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2-14 20:00:06
모두의 비밀이 드러나는 영화 완벽한 타인
이들의 비밀이 휴대폰을 통해 들통난다
요즘 다양한 OTT에서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N차관람을 하면 디테일한 소품 연기까지 안 보이던 게 보인다는 후문이 있어서,
워낙 재미있는 소재이기도 해서 저도 또 보고 왔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코미디
감독 : 이재규
각본 : 배세영
출연진 :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개봉일 : 2018년 10월 31일
평점 : 9.08
스트리밍 : 티빙,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기획 의도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흔쾌히 시작한 게임이 이들의 비밀이 핸드폰을 통해 들통나면서
처음 게임을 제안했던 것과는 다른 상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가는데...
상상한 모든 예측이 빗나간다!
여담
영화 완벽한 타인의 경우 이탈리아 영화인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워낙 뛰어나서 18차례 리메이크 되어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평론가와 평가 일반관객평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까지 완벽하게 해줘서 많은 사람들이 N차 관람을 했다.
N차 관람을 통해 처음에 보는 영화 속에 보이지 않았던 소품부터 디테일한 연출 대사 등을 다방면으로 보면서 재미를 더해줬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완벽한 타인의 결말을 살펴보자면
장난으로 시작한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상처와 불륜 바람 등 으로 번지면서 즐거운 식사 자리는 파토가 되었다. 근데, 이 모든 설정이 누군가의 상상으로 시작된 부분으로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 밝히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비밀이 하나쯤은 있다. 모든 비밀들은 휴대폰 속에 감춰뒀는데 그 비밀들이 공개가 된다면?
누군가는 끔찍하지만, 누군가는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쯤 재미있게 상상할 이야기들을 영화 속으로 너무 재미있게 잘 풀어줘서 N차 관람 추천하고 싶다~
한줄평 : 스릴러물이 아님에도 쫄깃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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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뷸런스>의 질주에 담긴 치유의 드라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암에 걸린 아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 그러나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막대한 치료비를 구할 길이 막막해지자 그는 외면한 채 지냈던 이복형 '대니(제이크 질렌할)'를 찾아간다. 배 다른 동생의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들은 대니는 역으로 그에게 한 가지를 제안한다. 자신이 계획한 은행 금고 털이에 참여하라는 것. 이에 함께 자랐지만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형제는 오랜만에 한 팀을 이룬다. 그러나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 계획이 엉망이 되자 두 형제는 앰뷸런스를 강탈해 탈출을 시도하고, 부상당한 경찰을 치료하기 위해 앰뷸런스에 타 있던 구급대원 '캠(에이사 곤살레스)'을 인질로 삼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LA 도심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진주만>과 <트랜스포머> 시리즈, <6 언더그라운드>를 만든 마이클 베이는 할리우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스타 감독이다. 카메라 워킹, 구도, 공간감과 조명 등을 이용해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데 탁월한 그의 영화는 설령 이야기의 흐름이 이상하고,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언제나 보는 재미가 있다. 2005년에 공개되었던 동명의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그의 신작 <앰뷸런스>도 마찬가지다. 제이크 질렌할,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에이사 곤살레스와 같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격렬한 액션과 휘몰아치는 추격전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그러나 <앰뷸런스>가 유달리 인상적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앰뷸런스'라는 소재의 특성을 살려낸 드라마와 캐릭터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앰뷸런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액션이다. 최소한의 도입부와 마무리를 제외한 러닝타임이 앰뷸런스를 쫓는 추격전으로 가득하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변화, 혹은 초심으로의 회귀가 자아내는 재미다. 사실 베이 감독은 난장판을 뜻하는 단어 'Mayhem'과 그의 이름 'Bay'를 합친 'Bayhem'이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로 폭발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히트작인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가장 최근작인 <6 언더그라운드>에서는 폭발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눈이 피로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앰뷸런스>에서는 폭발씬의 비중이 크지 않다. 대신 영화를 가득 채운 것은 베이 감독의 또 다른 전매특허인 카 체이싱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찍을 때도 매번 한 차례 이상 선보였던 그의 카 체이싱 시퀀스는 계속되는 폭발과 액션, 화려하나 어지러운 CG의 향연 속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그의 특기는 빛을 발한다. 특히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구도와 장면을 더한 점이 인상적이다. LA 도심 상공과 지상을 1인칭 시점으로 자유롭게 오가면서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추격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고, 앰뷸런스나 다른 차들에 직접 타고 달리는 듯한 속도감을 체감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걸음 더 발전한 카체이싱 액션에 집중한 덕분에 폭발씬의 비중이 적은 <앰뷸런스>는 전작들에 비해 피로감이 덜할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된 폭발 그 자체의 임팩트를 더 강렬하게 선보인다.
이러한 <앰뷸런스>의 액션은 구급차 안에서 운전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캐릭터와 그들의 드라마가 단단하게 받쳐주기에 더욱 빛난다. 특히 액션이 이동수단으로서의 앰뷸런스에 주목했다면, 드라마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수송하는 앰뷸런스의 기능을 조명하기에 더욱 그렇다. 구급차를 타고 거친 추격전을 펼친 끝에 세 주인공이 제각기 자신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받는 이야기이기에 그들의 앙상블은 인상적인 것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인 은행 침입이 시작되기 전에 영화는 그들이 품은 상처를 짧지만 확실하게 짚어주고, 앰뷸런스가 병원으로 향하는 마무리는 그 상처가 어떻게 치유됐는지를 간명하게 드러낸다. 일견 프로페셔널한 구급대원인 캠의 경우, 그녀는 의사를 꿈꿨지만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과거를 품고 있었다. 한 맺힌 과거 때문인지 캠은 다른 대원들과 일절 교류를 하지 않고, 본인이 목숨을 구한 이들에 대해서도 직업적인 관심 그 이상은 결코 주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는 납치된 앰뷸런스 안에서 수술 집도를 통해 직접 생명을 구하는 경험이라는,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날 분기점을 마주한다.
