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04-06 07:54:03
두 여자의 사랑+우정=‘소울메이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소울메이트〉 리뷰
7★/10★
개인의 성장은 축복이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 생각, 내면이 깊어지고 그 깊이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이 내주는 숙제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성장한 개인은 외롭다. 성장의 내용이 개별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번역‧소통 불가능한 자신만의 깊이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성장은 한때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를 종종 멀어지게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삶의 모든 순간을 같은 조건으로 마주할 수는 없기에.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와 이를 리메이크한 〈소울메이트〉는 누구보다 가까웠으나 성장하면서 멀어진 두 소녀가 둘 사이의 거리를 다시금 좁히는 긴 여정을 담아낸 영화다. 몇몇 세부 설정이 다르긴 하지만 두 영화 모두 높은 완성도로 두 여성이 직조해온 관계를 찬찬히 톺는다.
부모에게 별다른 애정을 받지 못하는 아이(안생/미소)가 있고, 안락한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자란 아이(칠월/하은)가 있다. 전자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반항아적 기질이 있고, 후자는 일반적이고 평온한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 차이가 둘이 친구가 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서로의 다름이 불편하기보다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둘은 서로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다. 서로만이 누구도 주지 못하는 편안함, 따뜻함, 애정 어린 감정 등을 제공해준다.
첫 번째 균열은 칠월/하은이 남자와 연애를 하며 시작된다. 모든 걸 함께 한 친구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균열이 생긴다. 이에 안생/미소는 우정을 지키고 이전부터 꿈꿔왔던 삶을 살기 위해 그들이 자라온 마을을 떠난다. 이제부터 둘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성장을 모색한다. 안생/미소가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보헤미안으로 살아간다면, 칠월/하은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삶을 향해 나아간다. 둘은 그 와중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정작 몇 년 만에 만나 함께 떠난 여행에서 둘이 서 있는 자리가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확인하고야 만다.
얄궂게도 이 만남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인생 그래프가 반전된다. 안생/미소와 칠월/하은은 마치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듯 이전과는 다르게 삶을 꾸린다. 결국 다툼으로 끝난 여행에서, 서로가 경멸해 마지않았던 친구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자기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즉 그토록 달라 보였던 친구의 삶이 곧 내 삶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두 영화에서 소설과 그림은 각각 친구를 이해하는 도구가 되어준다. 모두 상상력과 관찰력이 필요한 예술의 형식이다. 두 친구는 이를 통해 멀어진 친구의 삶을 자기 삶으로 들여온다. 더불어 예상하지 못한, 그러나 선물처럼 다가온 아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두 친구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고, 남은 친구는 떠나간 친구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 오해와 거부의 시간을 건너, 두 친구가 그 무엇도 자신들의 관계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쁨으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소울메이트〉가 그려내는 두 여자의 농밀한 관계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는 여자들의 ‘우정’이 늘 ‘사랑’과는 엄격히 구분된 관계인 양 재현되어온 것과 관련이 있다. 안생/미소, 칠월/하은의 관계는 우정이기도 하지만 사랑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늘 두 여성의 친밀한 관계를 ‘우정’이라는 관계의 형태에 제한하려 한다. 하지만 두 영화가 보여주듯 진정한 우정은 때때로 사랑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더불어 안생/미소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칠월/하은의 말에 묘한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애초에 진정한 우정이란 사랑에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성들이 ‘우정’ 혹은 ‘사랑’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복합적인 관계를 탐험하는 이야기는 매혹적이다(〈윤희에게〉를 생각해보라!). 사회가 구획해놓은 관계의 틀을 마음껏 헤집으며 자신들만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카타르시스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소울메이트〉는 여기에 고독한 성장이라는 또 다른 주제를 더한다. 두 여성이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온 관계 역동과 성장 궤적은 가부장적/이성애중심적 사회에서 규범에 비껴간 친밀성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사회가 권장하는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우리는 누구보다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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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다르고 같은 두 여성(女性)
감독: 소데 유키코
출연: 카도와키 무기, 미즈하라 키코, 코라 켄고, 이시바시 시즈카, 야마시타 리오
시놉시스: 도쿄 상류층에서 자라난 하나코, 그리고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미키. 지극히 다른 출신 배경을 가진 20대 후반의 두 여자는 한 남자를 계기로 만나게 되고, 서로 다른, 그러나 같은 세계를 발견한다.
*이 글은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부인과 외부인
도쿄에서도 중심가에 사는 상류층 하나코는 가족 모임에 도착해 약혼자와 헤어졌다고 통보한다. 친구 무리 중에서도 이쓰코와 하나코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결혼했을 만큼 혼기가 찬 나이라 하나코의 가족과 지인들은 모두가 그의 맞선을 추진하는데 앞장선다. 이상한 상대들만 나타나 잘 안 풀리던 중에 하나코는 형부 소개로 어느 자문 변호사를 만나고 그와 결혼하게 된다. 남편이 될 코이치로는 해운업에 정계 진출까지 한, 하나코의 집안보다 더 높은 계급의 사람이다. 자상한 성격으로 보이는 코이치로를 믿으며 결혼의 순서를 차차 밟아가던 중에 하나코는 미키의 존재를 알게 된다.
영화는 미키의 등장과 함께 영화의 초점을 하나코의 결혼이 아닌 두 사람의 '다름'으로 옮겨간다. 결혼할 남편의 여자인 미키를 하나코는 질투나 분노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미키에게 코이치로를 짧게 만난 게 전부인 자신보다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라 여겨 만나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미키 또한 이 만남에 당황하기는커녕 자신은 그와 소위들 말하는 그런 사이도 아니었고 앞으로는 더 만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 말한다. 이 특이한 만남 이후 하나코와 미키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하나코에게는 작은 변화를 가져온다.
