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1-25 16:50:43
독립영화 87편 무료로 감상하자!
인디그라운드 SPECIAL WEEK 진행 중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인디그라운드에서 새롭게 구성된 <2022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전 작품 87편을 상영하는
스페셜 위크를 지난 20일을 시작으로 29일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영화제 혹은 상영 후에는 보기 힘든 독립 영화인만큼 이번 기회에 좋은 작품들을
접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추천을 시작해볼까요?٩( ᐛ )و
텐트틴트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동주는 오래 사귄 연인 성곤과의 지루한 연애를 개선하기 위해 성곤을 집에서 내쫓지만, 결국
관계 회복은 산으로 간다.
cine pick!
톡톡 튀는 재기발랄한 매력이 가득 담긴 이준섭 감독의 단편영화 <텐트틴트>는 제 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이끌었다.
힘찬이는 자라서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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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소연의 집에 집들이를 간다. 늦게 도착하는 또 다른 친구
보영을 기다리면서 정희와 소연, 소연의 남편 강석은 정희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설전을 벌이게 된다.
cine pick!
김은희 감독의 영화 <힘찬이는 자라서>는 여성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실제 문제를 다룬 영화로
유수의 영화제에 후보로 올라섰으며, 제 13회 광주여성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돛대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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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계획을 세우지만, 매번 실패하는 은구의 마지막 계획은 멋진 죽음이다.
cine pick!
배우 이주승이 직접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 <돛대>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제 3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제21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하였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강을 끼고 있는 마을, 장문안(䢿). 산하의 친구가 강에 빠져 죽은 지 1년 뒤, 마을에 하나 뿐인
중학교가 폐교를 결정한다.
cine pick!
이루리 감독의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영상미가 아름다운 영화로 주인공 산하의
온기가 전해지며 여운이 짙게 남는 영화이다.
크리스마스가 따뜻한 이유는 말이죠,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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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사고 후 초월적 신체 능력을 갖게 된 영화배우 차유진. 히어로 활동을 시작한 그에게 예상
밖의 문제가 생긴다. 직접 만든 코스튬이 겨울이 되면 너무 춥다는 것! 고민 끝에 유진은 평소
무시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한다. 세상을 바꾸는 덕후들의 연대가 시작된다.
cine pick!
최우진 감독의 첫 작품 <크리스마스가 따뜻한 이유는 말이죠,>는 '어떤 분야든 덕후들이 연대했을
때 그것이 곧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연출의도를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 더불어 감독의 영화
덕후력도 느껴지는 작품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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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31살은 어땠을까, 나의 31살은 어떨까 - 영화<애프터썬>
아주 아껴두던 영화를 보았다
사실은 너무 미루다가 그만 귀찮아져서, 이제서야 본 게 맞겠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조용히 베개를 휴지삼아 뚝뚝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고 영화를 깨나 봤어도, 울어본 적은 정말 손에 꼽기도 하고 나조차도 놀랄정도로 많이 울어버렸기에 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그렇게 날 슬프게 했는지 알고 싶었다.
필자는 상실의 아픔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정말 사랑하는 이를 잃어본 경험이 있냐하면, 아직은 없다가 맞다. 물론, 정말 마음 쓰고 좋아했던 사람을 계속 보고, 전처럼 따뜻하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게 되버렸던 경험은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사실 사랑도, 상실도 아니었다. 한때는 이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런게 아니다. 그리고 이 생각을 증명하는 순간들이 눈에 보일 때, 다시 말해서 필자가 사랑하고 애정하는 그를 , 또 그녀를 볼 때 마음 속에 드는 마음과 감정을 밖으로 꺼내서 살펴본다면 이건 그다지 믿기 어려운 말도 아닐거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의문이 들었다.
캘럼은 이번이 소피와의 마지막 시간이라는 마음을 먹고 온걸까, 아니면 겨우내 여행을 하면서 서버린 결심인 것일까? 장면 곳곳에서 캘럼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소피와 대화를 하며 양치를 하다 거울에 양칫물을 툭하고 뱉는 장면부터, 화장실에서 혼자 깁스를 풀며 소피와 대화하는 씬 등 우울은 그 근원을 찾을 수도 없게끔 나를 잠식시키고 명상과 태극권, 그 어떤 방법을 통해 안정을 찾으려해도 결국 그걸 이겨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게 더 절망적임을 말이다.
자신을 우울에서 꺼내기 위해서 스스로가 해야하는 일은 대체 무엇일까?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할까?
어쩌면 영화<애프터썬>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것이 현재로 하여금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그 존재와의 과거 수많은 순간 속에서 후회만을 떠오르게 하는지.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싶어도, 결국 지금의 나는 다 알 수 없고 그저 그리울 뿐이라는 것을 말하는 영화 아닐까.
필자가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나조차도 명확히 정의내리지 못했던 그 모호한 감정과 생각들을
영화 속 여러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제3자로서 보기 시작해서, 결국엔 온전히 내 안에서 찾게 된다는 점인 것 같다
영화 속 소피와 캘럼의 모습에서 필자는 스스로의 어떤 모습을 본걸까?
사실 어쩌면 알 것 같기도 하다.
돌고돌아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애프터썬은 참 좋은 영화라는 거다. 지금의 필자에게 애프터썬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그냥 한 번 남겨보고 싶었다.
또 메스칼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도 말이다. 노멀피플때도 느꼈지만 그의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이 좋다. 그렇게 꾸밈없고 서글서글한 사람이 좋다. 겉으로 하는 치장보다 단단한 내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메스칼이 연기하는 유약하지만 불안한 청춘이, 결국 그 모든 감정을 겪는 것이 건강한 젊음이라는 것을,
필자는 그의 연기를 통해, 그의 눈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31살의 소피는 31살에서 멈춰버린 아빠 칼럼을 다시 한 번 꼭 껴안고자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칼럼을 안아주고 싶었고, 또 나의 아빠를 안아주고 싶었다.
이미 지나버린 아빠의 31살은 어땠을까, 아직 오지 않은 나의 31살은 어떨까.
