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4-07 10:26:33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실화 바탕 스포츠 영화 모음
<블라인드 사이드>, <우. 생. 순>, <국가대표> 외 5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요즘 영화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을 필두로 다양한 스포츠 영화가 극장가를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며칠 전 개봉한 <리바운드>와 <에어>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스포츠 영화 8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감동적인 서사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들이랍니다.
미식축구, 핸드볼, 레슬링부터 스키점프, 마라톤, 야구, 복싱, 농구까지! 전부 다른 스포츠를 다뤘지만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묵직한 감동만큼은 서로 같은 8편의 실화기반 스포츠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블라인드 사이드(2010)
The Blind Side

감독: 존 리 행콕
출연: 산드라 블록, 퀸튼 아론, 팀 맥그로, 릴리 콜린스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서로의 인생을 바꾼 따뜻한 인연
어린 시절 약물 중독에 걸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마이클 오어’. 건장한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눈여겨본 미식축구 코치에 의해 상류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성적 미달로 운동은 시작할 수도 없게 된다. 급기야 그를 돌봐주던 마지막 집에서조차 머물 수 없게 된 마이클. 이제 그에겐 학교, 수업, 운동보다 하루하루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날들만이 남았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밤, 차가운 날씨에 반팔 셔츠만을 걸친 채 체육관으로 향하던 ‘마이클’을 발견한 ‘리 앤’. 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확고한 성격의 리 앤은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마이클이 지낼 곳이 없음을 알게 되자 집으로 데려와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낸다. 갈 곳 없는 그를 보살피는 한편 그를 의심하는 마음도 지우지 못하던 리 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이클의 순수한 심성에 빠져 든 리 앤과 그녀의 가족은 그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리 앤 가족의 도움으로 성적까지 향상된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미식축구 훈련을 시작하며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발휘하고, 리 앤은 그의 법적 보호자를 자청하며 마이클의 진짜 가족이 되고자 한다. 주변의 의심 어린 편견, 그리고 마이클이 언젠가 자신을 떠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뒤로한 채...

명예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진정한 자신이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다.
의미 있는 목표를 위해 죽는다면
명예와 용기를 모두 갖게 된다는 점이 좋다.

제가 그 아이의 인생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Forever The Moment

감독: 임순례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한국 여자 핸드볼 성공 신화
대한민국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인 최고의 핸드볼 선수 미숙(문소리 분). 그러나 온몸을 바쳐 뛴 소속팀이 해체되자, 그녀는 인생의 전부였던 핸드볼을 접고 생계를 위해 대형 마트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일본 프로팀의 잘 나가는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혜경(김정은 분)은 위기에 처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귀국한다. 팀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라이벌인 미숙을 비롯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노장 선수들을 하나 둘 불러 모은다. 혜경은 초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전력 강화에 힘쓰지만 그녀의 독선적인 스타일은 개성 강한 신진 선수들과 불화를 야기하고 급기야 노장 선수들과 신진 선수들 간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는데...

나 포기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마.

우리 약속 하나 합시다,
만약 지더라도 울지 않기로.
결과가 어떻게 되든 오늘 여러분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줬습니다.
저에게도 지금이 생애 최고의 순간입니다.
당갈(2016)
Dangal

감독: 니테쉬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사크시 탄와르, 파티마 사나 셰이크 등
장르: 드라마, 전기, 액션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61분
딸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친 아버지
인도 하리야나에 사는 전직 레슬링 선수였던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은 아버지의 반대로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레슬링을 포기한다. 아들을 통해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내리 딸만 넷이 태어나면서 좌절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딸이 또래 남자아이들을 신나게 때린 모습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레슬링 특훈에 돌입한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첫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는 아버지의 훈련 속에 재능을 발휘, 승승장구 승리를 거두며 국가대표 레슬러로까지 성장해 마침내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기만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슬럼프로 연이은 패배만 이어지는데…

내일 이기면 너 혼자 이기는 게 아니야.
수백만의 여자들이 너와 함께 이기는 거다.
그건 모든 여자들의 승리야. 남자보다 열등하다고 평가받고
가사 노동을 강제로 하고 자식을 낳기 위해 시집보내지는 여자들 말이다.
내일 시합은 아주 중요한 거다.
왜냐하면 내일 너는 상대방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달리스트는 나무에서 열리는 게 아니야.
그들을 키워내야지. 사랑으로, 성실로, 열정으로.
국가대표(2009)
Take Off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동계스포츠 불모지 대한민국의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이야기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이에 전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 분)이 국가대표 코치로 임명되고, 그의 온갖 감언이설에 정예(?) 멤버들이 모인다.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 분), 여자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틸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분), 밤낮으로 숯불만 피우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분), 할머니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짐이 버거운 말 없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분), 그런 형을 끔찍이 사랑하는 4차원 동생 봉구(이재응 분)까지! 방 코치는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엄마와 같이 살 집이 필요한 밥에게는 아파트를, 사랑 때문에 또는 부양가족 때문에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흥철, 칠구-봉구 형제, 그리고 재복에게는 군 면제를 약속한다. 단, 금메달 따면!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지만 한때 스키 좀 타봤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 모이면서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결성된다. 그러나 스키점프(Ski Jump)의 스펠링도 모르는 코치와 경험 전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험난 하기만 한데...

뛰어 이 새끼야
니가 뛰어야 내가 군대를 안 갈 거 아니야!

나 귀화했어요, 나 버린 나라에.
근데 또 버렸네요, 대한민국이.
말아톤(2005)
Malaton

감독: 정윤철
출연: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 백성현, 안내상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서브쓰리를 달성한 발달장애 마라토너 이야기
몸은 20살이지만 마음은 5살 아이처럼 순수한 청년 초원. 어린 시절 자폐증을 진단받은 후 여러 가지로 부모님 걱정을 사는 게 일상인 초원에게는 얼룩말과 초코파이, 그리고 마라톤이 그의 전부이다. 어머니 경숙은 아들의 코치로 정욱이라는 전직 마라토너에게 부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아들이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몸매는?
끝내줘요!

