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4-07 10:26:33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실화 바탕 스포츠 영화 모음
<블라인드 사이드>, <우. 생. 순>, <국가대표> 외 5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요즘 영화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을 필두로 다양한 스포츠 영화가 극장가를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며칠 전 개봉한 <리바운드>와 <에어>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스포츠 영화 8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감동적인 서사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들이랍니다.
미식축구, 핸드볼, 레슬링부터 스키점프, 마라톤, 야구, 복싱, 농구까지! 전부 다른 스포츠를 다뤘지만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묵직한 감동만큼은 서로 같은 8편의 실화기반 스포츠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블라인드 사이드(2010)
The Blind Side

감독: 존 리 행콕
출연: 산드라 블록, 퀸튼 아론, 팀 맥그로, 릴리 콜린스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서로의 인생을 바꾼 따뜻한 인연
어린 시절 약물 중독에 걸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마이클 오어’. 건장한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눈여겨본 미식축구 코치에 의해 상류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성적 미달로 운동은 시작할 수도 없게 된다. 급기야 그를 돌봐주던 마지막 집에서조차 머물 수 없게 된 마이클. 이제 그에겐 학교, 수업, 운동보다 하루하루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날들만이 남았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밤, 차가운 날씨에 반팔 셔츠만을 걸친 채 체육관으로 향하던 ‘마이클’을 발견한 ‘리 앤’. 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확고한 성격의 리 앤은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마이클이 지낼 곳이 없음을 알게 되자 집으로 데려와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낸다. 갈 곳 없는 그를 보살피는 한편 그를 의심하는 마음도 지우지 못하던 리 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이클의 순수한 심성에 빠져 든 리 앤과 그녀의 가족은 그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리 앤 가족의 도움으로 성적까지 향상된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미식축구 훈련을 시작하며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발휘하고, 리 앤은 그의 법적 보호자를 자청하며 마이클의 진짜 가족이 되고자 한다. 주변의 의심 어린 편견, 그리고 마이클이 언젠가 자신을 떠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뒤로한 채...

명예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진정한 자신이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다.
의미 있는 목표를 위해 죽는다면
명예와 용기를 모두 갖게 된다는 점이 좋다.

제가 그 아이의 인생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Forever The Moment

감독: 임순례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한국 여자 핸드볼 성공 신화
대한민국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인 최고의 핸드볼 선수 미숙(문소리 분). 그러나 온몸을 바쳐 뛴 소속팀이 해체되자, 그녀는 인생의 전부였던 핸드볼을 접고 생계를 위해 대형 마트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일본 프로팀의 잘 나가는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혜경(김정은 분)은 위기에 처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귀국한다. 팀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라이벌인 미숙을 비롯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노장 선수들을 하나 둘 불러 모은다. 혜경은 초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전력 강화에 힘쓰지만 그녀의 독선적인 스타일은 개성 강한 신진 선수들과 불화를 야기하고 급기야 노장 선수들과 신진 선수들 간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는데...

나 포기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마.

우리 약속 하나 합시다,
만약 지더라도 울지 않기로.
결과가 어떻게 되든 오늘 여러분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줬습니다.
저에게도 지금이 생애 최고의 순간입니다.
당갈(2016)
Dangal

감독: 니테쉬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사크시 탄와르, 파티마 사나 셰이크 등
장르: 드라마, 전기, 액션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61분
딸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친 아버지
인도 하리야나에 사는 전직 레슬링 선수였던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은 아버지의 반대로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레슬링을 포기한다. 아들을 통해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내리 딸만 넷이 태어나면서 좌절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딸이 또래 남자아이들을 신나게 때린 모습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레슬링 특훈에 돌입한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첫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는 아버지의 훈련 속에 재능을 발휘, 승승장구 승리를 거두며 국가대표 레슬러로까지 성장해 마침내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기만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슬럼프로 연이은 패배만 이어지는데…