31살이 되면, 그때의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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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책감과 균형을 깨부수는 서늘한 복수극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7)
개봉일 : 2018.07.12. (한국 기준)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배리 케오간, 래피 캐시디, 서니 설직, 빌 캠프
죄책감과 균형을 깨부수는 서늘한 복수극
“선생님 가족도 죽어야 균형이 맞죠?” 뚝뚝하다 못해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빛을 가진 소년이 말한다. <킬링 디어>는 서로의 균형을 깨트리고 파괴하는, 차갑고 불쾌한 영화다. 깨진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해 남아있는 것을 깨트리고, 또 깨트리는 파괴를 반복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를 보면 소리 없는 격렬한 파동이 느껴진다. 그의 영화는 차갑고 불편하고 딱딱하다. 하지만 그것이 가진 매력은 가히 강력해 영화를 본 후에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만든 영화들은 나의 마음을 깨부수고 그 안에 깊숙이 침투한다. <킬링 디어>는 아주 천천히, 고요하게 나의 감정을 파먹고는 끝내 공허함만을 남겼다.
의외로 감정의 소모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킬링 디어>를 볼까 말까 몇 달을 고민하던 찰나, <이터널스>가 개봉했고, 이를 통해 배리 케오간 배우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상당히 독특한 느낌이었다.
앞서 <덩케르크>와 <그린 나이트>를 보면서 배리 케오간을 몇 번 만났음에도 핀 화이트헤드와 데브 파텔 배우에 눈길을 뺏겨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던 나의 시선을 탓하며, 이번엔 용기 있게 <킬링 디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차갑게 끓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마주했다.
<킬링 디어>는 외과 의사 스티븐과 어느 날 그에게 불쑥 다가온 소년 마틴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모든 걸 알려주지 않으며 미스터리하게 시작되는 이들의 사이는 점점 복잡하게 변화한다. 시간이 지나 궁금증의 실타래가 풀려갈수록 불편함이 쌓여간다. 시종일관 귀를 날카롭게 긁어대는 소리들과 깨져버리는 피아노, 팔 언저리를 박박 긁고 싶어지는 불협화음들의 향연이 가히 압권이다.
서서히 조여오는 무근거한 심판의 순간과 위협을 벗어나고 싶은 본능에 밀려 버려지는 죄책감. 죄책감과 인간성의 결여에서 오는 불쾌감. 한가득 늘어나는 문제들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며 마음이 앙상하게 말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뜯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또 다른 피부를 뜯어내야 한다는 듯 거침없이 감정을 도려내는 소년 마틴의 앞에서 살기 위해 걷고, 빙빙 돌고, 또 기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다른 대표작, <더 랍스터>는 입문작에 해당할 정도겠다- 싶을 만큼 <킬링 디어>는 더 깊고, 불안하다. 눈으로 보기엔 완벽한 균형을 가졌음에도 말이다.
킬링 디어 시놉시스
성공한 외과 의사 스티븐과 그에게 다가온 소년 마틴. 미스터리한 그와 친밀해질수록 스티븐과 그의 아내의 이상적인 삶은 완벽하게 무너지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시발점을 알 수 없는 불쾌한 악몽
이건 악몽이다. 시발점을 알듯하면서도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그런 악몽.
마틴의 아버지는 스티븐에게 수술을 받다 세상을 떠난다. 심장외과의인 스티븐은 음주 상태로 수술에 들어갔고, 수술에 실패한다. 스티븐이 음주 상태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운이 없었던 것인지 정확한 인과관계는 알 수 없으나 스티븐은 마틴에게 ‘아버지를 죽인’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티븐은 병원에 찾아오는 마틴을 앞에 두고 수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둘러대고, 그의 앞에서 조금씩 쪼그라든다. 내가 아닌 다른 의사의 잘못으로 수술이 실패한 것이라는 죄의식 떠넘기기를 곁들이면서.
수술 실패라는 과오를 짊어진 스티븐은 마틴이 가하는 압박을 느끼며 극적인 선택의 기로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죄책감 같은 사치스러운 감정을 하나 둘 내려놓는다.
복수를 선택한 마틴은 죄인의 오래된 손목시계를 받아들고서는 그의 자식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천천히 산책을 하듯 한 걸음씩 나아가며 죄를 청산하기 위한 높은 성전을 쌓는다. 16살 소년은 악의가 없는 민숭한 표정으로 다가와 문제가 가득한 자신의 가슴을 열어 보인다. 그 과정은 시종일관 불안해 보는 이를 신경질적으로 만들기 충분하다.
마침내 소년이 남자에게 스스로 과오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완벽한 균형을 이룬 가정을 깨트리라며 말도 안 되는 한 줌의 자비를 베푸는 순간. 불쾌감은 절정에 이른다. ‘이게 맞는 건가?’
스스로 균형을 맞추기 전까진 되찾을 수 없는 안정
“제 가족을 죽였으니 선생님 가족도 죽어야 균형이 맞죠?” 다리 마비와 거식증, 안구출혈, 그리고 사망까지. 마틴은 스티븐이 직접 가족 중 한 명을 죽이지 않는다면 이러한 비극이 차례로 일어나 결국엔 모두가 죽게 될 것이라 협박한다. 스티븐과 안나는 설마, 그럴 리가? 하는 불안감 반, 불신 반으로 선택을 미루다가 아이들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안나는 결혼반지가 헐거워질 만큼 말라갔고, 스티븐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렇게 쭉 버틴다면 가족들이 모두 차례로 죽을게 뻔하지만 부모가 어떻게 살아있는 자식을 직접 쏠 수 있을까? 하지만 가족 모두를 구하려면 자식들 중 한 명을 죽여야 한다. 수학과 물리학을 잘하는 밥, 문학과 음악을 즐기는 킴.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각자의 삶을 살던 죄 없는 어린 아이들 중 한 명이 죽어야 한다.
“둘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누구를 고르시겠어요?” 이 질문에 흔쾌히 답할 수 있는 아버지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분노와 죄책감의 딜레마 속에서 돌던 스티븐은 자신의 눈을 가려 죄책감을 외면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마틴은 이 과정을 철저히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죽음과 그에 따른 복수. 그 사이에서 죄책감과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마틴의 아버지는 수술 중에 죽고, 피눈물을 흘리던 아들 밥은 스티븐의 총에 맞아 죽었다. 자신의 스파게티 먹는 모습이 아버지와 닮았다고 말하던 아들 마틴은 복수에 성공했다. 아버지처럼 심장 외과의가 되고 싶다던, 아버지를 닮고 싶다던 아들 밥은 아버지의 죄를 대신 사하는 희생양이 되어 죽었다.