제 소원이 뭔지 아세요?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먼저 죽는 거예요.
퍼펙트 게임(2011)
Perfect Game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양동근, 최정원, 마동석, 조진웅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7분
전국이 주목한 전설적인 한국 투수들의 맞대결
대결을 원한 세상 속으로 꿈을 던진 두 남자, 최동원 선동열의 고독하고도 치열한 맞대결!! 불안과 격동의 1980년대,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전 국민을 사로잡고 있었다! 노력과 끈기로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자리 잡은 롯데의 최동원! 그리고 최동원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해태의 천재 투수 선동열! 세상은 우정을 나누던 선후배였던 두 사람을 라이벌로 몰아세우는데... 전적 1승 1패, 그리고 1987년 5월 16일, 자신들의 꿈을 걸어야 했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진다! 선동열 앞에서만은 큰 산이고 싶었던 최동원. 그 산을 뛰어넘고 싶었던 선동열

한 물 갔던, 두 물 갔던 끝날 때까지 던집니다.
내한테는 그게 야굽니다!

일구일생, 일구일사
공 하나에 죽고, 공 하나에 산다.
신데렐라 맨(2005)
Cinderella Man

감독: 론 하워드
출연: 러셀 크로우, 르네 젤위거, 폴 지아마티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44분
경제 대공황 시기의 미국인들은 전율케 했던 복서 짐 브래독 이야기
1936 미국의 최고 암흑기였던 경제 대공황 시기... 전도유망했던 라이트 헤비급 복서 브래독(러셀 크로우)은 잇단 패배와 부상으로 복싱을 포기하게 되고, 아내(르네 젤위거)와 아이들을 위해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꿈을 단념하지 못한 그는 결국 다시 링 위에 오르고,. 왜소한 체구, 끊임없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승행진을 이어간다. 이미 2명 이상의 상대를 사망 직전까지 몰아간 악랄한 챔피언 맥스 베어와의 결전을 눈앞에 둔 브래독...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경기를 위해 링에 오르는데... 스스로를 '헝그리 복서'라 칭하며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미국인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한 전설적 복서 짐 브래독... 그의 진실된 이야기와 함께 가슴 벅찬 가을의 감동이 시작된다.

당신은 뉴저지의 자존심이고 우리 아이들의 영웅이고
나에게는 최고의 챔피언이에요.

링 위에 오르게 해 줘.
적어도 누가 날 때리는지는 알 수 있잖아.
리바운드(2005)
Rebound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최약체 고교농구팀이 써 내려간 기적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할 때, 우리는 ‘리바운드’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는다.