이복형제인 윌과 대니에게도 마음의 흉터가 있다. 범죄 조직을 운영하던 양부로부터 벗어나고자 군 입대를 선택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윌.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의 암조차 치료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대니가 계획한 은행털이에 가담한다. 한편 오랜 기간 자신과 연을 끊고, 아내와 조카조차 만나게 하지 못한 이복동생에게 말 못 할 서운함을 느끼던 대니. 그에게 은행 강도 침입은 자신의 사업 수단이자 동시에 뒤틀린 방식으로나마 윌과의 관계와 가족애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듯 세 주인공이 제각각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한 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구급차가 보여준 136분간의 질주는 모두에게 해피 엔딩은 아니어도 충분히 치유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치유의 드라마는 감정적으로 영화의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주요한 동력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상처와 치유라는 맥락에서 살펴보면, 앰뷸런스 안에서 펼쳐지는 인질극은 자신의 상처를 승화시켜서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이들과 상처를 분노로 폭발시키고자 하는 이들 간의 갈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갈등이 중심에는 윌이 위치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의 위험한 계획에 휘말린 윌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 그리고 형제지간까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동시에 그는 부상당한 경찰관, 의도치 않게 인질이 됐지만 그저 옳은 일을 하려는 캠과도 감정적 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보니 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주인공의 심경 변화는 액션 못지않게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앰뷸런스>가 어디까지나 리메이크 작품이기에 마이클 베이 감독도 전작들과 달리 단단한 드라마를 보여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스케일도 작고, 각본도 단순한 가운데에서도 영화의 구성이나 연출력이 진일보한 점을 고려할 때, 원작이 있다고 해도 캐릭터성과 드라마를 적절히 살려낸 것은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는 사소한 설정으로도 순간적으로 위기를 조성하고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뛰어난 연출력을 과시한다. 예를 들어 캠이 의사들과 화상통화로 응급수술을 진행하던 중 화상 연결이 갑작스럽게 꺼지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속출하면서 극의 흐름이 요동치는 식이다.
또한 인물의 특징을 상황적 맥락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대니의 경우, 무엇이든 저지르며 일을 키우는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성을 지닌 인물이다. 영화는 그런 그를 앰뷸런스에 탄 사람들을 압박해오는 상황에 집어넣으면서 아이러니한 장면들을 만들고, 덩달아 상당한 긴장감도 조성한다. 당장 경찰에게서 벗어나야 하지만 경찰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인질로 잡힌 부상당한 경관을 치료해야 하고, 그로 인해 오히려 구급차의 속도를 늦춰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대니와 윌을 압박한다. 또 그 경관을 치료하기 위해 대니는 자신이 캠을 인질로 잡고 이용하는 와중에도 그녀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물론 <앰뷸런스>는 단점들도 많은 영화다. 일단 완급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 영화 내내 카체이싱 액션이 쉴 틈 없이 몰려오는 데다가, 평범한 대화 장면에서도 화면 전환이 매우 많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과하다 보니 분명 피로감이 적지 않다. 단순한 각본을 2시간 11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으로 다루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덜하다는 게 위안일 뿐이다.
초반부의 범죄극에서 중반부 인질극으로 넘어갈 때 잔뜩 조여진 서스펜스에 순간적으로 구멍이 나기도 한다. 이전까지는 대니와 윌, 그리고 캠에게만 포커스를 맞췄다가, 그들을 쫓는 경찰에게까지 초점을 넘기다 보니 극의 흐름이 늘어지는 것이다. 경찰의 대사나 분량이 베이 감독 특유의 과한 유머로 점철된 것도 문제를 악화시킨다. 또한 응급 구조 요원이 구급차 안에서 응급수술을 집도하는 것처럼 언뜻 생각해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전개도 몰입을 방해한다.
그러나 위의 단점들은 다행히도 <앰뷸런스>를 즐기는 데 결정적인 방해가 되지 않는 듯 보인다. 우선 기본적으로 전격전을 펼치듯 직선적인 에너지로 무장한 영화이기에 강렬한 액션을 기대할 경우 단점이 오히려 장점도 될 수 있다. 또한 영화의 선택과 집중이 탁월하기도 하다. 당장 범람하는 액션 사이사이에 깊숙이 스며든 세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함께 앰뷸런스의 뒷문을 열고 순식간에 드라마의 끝을 맞이할 수 있다. 이렇게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예상치 못한 선물, <앰뷸런스>의 매력은 뇌리에 깊이 남는다.
A(Acceptable, 무난함)
줄어든 스케일과 제작비에 반비례해서 늘어나는 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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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 더럽게 안 좋은 한 킬러의 운수 좋은 날
운이 없더라. 만약 사회복무요원 복무지에 노트북을 놓고 오는 건 운이 안 좋은 편에 속할까? 그런 것도 운이 안 좋은 것에 해당하면 난 정말 옴 붙었다. 좀 재미있는 일 없을까? 아니면 갑작스러운 행운에 걱정 없이 살 순 없을까? 금세 길거리에서 시비 붙었던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착하게 생겨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날 건든다. 진짜 좀 짜증 난다. 나 좀 안 건들 수 없나?