밥의 죽음은 가족 모두를 구했지만 가족들 중 그 누구도 희생양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어머니인 안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자 누구든 죽여야 한다며 스티븐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스티븐은 눈을 가리고 제자리를 돌며 자신이 쏘게 될 누군가에 대한 죄책감을 구겨버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돌다가 쏘게 된 것이니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변명하면서. 그리고 희생은 그렇게 잊혀진다.
만일 자명한 신이 존재한다면 누구를 벌하고 누구의 죄를 사하려나? 사실 잘 모르겠지만, 희생양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만 명확히 남았다. 죽은 이도 분명한 죄도 희생양도 있는데 그 누구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 이상한 원통 안에서 끝없이 돌고 돌며 불쾌감의 솜사탕이 만들어진다. 폭하고 찌르면 스르륵 갈라지는, 밀도가 높지 않은 아주 큰 솜사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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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세계의 아이러니, 아득한 풍경, 생존이라는 사치
※영화 〈정말 먼 곳〉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진우(강길우)는 강원도 화천에서 홀로 딸 설(김시하)이를 키우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그를 돕는 목장 주인 중만(기주봉) 역시 딸 문경(기도영)과 어머니 명순(최금순)을 모시고 살아간다. 인적 드문 산골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서울에서 연인 현민(홍경)과 쌍둥이 동생 은영(이상희)이 진우 앞에 나타나고, 평화롭던 일상에는 균열이 생긴다. 현민은 진우를 따라 화천으로 내려와 성당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시를 가르친다. 진우의 쌍둥이 동생 은영은 자신의 딸을 맡긴 지 오 년 만에 소식도 없이 설을 데리고 가 평범하게 키우겠다고 말한다. 모두 버리고 찾아온 정말 먼 곳에는 불안한 관계가 뒤얽히고, 비밀을 감춘 이들 앞에 시련은 연이어 찾아온다.
역설과 짐작의 자리를 비워놓은 시 詩
고착된 언어로 규정된 정상성을 의도적으로 비트는 영화는 전작 〈한강에게〉처럼 서사가 시로, 시가 이미지로 전이하는 흐름을 택했다. 특히 호칭으로 고착화하는 인물의 역할 관계를 변주하는 방법으로 경계 밖 소수자의 삶과 인물의 관계성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든다. 집 나간 며느리가 아닌 집 나간 서방이 돌아온다는 표현으로 남편 없이 홀로 가족을 부양했던 명순의 전사를 짐작할 수 있고, 은영의 아이를 자식처럼 키워온 진우가 아빠가 아닌 엄마인 이유는 성별 이분법적 관계를 답습하는 사고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현실과 관련 있다. 설이는 사실상 엄마의 위치를 담당했던 문경을 언니로 부르지만 정작 친모인 은영의 호칭을 따로 부여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진우와 특별한 관계로 연결될 수 없는 문경의 상황과 더불어 은영과 설이의 해소되지 않는 심리적 거리를 묘사한다. 이 가운데 영화는 아버지라는 단어만 남긴 채 의도적으로 전통적인 부성의 존재를 제거한다. 극 중 유일한 ‘아버지’인 중만은 조용히 영화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일종의 관조자이자 삶을 먼저 겪은 세대로서 몇 안 되는 대사에 켜켜이 덮인 세월의 깨달음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존재로 기능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정상 가족의 해체와 성적 지향과 대척점에 선 가부장의 위계가 사라진 가족은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존재를 그저 받아들이는 이상적 형태를 띤다.
영화는 각자의 사정으로 얽힌 인물들이 하나의 유사 가족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명시적 표현으로 드러내기보다 관객이 개개인의 삶을 짐작하게끔 여백을 만들어 두었다. 여러 대사 없이도 상황과 이미지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압축된 언어로 감정을 담아내는 시와 같다. 명순의 죽음을 가족들이 처음 알게 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차 안의 현민을 두고 멀리서 보이는 창문 밖의 모습으로 다른 가족의 반응을 지켜보기만 한다. 카메라와 인물, 그리고 인물과 인물은 서로를 그저 짐작하며 개입하지 않는다. 〈정말 먼 곳〉의 미덕은 언어가 주는 정신적 폭력에 사려 깊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성소수자를 향하는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들의 대사는 들리지 않게 웅얼거리고, 거기에 반응하는 진우와 현민 역시 말없이 노려볼 따름이다. 자칫 또 다른 고통으로 느낄 영화적 재현을 지양하는 태도는 영화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매체에서 침묵이 주는 안도감은 이미 일상이 되어 지친 우리에게 무거운 숙제를 건넨다. 각자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때 때로는 침묵과 직시가 답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직면하되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변화를 촉구한다.
언어보다 행위로 짐작해야 하는 영화에서는 배우의 작은 몸짓에도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특히 〈정말 먼 곳〉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섬세함이 인상적인 영화다. 특히 이상희 배우와 기도영 배우는 미세하게 변화하는 인물을 흡입력 있게 묘사한다. 앞서 언급한 문경과 은영의 태도와 설이와의 관계성을 영화는 손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필사적으로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 문경은 마치 자신의 노동을 바쳐 원래의 궤도로 돌려놓으려는 듯 영화 내내 쉴 새 없이 손을 놀린다. 이에 반해 은영은 어디서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직접적인 상황에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진우와의 대화든, 양에게 먹이를 주는 동안이든 마찬가지다. 그의 수동적인 태도는 서울로 설을 데려가고자 마음먹었지만, 미처 친밀함을 쌓지도 못했던 지난 삶의 준비되지 않은 머뭇거림이다. 설을 연기한 김시하 배우가 주는 울림도 상당하다. 영화 후반 은영의 고백에 애써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는 듯 담담히 책을 읽어가는 설이의 목소리는 늘 천진난만했던 모습 한편에 못내 감추던 상처가 드러나 버린 가슴 아린 장면이다. 영화는 진우와 현민의 이야기를 중심 서사로 놓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을 수 있는 도경과 은영의 서사를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은 배우에 있다. 장례식장에서 아웃팅을 하는 은영의 모습이 자칫 극적인 장치를 위한 작위적 흐름이 될 수 있었으나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적절히 쌓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배우들의 호연으로 영화는 감정적인 호소나 극적인 장면 없이도 느리지만 긴장감 있는 서사를 관객에게 스민다.