명심해라,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누구한테나 처음이란 게 있다.
이번 대회가 네 통산 기록 시작이 될 거야.
이렇게 총 8편의 실화 기반 스포츠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이번 주말은 씨네랩이 추천드린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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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여성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
‘힐마 아프 클린트’. 이 예술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양미술사와 친하지 않은 이들은 물론, 이 분야에 박식한 사람들도 이 예술가의 존재를 알리 없다.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라는 유언으로 100여 년간 미술계에서 사라졌다가 이제야 세상에 나온 화가이기 때문. 실제 존재했던 예술가임에도 왜 우리는 그녀의 존재를 이제야 알았을까?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은 그 이유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여성 예술가는 이런 유언을 남긴다.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 이후 100년 동안 그녀의 작품은 봉인되었다. 이후 1,500여 점의 그림과 2만 6천 페이지의 작업 노트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19세기 말에 활동한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이름의 독일 예술가의 이야기다. 칸딘스키, 몬드리안보다 앞서 추상회화를 선보인 이 여성 예술가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미술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은 알려지지 않았던 한 여성 예술가의 작품과 삶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귀족 가문 출생 엘리트로서, 꾸준히 그림을 그린 힐마는 추상회화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예술가다. 그녀의 추상회화 시작점은 19세기 말 과학이 발전한 시대상에 있다. 과거 기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원자, 우주 등 과학의 발달로 인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진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창조한다.
단순히 북유럽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자연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것들을 그려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나선형, 원형의 선과 면이 특징인데, 생명체의 본질을 우주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려는 부분이 돋보인다. 더불어 신지학 운동 등의 영적 연구까지 예술로 승화하려는 힐마의 노력도 나온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다큐는 단순히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예술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왜 그녀가 살아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고, 이제야 그녀의 이름과 작품이 알려지게 되었는지 소개한다. 19세기 말. 힐마 또한 그 시대를 산 여성들처럼 양지가 아닌 음지의 삶을 살아간다. 능력이 있고, 누구보다 자신만의 특색을 담은 작품을 그렸지만, 사회는 그녀의 진출을 반기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갤러리에 전시해야 하고, 예술적 동지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야 하는 등 제반 여건이 갖춰져야 했는데, 힐마에겐 그런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고흐 등 사후에 인정받은 예술가들도 있지만, 힐마의 경우에는 ‘가난’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차이가 있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은 힐마가 남긴 작업 노트와 그녀의 작품과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조카의 증언을 토대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한 예술가의 고뇌와 좌절을 소개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술 및 미술 산업 관계자들을 통해 과거 재능있는 여성 예술가들이 많았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아스라이 사라진 이유, 그리고 힐마 아프 클린트의 출현으로 서양미술사는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전한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점에서 ‘미래를 위한 그림’이란 부제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그녀의 그림이 시대를 앞선 추상회화라는 점에서의 ‘미래’라는 의미는 물론, 과거와 달리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작가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길 바라는 ‘미래’라는 의미도 느껴진다. 힐마 아프 클린트 뿐만 아닐 것이다. 과거 사회의 장벽에 부딪히면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가져갔던 여성 예술가들은 지금도 누군가 그 봉인을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쪼록 이 작품이 그 봉인의 첫 열쇠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말: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은 영화에서도 사용되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 중 춤추는 주민들의 동심원은 힐마 아프 클린트의 그림에서 착안되었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에서도 작가의 그림이 등장한다. 이 다큐를 보고, 힐마 아프 클린트 작품에 매료되었다면 두 영화를 만나보길 바란다. 더불어 과거 인정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의 고뇌를 담았다는 점에서 다큐 <밤쉘>도 함께 보는 걸 권한다.
평점: 3.0 / 5.0
한줄평: ‘그 많은 여성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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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콤달콤 / Sweet & Sour, 2021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 차인표 - 승리호 - 낙원의 밤>에 예정된 <제8일의 밤>까지 "넷플릭스"로 향하는 한국 영화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기 <새콤달콤>도 이에 해당되지만, 기대할 점이 있는 영화입니다.
첫 번째,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드는데 일조한 장르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키싱 부스>같은 '로맨틱 코미디'인데, <새콤달콤>도 그렇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서야 택했다는 것에 기대치가 있었고, 두 번째로 이 영화를 연출한 "이계벽"감독입니다.
전작 <럭키>가 일본 영화 <열쇠도둑의 비밀>을 리메이크한 영화로 이번 영화도 <이니에이션 러브>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그 감각을 믿었습니다. (물론, 필자는 원작을 못 보았기에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보게 된 영화 <새콤달콤>은 어땠는지? - 영화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응급으로 병원에 오게 된 장혁은 그곳에서 계약직 간호사 "다은"을 만나고, 서로의 상냥함에 이끌려 그들은 이내 연인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혁은 회사에 파견을 나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은 파견직 "보영"을 만납니다.
으르렁거리는 사이이지만, 같이 일을 하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데...평범한 로코 아닌가?
1. 익숙한데, 끌리는 이유에는?
앞서 말했듯이 해당 영화가 원작이 존재해 챙겨보기 전에 결말을 아는 관객도 있을 거고, 무엇보다 비교선상에 올라갈 겁니다.
그렇기에 영화 <새콤달콤>은 "굳이, 이를 챙겨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관객들에게 납득시켜야 합니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본 필자는 원작 <이니에이션 러브>를 챙겨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두 영화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 영화 <새콤달콤>을 말하는 데는 가장 정확할 겁니다.익숙하고 익숙하다.
영화 <새콤달콤>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해당 영화의 제목처럼 편의점에서 파는 간식처럼 이 영화의 장점은 "클리셰"로 말하는 익숙함입니다.