하지만 불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웃픈 일들은 보통 한꺼번에 몰려온다. 받아들이는 사람 속사정 같은 건 고려해주지 않는 부자비한 놈이다. 만인에게 평등한 불평등. 이 우연 같은 불평등을 만나 사람 인생이 종종 바뀌곤 한다. 긍정적인 사람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게 인간 아니겠어? 이런 모티브는 수많은 영화에 공통적으로 자리 잡혀있다. 이번에는 브래드 피트가 운 없는 킬러로 돌아왔다. 또 <불릿 트레인>을 시사회에서 본 입장에서 이 정도의 글이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수 참 좋은 날
인생사의 많은 것들은 사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유달리 운이 없는 이 남자는 방금 쓴 문장에 격하게 공감할 것 같다. 운이 없는 킬러 코드명 레이디버그. 갑자기 느닷없이 주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건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원래 임무를 하기로 했던 킬러가 아파서 불참한다는 건 그냥 무덤덤하게 넘기기로 한다. 아니 뭐 고등학생이야? 아파서 조퇴하게? 툴툴대는 레이디버그. 그런 레이디버그를 마리아가 격려한다. 임무를 전달하는 마리아. 오늘 레이디버그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을 경유하는 기차에 찌그러져 져 이 가방 하나를 무사히 가져오는 것. 그게 임무야? 일본의 한 지하철에서 가방만 찾으면 되는 게? 왠지 이번 임무는 확실히 쉬운 것 같다.
이 가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굉장히 쉬운 임무였다. 손님들이 가방을 넣는 칸에 간 레이디버그. 어렵지 않게 돈이 들어있는 가방을 찾는 데 성공한다. 이게 이렇게 쉽다고? 근데 사실 일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 같은 열차 안에 있는 손님 중 몇몇은 레이디 버그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백의 사신’에게 의뢰인의 아들을 엄호하고 돈가방을 챙기라는 지시를 들은 킬러 레몬과 탠저린이 있었다. 또 뭔가 아들과 관련한 사연이 있어 보이는 남자와 어려 보이는 여자도 기차에 탑승했다. 이 사람들은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전부 킬러였다. 운도 더럽게 없는 레이디 버그. 이 사람들은 각자 목적과 계기를 가진 채로 열차에 탑승한 것이었다. 단순히 돈가방만 찾아서 빼돌리면 되는 미션인 줄 알았는데 오늘도 잘못 걸렸다. 지독한 불운을 무릅쓰고 레이디 버그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보는 재미는 있는 편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는 보는 재미다. 이 영화의 보는 재미는 촘촘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 일단 보는 재미 첫 번째. 액션이다. 액션 잘 뽑았다. 이야기의 배경과 설정 상 기차라는 속성은 극에서 중요한 지분을 차지한다. 기차는 한번 탑승하면 다음 역까지는 못 내린다. 또 승객끼리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그 특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넓게 탁 트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나 역이라는 게 있어 정류장 도착시간마다 서로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비행기, 버스와는 다른 대중교통으로서의 차이점이다.
영화는 이 특징을 십분 활용한다. 일단 좁은 공간에서 액션 잘 활용했다. 예고에도 나오는데, 이 영화의 액션이 공간이 좁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지점이 몇 군데 있다. 예를 들어서 극후반부엔가 열차의 운전석쯤에서 액션신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열차를 운전해야 함 + 근데 그 좁은 곳에서 총, 칼을 맞을 것 같은 긴박감이 잘 조합돼서 시너지가 난다. 이런 식으로 영화 내부에서 맨몸액션을 하는 것도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이것 때문에 막 벽에 부딪힌다거나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그리고 인물들끼리 숨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차피 직선 쭉 돌아다니면 보이는 게 승객들 얼굴인지라 어디 숨고 이런 묘사가 나오지는 않는다. 이렇게 '좁다'라는 특징에서 오는 큼지막한 요소들을 잘 살린다. 또 공간이 좁고 따닥따닥 붙어 있으면 소리 전파가 잘 된다. 막 멀리 있고 이러면 소리가 잘 안 들리지 않나? 또 일반 대중들이 출퇴근하며 오고 가는 지하철의 특성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의심 사기 쉽다. 이 덕에 총소리를 줄이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거나 주요 인물 암살을 가리려고 노력하는 등 초중반부까지는 영화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게 잘 작동하는 편이다. 이 공간 활용은 반대 맥락에서도 작용한다. 지하철이 정차한다. 역에서 내린다. 그럼 그 하차하는 시간 동안 잠깐은 역에서 인물들이 대화할 수 있다. 이 넓은 공간에서 벌이는 액션신도 영화의 완급조절을 위해 잘 사용한 것 같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넓은 곳에서 일어나는 액션이 더 기억에 남았다.
또 다른 강점으로는 코미디 타율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이런 미국식 B급 유머가 살짝 식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건 영화를 많이 본 글쓴이(나) 같은 분들의 입장일 것이다. 다른 일반 대중들이 보기엔 이런 유머가 충분히 먹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전작인 <데드풀 2>에서 봤던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담이 이 영화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례로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을 활용한 유머 난 솔직히 좀 재미있었다. 내가 이런 실없는 농담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대사를 하는 캐릭터들이 그렇게 순수한 이야기를 하는 건 봐도 봐도 재미있다. 또 극 중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레이디버그의 대사를 듣고 중후반부쯤에 나를 제외한 다른 관객분들이 많이 웃는 걸 들었다. 이런 거 보면 코미디가 막 아예 재미없다고 말할 부분은 아닐 듯하다. 뭐 앞에서 쓴 부분 이외에도 'F' 단어가 많이 나오는 타란티노식 유머나 순간순간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인물들의 행동은 충분히 재미있다. 이런 맛은 익숙한데도 웃길 땐 웃긴다.