현민이 영화 중반 낭송하는 시는 박은지 시인의 동명의 등단작을 인용했다. 둘의 관계가 모두에게 알려진 다음 이어지는 현민의 장면은 허탈함과 분노,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을 가슴에 차곡히 억누르다 결국 짧은 시 한 편으로 겨우 내뱉을 수밖에 없던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잔잔한 바다를 뒤흔드는 큰 파동을 맞고 숨 고르기를 하는 듯 울리는 현민의 내레이션은 앞으로의 상황을 상상할수록 막막하고 공허하다. 영화의 주제를 요약해 놓은 시는 제목의 물리적 공간감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의 무력한 내면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말한다. 진우는 자신의 삶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먼 곳이라고 생각했던 공간마저 일상의 혐오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생각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 이상 ‘정말 먼 곳’에 왔다는 인식은 상상에 불과하며, 실은 아직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현실의 외로움과 무력감은 불안한 시어로 표현된다. 규정된 언어를 깨뜨리려는 현민의 수업에서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정작 현민의 언어는 그들에게 끝내 와 닿지 않는다. 그리고 무너지는 발밑을 바라보며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가깝고도 먼 풍경의 위력
언어를 양보한 자리에 채워진 풍경은 그 공백조차 느낄 수 없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말 먼 곳〉의 배경이 된 화천의 자연은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복잡한 고민마저 작아지게 만든다. 과묵한 등장인물들만큼이나 담담한 풍광은 가족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더한다. 설이와 양들이 함께 거닐던 초원이나 진우와 현민의 사랑을 품어주는 새벽녘의 섬은 행복의 순간을 찬란하게 밝혀준다. 지형지물을 활용한 절묘한 인물 간의 구도는 여러 컷 분할 없이도 충분히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가파른 절벽에 있는 목장의 들쑥날쑥한 들판은 인물의 시선과 관계를 설명한다. 롱테이크 장면에 고정된 배경은 연극의 한 장면처럼 인물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시선을 따라간다. 저 멀리 느리게 흘러가는 장면 하나하나는 유달리 소중하다. 별다른 기교나 편집 없이도 와이드 스크린의 저 끝에서 반대편 사이를 무대 삼아 펼쳐지는 서사는 제한된 공간성으로 인물의 동선과 반응을 집중시킨다. 화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최소화한 카메라 움직임은 익숙지 않아 오히려 초현실적인 감상을 자아낸다. 죽었던 명순이 설과 만나는 장면이나 동트기 전 숲에서 사라졌던 설이를 데려오는 장면은 이질적인 풍경과 함께 묘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또한 무질서한 자연이 프레임 안에서 재배열되는 기적적인 장면들은 실제 감독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인터뷰 내용처럼 믿기 힘든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한다. 디렉션이 불가능한 양들의 움직임을 멀리서 담은 장면들은 인물의 연기와 신기하게도 어우러진다.
의도하지 않은 경이로움은 영화 마지막 눈보라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출산을 앞둔 양을 보러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점차 거세지는 눈바람은 마지막 순간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 삶이란 대개 눈보라에 가까웠다. 각자의 생활환경과 가치관, 여러 사정이 얽힌 이들에게 행복했던 일상은 잠시일 뿐 수없이 좌절하고 고통받는다. 위기는 때를 가리지 않으며 영화가 끝난다고 한들 여전히 남은 숙제는 산더미다. 진우는 사라진 현민을 찾아야 하고 은영은 설이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팔을 걷어 붙어야 한다. 목장에 남은 중만과 문경은 명순의 죽음 이후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끝에 죽음이 있듯 소멸의 자리에는 또 다른 생명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 가장 오래된 양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설은 영화의 마지막 이름처럼(雪) 눈을 이끌고 가장 어린 생명을 바라본다. 가족의 막내 설과 가장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눴던 이는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명순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설이의 눈을 보며 희망을 발견한다. 편견과 혐오의 사회에서 설은 꿋꿋이 성장할 것이고, 어떻게든 절망을 딛고 살아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와 함께.
이기적인 인간, 죽음으로 이어지는 삶의 기대
〈정말 먼 곳〉은 할미 양의 죽음에서 시작해 새끼 양의 탄생으로 끝난다. 인간사에 오랫동안 함께 했던 양을 향해 선조들은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고, 그들은 신의 말씀으로 인간을 대신해 생을 다했다. 풍요와 희생의 의미를 모두 지닌 양은 인간과 닮아있다. 중만의 말처럼 양은 인간만큼이나 이기적이다. 다 함께 무리 지어 살아가지만 솔직한 눈빛 안에는 서늘한 진실이 숨겨있기도 한다. 영화의 마을 사람들은 진우에게 누구보다 따뜻하고 친절했지만 다름을 내보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등을 돌리는 냉혹한 이면을 지녔다. 또한 독립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자식을 품에 두고 놓지 못하는 어미 양처럼 중만과 진우는 각자의 반경에 문경과 설이를 둔 채 떠나보내지 못한다. 중만은 문경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고, 진우는 차별이 일상인 사회에서 상처를 주기 싫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바깥세상에서 받은 공포를 나눠 짊어지고 싶은 이기적인 감정에 의해 거짓 이유를 대고,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기기만의 공간에 자신을 가두었다. 마치 자유롭게 뛰노는 것처럼 보이는 양들에게 둘린 울타리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내몰린 사람들의 방어기제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 소위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받았을 고통을 짐작한다면, 고향을 떠나 홀로 자식을 키워야 했던 중만과 명순, 그리고 배우자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진우에게 연고도 없는 이곳까지 오게 된 경위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중만의 혼잣말은 어미 양의 투명한 눈빛에 비친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선택은 달랐다. 현민의 입으로 들은 진실과 설이의 실종을 겪으며 진우는 외면했던 자신의 진심과 대면한다. 설이를 위한다고 여겼던 도피가 어쩌면 자신의 불안이며, 진우의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말이다. 목장을 떠나기 전날 밤 진우는 중만에게 불안 섞인 물음을 던진다. 이 세상의 끝으로 생각했던 이곳마저 벗어나야 한다는 복잡한 마음을 중만에게 털어놓지만, 사실 진우는 중만보다 먼저 답을 찾아낸 셈이다. 두 사람을 품어줄 ‘정말 먼 곳’은 이 세상에 없다. 더는 나아갈 수 없어 그렇게 믿기로 한 중만과 허상의 공간임을 깨달은 진우가 있을 뿐이다. 중만의 여정을 책임졌던 동력은 소진되었고 남은 선택지라고는 지금의 삶에 순응하며 존재하지 않는 곳을 그리워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진우는 나아가야만 한다. 그는 있지도 않은 곳을 찾기보다 남아있는 실체에 집중하기로 한다. 현민을 찾고, 설이를 돌보고, 세상 앞에 다시 위험한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그는 숨겨진 자연을 떠나 칠흑 같은 어둠으로 향한다. 그렇게 영화 속 모두는 한 칸씩 성장하고 있다.