특히, 이 익숙함이 만화에서나 볼법한 설정을 연상하게 만드는데요.
극 중 뚱뚱한 남주가 뜻하지 않게 예쁜 간호사와 사귀게 되면서, 자신도 살이 빠져 잘생겨지는 내용의 애니는 <새콤달콤>이 아니더라도 많을 겁니다.
그만큼 익숙한 판타지로 시작하고 해소시켜주는 영화 <새콤달콤>은 욕해도 보게 되는 막장 같은 매력을 풍깁니다.2. 배우들은 제 역할을 다 해냅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익숙하니 관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갈 텐데요.
영화 <새콤달콤>은 이런 점에서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잘 살려냅니다.
이야기는 "장혁"을 맡은 "장기용", "다은"역의 "채수빈"과 "보영"역의 "정수정"분이 이끌어나가는데요.
배우들의 연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욕과 같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장혁"과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다은"과 "보영"만으로도 충분히, 이들이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베테랑 조연 배우들까지 배우들의 매력은 익숙함을 더 무섭게 만듭니다.원래, 연애란 이런 건가요?
영화 <새콤달콤>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로 연애를 기반으로 웃긴 상황을 연출하는데요.
그만큼 "연애"는 기본으로 깔아두는 장르로 영화가 보여주는 메타포가 눈에 띕니다.
특히, 조명으로 이들의 분위기를 해석할 수 있는데 환한 곳에서는 이들의 숨겨진 모습을 의미함으로 극 중 '커피'로 직장에서의 환심을 사거나 직장 상사의 불평불만을 삼키는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는 자신들의 진심으로 공개되는 것으로 극 중 "보영"이 "장혁"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그렇죠.
이처럼 영화 <새콤달콤>은 관객들을 전구로 이들의 감정도 읽게 만드는 도사로 만들어내려 합니다.3. 약간의 여지를 두었다?
그렇게 본 영화 <새콜달콤>의 이야기는 어딘가 예상이 갑니다.
줄거리에서도 말했듯이 누군가의 아픔으로 시작된 연애는 "연민"으로 시작되었으니 이는 동등한 입장보다는 앞서거니 뒤쳐지는 관계이니까요.
그렇기에 이들의 사랑이 익숙하고 뻔한 로코인건 이런 이유으로 배우들의 매력에 기대었을겁니다.
근데, 영화가 반전을 숨겼고 이런 해석을 머쓱하게 만드는데요.
마치, 시험에서 미세하게 말장난을 쳐놓은 100점 방지 문제처럼 미묘한 말장난은 앞선 해석을 뒤집어 놓습니다.근데, 나쁜 X은 변하지 않잖아
한차례 진행되었던 영화는 되감기해 다른 영화로 빠르게 보여주어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려놓기에 충분한데요.
그렇게, 다시 본 관계의 감정은 "연민"이 아닌 동등한 입장으로 보이는데 이런 이유는 직접 확인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영화는 "장혁"을 나쁜 놈으로 묘사하고 반전에서도 이런 사실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장혁"의 나쁜 모습을 더 강조하지만 일방적인 "다은"의 해석이 달라질 여지를 제시합니다.
물론, 원인이 "장혁"에게 존재하지만 이 때문에 "다은"의 행동을 정당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정답을 모르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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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로 자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벚꽃이 만개하고 하늘엔 몽실한 구름이 떠다니는, 어엿한 봄이다. 다만 그 봄이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 한낮의 온도는 거의 30도에 육박하고, 꽃잎은 쉴 새 없이 흩날리다가 떨어진다. 바닥에 물든 분홍과 빨강들. 이제 실감한다. 계절 또한 순간이다. 금세 지나갈 것을 알기에 그리 구경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을 붙잡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니까.
봄이면서도 초여름. 애매한 중첩을 보니 주인공의 이름이 떠오른다. 춘희. 기쁠 희, 좋을 희, 즐거울 희. 온갖 의미 중에서도 그의 이름 말은 봄 춘春, 계집 희姬. 봄의 계집이다. 출생등록을 할 때 잘못 입력한 한자. 동시에 탓하기 좋은 변명거리다. 일이 꼬이고 꼬여 문제만 생길 때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원래 이렇게 되었으리라고.
자기 자신을 운명이란 이름에 가둬둠으로써 탄식하고, 연민하고, 모순적이게도 위로받는다. 춘희의 삶도 엇비슷한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여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이던, 누구에게나 있을 처연한 시기. 다만 춘희에게는 그 시간이 꽤, 길었을 뿐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춘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중학생 춘희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사촌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동갑내기 여자애는 쌀쌀 맞고, 그의 보호자들은 교묘하게 차갑다. 마치 떠안기 싫은 짐을 어쩔 수 없이 진 것처럼. 몸만 겨우 누일 수 있는 자그마한 다락방. 여러 이불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게 최선인 독방. 춘희에게 허용된 크기와 위치는 딱, 그 정도다.
지금의 춘희는 어떨까. 여전히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전구도 놓고, 창가와 벽에 사진도 붙이고, 나름 아늑한 공간이다. 춘희는 살면서 많은 것을 갖지 못했을 테지. 특별히 안타깝다거나 불쌍하다는 둥 가치판단을 멋대로 내리고 싶진 않다. 단지 그 공간에 대한 춘희의 애착이 느껴졌을 뿐이다.
춘희의 일과는 퍽 단순했다. 일어나서 수경을 끼고, 마늘을 한 알씩 까고, 2kg는 족히 되는 것 같은 양을 어깨에 이고 식당을 찾아간다. 사촌 오빠가 운영하는 식당. 노동의 대가는 3만 원. 이런 일 말고 홀서빙을 하라는 제안에도 춘희는 고개를 젓는다.
춘희는 하루 3만 원을 통장에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이 같은 성실함은 간절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다한증 수술. 땀이 많아 금세 손이며 발이며 축축해지는 것이 춘희에겐 오래된 스트레스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모든 공간엔 자신의 흔적이 남았다. 사람들은 그 흔적을 불쾌하게 여겼고, 춘희는 찌푸린 얼굴이나 날 선 목소리 따위를 빼곡히 기억했다. 어릴 때야 무덤덤한 표정에 가려 잘 드러나진 않았겠지만.
벼락과 천둥이 치던 날, 춘희는 평소처럼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에 벼락을 맞는다. 검댕이가 묻은 얼굴로 집에 들어가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웬걸. 제 몸 위로 이불이 덮였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없는 집인데 말이다. 의아한 상황은 곧 믿을 수 없는 일로 이어진다. 어린 춘희, 그러니까 중학생 춘희가 지금의 춘희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같이 마늘을 까고, 라면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춘희의 기억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의 자신에게 있는 손의 흉터가 중학생 춘희에겐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다한증인 자신이 싫고 미워서 소각장 앞에 불씨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는데 말이다.
춘희가 깊게 생각하지 않은 건 또 다른 일상의 변화 때문이겠다. 얼결에 참여한 모임에서 주황을 만났다. 말을 더듬는 주황과 땀이 흥건한 춘희. 자기 자신의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관계. 솔직해서인가,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춘희는 술김에 말도 안 되는 일을 들려주겠다며 중학생 춘희 이야기를 스리슬쩍 꺼낸다.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면, 무얼 하겠느냐고.
주황은 아버지의 폭력에 매번 맞기만 하지 말고 한 번은 덤비라,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반면 춘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던가. 그 애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모든 것이 나름 순조롭게 흘러갈 무렵 사건은 하나둘씩 생겨난다. 하나, 중학생 춘희가 사라졌다. 둘, 사촌오빠가 춘희에게 새로운 집을 구하라고 통보한다. 그 집을 매물로 올려놨다고. 셋, 모임 세미나에서 거금을 사기당했다. 다한증을 치료하려고 모아두었던 돈이 몽땅 사라진 셈이다. 모든 것을 잃기만 한다.
그러나 춘희는 침묵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 집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의 어머니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목소리를 낸다. 물론 사촌에겐 얼토당토않는 얘기다. 집에 누가 거주하느냐에 따라 임대인 자격을 얻고 잃는 건 아니니까. 사실을 바꿀 만한 힘은 없었다. 애초에 그건 춘희의 목적이 아니기도 했다.
