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4-18 15:22:08
거북이처럼 느린형사, 토끼처럼 빠른 도둑 | 영화 거북이달린다
추억의 영화
오늘은 정말 오래된 작품을 가지고 왔는데.
혹시 영화 거북이 달린다를 아시나요?!
지금은 OCN 어디선가 느지막하게 할 것 같은 영화인데,
이 영화 참 매력적이고 순박하며 재미있는 작품이라 가지고 왔어요~
이 작품을 모르신다고요!? 괜찮아요~
나중에 티비 돌리다가 푸릇푸릇 한 정경호와 김윤석이 나온다?!
그럼 스톱하고 슬그머니 한번 보세요! 재미있거든요~
다시 보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수사
감독 / 각본 : 이연우
출연진 : 김윤석, 정경호
개봉일 : 2009년 06월 11일
평점 : 8.43
스트리밍 : 티빙, 넷플, 웨이브, 쿠팡, 왓챠
기획 의도
"또 너냐? 다음엔 죽는다!"
"지발 잡히지 마라! 너는 내가 잡을 거야!"
대한민국을 농락한 신출귀몰 탈주범이 예산에 나타났다.
하는 일이라곤 지역 발전을 위해 소싸움 대회 준비뿐인 시골마을 예산의 형사 조필성.
다섯 살 연상의 마누라 앞에서는 기 한번 못 펴는 한심한 남편이지만,
딸내미의 학교 일일교사 1순위로 꼽힐 정도로 마을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형사다.
소싸움 대회를 준비하던 필성은 강력한 우승후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훔쳐 나온 마누라의 쌈짓돈으로 결국 큰 돈을 따게 된다.
난생처음 마누라 앞에서 큰소리 칠 생각에 목이 메이는 조필성.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갑자기 나타난 어린 놈에게 순식간에 돈을 빼앗기고 마는데,
그놈은 바로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탈주범 송기태.
여담
드라마 거북이 달린다 작품은 지금은 흔하디 흔한 차량과 전투 액션신이 하나도 없는
순박 그 자체의 시골에서 인심을 더 넣은 유머를 통하여 내 돈을 찾고야 말겠다는
형사의 집념 하나로 범인을 잡는데 성공하는 순박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보는 묘미 중 하나는 김윤석과 정경호의 생생하고 순박하고 파릇파릇함이
절로 느껴지며 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 결말을 살펴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골에서 순박함으로 똘똘 뭉친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악바리 같은 근성 하나로 탈옥수 송기태(정경호)를 잡는데 성공하며
돈도 찾고 행복도 찾고 명예도 찾으며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지금은 익숙한 액션과 총! 비행기 등이 등장하는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영화 거북이 달린다를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느긋함과 정겨운 시골의 풍경 속에 악바리 경찰을 원한다면 영화 거북이 달린다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한줄평 : 집념의 형사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Relative contents
-
-
- 마블 디즈니 플러스 티비시리즈 총정리 (feat. 마블의 새로운 도전)
#디즈니플러스 #페이즈4 #마블총정리
블랙프라이데이 특가! 2년 플랜을 68% 할인된 특가에 구매하고 4개월 추가 이용 혜택을 받으세요!
링크 https://nordvpn.com/marveler 로 가셔서 이용하시거나 쿠폰코드 "MARVELER" 를 이용해주세요!*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52 완다비전
02:20 팔콘앤더윈터솔져
04:34 로키
06:48 왓 이프...?
08:40 호크아이
09:41 미즈마블
10:42 문나이트
11:44 쉬헐크
12:27 NordVPN
14:20 디즈니플러스의 의미"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0. 11. 28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
- 영화 <공각기동대> 공식 예고편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진 미래, '내가 나이기 위해선 많은 게 필요해' 철학적 고민과 충격적 비주얼을 한번에 담은 전설의 SF 애니메이션! [ #공각기동대 ] 예고편 공개 12월 11일, 💠레전드 J애니 리마스터링展💠 4K 리마스터링으로 더욱 선명한 감동을 스크린에서!
-
- 영화 <파일럿> 런칭 예고편
조정석이 코미디로 돌아왔다. 근데 많이 파격적이었다. 여름이었다…? [파일럿] 조정석 is Back!! 7월 31일 극장 대개봉✈️
-
- 소통이란 무엇인가?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대상을 탄 정우성. 사실 수상 당시까지 영화를 보지 않고 무성히 들리는 소문으로만 영화를 판단하고 있어서 과연 받을만했는가? 의심을 했던 수상이었다. 하지만 보고나니 왜 대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 <증인>이 어떠한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증인> 시놉시스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증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영화 개봉 직후 김향기와 조승우의 자폐 연기를 비교하는 리뷰들이 많이 올라와서 김향기가 그렇게 연기를 못했을까? 하는 마음에 사실 보기 꺼려졌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김향기는 증인 속 지우의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잘 표현해냈다. 천재성을 띠고 있는 자폐아적 성향을, 비장애인인척 노력하려는 자폐아의 모습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었다. 과연 이 지우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신과함께에 나온 월직차사라고는 매칭이 안될 정도로 거의 다른 사람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우성의 연기 역시 담백하고 정말 좋았다. 후반부에 갑자기 민변에서 같이 활동했던 수인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캐릭터 붕괴가 온 것만 빼고는 굉장히 담담하게 변호사의 역할을 수행했고, 정우성이 선굵은 연기 뿐 아니라 이런 역할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한 편의 소설처럼 마음에 와닿은 대사들
영화 <증인>을 보고 나서 들었던 감정은 영화를 봤다는 느낌보다 잔잔한 감동의 소설책을 읽었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 이유는 마음에 와닿은 대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 대사 한 마디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카메라 워팅, 특정 장면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머리를 깎는 장면이라던가 영화 <사바하>에서 이재인이 허물을 벗고 등장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그런게 뇌리에 박히기 마련인데 영화 <증인>은 특정한 장면보다는 대사들이 많이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지우 : 신혜는 웃는 얼굴로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화난 얼굴로 나를 사랑합니다.
순호 : 괴롭히는 사람은 친구 아니야.
로펌 대표 :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적당히 때가 묻어 있어야 해.순수한 대사들도 많이 있었고,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는 대사들도 곳곳에 있어서 순수함에 힐링받다가 순수함 속에 있는 날카로운 송곳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현실에 찌든 대사에 탄식이 나오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다가가다
영화 <증인>을 한 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죠?’라고 물었던 인물이 ‘제가 직접 가면 되죠!’라고 대답하는 인물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우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지우와 대화를 하기 위해 담당 검사에게 어떻게 자폐아ㅘ 대화를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물어보는 순호. ‘어떻게 합니까?’하고 물어보던 순호는 지우에게 선물공세와 퀴즈풀기를 통해 점점 친해지고 지우와의 대화에 성공한다.
