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09 15:32:03
3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둘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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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 14만 명이 찾은 ‘스즈메의 문단속’

혜성 충돌을 소재로 하면서 동일본 대지진을 간접적으로 다뤘던 <너의 이름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다룬 <날씨의 아이>에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불리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지난 8일 개봉과 동시에 관객 수 14만 3천여 명을 끌어모았습니다. 이는 2017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의 오프닝 스코어인 13만 8028명을 뛰어넘은 기록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입니다. 이번 영화는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시코쿠, 고베, 도쿄 등 실제로 재난이 덮쳤던 일본 내 여러 지역들을 조명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의 리히터 규모 9.0을 기록한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데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8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전작 <너의 이름은>의 대히트 이후 영화 제작에 있어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며,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본 전체의 트라우마인 재해를 영화로 그려 재난을 잊었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억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문'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며 '문'이 사람들의 일상을 상징하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문을 여닫으며 집을 나서고 들어오는데, 재해라는 것은 그러한 일상을 단절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작품 역시 감독의 전작들에서 함께한 래드윔프스(RADWIMPS)가 OST에 참여했고,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서 활약한 작곡가 진노우치 카즈마 또한 함께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조각가 권진규의 생애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된다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조각가 권진규의 다큐멘터리 영화 <권진규 이야기>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권진규는 1922년 함흥에서 태어나 1973년 51세의 이른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작가인데요, 일본 유학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시미즈 다카시에게 정통 근대 조각을 배우고 스승을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받았으나 당시 현대추상조각이 대세였던 한국에서는 불상의 조형미를 탐구하고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가 드물어 경제적인 고난 속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명필름과 권진규기념사업회가 제작을 맡았으며, 민환기 감독이 연출해 2024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권진규의 작품을 140여 점 소장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영화 제작을 위해 관내 촬영에 협력하고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을 약속했으며,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심도 깊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초청받은 이정재 연출작 ‘헌트’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BIFF)의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BIFF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장르영화제로 손꼽히는데요, 앞서 <헌트>는 제55회 시체스 영화제의 경쟁 부문 '오르비타' 섹션에 초청되어 현지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헌트>는 이외에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을 비롯해 토론토 국제영화제, 판타스틱페스트, 판타지필름페스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은 바 있으며,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오는 4월 11일 개최될 예정입니다.
방송사·배급사·OTT 협의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형사고소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운영을 막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자들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MBC, KBS, CJ ENM, JTBC 등 방송사는 물론 영화제작사 및 배급사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와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SLL, 웨이브, 티빙 등이 모여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세계 최대 불법복제 대응조직인 ACE까지 합세해 영상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인 '누누티비'에 대해 형사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습니다. '누누티비'는 국내 수사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OTT 콘텐츠와 드라마, 영화 등을 불법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의 광고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사이트인데요, 여러 차례의 접속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소를 우회하며 활발히 운영 중에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총 동영상 조회수가 약 15억 3800회에 달하는 등 국내 OTT들보다도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했으며, 수익 창출을 위해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받고 있습니다.
영화로 재탄생하는 추억의 만화 ‘닌자거북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여러 편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어졌던 만화 '닌자 거북이'의 최신 애니메이션 영화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이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닌자 거북이 시리즈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공개된 예고편과 컨셉아트를 통해 마블 애니메이션으로 크게 히트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같이 실제 코믹북과 비슷한 질감의 컬러풀하고 독특한 연출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배우 겸 코미디언이자 각본가, 영화감독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 중인 세스 로건이 제작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을 연출했던 제프 로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폴 러드, 성룡, 마야 루돌프 등의 스타들이 출연을 예고해 기대를 모은 바 있습니다. 원작 만화의 오랜 팬이기도 했다는 세스 로건은 원제에도 있는 'teenage'에 초점을 맞춰 주인공 캐릭터인 레오나르도, 도나텔로, 라파엘, 미켈란젤로 배역에 모두 10대 연기자들을 섭외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십 대 이미지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올해 8월 4일 북미 전역에서 동시 상영 예정이며, 국내 개봉 일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HBO 드라마 ‘The Idol’ 폭로전으로 뭇매 맞은 ‘더 위켄드’