내일 이기면 너 혼자 이기는 게 아니야.
수백만의 여자들이 너와 함께 이기는 거다.
그건 모든 여자들의 승리야. 남자보다 열등하다고 평가받고
가사 노동을 강제로 하고 자식을 낳기 위해 시집보내지는 여자들 말이다.
내일 시합은 아주 중요한 거다.
왜냐하면 내일 너는 상대방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달리스트는 나무에서 열리는 게 아니야.
그들을 키워내야지. 사랑으로, 성실로, 열정으로.
국가대표(2009)
Take Off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동계스포츠 불모지 대한민국의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이야기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이에 전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 분)이 국가대표 코치로 임명되고, 그의 온갖 감언이설에 정예(?) 멤버들이 모인다.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 분), 여자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틸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분), 밤낮으로 숯불만 피우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분), 할머니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짐이 버거운 말 없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분), 그런 형을 끔찍이 사랑하는 4차원 동생 봉구(이재응 분)까지! 방 코치는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엄마와 같이 살 집이 필요한 밥에게는 아파트를, 사랑 때문에 또는 부양가족 때문에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흥철, 칠구-봉구 형제, 그리고 재복에게는 군 면제를 약속한다. 단, 금메달 따면!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지만 한때 스키 좀 타봤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 모이면서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결성된다. 그러나 스키점프(Ski Jump)의 스펠링도 모르는 코치와 경험 전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험난 하기만 한데...

뛰어 이 새끼야
니가 뛰어야 내가 군대를 안 갈 거 아니야!

나 귀화했어요, 나 버린 나라에.
근데 또 버렸네요, 대한민국이.
말아톤(2005)
Malaton

감독: 정윤철
출연: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 백성현, 안내상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서브쓰리를 달성한 발달장애 마라토너 이야기
몸은 20살이지만 마음은 5살 아이처럼 순수한 청년 초원. 어린 시절 자폐증을 진단받은 후 여러 가지로 부모님 걱정을 사는 게 일상인 초원에게는 얼룩말과 초코파이, 그리고 마라톤이 그의 전부이다. 어머니 경숙은 아들의 코치로 정욱이라는 전직 마라토너에게 부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아들이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몸매는?
끝내줘요!

제 소원이 뭔지 아세요?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먼저 죽는 거예요.
퍼펙트 게임(2011)
Perfect Game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양동근, 최정원, 마동석, 조진웅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7분
전국이 주목한 전설적인 한국 투수들의 맞대결
대결을 원한 세상 속으로 꿈을 던진 두 남자, 최동원 선동열의 고독하고도 치열한 맞대결!! 불안과 격동의 1980년대,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전 국민을 사로잡고 있었다! 노력과 끈기로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자리 잡은 롯데의 최동원! 그리고 최동원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해태의 천재 투수 선동열! 세상은 우정을 나누던 선후배였던 두 사람을 라이벌로 몰아세우는데... 전적 1승 1패, 그리고 1987년 5월 16일, 자신들의 꿈을 걸어야 했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진다! 선동열 앞에서만은 큰 산이고 싶었던 최동원. 그 산을 뛰어넘고 싶었던 선동열

한 물 갔던, 두 물 갔던 끝날 때까지 던집니다.
내한테는 그게 야굽니다!

일구일생, 일구일사
공 하나에 죽고, 공 하나에 산다.
신데렐라 맨(2005)
Cinderella Man

감독: 론 하워드
출연: 러셀 크로우, 르네 젤위거, 폴 지아마티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44분
경제 대공황 시기의 미국인들은 전율케 했던 복서 짐 브래독 이야기
1936 미국의 최고 암흑기였던 경제 대공황 시기... 전도유망했던 라이트 헤비급 복서 브래독(러셀 크로우)은 잇단 패배와 부상으로 복싱을 포기하게 되고, 아내(르네 젤위거)와 아이들을 위해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꿈을 단념하지 못한 그는 결국 다시 링 위에 오르고,. 왜소한 체구, 끊임없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승행진을 이어간다. 이미 2명 이상의 상대를 사망 직전까지 몰아간 악랄한 챔피언 맥스 베어와의 결전을 눈앞에 둔 브래독...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경기를 위해 링에 오르는데... 스스로를 '헝그리 복서'라 칭하며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미국인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한 전설적 복서 짐 브래독... 그의 진실된 이야기와 함께 가슴 벅찬 가을의 감동이 시작된다.

당신은 뉴저지의 자존심이고 우리 아이들의 영웅이고
나에게는 최고의 챔피언이에요.

링 위에 오르게 해 줘.
적어도 누가 날 때리는지는 알 수 있잖아.
리바운드(2005)
Rebound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최약체 고교농구팀이 써 내려간 기적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할 때, 우리는 ‘리바운드’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는다.