그저 중학생 춘희가 꾹꾹 눌러 두었을 진심을, 집에 대한 애착을, 자신의 보호자들을 향한 그리움을 발화하고 싶었을 테다. 수수깡으로 정성스레 만든 집이 제 허락도 없이 망가져 버려진데도 오히려 사과를 건네야 하는 시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상처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춘희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아이는 그때로부터 자라나지 못한다고. 10년이든 20년이든 시간만 흐를 뿐이라고. 몸만 커져서 어른처럼 보이지, 여전히 아이라고. 춘희는 자라지 못한 자신을 알아주기로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다 싫어하고, 미워하고, 불쾌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며 오롯이 견뎌온 상처들 또한 끌어안는다. 자신에게 남은 손바닥의 화상을 어린 춘희에게 되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말과 행동으로 지켜내기 위하여.
영화에서도 내내 보였다. 춘희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자 기이한 지점. 춘희를 진심 어린 눈으로 걱정했다가 날카로운 말씨로 돌변했다. 순식간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여기서 카메라의 담긴 시선이 달랐다. 부드러운 상황을 보여줄 땐 상대방의 모습을, 춘희를 비난할 땐 춘희의 상처받은 얼굴이 보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춘희가 기억하는 타인의 모습은 일부일 뿐이라고. 모두 춘희를 미워하고 싫어한 게 아니라, 아끼는 마음도 존재했다고.
나 자신을 다독여준 후에야 춘희는 새 집으로 새 출발을 한다. 이제는 사촌 집의 다락방이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갈 춘희. 자신의 점액질로 흔적을 남기는 민달팽이처럼 꿋꿋이 제 길을 걸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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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에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참석 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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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사람이 살면서 단 한 번 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죽음에 대하여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크로스 아이콘 김환희 배우의 작품 <안녕하세요>. 영화 <안녕하세요> 상영 이후 액터스 토크가 예정되어 있어서 사실 작품보다 이후 진행될 액터스 토크를 기대하며 보러간 작품이었는데, 작품 자체를 보면서 너무 많이 감동을 받고 공감했던 영화였다.
영화 <안녕하세요> 시놉시스
보육원에서 자란 고3 학생 수미. 어느 한곳 기댈 데 없는 수미가 희망을 등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순간, 호스피스 간호사 서진이 이를 극적으로 막아선다. 이후 갈 곳 없는 수미는 죽는 법을 찾으려 서진이 일하는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가고, 삶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에게서 처음으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 해당 내용은 서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안녕하세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김환희의 연기력은 정말 최고였다
이렇게 꺼이꺼이 운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사실 극 중 등장인물이 죽으면 눈물 수도꼭지가 열리는 타입이라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당연히 울 것이라 예상을 했으나 이렇게 펑펑 울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마 그 이유는 김환희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라온 수미는 원장의 폭력과 돈을 벌어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받은 핍박, 그리고 학교에서의 따돌림으로 인해 지옥같은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그런 수미 역할을 한 환희는 정말 얼굴이 암흑 그 자체여서 정말 그런 경험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 캐릭터에 빙의돼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사랑을 받아오지 못한 수미의 모습과 그래서 소심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살렸고, 점차 수간호사 서진과 함께하고 호스피스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사랑을 받으며 밝아지는 수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 걸음걸이 부터 달라지고 움츠리고 있던 어깨가 펴지는 모습을 보면서 김환희 배우가 정말 연구를 많이 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면서 슬픔의 고통을 함께 알아가고 이별 후에도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깨우쳐가는 감정의 성장기를 너무나도 잘 풀어내고 있어서 절로 수미라는 캐릭터에 이입됐고, 그래서 대성통곡을 하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아이들이 원하는 관심은 해결이 아닌 공감이다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 <안녕하세요>는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관심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관심은 공감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수미는 고아라는 이유로 보육원에서도 학교에서도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수미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 왜?? 왜 폭력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니? 내가 어떻게 해줄까?이다. 그럴 때마다 수미는 고아이기 때문에라고 설명을 하고, 이렇게 말하는 과정에서 수미는 더더욱 상처를 받을 뿐이다.
그런 수미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 이들은 바로 호스피스 병동의 사람들이었다.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고, 혹은 묻지 않고 그저 옆자리를 지켜줌으로써 수미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공감이 전제되지 않는 해결은 그저 피상적인 문제를 없애버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다시 이러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고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진실된 공감과 함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 <안녕하세요>는 수미가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를 호스피스 병동에서 제공해주고 있었고, 수미가 그토록 원했던 관심과 애정을 받으면서 아팠던 마음을 치료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죽는 법을 알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온 수미는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차피 죽을 사람들인데 너무나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라면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까? 반문을 하게 만들기도 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박노인은 수미에게 죽는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을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이 대사는 꼭 시한부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기한이 정해지면 그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무한이라면 그 가치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쯤은 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매 순간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서 그 긴장을 이완하고 쉬어가는 타임이 분명 필요하지만 솔직히 열심히 해야 하는 순간에도 게으르고 나태한 자세로 임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에 따라서 죽을 때 얼마나 아름답게 죽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말하는 박노인을 보면서 ‘과연 나는 오늘 나의 하루에 최선을 다했는가.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를 보냈는가’ 생각을 하게 됐다.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죽음이지만 후회없는 죽음을 위해, 인생에 단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죽음을 아름답고 찬란하게 맞이하기 위해 이 하루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지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해서 무섭고 슬픈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오직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었던 영화 <안녕하세요>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한 전환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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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슈퍼 히어로 3부작의 또 다른 정점