블랙핑크 제니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으며 HBO 인기 드라마 <유포리아>로 이름을 알린 샘 레빈슨 감독의 HBO 신작 드라마 <The Idol>에 대한 폭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The Idol>의 제작에 참여한 13인과의 인터뷰가 롤링 스톤지 단독 보도를 통해 공개되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처음 감독을 맡았던 에이미 세이메츠가 하차하고 샘 레빈슨이 합류하며 드라마의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원래 이 드라마가 '포식적인 연예 업계의 희생양이 되어 자신의 소속사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여성 스타'의 이야기로 할리우드에서 일어나는 여성 착취를 고발하는 차원의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샘 레빈슨과 더 위켄드가 드라마를 공동 제작, 집필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위켄드는 드라마가 너무 여성의 관점에 치우쳐져 있다고 느꼈고, 릴리 로즈 뎁이 맡은 주인공 캐릭터의 비중이 너무 크다며 자신이 맡은 역할의 비중을 대폭 확대시켰다고 합니다. 한 제작진은 결과적으로 새 각본이 '강간 판타지'와 다름없었고 '그녀가 겪은 폭력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음악을 위해 남자에게 돌아가는 여성'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폭로전을 통해 HBO와 샘 레빈슨, 더 위켄드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는데요, 이에 위켄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롤링 스톤지를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업로드하며 비아냥대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HBO 측은 해당 폭로에 대해 '드라마 제작진들은 안전하고 협조적이며, 상호 존중적인 제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밝혔으며, 릴리 로즈 뎁은 감독이 샘 레빈슨이 그녀가 함께 일했던 최고의 감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건은 인터넷상에서 여러 분쟁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애프터 양’ 코고나다 감독, 스타워즈 드라마 ‘애콜라이트’ 합류

배우 이정재가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은 스타위즈 시리즈의 실사 드라마 <애콜라이트>에 영화 <애프터 양>을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드라마는 스타워즈 세계관 속 '고 공화국 시대'의 말기를 배경으로 했으며 은하계의 어두운 비밀과 다크사이드의 대두를 그려내는 미스터리 서바이벌 호러 장르로 디즈니 플러스에서 단독 공개 예정에 있습니다. 앞서 이정재를 비롯해 매니 자신토, 조디 터너 스미스, 다프네 킨, 캐리 앤 모스 등의 배우 라인업으로 많은 팬들을 기쁘게 했었는데요, 레슬리 헤드랜드를 주요 감독으로 한 데 이어 <데어데블>,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위쳐> 등의 알렉스 가르시아 로페즈 감독과 영화 <애프터 양>, 드라마 <파친코>로 전 세계의 극찬을 받았던 코고나다 감독의 합류까지 전해져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현재 드라마는 촬영을 시작한 지 5개월 차에 접어들어 올해 5월까지 영국 전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2024년 상반기 중으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OCN, 티빙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로!

케이블 채널 OCN이 오는 13일 오전 9시부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국내 독점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CJ ENM이 TV조선에게 빼앗겼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중계권을 4년 만에 되찾은 결과인데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스앤젤리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개최되며 미국의 코미디언 지미 키멜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OCN은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방송인 김태훈, 안현모에게 해설과 진행을 맡겨 풍성한 영화 정보와 현장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며, 모바일 시청자의 경우 티빙 내 OCN 채널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CJ ENM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일찌감치 많은 화제를 불어 모으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이자 34번째 장편영화 <파벨만스>의 수입, 배급을 맡아 오는 3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럼 남은 한 주도 힘차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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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에 관한 영화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경제적인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서 평균적으로 비치는 세상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서는 좀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그 사회의 부조리들과 차별은 존재한다. 많은 부분이 세상에 드러났다고 하지만, 사실 무수한 차별은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여전히 뿌리 박혀 있다. 각 나라의 이민자들을 향한 시선들과 다른 인종에 대한 시각에는 그런 차별의 시선이 여전히 담겨있다. 다양한 민족이 함께 생활해 나가야 하는 현대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잘 어울리며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일부에 마음 깊이 박힌 마음은 은연중에 밖으로 돌출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특히나 인종문제를 많이 가지고 있다. 과거 노예제에서 고통받던 흑인들을 향한 현재의 시선이나, 동양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백인들과는 다른 존재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백인 경찰과 흑인 피해자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한다. 이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 빈도는 적겠지만 한국에도 이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중국, 일본 사람뿐 아니라 동남아 국적의 사람들도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들을 대하는 태도나 시선에는 그들을 낮게 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런 보이지 않는 갈등은 바로 해결하기 힘들고, 앞으로도 계속 어딘가에는 존재하며 갈등을 만들어 갈 것이다.
흑인들의 보이지 않는 피해와 차별을 이야기하는 영화 <캔디맨>
영화 <캔디맨>은 그런 소수인종들의 보이지 않는 피해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안소니(아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새 미술작품을 구상 중인 아티스트다. 큐레이터인 여자 친구 브리아나(타요나 패리스)와 함께 생활하며 자신의 작품으로 미술계에서 좀 더 인정받길 원하는 안소니는 도시에서 떠돌고 있는 캔디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려고 한다. 거울을 보고 캔디맨을 5번 부르면 실제로 캔디맨이 나타나 부른 사람을 죽인다는 이야기는 캔디맨이라는 이름을 누군가 거론할 때마다 불편하거나 조금은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게 만든다.
안소니는 아직 미술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다. 큐레이터로서 인정받고 있는 브리아나의 도움으로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인정받으려고 한다.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흑인들이다. 그 등장인물들 사이에서도 안소니는 조금 더 아웃사이더처럼 보인다. 여자 친구 오빠와 만나고 대화하는 장면에서 그는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그 오빠가 이야기해주는 괴상한 이야기는 안소니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쩌면 캔디맨이 소외당하고 고통받던 과거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느끼게 되면서 더욱더 캔디맨의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더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안소니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작품으로 평가받을 뿐이다. 캔디맨 전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관심을 받지만 그것 자체가 안소니를 양지로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영화 속 안소니의 뒤를 따라가게 되는 관객은 그가 캔디맨의 전설에 그토록 몰입하고 빠져드는 이유를 완전히 이해 가긴 어렵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본 관객이라면 그가 왜 그렇게 그것에 빠져들 수 없었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이야기하자면 안소니는 현재의 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캔디맨과 비슷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그렸던 많은 그림들은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고, 그와 가까운 여자 친구조차 그가 그린 그림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영화 중반 그의 작품을 취재던 백인 기자는 그의 작품을 통해 흑인 예술가들이 땅값을 올리는데 이용되는 바보 같은 존재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그의 작품을 이용하려 한다. 그런 백인 기자의 말에 안소니는 큰 실망감과 분노를 느낀다.