명심해라,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누구한테나 처음이란 게 있다.
이번 대회가 네 통산 기록 시작이 될 거야.
이렇게 총 8편의 실화 기반 스포츠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이번 주말은 씨네랩이 추천드린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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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별에 필요한 | 한국형 우주 로맨스 애니의 명과 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의 뒤를 이어 NASA 화성 연구원이 되고 싶은 '난영'(김태리). 최선을 다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에 걸친 그녀는 부족한 연구 실적도 쌓고, 약간의 휴식도 즐길 겸 한국으로 되돌아온다. 오랜만에 들린 집을 정리하던 중 엄마의 유품인 턴테이블을 고장 내 버린 난영. 그녀는 턴테이블을 고치기 위해 나선 길에서 우연히 음향 기기 수리 아르바이트 중이던 '제이'(홍경)를 만나고, 얼떨결에 그에게 턴테이블을 수리받는다.
우연한 만남은 이내 운명적인 사랑이었음이 드러난다. 난영이 미국에서 지낼 때 반복 재생할 정도로 좋아한 미완성곡의 주인이 제이였던 것. 남다른 접점과 비슷한 취향을 발견한 난영과 제이는 빠르게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시련이 닥친다. 화성 연구원으로 발탁된 난영이 엄마와 자신의 꿈을 위해 화성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지구에 홀로 남은 제이는 난영이 좋아하던 곡을 마저 완성하면서 그녀의 귀환만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명암이 확실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큰 변화 중 하나는 한국 영화 및 드라마 크리에이터들의 도전 정신이 아닐까 싶다. 제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 덕분에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와 소재를 다룬 작품이 다수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내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었다. <킹덤>, <인간수업>, <오징어 게임> 등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OTT나 방송국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으니까.
한지원 감독의 신작, <이 별에 필요한> 또한 넷플릭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증명한다. <이 별에 필요한>은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었던 애니메이션 영화이기 때문. 세계 5위권을 오가는 한국 영화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철저한 비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저연령층 애니메이션은 <사랑의 하츄핑>처럼 흥행력을 보여준 사례가 있지만, 고연령층 애니메이션 중에는 흥행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된 <이 별에 필요한>은 한국 영화계에 남아있는 또 하나의 벽에 도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빛을 강조한 그림체만큼이나 명과 암이 뚜렷하다. 마치 사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보는 듯한 작화는 그 자체로 눈을 즐겁게 한다. 그에 반해 기존 로맨스와 SF 작품을 답습한 서사는 개성이나 독창성을 살리기에는 짜임새가 부족하다.
눈이 즐거운 기술적 성취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도 셀 애니메이션 영화는 특히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다. 3D 애니메이션 중에는 최근에 개봉한 <퇴마록> 같은 사례가 있지만, 셀 애니메이션으로는 그나마 <마당을 나온 암탉>,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이나 <사이비> 정도가 있을 뿐이다. 척박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이 별에 필요한>은 존재 자체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특히 미래의 서울 풍경을 그려낸 배경 작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한국 영화 속 미래의 서울은 디스토피아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았던 반면, <이 별에 필요한>은 낙관적인 희망이 담긴 2060년대 서울을 그려냈다. 종로나 청계천, 세운 상가 등 익숙한 풍경을 큰 틀에서는 유지하면서도 홀로그램 간판이나 고가도로, 고층 빌딩 등을 덧대서 현재와 미래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에 더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유사한 연출 방식은 로맨스 영화에 적합한 청량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풍경을 묘사할 때 렌즈 플레어를 활용하고, 캐릭터와 배경에 동일하게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배경 음악을 적극적으로 삽입해서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고조하고, 카메라를 360도로 회전하며 그 감정선을 강조하는 방식 또한 <너의 이름은.>과 같은 작품에서 효과가 검증된 연출법을 빌린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표정 표현이 어색한 지점이 노출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전문 성우가 아니라 배우에게 더빙을 맡긴 것도 물음표를 남긴다. 영화 캐릭터의 개성보다는 배우의 존재감이 먼저 각인되다 보니 다소 따로 노는 영상과 음성으로 인해 몰입감이 순간적으로 저해하는 때도 있다.
익숙하다 못해 궁금하지 않은 로맨스