다르고 같은 두 여성(女性)
이 영화가 두 사람의 다름에 주목하는 방식은 그것을 너무 드러내 놓고 대조하는 것처럼도 느껴지는데 4부 구성 중 1부가 '내부', 2부가 '외부'로 이름 지어진 것부터 두 사람의 다름이 부각된다. 하나코가 도쿄 중심가(쇼토)에 사는 상류층이라면, 미키는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상경해 근근이 먹고사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 생활태도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다른 존재다. 미키의 입장에서 이를 실감하는 장면이 많은데 대학에서 만난 상류층 친구가 4200엔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망설임 없이 주문하는 걸 보는 장면이나 자신이 포크를 떨어뜨려 당황하는 사이 바로 직원을 손짓으로 부르는 하나코를 보는 장면이 그렇다.
이 영화는 이 '다름'을 단순히 대조하는 데 치중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다름 속에서도 같아질 수밖에 없는 여자들, 특히나 일본에 사는 여성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어떠한 환경에 주목한다. 3부 '결혼'에서 하나코가 결혼을 하면서 하나코는 이전과는 다른 삶에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시어머니는 자식은 언제 낳을 거냐며 부부를 압박하고,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형부에게 일자리를 묻지만 형부는 남편과 상의해보라 답한다. 무엇보다 남편이 정계 진출을 시작하면서 좋았던 두 사람 사이는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하나코는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미키를 보게 되고 이들은 재회한다. 미키의 집에 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길지 않지만 두 사람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자신과 별다를 것 없는 고민을 가진 하나코를 보며 미키는 상류층도 자신 고향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한다는 게 의외라 한다. 부모의 직업(혹은 환경)을 답습하는 처지에 대한 동질감이 형성된다. 미키는 하나코에게 조언한다. "사소한 감정이나 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라고.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며 그것만 해도 성공한 거라 말하는 미키의 모습은 하나코가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든다.
환상 속의 도쿄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하는 관계는 하나코와 미키 두 사람 간에만 있지 않다. 하나코 친구들의 모임에서 한 친구가 "남자들은 살림 돌보며 일할 정도만 하길 원하잖아"라고 말하자 모두가 공감하며 웃는 장면은 하나코의 상황이 개인의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이 겪는 상황으로 확장시켜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이 영화가 섬세하게 느껴진 건 여성 간의 연대와 더불어 가업을 잇는 것을 목표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코이치로의 상황과의 연대로도 확대되는 것이었는데, 내용상 그와의 로맨스를 넣을 법함에도 그런 부분을 거의 배제하다시피 한 것은 이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영화 후반 미키와 리에의 대화에서 리에는 자신들이 사는 도시 도쿄를 "사람들의 동경이 만들어낸 환상 속의 도쿄"라 칭한다. 도쿄는 도쿄에 사는 사람들을 양분 삼아 삼킨다면서. 미키와 리에는 대학 시절 이후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다시 전과 같이 가까워진다. 도쿄로 상경한 같은 지방 출신이어서, 미키가 피치 못할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도쿄는 바깥에서 들어오기도, 그 안에 있음을 유지하기도 힘든 것이기 때문에, 함께했던 미키가 리에는 반가웠을 것이다. 한편에는 하나코가 이쓰코와 함께 있다. 방황의 시기를 거친 그는 집안 간 사정으로 소송 없이 조용히 치른 이혼 후 이쓰코의 매니저가 되어 있다. 도쿄 안의 내부인과 외부인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저마다 분리되어 있지만 자기의 길을 찾아 나선다. 영화의 엔딩에서, 3층의 코이치로와 2층의 하나코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듯 영화는 사람들의 동경 속에서 커져만 가는 환상 속의 도쿄를 살아내는 도쿄인들을 위한 잔잔한 위로를 담아낸다.
Schedule2022-08-27 13:00-15:05 <그 아이는 귀족>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2022-08-29 16:30-18:35 <그 아이는 귀족>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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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진실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2021)
개봉일 : 2021.10.20. (한국 기준)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해리엇 월터
숨겨진 진실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프로메테우스>, <마션>, <바디 오브 라이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등 짱짱한 배우 라인업을 보고 개봉날만을 기다린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이하 편의상 <라스트 듀얼>과 혼용 표기)
<마션>에 이은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맷 데이먼의 만남, 그리고 <스타워즈>를 통해 아주 자연스레 스며들어 버린 배우 아담 드라이버와 최근 <프리가이>로 눈에 들어온 조디 코머, <나를 찾아줘>를 통해 알게 된, 항상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배우 벤 애플렉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라니. 그것도 시대극?! 얼마나 멋진 작품이 나올까 잔뜩 기대했다.
<듄>과 <베놈> 같은 대중적이고 커다란 작품들에 밀려 개봉 전부터 상영관 배정이 많이 부족해 보여 크고 좋은 관에서 보긴 그른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들기에 개봉 전에라도 미리 보자며 프리미어 상영을 다녀왔다. 심지어 <라스트 듀얼>을 보려고 평소 팔자에도 없던 중세 시대와 봉건 제도에 대해 나름 공부까지 하고 갔다. (이 부분은 이동진 평론가님의 영상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라스트 듀얼>은 근세(1500년)가 시작되기 전, 1000년 정도에 이른, 아주 길었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극 중 배경은 중세 시대 중에서도 유럽에 창궐한 흑사병이 진정된 지 얼마 안 된 혼란한 시기였으며, 그 혼란함을 추스를 후세를 낳기 위해 주인공인 장이 두 번째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장의 두 번째 아내 마르그리트가 장의 절친 자크에게 겁탈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영주와 왕은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 각자의 억울함과 분노를 표하던 장과 자크는 마지막 재판 방법인 결투 재판을 신청하게 된다.