캔디맨의 전설에서 캔디맨은 한쪽 손이 없어 갈고리로 만든 존재다. 그가 아이에게 캔디를 준 후, 그다음에 그를 잡기 위해 그의 앞에 나타난 백인 경찰들은 인정사정없이 그를 폭력으로 제압한다. 거기엔 어떤 망설임도 없으며 상대방의 말이나 변명을 들어볼 생각조차 없다. 영화는 후반부 이 캔디맨의 전설을 아주 오랜 전으로 돌려 흑인으로서 피해를 받았던 최초의 피해자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게 희생된 최초의 캔디맨은 현대로 오면서 여러 캔디맨을 만들었고, 여러 사람에게 전설을 전달하며 공포심을 통해 여전히 건재하는 것을 보여준다.
캔디맨이 보여주는 흑인들의 피해
이런 캔디맨은 바로 온갖 차별 속에 희생당한 보이지 않는 흑인들을 의미한다. 무차별적으로 차별을 받고 폭행당해 목숨을 잃은 흑인들은 세상에 제대로 항의도 해보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했다. 세대를 이어가며 내려온 그 차별과 폭력은 현대로 오며 그 방법을 달리했을 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영화 말미 캔디맨은 그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라는 말을 브리아나에게 전한다. 그 이야기는 어떤 권리 없이 희생당한 흑인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언론이나 대중매체가 제대로 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게 다루는 희생자들의 이야기는 캔디맨 같은 도시 괴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그 문제가 알려질 때, 다시 그 문제가 반복되지 않고 조금이나마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안소니가 하는 역할은 현재에 소외당하는 조금은 이상한 존재를 대표하는 것이다. 조금은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힌 그는 조금씩 캔디맨의 이야기에 동화되며 캔디맨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리고 세상에 널리 알리라는 캔디맨의 말처럼 그가 겪은 일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나간다. 관객이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선택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결말부에 밝혀지는 그의 과거를 통해 그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준다. 캔디맨의 모습은 하나가 아니다. 누구나 캔디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캔디맨을 실제로 목격했을 때, 그것을 본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그 사건이 얼마나 주변에 알려질지 결정된다. 이 영화는 그런 상황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관객들을 향해 널리 이야기하라고 강조한다.
영화 <캔디맨>은 1992년에 만들어진 1편의 뒤를 잇는 영화다. 1편 이후 만들어진 2편과 3편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1편에 이어 현대에 캔디맨의 서사를 이어간다. 캔디맨은 모두 배우 토니 토드가 맡아 연기했으며, 이번 리메이크작에서도 그가 캔디맨 역할로 등장한다. 1편과 이어지는 두 편의 시리즈는 정통 호러 영화 장르 속에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1편은 공포 영화로서도 훌륭하고 메시지를 주는 내용으로 볼 수 도 있어 꽤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었다.
이번에 만들어진 <캔디맨>은 호러 영화 장르의 색을 끼고 있지만 사실은 메시지가 강력하게 들어가 있는 영화다. 미국 내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사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은연중에 그것을 드러내기보다 아주 직접적으로 캔디맨의 전설과 그 차별을 연결함으로써 관객에게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렇게 메시지가 강력하게 표현되면서 호러 영화로서의 수위나 효과는 상대적으로 덜 돋보인다. 그래서 호러 영화라는 느낌이 덜하고 공포스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캔디맨의 배우 토니 토드가 분장하고 잠깐잠깐 등장했을 때 무서운 느낌이 조금 들긴 하지만 영화 전반적으로는 다소 지루하고 딱딱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회비판 영화로서는 흥미롭게 볼 수 있지만 정통 호러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조금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니아 다코스타는 흑인 여성 감독으로 2018년에 <두 여자>라는 영화로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또한 2022년에 개봉 예정인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영화 연출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 영화의 제작도 맡고 있는 조던 필 감독과 같이 각본 작업을 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래서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조던 필 감독 특유의 기괴한 감성이 담겨 있기도 하다. 비록 공포스러운 느낌은 덜하지만 과거 조던 필 감독의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각기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영화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평가가 어떠하든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은 명확히 전달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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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최악의 시절이 있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시대에 청년들의 자아 찾기는 조금 늦은 시기에 찾아오기도 한다. 성취감 때문에 의대에 간 율리에(레나테 라인스베)는 자신이 육체보다는 생각이나 감정에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심리학을 배우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시각에 예민하다는 것을 깨닫고 카메라를 구입한 뒤 서점 아르바이트와 사진 공부를 병행한다. 율리에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율리에의 마음은 또 강렬한 이끌림으로 만화가 ‘밥 캣’의 작가인 악셀(안데르스 다니엘슨 리)에게 향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동거를 시작한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최악의 시절이 있다. 방황하며 자기를 찾아나가는 현대의 어른 아이 율리에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쾌락과 자극을 좇으며 산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40대인 악셀에게 끌렸던 것도 그가 주는 안정감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안정적인 집, 편안한 성격, 해박한 지식 등은 혼란스러운 20대 후반의 율리에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세상에 다시 없을 연애의 그 한복판에서도 율리에는 외로웠다. 악셀의 신간 축하 파티에서도 홀로 먼 곳을 바라보는 율리에는 넓은 화면의 정중앙에서 꼿꼿이 서 있다. 외로워 보이는 동시에 내면에는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도 싫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자기애로 가득 찬 즉흥적인 삶은 여기저기로 튀며 최악의 모습 만을 내비치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는 최악의 인간, 불안정한 인간일지라도 그 시절은 현재의 일부다. 감독은 율리에의 최악의 시절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악셀이 따라주는 커피를 기다리며 파티에서 만났던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 순간, 모든 시간은 멈춘다. 율리에의 마음은 멈춰버린 사람들과 공간을 내달려 에이빈드를 향해 뛰어간다. 이들은 날이 다시 밝을 때까지 키스를 하고 돌아서기를 아쉬워하다 집으로 돌아온다. 마음은 이미 에이빈드를 향해 달려갔고, 악셀은 여전히 율리에에게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찰나에 불과한 감정을 감독은 오랜 시간을 할애해 아름답게 공들여 담아낸다. 이것이 배신이고 바람이면 어떤가 이 마음은 이렇게 사랑스럽고 순수한데. 최악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의 감정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형편없는 선택들과 진실한 마음 덕분에 율리에는 성장할 수 있었다. “모든 것엔 끝이 있”듯이 그 시절이 끝나면 우리는 조금 성장한다. 최악의 인간이었던 시절도 가치 있었다. 트리에 감독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네가 얼마나 멋진지 깨닫게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죽음을 앞둔 악셀의 입을 빌려 율리에에게, 관객에게 전한다.
