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뚜로빼뚜로2023-01-19 23:24:42
히어로가 된 캐리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이전의 <캐리와 슈퍼콜라> 이야기
<캐리와 슈퍼콜라>는 6년 전에 만들어진 유투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친구들>의 캐리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서사를 만들어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유투브 채널은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소개하고 영혼을 담아 열성적으로 역할놀이처럼 노는 장면을 보여주는 콘텐츠이다. 애니메이션 <캐리와 슈퍼콜라>는 어린이 관객들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 유투브 채널을 만들기 이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 캐리는 자신의 게시물의 조회수와 댓글에 연연하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애니메이션 내용 안에서 나이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었지만, 설정은 11살 초등학생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공유하는 카페에 인기없는 피드를 올리다, 어느날 가지고 있던 인형 콜라에 외계에서 온 마스터가 들어가게 되고 말도 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그걸 촬영해 피드에 올리면서 많은 인기를 끌게 된다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름 지금 시대에 맞는 소재를 이용한 캐릭터 설정과 서사의 도입은 신선한 시도로도 보였다. 빌런인 스펙터의 지구를 침공하는 동기는 다소 미약한 듯 보이지만, 자신의 우주정원을 꾸미고 싶어 마스터의 힘을 빌어 블랙홀을 만들어 지구를 훔치려는 설정도 나름 재미있어 보인다.
주요 등장 캐릭터가 많지 않고 캐릭터 성격과 그들 간의 관계의 단순함이 약간은 아쉽기도 하지만, 아동 콘텐츠는 복잡함보다는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단순함이 더 강점이 될 수 있기에, 단순하지만 허술하지 않게 전하는 어린이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괜찮게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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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툰 사랑을 알려줄 내 첫사랑
나만 그런가? 갑자기 아무 맥락도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가령 오늘 꿈의 내용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에게 두들겨 맞은 것이다. 오늘 일을 하며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딱히 선생님에게 대들거나 한 적이 없어 맞을 일이 없었다. 그런 트라우마가 자체가 애초에 머릿속에 없었다. 또 꿈에서 맞은 정도의 수위는 거의 조선시대 곤장 때리기와 유사할 정도였다. 무슨 선생님의 부모님 욕을 한 게 아닌 한 그렇게 맞을 일 자체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맞은 이유도 '바닥에 오줌 싸서'였다. 난 바닥에 오줌을 싸 본 적이 없어서 역시 기억에 남지 않았다. 어째 꿈도 나같이 꾼다. 당연히 다들 그렇겠지만 내일 바닥에 오줌 싸서 곤장 맞는 꿈을 꿀 거라고 생각 못했다.
사실 이건 당연하다. 우리 보편적인 인류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란 없으니 필연적으로 앞날을 미리 내다볼 수 없다. 그래서 다들 '이랬으면 좋겠다' 식의 바람을 자주 남기곤 한다. 그런데 이거랑 미래를 예측해서 정확히 맞춘다는 건 완전 별개의 것 아닐까? 그래서 우리의 삶에 운명이라는 단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다른 무언가가 한 교차로에서 만난다'라는 건 정말 아무리 봐도 놀랄 일이다. 학교생활 동안 크게 선생님들에게 대들지 않았던 내가 그런 꿈을 꾸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좋은 사람과 기회가 나에게 오다니. 사실 올 만 해서 오는 건데 나를 지나가는 수많은 것들 사이에 그가 있는 게 너무나도 신기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런 특이한 경험이 사람의 인생에 딱 한 번만 오지 않는 것 같다. 난 오늘 그런 꿈을 꾸고 어느 날 느닷없이 교실 유리창을 망치로 두들기는 꿈을 꿀 수도 있다. 또 오늘 먹었던 자장면 vs볶음밥의 기로가 내일 모래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이게 된다고?'싶은 순간은 나이를 들면 들수록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럼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또 선택해야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 중 한 명이 바닥에 오줌 쌀 확률과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 인간의 모습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딜레마에 관한 영화가 있다. 첫눈에 반한 한 남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첫사랑이 사라지고
여주인공 아사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 쪼리 질질 끌며 길을 걷던 여름의 어느 날. 더벅머리의 한 남자가 물끄러미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낀다. 거짓말같이 시선이 이끌린 두 사람. 남자는 느닷없이 여자와 입을 맞춘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둘은 연인이 된다. 첫 번째 남자 친구의 이름은 바쿠다. 바쿠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자기 맘에 든다고 여자에게 입을 맞추는 게 뭐 보통 정적인 남자라면 불가능하긴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걸 떠나서 확실히 개성이 강한 영혼이었던 것 같다. 톡톡 튀는 매력으로 아사코의 마음을 훔친 바쿠. 사랑이 깊어진 둘은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사랑이 사라졌다. 아무 언질도 없이.
시간이 지났다. 아사코는 여전히 사랑의 상처가 남아있다. 그렇게 지난 일에 신음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 왠지 본 얼굴이다. 바쿠다. 일하다가 바쿠를 발견했다. 말을 걸어보는 아사코. 그런데 바쿠는 자기가 바쿠가 아니라고 한다. 바쿠를 똑 닮은 남자의 이름은 료헤이다. 얼굴은 똑같은데 아무튼 바쿠가 아니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바쿠와 료헤이는 얼굴만 똑같지 직업도 성격도 다르다. 그냥 바쿠가 다른 척한다기엔 360도 다른 사람이라 '아니구나' 싶기 충분하다. 그러나, 바쿠 닮은 사람을 봐서 안녕하고 끝나지 않는다. 아사코는 료헤이와도 사랑에 빠진다. 그러니까 여주인공은 얼굴은 같은데 성격과 직업은 딴판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때 겪는 아사코가 겪는 사랑이야기가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복을 반복하다
우리 인생은 사실 같은 순간의 반복이다. 4월의 어느 일요일에 이 글을 쓰는 나도 사실 저번 주의 반복이다. 또한 돈이 없는 지금 이 상황도 6개월 동안 반복되어 지금 7번째다. 이런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가지각색의 반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가 영화를 만든 것도 반복이다. 마스크 쓰고 돌아다니는 것도 반복의 일종이다.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반복되며 선택을 내려야 한다. <아사코>는 이 반복에 대해 다룬 영화다. 물론 정확하게 딱 딱 맞아떨어지는 반복인 건 아니다. 영화에서 조금씩만 변형된 채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극은 이 디테일을 굉장히 잘 살렸는데, 예를 들어 바쿠와의 데이트 장소였던 사진전이 료헤이와의 만남에서도 반복된다. 다른 것으로는 바쿠의 실종이다. 바쿠는 실종을 두 번 한다. 또 다음. 아사코도 연락을 끊고 료헤이와 거리를 둔다. 이것 역시 사랑에 실패하는 과정을 두 번 반복한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디테일을 꼼꼼히 구현해서 반복되는 인생의 과정을 묘사했다.