내 사랑은 일단 이 지구에 없어
얼핏 들어보면 주먹으로 누군가를 때리는 듯 한 소리가 난다. 드러머는 그웬이다. 펑펑펑펑..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의 드럼에는 한탄이 묻어 나오는 듯하다. 머릿속에 가득한 그 사람의 얼굴. 그 사람은 마일즈다. 스파이더우먼이 된 그웬. 그웬은 거미에게 물린 후로, 정확히 슈퍼히어로가 된 후에 스스로를 혼자라고 생각했다. 차원문이 열린 후에 만난 마일즈는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마음이 잘 맞았던 두 사람. 사실 그웬에겐 첫사랑이 있었다. 이름은 피터 파커. 학교폭력 피해자였다. 하지만 그웬은 피터의 편이었다. 누구보다 친하게 지냈던 그웬과 피터. 그렇다고 해서 피터가 엇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피터. 친구를 떠나보냈다는 아픔을 잊을 채도 없이 경찰인 아버지에게 살인범 누명이 써진다.
역시 혼자일 수밖에 없는 걸까. 차라리 거미한테 물리지 않았으면 다행일 텐데. 아버지도 속여야 한다. 여전히 외로운 그웬. 이런 입장에서 마일즈가 그웬 삶에 등장했다는 건 선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소극적이었던 그웬. 별다른 인사도 못한 채로 마일즈를 다른 차원으로 떠나보냈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했었나? 갑자기 그웬의 지구에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르네상스 벌처'가 이쪽 세상에 침입한 것이다. 출동하는 스파이더우먼. 분전을 펼치지만 쉽지 않다. 이때 낯익지만 어딘가 신선한 얼굴이 들어온다. 파마머리에다 임산부인데, 분명히 스파이더우먼이다. 다른 차원에서 온 손님인가? 그웬의 호기심은 곧 사실이 된다. 안녕! 그웬? 난 제시카 드루! 다른 차원에서 왔어. 또 다른 멀티버스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이 멀티버스에서 그웬이 생각지도 못했던 대환장파티가 열린다. 과연 이곳에서 어떤 모험이 벌어질까?
숫자로는 4년 차
4년여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4년이면 뭔가 좀 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 '멀티버스'와 '스파이더맨'이 익숙하다. 왜 익숙한지 따지기 전에 우선 전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시리즈의 1편이었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이 작품이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과 차별점을 가져 호평을 들었던 이유는 클리셰 뒤집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스파이더맨 시리즈 굉장히 익숙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코믹스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서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실사영화 시리즈들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호러 장인 샘 레이미가 연출했던 '스파이더맨' 3부작은 글쓴이 같은 90년대 후반생의 관객이라면 다들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로 기차를 멈춰서는 장면은 히어로영화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또 앤드류 가필드가 피터 파커를 맡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엠마 스톤의 추락신이 역시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톰 홀랜드가 주인공을 맡은 마블의 스파이더맨 3부작은 가장 최근작인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전 세계 히어로 무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스파이더맨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만화/영화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필수요소 같은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뿐일까? 멀티버스라는 소재는 근 몇 년간 영화판에서 핫했던 소재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한국 기준으로 2주 전에 개봉한 <플래시>, 올해 아카데미 7관왕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로키>가 그렇다.
전작 1편과 이 2편은 이 앞의 영화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1편을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의 캐릭터를 을 아주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스파이더맨의 네 번째 리부트? 또 벤 삼촌 나오겠지? 빌런 벌처/닥터 옥토퍼스/일렉트로/미스테리오/그린 고블린/샌드맨/베놈같이 기존에 나왔던 캐릭터들 아니야? 보나 마나 히로인 또 죽겠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무조건 나올 거 같은데? 삼촌 어떻게 죽을까? 스파이더맨을 또 온 세계가 괴롭히겠지? 이거 전부 다 빗겨나갔다. 우선 1편의 메인빌런은 킹핀이다. 이 킹핀이 원래 북미에서 스파이더맨의 안티테제 중 하나로 유명하다고 알고 있다. 그 대신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판에선 '데어데블' 시리즈의 빌런으로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바 있지만 그거 드라마 일일이 다 본 분들이 많지 않을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킹핀을 빌런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코믹스 바탕이었던 영화 전개의 디테일도 살리고 신선함까지 갖추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빌런 캐릭터를 변주하는 방식은 프라울러에게도 마찬가지다. 프라울러와 마일즈와의 관계, 그러면서도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어떤 공통점을 갖는 좋은 연출이 있었다. 이 외에도 멀티버스의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방식도 신선했다. 닥터 옥터퍼스가 누구야? 에 대한 부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코믹스에서 튀어나온 스파이더맨의 세팅이 그렇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세명의 스파이더맨을 봤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도 스파이더맨이 인간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영화는 이것마저 깼다. 스파이더맨 누아르나 피터 포커 같은 캐릭터는 그냥 만화에서 나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색할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장르니까. 이런 화술을 가진 1편은 가히 사람들에게 걸작이라는 평을 받기 충분했다.
2편인 본 작은 1편이 갖고 있던 장점을 그대로 승계한 것처럼 보인다. 우선 도입부쯤에 등장하는 벌처와 한 빌런이 그렇다. 벌처가 '르네상스 시대'에 그게 있었다는 상상부터가 신선하다. 이는 초반부 그웬 지구의 피터가 어떤 인물이었는가? 에 대한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빌런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확 뒤집은 셈이다. 이 두 세팅은 결국 영화의 후반부에서 반복되면서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딜레마와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빌런은 인지도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글쓴이도 이 영화에서 감독들이 가상으로 창조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빌런의 능력을 묘사하는 방식이 기존 멀티버스 소재 영화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는데, 이 자체가 영화의 시각화와 분명하게 시너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단 이 빌런뿐만 아니라 미겔 오하라 스파이더맨 / 제시카 드루 스파이더 우먼 역시 마찬가지다. 이 스파이더맨, 스파이더우먼은 각자의 명분이 확실하다. 이 덕에 인물의 개성이 죽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분이 영화를 직접 보시길 바란다.
멀티버스 뒤집기