어디에서도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고 불안했던 율리에는 악셀과 에이빈드와 헤어지고 혼자가 된 뒤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악셀의 죽음은 율리에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마법의 버섯”을 먹고 보게 되는 환각 속에서 율리에는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남자들의 모습을 본다. 악셀은 율리에의 무의식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율리에 안의 여성 혐오적 모순과 성적 욕망 그리고 아기에 대한 부담감 혹은 저항감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언제나 “내 잘못”이라며 본인 탓을 하는 율리에는 자신이 때때로 지나치고 “괴짜”임을 알고 있다. 내면의 자기모순과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관계의 삐걱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과거에 모았던 책들과 만화책들, 음반들이 한 사람을 만들었다면 연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율리에의 세계에는 악셀과 에이빈드가 그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으며 한 사람의 세계는 그렇게 넓어진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그렇게 한 사람이 오롯이 “일인칭 단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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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선택이 만든 현재, 이단 헌트의 마지막 선택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첫 번째 이야기인 <미션 임파서블>에서 모든 팀원이 죽는 경험을 한다. 완벽했던 팀이 한순간에 사라졌고, 그는 그 죽음의 책임자처럼 몰렸다. 누명을 벗기 위해,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다시 팀을 꾸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미션은 3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단은 줄곧 달리고, 매달리고, 뛰어내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지며 세상을 지키는 선택을 반복해왔다.
이단은 팀원이 희생되는 것에 무척 예민하다. 아마도 첫 이야기의 시작에서 모든 팀원이 죽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전 시리즈에 이어진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는 시리즈 내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뛰지만, 그 여러 미션 속에서 팀원이나 자신의 주변 사람이 다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그게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당시에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그 수많은 선택들이 이번 시리즈에서 총합이 되어 결과로 나타난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의 빌런인 AI 엔티티는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을 보게 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들을 보지는 못한다. 그 인간만의 선택은 이단 헌트가 주도하게 되고, 그래서 관객들은 그의 선택을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다.
[첫번째 감정] 이단의 선의
시리즈 전체를 보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이단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이단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직업으로서 IMF라는 조직에서 첩보원 활동을 하지만, 그가 하는 대부분의 임무는 세상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예측을 벗어나는 상황이나 적이 나타나면 그것도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미션 임파서블> 이라는 영화 시리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장면은 아마도 이단 헌트가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일 것이다.
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동료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린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는 스스로 선택하여 극단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차가운 배링해 깊은 바다속으로 들어가고, 비행기에 맨몸으로 매달린다. 그의 선의가 특히나 이번 영화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왜냐하면 이번 영화에선 그의 팀을 제외하면 그의 선의를 믿어주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AI가 만들어낸 극단적인 상황속에서 다른 인물들은 최대한 공격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구하려 애쓴다. 하지만 이단은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선택을 생각해낸다.
그건 이단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이단 스스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선택에 대해서 이단은 망설이지 않는다. 희생되는 사람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시리즈에서 가장 이단의 선의가 돋보인다. 지난 30년동안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이단도 나이가 들어왔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이단의 얼굴을 보면 세월이 느껴진다. 이제 조금은 힘들어보이는 그 외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던의 에너지는 변함없이 선의를 위해 불타오른다.
[두번째 감정] 이단의 믿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이단이 혼자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벤지와 루터를 비롯해, 그의 곁에는 늘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단은 그들을 깊이 믿는다. 그 신뢰는 언제나 양방향이다. 벤지는 이단의 달리는 길을 위해 가장 정확한 타이밍으로 문을 열고, 루터는 목숨을 걸고 해킹을 감행한다. 그들은 수많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살아남았다.