또 반대로 접근한 지점도 있다. 어떤 부분을 생략함으로써 오히려 삶의 반복을 구현반 부분도 있다. 구체적으로 바쿠와의 사랑이 빠지는 과정을 보면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보자마자 키스한다. 그냥 운명인 것이다. (사랑의 운명을 비유하듯 바쿠와 아사코가 오토바이 사고가 나는 신도 있다.) 반대로 료헤이와의 사랑은 썸을 타는 기간이 몇 번 있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근데 그 사랑에 빠졌던 근거가 뭐냐? 첫 번째 남자와 지금 두 번째가 비슷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동적이었던 아사코의 연장선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계속해서 나라는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때 무엇을 근거로 하는가?를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아사코가 조금씩 선택을 바꾸는데, 이 선택의 차이점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본다면 감상이 깊어질 것이다. 아마 극본을 쓴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자기의 의견을 어느 정도 넣은 듯 보인다.
하마구치 류스케 월드
물론 하마구치 류스케의 필모그래피를 전부 다 본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 개봉했던 <해피 아워>, <드라이브 마이 카>, 또 이 <아사코>만 봤다. 그런데 이 세 작품을 보면 이 사람 취향이 느껴진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확실히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급의 당연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감독의 접근법은 확실히 다르다. <해피 아워>에서는 제목에 해피가 있지만 318분 중 300분이 불행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 인물들이 행복한 순간을 어떻게 꿈꾸냐? 에 대한 질문은 가장 마지막 대사에서 볼 수 있다. 불행한 건 너무 복잡해서 풀 수조차 없는데 행복감은 그 친구들끼리의 모임 하나로도 예상할 수 있다.
또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도 이런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제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드라이브 마이카>는 건조한 느낌이었다. 영화에서는 다카츠키, 미사키 둘과 가후쿠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게 묘사된다. 같이 술도 먹고 차도 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미사키의 경우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에서 미사키와의 관계성이 아예 안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극보다는 확실히 적다. 각색까지 하며 구상했던 하마구치 류스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하마구치 류스케는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왜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자아를 탐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내렸던 무언가가 나를 투영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사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이 세상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가 아닐까'라는 메시지가 세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이 <아사코>에서도 아사코에서도 바쿠와의 사랑이 료헤이에게도 영향이 간다. <해피 아워>에서도 앞에서 썼듯 그냥 주인공들이 재밌어하는 일로 행복을 예상한다. <드라이브 마이카>는 그냥 대놓고 대사에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만 하고 마느냐? 아니다. 이걸 굉장히 신선하게 전개한다. <아사코>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로 관계성과 자아에 대해 탐구하는 영화다.
영상미가 좋아요
이 영화 영상미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 강물을 비추는 신이 있는데 이때 그 무미건조한 카메라 렌즈와의 시너지가 기억에 남는다. 또 초반부 바쿠와 아사코의 사고 신에서도 넘어진 형태(?)를 잘 잡았다. 뭐 사실 영화 자체 비주얼도 괜찮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신이라 할 수 있는 얼굴 클로즈업에서 전체적인 배경 색감이 괜찮았다. 촬영감독이 카메라 종류를 잘 고른 느낌이다. 뭐 단순히 미장센도 좋았지만 일단 두 남녀 주인공이 잘생겼다. 특히 카라타 에리카 진짜 미인이다.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여주인공의 미모였다. 수수하게 예쁜 사람 중 가장 최대치의 미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 밖에서 카라타 에리카와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너무 선남선녀라 좀 문제가 있긴 한 거 같지만 예쁜 건 예쁜 거다.(물론 남자 주인공 히가시데 마사히로도 잘생겼다.) 뭐 남자는 또 다른 문제가 있고 카라타 에리카는 복귀를 준비한다는 것 같은데 상처를 준 이들에게 충분히 뉘우쳤길 바란다. 좋은 작품으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에도 관심이 많은 여배우로 알고 있는데 살짝 김이 새 버렸다. 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근데 이 배우의 잠재 가능성을 떠나서 연기는... ㅎㅎ..
어떤 걸 받아들일 것인가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2020년 4월이었다. 아직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던 과거. 더 큰일이 많았는데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웅웅 맴돌던 사건이 있었다. 난 어쩌면 성장하지 못한 걸까?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르고 싶어서 내 자신을 더 성장시켜야 한다고 믿었는데, 이제까지의 일들이 다 허상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반문하던 때 이 영화를 봤다.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정말 뒤통수 한 대 후려치고 싶었던 과거의 나. 세상에서 내가 내 자신을 가장 싫어해야 면죄부가 생기는 것 같았다. 영화는 이런 나(내지는 우리)에게 단적으로 뾰족한 해결책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인생의 과정을 긍정한 느낌이다. 당신은 더 나아진 선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격려한 느낌이 들었다. 나같이 여러번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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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 엄마와 딸의 위치, 심경 변화
- 수박의 의미
-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의외의 인물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202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개봉일 : 2024.09.0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06분
감독 : 이미랑
출연 :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본문에서 인물의 이름은 극 중에서 사용되는 이름인 그린, 레인, 제희(노인)와 엄마로 표기 (엄마의 이름이 잠시 스쳐 지나가듯 나오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엄마의 이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져 그대로 ‘엄마’로 표기하겠습니다.)