잘잘못을 따질 수 없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됐던 결투 재판은 재판장에서 내리지 못한 결론을 하늘이 내려줄 거라, 하늘이 선한 자를 살려줄 거라 믿으며 둘 중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재판이다. 말이 좋아 재판이지 사실 야만적이고 처절한 결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지배계급 사이의 주종 관계가 확연하게 정립되는 봉건 제도가 있던 시기이자 하늘과 신의 존재를 받들며 온 국민에게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던 그 시기에 전투 재판은 하늘의 뜻을 묻는 정당한 재판에 속했다.
영화의 제목이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인 이유는 영화 속 인물들이 벌이는 결투가 실제 프랑스에서 행해진 마지막 전투 재판이기 때문이다. 봉건 제도의 몰락과 왕권의 확립,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믿음에 앞서 합리적인 부분을 먼저 찾기 시작한 사회와 인식의 변화와 일어나기 시작했고, 지독하게 처절했던 이 마지막 결투의 영향으로 전투 재판 제도는 사라졌다고 한다. <라스트 듀얼>은 마지막 전투 재판의 기록을 인용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라스트 듀얼>은 야만적이고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권력과 자존심 다툼을 하는 두 남성의 까칠한 민낯을 보여주며 그 사이에서 용기를 내 무고함을 소리치는 여성의 시선을 함께 담아낸다. 겉으로 보면 한 여성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두 남성의 운명을 건 마지막 싸움 정도의 느낌이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실상은 다르다.
영화는 장, 자크 두 남성의 시선과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으로 나눠 진행된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 아내는 남편의 재산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상이 박혀있던 그 시기에 살아온 장과 자크는 마르그리트를 지키거나 그녀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결투 재판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나의 소유물을 건든 자를, 나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 자를 심판하기 위해 나의 운명을, 내 소유물인 아내의 운명을 함께 건 것이다. 아내는 물론 선택권이 없다.
하나의 사건을 둔 세 사람의 시선은 모두 다르다. 특히 유일한 여성인 마르그리트의 시선은 이 사건을 다르게 보고 있다. 영화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통해 그 시절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잔인할 만큼 투명하게 보여준다.
불합리와 야만의 시대에서 여성은 아내의 도리를 다해야 했고, 집안에 틀어박혀 식모 살이와 온갖 수모를 견뎌야 했고, 아이를 잉태하는 수단에 불과한 취급을 받아야 했다. 모든 여성들이 포기하며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 마르그리트는 불명예를 감수하고 남편 장에게 호소한다.
나는 마르그리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 마르그리트를 보며 올해 7월에 개봉했던 <오필리아>의 주인공, 오필리아가 떠오르기도 했다. 남성이 절대적이었던 사회에서 일어난 남성들의 권력 싸움과 여러 사건 뒤에 묻혀있던 여성 주인공, 그리고 그들의 시선으로 새로운 사실들을 담아낸 두 영화의 모습이 얼핏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 개의 시선에 따라 정의롭던 사람이 강압적인 사람으로 변하고, 희대의 바람둥이가 순수한 사랑에 미쳐버린 청년으로 변하고, 무고한 여성의 외침이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 사건의 진실은 신이 내려줄 수 있는 것인가. 왜 여성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는 건 남성뿐인가, 그리고 무고함에 박수받는 것 또한 왜 남성인 것인가.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보는 내내 불편함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속이 답답할 정도로 불편했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다. 중세 시대를 충실하게 복원해낸 세트와 의상, 미술,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그 긴 시간마저도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관객을 끌어당기는 배우들의 힘. 그리고 각자의 시선을 따라 조금씩 비틀어낸 카메라의 시선. 같은 사건을 3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같은 시간을 3번 반복해 보는 일인데, 그럼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던 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라스트 듀얼>이라는 영화의 제목만 보고 중세 시대의 웅장한 전투를 기대한다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인물들의 위엄을 보여주는 짧은 전투 장면과 두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마지막 결투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두 사람의 결투는 충분히 처절했고, 단시간에 나를 압도했다. 하지만 그 결투 뒤에 숨겨진 진실들은 끝까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라스트 듀얼 시놉시스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 14세기 프랑스.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는 남편 ‘장’이 집을 비운 사이,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장’은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판정 받게 되는 결투 재판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장’이 결투에서 패할 경우, ‘마르그리트’는 즉시 사형에 처해지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데… 단 한번의 결투가 세 사람의 운명을 가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하나의 사건과 세 개의 시선
세 사람을 둘러싼 사건은 여러 가지가 아닌 단 하나다. 하지만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보고 있다.
장은 영주의 눈에 든 자크가 목숨을 살려준 자신과의 우정을 배신하고 아첨을 반복하며 권력을 얻은 놈이라 생각한다. 장은 자크가 아내 마르그리트의 결혼 지참금이었던 땅을 빼앗고, 나아가 아버지의 뒤를 이을 예정이었던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며 무지향성으로 분노를 터트린다.
1장, 장의 시선으로 보면 자크는 분명 아첨꾼이자 배신자가 맞지만 자크의 시선으로 본 순간들은 사뭇 다르다. 자크가 난봉꾼인 건 맞지만, 그는 우정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리모주 전투에서 다른 병사들이 장의 뒤를 따르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장을 뒤따라가야 한다고 선봉에 선 사람은 자크였고, 자크는 영주에게 장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두둔한다. 자크는 권력을 얻으려고 영주와 함께 어울리긴 하지만, 꼭 장을 배신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성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 권력
하지만 막강한 권력 앞에서 두 인물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우정과 이성을 가볍게 내버린다. 장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옳음 따윈 없어. 사내들의 권력만 존재하는 거야.”