이 믿음은 단순하게 동료애라고 할 수 없다.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 함께할수록 더 강해지는 연대다. 이단은 그 믿음을 전제로 어떤 결정도 감행한다. 팀을 믿기에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 있고, 위험한 공간으로 스스로를 내던질 수 있다. 이 믿음이 없다면, 이 미션은 단 한 번도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강력한 믿음은 때로 이단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 믿음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도 상처받고, 더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그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믿음과 선의, 이단의 두 가지 무기는 AI조차 예측할 수 없었던 선택을 이끌어낸다. 이단은 이번에도 그 믿음으로 세상을 구하고, 자신의 세계를 지킨다.
[세번째 감정] 이단의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는 이 시리즈에서 종종 감춰져 왔다. 하지만 이단은 늘 사랑을 품고 있었다. 그는 약혼자가 있었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끊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밀어낸다. 그게 이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 이단이 약혼자와 재회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찡하다. 그 순간에도 이단은 말을 아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말한다. 여전히 상대방의 안전을 바란다고.
그 이후, 이단이 보여주는 모든 행동은 일종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동료에게, 팀원에게, 그리고 자신이 책임졌던 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은 영화 속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누구보다도 그들을 아끼고, 지키고자 한다. 그래서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도 그는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팀원을 먼저 생각한다.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동료를 지키는 것이 먼저인 사람. 그게 이단 헌트다.
사랑은 결국 그가 가진 모든 감정의 원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말하지 않지만, 늘 사랑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그는 그 사랑으로 선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바로 그 사랑이다. 이단은 이번에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방식으로 미션을 완수한다.
마지막 선택은 모든 선택의 총합이다
<파이널 레코닝>은 제목 그대로, 지금까지의 모든 미션에 대한 결산이다. 처음부터 함께해온 사람들, 첫 시리즈의 떡밥들,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약속들까지. 모든 것이 이 이야기 안에 있다. 이단은 과거의 선택들로 인해 지금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또 새로운 선택을 한다. 그건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모든 과정이 낳은 새로운 시작이다.
지금의 우리 모두의 현재는 과거의 선택이 만든 결과다. 그 선택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단의 미션은 언제나 불가능했지만, 그는 그 불가능한 임무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선택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이단 헌트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결국 이단 헌트에 대한 헌정이다. 그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 여정을 이렇게 정성껏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톰 크루즈의 얼굴로 끝나는 영화
액션의 스케일은 시리즈 사상 최고다. 비행기에 매달리고, 절벽을 오르고, 잠수함으로 들어가는 장면들 모두가 놀랍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짜 대단한 이유는, 톰 크루즈의 얼굴 때문이다. 그 얼굴엔 모든 선택이 담겨 있다. 고통도, 후회도, 믿음도, 사랑도. 그 모든 것이 담긴 얼굴이 이단 헌트라는 인물의 마지막 선택을 대변한다.
사이먼 페그, 빙 라메스, 헤일리 앳웰 등 배우들의 연기도 빛났다. 팀원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영화는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강력한 빌런 대신, AI라는 무형의 존재를 빌런으로 삼은 점도 흥미롭다.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지, 선택이란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아이맥스로 촬영된 영화이기에, 아이맥스 혹은 4DX로 감상하면 이단의 마지막 선택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끝까지 함께해줄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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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기울어진 세상을 헤엄쳐
SYNOPSIS.
위험에 빠진 아이, 이상하고 귀여운 수호 동물과 마주치다
PROGRAM NOTE.
절친 타이스와 함께 수영 대회를 준비 중인 열한 살 소녀 아마. 아마는 스스로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세네갈 출신인 아마의 부모님은 망명 신청을 거절당해 더이상 합법적으로 네덜란드에 거주할 수가 없다. 어느 날 남동생과 엄마가 불시에 잡혀가고, 도망친 아마는 아빠를 찾아 헤매던 중 거대한 호저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의 수호신>은 네덜란드에 있는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착안한 판타지 영화다. <나의 수호신>은 자신의 집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쫓겨나는 상황에 직면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집의 의미’를 묻는다. 이민자 이슈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이지만, <나의 수호신>은 인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우정과 연민의 힘으로 해피엔딩을 맞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를 소망하는 작품이다. (최은영)
우리가 사는 도시를 집어들고 가방 털 듯 탈탈 털면, 거기서 후두둑 떨어지는 동물들은 개, 고양이, 햄스터… 같은 것만이 아닐 거라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읽었더라. 생각지 못한 동물들이 후두둑 떨어질 거라는, 정글에서나 볼 거라고 생각했던 동물들이 실은 우리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그 말을.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나와 비슷한, 아주 닮지는 않았어도 대충 엇비슷한, 그리고 나와 다르지만 대충 예상했던 사람의 범위, 그 바깥의 누군가를 분명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도시 한복판에서 마주칠 거라 생각하지 않듯이.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익숙한지 아닌지 고작 그 문제다. 누군가의 상상력 하나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진 것처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려 본다면, 우리 모두 똑같이 그릴 수 있을 것처럼.