오 년 전 진우가 정말 먼 곳을 찾을 수밖에 없던 그 심정을 떠올려본다. 폭력과 차별에 지치고 사람이 싫어 도망치듯 떠났던 참담함을 생각한다. 익숙함의 관성에 밀려난 평범한 인간의 일상에 대해 생각한다. 존재를 인정하지 못해 끝없이 밀어냈던 결과는 막다른 벼랑 앞이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그곳에서 떨어지고 만 사람들이 이번 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의 곁을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어느 정치인은 원하는 사람들끼리 특화된 공간을 만들어 거기서 즐겨 보라고 말했다. 절망을 모르는 이들은 여전히 세상에 없는 정말 먼 곳을 만들어 쫓아보낸다.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일상이 '욕심이며 사치'인 사회에 견디지 못해 사라진다. 시 구절을 잠시 빌리자면 “정말 먼 곳을 상상하는 사이 정말 가까운 곳은/ 매일 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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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과 감성의 절묘한 균형,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
"이 일은 자네가 맡아서 처리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
"돌아와서 보지"
"... 저... 제독님,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아주 딱딱한 업무에 관한 일들만 주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가족들과도 오랜시간 같이 생활하다보면 부드러운 말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속마음은 그렇게 딱딱하지 않지만 겉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건조했고, 또 차갑기도 했다.그렇다고 갑자기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성적인 것이 우선시 되는 관계에서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이 생각보다는 어렵다.첫 문단의 대화는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4에서 주인공 버넘 선장(소네쿠아 마틴 그린)과 상사인 제독의 대화다. 앞쪽에는 임무에 관한 아주 딱딱하고 심각한 이야기가 오랜 시간 이어진다. 그리고 대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도 특별히 따뜻한 이야기를 던질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버넘 선장은 상사인 제독에게 따뜻한 말한마디를 보탠다. 대화를 나눈 시점은 바로 직전에 진행되었던 전 우주적인 재난을 극복하면서 모두가 끔찍한 참사를 피할 수 있었던 때였다. 제독은 버넘이 던지는 따뜻한 말한마디에 뒤를 돌아보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화면에서 사라진다.
특유의 따뜻함과 공감을 보여주는 스타트렉 스핀오프 시리즈
이런 따뜻한 장면들 때문에 이 시리즈는 아주 많지않지만 고정팬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인 버넘은 무척 이성적인 사람이면서 굉장히 감성적이다. 상황판단능력과 개별 전투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공감능력을 통해 시리즈 내내 빛나는 존재가 된다. 그저 엔지니어에 불과했던 그가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결정과 인식의 중심에는 공감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디스커버리호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같은 우주선에 있는 모든 동료들은 그 공감을 건네고 또 건네면서 모든 결정이 이성적인 잔인함에 묻혀버리지 않게 만든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이성적인 판단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버넘 선장은 꼭 위험한 상황에 처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에서 공감가능하다면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더라도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결정을 주변 동료들에게 설득하려 노력한다. 버넘 선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는 노력이다. 이런 인식은 더 심각한 위험가 자신에게 닥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는 방법을 택하게 만든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리즈 전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다. 그건 일반적인 <스타트렉> 영화 시리즈나 다른 TV시리즈가 가진 감성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스타트렉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과 생겨난 문제들이 모두 해결가능하다는 초긍정성이 스타트렉이 가진 고유의 감성이다. 그런 긍정적인 인식과 방향성 때문에 꾸준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다.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을 보여주는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긍정의 정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버넘을 중심으로 그 주변인물들이 보여주는 공감과 치유의 감성이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첫 문단의 대화다. 마지막 한 마디에 포인트가 있다. 무척 심각하고 엄중한 대화를 나눈 이후에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한 마디를 던진다. 꼭 버넘 선장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물들은 서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한 회차에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한 시즌의 말미에 가면 그들의 갈등은 대부분 서로에 대한 공감으로 따뜻하게 정리된다.사실 어떤 사람들은 이 시리즈 전체가 너무 감정이 과잉된 것 아니냐고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급박하고 빠른 이야기 속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이 받은 상처를 다른 선원들에게 위로받고 또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걸 보고 있자면 마음이 무척 따뜻해진다. 무엇보다 온갖 갈등과 싸움을 보는 현실에서 보지 못했던 공감능력이 충만한 리더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는 것이 무척 즐겁다.
매 에피소드는 인류 멸종이나 큰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가득하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 뒤에는 치유의 말을 주고받는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모를 때, 모든 등장인물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걸 듣던 상대방은 어떤 때는 해결책을 조언하고 어떤 경우에는 마음 깊숙히 들어와 큰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가 비록 상황에 대한 해결을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볼 때면 따뜻함과 희망을 느끼게 된다. 엄청나게 기술이 발전된 이야기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바꾸고 이끌어가는 건 결국 그 따뜻한 치유의 감성이 아닐까. 그 치유가 희망을 만들어내고 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현실에서 너무 따뜻함과 공감을 잊은 것은 아닐까. 매일매일 뉴스를 보면 날선 말들과 혐오의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모두는 자신의 말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마음 속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의 선원들처럼 우리가 먼저 상대방에게 따뜻한 공감의 말을 던지면 어떨까. 현 시대에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인 것 같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는 현재 시즌 4가 완결되었다. 시즌 1부터 시즌3까지 시리즈의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김보연 작가가 이번 시즌에는 빠졌지만 시리즈 초반부터 구축된 공감과 치유의 감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스타트렉 시리즈가 큰 인기가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공감과 치유의 정서는 이야기에 빠져든 모든 시청자들을 위로한다. 혹시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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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 결과 발표
지난 4월 28일부터 진행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오늘(5월 7일) 그 막을 내렸는데요! 폐막작 <풀타임> 상영 후 10일 간의 축제를 마무리한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내준 57개국의 217편의 작품들에 감사를 표하며, 지난 5월 4일(수)에 전주돔에서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상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씨네랩이 함께한 그 영광의 순간과. 2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의 뜨거운 열기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을 공유하며, 앞으로 오프라인에서 열릴 수많은 축제와 영화제를 기약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 진행된 시상식의 주인공들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대상, <고독의 지리학>
Geographies of Solitude
다큐멘터리 | 캐나다 | 2022 | 103분
감독 : 재클린 밀스 | 출연 : 조이 루커스
캐나다 노바스코사주 해역의 외딴곳, 세이블섬에 두 여성이 있다. 환경 보호 활동가인 조이 루커스는 1970년대에 처음 이 섬에 당도했을 때 미술학도였다. 조이가 이 가느다란 당에서 지낸 세월은 벌써 수십 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왔다.