말이 너무 많아
그러나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 두 가지가 있다. 일단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 레이디 버그부터 시작해서 극후 반부 장면까지 말이 너~무 많아서 러닝타임 내내 늘어진다. 레이디버그도 자기 운 없다는 거 좀 적당히 좀 하지 초중반부까지 내내 말한다. 그리고 레몬, 텐저린 뭐 그리 말이 많은지 서로 쓸데없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해서 이야기 전개가 느려진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또 모든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기까지 해서 지나치게 친절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례로 레몬, 텐저린 두 형제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이때 레몬, 텐저린이 대화하는 내용 1/2를 쳐도 사실 아무 문제없을 것 같다. 또 두 형제 중 한 명이 레이디 버그와 액션신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예고에도 나오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 때도 왜 굳이 싸우는데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점이 든다. 아니 그런 식으로 대화할 거면 청부살인 업을 왜 해? 진짜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이 말 많아서 짜증 나는 지점은 극후 반부에서 다시 한번 나타난다. 엔딩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레이디 버그. 주절주절 말을 하는데 좀 영양가 없는 말이라서 몰입이 깨진다. 분명 중요하고 클라이맥스일 텐데 굳이? 싶은 것이다.
그리고 각본에 구멍이 있다. 이 부분을 전부 서술하기엔 살짝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대략적으로만 써보자면, 원작 소설을 읽어야 설명이 될 거라고 드는 지점이 있다. 일본에 있는 신칸센을 저렇게 관리한다고? 싶은 부분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영화의 줄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총 쏘고 뱀 왔다 갔다 돌아다니고 주먹으로 때리고 창가 깨지고 불타는데 실질적인 열차 관리에 대한 대응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물론 감독이 이에 대한 대응을 하긴 했다. 이와 관련해서 후반부에 어떤 인물이 대사를 하긴 하는데 그 한 줄로 이 모든 설정의 오류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뭐 그렇다고 아예 개연성이 붕괴되는 영화는 아니다. 반대 측면에서 각본에서 딱딱 맞아떨어지게 설정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왜 대타로 일을 하게 되었는가? 에 대한 부분이다. 또 어린 소녀의 개인 서사나 그 소녀와 함께하는 남자의 가족사까지 허술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을 타당한 전개로 잘 틀어막은 건 각본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외의 설정 몇 군데를 장르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ㅋㅋ 이래도 되겠지?' 하며 소비한 부분은 좀 아쉽다. 충분히 킬러들 간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묘사했다면 이야기의 긴장감이 더 잘 나타났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형 멋있어요
아무튼 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확실한 건 역시 브래드 피트는 멋있다. 이제 그의 얼굴에 주름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근데 이목구비를 따로따로 분리해서 보면 아직도 소년 같다. 그리고 액션 신도 깔끔하게 잘 소화한다. 굉장히 젊은 옷차림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사람이 멋있으니 무리 없이 소화하는 연예인 아우라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 영화가 괜찮다고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브래드 피트의 스타 성일엔 텐데, 이 지점은 감독이 십분 이해해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브래드 피트가 아니더라도 레몬/텐저린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코미디 연기와 중반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암살자, 또 조이 킹이 연기한 어린 소녀 캐릭터도 캐릭터 설정과 생동감을 잘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많은 말에도 코미디에서 안타와 홈런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뭐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에 카메오 느낌으로 두 명이 나온다. 영화판에서 굉장히 알려진 슈퍼스타들이다. 그런데 우정출연 느낌으로 등장한 배우가 있다. 다른 영화에선 몰랐는데 이렇게 험한 조폭 포스도 잘 연기하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약간 더 착하게 생긴 윌렘 더 포 느낌..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다
이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오면서 느낀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같다는 것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이 영화도 사실 마음 놓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서 충분하게 기능한다. 아니 액션 코미디 영화에 주인공이 싸움 잘하고 웃기면 장땡이지. 이 부분에서는 나름 괜찮은 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다. 극장에서 돈 주고 상영관에 맞게 그 시간에 들어가서 영화를 본다. 이때 뭐 재밌고 이런 거 다 좋은데 우리가 알고 있던 액션 영화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같이 뭔가 미국 중심주의적인 작품을 보기엔 살짝 아쉽다.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다. 이제 극장 가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OTT 영화들과는 다르게 더 밀도 있는 영화를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질 못하니 넷플릭스로 봐도 충분한 느낌? 그냥 단순히 볼만한 영화 만들기엔 넷플릭스가 너무 잘 나가니 앞으로 영화 제작의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든다. 뭐 나름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이 영화지만 솔직히 주변 사람들이 극장에서 뭐 보면 되냐고 물었을 때 이 작품을 거론하긴 좀 힘들 것 같다. <헌트>보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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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하게' 유쾌한, 어떤 바다 위의 풍자극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해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그렇게 호평이 자자하던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왔다. 이 영화는 정말이지 '지독하고' '통렬하며' '유쾌한' 풍자극이다. 여러 각도에서 인간 사회의 모순을 꼬집으면서 재미까지 모두 담보했다고나 할까. 한없이 가벼운듯하면서도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겁다. 막이 내리면, 이 영화를 끝없이 곱씹게 되는데, 이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대단한 인상을 주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크루즈와 무인도 씬들은 무더운 여름날(이제 여름이나 다름없다!)에 보기에 아주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에서는 몇 가지 관람 포인트를 소개하겠다. 지극히 주관적이겠지만.
1. 변화무쌍한 주인공의 지위
주인공인 '칼'의 지위 변화는 정말이지 흥미롭다. 직장, 여자친구 앞, 크루즈, 그리고 섬에서 그는 모두 제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칼은 떵떵거렸다가 빌빌 기고, 빌빌 기다가도 큰 소리를 친다. 어라, 이런 남자, 이런 사람. 우리 주변에도 즐비하다.