우리의 주인공 아마는 그렇게 도시를 탈탈 뒤집으면 조금 당혹스러울 법적 지위를 가진 채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살고 있다. 성격도 밝고, 공부도 잘하고, 네덜란드 최고의 수영 선수를 보며 꿈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는 될성부른 수영 유망주 어린이이기도 한데, 대회 하나를 나가려고 해도 ‘써도 될 것’과 ‘써서는 안될 것’을 신중하게 골라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아마가 사는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을 같다. 아이들을 씻기고 자신도 씻기를 즐겨 하는 이웃이 샤워기를 틀면 계단참으로 물이 주르륵 흐르는, 그만큼 연결되어 있는. 그러나 아마의 가족은 이런 상황에 불평을 일삼기보다 자연스러운 생활의 풍경으로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다. 아빠와 장난칠 때나 썼던 소금 통 하나를 사러, 그 심부름 하나로 아마의 생활이 영영 달라질 때까지는.
집에 있던 아마의 어머니와 동생은 “불법 이민자”여서 잡혀 가고, 아마는 놀이터에 숨어서 일을 나가신 아빠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아마의 세상이 전체적으로 기울어 있음을 관객은 이내 깨닫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앵글이 항상 기울어 있다. 학교도, 경찰서도, 집 바깥도, 전부 다 기울어 있다. 아마가 아빠를 찾아 들어간 “드 로테르담” 건물, 아빠의 일터 또한.
이 기울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이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편견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는 스스로가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자랐기 때문에, 자신이 불법 이민자이고 그 편견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사무직과 청소 일에 대한 편견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일한 업체의 이름은 Sunshine services이지만, 역설적으로 선샤인이라고는 전혀 빛나지 않는 밤에만 일하고, 밤으로 취급받는다. 세계가 기울어 있는 것이 사실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서글픈 현실에 갑자기 거대한 호저가 나타난다. 영화 자막에서는 고슴도치로 번역되었지만, 호저는 고슴도치와 다르다. 꿀벌과 말벌 정도의 차이랄까. 고슴도치가 가시를 있는 힘껏 세워도 멀리서 (그러니까 그 가시가 나를 공격하기 않을 거리에서) 보면 귀엽겠지만, 호저가 가시를 세우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그로테스크하다.
나는 호저라는 생물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호저를 처음 봤는데, 심지어 인도의 동물원에서 야행성 동물들을 모아 놓겠다고 조명을 있는 대로 침침하게 해 둔 어둠 속에서 그 가시가 파르르 서는 모습으로 처음 보았다. 뭔데 저거. 뭐야. 왜 무서워. 무서움을 익히 아는 다른 동물보다, 전혀 모르는 생물의 가시가 더 무서웠다. 알고 보니 호저는 정말 만만치 않은 생물이었다. 호저의 가시에 공격을 받으면 맹수도 배겨낼 재간이 없다.
그러나 이 영화, <나의 수호신> 원제인 ‘토템’답게, 이 영화 속 거대한 호저는 귀엽기만 하다. 도시 속의 사람은 내지 못한 위로의 울음소리를 호저가 낸다. 제목이 <나의 수호신>인데 자막에는 ‘토템’으로 나와, 수많은 어린이 관객들이 엄마에게 “토템이 뭐야?”를 물어야 했음은 아쉬운 포인트지만… (참고로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토템은 “부족 또는 씨족과 특별한 혈연관계가 있다고 믿어 신성하게 여기는 특정한 동식물 또는 자연물. 각 부족 및 씨족 사회 집단의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
커피 머신도 사랑이 필요하다며 쓰다듬는 사람이 있는 도시에서, 아마는 그저 호저와 함께 걷는다.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면 같이 걸을 상대도 없는, 대도시 속 외로운 아이의 삶. 집이었던 곳은 경찰과 개의 손에 마치 범죄자의 소굴처럼 취급되며 서슴 없는 수색의 대상이 되지만, 호저는 깡통 차기 놀이 상대가 되어 준다. 마치 전통 속 여우 사냥의 한 장면처럼, 아마가, 사람이, 개에게 쫓기는 장면이 현실에서는 연출되지만 호저는 파르르 가시를 세워 아마를 지켜준다.
극중에서 호저를 볼 수 있는 인물은, 아마와 마음의 결을 같이 하는 이들뿐이다. 애초에 아마의 옆에 서 있었던 이들을 제외하면, ‘그리오grio’ 그러니까 가수이자 시인인, 노래로 이야기를 전해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일을 사명으로 품은 이들밖에 없다. 이는 영화를 포함한 예술의 기능 중 주요한 한 지점을 짚는다. 기울어진 세상에서도 노래는 계속되어야 함을.
‘온 세계가 당신의 조국’이라는 네온사인이 무의미하게 빛나는 거대한 도시에서, 정작 도시 안에서 평생을 자란 사람을 밀어내는 도시에서, 아마는 호저의 등에 올라 기울어진 세상을 걷는다. 이 차가운 현실에, 이야기 하나를 놓는다. 그 순간 세상은 변한다.
기울어진 세상에서도 ‘상자 바깥에서, 틀을 깨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그들이 그리오grio의 후예, 그러니까 이야기가 잊히지 않도록 하는 이들인지 모르겠다. 아마가 외로운 여정을 걷는 내내 곳곳에서 아마를 먹이는 손길이 있었듯이, 이 외로운 도시를 가방 뒤집듯 탈탈 털면, 생각지도 못한 동물들이나 사람들과 함께, 환대의 손길 또한 함께 후두둑 떨어질 것이다.