일정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재클린 밀스' 감독은 문성경 프로그래머의 입을 빌려 수상 소감을 전했는데요. <고독한 지리학>은 집밥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영화"라고 소개하며, "대단한 영광의 의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고 전함과 동시에, 이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전주국제영화제에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 4인은 수상작을 전함에 있어, 굉장히 많은 논의를 나누었지만 "대상" 부문에 있어서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하였는데요. 이는 매진 행렬을 이어간 <고독의 지리학>의 작품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작품상, <시계공장의 아나키스트>
Unrest
역사 | 스위스 | 2022 | 93분
감독 : 시릴 쇼이블린 | 출연 : 클라라 고스틴스키, 발렌틴 메르츠
19세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시계를 만드는 스위스 한 마을은 변화를 겪는다. 이 마을에서 조용히 일어난 무정보주의 운동 지지 현장에서 한 러시아인 여행자와 시계 공장 노동자가 만난다.
국제경쟁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시릴 쇼이블린 감독은 전주에 온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도시라며 영화제의 도시 '전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도쿄의 쿠르드족>, <스파이의 침묵>
좌 : TOKYO KURDS 우 : The Silence of the Mole
다큐멘터리 | 일본 | 2021 | 105분
감독 : 휴가 후미아리 | 출연 : Ozan, Ramazan, Mehmet
터키 쿠르드족 난민이 일본으로 와 도쿄 교외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현재 그 수는 2천여 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불법 이민자 신세다. 여기에 오잔(18), 라마잔(19), 메흐메트(38)가 살고있다.
다큐멘터리 | 과테말라 | 2021 | 91분
감독 : 아나이스 타라세나 | 출연 : Elías BARAHONA, Carlos OBREGÓN
영화는 과테말라 역사상 가장 억압적이었던 정부에 잠입한 한 저널리스트의 삶을 쫓으며, 침묵을 강요당한 나라의 기억으로 우리를 이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은 두 작품은 국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한 작품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직시해야 할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은 관객들이 꼭 봐야할 영화이기도 합니다. 특히 많은 수의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과테말라의 이야기를 다룬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은 "이번 수상이 과테말라 영화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국경쟁 부문 대상, <정순>
Jeong-sun
드라마 | 한국 | 2021 | 105분
감독 : 정지혜 | 출연 : 김금순, 윤금선아
동네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정순은 세월에 억척스러워질 법도 한데 그 이름처럼 정순하게 살아간다. 그런 정순에게 공장 동료이자 또래인 영수가 다가온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며 둘만의 은밀한 관계를 즐기고, 영수는 그 관계를 휴대폰 카메라로 담는 것을 즐기는데...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국경쟁 부문 영광의 대상의 주인공인 '정지혜' 감독은 "저희 영화가 너무 작은 영화여서 배우분들과 제작진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하며 모든 스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요. 어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힘든 역할을 맡아준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습니다. 이와 함께, 아직도 정순과 같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모든 정순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윤시내가 사라졌다> - 오민애 배우/<사랑의 고고학> - 옥자연 배우
좌 :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오민애 배우 우 : <사랑의 고고학>
드라마 | 한국 | 2021 | 108분
감독 : 김진화 | 출연 : 이주영, 오민애
이 시대의 '관종' 유튜버, 장하다는 한물간 인기를 되찾고자 사생활까지 팔아가며 구독자를 모은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설의 가수 윤시내가 사라진다! 이에 장하다는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하는 엄마를 라이브 방송 소재로 삼아 구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어낸다. 한편, 꿈의 무대를 잃고 절망에 빠진 연시내는 동료 이미테이션 가수 '운시내'와 함께 윤시내를 찾아 떠나기로 하고, 장하다는 그들 몰래 라이브 방송을 꾸민다.
드라마 | 한국, 프랑스 | 2022 | 168분
감독 : 이완민 | 출연 : 옥자영, 기윤
영실과 인식은 만난 지 8시간 만에 연인이 된다. 인식은 영실이 자유로운 영혼이라 확신한다. 불안한 인식은 영실로부터 어더한 상황에서도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영실은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헤어진 후에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 8년 후, 영실은 우도에게 설렘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첫 번째 수상자인 '오민애' 배우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일을 3년만 더 해보자 했는데, 올해가 4년째,"라고 말하며, 무명생활을 오래 버티고 있을 배우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언급하여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다른 일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한 '옥자연' 배우는 프로그래머를 통해 긴 수상 소감을 전했는데요. 오랜만에 축제답게 치뤄지는 축제인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여 애석하다고 말하며, 배우와 인물이 교차되는 값진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작품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CGV 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 <경아의 딸>
드라마 | 한국 | 2022 | 118분
감독 : 김정은 | 출연 : 김정영, 하윤경
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경아. 의지할 곳은 딸 연수뿐이지만 연수가 독립한 뒤부터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한편, 전 남친 상현에게 시달리던 연수는 최후의 이별 통보를 한 뒤 본가에 다녀온다. 연수가 떠난 뒤 경아는 낯선 이로부터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게 된다.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을 수상한 <경아의 딸>의 김정은 감독은, 작품은 '연주'가 어떻게 수렁에서 탈출하는지에 강조점을 둔 영화라고 말하며, 2018년도부터 4년 정도 준비한 작품에 대하여, 너무나도 필요한 이야기이지만 무겁고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피해자분들이 혹시나 이 영화를 보고 상처를 입거나, 그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하여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이 어려운 역할을 해준 배우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n번방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진심어린 소감을 전했습니다.