반면에 <이 별에 필요한>의 서사는 새로운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다. 흔히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도전적인 작품은 외관에 비해 알맹이가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별에 필요한>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우선 로맨스 영화로서 <이 별에 필요한>은 클리셰를 답습한 결과 지나치게 무난하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나머지 평범한 롱디 커플의 연애사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로맨스는 그 자체로 여러 변수를 상상할 수 있는 소재다. 그런데 <이 별에 필요한>은 정작 그 공간적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난영과 제이의 우연한 만남, 연애의 시작, 화성으로 떠나려는 난영과 만류하는 제이의 갈등 등 대부분의 이야기가 지구에서 펼쳐지기 때문. 난영이 화성이 아니라 아프리카나 남미의 오지로 떠나는 것으로 설정해도 둘의 로맨스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오히려 서사의 균형감이 무너뜨리기까지 한다. 화성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너무 무거운 나머지 두 연인의 갈등 상황에서 한쪽의 문제나 입장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진다. 난영은 고민은 가족의 역사가 걸린 결단이다. 그녀는 화성에서 사망한 어머니의 꿈을 대신 이뤄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지녔다. 그렇기에 운명처럼 만난 제이와의 관계가 무너질 각오를 하고서라도 화성으로 떠난다.
그에 반해 제이는 밴드 멤버들과의 의견 차이로 그만둔 음악을 다시 시작할지를 고민한다. 물론 자아실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가족사가 얽힌 도전과는 그 층위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SF적인 배경까지 더해지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꿈을 응원한다는 연결고리가 있더라도 제이의 서사는 서서히 난영의 서사에 가려진다. 결국 <이 별에 필요한>의 로맨스는 보기에만 예쁜, 마치 향기 없는 모란꽃과 같아진다.
물리법칙을 뛰어넘는 사랑
후반부를 장식하는 <이 별에 필요한>의 SF적인 전개 또한 좋게 말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기시감이 진하다. 난영이 화성에서 고립되듯이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비행사가 조난되는 전개는 사실 SF 작품들에 없어서는 안 될 클리셰다. 화성이 배경이라는 점은 리들리 스콧의 <마션>을 연상시킨다. 여성 주인공이 조난됐다는 점에서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를 떠올릴 수도 있다.
다만 <이 별에 필요한>에서는 특히 <인터스텔라>와의 유사점이 두드러진다. 우선 상황이 비슷하다. 두 영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우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겼고,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또 두 작품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 사랑을 상징하는 명확한 오브제가 등장하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도 비슷하다.
<인터스텔라>에서 '쿠퍼'(매튜 매커니히)는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지구에 있는 딸 '머피'(맥켄지 포이/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자신이 관찰하고 알아낸 데이터를 알려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블랙홀 속에 진입한다. 5차원 세계에서 깨어난 후 그는 중력을 이용해 딸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그가 우주로 떠나기 직전에 선물한 손목시계 초침을 조작해서 데이터를 모스 부호로 표현한 것.
이처럼 쿠퍼와 머피에게 손목시계가 있다면, 난영과 제이에게는 턴테이블이 있다. 화성에서 조난된 뒤 의식을 잃었던 난영은 마치 턴테이블처럼 생긴 우주 속에 빠지고, 제이의 음악을 들으면서 턴테이블의 중심에 있는 지구를 향해 우주를 거스르는 환상 끝에 의식을 되찾고 생존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턴테이블 때문에 성사된 두 사람의 우연한 첫 만남을 <인터스텔라> 속 손목시계처럼 활용한 묘사라 할 수 있다.
<인터스텔라>가 되지는 못했다
다만 <이 별에 필요한>은 <인터스텔라>만큼의 감동이나 전율까지는 안기지 못한다. 오브제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상대적으로 덜 정밀했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는 쿠퍼와 머피 모녀의 애증을 손목시계 하나로 보여주기 위해 여러 단계의 설계를 해놨다. 쿠퍼가 머피에게 손목시계를 선물로 남기는 장면을 초반부의 하이라이트에 배치하고, 손목시계에 관련된 복선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식이다.
그에 반해 극 중 턴테이블은 난영과 제이의 관계 시작점이기는 하나, 손목시계만큼 뇌리에 각인되는 오브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둘의 사랑이 시작된 후로는 우산처럼 턴테이블을 대신하는 소재도 등장하고, 턴테이블보다는 난영이 반복 재생할 정도로 좋아한 제이의 음악 그 자체가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턴테이블처럼 생긴 우주가 등장하는 장면은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질 여지가 존재한다.
부족한 짜임새는 작품을 관통하는 '아날로그'라는 주제 의식을 약화하기에 더욱 아쉽다. <이 별에 필요한>은 초반부터 의식적으로 디지털 세상을 거스르는 아날로그 기기를 등장시키며 손과 마음이 직접 닿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화상채팅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하는 난영과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고 종이와 펜으로 메모하는 제이를 반복해서 대비하는 식이다.