그의 이러한 변화는 그가 처하는 환경에 기인한다. 그가 상대하는 다른 사람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들의 연결고리를 잘 살펴보는 것은 영화의 이해와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2. 대사에 주목하라: 말이 씨가 되는 법
이 영화 속의 대사와 장면 하나하나는 무엇하나 버릴 것이 없다. 가장 첫 장면부터 가장 마지막 장면까지! 촘촘하게 연결된 인간 사회에서 갑의 작은 진상짓은 처참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그러한 나비효과는 이윽고 전복적인 결말에 이르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갑들은 언제나 자신이 갑질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거다! 이 안의 다양한 '갑'들의 대사와 그들의 행위에 주목하라. 그리고 그들이 어떤 나비효과를 낳는지를 관찰해보라. 그리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모순되었는지를 알아차려 보라!
3.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풍자적 비유들
소위 '갑'의 갑질로 의해 배가 뒤집힌다든가, 걸어가는 백인 부자 손님들이 등장한 바로 다음 씬에 바닥을 닦거나 '보이지 않는' 직원실에 숨어서 개미처럼 일하는 유색인종 직원들의 모습 등은 아주 효과적이고 알기 쉬운 방식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낸다. 이러한 장면적 연출들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리라.
아,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이 영화는 시원하면서도 지독하다. 문자 그대로, 아주 원초적인 방식으로 지저분한 씬들이 나오기 때문에, 비위가 많이 약한 사람이라면 몇몇 장면에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러 가고 싶다. 여러분도 한바탕 크루즈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바다의 한복판에서 우리 삶의 또다른 단면을 되돌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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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거야" 빈티지 무드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거야
낭만은 청춘에게도, 어린아이에게도, 중년에게도 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릿해지는 낭만 가득 + 빈티지 무드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버팔로 66
빌리 부모는 그가 감옥에 있었던 사실을 모르고 빌리는 이를 숨기기 위해 ‘라일라’를 납치해
아내 노릇을 해달라고 위협한다. 낯선남자에게 겁을 먹으면서도 매력을 느끼게 되고
빌리 또한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데
CINEPICK
음악가, 배우, 영화감독을 겸하고 있는 빈센트 갈로 감독의 작품이며 실제로 본인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독립영화중에서 꽤 많이 알려진 팬층이 탄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밀레니엄 맘보
비키는 집착하고 하는일 없이 빈둥대는 그녀의 남자친구 하오하오에게서 벗어나고싶어한다.
몇 번이고 떠나려 하지만 그의 애원으로 다시 주저앉고, 우연히 클럽에서 알게 된 잭이
하오하오에게 벗어나도록 도와주려하는데
CINEPICK
대만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우샤오시엔 거장 감독의 영화이며 허우샤오 시엔 감독이 "요즘 젊은이들이 속한 세상은 굉장히 빠르다. 그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시간 속을 살아간다.그들에게 젊음은 피자마자 시들어 버리는 꽃과 같다.< 밀레니엄 맘보>는 시간을 통해 그 젊음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해피 투게더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했다가 다시만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
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다시 틀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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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영화의 아이콘인 왕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허무, 고독의 주제를 다룬 로맨스, 드라마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고, 각본도 집필했습니다. 독특한 영상미로 90년대 중후반에 엄청난 붐을 일으켰으며 스탭프린팅 기법으로 "기억에 관한 예술"을 만들어낸 감독입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자기가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소녀 ‘영군’이 정신병원에 들어온다.
싸이보그는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야위어만 가는 영군을 위해 일순은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한다. 싸이보그가 고장 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평생 AS 보장’을
약속하는 일순과, 싸이보그는 그러면 안되지만 일순 때문에 자꾸 맘이 설레는 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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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실패하고, 작품성에 대한 평가도 갈리지만, 이 작품에서 임수정이 보여준 연기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임수정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준 작품입니다. 박찬욱 감독님이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쉘브르의 우산
프랑스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 ‘쥬느비에브’와 ‘기’는 사랑에 빠진다.
팍팍한 현실과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어린 연인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의 군 입대로 둘은 원치 않은 이별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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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등장인물의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색에 가까운 파스텔톤의 색채로 아름답게 스크린에 담아내었습니다. 또한 크리스찬 디올에서 모든 의상을 맡은걸로도 유명합니다.
바그다드 카페
황량한 사막 아래 ‘바그다드 카페’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육중한 몸매의 ‘야스민’ 둘은 서로가 낯설지만 어느새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고,
두사람의 행복한 시간이 카페에 깃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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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려낸 영화로 페미니즘 영화로도 명작이지만 영화 자체로도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시애틀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물두 살 엄마와 매직 캐슬이라는 월트 디즈니 월드 근처의 모텔에서 살고 있는 무니.
조숙한 여섯 살 무니와 그녀의 천방지축 친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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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독립 영화 감독 중 하나인 션 베이커가 연출했으며, 영화 속 배경 그대로 비현실적인 느낌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미국 빈민층의 현실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현실적인 드라마다.
"난 늘 그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왔는데, 사람들은 고독해지면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 -해피투게더-
잊지못할 추억들, 아 낭만이었다요번주 폭염 조심하시구요. 다음주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큐레이터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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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귤과 보리수 사이
정신과에 처음 방문하면 으레 받게 되는 검사 중 MMPI-2라는 게 있다. 내담자가 약술형 문장의 빈칸을 채우게 한 뒤 완성된 문장을 보고 스트레스의 원인과 강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심리 측정 방법이다. 500개가 넘는 문항이 이어지던 검사지 후반부에 이런 항목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가족은 _____이다.”