지우의 목격으로 인해 자신의 의뢰인이 실제 살인범이었음을 알게 되자 변호사자격을 걸고 재판에서 그 비밀을 폭로하며 지우의 증언이 재판에서 활용될 수 있게끔 한다. 그렇게 모든 재판이 끝나고 지우의 생일파티에 놀러 간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 지우를 엄마가 부르려 하자 ‘아닙니다. 제가 가면 되죠.’라고 말한다. 이런 순호의 성장을 통해서 타인의 세계에 직접 다가가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영화 <증인>은 잔잔한 감동으로 힐링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
- 구덩이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믿음의 벨트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영화 <기생충>에서 연교의 대사, "믿음의 벨트"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 '믿음의 벨트'는 이후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인간은 상상만으로도 믿을 수 있는 존재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믿을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세상도 믿음으로 얼레벌레 굴러간다. 누군가가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집밖을 나서며 횡단보도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지면 쌩쌩 달려오던 차도 정지선 앞에 멈출 거라고 믿는다. 천 원을 내고 800원짜리 빵을 사면 200원을 거슬러줄 것이며 범죄를 지른 사람은 죗값을 받을 것이고, 보험료를 내면 유사시 보험금을 받을 거라 믿는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게 박살나겠구나 싶다. 실체가 보이지도 않는 추상적 개념인 믿음이 80억 인구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나는 쉽게 믿지 못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심이 많지도 않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물 위를 부유하고 있는 것 같다. <메기>에서 윤영은 경진에게, 누군가로부터 완전히 믿음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때로는 누군가 나를 믿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부담스럽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믿는다는 말의 무게는 상당하다. 때로는 땅을 뚫고 들어가 싱크홀을 만들어낼 만큼 막중하다. 엄마의 '믿는다'는 말, 선생의 '믿는다'는 말, 친구의, 애인의, 이러다 어쩌면 사돈의 팔촌까지 뭘 이리 믿는지. 믿는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를 믿지 않기를(?) 때로는 바랐다. 나를 못믿어서 나서주었으면 했다. 학교도 혼자 못가고, 숙제도 혼자 못하는 애, 혼자서 자취방을 구하지도 못하고 밥도 알아서 못해먹으니 옆에서 좀 거들어주어야 하는 애, 신경쓰이는 애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믿음의 벨트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찌나 꽉 맞게 조여 있는지 내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녀도 나를 믿었고, 모두가 다 벨트를 메고 있으나 나에게는 벨트가 없었다. 구속이 없으니 너무너무 자유롭긴 한데, 원래 그런 거 아니겠나. 벨트가 없으면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당연히 편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자, 이제 마리아사랑병원으로 들어가 보자. 마리아사랑병원 엑스레이실은 환자가 많지 않은가 보다. 익명의 직원이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를 했고, 누군가가 밖에서 촬영 버튼을 눌렀다. 뼈와 뼈를 둘러싼 살들의 희미한 윤곽만 보이는 이 정체불명의 엑스레이는 마리아사랑병원 마당에 떡하니 걸린다.
간호사 여윤영은 그의 남자친구 이성원은 그 엑스레이 사진이 자기들의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는다. 과연 진짜 여윤영일까? 그들이 믿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이다. 모두가 엑스레이실을 사랑하고, 다들 한 번씩 그런 경험이 있지만 내가 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윤영은 엑스레이 사진의 주인공이 된다.
원장 이경진은 여윤영에게 권고사직 비슷한 걸 하는데, 사직서까지 품에 안고 원장실로 갔던 여윤영은 오기가 생겨 그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다음 날, 용감하게 여윤영은 병원에 출근하는데, 직원들이 모두 결근했다. 왜일까. 직원들은 다들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데 이경진은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때 여윤영은 이경진에게 '믿음 교육'을 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진짜 아픈지 확인해보자고 한다. 믿음도 학습이 필요한 항목이긴 하다. 믿는 사람은 세상이 두쪽나도 믿고, 못믿는 사람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다.
이 병원 환자는 희한한 걸 하나 키운다. 이름은 '메기'. 실제로도 메기이다. 메기는 어항에서 병원을 관찰한다. 어느 날 메기가 어항 위로 풀쩍 뛰어오르자 환자는 지진이 날 것이라며 병원을 탈출한다. 결국 에피소드에 그쳤으나 도시 곳곳에 싱크홀이 생기기 시작한다.
싱크홀이 생기자 백수였던 이성원에게 일자리가 생긴다. 이성원은 싱크홀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커플링을 잃어버린다. 커플링을 찾으려고 온 현장을 다 뒤지지만 경험상 잃어버린 반지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러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의심스러워진다. 그동안은 서로 잘 어울렸지만, 이제 그들이 달리 보인다. 윤영은 성원이 의심스럽다. 반지를 잃어버렸다면, 왜 빼고 다녔던 걸까? 그러던 와중에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를 만난다. 전여친은 성원이 데이트폭력을 했고, 그 기억 때문에 아직 힘든데 윤영을 때린 적은 없는지 묻는다. 성원은 반지 찾기에 몰두한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동생의 발가락에 자기 반지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윤영의 집은 재개발지역에 있는 빌라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시위했지만 자본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성원은 일이 없는 날이면 윤영이 살(성원은 얹혀 살) 집을 보러 다녔는데, 성원은 계단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고 윤영을 부른다. 윤영은 하마터면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굴러 떨어질 뻔했다.
한때 믿음의 벨트로 서로를 믿었던 사람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의심은 부지불식간에 확신이 된다. 결국 반지는 손가락에 맞지 않았고 윤영은 성원에게 이별을 고했다.
경진은 윤영에게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말을 해준다. 윤영이 세탁소에서 옷을 받아갈 때 옷에 붙어있던 쪽지에서 발견했던 것과 같은 문구이다.
윤영이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의심부터 한 것 같아 성원의 본가에 찾아간다. 성원은 반지 사건을 통해 부풀어진 의심의 결과를 이미 확인했다. 윤영은 성원에게 여자를 때려보았냐고 묻는다. 성원은 아무렇지 않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때 땅이 울리면서 성원이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긴다.
*
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사회는 실체가 없고, 각 개인의 계약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허상이다. 계약이란 믿음을 뜻한다.
믿음이 사라지면 사회가 무너진다. 사회가 무너짐을 땅이 무너지는 싱크홀에 비유하자면, 어쩌면 <메기>는 사회계약론의 심플한 알레고리이겠다(물론 감독이 믿음, 의심에 관한 이야기이며 인권영화라는 것을 밝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메기>에는 온갖 사회문제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불법촬영과 청년실업, 재개발 문제가 똘똘 뭉쳐 싱크홀이라는 거대한 구덩이로 빠져버린다. 사회문제를 완전히 전면에 배치한 다큐멘터리도, 너무 숨겨두어 의미를 찾기 어려운 영화도 아니다. 이를테면 재개발을 위해 덮어놓은 파란색 천막에 재개발로 쫓겨날 예정인 거주민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모양새로 시위하는 장면 같은 것. 이옥섭 감독의 문법이 좋다.