아날로그 기기의 역할은 후반부에서 다시 한번 강조된다. 난영이 화성에서 조난당했다는 뉴스를 본 제이가 난영의 아버지에게 빌린 안테나를 설치해서 난영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극적으로 재회한 둘이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는 우주를 턴테이블처럼 묘사하고, 미래 시점인데도 2020년대 풍경을 섞은 작화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별에 필요한>의 극본이 이 주제 의식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지는 못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인터스텔라>를 볼 때와는 다르게, 제이와 난영이 무전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감동보다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의구심이 먼저 들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충분히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첫술에 배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 별에 필요한>은 군더더기 없이, 상당한 세련미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삼각관계처럼 답답한 클리셰는 꺼내지 않기 때문. 영화 곳곳에 짧게 삽입되어 임팩트를 주는 밴드 음악도 청량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에 더해 구도적으로도 신선한 그림이 있다. 우주로 떠나는 사람을 여성, 지구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남성으로 설정한 덕분에 일반적인 SF 구도를 탈피할 수 있다.
단지 기시감이 짙은 플롯의 구조와 짜임새가 부족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고유의 개성과 장점이 돋보이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종합하면 <이 별에 필요한>은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삭막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현실을 고려하면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가능성을 보여준 도전이기에 인상적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첫술'이라는 한계에 안주한 것은 아닌가 싶은 아쉬움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도전이라는 지구와 안정감이라는 화성 사이에서 빛이 바랜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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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수학으로 바라본다면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가장 인정받는 수학 천재 ‘마거리트’는 세계 난제 ‘골드바흐의 추측’에 관한 연구를 증명하는 세미나에서 오류를 범하고 만다. 그날 이후 충격에 빠져 학교를 그만둔 ‘마거리트’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증명하고 싶은 건 나일지도 몰라”
<마거리트의 정리> 줄거리
마거리트의 실패로 영화는 시작된다. 사실 '실패'라는 단어는 맞지 않다. 난제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무언가를 풀어나가다 보면 당연히 오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거리트는 이 일을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여기고 인생의 전부였던 수학을 그만두게 된다.
반강제로 외골수 인생에서 벗어난 마거리트는 이제 수학만 보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마거리트가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마거리트는 변하지 않는다. 수학을 대하던 모습을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시킨다. 예전과는 다른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걱정만 가득할 것 같은데 마거리트는 덤덤하게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간다. 모르는 사람을 덥석 믿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표출하고, 돈을 당장 구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도 불법적인 도박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등 수학 문제를 풀듯이 덤덤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마거리트의 모습은 불안정한 그의 삶이 유쾌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무슨 문제던지 그것에만 골몰해 있다 보면 오히려 미궁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 외의 바깥들을 탐구하고 문제로 가득 찬 종이가 아닌 백지에 새로 시작한다면 도리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불법적이기도 하지만 유쾌하게 살아가던 마거리트의 삶에는 더이상 수학과 '골드바흐의 추측'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수학에만 쓰던 천재적인 머리를 마작에 쓰던 마거리트는 결국 마작을 하면서도 자신의 목표, '골드바흐의 추측'에 대해 생각한다. A4용지 한 무더기도 마거리트에게는 작다. 벽까지 칠해가며 다시 혼자만의 풀이를 해나가는 마거리트. 새로운 삶을 배운 마거리트가 써 내려가는 수학식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리고 마거리트 역시 이전과는 다르다.
룸메이트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 마거리트는 자신의 새로운 연구를 함께해 줄 사람을 구한다. 바로 자신의 연구에 오류를 지적한 루카이다. 둘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열정,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지도 모른다는 기대 등으로 서로를 맞추어가며 연구해 나간다.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마거리트의 말에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네가 관심을 기울이면 지금의 너에게 호감을 가질 사람들은 분명 있을 거라는 룸메이트의 말이 맞았나 보다. 수학에게만 쏟을 것 같은 그들의 관심은 점차 서로에게 향한다.