돈 벌기 시작한 친구들이 너도나도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하던 즈음에, 가장 친했던 친구는 이 문장을 두고 “모든 가족은 화내는 아빠와 그걸 참아주는 나머지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해주었다. 대체로 평화롭지만 어떤 순간들은 분명 위기였던 우리 집의 사정을 생각하면 일면 공감도 되지만, ‘모든’ 가족이 그렇다는 일반화가 가능한지 멈칫하게 돼서 즉각 동의를 표하진 못했다. 몇 년이 지나도 뇌리에 남은 그 문장을 여러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다녔다. 아는 이가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하면 딸들은 모두 생각에 빠졌다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기 마련이었다.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가족은 맞는 것 같아. 모든 집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아빠는 그래.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제주의 감귤나무 같은 이야기다. 너희 집에도 그거 있어? 하고 물으면 지역에 대한 편견이라고 짐짓 화를 내다가도 “다 그런 건 아닌데 우리 집엔 있어” 하게 되는 그런 거. 제멋대로 군림하는 아빠와 져주는 체 모르는 체 넘어가는 엄마와 결국 참다가 폭발하고 마는 딸들을 나는 너무 많이 보고 듣고 겪어왔다. 그래서 <신성한 나무의 씨앗> 속 극적이고 혼란스러운 매 에피소드가 그리 먼 나라의 사정 같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땅에 발을 착 붙이고 시작했다가 그 땅을 말 그대로 뚫어버리는 그리스 비극 같은 마무리로 성큼 나아간다. 집 밖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끌려갔다 의문사한 실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만, 나즈메, 레즈반, 사나 네 가족의 집 안은 그만큼 위태롭지 않다. 2022년 히잡 시위의 면면은 이때까지만 해도 딸들이 나눠보는 영상 메시지, 뉴스 속 왜곡된 진상, 나즈메가 딸들을 데려다주며 목격한 도로 통제와 연기와 함성 등, 집의 단단한 벽 - 보호이자 철책 -에 접한 외피로만 존재한다.
20년을 현장직 수사관으로 일명 ‘도덕 경찰’처럼 일하다 드디어 ‘수사판사’로 승진했다는 아빠 이만은 야근 후 차를 챙겨주는 부인에게 “정말 고마운데,” 지금은 마시기 싫다며 제법 상냥하게 의사를 표할 줄 아는 남자다. 그간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의 영화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톤으로 고발한 폭력적 남성성의 향연에 노출되어 온 관객이라면, 이정도 매너만 해도 그가 얼마나 다정한 가장인지 곧바로 직감할 터. 그는 자신을 추천했다며 생색내던 동료가 ‘검찰의 지시’라며 신법에 반기를 든 젊은이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라 전하자 “그럴 수는 없어. 20년간 정직하게 일해왔어”라며 저항하기도 하고, 딸들의 안위를 세심히 챙기고 걱정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보수주의자, 원칙주의자이면서도 천성은 다정하고 소심한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극의 중반까지 집안의 통치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는 오히려 엄마인 나즈메다. 러닝타임 1시간 20분이 지나 아빠가 총을 잃어버리는 극적 순간에 닿기까지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엄마’에 불과하지만, 그는 남편을 씻기고 돌보며 아이들을 통제하는 관리자 역할에 충실하다. 머리가 커버린 레즈반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벼려가는 사나가 종교적, 가부장적 규칙에 의문을 표할 때마다 나즈메는 아빠의 명예, 가족의 안위를 내세워 침묵과 순종의 태도를 종용한다. 그는 작중의 ‘눈’을 맡은 이, 다시 말해 실질적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딸들이 등교 직후 학생 시위대와 폭력 진압 중인 경찰 사이에 끼여 위험에 처할 때조차도, 그 딸들이 아닌 차 안에 놓인 엄마의 시점에서 로드뷰가 전개되는 것이다. 때문에 관객은 전반부 거의 모든 시퀀스에서 이만을 배경으로 밀어두고 나즈메의 긴장 가득한 감정선을 추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딸들이 곧 겪을 게 뻔한 가정 내의 싸움은, 어딘지 헐렁한 아빠 이만보다도 “이런 문제는 엄마 담당”이라고 선포한 나즈메와의 언쟁에서 시작될 것만 같다.
전반부 이만과의 관계에서도 나즈메는 종보다는 주인에 가까운 듯 보인다. 판관으로 임명된 밤 이만이 귀가해 희소식을 전하자 곧장 “우리 더 큰집을 받을 수 있을까?”하고 묻거나, 사형 선고를 내리는 ‘일’을 하고 돌아와 넋이 나간 이만이 얌전히 나즈메의 손길에 따를 때 “이만, 졸린 거 아는데 식기세척기 사준다고 한 거 기억하지?”라고 되새기며 이만을 은근하게 조종하듯 달래듯 다루는 식이다. 이때 이만은 흐릿하게 화면의 가장자리로 치워지거나 비누거품이 발라지고 면도당하는 일종의 오브제, 완전히 대상화된 남성으로 그려지는 반면, 나즈메의 얼굴은 언제나 스크린 정중앙에 정면 클로즈업샷으로 잡혀 있어 막중한 위압감을 뽐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계속해서 핸드크림을 바르는 나즈메의 버릇 또한 가사로 지친 몸을 남편의 새 지위에 기대어 보상받고자 하는 욕망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 모든 오락적 착시는 집 밖의 현실이 딸들의 어깨에 기대어 집 안으로 밀려들어온 그 즉시 탈을 벗고 본색을 드러낸다. 날이 바짝 선 엄마의 경계란 기껏해야 대여한 권위의 표현이었을 뿐이고, 변덕도 성질도 부릴 수 있는 절대권력은 처음부터 아빠 쪽에 있었음을 명시하는 후반부로의 전환은 너무도 빠르고 우악스러워 거의 황당할 정도다.