장은 영주에게 인정받고, 좋은 땅을 받고, 본인 대신에 성을 물려받게 된 자크에게 분노와 열등감을 느낀다.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기로 했던 진짜 주인은 나인데,. 나는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이 없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오가고 있는데, 기사 집안도 아니었던 친구 놈이 성에서 잘 놀고먹고 있다니. 앞서 자존심의 스크래치를 입은 장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거다.
그래서 장은 자크를 이길 유일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버지처럼 기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 전쟁을 끝마치고 영주에게 보고를 하러 간 자리에서 장은 자신을 가볍게 부르는 자크에게 자신은 이제 기사니 존칭(Sir)을 하라고 명령한다. 자크는 공격적으로 나오는 장을 이해할 수 없지만 우선 그가 기사인 것은 맞으니 존칭을 붙여 대답한다.
기사가 되어 존칭을 받음으로써 이제 자크를 이긴 걸까 싶었는데, 장이 다시 분노할 일이 생긴다. 자크가 자신의 아내 마르그리트를 겁탈한 것이다. 아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나의 후세를 낳아줄 값진 암말, 나의 소유물을 말이다. 장은 마르그리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보다 자크를 벌하는 것에 더 열을 내며 마지막 전투 재판까지 참여한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장이 결투에서 지면 화형에 처해질 운명을 부여받고, 두 남성이 자유롭게 칼을 휘두를 동안 발목이 묶인 채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남성들의 권력싸움 앞에서 여성이었던 마르그리트는 무력하게 묶여 그들의 싸움에 희생되고 있을 뿐이었다.
여성을 부조리한 시선으로 바라본 남성들
중세 시대 여성들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다. 사회적 지위가 없기에 남편 없이는 재판을 열 수 없었고, 여성은 무슨 일을 당하든 입을 열 수 없었으며 후세를 잇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 또는 집안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다른 집안에 보내지는 뇌물 정도로 인식된다. 여성은 그저 남편, 남성의 권력과 욕망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이자 소유물일 뿐이다.
영화의 초반, 장의 시선으로 본 장의 모습은 마치 아내를 아껴 재판까지 참여한 꽤 멀쩡한 남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마르그리트의 시선으로 본 장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었으며 사건을 알게 된 순간엔 마치 자신의 물건을 뺏겨 화가 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
아내가 상처 입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기보단 “나의 소유물을 건드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감히 내거를 가져가려고 해?” 이런 마음과 비슷한 분노였다. 장은 마르그리트의 말을 듣자마자 “그놈은 왜!”라고 소리치며 나의 소유물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는 듯 마르그리트를 침대에 눕힌다.
여성 편력이 굉장하다고 소문난 자크 또한 여성을 육욕의 대상으로만 인지한다. 그는 축하파티 자리에서 처음으로 본 마르그리트의 미모에 홀려 혼자만의 착각에 빠진다. 욕심내면 안된다는 부하의 말에 자크는 “나를 향한 저 눈빛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박하며 일방적이고 사랑, 사랑보단 폭력에 가까운 욕망을 키워간다. 자크는 재판장에 서서도 끝까지 그것은 강제적인 관계가 아니었으며 마르그리트 또한 자신을 사랑했다고, 사랑에 빠진 것이 죄는 아니라고 소리친다.
거기에 얹어지는 남성 법조인들의 수치스러운 질문 퍼레이드를 보며 어이가 없다 못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이 시대는 대체 얼마나 야만적이고 지저분했던 걸까. 중세 시대라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위엄과 무게감 따위가 모두 사라져버리는 장면이었다.
우리에 갇힌 암말과 같은 여성의 지위
영화의 세 번째 시선, 드디어 마르그리트의 시선이다. 마르그리트는 국가적 배신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버지의 딸이다. 나름 돈도 많고 괜찮은 집안이었지만 배신자 딱지가 붙자 아무도 마르그리트의 집안과 연을 맺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마르그리트와 혼인을 약속한 건 바로 장이었다.
흑사병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장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 명성과 집안을 이어줄 후세를 낳는 일이었다. 장은 마르그리트 집안의 돈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마르그리트의 몸을 이용하기 위해 마르그리트를 아내로 맞이한다.
장은 수차례 관계 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마르그리트를 보며 첫 아내와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며 마르그리트를 압박한다. 장의 어머니 또한 아내의 의무를 다하라고, 여성은 겁탈을 당해도 아무 말 없이 집안에 있는 거라고 다그친다. 마르그리트의 친구 마리 또한 결혼의 무게감을 느끼며, 여성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 사회가 말하는 아내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희생한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려던 여성, 마르그리트
마르그리트는 장이 꽁꽁 묶어둔 그의 번식용 값진 암말을 보며 자신 또한 그 암말의 존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고립된 상태로 살아온 마르그리트는 장이 긴 전투를 떠나고 스스로 집안일을 처리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새하얀 얼굴이 아닌 조금은 탄 얼굴, 하인인 알리스는 얼굴이 타지 않았냐고 묻는 마르그리트에게 “얼굴에 색이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죠.”라고 답한다. 스스로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마르그리트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남성들의 욕망을 채워줄 도구 따위가 아니다.
여성의 침묵의 대가는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뿐이고, 만일 침묵하지 않는다면 죽음을 감수해야 한다.
장도 친구 마리도, 마르그리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모두가 마르그리트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욕하며 자크의 편을 든다. 하지만 마르그리트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장의 어머니는 자신도 겁탈을 당했지만 꾹 참고 견뎌 겨우 살아있다고, 재판을 진행하지 말라며 마르그리트를 말린다.