<딸에 대하여>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다른 것 같지만 닮아있는 엄마와 딸. 그리고 딸의 연인과 유한한 삶의 끝에 서있는 노인. 네 여성들의 아픔과 사랑을 재료로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다.
영화는 외적으로 폭발하는 지점 없이 주인공인 엄마의 내면에 집중하며 진득하게 나아간다. 외부 사건의 자리를 대신 채운 짧은 침묵과 방문 사이를 들여다보는 눈, 사랑 위로 자라난 아픈 말들엔 엄마의 두려움과 슬픔이 깃들어있다.
<딸에 대하여>의 주인공인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의 딸인 그린은 7년 동안 만난 동성 연인 레인과 동거를 하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엄마는 자신의 수박은 숟가락으로 대충 떠먹으면서도 딸이 먹을 수박은 예쁘게 썰어 준비하는, 딸을 사랑하는 엄마지만 딸이 함께 데려온 동성 연인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엄마는 인생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보며 살고 있다. 그녀는 연고 하나 없이 요양원에 방치되어 있는 노인 제희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제희는 한 어린이 제단의 설립자로 어린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희생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제희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노인이다. 제단 사람들과 언론인들의 관심이 끊긴지는 한참이고 가정을 이루지 않아 찾아올 자식도 없다. 제희에게 남아있는 건 작은 손가방 하나와 곧 끊길 예정인 제단의 지원금뿐이다.
엄마는 이런 제희가 가엾다. 그리고 제희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안에 자신과 그린의 미래가 그려지는 것 같아 두렵다. 남편, 아이 하나 없이 버려진 노인의 미래가.
그래서 엄마는 딸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동성 연인과의 사랑을 반대한다. 딸을 사랑한다면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지만 차분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엔 엄마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
극 중에서 엄마는 그린의 엄마, 요양보호사 여사님으로만 그려진다. 그녀의 이름은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갈 뿐,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도 없다. 서서히 나를 잃어가는 중년 여성의 불안감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 앞에서 더욱 짙어진다. 영화는 떨리는 중년의 마음을 따라가며 엄마와 딸의 두려움. 그리고 여전히 엄마의 곁에 남아있는 소중한 것을 재조명한다.
<딸에 대하여>는 동성 연인과 엄마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퀴어 영화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늙어감과 외로움,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모녀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으니 꼭 성소수자인 딸이 아니어도 20대 이상의 딸이 있는 모녀관계라면 혼자보단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어린 딸과 엄마보다는 어른인 딸과 엄마에게 추천!)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엄마는 딸이 자신과 다르게 살아가길 바란다.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엄마의 바람대로 그린은 자신의 행복을 찾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린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성소수자를 위해 투쟁한다.
엄마의 눈엔 딸의 사랑과 정의감이 소꿉장난과 오지랖으로 느껴진다. 적당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렇게 모나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동성연애에 관계도 없는 다른 강사의 부당 해고 집회에 얼굴을 팔고 다니다니. 엄마는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붙잡고 대체 왜 그러냐며 소리친다.
그린은 엄마가 자신에게 부당한 거, 싫은 거는 말하라고 가르쳤다고 답한다. 엄마는 몰랐지만 딸은 엄마의 가르침대로 잘 자랐고 엄마도 여전히 부당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마는 손발이 묶인 제희와 그것을 방관하는 동료를 향해 소리친다.
“어떻게 저게 남의 일이야. 우리라고 저렇게 안 될 줄 알아?”
부당 해고 사건에 대해 말하던 그린도 엄마와 똑같이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모전여전 그 자체인데 엄마는 그걸 모른다.
한숨 쉬어가며 나와 우리를 이해하다.
문밖을 서성이던 엄마, 문안에서 자고 있던 딸. 두 사람의 위치 변화 / 결말 해석요양원 과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던 엄마는 제희와 함께 요양원에서 쫓겨난다. 엄마는 제희를 찾아 깊은 산속 병동을 방문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엄마보다 더 어린 딸들은 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식구를 받아들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희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와 그린, 레인은 함께 장례식을 진행한다. 엄마는 제희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지독하게 붙잡고 있었던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린이 어르신이나 자신처럼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고.
그런데 엄마는 이제 인정하려고 한다. 그린의 곁에는 레인이 있고 두 사람과 함께 웃고 싸워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딸이 자신의 등 뒤를 지켜줄 수 있을만큼 자랐다는 것을.
그린은 엄마 대신 상주에 이름을 올리고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지킨다. 그 덕분에 항상 문밖에서 전전긍긍하며 딸의 방을 바라보던 엄마는 이제 방 안에서 편하게 잠에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횡단보도에서 함께 손을 잡고 지나가는 또 다른 딸들의 앞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엄마는 딸에게 예쁜 수박만 주고 싶다
수박의 의미엄마는 그린이 집에 오기 전, 그린을 위해 커다란 수박을 산다. 엄마는 홀로 오르막길을 오르며 힘겹게 수박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수박을 반으로 뚝 잘라 절반은 예쁘게 썰어 그린을 위해 남겨두고 절반은 TV 앞에 앉아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대신해 홀로 인생의 무게를 짊어져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푹푹 파먹다 금세 비어버린 수박처럼 어느덧 엄마의 인생도 탄생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위치에 다다른다. 엄마는 이제 나이 먹는다는 게, 혼자가 된다는 게 두렵다. 그리고 2층 집에 사는 세입자 가족처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루지 못할 딸이 걱정된다.