-
- 결혼 이야기 또는 이혼 이야기
백마 탄 왕자가 나오는 그런 사랑 이야기는 감흥이 없는 편이다. 이전 영화 리뷰 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처럼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매우 좋아하는 편이고, 주인공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바닥을 치는지까지 디테일하게 나오는 이야기에 끌리는 편인데, 그 속에서 내가 마주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리 볼 수도 있고 해결 방법을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설명하기 전에 이 영화를 보게된 계기를 먼저 말하자면 올해 중순쯤 아담 드라이버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던 모델이자 배우인 이솜의 인생영화 <패터슨>의 주인공이었고, 이솜이 좋아하는 배우라 그래서 눈여겨보다가 같이 빠져든 케이스. <패터슨>에서는 패터슨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잔잔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는데, <결혼 이야기>에서는 굉장한 스펙트럼의 연기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애덤 드라이버의 완전한 팬이 되어 버렸다.
<결혼 이야기>를 마침 2023년이 가기 전에 보게 된 영화라 너무 좋았어서 2023년 베스트 영화 중 하나로 기록할 겸 얼른 후기를 남겨본다. 영화는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이 서로에게 반했던 이유 = 각자의 장점을 내레이션 하고, 그에 적합한 화면들이 나온다. 가령 극 중 배우로 나오는 니콜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장면에서는 극장에서 집중하여 연기를 하고 있는 니콜의 모습이 나오고, 극단의 인턴도 동등하게 존중해 주는 찰리의 모습들이 나오며 둘 사이 있었던 좋은 추억들을 쫙 보여 준다.
그 장면들만 보면 정말 행복하고, 바람직한 부부의 모습, 가족의 생활이 나와서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순간들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 그런 행복한 가정을 상상할듯하다. 그렇게 행복한 가정의 모습도 잠시 둘의 내레이션이 끝나면서 보이는 공간은 이혼 상담소, 상담사가 둘에게 작성한 장점을 서로에게 읽어달라고 하지만, 니콜은 그럴 생각이 없다. 둘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북극의 얼음이 언 것 마냥 냉담하다.
찰리는 사실 니콜이 이혼을 결심했는지 모르는 듯했다. 니콜의 희생이 당연했고, 잘 나가는 예술가가 되고 있는 자신이 제일 잘났다 생각해서 일까 잠깐 LA로 떠난 니콜이 금방 들어올거라 생각한다. 초반에 나오는 애덤 드라이버는 굉장히 유쾌하고, 리더십 있는 능력과 책임감이 모두 있는 훌륭한 감독으로 비쳤지만 갈수록 그의 이기심이 드러난다. 연애 때 이걸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아이를 일찍 가져버린 니콜은 참고 참다가 그와의 이별을 결심한 것. 니콜은 찰리를 아래 대사처럼 표현했다. '섹스보다 대화가 좋았던 사람이고, 섹스도 대화처럼 느껴지던 사람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완벽하게 맞는 사람이었는데, 둘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니콜은 그래도 아직 그를 사랑했기에 원만하게 헤어지려고 했지만,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해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선임하게 된다. 노라 또한 이혼 경험이 있어 그녀의 고통을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준다. 그렇게 법정까지 가서 부부가 각자 선임한 변호사는 각자의 치명적인 단점을 들추며 그들의 삶을 변호한다. 둘은 그 상황이 도저히 아니라고 느꼈는지 둘이서 협의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지만, 결국 끝은 서로에게 바닥을 보이는 싸움이었다.
'난 매일 눈뜰 때마다 당신이 죽길 바라! 헨리(아들)가 괜찮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신이 병에 걸려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고!'
이전 장면에서는 화를 내지 않을 것만 같던 그가 이렇게 절절한 증오의 말을 내뱉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는 영영 볼 수 없을 수도 있고, LA와 뉴욕을 왔다 갔다 하느라 그토록 기대했던 브로드웨이 공연도 못하게 되고, 극단을 운영할 수 있는 상금마저 이혼 소송을 진행하느라 파산 직정인 상황이니 현실적인 부분에서 공감되긴 했다. 찰리는 바로 사과를 하고, 싸움을 마무리하지만 둘의 사이는 더 이상 합의도 힘들고 회복도 힘든 것처럼 보였다.
감독 노아 바움백을 포함하여 스칼렛 요한슨과 그녀의 변호사 역할 로라 던은 이혼 경험이 있고, 애덤 드라이버는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고 한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경험까지 더해져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이혼의 과정을 풀어낼 수 있던 게 아닐까 싶다. 조금은 행복한 결혼 이야기일 줄 알았지만 매우 불편하고, 현실적인 이혼 이야기였고, 결혼을 한다면 이런 과정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다. 나처럼 결혼 고민이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걸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니 꼭 보시길!
*영화 리뷰는 브런치 채널에 더욱 빠르게 등록됩니다.
-
-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제목은 김민정 시인의 시집인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차용하였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97분 동안 영화관에 앉아, 나는 성 긍정이고 해방이고를 떠나 한국 사회를 생각했다. 애국자라서 나라 걱정을 한 게 아니고 이전까지의 영화들을 떠올렸다.
2008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성매매 남성을 다룬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비스티 보이즈>이다. 나는 아직도 하정우, 아니 재현의 대사 "사랑한다고 XXX아"를 잊을 수가 없다. 매일매일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살해, "왜 안 만나줘"라는 문장이 포함된 뉴스기사를 본다. 재현의 입을 빌려 이 사건들을 재언할 수 있다.
사랑에는 실로 다양한 모양이 있으나 거기에 폭력은 없어야 한다. 사랑과 폭력이 병기되는...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이, 좋아해서 괴롭히는 걸로 시작하여 자기를 왜 안 만나주냐며 좋아하는 여자를 죽이는 일이 매일매일 지겹도록 일어나는 현실 앞에서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를 보는 97분간 적잖이 심란했다. 영화를 납작하고 평면적으로 말하자면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번 만나는 이야기이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감독은 관객들이 "재미있고 섹시한 영화", "해방된 느낌", "자유" 등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논외로 이제 대부분의 영화 제목이 번역되지 않아 통탄스럽다. 세상에는 굿 럭 투 유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 영어를 모르면 아파트도 못찾고, 가게에서 메뉴판도 제대로 못보고, 터미널에서 표 사기도 어려운 이 나라에서, 이제 영화도 못 보는 게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
등장인물은 딱 세 명이다. 호텔 카페 직원 베키는 10분도 등장하지 않으므로 두 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경도 세 군데이다. 리오가 대기하고 있던 카페, 호텔룸 하나, 호텔 카페. 두 카페는 10분도 등장하지 않으므로 한 곳이라고 봐도 되겠다.
사각형의 작은 방 안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며, 이들은 밖에 나가 걷거나 음식을 먹거나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공간은 이 '판타지스러움'을 부연한다. 카메라가 담지 않고 관객이 궁금해하지 않을 노인의 나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판타지다.