부조리한 일을 겪었음에도 여성은 침묵해야 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그저 살아갈 수 있는 찬스를 얻는 것뿐이다. 삶을 영위한다는 건 고귀한 일이지만, 여성은 그저 살아있을 뿐, 명예, 지위, 돈 같은 것들을 절대 탐할 수 없는 아이를 낳는 도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마르그리트가 침묵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마르그리트는 장과 자크의 결투 재판에 끼인 채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고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다. 그것도 자신의 손이 아닌 장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목숨을 반강제로 걸게 된다.
피 튀기는 마지막 결투
사실 점점 더 처절해져가는 결투를 보며 장과 자크 두 사람이 다 죽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두 인물이 모두 미웠으니까. 하지만 발목이 묶인 채 결투를 지켜보는 마르그리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장을 조금은 응원했던 것 같다.
처음엔 말을 타고 꼿꼿한 자세로 시작된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처절하게 변한다. 장과 자크는 말의 죽음과 동시에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이내 괴성을 내며 무기를 휘두른다. 긴 창에서 도끼, 검, 그리고 단검까지. 두 사람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싸움은 더 치열하고 본능적인 모양새로 바뀐다. 장과 자크, 두 사람은 본인의 권력을 위해 한 명이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싸운다.
신의 손, 신의 심판인 결투 재판의 결과를 결정하는 건 결국 남성이었다.
신의 손, 신의 은총이라 불리는 결투 재판이지만 사실 결투 재판은 싸움을 하는 남성이 언제 지치느냐, 언제 죽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신이 결정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남성들에 의해 내려지는 이 재판은 사회에서 남성이 가진 절대적인 힘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만든다.
남성들의 힘이 모든 걸 결정하는 그 결투에 자신의 목숨마저 걸라니. 마르그리트는 장의 손에 자신의 목숨을 그대로 쥐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며 말한다.
“이게(아이를 낳는 것) 내 삶이었어요.”
“엄마에게 정의가 필요한 것보다 더,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해요.”
마르그리트는 이러한 재판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재판은 과연 누굴 위한 재판이며 이 재판이 말하는 거짓과 진실은 제대로 된 것이었을까?
장이 결투에서 승리하고 마르그리트의 발목에 묶여있던 족쇄가 풀리지만 세상은 여전히 마르그리트가 아닌 신의 재판에서 승리한 장에게 집중하고 박수를 보낸다. 누구도 마르그리트의 무고함엔 관심이 없다. 이게 바로 그 시대의 진정한 민낯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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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보다는 빌런? 영화 <나폴레옹> 리뷰
86세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영화 <나폴레옹>이다. <글래디에이터>,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마션>을 연출한 노장의 거장이 만든 귀한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직접 스토리보드로 그려 감독이 상상한 장면을 관객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거로 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마틴 스콜세지 감독, 그리고 봉준호 감독과 통한다. 이 영화는 거대한 전투씬이 포함되어 천문학적 제작비가 들었다. 스콜세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문>과 마찬가지로 애플에게 투자지원을 받아 손익분기점 스트레스 없이 영화를 찍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나폴레옹>의 전투신을 OTT 스트리밍으로 보아서는 양이 찰 수가 없다. 큰 화면의 스펙터클한 즐거움을 주는 극장을 찾았다. 영화는 나폴레옹이 포병 장교에서 장군으로, 장군에서 황제로, 황제에서 망망대해 외딴섬의 유배자로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속 나폴레옹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영웅의 일대기가 아니다. 영화는 나폴레옹이 조세핀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찌질하고 병적인 모습을 강조하여 보여준다. 조세핀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저열한 인간으로 나폴레옹을 그려낸다.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모습 중의 하나는 전투에서 속전속결 적은 병력으로 대병력을 격퇴시키는 뛰어난 전략가이다. 영화는 이런 나폴레옹의 특출함에 대해 조명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연합군의 대병력을 괴멸시킨 아우스터리츠 전투마저 단순한 매복전술로 승리한 것처럼 표현한다.
나폴레옹 역할을 <조커>의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가 맡을 때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 역을 한 러셀 크로우가 아니라 빌런 콤모두스 황제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라니. 콤모두스는 막시무스에게 왕위를 넘기려는 부황을 살해하고 왕좌에 올라,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한 저열한 악당이 아닌가. 영화가 역사의 사실(史實)과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역사적 인물을 찌질하게 만들어 왜곡한다면 하늘에 있는 나폴레옹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은 나폴레옹이 치른 수많은 전투별로 희생된 전사자 수를 보여준다.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죄 없는 젊은이 3백만 명을 희생하게 했다는 역사적 평가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나폴레옹이 영웅이 아니라 빌런이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는 메시지다.
극장을 나오면서 아내가 말했다,
“나폴레옹을 너무 찌질이로 만들었네. 프랑스 사람이 보면 열받겠네.”
“프랑스가 낳은 영웅 나폴레옹을 영국인 감독은 단지 그는 괴팍한 빌런일 뿐이라고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었네.”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프랑스 사람에게는 나폴레옹이 적국인 영국의 언어를 쓰는 것부터 짜증 나게 할 거야. 혹시 외국 감독이 이순신 장군 영화를 만들면서 장군이 일본말로 대사를 한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황당하겠어.”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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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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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계속해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차지했습니다.
개봉 한 이후로 4주 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주말동안 (1월 7일~9일) 관객 수 30만 46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59만 8995명입니다.
지난 주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북미에서만 약 395억원, 그리고 지난 달 17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약 8012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아바타>, <블랙 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에 이어 북미 역대 흥행 순위 6에 오른 기록이라고 합니다.