지난 아카데미에서 7관왕을 기록했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 영화는 멀티버스 상상력의 극한을 찍으며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바로 핫도그가 손가락인 세상 묘사다. 또 뭐 모녀가 돌인 세상도 있고 나무인 세상도 있고 그렇다. 그러나 이런 시각적 묘사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이야기의 구성이다. '에에올'의 핵심이 뭐냐? 그 모든 가능성을 감수하고 현재를 선택하겠다는 로맨틱함이다. 이는 곧 '내가 성공하더라도 현재가 소중하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조부 투파키의 내적 세팅이 그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머니의 욕심 때문에 흑화 한 조부 투파키. 모든 가능성을 경험했다는 것은 시각적인 소재 '멀티버스'와도 이어진다. 이는 곧 혹시나 만약같이 '과거에 이렇게 되면 어땠을까?'를 붙여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손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모든 멀티버스에 모녀의 관계를 넣었던 점이 흥미로웠다. 비단 '에에올' 뿐만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플래시>도 이와 비슷하다. 전자는 슈퍼히어로 완다가 다크 홀드에 의해 주화입마에 빠져 자기의 운명을 바꾸고자 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었고, 후자는 배리가 어렸을 때 겪었던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려고 했지만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 영화의 중심이다. 그러니까 '에에올'과 유사하게 정해진 운명을 슈퍼히어로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다뤘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영화는 정반대의 관점에서 멀티버스를 풀고 있다. 그러니까 '정해진 운명'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본다면 이 영화가 멀티버스를 활용하는 방식에 감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왜 이 영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성립한다. 또 슈퍼히어로라는 장르 특성에도 충족한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생기는 철학적인 대립도 흥미롭다. 마이클 샌델이 공리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기차에 대한 비유를 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있다. 이 비유를 어떻게 치환시켰는지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통통 튀는 전개
멀티버스를 영화에서 어떻게 풀었는지와는 별개로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는 아주 흥미롭다. 우선 이를 위해 미겔 오하라와 스팟,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어떤 스파이더맨'에 대해 쓸 수 있다. 3번째 인물은 등장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영화가 품고 있는 힙한 감성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스팟은 기존 마블 영화 다 합쳐서 가장 위협적인 빌런처럼 등장한다. 갖고 있는 능력은 다르지만 '정복자 캉'과 궤를 같이 하는 감이 있다. 이를 위해 시각적으로 스팟의 능력 묘사를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영화에서 굉장히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통통 튀고 힙한 시각화 방식에 기괴함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를 보여주는 좋은 묘사였다고 생각한다. 추후에 데어데블 시리즈의 킹핀만큼이나 강력한 빌런으로 언급될 만하다.
미겔 오하라 스파이더맨은 굉장히 그럴듯한 인물로 보인다. 아니 사실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동기부여는 옳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인물이 갖고 있는 당위성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포스가 있다면 설득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5대 5로 대립할 수 있던 이유는 기존 영화들이 심리적으로 그 둘에게 감정이입 할 수 있게끔 잘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스파이더맨에게 감정적인 설득력을 부여했다는 점은 영화에서 핵심 딜레마를 묘사하는 데 있어 엄청난 강점으로 뽑힌다. 오스카 아이작의 목소리 열연이 이를 덧붙인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두 번째 강점이다.
눈호강의 최고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영화의 최고 가치 중 하나는 시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눈호강은 <아바타> 1편과 맞먹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시각화 중에서도 훌륭한 두 지점은 예고에서도 나왔던 부분이다. 바로 마일즈와 그웬이 서로 만나는 모든 신이다. 특히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글쓴이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한데, 그웬이 쌓아 올린 인물 서사와 감정선 또 마일즈가 쌓아 올린 감정선이 이 장면을 기점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아주 흥미롭다. 영화에서 주요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등장에 임팩트를 주는 방식도 쾌감이 어마어마했다. 특히 스팟과 어떤 나라에서 벌어지는 장면 모두 다 바스키아를 연상케하는 시각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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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씨왕후 | 특별하고 각별하고 유별난 사극의 등장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나라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고구려의 위신을 높인 '고국천왕'(지창욱). 하지만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그는 궁에 돌아와 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레 사망한다. 왕의 독살을 의심한 '우씨왕후'(전종서)는 국상 '을파소'(김무열)와의 상의 끝에 왕의 죽음을 비밀로 하기로 결정하고, 궁 밖으로 나선다. 왕의 동생과 혼인하여 왕을 독살한 이들로부터 자기 자신과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왕의 넷째 동생 '고연우'(강영석)의 영지로 향하는 그녀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왕좌와 왕비족의 지위를 노리는 다섯 부족의 귀족 가문은 물론, 그녀의 언니이자 태시녀인 '우순'(정유미)마저 그녀를 노리기 때문. 이에 더해 왕의 셋째 동생 '고발기'(이수혁)마저 형의 자리를 탐내며 우씨왕후를 위협해 온다.
<우씨왕후>가 만족스러운 이유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우씨왕후>를 향한 기대는 컸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배경이 신선했다. 한국 사극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시대는 단연코 여말선초다. 그 외에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숙종부터 정조까지의 시기 정도가 자주 등장한다.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가운데, 고구려 초기의 사건을 다룬 드라마라 하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도 눈길을 끌었다. 왕후 우씨는 한국사에 흔적을 남긴 몇 안 되는 여성 중에서도 독특한 인물이다. 어찌 보면 성골이라서 왕이 된 선덕여왕, 진덕여왕보다도 주체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인 고국천왕이 죽자, 자기 의지대로 상산왕과 혼인해 그를 왕좌에 올려 왕후 자리를 유지했다. 반란과 내전도 이겨냈고, 상산왕의 후계를 결정하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했다. 이제야 영상화된 게 의아할 정도로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공개된 결과물은 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삼은 사극으로서는 각별하고,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사극으로서는 특별하며, 더 나아가 한 편의 사극으로서도 유별나기 때문. 특히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험과 도전을 꺼리던 한국 사극에 여러 충격파를 던져주기에 <우씨왕후>는 더욱 만족스럽다.
사극 속 고구려