내 수박은 아무렇게나 팍팍 퍼먹어도 괜찮지만 딸은 예쁘게 썰어진 수박을 먹이고 싶은 게, 내 삶은 모나게 흘러가도 괜찮지만 딸의 인생은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게 엄마다. 엄마의 말대로 그린과 레인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결혼, 법적 보호자, 아이를 가진 가정.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엄마는 동성애자의 삶이 이성애자의 삶보다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린을 말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엄마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어른이자 믿음을 나누는 연인이다. 그린과 레인은 커다란 수박을 반반 나눠 들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설령 무겁고 쉽지 않은 인생이라 해도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인생의 무게를 나눠들고 함께 웃으며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영화엔 그린과 레인이 들고 온 수박이 부서지거나 소비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굳이 필요 없어서 해당 장면을 넣지 않은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이걸 이유 삼아 영화가 두 사람이 함께 짊어지고 갈 인생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레인
치매 증상이 심해진 제희는 수시로 배변 실수를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인지 기저귀를 차는 것은 한사코 거부한다. 엄마는 어르신이 편한 게 제일이라며 귀찮은 빨래와 목욕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요양원 과장과 관계자들은 비품을 너무 많이 쓰고 빨래도 너무 자주 한다며 엄마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눈칫밥을 먹던 엄마는 제희에게 억지로 기저귀를 채우는데 제희는 그것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몰래 침대를 벗어나 자신을 찾으러 온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실수까지 한다.
엄마의 2층 집에 세 들어 사는 부부는 여전히 싱크대 위에서 물이 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전에 불렀던 분들 말고 진짜 전문가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엄마는 그들의 요청대로 다시 전문가를 부르고 물이 새는 걸 잡으려면 천장을 다 뜯는 대공사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듣는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채워놓은 기저귀, 임시로 해결해 놓은 누수는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사람의 마음도, 사람과 사이의 문제도 그렇다. 평범하지 않다고, 나와 다르다고 억지로 막고,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마음도 바뀔 거라고 대충 덮어놓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있다.
그린은 몰라도 레인은 이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현실적인 문제에 떠밀려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레인이 엄마와의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편한 건 말씀해달라, (그린에게) 우리만 참는 게 아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하는 거다. 관계에 확신을 갖고 있다.. 레인은 차가운 엄마 앞에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고 갑작스레 등장한 제희를 정성껏 보살피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아마 레인이 없었다면 엄마는 더 오래 아니 어쩌면 평생 딸을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레인은 미움이 뚝뚝 새어 나오고 있던 모녀 관계를 지붕부터 뜯어 싹 고쳐낸다.
처음엔 당연히 엄마와 딸 그린의 갈등이 중점으로 그려지고 레인의 비중이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레인이 모녀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이야기를 봉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그려져 더 좋았다.
생각보다 더 곱고 어른스러웠던 레인과 빛나는 눈으로 레인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하윤경 배우의 모습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엄마의 마음속주름 하나까지도 모두 느끼게 해준 오민애 배우와 반질반질하고 예쁘고 단단한 자갈 같은 그린을 보여준 임세미 배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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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회로 최대치에 담겨있는 비밀
엑.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분명히 알약 네 알을 빼먹지 않았음에도 탈이 났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인가? 그럼에도 책 읽기 게임하기 공부하기는 포기할 수 없어서 이 변명을 나 자신도 듣지 않을게 뻔하지만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다행히 목적지와 집이 그렇게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제주의 원도심 어느 곳에 내린 나. 근처 지하상가에 들어가 화장실을 찾는다. 자주 온 곳이라 어딘지 위치도 외워버렸다. 공중화장실에서 변기 커버를 아무거나 잡고 올렸다.
악! 비명을 질렀다. 누가 변기 물을 안 내렸다. 후다닥 질끈 눈을 감고 물을 내렸다. 그리고 바로 옆의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악! 이 깔끔한 공중화장실 변기 한가운데에 휴지 몇 장이 둥둥 떠다닌다(그냥 휴지만 있었다). 오늘 운수가 왜 이래? 우연 치고는 뭔가 재수 옴 붙은 느낌이다. 근데 또 억울한 게 변기 물이 고장 났냐? 그건 또 아니다. 쭉쭉 잘 내려갔다. 다른 변기도 후다닥 물 내리고 약을 꺼내 먹은 다음 아픈 복통을 처리했다. 그렇게 지하상가를 나와 나의 대장은 왜 이따위인가? 자조하다 갑자기 느닷없이 '이 우연이 참 웃기기도 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 때문에 화장실에 갔는데 그 변기 두 개가 물 안 내린 채로 있었다. 근데 그 변기 하나엔 어떤 못된 인간이 휴지만 둥둥 떠다니게 만들었다. 금세 나는 그런 적이 없었을까? 반추해본다. 다행히 내가 기억하는 선에서는 그랬던 적이 없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서 '이런 우연도 벌어졌는데 다른 재미있는 일도 일어나면 안 될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에잉. 이 무료한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빨리 지나 우연같이 만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구는 차 운전 열심히 하던 때 세 명의 여자들은 각기 다른 우연에 맞이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와 같이 제작됐었다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우연과 상상>이다.
우연을 상상해서 만든 이야기
메이코는 모델이다. 사진 촬영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 동료 사진작가 츠쿠미와 남자 이야기를 하게 된다. 츠쿠미가 만난 남자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이야기가 잘 통해서 수다 만으로도 밤을 새웠다고 한다. 츠쿠미는 그 남자를 마법 같은 일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잘 맞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던 츠쿠미. 그렇게 메이코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았다. 근데 메이코의 반응은 영 탐탁지 않다. 혹시? 츠쿠미가 말하는 남자의 특성을 조합하면, 메이코의 전 남자 친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충분했다. 생각에 잠긴 메이코. 메이코의 전 남자 친구가 있는 사무실로 길을 돌린다.
사사키는 대학생이다. 그리고 그와 비밀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나오다. 사사키는 대학 교수 세가와가 진행하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세가와가 꼴 보기 싫었던 사사키. 유사 여자 친구였던 나오를 구슬려 세가와에게 망신을 주려고 한다. 나오는 사사키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세가와 교수의 저서가 상을 받았던 것을 보고 한번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나오는 사사키의 부탁대로 세가와 교수를 유혹을 시도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일어나게 된다.