현재 국내 극장가에서는 1월 5일 개봉한 <경관의 피>와 나란히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하고 있어 과연 이번 주에는 순위가 변동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
2위. <경관의 피>(▲42)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1월 5일 개봉한 <경관의 피>입니다.
주말동안 (7일~9일) 주말 관객 수 6만 0027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37만 4412명입니다.
다시 박스오피스에서 국내영화가 흥행을 하고 있는데요.
<경관의 피>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또한 주연 배우들의 무대 인사 등에서 최대한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이번 주 누적관객 수 50만 돌파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대 인사마다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주연배우들이 극장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3위. <씽2게더>(NEW)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유니버설 픽쳐스의 <씽2게더>입니다.
같은 기간(7~9일)동안 주말 관객 수 20만 3800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28만 2264명입니다.
<씽2게더>는 오디션 그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쇼 스테이지에 오르기 위한 크루들의 고군분투 도전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U2, 콜드플레이, 아델, BTS,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히트곡 40여곡이 등장할 예정이며,
스칼렛 조핸슨, 태런 에저튼, 매튜 맥커너히, 리즈 윈더스푼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목소리 역으로 참여힌 작품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2회 예측 이벤트는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먼저 1월 첫째 주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5%, 여성 35%로 계속해서 남성 관객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4%,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82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2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의 대부분은
박스오피스 1위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예측하셨고, 박스오피스 2위 -<경관의 피>, 3위 - <씽2게더>를 예측해주셨습니다.
이 순위는 실제 박스오피스 순위와 일치했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2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
56%의 참가자분들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1위, 34%가 <경관의 피>의 박스오피스 2위를 예측,
3위도 마찬가지로 34%의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씽2게더>의 박스오피스 3위를 예측했습니다.
또한 제 82회 박스오피스 순위예측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를 모두 맞혀 상금을 받아가실 분들은 모두 57명 입니다.
제 82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3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 순위에 비해 2계단 하락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주말 관객 수 7만 2459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92만 0952명을 기록했습니다.
좌석 판매율은 14.5%로 높은 편이어서 관객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인데요.
하지만 이번 주에도 할리우드 대작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박스오피스 4위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5위. <해피 뉴 이어>(▼2)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해피 뉴 이어>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0611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22만 5949명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기대 속에 개봉한 <해피 뉴 이어>가 이번 주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했는데요.
OTT플랫폼인 티빙과 동시에 공개한 점의 핸디캡과 <씽2게더>, <경관의 피> 등 굵직한 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박스오피스 하락은 어떻게 보면 예상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주 누적 관객 수 30만명 돌파 또한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박스오피스 5위 유지 또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세계 극장가에서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7~9일) $33,015,000 (한화 약 396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668,753,195 (한화 약 8,027억)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월드 와이드 수익은 15억 3625만 달러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억 4835만 달러), <쥬라기 월드>(16억 7051만 달러), <라이온 킹>(16억 6289만 달러)에 이어 역대 월드 와이드 흥행 순위 8위에 오르는 기록이라고 하니 대단하네요!
이 기록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이룬 기록으로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2년 1월 7일 ~ 2022년 1월 9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3301만 달러 (누적 6억 6875만 달러)
2. <싱2게더> 1195만 달러 (누적 1억 901만 달러)
3. <355> 480만 달러 (누적 480만 달러)
4.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327만 달러 (누적 2509만 달러)
5. <아메리칸 언더독> 241만 달러 (누적 1874만 달러)
6. <매트릭스: 리저렉션> 186만 달러 (누적 3431만 달러)
7.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41만 달러 (누적 3215만 달러)
이번 주 박스오피스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도 더욱 더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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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된 ENFJ를 위한 따뜻한 영화 추천
봄바람이 살랑하는 계절이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는데요! 일교차가 커도 너무 큰 요즘! 날씨 따라 기분도 오락가락, 마음도 싱숭생숭...
나만 이런 걸까, 내가 문제인 걸까?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문제를 뿌셔뿌셔봐야겠어! 기.승.전.MBTI 가 되는 매직! 이렇게 사람들에게 엠.며.든 MBTI 성격 유형 검사에서 제일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형을 혹시 알고 계신가요?바로, ISTJ (a.k.a 꼰대) 유형과 상극이라는 ENFJ 유형인데요! 한국인 중 가장 많다는 ISTJ와 상극이어서일까요? 기본적으로 '인간'을 좋아하는 이타적인 ENF형은 한국에서 ISTJ들과 함께 살아가며 자신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거나, 외국으로 도피했나 봅니다.
정의로운 사회운동가형 ENFJ는 사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봐도 15위로 굉장히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매우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으며 감성적이지만, 동시에 계획적이고 책임감이 강하며 적극적이기도 한 이 유형은 모두의 행복, 즉 이상을 꿈꾸며 나아가는 유형입니다.
진실된 ‘관계’를 꾸려나가고자 하는 ENFJ형들을 위해
다양한 유형과 형태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추천 영화와 함께 찾아왔습니다!잇츠 CINE PICK!
금발이 너무해 (2001)코미디, 드라마 | 미국 | 97분 | 12세
감독 : 로버트 루케틱 / 출연 : 리즈 위더스푼, 루크 윌슨, 셀마 블레어"
You must always have faith in yourself.
엘 우즈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금발의 소유자이다. 학교에서 남자는 물론 같은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인 그녀는 장학생이며, 캠퍼스 캘린더의 모델이기도 하다. 거기에 하버드 법대에 다니는 남자 친구 워너가 있어 그야말로 남부러울게 없는 짜릿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자 친구 워너가 특별한 저녁을 함께 하자고 요청한 자리에서 워너는 그녀에게 자신은 미래 지향적인 여자를 원한다며 "지나치게 금발(too blonde)"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한다.