CGV 아트하우스상 창작지원상, <비밀의 언덕>
The Hill of Secrets
드라마 | 한국 | 2022 | 122분
감독 : 이지은 | 출연 : 문승아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열두 살 소녀 명은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
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비밀의 언덕>의 이지은 감독은 '명은' 역의 문승아 배우와 시상대에 함께 올라 기쁨을 나누었는데요. 창작을 하며 상을 기대하면 건강에 안 좋다는 걸 알기에 기대를 하지 않고 왔다고 말하며, 문승아 배우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습니다. 문승아 배우는 특히 레드카펫에서 '갸루피쓰'를 선보이며, 젊은 감성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국 단편경쟁 대상, <유빈과 건>
In The Dry Stream
드라마 | 한국 | 2022 | 26분
감독 : 강지효 | 출연 : 윤희성, 장시우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 깊숙한 곳에 유빈과 건, 두 아이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두 친구. 그들에게 건천은 최고의 집이자 놀이터이나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후보작 중 한국단편 경쟁 '대상'의 영예를 안은 <유빈과 건>의 강지효 감독은 "상상도 못 했던 상이다. 고향 제주와 관련된 작품을 촬영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는데요. 강지효 감독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바입니다.
한국 단편경쟁 감독상, <트랜짓>
Transit
드라마 | 한국 | 2022 | 28분
감독 : 문혜인 | 출연 : 우지현, 김규나
시작 단계의 아역배우 백호와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트랜스젠더 조명기사 미호. 둘은 어쩐지 현장의 구석 어딘가에서 자꾸만 마주친다.
단편경쟁 감독상의 주인공인 '문혜인' 감독은 "사실 저는 독립영화에서 배우로 오래 활동을 해왔고, 이런저런 시간들을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던 와중에 글을 쓰고 연출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는데요. 조금은 해이감을 갖고 있던 영화를 만드는 것, 영화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좋은 마음으로, 좋은 지향점을 갖고 영화에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 <분더카머 10.0>
Wunderkammer 10.0
실험 | 한국, 네덜란드 | 2021 | 32분
감독 : 기예림, 박소윤, 정인우 | 출연 : 이상하, 한누리, 위다나
미래의 한 가상 도시. 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영 체제 '분더카머 10.0(Wunderkammer 10.0)'은 지도 데이터를 크롤링해 스스로 학습한다. 특정 타임라인 내의 데이터에만 한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맞닥뜨린 분더카머는 인터넷에서 오래전 만료된 여행 블로그를 발견한다.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의 영예는 <분더카머 10.0>에게 돌아갔는데요. 수상의 영광을 안은 주인공은 "영화가 많이 실험적이라 걱정하기도 했고, 영화제에서 틀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상까지 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왓챠가 주목한 단편상, <그렇고 그런 사이>/<29번째 호흡>/<새벽 두 시에 불을 붙여>/<겹겹이 여름>/<트레이드>
한국 | 2022 | 30분
감독 : 김인혜 | 출연 : 주가영, 김강휘
선지는 새언니가 된 친구 진희와 제사상에 올릴 전을 부친다. 분명 결혼 전까진 쿨한 친구였는데, 오늘따라 진희가 엄마 영순을 대하는 태도가 불편하다
한국 | 2022 | 27분
감독 : 국중이 | 출연 : 전아희, 한성수
아희는 처음부터 좀비를 연기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도전이었고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좀비로만 쓰임을 당하고, 다신 좀비를 안 하겠다 다짐하지만 결국 좀비로 현장을 향하게 되는데...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아희는 슛이 들어가자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이제껏 쌓은 자신의 감정을 모두 분출해내고 만다.
한국 | 2022 | 19분
감독 : 유종석 | 출연 : 조은형, 한성민
1995년 화원여자기술학원. 서리는 이곳에서 있었던 화재 사건과 유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토록 불을 두려워했지만 기어코 불을 보고자 했던 소녀에 대해
한국 | 2022 | 34분
감독 : 백시원 | 출연 : 이노아, 김우겸
여름날.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마주친다.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둘 간의 10년의 세월을 거쳐 세 번의 각기 다른 여름날로 이어진다.
한국 | 2022 | 29분
감독 : 김민주 | 출연 : 심혜인
무한한 경쟁 저 너머 위로 올라가고픈 도경과 이미 한참 전에 밀려난 병태. 서글픈 청춘. 도경은 임용고시 공부와 편의점 알바를 병행한다. 한편 병태는 노모를 부양할 돈이 없어 쩔쩔맨다. 병태가 간신히 돈을 구할 방법을 마련할 찰나. 도경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마는데. 한밤의 편의점, 서로를 끌어내리기 전까지 그들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다큐멘터리상, <2차 송환>
다큐멘터리 | 한국 | 2022 | 156분
감독 : 김동원 | 출연 : 김영식, 고 문상봉
2000년 남북화해시대를 맞아 63명의 간첩 출신 장기수가 북으로 송환됐으나, 전향 장기수들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2001년 이들은 '전향무효선언'을 하고 2차 송환 운동을 전개한다. 좌우 대립이 심각한 남한 사회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북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전향 장기수들의 희망과 절망, 30년간 그들을 지켜본 감독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휴먼 스토리.
다큐멘터리상의 심사를 맡은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는 항상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 애쓰는 곳"이라고 말하며, 올해 다큐멘터리상은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그 가치에 주목하였다고 심사 총평을 밝혔는데요. 수상의 주인공, <2차 송환>의 '김동원' 감독은 작품은 남한 사회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담은 작품이라 밝히며, 작품의 주인공인 '김명식' 선생이 전주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더욱 뜻깊은 상이라 말하면서도, 많이 옅어진 남북 관계와 송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하였습니다.
J비전상, <문제없어요♪>
No Problem
드라마 | 한국 | 2022 | 15분
감독 : 고경수 | 출연 : 김예지, 김우택
예지의 소화 불량 고백하기.
J비전상을 수상한 <문제없어요>의 고경수 감독은 포기하지 않게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전하는 감사인사와 함께, 포기하지 않겠다는 짧고 굵은 수상소감을 전하였습니다.
넷팩상, <UFO를 찾아서>
Journey to the West
중국 | 2021 | 111분
감독 : 쿵다산
빈털터리 중년 남성 탕즈쥔은 SF 잡지의 편집장이다. 평생 그를 애먹여온 의문은 외계인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여정으로 그를 이끈다.