중년의 여성 나츠코. 10대 때까지 사랑했던 연인을 찾기 위해 동창회에 참석한다. 그런데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아쉬운 나츠코.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는 기차역으로 향한다. 그때, 옛사랑과 비슷한 사람을 발견했다. 다시 달려가는 나츠코. 그 사람도 왠지 나츠코를 아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츠코는 확신에 찬다. 행인의 집으로 향하는 나츠코. 나츠코는 그곳에서 우연이 만든 기막힌 사실을 맞이하게 된다.
우연히 만나 상상하기
영화는 세 편의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우연은 '내 친구가 어제 썸탄 남자가 내 전남친'이라는 우연이다. 두 번째 우연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였다. 세 번째 우연은 내 옛사랑을 길 지나가다 만났다는 우연이다. 영화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병렬로 배치시켜 우연의 속성에 탐구한다. 영화는 세 우연에 앞서 상상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상상을 통해서 인물의 내면을 관찰하는 것이 영화의 주요 소재다.
잠깐 생각을 해 보면, '우연'이 뭘까? 인생은 거의 대부분 필연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연이 일어나기 어렵다. 우연은 그러니까 상상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내가 지금 당장 이 카페에서 벗어나 만원을 주울 확률은 거의 상상력에 가깝다. 세상 사람들 모두 다 만원 돈이 아깝기 때문에 지갑에 넣고 다닌다. 그리고 또 요즘은 xx페이가 잘 되어 있어서 현찰 갖고 다니는 사람도 얼마 못 본 것 같다. 이 필연의 가능성이 하나, 둘 모여 우연을 없애버린다. 잠깐 상상했던 나의 우연이었다. 그런데 난 이 우연을 기다리고 있다. 또 이 우연을 맞이하면 대충 어떤 행동을 할 것 같은지도 예상이 간다. 사실 간단하다. 내가 이 우연을 상상했던 이유는 방금 초코라떼 하나를 주문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못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상상은 나에게 있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우선이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인물들이 맞이하는 우연은 본연이 갖고 있는 욕망에 근거해서 벌어진다. 우연처럼 벌어진 일에 어떻게 행동할지 모를 것 같지만 그 진단에는 '나'라는 인물이 거진 다 스포일러를 하고 있다. 전남친과의 재회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교수를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 바라던 옛사랑과의 조우까지 이 우연을 대비하는 인물들의 태도는 내면에 갖고 있는 구멍과도 상충한다. 그리고 정확히 그 구멍의 크기만큼 인물이 행동한다. 영화는 이 인물이 갖고 있는 공허함과 미련을 우연이라는 상황을 접목시켜 가감 없이 드러낸다.
또 하마구치 류스케 월드
6개월 만에 돌아온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이다. 작년 <해피 아워>와 <드라이브 마이 카>가 국내에서 개봉했을 때가 생각난다. 전자는 후에 왓챠를 통해 봤고 후자는 극장에서 두 번 봤다. <드라이브 마이 카>가 주는 마력은 어마어마했다. 천천히 쌓아 올려 도착한 엔딩에 긴 여운이 남았다. 그리고 내 인생영화로 등극했다. 이는 비단 나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분들의 인생영화가 된 두 작품.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분명하다. 지루하지 않게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 능력 때문이다. 이 하마구치 류스케가 가진 강점은 이 세 편의 옴니버스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내면 묘사가 탁월하게 드러난다. 나츠코가 만난, 그러니까 행인에 해당하는 인물이 에피소드 3의 후반부에서 같은 장소를 와다다 달리는 신이 있다. 또 나츠코가 행인의 집에서 만나 하는 대화들을 잘 보면 글 쓰는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자기 언어에 기반한 문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사의 톤이 보편적인 톤으로 일관되면 연극 같은 느낌이 강할 것이다. 근데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에서 말하는 대사들은 배우 고유가 갖고 있는 언어와 톤으로 전하는 형식이라 극이 갖고 있는 개성과 흡인력이 뛰어나다. 이는 실제로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가후쿠가 대본 리딩을 한 방식(자주 대본 리딩 읽기)이 실제 하마구치 류스케가 쓰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 의도를 부여해서 연출자로서의 시그니쳐를 새긴 것이다.
근데 손님은 홍상수
이 영화에는 손님이 한 명 있다. 바로 홍상수다. 지금 당장 구글에 '하마구치 류스케 홍상수'라고 검색하면 작년 10월에 하마구치 류스케가 '나는 홍 감독의 팬'이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영화의 형식이나 내용이 홍상수를 베꼈다(근데 그렇게 마음먹어도 못 베낄 듯..)는건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살짝 홍상수의 영화를 하마구치 류스케가 자기 식대로 소화한 느낌이 든다.