아마는 앞으로도 기울어진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아마의 정체성은 ‘네덜란드인’에서 ‘경계인’으로 달라졌을 것이다. 사실은 우리 모두 경계인임을 우리는 언제 깨달을 수 있을까. 여기 계속 사는 거냐는 질문, 아마와 타이스 두 아이의 물음에 부모님의 대답은 동일했다. “그래, 당분간은.” 이사를 가든 추방을 가든, 결말이 어떻든 우리 여기서 당분간은 살아갈 존재들임은 동일하다. 도시를 뒤집어 탈탈 털면 후두둑 떨어질 존재들이라는 사실만큼은 동일하다.
그게 다르게 취급되는, 기울어진 세상을 우리 살아가지만, 이 기울어진 세상에서 노래와 환대의 손길은 계속되니, 새처럼 날아드는 그 손길과 멜로디를 따라 계속 헤엄쳐갈 일이다. 씩씩하게!
9월 15일 20:00-21:37 롯데시네마 은평 5관
9월 17일 16:00-17:37 롯데시네마 은평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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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들려주지 않은 유일한 이야기
<빅피쉬>는 한 부자에게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머리맡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윌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이야기꾼이라 생각하지만, 어느날 아버지 이야기의 대부분이 거짓인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하게 된다. 윌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해준 말 중에 진실이 있기는 하냐"고 크게 다툰 후 3년이 넘도록 아버지와 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3년 만에 만나게 된 아버지는 연로하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져있지만 여전히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허풍이라고 생각하며 지겨워하고, 이제는 사실을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윌에게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아버지를 좋아하는 며느리 조세핀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아버지는 조세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마을 최고의 유명인사로 자라난 아버지의 일생은 모험담과 같다. 아버지는 거인병에 걸려 3년간 방에만 누워있던 이야기, 마을을 찾아온 진짜 거인과 친구가 된 이야기, 여행을 떠나던 중 만나게 된 유령마을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아들 윌이 태어나던 해 결혼반지로 큰 물고기를 낚은 이야기...
우연히 반한 어머니를 찾기 위해 3년 간 무급으로 서커스단에서 일을 하고, 이미 약혼자가 있던 어머니의 마음을 찾기 위해 황수선화로 어번 대학을 물들은 이야기 또한 아버지의 긴 이야기 중 하나이다. 군에 징집되자 빠르게 돌아오기 위해서 극비 임무에 참여하고, 이 때문에 사망자로 기록된 것 또한 아버지의 긴 이야기 중에 하나다.
윌은 여전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허풍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버지에게 점차 마음이 풀어지는 자신을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던 윌은 유령마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미국 전역을 누비던 것 또한 진실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주치의를 통해 "네가 태어나던 날 네 아버지는 물고기를 잡지 않았다. 일을 하느라 출산을 지켜보지 못했다. 그걸 오랫동안 미안해했다. 그게 진실이야. 나라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를 이해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윌은 임종을 앞둔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가 이야기 해왔던 아버지의 삶, 환상과도 같은 일생이 녹아든 이야기와 동화 같은 결말. 스토리텔러가 아버지에서 윌로 전환되며, 윌이 아버지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대목이다.
초라한 현실과 두려움, 공허함을 동화 같은 이야기로 감추고, 아들에겐 영원한 빅피쉬이고 싶던 아버지는 그렇게 눈을 감는다.
우리는 부모에게 어떠한 얼굴을 기대한다. 무조건적인 포용, 지혜, 그런 것들... 하지만 누구나 부모로 태어나진 않는다. 영화를 본 뒤 오랫동안 나와 비슷한 나이였을, 오래 전 내 부모의 얼굴을 생각했다. 내 부모는 그때 무엇을 좋아했을까.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키우는 동안,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던 오랜 이야기 속엔 무엇이 있을까. 마음 속에도 빅피쉬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이 영화는 단순히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하나의 인간임을, 그 사이에 놓은 마음이 결국 이어진다는 것을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말해준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 속에 푹 빠지고 싶다면, 지금 영화관에서 <빅피쉬>를 만나보길 권한다.
2025년 6월 11일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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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것을 보면 정화되는 것처럼
어림잡아보니 10년이 넘었더라. 내가 영화관에서 로맨스를 본 지가.