수학을 풀다 보면 수많은 미지수들을 만나게 된다. 다 풀었다고 생각한 문제에서 생각지 못한 오류를 발견하여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고 중간에 막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생각했던 대로 술술 풀리는가 하면 예기치 않은 문제로 모든 게 엉망이 되기도 한다. 오류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그의 연구는 세미나 이전의 마거리트의 삶 그 자체이다. 180도 달라진 그의 삶에서 마거리트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미지수들을 만나며 삶이라는 문제를 풀어나간다. 마거리트의 정리는 단순히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거리트 자신의 삶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세상을 수학처럼 바라봐보자. 어쩌면 마거리트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수학에 적용하여 풀어나간 것처럼 우리는 삶을 수학 문제를 풀듯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마거리트의 정리>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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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는 감 잡히는데 결과적으론 글쎄올시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1989년 "철남"을 통해 화려한 대뷔를 해 흥행, 비평적 성공을 거뒀다. 그 이후로 메이저 영화사를 통해 "요괴헌터 히루코"를 감독하고, 동경의 주먹, 총알발레, 쌍생아 등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2018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을 통해 "킬링"이라는 신작을 발표하면서, 그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생각에 관객들은 설랬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보니 생각나는 한 고사성어가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본 영화에서 인간의 분노와 복수의 순환, 인물 사이의 갈등 등 여러가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이를 전부 포용하지 못하고 애매함만 보여주다가 끝이 난다. 차라리 하나의 주제의식이나 키워드에 집중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나왔을 거 같다는 기대감이자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츠카모토 신야 감독이 독창적인 작품 정신을 보여주는 감독이라는 것은 여전하며, 필자는 그의 새로운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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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함 속 담긴 순수함과 성장
유치함 속 담긴 순수함과 성장
영화 <28세 미성년> 리뷰
감독] 장모
출연] 니니, 왕대륙, 곽건화
시놉시스] 애인 마오의 달콤한 청혼만을 십 년째 기다린 스물여덟 살 량시아는 프러포즈는커녕, 그에게 차인 뒤 초콜릿을 먹고 수상한 능력을 얻게 된다. 다섯 시간 동안 겉모습은 그대로인 채, 마음만 열일곱 살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열일곱이 된 작은 량시아는 지하철에서 만난 자유로운 청년 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그와의 짧지만 달콤한 데이트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열일곱, 스물 여덟 두 량시아의 평화로웠던 이중생활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왕대륙이 나온다고 해서 시사회를 신청해 보러갔던 영화 28세 미성년. 사실 그동안 유행했던 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를 보지 않아서 이 작품을 이을 첫사랑 영화라고 하기에 기대를 안고 찾아갔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 첫사랑 이야기라는 프레임 속에 자아찾기 라는 의미가 더 강조된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로맨스 속 ‘자아 찾기’ 프로젝트
줄거리만 보면 28세 량시아의 사랑과 17세 량시아의 사랑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끝까지 다보면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라기 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해맑고 꿈에 부풀어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뽐내던 작은 량시아와 사랑하는 애인을 위해 10년 간 자신의 그림실력을 뒤로하고 내조에만 힘쓴 큰 량시아. 큰 량시아는 작은 량시아의 도움을 받아 과거 자신이 꿈꾸는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사랑하며 작가로 다시 성장한다. 그 과정 속에서 다른 이에게 의지하기 보다 작은 량시아와 큰 량시아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스토리 상 뻔하긴 했지만 눈물짓게 되는 작품이었다.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 보며 눈호강하다
최대한 리뷰를 할 땐 이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은 정말 예쁘고 잘생겼다. 스토리가 뻔하다보면 지루할 수 있는데 얼굴만 봐도 재밌다. 얼굴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흡입한다. 량시아 역을 맡은 니니 배우를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정말 예뻐서 감탄하면서 영화를 봤다. 거기에 17살 때와 28살 일 때의 목소리 톤과 성격, 걸음걸이가 모두 달라서 지금이 몇 살인지 딱 보이는 연기력으로 또다른 감탄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CG가 엄청나게 티가 나는 밤하늘의 별들과 갑자기 마오와 얀이 싸우는 이 개연성 없는 전개 속에서 당황스러움이 몰려와야 하지만 다들 예쁘고 잘생기다보니 얼굴을 감상하느라 당황스럽지 않은 것도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열린 결말로 여운을 주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한 량시아에게 마오는 그녀를 되찾기 위해 알몸으로 거리를 누비며 그녀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 장면을 보며 량시아는 그저 웃을 뿐 용서를 해줬는지, 아니면 시원하게 차버렸는지 알 수는 없다.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가 마무리 됐다면 개인적으로 28세 미성년에 좋은 평을 남기진 못했을 것이다. 사실 량시아가 마오의 청혼을 거절하고 홀로서기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책없지만 순수했던 자신과의 조우를 통해 꿈을 다시 찾고 그 꿈을 이룬 량시아를 보며 힐링을 해서 그런지 량시아를 사랑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용만 한 마오에게 돌어가는 량시아는 상상할 수가 없다. 영화지만 이대로 주체적인 모습으로 량시아라는 캐릭터가 남아있길 바란다.