판타지 속 세상이므로, 주인공들의 이름도 가짜다. 리오 그랜드를 기다리는 낸시는 초조하다. 구두도 갈아신고, 향수도 뿌리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리오 그랜드는 아일랜드 사람에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인물도 좋아 낸시는 그만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돈이면 최고! 돈 준다면 감옥살이도 오케이!인 시대에, 구매자는 판매자보다 당연하다는 듯이 우위에 선다. 그런데 낸시는 돈을 왕창 내놓고도 을이 된다. 남자, 그것도 자기가 구매한 성매매 남성의 시선마저도 신경쓴다. 성별이 반대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권력이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자본권력에서 우위에 선 낸시는 젠더권력에서는 열위에 위치한다. 한편, 자본권력 없는 리오는 젠더권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이는 <비스티 보이즈>의 주인공들과도 일맥상통한다. 재현은 미선의 돈을 들고 튀고, 승우는 지원을 스토킹하다 죽인다. 힘은 누구에게 있는가.
여자의 몸은 자주 물화된다. 여자의 몸을 물건처럼 확대하고 축소하고 조각내는 행위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둔갑한다. 여러 감독들의 미장센들이 떠오르지만...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다.
아무튼, 물화된 대상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평가받기 일쑤인데, 여자의 몸은 단골 소재다. 나노 단위로 쪼개고 쪼개가면서 평가받는다. 사회에 나가는 과정에서 어찌 되었든 1회 이상의 면접은 치르기 마련이다. 면접 자리가 몹시 불편하고 불안한 이유는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나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예쁘니 어떻니 하며 외모만을 평가하는 건 다소 촌스러운 행위다. 그렇지만 낸시는 은퇴한 종교학 선생이고 옛날 사람이니, 낸시가 젊었을 적에는 얼마나 더 작은 단위로 평가했겠나. 그렇기에 낸시는 자신이 없다. 젊었을 적부터 뱃살과 팔뚝살이 싫었고, 나이 든 지금은 말할 것도 없다.
리오는 '퍼스널 서비스' 제공이 직업이다. 영어로 말하면 좀 있어보이는가 싶지만, 고객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 성매매 남성이다. 넷플릭스 영화 <퍼펙트 데이트>의 밀실 버전이라고 보면 될까. 학생들에게 성매매에 관한 리포트를 쓰는 숙제도 내주었던 종교학 교사 낸시는 남편과 사별한 후 이제 자신만의 삶을 좀 살아보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자유로운 섹스인 듯하다.
안타깝게도 모 연구에 의하면 가장 오르가즘을 적게 느끼는 집단이 이성애자 여성이라고 한다(여원뉴스, 2018. 8. 7.). 그렇기에 이성애자 여성인 낸시가 평생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다는 말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한번 해보자 싶어 리오를 예약한 것.
첫 번째 만남은 대화, 두 번째는 도전. 세 번째는 갈등이다. 낸시는 세 번째 만남까지 특별히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데, 세 번째 만남에서의 갈등이 인상적이다. 낸시는 리오의 사적인 정보를 캐내고, 말 그대로 선을 넘는다. 이 정도로 친해지면 밖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보라고 종용하고, 당당하게 직업을 밝히라고까지.
리오는 선을 넘은 낸시에게 흥분하며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간혹 이상한 어머니들이 있다. 남자들을 다 아들처럼 보는 어머니. 낸시의 아들은 차분하게 공부 잘하는 남자이고, 딸은 자유분방하게 사는 여자이다. 낸시는 아들이 지루하고, 딸은 골치아프다고 한다. 리오에게 자식들의 흉을 보면서 리오의 엄마는 리오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랑스러워할 거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결국 모든 갈등이 끝난 뒤, 호텔룸이 아닌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다음에야 낸시는 오르가즘을 경험한다. 그것도 스스로. 그리고 리오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한 뒤,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벗은 몸을 바라본다.
*
여성의 억압된 성을 해방하고자 하는 시도가 좋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관객에게 맡겨야 하겠다. 어쨌거나 모든 섹스가 좋은 호텔과 맛있는 술, 충분한 대화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사귀는 사이니까, 부부니까 의무적으로 맡겨놓은 것 찾듯이, 분위기도 멋도 없는(단적인 예로 장기연애 콘셉트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같은) 그런 관계에서 만족하는 여성이 몇이나 될까 싶다.
성매매 여성의 삼라만상은 이미 소설과 영화와 그림과 기타 등등에서, 아니, 뉴스와 유흥가가 깔린 골목에서 너무도 자주 접했다. 이토록 개방적인 남성의 성 반대편에 이토록 폐쇄적인 여성의 성이 있다. 그리고 성에 개방적인(또는 개방적이지 않은) 여성을 지칭하는 저급한 언어들이 지천에 깔렸다. 그리고 여성 자체를 지칭하는 수많은 멸칭들이 널리고 널렸다. 여자들이여. 이제 유교걸이라는 히잡은 저리 벗어두고 만족하고 오르가즘을 느끼며 살자, 했다가 걸레가 날아오는 그 징그러운 말들을 얼마나 듣게 될까.
서두에서 이 영화를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번 만나는 이야기'라고 하였는데, 영화에서 아무리 좋은 마무리를 지었든 간에 나는 성매매에는 끝까지 반대한다. 마무리는 'Love yourself'로.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라는 렌즈를 박살내버리자.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2022)
Good luck to you, Leo Grande
감독 : 소피 하이드
출연 :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상영시간 : 97분
* 씨네랩에서 초청받아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
- [JIMFF 인터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최고은 PD
최고은 PD는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통해 광주극장에서 이루어지는 뮤지션들의 인터뷰와 라이브 클립을 선보이며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오랜 시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잘 버텨내고 존재하는 광주의 광주극장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 있어 ‘버텨내고 존재하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제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내 경쟁작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얼굴 마담이 되고 싶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던(웃음)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입니다.
간략히 영화 소개해 주세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공간을 지켜내고 있는 광주극장, 그곳에서 저를 포함한 8명의 뮤지션이 어떻게 음악을 하고 있는지 라이브 클립 공연하는 모습과 인터뷰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제목을 우선 시 생각하는데 '버텨내고 존재하기' 제목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생각하게 되셨나요?
음악을 시작 한 지 12년 차가 되었는데 10년 차 때 부터 생각했던 화두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라 이전에 음악 하던 흐름과 많이 달라져야 했습니다.활동 방향과 방법이 변하면서 음악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버텨내고 어떻게 존재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이었지만, 제 주변 뮤지션들도 그러했습니다. 오래된 공간들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는 주제라 함께 이야기 해 보고 싶었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의도하신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호스트 입장으로 영화에 설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2019년부터 매해 진행했던 커밍홈의 세 번째 이야기라, 제가 호스트 되어 주변의 뮤지션을 광주에 초대해 광주 알리고자 했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에서 감독님과 PD님이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권철 감독님께서 영화 상영후 GV에서 적절한 표현을 해주셨는데, ‘냉장고를 부탁해’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제가 냉장고를 준비해서 냉장고 안 에 요리할 수 있는 재료를 넣어 권철 감독님께 드리면 권철 감독님이 요리하는 과정입니다. 저의 역할은 주제와 뮤지션 및 공간 섭외였습니다.