매번 극장에서 볼 영화는 블록버스터이거나 영화관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독립영화들이었다. 그렇다고 상업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로맨스는 특히 영화관까지 가서 보지는 않았었다. 내가 여태껏 리뷰해온 로맨스 서사들은 ott로 접했던 영화나 드라마였다. 그런 내가 정말 뜬금없이 현재 상영중인 로맨스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았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정말 응원하는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고, 아주 오래전에 본 대만 영화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내용에 크게 실망할 만한 지점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 한국의 여름과 대만의 여름이 다르듯이
내 기억 속 대만판 '청설'은 대만의 습한 여름을 잘 표현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한국판 '청설'은 대만보다는 한결 싱그러운 한국의 여름을 잘 표현해내었다. 물론 한국의 여름도 습하고 무덥지만 축축한 느낌보다는 파릇파릇한 나무가 많은 그런 여름을 잘 그려냈다는 뜻이다. 그런 여름의 정서와 이 풋풋한 두 배우의 조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모두가 판타지 속 인물들이다. '저렇게 착한 사람이 어딨어'라고 할 만큼 모두들 순딩이들이다. 영화는 픽션인만큼 적당한 현실성과 적당한 판타지가 잘 조합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 속에서의 현실적인 모습이 있다면, 용준이가 취준생이라는 것과 여름이가 동생을 보살피느라 자신의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현대의 불안한 청춘의 모습을 담았다는 것이다. 그 이외의 모습은 사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훈훈하다. 누군가는 이런 내용을 순 거짓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픽션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어떤 극을 볼 때 일말의 판타지도 없으면 다큐를 소비하는 것과 뭐가 다른걸까 라고 생각한다. 다큐와 같은 현실적 지점도 어느 정도 보유하면서 적당히 억지스럽지 않은 판타지를 섞어 '나의 삶에도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혹은 '저런 훈훈한 상황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할 수 있게 되어야 성공적인 픽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가 그 지점을 나쁘지 않게 구현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저 두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지점이 있다. 영화에 빌런이 없고, 그들이 겪는 갈등도 다 착해서 생기는 것들이라 분노하게 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 소리는 없지만 눈이 호강하는 색감
이 영화의 키워드는 '수화'이기도 한데, 그래서 주인공 커플은 말을 하지 않는다. 계속 수화로만 대화하기 때문에 고요한 사운드가 오히려 인상적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여름과 용준이 데이트를 했을 때, 가을이 집에서 자고 있다가 불이 났는데, 경보 소리를 듣지 못해 연기가 가득한 집에서 깨었던 장면이다. 그 때, 흠칫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을이는 못 들으니 소리로 표현하는 위험은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을.... 나에겐 당연한 것이 가을이 같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잠시 반성하게 되더라.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라도 이해하기에 영화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다는 것을 다시 느끼기도 했다. 비슷한 감정을 어떤 영화를 보면서 느꼈었나 회고해보니, '코다'라는 영화를 볼 때도 비슷한 것을 느꼈었다. 코다인 딸이 노래하는 모습을 농인인 가족들은 들을 수 없어 농인의 입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음악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던 장면이었다. 그들은 딸의 공연에 호응을 하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밖에 없고, 그들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박수를 쳐야하는 모습이 참 아팠는데, 이번 영화도 가을이의 시점에서 소리가 없을 때 위험을 감지하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용준이 가을과 여름과 놀러가는 장면에서 굳이 클럽을 데리고 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소리를 못 듣는데, 왜 클럽을 간 건가 생각했었다. 소리를 물리적으로 들을 순 없어도 소리의 진동을 느낄 순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굳이 농인들이라고 음악이 있는 곳을 기피하는 것도 과도한 배려일까 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소리적인 측면에서는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 시각적으로 참 예쁜 영화다. 우리 나라의 여름의 싱그러움을 잘 표현했고, 모든 것이 푸릇푸릇한 계절이지만 더위를 견뎌내야 하는 여름처럼 청춘을 견뎌내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잘 담기어 그들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계절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게 대단히 예쁜 옷들을 걸치고 있지도 않은데, 그저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었는데도 모든 인물들이 밝게 웃고 있으니 그걸 보는 재미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뭐가 제일 중요했을까 고민해본다면 빛이 참 중요했겠다고 생각했다. 인물들의 초롱초롱한 눈빛도 일종의 빛이고, 그들을 조명하는 밝은 햇빛, 나무의 파란 빛, 물의 투명한 빛 등을 정말 적절히 잘 사용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일본 영화들이 빛을 잘 사용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은데, 이 영화도 혹시 빛의 사용에 있어 그런 영화들이 레퍼런스로 참고가 되었던 걸까 싶었다.
3. 총평
이 영화의 장점은 편안함이다. 하지만 단점도 편안함일 수 있다. 인물 간의 관계도 분명 갈등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긴장감 있지도 않고, 영화라는 특성상 언젠가 풀리겠지 싶은 수준이기 때문에 혹자는 지루하다,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 내용은 30% 정도 중요하고 배우의 연기와 얼굴합이 70%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배우들의 청량한 조합이 참 잘 어울려 뻔한 느낌도 어느 정도 상쇄된 것 같다. 홍경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의외로 말랑말랑한 장르가 없어서 참 안타까웠었는데, 비로소 청춘을 표현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생각될 것 같아서 조용히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했고, 노윤서 배우도 뭐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의외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김민주 배우도 참 수수하게 나오니 가수였을 시절보다 더 예쁘다고 느꼈다. 뭔가 여름이보다 덜 종종거리고, 쿨하고 시크한 가을이 캐릭터에 참 잘 어울리는 마스크였달까. 오히려 캐릭터의 멋있음은 여름보다는 가을이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그리고 용준이 친구로 나오는 배우도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능청스러운 연기가 참 보기 좋았다. 약간 그 옛날에 건축학개론에 나오던 조정석 배우를 봤을 때의 신선한 느낌이었다. 물론, 건축학개론처럼 살짝 도라이같은 대사는 없었지만 그 신선한, 새로운 배우를 봤다는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한참 전에 봐놓고 이제 리뷰하는 거긴 하지만...
아직 상영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보러 가세요.
이상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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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름끼치는 결말까지 시즌1 34분 만에 몰아보기 결말해석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지옥 결말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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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메이커> 티저 예고편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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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시맨틱 에러> 티저 예고편
상우: "대단한 싸이코였네요 ?" 재영: "인정" ? 대화의 온도부터 다른 극과 극 두 사람, 컴공과 아싸 추상우와 시디과 인싸 장재영 두 사람이 펼쳐나갈 캠퍼스 로맨스, 왓챠 오리지널〈시맨틱 에러〉 2월 16일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