우선 자기화의 근거로는 '대화'를 사용한 방식이 떠오른다. 사건이 공개되기 전의 홍상수는 인간 존재에 대해 조롱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공개되고 난 후는 외로움이라는 정서가 영화를 이끄는 듯했다. 하마구치 류스케가 자기화시킨 부분은 전자다. 특히 <옥희의 영화> 생각이 난다. 우선 <우연과 상상>과 <옥희의 영화>의 차이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옥희의 영화>에 '우연'이란 키워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옴니버스 영화지만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들이 같은 사람이 아니다(이선균, 정유미). <옥희의 영화>를 다시 보지 않아도 생각나는 차이점 키워드는 두 개다. 이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뇌를 빼고 홍상수의 영화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의미와 닿아있기도 하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해피 아워>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타인과 나의 관계를 통해 바라보는 자아'를 중심으로 극본을 써온 사람이다. '인간의 욕망을 통해 웃긴 인간의 내면을 묘사한다'는, 전반기 홍상수의 영화적 테크닉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를 보여주듯 '마음의 구멍'을 위시한 인간 내면 치유의 대사가 <우연과 상상> 곳곳에서 들린다는 것은 그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욕망의 발현이 아닌 하마구치 류스케의 방법론 제시라는 점에서 탁월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셈이다. 또한 주연 배우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옥희의 영화>에서 주연 배우들은 다 똑같다. 근데 모두 같은 역할을 맡았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홍상수 감독님이 이 글을 읽고 '그냥 돈 없어서 그렇게 섭외했는데 히히'라고 하면 딱히 할 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글쓴이가 느끼기엔 네 편의 이야기가 한 가지 키워드로 읽히는 게 싫었던 것 같다. 영화의 구조보다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정서, 그 정서를 공유하는 시간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한다. 비슷한 이야기들을 묶어 네 에피소드의 공감대를 하나로 묶고 싶었던 것이다. 이 <우연과 상상>은 세 에피소드의 배우들이 다 다르다. 이러면 단편영화 세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각기 다른 우연과 입장 차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사연을 통해 웃기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는 게 관객이 되는 셈이다. 당연히 뭐가 더 낫고 구리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하마구치 류스케는 적어도 홍상수가 그동안 갖고 있었던 전개 방식과는 다른 형식을 택한 건 확실한 셈이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홍상수 영화에서 썼던 연출법이 곳곳에 보이기도 한다. 일단 배경음악을 잘 들어보면 홍상수의 감성이다. 음악의 ㅇ자도 모르는 나. 그냥 '클래식 비슷한 것'으로 홍상수의 OST를 기억하고 있다. 근데 또 이 홍상수란 사람의 취향이 일관돼서 일상 속의 상황에 튀지도 그렇지도 않은 음악들을 넣어 왠지 모르게 웃긴 느낌이다. 이 <우연과 상상>에서도 이런 연출 방식이 나타난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가후쿠와 다카츠키가 대화하는 신, 눈 묘지 앞에서 가후쿠와 미사키가 대화하는 신에서 조용한 배경으로 대사만 나왔던 것과 대비된다. 또 홍상수 특유의 매가리 없는 클로즈업이 영화에 제시된다. 뭐 클로즈업 기법 쓰는 거야 감독 맘이지만 각각의 쓰는 타이밍은 홍상수가 썼던 형식을 빌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외에도 19금 코드를 사용한 것, 반복과 차이를 활용한 방법까지 우리나라의 영화 팬이라면 왠지 모르게 드는 기시감이 놀라울 것이다.
베를린의 이유 있는 선택
이 영화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에 이유를 증명하듯 영화에 마법을 부린 것 같다. 전부 다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우연인데, 왠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근데 그게 영화 보는 이유 아니겠어?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님에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것. 또 그게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믿는 것. 우연 같은 좋은 이야기를 만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야 말로 사람에게 있어 영화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다들 알 거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 다 똑같다. 그런데 이 영화는 비슷한 궤를 향하는 것 같지만 좀 더 창의적이고 개성이 있다. 일본의 풍경과 감성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녹아든 사랑스러운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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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향 없이 더 짙고 어두운 클래식
아아, 이것이 정녕 클래식이라 하는가. <대부 2>를 보기 전, N사 <대부 2> 영화평을 봤을 때 왜 다들 '이 영화는 전설이다.' '명작이다'라는 말만 등장하고 구체적인 영화 감상평이 많이 없어서 이해가 안 됐었다. 하지만 <대부 2>를 보고 단번에 이해가 됐다. 이 영화는 이런 호칭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르와르 장르의 대부, 클래식 영화의 전설. 편협한 시각을 가진 나로서 과연 이 영화를 글로 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영화의 마무리는 관객들이 느낀 영화의 감상인데, 이 글을 통해 <대부 2>의 흠을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글을 적어본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부>(1972), <대부2>(1974)
<대부 2> 스틸컷
교차편집
<대부>에서 언급한 키워드다. 막내딸 결혼식 장면과 교회 세례 장면에 등장하는 교차편집 기법을 통해 영화에 큰 재미와 다양한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대부 2>는 교차편집을 확장해서 영화 자체가 교차편집이다. <대부 2>는 아들 마이클 코를 레오네(알 파치노)가 조직을 운영하는 모습과 아버지 돈 비토 코를 레오네(로버트 드 니로)가 살아왔던 유년기와 청년기를 교차한다. 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넣었을까. 다른 시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마이클과 비토가 은은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혈연이기도 하고, 둘 다 코를 레오 네파의 수장으로서 보이는 모습을 통해 나오는 아우라와 포스를 느낀다. 또한, 마이클은 조직 운영을 성장해가고, 비토는 미국으로 정착하며 성장해가는 연관성도 보인다. 이렇게 둘은 비슷한 성장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가족. 영화가 흘러갈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인연과 유대감이 단단해져 가는 비토와 달리 마이클은 점점 곁에 사람들이 없어져 가고 홀로 고독하고 짙은 담배 냄새를 풍길 법한 외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마이클의 고독은 마지막 가족 간의 식탁 장면에서 극에 치닫는다. 어쩌면 미래 자신의 모습을 예견하듯 점차 단란한 가족 식탁에 그 누구도 없어지는 외로운 모습은 르와르 장르에 덧없이 완벽한 클라이맥스이자 강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이클을 더 고독하게 보이는 강화제는 비토의 교차편집 연출일 수도 있다.
미장센
다양한 기술력과 연출로 빚어진 현대 영화들의 미장센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대부 2> 미장센은 그야말로 오리지널(original) 다운 면모를 보인다. 옛날 필름 영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색감이 <대부 2>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주고, 주요 장면들마다 강렬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특히 옥상으로 따라다니면서 파누치를 암살하려는 장면은 후대에 나올 갱스터 영화에게 엄청난 영감과 본보기를 제공해준 장면일 것이다. 조명이 어둡다가 밝아졌다 하는 장면은 혹시나 들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보여주고, 소음을 줄이기 위한 수건의 활용은 투박하게 막은 것처럼 보이지만, 암살을 할 때 보여주는 센스가 느껴지는 미장센의 클래식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신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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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5주차 개봉작, 공개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월 다섯번째 주도 잘 지내고 계시나요?