그렇다면 권철 감독님께 제안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권철 감독님은 2011년에 처음 뵈었는데, 이후로 해외 투어 가거나 라이브 클립 작업 시 권철 감독님과 함께 했습니다. 감독과의 작업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음악 대한 애정이 깊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서 보는 것이 듣는 것과 같은 쾌감이 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에세이 읽는 것처럼, 시 낭독 들었던 것처럼 기억되도록 작업하십니다. 일련의 흐름처럼 영상 파트에 권철 감독님이 늘 계셨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클립곡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뮤지션들을 광주로 초대할 때, 주제를 소개하면서 스스로 어울리는 곡을 생각해 라이브 클립을 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우리가 선정하지 않고 뮤지션 자신이 생각해서 어울릴 만한 곡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곡들입니다.
기억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마도 이자람밴드가 떠오르네요. 광주극장이 4층 건물 높이인데 당시 이자람 님이 4층에서 라이브 하셨고 저는 1층에 대기하는데 4층 이자람 님의 목소리가 1층까지 울렸어요. 폭발적인 가창력, 목소리 트임에 아주 놀랐습니다.
최고은 PD님의 버텨내고 존재하는 비중을 나타내자면 어느 정도 일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존재한다는 것’ 에 집중했습니다. 버티는 것 자체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나를 기록에 남기지’ 의 존재에 집중했다면 가면 갈수록 버텨내는 힘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버텨낸다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앞에 있는 것이라 ‘다른 일을 하더라도 똑같겠지, 음악 아니면 뭐 하지’ 생각해도 음악이 저에게 대체 불가한 길이라 버텨냈는데 요즘은 밸런스 찾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 시대를 버텨내고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더 고민하고 나의 이야기가 소중한 만큼 남의 이야기도 소중하게 생각하면 서로가 힘이 되어 잘 버텨내고 잘 존재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통해 무엇을 얻어 가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우리 모두의 사람살이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괄호 앞에 들어가야 합니다. 광주극장이라는 공간은 1933년 개관했으니 90여년 되었고,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하고 만들어 갑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숨어있는 가치를 지켜내는 것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광주에 갈 기회가 있다면 광주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들의 음악도 들어 보시고, 중간중간 나오는 뮤지션들의 추천 영화들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고은 PD는 10월 말에 있을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광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마지막 손간판쟁이로 알려진 박태규 화백이 작업한 '버텨내고 존재하기' 손간판을 직접 세워 영화를 상영하고 뮤지션들이 공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보이는 공간, 광주극장에서 90여 년 세월 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고 존재하는 장소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너무나 기대된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김문숙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
- 2023 서울독립영화제 후기 (1)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기.
12월 초는 압구정 cgv에서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와 함께했다. (11.30-12.8)
총 5편을 관람했다.
신생대의 삶(감독 임정환),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감독 김다민), 세기말의 사랑(감독 임선애), 백탑지광(감독 장률), 그리고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까지.
지나온 시간, 그리고 당시 느낀 생각들을 오래 붙잡아두고픈 마음이다.
관람작들에 대한 단상을 남긴다.
1. 신생대의 삶 ( 김새벽, 심달기, 박종환 배우_ 임정환 감독)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독립영화계의 아이돌인 김새벽, 심달기, 박종환 배우가 나온다.
조금은 난해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 전개에 자꾸만 집중하게 된다. 영화 속 여러 이미지들이, 삶과 죽음이 맞닿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흐릿하고, 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거기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신선한 영화적 체험을 준다. 죽음 뒤에 바라본 삶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2.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박나은, 김희원, 박효주 배우_ 김다민 감독)
영화 속 주인공 '동춘'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엄마의 열성에 못 이겨 오늘도 학원 여러 개를 돌지만 그렇다고 딱히 아주 잘하는 것은 없는 우리의 피곤한 초등학생 어린이 동춘은 수련회장에서 막걸리 한 통을 줍고는 호기심에 집으로 가져온다."
‘동춘’ 역을 맡은 박나은 배우
막걸리와 페르시아어 수업, 그리고 모스부호를 통해 대한민국의 사교육 현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참신한 이야기, 그리고 귀여운 아역배우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분명 웃긴데 웃을 수 없었다 (사실 웃었다)학원 뺑뺑이를 돌던 과거 내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
남들은 다 이런 거 공부하니까 너도 이런 거 해야 돼,남들은 다 이렇게 사니까 너도 이 정도는 해야 돼.
주변에서 자꾸만 부추기는 삶 속에서 주체성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막걸리를 든 채 줄을 선 아이들은 결국 해답을 찾았을까? 동춘이 (영화 속 주인공)가 지금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3. 세기말의 사랑(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김기리 배우_ 감독 임선애)
유쾌하고 희망차다.
2000년이 되면 지구가 곧 멸망한다는 등의, 여러 괴이한 소문이 나돌던 1999년에서 시작하는 영화. 상처를 가진 두 여성이 연대하여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다. 내가 나 자신을 구원하진 못해도, 서로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 함께하는 삶 속에서는 스스로를 온전히 바라보고, 조금 더 사랑해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다음 글에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백탑지광> 이 이어집니다
-
-
- 마블 디즈니 플러스 티비시리즈 총정리 (feat. 마블의 새로운 도전)
#디즈니플러스 #페이즈4 #마블총정리
블랙프라이데이 특가! 2년 플랜을 68% 할인된 특가에 구매하고 4개월 추가 이용 혜택을 받으세요!
링크 https://nordvpn.com/marveler 로 가셔서 이용하시거나 쿠폰코드 "MARVELER" 를 이용해주세요!*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52 완다비전
02:20 팔콘앤더윈터솔져
04:34 로키
06:48 왓 이프...?
08:40 호크아이
09:41 미즈마블
10:42 문나이트
11:44 쉬헐크
12:27 NordVPN
14:20 디즈니플러스의 의미"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0. 11. 28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
- 영화 <공각기동대> 공식 예고편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진 미래, '내가 나이기 위해선 많은 게 필요해' 철학적 고민과 충격적 비주얼을 한번에 담은 전설의 SF 애니메이션! [ #공각기동대 ] 예고편 공개 12월 11일, 💠레전드 J애니 리마스터링展💠 4K 리마스터링으로 더욱 선명한 감동을 스크린에서!
-
- 영화 <파일럿> 런칭 예고편
조정석이 코미디로 돌아왔다. 근데 많이 파격적이었다. 여름이었다…? [파일럿] 조정석 is Back!! 7월 31일 극장 대개봉✈️
-
- 소통이란 무엇인가?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대상을 탄 정우성. 사실 수상 당시까지 영화를 보지 않고 무성히 들리는 소문으로만 영화를 판단하고 있어서 과연 받을만했는가? 의심을 했던 수상이었다. 하지만 보고나니 왜 대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 <증인>이 어떠한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증인> 시놉시스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증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영화 개봉 직후 김향기와 조승우의 자폐 연기를 비교하는 리뷰들이 많이 올라와서 김향기가 그렇게 연기를 못했을까? 하는 마음에 사실 보기 꺼려졌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김향기는 증인 속 지우의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잘 표현해냈다. 천재성을 띠고 있는 자폐아적 성향을, 비장애인인척 노력하려는 자폐아의 모습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었다. 과연 이 지우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신과함께에 나온 월직차사라고는 매칭이 안될 정도로 거의 다른 사람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우성의 연기 역시 담백하고 정말 좋았다. 후반부에 갑자기 민변에서 같이 활동했던 수인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캐릭터 붕괴가 온 것만 빼고는 굉장히 담담하게 변호사의 역할을 수행했고, 정우성이 선굵은 연기 뿐 아니라 이런 역할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한 편의 소설처럼 마음에 와닿은 대사들
영화 <증인>을 보고 나서 들었던 감정은 영화를 봤다는 느낌보다 잔잔한 감동의 소설책을 읽었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 이유는 마음에 와닿은 대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 대사 한 마디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카메라 워팅, 특정 장면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머리를 깎는 장면이라던가 영화 <사바하>에서 이재인이 허물을 벗고 등장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그런게 뇌리에 박히기 마련인데 영화 <증인>은 특정한 장면보다는 대사들이 많이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지우 : 신혜는 웃는 얼굴로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화난 얼굴로 나를 사랑합니다.