넷팩상 부문 심사위원들은 기발함으로 가득했던 작품이라며 <UFO를 찾아서>에게 수상을 안겼는데요. 비경쟁 섹션 아시아 상영작 중 1편을 선정하는 넷팩상의 영광을 안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5월 25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더 노비스>부터, 각종 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단편들까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소중한 작품들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리며,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제 소식을 공유해드릴 수 있게 노력하는 씨네랩이 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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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요리하라, 이들처럼
요리는 정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웬만한 마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저도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주고 나서야 깨달았는데요. 마음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요리는 사랑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요리에 사랑이 더해진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트란 안 홍 감독은 <프렌치 수프>라는 영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프렌치 수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프렌치 수프>는 2024년 6월 19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프렌치 수프
The Taste of Things
Summary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두 사람, 한여름과 자유를 사랑하는 '외제니'는 '도댕'의 청혼을 거절하고, '도댕'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트란 안 홍
출연: 줄리엣 비노쉬, 브누아 마지멜 외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프렌치 수프>, 영어 제목은 <The Taste of Things>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요리에 관해 작정하고 이야기하겠다는 다짐이 느껴지는 듯한데요. 코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오프닝 시퀀스는 그 다짐을 현실로 만들어 버립니다. 밥을 먹고 영화관에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밥을 먹지 않았더라면 분명 제 뱃속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동쳤을 겁니다.
10초 건너뛰기가 당연해진 오늘날이지만, <프렌치 수프>는 건너뛰는 것 하나 없이 요리의 과정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 물이 팔팔 끓는 소리, 재료들이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로 가득한 '외제니'와 '도댕'의 부엌은 고요하면서도 소란합니다. 쉼 없이 움직이며 음식을 만들어내는데도 부산스럽기보단 우아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긴 세월을 이 부엌에서 보내왔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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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수프 같은 연애의 맛
'외제니'는 '도댕'이 상상한 레시피를 최상의 맛으로 구현해 내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지난 20년간 환상의 파트너로서 지내왔죠. 그 과정에서 사랑도 꽃폈습니다. 두 사람은 인생의 가을을 지나는 나이에 이를 때까지, 부엌과 인생에서 서로와 함께해 왔습니다. 언제나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신뢰하는 두 연인의 사랑은 마치 프렌치 수프와도 같습니다. 한 번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 수프는 맛이 다소 약해지지만, 맑고 부드러우며 색이 진한 수프가 됩니다. 그들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뾰족한 부분은 모두 걸러내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서로를 대하죠.
미디어 전체를 통틀어 어른의 '어른다운' 연애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근래 나는솔로, 결혼지옥, 고딩엄빠와 같이 자극으로 점철된(혹은 얼룩진) 사랑들, 또는 현실에서는 절대 없을 우연과 구원과 운명의 연속인 사랑들만 봐왔기 때문이겠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극에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저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런 사랑도 있으니 나 정도는 괜찮아.', '저런 사랑이 어딨어? 이런 게 현실이지.' 싶어집니다. 불순물을 거른 듯이 순하디순한 사랑이라니, 참으로 낯설고 반가웠습니다.
요즘 세상은 너무 강한 맛만을 선호해서 서글픕니다. 그 맛에 익숙해지는 저 자신도 싫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수프를 더 많이 맛보고 싶은데, 머지않아 그런 수프를 먹어도 '에잇, 밍밍해!' 할까 봐서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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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극 중에서 '도댕'은 여지없는 사랑꾼입니다. 언제나 애정을 표현하고, 한없이 상대방을 걱정하며, 청혼하고 또 청혼합니다. 그러나 '외제니'는 조금 다릅니다. '외제니'를 사랑하는 모습이 분명하게 묘사되는 '도댕'과 달리 그렇다 할 애정 표현이 없습니다. 유독 등을 돌리고 있는 '외제니'에게 다가가는 '도댕'의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외제니'는 선뜻 뒤도는 법이 없죠. 몇 차례의 거절 끝에 '도댕'의 청혼을 받아들인 이후에는 몸이 거부라도 하는 듯이 지병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반추 끝에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외제니'는 '도댕'을 진정으로 사랑한 걸까?' 누군가는 '도댕'에게 아내보다는 요리사로 남길 바란다는 '외제니'의 사랑을, 사랑을 나누고자 방문을 두드리는 '도댕'을 진심으로 맞이한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고 말하는 '외제니'의 사랑을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외제니'는 '도댕'보다는 요리를 더 사랑했을지도 모르지요. 요리를 더 자유롭게 사랑하기 위해, '도댕'과의 사랑을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외제니'가 '도댕'을 분명히 사랑했다고 생각합니다. '외제니'는 '도댕'을 뼛속까지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도댕'의 음식은 오직 '외제니'에 의해서만 진정한 맛을 냈거든요. 상대를 뼛속까지 이해하는 마음은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제 결론이 너무 단순하고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게 사랑은 완전한 이해인 걸요. 서로 다른 답을 마음에 둔 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영화를 보는 재미지요. 영화를 보신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당신은 '외제니'의 사랑을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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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들은 사랑을 요리하고, 사랑을 먹습니다. 눈으로 보았지만, 오감으로 사랑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다만, 사랑과 함께 입맛도 돋우는 영화이니 꼭 식사하고 보시길 권합니다.
One-Liner
사랑은 프랑스 부엌에서 만나, 프렌치 수프를 먹으며, 매일 같이 요리를 하다가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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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농구의 질감을 가지고 돌아온 슬램덩크
?Rabbitgumi 입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했습니다.
송태섭의 서사를 중심으로 북산과 산왕의 전국대회 경기를 보여주고 있죠.
산왕과의 경기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되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저의 간단한 리뷰를 영상에서 말씀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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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최신 개봉영화(싱크홀, 프리가이, 더 톨:함정, 암살자들, 생각의 여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8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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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 메인 예고편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만큼
수많은 이들이 홀로 어둠을 견디고 있단다"
홈리스와 난민 소년, 소외된 그들이 만든 파리의 기적!남모를 상처와 사연으로 홈리스의 삶을 살게 된 '크리스틴'
세상의 외면과 냉대 속에서 삶을 이어가던 크리스틴 앞에
머물 곳도 엄마도 잃은 아프리카 난민 소년 '술리'가 나타난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지만 크리스틴은 술리의 엄마를 찾기 위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며 자신이 꾸려 온 모든 걸 던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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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복> 1차 예고편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
그와의 특별한 동행이 시작된다!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 것.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실험실 밖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서복‘과 생애 마지막 임무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은 ‘기헌’은 가는 곳마다 사사건건 부딪친다.
한편, 인류의 구원이자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서복’을 차지하기 위해 나선 여러 집단의 추적은 점점 거세지고 이들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