벌써 3월의 마지막 주가 다가와 많이 아쉬운데요.
그래도 좋은 작품과 함께 3월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은 설렙니다!
그럼 3월 다섯번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비우스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04분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배우: 자레드 레토, 아드리아 아르호나 등
개봉: 2022.03.30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희귀혈액병을 앓고 있는 생화학자 '모비우스'는 동료인 '마르틴'과 함께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다.
흡혈 박쥐를 연구하던 중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모비우스’는
새 생명과 강력한 힘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흡혈을 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던 중 ‘모비우스’의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도 ‘모비우스’와 같은 힘을 얻게 되는데…
관전포인트
<모비우스>는 마블 원작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과 맞선 '마이클 모비우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실사 영화이자, 첫 번째 안티 히어로 영화이다.
개봉 당일, 예매율 50.5%를 넘었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얼마나 많은 기대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DC 캐릭터를 연기하던 '자레드 레토'가 마블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배니싱: 미제사건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프랑스 | 88분
감독: 드니 데르쿠르
배우: 유연서, 올가 쿠릴렌코, 예지원
개봉: 2022.03.30
배급: (주)스튜디오산타클로스,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줄거리
어느 날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맡은 형사 ‘진호’는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를 찾아 자문을 구한다. 알리스와 진호는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장기밀매 조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국제적인 범죄 조직의 정체와 마주하게 되고 충격적이고 처참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데…관전포인트
<배니싱: 미제사건>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에 초청된 적이 있다.
대한민국 올 로케이션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국내외로 유명한 배우 유연석, 올가 쿠릴렌코, 예지원, 최무성, 박소이, 아누팜 트리파티 등이
모두 이 영화에 출연하는 최고의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B컷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93분
감독: 김진영
배우: 김동완, 전세현, 김병옥 등
개봉: 2022.03.30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줄거리
어느날, 한때 최고의 여배우였던 ‘민영’은 ‘승현’에게 망가진 핸드폰 수리를 맡기고,
그 폰 안에서 찾아낸 ‘민영’의 B컷에는 그의 남편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인 ‘태산’의 충격적인 진실이 들어있다.
관전포인트
<B컷>의 김진영 감독은 "현실과 밀착되어 있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화 속 내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분들이 김동완 배우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씬으로 더욱더 영화에 몰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나이트
출처: Rotten Tomatoes
개요: SF | 한국 | 6부작
감독: 모하메드 디아브
배우: 오스카 아이삭, 에단 호크 등
공개: 2022.03.30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불면증에 시달리며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에 빠진 '스티븐'은 매일 악몽 같은 삶을 이어간다.
어느 날, 달의 신 '콘슈'의 임무를 수행하는 전직 용병 '마크 스펙터'와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 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신의 힘을 이어받은 초월적 히어로 '문나이트'로 거듭나게 된다.
관전포인트
오스카 아이작이 맡은 문나이트는 다중인격자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마블 작품과 달리 어두움과 처절함이 강조됐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타미 페이의 눈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26분
감독: 마이클 쇼월터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 앤드류 가필드 등
공개: 2022.03.30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타미 페이의 눈'은 70, 80년대에 남편 짐 베이커(앤드류 가필드)와 세계적인 종교 방송망과 테마파크를 세운
TV 전도사 타미 페이 베이커(제시카 채스테인)의 흥망성쇠와 구원을 다룬다.
관전포인트
최근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과 여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한 영화이다. <타미 페이의 눈>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실제 스토리와 비교하면서 보면 재밌을 것 같다.
몸 값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4분
감독: 이충현
배우: 이주영, 박형수 등
공개: 2022.03.30
스트리밍: 왓챠
줄거리
처녀를 원하는 중년남자가 여고생과 모텔 방에 들어가 화대를 놓고 흥정을 한다. 처녀가 아니란 이유로 가격을 깎자는 남자. 여고생은 어이가 없지만 남자의 요구를 들어준다.
관전포인트
티빙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는 드라마 <몸 값>의 원작인 이충현 감독의 영화 <몸 값>. 최초 공개 당시 화제를 모았지만, 정식 서비스가 없어 다시 볼 수 없었던 영화였다. 왓챠에 공개된다는 글이 올라오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패러렐 마더스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스페인 | 123분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밀레나 스밋, 로시 드 팔마 등
개봉: 2022.03.31
배급: (주)스튜디오디에이치엘
줄거리
홀로 출산을 준비 중인 사진작가 야니스는 같은 병실에서 어린 산모 아나를 만난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딸을 낳은 두 사람은 짧지만 깊은 우정을 나눈다.
야니스는 아나와 자신의 딸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진실을 알리지 못한 채 아나와 점점 더 가까워져만 가는데…관전포인트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페넬로페 크루즈, 두 사람은 총 8번째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협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패러렐 마더스>는 두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겨져 있는 영화이다.
극장판 시그널
출처: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21분
감독: 하시모토 하지메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키타무라 카즈키, 키치세 미치코 등
개봉: 2022.03.31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줄거리
‘사에구사 켄토’가 속한 장기 미제 사건팀은 계획된 범죄임을 의심하고 수사하던 중
2009년에 동일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게 된다.도심을 뒤흔든 연쇄 테러 사건과의 전쟁에 맞선 과거와 현재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영화 <극장판 시그널>은 일본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어지는 스토리이다. <영화> 초반에 드라마 속 스토리를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미리 보고 간다면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 BTS 정국이 작곡에 참여한 'Film Out'도 들을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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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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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스타의 성공, 그리고 실패, 그리고 지금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베러맨> 포스터 [출처: 씨네랩, 네이버 영화]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슷하지만 다른
<베러맨>은 영국의 국민적인 가수로 유명한 로비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이다. 포스터에도 쓰여 있듯, 퀸의 이야기를 그렸던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되는 지점이 많다.