순호 : 괴롭히는 사람은 친구 아니야.
로펌 대표 :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적당히 때가 묻어 있어야 해.순수한 대사들도 많이 있었고,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는 대사들도 곳곳에 있어서 순수함에 힐링받다가 순수함 속에 있는 날카로운 송곳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현실에 찌든 대사에 탄식이 나오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다가가다
영화 <증인>을 한 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죠?’라고 물었던 인물이 ‘제가 직접 가면 되죠!’라고 대답하는 인물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우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지우와 대화를 하기 위해 담당 검사에게 어떻게 자폐아ㅘ 대화를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물어보는 순호. ‘어떻게 합니까?’하고 물어보던 순호는 지우에게 선물공세와 퀴즈풀기를 통해 점점 친해지고 지우와의 대화에 성공한다.
지우의 목격으로 인해 자신의 의뢰인이 실제 살인범이었음을 알게 되자 변호사자격을 걸고 재판에서 그 비밀을 폭로하며 지우의 증언이 재판에서 활용될 수 있게끔 한다. 그렇게 모든 재판이 끝나고 지우의 생일파티에 놀러 간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 지우를 엄마가 부르려 하자 ‘아닙니다. 제가 가면 되죠.’라고 말한다. 이런 순호의 성장을 통해서 타인의 세계에 직접 다가가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영화 <증인>은 잔잔한 감동으로 힐링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
- 구덩이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믿음의 벨트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영화 <기생충>에서 연교의 대사, "믿음의 벨트"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 '믿음의 벨트'는 이후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인간은 상상만으로도 믿을 수 있는 존재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믿을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세상도 믿음으로 얼레벌레 굴러간다. 누군가가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집밖을 나서며 횡단보도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지면 쌩쌩 달려오던 차도 정지선 앞에 멈출 거라고 믿는다. 천 원을 내고 800원짜리 빵을 사면 200원을 거슬러줄 것이며 범죄를 지른 사람은 죗값을 받을 것이고, 보험료를 내면 유사시 보험금을 받을 거라 믿는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게 박살나겠구나 싶다. 실체가 보이지도 않는 추상적 개념인 믿음이 80억 인구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나는 쉽게 믿지 못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심이 많지도 않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물 위를 부유하고 있는 것 같다. <메기>에서 윤영은 경진에게, 누군가로부터 완전히 믿음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때로는 누군가 나를 믿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부담스럽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믿는다는 말의 무게는 상당하다. 때로는 땅을 뚫고 들어가 싱크홀을 만들어낼 만큼 막중하다. 엄마의 '믿는다'는 말, 선생의 '믿는다'는 말, 친구의, 애인의, 이러다 어쩌면 사돈의 팔촌까지 뭘 이리 믿는지. 믿는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를 믿지 않기를(?) 때로는 바랐다. 나를 못믿어서 나서주었으면 했다. 학교도 혼자 못가고, 숙제도 혼자 못하는 애, 혼자서 자취방을 구하지도 못하고 밥도 알아서 못해먹으니 옆에서 좀 거들어주어야 하는 애, 신경쓰이는 애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믿음의 벨트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찌나 꽉 맞게 조여 있는지 내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녀도 나를 믿었고, 모두가 다 벨트를 메고 있으나 나에게는 벨트가 없었다. 구속이 없으니 너무너무 자유롭긴 한데, 원래 그런 거 아니겠나. 벨트가 없으면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당연히 편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자, 이제 마리아사랑병원으로 들어가 보자. 마리아사랑병원 엑스레이실은 환자가 많지 않은가 보다. 익명의 직원이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를 했고, 누군가가 밖에서 촬영 버튼을 눌렀다. 뼈와 뼈를 둘러싼 살들의 희미한 윤곽만 보이는 이 정체불명의 엑스레이는 마리아사랑병원 마당에 떡하니 걸린다.
간호사 여윤영은 그의 남자친구 이성원은 그 엑스레이 사진이 자기들의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는다. 과연 진짜 여윤영일까? 그들이 믿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이다. 모두가 엑스레이실을 사랑하고, 다들 한 번씩 그런 경험이 있지만 내가 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윤영은 엑스레이 사진의 주인공이 된다.
원장 이경진은 여윤영에게 권고사직 비슷한 걸 하는데, 사직서까지 품에 안고 원장실로 갔던 여윤영은 오기가 생겨 그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다음 날, 용감하게 여윤영은 병원에 출근하는데, 직원들이 모두 결근했다. 왜일까. 직원들은 다들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데 이경진은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때 여윤영은 이경진에게 '믿음 교육'을 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진짜 아픈지 확인해보자고 한다. 믿음도 학습이 필요한 항목이긴 하다. 믿는 사람은 세상이 두쪽나도 믿고, 못믿는 사람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다.
이 병원 환자는 희한한 걸 하나 키운다. 이름은 '메기'. 실제로도 메기이다. 메기는 어항에서 병원을 관찰한다. 어느 날 메기가 어항 위로 풀쩍 뛰어오르자 환자는 지진이 날 것이라며 병원을 탈출한다. 결국 에피소드에 그쳤으나 도시 곳곳에 싱크홀이 생기기 시작한다.
싱크홀이 생기자 백수였던 이성원에게 일자리가 생긴다. 이성원은 싱크홀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커플링을 잃어버린다. 커플링을 찾으려고 온 현장을 다 뒤지지만 경험상 잃어버린 반지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러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의심스러워진다. 그동안은 서로 잘 어울렸지만, 이제 그들이 달리 보인다. 윤영은 성원이 의심스럽다. 반지를 잃어버렸다면, 왜 빼고 다녔던 걸까? 그러던 와중에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를 만난다. 전여친은 성원이 데이트폭력을 했고, 그 기억 때문에 아직 힘든데 윤영을 때린 적은 없는지 묻는다. 성원은 반지 찾기에 몰두한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동생의 발가락에 자기 반지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윤영의 집은 재개발지역에 있는 빌라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시위했지만 자본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성원은 일이 없는 날이면 윤영이 살(성원은 얹혀 살) 집을 보러 다녔는데, 성원은 계단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고 윤영을 부른다. 윤영은 하마터면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굴러 떨어질 뻔했다.