영화 28세 미성년은 과거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면 아마 유치함 속에서 힐링을 선사해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량시아처럼 어렸을 적 자신과의 조우를 통해 자신의 꿈을 간직하고 이뤄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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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덤 프로젝트 / The Adam Project, 2022
갑작스러운 "라이언 레이놀즈"의 휴식 선언은 놀라우면서도, 한 편으로 납득이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에도 <킬러의 보디가드 2>와 <프리 가이>, 그리고 <레드 노티스>까지 3편의 영화와 <크루즈 패밀리: 뉴에이지>의 더빙까지 했으니까요. (이 중 <프리 가이>와 <레드 노티스>는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다)
근데, 이런 발언과 달리 그는 여전히 작업 중이었나 봅니다.
<데드풀 3>의 작업 중에도 이번 3월 11일에 "넷플릭스"에 공개한 <애덤 프로젝트>는 <프리 가이>의 "숀 레비"감독과 함께한 2번째 작품인데요.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 <애덤 프로젝트>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2050년,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조종사는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을 치는데요.
그리고, 2022년 학교에서 한 아이는 얻어맞고 정학을 당하고는 집에 홀로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집 앞에 있는 숲에서 아까 그 피를 흘리는 조종사가 아이의 눈앞에 나타나는데요.
당황도 잠시, 조종사는 익숙한 듯이 집안을 찾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와 조종사 모두 "애덤"이기 때문인데...'또드풀'이 나선다!
1. 다른 메뉴도 잘하는 분께서...
앞서 말했듯이 남들은 1년에 1편 개봉하기도 어려운데도 "코로나19"에 그것도 <킬러의 보디가드 2>와 <프리 가이>, <레드 노티스>, 그리고 <크루즈 패밀리: 뉴에이지>의 더빙까지 더 바쁘게 보낸 "라이언 레이놀즈"입니다.
근데, 이런 바쁜 활동과 다르게 관객들이 그에게 느껴는 피로도는 분명히 존재하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나왔던 영화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은 캐릭터들인데, 사실 이런 문제점은 <데드풀2016>이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바입니다.이제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로 읽힌다.
물론, 하나같이 다른 제목들과 다른 내용인데도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유사함은 지울 수가 없는데요. (하다못해 "피카츄"마저 "데드풀"로 만들었으니...)
이런 이유에는 조심스레, 연기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팬들이 있겠지만 사실 그는 연기를 꽤 하는 배우입니다.
잘생긴 얼굴에 맞게 "로맨틱 코미디"도 잘하나, <베리드2010>만봐도 그의 연기력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실 겁니다. (그래서, 살짝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2. 어딜 가도, 데드풀이구나!
그럼에도, <애덤 프로젝트>를 기대한 이유에는 이를 연출한 감독이 <프리 가이>의 "숀 레비"감독이기 때문입니다.
<데드풀>과 <킬러의 보디가드>를 제외하고는 성공적이었던 결과물임을 생각하면, 이들의 <애덤 프로젝트>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결과부터 말하면 익숙한 "데드풀(?)"이 나온 오락 영화이었습니다.다양한 '데드풀(?)'들이?
앞서 말했듯이 영화 <애덤 프로젝트>는 2050년과 2022년의 "애덤"이 사로 과거에서 만나 미래를 구하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여기서, 보이는 "라이언 레이놀즈"는 여전히 "데드풀(?)"인데 재밌는 건 이를 연기한 아역배우의 연기입니다.
극 중 똑같은 "애덤"이기에 똑같은 모습은 곧 똑같은 연기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 점에서 그를 연기한 '알렉스 말라리 주니어'의 연기력은 '추후 어떤 영화에 나올지?'를 충분히 기대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마크 러팔로"가 아빠이니까, 피는 못 속이겠죠)3. 그래도, 아는 맛은 포기 못하지!
무엇보다 <애덤 프로젝트>는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입니다.
여기에 이야기를 점점 듣다 보면, "가족"과 연관된 작품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극 중 아빠를 잃은 "애덤"을 시작으로 아내를 잃은 "애덤", 남편을 잃은 "아내", 그리고 일이 바빠서 가족을 잊은 "아빠"까지 이 모든 결핍들을 "시간 여행"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소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생각 외로 흥미진진합니다.복잡함은 잠시, 미뤄두고...
흔히, 작품에서 "시간 여행"을 사용하면 번복하지 말아야 하는 규칙들로 극의 긴장감을 불러 모으지만 어려움을 호소하게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애덤 프로젝트>는 어려움은 미뤄둔 채,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극 중 22년의 "애덤"이 50년의 "애덤"에게 "멀티버스"의 개념을 말하지만, "영화를 너무 봤구나"로 정리하는데요.