딸들이 신권정치 반대 시위에서 다친 친구 사다프를 데려왔을 때 그애의 얼굴에 박힌 총알을 빼주자마자 냉정하게 밖으로 내보내는 사람은 역시 나즈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산탄총의 흔적을 물에 쓸어내리는 슬로우 모션을 기점으로, 나즈메의 내면에서 무언가 뒤바뀐다. 그간 이만은 양심과 책무 사이 갈등을 소화하기 위해 국가가 원하는 역할에 자아를 끼워맞추는 작업을 완료해버린다. 그는 “아무리 강직하고 신앙이 견고하다 해도 사형선고는 어려운 일”이라고 풀죽어 토로하던 인간적인 남편이었다가, “여기서 버텨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동료의 비겁한 충고를 완벽히 흡수하곤 “운도 더럽게 없지, 이 자리에 있을 때 시위가 터지다니”라고 툴툴대는 공무원으로 이행하고, 최종적으론 “우리가 다 치울 거야. 체제에서 단물 빨아먹고 반기 드는 애들 말이야”라며 권력자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는 하수인으로 순식간에 변모한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경찰에 끌려간 사다프의 행방을 알려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에 이전까지의 대응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된다. 폭력이 닿은 밑바닥의 끄트머리나마 제대로 목격한 나즈메는 일말의 죄의식과 책임감에 두려워하며 사다프를 찾아달라고 남편과 친구에게 부탁하고, 이미 위에서 무감하게 수단화된 폭력을 조감한지 오래인 이만은 ‘애들이 왜 그런 친구를 사귀었냐’며 일축하고 단속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부부가 침실에서 나눈 마지막 대화나 다름없는 이 반전의 순간에, 엄마는 “정말 아무것도 안했대”라고 딸들의 증언을 되풀이하고, 아빠는 “원래 피고인 가족은 다 그렇게 말해”라며 제 딸들을 불신의 영역으로 밀어내고 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가족들에게 가감없이 발휘된 강약약강의 분노조절장애, 편집증적 불신, 기어이 돌발적 폭행까지. 후반부 1시간 동안 이만이 보여준 ‘변화’는 아마 그의 안에 아주 오래전부터 내재된 불씨였을 것이다. 온순한 사람이었던 이만의 타락이랄까 전향을 두고 놀라워할 필요도 없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무언가가 ‘깨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걸 우리 모두 아니까. 관 안에서 나는 수십년 간 같은 것을 보고 들은 여자들의 긴 한숨과 탄식을 몇 번이고 듣는다. 언젠가 한 여자가 말했듯이, “딸들만이 아는 아빠의 매캐함이 있죠”.
통치자가 별 볼일 없고, 자격 없고, 칠칠맞고, 불안해할수록 중간관리자가 더욱 날뛰어야 체제가 유지된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 집안에서 이만의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나즈메가 대신 나서 점점 더 유난스레 딸들을 단도리했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독재 정권의 명분 없는 헤게모니를, 신권정치와 가부장제의 오래된 유착을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뒷방에 숨은 권력 대신 온갖 유난을 떠는 건 이만과 동료들 같은 중간관리자-남성 기득권 집단이다. 먼 훗날 부당한 권세가 몰락하고 갈기갈기 찢긴다면 그들은 ‘몰라서 동원된’ 것에 불과하며 본질은 선량한 자신을 무죄라 칭하겠지만 아이히만 역시 그러했다. 남성 중심적 종교국가의 법적 강제력에 기대어, 유리한 카르텔에 쏙 들어가 히잡 쓰지 않을 자유를 마음껏 누리던 이들의 신앙과 도덕이란 얼마나 같잖고 이중적인가.
처음 이만의 공포는 동료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했고 그러니 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초조함에서 기인한다. 총을 분실한 그는 부인 앞에서만 불안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 다들 날 무능하다 할 거야.” 기어이 자기 집 여자들을 심문(십중팔구 고문과 심리적 학대를 동반했을)에 특화된 동료 수사관 알리레자에게 데려간 이만은 그로써 자기 우선순위가 무엇에 있는지, 가족보다 중요한 준거집단이 어디인지 확실히 표명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자리를 잡을’ 그 이너 서클이야말로 부패와 불공정의 온상과도 같은 곳이다.
사려깊고 현명한데다 인내심 있는 여자들을 셋이나 가족으로 둔 이만에겐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이만은 자신이 어느새 악취 나는 늪 한가운데에 서있게 됐다는 사실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딸들과 부인을 옛 고향 집에 가둔 후 ‘순종, 믿음, 절대복종’이라는 무슬림의 대원칙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22년 히잡 시위에서 레즈반과 사나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그에 맞서는 구호를 길거리에서 외쳤다: 여성, 삶, 자유 (Women, Life, Freedom). 그리고 그 수는 점점 더 불어나며 사회의 상층부를 압박한다.
그리하여 이만의 공포는 하찮은 수컷 무리 내의 인정욕구에서 실존적 위험으로 그 근간을 달리 하게 된다. 수사판사로서 신원이 노출된 후 귀갓길에서 차들이 죄다 자신을 공격하려 하는 건 아닌지 극도로 의심하게 된 이만의 모습은 그 자체로 훌륭한 미러링이자 블랙 코미디다. 멈춰선 옆 차에서 크게 노래를 틀고 히잡도 쓰지 않고 타투와 팔을 그대로 내어놓은 채 ‘감히’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젊은 여자를 마주치자, 이만은 그를 체포할 직업적 의무와 자격을 모두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깔고 여성의 반대편 차로로 황급히 도망친다. 그가 드디어 불경한 존재들이 모이면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결말의 추격전, 그리고 이옥섭의 <메기>를 연상케 하는 급작스러운 귀결은 안도감과 비애를 동시에 안긴다. ‘어느 집에나 다 있는 아빠’인 이만과의 결말은 정말 그것밖에 남지 않은 것일까? 우리에게 혹시 다른 해법이 있을까, 아빠?
<올파의 딸들>이나 아쉬가르 파라하디를 닮은 치료적 재연, 혹은 마지드 마지디와 자파르 파니히의 시적인 톤을 다소 빼고 노골적인 투쟁성을 더한 리얼리즘 드라마로 칭할 만한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일말의 희망을 남겨둔다. ‘영화적’으로 거의 완벽한 마무리 이후 구태여 삽입한 22년 실제 히잡 시위 푸티지 속 자유를 찾은 여자들의 얼굴이 바로 그 희망이다.