한때 믿음의 벨트로 서로를 믿었던 사람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의심은 부지불식간에 확신이 된다. 결국 반지는 손가락에 맞지 않았고 윤영은 성원에게 이별을 고했다.
경진은 윤영에게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말을 해준다. 윤영이 세탁소에서 옷을 받아갈 때 옷에 붙어있던 쪽지에서 발견했던 것과 같은 문구이다.
윤영이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의심부터 한 것 같아 성원의 본가에 찾아간다. 성원은 반지 사건을 통해 부풀어진 의심의 결과를 이미 확인했다. 윤영은 성원에게 여자를 때려보았냐고 묻는다. 성원은 아무렇지 않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때 땅이 울리면서 성원이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긴다.
*
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사회는 실체가 없고, 각 개인의 계약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허상이다. 계약이란 믿음을 뜻한다.
믿음이 사라지면 사회가 무너진다. 사회가 무너짐을 땅이 무너지는 싱크홀에 비유하자면, 어쩌면 <메기>는 사회계약론의 심플한 알레고리이겠다(물론 감독이 믿음, 의심에 관한 이야기이며 인권영화라는 것을 밝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메기>에는 온갖 사회문제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불법촬영과 청년실업, 재개발 문제가 똘똘 뭉쳐 싱크홀이라는 거대한 구덩이로 빠져버린다. 사회문제를 완전히 전면에 배치한 다큐멘터리도, 너무 숨겨두어 의미를 찾기 어려운 영화도 아니다. 이를테면 재개발을 위해 덮어놓은 파란색 천막에 재개발로 쫓겨날 예정인 거주민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모양새로 시위하는 장면 같은 것. 이옥섭 감독의 문법이 좋다.
-
- 결혼 이야기 또는 이혼 이야기
백마 탄 왕자가 나오는 그런 사랑 이야기는 감흥이 없는 편이다. 이전 영화 리뷰 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처럼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매우 좋아하는 편이고, 주인공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바닥을 치는지까지 디테일하게 나오는 이야기에 끌리는 편인데, 그 속에서 내가 마주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리 볼 수도 있고 해결 방법을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설명하기 전에 이 영화를 보게된 계기를 먼저 말하자면 올해 중순쯤 아담 드라이버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던 모델이자 배우인 이솜의 인생영화 <패터슨>의 주인공이었고, 이솜이 좋아하는 배우라 그래서 눈여겨보다가 같이 빠져든 케이스. <패터슨>에서는 패터슨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잔잔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는데, <결혼 이야기>에서는 굉장한 스펙트럼의 연기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애덤 드라이버의 완전한 팬이 되어 버렸다.
<결혼 이야기>를 마침 2023년이 가기 전에 보게 된 영화라 너무 좋았어서 2023년 베스트 영화 중 하나로 기록할 겸 얼른 후기를 남겨본다. 영화는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이 서로에게 반했던 이유 = 각자의 장점을 내레이션 하고, 그에 적합한 화면들이 나온다. 가령 극 중 배우로 나오는 니콜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장면에서는 극장에서 집중하여 연기를 하고 있는 니콜의 모습이 나오고, 극단의 인턴도 동등하게 존중해 주는 찰리의 모습들이 나오며 둘 사이 있었던 좋은 추억들을 쫙 보여 준다.
그 장면들만 보면 정말 행복하고, 바람직한 부부의 모습, 가족의 생활이 나와서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순간들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 그런 행복한 가정을 상상할듯하다. 그렇게 행복한 가정의 모습도 잠시 둘의 내레이션이 끝나면서 보이는 공간은 이혼 상담소, 상담사가 둘에게 작성한 장점을 서로에게 읽어달라고 하지만, 니콜은 그럴 생각이 없다. 둘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북극의 얼음이 언 것 마냥 냉담하다.
찰리는 사실 니콜이 이혼을 결심했는지 모르는 듯했다. 니콜의 희생이 당연했고, 잘 나가는 예술가가 되고 있는 자신이 제일 잘났다 생각해서 일까 잠깐 LA로 떠난 니콜이 금방 들어올거라 생각한다. 초반에 나오는 애덤 드라이버는 굉장히 유쾌하고, 리더십 있는 능력과 책임감이 모두 있는 훌륭한 감독으로 비쳤지만 갈수록 그의 이기심이 드러난다. 연애 때 이걸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아이를 일찍 가져버린 니콜은 참고 참다가 그와의 이별을 결심한 것. 니콜은 찰리를 아래 대사처럼 표현했다. '섹스보다 대화가 좋았던 사람이고, 섹스도 대화처럼 느껴지던 사람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완벽하게 맞는 사람이었는데, 둘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니콜은 그래도 아직 그를 사랑했기에 원만하게 헤어지려고 했지만,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해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선임하게 된다. 노라 또한 이혼 경험이 있어 그녀의 고통을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준다. 그렇게 법정까지 가서 부부가 각자 선임한 변호사는 각자의 치명적인 단점을 들추며 그들의 삶을 변호한다. 둘은 그 상황이 도저히 아니라고 느꼈는지 둘이서 협의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지만, 결국 끝은 서로에게 바닥을 보이는 싸움이었다.
'난 매일 눈뜰 때마다 당신이 죽길 바라! 헨리(아들)가 괜찮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신이 병에 걸려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고!'
이전 장면에서는 화를 내지 않을 것만 같던 그가 이렇게 절절한 증오의 말을 내뱉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는 영영 볼 수 없을 수도 있고, LA와 뉴욕을 왔다 갔다 하느라 그토록 기대했던 브로드웨이 공연도 못하게 되고, 극단을 운영할 수 있는 상금마저 이혼 소송을 진행하느라 파산 직정인 상황이니 현실적인 부분에서 공감되긴 했다. 찰리는 바로 사과를 하고, 싸움을 마무리하지만 둘의 사이는 더 이상 합의도 힘들고 회복도 힘든 것처럼 보였다.
감독 노아 바움백을 포함하여 스칼렛 요한슨과 그녀의 변호사 역할 로라 던은 이혼 경험이 있고, 애덤 드라이버는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고 한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경험까지 더해져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이혼의 과정을 풀어낼 수 있던 게 아닐까 싶다. 조금은 행복한 결혼 이야기일 줄 알았지만 매우 불편하고, 현실적인 이혼 이야기였고, 결혼을 한다면 이런 과정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다. 나처럼 결혼 고민이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걸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니 꼭 보시길!
*영화 리뷰는 브런치 채널에 더욱 빠르게 등록됩니다.
-
-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제목은 김민정 시인의 시집인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차용하였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97분 동안 영화관에 앉아, 나는 성 긍정이고 해방이고를 떠나 한국 사회를 생각했다. 애국자라서 나라 걱정을 한 게 아니고 이전까지의 영화들을 떠올렸다.
2008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성매매 남성을 다룬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비스티 보이즈>이다. 나는 아직도 하정우, 아니 재현의 대사 "사랑한다고 XXX아"를 잊을 수가 없다. 매일매일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살해, "왜 안 만나줘"라는 문장이 포함된 뉴스기사를 본다. 재현의 입을 빌려 이 사건들을 재언할 수 있다.