이외에도 "스타워즈"의 "광선검"을 연상시키는 "자기봉", <터미네이터> 등의 언급은 "데드풀(?)'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머까지 가벼이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결국, "숀 레비"는 <데드풀 3>의 감독으로 결정되었다.
: 재밌는 건 <프리 가이>를 "디즈니"가 만들어둔 <데드풀 3>의 가이드라인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그럴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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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낙엽은 연말연시의 애피타이저(appetizer)다. 승모근을 움츠리게 만드는 늦가을과 초겨울의 바람을 타고 낙엽은 땅 위에 부드럽게 착륙한다. 그때쯤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가 아주 미미한 음량으로, 어렴풋한 환청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옆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고독한 마음을 달랠 방도가 없어 길가의 낙엽을 툭툭 찬다. '올해는 다를 줄 알았는데...' 매년 예외 없이 떨어지는 낙엽은 올해도 작년과 다를 바 없음을 무심하게 일러준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쓸쓸함의 대명사인 낙엽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작품이다. 낙엽 쌓인 헬싱키를 배경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을 포착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시간적 배경은 2024년. 일하면서도 술을 홀짝이는 일용직 노동자 '홀라파(주시 바타넨)'와 심드렁하게 단순 노동을 반복하는 '안사(알마 포이스티)'가 주인공이다. 알코올 중독자인 홀라파는 다른 인부들과 함께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하고, 안사는 물려받은 작은 집을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다. 매우 가난한 두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깃들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언제 사랑이 당사자들의 입장을 숙고하여 적절한 시기와 상황에만 찾아온 적이 있던가? 사랑은 미운 4살처럼 자기 멋대로다. 어느 금요일 밤, 가라오케에서 처음 만난 홀라파와 안사는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눈빛만 몇 차례 주고받지만 두 사람의 메마른 마음에는 해일이 들이닥친다.
홀라파가 말한다. “그럼 또 만날까요? 근데 이름도 모르네요” 안사가 대답한다. “다음에 알려줄게요” 안사는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홀라파에게 건넨다. 홀라파는 고작 담배를 피우려다가 그 종이를 홀랑 잃어버린다. 큐피드는 홀라파의 엉성한 행동을 보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다행히 큐피드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홀라파와 안사가 재회할 수 있도록 우연의 다리를 놓아준다. 안사는 홀라파에게 "당신은 좋지만 술주정뱅이는 싫다."라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이제 관건은 홀라파가 술을 끊을 수 있을지 여부다. 술을 입에 달고 살던 홀라파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0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핀란드를 대표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충실한 관찰자가 되어 안나와 홀라파의 관계를 조심스레 지켜본다. 감정을 끌어올리는 화려한 카메라워크나 절절한 연기가 없다. 무표정하게 재밌는 말을 내뱉는 등장인물들 덕분에 극장에는 몇 차례 웃음이 가득했다. 영화에 삽입된 노래 가사들은 말없는 인물의 심정을 대신 전달한다. 안사가 키우는 강아지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다.
다시 낙엽으로 돌아온다. 걸리적거리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것 같은 낙엽은 사실 보온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겨울 산에서 혹시나 조난당했을 경우에 낙엽으로 몸을 덮으면 생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어쩌면 안사와 홀라파는 서로에게 겨울 산의 낙엽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의 마지막 3행은 다음과 같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보고 난 후 이렇게 바꿔 주고 싶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가난하더라도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끝)
* 12월 13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사랑은 낙엽을 타고> 시사회에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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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공식 예고편
스마트하게 성공 가도를 달리던 '남성' 히야마 켄타로.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며 그의 삶은 악전고투의 연속이 된다.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함께 선사하는 사회적 코미디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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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매큘레이트> 메인 예고편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수녀⁉️ #시드니스위니 파격 변신🔥 더위 타파 핏빛 공포 스릴러🥵 [이매큘레이트]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