엘은 비탄에 잠긴다. 하지만 오기가 생긴 엘, 그녀는 자신은 그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결심한다. 그리곤 워너가 다니는 하버드 법대에 들어갈 것을 결심하게 되는데.
씨네pick : 금발=백치미 라는 말도 되지 않는 속설을 통쾌하게 비꼰 <금발이 너무해>는 2001년도 작품임에도 지금 봐도 매우 트렌디한 영화죠. 금발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뻥 차이고, 그 길로 하버드 법대에 입학까지 한 그녀는 여전히 금발미녀라는 이유로 자칭 엘리트들에게 무시 당하고 성희롱까지 당하지만, 세상에 자신이 바비일 수 있어도 남들을 위한 인형이 아니라는 걸 화려하게 증명해내는 매우 클래식하지만 의미있는 영화입니다.엠마 (2020)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 124분 | 12세
감독 : 어텀 드 와일드 / 출연 : 안야 테일러 조이, 미아 고스, 빌 나이It's such a happiness when good people get together.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영리하고 예쁜 아가씨 ‘엠마 우드하우스’가 마을 사람들의 중매에 나서면서 자신 역시 감정의 혼란을 겪으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이야기
씨네pick :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의 주인공이자 제인 오스틴이 가장 사랑했던 캐릭터라고 알려진 ‘엠마’는 중매를 통해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꾸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믿고 살아온 상류층 숙녀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어려운 사람들까지 살뜰히 챙기는 그녀는 매우 선량하고도 활달한 사람인데요. <엠마> (2020)은 TV드라마, 영화 등 끊임없이 각색된 작품 중 가장 최근 작품인만큼 입체적이고 트위스트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랍니다. 그리고 최근, <퀸즈 캠빗>을 통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안야 테일러 조이’의 통통 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덤!인사이드 아웃 (2015)애니메이션, 코미디 | 미국 | 102분 | 전체
감독 : 피트 닥터 / 출연 : 에이미 풀러, 필리스 스미스, 민디 캘링It's all right, everything's gonna be all right! We'll make you happy!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그곳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 이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감정의 신호를 보내지만 우연한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자 '라일리’의 마음 속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라일리'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쁨’과 ‘슬픔’이 본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엄청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는 머릿속 세계에서 본부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과연, ‘라일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씨네pick : 작품 자체가 MBTI와 찰떡인 영화죠. 사람은 모두 다른 성격을 갖고 있으며, 복합적이라는 것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11살 아이의 ‘감정’을 주로 다루고 있는 감동과 재미를 모두 다 잡은 영화는 가장 창의적이고 훌륭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이니만큼 별다른 추천사가 필요할까 싶습니다. 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픽사의 크레딧을 빌려 “Please don’t grow up, ever.” 언제까지나 그 때의 모습이길 바라겠습니다.항상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려 노력하는 당신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만큼은 씨네픽 추천 영화 속 인물들에게 세상을 맡기고
잠시 영화로운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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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랑과 변하지 않을 끝, <체실 비치에서>
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2017 제작
영국 | 로맨스/멜로 외 | 110분
감독: 도미닉 쿡
다른 사랑과 변하지 않을 끝, <체실 비치에서>
앞이 창창한 부부가 결혼한 지 6시간 만에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모든 비난을 쏟아내고 이별한다.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행복하고 축복받는 날에 난데없이 헤어짐을 선택하는 두 사람. <체실 비치에서>는 끝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서로에게 진실하지 못한 시간 속에 숨어버린 연인의 결별과 이후에 남은 절절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이언 매큐언 소설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톤먼트>(2007)를 몇 번이고 눈과 가슴으로 담은 터라 그의 소설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영화라면 무조건 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더구나 <칠드런 액트>(2019)도 인상 깊게 봤기에, 시기를 놓쳐 보지 못했던 <체실 비치에서>(2018)를 그냥 흘러 보낼 수 없어 뒤늦게 접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도 무척이나 좋지만,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료하게 담아낸 영화가 더 좋았다. 원작을 발판 삼아 새롭게 태어난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큼 좋은 떨림은 없지 않은가
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덧붙여 <체실 비치에서>는 시얼샤 로넌과 빌리 하울의 연기만 봐도 즐거운 작품이다. 내게 시얼사 로넌은 <어톤먼트> 속 13살의 브라이오니다. 사춘기 소녀의 눈망울에서 보인 질투와 시기 만으로 관객에게 극한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그 장면이 특히 기억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브루클린>(2015), <레이디 버드>(2017), <작은 아씨들>(2019)까지, 그녀는 굵직하다 못해 영화를 뚫고 나오는 아우라를 가진 배우임에 틀림없다. 물론 <호스트>(2013)가 어설프긴 하지만, 경험의 산을 오르기 위한 발판이라 생각하기엔 충분한 작품이다.
빌리 하울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7)에서 반한 배우다. 묘한 긴장감을 가진 얼굴과 마르지도 둔하지도 않은 몸매와 결정적으로 순수함과 타락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소가 참 매력적이다. 본 영화는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즐거움으로 다가왔고, 역시 이들은 섬세하면서도 몰입도 넘치는 연기로 화답했다.이토록 배우들을 찬양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들이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엔, 본래 서사가 가진 힘을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하는 탁월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영화는 이야기의 진행보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들이 주는 호흡이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며 동시에 영화를 빛나게 한다. 스토리가 주는 감명보다 인물들의 요동치는 감정선이 더 진한 여운을 남기는 점, 그건 몇 번을 곱씹어봐도 똑같을 것이다.