사랑에는 실로 다양한 모양이 있으나 거기에 폭력은 없어야 한다. 사랑과 폭력이 병기되는...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이, 좋아해서 괴롭히는 걸로 시작하여 자기를 왜 안 만나주냐며 좋아하는 여자를 죽이는 일이 매일매일 지겹도록 일어나는 현실 앞에서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를 보는 97분간 적잖이 심란했다. 영화를 납작하고 평면적으로 말하자면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번 만나는 이야기이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감독은 관객들이 "재미있고 섹시한 영화", "해방된 느낌", "자유" 등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논외로 이제 대부분의 영화 제목이 번역되지 않아 통탄스럽다. 세상에는 굿 럭 투 유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 영어를 모르면 아파트도 못찾고, 가게에서 메뉴판도 제대로 못보고, 터미널에서 표 사기도 어려운 이 나라에서, 이제 영화도 못 보는 게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
등장인물은 딱 세 명이다. 호텔 카페 직원 베키는 10분도 등장하지 않으므로 두 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경도 세 군데이다. 리오가 대기하고 있던 카페, 호텔룸 하나, 호텔 카페. 두 카페는 10분도 등장하지 않으므로 한 곳이라고 봐도 되겠다.
사각형의 작은 방 안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며, 이들은 밖에 나가 걷거나 음식을 먹거나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공간은 이 '판타지스러움'을 부연한다. 카메라가 담지 않고 관객이 궁금해하지 않을 노인의 나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판타지다.
판타지 속 세상이므로, 주인공들의 이름도 가짜다. 리오 그랜드를 기다리는 낸시는 초조하다. 구두도 갈아신고, 향수도 뿌리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리오 그랜드는 아일랜드 사람에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인물도 좋아 낸시는 그만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돈이면 최고! 돈 준다면 감옥살이도 오케이!인 시대에, 구매자는 판매자보다 당연하다는 듯이 우위에 선다. 그런데 낸시는 돈을 왕창 내놓고도 을이 된다. 남자, 그것도 자기가 구매한 성매매 남성의 시선마저도 신경쓴다. 성별이 반대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권력이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자본권력에서 우위에 선 낸시는 젠더권력에서는 열위에 위치한다. 한편, 자본권력 없는 리오는 젠더권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이는 <비스티 보이즈>의 주인공들과도 일맥상통한다. 재현은 미선의 돈을 들고 튀고, 승우는 지원을 스토킹하다 죽인다. 힘은 누구에게 있는가.
여자의 몸은 자주 물화된다. 여자의 몸을 물건처럼 확대하고 축소하고 조각내는 행위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둔갑한다. 여러 감독들의 미장센들이 떠오르지만...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다.
아무튼, 물화된 대상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평가받기 일쑤인데, 여자의 몸은 단골 소재다. 나노 단위로 쪼개고 쪼개가면서 평가받는다. 사회에 나가는 과정에서 어찌 되었든 1회 이상의 면접은 치르기 마련이다. 면접 자리가 몹시 불편하고 불안한 이유는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나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예쁘니 어떻니 하며 외모만을 평가하는 건 다소 촌스러운 행위다. 그렇지만 낸시는 은퇴한 종교학 선생이고 옛날 사람이니, 낸시가 젊었을 적에는 얼마나 더 작은 단위로 평가했겠나. 그렇기에 낸시는 자신이 없다. 젊었을 적부터 뱃살과 팔뚝살이 싫었고, 나이 든 지금은 말할 것도 없다.
리오는 '퍼스널 서비스' 제공이 직업이다. 영어로 말하면 좀 있어보이는가 싶지만, 고객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 성매매 남성이다. 넷플릭스 영화 <퍼펙트 데이트>의 밀실 버전이라고 보면 될까. 학생들에게 성매매에 관한 리포트를 쓰는 숙제도 내주었던 종교학 교사 낸시는 남편과 사별한 후 이제 자신만의 삶을 좀 살아보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자유로운 섹스인 듯하다.
안타깝게도 모 연구에 의하면 가장 오르가즘을 적게 느끼는 집단이 이성애자 여성이라고 한다(여원뉴스, 2018. 8. 7.). 그렇기에 이성애자 여성인 낸시가 평생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다는 말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한번 해보자 싶어 리오를 예약한 것.
첫 번째 만남은 대화, 두 번째는 도전. 세 번째는 갈등이다. 낸시는 세 번째 만남까지 특별히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데, 세 번째 만남에서의 갈등이 인상적이다. 낸시는 리오의 사적인 정보를 캐내고, 말 그대로 선을 넘는다. 이 정도로 친해지면 밖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보라고 종용하고, 당당하게 직업을 밝히라고까지.
리오는 선을 넘은 낸시에게 흥분하며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간혹 이상한 어머니들이 있다. 남자들을 다 아들처럼 보는 어머니. 낸시의 아들은 차분하게 공부 잘하는 남자이고, 딸은 자유분방하게 사는 여자이다. 낸시는 아들이 지루하고, 딸은 골치아프다고 한다. 리오에게 자식들의 흉을 보면서 리오의 엄마는 리오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랑스러워할 거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결국 모든 갈등이 끝난 뒤, 호텔룸이 아닌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다음에야 낸시는 오르가즘을 경험한다. 그것도 스스로. 그리고 리오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한 뒤,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벗은 몸을 바라본다.
*
여성의 억압된 성을 해방하고자 하는 시도가 좋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관객에게 맡겨야 하겠다. 어쨌거나 모든 섹스가 좋은 호텔과 맛있는 술, 충분한 대화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사귀는 사이니까, 부부니까 의무적으로 맡겨놓은 것 찾듯이, 분위기도 멋도 없는(단적인 예로 장기연애 콘셉트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같은) 그런 관계에서 만족하는 여성이 몇이나 될까 싶다.
성매매 여성의 삼라만상은 이미 소설과 영화와 그림과 기타 등등에서, 아니, 뉴스와 유흥가가 깔린 골목에서 너무도 자주 접했다. 이토록 개방적인 남성의 성 반대편에 이토록 폐쇄적인 여성의 성이 있다. 그리고 성에 개방적인(또는 개방적이지 않은) 여성을 지칭하는 저급한 언어들이 지천에 깔렸다. 그리고 여성 자체를 지칭하는 수많은 멸칭들이 널리고 널렸다. 여자들이여. 이제 유교걸이라는 히잡은 저리 벗어두고 만족하고 오르가즘을 느끼며 살자, 했다가 걸레가 날아오는 그 징그러운 말들을 얼마나 듣게 될까.
서두에서 이 영화를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번 만나는 이야기'라고 하였는데, 영화에서 아무리 좋은 마무리를 지었든 간에 나는 성매매에는 끝까지 반대한다. 마무리는 'Love yourself'로.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라는 렌즈를 박살내버리자.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2022)
Good luck to you, Leo Grande
감독 : 소피 하이드
출연 :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상영시간 : 97분
* 씨네랩에서 초청받아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