우리에겐 다음 세대가 있고 연대를 아는 약자들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생득적 우위를 점한 이들 중에서조차 (앞선 감독들처럼) 믿는 대로 보지 않고 보는 것에 따라 믿음을 수정하는 이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아래에서 위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이 자유의 몸짓이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 나의 몫, 우리의 몫.
※ 씨네랩 초청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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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는 그곳에, 나는 이곳에.
대구를 떠나 부산으로 진학했을 때가 떠오른다. 주변 친구나 선생님들, 심지어 진학에 크게 압박을 주지 않으셨던 부모님조차 의아해했던 결정. 나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내새웠지만 돌이켜보면 도피였다. 웃긴 점은 특정한 환경 때문에 벗어나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향에서도 힘든 일은 딱히 없었다. 다만 여기를 벗어나면 조금은 더 성장하리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막연한 생각은 충동으로 번지고, 이내 나를 먼 곳을 가게 했다. 물론 후회는 없다. 부산에서 새로운 인연과 사건들이 끊임없이 지나쳤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레 잊고 있던 그때의 기대도 어느정도 충족되었다. 하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왜 대구를 벗어나려 했을까. 그곳에서도 인연과 사건들은 충분하다 못해 계속 재생산되지 않는가.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의 주인공은 4명이다. 이들은 각자 사연을 품고 있다. 친구를 우발적으로 죽였다거나, 원조교재 사실이 학교에 퍼졌다거나, 요양원에 끌려가게 생겼다거나, 자신의 잘못으로 친구가 눈 앞에서 투신자살을 하는 등. 누구도 쉽게 견딜 수 없는 상황을 지극히 보통의 사람들이 짊어진다. 사회는 더욱 잔인하다. 사회는 보통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의 대가를 치루면서 형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의미 없는 논의처럼 사회는 사람보다 서순이 앞서는 건 물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복지로 사람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는 반면 큰 대가를 요구하지만 울타리는 쇠창살에 가까운 부조리한 사회도 있다. 영화의 감독 후보가 묘사하는 중국 사회는 후자에 가깝다. 이들을 지켜주지 못할망정 더욱 몰아간다. 믿어왔던 사람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돌아선다. 본인의 욕심과 타인의 배려가 당연한 사회적 합의라고 우길 뿐이다.
이러한 통찰은 촬영 기법에서 잘 묻어나온다. 지극히 기다란 롱테이크와 핸드헬드 방식의 촬영은 배경과 맞아 떨어지며 현실감을 더해줌은 물론, 나아가 방관하는 사람의 시선이 되는 체험을 통해 사회뿐만 아니라 자신도 성찰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초점을 극단적으로 인물에게만 사용했기 때문에 기존 영화들에 비해 이질적이다. 배경이 거의 보이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누구를 탓하려 해도 대상이 뚜렷하지 못할 뿐더러 모든 결과에는 개인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들 역시 이기적이기 때문에. 고통보다 차라리 고립이 낫고, 타인과 사회도 결국 본인의 고통에 비해서는 안개처럼 흐릴 뿐이다.
아주 멀리에 있는, 소문으로만 듣던 어느 먼 동물원의 코끼리한테 가면 해결이 될까. 처음 코끼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황당함이 무색할 정도로 구석에 몰린 그들은 코끼리를 보러간다. 동물원에 가까워질 수록 생각은 차분해지고 점차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인생은 망할 대로 망했고 사회 탓만 하는 영혼이 보인다. 그들이 속박된 곳을 회피해서 기껏 가는 곳도 똑같이 철장에 갇혀있는 잿빛의 동물원이라는 것을. 쓰레기통이 더러운 게 아니라 쓰레기가 있는 곳이 더럽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감독 후보는 데뷔작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의 정식 개봉을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데뷔작이자 유작인 셈이다. 단 한번의 우회나 철회가 없던, 매우 짧아서 역설적으로 매우 옳곧은 그의 세계관을 존경한다. 도피처조차 없는 사람이 사회만큼이나 도피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일말의 선택지라도 있는 그들이 조금은 부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후보는 코끼리를 보러갈 힘을 태워서라도 사회를 바꾸고자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4시간 가량의 영화의 러닝타임도 그의 사연을 접하면 초라해진다. 사람의 고통을 어떻게 필름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가.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일보다 힘들 테다. 하지만 후보는 직접 고통을 피부에 새기며 이를 가능하게 했으니. 부디 후보가 발디딜 저세상에는 갇혀있지 않은 채 자유롭게 살아가는 코끼리가 있기를. 우렁찬 울음소리에 맞추어 마음껏 흐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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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더 라운드 스포일러 없는 리뷰 - 권태로운 삶에 위스키 한 잔을 더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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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역사,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같은 고등학교 교사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매일이 우울하기만 하다.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르틴이 실험에 들어간다. 인기 없던 수업에 웃음이 넘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활기가 생긴 마르틴의 후일담에 친구들 모두 동참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정한다.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 유지할 것!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것!]
지루한 교사,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 최적의 직업적, 사회적 성과를 위해 점차 알코올 농도를 올리며 실험은 계속되는데… 과연 술은 인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 도전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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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가장 유쾌한 집사 면접 시작!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의 [멍뭉이] 1차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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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어웨이크> 공식 예고편
알 수 없는 현상이 전 세계를 덮친다.
모든 전자 기기는 사용 불능 상태가 되고, 인류는 잠들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극도의 혼란에 빠진 세상.
과거의 상처를 간직한 전직 군인 질(지나 로드리게스)에게 이 현상을 치유할 열쇠가 있을지 모른다.
그녀의 어린 딸이 그 열쇠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