눈처럼 죽음은 평범한 삶 곳곳에서 언제나 존재한다. 오늘도 누군가의 옆집에서는 생명이 죽고, 같은 날 다른 곳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죽은 자의 온기가 남은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규칙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배운다. 언젠가 또다시 상실의 고통에 잠식되는 날이 오더라도 맘껏 슬퍼하고 그리워하지만서도 힘차게 살아가고 싶다. 오랜만에 힘을 잔뜩 주어 긴 글을 적었다. 끝에 대해, 상실에 대해 어떻게 하면 의연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인상적인 영화였다. 아름다운 페드로의 연출에 그리고 틸다 스윈튼, 줄리안 무어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참고자료]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627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10/25/FZTF4Z5KOFHGPJXTXPADTMHJII/
영화 <죽은 사람들> 2004
드라마 <언내추럴>
https://www.m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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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타일 리메이크 / 로코의 정석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진영 다현 / 대만 원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드크레딧과 함께 사진들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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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맥밀리언스> 공식 예고편
누구든 우승할 수 있었을까? FBI 잭슨빌 지부의 요원들이 90년대 맥도날드 모노폴리 게임을 둘러싼 거대한 사기를 추적해나가는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