한국 사극 속 고구려 묘사는 언제나 비슷했다. 고구려라는 나라가 지닌 대중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과 나라의 명운을 두고 펼친 수 차례의 전면전도 거뜬히 이겨낸 한민족의 강국. 일제강점기, 분단, 전쟁을 겪으며 생겨난 민족적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수단으로써, 민족주의 충족을 위한 도구로써 고구려만 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구려 사극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도 2000년대 중후반이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같은 작품이 우후죽순 제작됐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만 다를 뿐, 중국이라는 거대 제국에 맞서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는 천편일률적 전개가 되풀이는 됐다. 10여 년 후에 개봉한 영화 <안시성>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고구려의 실체에 근접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씨왕후>는 특별하다. 민족주의 관점이 없지는 않다. 고국천왕이 한나라와 펼치는 전쟁 시퀀스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나라와 손 잡은 셋째 왕자 고발기에 맞서는 우씨왕후와 을파소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개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드라마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고구려 내부의 정쟁이다. 대중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고구려 초기의 역사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으로 가득하다.
특히 <우씨왕후>는 사료 너머에 숨은 실체적 진실을 불러내려 애쓴 티가 역력하다. 각본 곳곳에서 여러 가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본래 해씨와 고씨가 왕위를 나눠 가졌으나 태조왕부터 고씨가 왕좌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해씨 고구려 설'을 차용해 건국 초기 고구려 내부 사정을 현실감 있게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왕께서 하늘로 돌아가셨다"와 같은 대사를 통해 고구려만의 세계관과 종교관을 생생히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삼국사기>의 기록을 토대로 우 씨, 어 씨, 좌 씨, 명림 씨 등 고구려의 여러 귀족 가문의 세력 구도를 그려냈다. 을파소처럼 생애의 일부만 알려진 인물의 과거사를 당대 시대상에 맞게 채워 넣은 상상력도 인상적이다. 다만 과욕이 넘친 대목도 여럿 있다. 고국천왕의 형제가 5명이 아닌 4명이라는 통설을 부정하거나, 고국천왕 시절에도 졸본이 독자 세력으로 남아 고구려의 멸망을 기도한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대중적으로 인식된 이미지를 깨고, 고구려가 부족연합체에서 고대 왕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의미가 크다. 그 자체로 한국 사극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장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설령 실제 역사와는 상이한 모습일지 몰라도, 상상력을 살려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려고 한 <우씨왕후>의 결과물에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드디어 일보전진한 여성 서사
여성 서사로서도 <우씨왕후>의 성과는 남다르다. 솔직히 말하자. 한국 사극의 여성 활용법은 <선덕여왕>(2009) 이후로 크게 달라진 바 없다. 여성 주인공의 주체성을 억지로 강조하려는 시도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하 사극을 표방한 <고려거란전쟁>만 해도 왕후들을 그저 질투에 눈이 먼 일차원적 캐릭터나 판에 박힌 교과서적 캐릭터로 묘사하면서 '고려궐안전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 속 여성을 재발견하려는 시도도 많지 않았다. 일례로 <육룡이 나르샤>의 경우 이방원의 아내로서 남편을 왕위에 올리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원경왕후를 단순한 조연으로 삼았다. 대신 가상 인물인 '분이'에게 활약상을 몰아줬다가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씨왕후>는 분명 진일보한 작품이다.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여성 정치인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특히 Part 2의 전개가 인상적이다. Part 1까지만 해도 가문의 생존을 위해 아버지와 을파소에게 떠밀리는 듯 보였던 우씨왕후가 알고 보니 본인 의지대로 정국을 이끌어 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 <선덕여왕>의 미실과 덕만 이후로 보기 드물었던 묘사이기에 더욱 가치가 크다.
다만 <우씨왕후>의 여성 서사에서는 약간의 불협화음이 들린다. 극 중 우씨왕후는 정치인이다. 그녀에게 여성이라는 사실은 취수혼처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활용하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다. 평범한 여인으로서 그저 고국천왕을 사모한 우순과의 갈등을 보면 그녀의 정치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된다. 그런데 드라마 말미에 우씨왕후는 돌연 여성으로서의 한을 토로하며 자기 욕망을 드러낸다. 그 결과 결말은 이전까지의 분위기와도 조화를 못 이루고,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느껴지면서 위화감을 자아낸다.
사극의 다양성과 잠재력
마지막으로 <우씨왕후>는 사극으로서도 색다른 작품이다. 일단 장르적으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24시간이라는 한계를 두면서 추격전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한 선택은 영리했다. 또 추격전을 가급적 다양한 그림으로 구성하려는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숲과 평야를 오가는 추격전, 산속에서의 전투, 산사태를 이용하는 지략과 강변에서의 전투 등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우씨왕후의 여정을 다채롭게 꾸며냈다.
전쟁 시퀀스도 인상적이다. 한국 사극에게 전쟁 시퀀스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 속 전투 장면은 실망의 연속이었으니까. <고려거란전쟁>처럼 아예 전쟁이 배경인데도 그럴싸한 전투 시퀀스를 보여주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우씨왕후>는 다르다. 고국천왕의 전쟁 시퀀스, 우씨왕후와 고발기의 군대가 대치하는 장면의 스케일, 묘사의 완성도, CG의 완성도를 보면 본격적인 내전을 다룰 시즌 2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플랫폼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한 지점도 인상적이다. OTT에서 19세 관람가로 제작, 공개한 사극이다 보니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의 사극보다도 더 자극적인 묘사가 가능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잔혹한 묘사로써 전쟁이나 액션을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었고, 우씨왕후가 넷째 왕자를 고연우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장면에도 설득력을 더할 수 있었기 때문.
물론 전개와 무관하게 선정적인 장면으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고국천왕의 부상을 치료하는 장면은 아무런 맥락이 없어서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외의 장면은 비판보다는 호불호의 영역처럼 보인다. 우순과 고발기의 동기와 욕망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서 분명한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우씨왕후>는 애초에 <스파르타쿠스>, <왕좌의 게임> 같은 해외 드라마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물이기도 하다.
사실 <우씨왕후>는 몇몇 기술적인 문제를 노출한다. 야간 장면이 많다 보니 잘 보이지 않는 구간도 있고, 배경 음악의 활용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며, 주연을 비롯한 몇몇 배우의 경우 사극 연기나 발성이 익숙하지 않은 티를 숨기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은 눈감아 줄 만한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우씨왕후>의 결과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시대상과 인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애쓴 노력이 가득 느껴지기 때문. 공개 전까지는 의상 및 소품과 관련해, 공개 후에는 선정성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것도 달리 말하면 그만큼 새로운 시도였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씨왕후>는 8부작이라서 아쉽고, <우씨왕후>의 다음 시즌을 기대할 이유도 충분해 보인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찰이나 소재의 다양성처럼 '사극'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작품이 늘어나는 가운데, <우씨왕후>는 한국 사극계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 같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디테일의 문제는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로 별난 사극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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