다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이라는 밴드와 음악 자체에 집중했다면, <베러맨>은 로비 윌리엄스라는 ‘한 사람’에게 훨씬 더 밀착한다. 그의 전성기와 몰락, 스캔들과 자학, 그 모든 내면을 무대 위의 ‘퍼포먼스’로 다시 연출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꽤 낯설고, 동시에 신선하다.
또한 시대 배경 면에서도 둘은 확연히 다르다. 퀸이 70~80년대를 대표하는 락 밴드였다면, 로비 윌리엄스는 90년대 아이돌 그룹의 아이콘이었다. 록과 팝, 밴드와 아이돌, 창작자와 엔터테이너를 오가며 그는 훨씬 더 상업적이고 정제된 음악 산업을 경험했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특히 아이돌 그룹 Take That에서 시작해 솔로 가수로 나서는 과정에서 보여준 감정의 굴곡, 그리고 팀과 팬, 언론 사이에서 무너지듯 흔들리는 장면들은 오늘날 K팝 아이돌의 이야기와도 묘하게 닮아 있다. 그가 겪은 연애 논란, 멤버 간의 거리감, 끝없는 비교와 기대는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이야기가 “그들은 위대했고, 그래서 그 음악은 불멸이다”라는 찬양의 구조를 갖고 있다면, <베러맨>의 이야기는 “이 못난이는 이렇게 튀었고, 이렇게 망가졌고, 그럼에도 결국 나아졌다”라는 굴곡의 구조를 따라간다. 이 차이만으로도 두 영화의 결말이 남기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파격적인 그리고 극심한 반항과 방황
로비 윌리엄스는 어릴 때부터 스타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성공’보다, 그가 감당해야 했던 정신적인 무게에 더 집중한다. 그는 무대 뒤에서 불안했고, 충동을 제어하지 못했으며,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자의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방황할수록 커리어는 더 높아졌고, 성공은 커졌다. 수많은 히트곡과 팬, 엄청난 부와 명예, 언론과 대중의 관심까지 모두 쏟아졌다. 그러나 그 모든 것과 동시에 그는 점점 자신을 잃어갔다. 사랑했던 사람들과 멀어졌고, 팀과도 어긋났으며, 자신조차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점까지 밀려났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영화는 그의 파괴적인 선택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혼란스러운 내면은 종종 몽환적인 뮤지컬 연출로 표현되며, 그의 고통은 설명 대신 이미지와 리듬으로 조용히 전해진다. "성공 + 마약 = 슈퍼스타"라는 공식이 낭만처럼 소비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암울하고 무서운 공식인지,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온다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보여준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주인공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로비 윌리엄스는 이 영화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그는 CG로 구현된 침팬지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침팬지는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극 중 모든 사람들은 그를 사람처럼 대하고, 관객만이 그가 사람 아닌 존재라는 걸 알고 있다. 이 설정은 굉장히 기묘하지만, 동시에 강력하다. 그는 늘 퍼포먼스를 해야 했다. 가족 앞에서도, 친구 앞에서도, 팬들 앞에서도 언제나 “로비 윌리엄스”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원숭이처럼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쇼를 위해 훈련된 존재, 웃고 춤추는 무대 위의 동물. 영화는 이 자조적인 고백을 상징으로 바꾸고, 침팬지라는 얼굴에 그를 담아낸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하필 침팬지였다는 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이자, 동시에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다. 로비는 그 중간 지점에 오래 머물렀다. 모두가 그를 보면서도, 아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는 그를 얼굴 대신 침팬지로 보여준다. 낯설고 이상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더 잘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다 알지 못해도, 전해지는 것들
나는 로비 윌리엄스를 잘 모른다. 그의 시대를 살지도 않았고, 그의 전성기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놓친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등장인물과 배경이 낯설고, 감정선의 흐름이 익숙하지 않아 몰입이 끊기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특히 그의 음악을 잘 모른다면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부분만으로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들었다는 건 꽤 큰 성과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특히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노래는 로비의 곡이 아니라, 어릴 적 그가 가수라는 꿈을 품게 만들었던 곡이다. 영화 초반에 나왔던 장면과 조용히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끝으로 엔딩 크레딧에는 영화 속 장면과 똑같은 실제 사진이 이어진다. CG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현실로 천천히 전환되는 순간이다. 마침내 현실의 로비 윌리엄스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의 전환이 참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우연히 실제 무대 영상들을 보게 됐다. 그가 했던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들이 영화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걸 알면 더 재미있고, 몰라도 크게 방해되진 않는다. 로비 윌리엄스를 잘 아는 사람에겐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고, 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흥미롭고 의미 있는 영화다.
<베러맨> 스틸컷 [출처: 씨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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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행 피해자, 아줌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지난 20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공동 대상을 수상한 영화 갈매기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씨네랩의 초청으로 개봉 전 시사회에 참석하고 왔는데요.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데 인디 영화임에도 매우 흥미롭게 본 영화입니다.
한 중년 여성이 가까운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이후에 피해자의 심리와 행동을 세심히 보여주는데요.
피해를 당하는 모습은 영상에 담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모든걸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중년 여성이라서 그의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결국 꿋꿋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우리가 흔히 아줌마라고 부르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이 많이 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 하세요!
영화는 7월 28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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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우리의 지구> 공식 예고편 ?
우리 모두의 터전, 경이로운 지구를 만난다. 최신 기술을 사용한 《우리의 지구》는 50개국이 넘는 나라를 누비며 UHD 4K로 모든 영상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이국적인 정글에서 깊은 바닷속까지, 인류와 자연이 공유하는 생명의 터전을 탐험한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내래이션을 맡은 《우리의 지구》, 4월 전 세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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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웬즈데이> 시즌 2 공식 티저 예고편
그녀가 돌아왔다. 《웬즈데이》 시즌 2의 첫 공식 티저 예고편을 시청하세요. 8월 6일 파트 1, 9월 3일 파트 2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