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자기 자신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이혼을 위한 결혼'을 한다. 각자 품고 있던 마음의 구멍을 메울 유일한 존재를 찾았다며, 함께 살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어째 오묘하게 불편해 보인다. 영화의 시작부터 느껴지는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 서로를 향한 동상이몽이 분명 큰일을 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원하는 점이 너무나 달랐다. 여자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에게 당한 성적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남자는 사고로 머리를 다친 어머니를 아들임에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구나 성생활에 대해 그들은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모두 문외한이었다. 이는 결국 플로렌스에게 섹스에 대한 무한한 공포를 갖게 하고, 에드워드에겐 자신감 결여란 불안을 주입하고 만다. 그리하여 그들의 첫날밤은 시작도 전에 긴 과거여행에 강제로 빠지게 된다. 자의로 태풍 속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강제로 그들의 과거 속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체실 비치 근처 호텔방(현재)과 '플로렌스와 에드워드의 삶의 궤적(과거)'이 쉼 없이 교대로 교차하고, 동시에 현재에 덧입혀지면서 폭탄을 품고 있는 거나 다름없던 첫날밤은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케 하는 시작점이 된다. 영영 가까워질 수 없는 결과를 낳는 시작, 말이다.
두 사람의 헤어짐, <체실 비치에서>는 이를 담담하고도 조용히 전달한다, 중요한 점은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에드워드의 아킬레스는 어머니였다. 그는 사고로 머리를 다친 어머니의 기이한 행동을 시간이 흐른 지금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들이었다. 역사학과 수석을 차지했지만, 가족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하는 상황은 물론 개인의 기쁨이 충만할 때마다, 그는 혼자 알아서 스스로의 행복을 위로해야만 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가족은 존재했으나, 없었다. 가족 구성원에서 그는 존재감 제로였고 가족의 관심은 오직 어머니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이해했지만, 가슴 깊이 파고드는 외로움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마법처럼 플로렌스가 나타났고, 첫 만남에 자신의 수석 소식을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사랑을 시작한다. 자식인 본인도 어려운 어머니를, 어머니의 눈높이에서 진정으로 이해하는 플로렌스를 보며 조용히 혼자 숨죽여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자책과 부끄러움, 고마움 그리고 플로렌스를 향한 확신이 뒤엉킨 눈물이었다.
플로렌스는 부잣집 딸이지만, 그만큼 억압된 삶을 살고 있었다. 아버지를 향한 두려움과 새로움을 경멸하는 집안 내력을 향한 반항심이 극에 달했을 때, 그녀 앞에 에드워드가 생기 넘치는 얼굴을 한 채 등장한다. 목마른 자유를 어렵지 않게 행하고 있는 그에게서 그녀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존중하고, 믿고 사랑하는 에드워드와 자기가 만든 4중주 그룹만 있으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플로렌스였다. 다만, 본인이 말하고 믿는 사랑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나아가 그가 주는 사랑과 같은 결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볼 마음은 없었고, 이를 고려할 시간도 부족했다.
완벽한 운명의 짝이 틀림없던 그들의 시작이 단기간에 끝난다. 비극은 시작부터 존재했다. 서로에게 원했던 마음과 감정을 발견해, 이를 사랑이라 믿고 키웠지만 그것은 사실 너무나 쉽게 무너질 모래성이었다. 그만큼 연인은 서로에게는 물론 본인들에게도 실수 투성이었고, 어렸고, 진실하지 못했다. 첫 부부싸움이 각자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첫 화해도 역시 무참히 결렬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두 남녀는 자기의 자존심을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상대에게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총동원해 비난하며 계속 상처를 주고받는다.출처: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누군가 그랬다, 결혼은 외롭고 결핍에 고통스러워서 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혼자로도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 때 하는 것이라고, 서로의 마음속 구멍을 채우기 위해 다른 구멍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나의 구멍을 나 스스로 보듬을 수 있는 각자가 서로를 발견해 만나는 일이라고. 두 사람의 이별이 비극일 수밖에 없는 건, 서로를 향한 마음의 넓이만큼이나 생각의 확장 또한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들의 위태로웠던 삶을 지켜줬던 '자존심'에서 벗어나질 못했기에, 누구 하나 먼저 상대를 포용하겠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 그들은 자신들의 구멍을 감추기 급급했다. 상처를 내보이지 않으면서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사랑은 곧 기다림마저 허용치 않는 끝이었다.
헤어진 뒤로 두 사람은 긴 시간 속에 묶인 채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 서로에게 했던 행동들을 자책하기도 하고, 눈물을 훔쳐가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에드워드가 우연히 플로렌스의 딸과 만나고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과거를 후회하는 추억거리에 불과할 뿐 다시 사랑에 빠져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드라마틱한 미래는 그려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수백 번 복기해도 이미 결말이 나온 이야기의 끝을 바꿀 수 없는, 이변 없는 결말이랄까. 대신 <체실 비치에서>는 다른 시작을 보여준다. 마침내, 끝에서 한참 멀어지고 나서야, 상처와 분노도 잠재우는 시간이란 자연의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후회와 용서를 행하는 잔잔한 고요를 말이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체실 비치에서 다른 선택을 했었어도 결말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끝은, 그 고요는 분명한 울림을 전달한다. 태풍 같은 순간 속에서 했던 선택들과 그로 인한 후회와 자책, 이미 끝난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확신을 뻥 뚫린 구멍에 천천히 밀어 넣으며 스스로 깨닫고 인정하는 과정은 분명 깊은 인상을 남기니까. 따라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 두 인물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는, 특별한 감정이 담긴다. 서로에게 비로소 마지막이 될 슬픔과 나에게 다시 시작될 미소 한 줌. <체실 비치에서>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이변 없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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